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이르기를,
망상은 억지로 없애려 한다고 사라지지 않고, 진여는 어찌 구태여 바라야 하리오. 본래의 자성은 부처님 앞에서 닦는 것이니, 미혹과 깨달음이 어찌 앞뒤에 자리하리오. 깨달으면 찰나에 바르게 이루어지고, 미혹하면 만 겁의 흐름에 가라앉느니라. 만일 한 생각으로 참된 수행에 합할 수 있다면, 항하사의 모래알 같은 죄의 때도 남김없이 멸하리라.
말하자면, 저팔계와 사승이 괴물과 서른 합을 겨루었건만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어찌하여 승부가 갈리지 않았느냐 하면, 재주를 겨룬다면 두 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스무 명이 나선다 해도 그 요괴를 당해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삼장법사의 목숨이 죽을 운명이 아니었으므로, 어둠 속에서 호법신기들이 그를 지켜 주고 있었고, 허공에는 또 육정육갑과 오방게제와 사치공조와 열여덟 호교가람이 있어 저팔계와 사승을 돕고 있었다.
한편 그 장로는 굴 속에서 슬피 울며 제자들을 생각하다가 눈물 흘리며 말했다. “오능아, 네가 어느 마을에서 선한 벗을 만나 시주받는 공양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지 알 수 없구나! 오정아, 너는 또 어디에서 그를 찾고 있는지, 만날 수나 있겠느냐? 내가 요괴를 만나 이곳에서 재난을 당하고 있음을 어찌 알겠느냐! 어느 때에나 너희를 만나 큰 재난에서 벗어나 일찍 영산으로 갈 수 있으랴!” 장로가 슬피 울며 근심하고 있는데, 문득 굴 안에서 어떤 부인이 걸어 나와 정혼 말뚝을 짚고서 불렀다. “장로여, 그대는 어디서 왔기에 그에게 이렇게 묶여 있느냐?” 장로가 그 말을 듣고 눈물 젖은 눈으로 가만히 그 부인을 살펴보니 서른 살가량 되어 보였다. 이에 말했다. “여보살이시여, 더 물으실 것 없소. 나는 이미 죽을 몸이 되어 그대의 집 안으로 걸어 들어온 것이오. 잡아먹으려거든 어서 잡아먹으시오. 무엇을 또 물으신단 말이오?” 그 부인이 말했다. “나는 사람을 잡아먹는 이가 아니니라. 내 집은 이곳에서 서쪽으로 내려가 삼백여 리 되는 곳에 있느니라. 그곳에 보상국이라 불리는 성이 있느니라. 나는 그 나라 국왕의 세째 공주이며, 젖먹이 적 이름은 백화수라 하느니라. 십삼 년 전 팔월 보름날 밤에 달을 구경하다가 이 요괴가 일으킨 사나운 바람에 이리로 낚이듯 끌려 와, 그와 십삼 년을 부부로 지내었느니라. 이곳에서 자식을 낳아 기르며 조정에는 소식조차 끊겼으니, 내 부모를 그리워해도 만나 뵐 수가 없느니라. 그대는 어디서 오다가 그에게 붙들렸느냐?” 삼장법사가 말했다. “소승은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파견된 자이오. 한가롭게 거닐다가 뜻하지 않게 이곳까지 잘못 들어왔소. 이제 내 두 제자까지 붙잡아 함께 쪄 먹으려 하는 모양이오.” 그 공주가 웃으며 말했다. “장로여, 마음을 놓으시오. 그대가 경을 구하러 가는 이라면 내가 그대를 구할 수 있느니라. 저 보상국은 그대가 서쪽으로 가는 큰길 위에 있느니라. 내 부모에게 편지 한 장을 전해 준다면, 내가 그로 하여금 그대를 용서하게 하리라.” 삼장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보살이시여, 소승의 목숨을 구해 주신다면 기꺼이 편지를 전하는 이가 되겠나이다.”
공주가 급히 뒤로 돌아가 곧 집으로 보내는 편지 한 장을 써서 단단히 봉한 뒤, 말뚝 앞으로 가 삼장법사를 풀어 주고 편지를 건네주었다. 삼장법사가 풀려나 편지를 두 손에 받들고 말했다. “여보살이시여, 목숨을 살려 주신 은혜 깊이 감사하옵니다. 소승이 이대로 가며 귀한 곳을 지나면 틀림없이 국왕 전하께 전하겠나이다. 다만 세월이 오래 흘러 그대의 부모가 서로 알아보려 하지 않으면 어찌하오리까? 부디 소승이 거짓말을 하였다고 괴이하게 여기지 마옵소서.” 공주가 말했다. “상관없느니라. 내 부왕은 아들이 없고 나와 자매 셋만 두셨으니, 이 편지를 보시면 틀림없이 알아보려 하시리라.” 삼장법사는 집으로 보내는 편지를 소매에 단단히 넣고 공주에게 사례한 뒤 밖으로 나가려 하다가, 공주에게 붙들렸다. 공주가 말했다. “앞문으로는 나갈 수 없느니라! 크고 작은 요정들이 모두 문 밖에서 깃발을 흔들고 함성을 지르며 북을 치고 징을 울려 대왕을 돕고 있으니, 그대의 제자들과 싸우고 있느니라. 그대는 뒤문으로 가시오. 만일 대왕이 붙잡는다면 심문이라도 해 보겠지만, 작은 요정에게 붙들리면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산 채로 그대의 목숨을 해칠까 두렵느니라. 내가 그의 앞으로 가서 편의를 봐 주겠노라. 만일 대왕이 그대를 놓아준다면, 그대의 제자가 분부를 받아 그대를 찾아 함께 가게 될 것이니라.” 삼장법사가 그 말을 듣고 머리를 조아리며 삼가 분부대로 하겠노라 하고는, 공주에게 작별하고 뒤문 밖으로 빠져나왔다. 감히 제 스스로 나서지 못하고 가시덤불 속에 몸을 숨겼다.
한편 공주 마마는 교묘한 꾀를 내어 급히 앞으로 나아가 문 밖으로 나와 크고 작은 요정 무리를 헤치고 보니, 쨍그랑쨍그랑 병기가 어지럽게 울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알고 보니 저팔계와 사승이 그 괴물과 반공중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이 공주가 목소리를 높여 크게 외쳤다. “황포랑!” 요왕은 공주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곧 저팔계와 사승을 버려두고 구름머리를 내려앉히며 강철 칼을 움켜쥔 채 공주의 팔을 잡고 말했다. “여보, 무슨 할 말이 있소?” 공주가 말했다. “낭군이시여, 나는 방금 비단 휘장 안에서 자고 있었는데 꿈속에서 문득 금빛 갑옷을 입은 신인을 보았느니라.” 요마가 말했다. “그 금갑 신인이 누구냐? 내 문에 와서 어쩌자는 것이냐?” 공주가 말했다. “내가 어렸을 적에 궁중에서 신에게 남몰래 서원을 하나 세웠느니라. 어진 낭군 부마를 맞이하게 된다면 이름난 산에 올라 신선의 도관을 참배하고 중들에게 공양하며 보시를 베풀겠다고 하였느니라. 그대와 짝을 이룬 이래 부부가 즐겁게 지내느라 지금까지 한 번도 그 일을 꺼낸 적이 없느니라. 그 금갑 신인이 서원을 받으러 와서 나를 크게 불러 깨웠는데, 알고 보니 남가일몽이었느니라.”
그래서 급히 얼굴을 가다듬고 낭군에게 이 일을 아뢰러 왔는데, 뜻하지 않게 그 말뚝에 중 하나가 묶여 있더이다. 부디 낭군께서는 자비로이 내 청을 보아 그 중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다만 나를 위해 중에게 공양하고 서원을 갚는 셈으로 여겨 주시옵소서. 낭군께서 들어주시겠는지 모르겠나이다.” 그 괴물이 말했다. “여보, 그대는 쓸데없이 마음을 쓰는구려! 대수로운 일이 무엇이란 말이오. 내가 사람을 잡아먹으려 한들 어디서 몇 명쯤 건져 먹지 못하겠소? 이까짓 중 하나야 어디 가든 놓아주면 그만이지.” 공주가 말했다. “낭군이시여, 그를 뒤문으로 보내 주시옵소서.” 요마가 말했다. “참으로 성가시구려. 놓아주면 그만이지, 무슨 뒤문이니 앞문이니 따질 것이 무엇이란 말이오.” 그리고는 강철 칼을 움켜쥐고 크게 외쳤다.
“저팔계, 이리 오너라. 내가 너를 두려워하여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니라. 내 아내의 체면을 보아 너의 스승을 용서하는 것이니라. 어서 뒤문 어귀로 가서 그를 찾아 서쪽으로 떠나거라. 다시 내 경계를 범한다면 결단코 용서하지 않으리라!”
저팔계와 사승은 이 말을 듣고 귀문관에서 풀려 돌아온 것처럼 곧바로 말을 끌고 짐을 메며 쥐새끼처럼 도망치듯 걸어, 파월동 뒤문 밖으로 돌아가서 “스승님!” 하고 불렀다.
장로는 그 소리를 알아듣고 가시덤불 속에서 대답하였다. 사승이 풀숲을 헤치고 스승을 부축하여 급히 말에 올라탔다. 이곳에서 모진 푸른 얼굴 귀신에게 걸릴 뻔하였으나, 다행히도 정성 어린 백화수가 있었도다. 큰 자라가 금빛 낚싯바늘에서 벗어나니, 꼬리 흔들고 머리 저으며 물결 따라 노니는구나.
저팔계가 앞에서 길을 이끌고 사승이 뒤를 따라 소나무 숲을 빠져나와 큰길에 올랐다. 보라, 그 둘은 웅얼웅얼 투덜거리고 원망하며 갔고, 삼장법사는 그저 중재만 하였다. 저녁을 만나면 먼저 숙소를 찾고 닭이 울면 일찍 하늘을 살폈다. 한 코스 한 코스, 긴 정자 짧은 정자를 지나며 어느새 이백구십구 리를 걸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훌륭한 성이 나타났으니, 바로 보상국이었다. 참으로 좋은 곳이로다. 구름은 아득하고 길은 멀고도 멀구나. 땅은 천 리 밖이건만 경치는 여느 곳과 다름없이 풍요롭도다. 상서로운 안개와 길한 연기가 둘러 덮었고,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어우러져 흔들리는구나.
우뚝우뚝 솟은 먼 산은 큰 그림 한 폭을 펼쳐 놓았고, 졸졸 흐르는 물은 옥구슬을 부딪쳐 흩뿌리는구나. 밭갈이하는 논밭은 두루 이어졌고, 먹을거리 되는 빽빽한 향초와 새싹이 돋아났도다. 낚시하는 몇 가구는 세 골짜기의 굽이에 자리하고, 나무꾼의 한 짐은 두 봉우리의 산초를 실었구나. 외성은 외성이요 내성은 내성이니 금탕처럼 굳건하고, 집은 집이요 호는 호이니 저마다 한가로움을 겨루는구나. 아홉 겹의 높은 누각은 궁전 같고, 만 장의 층층 대는 깃발처럼 우뚝하구나. 태극전과 화개전과 소향전과 관문전과 선정전과 연영전이 있어, 전마다 옥 섬돌과 금 계단에 문관의 관과 무관의 모자가 즐비하게 늘어섰고, 대명궁과 소양궁과 장락궁과 화청궁과 건장궁과 미앙궁이 있어, 궁마다 종과 북과 피리와 생황이 규중의 원망과 봄의 시름을 흩뿌리는구나. 금원에는 이슬 머금은 꽃이 고운 얼굴을 곱게 분장하고, 어구에는 바람에 버들이 가는 허리를 춤추는구나. 큰길 위에는 관을 쓰고 띠를 매고 늠름하고 의젓한 얼굴로 다섯 필의 말이 끄는 수레를 탄 이도 있고, 그윽하고 궁벽한 곳에는 활을 들고 화살을 끼고 안개를 헤치며 두 마리 독수리를 꿰는 이도 있구나. 꽃과 버들의 골목, 피리와 거문고의 누각이니, 봄바람이 낙양교에도 뒤지지 않는구나. 경을 구하러 가는 장로는 고개 돌려 대당을 바라보니 간담이 찢어지고, 스승을 모시는 제자는 작은 역참에서 어깨를 쉬니 꿈결 같은 넋이 스러지는구나. 보상국의 경치는 다 볼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스승과 제자 세 사람은 행장과 말을 추슬러 관청의 역참에 머물렀다.
삼장법사가 걸어서 조정 문 밖에 이르러 각문대사에게 말했다. “당나라에서 온 중이 특별히 폐하를 알현하고 문첩을 바꾸고자 왔사오니, 청하건대 전하여 아뢰어 주시옵소서.” 그 황문주사관이 황급히 백옥 섬돌 앞으로 걸어가 아뢰었다. “만세, 당나라에 고승이 있어 폐하를 알현하고 문첩을 바꾸고자 하나이다.” 국왕은 당나라가 큰 나라임을 듣고, 게다가 방외의 성스러운 중이라 하니 마음이 몹시 기뻐 즉시 청을 허락하고 불렀다. “그를 불러 들이라!” 삼장법사를 금계단으로 불러 올려, 절을 올리고 만세를 부르는 예가 끝났다. 양쪽의 문무 여러 관원이 감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상국의 인물은 예악이 이토록 온화하고 의젓하구나!” 국왕이 말했다. “장로여, 그대는 내 나라에 무슨 일로 왔느냐?” 삼장법사가 아뢰었다. “소승은 당나라 석가의 제자로, 천자의 칙지를 받들어 서방으로 경을 구하러 가옵니다. 본래 문첩을 받들고 있사오니, 폐하의 상국에 이르러 마땅히 바꾸어야 하옵니다. 그리하여 분별없이 용안을 놀라게 하였나이다.” 국왕이 말했다. “당나라 천자의 문첩이 있다면 올려다 보게 하라.”
삼장법사가 두 손으로 받들어 올려 어안 위에 펼쳐 놓았다. 문첩에는 이러하였다. “남섬부주 대당국, 천명을 받들어 운을 이어가는 당나라 천자가 문첩을 행하노라. 생각건대 짐은 덕이 옅거늘 큰 기업을 이어받아 신을 섬기고 백성을 다스리며, 깊은 물가에 임하고 얇은 얼음을 밟듯 아침저녁으로 두려워하노라. 앞서 경하의 늙은 용을 구하지 못하여 황천후제에게 견책을 받아 삼혼칠백이 홀연히 음사로 가 무상객이 되었노라. 양의 수명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으므로 명군이 은혜를 베풀어 돌려보내어 살아나게 하였기에, 널리 선한 모임을 베풀고 망자를 천도하는 도량을 지었노라. 고통을 구하시는 관세음보살이 금빛 몸을 드러내어, 서방에 부처와 경이 있어 유망한 이와 외로운 혼을 건져 초탈하게 할 수 있음을 가리켜 주시니, 특별히 법사 현장을 시켜 먼 곳의 천 개 산을 지나며 경의 게송을 구하게 하였노라. 만일 서쪽 여러 나라에 이르거든 선한 인연을 없애지 말고 이 문첩에 따라 통행하게 하라. 이에 문첩을 내노라. 대당 정관 십삼 년 가을 길일, 어전 문첩.” 위에는 보인 아홉 개가 찍혀 있었다. 국왕은 그것을 보고 자기 나라의 옥새를 가져다 화압을 하고 삼장법사에게 건네주었다.
삼장법사가 은혜에 사례하고 문첩을 거두어들인 뒤 다시 아뢰었다. “소승은 하나는 문첩을 바꾸러 왔사옵고, 둘은 폐하께 집에서 보낸 편지를 전하러 왔나이다.” 국왕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무슨 편지냐?” 삼장법사가 아뢰었다. “폐하의 세째 공주 마마가 완자산파월동의 황포 요괴에게 낚이듯 끌려갔사옵니다. 소승이 우연히 그분을 만났사옵기에 편지를 전하러 왔나이다.” 국왕이 그 말을 듣고 두 눈에 눈물을 가득 흘리며 말했다. “십삼 년 전에 공주가 사라진 이래, 두 반의 문무 관원도 얼마나 많이 폄퇴시켰는지 모르고 궁 안팎의 크고 작은 시녀와 내시도 얼마나 많이 때려 죽였는지 모르겠느니라. 다만 황궁을 걸어 나가 길을 잃어 찾을 곳이 없다 하였고, 성 안의 백성 집들도 무수히 샅샅이 캐물었건만 더욱 소식이 없었느니라. 어찌 요괴가 낚아 갔음을 알았으랴! 오늘에야 비로소 이 말을 들었으니, 이에 비통하여 눈물을 흘리느니라.” 삼장법사가 소매에서 편지를 꺼내 올렸다. 국왕이 받아들고 평안 두 글자가 적힌 것을 보니 손이 더욱 힘없이 풀려 편지를 뜯을 수 없었다. 이에 한림원 대학사를 불러 올려 편지를 읽으라 명하였다. 대학사가 즉시 전각에 올라갔다. 전각 앞에는 문무 여러 관원이, 전각 뒤에는 후비와 궁녀들이 모두 귀를 기울여 편지를 들으려 하였다. 대학사가 봉함을 뜯어 크게 읽었는데, 거기에는 이러하였다.
“불효녀 백화수가 머리를 조아리고 백 번 절을 올리나이다. 큰 덕을 지니신 부왕 만세의 용봉전 앞에, 그리고 세 궁의 모후 전하 소양궁 아래와 온 조정의 문무 어진 경들의 자리에도 올리나이다. 어리석은 딸은 다행히 모후의 궁에 몸을 의탁하여 자식을 기르시는 온갖 노고에 감격하였사오나, 힘을 다해 얼굴빛을 기쁘게 해 드리고 마음을 다해 효도를 받들지 못하였나이다. 십삼 년 전 팔월 보름날 좋은 밤 아름다운 시각에, 부왕의 은혜로운 분부로 각 궁에서 잔치를 베풀고 달빛을 완상하며 맑은 밤의 성대한 모임을 함께 즐기게 되었나이다. 한창 즐거워하는 사이에 문득 한 줄기 향기로운 바람이 일며 금빛 눈에 푸른 얼굴, 푸른 머리털의 마왕이 나타나 이몸을 붙잡아 상서로운 빛을 타고 곧장 인적 없는 산중 빈 들로 데려갔나이다. 분간할 새도 없이 그 요괴가 힘을 믿고 억지로 아내로 삼았나이다. 이리하여 할 수 없이 십삼 년을 견디며 요괴의 아이 둘을 낳았사오니, 모두 요마의 씨이옵니다. 이를 논하자면 참으로 인륜을 무너뜨리고 풍속을 해치는 일이라, 편지를 전해 더럽히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오나, 다만 이몸이 죽은 뒤에야 분명히 드러나지 못할까 두렵나이다. 원망을 품고 부모를 그리워하고 있던 차에 뜻하지 않게 당나라의 성승도 마왕에게 붙들려 왔나이다. 이에 이몸이 눈물을 떨구며 편지를 써서 감히 놓아 보내고, 특별히 이 종이 조각을 부탁하여 작은 마음을 표하나이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부왕께서 굽어 살피시어 상장들을 보내시어 속히 완자산파월동에 이르러 황포괴를 사로잡으시고, 이몸을 구해 조정으로 돌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크나큰 은혜로 여기겠나이다. 졸필로 예를 갖추지 못하였사오니, 뵙거든 자세히 아뢰겠나이다. 불효녀 백화수가 다시 머리를 조아리고 또 조아리나이다.”
대학사가 집에서 보낸 편지를 다 읽자 국왕이 크게 통곡하고 세 궁이 눈물을 떨구었으며 문무가 비통해하였다. 앞뒤의 모든 이가 슬퍼하고 그리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국왕이 한참을 울고 나서 두 반의 문무에게 물었다. “누가 감히 군사를 일으키고 장수를 거느려 과인을 위해 요마를 사로잡고 내 백화 공주를 구하겠느냐?” 몇 번이나 거듭 물었으나 감히 대답하는 이가 하나도 없었으니, 참으로 나무로 깎아 만든 무장이요 흙으로 빚어 놓은 문관이었다. 국왕은 마음에 번뇌가 일어 눈물이 솟는 샘물 같았다. 그러자 여러 관원이 일제히 엎드려 아뢰었다. “폐하, 우선 번뇌를 거두시옵소서. 공주를 잃은 지 지금 십삼 년이 되도록 소식이 없다가, 우연히 당나라 성승을 만나 편지를 부쳐 왔다 하나이다. 참인지 아닌지 아직 알 수 없사옵니다. 게다가 신 등은 모두 범인이요 범마라, 병서와 무략을 익혀 진을 치고 영을 세워 나라에 침범당할 근심이 없게 할 뿐이옵니다. 저 요정은 구름을 타고 안개 속을 오가는 무리라, 그와 마주 대면할 수도 없사오니 어찌 정벌하여 구하겠나이까? 생각건대 동토에서 경을 구하러 가는 이는 상국의 성승이옵니다. 이 중은 도가 높아 용과 호랑이도 복종하고 덕이 무거워 귀신도 흠모하오니, 틀림없이 요괴를 항복받는 술법이 있을 것이옵니다. 예로부터 이르기를, 시비를 말하러 오는 이가 곧 시비의 당사자라 하였나이다. 이 장로를 청하여 요사한 무리를 항복받고 공주를 구하게 하심이 거의 만전의 계책이 되겠나이다.” 국왕이 그 말을 듣고 급히 고개를 돌려 삼장법사에게 청하였다. “장로여, 만일 재주가 있어 법력을 펴 요마를 잡고 내 아이를 구해 조정으로 돌아오게 한다면, 서방에 올라가 부처를 뵐 필요도 없느니라. 머리털을 기르고 머리를 남겨 두어, 짐이 그대와 형제를 맺고 함께 용상에 앉아 부귀를 함께 누리면 어떠하냐?” 삼장법사가 황망히 아뢰었다. “소승은 염불은 대강 알고 있사오나, 실로 요괴를 항복받을 줄은 모르나이다.” 국왕이 말했다. “요괴를 항복받을 줄 모른다면 어찌 감히 서천에 올라가 부처를 뵈려 하느냐?” 장로는 더 숨길 수 없어 두 제자를 말하여 아뢰었다. “폐하, 소승 혼자서는 실로 이곳까지 오기 어려웠사옵니다. 소승에게는 제자가 둘 있사온데, 산을 만나면 길을 트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데 능하여 소승을 보호해 이곳까지 왔나이다.” 국왕이 괴이하게 여기며 말했다.
“이 중은 참으로 이치에 어긋나는구나. 제자가 있다면 어찌 그들과 함께 들어와 짐을 뵙지 않았느냐? 조정에 왔더라면 마음에 드는 상이 없다고 한들, 분수에 맞는 공양은 반드시 있었으리라.” 삼장법사가 아뢰었다. “소승의 그 제자들이 추하옵니다. 감히 제 멋대로 조정에 들어올 수 없었사옵니다. 다만 폐하의 용체를 놀라게 하여 상하게 할까 두려웠나이다.” 국왕이 웃으며 말했다. “보아라, 이 중이 하는 말이, 설마 짐이 그들을 두려워해야 한단 말이냐?” 삼장법사가 말했다. “감히 아뢰옵니다. 내 큰 제자는 성이 저씨요 법명이 오능팔계인데, 길게 튀어나온 주둥이에 드러난 엄니, 뻣뻣한 갈기와 부채 같은 귀를 지녔고 몸이 굵고 배가 크며 걸으면 바람을 일으키옵니다. 둘째 제자는 성이 사씨요 법명이 오정이온데, 키가 한 장 두 자요 팔의 너비가 석 자이며, 얼굴은 쪽빛 물감 같고 입은 피 웅덩이 같고 눈빛은 번쩍이며 이빨은 못을 늘어놓은 듯하옵니다. 그들이 모두 이러한 모습이옵기에 감히 데리고 조정에 들어올 수 없었나이다.” 국왕이 말했다. “그대가 이미 그렇게 일러두었거늘, 과인이 그들이 무엇이 두렵겠느냐? 불러 들이라.” 그리고는 금패를 관역으로 보내 청하게 하였다.
그 멍청이는 청하러 왔다는 말을 듣고 사승에게 말했다. “동생, 자네도 이제 편지를 전하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이제야 편지 전한 덕을 보는구먼. 아마 스승님이 편지를 올리니 국왕이 편지 전한 이를 소홀히 대할 수 없다 하여 틀림없이 잔치를 차려 대접하려는 게지. 스승님의 식성이 변변찮으니 우리를 아끼는 마음으로 우리 이름을 들어 주었을 테고, 그래서 금패를 보내 청하러 온 게야. 다 함께 한 끼 얻어먹고 내일 길을 떠나면 좋겠구먼.” 사승이 말했다. “형님, 무슨 까닭인지 알겠소. 우리 우선 가 봅시다.” 드디어 행장과 말을 모두 역승에게 맡기고 저마다 몸에 지닌 병기를 갖추고 금패를 따라 조정에 들어갔다. 어느새 백옥 섬돌 앞에 이르러 좌우에 서서 위를 향해 읍을 한 뒤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문무 여러 관원은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어 모두 말했다. “이 두 중은 얼굴이 추한 것은 그렇다 쳐도, 너무나 거칠고 속되구나! 어찌 우리 임금님을 뵙고도 절을 하지 않고, 읍을 마치고는 몸을 펴고 꼿꼿이 서 있단 말인가. 괴이하고도 괴이하구나!” 저팔계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여러분,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마시오. 우리는 본래 이런 모양이오. 처음 보면 과연 좀 추하게 보이겠지만, 좀 더 오래 보고 있으면 견딜 만할 것이오.”
국왕은 그들의 추한 모습을 보고 이미 놀란 마음이었는데, 그 멍청이가 말까지 하는 것을 듣자 더욱 담이 떨려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용상에서 굴러떨어졌다. 다행히 곁에서 모시는 관원이 부축하여 일으켰다. 당황한 삼장법사가 전각 앞에 꿇어앉아 머리를 끊임없이 조아리며 아뢰었다. “폐하, 소승은 만 번 죽어 마땅하옵니다! 제자가 추하여 감히 조현하지 못한다 하였사오니 용체를 상하게 할까 두려웠는데, 과연 폐하의 행차를 놀라게 하였나이다.” 국왕이 벌벌 떨며 가까이 다가와 부축하여 일으키며 말했다. “장로여, 그대가 미리 말해 준 덕이로다. 만일 말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그들을 보았다면, 과인은 틀림없이 놀라 죽었으리라!” 국왕이 한참이나 마음을 가라앉힌 뒤 물었다. “저 장로, 사 장로, 어느 분이 요괴를 항복받는 데 능하오?” 그 멍청이는 좋고 나쁨을 헤아리지 못하고 대답했다. “이 늙은 돼지가 항복받을 줄 아오.” 국왕이 말했다.
“어찌 항복받는단 말이오?” 저팔계가 말했다. “나는 천봉원수였소. 천조를 어긴 죄로 하계에 떨어졌다가 다행히 지금은 바르게 돌아와 중이 되었소. 동토에서 이곳으로 온 이래 요괴를 항복받는 데 첫째 가는 이는 바로 나요.” 국왕이 말했다. “하늘의 장수가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면 반드시 변화에도 능할 것이오.” 저팔계가 말했다. “천만에요, 천만에요. 그저 그럭저럭 변화 몇 가지는 알고 있소.” 국왕이 말했다. “한번 시험 삼아 하나 변해 보이오.” 저팔계가 말했다. “제목을 내어 주시오. 본보기에 따라 변해야지요.” 국왕이 말했다. “큰 것으로 하나 변해 보시오.” 저팔계도 서른여섯 가지 변화가 있었으므로, 계단 앞에서 재주를 뽐내려 손가락으로 결을 쥐고 주문을 외우며 “커져라!”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허리를 한번 굽히자 팔구 장이나 길어졌으니, 마치 길을 여는 신장 같았다. 두 반의 문무는 벌벌 떨고 온 나라의 군신은 멍하니 넋을 잃었다. 그때 진전장군이 물었다. “장로여, 이렇게 키가 커지면 반드시 어디쯤까지 자라야 끝이 나겠소?” 그 멍청이가 또 어리석은 말을 내놓았다. “바람을 보아야지요. 동풍이라면 그럭저럭 괜찮고 서풍도 견딜 만하지만, 남풍이 불어온다면 푸른 하늘에다 큰 구멍을 뚫어 놓을 것이오!” 국왕이 크게 놀라 말했다. “신통을 거두시오. 변화가 이러하다는 것을 알겠소.” 저팔계가 몸을 한번 웅크리자 다시 본모습이 되어 계단 앞에 모시고 섰다. 국왕이 또 물었다. “장로여, 이번에 가서 무슨 병기로 그와 싸우겠소?” 저팔계가 허리에서 파를 뽑아 보이며 말했다. “이 늙은 돼지가 쓰는 것은 구치파요.” 국왕이 웃으며 말했다. “참으로 체면을 구기는구려! 내게는 편과 간, 과와 추, 칼과 창, 월과 도끼, 검과 극, 모와 낫이 넉넉하니, 그대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한 가지 가져가시오. 그 파가 무슨 병기가 된단 말이오?” 저팔계가 말했다. “폐하께서 모르시는구려. 나의 이 파는 비록 투박하게 보이나 실로 어려서부터 몸에 지니고 다니는 병기요. 천하의 수부에서 원수로 있을 적에 팔만 수병을 다스렸는데, 온통 이 파의 힘에 힘입은 것이오. 이제 인간 세상에 내려와 내 스승님을 보호하며, 산을 만나면 호랑이와 이리의 소굴을 부수고 물을 만나면 용과 신의 굴을 뒤엎는 것이 모두 이 파 덕이오.” 국왕이 이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마음으로 믿었다. 곧 구빈비자에게 명하였다. “짐이 친히 쓰는 어주를 병째 그대로 가져오너라. 우선 장로의 노고를 위로하며 전송하는 뜻으로 하리라.” 잔에 가득 채워 저팔계에게 올리며 말했다. “장로여, 이 한 잔은 그대의 수고를 위로하는 뜻이오. 요마를 잡고 내 딸을 구해 오면 큰 잔치로 보답하고 천금으로 중하게 사례하리라.” 그 멍청이가 잔을 받아 쥐었는데, 생김새는 비록 거칠어도 행동은 도리어 점잖았다. 삼장법사를 향해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스승님, 이 술은 본래 스승님부터 드셔야 하옵니다만, 임금님이 내게 내리신 것이니 감히 어길 수 없사옵니다. 이 늙은 돼지가 먼저 마셔 흥을 돋운 뒤에 요괴를 잡으러 가겠나이다.” 그 멍청이가 단숨에 비우고 나서 한 잔을 따라 스승님께 올렸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너희 형제들이 마셔라.” 사승이 앞으로 나서서 받았다. 저팔계가 발아래 구름을 일으켜 곧장 허공으로 올라갔다. 국왕이 보고 말했다. “저 장로는 또 등운도 하는구나!” 멍청이가 떠나자 사승도 술을 단숨에 비우고 말했다. “스승님! 저 황포괴가 스승님을 붙잡았을 적에 저희 둘이 그와 싸웠으나 간신히 호각이었사옵니다. 이제 둘째 형님이 홀로 가셨으니 그를 이기지 못할까 두렵사옵니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옳은 말이로다. 제자야, 네가 가서 그를 돕도록 하여라.” 사승이 그 말을 듣고 구름을 타고 뛰어올라갔다. 국왕이 당황하여 삼장법사를 붙잡으며 말했다. “장로여, 그대는 잠시 과인과 함께 앉아 있으시오. 그대마저 구름을 타고 가지는 말란 말이오.” 삼장법사가 말했다. “가련하고 가련하도다! 나는 반 걸음도 갈 수 없소!” 이때 두 사람이 전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일은 이쯤에서 접어두겠다.
한편 사승이 저팔계를 따라잡으며 말했다. “형님, 제가 왔사옵니다.” 저팔계가 말했다. “동생, 네가 어쩌러 왔느냐?” 사승이 말했다. “스승님이 저더러 형님을 돕고 오라 하셨사옵니다.” 저팔계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옳은 말이다, 잘 왔구나. 우리 둘이 힘을 다하고 마음을 모아 저 괴물을 잡으러 가자. 비록 대단치는 않더라도 이 나라에서 우리 이름을 떨쳐 보는 것이지.” 보라, 그들이,
자욱한 상서로운 빛으로 국경을 작별하고, 피어오르는 길한 기운이 도성을 나서는구나. 임금의 뜻을 받들어 산속 굴로 오니, 힘을 다하고 마음을 모아 요괴의 영혼을 잡으려 하는구나.
그 둘은 오래지 않아 굴 어귀에 이르러 구름머리를 내려앉혔다. 저팔계가 파를 뽑아 파월동의 문을 향해 힘껏 내리찍어, 그 돌문에 됫박만한 구멍을 하나 뚫어 놓았다. 문을 지키던 작은 요정이 놀라 문을 열고 그 둘인 것을 보고 급히 달려 들어가 아뢰었다. “대왕, 큰일 났사옵니다! 저 긴 주둥이에 큰 귀를 한 중과 저 재수 없는 얼굴의 중이 또 와서 문을 모조리 부숴 놓았사옵니다!” 그 괴물이 놀라며 말했다. “이놈들은 그래도 저팔계와 사화상 둘이로구나. 내가 그들의 스승을 용서했거늘 어찌 감히 또 와서 내 문을 때려 부수느냐!” 작은 요정이 말했다. “무슨 물건을 잊고 와서 가지러 온 게지요.” 늙은 요괴가 꾸짖듯 소리쳤다.
“허튼소리 마라! 물건을 잊었다고 감히 문을 부수며 쳐들어오겠느냐? 필시 까닭이 있을 터이다!” 급히 갑옷을 갖춰 입고 강철 칼을 움켜쥐고 걸어 나오며 물었다. “이 중들아, 내가 이미 너희 스승을 용서했거늘, 어찌 감히 또 와서 내 문을 때려 부수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이 못된 요괴야, 잘도 해먹었구나!” 늙은 요마가 말했다. “무슨 일이냐?” 저팔계가 말했다. “네가 보상국의 세째 공주를 속여 굴 안으로 데려다 힘을 믿고 억지로 아내로 삼아 십삼 년이나 살았으니, 이제 그를 돌려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내가 국왕의 뜻을 받들어 특별히 너를 잡으러 왔노라. 어서 들어가 스스로 밧줄로 묶어 나오너라. 그래야 이 늙은 돼지가 손을 쓰는 일을 면할 게 아니냐!” 늙은 요괴가 그 말을 듣고 몹시 노하였다. 보라, 그는 이를 뽀드득 갈며 굳센 이빨을 소리 내어 물었고, 눈을 휘둥그렇게 둥글게 부릅뜨며, 기백을 떨쳐 칼을 들어 올리고, 붉은 기운을 띤 채 마구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저팔계가 몸을 비켜 피하며 구치파를 휘둘러 정면으로 받아쳤고, 뒤이어 사승이 보장을 들어 달려들어 함께 쳤다. 산마루에서 벌어진 이번 겨룸은 지난번과 달랐으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말이 어긋나고 그릇되니 남의 노여움을 사고, 뜻이 독하고 정이 상하니 성난 기운이 솟는구나. 이 마왕은 큰 강철 칼로 머리를 향해 내리치고, 저팔계는 아홉 이빨 파로 맞은편에서 받아친다. 사오정은 보장을 휘둘러 던지고, 저 마왕은 신기한 병기를 막아 낸다. 사나운 괴물 하나와 신승 둘이 오가며 몹시 치열하게 겨룬다. 이쪽에서 말한다. “네가 나라를 속였으니 예로 죽을죄를 받아 마땅하다!” 저쪽에서 말한다. “네가 쓸데없는 일로 남의 일에 나서서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쪽에서 말한다. “네가 공주를 강제로 아내로 삼아 나라의 체면을 상하게 했다!” 저쪽에서 말한다. “네 상관이 아니니 쓸데없이 다투지 말라!” 헤아려 보면 오직 편지를 전했기 때문에 중과 요마가 둘 다 편치 못하게 되었구나.
그들이 산비탈 앞에서 여덟아홉 합을 싸우자 저팔계가 점차 버티지 못하게 되어 파를 들기 어려워하고 기력이 모자라게 되었다. 어찌하여 이토록 그를 당해 내지 못하였느냐 하면, 처음 싸웠을 적에는 호법 여러 신이 삼장법사가 굴에 있으므로 저팔계와 사승을 몰래 도와주어 겨우 호각을 이루었거니와, 이때는 여러 신이 모두 보상국에서 삼장법사를 지키고 있었으므로 두 사람이 대적하기 어려웠다.
그 멍청이가 말했다. “사승아, 네가 우선 나서서 그와 싸우고 있어라. 이 늙은 돼지는 잠깐 볼일을 좀 보고 오겠다.” 그는 사승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쑥 미끄러져 들어가 쑥과 덩굴과 가시덤불과 칡덩굴 속으로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마구 파고들어, 머리 가죽이 긁히고 얼굴이 찔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데굴데굴 굴러 누워 버렸다. 다시는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다만 귀 한쪽만 남겨 두고 저쪽의 싸움 소리를 들었다.
그 괴물은 저팔계가 달아난 것을 보고 사승에게 달려들었다. 사승이 미처 손을 쓰지 못해 그 괴물에게 단번에 붙잡혀 굴 안으로 끌려갔고, 작은 요정들이 사승의 두 손과 두 발을 한데 모아 단단히 묶어 버렸다.
결국 그의 목숨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