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미후왕은 성명을 얻자 기뻐 어쩔 줄 몰라 뛰놀며 보리조사 앞에 나아가 예를 올리고 감사를 아뢰었다. 조사는 곧 대중을 시켜 손오공을 이문 밖으로 데리고 나가, 물을 뿌리고 땅을 쓸며 응대하는 법과 나아가고 물러서며 몸을 두르는 예절을 가르치게 하였다. 뭇 신선들은 분부를 받들어 나갔다. 오공은 문 밖에 이르러 다시 사형들에게 절을 올리고 행랑채 사이에 잠잘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튿날부터 그는 사형들과 말씨와 예절을 배우고 경을 강론하고 도를 논하며 글자를 익히고 향을 사르니 날마다 이러하였다. 한가할 때에는 땅을 쓸고 동산을 매며 꽃을 기르고 나무를 다듬고, 땔나무를 찾아 불을 지피고 물을 길어 나르고 죽을 이고 날랐다. 쓰는 물건 가운데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동굴 속에서 어느덧 육칠 년이 흘렀다. 하루는 조사가 단에 올라 높이 앉아 뭇 신선을 불러 모으고 대도를 열어 강설하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천상의 꽃이 어지러이 흩날리고, 땅에서는 금빛 연꽃이 솟아나네. 묘하게 삼승의 가르침을 펼치시니, 정묘하고 미세한 만법이 모두 갖추어졌도다.
천천히 먼지떨이를 흔들며 주옥 같은 말씀을 토해 내니, 그 울림이 우레를 진동시켜 구천을 뒤흔드네.
한때는 도를 설하고 한때는 선을 강하시니, 삼교가 서로 어울림이 본래 그러하도다.
한 글자를 열어 밝히니 정성을 다해 귀의하는 이치요, 무생의 성품을 깨닫는 현묘함을 가리켜 인도하시네.
손오공은 곁에서 강설을 듣다가, 기쁨에 귀를 긁고 뺨을 만지며 눈썹은 꽃처럼 피고 눈은 웃음에 접혔다. 참지 못하고 손으로 춤추고 발로 뛰었다. 문득 조사에게 들키자, 조사가 손오공을 불러 말했다. “네가 반열 가운데 있으면서 어찌하여 미친 듯 뛰고 춤추며 내 강설을 듣지 않느냐?” 오공이 아뢰었다. “제자는 정성으로 강설을 듣다가 늙은 스승님의 묘한 음성을 들은 곳에서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부지런히 이처럼 뛰노는 모습을 지었으니, 바라건대 스승님께서는 제자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기를 바란다.” 조사가 말했다. “네가 이미 묘한 음성을 알아들었으니, 내가 한 가지 묻겠다. 네가 동굴에 이른 지 얼마나 되었느냐?” 오공이 아뢰었다. “제자는 본래 몽매하여 얼마의 세월이 흘렀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부뚜막 아래에 불이 없을 때면 늘 산 뒤로 땔나무를 하러 갔는데, 거기 한 산에 좋은 복숭아나무가 있어 제가 그곳에서 일곱 번 배부르게 복숭아를 먹은 것만 기억한다.” 조사가 말했다. “그 산의 이름은 난도산이라 한다. 네가 일곱 번을 먹었으니 아마 일곱 해가 되었을 것이다. 너는 이제 나에게서 무슨 도를 배우고자 하느냐?” 오공이 아뢰었다. “다만 높으신 스승님의 가르침에 따르겠으니, 조금이라도 도의 기운이 있는 것이라면 제자는 곧 배우겠다.”
조사가 말했다. “‘도’ 자 문중에는 삼백육십의 방문이 있으니, 방문마다 모두 정과가 있다. 네가 어느 한 문을 배울지 모르겠구나.” 오공이 말했다. “높으신 스승님의 뜻에 따르겠으니, 제자는 마음을 다 기울여 따르겠다.” 조사가 말했다. “내가 너에게 ‘술’ 자 문중의 도를 하나 가르쳐 주면 어떻겠느냐?” 오공이 말했다. “술 문의 도란 무엇을 하는 것이냐?” 조사가 말했다. “술 자 문중이란, 곧 신선을 청해 강신하게 하고, 점을 치고 시초를 세어, 길함으로 나아가고 흉함을 피하는 이치를 아는 것 따위이다.” 오공이 말했다. “이와 같은 것으로 장생을 얻을 수 있느냐?” 조사가 말했다. “못 한다! 못 한다!” 오공이 말했다. “안 배우겠다! 안 배우겠다!”
조사가 말했다. “너에게 ‘정’ 자 문중의 도를 가르치면 어떻겠느냐?” 오공이 말했다. “정 자 문중이란 무슨 정과냐?” 조사가 말했다. “이는 곧 곡식을 끊고 오곡을 지키며, 청정무위하고, 참선하고 좌선하며, 말을 삼가고 재계하며, 혹은 잠으로 하는 공부, 혹은 서서 하는 공부를 하고, 아울러 입정하고 좌관하는 따위이다.” 오공이 말했다. “이런 것도 능히 장생할 수 있느냐?” 조사가 말했다. “또한 가마머리의 흙벽돌과 같다.” 오공이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께서도 참으로 좀 나무라시는구나. 자꾸 제가 은어를 모른다고만 하시니, 어찌하여 ‘가마머리의 흙벽돌’이라 하느냐?” 조사가 말했다. “마치 가마머리에서 벽돌과 기와의 흙벽돌을 만든 것과 같아, 비록 이미 형체는 이루었으나 아직 물과 불로 단련을 거치지 못하였으니, 하루아침에 큰비가 퍼부으면 반드시 무너지고 말리라.” 오공이 말했다. “그것도 또한 오래가지 못하겠구나. 안 배우겠다! 안 배우겠다!”
조사가 말했다. “너에게 ‘동’ 자 문중의 도를 가르치면 어떻겠느냐?” 오공이 말했다. “동 문의 도란 또 어떠한 것이냐?” 조사가 말했다. “이는 함이 있고 지음이 있어, 음을 취해 양을 보충하고, 활을 당기고 쇠뇌를 밟으며, 배꼽을 문지르고 기를 돌리고, 처방으로 약을 달이고, 띠풀을 태우고 솥을 두드리며, 홍연을 먹고 추석을 단련하며, 아울러 부인의 젖을 먹는 따위이다.” 오공이 말했다. “이와 같은 것으로도 장생을 얻을 수 있느냐?” 조사가 말했다. “이로써 장생을 구하는 것은 또한 ‘물속의 달을 건지는’ 것과 같다.” 오공이 말했다. “스승님께서 또 그런 말씀을 하시는구나! 어찌하여 ‘물속의 달을 건진다’고 하느냐?” 조사가 말했다. “달은 높은 하늘에 있고 물속에는 그 그림자가 있으니, 비록 눈으로 보이지만 다만 건져 만질 곳이 없어 끝내 헛되이 빈손이 될 뿐이다.” 오공이 말했다. “그것도 안 배우겠다! 안 배우겠다!”
조사가 이 말을 듣고 “뚝!” 하고 소리를 지르며 높은 단에서 뛰어내려 손에 계척을 들고 손오공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원숭이 놈아, 이것도 안 배우고 저것도 안 배우니 도대체 어쩌려고 하느냐?” 앞으로 나아가 손오공의 머리를 세 번 때리고, 두 손을 등 뒤로 잡기고 안으로 들어가 중문을 닫아 버린 뒤 뭇 대중을 버려 두고 가 버렸다. 강설을 듣던 무리들은 놀라 겁에 질려 모두 손오공을 원망하며 말했다. “이 못된 원숭이야, 몹시도 무례하구나! 스승님께서 너에게 도법을 전해 주시려는데 어찌 배우지 않고 말대꾸를 하느냐? 이번에 그를 거스른 뒤로는 어느 때에나 나오실지 알 수 없구나!” 이때 무리들은 모두 그를 원망하고 천하게 여기고 미워하였다. 오공은 조금도 노하지 않고 다만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있었다. 원래 그 원숭이 왕은 이미 접시 속의 수수께끼를 깨뜨려 마음속에 새겨 두었으므로 뭇 사람들과 다투지 않고 참고 견디며 말이 없었던 것이다. 조사가 그를 세 번 때린 것은 그로 하여금 삼경 시각에 마음을 두게 하려 함이었고, 두 손을 등 뒤로 잡기고 들어가 중문을 닫은 것은 그로 하여금 뒷문으로 나아가 은밀한 곳에서 도를 전해 주시려 함이었다.
그날 오공은 뭇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즐기며 삼성동 앞에서 하늘빛을 바라보며 저녁이 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황혼이 되자 뭇 사람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으나, 눈을 거짓으로 감고 숨을 고르며 정신을 간직하였다. 산중에는 또 시각을 알려 주는 물시계도 없어 때를 알 수 없었으므로, 다만 자기 혼자 콧구멍으로 드나드는 숨을 고르게 조절하였다. 자시 무렵에 이르러 가만가만 일어나 옷을 걸치고, 앞문을 몰래 열고 뭇 사람들을 피해 밖으로 나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바로 그러하였다.
달은 밝고 이슬은 차가우며, 팔극은 아득히 티끌 하나 없구나. 깊은 숲엔 그윽한 새 잠들었고, 샘머리엔 물이 졸졸 흐르누나.
날아다니는 반딧불은 그림자를 흩뜨리고, 지나가는 기러기는 구름에 글자를 새기네. 바로 삼경의 시각이니, 마땅히 도의 참됨을 물을 때로다.
그가 옛 길을 따라 뒷문 밖에 이르러 보니, 그 문이 반쯤 열려 있고 반쯤 닫혀 있었다. 오공이 기뻐하며 말했다. “늙은 스승님께서 과연 나에게 도를 전해 주실 생각을 두셨기에 이렇게 문을 열어 두셨구나.” 이내 발을 끌며 가까이 나아가 몸을 비스듬히 하고 문 안으로 들어가, 곧 조사의 잠자리 아래에 이르렀다. 조사가 몸을 웅크리고 안쪽을 향해 잠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오공은 감히 놀라게 하지 못하고, 이내 평상 앞에 꿇어앉았다. 그 조사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나 두 발을 펴고 입속으로 스스로 읊조렸다.
“어렵다! 어렵다! 어렵다! 도는 가장 현묘하니, 금단을 등한한 것으로 여기지 말라.
지인을 만나 묘결을 전해 받지 못하면, 헛되이 말만 하다 입이 마르고 혀끝이 타리라!”
오공이 소리 나는 대로 불렀다. “스승님, 제자가 여기서 꿇어앉아 오래 기다렸다.” 조사가 그 소리가 오공인 것을 듣고, 곧 일어나 옷을 걸치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꾸짖어 말했다. “이 원숭이 놈! 네가 앞쪽에 가서 자지 않고 어찌하여 내 뒤쪽에 왔느냐?” 오공이 말했다. “스승님께서 어제 단 앞에서 뭇 사람들 앞에 허락하시어, 제자로 하여금 삼경 시각에 뒷문으로 들어와 도의 이치를 전해 주시라 하셨기에, 이렇게 큰 담력을 내어 곧 노야의 평상 아래에 절한 것이다.” 조사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마음속으로 은근히 생각하였다. “이놈은 과연 하늘과 땅이 낳은 존재로구나! 그렇지 않다면 어찌 내 접시 속의 은밀한 수수께끼를 깨뜨릴 수 있었겠는가?” 오공이 말했다. “여기에는 다른 귀를 가진 이가 없이 오직 제자 한 사람뿐이니, 바라건대 스승님께서는 크게 자비를 버리지 마시고 장생의 도를 전해 주시기를 바란다. 영원히 은혜를 잊지 않겠다!” 조사가 말했다. “네게 이제 인연이 있고 나 또한 말하기를 즐기니, 이미 접시 속의 은밀한 수수께끼를 알아냈은즉 앞으로 나아오라. 자세히 들으라. 마땅히 너에게 장생의 묘한 도를 전해 주리라.” 오공은 머리를 조아려 사례하고, 귀를 씻어 마음을 다하며 평상 아래에 꿇어앉았다. 조사가 이르셨다.
“현밀을 원만히 통한 참 묘결이여, 목숨을 아끼어 닦으니 다른 말이 없도다.
모두가 다 정과 기와 신일 뿐이니, 삼가 굳게 감추어 새어 나가지 말라.
새어 나가지 말라, 몸속에 감추라, 네가 나의 전함을 받으면 도는 스스로 창성하리라.
구결을 기억해 두면 이로움이 많으니, 삿된 욕망을 물리치면 청량함을 얻으리라.
청량함을 얻으면 빛이 교결하니, 좋기는 단대에 올라 밝은 달을 감상함이라.
달에는 옥토끼가 숨고 해에는 금까마귀가 숨으니, 절로 거북과 뱀이 서로 얽혀 맺어지리라.
서로 얽혀 맺어지면 성명이 견고하니, 도리어 불속에서 금련을 심을 수 있으리라.
오행을 모아 쌓아 거꾸로 쓰면, 공이 완성됨에 따라 부처도 되고 신선도 되리라.”
이때 근원을 말하여 깨뜨려 주시니, 오공은 마음이 영묘해지고 복이 이르렀다. 그 구결을 또렷이또렷이 기억하고, 조사께 절을 올려 깊은 은혜에 사례한 뒤, 곧 뒷문으로 나가 살펴보았다. 다만 동쪽 하늘빛이 조금 희끄무레하게 풀리고, 서쪽 길에는 금빛이 크게 밝게 드러남을 보았다. 옛 길을 따라 앞문으로 돌아가 가만히 밀어 열고 들어가, 본래 자던 자리에 앉아 일부러 잠자리를 흔들어 소리를 내며 말했다. “날이 밝았다! 날이 밝았다! 일어나라!” 그 뭇 사람들은 아직 한창 자고 있어, 오공이 이미 좋은 일을 얻은 줄을 알지 못하였다. 그날 일어나 어울려 지내며 은근히 도를 지키고, 자시 전과 오시 후에 스스로 숨을 조절하였다.
그러고도 벌써 삼 년이 지나 조사가 다시 보좌에 올라 뭇 사람에게 법을 설하였다. 공안과 비유를 말하고 겉모습과 껍데기를 논하였다. 홀연히 물었다. “오공은 어디 있느냐?” 오공이 나아가 꿇어앉아 아뢰었다. “제자가 있다.” 조사가 말했다. “너는 요즘 무슨 도를 닦아 왔느냐?” 오공이 말했다. “제자는 근래 법성이 자못 통하고 근원 또한 점차 견고해졌다.” 조사가 말했다. “네가 이미 법성에 통하고 근원을 깨달았으니, 다만 ‘삼재의 재앙’을 방비하라.” 오공이 한참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은 잘못되었다. 제가 일찍이 들으니 도가 높고 덕이 융성하면 하늘과 수명을 같이하고 물과 불이 이미 사귀면 온갖 병이 생기지 않는다 하였는데, 어찌 ‘삼재의 재앙’이 있느냐?” 조사가 말했다. “이는 특별한 도이니 하늘과 땅의 조화를 빼앗고 해와 달의 현묘한 기틀을 침범한다. 단이 이루어진 뒤에는 귀신도 용납하기 어려워한다. 비록 얼굴과 수명을 더할 수 있으나 오백 년 뒤에 이르면 하늘이 우레 재앙을 내려 너를 치리니, 모름지기 성품을 보고 마음을 밝혀 미리 피해야 한다. 피하면 수명이 하늘과 같지만 피하지 못하면 목숨이 끊기리라. 다시 오백 년 뒤에는 하늘이 화재를 내려 너를 태우리라. 이 불은 하늘의 불도 범인의 불도 아니며 ‘음화’라 부른다. 자기 몸의 용천혈 아래에서 타오르기 시작하여 곧 니원궁을 꿰뚫어 오장이 재가 되고 사지가 썩어 천 년의 고행이 모두 헛된 것이 되리라. 다시 오백 년이 지나면 또 풍재를 내려 너를 불리라. 이 바람은 동서남북의 바람도 아니요 부드럽게 불어오는 금풍과 삭풍도 아니며 꽃과 버들, 소나무와 대나무를 흔드는 바람도 아니고 ‘비풍’이라 부른다. 정수리 숫구멍에서 육부로 들어가 단전을 지나 구규를 꿰뚫으면 뼈와 살이 삭아 흩어져 그 몸이 스스로 풀리리라. 그러므로 모두 피해야 하는 것이다.”
오공이 그 말을 듣고 털이 곤두서고 등골이 서늘해져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며 말했다. “바라건대 노야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삼재를 피하는 법을 전해 주시기를 바란다. 감히 은혜를 잊지 않겠다.” 조사가 말했다. “이 또한 어렵지 않으나 네가 다른 사람과 같지 않기에 전해 줄 수 없구나.” 오공이 말했다. “저도 머리는 둥글어 하늘을 이고 발은 모나게 땅을 밟으며 똑같이 구규와 사지와 오장육부가 있는데, 어찌 사람과 다르다고 하시느냐?” 조사가 말했다. “네가 비록 사람을 닮았으나 사람보다 뺨이 적다.” 원래 그 원숭이는 광대뼈가 튀어나온 얼굴에 들어간 뺨과 뾰족한 입을 하고 있었다. 오공이 손을 내밀어 만져 보고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셈이 틀리셨다! 제가 뺨은 적으나 사람보다 이 볼주머니가 더 있으니 그것으로 메울 수 있다.” 조사가 말했다. “그렇다면야 좋다. 너는 어느 한 가지를 배우겠느냐? 한 가지는 천강의 수로 삼십육 가지 변화가 있고, 한 가지는 지살의 수로 칠십이 가지 변화가 있다.” 오공이 말했다. “제자는 많은 쪽을 붙잡고 싶으니 지살의 변화를 배우겠다.” 조사가 말했다. “그러하다면 앞으로 나아오라. 구결을 전해 주리라.” 이내 귀에 입을 대고 낮게 말하니 어떤 묘한 법인지 알 수 없었다. 이 원숭이 왕은 한 구멍이 통하면 백 구멍이 통하는 자라, 그때 구결을 익히고 스스로 닦고 단련하여 칠십이 가지 변화를 모두 배워 이루었다.
문득 하루는 조사가 뭇 문인과 함께 삼성동 앞에서 저녁 경치를 즐기며 놀았다. 조사가 말했다. “오공아, 일은 이루어졌느냐?” 오공이 말했다. “스승님의 넓은 은혜를 많이 입어, 제자는 공과가 완비되어 이미 노을을 타고 하늘로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조사가 말했다. “네가 한번 날아 올라 나에게 보여라.”
오공이 재주를 부려 몸을 솟구치고 연달아 재주넘기를 하여 땅에서 오륙 장이나 떨어져 구름과 노을을 밟고 한 끼 밥 지을 만한 시간쯤 갔으나 왕복이 삼 리도 못 되어 눈앞에 내려와 두 손을 마주 잡고 말했다. “스승님, 이것이 곧 날아오르고 구름을 타는 것이다.” 조사가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구름을 타는 것으로 셀 수 없고 다만 기어오르는 구름일 뿐이다. 예로부터 이르기를 ‘신선은 아침에 북해에서 놀고 저녁에 창오에 이른다’ 하였다. 너처럼 반나절에 삼 리도 못 가니 기어오르는 구름조차 셀 수 없구나!” 오공이 말했다. “어찌하여 ‘아침에 북해에서 놀고 저녁에 창오에 이른다’고 하시느냐?” 조사가 말했다. “무릇 구름을 타는 이들은 아침에 북해에서 출발해 동해와 서해와 남해를 두루 돌고 다시 창오로 돌아오니, 창오란 곧 북해 영릉 지방을 이르는 말이다. 사해 밖을 하루에 모두 유람하여야 비로소 구름을 탄다고 할 수 있다.” 오공이 말했다. “이것은 참으로 어렵다! 참으로 어렵다!” 조사가 말했다. “세상에 어려운 일이란 없고 다만 마음먹은 사람이 두려울 뿐이다.” 오공이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스승님, ‘사람을 위하려면 끝까지 위하여야 한다’ 하셨으니 아예 크게 자비를 베푸시어 이 구름 타는 법도 한꺼번에 저에게 전해 주시기를 바란다. 결코 은혜를 잊지 않겠다.” 조사가 말했다. “모든 신선이 구름을 탈 때는 발을 구르며 일어나는데 너는 그렇지 않다. 네가 가는 것을 보니 연달아 재주를 넘어야 겨우 뛰어올랐다. 내가 이제 네 자세에 맞추어 너에게 ‘근두운’을 전해 주겠다.” 오공이 다시 예배하며 청하자 조사가 구결을 전해 주며 말했다. “이 구름은 결인을 쥐고 진언을 외우며 주먹을 굳게 쥐고 몸을 한 번 떨쳐 뛰어오르면, 한 번 재주넘기에 곧 십만 팔천 리 길이 간다!” 뭇 사람들이 듣고 저마다 희희낙락하며 말했다. “오공은 참으로 운이 좋구나! 이 법을 익히면 남의 집 파발꾼이 되어 문서를 보내고 보고서를 전하더라도 어디를 가든 밥벌이를 찾을 수 있겠구나!” 스승과 제자들은 날이 어두워지자 각기 동부로 돌아갔다. 그날 밤 오공은 정신을 운용하고 법을 단련하여 근두운을 익혔다. 날마다 거리낌도 속박도 없이 자재하고 소요하니, 이 또한 장생의 아름다움이었다.
하루는 봄이 돌아가고 여름이 이르렀을 때, 뭇 사람들이 모두 소나무 아래에서 모여 오래도록 강론하였다. 뭇 사람들이 말했다. “오공아, 너는 어느 세상에 닦아 온 인연인가? 며칠 전 스승님께서 귀에 입을 대고 낮게 말하여 네게 전해 주신 삼재를 피하는 변화의 법은 다 익혔느냐?” 오공이 웃으며 말했다. “여러 형님들에게 숨기지 않겠다. 하나는 스승님의 전수 덕이요, 둘째는 내가 밤낮으로 부지런했던 덕이니, 그 몇 가지는 모두 익혔다.” 뭇 사람들이 말했다. “이 좋은 때를 타서 네가 한번 시험 삼아 부려 보아라. 우리들이 좀 보자.” 오공이 그 말을 듣고 정신을 떨쳐, 재주를 뽐내며 말했다. “여러 사형님들은 제목을 하나 내라. 나보고 무엇으로 변하라 하시겠는가?” 뭇 사람들이 말했다. “그럼 소나무 한 그루로 변해 보아라.” 오공이 결인을 쥐고 주문을 외우며 몸을 한 번 흔들어 변하니, 곧 소나무 한 그루가 되었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무성하여 연기를 머금고 사시를 꿰뚫으며, 구름을 넘어 곧 치솟아 곧은 자태를 빼어나게 드러내네.
조금도 요망한 원숭이의 모습은 없고, 온통 서리를 겪고 눈을 견딘 가지뿐이로다.
뭇 사람들이 보고는 손뼉을 치며 와하하 크게 웃었다. 모두 말했다. “좋은 원숭이로다! 좋은 원숭이로다!” 부지중 떠들썩하게 소란을 피우니, 조사가 놀라 깨어났다.
조사가 급히 지팡이를 끌고 문 밖으로 나와 물었다. “무슨 사람이 여기서 떠드느냐?” 뭇 사람들이 부름을 듣고 당황하여 몸가짐을 바로잡고 옷을 정돈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오공도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무리 속에 섞여 말했다. “존엄하신 스승님께 아룬다. 저희가 여기서 모여 강론하였을 뿐 다른 성씨가 떠든 것은 없다.” 조사가 노하여 꾸짖으며 말했다. “너희가 큰 소리로 부르짖으니 도무지 수행하는 사람의 체모가 아니로구나! 수행하는 사람은 입을 열면 정기가 흩어지고 혀가 움직이면 시비가 생기는 법이다. 어찌하여 여기서 떠들고 웃었느냐?” 뭇 사람들이 말했다. “감히 스승님을 속이지 못한다. 방금 손오공이 변화를 부리며 장난을 하였다. 그에게 소나무 한 그루로 변해 보라 하였더니 과연 소나무가 되었기에 제자들이 모두 칭찬하고 갈채를 보내다가 소리를 높여 스승님을 놀라게 하였으니 용서하여 주시기를 바란다.” 조사가 말했다. “너희들은 물러가라.” 그리고 부르며 말했다. “오공아, 이리 오라! 무슨 정신을 부리고 무슨 소나무로 변하였느냐? 이런 재주를 어찌 사람들 앞에서 뽐내도 좋으냐? 가령 네가 남이 가진 것을 보면 그에게 배우기를 구하지 않겠느냐? 남이 네게 있는 것을 보면 반드시 너에게 구할 것이다. 네가 재앙을 두려워하여 전해 주려 한다면 전해 주어야 하고, 전해 주지 않으면 반드시 해를 더할 것이니 네 목숨 또한 보전할 수 없게 되리라.” 오공이 머리를 조아려 말했다. “바라건대 스승님께서는 죄를 용서하여 주시기를 바란다!” 조사가 말했다. “나도 너를 벌하지는 않겠다. 다만 너는 가거라.” 오공이 이 말을 듣고 두 눈에 눈물이 흘러내리며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제자에게 어디로 가라 하시는 것이냐?” 조사가 말했다. “네가 어디서 왔느냐에 따라 곧 거기로 돌아가면 된다.” 오공이 문득 깨달아 말했다. “저는 동승신주 오래국 화과산 수렴동에서 왔다.” 조사가 말했다. “네 빨리 돌아가 목숨을 온전히 하라. 이곳에 있으면 결단코 안 된다!” 오공이 죄를 받들어 아뢰었다. “스승님께 아룬다. 저도 집을 떠난 지 이십 년이 되었다. 비록 옛 자손들을 돌아보고 싶으나 스승님의 은혜를 아직 갚지 못하였음을 생각하여 감히 떠나지 못하겠다.” 조사가 말했다. “무슨 은혜와 의리가 있겠느냐? 네가 다만 재앙을 일으키지 않고 나를 끌어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오공은 어찌할 도리가 없음을 보고, 다만 절을 올려 하직하고 뭇 사람들과 작별하였다. 조사가 말했다. “네가 이번에 가면 반드시 좋지 않은 일을 일으키리라. 네가 아무리 재앙을 일으키고 흉악한 짓을 하더라도, 내 제자라 말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네가 반 마디 글자라도 말하면 내가 곧 알리라. 이 원숭이 놈의 가죽을 벗기고 뼈를 갈아, 영혼을 구유의 땅에 내쳐 만겁토록 몸을 뒤집지 못하게 하리라!” 오공이 말했다. “결코 감히 스승님의 한 글자도 꺼내지 않고, 다만 제가 스스로 익혔다고만 말하겠다.”
오공이 사례하고 곧 몸을 빼어 결인을 쥐고 연달아 재주를 넘어 근두운을 솟구쳐, 곧 동해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아, 일찍이 화과산 수렴동을 보았다. 미후왕은 스스로 즐거움을 알고, 남몰래 스스로 읊조렸다.
“떠날 때는 범인의 뼈와 범인의 태가 무거웠더니, 도를 얻으니 몸도 가볍고 몸뚱이도 가볍구나.
온 세상에 뜻을 세우려는 이 하나도 없으나, 뜻을 세워 현묘함을 닦으면 현묘함은 절로 밝아지리라.
그때 바다를 건널 적엔 물결이 험하여 나아가기 어려웠으나, 오늘 왕복은 쉽게 다녀오누나.
이별의 당부하는 말이 아직도 귀에 남아 있는데, 어찌 알았으랴 눈 깜짝할 사이에 동해를 보게 될 줄을.”
오공이 구름머리를 눌러 화과산에 이르렀다. 길을 찾아 걸어가는데 홀연히 학이 울고 원숭이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학의 울음은 하늘 끝까지 치솟고 원숭이의 울음은 슬프고 간절하여 마음을 상하게 하였다. 이에 입을 열어 불렀다. “얘들아, 내가 왔느니라!” 그 벼랑 아래 돌단 곁과 화초 사이와 수목 속에서 크고 작은 원숭이들이 천천만만이 뛰어나와 미후왕을 둘러싸고 머리를 조아리며 불렀다. “대왕님, 참으로 마음이 넓으시구나! 어찌 한 번 가시고 이렇게 오래 계시느냐? 우리를 모두 이곳에 버려 두시니 대왕님을 바라보기가 목마르고 굶주린 듯하였다! 근래에 한 요마가 이곳에서 우리를 괴롭히며 억지로 수렴동 부지를 차지하려 하였다. 그래서 저희는 죽음을 버리고 삶을 잊은 채 그와 다투었다. 그동안 그 놈에게 살림 도구를 빼앗기고 많은 자손이 사로잡혀 밤낮으로 잠도 자지 못하고 집안을 지켜 왔다. 다행히 대왕님께서 오셨다! 다시 한 해라도 더 오지 않으셨다면 저희는 산동굴까지 남에게 넘겨 주었을 것이다!”
오공이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노하여 말했다. “어떤 요마가 감히 무례하게 굴었느냐! 네가 자세히 말하여라. 내가 찾아가 원수를 갚겠다.” 뭇 원숭이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왕님께 아룬다. 그 놈은 스스로 혼세마왕이라 부르며, 바로 북쪽 아래에 살고 있다.” 오공이 말했다. “여기서 그곳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 뭇 원숭이가 말했다. “그가 올 때는 구름을 타고, 갈 때는 안개를 타며, 혹은 바람 혹은 비요, 혹은 번개 혹은 우레라, 저희는 길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오공이 말했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두려워 말고 그저 놀고 있어라. 내가 찾아갔다 오겠다!”
과연 좋은 원숭이 왕이로다. 몸을 한 번 솟구쳐 뛰어올라, 내내 재주를 넘어 곧 북쪽 아래에 이르러 살펴보니, 한 높은 산이 보이는데 참으로 십분 험준하였다. 좋은 산이여.
붓끝 같은 봉우리 우뚝 서고 굽이진 시내는 깊구나. 붓끝 봉우리 하늘을 꿰뚫고 굽이진 시내는 땅의 문에 통하누나. 두 벼랑의 꽃과 나무는 기이함을 다투고 몇 곳의 소나무와 대나무는 푸름을 겨루네. 왼쪽엔 용이 길들여졌고 오른쪽엔 호랑이가 엎드려 있네. 이따금 쇠로 만든 소가 밭을 갈고 늘 금화 같은 씨앗을 심누나. 그윽한 새는 간드러지게 울고 붉은 봉황은 해를 향해 서 있네. 돌은 울퉁불퉁하고 물결은 맑아, 괴상하고 기이하며 참으로 험악하구나. 세상에 이름난 산이 무수히 많아 꽃이 피고 지며 무성한들 또 얼마인가. 어찌 이 경치가 길이 존재하여 여덟 절기와 사시에 조금도 움직이지 않음과 견줄 수 있으랴. 참으로 삼계의 감원산이요 오행을 기르는 수장동이로다!
미후왕이 잠자코 경치를 바라보는데 홀연히 누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산을 내려가 찾아보니 그 험한 벼랑 앞이 바로 수장동이었다. 동굴 문 밖에 몇몇 작은 요괴가 춤을 추고 있다가 오공을 보고는 달아났다. 오공이 말했다. “가지 마라! 네 입에 담긴 말을 빌려 내 마음속 일을 전하겠다. 나는 정남쪽 화과산 수렴동의 동주다. 너희 집의 어떤 혼세조마가 거듭 내 자손을 업신여겼으니 내가 특히 찾아와 그와 한번 높낮이를 겨루고자 한다!”
그 작은 요괴가 듣고 급히 동굴로 뛰어들어 보고하였다. “대왕님! 재앙이 났다!” 마왕이 말했다. “무슨 재앙이란 말이냐?” 작은 요괴가 말했다. “동굴 밖에 원숭이 놈 하나가 화과산 수렴동의 동주라 자칭하며, 대왕님께서 거듭 그 자손을 업신여기셨기에 특별히 찾아와 한번 높낮이를 겨루려 한다고 하였다.” 마왕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늘 그 원숭이 요괴들에게 들으니 그들에게 대왕이 하나 있는데 출가하여 수행하러 갔다 하더니, 아마 이번에 온 모양이구나. 너희가 그를 보니 어떻게 차리고 무슨 기계를 가졌더냐?” 작은 요괴가 말했다. “별다른 기계가 없고 머리는 벗겨져 있으며 붉은 옷 한 벌을 입고 누런 띠를 두르고 발에는 검은 신을 신었는데, 중도 아니고 속인도 아니요 도사나 신선 같지도 않으며 맨손으로 문 밖에서 떠들고 있다.” 마왕이 듣고 말했다. “내 갑주와 병기를 가져오라!” 그 작은 요괴가 즉시 가져왔다. 마왕이 갑주를 걸치고 칼을 손에 쥐고 뭇 요괴와 함께 문을 나서더니 소리를 높여 불렀다. “어느 놈이 수렴동의 동주냐?” 오공이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니 그 마왕은 이러하였다.
머리에는 검은 금 투구를 썼는데 해를 받아 빛나고, 몸에는 검은 비단 도포를 걸쳤는데 바람을 맞아 펄럭이네. 아래로는 검은 쇠 갑옷을 입고 가죽끈을 단단히 조였으며, 발에는 무늬 놓은 신을 신어 위엄이 마치 상장군 같구나. 허리는 열 아름이나 넓고 키는 석 장이며, 손에는 칼 한 자루를 쥐었는데 날이 몹시도 밝구나. 혼세마라 일컬어지니, 당당하고도 흉악한 모습이로다.
원숭이 왕이 꾸짖어 말했다. “이 못된 마귀가 이렇게 눈이 크고도 늙은 손을 보지 못하느냐!” 마왕이 웃으며 말했다. “네 몸은 사 척도 못 되고 나이도 삼십도 못 되었으며 손에 병기도 없는데, 어찌 이렇게 대담하게 미쳐 날뛰며 나를 찾아와 무슨 높낮이를 겨루겠다는 것이냐?” 오공이 꾸짖어 말했다. “이 못된 마귀야, 원래 눈이 없구나! 네가 나를 작다고 여기지만 크게 되기는 어렵지 않다. 네가 나에게 병기가 없다고 여기지만 내 두 손은 하늘가의 달을 걸어 잡는다! 겁내지 말고 다만 늙은 손의 주먹 한 방을 맞아 보아라!” 몸을 솟구쳐 뛰어올라 얼굴을 향해 때렸다. 마왕이 손을 내밀어 막으며 말했다. “네가 이렇게 납작하고 작은데 내가 이렇게 크고 길다. 네가 주먹을 쓰려 하고 내가 칼을 쓰려 하는데, 칼을 쓰면 너를 죽일 것이요 남의 웃음거리가 될 테니, 내 칼을 내려놓고 너와 주먹질 한 판을 겨뤄 보겠다.” 오공이 말했다. “말이 옳다. 좋은 사내로다! 덤벼라!” 마왕이 자세를 풀고 때리니 오공이 파고들어 부딪치고 맞섰다. 둘은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며 한번 부딪치고 한번 마주쳤다. 원래 긴 주먹은 헛되이 크고 짧고 뭉친 주먹은 견고한 법이라, 마왕은 오공에게 갈비를 찔리고 사타구니를 들이받히고 몇 군데 힘줄 마디를 얻어맞아 아팠다. 그가 몸을 피해 널빤지처럼 큰 강철 칼을 집어 오공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쳤다. 오공이 급히 몸을 빼니 그는 헛되이 내리쳤다. 오공이 그가 흉맹한 것을 보고 몸 밖에 몸을 두는 법을 써서 털 한 줌을 뽑아 입속에 넣고 씹어 허공에 뿜으며 “변!” 하고 부르니, 곧 삼이백 마리 작은 원숭이로 변해 사방을 에워쌌다.
원래 사람이 신선의 몸을 얻어 정신을 내어 변화하면 모르는 방위가 없게 된다. 이 원숭이 왕은 도를 깨달은 뒤로 몸에 팔만 사천의 털이 있어 뿌리마다 능히 변하여 사물에 응함이 마음을 따랐다. 그 작은 원숭이들은 눈치가 빠르고 잘 뛰어 칼이 와도 맞지 않고 창이 가도 상하지 않았다. 보라, 그들이 앞뒤로 뛰며 파고들어 마왕을 둘러싸고 안는 자는 안고 당기는 자는 당기며 사타구니로 파고들고 발을 잡으며, 차고 때리고 털을 뽑고 눈을 후비고 코를 비틀며 마침내 한 덩어리로 뭉쳐 버렸다. 이에 오공이 가서 그의 칼을 빼앗아 들고 작은 원숭이들을 헤치고 정수리를 한 번 내리쳐 두 토막을 내었다. 무리를 거느리고 동굴로 쳐들어가 크고 작은 요괴들을 모조리 쓸어 없앴다. 이내 털을 떨쳐 몸에 거두어들였다. 또 몸에 거두어지지 않는 것들이 보였으니, 곧 그 마왕이 수렴동에서 사로잡아 온 작은 원숭이들이었다. 오공이 말했다. “너희는 어찌하여 이곳에 왔느냐?” 삼오십 마리쯤 되는 그들이 모두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저희는 대왕님께서 도를 닦으러 가신 뒤 이 두 해 동안 그에게 붙들려 다투다가 모두 잡아 왔다. 저것은 우리 동굴의 살림 도구가 아니냐? 돌 대야와 돌 그릇도 모두 이 놈이 가져다 놓은 것이다.” 오공이 말했다. “이미 우리 살림 도구라면 모두 바깥으로 옮겨 내라.” 이어 동굴 안에 불을 질러 그 수장동을 바싹 태워 마르게 하고 모두 하나로 돌아가게 하였다. 뭇 원숭이에게 말했다. “너희는 나를 따라 돌아가자.” 뭇 원숭이가 말했다. “대왕님, 저희가 올 때는 다만 귓가에 바람 소리만 들렸고 허허롭게 이곳에 이르렀을 뿐이라 다시 길도 알지 못하는데, 이제 어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 오공이 말했다. “이것은 그가 부린 술법이니 무슨 어려움이 있겠느냐! 내가 이제 한 구멍이 통하면 백 구멍이 통하니 나도 부릴 줄 안다. 너희는 모두 눈을 감고 두려워하지 말라!”
과연 좋은 원숭이 왕이로다. 주문을 한 번 외우고 광풍 한 줄기를 일으켜 구름머리에서 내려왔다. 부르며 말했다. “얘들아, 눈을 떠라.” 뭇 원숭이들이 발로 땅을 밟아 보니 고향임을 알아보고 저마다 기뻐하며 모두 동굴 문 옛 길로 달려갔다. 동굴에 있던 뭇 원숭이들도 일제히 몰려와 함께 들어가 반을 나누고 나이 차례를 정하고 원숭이 왕에게 예배하였다. 술과 과일을 마련하여 맞이하고 축하하며 마귀를 항복시키고 자손을 구한 일을 여쭈었다. 오공이 자세히 한 번 이야기하니 뭇 원숭이들이 칭송을 마지않으며 말했다. “대왕님께서 그 먼 곳에 가셔서 뜻밖에도 이런 수단을 배워 오셨다!” 오공이 또 말했다. “내가 그해 너희와 이별하고 물결을 따라 흘러 동쪽 큰 바다를 넘어 곧 남섬부주에 이르러 사람의 모습을 배우고, 이 옷을 걸치고 이 신을 신고 흔들흔들 거리며 구름처럼 팔 년 남짓을 유람하였으나 다시 도를 얻지 못하였다. 또 서쪽 큰 바다를 건너 서우하주 지경에 이르러 오래도록 찾아 물었으나, 다행히 한 노조사를 만나 나에게 하늘과 수명을 같이하는 참 공과와 죽지 않고 장생하는 큰 법문을 전해 주셨다.” 뭇 원숭이들이 축하하며 모두 말했다. “만겁에도 만나기 어려운 일이로다!” 오공이 또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또 한 가지 기쁜 일은 내 이 한 문중에 모두 성씨가 있게 되었다.” 뭇 원숭이들이 말했다. “대왕님의 성은 무엇이냐?” 오공이 말했다. “나는 이제 성이 손씨요 법명은 오공이다.” 뭇 원숭이들이 듣고 손뼉을 치며 기뻐하여 말했다. “대왕님은 늙은 손이시요, 우리는 모두 둘째 손, 셋째 손, 작은 손, 어린 손이며 온 집안의 손이요 온 나라의 손이요 한 둥지의 손이다!” 모두 와서 늙은 손을 받들어 큰 동이와 작은 사발로 야자술과 포도주를, 신선의 꽃과 신선의 과일을 내왔으니 참으로 온 집안이 즐거웠다! 아!
한 성씨를 꿰뚫어 몸이 근본으로 돌아갔으니, 다만 영화롭게 신선의 명부로 옮겨질 날을 기다릴 뿐이로다.
결국 그 결말이 어떠할지, 이 세계에 머무는 시종이 어떠할지 알 수 없도다.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