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손행자가 한 차례 근두를 굴러 벌떡 일어나 공중으로 뛰어오르니, 관음원의 대소 승려와 두타와 행동과 도인들이 놀라 하나하나 하늘을 우러러 절하며 아뢰었다. "할아버님이시여! 알고 보니 구름 타고 안개 몰던 신성께서 인간 세상에 내려오셨던 것이옵니다! 불길이 상하지 못한 까닭을 이제야 알겠나이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우리 그 늙은 가죽 벗기는 자가 꾀를 부리고 또 부리더니, 오늘 도리어 제 목숨을 해쳤으니 원통하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여러분, 일어나시구려. 원망할 것 없소. 이번에 가서 가사만 찾으면 만사가 그만이나, 찾지 못할까 두렵소. 내 그 제자는 성미가 몹시 좋지 못하니 여러분의 목숨이 어찌될지 몰라 한 사람도 벗어나지 못할까 염려되오." 중들이 이 말을 듣고는 하나하나 가슴을 졸이며 하늘에 빌고 소원을 올리되, 다만 가사를 찾아 저마다 목숨을 보전하게 해 달라고 빌 뿐이었다.
말하자면, 손대성이 공중에 이르러 허리를 한 번 비틀자 어느새 흑풍산 위에 당도하였다. 구름머리를 멈추고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훌륭한 산이로구나. 게다가 마침 봄빛이 한창인 계절이라, 보이는 바가 이러하였다.
만 골짜기가 다투어 흐르고, 천 갈래 벼랑이 빼어남을 겨루누나. 새는 울되 사람 보이지 않고, 꽃은 지되 나무는 향기롭도다. 비 갠 하늘은 푸른 벽에 닿아 촉촉하고, 바람 이는 솔숲은 병풍을 펼치누나. 산풀 돋고 들꽃 피니 벼랑이 깎아지른 듯하고, 덩굴 자라고 아름다운 나무 곱게 서니 험한 고개와 평평한 언덕이로다. 그윽한 이를 못 만나니 나무꾼을 어디서 찾으리오. 냇가에 학 두 마리 물을 마시고, 바위 위에 들원숭이 미치듯 뛰노누나. 솟은 소라떼가 먹빛을 늘어세우고, 높이 솟은 푸른 산이 안개 빛을 희롱하는도다.
그 행자가 막 산의 경치를 구경하고 있는데, 홀연히 꽃다운 풀언덕 앞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가만히 발을 옮겨 자취를 감추고 돌 벼랑 아래에 몸을 숨긴 채 눈을 들어 엿보았다. 알고 보니 요마 셋이 땅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있었는데, 윗자리에는 검은 사내 하나, 왼쪽 아래에는 도인 하나, 오른쪽 아래에는 흰옷 입은 선비 하나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모두 높은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이야기하는 내용은 화덕을 세우고 노를 안치며, 모래를 뭉치고 수은을 단련하는 것이요, 백설과 황아니라 방문 외도의 이야기였다. 한창 이야기하는 가운데 그 검은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튿날은 내가 태어난 날이오. 두 분도 한번 와 주시겠소?" 흰옷 입은 선비가 말했다. "해마다 대왕님께 장수를 축하해 드렸거늘, 금년이라고 어찌 오지 않을 리가 있겠소?" 검은 사내가 말했다. "내 어젯밤에 보배 하나를 얻었는데, 이름하여 금란불의라 하오. 그놈이 참으로 훌륭한 완상거리로다. 내일 그것을 장수 선물로 삼아 큰 잔치를 열고 여러 산의 도관을 청해 불의를 축하하려 하는데, '불의회'라 이름하는 것이 어떠하오?" 도인이 웃으며 말했다. "묘하오! 묘하오! 묘하오! 내일은 먼저 와서 장수를 축하드리고, 이튿날에 다시 와서 잔치에 참여하겠소."
행자가 불의라는 말을 듣고는 틀림없이 자기 보배라고 여겼다. 그는 참을 수 없이 화가 치밀어 돌 벼랑 밖으로 뛰어나가며 두 손으로 금고봉을 치켜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도적 요괴 놈들아! 네놈들이 내 가사를 훔쳐다가 무슨 '불의회'를 하려 드느냐! 어서 일찍이 내놓아라!" 그리고 "달아나지 마라!" 하고 호통치며 몽둥이를 휘둘러 머리를 내리치니, 놀란 검은 사내는 바람으로 변해 달아나고 도인은 구름을 타고 사라졌으며, 다만 그 흰옷 입은 선비만이 몽둥이 한 방에 맞아 죽었다. 그것을 끌어다 놓고 살펴보니, 한 마리 흰 꽃무늬 뱀이 요괴가 된 것이었다. 하는 김에 그것을 들어 올려 대여섯 토막으로 찢어 버리고는 곧장 깊은 산으로 들어가 그 검은 사내를 찾았다.
뾰족한 봉우리를 돌고 험한 고개를 지나니, 또 저쪽 가파른 벼랑 앞에 굴 하나가 우뚝 솟아 나왔는데, 보이는 바가 이러하였다.
연기와 노을 아스라이 피어나고, 송백이 울창하구나. 연기와 노을 아스라이 피어나니 고운 빛이 문에 넘치고, 송백이 울창하니 푸른 기운이 집을 두르누나. 다리는 마른 나뭇가지를 딛고 놓였고, 봉우리 꼭대기엔 덩굴이 휘감았도다. 새는 붉은 꽃술을 물고 구름 골짜기로 오고, 사슴은 꽃다운 풀숲을 밟아 돌섬에 오르누나. 문 앞에선 철이 꽃 피움을 재촉하고 바람이 꽃향기 실어 오며, 둑의 푸른 버들엔 꾀꼬리 돌고 물가의 고운 복숭아엔 흰 나비 나네. 비록 거친 들이라 자랑할 수 없으나, 도리어 봉래산 아래 경치를 이기는구나.
행자가 문 앞에 이르러 보니, 또 두 짝의 돌문이 몹시 단단히 닫혀 있었다. 문 위에는 가로로 돌판 하나가 걸려 있었는데, 또렷하게 여섯 큰 글자가 쓰여 있으니 바로 "흑풍산 흑풍동"이었다. 그가 곧 몽둥이를 휘두르며 "문 열어라!" 하고 소리치니, 그 안에 문을 지키는 작은 요괴가 있어 문을 열고 나오며 물었다. "너는 어떤 자이기에 감히 내 신선 굴을 두드리느냐?" 행자가 욕하며 말했다. "이 죽을 짐승 같으니! 무슨 곳이라고 감히 선굴이라 일컫느냐! '선' 자를 네가 감히 쓴단 말이냐? 어서 들어가 너의 그 검은 사내에게 알리고, 그에게 나으리 가사를 내보내라 하여라. 그러면 너희 한 굴의 목숨을 살려 주마!"
작은 요괴가 급히 안으로 달려가 아뢰었다. "대왕님! '불의회'를 열 수 없게 되었나이다! 문 밖에 털북숭이 얼굴에 뇌공 주둥이를 한 중 하나가 나타나 가사를 찾으러 왔나이다!" 그 검은 사내는 행자에게 꽃다운 풀언덕 앞에서 쫓겨 온 터라, 이제야 문을 닫고 앉아 아직 자리도 편치 못했다. 그런데 또 그 말을 듣고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놈은 어디서 온 자인지 이토록 무례하여, 감히 내 집 문 앞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는구나!" 그리고는 일렀다. "갑옷을 가져오너라." 곧바로 단단히 무장하고 검은 술 달린 창 한 자루를 집어 들고 문 밖으로 나왔다. 행자가 문 밖에서 쇠몽둥이를 잡고 눈을 크게 뜨고 보니 그 요괴의 생김새가 과연 흉험하였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사발 같은 쇠투구는 칠한 듯 윤이 나고, 오금 갑옷은 눈부시게 찬란하구나. 검은 비단 도포는 바람 막는 소매를 덮고, 검푸른 명주띠는 늘어진 술이 길도다. 손엔 검은 술 창 한 자루 쥐고, 발엔 검은 가죽 신 한 켤레 신었구나. 번쩍이는 금빛 눈이 번개 같으니, 이가 바로 산중의 흑풍왕이로다.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이놈은 참으로 가마를 굽는 자와 다름없고 숯을 다지는 자와 조금도 다르지 않구나! 필시 이곳에서 숯이나 긁어모으며 살아가는 모양이니, 어찌하여 이토록 온몸이 새까맣단 말이냐?" 그 요괴가 목청을 돋우어 크게 외쳤다. "너는 무슨 중이기에 감히 내게 와서 큰소리를 치느냐?" 행자가 쇠몽둥이를 잡고 앞으로 달려 나가 큰 소리로 꾸짖었다.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라! 어서 네 이 외할아버지의 가사를 내놓아라!" 그 요괴가 말했다. "너는 어느 절의 중이냐? 네 가사는 어디에서 잃어버렸기에 감히 내게 와서 내놓으라 하느냐?" 행자가 말했다. "내 가사는 정북쪽 관음원의 뒤편 방장에 두었었다. 그런데 그 절에 불이 나자, 이놈이 혼란을 틈타 약탈하여 훔쳐다가 '불의회'를 열어 장수를 축하하려 하였으니, 어찌 감히 잡아떼려 하느냐? 어서 내놓아라, 그러면 네 목숨을 살려 주마! 만일 이에서 '아니'라는 글자 반 개가 튀어나오기만 하면, 내가 흑풍산을 밀어 쓰러뜨리고 흑풍동을 평평하게 만들어, 너희 이 굴의 요사한 무리들을 모조리 가루로 갈아 버리리라!"
그 요괴가 그 말을 듣고는 히히 웃으며 냉소를 띠고 말했다. "이 천치 같은 놈아! 알고 보니 어젯밤 그 불을 네가 지른 것이로구나! 네가 그 방장 지붕 위에서 흉악한 짓을 하며 바람을 일으키기에, 내가 가사 한 벌을 집어 온 것인데, 네가 어찌하겠단 말이냐! 너는 어디서 온 자냐?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이며, 재주가 얼마나 크기에 감히 그처럼 허풍을 떠느냐!" 행자가 말했다. "너는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는구나! 내가 바로 대당 상국 임금님의 어제삼장법사의 제자요, 성은 손이요 이름은 오공이니 손행자라 하느니라. 만일 이 늙은 원숭이의 재주를 묻겠다면, 말해 주마. 들으면 너는 넋이 날아가고 혼이 흩어져 당장 눈앞에서 죽으리라!" 그 요괴가 말했다. "나는 너와 만난 적이 없으니, 무슨 재주가 있는지 말해 보아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 아들 놈아, 똑바로 서서 자세히 들으라! 나란 놈은,"
어릴 적부터 신통한 재주가 뛰어나서, 바람을 따라 변화하며 영웅을 뽐내었느니라. 성품을 기르고 참된 도를 닦아 세월을 견디며, 윤회에서 벗어나 목숨을 건졌도다. 한 점 정성으로 일찍이 도를 찾아, 영대산 위에 올라 약초를 캐었네. 그 산에 늙은 신선 하나가 있어, 나이가 십만 팔천이나 되었느니라. 이 늙은 원숭이가 그이를 스승으로 모시니, 장생하는 길 한 가닥을 가리쳐 주었도다. 그이가 말하기를 몸 안에 단약이 있으니, 밖에서 캐려 애쓰는 것은 헛수고라 하였네. 대품천선결을 전해 받았으나, 근본이 없으면 실로 견디기 어렵더라. 빛을 거두어 안을 비추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앉아, 몸 안의 해와 달이 감과 리를 사귀게 하였도다. 만 가지 일을 생각지 않아 온전히 욕심이 적고, 여섯 감관이 맑아 몸이 굳건하구나. 늙음을 되돌려 젊어지기는 쉽게 얻고, 범속함을 벗어나 성인의 경지에 드는 길이 멀지 않도다. 삼 년을 샘 없이 지내어 신선의 몸을 이루니, 속된 무리와 달리 불타는 고통을 겪지 않았네. 시주와 삼도를 두루 노닐고, 바다 끝 하늘가를 한 바퀴 돌았도다. 삼백여 년을 살았으나, 아직 구천으로 올라 날아가지는 못하였네. 바다에 내려가 용을 항복받고 참된 보배를 얻어서, 바야흐로 금고봉 한 자루를 갖게 되었도다. 화과산 앞에서 으뜸 수령이 되고, 수렴동에서 무리 요괴들을 모았네. 옥황상제가 조서를 내려, 나를 제천의 극품 벼슬에 봉하였도다. 몇 차례나 영소전을 크게 뒤집고, 여러 번 서왕모의 반도를 훔쳤네. 천병 십만이 나를 항복시키러 왔는데, 층층이 빽빽이 창과 칼을 늘어세웠도다. 천왕을 물리쳐 상계로 돌려보내고, 나타는 쓰라린 상처를 안고 군사를 이끌고 달아났네. 현성진군이 변화를 잘하였으나, 이 늙은 원숭이도 굳세게 겨루어 호각을 이루었도다. 도조와 관음이 옥황과 함께, 남천문 위에 올라 항복시키는 것을 보았네. 그러나 노군이 한 진을 돕는 바람에, 이랑이 나를 사로잡아 천궁으로 끌고 갔도다. 몸을 항요주에 묶어 두고, 곧 신병에게 명하여 목을 베라 하였네. 칼로 찍고 쇠망치로 두드려도 상하지 않으니, 다시 벼락을 내리고 불을 질러 태우라 하였도다. 이 늙은 원숭이는 실로 재주가 있어,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네. 노군의 화로 속에 넣어 단련하는데, 육정신화로 천천히 달구어 내었도다. 날이 차자 화로를 열고 내가 뛰어나와, 쇠몽둥이를 들고 하늘을 두르며 달렸네. 가는 곳마다 가로막을 자 없어, 삼십삼천을 한바탕 뒤집었도다. 아미타불 여래께서 법력을 쓰시어, 오행산으로 이 늙은 원숭이의 허리를 눌렀네. 꼬박 오백 년을 눌려 있었으나, 다행히 삼장을 만나 당나라에서 나왔도다. 이제 바른 도에 귀의하여 서쪽으로 가니, 곧 뇌음사로 올라가 부처님의 흰 빛을 뵈오리라. 네가 온 천하와 사해를 두루 돌아다니며 물어보아라, 나는 역대로 이름을 떨친 첫째가는 요괴니라!"
그 요괴가 그 말을 듣고는 웃으며 말했다. "너는 알고 보니 천궁을 뒤집어 놓았다는 그 필마온이냐?" 행자가 가장 분하게 여기는 것은 남들이 자기를 필마온이라 부르는 일이었다. 그 소리를 듣자 속에서 큰 노가 치밀었다. 그는 욕하며 외쳤다. "이 도적 요괴 같으니! 가사를 훔쳐 놓고 돌려주기는커녕 이 나으리를 다치게 하려 드느냐! 서지 말라! 몽둥이를 받아라!" 그 검은 사내는 몸을 비켜 긴 창을 쥐고 맞받아 덤벼들었다. 두 편이 벌인 이 한 판의 다툼이 참으로 통쾌하였으니,
여의봉과 검은 술 창이여, 두 사람이 굴 어귀에서 강하기를 겨루는구나. 가슴을 겨누고 얼굴을 쪼개며 찌르고, 팔을 겨냥하고 머리를 향해 상하게 하네. 이쪽은 옆으로 음흉한 몽둥이 솜씨를 뿌리고, 저쪽은 곧바로 급히 세 번 창을 겨누는구나. 백호가 산을 기어오르며 발톱을 뻗치고, 황룡이 길에 엎드려 몸을 돌리느라 바쁘도다. 채색 안개를 뿜고 가는 광채를 토하니, 두 요선을 헤아릴 수 없구나. 하나는 도를 닦아 바루어진 제천대성이요, 하나는 정이 들어 요괴가 된 흑대왕이로다. 이 산속에서 서로 다투는 까닭은, 오직 가사 때문에 제각기 마음이 곱지 않아서니라. 그 요괴가 행자와 열 몇 합을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차츰 붉은 해가 한낮에 걸리자, 그 검은 사내가 창을 들어 쇠몽둥이를 받쳐 막으며 말했다. "손행자, 우리 잠시 군사를 거두자꾸나. 내 밥을 먹고 나서 다시 너와 겨루겠다." 행자가 말했다. "이놈의 요물아, 네가 어찌 사내 대장부라 할 수 있겠느냐? 좋은 사내라면 반나절 만에 밥부터 찾으려 드느냐? 이 늙은 원숭이는 산기슭 아래 꼬박 오백 년을 눌려 있으면서도 국물 한 모금 맛본 적이 없는데 배가 고프더냐? 핑계 말고 내 가사나 내놓아라! 그래야 네가 밥 먹으러 가리라!" 그 요괴는 창을 허공에 휘둘러 보고는 몸을 빼 굴 속으로 들어가 돌문을 닫아걸고 작은 요괴들을 거둔 뒤, 잔치를 차리고 청첩을 써서 여러 산의 마왕들을 청해 경하 잔치를 벌이려 하였다.
말하자면, 행자는 문이 열리지 않으니 도리 없이 관음원으로 돌아왔다. 그 절의 승려들은 이미 늙은 중을 장사 지내고 모두 방장에서 삼장법사를 모시고 있었다. 이른 아침 공양을 마치고 점심 공양까지 차려 놓았는데, 한창 국을 더 붓고 물을 갈아 주고 있는데 행자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중들이 예를 갖추어 맞이하여 방장으로 모셔 들이고, 삼장을 뵙게 하였다.
삼장이 말했다. "오공아, 네가 왔느냐? 가사는 어찌되었느냐?" 행자가 말했다. "연유를 알아냈사옵니다. 다행히 이 중들을 억울하게 할 뻔하지 않았사옵니다. 알고 보니 저 흑풍산의 요괴가 훔쳐 간 것이었나이다. 이 늙은 원숭이가 남몰래 가서 그놈을 찾아보니, 그놈이 흰옷 입은 선비 하나와 늙은 도인 하나와 함께 저 꽃다운 풀언덕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나이다. 또한 제 입으로 먼저 털어놓는 요물이라, 이튿날이 제가 태어난 날이니 여러 요사한 무리들을 청해 생일을 치르겠다 하고, 어젯밤에 금란불의 한 벌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장수 선물을 삼아 큰 잔치를 베풀어 이름하여 '불의를 경상하는 모임'이라 하겠다 하였나이다. 그래서 이 늙은 원숭이가 달려 나가 몽둥이로 한 방 내리치니 검은 사내는 바람이 되어 달아나고 도인도 사라졌으며, 다만 흰옷 입은 선비만 때려죽였사온데 알고 보니 흰 꽃무늬 뱀이 정이 든 것이었나이다. 내 또 급히 그놈의 굴 어귀까지 쫓아가 나오라고 하여 겨루었사옵니다. 그놈도 이미 자기가 가져갔다고 시인하였나이다. 반나절을 싸웠으되 승부가 나지 않았사옵니다. 그 요괴가 굴로 돌아가서는 밥을 먹겠다며 돌문을 닫아걸고 싸움을 겁내어 나오지 않나이다. 그래서 이 늙은 원숭이가 먼저 스승님께 이 소식을 알리려고 돌아왔사옵니다. 가사가 있는 곳을 이미 알았으니, 그놈이 내놓지 않을까 두렵지 않사옵니다."
중들이 그 말을 듣고는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며, 모두 소리 내어 "나무아미타불!"을 외쳤다. "오늘 행방을 찾아냈으니, 우리들도 이제야 목숨을 건지게 되었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너희는 기뻐하며 즐거워하기를 그만두어라. 내 아직 손에 넣지 못하였고 스승님도 아직 문을 나서지 못하셨다. 가사를 되찾아 무사히 스승님을 떠나보내야 너희도 편안할 것이니,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일이 있으면 이 늙은 원숭이가 어디 호락호락한 상대인 줄 아느냐! 좋은 차와 밥을 내어 내 스승님께 드렸느냐? 좋은 꼴과 여물을 내어 말에게 먹였느냐?" 중들이 모두 입을 모아 대답했다. "그러하였나이다! 그러하였나이다! 그러하였나이다! 터럭만큼도 소홀히 하지 않았사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네가 간 반나절 동안 나는 벌써 차와 국을 세 번 마셨고 공양도 두 차례 받았다. 이 절 사람들이 감히 나를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 다만 너는 힘을 다해 가사를 찾아오기만 하여라." 행자가 말했다. "서두르지 마시옵소서! 행방을 알았으니 틀림없이 이놈을 붙잡아 원래 물건을 돌려드리겠나이다. 염려 놓으시옵소서, 염려 놓으시옵소서!" 한창 이야기하는데 그 상방 원주가 또 채소 공양을 차려 손나으리를 청하여 공양을 들게 하였다. 행자는 조금 들고는 다시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또 찾아 나섰다.
가는 도중에 행자가 보니, 작은 요괴 하나가 왼 겨드랑이에 꽃무늬 배나무로 만든 함 하나를 끼고 큰길을 따라 오고 있었다. 행자는 그 함 안에 틀림없이 무슨 편지가 들어 있으리라 짐작하고는 몽둥이를 들어 올려 머리 위로 한 방 내리쳤다. 가련하게도 한 방을 견디지 못하여 고기 떡처럼 뭉개져 버렸다. 행자가 그것을 길가로 끌어다 놓고 함을 열어 보니, 과연 청첩 한 장이었다. 그 청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시생 웅비가 머리를 조아려 절을 올리나이다. 크게 덕을 떨치시는 금지 노상인의 단방에 아뢰옵나이다. 여러 차례 은혜를 입었사오니 감격이 깊사옵니다. 어젯밤 그 불의 재난을 바라보고도 구해 드리지 못하였사오나, 선기께서는 필시 다른 해가 없으시려니 믿사옵니다. 이승이 우연히 불의 한 벌을 얻었사오니 아름다운 모임을 열고자 삼가 술상을 차려 맑은 구경을 함께하기를 청하옵니다. 기일이 이르거든 부디 오시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옵소서. 삼가 바라나이다. 이보다 이틀 앞서 올리나이다."
행자가 그것을 보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 늙은 가죽 벗기는 자는 죽어도 조금도 억울할 것이 없구나! 알고 보니 그자가 요정과 한패였던 말이다! 그자가 이백칠십 세나 살아남은 까닭을 이제야 알겠구나. 필시 저 요괴가 기운 삼키는 요술을 가르쳐 주어 그런 수명을 누렸을 터이다. 이 늙은 원숭이는 그자의 얼굴을 기억하니 내가 곧 저 중으로 변해 그 굴 속을 한번 가 보리라. 내 그 가사를 어디에 두었는지 보고자 함이니, 만일 손에 넣기만 하면 곧장 가져와 힘을 아낄 수 있겠구나."
과연 훌륭한 대성이라, 주문을 외우며 바람을 맞받아 한 차례 변하니 과연 그 늙은 중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쇠몽둥이를 감추고 성큼성큼 걸어 굴 어귀에 이르러 "문 열어라." 하고 소리쳤다. 그 작은 요괴가 문을 열어 보고는 이런 모습이라 급히 몸을 돌려 안으로 달려가며 아뢰었다. "대왕님, 금지장로가 오셨나이다." 그 요괴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방금 작은 놈을 시켜 청첩을 가지고 가서 청하게 하였는데, 이 시각에는 아직 그곳에 도착하지도 못하였을 터인데 어찌하여 그자가 이처럼 빨리 올 수 있단 말이냐? 필시 작은 놈이 그자를 만나지 못한 것이로구나. 틀림없이 손행자가 그자를 불러다 가사를 도로 찾으러 온 것이니라. 일을 맡은 자들은 불의를 감추어 두어라, 그자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여라."
행자가 앞문으로 들어서니 뜰 가운데 소나무와 대나무가 푸름을 섞고 복숭아와 자두가 고움을 다투며, 꽃이 포기마다 피고 난초 향기가 무리마다 피어올라 과연 신선이 사는 굴속 경치로다. 둘째 문에는 주련 하나가 걸려 있는데, 쓰인 바가 이러하였다. "깊은 산에 고이 숨으니 속된 근심 없고, 그윽한 선굴에 사니 하늘이 내려주신 참됨을 즐기누나."
행자는 속으로 말했다. "이놈도 티끌을 씻고 속세를 떠나 분수를 아는 요물이로구나." 문 안으로 들어가 앞으로 더 나아가 세 번째 문에 이르니, 모두 그림을 아로새긴 들보와 조각한 서까래요, 밝은 창과 채색을 입힌 문이었다. 그곳에서 보니 그 검은 사내는 검푸른 명주 솜 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까치빛 꽃무늬 능라 비풍을 걸쳤으며, 검은 뿔로 꾸민 부드러운 두건을 쓰고 노루가죽 검은 신 한 켤레를 신고 있었다. 행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옷과 두건을 여미고 섬돌을 내려와 맞으며 말했다. "금지 노우여, 여러 날 소원하였소. 앉으시오, 앉으시오." 행자가 예로 맞절을 하였다. 인사를 마치고 앉자 곧 차가 올라왔다. 차를 마치고 나자 요정이 몸을 굽히며 말했다. "방금 작은 편지를 올려 이튿날에 한자리를 함께하자 하였거늘, 어찌하여 노우께서 오늘 벌써 찾아오셨소?" 행자가 말했다. "마침 찾아뵙고자 나오다가 길에서 그 편지를 만났소. '불의의 아름다운 모임'이 있다 하기에 이리 급히 달려왔으니, 한번 보고자 하오." 그 요괴가 웃으며 말했다. "노우께서 잘못 아셨소. 이 가사는 본디 당승의 것이니, 그이가 당신 처소에 머물고 있거늘 어찌 보지 못하셨다가 도리어 내게 와서 보려 하시오?" 행자가 말했다. "이 승이 빌려 왔으나 밤이라 아직 펴 보지 못하였는데, 뜻하지 않게 대왕께서 가져가셨소. 또 불이 산중을 태워 집안 살림을 잃었고 저 당승의 제자가 또한 용맹하여 어수선한 통에 사방을 찾아도 보이지 않더이다. 알고 보니 대왕의 큰 복으로 거두어 두신 것이라, 이에 특별히 와서 한번 보고자 하였소."
한창 이야기하는데 순찰을 나갔던 작은 요괴 하나가 달려와 아뢰었다. "대왕님! 큰일 났나이다! 청첩을 전하러 갔던 작은 교졸이 손행자에게 큰길 곁에서 맞아 죽었나이다! 그놈이 수단을 부려 금지장로로 변화하여 불의를 속여 빼앗으러 온 것이옵니다!" 그 요괴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말했다. "내 짐작이 옳았구나. 저 장로가 어찌하여 오늘 곧장 왔으며 또 그리 빨리 왔단 말인가. 과연 그놈이었어!" 급히 몸을 날려 창을 집어 들고는 곧장 행자를 찔렀다. 행자가 귀에서 몽둥이를 급히 뽑아 본모습을 드러내어 창끝을 막은 채 가운데 청사에서 뛰어나와 뜰을 지나 앞문 밖까지 싸우며 나갔다. 놀란 굴속 요괴들은 모두 간담이 떨어지고 집 안의 늙은이 젊은이가 온통 넋을 잃었다. 이번 산머리에서 벌인 승부는 지난번보다 더욱 판이 달랐다. 참으로 통쾌한 싸움이었으니,
원숭이 왕은 담이 커 중을 사칭하고, 검은 사내는 영리하여 불의를 감추었구나. 말이 오가는 사이 기회가 묘히 맞고, 때를 따라 변함이 조금도 어긋남이 없도다. 가사는 보려 해도 볼 길 없고, 보배의 그윽한 미묘함이 참으로 오묘하구나. 작은 요괴는 산을 살피고 와 재앙을 아뢰고, 늙은 요괴는 성을 내며 신위를 드러내었네. 몸을 뒤집어 흑풍동을 쳐 나오니, 창과 몽둥이가 겨루어 시비를 가리누나. 몽둥이가 긴 창을 막으니 소리 울리고, 창이 쇠몽둥이를 맞받으니 광채를 뿜는구나. 오공의 변화는 인간에 드물고, 요괴의 신통 또한 세상에 드물도다. 이쪽은 불의로 장수를 축하하려 하나, 저쪽은 가사를 못 얻으면 어찌 순순히 돌아가려 하리오. 이번의 치열한 싸움은 쉽게 헤어질 수 없나니, 산 부처님이 친히 세상에 내려오신다 한들 이 판을 풀어 내지는 못하리라.
그 두 사람은 굴 입구에서 산머리로 싸워 올라가고, 산머리에서 구름 밖으로 싸우며 나갔다. 안개를 토하고 바람을 뿜으며 모래를 날리고 돌을 굴리면서 붉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 때까지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 요괴가 말했다. "성씨가 손이라는 자야, 잠시 손을 멈추어라. 오늘은 날이 저물어 더 겨룰 수 없다. 가거라, 가거라! 내일 아침에 와서 너와 죽고 삶을 정하겠다." 행자가 외쳤다. "이놈아, 달아나지 말라! 싸우려거든 싸움다워라, 날이 저물었다고 핑계를 대지 말라!" 보아라, 행자가 머리든 얼굴이든 가리지 않고 마구 몽둥이를 휘둘렀으나, 저 검은 사내는 또 맑은 바람이 되어 본 굴로 돌아가 돌문을 굳게 닫고 나오지 않았다.
행자는 달리 도리가 없어 관음원으로 돌아왔다. 구름머리를 내려놓고 "스승님!" 하고 불렀다. 그 삼장은 애타게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홀연히 앞에 나타나니 몹시 기뻤다. 그러나 그의 손에 가사가 없는 것을 보고는 또 겁이 났다. 그래서 물었다. "어찌하여 이번에도 아직 가사를 가져오지 못하였느냐?" 행자가 소매에서 편지 한 장을 꺼내어 삼장에게 건네며 말했다. "스승님, 저 요물과 이 죽은 늙은 가죽 벗기는 자는 본디 벗이었사옵니다. 그자가 작은 요괴 하나를 시켜 이 청첩을 보내어 '불의회'에 오라고 청하였나이다. 그래서 이 늙은 원숭이가 그 작은 요괴를 죽이고 저 늙은 중으로 변해 그 굴로 들어가 차 한 잔을 얻어 마셨사옵니다. 가사를 꺼내어 보자 하였으나 그놈이 내놓으려 하지 않았사옵니다. 한창 앉아 있는데 홀연히 순찰을 도는 자가 있어 소식이 새어 나가자, 그놈이 나와 맞붙어 싸웠나이다. 이렇게 저녁때까지 싸웠으되 우열이 갈리지 않았사옵니다. 그놈이 날이 저문 것을 보고 휙 굴로 되돌아가 돌문을 굳게 닫았나이다. 이 늙은 원숭이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 우선 돌아왔사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네 재주가 그놈과 견주어 어떠하냐?" 행자가 말했다. "나도 그놈보다 조금 나을 뿐이니, 그저 호각일 뿐이옵니다."
삼장은 그제야 청첩을 보고 나서 그것을 원주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네 스승은 혹 요정이 아니냐?" 그 원주가 황망히 무릎을 꿇고 말했다. "나으리, 저의 스승님은 사람이옵니다. 다만 저 흑대왕이 사람의 도를 이루어 늘 절에 와서 스승님과 경을 강론하였고, 스승님께 정신을 기르고 기운을 삼키는 술법을 전해 주었기에 벗이라 부르게 되었을 뿐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이 중들에게는 요기가 없소. 그들은 머리가 둥글어 하늘을 이고 발이 모나 땅을 디디고 있으니 다만 이 늙은 원숭이보다 살지고 클 뿐이오, 요정이 아니오. 저 청첩에 '시생 웅비'라 쓰인 것을 보시오. 필시 이놈은 검은 곰이 정이 든 것이오." 삼장이 말했다. "내 옛사람이 '곰과 성성이란 서로 비슷하다.' 한 것을 들었노라. 모두 짐승인데, 그놈이 어찌 정을 이룰 수 있단 말이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늙은 원숭이도 짐승이로되 이제 제천대성이 되었으니 그놈과 무슨 다름이 있겠나이까? 대저 세상 만물은 아홉 구멍이 있는 것이라면 모두 도를 닦아 신선이 될 수 있사옵니다." 삼장이 또 말했다. "네가 방금 그놈의 재주가 너와 호각이라 하였는데, 그러면 어찌 이겨 내 가사를 도로 가져오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상관 마시옵소서, 상관 마시옵소서. 내게 방도가 있사옵니다."
한창 의논하는데 중들이 저녁 공양을 차려 올려 사부와 제자가 먹게 하였다. 삼장은 등불을 켜라 하고 다시 앞 선당으로 가 잠자리를 정하였다. 중들은 모두 담장에 기대고 벽에 붙어 움막을 엮어 저마다 잠들고, 오직 뒤편 방장만 상하 원주에게 내어 주어 몸을 누이게 하였다. 이때 밤이 고요하니 보이는 바가 이러하였다.
은하수 그림자를 드러내고 옥우에는 티끌이 없구나. 하늘 가득 별이 찬란하고, 물에는 물결이 자취를 거두었도다. 만 가지 소리가 잦아들고, 천 산의 새가 끊겼구나. 냇가의 고깃불은 꺼지고, 탑 위의 불등은 흐릿하도다. 어젯밤에는 중들의 종과 북 소리가 울리더니, 오늘 밤에는 온통 곡소리뿐이로다.
이 밤에 선당에서 묵게 되었다. 삼장은 가사 때문에 걱정이 되어 어찌 편히 잠들 수 있었겠는가. 홀연히 몸을 뒤척이다가 창 밖이 훤해 온 것을 보고 급히 일어나 외쳤다. "오공아, 날이 밝았다. 어서 가사를 찾으러 가거라." 행자가 벌떡 일어났다. 이미 중들이 곁에 서서 더운 물과 음식을 받들고 있었다. 행자가 말했다. "너희는 정성을 다해 내 스승님을 모셔라. 이 늙은 원숭이는 가겠다." 삼장이 침상에서 내려와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너는 어디로 가려 하느냐?" 행자가 말했다. "내 생각에 이 일은 모두 관음보살이 잘못하신 것이오. 그분이 이 선원을 두고 이 고장 사람들의 향불을 받으면서도, 저 요정을 이웃에 살게 두었소. 내가 남해로 가서 그분을 찾아 따져 물어, 친히 오시어 요정에게 가사를 도로 찾아 달라 하겠소." 삼장이 말했다. "네가 그리 가면 언제 돌아오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짧으면 밥을 마치고 올 것이요, 길어야 한낮이면 성사되어 돌아오겠소. 저 중들이 잘 모실 테니, 이 늙은 원숭이는 가겠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벌써 자취가 없었다. 잠시 사이에 남해에 이르렀다. 구름을 멈추고 바라보니, 보이는 바가 이러하였다.
아득한 바다 멀어 물이 하늘에 이어졌구나. 상서로운 빛이 우주를 덮고 좋은 기운이 산천을 비추네. 천 겹 흰 물결이 푸른 하늘에 울부짖고, 만 겹 안개 물결이 대낮을 뒤덮는구나. 물은 사방 들판으로 날고 물결은 둘레를 굴러 흐르도다. 물이 사방 들판으로 날아가니 천둥이 울리고, 물결이 둘레를 굴러 흐르니 벼락이 진동하누나. 물의 기세는 접어 두고 그 한가운데를 보라. 오색이 아스라이 겹친 보배 산이요, 붉고 누렇고 보랏빛 검고 푸른빛이 섞였구나. 관음의 참된 승경을 비로소 보았으니, 이곳이 바로 남해의 낙가산이로다. 과연 좋은 곳이로구나! 산봉우리 높이 솟아 꼭대기가 허공을 꿰뚫었고, 그 가운데 온갖 기이한 꽃과 백 가지 서초가 피었네. 바람은 보배 나무를 흔들고 햇빛은 금연꽃을 비추누나. 관음전 기와는 유리로 덮였고, 조음동 문은 대모로 깔렸구나. 푸른 버들 그늘에서는 앵무가 지절거리고, 자주 대숲 속에서는 공작이 우짖는도다. 무늬진 돌 위에는 호법이 위엄을 갖추었고, 마노 갯벌 앞에는 목차가 늠름하구나.
행자가 그 기이한 경치를 다 둘러볼 겨를 없이 곧장 구름머리를 내려 대숲 아래에 이르렀다. 이미 제천들이 마중을 나와 말했다. "보살께서 여러 신에게 대성께서 선에 귀의하셨다고 크게 자랑하시거늘, 이제 당승을 모시는데 어찌 틈을 내어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당승을 모시고 가다가 길에서 일을 만났사옵니다. 특별히 보살님을 뵙고자 하오니 번거로우시더라도 알려 주시옵소서." 제천들이 곧 굴 어귀로 가서 아뢰었다. 보살이 들어오라 하셨다.
행자가 법도를 좇아 걸어 보련대 아래에 이르러 절을 올렸다. 보살이 물었다. "네가 무슨 일로 왔느냐?" 행자가 아뢰었다. "저의 스승님이 길에서 보살님의 선원을 만났사옵니다. 보살님께서는 인간의 향불을 받으시면서도 흑웅정 하나를 그 이웃에 살게 두시어 그놈이 스승님의 가사를 훔쳐 가고 여러 번 달라 하여도 주지 않사옵니다. 이에 특별히 보살님께 그것을 받으러 왔나이다." 보살이 말했다. "이 원숭이가 말하는 꼴이 이다지도 버릇이 없구나! 흑웅정이 네 가사를 훔쳤거늘 어찌 내게 와서 찾으려 하느냐? 모두 이 죽일 원숭이가 담이 커서 보배를 자랑삼아 소인배에게 보이고는, 도리어 흉을 부려 바람을 불러 불을 일으켜 내 유운하원을 태워 놓고 나서, 도리어 내게 와서 생떼를 쓰는구나!" 행자가 보살의 이런 말씀을 듣고 그분이 지나간 일과 앞일을 아심을 알고는 황망히 절하며 아뢰었다. "보살님, 제자의 죄를 용서하시옵소서. 과연 그러하옵니다. 다만 저 요물이 가사를 내놓지 않고 스승님은 또 그 주문을 외시려 하니 이 늙은 원숭이가 머리 아픔을 견딜 수 없어 보살님을 찾아뵙나이다. 바라건대 보살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베푸시어 저를 도와 그 요정을 잡고 가사를 되찾아 서쪽으로 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보살이 말했다. "그 요물은 신통이 많아 너에게도 지지 않느니라. 좋으니라, 내 당승의 낯을 보아 너와 함께 한번 가 보리라."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은혜에 사례하며 다시 절을 올렸다. 곧 보살께 문밖으로 나오시기를 청하여 함께 상서로운 구름을 타니 어느새 흑풍산에 이르렀다. 구름머리를 내리고 길을 따라 굴을 찾았다.
가는 도중 행자가 보니 저 산비탈 앞에서 도인 하나가 유리 쟁반을 손에 들고 오는데 쟁반 안에 선단 두 알이 담겨 있었다. 곧장 걸어오다 행자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행자가 몽둥이를 뽑아 머리를 내리치니 골이 터져 흐르고 가슴의 피가 솟구쳤다. 보살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이 원숭이가 아직도 이처럼 포악을 부리는구나! 그이는 네 가사를 훔치지도 않았고 너와 아는 사이도 아니며 원한도 없거늘 어찌 그를 때려죽였느냐?" 행자가 아뢰었다. "보살님, 그이를 알아보지 못하셨나이다. 그이는 저 흑웅정의 벗이옵니다. 어제 흰옷 입은 선비 하나와 함께 꽃다운 풀언덕 앞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나이다. 이튿날이 흑웅정의 생일이라 그들을 청하여 '불의회'를 연다 하였고, 오늘 그이가 먼저 와서 장수를 축하하고 내일 잔치에 참여한다 하였기에 내가 알아보았나이다. 틀림없이 오늘 저 요괴를 대신하여 장수 선물을 가지고 가는 길이옵니다." 보살이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 또한 그럴 듯하구나." 그제야 행자가 가서 그 도인을 들어 올려 살펴보니, 한 마리 잿빛 이리였다. 그 곁에 놓인 쟁반 밑바닥에 글자가 새겨 있었으니 "능허자 지음"이라 하였다. 행자가 그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재수로다! 재수로다! 이 늙은 원숭이도 좋고 보살님도 힘이 드시지 않겠구나. 이 요괴는 스스로 자백한 셈이요, 저 요괴는 오늘 일을 끝장내라 하였나이다." 보살이 말했다. "오공아, 그것이 무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보살님, 이 오공에게 한마디 말이 있사오니, 계책을 그대로 이용한다는 것이옵니다. 보살님께서 내 청을 들어주실지 모르겠나이다." 보살이 말했다. "말하여 보아라." 행자가 아뢰었다. "보살님, 이 쟁반 가운데 선단 두 알이 있으니 이것이 우리가 저 요마에게 드리는 폐백이 되옵고, 이 쟁반 뒤에 새긴 네 글자, 곧 '능허자 지음'이라 한 것이 우리가 저 요마에게 씌울 죄목이 되나이다. 보살님께서 내 말을 들어주시려 한다면 제가 좋은 꾀를 내어 드릴 터이니, 무기를 쓰실 것도 없고 싸움을 벌이실 것도 없이 요마는 당장 재앙을 만나고 불의는 당장 나타나게 하겠나이다. 보살님께서 내 말을 들어주지 않으시려 한다면, 보살님은 서쪽으로 가시고 이 오공은 동쪽으로 가련만, 불의는 빼앗긴 채요 당삼장은 헛되이 될 뿐이니이다." 보살이 웃으며 말했다. "이 원숭이 입이 익었구나!" 행자가 말했다. "감히 그러하오나, 그저 꾀 하나이옵니다." 보살이 말했다. "그 꾀가 어떠하냐?" 행자가 말했다. "이 쟁반에 '능허자 지음'이라 새겨져 있으니 이 도인의 이름이 능허자이려니 하옵니다. 보살님, 내 말을 들어주시려 하거든 이 도인으로 변하시옵소서. 나는 이 단약 한 알을 먹고 그것으로 변하되 조금 크게 하겠나이다. 보살님께서는 이 쟁반과 선단 두 알을 받들어 저 요괴에게 장수 축하를 드리러 가시어, 그중 큰 알을 저 요괴에게 권하시옵소서. 저 요괴가 그것을 한 입에 삼키면 이 늙은 원숭이가 그 안에서 일을 꾸미겠나이다. 만일 불의를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놈의 창자를 끄집어내어 가사 한 벌을 짜 내겠나이다."
보살은 다른 도리가 없어 그저 고개를 끄덕여 그의 청을 들어주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어떠하시옵니까?" 이에 보살이 넓고 크신 자비와 가없는 법력으로 억만 가지 몸을 나투되, 마음으로 뜻을 깨닫고 뜻으로 몸을 이루시어 어렴풋한 사이에 능허선자로 변하셨으니,
학의 깃옷에 선풍 사뜩하고, 나부끼는 자태가 허공을 걷는 듯하구나. 늙은 얼굴은 송백처럼 늙었으나, 빼어난 자태는 예나 지금이나 견줄 데 없도다. 가고 또 가되 머무름 없고, 그러한 가운데 절로 다름이 있구나. 모두 돌아가 한 법에 귀결되니, 다만 사악한 육신이 가릴 뿐이로다.
행자가 보고 말했다. "묘하옵니다! 묘하옵니다! 요정이 보살이시니이까, 보살이 요정이시니이까?" 보살이 웃으며 말했다. "오공아, 보살과 요정이란 한결같이 한 생각이니라. 본바탕을 따지자면 모두 없는 것에 속하느니라." 행자가 속으로 크게 깨닫고 몸을 돌려 선단 한 알로 변하였으니, 굴러가는 쟁반 위에 머무름이 없고 둥글고 밝아 방소가 없으며, 셋 셋이 굴루에서 어우러지고 여섯 여섯이 소옹과 겨루며, 기와와 쇠붙이가 황금 불꽃을 일으키고 마니가 대낮에 빛을 내니, 겉으로 드러난 납과 수은을 감히 가벼이 헤아리지 말지어다.
행자가 변한 그 단알은 끝내 조금 더 컸다. 보살이 그것을 알아보시고 유리 쟁반을 들고 곧장 요괴의 굴 어귀에 이르러 살펴보시니, 그곳이 과연 이러하였다.
벼랑 깊고 봉우리 험해 구름이 고개에 피고, 송백 우거진 사이 바람이 숲에 사뜩 불어오누나. 벼랑 깊고 봉우리 험하니 과연 요사한 무리 드나들어 인가 드물고, 송백 우거지니 신선이 숨어 도 닦을 만해 도정도 많도다. 산에 시내 있고 시내에 샘 있어 졸졸 흐르는 물이 거문고를 울리니 귀 씻기 넉넉하고, 벼랑에 사슴 있고 숲에 학 있어 그윽한 선율이 한가로운 봉우리를 울리니 또한 마음을 즐겁게 하누나. 이는 요선이 분수 있어 보리를 내리시고, 넓은 서원 가이없어 측은한 마음을 베푸심이로다.
보살이 그것을 보시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이 요물이 이 굴을 차지하고 있으니 또한 도를 닦은 분수가 있구나." 그리하여 마음속에 이미 자비로운 뜻이 생기었다.
굴 어귀에 이르니 굴을 지키는 작은 요괴들이 모두 아는 체하며 말했다. "능허 선장께서 오셨나이다." 한편으로는 안에 알리고 한편으로는 맞아들였다. 그 요괴는 이미 둘째 문까지 나와 맞으며 말했다. "능허여, 수고롭게도 귀한 걸음을 하셨소. 누추한 내 집이 빛을 얻었구려." 보살이 말했다. "소도가 선단 한 알을 삼가 올리나니 천 년의 장수를 비오." 두 사람이 절을 마치고 앉아 저 어제의 일을 꺼내어 말하였다. 보살은 대답하지 않고 급히 단약 쟁반을 들어 말했다. "대왕이여, 잠시 소도의 변변찮은 정성을 보시옵소서." 그리고 큰 알 하나를 골라 그 요괴에게 밀어 주며 말했다. "대왕의 천 년 장수를 비나이다!" 그 요괴도 알 하나를 밀어 보살에게 건네며 말했다. "능허자와 함께하기를 비노라." 권하기를 마치고 나서 그 요괴가 막 삼키려 하는데, 그 단약이 입김을 따라 곧장 굴러 내려갔다. 행자가 본모습을 드러내며 사평 자세를 취하자 그 요괴는 땅에 구르며 넘어졌다. 보살이 본모습을 나타내시고 요괴에게 불의를 내놓으라 하셨다. 행자는 벌써 코구멍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보살은 또 그 요괴가 무례할까 염려되어 고리 하나를 집어 그 요괴의 머리 위에 던지셨다. 그 요괴가 일어나 창을 들어 찌르려 하니, 행자와 보살은 벌써 공중으로 떠올라 있었고 보살이 진언을 외우시자 그 요괴는 여전히 머리가 아파 창을 내던지고 땅 위에서 마구 뒹굴었다. 허공에서는 미후왕이 웃다가 넘어지고, 땅바닥에서는 흑웅정이 굴러 상하였다.
보살이 말했다. "이 요물아, 네가 이제 귀의하겠느냐?" 그 요괴가 입을 모아 말했다. "원하여 귀의하나이다. 다만 목숨만을 살려 주시옵소서!" 행자는 일이 늦어질까 염려되어 곧장 때려죽이려 하였다. 보살이 급히 만류하며 말했다. "그놈의 목숨을 상하게 하지 말라. 내 그놈을 쓸 곳이 있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이런 요물을 죽이지 않고 도리어 어디에 두고 쓰시려 하시옵니까?" 보살이 말했다. "내 저 낙가산 뒤가 볼 이 없으니, 그놈을 데려다 산 지키는 대신을 삼으려 하노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참으로 고난을 구하시는 자비로운 어른이시니, 영혼 하나도 잃지 않으시는구려. 이 늙은 원숭이에게 이런 주문이 있다면 천 번쯤 외어 보련마는, 그리하면 이 많은 검은 곰들을 모두 끝장을 내리라!"
말하자면, 그 요괴가 한참 만에 깨어났으나 아픔을 견디지 못해 땅에 무릎을 꿇고 애걸하며 말했다. "다만 목숨을 살려 주시면 바른 과보에 귀의하겠나이다!" 그제야 보살이 상서로운 빛을 내려 내리시어 그에게 정수리를 어루만지시고 계를 주시며, 긴 창을 잡고 좌우를 따르게 하셨다. 그 흑웅의 한 조각 야심이 오늘에야 가라앉고, 끝없던 완고한 성질이 이때에 이르러 거두어졌다. 보살이 분부하셨다. "오공아, 너는 돌아가거라. 당승을 잘 모시되 게으름을 피우며 일을 꾸미지 말라." 행자가 말했다. "보살님께서 멀리까지 오심을 깊이 감사하옵니다. 제자가 마땅히 배웅하겠나이다." 보살이 말했다. "배웅은 사양하노라." 그제야 행자가 가사를 받들고 머리를 조아려 작별하였다. 보살 또한 웅비를 데리고 곧장 큰 바다로 돌아가셨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상서로운 빛 자욱이 금빛 불상에 어리고, 만 갈래 찬란함이 참으로 자랑할 만하구나. 두루 세상을 제도하며 가련히 여기심을 베푸시고, 두루 법계를 살피시어 금연꽃을 나타내시네. 이번에 오신 뜻은 대개 경을 전하심이요, 이 가심에 본디 티끌만 한 흠도 없도다. 요괴를 항복받아 참됨 이루어 큰 바다로 돌아가시니, 불문이 다시 비단 가사를 얻었구나.
결국 그 뒤의 일이 어떠할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