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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제11회 유지부태종환혼(遊地府太宗還魂) · 진과과유전속배(進瓜果劉全續配)

시에 이르기를,

백 년의 광음은 흐르는 물과 같고, 한평생의 사업은 물 위에 뜬 거품과 같도다. 어제는 얼굴에 복숭아꽃 같은 빛이 어렸더니 오늘은 머리 곁에 눈송이가 떠도는구나. 흰개미의 진영이 흩어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허깨비임을 알고, 두견새 울음 간절하니 머리를 돌이킬 것을 생각하게 되도다. 예로부터 남몰래 쌓은 음덕이 능히 수명을 늘리나니, 착한 일은 가엾이 여겨 달라고 구하지 않아도 하늘이 스스로 두루 돌보느니라.

말하자면, 태종은 아득하고 망연한 가운데 혼령이 그대로 오봉루 앞으로 나왔는데, 어림군의 군마가 대가를 모시고 조정을 나서 사냥을 나가기를 청하였다. 태종은 기꺼이 그 말을 따라 흐릿하게 떠나갔다. 한참을 가니 사람도 말도 자취를 감추었다. 홀로 남아 황량한 들판과 풀숲 사이를 거닐었다. 마침 길을 찾기 어려울 때에 저쪽에서 한 사람이 높은 소리로 부르짖었다. “대당 황제시여, 이리로 오소서! 이리로 오소서!” 태종이 그 말을 듣고 머리를 들어 바라보니, 그 사람의 모습은 이러하였다.

머리에는 검은 사모를 이고 허리에는 서각대를 둘렀도다. 사모에는 부드러운 띠가 나부끼고 서각대에는 금으로 상감한 장식이 드러나며, 손에는 상아 홀을 높이 들어 상서로운 구름이 어리고 몸에는 비단 도포를 걸쳐 상서로운 빛이 은은히 숨었도다. 발에는 분을 바른 밑창의 신 한 켤레를 신고 구름을 디디며 안개를 재촉하고, 품에는 한 권의 생사부를 품었으니 존망을 이미 정하여 두었도다. 살쩍은 어지러이 부풀어 귀 위에 나부끼고 수염은 나래치며 뺨 곁을 둘렀도다. 예전에는 당나라의 재상이었으나 이제는 안건을 맡아 염라대왕을 모시는 몸이로다.

태종이 그쪽으로 걸어가니, 그는 길가에 꿇어 엎드려 절하며 입으로 아뢰었다. “폐하, 신이 멀리 맞이하지 못한 실수를 용서하소서!” 태종이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무슨 일로 와서 절하며 맞이하는가?” 그 사람이 말했다. “미천한 신은 반 달 전에 삼라전에서 경하의 귀룡이 폐하께서 구해 주시겠다 약속하시고 도리어 죽이셨다는 까닭을 고발하는 것을 보았사온데, 제일전 진광대왕께서 곧 귀사를 보내어 폐하를 재촉하여 청해 오게 하시며 삼조에서 대질하여 사안을 가리려 하셨사옵니다. 신이 이미 그 일을 알고 있었으므로 이곳에 와서 기다려 맞이한 것이옵니다. 뜻밖에도 오늘 늦게 왔사오니 바라옵건대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태종이 말했다. “그대의 성은 무엇이며 이름은 무엇인가? 무슨 관직에 있는가?” 그 사람이 말했다. “미천한 신은 살아 있을 적에 양간에서 선군의 어가 앞을 모시며 자주 현령이 되었고 뒤에 예부 시랑에 올랐사오며 성은 최요 이름은 각이옵니다. 지금은 음사에 있사오나 풍도 장안 판관의 직을 받았사옵니다.” 태종이 크게 기뻐하여 곧 앞으로 나아가 어수로 황급히 부축하며 말했다. “선생은 먼 길에 수고가 많았소. 짐의 어가 앞의 위징이 편지 한 통을 써서 바로 선생께 부치려 하였는데 마침 여기서 만났구려.” 판관이 은혜에 사례하고 편지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태종이 곧 소매 속에서 꺼내어 건네주었다. 최각이 절하여 받들고 봉함을 뜯어 보니, 그 편지에 이르기를,

“사랑을 입은 아우 위징은 머리를 조아려 큰 도안 계형 최 노선생 합하께 글을 올리옵니다. 옛적에 서로 사귀던 일을 생각하오니 얼굴과 음성이 눈앞에 있는 듯하옵니다. 홀연 몇 해가 지나도록 맑은 가르침을 듣지 못하였사옵니다. 늘 다만 명절을 만나면 나물과 제물을 갖추어 받들어 제사하였사오나 향을 받으셨는지 알지 못하옵니다. 또 저를 버리지 않으시고 꿈속에 임하여 보여 주셨기에 비로소 우리 형장 대인이 높이 옮기셨음을 알았사옵니다. 어찌하오리까, 음과 양이 막히고 하늘과 땅이 각기 한쪽이라 얼굴을 마주 뵙지 못하옵니다. 이제 우리 태종 문황제께서 홀연히 돌아가셨사오니 헤아리건대 삼조에서 대질할 때에 반드시 형장을 만나 뵙게 될 것이옵니다. 만 번 바라옵건대 옛 사귐의 정을 돌아보시어 방편을 조금 베푸시어 우리 폐하를 양세로 돌려보내 주신다면 참으로 애틋한 일이 되겠사옵니다. 다시 사례하는 글을 올리려 하옵니다. 다 하지 못하옵니다.”

그 판관이 편지를 다 보고는 마음에 기쁨이 가득하여 말했다. “위 인조가 지난번 꿈에서 늙은 용을 벤 일을 신이 이미 일찍 알고 있었사오며 몹시 칭찬을 마지않았사옵니다. 또 그가 아침저녁으로 신의 자손을 돌보아 주었사오니, 오늘 이미 편지가 왔으니 폐하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미천한 신이 반드시 폐하를 모시고 양세로 돌아가 다시 옥궐에 오르시게 하겠사옵니다.” 태종이 사례하였다.

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하는데 저쪽에서 청색 옷 입은 동자 한 쌍이 당번과 보개를 들고 크게 부르짖었다. “염라대왕께서 청하시옵니다, 청하시옵니다.” 태종이 최판관과 두 동자를 따라 걸음을 옮기니 홀연 한 성이 보였는데, 성문 위에 큰 패가 걸려 있고 그 위에 유명지부 귀문관이라 하는 일곱 개의 큰 금빛 글자가 쓰여 있었다. 그 청의가 당번을 흔들어 태종을 인도하여 그대로 성 안으로 들어가 거리를 따라 갔다. 그 거리 곁에 선주 이연과 선형 이건성과 죽은 아우 이원길이 있어 앞으로 나아와 말했다. “세민이 왔구나! 세민이 왔구나!” 그 이건성과 이원길이 곧 달려들어 붙잡아 때리며 목숨을 갚으라고 요구하였다. 태종이 피하려 하였으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붙들렸다. 다행히 최판관이 청색 얼굴에 어금니가 뾰족한 귀사를 불러 그들을 꾸짖어 물리쳤으므로 태종이 그제야 몸을 벗어나 갈 수 있었다. 몇 리를 가지 않아 푸른 기와의 누대 하나가 보였는데 참으로 장려하였다. 이러하였다.

아득히 만 겹의 채색 노을이 쌓였고 어렴풋이 천 줄기 붉은 안개가 나타났도다. 반짝이는 처마에는 괴이한 짐승의 머리가 날아오르고 빛나는 기와는 원앙 조각을 겹쳐 놓았도다. 문에는 여러 줄의 붉은 금 못을 박았고 문지방에는 한 줄기 흰 옥을 가로로 놓았도다. 창문은 빛에 가까워 새벽 안개를 놓아 보내고 발과 창은 밝게 빛나 붉은 번개를 꿰뚫도다. 누대는 높이 솟아 푸른 하늘에 닿고 행랑은 나란히 늘어서 보배로운 뜰과 이어졌도다. 짐승 모양 향로의 향구름이 어의를 엄습하고 붉은 사의 등불이 궁선을 밝히도다. 왼쪽에는 사나운 소머리 귀신이 벌여 섰고 오른쪽에는 험상궂은 말머리 귀신이 늘어섰도다. 죽은 이를 맞고 귀신을 보내며 금패를 돌리고 혼백을 부르고 넋을 부르며 흰 비단을 드리웠도다. 이름하여 음사의 총회문이라 하고 아래로는 염라 노인의 삼라전이라 하도다.

태종이 바깥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저쪽에서 옥고리 소리가 딸랑딸랑 울리고 신선 향기가 기이하였으며 바깥에 두 쌍의 등불 든 이가 있고 뒤에는 십대 염왕이 섬돌을 내려와 이르렀다. 그 십왕은 진광왕, 초강왕, 송제왕, 오관왕, 염라왕, 평등왕, 태산왕, 도시왕, 변성왕, 전륜왕이었다. 십왕이 삼라보전에 나와 몸을 굽히고 허리를 굽혀 태종을 맞이하였다. 태종이 겸손히 낮추어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니, 십왕이 말했다. “폐하께서는 양간의 인왕이시고 저희는 음간의 귀왕이오니 분수로 당연한 것이거늘 어찌 사양하시는가?” 태종이 말했다. “짐이 휘하에 죄를 지었거늘 어찌 감히 음양과 인귀의 도리를 논하겠소?” 사양하기를 마지않았다. 태종이 앞으로 나아가 그대로 삼라전 위로 들어가 십왕과 예를 마치고 주인과 손님으로 나누어 앉았다.

약 한 식경쯤 지나 진광왕이 두 손을 마주 잡고 아뢰었다. “경하의 귀룡이 폐하께서 구해 주시겠다 하시고 도리어 죽이셨다고 고발하였사오니 어찌 된 일이옵니까?” 태종이 말했다. “짐이 일찍이 꿈에 늙은 용이 와서 살려 달라 구하기에 실로 탈이 없게 하겠다고 허락하였소. 뜻밖에도 그가 죄를 지어 형벌을 받아 마땅하여 짐의 인조관 위징이 목을 베어야 했기에 짐이 위징을 전각에 불러 바둑을 두게 하였사오나 꿈속에서 한 번에 베어 버린 줄은 몰랐소. 이는 그 인조관이 신기함을 부린 것이요 또 그 용왕이 죄를 지어 마땅히 죽어야 했던 것이니 어찌 짐의 허물이겠소?” 십왕이 엎드려 예를 갖추며 말했다. “그 용이 태어나기 전에 남두성의 사부에 이미 인조관의 손에 죽어야 한다고 정하여 두었으니 저희가 일찍이 알았사옵니다. 다만 그가 이곳에서 따지며 반드시 폐하께서 오시어 삼조에서 대질하기를 요구하였으므로 저희가 그를 윤장으로 보내 환생하게 하였사옵니다. 이제 또 폐하를 수고롭게 내려오시게 하였으니 바라옵건대 재촉한 죄를 용서하소서.”
말을 마치자 생사부를 맡은 판관에게 명하여 말했다. “급히 문서를 가져와 폐하의 양수와 천록이 얼마나 되는지 보라.” 최판관이 급히 사방으로 달려가 천하 만국의 국왕 천록 총부를 검열하니, 남섬부주 대당 태종 황제는 정관 십삼 년으로 정하여져 있었다. 최판관이 놀라 짙은 먹과 큰 붓을 가져다 ‘십삼’의 ‘일’ 자 위에 두 획을 더 그어 ‘삼십삼’으로 만들고는 문서를 올렸다. 십왕이 훑어보니 태종의 이름 아래에 삼십삼 년으로 적혀 있었다. 염라왕이 놀라 물었다. “폐하께서 즉위하신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태종이 말했다. “짐이 즉위한 지 이제 십삼 년이 되었소.” 염라왕이 말했다. “폐하께서는 마음을 놓으시고 근심하지 마소서. 아직 이십 년의 양수가 남아 있사옵니다. 이미 대질한 사안이 명백하여졌으니 청하건대 본바탕으로 돌아가 양세로 돌아가소서.” 태종이 몸을 굽혀 사례하였다. 십염왕이 최판관과 주태위를 보내어 태종을 모시고 환혼하게 하였다. 태종이 삼라전을 나서며 또 손을 들어 십왕에게 물었다. “짐의 궁중의 늙은이와 젊은이는 평안한지 어떠하오?” 십왕이 말했다. “모두 평안하오나 다만 황제의 누이만은 수명이 길지 못할까 두렵사옵니다.” 태종이 또 두 번 절하여 아뢰었다. “짐이 양세로 돌아가면 사례할 물건이 없사오니 다만 과일로 답하겠사옵니다.” 십왕이 기뻐하며 말했다. “우리 이곳에는 동과와 서과가 자못 있사오나 다만 남과가 모자라옵니다.” 태종이 말했다. “짐이 돌아가 즉시 보내 드리겠소, 즉시 보내 드리겠소.” 이로부터 서로 읍하고 작별하였다.

그 태위가 인혼번을 들고 앞에서 길을 인도하고 최판관이 뒤에서 태종을 보호하며 그대로 유사를 나왔다. 태종이 눈을 들어 보니 예전에 오던 길이 아니었다. 판관에게 물었다. “이 길은 틀린 것 같소?” 판관이 말했다. “틀리지 않았사옵니다. 음사에서는 이러하여 가는 길은 있어도 오는 길은 없사옵니다. 이제 폐하를 전륜장으로부터 나가시게 하려 하오니, 하나는 지부를 두루 구경하게 하려 함이요 하나는 환생하여 다시 태어나시게 하려 함이옵니다.” 태종이 마지못해 두 사람을 따라 인도하는 길로 나아갔다.

그대로 몇 리를 가니 홀연 높은 산 하나가 나타났는데, 음침한 구름이 땅에 드리우고 검은 안개가 하늘을 가리었다. 태종이 말했다. “최 선생, 저쪽은 무슨 산이오?” 판관이 말했다. “유명 배음산이옵니다.” 태종이 두려워 떨며 말했다. “짐이 어찌 지나갈 수 있겠소?” 판관이 말했다. “폐하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신들이 인도하겠사옵니다.” 태종이 벌벌 떨며 두 사람을 따라 산바위에 올라 머리를 들어 바라보니 이러하였다.

모양은 울퉁불퉁한 곳이 많고 형세는 더욱 험준하도다. 험하기는 촉 땅의 산과 같고 높기는 여산 바위와 같도다. 양세의 이름난 산이 아니요 실로 음사의 험한 땅이로다. 가시덤불이 무더기로 모여 귀신과 괴물을 감추고 돌벼랑은 반짝이며 사악한 마귀를 숨겼도다. 귀 곁에는 짐승과 새 소리 들리지 않고 눈앞에는 오직 귀신과 요괴가 다니는 것만 보이도다. 음산한 바람이 쏴쏴 불고 검은 안개가 자욱하도다. 음산한 바람은 신병이 입에서 내뿜는 연기요 검은 안개는 귀신이 어둠 속에서 뿜어내는 기운이로다. 한번 바라보면 높고 낮음에 아무 경치 없고 좌우를 둘러보면 온통 굶어 죽은 넋뿐이로다. 저곳에는 산도 있고 봉우리도 있고 고개도 있고 동굴도 있고 시내도 있으나, 다만 산에는 풀이 나지 않고 봉우리는 하늘을 찌르지 못하며 고개에는 나그네가 다니지 않고 동굴에는 구름을 머금지 않으며 시내에는 물이 흐르지 않도다. 언덕 앞에는 모두 망량이요 고개 아래는 온통 신마로다. 동굴 속에는 들귀신을 거두어들이고 시내 밑에는 사악한 넋을 숨겼도다. 산 앞뒤로는 소머리와 말머리 귀신이 어지러이 떠들어대고 반쯤 숨긴 채 굶주린 귀신과 다한 넋이 때때로 마주 앉아 울도다. 목숨을 재촉하는 판관은 황급히 명부를 전하고 혼을 뒤쫓는 태위는 고래고래 공문을 재촉하도다. 발 빠른 심부름꾼은 회오리바람처럼 구르고 귀신을 잡아오는 사자는 검은 안개처럼 어지럽도다.

태종은 온전히 그 판관의 보호에 의지하여 음산을 넘었다.

앞으로 나아가며 또 많은 관청을 지났는데, 곳곳마다 슬픈 소리가 귀를 진동하고 흉악한 괴물이 마음을 놀라게 하였다. 태종이 또 말했다. “이곳은 어디인가?” 판관이 말했다. “이곳은 음산 뒤편의 십팔층지옥이옵니다.” 태종이 말했다. “그 십팔층이란 무엇인가?” 판관이 말했다. “그대는 내 말을 들으라.

“조근지옥과 유왕지옥과 화갱지옥은 적막하고 고요하며 번뇌롭고 괴로우니, 모두 생전에 지은 천 가지 업보로 죽은 뒤에 와서 죄명을 받는 곳이로다. 풍도지옥과 발설지옥과 박피지옥은 울고불고 애처롭고 참혹하니, 다만 불충불효하여 천리를 상하고 입으로는 부처를 말하면서 마음은 뱀 같았기에 이 문에 떨어진 곳이로다. 마애지옥과 대도지옥과 차붕지옥은 살갗이 찢어지고 뼈가 드러나며 입을 닦고 이를 드러내니, 마음을 속여 공정하지 못하고 교묘한 말로 남을 몰래 해친 자들이로다. 한빙지옥과 탈각지옥과 추장지옥은 때 묻은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요 근심스러운 눈썹에 찡그린 눈이니, 모두 큰 말과 작은 저울로 어리석은 이를 속인 탓에 재앙이 몸에 쌓인 자들이로다. 유과지옥과 흑암지옥과 도산지옥은 벌벌 떨며 슬프고 애절하니, 모두 강포하여 착한 이를 업신여긴 탓에 머리를 감추고 목을 움츠린 자들이로다. 혈지지옥과 아비지옥과 칭간지옥은 가죽이 벗겨지고 뼈가 드러나며 팔이 부러지고 힘줄이 끊어지니, 재물을 도모하고 목숨을 해치며 짐승을 잡고 생령을 죽인 탓이라 천 년을 떨어져도 풀리지 않고 영원토록 가라앉아 몸을 뒤집지 못하는 곳이로다. 하나하나 단단히 묶이고 노끈으로 동여매여 붉은 머리 귀신과 검은 얼굴 귀신이 긴 창과 짧은 칼을, 소머리 귀신과 말머리 귀신이 쇠 몽둥이와 구리 망치를 들고 오직 때려대니 고통스러운 얼굴에 피가 뚝뚝 흐르며 땅을 부르고 하늘을 불러도 구해 줄 이 없도다. 이른바 인생은 마음을 속이지 말지니 신과 귀신이 밝게 드러나 뉘를 놓아주겠는가? 선과 악은 끝내 갚음이 있으니 다만 이르고 늦음을 다툴 뿐이로다.”

태종이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놀라고 참혹하게 여겼다.

앞으로 나아가 얼마 가지 않아 귀졸 한 무리가 각기 당번을 들고 길가에 꿇어 엎드려 말하였다. “교량 사자가 와서 맞이하옵니다.” 판관이 꾸짖어 물러가라 명하고 앞으로 나아가 태종을 인도하여 금교로 지나갔다. 태종이 또 저쪽에 은교 하나가 있어 충효하고 어질고 착한 무리와 공평하고 정대한 사람들이 다니는 것을 보았는데 그들에게도 당번을 들고 인도하는 이가 있었다. 저쪽에 또 다리 하나가 있어 찬 바람이 구르고 핏물결이 넘실거리며 곡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태종이 물었다. “저 다리는 무슨 이름인가?” 판관이 말했다. “폐하, 저것은 내하교라 부르옵니다. 양세에 돌아가시거든 반드시 기록하여 전하소서. 저 다리 아래에는 모두 이러하옵니다.

“굽이쳐 흐르는 넓고 넓은 물이요 험준하고 좁고 좁은 길이로다. 엄연히 흰 비단 한 필을 장강에 걸쳐 놓은 듯하고 도리어 화갱이 상계에 떠 있는 듯하도다. 음기가 사람을 핍박하여 추위가 뼈에 스미고 비린 바람이 코를 찔러 그 맛이 마음을 파고드도다. 물결이 뒤집히고 파도가 구르는데 사람을 건네는 배는 없고 맨발에 헝클어진 머리로 드나드는 이는 모두 업보의 귀신뿐이로다. 다리 길이는 몇 리요 너비는 다만 세 뼘이며, 높이는 백 자요 깊이는 천 겹이로다. 위에는 붙잡을 난간이 없고 아래에는 사람을 잡아채는 흉악한 괴물이 있도다. 칼과 차꼬가 몸을 감아 내하의 험한 길로 밀어 올리도다. 그대 보라, 다리 곁 신장은 몹시 흉악하고 강 속 업보의 넋은 참으로 괴로워하도다. 가지가 뻗은 나무 위에는 푸르고 붉고 누르고 자색인 비단옷이 걸려 있고, 벽돌벼랑 앞에는 시부모를 헐뜯고 욕한 음란한 계집이 쭈그리고 앉았도다. 구리 뱀과 쇠 개가 마음대로 다투어 먹으니 영원히 내하에 떨어져 나갈 길이 없도다.”

시에 이르기를,

때때로 귀신의 울음과 신의 부르짖음을 들으니, 핏물이 물결을 흐려 만 길이나 높도다. 수없이 많은 소머리 귀신과 말머리 귀신이 흉악하게 내하교를 지키도다.

한창 이야기하는 사이에 몇몇 교량 사자는 이미 일찍 돌아갔다. 태종의 마음이 또 놀라고 두려워져 머리를 끄덕이며 남몰래 탄식하고 말없이 슬퍼하며 판관과 태위를 따라 내하의 사나운 물과 피로 가득한 고통의 세계를 지났다. 앞으로 나아가 왕사성에 이르렀는데 웅웅거리는 떠드는 소리가 분명히 “이세민이 왔다! 이세민이 왔다!” 하는 소리였다. 태종이 그 부르짖음을 듣고 마음이 놀라고 간이 떨렸다. 허리를 끌고 팔이 부러지고 발은 있으나 머리 없는 귀매 한 무리가 나아와 길을 막았다. 모두가 부르짖었다. “내 목숨을 돌려다오! 내 목숨을 돌려다오!” 태종이 놀라 숨고 피하며 다만 “최 선생, 나를 구하오! 최 선생, 나를 구하오!” 하고 부르짖었다. 판관이 말했다. “폐하, 저들은 모두 예순네 곳의 연진과 일흔두 곳의 초적의 무리와 여러 왕자와 두목의 귀혼이옵니다. 억울하게 죽은 원한의 업보라 거두는 이도 없고 초생하지도 못하며 돈도 노잣돈도 없어 외롭고 궁한 굶주린 귀신들이옵니다. 폐하께서 그들에게 얼마간 돈을 주시면 신이 구해 내겠사옵니다.” 태종이 말했다. “과인은 빈 몸으로 이곳에 왔거늘 어디서 돈을 얻겠소?” 판관이 말했다. “폐하, 양세에 한 사람이 있어 금은 얼마간을 이 음사에 맡겨 두었사옵니다. 폐하께서 이름을 내어 계약을 세우시고 소판이 보증을 서면 그의 창고 하나를 빌려 이 굶주린 귀신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지나가실 수 있사옵니다.” 태종이 물었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판관이 말했다. “하남 개봉부 사람이오니 성은 상이요 이름은 량이옵니다. 그가 이곳에 십삼 창고의 금은을 두었사옵니다. 폐하께서 그의 것을 빌려 쓰시고 양세에 돌아가 갚으시면 되옵니다.” 태종이 매우 기뻐하여 기꺼이 이름을 내어 빌리려 하였다. 마침내 판관에게 문서를 세워 금은 한 창고를 빌리고 태위로 하여금 모두 나누어 주게 하였다. 판관이 다시 분부하여 말했다. “이 금은을 그대들은 고루 나누어 쓰고 우리 대당 할아버지를 지나가시게 하라. 그의 양수는 아직 멀다. 내가 십왕의 분부를 받들어 그를 모시고 환혼하게 하여 양세에 가서 ‘수륙대회’를 열어 그대들을 초생시키게 하겠으니 다시는 탈을 일으키지 말라.” 뭇 귀신이 금은을 얻자 모두 공손히 대답하고 물러갔다. 판관이 태위로 하여금 인혼번을 흔들게 하여 태종을 인도하여 왕사성을 벗어나 평평하고 밝은 큰길로 달려가니 하늘하늘 떠돌며 가버렸다.
앞으로 한참을 나아가니 마침내 ‘육도윤회’의 장소에 이르렀는데, 또 구름을 타고 오르는 이는 채색 어깨걸이를 걸쳤고 녹을 받은 이는 허리에 금붕어 장식을 걸쳤으며, 중과 비구니와 도사와 속인과 달리는 짐승과 나는 새와 산도깨비와 물귀신이 물결처럼 그 윤회 아래로 달려가 각기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당왕이 물었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판관이 말했다. “폐하께서는 마음을 밝히고 성품을 보셨으니 반드시 기록하시어 양세의 사람들에게 전하여 알게 하소서. 이것을 ‘육도윤회’라 부르옵니다. 착한 일을 행한 이는 선도로 승화하여 오르고, 충성을 다한 이는 귀한 도로 초생하며, 효도를 행한 이는 복된 도로 다시 태어나고, 공평한 이는 인간의 도로 돌아가 나며, 덕을 쌓은 이는 부유한 도로 환생하고, 악독한 이는 귀신의 도로 가라앉사옵니다.”

당왕이 그 말을 듣고 머리를 끄덕이며 탄식하여 말했다. “착하도다 참으로 착하도다! 착한 일을 지으면 과연 재앙이 없도다! 착한 마음은 늘 간절하고 착한 길은 크게 열렸도다. 악한 생각을 일으키게 하지 말지니 반드시 교활하고 간사함이 적어지리라. 인과응보가 없다고 말하지 말라, 신과 귀신에게는 마련된 배치가 있느니라.”

판관이 당왕을 ‘초생 귀도문’까지 바래다주고 절하며 말했다. “폐하, 이곳이 머리를 내미는 곳이옵니다. 소판은 이만 돌아가겠사오니 주태위로 하여금 다시 한 구간을 모시게 하소서.” 당왕이 사례하며 말했다. “선생이 먼 길을 걸어 수고가 많았소.” 판관이 말했다. “폐하께서 양세에 이르시거든 천만번 ‘수륙대회’를 열어 주인 없는 원혼을 초도하시고 결코 잊지 마소서. 만약 음사에 원망하는 소리가 없으면 양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태평의 경사를 누릴 수 있사옵니다. 무릇 온갖 착하지 못한 곳을 하나하나 고치시고 세상 사람에게 착함을 행하라 이르시면 반드시 후대가 길고 강산이 영원히 굳건하도록 해 드리겠사옵니다.” 당왕이 하나하나 그대로 따르고 최판관과 작별한 뒤 주태위를 따라 함께 문으로 들어왔다. 그 태위가 문 안에 안장과 말다래를 갖춘 준마 한 필을 보고 급히 당왕을 청하여 말에 오르게 하고 좌우에서 부축하였다. 말이 화살처럼 달려 위수 강가에 이르렀는데, 물 위에 금빛 잉어 한 쌍이 물결을 뒤집고 뛰어오르며 다투는 것이 보였다. 당왕이 보고 마음이 기뻐 말을 돌려 붙잡고 탐내어 보며 놓지 못하였다. 태위가 말했다. “폐하, 조금 서두르시어 일찍 시각을 맞추어 성으로 들어가소서.” 그 당왕은 다만 탐내어 보기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태위가 발을 붙잡아 당기며 크게 부르짖었다. “아직도 가지 않으시고 무엇을 기다리십니까!” 하고는 철썩 소리를 내며 그를 위하로 밀어 떨어뜨려, 음사를 벗어나 그대로 양세로 돌아왔다.

말하자면, 그 당왕의 어가 아래에 서무공, 진숙보, 호경덕, 단지현, 마삼보, 정교금, 고사렴, 이세적, 방현령, 두여회, 소우, 부혁, 장도원, 장사형, 왕규 등의 두 반열 문무가 있어 모두 동궁 태자와 황후와 빈비와 궁아와 시장을 보호하며 백호전 위에서 곡을 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애조를 반포하여 천하에 효유하고 태자를 받들어 등극시키려고 의논하고 있었다. 이때 위징이 곁에서 말했다. “여러분은 잠시 멈추시오. 안 됩니다! 만약 주와 현을 놀라게 하면 뜻밖의 일이 생길까 두렵소. 우선 하루만 더 기다려 보시오, 우리 주상께서 반드시 환혼하실 것이오.” 아래에서 허경종이 나서며 말했다. “위 승상의 말은 매우 그릇되었소. 예로부터 ‘엎지른 물은 담기 어렵고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였거늘 어찌 이런 헛된 말로 인심을 어지럽히는 것이오, 무슨 도리요!” 위징이 말했다. “허 선생께 숨기지 않겠소. 하관은 어려서 선술을 전수받아 추산함이 가장 밝사오니 반드시 폐하께서 죽지 않으시도록 하겠소.”

한창 이야기할 때, 관 속에서 잇달아 크게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물에 빠뜨려 죽였구나! 나를 물에 빠뜨려 죽였구나!” 문관과 무장은 마음이 황급하고 황후와 빈비는 간이 떨릴 정도로 놀랐다. 하나하나가 이러하였다.

얼굴은 가을 뒤 누렇게 된 뽕잎 같고 허리는 봄 앞의 어린 버들가지 같도다. 태자는 다리에 힘이 풀려 상장을 붙들고 애도의 예를 다하기 어렵고, 시장은 혼이 날아가 어찌 상관을 쓰고 효의 예를 지키겠는가? 빈비는 발을 헛디디고 채녀는 기울어졌도다. 빈비가 발을 헛디디니 마치 미친 바람이 시든 연꽃을 쓰러뜨린 듯하고, 채녀가 기울어지니 마치 소나기가 연한 연꽃을 비뚜로 몰아친 듯하도다. 뭇 신하는 두려워 벌벌 떨며 뼈가 물러지고 힘줄이 저리도다. 어리석고 멍하니, 백호전 한 채가 마치 들보가 끊어진 다리 같고 곡하는 단이 무너진 절과 같도다.

이때 뭇 궁인은 모두 달아나 누가 감히 영구에 다가가 관을 붙들겠는가. 다행히 정직한 서무공과 이치에 밝고 사나운 위승상과 담력 있는 진경과 몹시 무모한 경덕이 나아와 관을 붙들고 부르짖었다. “폐하께서 마음에 놓지 못할 일이 있으시면 저희에게 이르시고 귀신을 부려 권속을 놀라게 하지 마소서.” 위징이 말했다. “귀신을 부리는 것이 아니오. 이는 폐하께서 환혼하신 것이오. 빨리 연장을 가져오시오!” 관 뚜껑을 열어젖히니 과연 태종이 그 안에 앉아 있었다. 그는 아직 “나를 물에 빠뜨려 죽였구나! 누가 나를 구해 건졌느냐?” 하고 부르짖고 있었다. 무공 등이 나아와 부축하여 일으키며 말했다. “폐하께서 깨어나셨으니 두려워 마소서. 신들이 모두 이곳에서 어가를 호위하고 있사옵니다.” 당왕이 그제야 눈을 뜨고 말했다. “짐이 방금 몹시 괴로웠소. 음사 악귀를 피하였더니 또 물 위에서 몸을 잃을 재앙을 만났소.” 뭇 신하가 말했다. “폐하께서는 마음을 놓으시고 두려워 마소서. 무슨 물의 재앙이란 말이오니까?” 당왕이 말했다. “짐이 말을 타고 위수 강가에 이르렀을 때 머리 둘 달린 물고기가 노는 것을 보았는데, 주태위가 마음을 속여 짐을 말에서 밀어 강물에 빠뜨렸으니 하마터면 죽을 뻔하였소.” 위징이 말했다. “폐하의 귀신 기운이 아직 풀리지 않았사옵니다.” 급히 태의원에 명하여 마음을 가라앉히고 넋을 진정시키는 탕약을 올리게 하고 또 죽과 음식을 마련하게 하였다. 두어 번 복용하고서야 본바탕으로 돌아와 인사를 알게 되었다. 당왕이 죽은 지 이미 사흘 밤낮이 지나 다시 양세로 돌아와 임금이 되었던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만고의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었던고, 예로부터 여러 세대가 패하고 이루어졌도다. 주와 진과 한과 진에도 기이한 일이 많았으나 누가 당왕처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랴?

그날 날빛이 이미 저물자 뭇 신하가 왕께 돌아가 쉬시기를 청하고 각기 흩어졌다. 이튿날 아침 상복을 벗고 채색 옷으로 갈아입으니, 하나같이 붉은 도포에 검은 사모요 하나같이 자색 인끈에 금 인장을 차고 조정 문 밖에서 선소를 기다렸다.

말하자면 태종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넋을 진정시키는 약을 복용하고 여러 번 죽과 국을 들이신 뒤, 뭇 신하에게 부축되어 침실로 들어가 하룻밤 편안히 주무시며 정신을 보양하여 날이 밝아서야 일어나 위의를 떨치셨으니, 그가 어떻게 차려입었는지 보라.

머리에는 하늘을 찌르는 관을 쓰고 몸에는 붉은 누런 도포를 걸쳤도다. 허리에는 남전의 푸른 옥 띠를 띠고 발에는 창업의 근심 없는 신 한 켤레를 신었도다. 용모는 당당하여 당세를 능가하고 위엄은 맹렬하여 오늘을 다시 일으켰도다. 참으로 맑고 평안하며 도가 있는 대당의 왕이요 죽었다가 살아난 이 폐하로다!

당왕이 금란보전에 올라 두 반열의 문무를 모으니, 만세를 부른 뒤 품급에 따라 반열을 나누었다. 전지가 내리기를 “용건이 있는 자는 나와 아뢰고 없는 자는 조회를 파하라.” 하였다. 동쪽 행랑에서 서무공, 위징, 왕규, 두여회, 방현령, 원천강, 이순풍, 허경종 등이 나서고 서쪽 행랑에서 은개산, 유홍기, 마삼보, 단지현, 정교금, 진숙보, 호경덕, 설인귀 등이 나서서, 함께 나아가 백옥 섬돌 앞에 엎드려 아뢰었다. “폐하께서 지난번 조회 때 한 번 꿈을 꾸신 뒤로 어찌 이렇게 오래 깨어나지 않으셨습니까?” 태종이 말했다. “며칠 전 위징의 편지를 받고 짐의 정신이 전각을 나섰는데, 어림군이 짐을 청하여 사냥을 나가게 하였다. 가는데 사람도 말도 자취가 없었고 또 선군 부왕과 선형제가 다투어 떠드는 것을 보았다. 풀기 어려울 때 검은 사모에 검은 도포를 입은 한 사람을 보았으니 바로 판관 최각이었다. 그가 선형제를 꾸짖어 물리치기에 짐이 위징의 편지를 그에게 전해 주었다. 또 청색 옷 입은 이가 당번을 들고 짐을 인도하여 삼라전에 이르러 십대 염왕과 마주 앉게 하였다. 그가 경하의 용이 짐이 구해 주겠다 약속하고 도리어 죽였다고 고발하기에 짐이 앞서 한 말을 하나하나 진술하였다. 그가 이미 삼조에서 대질을 마쳤다 하며 급히 생사 문서를 가져다 짐의 양수를 검사하게 하였다. 최판관이 문서를 올리니 염라왕이 보고 이르기를, 과인에게 천록 삼십삼 년이 있으니 이제 십삼 년을 지났을 뿐이라 아직 이십 년의 양수가 남았다 하며 곧 주태위와 최판관을 보내어 짐을 돌려보내게 하였다. 짐이 십왕과 작별하며 과일을 보내어 은혜에 사례하겠다고 허락하였다. 삼라전을 나선 뒤로는 음사에서 불충불효하고 예의에 어긋나며 곡식을 함부로 버리고 남을 속이고 기만하며 큰 말과 작은 저울을 쓰는 간사한 무리들이 갈리고 찧이고 삶아지고 벗겨지는 형벌을 받는 것이 천만이나 되어도 다 보기에 부족하였다. 또 왕사성을 지나는데 수없는 원혼이 모두 예순네 곳의 연진과 일흔두 곳의 반적의 영혼이라 짐의 길을 막았다. 다행히 최판관이 보증을 서서 하남 상 노인의 금은 한 창고를 빌려 귀혼을 돌려세우고서야 나아갈 수 있었다. 최판관이 짐에게 양세로 돌아가거든 천만번 ‘수륙대회’를 열어 주인 없는 외로운 혼을 초도하라 신신당부하고 작별하였다. ‘육도윤회’ 아래를 나서니 주태위가 짐을 청하여 말에 오르게 하였다. 나는 듯이 위수 강가에 이르렀는데 물 위에 머리 둘 달린 물고기가 노는 것을 보았다. 기뻐할 때에 그가 짐의 발을 붙잡아 물속으로 밀어 넣었고 짐이 그제야 환혼하게 된 것이오.” 뭇 신하가 이 말을 듣고 모두 축하하였으며, 이에 따라 널리 전하여 천하의 각 부와 현 관리들이 표를 올려 경하하였다는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 두기로 하자.

말하자면 태종이 또 전지하여 천하의 죄인을 사면하고 옥중의 중죄수를 조사하게 하였다. 이때 심관이 형부의 교수형과 참수형 죄인을 조사하여 사백여 명을 문서로 올렸다. 태종이 놓아 집으로 돌려보내니, 그들은 부모와 형제에게 절하여 작별하고 재산을 친척과 조카에게 맡기고는 이듬해 오늘 다시 관청에 나아가 마땅히 받을 죄를 받으려 하였다. 뭇 죄수가 은혜에 사례하고 물러갔다. 또 고아를 구휼하는 방문을 내고 궁중의 늙고 어린 채녀를 조사하니 모두 삼천 명이라 전지하여 군에 배속하게 하였다. 이로부터 안팎이 모두 착해졌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큰 나라 당왕의 은덕이 넓어 도가 요순을 지나매 만민이 넉넉하도다. 사형수 사백이 모두 옥을 떠나고 원한을 품은 여자 삼천이 궁에서 놓여 나왔도다. 천하의 많은 관리가 장수를 축원하고 조정의 뭇 재상이 원룡을 하례하도다. 착한 마음 한 생각에 하늘이 응당 도우시리니 복된 음덕은 응당 열일곱 대까지 전하리라.

태종이 이미 궁녀를 놓아 보내고 사형수를 내보낸 뒤에 또 어제 방문을 내어 천하에 두루 전하게 하였다. 그 방문에 이르기를,

“하늘과 땅은 넓고 커서 해와 달이 비추어 살핌이 분명하고, 우주는 너그럽고 넓어 하늘과 땅이 간사한 무리를 용납하지 않느니라. 마음을 부리고 술책을 쓰면 과보는 다만 이생에 있고, 착함을 베풀되 얕게 구하면 복을 얻음을 후세에 말하지 말라. 천 가지 교묘한 꾀는 본분대로 사람답게 사는 것만 못하고, 만 가지 강포한 무리는 인연 따라 검소하게 사는 것만 못하도다. 마음으로 자비를 행한다면 어찌 힘써 경을 읽을 필요가 있으며, 남을 해치려 마음먹는다면 헛되이 여래의 대장경을 읽을 뿐이로다!”

이때로부터 천하에 착한 일을 행하지 않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한쪽에서는 현자를 부르는 방문을 내어 과일을 지부로 바치게 하고, 한쪽에서는 보장고의 금은 한 창고를 악국공 호경덕에게 맡겨 하남 개봉부로 보내 상량을 찾아 빚을 갚게 하였다. 방문이 여러 날 붙어 있었는데, 명을 받들어 과일을 바치려는 현자 하나가 있었으니 균주 사람이었다. 성은 유요 이름은 전이며 집에 만관의 재산이 있었다. 아내 이취련이 문 앞에서 금비녀를 뽑아 중에게 시주한 일로 유전이 그를 꾸짖으며 부도를 따르지 않고 멋대로 규문을 나갔다 하였다. 이씨가 분한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을 매어 죽었다. 어린 두 아이를 남겨 두니 밤낮으로 슬피 울었다. 유전이 또 차마 보지 못하여 목숨을 버리고 집안 인연과 자녀를 버린 채 기꺼이 죽음으로 과일을 바치려 하여 황방을 떼어 당왕을 뵈러 왔다. 왕이 전지하여 그를 금정관으로 보내어 머리 위에 남과 한 쌍을 이고 소매에 노란 돈을 넣고 입에 약을 물게 하였다.

유전이 과연 독약을 먹고 죽으니 한 점의 영혼이 과일을 이고 귀문관 위에 이르렀다. 문을 지키는 귀사가 꾸짖어 말했다. “그대는 무슨 사람이기에 감히 이곳에 오는가?” 유전이 말했다. “저는 대당 태종 황제의 흠차를 받들어 특별히 과일을 십대 염왕께 바치려 온 자이옵니다.” 그 귀사가 기뻐하며 맞이하여 인도하였다. 유전이 삼라보전에 이르러 염왕을 뵙고 과일을 올리며 말했다. “당왕의 전지를 받들어 멀리 과일을 바치오니 십왕께서 너그럽게 용서하신 은혜에 사례하고자 함이옵니다.” 염왕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참으로 믿음 있고 덕 있는 태종 황제로다!” 과일을 거두고는 바친 사람의 성명과 어느 지방 사람인지 물었다. 유전이 말했다. “소인은 균주성의 민적이옵니다. 성은 유요 이름은 전이옵니다. 아내 이씨가 목을 매어 죽어 어린 자녀를 남겼으나 돌볼 이가 없사오므로 소인이 기꺼이 집과 자식을 버리고 몸을 바쳐 나라에 보답하고자 특별히 우리 왕께 과일을 바쳐 여러 대왕의 두터운 은혜에 사례하려 한 것이옵니다.” 십왕이 그 말을 듣고 곧 명하여 유전의 아내 이씨를 조사하게 하였다. 귀사가 재빨리 데려다 삼라전 아래에서 유전 부부가 서로 만나게 하였다. 앞서 한 말을 하소연하고 십왕의 용서에 사례하였다. 염왕이 생사부를 검사하여 보니 부부에게 모두 신선에 오르는 수명이 있었다. 급히 귀사를 보내어 돌려보내게 하였다. 귀사가 아뢰었다. “이취련이 음간으로 돌아간 지 오래라 시신이 남아 있지 않으니 그 혼이 어디에 붙겠사옵니까?” 염왕이 말했다. “당 황제의 누이 이옥영이 지금 일찍 죽어야 할 차례이니 너는 그의 시신을 빌려 그를 환혼하게 하라.” 귀사가 명을 받들어 곧 유전 부부를 환혼하게 하고 함께 음사를 나갔다.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