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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제20회 황풍령당승유난(黃風嶺唐僧有難) · 반산중팔계쟁선(半山中八戒爭先)

게송에 이르기를,

법은 본디 마음에서 생겨나거니와 도로 마음에서 멸하느니라. 생하고 멸함이 모두 누구로 말미암는가, 그대 스스로 분별해 보라. 이미 다 제 마음이거늘 무엇에 남의 말을 쓰리오. 다만 쓰디쓴 공부를 내려 쇠 속에서 피를 짜내면 그뿐이니라. 부드러운 노끈을 코에 꿰고 허공에 매듭을 단단히 묶어, 무위의 나무에 매어 두어 그놈이 미쳐 날뛰지 못하게 하라. 도둑을 제 자식으로 삼지 말라, 마음과 법이 모두 끊어지리라. 그놈이 나를 속이게 두지 말고 주먹 한 방으로 먼저 꿰뚫어 버려라. 마음이 드러나도 또한 마음이 없고, 법이 드러나도 법은 그치느니라. 사람과 소가 서로 보이지 않을 때, 푸른 하늘은 빛이 맑고 밝으며 가을 달처럼 둥글어서, 저것과 이것을 나누기 어렵도다.

이 게송은 바로 현장법사가 《다심경》을 환히 깨우쳐 문호를 활짝 열어 젖힌 뒤에 지은 것이었다. 그 장로는 늘 외우고 늘 마음에 품고 있었으므로, 한 점 신령한 빛이 저절로 환히 뚫려 나왔다.

말하자면, 그 일행 세 사람은 길에서 바람을 먹고 물가에서 자며, 달을 띠고 별을 두른 채 가는 동안 어느새 여름의 무더운 계절에 이르렀다. 그곳 풍경이 이러하였으니,

꽃은 다 지고 나비는 정다운 사랑을 나눌 곳이 없으며, 나무는 높아져 매미는 소리 높이 울어 대더라. 들누에가 고치를 짓고 불타는 듯한 석류가 고와지는데, 못 안에는 새 연꽃이 고개를 내미는구나.

그날 한창 길을 가는데 홀연히 날이 저물었고, 산길 옆으로 한 채의 농가가 보였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오공아, 저것을 보아라. '해는 서산에 지며 불거울을 감추고, 달은 동해에서 솟아 얼음 수레바퀴를 드러내는구나.' 다행히 길가에 인가가 있으니, 우리가 저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내일 다시 가자꾸나." 팔계가 말했다. "옳은 말씀이옵니다. 이 늙은 돼지도 배가 좀 고프옵니다. 인가로 가서 공양이나 좀 빌어먹고 기운을 내어야 행장을 멜 수 있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이 집 생각만 하는 귀신 같은 놈! 집을 떠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벌써 불평이냐!" 팔계가 말했다. "형님, 형님처럼 바람이나 마시고 연기나 들이켜는 분은 저와 같지 않사옵니다. 소인이 스승님을 따른 이 며칠 동안 늘 배가 반만 찼사온데, 형님이 그걸 아시옵니까?" 삼장법사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오능아, 네가 만일 집 생각이 너무 무겁다면 출가한 사람이 아니니, 차라리 돌아가는 게 좋겠다." 그 멍청이는 깜짝 놀라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스승님, 사형의 말을 듣지 마시옵소서. 그이는 남을 모함하기를 잘하옵니다. 소인은 아무런 불평도 한 적이 없사온데, 그이가 도리어 소인이 불평한다 하옵니다. 소인은 속이 곧은 바보라서, 그저 배가 고프니 인가를 찾아 공양을 빌어먹으면 좋겠다 하였을 뿐이온데, 그이가 도리어 소인을 집 생각만 하는 귀신이라 욕하였사옵니다. 스승님, 소인은 보살님의 계행을 받았사옵고, 또 스승님의 자비까지 입었사오니, 기꺼이 스승님을 모시고 서천으로 가려 하옵니다. 맹세코 물러서거나 후회하지 않겠나이다. 이를 일러 '괴로움을 원망하지 않고 수행한다' 하옵니다. 어찌 출가한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시옵니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그렇다면 우선 일어나거라." 그 멍청이는 몸을 솟구쳐 벌떡 일어나더니, 입으로는 줄곧 중얼중얼 투덜거리며 행장을 메고, 하는 수 없이 마음을 굳게 다잡은 채 그 뒤를 따라 나섰다.

어느새 길가 인가의 대문 앞에 당도하였다. 삼장법사가 말에서 내리니 행자가 고삐를 받아 쥐고, 팔계가 행장을 내려놓고, 세 사람 모두 푸른 나무 그늘 아래 우뚝 서 있었다. 삼장법사는 아홉 고리 달린 석장을 짚고, 등넝쿨과 대오리로 엮어 만든 삿갓을 바로 눌러쓰고는 먼저 대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곳에 한 노인이 대나무 평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입으로는 나직나직하게 염불을 외우고 있었다. 삼장법사는 감히 큰소리를 내지 못하고 조용히 한마디 불렀다. "시주여, 문안을 올리나이다." 그 노인은 벌떡 일어나 급히 옷깃을 여미고는 문 밖으로 나와 답례하며 말했다. "장로시여, 마중을 못 나갔사옵니다. 어느 곳에서 오시는 길이옵니까? 이 초라한 집에 무슨 일로 오셨나이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빈승은 동쪽 대당의 중이옵니다. 성지를 받들어 뇌음사로 가 부처님께 절하고 경전을 구하는 길이옵니다. 마침 귀한 고을에 이르렀을 때 날이 저물었기에, 댁에 하룻밤 신세를 지고자 하나이다. 부디 편의를 보아 주시옵소서." 그 노인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가실 수 없사옵니다. 서천은 경전을 구하기 어렵사옵니다. 경전을 구하려거든 동천으로 가시옵소서." 삼장법사는 입으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속으로만 깊이 생각에 잠겼다. '보살님께서는 서쪽으로 가라 하셨거늘, 어찌 이 노인은 동쪽으로 가라 하는가? 동쪽에 무슨 경전이 있단 말인가?' 부끄러워 말을 잇지 못하고 한참이나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행자는 본디 성질이 사납고 거칠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 영감장, 나이가 그리 많으면서도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구려. 우리 출가한 사람이 먼 곳에서 와 하룻밤 신세를 빌겠다는데, 도리어 이런 김 빠지는 말로 겁을 주려 드오. 설령 댁이 비좁아 잘 곳이 없다 한들, 우리가 나무 아래에서 앉아 하룻밤을 지내면 그만이니, 결코 댁을 번거롭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 노인은 삼장법사의 소매를 붙잡으며 말했다. "스승님, 스승님은 도리어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데, 스승님의 그 제자는 낯짝은 삿갓처럼 뾰족하고 턱은 삐쭉 내밀었고 입은 벼락 신장의 주둥이요 두 눈은 벌겋고, 꼭 폐병에 걸린 마귀처럼 생겼거늘, 어찌 도리어 이 늙은이를 모욕한단 말이옵니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영감은 참으로 눈썰미가 없구려! 잘생긴 자라야 보기에는 좋으나 먹을 것은 못 된다 하였느니라. 이 늙은 원숭이는 비록 작으나 제법 단단하여, 가죽 안에 근육이 뭉쳐 있느니라." 그 노인이 말했다. "그렇다면 필시 재주가 좀 있겠구려." 행자가 말했다. "감히 자랑은 못 하겠으나, 그럭저럭 볼 만은 하느니라." 노인이 말했다. "그대 집이 어디며, 무슨 일로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소?" 행자가 말했다. "이 늙은 원숭이는 본적이 동승신주 바다 동쪽 오래국 화과산 수렴동이니라. 어릴 적부터 요괴 노릇을 배워 이름을 오공이라 하였고, 재주를 믿고서 제천대성 벼슬을 얻어냈느니라. 하늘의 녹을 받지 않으려다 천궁을 크게 뒤집어놓는 바람에 재앙을 불러들였거니와, 이제는 재난을 벗고 화를 삭여 사문으로 돌아서서, 앞으로 정과를 구하며 이 대당 천자 폐하의 스승님을 모시고 서천으로 가 부처님께 절하고 한바탕 다녀오려 하느니라. 산이 높고 길이 험하며 물이 넓고 물결이 사나운들 무엇이 두렵겠느냐! 이 늙은 원숭이는 요괴도 잡을 줄 알고 마귀도 항복받을 줄 아느니라. 호랑이를 굴복시키고 용을 사로잡으며, 하늘을 차고 우물을 뒤집는 재주도 대강은 아느니라. 만일 댁에 기왓장이 날아들고 솥이 울고 대문이 저절로 열리는 일이 있거든, 이 늙은 원숭이가 능히 진압해 드리리라."

그 노인은 이 긴 말을 듣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원래 동냥이나 하러 다니는 말 잘하는 중이로구려." 행자가 말했다. "영감의 아들이나 말 잘하는 놈이오! 이 늙은 원숭이는 요즈음 스승님을 따라 길을 걷느라 고단해서 말조차 하기 귀찮은 판이오." 그 노인이 말했다. "고단하지 않고 말하기 귀찮지 않다면, 살아생전 귀가 터지도록 시끄러워 죽을 판이구려! 그대가 그런 재주를 지녔으니 서천도 갈 만하오, 갈 만하오. 그대 일행이 몇 명이오? 초가로 들어와 묵도록 하시오." 삼장법사가 말했다. "노시주께서 꾸짖지 않으신 은혜를 깊이 입었나이다. 저희 일행은 세 사람이옵니다." 노인이 말했다. "그 나머지 한 사람은 어디 있소?" 행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 영감은 눈이 침침한 모양이구려, 저 푸른 그늘 아래 서 있는 이가 그 사람이 아니오?" 노인은 참으로 눈이 침침하였던지라 홀연히 고개를 들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팔계의 그 생김새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 한 걸음마다 넘어지며 집 안으로 마구 달아나면서, "문 닫아라! 문 닫아라! 요괴가 왔다!" 하고 외쳤다. 행자가 달려가 붙잡으며 말했다. "영감, 겁내지 마시오. 그는 요괴가 아니오, 내 사제요." 노인이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좋소! 좋소! 좋소! 하나같이 하나보다 더 못생긴 중들이로구려!" 팔계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노인장, 생김새만 보고 사람을 헤아리면 크게 잘못 보는 것이오. 우리는 못생겼으나 제각기 쓸모는 있소." 그 노인이 대문 앞에서 세 중과 한창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마을 남쪽에서 젊은이 둘이 늙은 할멈 한 사람과 어린 아이 서너 명을 데리고, 옷을 걷어 올리고 맨발로 모내기를 하고 돌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흰 말 한 필과 행장 한 짐이 자기 집 대문 앞에 놓여 있고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보고는 내력조차 알지 못한 채 한꺼번에 몰려와 물었다. "무엇 하는 분들이오?" 팔계가 머리를 돌리며 귀를 몇 번 흔들고 긴 주둥이를 한 번 쑥 내밀자, 그 사람들은 깜짝 놀라 이리 넘어지고 저리 자빠지며 우왕좌왕 엎치락뒤치락하였다. 삼장법사가 당황하여 입이 닳도록 외쳤다. "겁내지 마시오! 겁내지 마시오! 우리는 나쁜 사람이 아니오, 경전을 구하러 가는 중일 뿐이오." 그제야 그 노인이 문 밖으로 나와 할멈을 부축하며 말했다. "할멈, 일어나시오, 너무 놀라지 마시오. 이 스승님은 대당에서 오신 분이오. 다만 제자들의 낯이 좀 못생겼을 뿐이나, 산은 험해도 사람은 착하오.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갑시다." 그 할멈이 노인의 팔을 붙잡고, 두 젊은이는 자식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삼장법사는 그 집 대문 누각 안 대나무 평상에 앉아 원망하듯 말했다. "제자들이여, 너희 둘은 생김새도 추하고 말씨도 거칠어서, 이 집 사람들을 겁에 질려 넋이 나가게 만들었으니, 모두 내 몸을 대신해 죄를 짓는 셈이로구나!" 팔계가 말했다. "스승님께 숨기지 않고 아뢰옵건대, 이 늙은 돼지는 스승님을 따른 뒤로 제법 잘생겨졌사옵니다. 예전에 고노장에 다니던 때처럼 주둥이를 앞으로 쑥 내밀고 귀를 양쪽으로 흔들었더라면, 늘 스무세 명쯤은 겁을 먹어 넋이 나갔을 것이옵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멍청한 놈아, 함부로 떠들지 말고 그 추한 꼴이나 좀 거두어라." 삼장법사가 말했다. "오공의 그 말을 좀 보아라. 생김새는 타고나는 것인데, 네가 어찌 거두라 하느냐?" 행자가 말했다. "저 쇠스랑 같은 주둥이를 품속에 찔러 넣고 밖으로 내놓지 말며, 저 부채 같은 귀는 뒤로 착 붙이고 흔들지 말게, 그것이 곧 거두는 것이니라." 그 팔계는 참으로 주둥이를 품에 찔러 넣고 귀를 뒤로 붙인 채 머리를 숙이고 좌우에 서 있었다. 행자는 행장을 문 안으로 들여놓고 흰 말을 말뚝에 매어 두었다.

그제야 그 노인이 젊은이 하나를 데리고 나무 쟁반에 맑은 차 세 잔을 받쳐 들고 나와 올렸다. 차를 마시고 나자 노인은 다시 공양을 차리라 분부하였다. 그 젊은이는 구멍이 뚫리고 옻칠도 벗겨진 낡은 탁자 한 장을 가져오고, 머리가 부러지고 다리가 꺾인 걸상 두 개를 들어 뜰 가운데 놓고는 세 사람을 시원한 곳에 앉도록 청하였다. 삼장법사가 그제야 물었다. "노시주, 성함이 어떻게 되시옵니까?" 노인이 말했다. "소인은 왕가이옵니다." 삼장법사가 물었다. "자제분은 몇 분이시옵니까?" 노인이 말했다. "어린 자식이 둘이오며 어린 손주가 셋이옵니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경사스러운 일이옵니다, 경사스러운 일이옵니다." 또 물었다. "연세가 얼마나 되시옵니까?" 노인이 말했다. "어리석게 예순한 해를 살았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좋소! 좋소! 좋소! 환갑을 다시 맞은 것이오." 삼장법사가 다시 물었다. "노시주, 처음에 서천 경전을 구하기 어렵다 하신 것은 어찌된 일이옵니까?" 노인이 말했다. "경전이 구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길이 험하고 가기 어려운 것이오. 이곳에서 서쪽으로 삼십 리쯤 가면 팔백 리 황풍령이라는 산이 하나 있사옵니다. 그 산에는 요괴가 매우 많사옵니다. 그러니 구하기 어렵다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옵니다. 다만 이 젊은 장로께서 재주가 많다 하시니 가실 만은 하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염려 마시오! 염려 마시오! 이 늙은 원숭이와 내 사제가 있으니, 무슨 요괴라도 감히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느니라."

한창 말하는데 다시 아들이 밥을 가져와 탁자에 차려 놓고 "공양을 드시옵소서" 하고 말했다. 삼장법사는 두 손을 모아 공양 경문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팔계는 벌써 한 그릇을 꿀꺽 비웠다. 장로가 경 몇 구절을 아직 다 외우지 못한 사이에 그 멍청이는 또 세 그릇을 먹어 치웠다. 행자가 말했다. "이 쌀겨나 처묵는 놈! 굶은 귀신을 만난 모양이구나!" 그 왕 노인도 사정을 아는지라, 그가 먹는 것이 빠른 것을 보고 말했다. "이 장로는 몹시 시장하신 모양이오, 어서 밥을 더 갖고 오너라." 그 멍청이는 참으로 뱃골이 컸다. 고개도 들지 않고 줄곧 열 그릇쯤을 먹어 치웠다. 삼장법사와 행자는 둘이서 두 그릇도 채 먹지 못하였다. 멍청이는 멈출 줄 모르고 여전히 먹고 있었다. 왕 노인이 말했다. "갑자기 차린 것이라 반찬이 없사옵니다. 억지로 더 권하지는 못하오나, 부디 한 젓가락만 더 드시옵소서." 삼장법사와 행자가 함께 말했다. "넉넉하옵니다." 팔계가 말했다. "영감은 무슨 투덜거림이오, 누가 영감과 점이나 친답니까. 오효니 육효니 하는 소리는 그만하고, 밥이 있으면 그저 더 갖고 오기나 하시오." 그 멍청이는 한바탕 먹어서 그 집 식구들의 밥을 모조리 비워 버리고서도, 아직 반밖에 배가 차지 않았다고만 하였다. 그런 뒤에야 그릇을 거두고, 대문 누각 아래에 대나무 평상과 널판자로 잠자리를 마련하여 누웠다.

이튿날 날이 밝자 행자는 말을 챙기러 가고 팔계는 행장을 정비하였으며, 왕 노인은 또 할멈을 시켜 다과와 국물을 좀 차려 대접하게 하였다. 세 사람이 비로소 감사 인사를 올리고 길을 떠나려 하니 노인이 말했다. "가시는 길에 만일 무슨 일을 당하시거든, 부디 이 초가로 도로 오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영감, 쓸데없는 소리는 마시오. 우리 출가한 사람은 되돌아가는 길은 걷지 않느니라." 이에 말을 몰고 행장을 메고 서쪽으로 길을 나섰다.

아아! 이렇게 떠나니 과연 서역으로 통하는 좋은 길은 없고, 사악한 마귀가 큰 재앙을 내릴 뿐이로다. 세 사람이 앞으로 나아간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과연 높은 산 하나를 만났다. 그 험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삼장법사가 말을 몰아 벼랑 끝에 이르러 안장 발걸이를 비스듬히 걸친 채 바라보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높은 것은 산이요 험준한 것은 고개며, 깎아지른 것은 벼랑이요 깊은 것은 골짜기니라. 소리 내는 것은 샘물이요 싱싱한 것은 꽃이로다. 저 산이 높은가 하니 꼭대기가 푸른 하늘에 닿았고, 이 계곡이 깊은가 하니 바닥이 저승이 보이는구나. 산 앞에는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흰 구름과 우뚝우뚝 솟아오른 괴상한 바위가 있더라. 천 길, 만 길이나 되어 넋을 쥐어짜는 벼랑은 다 말로 다할 수 없구나. 벼랑 뒤에는 구불구불 용을 감춘 굴이 있고, 굴 속에는 똑똑똑 물방울 떨어지는 바위가 있더라. 또 뿔이 갈라진 사슴이 이리저리 어슬렁거리고, 멍청하게 사람을 바라보는 노루가 우두커니 서 있으며, 붉은 비늘 이무기가 꿈틀꿈틀 기어가고, 흰 얼굴 원숭이가 까불까불 장난을 치는구나. 저녁에는 산을 넘어 굴을 찾는 호랑이가 있고, 새벽에는 물결을 뒤집으며 나오는 용이 있어, 굴 문을 쾅쾅 두드리듯 요란하게 울리더라. 풀숲의 새들은 푸드득 날아오르고, 숲 속의 짐승들은 우르르 몰려 달아나더라. 홀연히 이리와 벌레 떼가 지나가니, 사람의 간담이 덜컹덜컹 놀라는구나. 참으로 굴소리가 울리고 메아리쳐, 굴이 온 산을 뒤흔드는 듯하더라. 푸른 산빛이 천 길 옥을 물들여 내고, 비단 같은 푸른 안개가 수만 무더기의 연기를 덮고 있더라.

그 스승님은 은빛 준마의 고삐를 늦추어 천천히 몰고, 손대성은 구름을 멈추어 느긋하게 걸으며, 저오능은 행장을 어깨에 메고 느릿느릿 걸었다. 한창 그 산을 바라보는데 홀연히 회오리바람 한 줄기가 크게 일어났다. 삼장법사가 말 위에서 놀라며 말했다. "오공아, 바람이 일어났구나!" 행자가 말했다. "바람이 무에 그리 두렵다고 하시나이까! 이는 하늘이 사철로 불게 하는 기운일 뿐이오니, 무엇이 두렵다 하시옵니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이 바람은 몹시 사악하여, 저 하늘의 바람과는 같지 않구나." 행자가 말했다. "어찌 하늘의 바람과 같지 않다 하시나이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이 바람을 보아라.

높고높고 넓고넓으며 휘익휘익 휘몰아치고, 아득하고 망망하여 푸른 하늘에서 나오는구나. 고개를 넘을 때는 천 그루 나무가 울부짖는 소리만 들리고, 숲으로 들어서자 온갖 대나무가 흔들리는 모습만 보이는구나. 물가에서는 버드나무가 뿌리째 흔들리고, 동산에서는 꽃이 잎을 단 채 날려 가더라. 그물을 거둔 고기배는 모두 밧줄을 단단히 매고, 돛을 내린 나그네 배는 닻을 던져 두었구나. 길 위의 나그네는 길을 잃고 헤매고, 산속의 나무꾼은 짐을 메기 어렵더라. 신선의 과일 숲에서는 원숭이가 흩어지고, 기이한 꽃 숲에서는 사슴이 달아나는구나. 벼랑 앞의 향나무와 잣나무는 그루마다 쓰러지고, 계곡 아래의 소나무와 대나무는 잎마다 시드는구나. 흙을 날리고 먼지를 일으켜 모래가 펑펑 튀고, 강을 뒤집고 바다를 휘저어 물결이 철썽철썽 이는구나.

팔계가 앞으로 나서며 행자의 팔을 움켜쥐고 말했다. "사형, 바람이 몹시 크옵니다! 우리가 잠시 피해 있는 것이 깨끗하옵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아우는 쓸모가 없구나! 바람이 세다고 피하기만 하다가, 만일 요정과 정면으로 마주치기라도 하면 어찌한단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형님, '색을 피하기를 원수를 피하듯 하고, 바람 피하기를 화살 피하듯 하라'는 말을 못 들으셨사옵니까! 우리가 잠시 피한다 한들 남에게 손해를 끼칠 것도 없지 않사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우선 말을 말게, 이 늙은 원숭이가 저 바람을 한 웅큼 잡아다가 냄새를 맡아 보겠느니라."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사형이 또 허풍을 떠시는구려, 바람을 어찌 잡아다 냄새를 맡는단 말이옵니까! 설령 잡아 온다 한들 벌써 빠져나가 버렸을 것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아우는 모르는구나, 이 늙은 원숭이에게는 '바람 잡는 법'이 있느니라."

훌륭한 대성이로다. 바람의 머리를 먼저 보내고 그 바람의 꼬리를 움켜잡아 한 번 냄새를 맡아 보니 비릿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행자가 말했다. "과연 좋은 바람이 아니로구나! 이 바람의 냄새는 호랑이 바람이 아니요, 틀림없이 요괴의 바람이니라. 단단히 수상한 데가 있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산비탈 아래에서 꼬리를 휘두르고 발굽을 구르며 얼룩무늬 사나운 호랑이 한 마리가 뛰어나왔다. 삼장법사가 놀라 조각낸 안장에 앉아 있지 못하고 뼁뀅이를 하며 흰 말에서 굴러떨어져 길가에 비스듬히 쓰러졌으니, 참으로 넋이 날아가고 혼이 흩어질 지경이었다. 팔계는 행장을 내동댕이치고 아홉 갈래 쇠스랑을 뽑아 들고는, 행자가 앞에 나서는 것도 기다리지 않은 채 큰소리로 한바탕 호통쳤다. "이 악축아, 어디로 달아나느냐!" 그리고는 달려들어 정면으로 내리쳤다. 그 호랑이는 꼿꼿하게 두 발로 일어서더니 앞왼발을 들어 제 가슴팍을 움켜쥐고 아래로 쭉 긁어 내리자,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가죽이 벗겨지며 길가에 우뚝 서 있었다. 그 흉악한 생김새를 좀 보아라! 아아, 그 모습이 이러하였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벌거벗은 몸뚱이요, 뻘건 다리와 굽은 발톱이로다. 불길처럼 이는 두 귀밑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뻣뻣하게 솟은 두 눈썹은 치켜 올라갔구나. 하얗게 번쩍이는 강철 어금니 네 개와,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 한 쌍이로다. 기백이 드높이 큰 소리로 포효하고, 늠름한 기세로 사납게 고함을 지르더라.

그 호랑이가 외쳤다. "천천히 오너라! 천천히 오너라! 내 패거리는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황풍대왕 휘하의 길잡이 선봉이니라. 지금 대왕의 엄명을 받들어 산에서 순찰하며 범부 몇 명을 잡아다 안주를 삼으려 하노라. 너는 어디서 온 중이기에 감히 병기를 휘둘러 나를 다치게 하느냐?" 팔계가 욕하며 말했다. "이 악축 같은 놈, 너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우리는 길을 지나가는 범부가 아니라 동쪽 대당 천자 폐하의 의동생이신 삼장법사의 제자이니, 성지를 받들어 서천으로 가 부처님께 절하고 경전을 구하는 사람이로다. 네가 어서 다른 곳으로 멀리 피하여 큰길을 비켜라. 내 스승님을 놀라게 하지 않으면 네 목숨은 살려 주마. 만일 전처럼 날뛴다면 쇠스랑이 닿는 곳에 용서가 없으리라!" 그 요정은 변명할 겨를도 주지 않고 급히 발을 옮겨 자세를 하나 취하더니 팔계의 얼굴을 향해 움켜쥐려 달려들었다. 이 팔계는 급히 몸을 피하며 쇠스랑을 휘둘러 내리쳤다. 그 요괴는 손에 병기가 없으므로 고개를 숙인 채 달아나고, 팔계가 그 뒤를 따라갔다. 그 요괴는 산비탈 아래 어지러운 돌무더기 속에 이르러 붉은 구리 칼 두 자루를 꺼내 급히 휘두르며 몸을 돌려 맞서 나왔다. 둘은 그 비탈 앞에서 오가며 부딪치고 들이받으며 한바탕 겨루었다. 그동안 손행자는 삼장법사를 부축하여 일으키며 말했다. "스승님, 겁내지 마시옵소서. 우선 앉아 계시옵소서. 이 늙은 원숭이가 가서 팔계를 도와 그 요괴를 때려눕히고 길을 떠나도록 하겠나이다." 삼장법사가 그제야 몸을 일으켜 앉아 부들부들 떨며 입으로 《다심경》을 외우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 둔다.

행자가 쇠몽둥이를 뽑아 들고 "잡아라!" 하고 고함쳤다. 이때 팔계가 정신을 가다듬어 기운을 떨치니 그 요괴가 진을 버리고 패하여 물러났다. 행자가 말했다. "놈을 놓아주지 말라! 반드시 따라잡아야 하느니라!" 두 사람은 쇠스랑을 휘두르고 쇠몽둥이를 들어 산 아래로 쫓아 내려갔다. 그 요괴는 손발이 허둥거려 '금선탈각의 계교'를 부려 한 바퀴 굴렀는데,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니 여전히 사나운 호랑이 한 마리였다. 행자와 팔계가 어찌 놓아주려 하였으랴, 그 호랑이를 쫓으며 반드시 뿌리를 뽑으려 하였다. 그 요괴는 그들이 바싹 따라붙은 것을 보고 다시 제 가슴팍을 움켜쥐고 가죽을 벗어 내어 그 와호석 위에 덮어 씌운 뒤, 참몸을 빼내어 광풍 한 줄기로 변해 곧장 길목으로 돌아갔다. 길목에서 스승님이 한창 《다심경》을 외우고 있었는데, 그놈이 단번에 움켜쥐고는 긴 바람을 타고 채어 가 버렸다. 가련하도다, 그 삼장법사여! 강물에 떠내려가던 팔자에 마찰이 많기로 정해졌거늘, 적멸의 문에서 공행이 어렵기만 하구나.

그 요괴는 삼장법사를 굴 어귀까지 채어 와 광풍을 누그러뜨리고 문을 지키는 자에게 말했다. "네가 들어가 대왕께 아뢰어라, 길잡이 호랑이 선봉이 중 하나를 잡아 문 밖에서 명령을 기다린다고." 그 굴 주인이 명령을 내려 그를 들어오게 하였다. 그 호랑이 선봉은 허리에 붉은 구리 칼 두 자루를 차고 두 손으로 삼장법사를 받쳐 들고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으며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소장이 재주 없사오나 대왕의 분부를 입어 산으로 순찰을 나갔다가 홀연히 중 하나를 만났사옵니다. 그는 동쪽 대당 천자 폐하의 의동생이신 삼장법사로서 서천으로 가 부처님께 절하고 경전을 구하는 이온데, 소장이 잡아다 바치오니 한 끼 안주나마 되옵니다."

그 굴 주인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내 앞서 사람들이 전하는 말을 들었노라. 삼장법사는 대당에서 성지를 받들어 경전을 구하는 신령한 승려요, 그 수하에 제자 하나가 있어 이름을 손행자라 하거늘 신통이 광대하고 지력이 높고 강하다 하더라. 네가 어찌 그를 잡아올 수 있었느냐?" 선봉이 아뢰었다. "그에게는 제자가 둘이옵니다. 먼저 온 자는 아홉 이빨 달린 쇠스랑을 쓰는데 주둥이가 길고 귀가 크옵고, 또 하나는 금테 두른 쇠몽둥이를 쓰는데 붉은 눈에 금빛 눈동자를 지녔사옵니다. 막 소장을 쫓아 겨루고 있을 때 소장이 '금선탈각'의 계교를 부려 몸을 빼 틈을 얻어 이 중을 잡아 왔사오니, 대왕께 바쳐 한 끼의 정성이나마 표하옵니다."

굴 주인이 말했다. "우선 그를 먹지는 마라." 선봉이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먹을 것을 보고도 먹지 않음을 일러 '열궐'이라 하옵니다." 굴 주인이 말했다. "너는 모르는구나. 그를 먹는 것은 대수롭지 않으나, 다만 그의 두 제자가 찾아와 떠들어 댈까 두렵거니와, 그것은 온편한 일이 못 되느니라. 우선 그를 뒷동산 정풍말뚝에 묶어 두고 사나흘을 기다려 보자. 그 두 놈이 와서 훼방을 놓지 않으면 그때는 한편으로 그 몸이 깨끗해지기를 바랄 수 있고, 또 입씨름을 벌일 일도 없으니, 우리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으랴. 삶든지 찌든지, 굽든지 볶든지 천천히 마음 편히 즐겨도 늦지 않으리라." 선봉이 크게 기뻐하며 아뢰었다. "대왕의 깊고 먼 헤아림이 참으로 옳사옵니다." 그리고 외쳤다. "어린 놈들아, 데리고 가거라."

곁에서 결박꾼 일고여덟 명이 몰려나와 삼장법사를 끌고 가니, 마치 매가 제비와 참새를 낚아채듯 새끼줄로 얽어매고 동여매었다. 이는 참으로 팔자 사나운 강류가 행자를 그리워하고, 재난을 만난 신령한 승려가 오능을 생각하는구나. 삼장법사가 탄식하며 말했다. "제자들이여! 너희가 어느 산에서 요괴를 잡고 어디서 마귀를 항복받고 있는지도 모르겠거늘, 나는 마두에게 잡혀 와 이런 독한 해를 당하였으니, 어느 때에나 다시 만날 수 있으랴! 아아 괴롭구나! 너희가 조금만 일찍 온다면 내 목숨을 건질 수 있으려니와, 너무 늦어 버린다면 단연코 보전할 수 없으리라!" 한편으로 탄식하고 한편으로는 비 오듯 눈물을 흘렸다.

한편 행자와 팔계는 그 호랑이를 산비탈 아래로 쫓아갔는데, 그 호랑이가 달리다가 쓰러져 벼랑 앞에 엎드려 있었다. 행자가 몽둥이를 들어 힘껏 한 번 내리치니 도리어 제 손이 저려 왔다. 팔계가 다시 쇠스랑으로 한 번 찌르자 이번에는 쇠스랑 이빨이 튕겨 올라왔다. 알고 보니 그것은 호랑이 가죽 한 장이 와호석을 덮고 있던 것이었다. 행자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큰일 났다! 큰일 났다! 그놈의 계교에 걸려들었구나!" 팔계가 말했다. "무슨 계교에 걸려들었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이것을 '금선탈각의 계교'라 하느니라. 그놈이 호랑이 가죽을 여기에 덮어 두고 제놈은 달아났느니라. 우리가 어서 돌아가 스승님을 살펴보자, 독한 손길을 당하셨을지도 모르느니라." 두 사람이 급히 되돌아왔으나 벌써 삼장법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행자가 우레 같은 소리로 크게 외쳤다. "어찌하면 좋으냐! 스승님이 이미 그놈에게 잡혀 갔구나!" 팔계는 곧 말을 끌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했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이제 어디로 가서 찾는단 말이오!" 행자가 고개를 쳐들고 펄쩍 뛰며 말했다.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한번 울면 예기가 꺾이느니라. 어차피 이 산 안에 있을 터이니, 우리가 찾아보자꾸나."

두 사람은 참으로 산 속으로 뛰어들어 고개를 넘고 등성이를 지나 한참을 걸었는데, 돌벼랑 아래에서 굴 하나가 우뚝 솟아 나왔다. 두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살펴보니 과연 흉험하였다. 그 모습이 이러하였으니,

겹겹이 쌓인 봉우리와 구불구불 옛길이로다. 푸른 소나무와 비취 대나무가 아스라이 서 있고, 녹음 짙은 버들과 푸른 오동이 바람에 나부끼는구나. 벼랑 앞에는 괴상한 바위가 쌍쌍이 서 있고, 숲 속에는 그윽한 새들이 짝지어 노닐더라. 계곡물은 멀리 흘러 돌벽을 들이치고, 산샘물은 가늘게 떨어져 모래둑을 적시는구나. 들구름이 조각조각 떠 있고, 요지의 풀이 무성하게 우거졌더라. 요사한 여우와 영리한 토끼가 어지럽게 북실거리며 오가고, 뿔 달린 사슴과 사향 노루가 함께 용을 겨루더라. 쪼개진 벼랑에는 만 년 된 등나무가 비스듬히 걸려 있고, 깊은 골짜기에는 천 년 된 잣나무가 반쯤 매달려 있구나. 우뚝우뚝 높이 솟아 화악을 능가하고, 꽃 지고 새 우는 풍경이 천태산을 능가하는구나.

행자가 말했다. "아우여, 너는 행장을 바람을 감춘 산등성이 움푹한 곳에 내려놓고 말을 풀어 놓은 뒤, 고개를 내밀지 말게. 이 늙은 원숭이가 그 굴 어귀로 가서 그놈과 겨루어 보겠느니라. 반드시 요정부터 잡아야 스승님을 구할 수 있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분부하지 않으셔도 아옵니다. 어서 가시옵소서."

행자가 장삼을 여미고 호랑이 가죽 치마를 동여매고 몽둥이를 뽑아 들고는 그 굴 문 앞으로 쳐들어갔다. 문 위에 큰 글자 여섯 자가 있었으니 바로 "황풍령 황풍동"이었다. 행자는 글자 발 모양으로 두 발을 벌리고 우뚝 서서 몽둥이를 움켜쥔 채 큰소리로 외쳤다. "요괴야! 어서 내 스승님을 내보내라, 그래야 네 보금자리를 뒤집어엎고 네 사는 곳을 짓밟아 평평하게 만드는 일이 없으리라!"

그 어린 요괴들이 이 말을 듣고 하나같이 겁을 먹어 부들부들 떨며 안으로 뛰어들어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큰일 났사옵니다!" 그 황풍괴가 한창 앉아 있다가 물었다. "무슨 일이냐?" 어린 요괴가 아뢰었다. "굴 문 밖에 벼락 신장 주둥이에 털북숭이 얼굴을 한 중 하나가 왔사옵니다. 손에 무척 굵은 쇠몽둥이를 들고서 제 스승님을 내놓으라 하옵니다!" 그 굴 주인이 놀라 당황하여 즉시 호랑이 선봉을 불러 말했다. "내가 너에게 산을 순찰하라 하였거늘, 산소와 들돼지와 살진 사슴과 털북숭이 양이나 잡아올 것이지, 어찌 그 당승을 잡아 왔느냐! 이제 그의 제자까지 여기 와서 떠들게 하였으니, 어찌 처리한단 말이냐?" 선봉이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마음 편히 안심하시고 베개를 높이 하시옵소서. 소장이 재주 없사오나 어린 요괴 병졸 오십 명을 거느리고 나가 그 무엇이라는 손행자를 잡아다 곁들여 먹겠나이다." 굴 주인이 말했다. "이곳에는 크고 작은 두목을 제하고도 어린 병졸이 오륙백 명이나 되니, 네 마음대로 골라 몇 명이든 데리고 가라. 다만 그 행자를 잡아 내기만 한다면, 우리가 마음 편히 그 중의 살점 한 점을 먹을 수 있으리니, 기꺼이 너와 의형제를 맺으리라. 그러나 그를 잡지 못하고 도리어 너만 다칠까 두렵거니와, 그때는 나를 원망하지 말라."

호랑이 요괴가 말했다. "안심하시오! 안심하시오! 내가 가보겠소." 참으로 정예 어린 요괴 오십 명을 뽑아 북을 치고 깃발을 흔들며, 붉은 구리 칼 두 자루를 차고 문을 박차고 나와 사나운 소리로 크게 외쳤다. "너는 어디서 온 원숭이 중이냐? 감히 이곳에서 큰소리로 떠들며 무얼 하려느냐?" 행자가 욕하며 말했다. "이 가죽 벗길 짐승 같은 놈! 네가 무슨 탈각법을 부려 내 스승님을 채어 갔거늘, 도리어 내게 무얼 묻느냐! 어서 스승님을 잘 모셔 내보내라, 그러면 네 목숨은 살려 주겠느니라!" 호랑이 요괴가 말했다. "네 스승님은 내가 잡아다 우리 대왕의 반찬으로 삼으려 하느니라. 네가 분수를 알거든 돌아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너까지 잡아 한꺼번에 곁들여 먹으리니, '하나를 사고 하나를 덤으로 얻는다'는 격이 아니겠느냐?"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크게 분노하였다. 으드득으드득 강철 어금니를 갈며, 데굴데굴 붉은 눈을 부릅뜨고 쇠몽둥이를 뽑아 들고 호통쳤다. "네 재주가 얼마나 크기에 그런 큰소리를 내느냐! 달아나지 마라! 몽둥이를 받아라!" 그 선봉은 급히 칼을 들어 받쳐 막았다. 이 한바탕 싸움은 참으로 만만치 않아, 둘이 저마다 위력을 드러내었다. 훌륭한 싸움이로다.

그 요괴는 참된 거위 알이요, 오공은 거위 알만 한 돌이로다. 붉은 구리 칼이 미후왕을 받쳐 막으니, 알을 포개어 돌을 치는 격이로구나. 까치가 어찌 봉황과 다투며, 비둘기가 감히 매와 솔개에게 맞서랴. 그 요괴는 바람을 뿜어 재가 산에 가득하고, 오공은 안개를 토해 구름이 해를 가리는구나. 오간 지 서너세 합이 되기도 전에 선봉은 허리가 풀려 힘이 하나도 없더라. 몸을 돌려 패하여 달아나 목숨을 건지려 하였으나, 오공이 죽을 힘으로 몰아붙이는구나.

그 호랑이 요괴가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달아났다. 그놈이 본래 굴 주인 앞에서 큰소리를 친 터라 굴로 돌아가지 못하고 산비탈 위로 곧장 달아나 목숨을 건지려 하였다. 행자가 어찌 놓아주었으랴, 몽둥이를 움켜쥔 채 줄기차게 쫓아가며 휘이잉 휘이잉 고함을 쳐 대니 외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바람을 감춘 산등성이 움푹한 곳까지 이르렀다. 고개를 들어 보니 팔계가 거기서 말을 풀어 놓고 있었다. 팔계가 홀연 휘이잉 하는 고함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보니, 행자에게 패하여 쫓기는 호랑이 요괴였다. 팔계는 말을 내버려 두고 쇠스랑을 들어 비스듬히 머리를 겨누어 한 번 찔렀다. 가련하도다, 그 선봉이여! 몸을 빼내어 노란 그물에서 벗어나려 하였거늘, 어찌 물고기 덮는 사냥꾼을 또 만날 줄 알았으랴. 팔계의 쇠스랑 한 방에 아홉 개 구멍이 뚫려 붉은 피가 솟구치고, 머리통의 골수가 모조리 흘러 말라 버렸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서너 해 전에 정종으로 돌아와, 재를 지내고 채식하며 진공을 깨우쳤노라. 정성으로 당나라 삼장법사를 모시려 하니, 사문에 든 처음에 이 공을 세우는구나.

그 멍청이는 한 발로 그놈의 등허리를 짓밟고 두 손으로 쇠스랑을 휘둘러 다시 찔렀다. 행자가 이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아우여, 바로 그렇게 하는 것이니라! 그놈이 어린 요괴 몇십 명을 거느리고 감히 이 늙은 원숭이와 겨루려 하였거늘, 내게 패하고 나서는 굴로 달아가지 않고 도리어 이리로 달려와 죽을 길을 찾는구나. 네가 받아 주었으니 다행이니라, 그렇지 않았더라면 또 달아났을 것이니라." 팔계가 말했다. "바람을 부려 스승님을 채어 간 놈이 바로 그놈이오?" 행자가 말했다. "그렇다, 그렇다." 팔계가 말했다. "스승님의 행방을 그놈에게 물어 보았소?" 행자가 말했다. "이 요괴가 스승님을 굴 속에 가두어 두고 저 무슨 대왕이라는 놈의 반찬으로 삼으려 하였느니라. 이 늙은 원숭이가 화가 나서 그놈과 여기까지 싸우며 쫓아왔는데, 네가 목숨을 거두게 하였구나. 아우여, 이 공로는 네 것으로 치리라. 너는 말과 행장을 지키고 있어라. 내가 이 죽은 요괴를 끌고 가서 다시 굴 어귀로 가 도전하겠느니라. 모름지기 그 늙은 요괴를 잡아야 스승님을 구할 수 있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형님 말씀이 옳사옵니다. 가시옵소서, 가시옵소서. 만일 그 늙은 요괴를 패배시켜 쫓아오시거든 또 이리로 몰고 오시옵소서, 이 늙은 돼지가 길을 막아 놈을 죽이겠사옵니다." 훌륭한 행자로다. 한 손에 쇠몽둥이를 들고 한 손으로 죽은 호랑이를 끌어당겨 곧장 그 굴 어귀로 나아갔다.

바로 이러하였으니,

법사가 재난을 만나 요괴를 만났거늘, 정과 성품이 서로 어우러져 어지러운 마귀를 항복받는구나.

결국 이렇게 가서 요괴를 항복받고 당승을 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