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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제14회 심원귀정(心猿歸正) · 육적무종(六賊無蹤)

시에 이르기를,

부처가 곧 마음이요 마음이 곧 부처니, 마음과 부처는 예로부터 모두 요긴한 바의 물건이로다. 만일 물건도 없고 마음도 없음을 알면, 이내 진여 법신불이로다. 법신불은 모양이 없으니, 한 알의 둥근 광명이 만상을 머금었도다. 몸 없는 몸이 곧 참몸이요, 모양 없는 모양이 곧 실제의 모양이로다. 빛깔도 아니요 빈 것도 아니요 빈 것이 아님도 아니며, 오지도 않고 향하지도 않고 돌이키지도 않도다. 다름도 같음도 없고 있음도 없음도 없으니, 버리기도 어렵고 취하기도 어렵고 듣고 바라기도 어렵도다. 안팎의 신령한 빛은 어디서나 같으니, 한 부처의 나라가 한 알의 모래 속에 있도다. 한 알의 모래가 대천 세계를 머금었고, 한 몸과 한 마음에 만법이 같도다. 이것을 아는 이는 모름지기 무심의 비결을 깨달아야 하니, 물들지도 않고 걸리지도 않는 것이 청정한 업이로다. 선과 악의 천 가지 끝에 하는 바가 없으면, 이내 나무 석가야로다.

말하자면, 유백흠과 당삼장은 놀라고 두려워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또 “사부님이 오셨소!”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뭇 집안 하인들이 말했다. “이 소리치는 것은 반드시 저 산기슭 돌함 속의 늙은 원숭이일 것이옵니다.” 태보가 말했다. “그놈이다! 그놈이다!” 삼장이 물었다. “무엇이 늙은 원숭이란 말이오?” 태보가 말했다. “이 산은 본래 오행산이라 하였는데, 우리 대당 왕께서 서쪽을 정벌하여 나라를 평정하신 뒤에 이름을 양계산으로 고치셨소. 예전에 어른들이 말하기를, 왕망이 한나라를 빼앗을 때 하늘에서 이 산을 내려 신통한 원숭이 하나를 깔아 눌렀는데, 그놈은 추위와 더위도 두려워하지 않고 음식도 먹지 않으며 스스로 토지신이 그를 감시하고 압박하여 배고프면 쇠구슬을 먹이고 목마르면 구리물을 마시게 하였으나 예로부터 지금까지 얼어 죽지도 굶어 죽지도 않았다 하였소. 이 소리치는 것은 틀림없이 그놈일 것이오. 장로는 두려워 마시오. 우리 산을 내려가 한번 봅시다.” 삼장은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따라 말을 끌고 산을 내려갔다. 몇 리를 가지 않았는데, 그 돌함 사이에 과연 원숭이 하나가 있어 머리를 내밀고 손을 뻗어 마구 손짓하며 말했다. “사부님, 어찌하여 이제야 오시나이까? 잘 오셨나이다! 잘 오셨나이다! 저를 구해 내주시면 제가 사부님을 모시고 서천으로 가겠나이다!” 이 장로가 앞으로 나아가 자세히 살펴보니, 그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아는가.

뾰족한 부리 같은 입에 오므라든 볼, 금빛 눈동자에 불같은 눈이로다. 머리 위에는 이끼가 수북하게 쌓였고 귀 속에는 담쟁이 덩굴이 자랐도다. 귀밑에는 머리카락은 적고 푸른 풀은 많으며, 턱 아래에는 수염이 없고 푸른 잔디가 났도다. 눈썹 사이에는 흙이 끼고 콧구멍에는 진흙이 박혀 몹시 꼴이 말이 아니며, 손가락은 굵고 손바닥은 두터우며 티끌과 때가 잔뜩 끼었도다. 다행히 눈알은 굴리고 목청과 혀는 소리가 고르도다. 말은 비록 유창하나 몸은 꼼짝할 수 없도다. 바로 오백 년 전의 손대성이니, 오늘날 재난이 다하여 하늘의 그물을 벗어나는도다.

유태보는 과연 담이 커서 앞으로 걸어 나와 그의 귀밑의 풀과 턱 아래의 잔디를 뽑아 주며 물었다. “무슨 할 말이 있느냐?” 그 원숭이가 말했다. “할 말은 없사오니, 저 사부님을 이리 올라오게 하시어 제가 한번 물어보게 하여 주소서.” 삼장이 말했다. “나에게 무엇을 묻겠느냐?” 그 원숭이가 말했다. “사부님은 동토의 대왕께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라고 보내신 분이 아니신가?” 삼장이 말했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니, 어찌하여 묻느냐?” 그 원숭이가 말했다. “저는 오백 년 전에 천궁을 크게 소란하게 한 제천대성이옵니다. 다만 윗사람을 속인 죄를 지었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저를 이곳에 눌러 두셨나이다. 얼마 전에 관음보살님 한 분이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동토로 경을 구할 사람을 찾으러 가시기에, 제가 그분께 저를 한번 구해 달라고 청하였더니, 그분께서 나에게 다시는 흉악한 짓을 하지 말고 불법에 귀의하여 부지런히 정성을 다해 경을 구하는 이를 보호하며 서방으로 가서 부처님께 절하고 공을 이루면 절로 좋은 일이 있으리라 하고 권하셨나이다. 그러므로 밤낮으로 마음을 졸이고 아침저녁으로 간을 달며 다만 사부님께서 오시어 저를 구해 주시기만을 기다렸나이다. 저는 사부님을 모시고 경을 구하며 사부님의 제자가 되기를 원하나이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흡족하여 기뻐하며 말했다. “네가 비록 이런 착한 마음을 지녔고 또 보살의 가르침을 입어 사문에 들기를 원한다 하나, 다만 나에게는 도끼도 끌도 없으니 어찌 너를 구해 낼 수 있겠느냐?” 그 원숭이가 말했다. “도끼와 끌은 필요 없사옵니다. 사부님께서 다만 구해 주시겠다고만 하시면 제가 절로 나오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내가 스스로 너를 구한다 한들 네가 어찌 나올 수 있겠느냐?” 그 원숭이가 말했다. “이 산꼭대기에는 우리 부처님 여래의 금빛 글자로 된 누름쪽지가 있나이다. 사부님께서 다만 산에 올라가 그 쪽지를 떼어 내시면 제가 곧 나오겠나이다.” 삼장이 그 말을 따라 몸을 돌려 유백흠에게 간청하며 말했다. “태보여, 나와 함께 산에 한번 올라가 줍시다.” 백흠이 말했다. “진짜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구려!” 그 원숭이가 높이 소리쳐 말했다. “진짜입니다! 결코 감히 거짓으로 속이지 못하나이다!”

백흠은 어쩔 수 없이 집안 하인들을 불러 말을 끌게 하였다. 그는 삼장을 부축하여 다시 높은 산에 올랐다. 덩굴을 붙잡고 칡을 잡으며 마침내 그 맨 꼭대기에 이르렀는데, 과연 황금빛이 만 갈래로 뻗치고 상서로운 기운이 천 줄기로 서려 있었으며, 네모반듯한 큰 돌 하나가 있어 그 돌 위에 봉투 같은 것이 붙어 있었으니, 바로 ‘옴 마니 반메 훔’ 여섯 글자의 금빛 글자였다. 삼장이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돌을 향하여 그 금빛 글자를 바라보며 몇 번이나 절하고 서쪽을 향해 기도하며 말했다. “제자 진현장은 특별히 칙명을 받들어 경을 구하러 왔사오니, 과연 제자의 인연이 있다면 금빛 글자를 떼어 내어 신통한 원숭이를 구해 내고 함께 영산에서 깨닫게 하소서. 만일 제자의 인연이 없다면 이놈은 흉악하고 완고한 괴물이리니 제자를 속여 농락하여 좋은 일이 되지 못할 것이니, 곧 떼어지지 않게 하소서.” 빌기를 마치고 또 절하였다. 절을 마치고 앞으로 나아가 그 여섯 금빛 글자를 가볍게 떼어 냈다. 이윽고 한 줄기 향기로운 바람이 이는가 싶더니, 그 누름쪽지를 손채로 낚아채 공중으로 날려 보내며 외쳤다. “나는 대성을 감시하던 자로다. 오늘 그의 재난이 다하였으니, 우리들은 여래께 돌아가 이 봉투를 바치러 가는도다.” 삼장과 백흠 일행은 하늘을 향해 예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곧장 높은 산을 내려가 다시 돌함 옆에 이르러 그 원숭이에게 말했다. “누름쪽지를 떼어 냈으니, 네가 나올 수 있겠느냐?” 그 원숭이가 기뻐하며 외쳤다. “사부님, 조금 물러나 계시옵소서. 제가 나오기 좋게 하여 사부님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 하옵니다.”

백흠이 그 말을 듣고 삼장을 인도하여 일행과 함께 동쪽으로 돌아 곧장 걸어갔다. 오칠 리쯤 갔을 때 또 그 원숭이가 높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더 가시오! 더 가시오!” 삼장이 다시 한참을 가서 산을 내려갔는데, 이윽고 한 번 우렁찬 소리가 나니 참으로 땅이 갈라지고 산이 무너지는 듯하였다. 뭇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 떨었다. 보니 그 원숭이가 벌써 삼장의 말 앞에 이르러 발가벗은 몸으로 무릎을 꿇고 말했다. “사부님, 제가 나왔나이다!” 삼장에게 네 번 절하고 급히 몸을 일으켜 백흠에게 큰 읍을 하며 말했다. “형님께서 저의 사부님을 이곳까지 모셔다 주시느라 수고하셨사오며, 또 형님께서 제 얼굴의 풀을 뽑아 주신 은혜도 입었나이다.” 사례를 마치고는 곧 가서 행장을 수습하고 말의 등에 안장을 얹고 배를 졸라맸다. 그 말은 그를 보자 허리가 풀리고 발굽이 물러져 벌벌 떨며 서 있지 못하였다. 대개 그 원숭이가 본래 필마온이어서 하늘에서 용마를 기르며 보살피던 자였으므로 얼마간 법도가 있었으니, 그런 까닭에 보통 말은 그를 보면 두려워하였던 것이다.
삼장은 그의 마음씀씀이가 실로 착한 마음에서 나온 것임을 보고 참으로 사문 가운데 사람다운 체모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이내 불렀다. “제자야, 네 성이 무엇이냐?” 원숭이 왕이 말했다. “저는 성이 손이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내가 너에게 법명을 하나 지어 주면 부르기에 좋겠구나.” 원숭이 왕이 말했다. “사부님의 두터운 뜻을 수고롭게 하지 마시옵소서. 저에게 본래 법명이 있어 손오공이라 하나이다.” 삼장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것도 바로 우리 종파에 꼭 맞는구나. 네 모습을 보니 꼭 그 작은 두타 같은데, 내가 다시 너에게 별명을 하나 지어 행자라 부르면 좋겠느냐?” 오공이 말했다. “좋나이다! 좋나이다! 좋나이다!” 이때부터 다시 손행자라 일컬었다.

그 백흠은 손행자가 한마음으로 행장을 수습하여 떠나려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려 삼장에게 읍하며 말했다. “장로님, 이곳에서 좋은 제자를 얻으셨으니 심히 기쁘옵니다, 심히 기쁘옵니다. 이 사람은 과연 가겠사오니 저는 이만 돌아가겠나이다.” 삼장이 몸을 굽혀 예를 갖추어 사례하며 말했다. “많이 폐를 끼쳤사오니 감격함을 이기지 못하겠나이다. 집에 돌아가시거든 어머님 노부인과 부인께 많이 안부를 전해 주시옵소서. 빈승이 댁에서 많이 폐를 끼쳤사오니 돌아올 때에 찾아뵙고 사례하겠나이다.” 백흠이 답례하니 이에 두 사람은 이렇게 작별하였다.

말하자면, 그 손행자는 삼장을 청하여 말에 오르게 하고 자신은 앞에서 행장을 등에 지고 발가벗은 채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계산을 지났는데, 홀연히 사나운 호랑이 한 마리가 울부짖으며 꼬리를 치며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삼장은 말 위에서 마음이 놀랐다. 행자는 길가에서 기뻐하며 말했다. “사부님은 그놈을 두려워 마시옵소서. 그놈은 저에게 옷을 갖다 주는 놈이옵니다.” 행장을 내려놓고 귀 속에서 바늘 하나를 뽑아 바람을 맞으며 한 번 흔들었더니, 원래 사발만 한 굵기의 쇠몽둥이였다. 그가 손에 쥐고 웃으며 말했다. “이 보배야, 오백여 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았는데 오늘 꺼내어 옷 한 벌 마련하여 입어 보겠구나.” 그가 걸음을 활짝 벌려 사나운 호랑이를 맞이하며 한마디 외치는 것을 보라. “업보 받을 짐승아! 어디로 가느냐!” 그 호랑이는 몸을 웅크리고 티끌 위에 엎드려 감히 꼼짝도 하지 못하였다. 그가 머리를 향해 몽둥이를 한 번 내리치니, 뇌수가 만 점 복숭아빛으로 튀고 이빨이 몇 알 옥덩이처럼 튀어 나갔다. 그 진현장은 놀라 안장에서 굴러 말에서 떨어져 손가락을 물며 외쳤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유태보가 지난번에 친 얼룩 호랑이는 그와 반나절이나 싸웠는데, 오늘 손오공은 다투지도 않고 이 호랑이를 한 몽둥이에 산산조각으로 때려 부수니, 바로 ‘강한 가운데 더 강한 이가 있다’는 말이로다!”

행자가 호랑이를 끌고 와 말했다. “사부님, 잠깐 앉아 계시옵소서. 제가 이놈의 옷을 벗겨 입고 걸어가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그놈에게 무슨 옷이 있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은 저를 상관 마시옵소서. 제가 절로 처리할 도리가 있나이다.” 좋은 원숭이 왕이로다. 잔털을 한 가닥 뽑아 입에 대고 신선의 기운을 한 번 불며 외쳤다. “변하여라!” 그러자 소귀칼 한 자루로 변하였는데, 그 호랑이의 배 위에서 가죽을 갈라 열고 아래로 벗겨 통째로 한 장의 가죽을 벗겨 냈다. 발톱을 잘라 버리고 머리를 베어 내어 네모반듯한 호랑이 가죽 한 폭을 베어 들고 일어나 한번 재어 보며 말했다. “너무 넓구나. 한 폭으로 두 폭을 만들 수 있겠다.” 칼을 가져다 다시 두 폭으로 잘랐다. 한 폭을 걷어 두고 한 폭을 허리에 둘렀으며, 길가에서 칡덩굴 하나를 뜯어 단단히 동여매어 아랫도리를 가리며 말했다. “사부님, 어서 가시옵소서! 어서 가시옵소서! 인가에 이르러 바늘과 실을 좀 빌려 꿰매도 늦지 않겠나이다.” 그가 쇠몽둥이를 한번 비틀어 여전히 바늘처럼 만들어 귀 속에 넣고 행장을 등에 지고 사부님을 청하여 말에 오르게 하였다.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갔는데, 장로가 말 위에서 물었다. “오공아, 네가 방금 호랑이를 친 쇠몽둥이는 어찌하여 보이지 않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은 아시지 못하나이다. 제 이 몽둥이는 본래 동쪽 큰 바다 용궁에서 얻은 것으로 ‘천하를 진압하는 신진한 쇠’라 부르고, 또 ‘여의금고봉’이라 부르나이다. 그해 천궁을 크게 어지럽혔을 때 이놈의 도움이 몹시 컸나이다. 몸에 지니고 다니며 뜻대로 변화하여 크게 하려면 커지고 작게 하려면 작아지나이다. 방금 수놓는 바늘 모양으로 변하여 귀 속에 넣어 두었사오니 쓸 때에라야 꺼내나이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은근히 기뻐하였다. 또 물었다. “아까 그 호랑이가 너를 보고는 어찌하여 꼼짝도 하지 않아 네 마음대로 그를 때리게 하였느냐, 어찌 된 일이냐?” 오공이 말했다. “사부님께 거짓말하지 않사오면, 호랑이 하나뿐이 아니라 용 한 마리라도 나를 보면 감히 무례하지 못하나이다. 이 늙은 손은 자못 용을 항복시키고 호랑이를 굴복시키는 수단과 강을 뒤집고 바다를 휘젓는 신통이 있으며, 얼굴빛을 보고 속을 분별하며 소리를 듣고 이치를 살피나이다. 크게 하면 우주를 헤아리고 작게 하면 털끝보다 작아지며, 변화에 끝이 없고 숨고 드러남을 헤아릴 수 없나이다. 이 호랑이 가죽을 벗기는 것이 무슨 희한한 일이겠나이까? 어렵고 의심스러운 곳에 이르면 제 재주를 펼쳐 보이겠나이다!” 삼장이 이 말을 듣고 더욱 마음을 놓아 근심이 없어져 말을 채찍질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스승과 제자 두 사람이 걸어가며 이야기하는 사이 어느덧 해가 기울었다. 다만 보니 이러하였다.

타오르는 듯한 저녁 햇살이 비껴 되비치고, 하늘 끝 바다 끝으로 돌아가는 구름이 깃드네. 천 산의 새와 참새 소리 자주 잦아들어, 깃들 곳을 찾아 숲으로 떼 지어 드네. 들짐승들은 짝지어 쌍쌍이 굴로 돌아가 무리 지어 모이네. 한 줄기 초승달이 황혼을 가르고, 만 점의 밝은 별이 빛을 둥글게 두르네.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걸음을 좀 재촉하시옵소서. 날이 저물었나이다. 저쪽에 나무가 무성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인가의 장원일 것이옵니다. 우리 일찍 가서 하룻밤 묵어갑시다.” 삼장이 과연 말을 채찍질하여 곧장 인가로 달려갔다.

장원 앞에 이르러 말에서 내렸다. 행자는 행장을 내팽개치고 앞으로 나아가 외쳤다. “문을 여시오! 문을 여시오!” 그 안에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휙 문을 열었는데, 행자의 이렇게 흉악한 모습에 허리에 호랑이 가죽 한 폭을 두른 것이 마치 뇌공의 모양 같음을 보고는 놀라 다리가 풀리고 몸이 저려 넋 나간 소리를 질렀다. “귀신이 왔다! 귀신이 왔다!” 삼장이 앞으로 나아가 붙들며 말했다. “노시주님, 두려워 마시옵소서. 이는 저 빈승의 제자이지 귀신이 아니옵니다.” 노인이 머리를 들어 삼장의 용모가 맑고 기이함을 보고서야 비로소 발을 멈추고 서서 물었다. “그대는 어느 절에서 온 중이며, 이 흉악한 놈을 데리고 내 집 문에 들어오는가?” 삼장이 말했다. “저 빈승은 당나라에서 온 자로 서천으로 가서 부처께 절하고 경을 구하러 가는 길이옵니다. 마침 이곳을 지나는데 날이 저물어 특별히 댁에 찾아와 하룻밤 묵어 가고자 하오니, 내일 아침 날이 밝기 전에 떠나겠나이다. 부디 편의를 좀 베풀어 주시옵소서.” 노인이 말했다. “그대는 비록 당나라 사람이라 하나 저 흉악한 놈은 당나라 사람이 아니지.” 오공이 소리를 높여 외쳤다. “이 늙은이는 눈치가 전혀 없구나! 당나라 사람은 내 사부님이요, 나는 그의 제자다! 나는 무슨 ‘엿사람’이나 ‘꿀사람’이 아니라 제천대성이다. 너희 이곳 인가에도 나를 아는 이가 있을 것이요, 나도 너를 본 적이 있다.” 그 노인이 말했다. “네가 어디서 나를 보았다는 말인가?” 오공이 말했다. “네가 어릴 적에 내 앞에서 나뭇가지를 긁어 모으지 않았더냐? 내 얼굴에서 나물을 캐지 않았더냐?” 노인이 말했다. “이놈이 함부로 지껄이는구나! 네가 어디 사는데 내가 어디 산단 말인가? 내가 네 앞에서 나뭇가지를 긁고 나물을 캤단 말이냐!” 오공이 말했다. “내 자식이 함부로 지껄이기는! 네가 나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나는 본래 이 양계산 돌함 속의 대성이다. 다시 한번 잘 알아보아라.” 노인이 그제야 문득 깨달아 말했다. “네가 자못 그와 비슷하구나. 그런데 너는 어떻게 빠져나왔느냐?” 오공이 보살이 착한 일을 권하여 나로 하여금 당삼장을 기다려 쪽지를 떼고 몸을 벗어나게 한 일을 그 노인에게 자세히 한 차례 이야기하였다. 노인이 그제야 엎드려 절하고 당삼장을 안으로 청하여 들이고 이내 늙은 아내와 아들딸을 불러 모두 나와 서로 만나게 하고 앞의 일을 자세히 말하니, 사람마다 기뻐하였다. 또 차를 내오게 하였다. 차를 마신 뒤 오공에게 물었다. “대성이여, 그대도 나이가 있으신가?” 오공이 말했다. “네가 올해 몇 살이냐?” 노인이 말했다. “저는 헛되이 백삼십 세를 살았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네 증손의 증손쯤 되겠구나! 이 몸을 낳은 나이가 언제였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하나, 다만 이 산기슭에 있은 지가 이미 오백여 년이 넘었다.” 노인이 말했다. “있소, 있소. 제가 일찍이 할아버지 어른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산은 하늘에서 내려와 신통한 원숭이 하나를 눌러 두었다 하였소. 바로 지금에 이르러 그대가 몸을 벗어났으니, 제가 어릴 적에 그대를 보았을 때는 그대 머리 위에 풀이 있고 얼굴에 진흙이 있어 오히려 두렵지 않았는데, 지금은 얼굴에 진흙이 없고 머리 위에 풀이 없으며 다만 좀 여윈 듯하고 허리에는 또 커다란 호랑이 가죽을 둘렀으니, 귀신과 얼마나 다르겠습니까?”

온 집안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모두 껄껄 크게 웃었다. 이 노인은 자못 어질어 이내 재를 차리게 하였다. 공양을 마친 뒤 오공이 말했다. “댁의 성은 무엇이오?” 노인이 말했다. “우리 집안은 성이 진이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이내 내려와 두 손을 마주 잡고 말했다. “노시주님, 저 빈승과 같은 성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은 당나라 성이신데 어찌하여 이 사람과 같은 성이 되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나의 속가도 성이 진이니, 바로 당나라 해주 홍농군 취현장 사람이로다. 나의 법명은 진현장이라 한다. 다만 우리 대당 태종 황제께서 나를 어제 삼장으로 봉하시고 당을 성으로 삼으라 하셨으므로 당승이라 이름하게 된 것이다.” 그 노인은 같은 성이라는 말을 듣고 또 몹시 기뻐하였다. 행자가 말했다. “늙은 진씨, 어차피 댁에 폐를 끼쳤으니, 나는 오백여 년 동안 목욕을 하지 못했소. 가서 물을 좀 끓여 우리 스승과 제자를 씻겨 주시오. 떠날 때에 한꺼번에 사례하겠소.” 그 노인이 이내 물을 끓이고 대야를 가져오게 하고 등불을 밝혔다. 스승과 제자가 목욕을 마치고 등불 앞에 앉았다. 행자가 말했다. “늙은 진씨, 또 한 가지 일이 있어 그대에게 폐를 끼치겠소. 바늘과 실을 좀 빌려 주시오.” 그 노인이 말했다. “있소, 있소, 있소.” 이내 아낙에게 명하여 바늘과 실을 가져오게 하여 행자에게 건네주었다. 행자는 또 눈치가 빨랐다. 사부님이 목욕하며 흰 베로 된 짧고 작은 직철 한 벌을 벗어 아직 입지 않은 것을 보고는 곧 끌어다 몸에 걸쳤으며, 그 호랑이 가죽을 벗어 한곳에 이어 붙여 말얼굴 모양의 접힌 주름을 만들어 허리에 둘렀고 칡줄로 동여매고 사부님 앞에 이르러 말했다. “이 늙은 손이 오늘 이렇게 차려입었으니 어제에 비하여 어떠하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좋구나! 좋구나! 좋구나! 이렇게 해야 비로소 행자 같구나.” 삼장이 말했다. “제자야, 네가 낡고 헐었다고 싫어하지 않는다면 그 직철을 그냥 입어라.” 오공이 읍하며 말했다. “하사해 주심을 받드나이다! 받드나이다!” 그가 또 가서 여물을 찾아 말을 먹였다. 이때에 이르러 각자 할 일을 마치고 스승과 제자와 그 노인도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오공이 일어나 사부님께 길을 떠나시기를 청하였다. 삼장이 옷을 입고 행자에게 침구와 행장을 수습하게 하였다. 막 작별을 고하려는데 그 노인이 일찍이 세숫물과 또 재를 갖추어 내왔다. 공양을 마치고서야 비로소 몸을 일으켰다. 삼장이 말에 올랐고 행자가 길을 인도하였다. 어느덧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며 밤에는 자고 새벽에는 길을 가는데, 또 초겨울 철을 만났다. 다만 보니 이러하였다.

서릿발이 붉은 잎을 새겨 천 숲이 여위었는데, 고개 위 몇 그루 소나무와 잣나무만 빼어나도다. 피지 않은 매화 꽃술은 그윽한 향기를 흩뿌리고, 따뜻한 낮은 짧고 작은 봄 기운이 감도는데, 국화는 시들고 연꽃은 다하여 산다화만 무성하도다. 찬 다리 옛 나무에서는 가지가 다투어 얽히고, 굽은 시내에선 졸졸 샘물이 흐르며, 엷은 구름은 눈을 뿌릴 듯 하늘에 가득 떠 있도다. 북풍이 갑자기 불어 소매를 잡아 끌고, 저녁으로 갈수록 찬 위세를 사람이 어찌 견디겠는가?
스승과 제자가 한참을 걸어가는데, 홀연히 길가에서 휘파람 소리가 나더니 여섯 사람이 뛰어나왔다. 저마다 긴 창과 짧은 칼, 날카로운 칼날과 강한 활을 들고 크게 한마디 외쳤다. “이 중놈아! 어디로 가느냐! 어서 말과 행장을 남겨 두고 네 목숨만 살려 보내 주겠다!” 삼장은 놀라 넋이 날아가고 혼이 흩어져 말에서 떨어져 말도 못 하였다. 행자가 손으로 부축하여 일으키며 말했다. “사부님은 마음 놓으시옵소서. 조금도 탈이 없나이다. 이놈들은 모두 저희에게 옷과 노잣돈을 갖다 주는 놈들이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오공아, 네가 어쩌면 좀 귀가 먹었느냐? 그놈들은 우리더러 말과 행장을 남기라 하였는데, 네가 도리어 그에게 무슨 옷과 노잣돈을 달라 하느냐?”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은 옷과 행장과 말을 잘 지키고 계시옵소서. 이 늙은 손이 그와 한바탕 겨루어 보고 어떠한지 보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솜씨 좋은 자도 두 주먹을 당하지 못하고 두 주먹은 네 손을 당하지 못한다 하였는데, 저쪽에 여섯 장정이 있고 네게는 이렇게 작고 조그마한 몸 하나뿐이니, 어찌 감히 그와 겨루려 하느냐?”

행자는 본래 담량이 커서 어찌 나누어 설명할 틈이 있겠는가. 앞으로 나아가 두 팔을 가슴 앞에 엇걸고 그 여섯 사람에게 예를 갖추어 말했다. “여러분은 무슨 까닭으로 저 빈승의 갈 길을 막으시는 것이오?” 그 사람들이 말했다. “우리는 길을 끊고 다니는 대왕이며 착한 마음을 베푸는 산지기다. 큰 이름이 오래 퍼졌으니 너는 짐작도 못할 것이다. 어서 물건을 남겨 두고 너를 보내 주겠으니, 만일 ‘아니’라는 반 마디라도 한다면 네 몸을 부수고 뼈를 가루로 만들어 주겠다!” 행자가 말했다. “나도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대왕이며 여러 해 묵은 산지기인데, 여러분에게 무슨 큰 이름이 있는지는 일찍이 듣지 못하였다.” 그 사람들이 말했다. “네가 모르니 내가 말하여 들려주마. 하나는 안간희라 하고, 하나는 이청노라 하며, 하나는 비후애라 하고, 하나는 설상사라 하며, 하나는 의견욕이라 하고, 하나는 신본우라 한다.” 오공이 웃으며 말했다. “원래 여섯 마리의 좀도둑이었구나! 너희는 나 이 출가한 사람이 너희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도리어 길을 막으러 왔구나. 그 강탈한 진귀한 보물을 꺼내어 놓아라. 내가 너희와 칠 분으로 똑같이 나누어 주고 용서해 주겠다!” 그 도적들이 이 말을 듣고 기뻐하는 자는 기뻐하고 성내는 자는 성내며, 사랑하는 자는 사랑하고 생각하는 자는 생각하며, 욕심내는 자는 욕심내고 근심하는 자는 근심하였다. 그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아가 마구 떠들며 말했다. “이 중놈이 무례하구나! 네 물건은 아예 하나도 없으면서 도리어 와서 우리에게 물건을 나누자 하는구나!” 그들이 창을 휘두르고 칼을 춤추며 떼를 지어 달려들어 행자를 향해 머리를 마구 내리쳤다. 둥둥 탕탕 소리를 내며 칠팔십 번을 내리쳤다. 오공은 가운데 우뚝 서서 다만 모르는 척하였다. 그 도적들이 말했다. “좋은 중이로다! 참으로 머리가 단단하구나!”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럭저럭 견딜 만하도다! 너희도 때리느라 팔이 시렸을 터이니 이제는 이 늙은 손이 바늘 하나를 꺼내 놀아 보겠다.” 그 도적들이 말했다. “이 중은 침 놓는 의원이 변한 놈이로구나. 우리에게는 병도 없는데 무슨 침을 놓는다는 말이냐!”

행자가 손을 뻗어 귀 속에서 수놓는 바늘 하나를 뽑아 바람을 맞아 한 번 흔들었더니, 바로 쇠몽둥이 하나로 사발만 한 굵기였다. 손에 쥐고 말했다. “가면 안 된다! 이 늙은 손도 몽둥이를 한 번 쳐서 솜씨를 시험해 보겠다!” 이 여섯 도적은 놀라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쳤으나, 그가 걸음을 활짝 벌려 빙 둘러 따라가서는 하나하나 모두 때려 죽였다. 그들의 옷을 벗기고 그들의 노잣돈을 빼앗아 싱글벙글 걸어와 말했다. “사부님은 가시옵소서. 그 도적은 이미 이 늙은 손이 모두 쓸어 버렸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네가 몹시 화를 일으켰구나! 그들이 비록 길을 끊는 강도라 하나 관가에 잡아 보내더라도 사형에 이를 죄는 아닐 터인데, 네가 비록 수단이 있다 한들 그저 물리쳐 보내기만 하면 그만이지 어찌 모두 때려 죽였느냐? 이것은 까닭 없이 사람의 목숨을 상하게 한 것이니 어찌 중이 될 수 있겠느냐? 출가한 사람은 ‘땅을 쓸다가도 개미의 목숨 상할까 두려워하고, 부나비를 아껴 등에 비단을 씌운다’ 하였거늘, 네가 어찌 흑백을 가리지 않고 한 차례에 때려 죽이느냐? 자비롭고 착한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구나! 아직 산속이라 아무도 살펴보는 이가 없지만, 만일 성시에 이르러 혹 사람이 잠시 너를 건드리면 너도 또 흉악한 짓을 하여 몽둥이를 잡고 마구 사람을 때려 상하게 할 것이니, 나는 무고한 사람으로 남아 있겠으며 어찌 몸을 벗어날 수 있겠느냐?” 오공이 말했다. “사부님, 제가 그놈들을 때려 죽이지 않았다면 그놈들이 도리어 사부님을 때려 죽이려 하였을 것이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나 이 출가한 사람은 차라리 죽을지언정 결코 감히 흉악한 짓을 하지 않겠다. 내가 죽는다 한들 이 몸 하나뿐이거니와 네가 그 여섯 사람을 죽였으니 어찌 이치로 따져 말할 수 있겠느냐? 이 일을 만일 관가에 고발한다면 네 아비가 벼슬을 한다 한들 또한 변명하지 못할 것이다.”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께 거짓말하지 않사오면, 이 늙은 손은 오백 년 전에 화과산에 웅거하여 왕이라 일컫고 괴물 노릇을 하던 때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때려 죽였는지 모르나이다. 만일 사부님 말씀대로라면 저는 제천대성이 되지 못하였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다만 네가 거두어 주고 관리하는 이가 없어 인간 세상에서 포악하게 굴고 하늘을 업신여기고 윗사람을 속였기 때문에 이 오백 년 전의 재난을 받은 것이다. 이제 이미 사문에 들었으니 만일 다시 그때처럼 흉악한 짓을 하고 한결같이 생명을 상하게 한다면 서천에 가지도 못하고 중도 되지 못할 것이다! 너무 사납구나! 너무 사납구나!”

원래 이 원숭이는 한평생 남의 기운을 받지 못하는 성미였다. 그는 삼장이 자꾸만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을 보고 마음속 불을 참지 못하여 말했다. “사부님이 이미 그렇다면 저더러 중도 못 되고 서천에도 못 간다 하시니,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나를 괴롭힐 필요 없이 나는 그냥 돌아가겠나이다!” 그 삼장은 미처 대답도 하지 못하였는데, 그가 성질을 한 번 부려 몸을 솟구치며 한마디 하였다. “이 늙은 손 간다!” 삼장이 급히 머리를 들어 보니 이미 보이지 않았다. 다만 휙 하는 소리만 들릴 뿐 동쪽으로 가 버렸다. 그 장로만 외롭고 쓸쓸하게 남아 머리를 끄덕이며 스스로 한숨 쉬고 슬퍼하고 원망하기를 그치지 않으며 말했다. “이놈! 이렇게 가르침을 받지 않다니! 내가 다만 몇 마디 하였을 뿐인데 어찌하여 그림자도 없이 그냥 돌아가 버리는가? — 그만두자! 그만두자! 그만두자! 또한 내 팔자에 제자를 거두어 식구를 늘릴 인연이 없었던 것이로다! 이제 그를 찾으려 해도 찾을 곳이 없고 부르려 해도 대답이 없으니, 가거나 오거나 마음대로 하여라! 가거나 오거나 마음대로 하여라!” 바로 몸을 버리고 목숨을 다해 서쪽으로 향해 가되,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뜻을 세우라는 것이로다.

그 장로는 어쩔 수 없이 행장을 수습하여 말에 얹고 말은 타지도 않은 채 한 손으로 석장을 짚고 한 손으로 고삐를 잡고 처량하고 쓸쓸히 서쪽으로 나아갔다. 얼마 가지 않아 산길 앞에 나이 많은 노모 하나가 솜옷 한 벌을 받들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솜옷 위에는 꽃모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삼장은 그가 아주 가까이 이르는 것을 보고 황급히 말을 끌어 오른쪽에 서서 길을 비켜 주었다. 그 노모가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온 장로이기에 이렇게 외롭고 쓸쓸히 홀로 이곳을 가는가?” 삼장이 말했다. “제자는 동토 대당에서 성지를 받들어 서천으로 가서 살아 계신 부처를 뵙고 참경을 구하러 가는 사람이옵니다.” 노모가 말했다. “서방의 부처는 큰 뇌음사 천축국 경계에 있으니, 이곳에서 가려면 십만 팔천 리 길이 된다. 그대가 이렇게 홀몸에 말 한 마리로 벗도 없고 제자도 없으니 어찌 가겠는가!” 삼장이 말했다. “제자가 며칠 전에 제자 하나를 얻었사온데 성질이 사납고 흉악하여 제가 몇 마디를 하였더니 가르침을 받지 않고 아득히 가 버렸나이다.” 노모가 말했다. “나에게 이 솜베 직철 한 벌과 금을 박은 꽃모자 하나가 있다. 본래 내 아들이 쓰던 것이다. 그가 다만 사흘 동안 중이 되었는데 불행히 명이 짧아 죽었다. 내가 그제야 그의 절에 가서 한바탕 울고 그의 사부에게 하직하고 이 두 벌의 옷과 모자를 가져와 기념으로 삼았도다. 장로여, 그대에게 이미 제자가 있다니 내가 이 옷과 모자를 그대에게 주겠다.” 삼장이 말했다. “노모님의 후한 하사는 받드오나 다만 제 제자가 이미 가 버렸으니 감히 받지 못하겠나이다.” 노모가 말했다. “그가 어디로 갔느냐?” 삼장이 말했다. “제가 휙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는 동쪽으로 갔나이다.” 노모가 말했다. “동쪽으로 멀지 않은 곳이 바로 우리 집이니 아무래도 우리 집으로 갔을 것이다. 내게 또 주문 한 편이 있으니 ‘정심진언’이라 하고, 또 ‘긴고아주’라 한다. 너는 남몰래 외워 익혀 마음속 깊이 새겨 두고 다시는 한 사람에게도 누설하지 말라. 내가 가서 그를 따라잡아 다시 와서 그대를 따르게 하고, 그대는 이 옷과 모자를 그에게 입히고 씌우라. 그가 만일 네 부림을 따르지 않거든 네가 남몰래 이 주문을 외우면 그는 다시는 감히 흉악한 짓을 하지 못하고 다시는 감히 가 버리지도 못할 것이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머리를 숙여 절하며 사례하였다. 그 노모는 한 줄기 황금빛으로 변하여 동쪽으로 가 버렸다. 삼장은 그가 관음보살이 이 진언을 전해 준 것임을 마음으로 짐작하고 황급히 흙을 모아 향을 사르고 동쪽을 향해 간절히 예배하였다. 절을 마치고 옷과 모자를 거두어 보따리 속에 감추어 두었다. 그리고 길가에 앉아 그 《정심진언》을 외우고 익혔다. 왔다 갔다 몇 번을 외워 아주 익숙하게 외우고 마음속 깊이 새겨 두었으나 이는 이제 말하지 않겠다.
말하자면, 그 오공은 사부와 작별하고 한 번의 근두운으로 곧장 동쪽 큰 바다로 돌아갔다. 구름머리를 누르고 물길을 갈라 곧장 수정궁 앞에 이르렀다. 일찍이 용왕이 놀라 나와 맞이하였다. 궁 안으로 맞아들여 앉고 예를 마치자 용왕이 말했다. “근래 대성의 재난이 다하였다 하니 축하드리지 못하였소! 아무래도 다시 선산을 정비하고 옛 동굴로 돌아가시리라 여겼소이다.” 오공이 말했다. “나도 그런 마음이 있었으나 다만 또 중이 되었소.” 용왕이 말했다. “어찌하여 중이 되었소?” 행자가 말했다. “내가 남해 보살의 착한 권유를 입어 정도를 이루라 하시기에 동토의 당승을 따라 서방으로 가서 부처께 절하고 사문에 귀의하였으며 또 행자라 불리게 되었소.” 용왕이 말했다. “이러하니 참으로 축하할 만하오! 축하할 만하오! 이것이야말로 사악함을 고쳐 바른 길로 돌아가고 착한 마음을 징계하여 세운 것이라 하겠소. 이미 그러한데 어찌하여 서쪽으로 가지 않고 다시 동쪽으로 돌아왔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당승이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오. 좀도둑 몇 놈이 길을 끊기에 내가 그놈들을 때려 죽였더니 당승이 자꾸만 잔소리를 하며 나의 잘못을 얼마나 많이 말하던지. 생각해 보시오, 이 늙은 손이 어찌 답답한 기운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오? 그래서 내가 그를 버리고 본산으로 돌아가려 하였으므로 먼저 와서 그대를 한번 보고 차 한 잔을 청하려 한 것이오.” 용왕이 말했다. “와 주시니 영광이오! 영광이오!” 그때 용자와 용손이 곧 향기로운 차를 받들어 올렸다.

차를 마신 뒤 행자가 머리를 돌려 보니 뒷벽에 ‘이교진리’ 그림 한 폭이 걸려 있었다. 행자가 말했다. “이것은 무슨 광경이오?” 용왕이 말했다. “이 일이 대성보다 뒤에 있었으므로 대성은 알지 못하실 것이오. 이것을 ‘이교삼진리’라 하오.” 행자가 말했다. “어찌 ‘삼진리’라 하오?” 용왕이 말했다. “이 신선은 바로 황석공이오. 이 아이는 바로 한나라 때의 장량이오. 석공이 이교 위에 앉아 있다가 홀연히 신발을 다리 아래에 떨어뜨려 이내 장량을 불러 가져오게 하였소. 이 아이가 곧 달려가 가져와 무릎을 꿇고 앞에 바쳤소. 이렇게 세 번을 하였는데도 장량은 털끝만큼도 교만하고 게으른 마음이 없었으므로 석공이 마침내 그의 부지런하고 삼감을 사랑하여 밤에 하늘의 글을 전해 주고 한나라를 돕게 하였소. 훗날 과연 장막 안에서 셈을 세워 천 리 밖의 승부를 결정하였소. 천하가 태평해진 뒤에는 벼슬을 버리고 산으로 돌아가 적송자를 따라 노닐며 신선의 도를 깨달아 이루었소. 대성이여, 그대가 만일 당승을 보호하지 않고 부지런히 애쓰지 않으며 가르침을 받지 않는다면 끝내는 요사스러운 신선일 뿐이니 정도를 이루기를 바라지 마시오.” 오공이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신음하며 말이 없었다. 용왕이 말했다. “대성은 스스로 판단하시오. 편안함을 도모하다가 앞길을 그르치지 마시오.” 오공이 말했다. “말 많지 마시오. 이 늙은 손이 그냥 가서 그를 보호하겠소.” 용왕이 기뻐하며 말했다. “이러하시다면 감히 오래 머물게 하지 못하겠으니 대성께서는 아침 일찍 자비를 베푸시어 사부와 너무 오래 소원해지지 마시오.” 행자가 그가 재촉하여 가기를 청하는 것을 보고 급히 몸을 솟구쳐 바다 밖으로 나와 구름을 타고 용왕과 작별하였다.

바로 가는데 남해 보살을 만났다. 보살이 말했다. “손오공아, 네가 어찌하여 가르침을 받지 않고 당승을 보호하지 않으며 이곳에서 무얼 하는가?” 행자는 놀라 구름 끝에서 예를 갖추며 말했다. “지난번 보살님의 좋은 말씀을 입어 과연 당나라 중이 이르러 누름쪽지를 떼고 제 목숨을 구해 주셨으므로 그를 따라 제자가 되었나이다. 그런데 그가 저의 흉악함을 괴이하게 여기기에 제가 그를 한 번 피해 온 것뿐이요 지금 곧 가서 그를 보호하려 하였나이다.” 보살이 말했다. “일찍 가라. 생각을 그르치지 말라.” 말을 마치자 각자 돌아갔다.

이 행자는 잠깐 사이에 당승이 길가에 답답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사부님! 어찌하여 길을 가지 않으시고 아직도 이곳에서 무엇을 하시나이까?” 삼장이 머리를 들어 말했다. “너는 어디를 갔다 왔느냐? 나를 가려 해도 감히 가지 못하고 움직이려 해도 감히 움직이지 못하여 이곳에서 그저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행자가 말했다. “저는 동쪽 큰 바다 늙은 용왕의 집에 가서 차를 좀 마시고 왔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제자야, 출가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 네가 나를 떠난 지 한 시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어찌 용왕의 집에 가서 차를 마셨다 하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께 거짓말하지 않사오면, 저는 근두운을 타는 법을 알아 한 번 근두에 십만 팔천 리 길이므로 곧 가고 곧 온 것이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내가 말을 조금 무겁게 하였더니 네가 나를 원망하여 성질을 부려 나를 버리고 갔다. 너처럼 본사가 있는 자는 차를 얻어 마시거니와 나처럼 갈 수 없는 자는 이곳에서 그저 굶주림을 참고 있는데 너도 마음이 편치 않구나!”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배고프시면 제가 가서 공양을 좀 빌어 오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공양을 빌리지 마라. 내 보따리 속에 아직 마른 양식이 조금 있으니, 그것은 유태보의 어머니가 준 것이다. 네가 가서 발우를 가져다 물을 좀 구해 오너라. 내가 좀 먹고 길을 가겠다.”

행자가 가서 보따리를 풀었는데, 그 보따리 속에서 거친 밀가루로 만든 구운 떡 몇 개를 보고 꺼내어 사부님께 건네주었다. 또 번들번들 윤이 나는 솜베 직철 한 벌과 금을 박은 꽃모자 하나를 보고 행자가 말했다. “이 옷과 모자는 동토에서 가져오신 것이옵니까?” 삼장이 그저 흘려 대답하였다. “내가 어릴 적에 입고 쓰던 것이다. 이 모자를 쓰면 경을 가르치지 않아도 곧 경을 외우게 되고, 이 옷을 입으면 예를 익히지 않아도 곧 예를 갖추게 된다.” 행자가 말했다. “좋은 사부님, 저에게 주어 입고 쓰게 하시옵소서.” 삼장이 말했다. “다만 길고 짧음이 맞지 않을까 두렵구나. 네가 입을 수 있다면 그냥 입어라.” 행자가 이에 낡은 흰 베 직철을 벗어 버리고 솜베 직철을 입었는데, 그것도 몸에 맞추어 지른 것과 같았고, 또 모자를 머리에 썼다.

삼장이 그가 모자를 쓴 것을 보고는 마른 양식도 먹지 않고 남몰래 그 《긴고아주》를 한 번 외웠다. 행자가 외쳤다. “머리가 아프나이다! 머리가 아프나이다!” 그 사부가 그치지 않고 또 몇 번을 외우니 그 행자는 아파서 뒹굴며 금을 박은 꽃모자를 움켜쥐어 찢었다. 삼장은 또 금고가 끊어질까 두려워 입을 다물고 외우지 않았다. 외우지 않자 그는 곧 아프지 않았다. 손을 뻗어 머리 위를 만져 보니 한 줄기 금실 같은 모양으로 단단히 조여져 있어 빼낼 수도 없고 뜯어 끊을 수도 없이 이미 뿌리를 내린 상태였다. 그가 귀 속에서 바늘을 꺼내 그 고리 속에 찔러 넣고 밖으로 마구 긁어 대었다. 삼장은 또 그가 긁어 끊을까 두려워 입을 열어 다시 외우니 그가 여전히 아파하며 아픔에 곤두박질하고 재주넘기를 하며 귀가 붉어지고 얼굴이 벌게지고 눈이 부풀고 몸이 저렸다. 그 사부가 이런 모습을 보고 또 차마 보다 못하고 아까운 마음이 들어 다시 입을 다물었더니 그의 머리가 또 아프지 않았다. 행자가 말했다. “이 내 머리는 원래 사부님이 나를 저주한 탓이로구나.” 삼장이 말했다. “내가 외운 것은 《긴고아경》인데 어찌 너를 저주하였다 하느냐?” 행자가 말했다. “다시 한번 외워 보시옵소서.” 삼장이 정말로 또 외웠다. 행자가 정말로 또 아파하며 다만 외쳤다. “외우지 마시옵소서! 외우지 마시옵소서! 외우기만 하면 제가 아프니 이는 어찌 된 일이옵니까?” 삼장이 말했다. “네가 이제 나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가르침을 들었나이다!” “네가 다시 무례하지 않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감히 그러지 못하겠나이다!”

그가 입으로는 비록 대답하였으나 마음속에는 아직 좋지 않은 마음을 품고 있었으니, 그 바늘을 한 번 흔들어 사발만 한 굵기로 만들고 당승을 향해 곧 손을 쓰려 하였다. 장로가 놀라 입을 열어 다시 두세 번을 외우니 이 원숭이는 땅에 거꾸러져 쇠몽둥이를 놓치고 손을 들지도 못한 채 다만 외쳤다. “사부님! 제가 알았나이다! 다시는 외우지 마시옵소서! 다시는 외우지 마시옵소서!” 삼장이 말했다. “네가 어찌하여 마음을 속이고 감히 나를 때리려 하였느냐?” 행자가 말했다. “제가 감히 때리려 한 것이 아니옵니다. 제가 사부님께 묻겠사오니 이 법은 누가 사부님께 가르쳐 주셨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아까 한 노모가 전수해 주었다.” 행자가 크게 노하여 말했다. “말할 것도 없사옵니다! 이 노모는 틀림없이 그 관세음이옵니다! 그가 어찌하여 저를 그렇게 괴롭히는 것이옵니까! 제가 남해에 올라가 그를 때려 주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이 법이 그가 나에게 준 것이라면 그는 반드시 먼저 알고 있을 것이다. 네가 만일 그를 찾아가면 그가 외울 때에 네가 죽지 않겠느냐?” 행자는 그 말이 이치에 맞음을 보고 정말로 감히 몸을 움직이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돌이켜 무릎을 꿇고 애걸하며 말했다. “사부님! 이것은 그가 저를 제어하는 법으로 사부님을 따라 서쪽으로 가게 하려는 것이옵니다. 저도 가서 그를 건드리지 않겠으니 사부님도 흔한 말로 여기지 마시고 그저 외우시옵소서. 제가 사부님을 보호하기를 원하오니 다시는 물러서거나 뉘우치는 마음이 없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이러하니 나를 모셔 말에 오르게 하여라.” 그 행자가 이에야 마음을 굳혀 정신을 떨쳐 솜베 직철을 한 번 여미고 말의 배를 졸라매고 행장을 수습하여 서쪽으로 나아갔다.

결국 이렇게 떠난 뒤에 또 무슨 이야기가 있을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