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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제10회 노룡왕졸계범천조(老龍王拙計犯天條) · 위승상유서탁명리(魏丞相遺書託冥吏)

시에 이르기를,

도성의 큰 나라는 실로 볼 만하다. 여덟 줄기 물이 두루 흘러 네 산을 둘렀다. 얼마나 많은 제왕이 이곳에서 일어났던고, 예로부터 천하가 장안을 일컬었다.

여기서는 섬서의 큰 나라 장안성을 말하고자 한다. 장안은 역대 제왕이 도읍을 세운 땅이다. 주와 진, 한 이래로 세 고을에는 꽃이 비단 같고 여덟 줄기 물이 성을 둘러 흘렀으며, 서른여섯 길의 꽃버들 골목과 일흔두 채의 관현악 누각이 있었다. 화이의 지도 위에서 보면 천하에서 가장 으뜸가는 곳이니 참으로 기이하고 빼어난 땅이라 하겠다. 지금은 대당 태종 문황제께서 등극하시어 연호를 용집 정관으로 고치셨으니, 이때는 이미 즉위하신 지 십삼 년이 되던 해로 해는 기사년이었다. 그 어전에 나라를 안정시키던 영웅호걸과 강토를 다투던 걸출한 선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잠시 접어 두자.

말하자면, 장안성 밖 경하 언덕에 두 현인이 있었으니, 하나는 어옹으로 이름은 장초라 하고 하나는 초자로 이름은 이정이라 했다. 이 두 사람은 과거에 오르지 못한 진사요 글자를 아는 산인이었다. 어느 날 장안성 안에서 땔나무를 팔고 광주리 속의 잉어를 판 뒤 함께 주점에 들어가 반쯤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저마다 한 병씩 들고 경하 언덕을 따라 천천히 걸어 돌아왔다. 장초가 말했다. “이형, 내가 생각건대 이름을 다투는 자는 이름 때문에 몸을 잃고, 이익을 빼앗는 자는 이익 때문에 목숨을 잃으며, 작위를 받은 자는 범을 안고 잠을 자고 은총을 입은 자는 뱀을 소매에 넣고 다닌다. 헤아려 보건대 우리가 물이 빼어나고 산이 푸른 곳에서 소요자재하며 담박함을 달게 여기고 인연 따라 지내는 것만 못하다.” 이정이 말했다. “장형의 말이 이치에 맞다. 그대의 빼어난 물은 내 푸른 산만 못하다.” 장초가 말했다. “그대의 푸른 산은 내 빼어난 물만 못하다. 이를 증명하는 《접련화》 한 수가 있으니, 사에 이르기를,

물안개 만 리에 조각배 작고, 홀로 외로운 돛대에 기대니 서시의 소리 감돌다. 근심 씻고 마음 닦으니 명리도 적어, 한가로이 여뀌 이삭과 갈대풀을 잡다. 몇 점 갈매기 즐거이 말할 만하니, 버들 언덕 갈대 물굽이에 처자 함께 웃다. 한잠 평안히 자니 풍랑도 아리땁고 영화도 욕됨도 번뇌도 없다.”

이정이 말했다. “그대의 빼어난 물은 내 푸른 산만 못하다. 이에도 《접련화》 한 수가 있어 증명하니, 사에 이르기를,

구름 숲에 솔꽃 가득하고, 묵묵히 꾀꼬리 소리 들으니 교묘한 혀가 피리 소리 고르는 듯하다. 붉음은 여위고 푸름은 살찐 봄이 따뜻하더니 홀연 여름이 이르러 광음이 돌아가다. 가을이 와서 쉽게 바뀌니 노란 국화 향기를 즐길 만하고, 빠른 혹독한 겨울은 손가락으로 집듯 하니 사계절을 소요하며 아무도 간섭하지 않다.”

어옹이 말했다. “그대의 푸른 산은 내 빼어난 물만 못하다. 좋은 물건을 누리니 《자고천》 한 수가 있어 증명한다.

신선 고향의 구름과 물은 족히 생애를 이루니 노를 젓고 배를 가로누이면 곧 집이다. 살아 있는 비늘을 갈라 끓이고 푸른 자라를 삶으며 자색 게를 찌고 붉은 새우를 삶다.

푸른 갈대순, 물마름 싹, 마름 열매와 개구리밥은 더욱 자랑할 만하다. 어린 연근과 늙은 연밥에 미나리 잎은 연하고 자고와 줄풀과 조영화도 있다.”

초부가 말했다. “그대의 빼어난 물은 내 푸른 산만 못하다. 좋은 물건을 누리니 이 역시 《자고천》 한 수가 있어 증명한다.

높고 험준한 산봉우리 하늘가에 닿았고 풀집과 띠오두막은 내 집이다. 절인 닭과 거위는 게와 자라보다 낫고 노루와 수퇘지, 토끼와 사슴은 물고기와 새우보다 낫다.

향춘 잎, 누런 멀구슬나무 싹, 죽순과 산차는 더욱 자랑할 만하다. 자색 오얏과 붉은 복숭아, 매실과 살구가 익고 단 배와 신 대추, 목서꽃이 있다.”

어옹이 말했다. “그대의 푸른 산은 참으로 내 빼어난 물만 못하다. 《천선자》 한 수가 있으니,

한 잎 조각배는 머무는 곳을 따라가고 만 겹 물안개에도 두려움이 없다. 낚싯바늘 드리우고 그물 던져 싱싱한 비늘 잡으니 장도 없고 기름도 없건만 홀로 맛이 있다. 늙은 아내와 어린 자식이 둥글게 모이다. 고기가 많으면 장안 저자에 팔아 향기로운 막걸리로 바꾸어 취하도록 마시다. 도롱이를 이불 삼아 가을 강에 누우니 코 고는 소리 드르렁드르렁 근심 걱정이 없다. 인간의 영화와 귀함을 탐하지 않다.”

초자가 말했다. “그대의 빼어난 물은 내 푸른 산만 못하다. 이에도 《천선자》 한 수가 있으니,

띠집 서까래 몇 개를 산 아래 세웠으니 소나무와 대나무, 매화와 난초가 참으로 사랑스럽다. 숲을 뚫고 고개를 넘어 마른 땔나무를 찾으니 아무도 괴이히 여기지 않고 나를 따라 사 가다. 적든 많든 세상 형편에 맡기노라. 돈을 얻어 술을 사니 마음대로 즐겁고 질그릇 사발과 자기 종지는 유난히 자유롭다. 술에 취하여 소나무 그늘에 누우니 걸림도 없고 이해도 없으며 인간의 흥망을 돌보지 않다.”

어옹이 말했다. “이형, 그대 산속의 생업은 내 물 위의 생업처럼 즐겁지 못하다. 《서강월》 한 수가 있어 증명한다.

붉은 여뀌꽃 무성하여 달을 비추고 누런 갈대 잎 어지러이 바람에 흔들리다. 푸른 하늘 맑고 멀어 초강은 비었고 끌어 흔드니 한 못의 별이 움직이다. 그물에 든 큰 고기는 떼를 이루고 바늘을 문 작은 쏘가리는 무더기로 모이다. 얻어 삶고 끓이니 맛이 진하고 강호를 웃으며 노닐며 떠들썩하다.”

초부가 말했다. “장형, 그대 물 위의 생업은 내 산속의 생업처럼 즐겁지 못하다. 이에도 《서강월》이 있어 증명한다.

시든 잎과 마른 등나무가 길에 가득하고 부러진 끝의 늙은 대나무가 산에 넘치다. 겨우살이와 칡덩굴이 어지러이 얽혀 오르니 꺾어 거두고 새끼를 꼬아 짐을 지다. 벌레 먹어 속이 빈 느릅나무와 버들, 바람에 부러진 소나무와 녹나무라. 베어 쌓아 겨울 추위를 대비하니 술과 바꾸고 돈과 바꾸는 것 모두 내 마음대로라.”

어옹이 말했다. “그대 산속도 견줄 만하지만 내 빼어난 물의 그윽하고 우아함만 못하다. 《임강선》 한 수가 있어 증명한다.

조수가 빠지자 곧 외로운 배를 옮겨 가고 깊은 밤 노를 멈추니 노래가 돌아오다. 도롱이에 남은 달이 매우 그윽하니 잠든 갈매기 놀라 일어나지 않고 하늘가에 채색 구름이 열리다. 곤하여 갈대 모래톱에 누우니 아무 일도 없고 해가 세 발짝 올라도 오히려 버티다. 마음대로 스스로 배치하니 조정의 신하가 추위에 어가를 기다리는 것과 어찌 나의 넓은 마음에 견주랴?”

초부가 말했다. “그대 빼어난 물의 그윽함은 내 푸른 산의 더욱 그윽함만 못하다. 이에도 《임강선》이 있어 증명한다.

푸른 길에 가을이 높아 도끼를 끌고 가고 저녁 서늘함에 짐을 메고 돌아오다. 들꽃을 귀밑머리에 꽂으니 더욱 기이하다. 구름 헤치고 길을 찾아 나서고 달을 기다려 문을 열라 부르다. 어린 자식과 산속 아내가 기뻐 웃으며 맞이하고 풀 침대와 나무 베개에 기대어 버티다. 배를 찌고 기장을 지어 차려 내니 독에 새로 익은 술이 있어 참으로 그윽한 회포를 장하게 하다!”

어옹이 말했다. “이것은 모두 우리 두 사람의 생업이요 몸을 봉양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대에게는 내 한가한 때의 좋음이 없으니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한가로이 하늘가에 백학 나는 것을 보며 시내 가에 배를 세우고 푸른 사립문을 닫다. 돛대에 기대어 자식에게 낚싯줄 꼬는 법 가르치고 노를 멈추고 아내와 함께 그물을 널어 말리다. 성품이 안정되니 물결 잔잔함을 알고 몸이 편안하니 절로 바람 가벼움을 느끼다. 푸른 도롱이와 삿갓을 때에 따라 걸치니 조정의 자색 인끈 옷보다 낫다.”

초부가 말했다. “그대의 한가한 때 내 한가한 때만 못하다. 이에도 시가 있어 증명하니, 시에 이르기를,

한가로이 아득히 흰 구름 나는 것을 보며 홀로 띠오두막에 앉아 대 사립문을 닫다. 일이 없으면 아이를 가르쳐 책을 읽게 하고 때로 손님을 마주하여 바둑을 둘러싸다. 기쁘면 지팡이 짚고 꽃다운 길에서 노래하고 흥이 오르면 거문고 메고 푸른 산에 오르다. 짚신과 삼 끈에 거친 베 이불이니 마음 넓음이 비단옷보다 낫다.”

장초가 말했다. “이정, 우리 두 사람은 참으로 은근히 읊조리며 서로 어울릴 만하니 단판과 금술잔은 필요치 않다. 흩어 말한 글귀는 드물다 할 것이 없으니 이제 각기 몇 구를 이어 붙여 우리 어초의 이야기가 어떠한지 보자.” 이정이 말했다. “장형의 말이 가장 묘하니 형께서 먼저 읊어 주소서.”

“배는 푸른 물안개에 멈추고 집은 깊은 산 들판에 있다. 시내 다리 봄물 불음을 사랑하고 바위 봉우리 새벽 구름을 가엾여 하다. 용문의 생잉어 때때로 끓이고 벌레 먹은 마른 나무 날마다 지피다. 낚시와 그물로 늙은이를 봉양하고 짐 지기와 새끼 꼬기로 한평생을 마치다. 작은 배에 누워 나는 기러기 보고 풀길에 기대어 우는 기러기 듣다. 말과 혀의 싸움판에 내 몫 없고 옳고 그름의 바다에 자취 적다. 시내 가에 말린 그물은 비단 같고 돌 위에 간 도끼는 칼날 같다. 가을 달 환할 때 홀로 낚시하고 봄 산 고요할 때 아무도 못 만나다. 고기 많으면 술로 바꾸어 아내와 마시고 땔나무 남으면 한 병 사서 자식과 모이다. 스스로 노래하고 술 따르며 방탕하게 놀고 길게 노래하고 탄식하며 미친 바람에 몸을 맡기노라. 형을 부르고 아우를 불러 뱃사공 벗을 청하고 벗을 이끌고 친구 데려 들늙은이를 모으다. 술자리 놀이에 손을 맞추어 잔을 자주 건네고 패를 뜯고 글자를 풀어 잔을 돌리다. 새우 삶고 게 끓여 아침마다 즐겁고 오리 볶고 닭 삶아 날마다 넉넉하다. 어리석은 아낙이 차를 달이고 산속 아내가 밥 짓는 뜻이 조용하다. 새벽에는 지팡이 들고 물결 헤치고 해가 뜨면 땔나무 지고 큰 길을 지나가다. 비 온 뒤에는 도롱이 걸치고 살아 있는 잉어 잡고 바람 앞에서 도끼 놀려 마른 소나무 베다. 자취를 감추고 세상을 피해 어리석은 체 꾸미며 성을 숨기고 이름을 감춘 채 벙어리 귀머거리로 지내다.”

장초가 말했다. “이형, 내가 막 월례를 무릅쓰고 먼저 첫 구를 일으켰으니 이제 형께 이르러서도 먼저 한 연을 일으키시면 소제도 마땅히 이어 가겠다.

“바람과 달에 거짓 미친 산야의 사내, 강호에 뜻을 부린 늙은 나그네. 맑고 한가함이 분수에 맞아 소쇄함을 따르고 말과 혀에 들리지 않으니 태평함을 기뻐하다. 달밤에는 띠집에 누이고 날 어두우면 띠 도롱이로 덮다. 소나무와 매화 벗을 맺고 갈매기와 백로와 맹세하다. 명리에는 계산 없고 창칼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다. 때에 따라 향기로운 술 한 잔 마시고 날을 보내며 세 끼에 들나물 국을 먹다. 두 뭇 땔나무로 생계를 삼고 한 대 낚싯줄로 생업을 삼다. 한가로이 아이를 불러 강철 도끼를 갈게 하고 조용히 어리석은 아이를 불러 헌 그물을 깁게 하다. 봄이 오면 버들 푸름을 좋아하고 때가 풀리면 갈대 푸름을 기뻐하다. 여름에는 새 대나무를 다듬고 유월에는 어린 마름을 따다. 서리 내리면 살진 닭을 잡고 중양절에는 살진 게를 삶다. 겨울이 오면 해가 올라도 깊이 잠들고 삼복에는 하늘이 높아 찌지 않다. 여덟 명절에는 산속에서 성품대로 놀고 사계절에는 호수에서 정을 풀어 놓다. 땔나무를 캐니 신선의 흥이 있고 낚시를 드리우니 세속의 모습이 없다. 문 밖에는 들꽃이 곱게 피고 뱃머리에는 푸른 물결이 평평하다. 몸이 편안하니 삼공의 자리를 말하지 않고 성품이 안정되니 십 리의 성보다 낫다. 십 리의 높은 성은 변경 지키는 명령을 근심하고 삼공의 드러난 자리는 선포 소리를 듣다. 산을 즐기고 물을 즐김은 참으로 드무니 하늘에 감사하고 땅에 감사하며 신명께 감사하다.” 그 두 사람은 각기 글귀를 말하고 서로 시구를 이어 붙이다가 갈라지는 길목에서 몸을 굽혀 작별했다.
장초가 말했다. “이형, 가는 길에 몸조심하시게! 산에 오를 때는 범을 조심하시게. 만약 흉험이 있다면 내일 저자 거리에 옛 벗이 하나 줄어드는 셈이겠지!” 이정이 듣고 크게 노하여 말했다. “이 녀석 게으르고 막무가내구나! 좋은 벗은 생사까지 대신한다는데, 어찌 나를 저주하는가? 내가 만약 범을 만나 해를 입는다면, 그대는 반드시 물결을 만나 배가 뒤집히리라!” 장초가 말했다. “나는 영원히 배가 뒤집히는 일이 없을 것이네.” 이정이 말했다. “하늘에는 헤아릴 수 없는 풍운이 있고 사람에게는 잠깐의 화복이 있다. 어찌 무사하다고 장담하는가?” 장초가 말했다. “이형, 그대는 그렇게 말하지만 아직 요량이 없네. 내 생업만 못하면 요량이 있어 결코 이런 일을 만나지 않으리.” 이정이 말했다. “그대의 물 위 생업은 지극히 흉하고 험하여 어둡고 은밀하기만 한데 무슨 요량이 있겠는가?” 장초가 말했다. “그대는 알지 못하는구려. 이 장안성 안 서문 거리에 점을 파는 선생이 있는데 내가 날마다 그에게 금빛 잉어 한 마리를 보내면 그가 곧 소매 속에서 한 괘를 전해 주어, 방위에 따라 백 번 던져 백 번 맞춘다네. 오늘도 괘를 사러 갔더니 그가 나에게 경하 물굽이 동쪽에서 그물을 치고 서쪽 언덕에서 낚시를 던지라 하였는데, 반드시 만선으로 고기와 새우를 싣고 돌아오게 하였네. 내일 성에 올라 돈을 만들어 술을 사고, 다시 노형과 서로 만나 이야기하세.” 두 사람은 이로써 작별했다.

이러함이 바로 길에서 하는 말이 풀숲 속에 사람이 있는 격이었다. 이 경하 수부에 물을 순찰하는 야차 하나가 있었는데, 백 번 던져 백 번 맞춘다는 말을 듣고 급히 수정궁으로 돌아가 황망히 용왕에게 아뢰었다.

“화사하였사옵니다! 화사하였사옵니다!” 용왕이 물었다. “무슨 화사가 있단 말이냐?” 야차가 아뢰었다. “소신이 물을 순찰하러 강가에 이르렀사온데, 두 어부와 초부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사옵니다. 헤어질 때 하는 말이 심히 무서웠사옵니다. 그 어옹이 말하기를, 장안성 안 서문 거리에 점을 파는 선생이 하나 있는데 셈이 가장 정확하다 하였사옵니다. 그가 날마다 잉어 한 마리를 보내면 선생이 곧 소매 속에서 한 괘를 전해 주어 백 번 던져 백 번 맞게 한다 하였사옵니다. 만약 이처럼 정확한 셈을 따른다면, 물고기 족속을 마음껏 잡아들이지 않겠사옵니까? 무엇으로 수부의 위용을 장하게 하고, 무엇으로 물결을 뛰어넘고 파도를 일으켜 대왕의 위력을 돕겠사옵니까?” 용왕이 몹시 노하여 급히 칼을 챙겨 장안성으로 올라가 그 점 파는 자를 베어 없애려 했다. 그때 옆에서 용의 아들과 손자, 새우와 게 신하, 시어 군사와 쏘가리 소경과 잉어 태재가 나서 한꺼번에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잠시 노여움을 거두소서. 옛말에 이르기를, 귀를 지나간 말은 믿어서는 안 된다 하였사옵니다. 대왕께서 이번에 가시면 반드시 구름이 따르고 반드시 비가 도울 것이니, 장안의 백성들이 놀라 하늘에서 꾸짖을까 두렵사옵니다. 대왕께서는 숨고 드러남을 헤아리기 어렵고 변화에 일정한 법이 없으시니, 한 선비로 변하여 장안성 안에 들어가 한 차례 살펴보소서. 이런 무리가 있다면 베어 없애도 늦지 않사옵고, 만약 이런 무리가 없다면 어찌 함부로 남을 해치겠사옵니까?” 용왕이 그 아룀을 따르기로 하고 보검을 버리고 구름과 비도 일으키지 않은 채 언덕 위로 올라가, 몸을 흔들어 한 번 변하여 흰 옷 입은 선비가 되었으니 그 모습 실로 풍채가 영걸하고 골짜기를 솟구쳐 하늘에 닿을 듯했다. 걸음걸이는 단정하고 규범을 따랐으며, 말은 공자와 맹자를 따르고 예절은 주나라 문왕의 제도를 본떴다. 몸에는 옥빛 비단 옷을 걸쳤고 머리에는 소요 일자건을 썼다. 길에 올라 구름걸음으로 걸음을 떼어 곧장 장안성 서문 큰 거리에 이르렀다. 그곳에 한 무리의 사람이 빽빽이 모여 북적북적하며 떠들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큰소리로 고담준론하며 말했다. “용에 속한 사람은 본명이고 범에 속한 사람은 서로 부딪친다. 인과 진, 사와 해는 비록 합국이라 일컫지만, 두려운 것은 날이 세군을 범하는 것이다.” 용왕이 이 말을 듣고 그곳이 바로 점을 파는 곳임을 알아차리고, 앞으로 나아가 사람들을 헤치고 안을 들여다보니, 이러하였다.

사방 벽에는 구슬이 늘어서고 온 집안에는 비단이 수놓아져 있었다. 오리 모양 향로에는 향이 끊이지 않고, 자기 병에는 물이 어찌나 맑던지. 양쪽에는 왕유의 그림이 나란히 걸려 있고, 자리 위에는 높이 귀곡의 초상이 걸려 있었다. 단계의 벼루와 금빛 연기 먹이 흰 털 큰 붓과 서로 짝을 이루고, 화주림의 책과 곽박의 산법이 태정의 새 경문과 삼가 짝을 맞추었다. 육효에 익숙하고 팔괘에 정통하며, 능히 천지의 이치를 알고 귀신의 뜻을 잘 헤아렸다. 한 소반 위에 자와 오의 자리가 정연히 벌여 있고, 배 속 가득히 별자리가 맑게 늘어서 있었다. 그 모습 실로 그 장래의 일과 지나간 일을 달거울처럼 꿰뚫어 보고, 몇 집이 흥하고 몇 집이 망할지를 신명처럼 비추어 내었다. 흉함을 알고 길함을 정하며, 죽음을 판단하고 삶을 말했다. 입을 열어 담론하면 바람과 비가 빠르고, 붓을 대어 쓰면 귀신이 놀랐다. 간판에는 글자가 있어 이름과 성을 적었으니, 신산 선생 원수성이었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이는 당조에서 흠천감 태정을 지낸 원천강의 작은아버지, 바로 원수성이었다. 그 선생은 용모가 기이하고 의용이 수려하여 큰 나라에 이름을 드높이고 장안에서 산법이 으뜸이었다. 용왕이 문으로 들어와 선생과 서로 만나 보았다. 예를 마치자 선생이 용을 윗자리에 청하고 동자가 차를 올렸다. 선생이 물었다. “공께서 오셔서 무엇을 물으시려 합니까?” 용왕이 말했다. “하늘의 흐림과 갬을 점쳐 주소서.” 선생이 곧 소매 속에서 한 괘를 전하여 판단하여 말했다. “구름이 산꼭대기를 감추고 안개가 숲 끝을 덮으리라. 만약 비의 은택을 점친다면 정히 밝은 날 아침에 있으리라.” 용이 말했다. “내일 어느 시각에 비가 오며 비의 양은 몇 자 몇 치인가?” 선생이 말했다. “내일 진시에 구름을 펼치고, 사시에 우레를 일으키고, 오시에 비를 내리고, 미시에 비가 그치며, 모두 물 세 자 세 치 영 마흔여덟 점을 얻으리라.” 용왕이 웃으며 말했다. “이 말은 장난으로 할 것이 아니다. 만약 내일 비가 있어 그대가 판단한 시각과 수량과 같다면 내가 괘값 오십 냥을 보내 사례하겠다. 만약 비가 없거나 혹은 시각과 수량을 어긴다면, 나는 그대에게 실로 말하겠다. 반드시 그대의 체면을 때려부수고 그대의 간판을 찢어 버리며, 즉시 장안에서 쫓아내어 이곳에서 뭇사람을 미혹하게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 선생이 기뻐하며 대답했다. “이 일은 한결같이 그대 마음대로 하시라. 가시게, 가시게. 내일 비가 온 뒤에 다시 만나 뵙지.”

용왕이 하직하고 장안을 나와 수부로 돌아왔다. 크고 작은 물 신들이 맞이하고 물었다. “대왕께서 그 점 파는 자를 살펴보신 일은 어떠하셨습니까?” 용왕이 말했다. “있었다, 있었다, 있었다! 입만 놀려 남의 청을 받아넘기는 선생 하나였다. 내가 그에게 언제 비가 오느냐고 물으니 그가 내일 비가 온다 하였고, 무슨 시각이며 무슨 비의 수량이냐고 물으니 진시에 구름을 펼치고 사시에 우레를 일으키고 오시에 비를 내리고 미시에 비가 그치며 물 세 자 세 치 영 마흔여덟 점을 얻으리라 했다. 내가 그와 내기를 걸었으니, 만약 그 말과 같다면 그에게 사례금 오십 냥을 보내고, 만약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그의 체면을 때려부수고 그를 쫓아내어 장안에서 뭇사람을 미혹하게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 뭇 물 족속이 웃으며 말했다. “대왕께서는 여덟 강의 도총관이시요 비를 맡은 큰 용신이시니, 비가 있고 없음은 오직 대왕만이 아십니다. 그가 어찌 감히 이처럼 함부로 말하겠습니까? 그 점 파는 자는 반드시 졌사옵니다! 반드시 졌사옵니다!”

이때 용의 아들과 손자와 그 물고기와 게 신하들이 막 이 일을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는데, 문득 허공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경하 용왕은 칙지를 받으라.” 뭇 무리가 머리를 들어 올려 보니, 금빛 옷을 입은 역사 하나가 손에 옥황상제의 칙지를 받들고 곧장 수부로 내려오고 있었다. 용왕이 놀라 옷을 정돈하고 단정히 한 뒤 향을 사르고 칙지를 받았다.

금빛 옷을 입은 역사는 허공으로 돌아가 버렸다. 용왕이 은혜에 사례하고 봉함을 뜯어 보니, 그 위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칙명으로 여덟 강의 총관을 삼아 우레를 몰고 번개를 잡아끌게 하노니, 내일 아침 비의 은택을 베풀어 장안성을 두루 구제하라.” 칙지에 적힌 시각과 수량은 그 선생이 판단한 것과 털끝만큼도 어긋나지 않았으므로, 그 용왕은 혼이 날아가고 넋이 흩어질 만큼 놀랐다. 잠시 뒤 정신이 돌아오자 뭇 물 족속에게 말했다. “속세에 이런 신령한 사람이 있다니! 참으로 하늘을 꿰뚫고 땅을 통달하는구나. 그에게 지지 않을 수 없겠다!” 시어 군사가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그를 이기기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사옵니까? 소신에게 작은 계책이 있으니, 반드시 그 녀석의 입을 막아 드리겠사옵니다.” 용왕이 계책을 물으니 군사가 말했다. “비 내리는 시각을 어기고 점수를 조금 줄이면, 바로 그 녀석이 괘를 판단한 것이 들어맞지 않는 것이니, 어찌 그를 이기지 못하겠사옵니까? 그때에 간판을 부수고 그를 쫓아내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사옵니까?” 용왕이 그가 아룬 대로 따르니,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다음 날 용왕은 바람신과 우레신, 구름 동자와 번개 어미를 거느리고 장안성 구천 허공 위에 이르렀다. 사시까지 미루어 그제야 구름을 펼치고 오시에 우레를 일으키고 미시에 비를 내리고 신시에 비를 그쳤으나, 세 자 영 마흔 점을 얻었으니 한 시각을 고치고 세 치 여덟 점을 덜어 낸 것이었다. 비가 그친 뒤에야 뭇 장수를 풀어 군사를 거두게 했다. 구름 머리를 눌러 내려와 흰 옷 입은 선비로 변하여 서문 안 큰 거리로 가, 원수성의 점집에 뛰어들어 말릴 겨를도 없이 간판과 붓과 벼루를 부수어 버렸다. 그 선생은 의자에 앉은 채 태연히 움직이지 않았다. 곧 용왕이 문짝을 둘러메고 때리며 욕했다. “이 망령되이 화복을 말하는 요망한 놈, 뭇사람의 마음을 미혹하는 못된 녀석! 네 괘는 영험하지 않고 네 말은 미친 듯 어긋났다! 오늘 비 내리는 시각과 점수가 맞지 않았는데 네가 어찌 뻔뻔하게 높이 앉아 있는가? 어서 물러가라, 네 죽을 죄를 용서해 주겠다!” 원수성은 털끝만큼도 두려워하지 않고 얼굴을 들어 하늘을 향해 냉소하며 말했다. “나는 두렵지 않다! 나는 두렵지 않다! 나에게는 죽을 죄가 없으나 오히려 그대에게 죽을 죄가 있을 것이 걱정이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나만은 속이기 어렵다. 나는 그대를 알아본다. 그대는 선비가 아니라 바로 경하 용왕이다. 그대는 옥황상제의 칙지를 어기고 시각을 고치고 점수를 덜어 내어 천조를 범했다. 그대는 참룡대 위에서 한 칼을 면하기 어려울 터인데 어찌 이곳에서 나를 욕하는가?” 용왕이 듣고 마음이 놀라고 간이 떨리며 털이 곤두섰다. 급히 문짝을 내려놓고 옷을 정돈해 예를 갖추고 선생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선생님은 괴이하게 여기지 마소서. 앞서 한 말은 장난이었사오니, 어찌 이것이 진짜가 되어 천조를 범하게 될 줄 알았겠사옵니까? 어찌하면 좋겠사옵니까? 바라건대 선생님께서 저를 한 번만 구해 주소서!

그렇지 않으면 저는 죽어서도 선생님을 놓아 보내지 않겠사옵니다.” 원수성이 말했다. “내가 그대를 구할 수는 없고 살 길 하나를 가리켜 그대가 다시 태어나게 할 뿐이다.” 용이 말했다.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 선생이 말했다. “그대는 내일 오시 삼각에 인조관 위징에게 가서 참형을 받아야 한다. 그대가 목숨을 얻고자 한다면 급히 지금의 당 태종 황제께 고하여야 한다. 위징은 당 왕의 어가 아래 승상이니 그에게 인정을 구하면 무사함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용왕이 이 말을 듣고 눈물을 머금고 절하며 하직하고 떠나갔다. 붉은 해가 서쪽으로 지고 태음성이 떠올랐는데, 이러하였다. 안개가 산을 자욱하게 덮어 돌아가는 까마귀도 지치고, 먼 길 가는 나그네는 여관으로 드는구나. 나루터에 새로 온 기러기 모래톱에 깃들고 은하수가 나타났다. 더할 시각을 재촉하니 외로운 마을 등불은 불꽃이 없다. 바람이 향로 연기를 흔들어 도관을 맑게 하고 나비 꿈속의 사람은 보이지 않다. 달이 옮겨 꽃 그림자가 난간에 오르고 별빛이 어지럽다. 물시계 소리가 바뀌니 깊은 밤이 반이나 지났다.

이 경하 용왕은 수부로 돌아가지 않고 허공에 머물러 있다가 자시 무렵을 기다려 구름 머리를 거두고 안개 뿔을 걷어 들이고 곧장 황궁 문 앞으로 갔다. 이때 당 왕은 꿈에 궁문 밖으로 나와 달빛 아래 꽃 그늘을 거닐고 있었는데, 홀연 용왕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여 나아가 무릎을 꿇고 절하며 외쳤다. “폐하, 저를 구해 주소서! 저를 구해 주소서!”

태종이 말했다. “그대는 어떤 사람인가? 짐이 마땅히 그대를 구해 주겠다.” 용왕이 말했다. “폐하께서는 진짜 용이시고 신은 업보의 용이옵니다. 신이 천조를 범하였으므로 폐하의 어진 신하 인조관 위징에게 참형을 받아야 하기에 이렇게 와서 절하며 빌게 되었사오니, 바라옵건대 폐하께서 저를 한 번만 구해 주소서!” 태종이 말했다. “이미 위징이 참형을 맡았다 하니 짐이 그대를 구해 줄 수 있겠다. 마음을 놓고 가라.” 용왕이 기뻐하며 머리를 조아려 사례하고 떠나갔다.

말하자면 태종은 꿈에서 깬 뒤에도 그 일이 마음에 걸렸다. 이윽고 오고 삼점이 되자 태종이 조정을 열어 두 반열의 문무 백관을 모았다. 이러하였다.

안개가 봉궐을 감싸고 향기가 용루에 가득하며, 빛이 흔들려 붉은 병풍이 움직이고 구름이 푸른 깃발을 쓸며 흐르다. 군신이 뜻을 맞춤이 요순과 같고 예악의 위엄은 한과 주에 가까우며, 시신의 등불과 궁녀의 부채가 짝지어 빛나고 공작 병풍과 기린 전각이 곳곳에서 빛을 띄우다. 산이 만세를 부르고 화산이 천추를 축원하다. 정편이 세 번 울리니 의관을 갖춘 이들이 면류관을 향해 절하다. 궁꽃이 찬란하여 하늘 향기가 스며들고 둑 버들이 부드러워 어악이 노래하다. 진주 발과 비취 발은 금 갈고리로 높이 걸리고 용봉 부채와 산하 부채는 보배 수레를 머무르게 하다. 문관은 빼어나고 무장은 기세가 오르며, 어도에는 높고 낮음이 나뉘고 붉은 섬돌에는 품급의 반열이 늘어섰다. 금 인장과 자색 인끈을 차고 세 마리 코끼리를 탄 이들이여, 땅이 오래고 하늘이 길어 만만 년토록 하소서.

뭇 신하가 조하를 마치고 각기 반열을 나누었다. 당 왕이 봉의 눈과 용의 눈동자를 굴려 하나하나 살펴보니, 문관 중에는 방현령, 두여회, 서세적, 허경종, 왕규 등이 있고 무관 중에는 마삼보, 단지현, 은개산, 정교금, 유홍기, 호경덕, 진숙보 등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위의가 단정하고 엄숙하였으나 위징 승상만은 보이지 않았다. 당 왕이 서세적을 전전으로 불러 말했다. “짐이 밤에 괴이한 꿈을 꾸었는데 꿈에 한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절하며 스스로 경하 용왕이라 일컬으며, 천조를 범하여 인조관 위징에게 참형을 받아야 하니 과인을 찾아와 구해 달라 청하였기에 짐이 이미 허락하였노라. 오늘 반열에 유독 위징만 보이지 않으니 어찌 된 일인가?” 세적이 대답하여 말했다. “이 꿈은 반드시 들어맞을 것이옵니다. 잠시 뒤 위징이 조정에 나오면 폐하께서는 그를 문 밖으로 내보내지 마소서. 이 하루만 지나면 꿈속의 용을 구할 수 있사옵니다.” 당 왕이 크게 기뻐하여 곧 명을 내려 당직 관리에게 위징을 조정으로 부르게 했다.

말하자면 위징 승상은 집에 있으면서 밤에 하늘의 조짐을 살피고 보배 향을 사르고 있었는데, 문득 구천에서 학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이는 하늘에서 선사를 보내어 옥황상제의 금지를 받들어 그에게 오시 삼각에 꿈속에서 경하 늙은 용을 베게 한 것이었다. 이 승상이 하늘의 은혜에 사례하고 재계하고 목욕한 뒤 집 안에서 지혜의 검을 시험하고 원신을 운용하였으므로 조정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당직 관리가 명을 받들어 와 부르는 것을 보자 황공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감히 임금의 명을 더디게 어길 수 없어, 부랴부랴 옷을 정돈하고 허리띠를 매어 함께 조정에 들어가 어전에서 머리를 조아려 죄를 청했다. 당 왕이 말했다. “경의 죄를 용서한다.” 그때 뭇 신하가 아직 물러나지 않았으므로 곧 발을 걷고 조회를 파하게 했다. 위징만을 홀로 남겨 금란전으로 불러 올리고 편전으로 들이니, 먼저 나라를 안정시키는 방책과 계책을 담론하게 했다. 사시 끝 오시 초 무렵에 이르자 궁인에게 명하여 큰 바둑판을 가져오게 하고 말했다. “짐이 어진 경과 한 판 겨루어 보겠노라.” 뭇 빈비가 따라 바둑판을 가져다 어안에 펼쳐 놓았다. 위징이 은혜에 사례하고 당 왕과 마주 앉아 바둑을 두었다. 한 수씩 놓으며 진세를 펼쳐 나가니 바로 《난가경》에 이른 바와 같았다.

바둑 두는 도리는 엄격하고 신중함을 귀하게 여긴다. 높은 사람은 배꼽에 두고 낮은 사람은 변에 두며 중간 사람은 귀에 두니, 이는 바둑 두는 집안의 떳떳한 법이다. 법에 이르기를, “차라리 한 점을 잃을지언정 한 선수를 잃지 말라. 왼쪽을 치면 오른쪽을 살피고 뒤를 공격하면 앞을 돌아보라. 먼저인 듯하면서 뒤가 있고 뒤인 듯하면서 먼저가 있다. 둘 다 살아 있으면 끊지 말고 모두 살아 있으면 잇지 말라. 넓다고 너무 성기게 하지 말고 빽빽하다고 너무 답답하게 하지 말라. 살기를 도모하며 점에 미련을 두기보다는 버리고 이기는 것만 못하며, 홀로 가기보다는 굳게 지켜 스스로 메우는 것만 못하다. 저쪽이 많고 이쪽이 적으면 먼저 살 길을 도모하고 이쪽이 많고 저쪽이 적으면 힘써 그 형세를 펼쳐라. 잘 이기는 자는 다투지 않고 잘 진을 치는 자는 싸우지 않으며 잘 싸우는 자는 지지 않고 잘 지는 자는 어지러워지지 않는다. 바둑은 처음에는 정도로 맞서고 끝에는 기묘함으로 이긴다. 적이 무사한데 스스로 메우는 것은 끊으려는 뜻이 있고 작은 것을 버리는 것은 큰 것을 도모하려는 마음이며, 아무렇게나 두는 자는 꾀가 없고 생각 없이 응수하는 자는 패배의 길이다. 《시》에 이르기를, ‘두려워하고 조심하기를 마치 골짜기에 임한 듯하라’ 하였으니 바로 이를 이른 것이다.”

시에 이르기를,

바둑판은 땅이 되고 바둑돌은 하늘이 되니, 빛깔은 음양에 따라 조화가 온전하다. 헤아리기 어렵고 변화에 통하는 경지까지 두어 내려가면, 그날의 난가 신선을 웃으며 자랑하리라.

군신 두 사람이 바둑을 마주 두다가 오시 삼각에 이르렀는데, 한 판의 잔국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때 위징이 홀연히 책상 가에 엎드려 드르렁드르렁 졸기 시작했다. 태종이 웃으며 말했다. “어진 경은 참으로 사직을 떠받드는 마음이 수고롭고 강산을 세운 힘이 지쳤기에 나도 모르게 졸음이 온 것이다.” 태종은 그가 자도록 내버려 두고 다시 부르지 않았다.

얼마 뒤 위징이 깨어나 땅에 엎드려 말했다. “신은 만 번 죽어 마땅하옵니다! 신은 만 번 죽어 마땅하옵니다! 방금 어지럽고 곤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사오니, 바라옵건대 폐하께서 신의 임금을 업신여긴 죄를 용서하소서!” 태종이 말했다. “경에게 무슨 업신여긴 죄가 있겠는가? 어서 일어나고 잔국을 쓸어 치우고 경과 함께 새로 다시 두자.” 위징이 은혜에 사례하고 막 바둑돌을 손에 쥐었는데, 문득 조정 문 밖에서 크게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진숙보와 서무공 등이 피가 뚝뚝 흐르는 용의 머리를 들고 와 황제 앞에 던지며 아뢰었다. “폐하, 바다가 얕아지고 강이 마른 일은 일찍이 본 적이 있사오나 이 같은 괴이한 일은 듣지 못하였사옵니다.” 태종이 위징과 함께 일어나 말했다. “이 물건은 어디서 온 것인가?” 숙보와 무공이 말했다. “천보랑 남쪽 십자 거리에서 구름 끝으로부터 이 용의 머리가 떨어졌사오니 미신이 감히 아뢰지 않을 수 없었사옵니다.” 당 왕이 놀라 위징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위징이 몸을 돌려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이는 신이 방금 꿈에서 벤 것이옵니다.” 당 왕이 크게 놀라 말했다. “어진 경이 졸고 있을 때에는 몸을 움직이거나 손을 놀리는 것도 보지 못하였고 칼도 없었는데 어찌 이 용을 벨 수 있었는가?” 위징이 아뢰었다. “주공이시여, 신의 몸은 임금 앞에 있었사오나 꿈은 폐하를 떠났사옵니다. 몸이 임금 앞에서 잔국을 마주할 때에는 눈을 감고 흐릿하였사오나, 꿈이 폐하를 떠나 상서로운 구름을 탔을 때에는 정신을 떨쳐 일어났사옵니다. 그 용은 참룡대 위에서 천병에게 결박되어 있었사옵니다. 곧 신이 말하기를, ‘그대는 천조를 범하였으니 마땅히 죽을 죄에 해당한다. 나는 천명을 받들어 그대의 남은 목숨을 베노라’ 하였사옵니다. 용이 애처로움을 듣고 발톱을 거두고 비늘을 접어 달게 죽음을 받았사오며, 신이 정신을 떨쳐 옷자락을 걷고 걸음을 옮겨 서릿발 같은 칼날을 높이 들었사옵니다. 서걱 소리와 함께 칼이 지나가며 용의 머리가 허공에 떨어졌사옵니다.”
태종은 이 말을 듣고 마음속에 슬픔과 기쁨이 뒤섞였다. 기쁜 것은 위징이 좋은 신하임을 칭찬하게 되어 조정에 이런 호걸이 있으니 강산이 어찌 안정되지 않을까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이요, 슬픈 것은 꿈속에서 일찍이 용을 구해 주겠다 허락하였는데 뜻밖에도 마침내 베임을 당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정신을 억지로 가다듬고 명을 내려 숙보로 하여금 용의 머리를 저잣거리에 내걸어 장안 백성에게 알리게 했다. 위징에게 상을 내리고 뭇 신하는 물러갔다.

그날 저녁 궁으로 돌아와 마음은 근심스럽고 답답했다. 꿈속의 그 용이 울며 애처롭게 살기를 빌었건만 어찌 무상함을 알았겠으며 이 환난을 면하기 어려웠으리라 생각했다. 오래도록 생각에 잠기니 점차 혼백이 피곤하고 몸이 편치 않음을 느꼈다. 그날 밤 이경 무렵 궁문 밖에서 곡소리가 들려 태종은 더욱 놀라고 두려워했다. 어렴풋이 잠든 사이에 그 경하 용왕이 피가 뚝뚝 흐르는 머리 하나를 손에 들고 높이 외치는 것이 보였다. “당 태종! 내 목숨을 돌려다오! 내 목숨을 돌려다오! 그대는 어젯밤 입에 침이 마르도록 나를 구해 주겠다 약속하였는데 어찌 날이 밝자 도리어 인조관을 불러 나를 베게 하였는가? 나오라! 나오라! 내 그대와 함께 염라대왕 앞에 가서 시비를 가리자!” 그가 태종을 붙잡고 떠들며 놓아 주지 않았다. 태종은 입을 다물고 말하기 어려워 온몸에 땀이 흐를 뿐이었다. 어찌할 수 없을 때 문득 정남쪽에서 향기로운 구름이 어리고 채색 안개가 흩날리더니 한 여진인이 나아와 버들가지를 한 번 흔들었다. 그러자 그 머리 없는 용은 슬피 울며 곧바로 서북쪽으로 사라져 갔다. 이는 관음보살이 부처의 뜻을 받들어 동토로 올라와 경전을 구할 사람을 찾던 중 장안성 도토지묘에 머물고 있었는데 밤에 귀신이 울고 신이 부르짖는 소리를 듣고 와서 업보의 용을 꾸짖어 물리치고 황제를 구해 낸 것이었다. 그 용은 곧장 명부 지옥으로 가서 자세히 고했다는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 두기로 하자.

말하자면 태종은 정신이 돌아오자 “귀신이 있다! 귀신이 있다!” 하고 부르짖었다. 그 삼궁의 황후와 육원의 빈비와 가까이 모시는 태감들이 놀라 벌벌 떨며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고 삼점이 되자 온 조정의 문무 백관이 조정 문 밖에서 조회를 기다렸다. 날이 밝았는데도 임금이 나오지 않자 모두 놀라고 두려워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해가 세 발짝이나 올랐을 때에야 명이 나왔다. “짐의 마음이 편치 않으니 뭇 신하는 조회를 면하게 하라.” 닷새나 엿새가 지나자 뭇 신하가 근심하고 두려워하며 모두 문을 두드려 임금을 뵙고 문안드리려 하였는데 태후가 명을 내려 의관을 궁으로 불러 약을 쓰게 했다. 뭇사람이 조정 문에서 소식을 기다렸다. 얼마 뒤 의관이 나오자 뭇사람이 무슨 병이냐고 물었다. 의관이 말했다. “황상의 맥이 바르지 못하여 비고 빠르며 미친 말로 귀신을 본다 하십니다. 진맥해 보니 열 번 뛰어 한 번 쉬고 오장에 기운이 없으니 아마도 돌아가심이 닷새 안에 있을까 두렵사옵니다.” 뭇 신하가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 얼굴빛을 잃었다.

이렇게 놀라고 두려워하는 사이에 태후의 명이 있어 서무공과 호국공과 위지공을 불러 뵙게 했다. 세 공이 명을 받들어 급히 분궁루 아래로 들어갔다. 절을 마치자 태종이 정색하고 억지로 말했다. “어진 경들, 과인은 열아홉 살에 군사를 거느리고 남을 정벌하고 북을 치며 동을 막고 서를 제거하며 여러 해를 괴롭게 겪었으나 한 점의 사악한 것도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날 도리어 귀신을 본다니!” 위지공이 말했다. “강산을 세울 때 사람을 무수히 죽였으니 어찌 귀신을 두려워하겠습니까?” 태종이 말했다. “경은 믿지 않는구나. 짐의 이 침궁 문 밖은 밤이 들면 곧 벽돌을 던지고 기와를 흔들며 귀신이 부르짖으니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 낮이라면 오히려 괜찮지만 어두운 밤에는 견디기 어렵구나.” 숙보가 말했다. “폐하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오늘 밤 신이 경덕과 함께 궁문을 지키며 무슨 사악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겠사옵니다.” 태종이 그 아룀을 윤허했다. 무공이 은혜에 사례하고 물러나갔다. 그날 날이 저물자 각기 갑주를 가져다가 두 사람은 투구와 갑옷을 정연히 갖추고 금과와 도끼를 들고 궁문 밖을 지켰다. 좋은 장수라! 어떻게 차려입었는지 보라.

머리에는 금 투구를 썼는데 빛이 번쩍번쩍하고 몸에는 갑옷을 걸쳤는데 용의 비늘 같다. 가슴을 지키는 보배 거울은 상서로운 구름을 흔들고 사자 허리띠는 단단히 조였으며 수놓은 띠는 채색 노을처럼 새롭다. 이쪽은 봉황 눈으로 하늘을 향해 별자리를 두렵게 하고 저쪽은 둥근 눈동자로 번개를 비추어 달빛이 뜨다. 그들은 영웅호걸이요 옛 공신이었으나 천 년토록 호위라 일컫고 만고에 문신이 되었다.

두 장수가 문 곁에 시립하였는데 하룻밤이 지나도록 한 점의 사악한 것도 보지 못했다. 그날 밤 태종은 궁 안에서 편안히 자고 아무 일도 없었으며 날이 새자 두 장수를 불러 거듭 상을 주며 말했다. “짐이 병을 얻은 뒤로 여러 날 잠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오늘 밤은 두 장수의 위세를 힘입어 매우 편안했다. 경들은 잠시 나가 쉬고 저녁에 다시 호위하라.” 두 장수가 은혜에 사례하고 물러나갔다. 이렇게 두세 밤을 지키니 모두 편안하였으나 어선이 줄고 병은 도리어 더 무거워졌다. 태종이 두 장수의 수고를 차마 견디지 못하여 다시 숙보와 경덕, 두여회와 방현령 등 제공을 궁으로 불러 분부하여 말했다. “이틀 동안 짐이 비록 편안하기는 하였으나 진 장수와 호 장수 두 사람이 밤새도록 수고로움을 겪게 했다. 짐이 솜씨 좋은 화가를 불러 두 장수의 진짜 모습을 그려 문에 붙여 그들의 수고를 덜고자 하는데 어떻겠는가?” 뭇 신하가 곧 명을 따라 초상을 잘 그리는 사람 둘을 골라 호공과 진공 두 사람에게 이전처럼 갑주를 갖추게 하고 그대로 그려 문에 붙이니 밤에도 곧 아무 일이 없었다.

이렇게 이틀 사흘이 지나자 후재문에서 벽돌과 기와가 떵떵거리며 어지러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날이 새자 급히 뭇 신하를 불러 말했다. “여러 날 앞문은 다행히 아무 일이 없었는데 오늘 밤에는 뒷문이 울리니 이는 과인을 놀라 죽이려는 것이 아니냐!” 무공이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앞문이 편치 않았을 때에는 경덕과 숙보가 호위하였사오니 뒷문이 편치 않으면 마땅히 위징으로 하여금 호위하게 하여야 하옵니다.” 태종이 그 아룀을 윤허하고 위징을 불러 오늘 밤 후문을 지키게 했다. 위징이 명을 받들어 그날 밤 단정히 차려입고 그 용을 벤 보검을 들고 후재문 앞에 시립하였으니 참으로 좋은 영웅이다! 그가 어떻게 차려입었는지 보라. 익힌 명주로 만든 푸른 두건으로 이마를 싸매고 비단 도포와 옥 허리띠가 허리에 드리웠으며 바람을 막는 겉옷 소매에 서릿빛이 흩날리니 그 신의 모습은 누에 나방을 눌렀다. 발에는 검은 장화를 신고 앉은 자리에서도 꺾일 듯하며 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쥐어 흉악하고 사납다. 두 눈을 둥글게 부릅뜨고 사방을 살피니 어느 사악한 신이 감히 다가오겠는가?

하룻밤이 밝도록 귀신도 없었다. 비록 앞뒤 문에 아무 일이 없었으나 몸은 점점 무거워졌다. 어느 날 태후가 명을 내려 뭇 신하를 불러 장례 뒤의 일을 의논하게 했다. 태종이 서무공을 불러 나라의 큰일을 분부하고 촉한의 주군 유비가 고아를 부탁하던 뜻을 본뜨라고 당부했다. 말을 마치자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고 때를 기다릴 뿐이었다. 옆에서 위징이 나서서 용의 옷자락을 손으로 붙잡고 아뢰었다. “폐하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신에게 한 가지 일이 있사오니 반드시 폐하께서 장생하시도록 보장하겠사옵니다.” 태종이 말했다. “병세가 이미 고황에 들었고 목숨이 장차 위태로우니 어찌 보전할 수 있겠는가?” 위징이 말했다. “신에게 편지 한 통이 있사오니 폐하께 올려 명부로 가지고 가서 풍도판관 최각에게 부치소서.” 태종이 말했다. “최각은 누구인가?” 위징이 말했다. “최각은 태상 선황제 어가 앞의 신하로 먼저 자주 현령을 받고 뒤에 예부 시랑으로 승진하였사옵니다. 생전에 신과 팔배지교를 맺어 서로 아는 정이 매우 두터웠사옵니다. 지금 이미 죽어 음사에서 생사를 맡은 문서를 관장하는 풍도판관이 되었사오며 꿈속에서 늘 신과 서로 만나 뵙곤 하였사옵니다. 이번에 가서 이 편지를 그에게 부치면 신의 하찮은 정을 생각하여 반드시 폐하를 돌려보내 줄 것이옵니다. 반드시 혼백을 양세로 돌아오게 하고 용안을 도성으로 돌려 모시게 하겠사옵니다.” 태종이 이 말을 듣고 손에 받아 소매 속에 넣고는 마침내 눈을 감고 세상을 떠났다. 그 삼궁육원과 황후 빈비, 시장과 태자, 두 반열의 문무가 모두 곡을 하고 상복을 입었으며 백호전 위에 재궁을 모셔 두었다는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 두기로 하자.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