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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 제23회 삼장불망본(三藏不忘本) · 사성시선심(四聖試禪心)

시에 이르기를,

"법을 받들어 서쪽으로 오니 가는 길은 멀고 아득한데, 가을바람 휘휘 불어 서리꽃을 떨어뜨리는구나. 사나운 원숭이는 굳게 매어 두었으니 그 밧줄을 풀지 말며, 거친 말은 고삐를 부지런히 당길지언정 채찍을 더하지는 말라. 목모와 금공은 본래 스스로 어우러지고, 황파와 적자 또한 본래 다름이 없느니라. 쇠로 된 탄환을 깨물어 열면 참된 소식이 드러나니, 반야바라밀을 따라 저 언덕의 집에 이르리라."

이번 회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경전을 얻으러 가는 도리는 한 몸으로 근본을 힘쓰는 도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스승과 제자 넷은 참된 여여를 환히 깨닫고 티끌의 자물쇠를 단박에 열어 젖혀, 스스로 성해와 유사의 흐름에서 뛰어나와 아무런 걸림도 없이 곧장 큰길을 따라 서쪽으로 왔다. 푸른 산과 맑은 물을 두루 지나고, 들풀과 한가로운 꽃을 아무리 보아도 다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참으로 세월은 빠르니 어느덧 가을도 아홉 달, 단풍잎은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국화는 늦바람을 견디는구나. 늙은 매미는 점점 게을리 울고, 시름에 잠긴 귀뚜라미는 근심이 끝이 없다. 연잎은 비단 부채처럼 찢어지고, 향기로운 감은 금빛 탄환처럼 송이송이 맺혔네. 가련하다, 몇 줄의 기러기여, 점점이 멀리 허공에 줄을 늘어놓았구나.

한창 길을 가는데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제자들아, 이제 날이 또 저물었으니 어디로 가서 묵은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잘못 말씀하셨사옵니다. 출가한 이는 바람을 먹고 물에서 자며, 달을 베개로 서리를 이불로 삼는 법이옵니다. 가는 곳마다 집이 되는 것을, 또 어디서 묵느냐고 물으시니 어찌된 일이옵니까?"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 형님은 걷는 것이 가볍고 편한 줄만 아시지, 남이 무거운 짐에 짓눌리는 것은 어찌 아시옵니까? 유사하를 건넌 뒤로 줄곧 산을 넘고 고개를 넘느라 무거운 짐을 지고 왔사온데 참으로 견디기 어렵사옵니다! 모름지기 인가를 찾아 하나는 차와 밥을 좀 얻어먹고, 둘은 정신을 좀 추슬러야 옳은 도리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멍청아, 네 그런 말을 보니 원망하는 마음이 있는 모양이구나. 아직도 고로장에서처럼 게으름에 기대어 복을 구하지 않던 안일을 누리려는 게지마는, 그렇게는 되지 않으리라.

"바른 사문의 도를 받들었거든 모름지기 고생과 괴로움을 겪어야 비로소 제자 노릇을 할 수 있느니라."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 이 행장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아시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아우야, 너와 사승이 생긴 뒤로는 나는 메어 본 적이 없으니 그 무게를 어찌 알겠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 그 수자나 좀 헤아려 보시옵소서. 누런 등나무 쪽 넷이요, 길고 짧은 밧줄 여덟이옵니다. 또 비를 막으려고 털보를 서너 겹 씌워야 하옵니다. 멜대는 미끄러울까 두려워 양쪽 끝에 못을 박았고, 구리를 두르고 쇠를 단련해 아홉 고리를 단 지팡이에, 대오리와 등나무로 친 커다란 도롱이까지 있사옵니다. 이처럼 많은 행장을 이 늙은 돼지가 홀로 날마다 메고 걷느라 죽을 지경이온데, 형님은 스승님을 따라 제자 노릇을 하시고 나를 머슴으로 부리시니 그게 옳사옵니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멍청아,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한테 하는 말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그러면 나한테 잘못 말했구나. 이 늙은 원숭이는 스승님의 좋고 나쁨만 맡고, 너와 사승은 행장과 말을 맡는 법이니라. 조금이라도 게을리하였다가는 정강이에 먼저 굵은 몽둥이 한 바탕이니라!"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 때린다는 말씀은 마시옵소서. 때리는 것은 힘으로 남을 업신여기는 것이옵니다. 나는 형님의 높고 오만한 성미를 아옵니다. 형님은 틀림없이 메려 하지 않으실 테지만, 스승님이 타시는 말은 그리 크고 살지고 기운이 넘치옵니다. 늙은 중 한 사람만 태우시니 그 말에 몇 짐이라도 지우시면 형제의 정이 아니겠사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네가 그걸 말이라 하느냐! 그는 범속한 말이 아니니라. 본래 서해용왕 오윤의 아들이요, 이름을 용마삼태자라 하느니라. 다만 제멋대로 불을 놓아 전각의 밝은 구슬을 태운 탓에, 그 아비가 불효하다며 고발하여 천조를 범하는 몸이 되었느니라. 관음보살의 은혜로 목숨을 건졌고, 그는 응수도간에서 오래도록 스승님을 기다렸느니라. 또 보살이 몸소 오신 덕에 비늘을 벗기고 뿔을 잘라 내며 목 아래 구슬을 떼어 내고서야 비로소 이 말이 되었으니, 스승님을 태우고 서천으로 가 부처님께 예를 올리기를 원하느니라. 이는 모두가 각자의 공덕이니 네가 그를 끌어들여서는 안 되느니라." 그 말을 들은 사승이 말했다. "형님, 참으로 용이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용이니라."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 옛사람의 말을 들으니, '용은 구름을 뿜고 안개를 내쉬며 흙을 뿌리고 모래를 날린다. 산을 끌어당기고 고개를 굽히는 수단이 있으며, 강을 뒤집고 바다를 휘젓는 신통이 있다' 하였사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놈은 오늘 이리 느릿느릿 걷기만 하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네가 그놈을 빨리 가게 하고 싶거든, 내가 빨리 가는 꼴을 너에게 보여 주마."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여의봉을 한번 쥐어 비틀자 온갖 채색 구름이 솟아났다. 그 말은 몽둥이를 드는 것을 보자 얻어맞을까 두려워 네 발굽이 번개처럼 급해져 휙 달려 나갔다. 스승님은 손에 힘이 풀려 고삐를 당겨 붙들 수 없었고, 그놈의 사나운 성질대로 산비탈을 내달리게 하였다. 한참이나 달리다가 겨우 큰 걸음을 늦추어 걷기 시작하였다. 스승님이 숨을 고른 뒤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니 솔숲 그늘 한 떨기에 몇 채의 집이 들어 있었는데 참으로 웅장하고 훌륭하였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문에는 푸른 측백이 드리웠고, 집은 청산에 바짝 붙었구나. 몇 그루 소나무는 하늘거리고, 몇 대의 대나무는 빼곤하네. 울타리 가의 들국화는 서리를 머금어 곱고, 다리 곁의 그윽한 난초는 물에 비쳐 붉구나. 흙벽은 희게 바르고, 담장은 벽돌로 둘렀네. 높은 집은 장대하고 으리으리하며, 큰 가옥은 맑고 편안하구나. 소도 양도 닭도 개도 보이지 않으니, 가을걷이를 마쳐 농사일이 한가한 모양이로다.

스승님이 고삐를 누르고 천천히 둘러보는데, 오공과 아우들이 이제야 당도하였다. 오정이 말했다. "스승님, 말에서 떨어지지 않으셨사옵니까?" 장로가 꾸짖으며 말했다. "오공 이 망할 원숭이가 말을 놀라게 하였구나. 다행히 내가 그래도 잘 타고 있었던 덕이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나를 꾸짖지 마시옵소서. 모두 저팔계가 말이 느리다고 하기에 그놈을 재촉한 것뿐이옵니다." 멍청이는 말을 쫓느라 급히 걸은 탓에 숨을 헐떡이며 입으로 중얼중얼 투덜거렸다. "죽겠네! 죽겠네! 배는 고프고 허리는 힘이 풀렸는데 짐은 무겁고 메고 오를 수 없는 판에, 또 나를 시켜 말까지 쫓아다니게 하다니!" 장로가 말했다. "제자야, 저쪽을 좀 보아라. 저기 저택이 하나 있으니 우리가 가서 하룻밤 신세를 지면 좋겠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급히 고개를 들어 두루 살펴보니, 과연 저 허공에 경사스러운 구름이 덮이고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하였다. 필시 부처나 신선이 점화한 곳임을 알아차렸으나, 그는 감히 천기를 누설할 수 없어 다만 말했다. "좋소! 좋소! 좋소! 우리 신세를 지러 갑시다."

장로가 급히 말에서 내려 보니 문루 하나가 있었으니, 연꽃을 드리운 코끼리 코 모양에 단청을 올리고 들보를 조각한 집이었다. 사승이 짐을 내려놓고, 팔계가 말을 끌며 말했다. "이 집은 보통을 넘어서는 부유한 집이옵니다." 행자가 곧장 들어가려 하자 삼장법사가 말했다. "안 되느니라. 너와 나는 출가한 몸이니 저마다 혐의를 피해야 하거늘,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되느니라. 우선 그 집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려 예로써 하룻밤 묵기를 청한 뒤에야 들어갈 수 있느니라." 팔계가 말을 매어 놓고 담장 밑에 비스듬히 기대니, 삼장법사는 돌북 위에 앉고 행자와 사승은 기단 가장자리에 앉았다. 오래도록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행자는 성미가 급하여 몸을 일으켜 뛰어 들어가 안을 살펴보니, 남쪽을 향한 큰 청이 세 칸 있고 발은 높이 걷어 올려져 있었다. 병풍 문 위에는 수산복해를 그린 가로 폭 그림 한 폭이 걸려 있고, 양쪽 금칠한 기둥에는 큰 붉은 종이에 쓴 춘련 한 폭이 붙어 있었는데, 그 위에 적힌 글은 이러하였다.

가는 버드나무 가지가 평교의 저녁에 흩날리고, 향기로운 매화에 점점이 내린 눈이 작은 뜰에 봄을 알리는구나.

한가운데에는 광을 죽인 칠흑 향탁 하나가 놓여 있고, 그 위에 옛 청동 짐승 모양 향로가 놓여 있었다. 그 앞에 교의 여섯 개가 놓여 있고, 양쪽 산머리에는 사계절을 그린 걸개 병풍이 걸려 있었다.

행자가 몰래 엿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문 안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늙은 듯 늙지 않은 부인 하나가 걸어 나와 교태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사람이기에 감히 내 과부의 문을 함부로 들어오느뇨?" 대성이 깜짝 놀라 연신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소승은 동토 대당에서 왔사옵니다. 황제의 명을 받들어 서방으로 가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경전을 구하러 가는 길이옵니다. 일행이 넷이옵니다. 보배로운 곳을 지나다 날이 이미 저물었사옵니다. 특별히 노보살의 댁을 찾아와 하룻밤 묵기를 청하옵니다." 그 부인이 웃는 낯으로 맞으며 말했다. "장로시여, 그 세 분은 어디 계시느뇨? 어서 모셔 오너라." 행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스승님, 들어오시옵소서." 삼장법사가 팔계와 사승과 함께 말을 끌고 짐을 메고 들어갔다. 그 부인이 청으로 나와 맞이하는 것이 보였다. 팔계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슬쩍 훔쳐보았는데, 그 여인의 차림새가 어떠했는지 보라.

금실을 짠 관록 빛 모시 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엷은 홍색 배자를 걸쳤으며, 채색을 매듭지은 아황 비단 치마를 두르고 그 아래로 높은 굽 꽃신이 비치는구나. 유행하는 쪽진 머리에 검은 사개를 덮었으니 두 빛깔 용을 휘감은 머리채와 어울리고, 궁중식 상아 빗에 붉은 비취가 번쩍이며 두 가닥 붉은 금비녀를 비스듬히 꽂았네. 구름 같은 귀밑머리는 반쯤 희여 봉황의 날개를 펴는 듯하고, 귀고리에는 보배 구슬이 나란히 드리웠구나. 연지와 분을 바르지 않아도 스스로 아름답고, 그 풍류는 오히려 젊은 시절 그대로로다.

그 부인은 세 사람을 보자 더욱 기뻐하며 예로 청하여 청방으로 들어가게 하고, 하나하나 인사를 마친 뒤 각자 자리를 정해 앉아 차를 대접하였다. 병풍 뒤에서 홀연 쌍동머리에 실을 드리운 여종 하나가 나타나 금쟁반과 백옥 잔을 받쳐 들고 나왔는데, 향기로운 차는 따뜻한 기운을 내뿜고 기이한 과일은 그윽한 향기를 흩날렸다. 그 여종은 채색 소매를 걷어 올려 봄 죽순 같은 가늘고 긴 손가락을 드러내고, 옥잔을 받쳐 들어 차를 올리며 그들에게 하나하나 절을 하였다. 차를 마치니 또 공양을 차리라 분부하였다. 삼장법사가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노보살이시여, 성함이 어떠하시옵니까? 이곳은 어느 지명이옵니까?" 부인이 말했다. "이곳은 서우하주 땅이니라. 소부인은 친정 성이 가가이요, 시집 성이 막이니라. 어려서 불행히도 시부모를 일찍 여의고, 남편과 함께 조상의 업을 지켜 왔느니라. 집안 재산이 만금이요, 좋은 논밭이 천 경이니라. 부부는 명에 자식이 없어 딸아이 셋만 낳았느니라. 재작년에 크게 불행하여 남편마저 여의었으니, 소부인은 과부가 되어 금년으로 상복을 벗었느니라. 텅 비게 남은 논밭과 집안 산업을 물려줄 친족이 하나도 없어, 다만 나와 딸들이 이어받았느니라. 다른 이에게 시집을 가자니 또한 집안 살림을 버리기 어렵구나. 마침 장로께서 내려오시니 스승과 제자 넷이신 듯하니라. 소부인 모녀가 넷이요, 산에 앉아 사위를 맞고자 하니 네 분이 꼭 들어맞는구나. 높으신 뜻이 어떠하신지 모르겠노라." 삼장법사가 그 말을 듣고 귀먹은 체 벙어리인 체하며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힌 채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부인이 말했다. "이 집에는 수전이 삼백여 경이요, 한전이 삼백여 경이며, 산과 과수원이 삼백여 경이니라. 누런 물소가 일천여 마리요, 노새와 말은 떼를 이루며 돼지와 양은 셀 수 없느니라. 동서남북에 장원과 목장이 모두 예순에서 일흔 곳이니라. 집안에는 팔구 년을 두고 써도 다 못 쓸 곡식이 있고, 십 년을 두고 입어도 다 못 입을 능라가 있으며, 평생을 써도 다 못 쓸 금은이 있으니 비단 휘장에 봄을 감춘다 한들 무엇이 부러우랴. 금비녀를 두 줄로 꽂은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 그대 사도들이 만일 마음을 돌이켜 초라한 이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온다면, 편안하고 자유롭게 영화를 누릴 것이니, 서쪽으로 가며 고생하는 것만 못하겠느냐?" 그러나 삼장법사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멍하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부인이 말했다. "나는 정해년 삼월 초사흘 유시에 태어났느니라. 죽은 남편은 나보다 세 살이 많았고, 나는 금년 마흔다섯이니라. 큰딸은 이름이 진진이요 금년 스무 살이며, 둘째는 애애라 하여 금년 열여덟이요, 세째 딸은 련련이라 하여 금년 열여섯이니, 모두 아직 혼처가 정해지지 않았느니라. 소부인은 못생겼으나 다행히 딸들에게는 제법 용색이 있고, 바느질과 길쌈도 못 하는 것이 없느니라. 선친에게 아들이 없어 그들을 아들처럼 기르며, 어릴 적에 유가의 책도 좀 읽혔더니 시를 짓고 대구를 맞추는 것도 다 아느니라. 산장에 산다고는 하나 그리 천박한 부류는 아니니, 장로 여러분께 짝할 만하리라 생각하느니라. 마음을 열어 머리를 기르고 이 집의 가장이 되어 준다면, 비단을 입고 능라를 걸치니 질그릇 바리때와 검은 승복, 눈빛 신과 구름 삿갓보다 훨씬 낫지 않으리오!"

삼장법사는 윗자리에 앉아 천둥에 놀란 아이처럼, 비에 젖은 두꺼비처럼 멍하니 앉아 흰자위를 뒤집은 채 몸을 뒤로 젖히고 있을 뿐이었다. 저팔계는 이런 부귀와 이런 미색을 듣자마자 마음이 간지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의자에 앉아서는 마치 바늘로 엉덩이를 찌르는 듯이 이쪽으로 비틀 저쪽으로 비틀 하며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 스승님의 소매를 한 번 잡아당기며 말했다. "스승님! 이 부인이 말씀을 올리는데 어찌하여 못 본 체만 하시옵니까? 좋도록 대답이나 한 마디 하시는 것이 옳지 않사옵니까?" 스승님이 홀연 고개를 들고 "이크!" 하고 소리치며 팔계를 물리쳤다. "이놈아! 우리는 출가한 사람이거늘, 어찌 부귀에 마음을 움직이고 미색에 뜻을 두어 무슨 도리를 이루겠느냐!"

그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가련하구나! 가련하여라! 출가한 이에게 무슨 좋음이 있느뇨?" 삼장법사가 말했다. "여보살이시여, 그대는 세속에 사는 몸이온데 무슨 좋음이 있사옵니까?" 그 부인이 말했다. "장로여, 앉으시라. 내 세속 사람이 누리는 좋은 점을 그대에게 들려주마. 어찌 그러한지 보이느냐?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봄에는 방승을 마름질하여 새 능라를 입고, 여름에는 가벼운 사를 갈아입고 푸른 연꽃을 감상하네. 가을에는 새로 빚은 향기로운 찹쌀술이 있고, 겨울에는 따뜻한 누각에서 얼굴 붉게 취하느니라. 사시사철 누리는 것이 하나하나 다 있고, 여덟 절기의 진귀한 음식도 가지가지 많구나. 비단을 깔고 능라를 편 화촉의 밤이여, 발우를 들고 미타를 예배하며 걷는 길보다 나으니라."

삼장법사가 말했다. "여보살이시여, 그대는 세속에서 영화를 누리고 부귀를 받으며, 입을 것이 있고 먹을 것이 있어 자녀가 둥글게 모였으니 과연 좋사옵니다. 그러나 나처럼 출가한 사람에게도 또한 한 가닥 좋은 점이 있사옵니다. 어찌 그러한지 보이시겠사옵니까?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출가하여 뜻을 세움은 본래 예사롭지 않으니, 옛날의 은애당을 밀어 넘기고, 밖의 물건으로 쓸데없는 입과 혀를 낳지 않으며, 몸 안에는 스스로 좋은 음양이 있느니라."

"공을 마치고 행을 채워 금궐에 조회하고, 성품을 보고 마음을 밝혀 고향으로 돌아가나니, 집에 있으면서 피와 고기를 탐하는 것보다 나으니라. 늙어서는 썩은 가죽 부대로 떨어지고 마느니라."

그 부인이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며 말했다. "이 파렴치한 중이 무례하구나! 내가 그대가 동토에서 멀리 왔음을 보아 준다면 모를까, 마땅히 꾸짖어 내쫓았으리라. 나는 도리어 참된 마음과 진실한 뜻으로 집안의 살림을 들어 너희를 데릴사위로 삼으려 하거늘, 너는 도리어 말로 나를 상하게 하는구나. 네가 계를 받고 원을 세워 영원히 환속하지 않는다 한들, 네 아래 사람 하나쯤은 내 집에서도 맞을 수 있느니라. 너는 어찌하여 이리도 법에 얽매이느냐?"

삼장법사는 부인이 성내는 것을 보고 하는 수 없이 공손하고 부드럽게 불렀다. "오공아, 네가 여기 있거라." 행자가 말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그런 일을 할 줄 모르나이다. 팔계를 여기 있게 하옵소서." 팔계가 말했다. "형님, 남을 골탕 먹이지 마시옵소서. 모두 함께 길게 의논합시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너희 둘이 못 하겠다면 오정을 여기 있게 하겠다." 사승이 말했다. "스승님,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 제자는 보살의 권화를 입어 계행을 받고 스승님을 기다렸사옵니다. 스승님께서 거두어 주신 뒤로 또 가르침을 받았사옵니다. 스승님을 따른 지 두 달도 되지 않았고 반 푼의 공덕도 쌓지 못하였사온데, 어찌 감히 이런 부귀를 탐하겠사옵니까!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서천으로 가겠사옵니다. 결코 이런 마음 속이는 일은 하지 않겠나이다." 그 부인은 그들이 사양하며 마다하는 것을 보고 급히 몸을 돌려 병풍 안으로 들어가며, 쾅 하고 쪽문을 닫아 버렸다. 스승과 제자들은 바깥에 버려진 채 차도 밥도 끊겼고, 다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저팔계는 속이 타들어 가며 삼장법사를 원망하여 말했다. "스승님은 일을 너무도 모르시옵니다. 말을 모조리 막아 버리셨사옵니다. 좋도록 여지를 좀 남겨 두시고 얼버무려 대답하시어 그 집의 공양이나 얻어먹고, 오늘 밤이나마 한밤의 즐거움을 누리시면 될 것을, 내일 허락하느냐 마느냐는 우리에게 달린 일이옵니다. 이렇게 문을 닫고 나오지 않으니 우리가 찬 재와 식은 부뚜막으로 하룻밤을 어찌 지내옵니까!"

오정이 말했다. "둘째 형님, 그 집에 가서 사위가 되시지요." 팔계가 말했다. "아우야, 나를 골탕 먹이지 마라. 길게 의논하자." 행자가 말했다. "의논은 무슨 의논이냐? 네가 그러겠다면 스승님과 그 부인을 사돈으로 삼고, 너는 처가로 들어가는 사위가 되어라. 그 집은 이처럼 재물과 보배가 있으니 틀림없이 혼수까지 얹어 주며 친척을 모아 잔치를 벌일 것이니, 우리도 좀 덕을 보리라. 네가 여기서 환속하면 두 가지가 다 아름답지 않으냐?" 팔계가 말했다. "말이야 그렇게 할 수 있사옵니다만, 내가 속세를 벗었다가 또 속세로 돌아가니 아내를 두고 다시 아내를 얻는 격이옵니다."

사승이 말했다. "둘째 형님에게 형수가 있었단 말이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너는 그를 아직 모르는구나. 그는 본래 오사장 고로아장 고태공의 사위였느니라. 이 늙은 원숭이에게 항복을 받은 뒤에 보살의 계행을 받았으나 하는 수 없이 내가 그를 붙잡아 중이 되게 하였느니라. 그리하여 옛 아내를 버리고 스승님을 따라 서쪽으로 가 부처님께 예를 올리게 되었느니라. 헤어진 지 오래되어 그 짓이 다시 생각났던 모양인데, 방금 이 짓을 듣고 보니 끊어졌던 마음이 다시 일어났구나. 멍청아, 너 이 집안의 사위가 되어라. 다만 이 늙은 원숭이에게 절을 몇 번 더 하면, 내가 너를 고발하지는 않으련다."

그 멍청이가 말했다. "허튼 소리! 허튼 소리! 모두가 이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 어찌 이 늙은 돼지만 망신을 시키느냐? 속담에 '중은 색 가운데 굶주린 귀신'이라 하였느니라. 그 누가 그러지 않으랴? 모두 이렇게 꾸물거리며 점잔을 빼느라 좋은 일을 모조리 깨뜨리고 있구나. 이제 차물조차 구경하지 못하고 등불도 돌보는 이가 없으니, 이 밤을 견뎌 낸다 한들 저 말이 내일은 사람을 태우고 또 길을 걸어야 하거늘, 이 밤까지 굶긴다면 가죽이나 벗길 판이니라. 너희는 앉아 있거라. 이 늙은 돼지가 가서 말을 풀어 놓고 오마." 그 멍청이는 성급하게 고삐를 풀고 말을 끌고 나갔다.

행자가 말했다. "사승아, 너는 스승님을 모시고 여기 앉아 있거라. 이 늙은 원숭이가 그놈을 따라가 어디로 말을 풀러 가는지 보겠느니라." 삼장법사가 말했다. "오공아, 가서 보는 것은 좋으되, 다만 그를 놀려 대기만 해서는 안 되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알고 있사옵니다." 이 대성이 청방을 나서자 몸을 한번 흔들어 변신하여 붉은 잠자리로 둔갑하고는 앞문을 날아 나가 팔계를 따라잡았다.

그 멍청이는 말을 끌고 가면서 풀이 있는 곳에서도 풀을 뜯어 먹게 하지 않고, "덥, 덥, 츠, 츠" 소리를 내며 말을 재촉하여 뒷문 쪽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그 부인이 세 딸을 데리고 뒷문 밖에 한가로이 서서 국화를 보며 놀고 있었다. 모녀가 팔계가 오는 것을 보자 세 딸은 휙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부인은 문 앞에 우뚝 서서 말했다. "어린 장로는 어디로 가느뇨?" 이 멍청이는 고삐를 내던지고 앞으로 나아가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어머니! 저는 말을 풀러 왔나이다." 그 부인이 말했다. "네 스승은 너무 약삭빠르구나. 내 집에 사위로 들어오면, 걸식하는 중이 되어 서쪽 길을 헤매는 것보다 낫지 않으랴?"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당나라 임금의 뜻을 받들었사오니 감히 임금의 명을 어기지 못하여 이 일을 하려 하지 않사옵니다. 방금 앞청에서 모두 나를 골탕 먹였사옵니다만, 나 또한 위아래가 다 어려워 다만 어머니께서 내 주둥이가 길고 귀가 크다고 싫어하실까 두렵사옵니다." 그 부인이 말했다. "나는 싫어하지 않느니라. 다만 집안에 가장이 없어 하나를 맞는 것은 도리어 괜찮으련만, 작은딸이 좀 못생겼다고 싫어할까 염려되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어머니, 따님께 잘 일러 주시옵소서. 이리 까다롭게 사위를 고르지 말라고 하시옵소서. 내가 보건대 저 당승은 인물이 준수하나 실은 쓸모가 없사옵니다. 나는 못생겼으나 못생긴 대로 몇 마디 자랑하는 말이 있사옵니다." 부인이 말했다. "무엇이라 하려느냐?" 팔계가 말했다.

"내 인물은 못생겼으나 부지런하여 공이 있나이다. 천 경의 땅을 말하자면 소를 부려 갈 것도 없사옵니다. 쇠스랑 한번 휘두르면 씨를 뿌려 제때에 싹이 나옵니다. 비가 없으면 비를 빌 수 있고, 바람이 없어도 바람을 부를 수 있나이다. 집이 낮다 하시면 두세 층을 더 올리면 되옵니다. 땅이 쓸리지 않았으면 쓸어 드리고, 도랑이 막혔으면 뚫어 드리리다. 살림의 크고 작은 온갖 일이며, 하늘을 차고 우물을 뒤집는 일까지 내가 다 할 수 있나이다."

그 부인이 말했다. "살림을 그만큼 해 낼 수 있다면, 다시 네 스승과 의논하여 보아라. 거북할 것이 없거든 너를 사위로 맞으마." 팔계가 말했다. "의논할 것 없사옵니다. 그이는 내 친부모도 아니시오니, 하느냐 마느냐는 다 내게 달렸나이다." 부인이 말했다. "좋다, 좋다. 내 작은딸에게 말해 보마." 부인이 휙 안으로 들어가며 쾅 하고 뒷문을 닫는 것이 보였다. 팔계는 말을 풀지도 않고 앞으로 끌고 왔다.

어찌 알았으랴, 손대성이 이미 하나하나 다 알고 있었다. 그는 날개를 돌려 날아와 본모습으로 나타나 먼저 당승을 보고 말했다. "스승님, 오능이 말을 끌고 옵니다." 장로가 말했다. "말을 끌지 않으면 날뛰어 달아날까 걱정이로구나." 행자가 웃음을 터뜨리며 그 부인과 팔계가 주고받은 밀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바탕 이야기하였다. 삼장법사는 믿는 듯 믿지 않는 듯하였다.

잠시 뒤 멍청이가 말을 끌고 와 매어 두는 것이 보이자 장로가 말했다. "말을 풀었느냐?" 팔계가 말했다. "좋은 풀이 없어 풀어 놓을 곳이 없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풀어 놓을 곳이 없다면 끌어 둘 곳은 있느냐?" 멍청이는 그 말을 듣고 제 비밀이 새어 나갔음을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숙이고 목을 비틀며 입을 내밀고 눈썹을 찌푸린 채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쪽문이 열리더니 붉은 등 두 쌍과 술병 든 이 하나가 보이고, 향기로운 구름이 자욱하고 패옥이 쟁쟁 울리는 가운데 그 부인이 세 딸을 데리고 걸어 나와 진진과 애애와 련련을 불러 경을 구하러 가는 사람들에게 절을 올리라 하였다. 그 처녀들은 청 가운데에 나란히 서서 윗쪽을 향해 절을 올렸다. 과연 아리따운 모습이었으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하나하나 눈썹은 푸른빛을 그었고, 분칠한 얼굴에는 봄이 어려 있구나. 요염함은 나라를 기울일 미색이요, 요조함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구나. 꽃비녀는 다정한 태도를 드러내고, 수놓은 띠는 바람에 날려 속세를 벗어났구나. 반쯤 웃음을 머금은 곳에는 앵두가 벌어지고, 천천히 걸어갈 때에는 난사향이 뿜어지네. 머리에는 주옥이 가득하여 수많은 보배 비녀가 떨리고, 온몸에는 그윽한 향기가 어려 꽃이 금실로 촘촘히 수놓였구나. 초나라 미녀의 고운 얼굴이며 서자의 고운 자태를 무슨 말로 논하리오? 참으로 구천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온 듯하고, 달 속 항아가 광한궁에서 나온 듯하구나!

삼장법사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고, 손대성은 못 본 체하였으며, 사승은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 그런데 저팔계를 보라. 눈은 한곳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음심은 어지러이 일며 색을 탐하는 담력은 제멋대로였다. 몸을 비틀거리며 슬그머니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녀께서 내려오시느라 수고로우시옵니다. 어머니, 누나들을 모시고 가시옵소서." 그 세 처녀는 병풍 안으로 들어가며 사등잔 한 쌍을 남겨 두었다. 부인이 말했다. "장로 네 분이여, 마음을 두실 뜻이 있거든 내 딸에게 어느 분을 짝지우시겠느뇨?" 오정이 말했다. "우리는 이미 의논을 마쳤사옵니다. 저 돼지 성을 가진 이를 문하에 데릴사위로 들이시옵소서." 팔계가 말했다. "아우야, 나를 골탕 먹이지 마라. 다시 모두의 뜻을 따라 의논하자." 행자가 말했다. "또 무슨 의논이냐? 너는 이미 뒷문 앞에서 말을 맞추어 단단히 정해 놓고 '어머니'까지 다 불렀거늘, 다시 무슨 의논이 있느냐? 스승님이 사돈이 되고 이 늙은이가 여자 사돈이 되며, 이 늙은 원숭이가 혼인을 보증하고 사승이 중매를 서마. 굳이 책력을 살펴볼 것도 없이 오늘이 바로 하늘이 내린 상서롭고 길한 날이니, 너는 스승님께 절을 하고 들어가 사위가 되어라." 팔계가 말했다. "안 되네! 안 되네! 어디 감히 이런 짓을 하겠나!"

행자가 말했다. "멍청아, 감추려 들지 마라. 네 그 입으로 '어머니'를 얼마나 불렀느냐? 무슨 안 되기는 또 무엇이 안 되느냐? 어서 승낙하고 우리에게도 잔치술을 얻어먹게 하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니라." 그는 한 손으로 팔계의 멱살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 부인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사돈어멈, 사위를 데리고 들어가시지요." 그 멍청이는 발을 주춤주춤 내딛으며 어디론가 가려 하였다. 그 부인은 곧 동자를 불렀다. "탁자와 의자를 닦고 저녁 공양을 차려 사돈 세 분을 대접하라. 나는 사위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마." 한편으로는 또 주방 일꾼에게 분부하여 잔치를 베풀고 내일 아침에 친척을 만나게 하였다. 그 동자들은 명을 받고 물러갔다. 세 사람은 공양을 먹고 급히 자리를 깔아 모두 객사에서 묵었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 두겠다.

말하자면, 저팔계는 장모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는데, 한 겹 한 겹 방이 얼마나 많은지,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문지방에 발이 걸리기만 하였다. 멍청이가 말했다. "어머니, 좀 천천히 가시옵소서. 나는 이 안의 길이 낯설어요니 좀 이끌어 주시옵소서." 그 부인이 말했다. "이곳은 모두 창고와 곳간과 방아간인데, 아직 부엌 쪽에도 이르지 못하였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집이 참으로 크구려!"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모퉁이를 돌고 돌아 또 한참을 걸어서야 비로소 안채 방에 이르렀다. 그 부인이 말했다. "사위야, 네 사형이 오늘이 하늘이 내린 상서롭고 길한 날이라 하여 너를 데리고 들어오라 하였느니라. 다만 갑작스러운 터라 음양을 보는 이를 청하지 못하였으니, 절을 올리고 휘장을 치는 예를 갖추지 못하니 네가 윗쪽을 향해 여덟 번 절을 하거라." 팔계가 말했다.

"어머니, 어머니 말씀이 옳사옵니다. 어머니께서 윗자리에 앉으시옵소서. 내가 절을 몇 번 올려 절을 올리는 예도 되고 사돈께 감사하는 예도 되니,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면 일이 절약되지 않사옵니까?" 그 장모가 웃으며 말했다. "좋다, 좋다. 과연 일을 줄일 줄 아는 살림꾼 사위로구나. 내 앉아 있을 터이니 네가 절하여라." 오호라! 온 집 안에 은촛불이 휘황한데, 이 멍청이는 윗쪽을 향해 절을 올리고 나서 말했다. "어머니, 어느 누나를 나에게 짝지워 주시겠나이까?" 그 장모가 말했다. "바로 그것이 어려움이니라. 큰딸을 너에게 주자니 둘째가 섭섭해할 것이요, 둘째를 너에게 주자니 셋째가 섭섭해할 것이며, 셋째를 너에게 주자니 또 큰딸이 섭섭해할 터이니, 끝내 망설이며 정하지 못하였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어머니, 서로 다툴까 두려우시거든 모두 나에게 주시옵소서. 떠들썩하게 다투어 집안 법을 어지럽히는 것보다 낫지 않사옵니까?" 그 장모가 말했다. "어찌 그런 이치가 있느냐! 네가 한몸으로 내 딸 셋을 다 차지하겠단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 누가 세 방네 처 첩이 없사옵니까? 몇이 더 된다 한들 사위인 내가 웃으며 받아들이겠나이다. 나는 어릴 적에 밤을 견디는 법도 배웠사오니, 틀림없이 하나하나 기쁘게 모시겠나이다." 그 부인이 말했다. "안 되느니라! 안 되느니라! 내게 손수건 한 장이 있으니 그것을 머리에 이고 얼굴을 가린 채 천혼 맞추기를 하여라. 내 딸들이 네 앞을 지나가게 할 터이니, 네가 손을 뻗어 잡아 넘어뜨리는 그 아이를 네게 짝지워 주마." 멍청이는 말을 따라 손수건을 받아 머리에 이었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어리석어 본디 연유를 알지 못하니, 색의 칼이 몸을 상하게 하고 그윽이 스스로 그치느니라. 예로부터 주공의 예가 있음을 믿어 왔거늘, 오늘 신랑은 머리에 가리개를 썼구나.

그 멍청이는 머리를 단단히 동여맸다. 그러고는 말했다. "어머니, 누나들을 나오라 하시옵소서." 그 장모가 불렀다. "진진, 애애, 련련, 모두 나와 천혼 맞추기를 하여라. 너희 사위에게 짝지워 줄 터이니." 그러자 패옥 소리가 쟁쟁 울리고 난사향이 향기롭게 퍼지며 선녀들이 오가는 듯한데, 그 멍청이는 정말로 손을 뻗어 사람을 움켜쥐려 하였다. 양쪽으로 마구 휘저어 보았으나 왼쪽으로도 잡히지 않고 오른쪽으로도 잡히지 않았다. 오락가락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으나 하나쯤 잡아 보려 해도 잡을 수가 없었다. 동쪽으로 휘저으면 기둥을 껴안고, 서쪽으로 휘저으면 널벽을 더듬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어지러워 서 있지도 못하고 자꾸만 넘어졌다. 앞으로 나가면 문짝을 차고 뒤로 물러나면 벽돌담에 부딪쳤다.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넘어져 입술은 부었고 이마는 퍼렇게 멍이 들었다. 멍청이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헐떡거리며 말했다. "어머니! 따님들이 이리도 약삭빠르니 하나도 잡지 못하였사옵니다.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어찌하면 좋단 말이옵니까!"

그 부인이 그의 가리개를 벗겨 주며 말했다. "사위야, 내 딸들이 약삭빠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모두 서로 양보하며 너를 사위로 맞지 않으려 하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어머니, 그들이 나를 맞지 않으려 한다면 어머니께서 나를 맞아 주시옵소서." 그 부인이 말했다. "이런 사위 같으니라고! 위아래도 없이 장모까지 탐내다니! 내 이 세 딸은 마음씨가 가장 영특하여 저마다 진주를 박은 비단 적삼을 한 벌씩 지었느니라. 네가 그중 어느 아이의 것을 입을 수 있으면 바로 그 아이를 너에게 주마." 팔계가 말했다.

"좋소! 좋소! 좋소! 세 벌을 다 가져오시옵소서. 내가 입어 보아 모두 맞거든 모두를 다 사위로 삼으라 하시옵소서." 그 부인은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 벌만 꺼내어 팔계에게 건네주었다. 그 멍청이는 푸른 비단 장삼을 벗어 놓고 적삼을 받아 몸에 걸쳤으나 아직 띠를 매기도 전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넘어졌다. 알고 보니 여러 가닥의 밧줄이 단단히 옭아매고 있었다. 그 멍청이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는데, 그 사람들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말하자면, 삼장법사와 행자와 사승은 한숨 자고 나서 어느새 동쪽 하늘이 밝아 오는 것을 보았다. 홀연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그 큰 집도 높은 청도 없었고 단청을 올리고 들보를 조각한 집도 아니었으며, 하나하나가 모두 솔과 측백나무 숲 속에 누워 있었다. 장로는 깜짝 놀라 급히 행자를 불렀고, 사승이 말했다. "형님, 큰일이옵니다! 큰일이옵니다! 우리가 귀신을 만났사옵니다!" 손대성은 속으로 알면서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장로가 말했다. "우리가 어디에 누워 있는지 좀 보아라!" 행자가 말했다. "이 솔숲 아래에서 누운 것은 오히려 유쾌하옵니다만, 저 멍청이가 어디서 고생하고 있을지 모르겠사옵니다." 장로가 말했다. "누가 고생을 한단 말이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어제 그 집의 모녀들이 어디의 보살인지는 모르나 이곳에서 우리에게 모습을 나타내어 보이셨다가 한밤중에 가 버리신 모양이옵니다. 다만 저팔계만 고생을 하는구려." 삼장법사가 그 말을 듣고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렸는데, 또 저 뒤편 늙은 측백나무 위에 무엇이 펄럭이며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사승이 급히 가서 가져다 스승님께 보여 드리니, 여덟 구절의 송자였는데 이러하였다.

"여산노모는 범심을 일으키지 않았건만, 남해의 보살이 산에서 내려오기를 청하였도다. 보현과 문수 또한 모두 객이 되어, 아리따운 여인으로 화하여 숲 속에 있느니라. 성스러운 승려는 덕이 있어 오히려 속됨이 없거늘, 팔계는 선이 없어 더욱 범속하도다. 이제부터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름지기 잘못을 고치라. 만일 게을리하고 소홀히 하면 길이 어려우리라!"

장로와 행자와 사승이 이 송자를 소리 내어 읽고 있는데, 숲 깊은 곳에서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스승님! 죄어 죽이겠사옵니다! 나를 좀 구해 주시옵소서! 다음에는 다시는 감히 그러지 않겠나이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오공아, 저 외치는 것이 오능이냐?" 사승이 말했다. "바로 그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동생아, 그를 거들떠보지도 말고 우리 가자." 삼장법사가 말했다. "저 멍청이는 마음이 어리석고 완고하나 다만 한결같이 우직할 뿐이요, 또한 제법 힘이 있어 행장을 멜 수 있느니라. 당초 보살의 뜻을 헤아려 그를 구해 우리와 함께 가게 하자. 이후로는 다시는 감히 그러지 않으리라." 그 사화상은 자리를 걷어 행장을 수습하였고, 손대성은 고삐를 풀어 말을 끌고 당승을 인도하여 숲으로 들어가 찾아보았다. 오호라! 바로 이것이로다.

바른 길을 따라 닦고 지킴에는 모름지기 삼가야 하나니, 애욕을 쓸어 버리면 스스로 참된 데로 돌아가리라.

결국 그 멍청이의 길흉이 어떠할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