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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 제16회 관음원승모보패(觀音院僧謀寶貝) · 흑풍산괴절가사(黑風山怪竊袈裟)

말하자면, 그 사부와 제자 두 사람이 말을 몰아 앞으로 오다가 산문 앞에 이르러 바라보니, 과연 거기에는 절 한 채가 서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은 어떠한고 하니,

층층이 늘어선 전각이요, 겹겹이 이어진 행랑이로다. 삼산문 밖은 우뚝 솟은 만 갈래 채운이 가렸는데, 오복당 앞은 붉고 고운 천 가닥 안개가 에워싸았구나. 양쪽 길에는 송죽이요, 한 숲에는 잣나무와 측백이라. 두 줄기 송죽은 나이를 헤아릴 수 없이 절로 맑고 그윽하며, 한 숲의 회백은 빛깔 또한 있어 기품 있이 자랑스레 자태를 뽐내는구나. 또 보니 종루와 고루가 높이 솟았고 부도탑은 준엄하게 치켜올라 있었다. 참선하는 중은 마음이 안정되었고, 나무에서 우는 새는 소리조차 한가로웠다. 티끌 없이 적막하니 참으로 적막이요, 맑고 비어 도가 있으니 과연 맑고 비었도다.

시에 이르기를,

높은 사찰의 기원은 푸른 굴에 숨어 있고, 초제의 빼어난 경치는 사바세계를 능가하는구나. 과연 정토는 인간 세상에 드물고, 천하 명산은 중들이 대부분 차지하였도다.

장로가 말에서 내리고 행자가 짐을 내려놓았는데, 막 문 안으로 들어가려 하니 그 문 안에서 승려 한 무리가 걸어 나왔다. 그들의 모습이 어떠한지 보아라,

머리에는 왼비녀 달린 모자를 쓰고, 몸에는 티끌 없는 옷을 걸쳤구나. 구리 고리 두 개 귀에 드리웠고, 명주 띠가 허리를 둘렀네. 짚신을 신고 걸어오니 걸음이 안정되고, 목어는 손 안에 들렸구나. 입으로는 늘 불호를 외우니, 반야에 모두 귀의하는도다.

삼장이 그들을 보고 문 곁에 공손히 서서 인사를 올리니, 그 중이 황급히 답례하며 웃었다. “미처 알아뵙지 못하였나이다.” 그리고 물었다. “어디서 오셨나이까? 방장으로 드셔 차를 올리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이 승려는 동녘 땅에서 흠차로 나온 자로서, 뇌음사로 올라가 부처님을 배알하고 경을 구하러 가는 길이오. 이곳에 이르니 날이 저물어, 높은 절에서 하룻밤을 빌리고자 하오.” 그 중이 말했다. “어서 안으로 드소서, 어서 안으로 드소서.” 삼장은 그제야 행자를 불러 말을 끌고 들어오게 하였다. 그 중은 문득 행자의 얼굴을 보고 조금 겁이 났다. 그래서 물었다. “말을 끄는 저이는 도대체 어떤 물건이옵니까?” 삼장이 말했다. “쉿, 쉿! 저 아이는 성미가 급하오. 만일 당신이 무어라고 하는 말을 듣기나 하면 곧 화를 낼 것이오. —저 아이는 내 제자요.” 그 중은 부르르 떨며 손가락을 물고 말했다. “이토록 추하고 괴상한 얼굴을 한 자를 어찌 기꺼이 제자로 삼으시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당신이 알아보지 못하는구려. 추한 것은 추하되 몹시 쓸모가 있소.”

그 중은 하는 수 없이 삼장과 행자를 데리고 산문 안으로 들어갔다. 산문 안에서는 또 정전 현판에 ‘관음선원’ 네 큰 글자가 씌어 있는 것이 보였다. 삼장이 다시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제자는 여러 차례 보살님의 성은을 입고도 아직 절하여 사례할 길이 없었사오니, 오늘 이 선원을 만났으니 보살님을 친히 뵙는 것과 같사옵니다. 참으로 좋사오니, 예를 올려 사례하고자 하오.” 그 중이 이 말을 듣고 곧 도인에게 명하여 전각 문을 열게 하고, 삼장을 청해 나와 배례하게 하였다. 행자는 말을 매어 두고 행장을 내려놓은 채 삼장과 함께 전각에 올랐다. 삼장은 등을 펴고 몸을 늘여 가슴을 땅에 붙인 채 금빛 불상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그 중은 북을 치러 가고 행자는 종을 치러 갔다. 삼장이 단 앞에 엎드려 온 마음을 다해 축원하였다. 예를 올리고 빌기를 마치자 그 중은 북을 멈추었으나, 행자는 여전히 종 치기를 그치지 않고 어떤 때는 빠르게 어떤 때는 느리게 오래도록 쳤다. 그 도인이 말했다. “예배는 이미 끝났거늘, 어찌 또 종을 치고 있느냐?” 행자가 그제야 종꼬챙이를 내던지며 웃어 말했다. “당신이 어찌 그 속을 알겠소! 내야 ‘하루 중이면 하루 종을 친다’는 것이지.”

이때 그 절 안의 대소 승려와 상하 방 장로들이 모두 놀라 움직였다.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것을 듣고는 일제히 몰려나오며 말했다. “어느 야만인이 여기서 종과 북을 함부로 치느냐?” 행자가 껑충 뛰어나오며 윽 하고 소리쳤다. “이 손외공이 장난삼아 친 것일랑!” 중들은 그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 엎치락뒤치락 땅에 엎드려 말했다. “뇌공 할아버님, 살려주소서!” 행자가 말했다. “뇌공은 내 증손자쯤 되느니라! 일어나거라, 일어나거라,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는 동녘 대당에서 온 나으리들이란 말이다.” 중들은 그제야 예를 올렸고, 삼장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으며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 본사 원주가 나서서 청했다. “나으리들께서는 뒤쪽 방장으로 드시어 차를 받으시옵소서.” 이에 말고삐를 풀어 말을 끌고 행장을 들게 하여, 정전을 돌아 곧장 뒤채로 들어가 자리를 정하였다.

그 원주가 차를 올리고 다시 공양을 차렸다. 그러나 아직 날이 훤하였다. 삼장이 사례의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뒤편에서 어린 동자 둘이 늙은 승려 하나를 부축하여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의 차림새가 어떠한지 보아라,

머리에는 비로방관 하나를 쓰고 꼭대기의 고양이눈돌 보배가 빛났으며, 몸에는 비단 털실로 짠 편삼을 걸치고 비취 깃과 금 테가 번쩍였구나. 한 켤레 승려 신에는 여덟 가지 보물이 촘촘히 박혔고, 한 자루 지팡이에는 구름과 별무늬가 새겨졌다. 얼굴 가득한 주름을 보니 여산의 노모를 닮았고, 한 쌍의 흐릿하고 탁한 눈은 도리어 동해의 용군을 닮았구나. 입이 바람을 막지 못함은 이 빠져서요, 허리가 굽고 등이 휜 것은 힘줄이 오그라들어서로다.

중들이 말했다. “사조님께서 오시나이다.” 삼장이 몸을 굽혀 예를 갖추며 맞이하여 말했다. “노원주시여, 제자가 예를 올리나이다.” 그 늙은 중, 곧 금지장로가 답례하고는 다시 각자 자리를 정해 앉았다. 늙은 중이 말했다. “아까 아이들이 동녘 당나라에서 오신 나으리라 하기에, 나도 이제야 나와 뵙는 것이오.” 삼장이 말했다. “함부로 귀한 산사에 발을 들였사오니 분별 없음을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늙은 중이 말했다. “그런 말씀을, 그런 말씀을.” 그리고 물었다. “나으리, 동녘 땅에서 이곳까지 얼마나 먼 길이시옵니까?” 삼장이 말했다. “장안 변경을 벗어나 오천여 리요, 양계산을 넘어 젊은 제자 하나를 거둔 뒤 줄곧 걸어와 서번 합필국을 지나 두 달을 가니 다시 오륙천 리가 되어서야 귀한 곳에 이르렀소.” 늙은 중이 말했다. “그러면 만 리가 넘는 아득한 먼 길이로구려. 이승은 한평생을 헛되이 보내며 산문 밖에도 한 번 나가 본 적이 없으니, 참으로 ‘우물 안에 앉아 하늘을 본다’는 격이라, 썩은 떡갈나무 같은 무리라 하겠소.” 삼장이 다시 물었다. “노원주님의 높은 연세는 얼마나 되시나이까?” 늙은 중이 말했다. “어리석게도 이백칠십 세를 먹었소.”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이 늙은이는 내 만 대쯤 되는 후손이로구나!” 삼장이 그를 곁눈으로 흘겨보며 말했다. “입을 삼가라! 분수를 모르고 남을 모욕하는 짓을 하지 말아라.” 그 중이 곧 물었다. “나으리, 그대는 연세가 얼마나 되시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차마 입에 올릴 수 없구려.” 그 늙은 중은 그저 미친 소리 한마디로 여겨 개의치 않았고, 다시 캐묻지도 않고 다만 차를 올리라 일렀다. 어린 행동 하나가 양지옥 쟁반을 내왔는데, 그 위에는 칠보에 금을 두른 찻잔 세 개가 놓여 있었다. 또 다른 아이 하나는 백동 주전자를 들어 향기로운 차 세 잔을 따라 올렸다. 과연 그 빛깔은 석류 꽃술의 곱기를 능가하고, 그 맛은 계화 향기를 이기는구나. 삼장이 그것을 보고 사랑스러움과 찬탄을 그치지 못하며 말했다. “좋은 물건이로다! 좋은 물건이로다! 참으로 아름다운 음식이요 아름다운 그릇이구려!” 그 늙은 중이 말했다. “눈을 더럽히는구려! 눈을 더럽히는구려! 나으리께서는 천조의 상국에서 오시어 기이한 보물을 두루 보셨을 터인데, 이런 그릇들이 어찌 과찬을 받을 만하오리까? 나으리께서는 윗나라에서 오셨으니 무슨 보배가 있다면 이 승에게 빌려 주시어 한번 구경하게 해주시옵소서.” 삼장이 말했다. “가련하오! 내 동녘 땅에는 보배라 할 만한 것이 없소. 있다 한들 길이 멀고 아득하여 가지고 올 수도 없었소.”
행자가 곁에서 있다가 말했다. “사부님, 제가 앞서 보따리 속에서 본 그 가사가 있었사옵니다. 그것이 어찌 보배가 아니겠나이까? 꺼내어 저이에게 보여 주는 것이 어떠하시옵니까?” 중들은 가사라는 말을 듣고는 하나같이 코웃음을 쳤다. 행자가 말했다. “너희는 어찌 비웃느냐?” 원주가 말했다. “나으리께서 방금 가사를 보배라 하시니 그 말씀이 실로 우습사옵니다. 가사라 하면 저희 같은 무리도 두서너 벌이 아니라 이삼십 벌은 되옵고, 저희 사조님께서야 이곳에서 이백오륙십 년을 중 노릇을 하셨으니 족히 칠팔백 벌은 되나이다!” 그리고 큰소리로 일렀다. “꺼내 와 보아라.”

그 늙은 중도 실은 한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던지라, 도인을 시켜 곳간을 열게 하고 두타에게 궤를 메게 하여 궤 열두 개를 들어내어 뜰 가운데 놓고 자물쇠를 열었다. 양쪽에 옷걸이를 세우고 사방에 줄을 친 다음, 가사를 한 벌씩 털어 펴 걸어 놓고는 삼장에게 와서 보라고 청했다. 과연 온 집 안이 비단 수요 사방 벽이 능라였구나! 행자가 그것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모두 꽃을 박고 비단을 덧대고 수를 놓고 금을 아로새긴 물건들이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좋소, 좋소, 좋소! 거두어라, 거두어라! 이번에는 우리 것도 꺼내 보이자꾸나.” 삼장이 행자를 붙잡고 조용히 말했다. “제자야, 남과 부를 겨루려 하지 말아라. 너와 나는 홑몸으로 이역에 있으니 자칫 잘못될까 두렵구나.” 행자가 말했다. “가사나 한번 보는 것이 무슨 잘못이 되겠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너는 아직 깨닫지 못하는구나. 옛사람이 이르기를 ‘진기하고 완상하는 물건은 탐욕스럽고 간사하며 거짓된 자에게 보이지 말라.’ 하였느니라. 만일 한 번 눈에 띄기만 하면 반드시 그 마음을 움직일 것이요, 그 마음이 움직이고 나면 반드시 꾀를 낼 것이니라. 너는 재앙을 두려워하는 자니, 요구하면 반드시 그 청을 들어 주어도 좋으련만, 그렇지 않으면 몸을 잃고 목숨을 잃는 일이 모두 여기에서 비롯되나니,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 행자가 말했다. “염려 마시옵소서! 염려 마시옵소서! 모두 이 늙은 원숭이가 도맡겠나이다!” 보아라, 그는 사정을 따질 새도 없이 황급히 달려가 보따리를 풀자마자 벌써 노을 같은 붉은빛이 훅 뿜어져 나왔다. 아직 기름 먹인 종이 두 겹으로 단단히 싸여 있어 그 종이를 벗겨 내고 가사를 꺼내어 털어 펴니, 붉은빛이 온 방에 가득 메우고 오색 기운이 뜰에 넘쳤다. 중들은 그것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며 입으로 칭찬하지 않는 자가 하나도 없었다. 참으로 좋은 가사로다! 그 위에는 이런 것이 있었다.

온갖 교묘하게 밝은 구슬이 드리웠고, 만 가지 드물고 기이한 불가의 보배가 모였구나. 위아래로는 용수염 같은 실이 채색 비단을 깔았고, 사방 둘레는 도라솜으로 비단 테를 두렀네. 몸에 걸치면 망량이 그만 사라지고, 어깨에 두르면 이매가 황천으로 들어가느니라. 하늘 선인이 친히 손수 만들어 주었으니, 참된 중이 아니면 감히 입지 못하리라.

그 늙은 중이 이런 보배를 보고는 과연 간사한 마음이 일었다. 앞으로 걸어나와 삼장 앞에 무릎을 꿇고는 눈에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말했다. “이 승은 참으로 인연이 없나이다!” 삼장이 그를 부축하여 일으키며 말했다. “노원사여, 무슨 말씀이기에 그러하시오?” 그가 말했다. “나으리의 이 보배를 방금 펼치셨으나 날이 이미 저물었고, 늙은 눈이 침침하여 밝게 볼 수가 없으니, 어찌 인연이 없다 하지 않겠나이까!” 삼장이 일렀다. “등불을 밝혀 오너라, 다시 보시게 하여라.” 그 늙은 중이 말했다. “나으리의 보배가 벌써 환히 빛나거늘, 다시 등불을 켜면 도리어 눈이 부셔 자세히 볼 생각조차 할 수 없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그러면 어찌 보아야 좋겠소?” 늙은 중이 말했다. “나으리께서 너그러운 은혜로 마음을 놓으신다면, 이 승에게 그것을 뒷방으로 가져가게 하시어 밤새 자세히 보게 하시고, 내일 아침에 도로 나으리께 바쳐 서쪽으로 가시게 하는 것이 어떠하시온지 그 높으신 뜻을 알지 못하겠나이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행자를 원망하며 말했다. “다 네 탓이다! 다 네 탓이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무엇이 두렵사옵니까? 제가 싸서 그에게 건네주어 가져가 보게 하겠나이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일이 있으면 모두 이 늙은 원숭이가 도맡아 수습하겠나이다.” 삼장이 말릴 수가 없어 그는 가사를 늙은 중에게 건네며 말했다. “마음껏 보시오. 다만 내일 아침에는 예전 그대로 나에게 돌려주어야 하니, 조금도 더럽히거나 상하게 하지 말아 주시오.” 늙은 중은 기쁘고 즐거운 나머지 행동에게 가사를 들여가게 하고는, 중들에게 앞쪽 선당을 깨끗이 쓸게 하고 등나무 평상 두 채를 가져다 자리를 깔아 펴고 두 분 나으리를 모셔 주무시게 하였다. 한편으로는 또 내일 아침 이른 공양을 차려 전송하게 하고는 이내 모두 흩어졌다. 사부와 제자는 선당 문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다.

말하자면, 그 중은 가사를 속여 손에 넣자 뒷방으로 가지고 들어가 등불 아래 놓고는 그것을 마주하고 엉엉 소리 내어 통곡하였다. 놀란 본사 승려들은 감히 먼저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어린 행동조차 영문을 몰라 중들에게 달려가 일렀다. “공공께서 이경 무렵까지 우시며 아직도 소리를 그치지 않으십니다.” 그에게는 마음에 두고 아끼는 도손 두 명이 있었는데,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사조님, 어찌 우시나이까?” 늙은 중이 말했다. “내 인연이 없음을 우노라. 삼장의 보배를 볼 수가 없지 않으냐!” 어린 중이 말했다. “공공께서는 연세가 높으셔서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옵니다. 저이의 가사가 당신 앞에 놓여 있으니 풀어 놓고 보기만 하면 그만이거늘, 어찌 그리 통곡하시나이까?” 늙은 중이 말했다. “보는 것이 오래가지 못한단 말이다. 내 금년 이백칠십 세에 헛되이 가사 몇백 벌을 모았으나, 어찌 저이가 가진 저 한 벌을 얻을 수 있겠느냐? 어찌 삼장 같은 이가 될 수 있겠느냐?” 어린 중이 말했다. “사조님께서 잘못 아시었나이다. 삼장이란 고향을 떠나 타향을 전전하며 법을 구해 떠도는 행각승일 뿐이옵니다. 당신은 이토록 연세가 높으시니 누리는 복도 넉넉하실 터인데, 도리어 저이처럼 행각승이 되려 하시니 어째서이옵니까?” 늙은 중이 말했다. “내 비록 집에 앉아 편안히 늙은이의 즐거움을 누리지만, 저이의 저 가사를 입어 보지는 못하는구나. 만일 하루라도 입어 보게 된다면 죽어도 눈을 감을 터인데, —그것이 또한 내가 양세간에 와 중이 된 한평생 아니겠느냐!”

중들이 말했다. “참으로 점잖지 못하십니다! 그대가 저이의 것을 입고자 하신들 무슨 어려움이 있겠나이까? 내일 그를 하루 머물게 하면 그대께서도 하루 입으시고, 열흘을 머물게 하면 열흘을 입으시면 그만이옵니다. 어찌 그리 통곡하실 것이 있나이까?” 늙은 중이 말했다. “비록 그를 반 년을 머물게 한들 또한 반 년을 입을 뿐이니, 끝내 기운이 길어지지는 못하느니라. 그가 가려 할 때에는 가게 해줄 수밖에 없거늘, 어찌 길고 오래도록 붙잡아 둘 수 있겠느냐?”

막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작은 중 하나가 있었으니 이름은 광지라,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공공, 오래도록 누리시려는 것도 쉬우옵니다.” 늙은 중이 그 말을 듣고 곧 기뻐하며 말했다. “내 아들아, 무슨 훌륭한 꾀가 있느냐?” 광지가 말했다. “저 삼장 두 사람은 길 걷는 사람이라 몹시 고단할 터이니 지금쯤 이미 잠이 들었을 것이옵니다. 우리가 힘센 자 몇을 뽑아 창과 칼을 들고 선당 문을 부수고 들어가 그들을 죽여 시신을 뒷동산에 묻으면 오직 우리 한 집안만 알 터이옵니다. 그런 데다 저이의 흰 말과 행낭까지 빼앗고 그 가사는 남겨 두어 전가의 보물로 삼는다면, 어찌 자손 대대로 오래오래 누릴 계책이 되지 않겠나이까?” 늙은 중이 그 말을 듣고는 마음이 흐뭇하게 기뻐져 그제야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좋도다! 좋도다! 좋도다! 이 계책이야말로 절묘하구나!” 곧 창과 칼을 챙겨 들었다.

그 가운데 또 작은 중 하나가 있었으니 이름은 광모라, 바로 저 광지의 사제였다.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 계책은 묘하지 못하옵니다. 그이를 죽이려거든 모름지기 그 동정을 살펴보아야 하옵니다. 저 흰 얼굴은 쉬워 보이나 저 털 난 얼굴은 어려워 보이옵니다. 만에 하나 그이를 죽이지 못한다면 도리어 우리집에 화를 불러들이지 않겠나이까? 칼과 창을 쓰지 않는 방도가 하나 있사오니 그 높으신 뜻이 어떠하신지 모르겠나이다.” 늙은 중이 말했다. “내 아들아, 무슨 방도가 있느냐?” 광모가 말했다. “이 어린 손자의 소견으로는, 이제 동산의 대소 방두들을 불러 모아 사람마다 마른 섶 한 단씩을 가져오게 하고, 저 선당 세 칸을 버린 셈 치고 불을 지르소서. 그리하면 저희가 달아나려 해도 문이 없어 말까지 함께 불에 타 죽을 것이옵니다. 설령 산 앞 산 뒤 사람들이 보았다 한들 저희가 조심하지 않아 불이 나서 우리 선당까지 모조리 태웠다고만 할 뿐이옵니다. 그러면 저 중들이야 어찌 모두 타 죽지 않겠나이까? 게다가 남의 이목을 가리기도 좋사옵니다. 가사가 어찌 우리의 전가의 보물이 되지 않겠나이까?” 그 중들이 그 말을 듣고 기뻐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모두 말했다. “훌륭하오! 훌륭하오! 훌륭하오! 이 계책이 더 묘하오! 더 묘하오!” 드디어 각 방두에게 명하여 섶을 날라 오게 하였다. 아, 이 계책 한 가지가 참으로 장수한 늙은 중의 목숨을 마땅히 다하게 만들고 관음선원을 한 줌 먼지로 만들었도다! 원래 그 절에는 일흔에서 여든 개의 방두가 있고 대소 이백여 명의 중이 있었다. 그날 밤 일제히 달라붙어 섶을 날라다 선당을 앞뒤 좌우 사방으로 통하지 않게 빽빽이 에워싸고 불을 지를 차비를 하였다.
말하자면, 삼장 사부와 제자가 자리를 정하여 편안히 쉬었다. 그러나 그 행자는 영리한 원숭이라 비록 누웠으나 다만 정신을 가다듬고 기운을 단련하며 흐릿하게 뜬 눈으로 깨어 있었다. 홀연히 밖에서 사람이 끊임없이 걷는 소리와 섶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바람 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마음에 의심이 일어 말했다. “이 밤중에 고요한데 어찌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날 수 있단 말이냐? 혹여 도적이 우리를 해치려는 것이 아닐까?” 그는 곧 벌떡 일어났다. 문을 열고 나가 살펴보려니 도리어 사부님을 깨울까 두려웠다. 보아라, 그가 정신을 한껏 부리어 몸을 흔들어 한 차례 변하니 꿀벌 한 마리가 되었다. 참으로 그 모습은 이러하였다.

입은 달고 꼬리는 독하며, 허리는 가늘고 몸은 가볍구나. 꽃을 뚫고 버들을 넘나드니 날아감이 화살 같고, 버들개비에 붙고 향기를 찾으니 떨어지는 별 같구나. 작고도 작은 미물이 무게를 능히 짊어지고, 얇고도 얇은 날개가 바람 탈 줄 아는구나. 저절로 서까래 모퉁이 밑을 빠져나가 분명히 살펴보는도다.

보니 그 중들은 이미 섶과 짚을 날라다 선당을 에워싸고 불을 지르는 중이었다.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과연 우리 사부님의 말씀대로로구나! 저희가 우리 목숨을 해치고 내 가사를 빼앗으려고 이런 독한 마음을 내었구나. 내가 몽둥이를 들어 그들을 치려 하나 가엾게도 한 차례 매질을 견디지 못해 몽땅 때려 죽이면 사부님께서 또 내가 함부로 살생했다고 꾸짖으실 터이지. —됐다, 됐다, 됐다! 저희에게 ‘양을 슬쩍 끌어다 저희 꾀를 그대로 역이용하는’ 수단을 써서 차라리 그들이 편히 살지 못하게 해야겠다!”

과연 좋도다, 그 행자가 한 번 근두를 굴러 남천문 안으로 뛰어오르니, 놀란 방·유·구·필이 몸을 굽히고 마·조·온·관이 허리를 굽히며 모두 말했다. “큰일 났다! 큰일 났다! 천궁을 뒤집어 놓던 그 주인이 또 왔구나!” 행자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여러분은 예를 갖추지들 말고 놀라지도 마시오. 나는 광목천왕을 찾아온 것이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침 천왕이 일찍이 모습을 나타내어 행자를 마주하며 말했다. “오래간만이구려, 오래간만이구려. 앞서 듣자니 관음보살이 옥황상제를 뵈러 와서 사직공조와 육정육갑과 게제 등을 빌려, 삼장법사가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길을 지키게 하고 그대가 그의 제자가 되었다 하더니, 오늘 어찌 한가한 틈이 있어 여기까지 왔느냐?” 행자가 말했다. “만남의 인사는 그만 두시오. 삼장이 길에서 악당들을 만났는데 불을 질러 그를 태워 죽이려 하니 일이 몹시 급박하오. 특별히 그대를 찾아와 피화조를 빌려 그를 한번 구하려 하오. 어서 꺼내 쓰게 해주시오, 곧 도로 올라가야 하오.” 천왕이 말했다. “그대가 잘못 생각했구려. 이미 악당들이 불을 질렀다면 마땅히 물을 빌려 그를 구할 것이지, 어찌 불을 피하는 덮개를 찾느냐?” 행자가 말했다. “당신이 어찌 그 속사정을 알겠소. 물을 빌려 끄면 불이 크게 타오르지 않아 도리어 저들이 바라는 꼴이 되고 마오. 다만 이 덮개를 빌려다 삼장만 다치지 않게 막고, 그 나머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죄다 타 버리게 두려 하오. 어서 하시오! 어서 하시오! 이제는 이미 늦었을까 두렵소. 내 아랫일을 그르치지 말아 주시오!” 그 천왕이 웃으며 말했다. “이 원숭이는 여전히 이다지도 착하지 못한 마음을 품어 제 일만 돌보고 남은 돌보지 않는구나.” 행자가 말했다. “어서 하시오! 어서 하시오! 입만 놀려 큰일을 그르치지 말아 주시오!” 그 천왕은 빌려주지 않을 수 없어 마침내 덮개를 건네주었다.

행자가 그것을 받아 구름을 내려 곧장 선당 지붕 위에 이르러 삼장법사와 흰 말과 행장을 덮어 감쌌다. 그는 다시 뒤편 늙은 중이 사는 방장 지붕 위로 올라가 앉아 마음을 다해 그 가사를 보호하였다. 그 사람들이 불을 놓는 것을 보고는 도리어 결을 쥐고 주문을 외며 손방위를 향해 한 숨을 길게 들이켜 훅 불어넣으니, 바람 한 줄기가 일어나 그 불길을 더욱 세차게 타오르게 하였다. 훌륭한 불이로다! 훌륭한 불이로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떠한고 하니,

검은 연기가 자욱하고 붉은 불길이 활활 타오른다. 검은 연기 자욱하니 긴 하늘에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붉은 불길 활활 타오르니 대지에 빛이 있어 천 리가 붉구나. 처음에는 이글이글 황금 뱀이더니, 차츰 뒤에는 위풍이 당당한 핏빛 준마로다. 남쪽의 세 기운이 영웅을 뽐내고 회록대신이 법력을 베푸는구나. 바짝 마른 섶이 사나운 불길에 타오르니 수인씨가 나무를 비벼 불을 얻었다는 말을 할 것 없고, 기름 문 앞에 고운 불꽃이 흩날리는 것이 노군이 화덕을 열었던 것보다 뛰어나구나. 바로 저 무정하게 일어난 불을 이 유정하게 흉을 부리는 자가 어찌 막으리오. 재앙을 누그러뜨리려 않고 도리어 포악을 돕는구나. 바람이 불기세를 따르니 불꽃이 천 장이나 날아오르고, 불이 바람의 위세를 타니 재가 아홉 겹 구름 밖으로 튀어오르는구나. 펑펑 터져 대니 섣달그믐 폭죽 같고, 펄펄 흩날리니 군중의 대포 소리로다. 불길에 당한 그 자리의 불상도 달아나지 못하고 동쪽 뜰의 가람이 피할 곳이 없구나. 적벽에서 밤에 벌인 혈전보다 낫고 아방궁 안의 불보다 뛰어나도다!

이것이 바로 작은 불씨 한 점이 만 이랑의 논을 태울 수 있다는 것이로다. 잠깐 사이에 바람이 미치듯 휘몰아치고 불길이 세차게 타올라 관음원 한 채가 곳곳이 붉게 물들었다. 보아라, 그 승려들이 궤짝을 들고 함지를 메며 탁자를 빼앗아 들고 솥을 옮기느라 온 뜰에서 하늘에 닿도록 고통을 호소하는구나. 손행자가 뒷편 방장을 지켜 내고 피화조가 앞쪽 선당을 덮었으나, 그 나머지 앞뒤는 불빛이 크게 타올라 참으로 하늘을 비추는 붉은 불꽃이 찬란하고 벽을 꿰뚫는 금빛이 눈부셨도다!

뜻밖에도 불길이 치솟은 그때에 온 산의 짐승과 요괴가 놀라 깨어났다. 이 관음원에서 정남쪽으로 이십 리쯤 떨어진 곳에 흑풍산이 있고, 그 산중에 흑풍동이 있으며, 굴 속에 요정 하나가 살고 있었는데, 마침 잠을 깨어 몸을 뒤척이던 참이었다. 창문으로 새어드는 빛을 보고는 그저 날이 샌 줄로만 여겼다. 그런데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정북쪽 아래에서 불빛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요정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어마나! 이는 틀림없이 관음원에 불이 난 것이로구나! 저 중들이 조심성이라니! 내가 가서 한번 구해 주어야겠다.” 과연 훌륭한 요정이라, 구름을 타고 올라 단숨에 연기와 불빛 아래 이르니, 과연 하늘을 찌를 듯한 불길이었다. 앞쪽 전각은 이미 텅 비었고 양쪽 행랑의 불길이 막 타오르고 있었다. 그가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뛰어들어가며 물을 길어 오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때 보니 뒷채에는 불이 닿지 않았고 지붕 위에 사람 하나가 앉아 바람을 불어 대고 있었다. 그는 비로소 사정을 알아차리고 급히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았다. 방장 한가운데에는 노을 같은 빛과 오색 기운이 이는 듯하고, 탁자 위에 푸른 담요 보따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것을 풀어 보니 금란가사 한 벌이니, 바로 불문의 기이한 보배였다. 이는 참으로 재물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하리라. 흑웅정은 불도 끄지 않고 물도 외치지 않고 그 가사를 움켜쥔 채, 혼란을 틈타 약탈하듯 구름 걸음을 되돌려 곧장 동산의 굴로 사라져 버렸다.

그 불은 오경이 되어 날이 밝아서야 비로소 꺼졌다. 보아라, 그 중들이 알몸에 가까운 몰골로 울고불고 하며 모두 재더미 속으로 들어가 구리와 쇠를 뒤지고 타다 남은 숯을 헤치고 금은을 털어 내는구나. 어떤 자는 담장 그늘에 삿자리를 씌워 움막을 엮고, 어떤 자는 붉은 담장 밑에 솥을 걸어 밥을 짓고 있었다. 억울하다고 소리치며 함부로 떠들고 마구 어수선하게 소란을 피웠다.

말하자면, 행자가 피화조를 거두어 한 차례 근두로 남천문 위에 올려 보내어 광목천왕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빌려주어 고맙소! 빌려주어 고맙소!” 천왕이 그것을 받아들이며 말했다. “대성께서는 참으로 성실하구려. 나는 그대가 내 보배를 돌려주지 않아 찾을 길이 없게 될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이렇게 직접 가져다 주는구려.” 행자가 말했다. “이 늙은 원숭이가 어찌 남의 물건을 면전에서 떼어먹는 사람으로 보이오? 이를 일러 ‘빌린 것을 잘 갚으면 다시 빌리기 어렵지 않다.’ 하는 것이오.” 천왕이 말했다. “오래도록 얼굴을 보지 못하였으니 궁으로 가 잠시 앉았다 감이 어떠하오?” 행자가 말했다. “이 늙은 원숭이는 지난날과 달라 ‘썩은 걸상에 앉아 높은 이야기를 늘어놓을’ 처지가 못 되오. 이제 삼장법사를 모시느라 몸이 한가할 수 없소. 다음에 뵙소! 다음에 뵙소!” 급히 작별하고 구름을 타고 내려오니 또 태양성이 솟아 있었다. 곧장 선당 앞으로 와서는 몸을 흔들어 한 차례 변하여 꿀벌이 되어 날아 들어간 뒤 본모습으로 돌아와 보니, 사부님은 아직 깊이 잠들어 계셨다.

행자가 불렀다. “사부님, 날이 밝았사옵니다. 일어나시지요.” 삼장이 그제야 잠을 깨어 몸을 뒤척이며 말했다. “그러하구나.” 옷을 갖추어 입고 문을 열고 나오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무너진 담장과 붉은 벽만 즐비할 뿐 누각과 전각은 보이지 않았다. 크게 놀라며 말했다. “아니! 어찌하여 전각은 하나도 없단 말이냐? 모두 붉은 담장뿐이니 어찌 된 일이냐?”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은 아직 꿈을 꾸고 계시옵니다! 지난밤에 불이 났사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나는 어찌 알지 못하였느냐?” 행자가 말했다. “이 늙은 원숭이가 선당을 지켰사옵고, 사부님이 깊이 주무시는 것을 보고 일부러 깨우지 않았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네가 선당을 지킬 재주가 있다면, 어찌하여 다른 방의 불은 끄지 않았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께 아뢰어 알게 하겠나이다. 과연 어제 사부님의 말씀대로 저희가 우리 가사에 눈독을 들이고는 우리를 불태워 죽일 계략을 꾸몄나이다. 만일 이 늙은 원숭이가 눈치채지 못하였다면 지금쯤 모두 재가 되어 버렸을 것이옵니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겁을 집어먹으며 말했다. “저희가 불을 지른 것이냐?” 행자가 말했다. “저희가 아니고 누구겠사옵니까?” 삼장이 말했다. “혹시 너를 소홀히 대접한 탓에 네가 저지른 짓이 아니냐?” 행자가 말했다. “이 늙은 원숭이가 그리 게으르고 못된 자로서 이런 좋지 못한 짓을 하겠나이까? 참으로 참으로 저희 집에서 불을 놓은 것이옵니다. 이 늙은 원숭이는 그 마음이 독한 것을 보고 정말로 불을 끄지 않았사옵고, 다만 조금 바람을 도와 준 것뿐이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불이 났으면 마땅히 물을 도와야 할 터인데, 어찌 도리어 바람을 도왔느냐?”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은 옛사람이 ‘사람에게 범을 상하게 할 마음이 없으면, 범도 사람을 상하게 할 뜻이 없다.’ 한 것을 아시지 못하옵니까? 사부님께서 불을 일으키지 않으셨으면 내 어찌 바람을 일으켰겠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가사는 어디 있느냐? 혹 불에 타 버린 것은 아니냐?” 행자가 말했다. “일 없사옵니다! 일 없사옵니다! 타지 않았사옵니다! 가사를 두었던 방장에는 불이 붙지 않았나이다.” 삼장이 분을 터뜨리며 말했다. “나는 상관하지 않겠다! 조금이라도 상하거나 손상된 데가 있으면 나는 다만 그 주문을 외고 또 외리니, 너는 죽은 목숨이니라!” 행자가 놀라며 말했다. “사부님, 외지 마시옵소서! 외지 마시옵소서! 가사를 찾아 드리기만 하면 그만이옵니다. 제가 가져와서 길을 떠나게 해주시옵소서.” 삼장이 말을 끌고 행자가 짐을 메고 선당을 나서 곧장 뒤쪽 방장으로 향했다.

말하자면, 그 중들이 한창 슬퍼하고 있는데 홀연히 그 사부와 제자가 말을 끌고 짐을 메고 오는 것을 보자 혼이 날아가고 넋이 흩어져 말했다. “원혼이 목숨을 받으러 왔구나!” 행자가 호통쳤다. “무슨 원혼이 목숨을 받으러 왔단 말이냐? 어서 내 가사를 내놓아라!” 중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할아버님, 살려주소서! 원한에는 원한을 갚을 상대가 있고 빚에는 빚 받을 주인이 있는 법이옵니다. 목숨을 받으려 하신들 우리와는 상관이 없사옵고, 모두 광모와 늙은 중이 꾀를 내어 해하려 한 것이오니 우리에게는 목숨을 묻지 마시옵소서.” 행자가 윽 하고 소리쳤다. “이 죽어 마땅한 짐승 같은 놈들아! 누가 너희에게 목숨을 달라고 했느냐! 다만 가사를 내놓아 내가 길을 가게 하여라!” 그 가운데 담이 큰 중 둘이 말했다. “나으리, 당신들은 선당 안에서 이미 타 죽으셨는데, 이제 와서 가사를 찾으시니 끝내 사람이시오니이까, 귀신이시오니이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악독한 짐승들 같으니! 그곳에 무슨 불이 났단 말이냐? 너희가 앞으로 가 선당을 보고 나서 와서 말하여라!” 중들이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 살펴보니, 선당 바깥의 문과 창틀과 미닫이는 털끝만큼도 그을린 데가 없었다. 사람들이 두려워 몸서리치며, 비로소 삼장은 신통한 승려요 행자는 높은 호법임을 알아차렸다. 모두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저희는 눈에 동자가 없어 참된 이가 세상에 내려오신 줄을 몰랐나이다! 당신의 가사는 뒤편 방장에 계신 노사조님께 있사옵니다.” 삼장이 무너진 담장과 깨진 벽을 서너 겹이나 지나며 탄식을 그치지 않았다. 방장에는 과연 불이 닿지 않았다. 중들이 안으로 밀려들어가며 외쳤다. “사조님! 삼장은 신인이라 불에 타 죽지도 않았거니와, 이제 도리어 우리집 살림만 해치었나이다! 어서 가사를 꺼내어 저이에게 돌려주고 보내시지요.” 이 금지장로는 가사를 찾지 못한 데다 절의 집채까지 불태운 터라 몹시 번민하고 초조해하던 참이었는데, 이 말을 듣고서 어찌 감히 대답할 수 있었겠는가. 꾀를 찾아내지도 못하고 나갈 길도 물러설 길도 없게 되자, 그는 걸음을 떼어 허리를 굽힌 채 그 담벽을 향해 있는 힘껏 머리를 들이받았다. 가련타, 그저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흘러 넋이 흩어졌으니, 목구멍의 기운이 끊어지며 붉은 흙을 물들이는구나!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늙은 중의 성품이 어리석음을 탄식하노니, 인간 세상에서 한갓 장수한 늙은이가 되었구나. 가사를 얻어 먼 후세에 전하고자 하였으나, 불보가 범상치 않음을 어찌 알았으리오! 오직 쉬움을 길고 오래도록 누릴 방도로 삼으려 하였으니, 반드시 쓸쓸하게 패망의 공만 취하리라. 광지와 광모가 무슨 쓰임이 되었느냐? 남을 해치고 제 이익만 챙기니 한바탕 헛것이로다!

놀란 중들이 울며 말했다. “사조님께서 이미 목숨을 끊으셨는데 가사마저 보이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이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틀림없이 너희가 훔쳐 숨겨 둔 것이로구나! 모두 나오너라! 이름을 적은 명부를 만들거라. 이 늙은 원숭이가 낱낱이 조사할 터이니!” 그 상하 방의 원주들이 본사의 중과 두타와 행동과 도인을 모조리 적어 명부 두 장을 만들었으니, 대소 인원이 모두 이백삼십 명이었다. 행자는 사부님을 높은 자리에 모시고는 그들이 하나하나 처음부터 이름을 부르게 하여 옷깃을 풀어 헤치게 하고서 낱낱이 몸을 수색하고 분명히 점명까지 마쳤으나, 가사는 끝내 없었다. 또 각 방두가 밖으로 옮겨 갔던 궤짝과 함지 등의 물건을 처음부터 되짚어 샅샅이 뒤졌으나, 거기에도 자취는 없었다.

삼장은 마음이 괴로워 행자를 몹시 원망하면서 윗자리에 앉아 그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행자는 풀썩 땅에 넘어져 머리를 감싸 쥐고 참기 어려운 듯 괴로워하며, 다만 “외지 마시옵소서! 외지 마시옵소서! 가사를 찾아 드리기만 하면 되옵니다!” 하고 애원했다. 그 중들이 이 광경을 보고는 하나하나 벌벌 떨며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말렸고, 삼장이 그제야 입을 다물고 주문을 그쳤다. 행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귀에서 쇠몽둥이를 뽑아 들고 그 중들을 때리려 하였다. 삼장이 호통치며 말렸다. “이 원숭이 녀석! 네 머리가 아프면서도 아직 겁이 나지 않으냐? 그래도 무례를 부리려 하느냐! 손을 놓아라! 사람을 다치게 하지 말아라! 다시 나를 위해 잘 캐물어 보아라!” 중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예를 올리고 삼장에게 애원했다. “나으리, 살려주소서! 저희는 참으로 본 적이 없사옵니다. 이 모든 것은 저 늙은 귀신의 잘못이옵니다. 그가 어젯밤에 당신의 가사를 바라보며 깊은 밤이 되도록 울기만 하고 감히 펴 보지도 못하였사옵니다. 생각하건대 오래도록 누리고자 하여 전가의 보물로 삼으려고 꾀를 짜내어 나으리를 불에 태워 죽이려 하였나이다. 불이 일어난 뒤 광풍이 크게 일어 각자 불을 끄고 물건을 옮기는 데만 마음을 쓰느라, 가사가 어디로 갔는지는 더욱 알지 못하옵니다.” 행자가 크게 노하여 방장 안으로 들어가 그 죽은 귀신의 시신을 끌어내어 옷을 벗겨 샅샅이 살펴보았으나, 온몸에 그 보배는 없었다. 방장의 땅을 석 자나 파헤쳐 보았으나 또한 자취조차 없었다.

행자가 한참을 헤아리다가 물었다. “이 근처에 무슨 요괴가 도를 닦아 정이 된 자가 있느냐?” 원주가 말했다. “나으리께서 묻지 않으시면 아실 길이 없사옵니다. 이곳에서 정동남쪽에 흑풍산이 있사옵니다. 흑풍동 안에 흑대왕이란 자가 있사온데, 저희 늙은 귀신이 늘 그와 도를 논하였나이다. 그자가 바로 요정이옵니다.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그 산이 여기서 얼마나 떨어졌느냐?” 원주가 말했다. “겨우 이십 리이옵니다. 저기 산머리가 바라보이는 곳이 바로 그곳이옵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 염려 놓으시옵소서. 더 말할 것도 없사옵니다, 틀림없이 저 흑풍산 요괴가 훔쳐 갔음이 분명하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그곳이 여기서 이십 리나 떨어져 있는데, 어찌 단정코 그놈이라 할 수 있느냐?”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은 어젯밤 그 불을 보지 못하셨나이까? 빛이 만 리를 치솟고 밝기가 사흘 길을 꿰뚫었사옵니다. 이십 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백 리라도 환히 비추었을 것이옵니다! 틀림없이 그놈이 불빛이 찬란하게 타오르는 것을 보고 그 틈을 타 남몰래 이곳으로 와서는 우리 가사가 보배인 줄 알아보고, 반드시 혼란한 김에 훔쳐 갔을 것이옵니다. 이 늙은 원숭이가 가서 한번 찾아보고 오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네가 가버리면 나는 누구에게 의지한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그 점은 염려 마시옵소서. 어둠 속에서는 스스로 신령이 보호하고 계시옵고, 밝은 데서는 내가 저 중들을 시켜 모시게 하겠나이다.” 곧 중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너희는 몇 사람이 가서 저 늙은 귀신을 묻고, 몇 사람은 내 사부님을 모시며 내 흰 말을 지켜라!” 중들이 분부를 받들었다. 행자가 다시 말했다. “너희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대답해 놓고 내가 가버리면 시중들지 않으려 하지 말아라. 사부님을 모시는 자는 얼굴빛을 화평하고 기쁘게 해야 하고, 흰 말을 기르는 자는 물과 풀을 고루 맞춰 주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틀리는 바가 있으면 이 몽둥이 본보기를 너희에게 보여 주겠다!” 그가 몽둥이를 뽑아 들어 불에 탄 벽돌 담장을 향해 퍽 하고 한 번 내리치니, 그 담장이 산산조각이 나며 다시 일고여덟 겹의 담장이 무너져 내렸다. 중들은 그것을 보고 하나하나 뼈가 녹고 몸이 저려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을 떨어뜨려 말했다. “할아버님, 마음 놓고 가시옵소서. 저희가 힘을 다하고 정성을 다해 나으리를 받들어 모시되, 결코 조금도 게을리하지 않겠나이다!” 과연 훌륭한 손오공이라, 급히 근두운을 타고 곧장 흑풍산으로 올라가 그 가사를 찾으러 갔다.

바로 이것이로다. 금선이 바른 도를 구하여 도성을 떠나고, 석장을 짚고 서쪽으로 향해 푸른 산자락을 넘네. 가는 곳마다 호랑이와 표범과 이리와 벌레가 있건만, 장사꾼과 선비와 나그네는 보기 드물구나. 길에서 이국의 어리석은 중의 시기를 만났으나, 오로지 제천대성의 위엄에 힘입었도다. 불이 일고 바람이 일어 선당이 폐허가 되니, 흑웅이 밤에 금란가사를 훔쳐 갔도다.

결국 이 길을 나서 가사가 있고 없는지, 길흉이 어떠한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