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그 요괴의 붉은 불빛이 앞서 달아나고 이 대성의 채색 노을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한창 달아나는 가운데 홀연히 높은 산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 요괴는 붉은 빛을 한데 뭉쳐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 뒤 굴 속으로 쳐들어가더니, 아홉 갈래 쇠스랑 한 자루를 꺼내 들고서 맞서 싸우려 나왔다. 행자가 한바탕 호통치며 말했다. "이 무엄한 요괴야! 너는 어디서 온 사악한 마귀냐? 어찌 이 늙은 원숭이의 이름을 아느냐? 무슨 재주가 있는지 낱낱이 불어라, 그리하면 네 목숨은 살려 주마!" 그 요괴가 말했다. "너야말로 내 수단을 알지 못하는구나! 앞으로 나와 발을 단단히 딛고 서 보아라, 내 너에게 일러 주마. 나는 어려서부터 천성이 둔하고 어리석어, 한가로움을 탐하고 게으름을 사랑하여 쉴 줄을 몰랐노라. 성을 기르고 참됨을 닦은 적이 없이, 혼돈에 마음을 미혹한 채 해와 달만 끓여 왔노라. 그런데 홀연 한가로운 가운데 참된 신선을 만나, 곧 자리에 앉아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었네. 그이가 내게 마음을 돌려 범속한 데 떨어지지 말라 권하며, 생명을 해쳐 가없는 죄업을 짓지 말라 일렀네. 수명이 다하여 목숨이 끝나는 날이 오면, 여덟 재난과 세 길에서 뉘우쳐도 입이 닳도록 후회하리라. 그 말에 뜻이 돌아 수행하려 하고, 마음이 돌아 묘한 비결을 구하였네. 인연이 있어 그 자리에서 스승으로 모시고 절을 올리니, 하늘의 관문과 땅의 궁궐을 가리켜 주었네. 아홉 번 돌려 빚는 대환단을 전해 받아, 밤낮으로 공부를 하되 쉴 새가 없었노라. 위로는 정수리의 이환궁에 이르고, 아래로는 발바닥의 용천혈에 이르렀네. 신수를 두루 흘려 화지에 들게 하고, 단전을 보하여 따스히 데웠노라. 영아와 사녀가 음양을 배합하고, 납과 수은이 서로 어우러져 해와 달을 나누었네. 이룡과 감호를 조화시키고, 영귀가 금오의 피를 남김없이 빨아들였노라. 삼화가 정수리에 모여 근본을 얻고, 오기가 으뜸에 모여 환히 뚫렸네. 공이 둥글고 행이 차니 날아 올라, 천선들이 짝지어 마중을 나왔노라. 발아래 환하게 채색 구름이 일어나니, 몸은 가볍고 기운은 건강하여 금궐로 조회하러 갔네. 옥황상제가 잔치를 베풀어 뭇 신선을 모으시고, 품계를 나누어 반열을 세웠노라. 칙명으로 원수에 봉해져 천하를 맡아 다스리고, 수군을 총독하는 헌절이라 불렸네. 왕모가 반도 잔치를 열어 요지에서 뭇 손님을 청하시니, 나는 술에 취하여 정신이 아득하고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주정을 부렸노라. 기세를 뽐내며 광한궁으로 쳐들어가니, 풍류 있는 선녀가 나와서 맞이하였네. 그 고운 얼굴이 넋을 빼앗는지라, 옛 범심이 좀체 사라지지 않았노라. 위아래도 잊고 존비를 잃은 채, 항아를 붙잡고 동침하기를 청하였네. 거듭 거듭 따르지 않으니, 동으로 숨고 서로 피해 내 마음만 상하였노라. 색을 좇는 담력이 하늘만큼 커져 외치는 소리가 우레 같으니, 하늘 관문의 궁궐을 무너뜨릴 뻔하였네. 규찰영관이 옥황상제께 아뢰니, 그날로 내 팔자가 사나워졌노라. 광한궁을 에워싸 바람조차 통하지 않게 하니, 나갈 문도 물러날 문도 없었노라. 뭇 신에게 붙잡히고서도 술기운이 가슴에 남아 조금도 겁내지 않았노라. 영소전에 압송되어 옥황상제를 뵈니, 법대로 죄를 물어 처형이 마땅하다 하였네. 태백이금성의 덕으로, 그가 반열에서 나와 머리를 조아리며 친히 아뢰었노라. 형을 고쳐 이천 방망이로 때리니, 살이 터지고 가죽이 벌어져 뼈가 부러질 지경이었네. 목숨은 건졌으나 쫓겨나 천관을 나와, 복릉산 아래에서 가업을 일구었노라. 내가 죄가 있어 잘못하여 태를 빌려 세상에 태어났으니, 속세의 이름은 저강렬이라 불렀노라."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이놈아, 너는 본래 천봉수신이 하계로 내려온 자로구나. 그러하니 어찌 이 늙은 원숭이의 이름을 알고 있음을 괴이하게 여기랴." 그 요괴가 입을 열어 말했다. "흥! 너야말로 윗전을 속인 필마온이로구나! 그해에 네가 그 화를 저지를 적에 얼마나 많은 우리를 끌어들여 해를 입혔는지 모르거늘, 오늘 또 여기까지 와서 남을 업신여기려 드느냐! 무례하게 굴지 마라! 이 늙은 돼지의 쇠스랑을 받아라!" 행자가 어찌 사정을 보아 주었겠는가. 몽둥이를 들어 머리를 내리쳤다. 두 놈은 산중턱에서 캄캄한 밤에 한바탕 겨루었다. 훌륭한 싸움이로다.
행자의 금빛 눈은 번개 같고, 요마의 둥근 눈은 은빛 꽃 같구나. 이 하나는 입으로 채색 안개를 뿜고, 저 하나는 기운으로 붉은 노을을 토하는도다. 붉은 노을을 토하니 어두운 곳이 밝아지고, 채색 안개를 뿜으니 밤이 찬란하게 빛나는구나. 금고봉과 아홉 갈래 쇠스랑, 두 영웅이 참으로 자랑할 만하구나. 하나는 대성이 범세에 내려온 이요, 하나는 원수가 하늘 가에서 강림한 자로다. 저놈은 위의를 잃어 괴물이 되었고, 이놈은 다행히 고난을 벗어나 승가에 절을 올렸구나. 쇠스랑이 나아감은 용이 발톱을 뻗는 듯하고, 몽둥이가 맞받음은 봉황이 꽃 사이를 꿰는 듯하구나. 저놈은 "남의 혼사를 깨뜨림은 아비를 죽이는 것 같다!" 하였고, 이놈은 "어린 여자를 겁탈하였으니 마땅히 잡아야 한다!" 하였네. 쓸데없는 말, 어지러운 떠듦 속에 몽둥이와 쇠스랑이 오가며 서로 받쳐 내는구나. 이리하여 싸움이 날이 밝아오는 데까지 이르자, 그 요정은 두 팔이 저리고 얼얼함을 느꼈구나.
그 두 놈은 이경 무렵부터 동쪽 하늘이 희어질 때까지 줄곧 싸웠다. 그 요괴는 더는 당해 내지 못하여 진을 버리고 달아나며, 다시 광풍으로 변해 굴로 돌아가 문을 닫아걸고는 다시 고개를 내밀지 않았다. 행자가 그 굴 문 밖을 살펴보니 돌로 세운 비석 하나가 있었는데, 그 위에 "운잔동"이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행자는 요괴가 나오지 않고 하늘마저 밝아 오자 속으로 생각하였다. '스승님께서 기다리실 터이니 우선 돌아가 스승님을 한 번 뵙고, 다시 와서 이 요괴를 잡아도 늦지 않으리라.' 이에 구름을 밟고 살짝 몸을 띄우니 어느새 고노장에 당도하였다.
말하자면, 삼장법사는 그 여러 노인들과 함께 옛일과 오늘의 일을 논하며 밤을 꼬박 새웠다. 한창 행자가 돌아오지 않는 것을 궁금하게 여기고 있는데, 뜰 안에 홀연 행자가 내려서 있었다. 행자는 쇠몽둥이를 거두어 감추고 옷매무시를 가다듬어 마루로 올라가며 외쳤다. "스승님, 소자가 돌아왔나이다!" 여러 노인이 깜짝 놀라 일제히 절하며 "수고가 많으십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하였다. 삼장법사가 물었다. "오공아, 너는 하룻밤을 다녀왔으니, 요괴는 어디서 잡았느냐?"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그 요괴는 범간의 사악한 귀신도 아니옵고, 산간의 괴상한 짐승도 아니옵니다. 본디 천봉원수가 범세에 내려온 자이온데, 다만 잘못하여 태를 빌려 태어난 까닭에 주둥이와 얼굴이 들돼지 모양을 하였사오나, 실로 성령은 오히려 그대로 남아 있사옵니다. 그놈이 말하기를 생김새를 따라 성을 삼아 저강렬이라 불린다 하였사옵니다. 이 늙은 원숭이가 뒷채에서 몽둥이를 뽑아 들고 곧장 내리치니, 그놈이 광풍 한 줄기로 변하여 달아났사옵니다. 바람을 향해 몽둥이를 내리치자 그놈은 불빛으로 변해 본산의 굴로 돌아가, 아홉 갈래 쇠스랑을 꺼내 들고 이 늙은 원숭이와 밤새 싸웠사옵니다. 방금 하늘이 밝아오려 할 무렵 그놈이 싸움을 겁내어 달아나더니 굴 문을 단단히 닫아걸고 나오지 않았사옵니다. 그 문을 부수고 그놈과 승부를 가릴 참이었사오나, 스승님께서 기다리실까 염려되어 먼저 소식을 전하러 왔사옵니다."
말을 마치자 그 고 노인이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장로시여, 어찌할 도리가 없나이다. 그놈을 쫓아내시기는 하였사오나, 장로께서 가신 뒤 또 찾아온다면 어찌한단 말이옵니까? 수고스러우시더라도 붙잡아 뿌리를 뽑아 주시옵소서, 그래야 뒷근심이 없사옵니다. 이 늙은이가 감히 소홀히 할 수야 없사오니, 반드시 후하게 보답하겠나이다. 이 집 재물과 논밭을 친척들 앞에서 문서를 써 장로님과 나누어 갖겠나이다. 다만 부디 잡초를 베고 뿌리를 뽑아, 우리 고씨 가문의 맑은 덕을 더럽히는 일이 없게 하여 주시옵소서."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영감은 분수를 모르는구려. 그 요괴도 내게 이르기를, 제가 비록 먹성이 크나 그대 집의 차와 밥을 좀 먹었을 뿐, 그대 집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였다 하였소. 이 몇 해 불려 놓은 집안 재물이 모두 그놈의 힘이었소. 그놈이 공연히 얻어먹기만 한 것도 아니거늘, 그대는 어찌 그놈을 쫓아내려 하시오? 그놈의 말로는 하늘의 신이 하계로 내려와 그대 대신 집안일을 한 자이오, 일찍이 그대의 딸을 해친 적도 없소. 이런 사위라면 문벌도 어울리고 가문을 더럽히거나 행실을 욕되게 한 것도 아니니, 그냥 두는 것이 옳을 것이오." 고 노인이 말했다. "장로시여, 풍속을 해치지는 않는다 하나 명성이 좋지 못하옵니다. 사람들이 툭하면 이르기를, '고씨 집안에 요괴 사위 하나를 들였다!' 하오니, 이 말을 어찌 감당한단 말이옵니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오공아, 네가 이미 그놈과 한바탕 겨루었으니, 이참에 아주 끝을 내어 주어야 처음과 끝이 분명하리라." 행자가 말했다. "소자가 방금 그놈을 시험삼아 놀려 본 것뿐이옵니다. 이제 가면 틀림없이 잡아다 보여 드리겠나이다. 우선 근심 마시옵소서." 그리고는 외쳤다. "고 노인장, 그대는 내 스승님을 잘 모셔 주시오, 나는 가보겠소."
말을 마치자 그는 그림자도 없이 뛰어올라 그 산의 굴 어귀에 이르러, 쇠몽둥이를 마구 휘둘러 두 짝의 문을 부수고는 욕하며 말했다. "이 쌀겨나 처묵는 멍청한 놈아, 어서 나와 이 늙은 원숭이와 겨루어 보자!" 그 요괴는 헐떡이며 굴 속에서 자고 있었다. 문 부서지는 소리와 욕하는 소리가 들리니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쇠스랑을 끌고 정신을 가다듬어 뛰어나오며 사납게 욕했다. "이 필마온 같은 놈, 참으로 게으르고 무례하구나! 너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내 큰 대문을 부수어 버리느냐? 네가 어디 가서 법조문이나 좀 보고 오너라. 남의 대문을 때려 부수고 들어간 자는 잡범으로 사죄에 해당한다 하였느니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멍청한 놈아! 내가 대문을 부순 것은 변명할 여지가 있거니와, 너처럼 남의 여자를 억지로 차지하고 중매와 증인도 없고 차와 술의 예물조차 없는 자는 진범으로 참형이 마땅하니라!" 그 요괴가 말했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두고, 이 늙은 돼지의 쇠스랑을 보아라!" 행자가 몽둥이로 받쳐 막으며 말했다. "네 그 쇠스랑이 고 노인 댁에서 밭 갈고 채소 심던 연장이냐? 좋을 것이 있다고 두렵단 말이냐!" 그 요괴가 말했다. "네가 잘못 알아보았구나! 이 쇠스랑이 어찌 범간의 물건이겠느냐? 내 말을 좀 들어 보아라.
단련한 신령한 얼음 쇠를 갈고 다듬어 만드니 그 빛이 밝고 깨끗하구나. 노군이 친히 망치를 잡고 형혹이 몸소 숯을 보탰노라. 오방 오제가 마음을 쓰고 육정육갑이 애를 썼구나. 아홉 개 옥 이빨을 이루고 쌍 고리 금 잎을 부어 만들었네. 몸은 육요를 단장하고 오성을 세우며, 형체는 사시와 팔절을 따랐구나. 짧고 긺과 위아래로 천지를 정하고, 좌우 음양으로 해와 달을 나누었네. 육효 신장이 천조를 따르고 팔괘 성신이 북두를 따라 섰구나. 이름은 상보손금파라 하여, 옥황상제께 올려져 단궐을 지키게 하였네. 내가 대라선을 이루니 장생하는 몸을 길렀노라. 칙명으로 원수에 봉해져 천봉이라 불리며, 쇠스랑을 어절로 하사받았네. 들면 불꽃과 광채가 함께하고, 내리치면 사나운 바람에 서설이 날리는구나. 천조 신장이 모두 놀라고 지부의 염라도 간담이 서늘하구나. 인간 세상에 어찌 이러한 병기가 있으며, 세상에 다시 이런 쇠가 있으랴. 몸에 지녀 마음대로 변화하고, 뜻대로 뒤집고 오름은 구결을 따르네. 함께 지낸 여러 해 한 번도 떠난 적 없고, 나를 따른 몇 해 하루도 헤어진 적 없구나. 낮에 세 끼를 먹을 때도 내치지 않고, 밤에 잘 때도 곁에서 떼지 않았네. 차고 반도 잔치에도 가고, 데리고 제궐에 조회하러도 갔노라. 모두 술을 믿고 흉악한 짓을 부린 탓이요, 오로지 센 힘만 믿고 주정을 부린 탓이로다. 하늘이 나를 폄하여 속세로 내리니, 내려와서는 죄업을 다 지었네. 돌굴에서 마음이 사악해 사람을 먹었고, 고노장에서 정이 즐거워 혼인을 맺었노라. 이 쇠스랑은 바다에선 용과 악어의 굴을 뒤엎고, 산에선 호랑이와 이리의 굴을 부수느니라. 갖가지 병기야 우선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오직 내 이 쇠스랑이 가장 예리하구나. 맞서 이기는 것이 무슨 어려움이며, 겨루어 공을 세움은 말할 것도 없구나. 네 구리 머리 쇠 골수 온몸의 강철이 무서울쏘냐, 내 쇠스랑이 닿으면 넋이 사라지고 신기가 새리라!"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쇠몽둥이를 거두며 말했다. "이 멍청한 놈아, 입으로만 떠들지 마라! 이 머리를 내밀 터이니 네가 한번 내리쳐 보아라, 넋이 사라지고 신기가 빠지는지 두고 보자." 그 요괴는 참으로 쇠스랑을 들어 온 힘을 다해 내리쳤다. 퍽 소리와 함께 쇠스랑 불꽃이 타올랐으되 머리털 한 올도 건드리지 못하였다. 놀라 손이 저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소리가 터졌다. "단단한 머리로다! 단단한 머리!" 행자가 말했다. "너는 또 모르는구나. 이 늙은 원숭이는 천궁을 뒤집어 놓은 탓에 선단을 훔치고 반도를 도둑질하고 임금의 술을 빼먹다가, 소성이랑에게 사로잡혀 두우궁 앞으로 압송되었느니라. 뭇 천신이 도끼로 찍고 방망이로 두드리고, 칼로 베고 검으로 찌르고, 불로 태우고 벼락으로 쳐도 터럭만큼도 상하지 않았노라. 또 태상노군이 나를 팔괘로에 넣고 신령한 불로 단련하니, 화안금정과 구리 머리 쇠 팔이 되었느니라. 믿지 않거든 몇 번 더 내리쳐 보아라, 아픈지 어떠한지 두고 보자."
그 요괴가 말했다. "이 원숭이 같은 놈, 네가 천궁을 뒤집을 때는 동승신주 오래국 화과산 수렴동에 살았거늘, 오래도록 소문을 못 들었는데 네가 어찌 이곳까지 와 문전에서 나를 업신여기느냐? 내 장인이 너를 청해 온 것이냐?" 행자가 말했다. "네 장인은 나를 청한 적이 없느니라. 이 늙은 원숭이가 사악함을 고쳐 바른길로 돌아서며 도를 버리고 승을 따라, 동쪽 대당 천자 폐하의 의동생이신 삼장법사를 모시고 서천으로 가 부처님께 절하고 경전을 구하는 길이었느니라. 고노장을 지나다 하룻밤 묵게 되었는데, 고 노인이 이야기 끝에 나를 청해 제 딸을 구해 달라 하고, 바로 너 쌀겨 처묵는 놈을 잡아 달라 하였느니라!"
그 요괴는 이 말을 듣자마자 쇠스랑을 내던지고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그 경전을 구하러 가는 분이 어디 계시옵니까? 수고스럽더라도 그대가 인도하여 한번 뵙게 해 주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네가 그분을 뵙자는 것은 어째서냐?" 그 요괴가 말했다. "소인은 본래 관세음보살께서 권선하신 까닭에 그분의 계행을 받고, 이곳에서 재를 지내며 채식을 하고 있사옵니다. 그분이 나를 일러 경전 구하러 가는 이를 따라 서천으로 가 부처님께 절하고 경전을 구하여, 공로로 죄를 갚고 정과를 얻으라 하셨사옵니다. 그분을 기다리라 하셨는데 몇 해가 되도록 소식이 없었사옵니다. 오늘 그대가 그분의 제자가 되었다면, 어찌 일찍이 경전 구하는 일은 말하지 않고 흉악한 힘만 믿고 문전까지 쳐들어와 나를 때렸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너는 속임수로 내 마음을 무르게 하여 빠져나갈 꾀를 부리지 마라. 참으로 당승을 모시겠다는 뜻에 조금도 거짓이 없다면, 네가 하늘을 향해 맹세하여라. 그리하면 내가 너를 데리고 내 스승님을 뵙게 하겠다." 그 요괴는 퍽 무릎을 꿇고 하늘을 우러러 절구질하듯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아미타불, 나무불이시여! 소인이 참된 마음이 아니라면 천조를 범하여 몸이 만 조각 나는 벌을 받게 하옵소서!"
행자는 그가 맹세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러하겠다면 네가 불을 붙여 네 사는 곳을 태워라. 그리하여야 내가 너를 데리고 가겠다." 그 요괴는 참으로 갈대와 가시덤불을 끌어다 불을 붙여, 운잔동을 깨진 기와 가마로 만들었다. 그리고 행자에게 말했다. "소인은 이제 아무런 미련도 없사옵니다, 그대가 어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네 쇠스랑을 내게 주어라." 그 요괴는 곧 쇠스랑을 행자에게 건넸다. 행자는 또 터럭 하나를 뽑아 신선의 기운을 불어넣고 "변하여라!" 외치니, 그것이 세 가닥으로 꼰 삼베 밧줄로 변하였다. 행자가 다가가서 그의 두 손을 등 뒤로 묶어 버렸다. 그 요괴는 참으로 두 손을 등 뒤로 돌린 채 행자가 묶는 대로 내맡겼다. 행자는 또 그의 귀를 잡아 끌며 소리쳤다. "어서 가자! 어서 가자!" 그 요괴가 말했다. "좀 살살 하시옵소서! 그대의 손이 무거워 내 귀밑이 아프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살살 할 수 없다! 너를 봐줄 수 없다! 속담에 '순한 돼지도 사납게 잡는다' 하였느니라. 내 스승님을 뵙고 참된 마음이 밝혀져야 너를 풀어 주겠다." 그 두 놈은 반은 구름을 타고 반은 안개 속을 걸어 곧장 고노장으로 되돌아왔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쇠의 성질은 강하여 능히 나무를 이기나니, 마음의 원숭이가 나무 용을 항복시켜 데려오는구나. 쇠가 나무를 좇아 순해지니 모두 하나가 되고, 나무가 쇠의 어짐을 그리워하니 늘 힘을 발휘하는도다. 하나는 주인이요 하나는 손님이니 사이가 끊어짐이 없고, 세 번 사귀고 세 번 합하니 그윽하고 묘한 이치가 있구나. 성품과 정이 함께 기뻐하여 참된 근원에 모이니, 함께 서쪽으로 나아가 증명하매 그 말이 어긋나지 않으리라.
잠깐 사이에 장원 앞에 이르렀다. 행자는 쇠스랑을 움켜쥐고 그의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저 마루 위에 앉아 계신 분이 누구신지 보이느냐? 바로 내 스승님이시니라." 고씨 집안의 여러 친척과 고 노인은 행자가 요괴를 두 손 등 뒤로 묶은 채 귀를 잡아 끌고 오는 것을 보고, 저마다 기뻐하며 뜰로 마중 나와 불렀다. "장로시여! 장로시여! 저놈이 바로 우리 집 사위올시다!" 그 요괴는 앞으로 나가 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뒤로 한 채 삼장법사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스승님, 제자가 영접을 못 하였나이다. 스승님께서 제 장인 댁에 계신 줄 알았더라면 곧 찾아뵙고 절을 올렸을 것이온데, 어찌 또 이런 곡절을 겪었나이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오공아, 네가 어찌하여 그를 항복시켜 나에게 절을 올리게 하였느냐?" 행자가 그제야 손을 놓고 쇠스랑 자루를 들어 두드리며 호통쳤다. "이 멍청한 놈아, 네가 어서 말해 보아라!" 그 요괴는 보살께서 권선하신 일의 자초지종을 낱낱이 아뢰었다.
삼장법사가 크게 기뻐하여 일렀다. "고태공, 향안을 하나 가져다 주시오." 고 노인이 급히 향안을 내왔다. 삼장법사는 손을 씻고 향을 사른 뒤 남쪽을 향해 절하며 아뢰었다. "보살님의 거룩하신 은혜를 크게 입었나이다!" 그 몇몇 노인들도 일제히 향을 보태고 절을 올렸다. 절을 마치고 삼장법사가 마루에 높이 앉아서야 행자에게 밧줄을 풀라 하였다. 행자가 몸을 부르르 떨며 거두어 들이자 결박이 저절로 풀렸다. 그 요괴는 새로 삼장법사에게 절을 올리고 서쪽으로 따르기를 원하였다. 또 행자에게도 절하여 먼저 제자가 된 이를 형으로 삼아 사형이라 불렀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네가 이미 나의 선한 과보를 좇아 제자가 되고자 하니, 내가 너에게 법명을 하나 지어 주어 아침저녁으로 부르기 쉽게 하리라." 그 요괴가 말했다. "스승님, 소인은 이미 보살님께 마정수계를 받고 법명을 얻었사오니, 저오능이라 하옵니다." 삼장법사가 웃으며 말했다. "좋도다! 좋도다! 너의 사형은 오공이요 너는 오능이니, 실로 우리 법문의 종파에 꼭 들어맞는도다." 오능이 말했다. "스승님, 소인은 보살의 계행을 받아 오훈과 삼염을 끊고 장인 댁에서 채식을 하여 일찍이 입에 대지 않았사옵니다. 오늘 스승님을 뵈었으니 이제 재를 열어도 되겠나이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안 되느니라! 안 되느니라! 네가 이미 오훈과 삼염을 먹지 않거늘, 내 다시 너에게 별명 하나를 지어 주어 팔계라 부르리라." 그 멍청이는 기쁨에 겨워 말했다. "스승님의 분부를 삼가 받들겠나이다." 이런 까닭으로 또 저팔계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고 노인은 사악함을 떨치고 바른길로 돌아서는 것을 보고 더욱 기뻐하여, 하인을 시켜 잔치를 차려 당승에게 보답하였다. 팔계가 앞으로 나서서 고 노인의 소매를 잡으며 말했다. "장인어른, 저의 아내를 불러내어 시아버님과 시아주버님들께 인사를 올리게 하는 것이 어떠하시옵니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아우여, 네가 이미 사문에 들어 중이 되었거늘 이제부터 그 '아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말라. 세상에 불가에 머무는 도사는 있어도 불가에 머무는 중이 있더냐? 우선 자리를 정해 앉아 채식 공양이나 하고, 일찍 서천으로 떠나자꾸나."
고 노인이 탁자를 벌여 삼장법사를 윗자리에 모시고, 행자와 팔계는 좌우에, 여러 친척은 아래에 앉았다. 고 노인은 채주 잔을 가득 채워 하늘과 땅에 먼저 올린 뒤 삼장법사에게 드렸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태공께 숨기지 않고 말하거니와, 가승은 모태에서부터 채식하는 몸이라 어려서부터 고기를 먹지 않았노라." 고 노인이 말했다. "스승님께서 청정하심을 알기에 감히 고기를 올리지 못하였나이다. 이 술도 채주이오니 한 잔 드셔도 무방하시옵니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술 또한 감히 쓰지 못하겠노라. 술은 우리 승가의 첫째 계율이니라." 오능이 당황하여 말했다. "스승님, 소인은 재를 지내기는 하였사오나 술은 끊지 못하였사옵니다." 오공이 말했다. "이 늙은 원숭이도 주량이 좁아 한 동이는 못 비우나 술을 끊은 적은 없나이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그러하다면 너희 형제가 채주를 마시는 것은 괜찮으니라. 다만 취하여 일을 그르침은 허락하지 않겠노라." 이에 두 사람이 첫 잔을 받았다. 각자 본래대로 앉아 채식 공양이 차려졌는데, 그 잔과 그릇의 성대함이며 음식의 풍성함은 다 말할 수가 없었다.
잔치를 마치자 고 노인은 붉은 옻칠 쟁반에 헐어진 금은 이백 냥을 담아 세 장로께 노자로 드리고, 면포 편삼 세 벌을 겉옷으로 올렸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우리는 걸식하는 행각승이라 마을마다 밥을 빌고 곳마다 공양을 구하는 몸이거늘, 어찌 금은과 재물을 받겠노라?" 행자가 앞으로 나서서 손을 펴 한 웅큼을 움켜쥐고 불렀다. "고재야, 어제 네가 내 스승님을 인도하느라 수고하였고, 오늘 제자 하나를 얻었으되 너에게 줄 물건이 없구나. 이 헐어진 금은을 노자 삼아 짚신이나 사 신어라. 뒤에 요괴가 나타나거든 나에게 일을 더 맡겨 다오, 그때 또 고마움을 표시하리라." 고재가 받아 들고 머리를 조아리며 상을 주심에 감사하였다. 고 노인이 또 말했다. "금은은 받지 않으시려 하시니 부디 이 거친 옷이나 웃으며 받아 주시옵소서, 그것이나마 정성을 표하는 것이옵니다." 삼장법사가 또 말했다. "나는 출가한 몸이라 터럭만큼이나마 뇌물을 받으면 천 겁을 수행해도 갚기 어렵느니라. 다만 자리에서 남은 떡과 과일이나 싸서 마른 양식으로 삼는 것으로 족하노라." 팔계가 곁에서 나서며 말했다. "스승님, 사형, 두 분이 받지 않으시는 것은 그만이옵니다마는, 소인은 그 집에서 몇 해를 사위 노릇을 하였사오니 발붙인 삯만 치더라도 석 삼 섬은 되어야 옳사옵니다. — 장인어른, 제 장삼은 어젯밤 사형에게 찢겼사오니 청색 비단 가사 한 벌을 주시옵소서. 신도 터졌사오니 새 신 한 켤레를 주시옵소서." 고 노인은 그 말을 듣고 주지 않을 수 없어 새 신 한 켤레를 사 오고 편삼 한 벌을 내어 헌 옷과 바꾸게 하였다.
팔계는 몸을 흔들흔들하며 고 노인에게 큰절을 올리고 아뢰었다. "장모님과 큰이모, 둘째이모와 이모부, 외삼촌 내외 등 여러 친척 어른께 올리는 말씀이옵니다. 저는 오늘 중이 되러 가는 길이라 일일이 찾아뵙고 작별 인사를 올릴 겨를이 없사오니 섭섭하게 여기지 마시옵소서. 장인어른, 제 아내를 부디 잘 돌보아 주시옵소서. 우리가 경전을 얻지 못하고 돌아오면 환속하여 옛날처럼 그대의 사위가 되어 살림할지도 모르옵니다." 행자가 호통치며 말했다. "이 멍청한 놈아, 헛된 소리를 입에 담지 마라!" 팔계가 말했다. "형님, 헛된 소리가 아니옵니다. 한때 차질이 생기면 중 노릇도 그르치고 아내 얻는 일도 그르쳐 양쪽이 다 허탕을 치지 않겠사옵니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두고, 우리 일찍 길을 떠나자꾸나." 이에 행장 한 짐을 꾸려 팔계가 메고, 흰 말에 안장을 얹어 삼장법사가 타며, 행자는 쇠몽둥이를 메고 앞에서 길을 인도하였다. 일행 세 사람은 고 노인과 여러 친척에게 작별하고 서쪽으로 떠났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땅에 가득한 안개와 노을, 나무 빛이 높고, 당나라의 불자는 괴로움과 수고가 많구나. 주리면 한 발우에 천 집의 밥을 먹고, 추우면 천 바늘 깁은 납의 한 벌을 걸치는도다. 뜻의 말을 가슴 속에서 방탕하게 놓아두지 말고, 마음의 원숭이가 괴팍스러워 울부짖게 하지 말라. 정이 화합하고 성품이 안정되면 온갖 인연이 어우러지나니, 달이 금빛 꽃 위에 가득 찰 때가 곧 털을 깎는 때이니라.
세 사람이 서쪽으로 나아간 지 한 달이 편안하고 안온하게 흘렀다. 오사장의 경계를 지나가는데, 홀연 고개를 들어 보니 높은 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삼장법사가 채찍을 멈추고 말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오공아, 오능아, 앞에 산이 높으니 모름지기 조심하고 또 조심하리라." 팔계가 말했다. "염려할 것 없사옵니다. 이 산은 부도산이라 불리오니, 산중에 오소선사 한 분이 있어 이곳에서 수행하고 있사옵니다. 이 늙은 돼지도 일찍이 그분을 만나 뵈었사옵니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그분에게 무슨 재주가 있더냐?" 팔계가 말했다. "그분도 제법 도행이 있사옵니다. 일찍이 나를 권하여 자기를 따라 수행하라 하였으나, 내가 가지 않았을 뿐이옵니다." 사부와 제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오래지 않아 산 위에 당도하였다. 좋은 산이로다! 보이는 바가 이러하였다.
산 남쪽에는 푸른 소나무와 옥빛 향나무가 있고, 산 북쪽에는 푸른 버들과 붉은 복숭아꽃이 있구나. 떠들썩하게 산새들이 서로 지저귀고, 훨훨 날며 신선의 학들이 함께 날아가는도다. 향기 그윽하여 온갖 꽃이 천 가지 빛깔이요, 푸르름이 아른아른하여 잡초 만 가지가 기이하구나. 골짜기 아래에는 도도하게 흐르는 푸른 물이 있고, 벼랑 앞에는 송이송이 피어오르는 상서로운 구름이 있구나. 참으로 그 경치 실로 이러하였으니, 매우 그윽하고 우아한 곳이언마는 고요하기만 하고 오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구나.
그 스승님이 말 위에서 멀리 바라보니 향나무와 측백 앞에 땔감과 풀로 엮은 보금자리 하나가 있었다. 왼쪽엔 사슴이 꽃을 물고 오른쪽엔 산 원숭이가 과일을 바치며, 나무 꼭대기엔 푸른 난새와 채색 봉황이 함께 울고 검은 학과 금계가 모여 있었다. 팔계가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계신 분이 오소선사가 아니옵니까!" 삼장법사가 말에 채찍을 가하여 곧장 나무 아래로 나아갔다.
말하자면, 선사께서는 세 사람이 오는 것을 보시고 곧 보금자리에서 나와 나무 아래로 뛰어내리셨다. 삼장법사가 말에서 내려 절을 올리니, 그 선사께서 손을 들어 부축하며 말씀하셨다. "성스러운 스님께서는 일어나시옵소서. 영접을 못 하였노라, 영접을 못 하였노라." 팔계가 말했다. "노선사여, 인사를 올리나이다." 선사께서 놀라며 물으셨다. "그대는 복릉산의 저강렬이로되, 어찌 이러한 큰 인연이 있어 성스러운 스님과 동행하게 되었느냐?" 팔계가 말했다. "관세음보살께서 권선하신 은혜를 입어 그분을 따라 제자가 되기를 원하였사옵니다." 선사께서 크게 기뻐하며 이르셨다. "좋도다, 좋도다, 좋도다!" 그리고는 행자를 가리키며 물으셨다. "이분은 누구시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늙은 선사께서는 그를 어떻게 알아보시고 도리어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느냐?"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아는 이가 드물기 때문이니라." 삼장법사가 말했다. "이 아이는 나의 큰제자 손오공이옵니다." 선사께서 미소를 띠며 말씀하셨다. "예의가 부족하였노라, 예의가 부족하였노라."
삼장법사가 다시 절을 올리고 서천 대뇌음사가 어디쯤 있는지 여쭈었다.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멀도다! 멀도다! 다만 길에 호랑이와 표범이 많아 가기가 어렵노라." 삼장법사가 정중히 뜻을 표하며 다시 여쭈었다. "길이 과연 얼마나 멀겠나이까?"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길이 비록 멀지만 마침내 도착하는 날이 있으리라. 다만 마장을 없애기 어렵노라. 내게 《다심경》 한 권이 있으니, 무릇 쉰네 구절이요 모두 이백칠십 자니라. 만일 마장이 있는 곳을 만나거든 다만 이 경을 외우면 스스로 해를 입지 않으리라." 삼장법사가 땅에 엎드려 간절히 청하니 선사께서 입으로 외워 전하셨다. 경에 이르기를,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실 때에 오온이 모두 공함을 비추어 보고, 일체의 고통과 재액을 건너게 하였느니라. 사리자여,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니라. 수상행식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사리자여, 이 모든 법의 공한 모습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으며, 더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느니라. 그러므로 공 가운데는 색이 없고 수상행식도 없으며, 안이비설신의도 없고 색성향미촉법도 없으며, 안계도 없고 내지 의식계도 없느니라.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내지 늙음과 죽음도 없고 또한 늙음과 죽음이 다함도 없느니라. 고집멸도도 없고 지혜도 없으며 또한 얻음도 없느니라. 얻은 바가 없는 까닭에 보리살타는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으며, 전도된 망상을 멀리 여의어 구경의 열반에 이르느니라.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느니라.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는 큰 신비한 주문이요, 큰 밝은 주문이며, 위없는 주문이요, 견줄 수 없는 주문이니, 능히 일체의 고통을 없애나니 참되고 헛되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주를 설하노니, 곧 주문을 말하되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보리 사바하!'라 하였느니라."
이때 당나라 법사는 본래 근원이 있는지라, 《다심경》을 한 번 귀로 듣고 곧 기억하여, 오늘날까지 세상에 전하여지고 있느니라. 이는 참됨을 닦는 총경이요, 부처를 이루는 으뜸 문이니라.
선사께서 경문을 전하시고 구름 빛을 밟아 오소로 오르려 하시는데, 삼장법사가 다시 붙잡고 간청하여 서쪽 노정의 자세한 내막을 묻고자 하였다. 그 선사께서 웃으며 이르셨다. "길이 가기 어렵지는 않으니, 내 분부를 한번 들어 보아라. 천 개의 산과 천 줄기의 물이 깊고, 안개와 마귀가 많은 곳이로다. 접천애를 만나거든 마음 놓고 두려워 말며, 마이암에 이르거든 발을 비스듬히 디뎌라. 흑송림을 삼가 조심하여라, 요망한 여우가 길을 자주 끊느니라. 정령은 나라 성에 가득하고 마왕은 산에 넘치게 사느니라. 호랑이는 관청의 당에 앉아 있고, 푸른 이리는 주부가 되었구나. 사자와 코끼리는 모두 왕을 일컫고 호랑이와 표범은 모두 벼슬을 하느니라. 들돼지는 짐을 메고, 물괴물은 앞에서 만나리라. 해묵은 늙은 돌원숭이는 그곳에서 분노를 품고 있나니, 그대는 그 아는 이를 물어보아라, 그가 서쪽으로 가는 길을 아느니라."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냉소하며 말했다. "우리가 갈 터이니 그에게 물을 것도 없거니와, 나에게 물어 보시오." 삼장법사는 오히려 그 뜻을 깨닫지 못하였다. 선사께서 금빛 광채로 화하시어 곧장 오소로 올라가셨다. 장로가 우러러 절하며 감사하였다. 행자는 크게 노하여 쇠몽둥이를 들어 위를 향해 마구 찔렀으나, 연꽃 만 송이가 피고 상서로운 안개가 천 겹을 에워쌀 뿐이었다. 행자가 바다를 뒤집고 강을 휘젓는 힘을 지녔들, 오소의 넝쿨 한 가닥을 잡아당길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삼장법사가 그것을 보고 행자를 붙잡으며 말했다. "오공아, 이토록 훌륭한 보살이신데 네가 어찌 그의 보금자리를 찔러 대느냐?" 행자가 말했다. "그가 내 형제 둘을 한바탕 욕하고 가 버렸나이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그분이 서천으로 가는 길을 일러 주셨거늘, 어찌 너를 욕하셨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은 어찌 그것을 아시겠나이까? 그가 이른 '들돼지는 짐을 메고'는 팔계를 욕한 것이옵고 '해묵은 늙은 돌원숭이'는 이 늙은 원숭이를 욕한 것이옵니다. 스승님은 어찌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시나이까?" 팔계가 말했다. "사형,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이 선사님은 지나간 일과 앞일도 아시는 분이옵니다. 그분이 이른 '물괴물은 앞에서 만나리라'는 말씀이 과연 맞을지는 알 수 없사옵니다. 그만 놓아 드리시옵소서." 행자는 연꽃과 상서로운 안개가 보금자리를 에워싼 것을 보고, 하는 수 없이 스승님께 말에 오르시라 청하여 산을 내려가 서쪽으로 향하였다. 그 한 번 감에,
참으로 인간 세상의 맑은 복은 적어지게 하고, 산속의 재앙과 마귀는 많아지게 하리라.
아아! 결국 앞길의 자세한 형편이 어떠할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