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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 제15회 사반산제신암우(蛇盤山諸神暗佑) · 응수간의마수강(鷹愁澗意馬收韁)

말하자면, 손행자가 삼장법사를 곁에서 모시고 서쪽으로 나아간 지 여러 날이 되었는데, 마침 섣달의 찬 날씨라 북풍이 매섭게 살을 에고 얼음 길은 반들반들 미끄러웠다. 가는 길은 깎아진 절벽의 험하고 굽이진 길이요, 겹겹이 쌓인 고개와 층층이 이어진 험준한 산이었다. 삼장이 말 위에서 멀리 콰르르콰르르 물소리가 귀를 울리는 것을 듣고 머리를 돌려 불렀다. “오공아, 어느 곳에서 저 물소리가 나느냐?” 행자가 말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이곳을 사반산 응수간이라 부르옵기에, 틀림없이 저 개울 속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이옵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이 개울 가에 이르렀고, 삼장은 고삐를 당겨 말을 세우고 살펴보았다. 과연 그 모습은 실로 이러하였다.

졸졸 흐르는 찬 줄기 구름을 뚫고 지나가고, 맑고 깊은 푸른 물결 해를 비추어 붉구나. 소리는 밤비를 흔들어 그윽한 골짜기에 울리고, 빛깔은 아침 노을을 뿜어 허공을 눈부시게 하는도다. 천 길 물결 날아오르며 부서진 옥 뿜고, 한 웅덩이 물소리 맑은 바람에 으르렁대는구나. 흘러 만 이랑의 안개 낀 물결로 사라지니, 갈매기와 백로는 서로 잊은 채 낚시꾼을 만나지 못하고 물에 잠기는도다.

사부와 제자 두 사람이 막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개울 한가운데서 꽝 소리가 나더니 용 한 마리 솟구쳐 나와 물결 밀고 파도 뒤집으며 벼랑을 뛰쳐나와 장로를 덮쳤다. 행자는 황급히 행장을 버리고 스승을 안아 말에서 내려놓고는 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그 용은 미처 따라잡지 못하고, 그의 백마를 안장과 고삐까지 한 입에 꿀꺽 삼켜 버리고는, 도로 물속에 엎드려 자취를 감추었다. 행자는 스승을 높은 언덕에 모셔다 앉히고 돌아와 말을 끌고 짐을 지려 하였으나, 남은 것은 행장 한 짐뿐이요 말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행장 짐을 스승 앞에 놓으며 말했다. “사부님, 저 악룡은 종적을 감추어 보이지도 않사옵고, 다만 제 말을 놀라 달아나게 하였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제자야, 그러면 어떻게 그 말을 찾을 수 있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염려 마시옵소서, 염려 마시옵소서. 제가 가서 알아보고 오겠나이다.”

그는 휘파람을 길게 불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화안금정으로 손을 이마에 얹어 차양을 만들고 사방을 살펴보았으나 말의 자취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구름을 내려놓고 돌아와 아뢰었다. “사부님, 우리 말은 틀림없이 저 용에게 잡아먹혔사옵니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다시는 보이지 않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제자야, 그놈의 입이 얼마나 크기에 저렇게 큰 말을 안장과 고삐까지 모두 삼켰겠느냐? 필경 놀라 고삐가 풀려 저 산골로 달아났을 테니 다시 자세히 살펴보아라.”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은 제 재주를 모르시는구려. 제 두 눈은 대낮에도 천 리 길의 길흉을 보옵니다. 천 리 안의 잠자리 날개짓도 보거늘, 저 큰 말을 못 보았겠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정말로 그놈이 삼켰다면, 내가 어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느냐! 가련하구나! 이 험하고 먼 천산만수를 어찌 걸어서 갈 수 있단 말이냐!” 이런 말을 하며 그는 비 오듯 눈물을 흘렸다.

행자는 그가 서럽게 우는 것을 보고 성급한 성질을 참지 못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사부님, 이리 겁 많고 무른 모습을 보이지 마시옵소서! 그저 앉아만 계시옵소서! 앉아 계시옵소서! 제가 가서 그놈을 찾아내어 우리 말을 도로 내놓게 하면 그만이옵니다!” 그러나 삼장은 그의 소매를 붙잡으며 말했다. “제자야, 네가 어디로 그놈을 찾으러 가겠느냐? 그놈이 몰래 숨어 있다가 갑자기 뛰쳐나와 나까지 해치지나 않을까 두렵구나. 그때 가서 사람과 말이 둘 다 죽으면 어찌 좋단 말이냐!” 행자는 이 말을 듣고 더욱 성이 머리끝까지 나서, 우레 같은 소리로 고함쳤다. “사부님께서는 참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시옵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신다니깐요! 말을 타고는 싶으시고, 또 저를 보내지는 않으시니, 이렇게 행장만 지켜보며 늙도록 앉아 계실 셈이옵니까?”

그가 이를 갈며 소리를 지르고 좀처럼 성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는데, 그때 공중에서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대성은 노하지 마시옵고, 당나라 어제께서는 우시 마시옵소서. 저희는 관음보살의 분부를 받아 온 일행의 신들이옵니다. 특별히 경을 구하러 가는 이를 몰래 보호하러 왔나이다.” 그 장로는 이 말을 듣고 황급히 몸을 굽혀 절을 올렸다. 행자가 말했다. “너희는 몇 명이냐? 이름을 대어 보아라, 내가 점호를 할 수 있도록.” 뭇 신이 말했다. “저희는 육정육갑과 오방게제와 사치공조와 열여덟 분의 호교가람이옵니다. 저희는 각각 차례로 돌아가며 당번을 서고 분부를 기다리고 있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오늘은 먼저 누구부터 시작하느냐?” 뭇 게제가 말했다. “정갑과 공조와 가람은 차례로 당번을 드옵니다. 저희 오방게제는 오직 금두게제가 밤낮으로 사부님의 좌우를 떠나지 않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다면 당번이 아닌 자는 물러가고, 육정 신장과 일치공조와 뭇 게제는 남아서 내 사부님을 지켜 주어라. 내가 저 개울 속의 악룡을 찾아가 말을 도로 내놓게 하겠다.” 뭇 신이 그 명령을 따랐다. 삼장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바위 벼랑 위에 앉아 분부했다. “행자야, 조심하여라.” 행자가 말했다. “마음 푹 놓으시옵소서.” 과연 훌륭한 원숭이 왕이로다. 그는 무명 직포 도포를 단단히 동여매고 호랑이 가죽 치마를 걷어 올리고는, 금고 쇠몽둥이를 굳게 쥐고 곧장 개울과 골짜기로 나아갔다. 반은 구름을 타고 반은 안개에 싸인 채 그 물 위에서 높이 외쳤다. “이 미꾸라지 같은 놈아, 내 말을 내놓아라! 내 말을 내놓아라!”

그때 그 용은 삼장의 백마를 먹고 개울 바닥 한가운데 엎드려 신령한 기운을 숨기고 성질을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와서 욕하며 말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가슴속에서 치미는 불길을 참을 수 없어 급히 몸을 솟구쳐 파도를 뒤집고 물결을 헤치며 위로 뛰어올라왔다. “어느 놈이 감히 이곳에서 큰소리치며 나를 모욕하느냐?” 행자는 그를 보자 크게 한 번 호통쳤다. “도망가지 마라! 내 말을 내놓아라!” 그리고는 몽둥이를 휘둘러 머리를 내리쳤다. 그 용은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뻗어 덤벼들었다. 그 두 놈은 개울 가에서 한바탕 겨루었는데, 과연 사나운 영웅들이었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용은 날카로운 발톱을 뻗고 원숭이는 금고봉을 들어올린다. 저놈은 수염이 흰 옥실처럼 드리웠고 이놈은 눈이 붉은 금빛 등불처럼 번쩍인다. 저놈은 수염 아래 밝은 구슬이 채색 안개를 뿜어내고 이놈은 손 가운데 쇠몽둥이가 미친 바람을 춤추게 한다. 저놈은 부모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업보의 자식이요 이놈은 하늘의 장수를 속인 요괴로다. 그 두 놈은 모두 재난을 만나 갖은 시달림을 당하였으니, 이제 공을 이루려 각기 제 재주를 드러내는구나.

이리저리 오가며 한참을 싸우고 오래도록 빙빙 돌다가, 그 용은 힘이 풀리고 근육이 마비되어 더는 대적할 수 없게 되자, 몸을 한 번 돌려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개울 바닥 깊이 숨어들어 다시는 머리를 내밀지 않았다. 원숭이 왕이 욕설을 그치지 않고 퍼부어도 그는 귀먹은 체할 뿐이었다.

행자는 어쩔 도리가 없어 도로 삼장을 만나러 가서 말했다. “사부님, 이 괴물은 제가 욕하여 나오게 하였사옵니다. 그놈이 저와 한참을 겨루다가 싸움을 겁내어 달아났사옵고, 물 한가운데 숨어서 다시는 나오지 않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정말로 그놈이 내 말을 삼켰는지 어떻게 알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좀 보시옵소서! 그놈이 삼키지 않았다면 어찌 기꺼이 나와서 소리를 지르며 저와 맞서려 하였겠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네가 지난번 호랑이를 칠 적에는 항룡복호하는 재주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어찌하여 오늘은 그놈을 항복시키지 못하느냐?” 본래 그 원숭이는 남이 자기를 다그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성질이었다. 삼장이 이렇게 쏘아붙이는 말을 하자, 그는 곧 신통한 위엄을 떨치며 말했다.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제가 가서 그놈과 다시 한번 높고 낮음을 겨루어 보겠나이다!”

이 원숭이 왕은 걸음을 크게 내디뎌 개울 가로 뛰어가서는, 강을 뒤집고 바다를 휘젓는 신통력을 부려, 그 맑고 깊기 그지없는 응수간의 물을 아홉 굽이 황하의 물이 넘쳐흐르는 파도처럼 마구 뒤집어 놓았다. 그 악룡은 깊은 개울 속에서 앉아 있어도 누워 있어도 마음이 편치 않아,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야말로 복은 두 번 내리지 않고 재난은 홀로 오지 않는다더니, 내가 겨우 천조를 어긴 죽음의 재난에서 벗어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여기서 인연을 따라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또 이런 무뢰한 요괴를 만나 나를 해치려 하다니!” 보아라, 그는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나서 남에게 억눌리는 울분을 견디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밖으로 뛰쳐나가 욕했다. “너는 어디서 온 무뢰한 요괴이기에 이토록 나를 업신여기느냐!” 행자가 말했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따지지 말고, 네가 다만 말을 도로 내놓기만 하면 내 너의 목숨을 살려 주겠다!” 그 용이 말했다. “네 말은 내가 이미 뱃속에 삼켰거늘, 어찌 도로 토해 낼 수 있겠느냐! 내놓지 않겠다는데 네가 어쩌겠다는 것이냐!” 행자가 말했다. “말을 내놓지 않거든 이 몽둥이를 보아라! 다만 너를 때려 죽여 내 말의 목숨을 갚으면 그만이다!” 그 둘은 또 그 산벼랑 아래에서 치열하게 겨루었다. 몇 합이 되지 않아 그 작은 용은 참으로 당해 낼 수가 없었다. 몸을 한 번 흔들어 물뱀 한 마리로 변하더니, 풀숲 속으로 파고들어 사라졌다.
원숭이 왕은 몽둥이를 쥐고 앞으로 달려가 풀을 헤치며 뱀을 찾았으나, 아무런 자취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초조한 나머지 삼시신이 치받고 일곱 구멍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옴’ 자 주문을 한 번 외우니, 그 지방의 토지신과 그곳의 산신이 불려 나와 함께 무릎 꿇고 아뢰었다. “산신과 토지신이 왔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복사뼈를 내밀어 보아라. 각각 몽둥이로 다섯 대씩 맞아 인사를 대신하고, 내 마음을 좀 풀게 해 보아라!” 두 신은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하여 아뢰었다. “대성께서 너그럽게 봐 주시옵소서. 소신의 사정을 아뢰게 하여 주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너희가 무슨 말을 하겠다는 것이냐?” 두 신이 아뢰었다. “대성께서 오랫동안 갇혀 계셨사오니, 소신은 언제 나오실지 알지 못하여 맞이하지 못하였나이다. 부디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다면 내 너희를 때리지 않겠다. 내가 묻겠다. 응수간에 사는 괴룡은 어느 곳에서 온 놈이냐? 그놈이 어찌하여 내 사부님의 백마를 빼앗아 먹었느냐?” 두 신이 아뢰었다. “대성께서는 본래 사부님이 계시지 않았사옵고, 원래 하늘에도 복종하지 않고 땅에도 복종하지 않는 혼원상진이셨사온데, 어찌 사부님의 말이란 것이 있사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너희는 그것도 모르는구나. 나는 윗사람을 속인 일 때문에 꼬박 오백 년의 고난을 받았노라. 이제 관음보살의 권선을 입어 당나라 조정의 참된 승려에게 구출되어,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서천으로 가서 부처님께 절하고 경을 구하게 되었노라. 그런데 이곳을 지나다가 사부님의 백마를 잃었노라.” 두 신이 아뢰었다. “그러하였사옵니다. 이 개울에는 본래 사악한 것이 없사옵고, 다만 깊고 가파르며 넓어서 물빛이 바닥까지 훤히 맑사온데, 까마귀와 까치조차 감히 날아 지나가지 못하옵니다. 물이 맑아 제 그림자가 비치는 것을 보고는 같은 무리의 새로 여겨, 흔히 몸을 물속으로 던지곤 하였사오니, 그런 까닭에 이름을 응수간이라 하옵니다. 다만 지난해 관음보살께서 경을 구할 사람을 찾으러 가시다가 옥룡 한 마리를 구하시어 이곳에 두시고, 그 경을 구할 사람을 기다리라고 하시며 나쁜 짓을 하지 말라고 분부하셨사옵니다. 그놈은 배고플 때 물가로 올라와 새나 노루와 사슴을 잡아먹곤 하였사옵니다. 어찌 그리 무지하게 오늘 대성을 거슬렀는지는 알 수 없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처음에는 그놈이 나와 손을 겨루며 몇 합을 빙빙 돌더니, 다음에는 내가 불러 욕해도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내가 강을 뒤집고 바다를 휘젓는 법술을 하나 부려 그 개울물을 흐려 놓았더니, 그놈이 뛰어올라와 또 다투려 하였다. 내 몽둥이가 무거운 줄을 모르고 막아 내지 못하자, 물뱀 한 마리로 변하여 풀숲으로 파고들었다. 내가 쫓아와 그놈을 찾았으나 자취가 없노라.” 토지신이 아뢰었다. “대성께서는 모르시는 일이옵니다. 이 개울은 천만 개의 구멍이 서로 통해 있사오니, 그런 까닭에 물결이 깊고 아득하옵니다. 아마 이 부근에도 구멍 하나가 있어 그놈이 그 아래로 파고들었을 것이옵니다. 대성께서 노하시어 이곳에서 찾으실 것 없사옵니다. 이놈을 잡으려거든 관세음보살을 모셔 오시면 저절로 항복하옵니다.”

행자는 그 말을 듣고 산신과 토지신을 불러 삼장을 함께 뵙게 한 뒤, 앞의 일을 낱낱이 아뢰었다. 삼장이 말했다. “보살을 모시러 가려면 어느 때에야 돌아올 수 있겠느냐? 이 빈승은 배고픔과 추위를 어찌 참겠느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윽한 공중에서 금두게제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대성이여, 몸을 움직이실 것 없사옵니다. 소신이 가서 보살을 모셔 오겠나이다.” 행자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폐를 끼치는구나! 폐를 끼치는구나! 어서 가거라! 어서 가거라!” 그 게제는 급히 구름을 타고 곧장 남해로 올라갔다. 행자는 산신과 토지신에게 사부님을 지키라고 분부하고, 일치공조에게는 공양을 구하러 가게 한 뒤, 다시 개울 가를 두루 살피러 갔는데, 그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 둔다.

말하자면, 금두게제는 구름을 한 번 타니 어느새 남해에 이르렀다. 그는 상서로운 빛을 따라 내려가 낙가산 자죽림 속에 이르러, 금갑옷을 입은 제천과 목타 혜안에게 사정을 전하여 달라고 부탁하고 나서 보살을 뵈올 수 있었다. 보살이 말했다. “네가 무슨 일로 왔느냐?” 게제가 아뢰었다. “당나라 승려가 사반산 응수간에서 말을 잃었사옵고, 손대성이 급한 나머지 진퇴양난에 빠졌나이다. 이곳의 토지신에게 물으니 보살께서 그곳에 두신 악룡이 삼켰다 하옵기에, 그 대성이 소신에게 보살을 모셔 가서 이 악룡을 항복시키고 말을 돌려받게 해 달라고 청하라 하였나이다.” 보살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이놈은 본래 서해 용왕 오윤의 아들이니라. 그가 전각 위의 밝은 구슬을 태워 버린 죄로 그 아비가 불효라며 천정에 고발하여 사형죄를 지었거늘, 내가 친히 옥황상제를 뵙고 그놈을 청하여 내려와 당나라 승려에게 발이 되어 주게 하였거늘, 그놈이 어찌 도리어 당나라 승려의 말을 먹었단 말이냐? 그런 말이라면 내가 가 보리라.” 보살은 연꽃 대좌에서 내려와 신선의 동굴을 떠나 게제와 함께 상서로운 빛을 타고 남해를 건너왔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부처님께서 설하신 밀다삼장경이요 보살이 착함을 널리 펴니 온 성에 가득하도다. 마하의 묘한 말은 천지에 통하고 반야의 참된 진언은 귀신의 영혼을 건지느니라. 이에 금선이 다시 껍질을 벗게 되고 현장으로 하여금 다시 수행하게 하였도다. 다만 길이 응수간에서 막혔으므로, 용의 아들이 참됨으로 돌아가 말의 형상으로 변하였도다.

그 보살과 게제는 오래지 않아 사반산에 이르렀다. 보살은 반공중에 상서로운 구름을 멈추고 고개 숙여 내려다보니 손행자가 개울 가에서 욕하고 있었다. 보살이 게제를 시켜 그를 불러 오게 하였다. 그 게제는 구름을 내려놓고 삼장에게는 들르지도 않은 채 곧장 개울 가로 가서 행자에게 말했다. “보살께서 오셨나이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급히 구름을 타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그를 향해 크게 외쳤다. “이 칠불의 스승이요 자비한 교주라는 분이여! 그대는 어찌하여 방법을 만들어 나를 해치려 하였느냐!” 보살이 말했다. “이 담 큰 말류야, 촌스럽고 어리석은 적고야! 내가 도리어 거듭거듭 정성을 다하여 경을 구할 사람을 하나 건져 내어, 네 목숨을 구하도록 부탁까지 하였거늘, 너는 어찌 와서 목숨을 살려 준 은혜에 사례하지 않고 도리어 와서 나와 떠들며 다투느냐?” 행자가 말했다. “그대가 나를 잘도 만들어 놓았구려! 그대가 나를 꺼내 놓았거든 자유롭게 놀게나 하였지, 지난번 바다에서 나를 맞아 몇 마디 상처 주는 말로 나로 하여금 온 힘을 다해 당나라 승려를 모시게 하였거늘, 어찌하여 그 승려에게 꽃무늬 모자를 주어 나를 속여 머리에 쓰고 고생하게 하였느냐? 이 고리를 내 머리에 붙어 자라게 하고, 또 그에게 무슨 긴고아주 한 권을 외우게 하여 그 늙은 중이 자꾸자꾸 외우게 하니, 내 머리가 아프고 또 아팠거늘, 이것이 나를 해친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 보살이 웃으며 말했다. “이 원숭이야! 네가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바른 과위를 받지 않거늘, 이렇게 너를 얽어매지 않는다면 너는 또 윗사람을 속이고 하늘을 기만하며 좋고 나쁨을 어찌 알겠느냐! 다시 예전처럼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면 누가 거두어 다스리겠느냐? 모름지기 이처럼 얽매는 굴레가 있어야 네가 내 요가의 문으로 들어오려 하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이 일은 내게 갚을 마장이라 하여 두겠노라.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또 그 죄 지은 악룡을 이곳에 보내어 정을 이루게 하여, 그놈으로 하여금 내 사부님의 말을 먹게 하였느냐? 이는 또 악한 놈을 놓아 악을 행하게 한 것이니, 몹시 착하지 못한 일이로다!” 보살이 말했다. “그 용은 내가 친히 옥황상제께 아뢰어 이곳에 청해 두었느니라. 오직 경을 구하는 사람의 발이 되어 주게 하려 하였느니라. 네가 생각해 보아라, 저 동토에서 온 보통 말이 어찌 이 만수천산을 견디며 어찌 저 영산 불지에 이를 수 있겠느냐? 모름지기 이 용마가 있어야 비로소 갈 수 있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저놈이 나를 이렇게 두려워하며 숨어 나오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겠느냐?” 보살이 게제를 불러 말했다. “네가 개울 가로 가서 ‘오윤 용왕의 옥룡 삼태자여, 나오너라. 남해 보살이 여기 계시느니라.’ 하고 한 번 외쳐라. 그러면 그놈이 곧 나오느니라.” 그 게제는 과연 개울 가로 가서 두 번 외쳤다. 그 작은 용은 파도를 뒤집고 물결을 뛰어넘어 물 밖으로 뛰어나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고는 구름을 밟고 공중으로 올라와 보살을 향해 절하며 아뢰었다. “지난번에 보살께서 구해 주신 목숨의 은혜를 입사옵고, 이곳에서 오래도록 기다렸사오나, 경을 구하러 오는 사람의 소식은 끝내 듣지 못하였나이다.” 보살이 행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이 경을 구하러 가는 이의 큰 제자가 아니더냐?” 그 작은 용이 보고 말했다. “보살이시여, 이 사람은 저의 원수이옵니다. 어제 제 배가 고파 과연 그의 말을 먹었사옵니다. 그놈은 제 힘을 믿고 저를 힘 빠져 돌아가도록 몰아붙였사옵고, 또 욕하여 저로 하여금 감히 나오지 못하게 하였나이다. 그놈은 더욱 ‘경을 구한다’는 말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너희가 내 성과 이름을 물어 본 적도 없거늘 내가 어찌 말하였겠느냐?” 그 작은 용이 말했다. “내가 너보고 어디서 온 무뢰한 요괴냐고 묻지 않았더냐? 너는 ‘어디든 무슨 상관이냐! 다만 내 말을 내놓아라!’ 하고 소리치지 않았느냐! 언제 ‘당’ 자 한 마디를 꺼낸 적이 있느냐!” 보살이 말했다. “저 원숭이는 오로지 스스로 강함만 믿거늘 어찌 남을 칭찬하려 하겠느냐? 이번에 앞으로 가면 오히려 네게 귀순하는 자가 있느니라. 만일 물을 때에 먼저 ‘경을 구한다’는 말부터 꺼내어라. 그러면 애쓸 것도 없이 저절로 복종하느니라.”

행자가 기뻐하며 그 가르침을 받들었다. 보살이 앞으로 나아가 그 작은 용의 목 아래 있던 밝은 구슬을 떼어 내고, 버들가지를 감로수에 적셔 그의 몸을 한 번 쓸어 내린 뒤, 신선의 기운을 한 입 불어 넣고 “변하여라!” 하고 크게 외쳤다. 그 용은 곧 본래 그 말의 털과 무늬를 지닌 모습으로 변하였다. 보살이 또 말로 분부했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업장을 갚아야 하느니라. 공을 이룬 뒤에는 범용을 뛰어넘어 너에게 금신정과를 돌려주리라.” 그 작은 용은 입에 재갈을 물고 마음으로 그 분부를 받들었다.

보살이 오공에게 그 용을 데리고 삼장을 뵙게 하라고 이르고는 “나는 바다로 돌아가노라.” 하고 말했다. 행자가 보살의 옷을 붙잡고 놓지 않으며 말했다. “저는 가지 않겠나이다! 저는 가지 않겠나이다! 서쪽 길이 이토록 험하고 굽이진데, 이 범승을 보호하며 언제야 도착하겠나이까? 이렇게 여러 번 시달리고 꺾이면 제 목숨도 온전하기 어려우니, 어찌 무슨 공과를 이루겠나이까! 저는 가지 않겠나이다! 저는 가지 않겠나이다!” 보살이 말했다. “너는 예전에 인도가 되기 전에도 오히려 마음을 다해 수행하려 하였거늘, 네가 오늘 하늘의 재난을 벗어나고서 어찌 도리어 게으름을 피우느냐? 내 문중에서는 적멸로 참됨을 이루나니, 모름지기 믿음과 바른 과위가 있어야 하느니라. 만일 몸을 상하게 하는 괴로운 시련이 있는 곳에 이르면, 내가 너에게 하늘을 부르면 하늘이 응하고 땅을 부르면 땅이 영험하리라고 허락하노라. 몹시 벗어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면 나도 친히 와서 너를 구하리라. 이리 오너라, 내가 다시 재주 하나를 더 주겠노라.” 보살은 버드나무 잎사귀를 세 장 따서 행자의 뒤통수에 놓고 “변하여라!” 하고 외치니, 곧 세 가닥의 구명 털로 변하였다. 보살이 그에게 일렀다. “만일 어찌할 수 없고 기댈 곳도 없는 때에 이르면, 그때그때 형편에 맞게 변하여 너의 급하고 괴로운 재난을 건질 수 있느니라.” 행자가 이 많은 좋은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대자대비한 보살에게 사례하였다. 그 보살은 향기로운 바람을 두르고 채색 안개를 휘날리며 곧장 보타산으로 돌아갔다.
이 행자가 구름을 내려놓고 그 용마의 갈기를 움켜쥐고 삼장에게 가서 말했다. “사부님, 말이 생겼나이다.” 삼장은 그것을 보자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제자야, 이 말은 어찌하여 전보다 도리어 살이 오르고 기운이 넘치는 것이냐? 어디에서 찾아낸 것이냐?”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아직도 꿈을 꾸고 계시옵니다! 방금 금두게제가 보살을 모셔 왔사옵고, 보살께서 저 개울 속의 용을 우리의 백마로 변하게 하셨나이다. 털과 무늬는 같사오나 다만 안장과 고삐가 없사옵기에, 제가 갈기를 잡아 끌고 온 것이옵니다.” 삼장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보살은 어디에 계시느냐? 내가 가서 절하고 사례를 드려야겠다.” 행자가 말했다. “보살께서는 이제 이미 남해에 이르셨사오니, 더 기다리실 겨를이 없사옵니다.” 삼장은 흙을 한 줌 모아 향을 사르고 남쪽을 향해 절을 올리고는 일어나 행자와 함께 짐을 수습하여 나아갔다. 행자는 산신과 토지신을 물러가게 꾸짖고 게제와 공조에게 분부한 뒤, 스승에게 말에 오르시기를 청했다. 삼장이 말했다. “안장과 고삐가 없는 말을 어찌 탈 수 있겠느냐? 우선 배를 찾아 개울을 건넌 뒤에 다시 방도를 꾀하자꾸나.” 행자가 말했다. “이 사부님은 참으로 형편을 모르시는구려! 이 드넓은 황량한 산중에서 배가 어디서 온단 말이옵니까? 이 말은 이곳에 오래 살았사오니 반드시 물의 형편을 알 것이옵니다. 그저 그를 타고 배 삼아 건너가시옵소서.” 삼장은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좇아 안장 없는 말에 올라탔고, 행자가 행장을 메었다. 이리하여 개울 가에 이르렀다.

개울 위쪽에서 어떤 늙은 어부가 마른 나무 뗏목을 저어 물결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행자가 보고 손을 들어 부르며 말했다. “이 어부 영감, 이리 오시오. 나는 동토에서 경 구하러 가는 사람이오. 내 사부님이 이곳을 건너지 못하시니 와서 한 번 건네다 주시오.” 어부는 그 말을 듣고 급히 뗏목을 저어 대었다. 행자는 스승에게 말에서 내리시기를 청하고 좌우에서 부축하였다. 삼장이 뗏목에 오르고 말도 끌어 올리고 행장도 가지런히 놓았다. 그 늙은 어부가 뗏목을 저어 나아가니 바람 같고 화살 같아서, 어느새 응수간을 건너 서쪽 언덕에 올랐다. 삼장이 행자에게 보따리를 풀어 당나라의 동전 몇 푼을 꺼내어 어부에게 드리라고 일렀다. 그 늙은 어부는 뗏목을 장대로 한 번 밀어 내며 말했다. “돈은 필요 없소, 필요 없소.” 그리고는 물 한가운데로 아득하고 망망하게 사라져 버렸다. 삼장은 몹시 미안해하며 다만 두 손을 모으고 거듭 사례하였다.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그리 마음 쓰지 마시옵소서. 사부님은 그를 모르시옵니까? 그는 이 개울의 물의 신이옵니다. 일찍이 와서 저를 맞이하지도 않았사오니 도리어 몽둥이로 한 번 때리려 하였사옵니다. 다만 이제 때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넉넉한 일이옵거늘, 어찌 감히 돈을 받으려 하겠나이까!” 그 스승은 믿는 듯 말자 듯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다시 안장 없는 말에 올라타 행자를 따라 큰길로 서쪽을 향해 갔다. 이야말로 광대한 진여가 저 언덕에 오르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성품을 깨달아 영산에 오르는 일이로다. 스승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데, 어느새 붉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하늘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과연 그 모습은 이러하였다.

옅은 구름은 어지럽게 흩어지고 산 위의 달은 흐릿하구나. 하늘 가득 서리 빛이 차가움을 낳고 사방의 바람 소리가 몸을 파고드누나. 외로운 새가 날아갈 때 푸른 물가는 넓고, 지는 노을이 밝은 곳에 먼 산은 낮구나. 성긴 숲의 천 그루 나무가 으르렁대고 빈 고개에서 외로운 원숭이가 우누나. 긴 길에는 가는 이의 자취가 보이지 않고, 만 리를 돌아가는 배가 밤속으로 드는구나.

삼장이 말 위에서 멀리 바라보니 문득 길가에 집 한 채가 보였다. 삼장이 말했다. “오공아, 앞에 인가가 있으니 그곳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내일 아침에 다시 가자꾸나.” 행자가 머리를 들어 살펴보고는 말했다. “사부님, 인가의 저택이 아니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아니라니, 어찌 아니냐?” 행자가 말했다. “인가의 저택이라면 날아가는 물고기나 얹힌 짐승 같은 마루 골이 없어야 하거늘, 저것은 틀림없이 절이나 암자이옵니다.”

사부와 제자가 이런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어느새 문 앞에 이르렀다. 삼장이 말에서 내려 보니, 그 문 위에는 큰 글자 세 자가 있었으니 이를 리사사라 하였다. 드디어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늙은이 하나가 목에 염주를 걸고 두 손 모아 마중 나와 “스승님, 앉으시오.” 하고 불렀다. 삼장이 황급히 답례하고 법전에 올라가 성상을 참배하였다. 그 늙은이는 곧 동자를 불러 차를 올리게 하였다. 차를 마치고 삼장이 그 늙은이에게 물었다. “이 사당을 어찌하여 리사사라 하오?” 늙은이가 말했다. “소인의 고장은 서번 하필국의 경계요. 이 사당 뒤에 한 마을의 사람들이 함께 정성을 모아 이 사당을 세웠소. 리란 한 고을의 땅이요, 사란 한 사의 토지신이오. 봄에 밭 갈고 여름에 김 매고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저장하는 날이면 소와 양과 돼지와 꽃과 과일을 마련해 와서 사신에게 제사 지내며, 사시가 평안하고 오곡이 풍성하며 여섯 가축이 무성하기를 비는 것이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 “참으로 ‘집을 떠나 삼 리만 가도 다른 고장의 풍습’이라더니, 내 고장 사람들에게는 이런 착한 일이 아주 없소.” 늙은이가 도로 물었다. “스승님의 신선 고향은 어디시오?” 삼장이 말했다. “빈승은 동토 대당국 사람으로, 칙명을 받들어 서천으로 가서 부처님께 절하고 경을 구하러 가는 자요. 보방을 지나다가 날이 저물어 특별히 성스러운 사당을 찾아와 하룻밤 묵기를 청하오니, 날이 밝으면 곧 떠나겠소.” 그 늙은이는 몹시 기뻐하며 “맞이하지 못하였소.” 하고 몇 차례 말한 뒤, 또 동자를 불러 밥을 차리게 하였다. 삼장이 먹기를 마치고 사례하였다.

행자는 눈이 밝아 그 집 처마 아래 옷 널어 둔 줄을 보고 가서 한 움큼 잡아당겨 끊고 말의 발을 묶었다. 그 늙은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은 어디서 훔쳐 온 것이오?” 행자가 성을 내며 말했다. “이 늙은이, 말을 함부로 하는구려! 우리는 부처님께 절하러 가는 성승이거늘, 어찌 말을 훔치겠느냐!” 그 늙은이가 웃으며 말했다. “훔친 것이 아니라면 어찌하여 안장과 고삐와 굴레가 없으면서, 와서 내가 옷을 말리는 줄을 끊어 버리시오?” 삼장이 사과하며 말했다. “이 장난꾸러기는 성질이 급할 뿐이오. 말을 매려거든 노인장께 줄을 청하였어야 할 터인데 어찌 남의 옷줄을 끊었단 말이오? 노인장, 노여워 마시오, 노여워 마시오. 이 말은 실로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건대 훔친 것이 아니오. 어제 동쪽에서 와서 응수간에 이르렀을 때에는 본래 타고 온 백마 한 필이 있어 안장과 고삐를 모두 갖추고 있었소. 뜻밖에도 그 개울에 악룡 한 마리가 있어 정을 이루고 있다가, 내 말을 안장과 고삐까지 한 입에 삼켰소. 다행히 내 제자에게 재주가 좀 있고, 또 관음보살께서 개울 가로 오셔서 그 용을 붙잡아 내 원래 타던 백마로 변하게 하여 주셨소. 털과 무늬가 모두 같사오니, 나를 태우고 서천으로 가서 부처님께 절하게 되었소. 오늘 이 개울을 건넌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노인장의 성스러운 사당에 이르렀사온즉, 아직 안장과 고삐를 마련하지 못하였소.” 그 늙은이가 말했다. “스승님, 노여워 마시오. 이 늙은이는 장난삼아 웃어 본 것뿐인데, 뜻밖에 스승님의 높으신 제자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구려. 나도 젊었을 적에는 시골 돈이 제법 있어 좋은 준마를 타고 다녔소. 다만 여러 해 불운이 겹쳐 상도 당하고 불도 만나, 여기까지 흘러와 갈 곳이 없어져 묘축이 되어 향불을 모시고 있소. 다행히 뒤쪽 마을의 시주집에서 거두어 주는 것으로 근근이 연명하오. 나에게는 아직 안장과 고삐 한 벌이 남아 있소. 평소에 마음으로 아끼던 물건이라, 이토록 가난하게 지내면서도 차마 팔아 버릴 엄두를 내지 못하였소. 방금 스승님 말씀을 들으니 보살께서도 신룡을 구하시어 말로 변하게 하여 태워 가게 하셨거늘, 이 늙은이가 어찌 조금인들 돕지 않겠소이까? 내일 그 안장과 고삐를 가져다 드리고 말 등에 얹어 가시도록 하겠사오니 웃으며 받아 주시오.” 삼장은 그 말을 듣고 사례를 마지않았다. 이윽고 동자가 저녁 공양을 내왔는데, 공양을 마치고 등불을 밝히고 자리를 깔고는 각자 잠이 들었다.

이튿날 이른 아침, 행자가 일어나며 말했다. “사부님, 저 묘축 영감이 어젯밤에 우리에게 안장과 고삐를 주겠다고 하였사옵니다. 그에게 가서 달라고 하시되, 그를 봐주지는 마시옵소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과연 그 늙은이가 안장과 고삐 한 벌과 안장받이와 굴레 따위를 들고 왔는데, 말에 쓰는 모든 것이 하나도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는 그것을 행랑 밑에 놓으며 말했다. “스승님, 안장과 고삐를 올리오.” 삼장은 기뻐하며 받아 들고는 행자에게 가져다 말 등에 얹어 어울리는지 보라고 일렀다. 행자가 앞으로 나가 한 가지씩 들어 살펴보니, 과연 훌륭한 물건들이었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아로새긴 안장은 은빛 별이 반짝이고, 보배로운 등자는 금실이 밝혀 빛을 날리는구나. 안장받이는 여러 겹의 솜과 덮개가 포개졌고, 끄는 고삐는 세 가닥의 자줏빛 명주실이로다. 굴레 머리에는 가죽을 뚫어 새긴 둥근 꽃이 찬란하고, 구름 부채에는 금을 그려 짐승이 춤추는 형상을 하였도다. 고리와 재갈은 갈고 닦은 쇠로 이루어졌고, 양쪽에 드리운 것은 물에 적셔 뭉쳐 놓은 털술이로다.

행자는 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그 안장과 고삐를 말 등에 얹어 보니, 마치 재어서 만든 것처럼 꼭 들어맞았다. 삼장이 그 늙은이에게 절하며 사례하자, 그 늙은이는 황급히 부축하여 일으키며 말했다. “황송하오! 황송하오! 어찌 수고롭게 사례까지 하시겠소이까?” 그 늙은이는 더는 만류하지 않고 삼장에게 말에 오르기를 청했다. 그 장로가 문을 나서며 안장을 잡고 말에 올랐다. 행자가 행장을 메었다. 그 늙은이는 소매 속에서 채찍 하나를 꺼내었는데, 가죽 조각을 촘촘히 박은 향기로운 등나무 자루에 호랑이 힘줄 실로 끝을 엮은 것이었다. 그는 길가에서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올리며 말했다. “성승이시여, 나에게는 채찍 하나가 더 있사오니, 이것마저 보시겠소.” 그러자 삼장이 말 위에서 받아 들며 말했다. “많이 베풀어 주셔서 고맙소! 많이 베풀어 주셔서 고맙소!”

막 인사를 마치려 하는데, 어느새 그 늙은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보니 그 리사사가 있던 자리는 텅 빈 공터였다. 다만 반공중에서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승이여, 몹시 소홀히 대접하였소. 나는 낙가산의 산신과 토지신이오. 보살의 분부를 받아 안장과 고삐를 그대들에게 보내 드린 것이오. 그대들은 힘을 다해 서쪽으로 가되, 한때라도 게을리하지 마시오.” 삼장은 황급히 말에서 굴러 내려 허공을 향해 절하며 말했다. “제자는 육안의 범태라 존귀하신 신의 존안을 알아보지 못하였사오니, 부디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번거롭게 하나 보살께 전해 주시옵소서, 깊이 은혜로운 도움을 입었다고.” 보아라, 그는 하늘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기를 그 횟수를 헤아릴 수 없이 하였다. 길가에서 그것을 보던 손대성은 배가 터질 듯 웃었고 미후왕은 기쁨에 겨워 어쩔 줄을 몰랐다. 그가 앞으로 나아가 당승을 붙잡으며 말했다. “사부님, 일어나시옵소서. 그는 이미 멀리 가버렸사옵니다. 사부님의 기도를 들을 수도 없고 사부님이 절하는 것도 보지 못하옵니다. 그저 절만 하고 계시니 어찌하시려는 것이옵니까?” 장로가 말했다. “제자야, 내가 이렇게 절하는데 너는 그에게 한 번 절하지도 않고 곁에 서서 다만 비웃고만 있으니, 무슨 도리냐?”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은 어찌 그것을 모르시옵니까? 저놈처럼 머리는 숨기고 꼬리만 내미는 자는 본디 몽둥이로 한 차례 때려 주어야 마땅하옵니다. 다만 보살의 체면을 보아 때리지 않고 넘어간 것만으로도 넉넉하옵거늘, 그놈이 어찌 감히 내 절을 받으려 하겠나이까? 나는 어릴 적부터 호한으로 지내며 남에게 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였사옵니다. 옥황상제나 태상노군을 뵙더라도 나는 다만 큰 읍을 한 번 할 뿐이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천벌받을 소리를 하는구나! 빈말 말고 어서 일어나라, 길을 더디게 만들지 말고.” 그 스승은 그제야 일어나 짐을 수습하고 서쪽으로 떠났다.

이곳에서 떠나 두 달 동안 태평한 길을 걸었는데, 만난 것이라고는 오랑캐 무리와 회회 족속, 그리고 이리와 벌레와 호랑이와 표범뿐이었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 또다시 이른 봄이 되었다. 보니 산과 숲은 비단처럼 푸르고 풀과 나무는 싹을 틔웠으며, 매화꽃은 다 지고 버드나무의 눈이 막 트기 시작하였다. 사부와 제자가 봄빛을 즐기며 걷는데, 또 해가 서쪽으로 기울었다. 삼장이 말을 멈추고 멀리 바라보니 산 오목한 곳에 누각과 전각의 그림자가 아득히 자리하고 있었다. 삼장이 말했다. “오공아, 저기가 어떤 곳인지 좀 보아라.” 행자가 머리를 들어 살펴보고는 말했다. “궁전이 아니라면 틀림없이 절이옵니다. 우리가 조금 서둘러 그곳으로 가서 하룻밤 신세를 지도록 하지요.” 삼장이 기꺼이 그 말을 좇아 용마를 놓아 앞으로 달려갔다.

결국 이들이 가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