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이르기를,
대유의 당왕이 칙서를 내려 봉하고 흠차 현장은 선종을 물었도다. 굳은 마음으로 갈고 닦아 용의 굴혈을 찾았으며, 뜻을 다해 닦고 지녀 취봉에 올랐도다. 변방을 멀리 유람하여 몇 나라를 지났는지 모르고, 구름 깊은 산을 앞서 몇 만 겹이나 거듭 넘었도다. 이제부터 수레를 돌려 서쪽으로 향하여 가니, 가르침을 받들어 지니고 마침내 대공을 깨닫게 되리로다.
말하자면, 삼장은 정관 13년 9월 보름 전 사흘에 당왕과 여러 관리들의 배웅을 받으며 장안 성문 밖으로 나섰다. 하루 이틀 말발굽이 잠시도 멈추지 않아 이내 법문사에 이르렀다. 이 절의 주지인 상방 장로가 오백여 명의 승려를 거느리고 양쪽으로 늘어서서 그를 안으로 맞이하여 서로 만나 차를 올렸다. 차를 마신 뒤에는 공양을 들였다. 공양을 마치자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바로 이러하였다.
그림자가 흔들리니 은하수가 가까워지고, 달빛은 밝아 티끌 한 점 없도다. 기러기 소리는 먼 하늘에서 울리고, 다듬잇돌 소리는 서쪽 이웃에서 울리도다. 돌아가는 새는 마른 나무에 깃들고, 선승은 범음을 외우도다. 부들방석 한 평상 위에 앉아 밤이 반쯤 나뉠 때까지 앉아 있도다.
뭇 승려들이 등불 아래에서 불문의 정한 뜻과 서천에 가서 경을 취해 오는 연유를 의논하였다. 어떤 이는 물이 멀고 산이 높다 하였고, 어떤 이는 길에 호랑이와 표범이 많다 하였으며, 어떤 이는 험한 고개와 깎아지른 벼랑을 건너기 어렵다 하였고, 어떤 이는 독한 마귀와 사나운 괴물을 항복시키기 어렵다 하였다. 삼장은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으며 다만 손가락으로 제 마음을 가리키고 몇 번이나 머리를 끄덕였다. 뭇 승려들이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여 합장하고 청하였다. “법사께서 마음을 가리키시고 머리를 끄덕이신 것은 어인 일이니이까?” 삼장이 대답하였다. “마음이 생기면 가지가지 마귀가 생기고, 마음이 사라지면 가지가지 마귀가 사라지나이다. 저 제자는 일찍이 화생사에서 부처 앞에 큰 서원을 세웠사오니, 이 마음을 다하지 않을 수 없나이다. 이번에 가면 반드시 서천에 이르러 부처를 뵙고 경을 구하여 우리 법륜을 굴리게 하고, 원하건대 성주께서 황도를 길이 굳게 하시기를 바라나이다.” 뭇 승려들이 이 말을 듣고 사람마다 칭송하며 저마다 떠들어 모두 한 소리로 외쳤다. “충심과 붉은 담력의 대천법사님이로다!” 칭찬이 그치지 않았고, 마침내 스승을 청하여 평상에 오르게 하고 편안히 잠들게 하였다.
이윽고 다시 대나무를 두드리니 지는 달이 지고 닭이 울자 새벽 구름이 일었다. 뭇 승려들이 일어나 차와 물과 아침 공양을 마련하였다. 현장이 마침내 가사를 입고 정전에 올라 부처 앞에 예배하고 말했다. “제자 진현장은 서천에 가서 경을 취해 오려 하나이다. 다만 육안이 어리석고 어두워 살아 있는 부처의 참모습을 알지 못하나이다. 이제 서원을 세우고자 하오니, 길에서 절을 만나면 향을 사르고 부처를 만나면 절하며 탑을 만나면 청소하겠나이다. 원하건대 우리 부처님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일찍이 장육금신을 나타내시고 참경을 내려 주시어 동토에 길이 전하게 하소서.” 빌기를 마치고 방장으로 돌아가 공양을 들었다. 공양이 끝나자 두 수행자가 안장과 말을 정돈하고 길을 재촉하였다. 삼장이 산문을 나서 뭇 승려에게 하직하였다. 뭇 승려들이 이별을 차마 못하여 십 리나 되는 먼 곳까지 전송하고 눈물을 머금고 돌아갔다. 삼장은 마침내 곧장 서쪽으로 나아갔다. 바로 늦가을 날씨였다. 보니 이러하였다.
두어 마을 나무 잎은 지고 갈대꽃은 부서지고, 몇 그루 단풍버들에 붉은 잎이 떨어지도다. 길에는 안개비 내려 옛 벗 드물고, 누런 국화 곱고 산등성이는 가느다라우며, 물은 차갑고 연잎은 부서져 사람이 수척해지도다. 희고 붉은 여뀌는 서리 하늘의 눈과 같고, 지는 노을과 외로운 오리는 긴 하늘에 떨어지도다. 어렴풋이 어두운 들구름 날아가고, 제비는 가고 기러기는 오는데, 맑고 간드러진 울음소리 밤에 부서지도다.
사도들이 여러 날을 걸어 공주성에 이르렀다. 일찍이 공주성에 속한 관리들과 온갖 사람들이 맞이하여 성안으로 들어갔다. 하룻밤을 쉬고 이튿날 아침 성을 나서 나아갔다. 가는 길에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며, 밤에는 자고 새벽에는 길을 갔다. 이삼 일 만에 다시 하주위에 이르렀다. 이곳이 바로 대당의 산하 경계였다. 변방을 지키는 총병과 이 고장의 승려와 도사들이 흠차 어제 법사가 서방에 가서 부처를 뵈러 간다는 말을 듣고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이 안으로 맞이하여 공급하고, 승강에게 명하여 복원사로 청하여 쉬게 하였다. 이 절의 승려들이 하나하나 뵙고 저녁 공양을 마련하였다. 공양을 마치자 두 수행자에게 분부하여 말에게 배불리 먹이고 날이 밝기 전에 길을 떠나게 하였다. 닭이 막 울 때 수행자를 부르니, 이에 또 절의 승려들이 놀라 차와 국과 공양을 마련하였다. 공양을 마치고 경계를 떠났다.
이 장로는 마음이 급하여 너무 일찍 일어났다. 본래 이때는 가을이 깊은 철이라 닭이 일찍 울었으니, 겨우 사경쯤 되는 시각이었다. 일행 세 사람에 말 한 마리, 모두 네 목숨이 맑은 서리를 맞으며 밝은 달을 바라보고 수십 리를 갔는데, 한 산고개를 만나 어쩔 수 없이 풀을 헤치고 길을 찾았으나 험하고 걸어가기 어렵다는 말을 다할 수 없었고, 또 길을 잘못 들까 걱정되었다. 의심하고 생각하던 사이에 갑자기 발을 헛디뎌 세 사람과 말이 모두 구덩이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삼장은 마음이 어지럽고 수행자들은 간이 떨렸다. 막 두려워하고 있는데 또 그 안에서 울부짖고 높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잡아 오너라! 잡아 오너라!” 보니 사나운 바람이 자욱이 불며 오륙십 명의 요괴가 몰려나와 삼장과 수행자를 끌어올렸다. 이 법사는 벌벌 떨며 몰래 눈을 들어 살펴보니, 위에 앉은 그 마왕이 몹시 흉악하였다. 참으로 이러하였다.
웅장한 위엄에 몸은 늠름하고, 사나운 기운에 모습은 당당하도다. 번갯불 같은 눈은 빛을 뿜고, 우레 같은 소리는 사방을 진동하도다. 톱니 같은 이빨은 입 밖으로 드러나고, 끌로 깎은 이는 뺨 옆에 드러나도다. 비단이 몸을 둘렀고 무늬 반점이 등뼈를 감쌌도다. 강철 같은 수염에는 살이 드물고, 갈고리 같은 발톱은 서리처럼 날카롭도다. 동해의 황공도 두려워하고, 남산의 흰 이마 왕이로다.
삼장은 넋이 날아가고 혼이 흩어질 지경이었으며, 두 수행자는 뼈가 물러지고 힘줄이 저렸다. 마왕이 호령하여 결박하라 하니 뭇 요괴가 일제히 세 사람을 새끼줄로 묶었다. 막 잡아먹을 준비를 하려는데 문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와서 알렸다. “웅산군과 특처사 두 분이 오셨나이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머리를 들어 바라보니, 앞서 가는 자는 한 흑한이었다. 그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아는가.
웅장하고 호협하여 담량이 많고, 가볍고 건장하나 몸집은 둔중하도다. 물을 건널 때는 사나운 힘을 쓰고, 숲을 달릴 때는 성난 위세를 부리도다. 예로부터 길한 꿈에 부합하더니, 이제 홀로 빼어난 자태를 드러내도다. 푸른 나무를 잘 붙잡아 꺾고, 추위를 알아 철을 잘 알려 주도다. 영험을 드러내는 곳이라 하여 이에 산군이라 부르도다.
또 뒤에 오는 자는 한 뚱뚱한 사내였다. 그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아는가.
높이 솟은 두 뿔이 관처럼 얹혔고, 엄숙하게 어깨와 등을 으쓱하도다. 성품은 푸른 옷을 입어 온당하고, 발걸음은 자못 더디도다. 종문의 이름은 아비를 고라 하고, 본래의 호는 어미를 자라 하도다. 밭을 가는 일에 공이 있어 이에 특처사라 이름하였도다.
이 두 사람이 흔들흔들 걸어 안으로 들어오니, 마왕이 황급히 달려나가 맞이하였다. 웅산군이 말했다. “인장군, 그간 뜻을 얻으셨으니 축하할 만하도다! 축하할 만하도다!” 특처사가 말했다. “인장군의 풍채가 평소보다 뛰어나니 참으로 기쁘도다! 참으로 기쁘도다!” 마왕이 말했다. “두 분은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가?” 산군이 말했다. “다만 소박하게 지킬 뿐이로다.” 처사가 말했다. “다만 때에 따라 지낼 뿐이로다.” 세 사람이 이야기를 마치고 각자 앉아 담소하며 웃었다.
보니 그 수행자들은 결박당한 것이 몹시 아파 슬피 울었다. 그 흑한이 말했다. “이 세 놈은 어디서 왔는가?” 마왕이 말했다. “스스로 문 앞까지 찾아온 놈들이로다.” 처사가 웃으며 말했다. “손님 접대에 쓸 만한가?” 마왕이 말했다. “받들겠소! 받들겠소!” 산군이 말했다. “다 쓸 수는 없으니 그중 둘을 먹고 하나를 남겨 두면 좋겠도다.” 마왕이 그 말을 받아들여 곧 좌우를 불러 두 수행자의 배를 가르고 심장을 도려내어 그 시신을 토막 냈다. 머리와 심장과 간은 두 손님에게 바치고, 사지는 스스로 먹고, 나머지 뼈와 살은 각 요괴에게 나누어 주었다. 우적우적 씹는 소리가 들리니 참으로 호랑이가 양 새끼를 물어뜯는 듯하였다. 순식간에 다 먹어 치웠다. 한 장로는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장안을 처음 떠난 뒤의 첫 번째 고난이었다.
막 두려워하고 당황하던 사이에 점점 동쪽이 밝아 왔고, 그 두 괴물은 날이 밝자 비로소 흩어졌다. 그들이 모두 말했다. “오늘 후하게 대접받았으니, 훗날 정성을 다해 갚겠소.” 그러고서야 무리 지어 물러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 해가 높이 떠올랐다. 삼장은 정신이 어리부렁하여 동서남북도 분간하지 못하였다. 목숨을 부지할 수 없게 된 그 판에 문득 한 노인을 보니 지팡이를 짚고 걸어왔다. 앞으로 나아가 손으로 한 번 쓸어내리니 새끼줄이 모두 끊어졌다. 마주 보고 입김을 한 번 불어넣자 삼장이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땅에 무릎을 꿇고 절하며 말했다. “노인장께 감사하옵니다! 빈승의 목숨을 구해 주셨사옵니다!” 노인이 답례하며 말했다. “그대는 일어나라. 무슨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았느냐?” 삼장이 말했다. “빈승의 수행자는 이미 괴물에게 잡아먹혔사오니, 다만 행장과 말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노인이 지팡이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에 말 한 마리와 보따리 두 개가 있지 않으냐?” 삼장이 고개를 돌려 보니 과연 제 물건이요 조금도 잃어버리지 않았으므로 마음이 비로소 조금 놓였다.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장, 이곳은 어떤 곳이며 노인장께서는 어찌하여 이곳에 계시나이까?” 노인이 말했다. “이곳은 쌍차령이니 호랑이와 이리의 소굴이다. 그대는 어찌하여 이곳에 떨어졌느냐?” 삼장이 말했다. “빈승이 닭이 울 때 하주위 경계를 나섰사온데, 일찍 일어난 것이 뜻밖이라 서리와 이슬을 무릅쓰고 가다가 홀연히 이곳에 떨어졌나이다. 한 마왕을 보니 흉악하고 완고함이 심하옵더니 빈승과 두 수행자를 결박하였나이다. 또 한 흑한이 있으니 스스로 웅산군이라 하고, 한 뚱뚱한 사내가 있으니 스스로 특처사라 하며, 들어와 그 마왕을 인장군이라 불렀나이다. 그 셋이 제 두 수행자를 잡아먹고 날이 밝자 비로소 흩어졌나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제게 어찌 이렇게 큰 인연과 큰 복이 있어 노인장께서 이곳에 오시어 저를 구해 주셨나이까?” 노인이 말했다. “처사라는 자는 들소 정령이고, 산군이라는 자는 곰 정령이며, 인장군이라는 자는 호랑이 정령이다. 좌우의 요괴들은 모두 산 정령과 나무 귀신, 기이한 짐승과 푸른 이리일 뿐이다. 다만 그대의 본성이 본래 밝으므로 그대를 먹을 수 없는 것이다. 그대는 나를 따라오라, 길을 인도하겠다.” 삼장이 감격함을 이기지 못하여 보따리를 말에 얹고 고삐를 잡고 노인을 따라 마침내 구덩이를 벗어나 큰길로 올라섰다. 그리고 말을 길가 풀숲에 매어 두고 몸을 돌려 그 노인에게 절하며 사례하니, 그 노인이 마침내 한 줄기 맑은 바람으로 변하여 주홍 볏 흰 학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사라졌다. 다만 바람에 펄럭이며 한 장의 쪽지가 남았는데 그 위에 네 구절의 게송이 적혀 있었다. 게송에 이르기를,
“나는 서천의 태백성이라, 특별히 와서 그대의 목숨을 구하였노라. 앞으로 가면 절로 신도가 도울 것이니, 어려움을 탓하며 경을 원망하지 말라.”
삼장이 그것을 보고 하늘을 향해 예배하며 말했다. “금성께 감사하옵니다, 이 재난에서 건져 주셨사옵니다.” 예배를 마치고 말을 끌며 홀로 외롭고 쓸쓸히 앞으로 애써 나아갔다. 이 고개 위는 참으로 이러하였다.
차갑게 사락사락 숲에 비 바람 불고, 졸졸 소리 나는 시냇물 아래로 흐르도다. 향기롭게 들꽃이 피어나고, 빽빽이 어지러운 돌이 쌓였도다. 떠들썩하게 사슴과 원숭이가 울고, 떼를 지어 노루와 고라니 뛰도다. 어지럽게 새 소리 많고, 고요히 인적은 없도다. 그 장로는 벌벌 떨려 마음이 편치 않고, 이 말은 힘이 없어 발굽을 들기 어려워하도다.
삼장은 몸을 버리고 목숨을 걸었다. 그 험한 고개 사이로 올라갔다. 반나절을 걸었으나 다시는 인가나 마을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는 배가 고팠고, 둘은 길이 또 평탄하지 않았다. 위급한 그때에 문득 앞에는 두 마리 사나운 호랑이가 으르렁거리고, 뒤에는 여러 마리 긴 뱀이 서려 있는 것이 보였다. 왼쪽에는 독충이 있고 오른쪽에는 기이한 짐승이 있었다. 삼장은 홀몸이라 어찌할 방도가 없어 마침내 몸과 마음을 놓아 버리고 하늘의 명에 맡길 뿐이었다. 또 어찌할 수 없이 그 말은 허리가 물러지고 발굽이 굽어져 똥오줌을 다 지리며 땅에 엎드려 일으켜도 일으키지 못하고 끌어도 끌리지 않았다. 법사는 몸 둘 곳이 없어 괴로워하였으니 참으로 만 갈래 처량하였고,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어찌할 수 없었다. 말하자면 그는 재앙을 만났으나 구원도 있었다.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그 판에 문득 독충은 달아나고 요수는 날아 흩어지며 사나운 호랑이는 자취를 감추고 긴 뱀은 모습을 숨기는 것이 보였다. 삼장이 머리를 들어 바라보니, 한 사람이 손에 강철 창을 들고 허리에 활과 화살을 걸치고 저 산비탈 앞에서 돌아 나오는데, 과연 훌륭한 사나이였다. 그 모습을 보라.
머리에는 쑥잎 무늬 반점 표범 가죽 모자를 쓰고, 몸에는 양털로 짠 비단 옷을 걸쳤으며, 허리에는 사자 무늬 띠를 두르고, 발에는 고라니 가죽 신을 신었도다. 둥근 눈에 동그란 눈동자는 조객처럼 빛나고, 고리 같은 수염은 어지러이 흩어져 하괴와 같도다. 한 주머니 독약 화살을 걸치고 한 자루 강철을 점찍은 큰 창을 들었도다. 우레 같은 소리에 산짐승의 간이 부서지고, 용맹에 들꿩의 넋이 놀라 흩어지도다.
삼장이 그가 점점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길가에 무릎을 꿇고 합장하여 높이 외쳤다. “대왕이시여, 목숨을 살려 주소서! 대왕이시여, 목숨을 살려 주소서!” 그 사내가 앞에 이르러 강철 창을 내려놓고 손으로 부축하여 일으키며 말했다. “장로는 두려워 마라.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이 산속의 사냥꾼으로, 성은 유요 이름은 백흠이며 별호는 진산태보다. 내가 방금 이곳에 온 것은 산짐승 두 마리를 잡아 먹으려 함이었는데 뜻밖에 그대를 만났으니 심히 무례하였노라.” 삼장이 말했다. “빈승은 대당의 어가 아래 흠차로 서천에 가서 부처를 예배하고 경을 구하러 가는 중이옵니다. 방금 이곳에 이르렀사온데 이리와 호랑이와 뱀과 독충을 만나 사방으로 둘러싸여 나아가지 못하던 차에 홀연히 태보께서 오시자 뭇 짐승이 모두 달아나 빈승의 목숨을 구해 주셨사오니 감사하옵니다! 감사하옵니다!” 백흠이 말했다. “나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오직 이리와 호랑이를 잡아 생계를 삼고 뱀과 독충을 잡아 목숨을 이어 가므로 뭇 짐승이 나를 두려워하여 달아난 것이다. 그대가 이미 당조에서 왔으니 나와 더불어 모두 같은 고향 사람이다. 이곳은 아직 대당의 땅이요 나도 당조의 백성이니, 나와 그대는 황왕의 물과 흙을 함께 먹었으므로 참으로 한 나라의 사람이다. 그대는 두려워 마라, 나를 따라오라. 내 집에 이르러 말을 쉬게 하고 내일 아침 그대를 길에 올려 보내겠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마음에 기쁨이 가득하였다. 백흠에게 사례하고 말을 끌고 뒤따랐다.
산비탈을 넘자 또 후후 하고 바람 소리가 들렸다. 백흠이 말했다. “장로는 가지 말고 이곳에 앉아 계시라. 바람 소리가 나는 곳에는 살쾡이가 오는 것이니, 내가 그것을 잡아 집에 가져가 그대를 대접하겠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또 간이 떨려 감히 발을 떼지 못하였다. 그 태보가 강철 창을 쥐고 성큼성큼 걸어 맞이하여 나아갔다. 보니 한 마리 반점 호랑이가 마주 나타났다. 그가 백흠을 보고 급히 머리를 돌려 달아나려 하였다. 이 태보가 벼락 같은 소리로 꾸짖었다. “이 업보 같은 짐승아! 어디로 가느냐!” 그 호랑이는 쫓기는 것이 급한 것을 보고 몸을 돌려 발톱을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이 태보가 세 갈래 창을 들어 맞서니, 삼장은 놀라 풀밭에 물러터져 쓰러졌다. 이 화상이 어미 배를 타고 나온 이래 어찌 이런 흉험한 일을 본 적이 있겠는가. 태보와 그 호랑이가 그 산비탈 아래에서 사람과 호랑이가 서로 버티니 과연 한바탕 좋은 싸움이었다. 보니 이러하였다.
성난 기운이 자욱하고 사나운 바람이 자욱하도다. 성난 기운이 자욱하니 태보는 관을 찌르는 기세로 힘이 넘치고, 사나운 바람이 자욱하니 반점 범은 위세를 부려 붉은 먼지를 뿜도다. 저쪽은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휘두르며, 이쪽은 발을 돌리고 몸을 돌리도다. 세 갈래 창은 하늘을 받들어 해를 가리고, 온갖 무늬 꼬리는 안개를 흔들고 구름을 날리도다. 이쪽은 가슴을 향해 어지러이 찌르고, 저쪽은 얼굴을 마주하고 달려들어 삼키려 하도다. 비껴난 자는 다시 사람의 길에 살아나고, 부딪친 자는 반드시 염군을 만나리로다. 다만 그 반점 범의 으르렁거림과 태보의 고함 소리가 들리도다. 반점 범이 으르렁거리니 산천이 갈라지고 새와 짐승이 놀라고, 태보가 고함치니 천부를 열어 별이 나타나도다. 저쪽은 금빛 눈동자로 성을 내어 부릅뜨고, 이쪽은 담력을 북돋워 노기를 띠도다. 사랑스럽구나, 산을 지키는 유태보여! 칭찬할 만하구나, 땅을 차지한 짐승의 왕이여. 사람과 호랑이가 살길을 탐하여 승부를 다투니, 조금만 방심하면 삼혼을 잃으리로다.
그 두 사람이 한 시진쯤 싸우더니 그 호랑이의 발톱이 느려지고 허리가 풀리는 것이 보였다. 태보가 창을 들어 가슴을 수평으로 찔러 넘어뜨렸으니, 가련하도다, 강철 창끝이 심장과 간을 꿰뚫어 순식간에 피가 땅에 흥건하였다. 귀를 움켜잡고 길 위로 끌어내니, 좋은 사내로다! 숨 한 번 헐떡이지 않고 얼굴빛도 변하지 않은 채 삼장에게 말했다. “조화로다! 조화로다! 이 살쾡이면 장로께서 며칠은 잡수실 수 있겠다.” 삼장이 칭찬을 그치지 못하며 말했다. “태보는 참으로 산신이옵니다!” 백흠이 말했다. “무슨 재주가 있다고 감히 지나친 칭찬을 받겠는가. 이는 장로의 큰 복이다. 가자! 서둘러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좀 삶아 그대를 대접하겠다.” 그가 한 손으로 창을 쥐고 한 손으로 호랑이를 끌며 앞에서 길을 인도하였다. 삼장이 말을 끌고 뒤따라 갔다. 구불구불 산비탈을 넘어가니 문득 한 산장이 보였다. 그 문 앞은 참으로 이러하였다.
하늘을 찌르는 고목과 길을 덮은 거친 덩굴이로다. 만 골짜기 바람과 먼지 차갑고, 천 벼랑 기상이 기이하도다. 한 줄기 들꽃 향이 몸에 스며들고, 몇 대의 그윽한 대나무 푸르러 하늘거리도다. 풀 문루와 울타리 뜰은 그려도 좋고 그려도 좋으며, 돌판 다리와 흰 흙벽은 참으로 즐겁고 참으로 드물도다. 가을 모습은 쓸쓸하고 상쾌한 기운은 높이 외롭도다. 길가에는 누런 잎이 떨어지고 고개 위에는 흰 구름이 떠돌도다. 성긴 숲속에는 산새가 지저귀고, 산장 문밖에는 작은 개가 짖도다.
백흠이 문 앞에 이르러 죽은 호랑이를 내던지고 불렀다. “어린것들, 어디 있느냐?” 보니 서너 명의 하인이 나왔는데 모두 괴상한 모습에 흉악한 상이었다. 앞으로 나와 질질 끌며 그 호랑이를 메고 들어갔다. 백흠이 분부하였다. “서둘러 가죽을 벗기고 마련하여 손님을 대접하라.” 다시 몸을 돌려 삼장을 맞이하여 안으로 들어가 서로 만났다. 삼장이 다시 백흠에게 후한 은혜와 가엾이 여겨 목숨을 구한 일을 절하며 사례하였다. 백흠이 말했다. “같은 고향 사람인데 어찌 사례를 받겠는가.”
자리에 앉아 차를 마친 뒤 한 노파가 한 며느리를 데리고 삼장에게 예를 올렸다. 백흠이 말했다. “이는 저의 어머니와 아내입니다.” 삼장이 말했다. “청컨대 어머님을 윗자리에 앉히시면 빈승이 받들어 절하겠나이다.” 노파가 말했다. “장로는 먼 곳에서 온 손님이니 각자 몸조심하시고 절은 하지 않으셔도 좋사옵니다.” 백흠이 말했다. “어머니, 이분은 당왕의 어가 아래에서 서천에 가서 부처를 뵙고 경을 구하도록 보내심을 받은 이옵니다. 방금 고갯마루에서 아이를 만났기에 아이가 한 나라의 사람이라 여겨 집에 청하여 말을 쉬게 하고 내일 길에 올려 보내려 하옵니다.” 노파가 그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좋다! 좋다! 좋다! 그렇다면 그를 청하되 이렇게만 해서는 안 되겠구나. 마침 내일이 네 아비의 기일이니, 장로께 청하여 좋은 일을 좀 하고 경문 한 권을 외우게 한 뒤 모레 그를 보내도록 하자.” 이 유백흠은 비록 호랑이를 잡는 사내요 산을 지키는 태보이지만 효성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어머니의 말을 듣자 곧 향과 종이를 마련하여 삼장을 붙잡아 두려 하였다.
이야기하는 사이에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어린것들이 상과 걸상을 펼쳐 놓고 몇 접시 푹 익은 호랑이 고기를 뜨끈뜨끈하게 그 위에 올렸다. 백흠이 삼장에게 잠시 잡수시라 청하고 따로 밥을 또 마련하겠다 하였다. 삼장이 합장하여 가슴에 대고 말했다. “선재로다! 빈승이 태보께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자면, 어미 배에서 나온 뒤로 곧 중이 되어 고기를 먹는 것은 더욱 알지 못하나이다.” 백흠이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장로, 저의 가난한 집안은 여러 대 이래 채식을 알지 못하옵니다. 혹 죽순이 있으면 캐고 목이버섯을 따고 마른 나물을 찾고 두부를 만들어도 모두 노루와 사슴과 호랑이와 표범의 기름으로 지졌으니, 참으로 채식할 만한 곳이 없구려. 두 개의 아궁이가 있으나 모두 기름이 배어 버렸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도리어 제가 장로를 청한 것이 잘못이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태보는 마음을 쓰지 마시고 그냥 잡수시옵소서. 저 빈승은 사흘 닷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고픔을 참을 수 있사오나 다만 계를 깨뜨리지는 못하겠나이다.” 백흠이 말했다. “혹 굶어 죽으면 어찌하겠습니까?” 삼장이 말했다. “태보의 하늘 같은 은혜를 입어 호랑이와 이리 떼 속에서 구해 내셨으니, 굶어 죽는다 한들 호랑이 밥이 되는 것보다야 낫겠나이다.” 백흠의 어머니가 그 말을 듣고 외쳤다. “얘야, 장로와 쓸데없이 이야기하지 마라. 나에게 채식할 물건이 있으니 대접할 수 있단다.” 백흠이 말했다. “채식할 물건이 어디서 납니까?” 어머니가 말했다. “너는 상관하지 마라, 나에게 채식할 것이 있단다.” 이에 며느리를 불러 작은 솥을 내려 불에 올려 기름을 태우고, 솔질하고 또 솔질하며 씻고 또 씻어 다시 아궁이 위에 얹게 하였다. 먼저 끓는 물 반 솥을 붓고 따로 쓰지 않았으며, 또 산느릅나무 잎을 달여 차를 만들고, 이어 누런 좁쌀과 조를 넣어 밥을 지었다. 또 마른 나물을 삶아 익혀 두 그릇에 담아 내어 상 위에 펼쳐 놓았다. 늙은 어머니가 삼장을 마주 보고 말했다. “장로, 공양을 드소서. 이는 늙은 몸과 며느리가 손수 정리한 지극히 깨끗한 차와 밥이옵니다.” 삼장이 내려가 사례하고서야 윗자리에 올라앉았다. 그 백흠은 따로 한 자리를 마련하여 소금도 간장도 없는 호랑이 고기와 사향노루 고기와 이무기 고기와 여우 고기와 토끼 고기, 그리고 잘게 다진 사슴 고기 포를 쟁반과 그릇에 가득 담아 삼장 곁에서 함께 공양을 들었다. 막 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들려는데 삼장이 합장하고 경을 외우니, 백흠은 놀라 감히 젓가락을 움직이지 못하고 급히 일어나 곁에 서 있었다. 삼장이 몇 구절 외우지 않아 “공양을 들라” 하였다. 백흠이 말했다. “그대는 짧은 경을 외우는 중인가?” 삼장이 말했다. “이것은 경이 아니라 한 권의 재를 여는 주문이옵니다.” 백흠이 말했다. “너희 출가한 사람들은 유달리 따질 것이 많아 밥을 먹을 때도 외우고 또 외우는구나.”
공양을 마치고 그릇을 거두어 치우자 점점 날이 저물었다. 백흠이 삼장을 이끌고 안채를 나서 뒤쪽으로 거닐러 갔다. 복도를 지나니 한 초정이 있었다.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사방 벽에는 강한 활과 단단한 쇠뇌 몇 장이 걸려 있고 화살 몇 통이 꽂혀 있으며, 들보 위에는 핏기 서린 호랑이 가죽 두 장이 걸쳐 있고 벽 밑에는 창과 칼과 갈래와 막대기가 많이 꽂혀 있었으며, 한가운데에는 두 개의 걸상이 놓여 있었다. 백흠이 삼장을 청하여 잠시 앉으라 하였다. 삼장은 이렇게 흉험하고 지저분한 것을 보고 오래 앉지 못하고 마침내 초정을 나왔다. 또 뒤쪽으로 나아가니 한 채의 큰 정원이 있었는데, 총총한 국화 꽃술이 노랗게 쌓이고 나무마다 단풍버들이 붉게 매달린 모습을 다 보아 낼 수 없었다. 또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십여 마리 살찐 사슴과 한 떼의 누런 노루가 달려 나오는 것이 보였는데, 사람을 보고도 어리석고 어리뭉실하여 더욱 두려워하지 않았다. 삼장이 말했다. “이 노루와 사슴은 생각건대 태보께서 집에서 기르는 것이옵니까?” 백흠이 말했다. “그대의 장안성 안의 인가에서는 돈 있는 이는 재물과 보배를 모으고 밭 있는 이는 벼와 곡식을 모으지만, 우리처럼 사냥하는 자는 다만 들짐승을 몇 마리 기르며 흐린 날을 대비할 뿐이외다.” 그 두 사람이 이야기하며 한가로이 거닐다가 어느덧 황혼이 되자 다시 앞채로 돌아가 쉬었다.
이튿날 아침 온 집안 노소가 모두 일어나 곧 채식을 마련하여 장로를 대접하고 청하여 경을 펴 외우게 하였다. 이 장로가 손을 씻고 태보와 함께 집 사당 앞에서 향을 사르고 사당에 절한 뒤, 삼장이 비로소 목어를 두드려 소리를 내고 먼저 입의 업을 깨끗이 하는 진언을 외우고, 이어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신주를 외운 뒤에 《도망경》 한 권을 펼쳐 읽었다. 외우기를 마치자 백흠이 다시 망인을 천도하는 글 한 통을 써 주기를 청하고, 이어 《금강경》과 《관음경》을 펼쳐 읽었다. 하나하나 맑은 소리로 높이 외웠다. 외우기를 마치고 점심 공양을 들었다. 또 《법화경》과 《미타경》을 외워 각각 몇 권을 읽었다. 다시 《공작경》 한 권을 외우고 비추가 업을 씻는 고사를 이야기하였다. 이윽고 또 날이 저물어 온갖 향불을 올리고 뭇 신의 종이 말을 태우고 천도하는 글을 불사른 뒤, 불사가 이미 끝나자 다시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말하자면, 그 백흠의 아비의 영혼은 천도되어 침륜에서 벗어났으므로, 귀혼이 일찍이 동쪽 집안 안에 이르러 온 집안 노소에게 한 꿈을 부탁하며 말했다. “나는 명부에서 고난을 벗어나지 못하여 오랜 세월 윤회에 들지 못하였노라. 이제 다행히 성승을 만나 경권을 외워 주셨으므로 나의 죄업이 소멸되었고, 염왕이 사람을 보내 나를 중화의 복된 땅 장자 집안에 보내어 환생하게 하였노라. 너희는 장로께 잘 사례하고 전송하며 게을리하지 말라, 게을리하지 말라. 나는 가노라.” 이러하니 참으로 만법이 장엄한 데에는 단정코 뜻이 있어, 망인을 천도하여 고난을 여의고 침륜을 벗어나게 하도다.
그 온 집안이 꿈에서 깨어나니 이윽고 다시 해가 동쪽에서 떠올랐다. 백흠의 아내가 말했다. “태보, 내가 어젯밤 꿈에 시아버님이 집에 오시더니, 명부에서 고난을 벗어나지 못하여 오랜 세월 환생하지 못한다 하시고, 이제 다행히 성승께서 경권을 외워 주시어 그 죄업이 소멸되어 염왕이 사람을 보내 중화의 복된 땅 장자 집안에 환생하러 가게 하셨으니 우리더러 그 장로께 잘 사례하고 게을리하지 말라 하시더이다. 그가 말을 마치고 곧장 문을 나서 한가로이 걸어가시기에 우리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붙잡아도 머물지 않으시더니, 깨어 보니 한바탕 꿈이었소.” 백흠이 말했다. “나도 그와 같은 꿈을 꾸었으니 그대와 같소. 우리 일어나 어머니께 말씀드리러 갑시다.” 그 두 내외가 막 가서 말씀드리려는데, 보니 늙은 어머니가 불렀다. “백흠아, 이리 오너라, 너와 할 말이 있다.” 두 사람이 앞에 이르니, 늙은 어머니가 평상에 앉아 말했다. “얘야, 내가 어젯밤 기쁜 꿈을 하나 꾸었는데, 네 아비가 집에 와서 장로의 천도 덕이 크다 하며 이미 죄업이 소멸되어 중화의 복된 땅 장자 집안에 가서 환생하게 되었다 하더구나.” 부부가 모두 껄껄 웃으며 말했다. “저와 며느리도 다 이런 꿈을 꾸었기에 막 와서 아뢰려던 차에 어머니께서 부르시니, 같은 꿈이옵니다.”
이에 온 집안 큰 사람 작은 사람을 다 일으켜 사례할 것을 마련하고 그를 위하여 말과 안장을 정돈하게 한 뒤, 모두 앞에 이르러 절하며 사례하였다. “장로께서 저의 망친을 천도하여 고난을 벗어나 환생하게 하신 일을 감사하옵니다, 다 갚을 수 없사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빈승에게 무슨 능함이 있다고 감히 사례를 받겠나이다?” 백흠이 세 사람의 꿈 이야기를 삼장에게 한 차례 풀어 말하니 삼장도 기뻐하였다. 이윽고 채식 공양을 올리고 또 백은 한 냥을 사례로 갖추었다. 삼장은 푼돈도 받지 않았다. 온 집안이 또 간절히 절하며 애걸하였으나 삼장은 마침내 푼돈도 받지 않고 다만 말했다. “그대가 자비를 베풀어 나를 한 구간 전송해 주신 것만으로도 지극한 애정을 충분히 느꼈나이다.” 백흠이 어머니와 아내와 함께 어찌할 수 없어 급히 거친 밀가루 전병 몇 개를 구운 양식으로 만들어 백흠에게 멀리 전송하게 하였다. 삼장이 기뻐하며 받아들였다. 태보는 어머니의 명을 받들고 다시 두세 명의 하인을 불러 각자 사냥 도구를 지니게 하여 함께 큰길로 올랐다. 그 산속의 들풍경과 고개 위의 풍광은 다 보아 낼 수 없었다.
반나절을 걸어가니 문득 맞은편에 한 큰 산이 보였다. 참으로 높이가 푸른 하늘에 닿고 우뚝하고 험준하였다. 삼장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앞에 이르렀다. 그 태보는 이 산에 오르기를 평지처럼 하였다. 한창 산중턱을 걸어가던 중에 백흠이 몸을 돌려 길 아래에 서서 말했다. “장로, 그대는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시오, 나는 이제 하직하고 돌아가겠소.” 삼장이 그 말을 듣고 안장에서 굴러 내려 말했다. “천만에, 감히 태보께 한 구간만 더 전송해 주시기를 청하나이다!” 백흠이 말했다. “장로는 알지 못하는구려. 이 산을 양계산이라 부르는데, 동쪽 절반은 우리 대당이 맡은 땅이고 서쪽 절반은 바로 달단의 땅이오. 저쪽의 이리와 호랑이는 내게 항복하지 않으니 나도 경계를 넘을 수 없소이다. 그대는 스스로 가시오.” 삼장은 마음이 놀라워 손을 벌려 옷을 잡고 소매를 붙잡으며 눈물을 떨구어 이별하기 어려워하였다. 한창 당부하고 절하며 작별하던 그때에 문득 산기슭 아래에서 우레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내 스승님이 오셨다! 내 스승님이 오셨다!” 삼장은 놀라 어리석은 사람처럼 멍하여졌고 백흠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결국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