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귀사가 유전 내외와 함께 음사를 나서니 음산한 바람이 빙빙 휘감아 도는 가운데 곧장 장안 대국에 이르러, 유전의 혼령은 금정관 안으로 밀어 넣고 취련의 영혼은 황궁 안의 내원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때 마침 옥영 궁주가 꽃그늘 아래 푸른 이끼 위를 천천히 거닐고 있었는데, 귀사가 그 품에 와락 달려들어 땅바닥에 밀어 넘어뜨리고는 그 혼을 산 채로 사로잡았으며, 이취련의 영혼을 옥영의 몸속으로 밀어 넣었다. 귀사가 음사로 되돌아간 일은 여기서 잠시 뒤로 미루어 두겠다.
말하자면, 궁원의 시녀들이 옥영이 넘어져 죽은 것을 보고 급히 금란전으로 달려가 삼궁 황후에게 아뢰었다. “궁주마마께서 넘어져 죽으셨나이다!” 황후들이 크게 놀라 곧 태종에게 아뢰었다. 태종이 그 말을 듣고 머리를 끄덕이며 탄식하였다. “이 일은 참으로 있을 만한 일이로다. 짐이 일찍이 십대 염군에게 ‘늙은이와 어린이는 모두 편안한가?’ 하고 물었더니, 그가 ‘모두 편안하오나 다만 황제의 누이의 수명이 짧을까 걱정되옵니다’ 하더니, 과연 그 말이 들어맞았구나.” 온 궁궐 사람들이 다투어 와서 슬퍼하였고, 꽃그늘 아래에 이르러 보니 그 궁주에게 거문 숨결이 조금 남아 있었다. 당왕이 말했다. “울지 마라! 울지 마라! 그를 놀라게 하지 말라.” 이에 앞으로 나아가 어수로 그 머리를 받쳐 들고 부르짖었다. “누이여, 정신을 차려라, 정신을 차려라!” 궁주가 갑자기 몸을 뒤집으며 외쳤다. “여보, 천천히 가시오, 나를 기다려 주시오!” 태종이 말했다. “누이여, 나와 여러 사람이 여기 있느니라.” 궁주가 머리를 들어 눈을 크게 뜨고 보며 말했다. “그대는 누구이기에 감히 나를 붙잡는가?” 태종이 말했다. “너의 황형과 황수이다.” 궁주가 말했다. “내가 어디서 무슨 황형이며 황수를 얻었단 말인가! 내 친정은 이씨이고 내 아명은 이취련이라 부르며, 내 남편은 성이 유요 이름은 전이오. 두 내외는 모두 균주 사람이오. 내가 석 달 전에 금비녀를 뽑아 문 앞에서 스님께 공양을 올렸는데, 내 남편이 내가 함부로 안문을 나갔다 하여 부인의 도리를 따르지 않았다며 몇 마디 꾸짖었소. 그래서 내가 가슴이 막혀 흰 비단 띠로 대들보에 목을 매어 죽었고, 한 쌍의 자녀를 남겨 두었더니 밤낮으로 울었소. 이제 내 남편이 당왕의 흠차를 받아 음사에 가서 과일을 바치자 염왕이 가엾이 여겨 우리 부부를 돌려보내 주었소. 그는 앞서 가고 나는 늦게 와 따라잡지 못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소. 너희는 무례하오! 내 성명도 모르면서 어찌 감히 나를 붙잡는 것이오!”
당왕이 전각에 앉아 있을 때 어가를 모시는 관리가 아뢰었다. “만세, 지금 과일을 바친 유전이 환혼하여 조정 문 밖에서 전지를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당왕이 크게 놀라 급히 전지를 내려 유전을 불러들이니, 그가 단지 아래에 엎드렸다. 태종이 물었다. “과일을 바친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 유전이 아뢰었다. “신이 과일을 이고 곧장 귀문관에 이르러 삼라전으로 인도되어 십대 염군을 뵙고 과일을 올리며 우리 왕께서 간절히 사례하시는 뜻을 아뢰었사온데, 염군이 매우 기뻐하며 우리 왕께 거듭 절을 올리라 하시고는 ‘참으로 믿음 있고 덕 있는 태종 황제로다!’ 하셨사옵니다.” 당왕이 말했다. “그대는 음사에서 무엇을 보고 왔느냐?” 유전이 아뢰었다. “신은 멀리 가 보지 못하여 별다른 것을 보지 못하였사오며, 다만 염왕이 신에게 고향과 성명을 물었사옵니다. 신이 집을 버리고 자식을 떠나며 아내가 목을 매어 죽은 까닭에 기꺼이 과일을 바치러 왔다는 일을 말씀드렸더니, 그가 급히 귀사를 보내어 신의 아내를 데려와 삼라전 아래에서 만나게 하였사옵니다. 또 사생문부를 검사하여 신 내외에게 모두 신선에 오르는 수명이 있다 하시고 곧 귀사를 보내 돌려보내게 하셨사옵니다. 신이 앞서 가고 아내가 뒤따랐는데 다행히 환혼하였사오나 아내가 어디에 몸을 붙였는지는 알지 못하옵니다.” 당왕이 놀라 물었다. “그 염왕이 그대 아내에 대하여 무슨 말을 하던가?” 유전이 아뢰었다. “염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사오며, 다만 귀사가 ‘이취련이 음간으로 돌아간 지 오래라 시신이 남아 있지 않사옵니다’ 하는 것을 들었사옵니다. 염왕이 말씀하시기를 ‘당 황제의 누이 이옥영이 지금 일찍 죽어야 할 차례이니, 취련으로 하여금 곧 옥영의 시신을 빌려 환혼하게 하라’ 하셨사옵니다. 신은 ‘당 황제의 누이’라는 이가 어느 지방 사람이며 집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여 아직 찾아가 보지도 못하였사옵니다.”
당왕이 아뢰는 말을 듣고 마음이 흐뭇하여 여러 신하에게 말했다. “짐이 염군과 작별할 때 일찍이 궁중의 일을 물었더니, 그가 늙은이와 어린이가 모두 편안하나 다만 누이의 수명이 짧을까 걱정된다 하더니, 방금 누이 옥영이 꽃그늘 아래에서 넘어져 죽었기에 짐이 급히 부축하여 살펴보니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는 입으로 ‘여보, 천천히 가시오, 나를 좀 기다려 주시오!’ 하고 외치는 것이었느니라. 짐은 그가 넘어져 정신이 혼미하여 함부로 지껄이는 줄 알았도다. 다시 자세히 물으니 그 말이 유전의 말과 꼭 같더라.” 위징이 아뢰었다. “누이의 수명이 우연히 짧아 정신을 차리자마자 이런 말을 하였으니, 이는 유전의 아내가 시신을 빌려 환혼한 일이옵니다. 이런 일도 있으니 청컨대 궁주를 밖으로 모시어 무슨 말을 하는지 보시는 것이 좋겠사옵니다.” 당왕이 말했다. “짐이 방금 태의원에 명하여 약을 올리게 하였으니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이에 후궁들에게 명하여 궁 안으로 들어가 청하게 하였다. 그 궁주가 안에서 함부로 소리쳤다. “내가 무슨 약을 먹으란 말이오! 여기가 어찌 내 집이란 말이오! 내 집은 서늘한 기와집인데, 이 누런 병을 앓는 듯한 집이며 야릇하게 꾸민 문짝과는 전혀 다르오! 나를 내보내시오! 나를 내보내시오!”
떠들썩하게 소리치는 판에, 문득 네댓 명의 여관과 두세 명의 태감이 그를 부축하여 곧장 전각 위로 올라왔다. 당왕이 말했다. “그대는 자기 남편을 알아보겠는가?” 옥영이 말했다. “무슨 말씀이오, 우리 둘은 어려서부터 맺은 결발부처이며 그와 아들딸을 낳아 길렀는데 어찌 알아보지 못하겠소?” 당왕이 내관에게 명하여 그를 부축해 내려가게 하였다. 그 궁주가 보전을 내려와 백옥 계단 앞에 이르러 유전을 보고는 한손으로 와락 붙잡으며 말했다. “여보, 당신은 어디로 가시면서 나를 좀 기다려 주지 않았소! 내가 넘어져 쓰러졌는데 저 도리 없는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떠들어 대니,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유전은 그 말은 아내의 말이로되 그 사람은 아내의 얼굴이 아님을 보고 감히 알아보지 못하였다. 당왕이 말했다. “이야말로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것은 사람들이 보아도, 산 사람을 잡아 죽은 이를 대신하게 하는 일은 만나기 어렵도다!” 과연 도 있는 군왕답게 곧 누이의 화장 도구와 의복과 머리 장식을 모두 유전에게 내려 마치 혼수처럼 하였다. 또 그에게 영구히 부역을 면제해 주는 어지를 내리고 누이를 데리고 돌아가게 하였다. 그 부부는 곧 계단 앞에서 은혜에 사례하고 기뻐하며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사람의 나고 죽음은 전생의 인연이라, 길고 짧음이 각기 정한 수명이 있도다. 유전은 과일을 바쳐 양세로 돌아왔고, 이취련은 시신을 빌려 환혼하였도다.
그 두 사람은 군왕에게 하직하고 곧장 균주성 안으로 가서 옛 집안과 자녀가 모두 무사함을 보고, 두 내외가 선한 과보를 드높인 일은 여기서 미루어 두겠다.
말하자면, 그 울지공이 황금과 은 한 창고를 가지고 하남 개봉부로 가서 상량을 찾아보니, 그는 본래 물을 팔아 살아가는 사람으로 아내 장씨와 함께 문 앞에서 검은 사발과 질그릇을 팔았으며, 돈을 벌면 노잣돈에 족한 만큼만 남기고 나머지는 스님께 공양하고 보시하여 금은 지전을 사서 창고에 기록하고 불살랐으므로 이런 선한 과보가 몸에 이르렀다. 양세간에서는 착한 일을 좋아하는 가난한 사내였으나 저승에서는 옥을 쌓고 금을 모은 장자였던 것이다. 울지공이 그 황금과 은을 문 앞에 가져다 놓자 상공과 상파는 혼이 날아가고 넋이 흩어질 지경이었으며, 게다가 본부 관리들까지 와서 초가집 밖에 수레와 말이 빽빽이 모이니, 늙은 내외는 어리석고 벙어리처럼 되어 땅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예배할 뿐이었다. 울지공이 말했다. “노인장, 일어나시오. 내가 비록 흠차 관리이기는 하나 우리 왕의 황금과 은을 가지고 와서 그대에게 돌려주는 것이오.” 그가 벌벌 떨며 대답하였다. “소인은 황금과 은을 빌려준 적이 없사온데, 어찌 감히 출처도 분명하지 않은 재물을 받겠사옵니까?” 울지공이 말했다. “나도 그대가 가난한 사내인 줄은 알았소. 다만 그대가 스님께 공양하고 보시하여 금은 지전을 사서 음사에 기록하고 불살랐으니 음사에 그대가 쌓아 둔 돈과 지폐가 있소. 우리 태종 황제께서 사흘 동안 죽었다가 환혼하여 다시 살아나셨는데, 일찍이 그 음사에서 그대의 황금과 은 한 창고를 빌리셨으므로 이제 그 수대로 따져 돌려주는 것이오. 그대는 하나하나 받아 두시오, 그러면 내가 가서 전지를 아뢸 수 있소.” 상량 내외는 하늘을 향해 예배할 뿐 감히 받지 못하며 말했다. “소인이 만약 이 황금과 은을 받는다면 곧 죽음이 앞당겨질 것이옵니다. 비록 종이를 태워 창고에 기록하였다 하나 이는 어둡고 아득한 일이온데, 하물며 만세 황제께서 저승에서 황금과 은을 빌리셨다는 데 무슨 증거가 있겠사옵니까? 소인은 결코 받지 못하겠사옵니다.” 울지공이 말했다. “폐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대의 물건을 빌린 데에는 최판관이 보증을 서 주었으니 증명할 수 있다 하셨소. 그대는 받으시오.” 상량이 말했다. “죽는다 하여도 감히 받지 못하겠사옵니다.” 울지공이 그가 애걸하며 굳이 사양하는 것을 보고 부득이 본을 갖추어 사람을 보내 계주하였다. 태종이 그 본을 보고 상량이 황금과 은을 받지 않음을 알았다. “이는 참으로 착하고 어진 장자로다!” 하고는 곧 전지를 내려 호경덕에게 명하여 그 황금과 은으로 그를 위하여 사원을 수리하고 생사를 세워 스님을 청하여 선한 일을 하게 하시니, 마치 그에게 갚는 것과 같았다. 전지가 이르자 경덕이 대궐을 바라보며 은혜에 사례하고 전지를 선포하니 뭇 사람이 모두 알았다. 이에 그 황금과 은으로 성안의 군민에게 지장이 없는 대지 한 구획을 사들였는데 둘레가 오십 묘나 되어 널찍하였으며, 그 위에 공사를 일으켜 사원을 세워 ‘칙건상국사’라 하였다. 왼쪽에는 상공과 상파의 생사가 있어 비석을 세우고 글자를 새겼으니 그 위에 ‘울지공이 감독하여 지었다’라 적혀 있었다. 지금의 대상국사가 바로 그것이다.
공사가 끝나자 돌아와 계주하였고 태종이 매우 기뻐하였다. 또다시 여러 신하를 모아 방을 붙여 스님을 모집하고 ‘수륙대회’를 열어 명부의 외로운 혼을 천도하게 하였다. 방이 천하에 두루 퍼지자 각지의 관리들이 도가 있는 고승을 추천하여 장안에 올라와 법회를 열게 하였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천하의 많은 스님이 모두 도착하였다. 당왕이 전지를 내려 태사승 부혁에게 고승을 가려 뽑아 불사를 열게 하였다. 부혁이 전지를 듣고 곧 상소를 올려 불교를 멈추게 하고 세상에 부처가 없다고 말하였다. 그 표문에 이르기를,
“서역의 법은 군신과 부자의 도리를 없애고 삼도육도로 어리석은 무리를 속여 어지럽히며, 지난 죄를 따지고 장래의 복을 엿보며 입으로 범어를 외워 요행히 죄를 면하려 하옵니다. 또 나고 죽고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은 본래 자연에 근본한 것이오며, 형벌과 은덕과 위엄과 복은 인군에게 매인 것이옵니다. 지금 세속의 무리들이 거짓으로 꾸며 모두 부처로 말미암는다 하옵니다. 오제와 삼왕 이래로 불법이 없었사오나 군주는 밝고 신하는 충성하여 나라의 복이 오래갔사옵니다. 한명제에 이르러서야 오랑캐의 신을 세웠사오나 서역의 승려들이 스스로 그 가르침을 전하였을 뿐이옵니다. 실로 오랑캐가 중국을 범한 것이오니 믿을 것이 못 되옵니다.”
태종이 그 말을 듣고 곧 이 표문을 여러 신하에게 던져 의논하게 하였다.
이때 재상 소우가 반열에서 나와 이마를 땅에 대고 아뢰었다. “불법은 여러 왕조로부터 일어나 선을 넓히고 악을 막으며 가만히 나라를 도왔으니 이치상 폐할 수 없사옵니다. 부처는 성인이시옵니다. 성인이 아닌 자에게는 법이 없사오니 청컨대 엄한 형벌을 내리소서.” 부혁이 논변하기를, 예의 근본은 어버이와 군주를 섬기는 데 있거늘 부처는 어버이를 등지고 집을 나가 필부의 몸으로 천자를 대적하고 대를 이은 몸으로 어버이를 거스른다 하였다. 소우는 빈 뽕나무에서 나지 않았으니 곧 아비 없는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요, 이른바 효도하지 않는 자에게는 어버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소우는 다만 두 손을 모아 말했다. “지옥을 설치한 것은 바로 이런 사람을 위한 것이외다.” 태종이 태복경 장도원과 중서령 장사형을 불러 불사를 열어 복을 짓는 일의 응함이 어떠한지 물었다. 두 신하가 대답하였다. “부처는 청정하고 어질고 너그러움에 있으며, 과보는 바르고 부처는 공하옵니다. 주무제가 삼교를 차례로 나누었사온데, 대혜선사는 그윽하고 멀리 비추는 것을 기리셨고, 여러 대의 공양에도 드러나지 않는 바가 없었으며, 오조는 투태하시고 달마는 모습을 나타내셨사옵니다. 예로부터 삼교는 지극히 높아 헐뜯을 수 없고 폐할 수 없다 하였사오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폐하께서 밝게 재결하소서.” 태종이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경들의 말이 이치에 맞는다. 다시 무슨 말을 하는 자가 있으면 죄를 주리라.” 이에 위징과 소우와 장도원에게 명하여 모든 부처를 청하고 큰 덕행을 지닌 이를 가려 단주로 삼아 도량을 세우게 하였다. 뭇 사람이 모두 머리를 조아려 은혜에 사례하고 물러갔다. 이때로부터 법률이 나왔으니 스님을 헐뜯거나 부처를 비방하는 자는 그 팔을 끊는다 하였다.
이튿날 세 조신이 뭇 스님을 모아 그 산천단에서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조사하여 가려 뽑았는데, 그중에서 덕행이 있는 고승 한 명을 뽑았다. 그가 누구인지 아는가?
영통한 본명은 금선이라 하였으나 부처의 설법을 마음에 두지 않아 속세로 몸을 옮겨 괴로움을 겪으며 세속에 태어나 그물에 걸렸도다. 투태하여 땅에 떨어지자마자 흉함을 만났고 나오기도 전에 이미 악당을 만났도다. 아버지는 해주의 진 장원이요, 외조부는 당조의 총관으로 조정의 어른이었도다. 태어날 때부터 명에 강물에 빠지는 별을 범하여 물결 따라 넓게 흘러갔도다. 바다 섬 금산에 큰 인연이 있어 천안 화상이 그를 길렀도다. 나이 열여덟에 친어머니를 알아보고 서울로 올라가 외조부를 찾았도다. 총관이 산을 열어 대군을 일으켜 홍주에서 도적을 토벌하였도다. 장원 광예는 하늘의 그물을 벗어나 부자가 서로 만나니 가히 축하할 만하도다. 다시 당금을 뵙고 인군의 은혜를 받아 능연각에 어진 이름이 울렸도다. 은혜로운 벼슬을 사양하고 스님이 되어 홍복의 사문으로서 도를 찾으려 하였도다. 어릴 적 이름은 강물에 떠돌던 옛 부처의 아이요, 법명은 진현장이라 불렀도다.
그날 뭇 사람 앞에서 현장 법사를 천거하였다. 이 사람은 어려서부터 스님이 되어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재를 지키고 계를 받들었다. 외조부는 조정의 총관을 지낸 은개산이었다. 아버지 진광예는 장원에 급제하여 문연전 대학사에 제수되었다. 그는 한마음으로 영화를 탐하지 않고 다만 닦고 지니는 적멸의 도를 좋아하였다. 그 근원을 조사해 보니 좋고 덕행도 높아, 천 가지 경전과 만 가지 전적에 통하지 않은 것이 없고 부처의 칭호와 신선의 음률에도 익숙하였다. 그때 세 사람이 그를 어전으로 인도하니 그는 먼지를 날리며 춤추듯 절하였다. 절을 마치고 아뢰었다. “신 소우 등은 성지를 받들어 고승 한 명 진현장을 가려 뽑았사옵니다.” 태종이 그 이름을 듣고 오래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학사 진광예의 아들 현장이냐?” 강물에 떠돌던 아이가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신이 바로 그 사람이옵니다.” 태종이 기뻐하며 말했다. “과연 천거한 것이 틀리지 않았도다. 참으로 덕행이 있고 선심이 있는 화상이로다. 짐이 그대에게 좌승강과 우승강과 천하대천도승강의 직을 내리노라.” 현장이 머리를 조아려 은혜에 사례하고 대천의 관작을 받았다. 또 오색으로 금을 짠 가사 한 벌과 비로모 한 개를 내렸다. 그리고 그에게 명하여 마음을 다해 밝은 스님을 예배하고 사리 반수를 차례대로 정하게 하고, 전지를 문서로 작성하여 화생사로 나아가 길한 날 좋은 시각을 가려 경법을 펴게 하였다.
현장이 다시 절하고 전지를 받들고 나와 화생사에 이르러 많은 스님을 모으고 선상을 만들며 공덕을 꾸미고 음악을 정리하였다. 크고 작은 밝은 스님을 모두 천이백 명 가려 뽑아 상중하 세 당에 나누어 배치하였다. 모든 부처 앞의 물건이 다 갖추어지고 낱낱이 차례가 있었다. 그해 구월 초삼일 황도의 좋은 때를 가려 사십구 일 동안의 ‘수륙대회’를 열게 되었다. 이에 곧 표문을 갖추어 아뢰니, 태종과 문무와 국척과 황친이 모두 그 기일에 맞추어 법회에 나아가 향을 집고 설법을 들었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용이 모인 정관 십삼년에 왕이 대중을 모아 경을 논하게 하였도다. 도량에서 무량한 법을 펴니 구름과 안개와 빛이 큰 원력의 감실에 올랐도다. 어명으로 은혜를 내려 높은 절을 닦으니 금선자가 껍질을 벗어 서쪽을 적시며 화하였도다. 선한 과보를 널리 베풀어 가라앉은 이를 건지고, 가르침을 받들어 앞뒤로 삼장을 널리 펴게 하였도다.
정관 십삼년, 세차는 기사이며 구월 갑술, 초삼일 계묘의 좋은 시각이었다. 진현장 대천 법사가 천이백 명의 고승을 모아 모두 장안성 화생사에서 여러 품의 묘한 경을 폈다. 그 황제는 조회를 마치고 문무 여러 신하를 거느리고 봉여와 용거를 타고 금란 보전을 떠나 곧장 절로 가서 향을 집었다. 그 어가의 모습이 어떠하였는지 아는가?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하늘 가득한 상서로운 기운이요, 만 갈래 길한 빛이로다. 어진 바람은 가볍게 흔들리고 덕화의 해는 유난히 곱도다. 천 명의 관리가 패옥을 차고 앞뒤로 나뉘며, 오위 군사가 깃발을 늘어놓아 양옆에 섰도다. 금 참외 창을 든 자와 도끼와 큰 창을 받든 자가 짝을 지었고, 붉은 사초와 어로의 향이 자욱하고 당당하도다. 용이 날고 봉이 춤추며 매가 천거되고 독수리가 날개 치도다. 성스러운 천자는 바르고 충의로운 대신은 어질도다. 큰 복은 천 년을 지나 순과 우를 넘고 태평은 만대에 요와 탕에 견주리로다. 또 굽은 자루 양산과 용이 감긴 도포가 빛을 주고받고, 옥 연환과 채색 봉황 부채에 상서로운 안개가 나부끼도다. 주관과 옥대와 자줏빛 인끈과 금 도장이로다. 어가를 호위하는 군사 천 대오와 수레를 부축하는 장수 두 줄이로다. 이 황제는 목욕하고 정성스레 부처를 존경하며 선한 과보에 귀의하여 기쁘게 향을 집었도다.
당왕의 대가가 일찍 절 앞에 이르렀다. 음악과 악기를 그치게 하고 수레에서 내려 여러 신하를 거느리고 부처께 절하고 향을 집었다. 세 바퀴를 돈 뒤 머리를 들어 바라보니 과연 좋은 도량이었다. 보니 이러하였다.
당기와 깃발이 나부끼고 보개가 빛을 날리도다. 당기와 깃발이 나부끼니 공중에 채색 노을이 흔들리고, 보개가 빛을 날리니 해를 비추어 붉은 번개가 꿰뚫도다. 세존의 금빛 상은 늠름하고 나한의 옥 얼굴은 위엄이 늠렬하도다. 병에는 신선의 꽃이 꽂히고 향로에는 단향과 강향을 사르도다. 병에 신선의 꽃이 꽂히니 비단나무가 빛나 보찰에 가득하고, 향로에 단향과 강향을 사르니 향 연기가 자욱하여 맑은 하늘까지 사무치도다. 철마다 새 과일이 붉은 쟁반에 쌓이고 별난 엿과 유과가 채색 상에 수북하도다. 고승이 늘어서서 참경을 외우며 원하건대 외로운 혼을 건져 고난을 벗어나게 하려 하도다.
태종과 문무가 모두 각각 향을 집고 부처의 금신께 절하고 나한을 참배하였다. 또 저 대천도강 진현장 법사가 뭇 스님을 이끌고 당왕을 둘러싸고 절하는 것을 보았다. 예가 끝나자 반을 나누어 각기 선정의 자리에 편안히 앉았다. 법사가 외로운 혼을 건지는 방문을 올려 태종에게 보였다. 그 방문에 이르기를,
“지극한 덕은 아득하고 선종은 적멸하도다. 청정하고 영통하여 삼계를 두루 흐르도다. 천변만화하여 음양을 통괄하도다. 체와 용이 진상하여 다함이 없도다. 저 외로운 혼을 보니 깊이 가엾이 여길 만하도다. 이에 태종의 거룩한 명을 받들어 여러 스님을 모아 뽑아 선을 참구하고 법을 강하게 하였도다. 방편의 문을 크게 열고 자비의 배와 노를 널리 저어 고해의 뭇 중생을 두루 건지며, 오래 앓는 병과 육취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도다. 참된 길로 인도하여 널리 혼돈을 누리게 하도다. 움직이고 그침이 없이 순수한 바탕으로 섞여 이루어지도다. 이 좋은 인연을 힘입어 청정한 도읍과 붉은 궐의 상을 받들게 하시고, 우리의 훌륭한 법회를 타고 지옥의 우리를 벗어나 일찍 극락에 올라 마음대로 소요하며 서방을 오가며 자재하게 하소서.”
시에 이르기를,
한 향로의 영원한 수명의 향이요, 몇 권의 초생의 기록이로다. 끝없는 묘한 법을 펴고 가없는 하늘 은혜를 입었도다. 원한과 업장이 다 소멸하고 외로운 혼이 모두 옥을 나왔도다. 원하건대 우리 나라를 지켜 맑고 태평한 만년의 복을 누리게 하소서.
태종이 보고 나서 마음이 흐뭇하였다. 뭇 스님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붉은 정성을 세워 불사에 조금도 게을리하지 말라. 훗날 공이 이루어져 다 갖추어지면 각기 복이 돌아갈 곳이 있을 것이니, 짐이 마땅히 후히 상을 내려 결코 헛수고하게 하지 않으리라.” 그 천이백 명의 스님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려 사례하였다. 그날 세 번의 재가 끝나자 당왕이 돌아갔다. 칠 일 뒤의 정기 법회를 기다려 다시 향을 청하기로 하였다. 때마침 날빛이 저물어 가니 여러 관리가 모두 물러갔다. 그 저녁이 얼마나 좋았는지 아는가? 그대는 저것을 보라.
만 리 긴 하늘에 어스름한 빛이 지고 돌아가는 갈까마귀 몇 점이 내려와 쉬도다. 온 성에 등불이 켜지고 인적이 고요하니 바로 선승이 선정에 드는 때로다.
하룻밤 저녁 풍경은 여기서 기록하였다. 이튿날 아침 법사가 다시 법좌에 올라 뭇 사람을 모아 경을 외운 일은 미루어 두겠다.
말하자면, 남해 보타산 관세음보살이 여래의 뜻을 받들고 장안성에서 취경할 선한 사람을 찾았으나 날이 오래도록 덕행 있는 이를 만나지 못하였다. 문득 태종이 선한 과보를 드높이며 고승을 가려 대회를 열었다 함을 듣고, 또 단주가 바로 강물에 떠돌던 화상으로 극락에서 내려온 부처의 아들이며 자기손으로 길러 투태시킨 장로임을 보고, 보살은 몹시 기뻐하여 부처가 내린 보배를 받들고 장대거리로 나아가 목타와 함께 팔았다. 그가 무슨 보배인지 아는가? 비단으로 짠 기이한 가사 한 벌과 아홉 고리를 두른 석장이 있었고, 또 금긴금 세 고리도 있었으나 남몰래 감추어 뒷날을 기다렸다. 가사와 석장만 내다 팔았다. 장안성 안에는 뽑히지 못한 어리석은 스님들이 더러 있어 촌스러운 돈푼이나 가졌는데, 보살이 옴과 문드러진 모습으로 헤진 옷을 입고 맨발에 머리를 깎은 채 가사가 곱게 빛을 내는 것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 물었다. “저 문드러진 화상, 네 가사는 얼마에 팔겠느냐?” 보살이 말했다. “가사는 값이 오천 냥이요, 석장은 값이 이천 냥이니라.” 그 어리석은 스님이 웃으며 말했다. “이 두 문드러진 화상은 미친놈이로다! 이 거친 물건으로 칠천 냥의 은을 받겠다니, 몸에 걸치면 장생불로하고 성불하여 조사가 된다 한들 이런 값은 되지 못하리라! 가져가라! 팔지 못하겠다!” 보살은 더욱 다투지 않고 목타와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한참을 걸어 동화문 앞에 이르니 마침 재상 소우가 조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라 뭇 앞잡이들이 길을 열게 하며 소리쳤다. 보살은 피하지 않고 거리에서 가사를 들고 곧장 재상을 맞이하였다. 재상이 말을 멈추고 살펴보니 가사가 곱게 빛을 내는지라, 부하에게 그 가사를 파는 이의 값을 묻게 하였다. 보살이 말했다. “가사는 오천 냥을 달라 하고 석장은 이천 냥을 달라 하느니라.” 소우가 말하였다. “무슨 좋은 점이 있기에 이렇게 높은 값을 부르시오?” 보살이 말했다. “가사에는 좋은 점도 있고 좋지 않은 점도 있으며, 돈을 받을 곳도 있고 돈을 받지 않을 곳도 있느니라.” 소우가 말하였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좋지 않소?” 보살이 말했다. “나의 가사를 걸치면 침륜에 들지 않고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며 독한 재앙을 만나지 않고 호랑이와 이리의 화를 만나지 않으니 이것이 좋은 점이니라. 그러나 음란을 탐하고 재앙을 즐기는 어리석은 스님, 재를 지키지 않고 계를 지니지 않는 화상, 경을 헐뜯고 부처를 비방하는 범부는 나의 가사를 보기 어려우니 이것이 좋지 않은 점이니라.” 또 물었다. “무엇이 돈을 받고 무엇이 돈을 받지 않는 것이오?” 보살이 말했다. “불법을 따르지 않고 삼보를 공경하지 않으며 억지로 사려는 자에게는 반드시 칠천 냥을 받으리니 이것이 돈을 받는 것이니라. 삼보를 공경하고 선한 일을 보고 함께 기뻐하며 나의 부처에 귀의하여 능히 감당할 자에게는 내가 가사와 석장을 기꺼이 보내어 선한 인연을 맺으리니 이것이 돈을 받지 않는 것이니라.” 소우가 그 말을 듣고 봄빛이 갑절로 더하여 그가 좋은 사람임을 알았다. 곧 말에서 내려 보살과 예를 갖추고 입으로 불렀다. “대법장로시여, 저 소우의 죄를 용서하소서. 우리 대당 황제께서는 매우 선을 좋아하시어 조정의 문무가 모두 받들어 행하지 않는 이가 없사옵니다. 지금 ‘수륙대회’를 열고 있사온데, 이 가사가 바로 대천 진현장 법사께 걸치게 할 만하옵니다. 나와 함께 조정에 들어가 폐하를 뵙고 오시지요.”
보살이 기꺼이 따라 걸음을 돌려 곧장 동화문 안으로 들어갔다. 황문관이 이를 아뢰니 전지를 받들어 보전으로 인도되었다. 소우가 두 문드러진 스님을 인도하여 계단 아래에 섰다. 당왕이 물었다. “소우는 무슨 일로 와서 아뢰는가?” 소우가 계단 앞에 엎드려 아뢰었다. “신이 동화문 앞을 나서다 우연히 두 스님을 만났사온데 이는 가사와 석장을 파는 이들이옵니다. 신이 생각하건대 법사 현장이 이 옷을 걸칠 만하옵기에 스님들을 인도하여 뵙게 하였사옵니다.” 태종이 크게 기뻐하며 곧 그 가사의 값이 얼마인지 물었다. 보살과 목타는 계단 아래에 모시고 섰으나 다시 예를 갖추지 않고 가사의 값을 물음에 대답하였다. “가사는 오천 냥이요, 석장은 이천 냥이옵니다.” 태종이 말했다. “그 가사에 무슨 좋은 점이 있기에 이렇게 많은 값이 되는가?” 보살이 말했다.
“이 가사는 용이 한 오라기를 걸치면 큰 붕새에게 삼켜지는 재앙을 면하고, 학이 한 가닥을 걸치면 범속을 뛰어넘어 성인이 되는 묘함을 얻느니라. 앉는 곳마다 만 신이 조례하고, 몸을 움직일 적마다 일곱 부처가 몸에 따르느니라.
이 가사는 얼음 누에가 실을 뽑아 만들고 교묘한 장인이 뒤흔들어 실을 이룬 것이니라. 선녀가 짜고 신녀가 베틀로 이루었으며, 네모 다발을 모아 꽃을 수놓아 꿰매고 조각조각 서로 도와 비단을 쌓아 짰느니라. 영롱하게 흩어진 조각으로 장식을 겨루어 꽃을 이루고 빛이 밝고 광채가 떠올라 보배로운 고움을 뿜느니라. 걸치면 온몸에 붉은 안개가 감돌고 벗으면 한 조각 채색 구름이 날아가느니라. 삼천의 문 밖으로 원광이 투과하고 오악의 산 앞에 보배로운 기운이 일어나느니라. 겹겹이 서번련을 박아 넣고 환하게 구슬을 드리워 별자리 모양을 이루었느니라. 네 모퉁이에는 야명주가 있고 꼭대기에는 한 알의 조모록이 있느니라. 비록 온몸을 온전히 비추지는 못하나 생광하는 여덟 보배가 모여 있느니라.
이 가사는 한가할 때는 접어 두고 성인을 만나야 비로소 걸치느니라. 한가할 때 접어 두면 천 겹으로 싸도 무지개가 투과하고, 성인을 만나 걸치면 모든 하늘의 신과 귀신이 놀라 두려워하느니라. 위에는 여의주와 마니주와 벽진주와 정풍주가 있고, 또 붉은 마노와 자줏빛 산호와 야명주와 사리자가 있느니라. 달을 훔쳐 흰빛을 스며들였고 해와 다투어 붉음을 뽐내느니라. 가닥가닥 신선의 기운이 하늘에 가득하고 송이송이 상서로운 빛이 성인을 받드느니라. 신선의 기운이 하늘에 가득하여 천관을 꿰뚫어 비추고 상서로운 빛이 성인을 받들어 세계에 그림자를 드리우느니라. 산천을 비추니 호랑이와 표범이 놀라고 해도를 비추니 물고기와 용이 움직이느니라. 가장자리를 따라 두 줄의 금을 새긴 자물쇠가 있고, 깃을 두드리면 연환이 백옥으로 이어져 있느니라.
시에 이르기를,
삼보가 높고 높아 도를 가히 존중할 만하고 사생육도가 모두 논평되었도다. 마음을 밝혀 인천의 법을 기르는 것을 알고 성품을 보아 지혜의 등불을 능히 전하였도다. 몸을 보호하는 장엄한 금세계요 몸과 마음이 청정하기가 옥호의 얼음 같도다. 부처가 가사를 제정한 뒤로 만 겁에 누가 감히 스님을 끊으랴.”
당왕이 그 보전 위에서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또 물었다. “그 화상, 구환석장에는 무슨 좋은 점이 있는가?” 보살이 말했다. “나의 이 석장은 바로 저것이니라.
구리로 감싸고 쇠로 만든 아홉 연환에 아홉 마디 신선의 등나무가 영원히 얼굴을 머물게 하도다. 손에 들면 푸른 뼈 여윈 꼴을 보기 싫어하고, 산을 내려갈 때 가볍게 흰 구름을 띠고 돌아오도다. 마하오조는 하늘의 궐을 노닐었고 나복은 어머니를 찾아 지옥의 관문을 부수었도다. 붉은 속세의 티끌 한 점도 물들지 않아 신선한 스님과 함께 옥산에 오르기를 기뻐하도다.”
당왕이 그 말을 듣고 가사를 펼쳐 자세히 보게 하니 과연 좋은 물건이었다. 말했다. “대법장로여, 실로 그대를 속이지 않겠노라. 짐이 이제 선한 가르침을 크게 열어 복의 밭을 널리 심고 있으며, 저 화생사에서 많은 스님을 모아 경법을 펴고 있노라. 그중 큰 덕행을 지닌 이가 있으니 법명은 현장이라 한다. 짐이 그대의 이 두 보배를 사서 그에게 주어 쓰게 하려 하니, 그대는 정말 값을 얼마를 받으려 하는가?” 보살이 그 말을 듣고 목타와 함께 두 손을 모아 귀의하고 부처의 명호를 부르고는 몸을 굽혀 아뢰었다. “덕행이 있다 하시니 빈승이 기꺼이 그에게 보내려 하오며 결코 돈을 받지 않겠사옵니다.” 말을 마치고 몸을 빼어 가려 하였다. 당왕이 급히 소우를 시켜 붙잡게 하고는 몸을 굽혀 보전 위에 서서 물었다. “그대는 본래 가사가 오천 냥, 석장이 이천 냥이라 하더니, 짐이 사려 하는 것을 보고는 돈을 받지 않겠다 하니, 설마 짐이 군주의 자리를 믿고 억지로 그대의 물건을 빼앗으려 한다고 여기는 것이냐? — 결코 그런 이치는 없느니라. 짐이 그대의 본래 값대로 갚아 주리니, 사양하지 말라.” 보살이 손을 들어 말했다. “빈승이 앞서 세운 서원이 있어, 삼보를 공경하고 선한 일을 보고 함께 기뻐하며 나의 부처에 귀의하는 이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기꺼이 보내겠다 하였사옵니다. 이제 폐하께서 밝은 덕으로 선을 그치게 하시고 우리 불문을 공경하시며, 하물며 고승이 덕행을 지녀 대법을 널리 펴시니 마땅히 받들어 올려야 하오며 결코 돈을 받지 않겠사옵니다. 빈승은 원하건대 이 물건을 남겨 두고 하직하고 돌아가겠사옵니다.” 당왕이 그가 이처럼 간절한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이에 광록시에 명하여 소찬 잔치를 크게 벌여 사례하게 하였다. 보살이 또 굳이 사양하여 받지 않고 상쾌하게 떠나갔다. 여전히 도토지묘 안에 숨어 지낸 일은 미루어 두겠다.
말하자면, 태종이 한낮의 조회를 열고 위징에게 전지를 받들고 현장을 조정으로 불러들이게 하였다. 그 법사는 마침 뭇 사람을 모아 단에 올라 경을 외우고 게송을 읽고 있었는데, 전지가 있음을 듣고 곧 단에서 내려 옷을 정돈하고 위징과 함께 어가를 뵈러 갔다. 태종이 말했다. “선한 일을 증득하는 데 법사가 수고하였으나 사례할 물건이 없었노라. 아침에 소우가 두 스님을 만났는데, 비단으로 짠 기이한 보배 가사 한 벌과 아홉 고리의 석장 하나를 보내려 하였다. 이제 특별히 법사를 불러 가서 받아 쓰게 하려 하노라.” 현장이 머리를 조아려 은혜에 사례하였다. 태종이 말했다. “법사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걸쳐 입고 짐에게 보여 다오.” 장로가 곧 가사를 펼쳐 몸에 걸치고 석장을 손에 쥐고 계단 앞에 모시고 섰다. 군신이 낱낱이 기뻐하였다. 참으로 여래의 부처의 아들이었다. 그대는 그를 보라.
늠름한 위엄과 아담한 얼굴에 부처의 옷이 몸에 꼭 맞아 마치 재단하여 지은 듯하도다. 빛이 곱게 빛나 건곤에 가득하고 맺힌 채색이 어지러이 우주에 엉기었도다. 환한 명주가 위아래로 늘어서고 겹겹 금실이 앞뒤로 꿰였도다. 도라가 네 면의 비단 가장자리를 이루고 만 가지 기이한 것이 비단 수놓은 것을 깔았도다. 여덟 보배로 장식한 꽃이 단추실을 묶고 금 고리가 깃을 잡아 벨벳 단추를 걸었도다. 부처의 하늘과 크고 작은 것이 높낮이로 늘어서고 별자리의 높고 낮음이 좌우로 나뉘었도다. 현장 법사는 큰 인연이 있어 눈앞의 이 물건을 감당할 만하도다. 흡사 극락의 살아 있는 아라한 같고 서방의 참으로 깨달은 수려함을 능가하도다. 석장이 딩동 울리며 아홉 고리를 다투고, 비로모가 비추어 풍성하기 그지없도다. 참으로 부처의 아들이라 헛되이 전하여진 것이 아니요, 보리보다 나아서 거짓도 틀림도 없도다.
때마침 문무가 계단 앞에서 갈채를 보내니 태종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였다. 곧 법사에게 가사를 걸치고 보배 지팡이를 쥐게 하고, 또 두 대오의 의장을 내려 여러 신하에게 조정 문 밖까지 배웅하게 하며, 그에게 큰길에서 행차를 펴고 절로 들어가게 하니 마치 장원에 급제한 사람이 관직을 뽐내는 것과 같았다. 이렇게 가는 데에 현장이 다시 절하여 은혜에 사례하고 그 큰길에서 우렁차고 요란하게 흔들흔들 걸어갔다. 그대는 저 장안성 안의 행상과 좌상, 공자와 왕손, 묵객과 문인, 큰 남자와 작은 여자가 다투어 구경하며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음을 보라. 모두 말했다. “좋은 법사로다! 참으로 살아 있는 나한이 내려오시고 살아 있는 보살이 속세에 임하신 것이로다.” 현장이 곧장 절에 이르니 스님들이 선상에서 내려와 맞이하였다. 그가 가사를 걸치고 석장을 쥔 것을 한 번 보자 모두 지장왕이 오셨다 하며 각기 귀의하여 좌우에 모셔 섰다. 현장이 전각에 올라 향을 사르고 부처께 예배하고 또 뭇 사람에게 은혜를 감격하여 아뢰기를 마치니 각기 선좌로 돌아갔다. 또 어느새 붉은 해가 서쪽으로 지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바로 그때였다.
해가 지니 안개가 풀과 나무를 감싸고 도성에 종과 북이 비로소 울리도다. 뎅뎅 세 번 울리자 사람의 다님이 끊기고 앞뒤 거리가 고요하도다. 높은 절에는 등불이 휘황하고 외로운 마을은 쓸쓸하여 소리 없도다. 선승이 선정에 들어 남은 경을 다스리니 바로 마를 단련하고 성품을 기르기 알맞도다.
세월이 손가락을 튕기듯 지나 마침내 칠 일째의 정기 법회가 되었다. 현장이 또 표문을 갖추어 당왕에게 향을 청하였다. 이때 선한 명성이 천하에 두루 가득하였다. 태종이 곧 어가를 갖추어 문무 여러 신하와 후비와 국척을 거느리고 일찍 절에 나아갔다. 그 성안의 사람들은 크고 작음과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절에 나아가 설법을 들었다. 그때 보살이 목타에게 말했다. “오늘이 수륙의 정기 법회이니, 한 번의 칠일로 칠칠 사십구 일을 이어 가는 것이 가하리라. 나와 그대는 여러 사람들 틈에 섞여 들자. 첫째는 저 법회가 어떠한지 보고, 둘째는 금선자가 과연 복이 있어 나의 보배를 걸칠 수 있는지 보고, 셋째는 그가 강하는 것이 어느 문의 경법인지도 들어 보자.” 두 사람은 이에 절로 들어갔다. 참으로 인연이 있어 옛 아는 이를 만나게 되었고, 반야는 다시 본래의 도량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절 안에 들어가 살펴보니 참으로 천조 대국의 모습이요 과연 사바보다 나았으며, 기원과 사위국을 능가하고 높은 절과 초제에도 못지않았다. 그 한 줄기의 신선 음악이 맑게 울리고 부처의 명호가 왁자하게 들렸다. 이 보살이 곧장 다보대 곁에 이르니 과연 지혜 밝은 금선자의 모습이었다.
시에 이르기를,
만상이 맑고 밝아 티끌 한 점 없고 대법회에 현장이 높은 대에 앉았도다. 초생의 외로운 혼이 어둠 속에서 이르고 법 듣는 높은 무리가 저자에서 올라왔도다. 물건을 베풀어 기에 응하니 마음의 길이 멀고 나고 죽음이 뜻대로 되어 감춘 문이 열렸도다. 마주 보며 무량한 법을 강하니 늙은이와 어린이가 저마다 기쁜 마음을 놓았도다.
또 시에 이르기를,
인하여 법계의 강당을 노닐다가 서로 아는 이를 만나니 속됨이 같지 않았도다. 눈앞의 천만 가지 일을 다 말하고 또 티끌 같은 겁의 허다한 공을 논하였도다. 법의 구름이 너울너울 뭇 산을 펴고 가르침의 그물이 펼쳐져 온 하늘에 가득하도다. 인생을 점검하여 착한 생각으로 돌아가게 하니, 어지러이 하늘에서 꽃비가 붉게 내리도다.
그 법사가 대 위에서 한동안 《수생도망경》을 외우고 《안방천보전》을 이야기하고 또 《권수공권》을 펴 읽었다. 이 보살이 앞으로 나아가 보배 대를 치며 엄한 소리로 높이 외쳤다. “저 화상, 그대는 소승의 교법만 말할 줄 알고 대승도 말할 줄 아는가?” 현장이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여 몸을 뒤집어 대에서 뛰어내려 보살을 향하여 손을 모으고 말했다. “노사부님, 제자가 우러러 뵙지 못하여 죄가 많사옵니다. 지금까지 뭇 스님을 이끌고 있는 이들이 모두 소승의 교법을 강하였사오니, 대승의 교법이 어떠한지는 알지 못하옵니다.” 보살이 말했다. “그대의 이 소승 교법은 죽은 이를 건져 초생하게 하지 못하고 다만 세속과 어울려 빛을 감출 뿐이니라. 나에게는 대승불법 삼장이 있어 능히 죽은 이를 건져 하늘에 오르게 하고 능히 어려운 이를 건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며 능히 무량한 수명의 몸을 닦고 능히 오지도 가지도 않음을 지을 수 있느니라.”
바로 강하고 있는 판에 향을 맡은 순당관이 급히 당왕에게 아뢰었다. “법사가 묘한 법을 강하고 있는데 두 문드러진 떠돌이 스님이 끌어내려 함부로 헛소리를 하였사옵니다.” 왕이 명하여 잡아 오게 하니 많은 사람이 두 스님을 밀어 몰아 뒤의 법당으로 들어왔다. 태종을 뵙고도 그 스님은 손도 들지 않고 절도 않은 채 얼굴을 들어 말했다. “폐하께서 저에게 무슨 일을 물으시는 것이옵니까?” 당왕이 그를 알아보고 말했다. “그대는 며칠 전 가사를 보낸 화상이 아니냐?” 보살이 말했다. “바로 그렇사옵니다.” 태종이 말했다. “그대가 이곳에 와서 설법을 들으려 하였으면 재나 먹고 말 것이지, 어찌 나의 법사와 함부로 이야기하여 경당을 어지럽히고 불사를 그르치는가?” 보살이 말했다. “그대의 법사가 강한 것은 소승 교법이라 죽은 이를 건져 하늘에 오르게 하지 못하느니라. 나에게는 대승불법 삼장이 있어 능히 죽은 이를 건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수명의 몸을 무너지지 않게 할 수 있느니라.” 태종이 얼굴을 바로 하고 기뻐 물었다. “그대의 대승불법은 어디에 있는가?” 보살이 말했다. “큰 서쪽 하늘 천축국 대뢰음사 우리 부처 여래의 처소에 있으니, 능히 백 가지 원한의 매듭을 풀고 능히 뜻밖의 재앙을 소멸하느니라.” 태종이 말했다. “그대는 기억할 수 있는가?” 보살이 말했다. “나는 기억하느니라.” 태종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법사를 시켜 인도하여 올라가게 하고 청컨대 높은 대에 올라 강하게 하라.”
그 보살이 목타를 데리고 높은 대로 날아올라 마침내 상서로운 구름을 밟고 곧장 구천에 이르러 고통을 구제하는 본래의 몸을 나타내니, 정병과 버들가지를 받들었도다. 왼쪽에는 목타 혜안이 있어 몽둥이를 잡고 정신을 떨치도다. 당왕을 기쁘게 하여 하늘을 향해 예배하게 하고, 뭇 문무는 땅에 꿇어 향을 사르도다. 온 절 안의 스님과 비구니와 도사와 속인, 선비와 장인과 상인 가운데 예배하고 빌지 않는 이가 하나도 없었도다. “좋은 보살이시로다! 좋은 보살이시로다!” 이를 증명하는 곡조가 있으니, 그 모습을 보니 이러하였다.
상서로운 안개가 어지러이 흩어지고 길한 빛이 법신을 감싸도다. 구천의 빛나는 은하 속에 여진인이 나타나셨도다. 그 보살은 머리에 금잎 단추에 비취꽃을 깔고 금빛을 내며 예리한 기운을 뿜는 구슬 영락을 이고, 몸에는 엷은 빛깔에 옅게 단장하고 금룡을 감고 채색 봉황이 나는 맺은 소박한 푸른 도포를 입었으며, 가슴에는 달을 향해 밝고 맑은 바람에 춤추며 여러 보배 구슬에 비취옥을 모은 향기로운 패옥을 걸었도다. 허리에는 얼음 누에의 실로 금 테두리를 짜고 채색 구름에 올라 요해를 재촉하는 비단 융치마을 매었도다. 앞에는 또 동쪽 바다를 날고 온 세상을 노니는 은혜를 감사하고 효를 행하는 누런 털 붉은 부리 흰 앵무새를 거느렸도다. 손에는 은혜를 베풀어 세상을 구제하는 보배 병을 받들었고, 병 속에는 푸른 하늘에 뿌리고 큰 악을 흩으며 남은 안개를 쓸어 버리는 버들가지를 꽂았도다. 옥 고리가 수놓은 단추를 꿰고 금 연꽃이 발 아래 깊도다. 삼천에 출입을 허락받았으니, 이라야 바로 고통을 구제하고 어려움을 구제하는 관세음이로다.
당태종을 기쁘게 하여 강산을 잊게 하고, 문무관을 사랑하게 하여 조회의 예를 잃게 하였으며, 많은 사람이 모두 ‘나무관세음보살’을 염송하였다. 태종이 곧 전지를 내려 교묘한 화가에게 보살의 진짜 모습을 그리게 하였다. 전지가 내리자 신과 성인을 그리는 데 안목이 밝은 오도자를 가려 뽑았으니, 이 사람이 바로 훗날 능연각에 공신을 그린 이였다. — 그때 묘한 붓을 펼쳐 진짜 모습을 그려내었다. 그 보살의 상서로운 구름이 점점 멀어져 순식간에 금빛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저 반공중에서 데구루루 한 장의 쪽지가 떨어졌는데, 그 위에 몇 구절의 송자가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송자에 이르기를,
“예로 대당 군주께 올리노니 서방에 묘한 글이 있도다. 노정은 십만 팔천 리요, 대승을 받들어 나아가 은근히 청하도다. 이 경을 상국으로 가져오면 능히 귀신을 건져 무리에서 빼내리라. 만약 가기를 원하는 이가 있으면 바른 과보와 금신을 구하리라.”
태종이 송자를 보고 곧 뭇 스님에게 명하였다. “잠시 이 법회를 걷어 두라. 내가 사람을 보내어 대승경을 가져오게 한 뒤에 다시 정성을 세워 선한 과보를 거듭 닦으리라.” 뭇 관리가 따르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때 절 안에서 물었다. “누가 짐의 전지를 받들어 서쪽 하늘에 가 부처께 예배하고 경을 구하려 하는가?” 묻기가 끝나기 전에 곁에서 법사가 뛰어나와 황제 앞에 예를 갖추고 말했다. “빈승은 재주가 없사오나 원하건대 개와 말의 수고를 본받아 폐하를 위하여 진경을 구해 오고 우리 왕의 강산이 영원히 견고하기를 빌고자 하옵니다.” 당왕이 크게 기뻐하여 앞으로 나아가 어수로 그를 일으키며 말했다. “법사가 과연 이 충성과 어짊을 다할 수 있다면 노정이 멀고 산천을 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니, 짐이 기꺼이 그대와 형제를 맺으리라.” 현장이 머리를 조아려 은혜에 사례하였다. 당왕이 과연 어질고 덕이 있어 곧 그 절의 부처 앞에 가서 현장과 네 번 절을 하고 입으로 ‘어진 아우 성승’이라 불렀다. 현장이 감사함을 다하지 못하여 말했다. “폐하, 빈승이 무슨 덕이며 무슨 재주가 있기에 감히 하늘 은혜를 이처럼 입겠사옵니까? 이번에 한번 떠나면 반드시 몸을 버리고 힘을 다하여 곧장 서쪽 하늘에 이르겠사옵니다. 만약 서쪽 하늘에 이르지 못하고 진경을 얻지 못한다면 죽는다 하여도 감히 나라로 돌아오지 않아 영원히 침륜지옥에 떨어지겠사옵니다.” 이에 곧 부처 앞에서 향을 집어 맹세하였다. 당왕이 매우 기뻐하여 곧 어가를 돌려보내라 명하고 좋은 길일을 가려 문서를 내어 길을 떠나게 하였으며, 이에 어가가 돌아가고 각기 흩어졌다.
현장도 홍복사로 돌아갔다. 본사의 스님과 몇몇 제자가 취경한다는 말을 듣고 다투어 와서 만나 보았다. 이에 물었다. “서쪽 하늘에 가겠다고 서원을 세웠다니 실로 그러하냐?” 현장이 말했다. “실로 그러하다.” 그의 제자가 말했다. “사부님, 일찍이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서쪽 하늘은 길이 멀고 호랑이와 표범과 요괴가 많다 하오니, 가면 돌아오지 못할까 두렵사오며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울까 하옵니다.” 현장이 말했다. “나는 이미 큰 서원을 세웠으니 진경을 취하지 못하면 영원히 침륜지옥에 떨어지리라. 대저 왕의 은총을 입었으니 부득이 충성을 다해 나라에 보답할 뿐이다. 이번 길은 참으로 아득하여 길흉을 정하기 어렵도다.” 또 말했다. “제자들아, 내가 떠난 뒤에 혹 삼 년이나 이 년, 혹 오 년이나 칠 년 뒤에 저 산문 안의 소나무 가지 끝이 동쪽을 향하는지만 보아라. 그러면 내가 곧 돌아오리라. 그렇지 않으면 결코 돌아오지 않으리라.” 뭇 제자가 이 말을 간절히 명심하여 기록하였다.
이튿날 아침, 태종이 조회를 열어 문무를 모으고 취경의 문첩을 써서 통행 보배 인장을 찍었다. 흠천감이 아뢰었다. “오늘은 인전의 길성이 있사오니 먼 길을 떠나기에 마땅하옵니다.” 당왕이 크게 기뻐하였다. 또 황문관이 “어진 아우 법사께서 조정 문 밖에서 전지를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하고 아뢰었다. 이에 곧 보전으로 불러 올려 말했다. “어진 아우여, 오늘이 길을 떠나기에 좋은 날이다. 이것이 통관문첩이다. 짐이 또 자금발우 하나를 주어 가는 길에 재를 얻는 데 쓰게 하노라. 다시 먼 길을 가는 종자 둘과 은으로 꾸민 말 한 필을 주어 먼 길의 발이 되게 하노라. 그대는 이로써 길을 떠나라.” 현장이 크게 기뻐하여 곧 은혜에 사례하고 물건을 받들어 가지고 머무를 뜻이 없었다. 당왕이 어가를 갖추어 여러 신하와 함께 관문 밖까지 전송하니, 홍복사 스님과 제자들이 현장의 여름옷과 겨울옷을 관문 밖에 가져다 놓고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 당왕이 이를 보고 먼저 행장과 말을 수습하게 하고, 그런 뒤 관리에게 명하여 술병을 들고 술을 따르게 하였다. 태종이 잔을 들어 또 물었다. “어진 아우의 아호는 무엇이라 부름이 마땅하겠는가?” 현장이 말했다. “빈승은 출가한 사람이라 감히 호를 부르지 못하옵니다.” 태종이 말했다. “그때 보살이 말하기를 서쪽 하늘에 삼장의 경이 있다 하였다. 어진 아우는 경을 가리켜 호를 취하여 ‘삼장’이라 부르는 것이 어떠한가?” 현장이 또 은혜에 사례하고 어주를 받아 들며 말했다. “폐하, 술은 스님의 첫 번째 계율이옵니다. 빈승은 사람이 된 이래 술을 마실 줄 모르옵니다.” 태종이 말했다. “오늘의 이 길은 다른 일과 다르다. 이는 소주이니 다만 이 한 잔만 마셔 짐이 전송하는 뜻을 다하게 하라.” 삼장이 감히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술을 받아 들고 막 마시려 할 때, 문득 태종이 머리를 숙여 어수로 한 줌의 티끌을 집어 술에 튀겨 넣는 것을 보았다. 삼장이 그 뜻을 알지 못하였다. 태종이 웃으며 말했다. “어진 아우여, 이번에 한번 떠나 서쪽 하늘에 이르면 몇 해 만에 돌아올 수 있겠는가?” 삼장이 말했다. “삼 년 안에 곧장 상국으로 돌아오겠사옵니다.” 태종이 말했다. “날이 오래고 해가 깊으며 산이 멀고 길이 멀도다. 어진 아우는 이 술을 마시라. 차라리 고향의 한 줌 흙을 그리워할지언정 타향의 만 냥 금을 사랑하지 말라.” 삼장이 이에야 티끌을 넣은 뜻을 깨닫고 다시 은혜에 사례하고 다 마신 뒤 하직하고 관문을 나가 떠났다. 당왕도 어가를 돌려 돌아갔다.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