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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제3회 사해천산개공복(四海千山皆拱伏) · 구유십류진제명(九幽十類盡除名)

말하자면, 미후왕은 고향으로 영광스럽게 돌아온 뒤 스스로 혼세마왕을 토벌하고 큰 칼 한 자루를 빼앗았다. 그는 날마다 무예를 조련하며, 작은 원숭이들에게 대나무를 베어 창을 만들고 나무를 깎아 칼을 만들게 하였으며, 깃발을 만들어 세우고 호각을 불게 하였고, 한 걸음 나아가고 한 걸음 물러서는 진퇴의 법과 진을 치고 막사를 세우는 일을 가르치며 한참 동안 즐겁게 놀았다. 그러던 어느 날 홀연히 조용히 앉아 있다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우리가 이곳에서 이렇게 놀다 보면 장난이 진짜가 되어, 혹 인간의 왕을 놀라게 하거나, 혹 새의 왕이나 짐승의 왕이 이 일을 침범할 구실로 여기어, 우리가 병사를 조련하여 반역을 도모한다고 하며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온다면, 너희는 모두가 대나무 창에 나무 칼이니 어떻게 적을 맞서겠느냐? 모름지기 날카로운 검과 창이라야 마땅하겠는데, 지금 어찌하면 좋겠느냐?”

뭇 원숭이들은 이 말을 듣고 저마다 놀라며 두려워하여 말했다. “대왕의 견해는 참으로 원대하시나이다. 다만 병기를 가져올 곳이 없사옵니다.”

바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 네 마리 늙은 원숭이가 앞으로 나섰으니, 그중 둘은 적구마후요 둘은 통배원후였는데, 앞에 나아가 말했다. “대왕이시여, 날카로운 병기를 만들고자 하시면 그것은 매우 쉬운 일이옵니다.” 오공이 말했다. “어찌 쉬운 줄 아느냐?” 네 원숭이가 말했다. “우리 이 산에서 동쪽으로 가면 물이 이백 리나 펼쳐져 있사온데, 그쪽이 바로 오래국 경계이옵니다. 그 나라 안에 왕위가 있고 온 성 안에 군민이 무수하니, 반드시 금은동철을 다루는 장인이 있사오리다. 대왕께서 그리로 가시어 혹 사들이거나 혹 만들어 병기를 얻으시어 저희를 가르쳐 조련하시고 산을 지키신다면, 진실로 이른바 태평을 오래도록 보전하는 기틀이 되오리이다.” 오공이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흡족하여 기뻐하며 말했다. “너희는 이곳에서 놀고 있거라, 내가 다녀오리라.”

과연 좋은 원숭이 왕이로다. 그는 급히 근두운을 타고 올라 순식간에 이백 리 물길을 건넜다. 과연 그쪽에 성 하나가 있었으니, 여섯 거리의 큰길과 세 곳의 저잣거리에 만 호의 집과 천 개의 문이 늘어서 있고, 오고 가는 사람들이 모두 밝은 하늘 아래 환한 대낮에 분주히 다니고 있었다. 오공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곳에는 틀림없이 이미 만들어 놓은 병기가 있을 것이다. 내려가서 몇 가지를 사는 것도 좋지만, 차라리 신통력을 부려 몇 가지를 찾아오는 편이 낫겠다.” 그러고는 곧 손가락으로 결을 맺고 주문을 외우며 입을 오므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셔 후 하고 불어 내니, 곧바로 한바탕 바람이 일어나 모래를 날리고 돌을 굴렸으니 참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구름이 일어나는 곳에서 천지를 뒤흔들고, 검은 안개와 자욱한 흙구름이 대지를 어둡게 덮었네.
강과 바다 물결이 뒤집히니 물고기와 게가 두려워하고, 산과 숲 나무가 부러지니 호랑이와 이리가 달아나네.
갖가지 장사에는 상인이 없고, 온갖 생업에는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네.
전각 위의 임금은 안으로 돌아가고, 섬돌 앞의 문무백관은 관청으로 물러가네.
천 년의 보좌가 모두 쓰러지고, 오봉의 높은 누각도 뿌리째 흔들리네.

바람이 일어난 곳에서 그 오래국의 군왕이 놀라 흩어지고, 세 거리와 여섯 저잣거리가 모두 당황하여 문을 닫고 창을 걸어 감히 나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오공은 그제야 구름을 낮추어 내려와 곧장 조정 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병기관과 무기고를 찾아 문짝을 열고 살펴보니, 그 안에 무수한 병기가 있었다. 칼, 창, 검, 극, 도끼, 월, 창, 낫, 채찍, 파, 과, 간, 활, 쇠뇌, 갈래창, 모가 하나같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것을 보자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나 혼자서 얼마나 가져갈 수 있겠느냐? 분신법을 부려 옮겨 오는 편이 좋겠다.” 과연 좋은 원숭이 왕이로다. 곧 털 한 움큼을 뽑아 입에 넣고 씹어서 밖으로 뿜어 내며 주문을 외우고 소리쳤다. “변!” 그러자 천백 마리의 작은 원숭이로 변하여 저마다 어지러이 옮기고 다투어 빼앗으니, 힘센 놈은 다섯에서 일곱 가지를 가져가고 힘없는 놈은 두세 가지를 가져가서, 남김없이 모두 싹 쓸어 갔다. 그리고는 곧장 구름을 밟고 섭법을 부려 다시 광풍을 불러일으켜 작은 원숭이들을 거느리고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말하자면, 그 화과산의 크고 작은 원숭이들은 바로 그 동굴 문 밖에서 놀고 있다가 홀연히 바람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공중에 가지런하지도 않고 끝도 없이 넓은 원숭이 요괴들이 가득하여, 놀란 나머지 어지러이 달아나고 이리저리 숨었다. 얼마 뒤에 미후왕이 구름을 낮추어 내려와 구름과 안개를 거두고 몸을 한 번 털어 털을 거두어들인 다음, 병기를 산 앞에 어지러이 쌓아 놓고 외쳤다. “작은 것들아! 다 와서 병기를 받아라!” 뭇 원숭이들이 살펴보니 오공만이 평평한 들판에 홀로 서 있었으므로, 모두 달려와 머리를 조아리고 그 까닭을 물었다. 오공은 앞서 광풍을 부리고 병기를 옮겨 온 모든 일을 한 차례 털어놓았다. 뭇 원숭이들은 치하를 마친 뒤 모두 달려가 칼을 빼앗고 검을 다투며, 도끼를 움켜쥐고 창을 다투며, 활을 당기고 쇠뇌를 쥐며 떠들썩하게 하루 종일 놀았다.
이튿날에도 여전히 진을 배치하였다. 오공이 뭇 원숭이를 모아 세어 보니 모두 사만 칠천여 마리에 이르렀다. 일찍이 온 산의 괴물들을 놀라게 하였으니, 모두 이리, 뭇 벌레, 호랑이, 표범, 고라니, 노루, 여우, 살쾡이, 오소리, 담비, 사자, 코끼리, 산예, 성성이, 곰, 사슴, 멧돼지, 산소, 영양, 청사, 교아, 신오 따위였다. 갖가지 요괴 왕들이 모두 일흔두 동굴에 이르렀는데, 다들 와서 원숭이 왕을 존장으로 모시고 절을 올렸다. 해마다 공물을 바치고 사시에 점호를 받았으며, 어떤 이는 진을 따라 조련하고 어떤 이는 절기에 따라 군량을 거두니, 가지런하고 정연하여 화과산 한 좌를 마치 쇠통과 금성처럼 만들었다. 각 갈래의 요괴 왕들은 또 금북을 바치고 채색 깃발을 바치고 갑옷과 투구를 바치는 이들이 있어 분분하고 떠들썩하였으며, 날마다 집집이 무예를 익히고 군사를 일으켰다.

미후왕이 기뻐하고 있을 때, 홀연히 뭇 원숭이를 향하여 말했다. “너희는 활과 쇠뇌에 익숙하고 병기에 정통하지만, 이 나의 칼 한 자루는 몹시 투박하여 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겠느냐?” 네 늙은 원숭이가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곧 신선이시니, 속세의 병기로는 감당할 수 없사옵니다. 다만 대왕께서 물속으로도 가실 수 있는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오공이 말했다. “나는 도를 깨달은 뒤로 칠십이 가지 지살 변화의 공을 얻었고, 근두운에는 지극히 큰 신통력이 있으며, 몸을 숨기고 모습을 감추는 데 능하고 법을 일으키고 법을 거두는 데 능하다. 하늘에 오르는 데 길이 있고 땅에 들어가는 데 문이 있으며, 해와 달을 밟아도 그림자가 없고 쇠와 돌을 지나도 거리낌이 없으며, 물에 빠져도 빠지지 않고 불에 타도 타지 않는다. 어느 곳인들 가지 못하겠느냐?” 네 원숭이가 말했다. “대왕께서 이미 이러한 신통력을 지니셨사온데, 우리 이 철판교 아래의 물이 동해 용궁으로 통하옵니다. 대왕께서 기꺼이 내려가시어 늙은 용왕을 찾아 무슨 병기든 하나 청하신다면 어찌 마음에 들지 않겠나이까?” 오공이 이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내 다녀오리라.”

과연 좋은 원숭이 왕이로다. 그는 다리 머리로 뛰어올라 폐수법을 부리고 결을 맺은 뒤, 철썩 하고 물결 속으로 뛰어들어 물길을 갈라 지나 곧장 동쪽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 바로 나아가고 있을 때 홀연히 순해하는 야차 하나가 나타나 길을 막고 물었다. “저 물을 밀며 오는 자여, 너는 무슨 신성인가? 분명히 말하라, 통보하고 맞이하게 하겠다.” 오공이 말했다. “나는 화과산에서 하늘로부터 난 성인 손오공이다. 너희 늙은 용왕의 가까운 이웃인데 어찌 알아보지 못하느냐?” 그 야차가 이 말을 듣고 급히 수정궁으로 돌아가 전하여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바깥에 화과산에서 하늘로부터 난 성인 손오공이라는 자가 있어 스스로 대왕의 가까운 이웃이라 일컫고 곧 궁에 이를 것이옵니다.” 동해용왕 오광이 곧 급히 일어나 용자와 용손, 새우 병사와 게 장수들을 거느리고 궁을 나와 맞이하며 말했다. “상선께서는 들어오소서, 들어오소서.” 마침내 궁 안에 이르러 서로 보고 윗자리에 앉아 차를 올린 뒤 물었다. “상선께서는 언제 도를 얻으시고 무슨 선술을 받으셨나이까?” 오공이 말했다. “나는 이 몸을 낳은 뒤로 출가하여 수행하여 불생불멸의 몸을 얻었다. 근래에 자손을 가르쳐 조련하고 산과 동굴을 지키는데 병기 한 가지가 없어 어찌할 수 없었는데, 오래전부터 어진 이웃이 요지의 궁궐에서 즐거움을 누린다 함을 들었으니 반드시 남는 신기한 병기가 있을 것이므로, 특별히 와서 하나를 청하는 것이다.”

용왕은 이 말을 듣고 물리치기 어려워 곧 궐도사에게 명하여 큰 칼 한 자루를 내어 바치게 하였다. 오공이 말했다. “나 늙은 손은 칼을 쓰지 못하니 청하건대 다른 것을 하나 내려주소서.” 용왕은 또 파대위에게 명하여 선 역사를 거느리고 아홉 갈래 창 하나를 메고 나오게 하였다. 오공이 뛰어내려 손에 받아 한 차례 휘둘러 보고는 내려놓으며 말했다. “가볍다! 가볍다! 가볍다! 또 손에 맞지 않으니 다시 하나 내려주소서.” 용왕이 웃으며 말했다. “상선께서는 살펴보지 않으시는군요. 이 창은 무게가 삼천육백 근이나 되옵니다!” 오공이 말했다. “손에 맞지 않는다! 손에 맞지 않는다!” 용왕은 마음속으로 두려워하며 또 변제독과 리총병에게 명하여 화간방천극 한 자루를 메고 나오게 하였으니, 그 극의 무게는 칠천이백 근이었다. 오공이 그것을 보고 앞으로 달려가 손에 받아 몇 가지 자세를 취하고 두어 가지 초식을 풀어 본 뒤 가운데에 꽂으며 말했다. “역시 가볍다! 가볍다! 가볍다!” 늙은 용왕이 더욱 두려워하여 말했다. “상선이시여, 우리 궁중에는 이 극 하나만이 무거울 뿐, 다시는 아무런 병기가 없사옵니다.” 오공이 웃으며 말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시름겨운 바다의 용왕에게는 보물이 없다’ 하였다. 그대 다시 가서 찾아보라.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하나하나 값을 치르겠다.” 용왕이 말했다. “정말로 다시는 없사옵니다.”

바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뒤에서 용할머니와 용딸이 번득 나서서 말했다. “대왕이시여, 이 성인을 보건대 결코 보통이 아니옵니다. 우리 이 바다 창고 가운데에 있는 저 한 조각 하늘 강 밑바닥을 정하던 신진한 쇠가 요 며칠 사이 서광이 찬란하고 상서로운 기운이 자욱하니, 아마도 마땅히 나타날 때가 되어 이 성인을 만난 것이 아니겠나이까?” 용왕이 말했다. “그것은 큰 우임금이 물을 다스리던 때에 강과 바다의 깊고 얕음을 정하던 정자로, 한 조각 신쇠일 뿐이니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 용할머니가 말했다. “쓸모가 있고 없고는 상관하지 마시고, 우선 그에게 주어 어떻게 고치든 마음대로 하게 하시고 궁문 밖으로 내보내면 그만이옵니다.”

늙은 용왕은 그 말대로 오공에게 모두 다 일렀다. 오공이 말했다. “내어다 보게 하라.” 용왕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메어낼 수도 없고 들어 올릴 수도 없사오니 상선께서 친히 가서 보셔야 하옵니다.” 오공이 말했다. “어디에 있느냐? 나를 인도하라.” 용왕이 과연 인도하여 바다 창고 가운데에 이르렀는데, 홀연히 황금빛이 만 갈래로 뻗치고 있었다. 용왕이 가리키며 말했다. “저 빛을 내는 것이 바로 그것이옵니다.” 오공이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앞에 나아가 한 번 더듬어 보니, 이는 쇠기둥 하나로 대략 말 한 말통만큼 굵고 두 길 남짓 길었다. 그가 있는 힘을 다해 두 손으로 잡아당기며 말했다. “너무 굵고 너무 길구나! 조금 더 짧고 가늘어야 쓸 수 있겠다.” 말을 마치자 그 보배는 몇 자나 짧아지고 한 아름이나 가늘어졌다. 오공이 또 한 번 들어 보고 말했다. “더 가늘면 더 좋겠다!” 그 보배는 정말로 또 몇 푼이나 가늘어졌다. 오공이 몹시 기뻐하며 바다 창고에서 꺼내어 살펴보니, 원래 양쪽 끝에 두 개의 금테가 있고 가운데는 한 토막 검은 쇠였으며, 테에 바짝 붙어 한 줄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름하여 ‘여의금고봉’이라 하고 무게는 만 삼천오백 근이었다. 마음속으로 가만히 기뻐하며 생각하였다. “틀림없이 이 보배는 사람 뜻을 따르는구나!” 걸으면서도 마음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외며 손으로 저울질하며 말했다. “더 짧고 가늘면 더 묘하겠다!” 밖으로 꺼내니 길이가 겨우 두 길이고 굵기가 사발 아가리만 하였다. 그가 신통력을 부리는 것을 보라, 초식을 풀어 놓고 수정궁 안을 빙빙 돌며 휘두르니, 늙은 용왕은 간이 떨리고 넋이 날아갈 듯하였고, 작은 용자들은 혼이 흩어지고 넋이 달아났으며, 거북과 자라와 큰자라와 악어는 모두 목을 움츠리고 물고기와 새우와 큰거북과 게는 다 머리를 감추었다.

오공이 보배를 손에 쥐고 수정궁 전각 위에 앉아 용왕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어진 이웃의 두터운 정에 감사하네.” 용왕이 말했다. “감히 그럴 수 없사옵니다, 감히 그럴 수 없사옵니다.” 오공이 말했다. “이 쇠는 비록 쓰기 좋지만 아직 한 가지 할 말이 있네.” 용왕이 말했다. “상선께 무슨 하실 말씀이 더 있으시옵니까?” 오공이 말했다. “그때 이 쇠가 없었다면 그만이었겠지만, 지금 손에 이미 이것을 쥐고 있으니 몸에 걸칠 옷이 어울리지 않아 어찌할 수 없구나. 그대 이곳에 만약 갑주가 있거든 아예 한 벌 내게 주게. 한꺼번에 사례하겠네.” 용왕이 말했다. “이것은 정말로 없사옵니다.” 오공이 말했다. “‘한 손님은 두 주인을 번거롭게 하지 않는다’ 하였네. 만약 없다면 나도 결코 이 문을 나가지 않겠네.” 용왕이 말했다. “번거롭지만 상선께서 다시 다른 바다로 가시면 혹 있을지도 모르옵니다.” 오공이 또 말했다. “‘세 집을 다니는 것보다 한 집에 앉는 것이 낫다’ 하였네. 천만번 청하니 한 벌만 주게.” 용왕이 말했다. “정말로 없사옵니다. 만약 있다면 마땅히 받들어 올리겠나이다.” 오공이 말했다. “정말로 없다면 그대와 이 쇠를 한번 시험해 보겠네!” 용왕이 당황하여 말했다. “상선이시여, 부디 손을 대지 마소서! 부디 손을 대지 마소서! 제 아우 되는 이에게 있는지 좀 보아 있으면 한 벌 보내 드리겠나이다.” 오공이 말했다. “아우께서는 어디에 계신가?” 용왕이 말했다. “제 아우는 남해용왕 오흠, 북해용왕 오순, 서해용왕 오윤이옵니다.” 오공이 말했다. “나 늙은 손은 가지 않겠네! 가지 않겠네! 속담에 이르기를 ‘외상으로 석 냥을 받는 것보다 당장 두 냥을 받는 것이 낫다’ 하였으니, 그대가 높든 낮든 적당히 한 벌 보내 주기만 바라겠네.” 늙은 용이 말했다. “상선께서 가실 필요는 없사옵니다. 우리 이곳에 쇠북 하나와 금종 하나가 있어 무슨 긴급한 일이 있으면 북을 쳐 소리를 내고 종을 쳐 울리면 아우들이 즉시 이르옵니다.” 오공이 말했다. “그렇다면 어서 가서 북을 치고 종을 울려라!” 정말로 그 타장이 가서 종을 치고 별수가 와서 북을 쳤다.

얼마 뒤 종소리와 북소리가 울리자 과연 그 세 바다의 용왕이 놀라 깨어나 잠시 만에 이르렀고, 한꺼번에 바깥에서 만났다.

오흠이 말했다. “형님, 무슨 긴한 일이 있어 북을 치고 종을 울리셨나이까?” 늙은 용이 말했다. “아우여! 말하기 어렵구나! 화과산이라는 곳에 어떤 하늘로부터 난 성인이라는 자가 있어 아침에 와서 나를 이웃이라 부르더니, 뒤에 와서는 병기 한 가지를 청하였네. 강철 창을 바치니 작다 하고 화극을 바치니 가볍다 하였지. 하늘 강 밑바닥을 정하던 신진한 쇠 한 조각을 스스로 꺼내어 몇 가지 초식을 풀어 보이더니, 지금 궁 안에 앉아 또 무슨 갑주를 달라 하네. 내게는 없기에 종을 울리고 북을 쳐 아우들을 부른 것이네. 너희에게 무슨 갑주가 있거든 한 벌 보내어 그를 문 밖으로 내보내고 말자.” 오흠이 이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말했다. “우리 형제가 군사를 일으켜 그를 잡아야겠구나!” 늙은 용이 말했다. “잡는 소리는 말게! 그 쇠는 조금만 스쳐도 죽고 조금만 부딪혀도 죽으며, 살짝 닿아도 살갗이 찢어지고 조금만 스쳐도 힘줄이 끊어진다네!” 서해용왕 오윤이 말했다. “둘째 형님은 그와 손을 대지 마소서. 우선 갑주 한 벌을 마련해 주어 그를 문 밖으로 내보내고, 표문을 갖추어 하늘에 아뢰면 하늘이 스스로 그를 벌하오리다.” 북해용왕 오순이 말했다. “말이 옳소. 우리 이곳에 연실 보운리 한 켤레가 있소.” 서해용왕 오윤이 말했다. “나는 쇄자 황금갑 한 벌을 가져왔소.” 남해용왕 오흠이 말했다. “나에게는 봉시 자금관 하나가 있소.” 늙은 용이 크게 기뻐하며 그들을 수정궁으로 인도하여 서로 보고 이에 받들어 올렸다. 오공은 금관과 금갑과 운리를 그렇게 차려입고 여의봉을 휘두르며 한길로 쳐 나가며 뭇 용에게 말했다. “시끄러웠네! 시끄러웠네!” 사해의 용왕들은 몹시 불평하며 한편으로는 표문을 올려 아뢸 일을 의논하였으나 여기서는 말하지 않겠다.
그 원숭이 왕을 보라. 그는 물길을 갈라 지나 곧장 철판교 머리로 돌아와 뛰어올랐는데, 네 마리 늙은 원숭이가 뭇 원숭이를 거느리고 모두 다리 곁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홀연히 오공이 물결 밖으로 뛰어나오는 것을 보니, 몸에는 물기 한 점도 없이 금빛으로 찬란하여 다리 위로 걸어 올라왔다. 뭇 원숭이들은 놀라 한꺼번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대왕이시여, 참으로 화려하시옵니다! 참으로 화려하시옵니다!” 오공은 얼굴에 봄바람이 가득하여 높이 보좌에 올라 쇠몽둥이를 가운데에 세웠다. 그 원숭이들은 좋고 나쁨을 알지 못하고 모두 와서 그 보배를 잡아 보았으나, 마치 잠자리가 쇠나무를 흔드는 것 같아 털끝만큼도 흔들지 못하였다. 저마다 손가락을 물고 혀를 내밀며 말했다. “할아버지시여! 이렇게 무거운 것을 어찌 가져오셨나이까!” 오공이 앞으로 나아가 손을 펴 한 번에 움켜 올리고 뭇 원숭이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물건에는 저마다 주인이 있는 법이다. 이 보배는 바다 창고에 진압되어 있은 지 어찌 수천 년인지 알 수 없는데, 마침 올해에 빛을 발하였다. 용왕은 다만 검은 쇠 한 조각으로 여기고는 하늘 강 밑바닥을 진압하는 신진한 보배라 불렀다. 그놈들은 모두 메어 올리지도 못하여 나더러 친히 가서 가져오라 하였다. 그때 이 보배는 길이가 두 길 남짓하고 굵기가 말통만 하였는데, 내가 한 번 움켜쥐며 크다고 여기자 곧 훨씬 작아졌고, 다시 작게 하라 하자 또 훨씬 작아졌으며, 다시 작게 하라 하자 또 훨씬 작아졌다. 급히 하늘빛에 비추어 보니 위에 한 줄의 글자가 있으니 바로 ‘여의금고봉, 일만 삼천오백 근’이었다. 너희는 모두 물러서라, 내가 다시 한 번 변하게 하는 것을 보아라.” 그가 그 보배를 손안에서 저울질하며 외쳤다. “작아져라! 작아져라! 작아져라!” 그러자 즉시 작아져 수놓은 바늘과 같아져 귀 안에 넣어 감출 수 있었다. 뭇 원숭이들이 놀라 소리쳤다. “대왕이시여! 다시 꺼내어 놀아 보소서!” 원숭이 왕이 정말로 귀에서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외쳤다. “커져라! 커져라! 커져라!” 그러자 즉시 다시 말통만큼 굵어지고 두 길 길이가 되었다. 그가 기뻐하는 지경에 이르러 다리 위로 뛰어올라 동굴 밖으로 나가, 보배를 손에 움켜쥐고 법천상지의 신통력을 부려 허리를 한 번 굽히며 소리쳤다. “길어져라!” 그러자 그는 높이가 만 길이나 자랐으니, 머리는 태산 같고 허리는 높은 산 같으며 눈은 번개 같고 입은 피 사발 같으며 이빨은 검과 창 같았다. 손에 든 그 몽둥이는 위로 삼십삼천에 닿고 아래로 십팔층 지옥에 이르렀으며, 범과 표범과 이리와 뭇 짐승과 온 산의 뭇 괴물과 일흔두 동굴의 요괴 왕들을 모두 놀라게 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예배하며 부들부들 떨며 넋이 흩어지고 혼이 날아갔다. 잠깐 사이에 법상을 거두고 보배를 다시 수놓은 바늘처럼 변하게 하여 귀 안에 감추고 다시 동굴로 돌아갔다. 각 동굴의 요괴 왕들은 당황하여 모두 와서 참배하고 하례하였다.

이때에 이르러 크게 깃발을 펼치고 북을 울리며 구리 징을 크게 울렸다. 진귀한 온갖 맛있는 음식을 널리 차리고 야자 즙과 포도주를 가득 따라 뭇 원숭이와 한참 동안 잔치를 베풀었다. 그러고는 또 이전처럼 가르쳐 조련하였다. 원숭이 왕은 그 네 마리 늙은 원숭이를 건장한 장수로 봉하고, 두 마리 적구마후를 마원수와 유원수라 부르고, 두 마리 통배원후를 붕장군과 파장군이라 불렀다. 진을 치고 막사를 세우는 일과 상과 벌을 주는 모든 일을 모두 네 건장한 장수에게 맡겨 유지하게 하였다. 그는 마음을 놓고 날마다 구름을 타고 안개를 몰며 사해를 유유히 돌아다니고 천 산에서 즐기었다. 무예를 베풀며 영웅을 두루 찾아보고 신통력을 부리며 어진 벗을 널리 사귀었다. 이때에 또 일곱 형제를 맺었으니, 바로 우마왕, 교마왕, 붕마왕, 사타왕, 미후왕, 우융왕이며, 자기 미후왕까지 일곱이었다. 날마다 글을 논하고 무예를 이야기하며 술잔을 돌리고 노래하고 춤추며 아침에 나가 저녁에 돌아오니 즐겁지 않은 일이 없었다. 그는 그 만 리의 먼 길을 다만 안방 길처럼 여겼으니, 이른바 머리를 끄덕이면 곧장 삼천 리를 지나고 허리를 비틀면 팔백여 리의 길이라 하였다.

하루는 본 동굴에서 네 건장한 장수에게 분부하여 잔치를 베풀어 여섯 왕을 청하여 술을 마시게 하고, 소를 잡고 말을 도살하여 하늘에 제사하고 땅에 제를 올렸으며, 뭇 괴물들에게 춤추고 노래하게 하니 모두가 몹시 취하도록 마셨다. 여섯 왕을 배웅한 뒤 또 크고 작은 두목들에게 상을 내리고 위로하였고, 철판교 곁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깐 사이에 잠이 들었다. 네 건장한 장수는 뭇 원숭이를 거느리고 둘러싸 지키며 감히 큰 소리를 내지 못하였다.

다만 그 미후왕이 잠든 사이에 두 사람이 문서 한 장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 위에 ‘손오공’ 석 자가 있었다. 그들이 몸 가까이 다가와 말릴 틈도 주지 않고 줄을 씌워 미후왕의 넋을 잡아끌어 갔으며, 비틀거리며 곧장 한 성의 성 밖에 이르렀다. 원숭이 왕은 점차 술이 깨는 것을 느꼈고, 홀연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그 성 위에 쇠패 하나가 있고 패 위에 세 큰 글자가 있으니 바로 ‘유명계’였다. 미후왕은 문득 깨달아 말했다. “유명계는 바로 염라대왕이 사는 곳인데 어찌하여 이곳에 왔는가?” 그 두 사람이 말했다. “그대는 이제 양의 수명이 다하여 마땅히 죽어야 하므로 우리 두 사람이 문서를 받들고 그대를 잡아 온 것이오.” 원숭이 왕이 이 말을 듣고 말했다. “나 늙은 손은 삼계 밖을 벗어났고 오행 가운데에 있지 않아 이미 그들의 관할에 복종하지 않는데, 어찌 어리석게도 또 감히 와서 나를 잡아가려 하는가?” 그 두 사람은 저승 사자였는데, 그저 잡아당기고 끌어대며 기어이 그를 끌고 들어가려 하였다. 그 원숭이 왕은 성미가 나서 귀에서 보배를 뽑아내어 한 번 흔드니 사발만큼 굵어졌고, 손을 조금 들어 그 두 저승 사자를 고깃덩이로 만들어 버렸다. 스스로 그 줄을 풀고 손을 놓아 몽둥이를 둘러메고 성 안으로 쳐들어갔다. 그 소에 놀란 소머리 귀신은 동쪽으로 숨고 서쪽으로 감추며, 말머리 귀신은 남쪽으로 달리고 북쪽으로 뛰었고, 뭇 귀졸들은 삼라전으로 달려 올라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큰일났사옵니다! 큰일났사옵니다! 바깥에 털 난 얼굴의 뇌공 하나가 쳐들어오고 있사옵니다!” 그 열 대의 명왕들은 당황하여 급히 옷을 갖추고 나와 보니, 그 생김새가 흉악하므로 곧 반열을 늘어서고 소리 높여 외쳤다. “상선께서는 이름을 남기소서! 상선께서는 이름을 남기소서!” 원숭이 왕이 말했다. “그대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어찌하여 사람을 보내 나를 잡아가려 하였느냐?” 열 왕이 말했다. “감히 그럴 수 없사옵니다! 감히 그럴 수 없사옵니다! 아마도 사람을 보낸 것이 잘못되었나이다.” 원숭이 왕이 말했다. “나는 본래 화과산 수렴동에서 하늘로부터 난 성인 손오공이다. 너희는 무슨 관직에 있는 자들인가?” 열 왕이 몸을 굽히며 말했다. “저희는 음간의 천자 열 대 명왕이옵니다.” 오공이 말했다. “어서 이름을 대라, 매를 면하게 하겠다!” 열 왕이 말했다. “저희는 진광왕, 초강왕, 송제왕, 오관왕, 염라왕, 평등왕, 태산왕, 도시왕, 변성왕, 전륜왕이옵니다.” 오공이 말했다. “너희가 이미 왕위에 올랐다면 곧 영험하고 감응하는 무리일진대 어찌 좋고 나쁨을 알지 못하느냐? 나 늙은 손은 신선을 닦아 도를 이루어 하늘과 수명이 가지런하고 삼계 밖으로 초월하여 올라갔으며 오행 가운데에서 뛰어나왔는데, 어찌하여 사람을 시켜 나를 잡아가게 하였느냐?” 열 왕이 말했다. “상선께서는 노를 푸소서. 온 천하에 이름이 같고 성이 같은 자가 많으니, 아마도 그 저승 사자가 잘못 다닌 것이 아니옵니까?” 오공이 말했다. “헛소리 마라! 헛소리 마라! 옛말에 이르기를 ‘관리 잘못은 있어도 사람 잘못은 없다’ 하였다. 어서 생사부를 가져다 내게 보이라!” 열 왕이 이 말을 듣고 곧 전각에 올라 살펴보게 하였다.

오공은 여의봉을 쥐고 곧장 삼라전 위로 올라가 한가운데 남쪽을 향해 앉았다. 열 왕은 곧 문서를 맡은 판관에게 명하여 문서를 내어 살피게 하였다. 그 판관은 감히 게을리하지 못하고 곧 사방으로 가서 대여섯 권의 문서와 열 종류의 장부를 받들어 내어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나충, 모충, 우충, 곤충, 인개 따위에는 모두 그 이름이 없었다. 또 원숭이 무리에 이르러 보니, 원래 이 원숭이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여 사람 이름에 들지 않고, 나충과 비슷하여 나라 경계에 있지 않으며, 짐승과 비슷하여 기린의 관할에 복종하지 않고, 나는 새와 비슷하여 봉황의 통제를 받지 않으므로 따로 장부 하나가 있었다. 오공이 친히 펼쳐 보니, 혼 자 천삼백오십 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손오공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하늘로부터 난 석후로서 마땅히 수명이 삼백사십이 세이며 잘 죽는다고 하였다. 오공이 말했다. “나는 수명이 얼마인지 기억하지 않겠으니 다만 이름을 지워 버리면 그만이다! 붓을 가져오라!” 그 판관이 당황하여 붓을 받들고 먹을 흠뻑 묻혔다. 오공이 장부를 받아 원숭이 무리 가운데 이름이 있는 것은 모조리 다 지워 버렸다. 장부를 내동댕이치며 말했다. “셈이 끝났다! 셈이 끝났다! 이제는 너희 관할에 복종하지 않겠다!” 한길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유명계를 쳐 나갔다. 그 열 왕은 감히 가까이하지 못하고 모두 취운궁으로 가서 지장왕보살께 함께 절하고 표문을 올려 하늘에 아뢸 일을 상의하였으니, 여기서는 말하지 않겠다.

이 원숭이 왕이 성 안을 쳐 나오다가 홀연히 풀 매듭에 걸려 넘어져 비틀거리다가 갑자기 깨어나니, 바로 남가일몽이었다. 이제야 기지개를 켜려 하는데 네 건장한 장수와 뭇 원숭이들이 소리 높여 부르는 것이 들렸다. “대왕이시여, 술을 얼마나 마셨기에 이 밤을 내내 자고도 아직 깨어나지 않으시나이까?” 오공이 말했다. “자는 것은 그만두고, 내 꿈에 두 사람이 와서 나를 잡아 유명계 성문 밖까지 데려갔기에 그제야 깨어나 신통력을 부려 곧장 삼라전까지 고함치며 가서 그 열 왕과 다투고 우리의 생사부를 보았는데, 우리 무리 가운데 이름이 있는 것은 모두 내가 지워 버렸으니, 이제는 그놈들의 관할에 복종하지 않겠다.” 뭇 원숭이들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치하하였다. 이로부터 산의 원숭이들은 모두 늙지 않게 되었으니, 저승에 이름이 없기 때문이었다. 미후왕이 앞의 일을 다 말하자 네 건장한 장수가 각 동굴의 요괴 왕들에게 알렸고, 모두 와서 하례하였다. 며칠 되지 않아 여섯 의형제가 또 와서 절하고 하례하였으며, 이름을 지운 까닭을 듣고는 또 저마다 기뻐하여 날마다 모여 즐겼으니 여기서는 말하지 않겠다.

이제 그 높은 하늘의 성인이며 큰 자비를 베푸는 어진 이인 옥황대천존 현궁고상제를 아뢰자면, 하루는 금궐운궁 영소보전에 어좌를 펴고 앉아 문무 신선들을 모아 조회를 열었는데, 홀연히 구홍제 진인이 아뢰었다. “만세, 통명전 밖에 동해용왕 오광이 표문을 올렸사오니 천존의 조칙을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옥황이 조서를 내렸다. “불러들이라.”

오광이 영소전 아래로 불려 이르러 예배를 마치자, 곁에 있던 인도하여 아뢰는 선동이 표문을 받들어 올렸다. 옥황이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 표문에 이르기를,

“물의 근원인 하계 동승신주 동해의 작은 용인 신 오광이 삼가 대천성주 현궁고상제군께 아룁니다. 근래 화과산에서 나고 수렴동에 사는 요선 손오공이라는 자가 있어, 저를 업신여겨 수궁에 억지로 앉고 병기를 달라며 법을 베풀고 위세를 부렸으며, 갑주를 요구하며 흉악함을 부리고 기세를 펼쳤사옵니다. 물의 무리를 놀라게 하고 상하게 하였으며 거북과 악어를 놀라 달아나게 하였사옵니다. 남해의 용은 부들부들 떨었고, 서해의 용은 처량하고 참혹하였으며, 북해의 용은 머리를 움츠리고 항복하였사옵니다. 신 오광은 몸을 펴고 엎드려 절하며 신진한 쇠몽둥이와 봉시의 금관과 그 쇄자갑과 보운리를 바치고 예를 갖추어 내보냈사오나, 그는 여전히 무예를 부리고 신통력을 나타내며 다만 ‘시끄럽다! 시끄럽다!’ 할 뿐이었사옵니다. 과연 적수가 없어 제어하기 매우 어렵사오니, 신이 이제 아뢰오니 엎드려 바라건대 성상께서 재결하소서. 간절히 천병을 청하오니 이 요괴를 거두어, 바다와 산이 맑고 편안하며 물의 근원인 수부가 태평하게 하소서. 삼가 아룁니다.”

성제께서 다 보시고 조서를 내렸다. “용신은 바다로 돌아가게 하라, 짐이 곧 장수를 보내어 잡아오리라.” 늙은 용왕은 머리를 조아려 사례하고 물러갔다. 그 아래에서 또 갈선옹 천사가 아뢰었다. “만세, 명부의 진광왕이 유명교주 지장왕보살의 표문을 받들고 올렸사옵니다.” 곁에 있던 전언옥녀가 표문을 받들어 올리니, 옥황이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 표문에 이르기를,

“유명의 경계는 바로 땅의 음관이옵니다. 하늘에는 신이 있고 땅에는 귀신이 있어 음과 양이 바퀴를 돌리고, 새에는 삶이 있고 짐승에는 죽음이 있어 암수가 되풀이되옵니다. 낳고 낳으며 변화하고 변화하여 여자를 잉태하고 남자를 이루니, 이는 자연의 이치라 바꿀 수 없는 것이옵니다. 이제 화과산 수렴동에서 하늘로부터 난 요원 손오공이 있어 제멋대로 흉악함을 부리고 잡으러 부름에 복종하지 않으며, 신통력을 부려 구유의 귀신 사자를 때려 없애고, 세력을 믿고 열 대의 자비로운 왕을 놀라게 하고 상하게 하였사옵니다. 삼라를 크게 어지럽히고 억지로 이름과 호를 지웠사오니, 이로 인해 원숭이 무리에는 단속이 없고 원숭이 짐승은 수명이 길어지며 적멸하여 윤회하지 않아 저마다 생사가 없게 되었사옵니다. 빈승이 표문을 갖추어 천위를 더럽히오니, 엎드려 청하건대 신병을 보내어 이 요괴를 거두어 항복시키고 음양을 정리하여 지부를 길이 편안하게 하소서. 삼가 아룁니다.”

옥황이 다 보시고 조서를 내렸다. “명부의 임금은 지부로 돌아가게 하라, 짐이 곧 장수를 보내어 잡아오리라.” 진광왕도 또한 머리를 조아려 사례하고 물러갔다.

대천존이 뭇 문무 신선을 불러 물었다. “이 요원은 몇 년에 생겨나 어느 대에 태어났기에 이처럼 도가 있는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반열에서 천리안과 순풍이가 번득 나서서 말했다. “이 원숭이는 삼백 년 전에 하늘로부터 난 석후이옵니다. 그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사오나, 이 몇 년 사이 어느 곳에서 수련하여 신선이 되어 용을 항복시키고 범을 굴복시키며 억지로 사부의 이름을 지운 줄을 알지 못하옵니다.” 옥제가 말했다. “어느 길의 신장을 보내어 하계로 내려가 거두어 항복시키겠느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반열에서 태백장경성이 번득 나서서 머리를 숙여 아뢰었다. “상성께서는 삼계 가운데 구규를 지닌 자라면 모두 신선을 닦을 수 있사옵니다. 다만 이 원숭이는 하늘과 땅이 길러 이룬 몸이며 해와 달이 잉태한 몸으로, 그도 또한 하늘을 이고 땅을 밟고 이슬을 마시고 노을을 먹었사오니, 이제 이미 선도를 닦아 이루어 용을 항복시키고 범을 굴복시키는 능력이 있다면 사람과 무슨 다름이 있겠나이까? 신이 폐하께 아룁니다. 교화하고 살려내신 자비로운 은혜를 생각하시어 한 통의 초안 성지를 내리시어, 그를 상계로 불러 올려 크고 작은 관직 하나를 내리시고 그 이름을 명부에 올리시어 이곳에 묶어 두시면, 천명을 받든다면 뒤에 다시 승진시키고 상을 주시고, 천명을 어긴다면 이에 잡아오시면 되옵니다. 하나는 뭇 무리를 움직여 군사를 수고롭게 하지 않는 것이요, 둘은 신선을 거두는 데 도가 있는 것이옵니다.” 옥제가 이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경의 아뢴 대로 하라.” 곧 문곡성관에게 조서를 닦게 하고 태백금성으로 하여금 초안하게 하였다.

금성이 조서를 받들고 남천문 밖으로 나가 상서로운 구름을 낮추어 곧장 화과산 수렴동에 이르렀다. 뭇 작은 원숭이들에게 말했다. “나는 하늘이 보낸 천사로서 여기에 성지가 있으니 너희 대왕을 상계로 청하러 왔다. 어서 알려라!”

동굴 밖의 작은 원숭이가 한 겹 한 겹 동굴 깊은 곳까지 전하여 말했다. “대왕이시여, 바깥에 한 노인이 있어 문서 한 뭉치를 등에 지고 있사온데, 하늘에서 보낸 천사라 자칭하며 성지로 대왕을 청하옵니다.” 미후왕이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내 이 며칠 사이 마침 하늘에 올라 한번 둘러볼까 생각하던 차에 마침 천사가 와서 청하는구나.” 부르짖었다. “어서 모셔 들이라!”

원숭이 왕은 급히 의관을 갖추고 문 밖에서 맞이하였다. 금성은 곧장 가운데로 들어가 남쪽을 향해 서서 말했다. “나는 서방의 태백금성으로, 옥제의 초안 성지를 받들고 하계에 내려와 그대를 청하여 하늘에 올라 선록을 받들게 하는 것이다.” 오공이 웃으며 말했다. “노성께서 강림하심에 감사하오.” 그리고 명하였다. “작은 것들아! 잔치를 베풀어 잘 대접하라.” 금성이 말했다. “성지가 몸에 있으니 감히 오래 머물 수 없겠소. 대왕과 함께 가시지요. 영화롭게 옮기신 뒤에 다시 천천히 이야기하시지요.” 오공이 말했다. “왕림하여 주셨는데 헛되이 보내오! 헛되이 보내오!” 곧 네 건장한 장수를 불러 분부하였다. “삼가 자손을 가르쳐 조련하라. 내가 하늘에 올라 길을 좀 살펴보고 마땅히 너희를 데리고 올라가 함께 살겠다.” 네 건장한 장수가 명을 받들었다. 이 원숭이 왕이 금성과 함께 구름을 타고 올라 허공 위로 솟으니, 바로 이러하였다.

높이 뛰어올라 상품 천선의 자리에 오르고,
이름이 구름 반열의 보록 가운데에 드네.

결국 무슨 관작을 내릴지는 알 수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