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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 제30회 사마침정법(邪魔侵正法) · 의마억심원(意馬憶心猿)

말하자면, 그 요괴는 사승을 단단히 묶어 두고서도 그를 죽이려 들지도 않았고, 때린 적도 없거니와 욕설 한마디조차 퍼붓지 않았다. 다만 강철 칼을 집어 쥔 채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당승은 상국에서 온 인물이니 예의와 도리를 반드시 알 터인데, 내가 그의 목숨을 살려 두었다고 해서 도리어 그 제자들이 와서 나를 잡아가게 한단 말이냐? 아아, 필시 내 집사람이 저 나라로 무슨 편지를 보내어 바람이 새어 나간 게로구나! 내 가서 그 여편네를 한번 캐물어 보리라.” 그 요괴는 문득 사나운 성질을 일으켜 공주를 죽이려 하였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그 공주는 이런 사정을 알 턱이 없어 막 화장을 마치고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오는데, 그 요괴가 눈을 부릅뜨고 미간을 찌푸린 채 이를 갈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공주는 도리어 웃는 낯을 지으며 맞이하여 물었다. “낭군께서는 무슨 일로 그토록 근심스러워하시니이까?”

그 요괴가 호통치듯 한마디 내뱉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개 같은 마음을 품은 천한 계집아야, 인륜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구나! 내 처음에 너를 여기 데려온 뒤로 반 마디 잔소리도 한 적이 없었노라. 네가 입는 비단이건 머리에 꽂는 금이건, 없는 물건이 있으면 내가 나가서 구해 왔고, 사철 내내 호강을 누리며 날마다 정을 두터이 하였거늘, 너는 어찌 오직 네 부모만 생각하고 부부간의 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단 말이냐?” 공주가 그 말을 듣고는 놀라 땅에 꿇어 엎드리며 말했다. “낭군이여, 그대는 어찌하여 오늘에야 이별의 말씀을 꺼내시나이까?” 그 요괴가 말했다. “이별하는 것이 내 쪽인 줄 아느냐, 바로 네 쪽이니라! 내가 저 당승을 잡아다가 맛있게 먹을 셈으로 계산해 두었거늘, 너는 어찌 내게 먼저 일러 주지도 않고 그를 놓아 보냈느냐? 필시 네가 남몰래 편지를 써서 그에게 대신 전해 부치게 한 것이로구나. 그렇지 않다면 어찌 두 중이 또 우리 집 문 앞까지 쳐들어 와서 너를 돌려보내라 하였겠느냐? 이것이 네가 저지른 짓이 아니란 말이냐?” 공주가 말했다. “낭군이여, 그대는 나를 잘못 꾸짖으시는 것이니라. 내게 무슨 편지가 갔단 말이니이까?” 늙은 요괴가 말했다. “네가 아직도 입이 센 모양이로구나! 지금 여기 잡아 둔 상대가 있거늘 그것이 증거가 아니란 말이냐?” 공주가 물었다. “그게 누구니이까?” 늙은 요괴가 말했다. “당승의 둘째 제자 사화상이니라.” 원래 사람은 사경에 이르러서도 누구나 죽음을 시인하려 하지 않는 법이라, 공주도 하는 수 없이 억지를 부릴 따름이었다. 공주가 말했다. “낭군이여, 우선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제가 그대와 함께 가서 그에게 한마디 물어 보겠나이다. 과연 편지가 있었다면 저를 때려 죽이셔도 저는 달게 받으리이다. 그러나 만일 편지가 없다면 이 몸을 헛되이 죽이시는 것이 아니옵니까?” 그 요괴는 그 말을 듣고도 사정을 따질 겨를 없이, 키만 한 커다란 쪽빛 손을 휘둘러 벌리며 금지옥엽인 공주의 머리칼을 한 움큼 움켜쥐고는 공주를 앞으로 끌어당겨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강철 칼을 쥔 채 사승을 심문하러 나서며 호통치듯 외쳤다. “사화상! 너희 둘이 감히 멋대로 우리 집 문 앞에 쳐들어 왔으니, 필시 이 여자가 저 나라에 편지를 보내어 임금이 너희를 시킨 것이로구나?” 사승은 그곳에 묶인 채로 요정이 몹시 사나운 기세로 공주를 땅에 내동댕이치고 칼을 들어 죽이려 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분명히 그 여자가 편지를 보내어 우리 스승님을 구한 것이니, 이는 더없이 큰 은혜로다. 내가 만일 한마디로 털어놓는다면 그가 공주를 죽일 터이니, 이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 아니겠느냐? 됐다, 됐다, 됐다! 이 늙은 사승이 스승님을 한평생 모셨으나 털끝만큼의 공로도 보답한 적이 없거니와, 오늘 이렇게 묶인 몸이 되었으니 이 목숨으로 스승님의 은혜나 갚으리라.”

사승이 마침내 큰소리로 호통쳤다. “이 요괴여, 무례하게 굴지 말라! 그 여자에게 무슨 편지가 왔단 말이냐? 너는 이토록 그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며 그 목숨을 해치려 하는구나! 우리가 여기 와서 너에게 공주를 내놓으라 한 데에는 까닭이 있나이다. 다만 네가 우리 스승님을 굴속에 잡아 두었기에 우리 스승님이 공주의 모습과 거동을 보셨나이다. 보상국에 이르러 통행 문서를 바꿔 쓰게 되었을 때, 그 임금이 공주의 얼굴을 그려 두고 이리저리 찾아 묻던 차에 공주의 모습을 내보이며 우리 스승님께 길을 가는 동안에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나이다. 우리 스승님이 마침내 공주의 일을 이야기하시매 임금은 그제야 자기 자식인 줄 알고 우리에게 어주를 내리시고는 우리를 시켜 너를 잡아 공주를 궁으로 돌려보내라 하셨나이다. 이 사정은 참되거니와 무슨 편지가 있었단 말이냐? 네가 죽이려거든 이 늙은 사승이나 죽이라. 죄 없는 사람을 헛되이 해쳐서는 아니 되나니, 크게 천리를 어기는 것이니라.”

그 요괴는 사승이 말하는 것이 늠름하고 당당함을 보고는 칼을 내던지고 두 손으로 공주를 일으켜 안으며 말했다. “내가 한때 조잡하게 굴어 모욕한 것이 많았구나. 탓하지 말라, 탓하지 말라.” 그리고는 공주의 검은 머리칼을 걷어 올려 보배 쪽진 머리를 바로잡아 주고는 부드럽고 다정하게, 얼굴빛을 환히 풀며 달래어 안으로 들여보냈다. 또 윗자리에 모셔 앉히고 예를 갖추어 사과하였다. 공주는 본디 여자라 물처럼 마음이 흔들리는 법이거늘, 그 요괴가 잘못을 빌며 공손히 구는 것을 보고는 마음을 돌려 이렇게 말했다. “낭군이여, 그대가 부부간의 은애를 생각하신다면 저 사승의 밧줄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 주시옵소서.” 늙은 요괴가 그 말을 듣고는 즉시 졸개들에게 명하여 사승의 밧줄을 풀고 그곳에 쇠사슬로 묶어 두게 하였다. 사승은 묶인 것이 풀려 쇠사슬에 매인 것을 보고 일어서며 속으로 몰래 기뻐하여 생각하였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남에게 편의를 베풀면 제게도 편의가 돌아온다 하였거늘, 내가 그 여자에게 편의를 베풀지 않았다면 그가 어찌 나를 좀 느슨하게 풀어 주라 하였겠느냐?”

그 늙은 요괴는 또 주연을 차리게 하여 공주에게 사례하고 놀란 가슴을 달래게 하였다. 술이 반쯤 취해 갈 무렵, 늙은 요괴는 홀연 또 산뜻하고 화려한 옷 한 벌로 갈아입고 보검 한 자루를 꺼내 허리에 찼다. 그리고 손을 돌려 공주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집사람, 너는 집에 남아 술을 마시며 두 아이를 보살피고, 사화상을 놓아주지 말라. 저 당승이 그 나라에 있는 틈을 타서 나도 서둘러 가서 인척이나 맺어 보리라.” 공주가 물었다. “무슨 인척을 맺으려 하시나이까?” 늙은 요괴가 말했다. “네 아버지 임금을 맺으리라. 내가 그의 부마요, 그가 나의 장인이거늘 어찌 가서 인사를 드리지 않겠느냐?” 공주가 말했다. “그대는 가실 수 없나이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어찌 갈 수 없단 말이냐?” 공주가 말했다. “내 아버지 임금은 말발굽과 칼날로 힘겹게 다투어 얻은 강산이 아니옵니다. 본디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사직이니라. 어려서 태자로 즉위하신 터라 성문 밖으로 멀리 나가 본 적도 없거니와 그대 같은 사나운 사내를 본 일이 없나이다. 그대의 얼굴 생김새가 이토록 추악하니 만일 그를 뵙게 되면 놀라게 할까 두렵거니와 도리어 아름답지 못할 터이니, 차라리 가서 인사 드리지 않는 편이 훨씬 좋으니이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그리 말한다면 내 잘생긴 사내로 변해 가면 될 게 아니냐.” 공주가 말했다. “한번 변해 보시어 내게 보여 주시옵소서.” 과연 괴물이라, 그는 주연 자리에서 몸을 한번 흔들어 잘생기고 곱상한 사내로 변하였거늘,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생김새는 우아하고 체격은 늠름하며, 말씨는 관가의 격조를 담았고 거동은 한창 나이의 풍채로구나. 재주는 자건이 시를 짓는 것보다 쉽고, 얼굴은 반안이 과일을 던져 받던 풍류를 가볍게 넘는구나. 머리에는 까치 꼬리 모양의 관을 썼으니 검은 구름이 누워 엎드렸고, 몸에는 옥처럼 고운 비단 겉옷을 걸쳤으니 넓은 소매가 바람에 나부끼네. 발에는 꽃무늬 접힌 검은 장화를 신었고, 허리에는 난새 띠를 둘렀으니 빛이 환하구나. 풍채와 정신이 참으로 기이한 남자요, 골을 솟구치고 늠름하게 솟아오른 아름답고 준수한 영웅이로다. 공주가 보고는 매우 기뻐하였다. 그 요괴가 웃으며 물었다. “집사람, 변한 것이 훌륭하냐?” 공주가 말했다. “잘 변했느니라! 잘 변했느니라! 그대가 이렇게 조정에 들어가시면 내 아버지 임금은 친척이라 하여 외면하지 않으실 터이니, 반드시 문무 여러 관원에게 명하여 그대를 붙들어 연회를 베풀게 하시리라. 술자리 도중에 천 번 만 번 삼가고 조심하여 원래의 얼굴을 드러내어 정체를 들키거나 소문이 새어 나가 사나운 꼴을 보이지 않도록 하시옵소서. 그러지 않으면 점잖지 못하니이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분부하지 않아도 내 알아서 하리라.” 보라, 그가 구름머리를 타고 어느새 보상국에 이르러 구름빛을 내려놓고 조정 문 밖으로 걸어가 각문대사에게 말했다. “셋째 부마가 특별히 알현하러 왔으니 청하건대 임금께 아뢰어 주시오.” 황문주사관이 백옥 섬돌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만세, 셋째 부마가 알현하러 왔사옵니다. 지금 조정 문 밖에서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그 임금이 마침 삼장법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셋째 부마라는 말을 듣고는 여러 관원에게 물었다.

“과인에게는 부마가 둘뿐인데 어찌 또 셋째 부마가 있단 말이냐?” 여러 관원이 아뢰었다. “셋째 부마라 하니 필시 요괴가 온 것이옵니다.” 임금이 물었다. “그를 불러 들이는 것이 좋겠느냐?” 그 장로가 놀란 마음으로 아뢰었다.

“폐하, 요정이라는 자는 정통하지 않으면 영험하지 않나이다. 그는 과거와 미래를 알며 구름을 타고 안개를 넘나들 수 있사옵니다. 불러도 저절로 들어올 것이요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들어올 터이니, 차라리 불러 들이시는 편이 오히려 입다툼을 덜으시옵니다.”

임금이 그 청을 받아들여 불러들이라 명하매 요괴가 금계로 불려 올라왔거늘, 그는 여느 신하와 다름없이 춤추며 만세를 부르는 예법을 행하였다. 여러 관원은 그가 준수하고 곱게 생긴 것을 보고는 감히 그를 요괴라 여기지 못하였으니, 그들은 모두 육안과 범태를 지닌 이들이라 도리어 그를 좋은 사람으로 여겼다. 그 임금은 그가 골을 솟구쳐 하늘에 닿을 듯한 풍채임을 보고 세상을 구할 동량이 될 인물이라 생각하며 물었다.

“부마, 그대의 집은 어디에 있으며 어느 지방 사람이냐? 언제 내 공주와 짝을 이루었기에 이제야 인사를 오느냐?” 그 늙은 요괴가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주공, 신은 성 동쪽 완자산 파월장 사람이옵니다.” 임금이 물었다. “그대의 산이 이곳에서 얼마나 멀기에 그리 되었느냐?” 늙은 요괴가 아뢰었다. “멀지 않사옵니다. 삼백 리뿐이옵니다.” 임금이 물었다. “삼백 리 길이라면 내 공주가 어찌 그곳에 이르러 그대와 짝을 이루었단 말이냐?” 그 요괴는 교묘한 말과 꾸민 정으로 거짓을 참되게 포장하여 아뢰었다. “주공, 미신은 어려서부터 활쏘기와 말 타기를 즐겨 사냥으로 살아왔나이다. 십삼 년 전에 집의 종 수십 명을 거느리고 매를 날리고 개를 몰아 사냥을 나갔는데, 홀연 얼룩무늬 사나운 호랑이 한 마리가 여자 하나를 등에 태운 채 산비탈 아래로 걸어 내려가는 것이 보였사옵니다. 이에 미신이 활을 당겨 화살 한 대를 쏘아 그 사나운 호랑이를 쏘아 넘어뜨리고, 여자를 본장으로 데려다 온수와 따뜻한 탕으로 깨우아 그 목숨을 구하였나이다. 그래서 그 여자가 어느 집 사람이냐고 물었사온데 그는 공주란 두 자를 일절 말하지 않았사옵니다. 만일 일찍이 만세의 셋째 공주라 하였다면 어찌 감히 마음을 속여 제멋대로 짝을 이루었사오리이까. 마땅히 금전에 올려 크고작은 벼슬 하나를 받아 몸을 빛내었을 것이옵니다. 다만 그가 백성의 딸이라 하였기에 미신의 장소에 머물게 되었사온데, 여자는 곱고 사내는 재주가 있어 서로 즐거이 따르는지라 이렇게 여러 해를 함께 지내게 되었나이다. 당시에 짝을 이룬 뒤 그 호랑이를 잡아 친척들을 청하려 하였사온데 공주마마께서 우선 죽이지 말라 하셨사옵니다. 그 죽이지 말라 하신 까닭이 몇 마디 말씀으로 매우 잘 이르셨거늘, 이르시기를 하늘에 맡기고 땅에 맡겨 부부가 되었으니 중매도 없고 증인도 없이 혼인을 맺었다 하였나이다. 전생에 붉은 노끈이 이미 발을 묶었거늘 오늘 호랑이를 중매인으로 삼는다 하였사옵니다. 신이 그 말씀을 좇아 호랑이의 사슬을 풀어 그 목숨을 살려 주었나이다. 그 호랑이는 화살에 상처를 입은 채 발굽을 달리고 꼬리를 저으며 달아났사옵니다. 뜻밖에도 그놈이 목숨을 건진 뒤 저 산속에서 몇 해를 닦아 몸을 단련하여 정기가 되어서는 오로지 사람을 홀리고 해치는 짓만 하였사옵니다. 신이 듣건대 지난날에도 경을 구하러 오는 이들이 몇 차례 있었는데 모두 대당에서 온 당승이라 하였사오니, 필시 이 호랑이가 당승을 해치고 그의 문인을 얻어 경을 구하러 가는 중의 모습으로 변하여 오늘 조정에서 주공을 속이고 있사옵니다. 주공이시여, 저 수놓은 방석 위에 앉아 있는 자가 바로 십삼 년 전 공주를 등에 태웠던 사나운 호랑이옵니다. 참된 경 구하는 사람이 아니옵니다!”

보라, 저 물 같은 임금은 어리석은 육안으로 요정을 알아보지 못하고 도리어 그의 한바탕 거짓말을 참된 것으로 여겨 물었다. “어진 부마여, 그대는 어찌 이 중이 공주를 태웠던 호랑이인 줄 아느냐?” 그 요괴가 아뢰었다. “주공, 신은 산속에서 호랑이를 잡아먹고 호랑이 가죽을 입으며 그와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났사오니 어찌 알아보지 못하겠나이까.” 임금이 말했다. “그대가 알아본다면 그에게 본모습을 드러내 보이라.” 괴물이 아뢰었다. “맑은 물 반 잔만 빌려 주시옵소서. 신이 곧 그의 본모습을 드러내게 하겠나이다.” 임금이 관원에게 명하여 물을 가져다 부마에게 건네게 하였다. 그 요괴가 물을 손에 받아 쥐고 몸을 일으켜 앞으로 걸어 나가며 검은 눈으로 몸을 묶는 법을 쓰고 주문을 외운 뒤, 한 입 물고 있던 물을 당승을 향해 확 뿜으며 “변하라!” 하고 외쳤다. 그 장로의 참몸은 전각 위에 숨겨 두고 참으로 얼룩무늬 사나운 호랑이 한 마리로 변하였다. 이때 임금과 신하들이 한눈으로 바라보니 그 호랑이의 생김새가 이러하였으니, 흰 이마에 둥근 머리요 얼룩덜룩한 몸에 번개 같은 눈이며, 네 발굽은 꼿꼿하고 늠름하며 스무 발톱은 갈고리처럼 굽었으되 날카롭구나. 톱니 같은 이가 입을 감싸고 뾰족한 귀가 눈썹에 닿았네. 사낙고 흉악한 꼴이 큰 고양이 같고 맹렬하고 위풍 당당함이 누런 송아지 같구나. 뻣뻣한 수염은 곧게 꽂은 은빛 막대요, 돋친 혀가 불같이 날름거리며 사나운 기운을 뿜는다. 과연 사나운 얼룩 호랑이라,매섭게 몰아치는 위풍이 보전을 흔드누나.

임금이 그것을 보자 넋이 흩어지고 혼이 날아갔으며, 놀란 여러 관원이 모두 달아나 숨었다. 담력이 큰 무장 몇이 장군과 교위를 거느리고 한꺼번에 달려들어 온갖 병기로 마구 내리쳤거늘, 이 판에 당승이 목숨을 건질 팔자가 아니었다면 스무 명의 중일지라도 고기 장으로 부서졌으리라. 이때 마침 정갑과 갈제, 공조와 호교의 여러 신이 반공중에 숨어 보호하고 있었으므로그 병기로는 그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여러 신하가 땅거미가 질 때까지 떠들썩하게 달려들어 그 호랑이를 산 채로 잡아 쇠밧줄로 묶고 철우리에 넣어 조방 안에 두었다.

그 임금이 마침내 어지를 내려 광록시에 명하여 큰 연회를 베풀어 부마가 구해 준 은혜에 보답하게 하였으니, 그렇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저 중에게 해를 입을 뻔하였다. 그날 밤 여러 신하가 조정을 파하고 요마는 은안전으로 들어갔다. 또 궁아와 채녀 열여덟을 뽑아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타며 노래하고 춤추게 하여 요마가 술을 마시며 즐기도록 하였다. 그 괴물은 윗자리에 홀로 앉았고 좌우에 늘어선 이는 모두 고운 살결과 아리따운 자태를 지닌 이들이거늘, 보라 그가 누리는 즐거움이여. 술이 이경에 이르도록 마셔 취기가 올라오자 참지 못하고 제멋대로 굴기 시작하여 벌떡 일어나 크게 한번 웃고는 본모습을 드러내며 갑자기 사나운 마음을 일으켰다. 그리고 키만 한 커다란 손을 뻗쳐 비파 타던 여자 하나를 움켜 잡아 끌어당겨 우두둑 하고 머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놀란 열일곱 궁아가 목숨을 걸고 앞뒤로 마구 달아나 숨으니 보라 그 꼴이여. 궁아는 겁에 질리고 채녀는 놀라 바쁘구나. 궁아의 겁먹음은 마치 비에 맞은 부용이 밤비에 잠긴 듯하고, 채녀의 놀람은 바람에 흔들리는 작약이 봄바람에 춤추는 듯하네. 비파를 부수어대며 목숨을 돌보고 거문고에 넘어져 상처를 입으며 도망하느라, 문을 나서면서 남과 북을 가릴 겨를 없고 전각을 떠나며 서와 동을 살필 틈 없구나. 옥 같은 얼굴이 깨어지고 고운 자태가 상하니 사람마다 목숨을 걸고 달아나며 저마다 남은 삶을 쫓아 흩어진다. 그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도 감히 소리쳐 알리지 못하고 밤이 깊어 감히 임금을 놀라게 하지도 못한 채 모두 낮은 담장 처마 밑에 숨어 벌벌 떨고 있었는데, 이쯤 해 두겠다.

말하자면, 그 괴물이 위에 앉아 스스로 술을 따르고 스스로 잔을 기울이며 한 잔 마실 때마다 사람을 끌어당겨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살점을 두 입 베어 물었다. 그가 안에서 그리 즐기는 동안 바깥 사람들은 모두 “당승이 호랑이 정이다!” 하고 떠들어 댔거늘, 함부로 퍼뜨리고 함부로 떠드는 소란이 금정관역까지 번졌다. 이때 역 안에는 사람이 없고 다만 흰 말만이 구유에서 풀과 사료를 먹고 있었다. 그는 본디 서해 작은 용왕이거늘 천조를 어겨 뿔이 잘리고 비늘이 벗겨져 흰 말로 변하여 당승을 태우고 서쪽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중이었다. 홀연 사람들이 당승이 호랑이 정이라 하는 말을 듣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스승님은 분명 좋은 분이신데 필시 요괴에게 홀려 호랑이 정으로 변하셨으니 스승님이 해를 입으셨구나.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큰 사형은 떠난 지 오래되었거니와 저팔계와 사승 또한 소식이 없구나!”

그는 이경이 될 때까지 견디어 만물이 소리 없는 때를 기다렸다가 그제야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내가 지금 당승을 구하지 않는다면 이 공과는 끝장이로다! 끝장이로다!” 그는 참지 못하고 고삐를 끊어 버리고 안장과 굴레를 털어 느슨하게 한 뒤 급히 몸을 일으켜 바삐 변화를 드러내어 다시 용으로 화하였다. 그리고 검은 구름을 타고 곧장 구천 높은 허공으로 올라가 바라보니,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삼장은 서쪽으로 와 세존을 배알하거늘, 길 가운데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사나운 요기 있었네. 오늘 밤 호랑이로 변한 재앙에서 벗어나기 어렵거늘, 흰 말이 고삐를 늘어뜨리고 주인을 건지누나.

작은 용왕이 반공중에서 바라보니 은안전 안이 등불과 촛불로 휘황찬란하였다. 본디 그 여덟 개의 만당홍에 여덟 자루 촛불이 켜져 있었던 것이다. 구름머리를 낮추어 자세히 살펴보니 그 요마가 홀로 위에 앉아 억지로 술을 마시며 사람의 고기를 먹고 있었다. 작은 용이 웃으며 말했다. “이놈은 형편없구나! 발바닥을 드러내고 바람을 새어 나가게 하여 놓고는 저울추를 짓밟듯 사람을 잡아먹고 있으니 제법 늘어난 놈이로구나! 다만 내 스승님의 행방이 어떠한지 알 길이 없거늘 도리어 이 무뢰한 요괴를 만났구나. 우선 내 가서 그를 한번 놀려 보리라. 손에 넣기만 한다면 요정을 붙잡은 뒤에 스승님을 구해도 늦지 않으리라.” 과연 훌륭한 용왕이라, 그가 몸을 한번 흔들어 궁아 하나로 변하였거늘, 참으로 몸은 가볍고 용모는 아리따웠다. 바삐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가 요마에게 만복을 비는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부마님이시여, 제 목숨을 해치지 마시옵소서. 제가 대신 술잔을 받들러 왔나이다.” 그 요괴가 말했다. “술을 따라 보라.”

작은 용이 주전자를 받아 들고 그의 잔에 술을 따르매 술이 잔보다 서너 푼이나 높이 솟아올랐으되 조금도 넘치지 않았으니, 이는 작은 용이 부린 물을 누르는 법이었다. 그 요괴는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여 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너에게 이런 재주가 있단 말이냐!” 작은 용이 아뢰었다. “아직 몇 푼은 더 높이 따를 수 있사옵니다.” 그 요괴가 말했다. “더 따라라!

더 따라라!” 그가 주전자를 들어 마구 따르니 술이 마구 솟아올라 마치 열세 층 보탑처럼 뾰족하고 꽉 찬 채 조금도 넘치지 않았다. 그 괴물이 입을 내밀어 한 잔을 마시고는 시체를 끌어당겨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노래할 줄 아느냐?” 작은 용이 아뢰었다. “조금은 아는 체하옵니다.” 가락과 운을 따라 작은 곡 하나를 부르고는 또 한 잔을 올렸다. 그 요괴가 말했다. “춤은 출 줄 아느냐?” 작은 용이 아뢰었다. “이 또한 조금은 아는 체하옵니다만, 다만 맨손이라 춤이 보기 좋지 않사옵니다.” 그 요괴가 옷을 걷어 올리고 허리에 찬 보검을 풀어 칼집에서 뽑아 작은 용에게 건넸다. 작은 용이 칼을 받아 들고는 마음을 먹고 주연 앞에서 위로 셋 아래로 넷, 왼쪽 다섯 오른쪽 여섯으로 화려한 칼법을 펼쳐 보였다. 그 요괴가 눈이 휘둥그레져 바라보는데, 작은 용이 화려한 글자를 던져 버리고는 요정을 향해 칼을 한 번 내리쳤다. 과연 훌륭한 괴물이라, 몸을 옆으로 비켜 피하고는 황급히 손발을 놀려 만당홍 하나를 들어 보검을 막아 냈다. 그 만당홍은 본디 무른 쇠로 만들어진 것이라 자루까지 합쳐 팔구십 근이나 되었다. 둘이 은안전을 나서자 작은 용이 본모습을 드러내고 구름머리를 타서는 반공중에서 그 요마와 맞붙어 싸웠다. 이 한 판, 어둠 속에서 참으로 잘도 싸웠거늘 어찌 보이느냐. 저 하나는 완자산에서 생겨난 괴물이요, 이 하나는 서양 바다에서 벌을 받아 내려온 참된 용이로다. 하나는 털끝 같은 빛을 뿜으매 흰 번개를 내뿜는 듯하고, 하나는 날카로운 기운을 일으키매 붉은 구름이 터지는 듯하구나. 하나는 흰 상아 늙은 코끼리처럼 인간 세상을 걷는 듯하고, 하나는 금발톱 살쾡이처럼 하계로 날아내린 듯하네. 하나는 하늘을 받드는 옥 기둥이요, 하나는 바다를 걸친 금 대들보로다. 은빛 용이 날아 춤추고 누런 귀신이 뒤집히며 펄쩍이는데, 좌우로 오가는 보검이 게으름이 없고 만당홍 또한 오가며 쉬지 않는구나. 그 둘이 구름 끝에서 여덟 아홉 합을 싸우매 작은 용은 손이 늘어지고 힘줄이 저리며, 늙은 요마는 몸이 튼튼하고 기운이 셌다. 작은 용이 당해 내지 못하고 칼을 날려 그 요괴를 내리치니 요괴에게는 칼을 받는 법이 있어 한 손으로 보검을 받아 쥐고 다른 한 손으로 만당홍을 내던지며 내리쳤거늘, 작은 용이 미처 손을 쓰지 못해 뒷다리를 한 방 얻어맞고는 황급히 구름머리를 내려놓았으니, 어수하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작은 용이 머리부터 물속으로 뛰어들자 그 요마가 뒤쫓아 왔으나 그를 찾지 못하고는 보검을 쥐고 만당홍을 들어 은안전으로 올라가 여전히 술을 마시고 잠을 청하였거늘, 이쯤 해 두겠다.

말하자면, 그 작은 용은 물 밑에 숨어 있다가 반 시진이 지나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제야 이를 악물고 다리의 통증을 참으며 튀어 올라가 검은 구름을 밟고 곧장 관역으로 돌아와 다시 예전의 말로 변하여 구유 아래에 엎드렸다. 가련하게도 온몸이 물에 젖고 다리에는 상처가 있었거늘, 그때의 형편이 이러하였으니, 뜻의 말과 마음의 원숭이가 모두 흩어져 잃고, 금공과 목모가 다 시들어 버렸네. 황파는 상하여 멀리 갈라지고, 도의는 엷어졌거늘 어찌 이루리오!

또한 삼장법사가 재앙을 만나고 작은 용이 싸움에 패한 일은 이쯤 접어 두겠거니와, 이야기는 이러하다. 저 저팔계는 사승과 헤어진 뒤 곧장 풀숲 속에 처박혀 돼지가 뒹군 웅덩이 하나를 파고는 그 잠을 한밤중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깨어나고 보니 또 어디인지 알 수 없어 눈을 비비고 정신을 가다듬은 뒤에야 귀를 기울여 들어 보니, 아아! 바로 그 산이 깊어 개 짖는 소리 없고 들이 넓어 닭 우는 소리 드물구나. 그가 별과 북두가 옮겨간 것을 보고 아마도 삼경 무렵이려니 하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돌아가 사승을 구하려 하나 참으로 외줄은 실이 되지 못하고 외손은 소리가 나지 않는 법이로구나. 됐다! 됐다! 됐다! 내 우선 성 안으로 들어가 스승님을 뵙고 임금께 아뢰어 허락을 받은 뒤 날래고 용맹한 군사 몇을 뽑아 데리고 내일 사승을 구하러 오리라.”

그 멍청이는 급히 구름머리를 타고 곧장 성 안으로 되돌아와 반나절도 못 되어 관역에 이르렀다. 이때는 인적이 고요하고 달빛만 밝거늘 두 행랑 아래를 찾아보아도 스승님이 보이지 않고 다만 흰 말이 그쪽에서 자고 있었으니, 온몸이 물에 흠뻑 젖어 있고 뒷다리에는 접시만 한 푸른 자국이 있었다. 저팔계가 놀라며 말했다. “재수가 두 겹으로 없구나! 이 망할 놈이 걸어 다닌 적도 없거늘 어찌 몸에 땀이 나고 다리에 푸른 자국이 있단 말이냐? 필시 악한이 스승님을 약탈하며 말을 때려 상하게 한 게로구나.” 그 흰 말은 저팔계인 줄 알아보고는 홀연 사람의 말을 뱉으며 “사형!” 하고 불렀다. 이 멍청이는 놀라 엎어졌다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달아나려 하였으나 그 말이 몸을 쭉 뻗어 검은 승복을 한 입 물어뜯으며 말했다. “형이여, 나를 두려워 말게.” 저팔계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아우야, 너는 어찌하여 오늘에야 말을 하느냐? 네가 입을 열면 필시 큰 불상사가 있는 법이니라.” 작은 용이 말했다. “너는 스승님이 위험에 빠지신 줄 아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나는 모른다.” 작은 용이 말했다. “너는 모르는구나! 너와 사승이 황제 앞에서 재주를 부려 요마를 쓰러뜨리고 공을 세워 상을 받으려 하였거늘, 뜻밖에도 요마의 재주가 커서 너희 재주가 미치지 못해 그를 당해 내지 못하였다. 그래도 한 사람쯤 돌아와 소식을 전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도리어 소식조차 없구나. 그 요정이 잘생긴 문인으로 변하여 조정에 쳐들어가 황제와 인척을 맺고는 우리 스승님을 얼룩무늬 사나운 호랑이로 만들어 버렸거늘, 지금 여러 신하에게 붙잡혀 조방의 철우리 안에 갇혀 있느니라. 내가 이런 고통을 듣자마자 마치 칼로 에이는 듯하였다. 너희 이틀 동안이나 소식이 없거늘 혹시라도 그가 목숨을 해칠까 두려워 용의 몸으로 화하여 구하러 갈밖에 없었으나, 조정에 이르러서도 스승님을 찾지 못하였느니라.

은안전 바깥에 이르러 요정을 만났거늘 내가 또 궁아의 모습으로 변하여 그 괴물을 속였다. 그 요괴가 내게 칼춤을 보여 달라 하므로 마음을 먹고 그를 한 번 내리쳤으나 일찍이 그가 몸을 빼는 바람에 두 손으로 만당홍을 들어 나를 싸움에서 이겼다. 내가 또 칼을 날려 내리치니 그가 또 칼을 받아 쥐고는 만당홍을 내리던져 내 뒷다리를 한 방 때렸느니라. 그러므로 어수하 속으로 뛰어들어 겨우 목숨을 건졌거늘, 다리의 푸른 자국이 바로 그 만당홍에 맞은 것이니라.” 저팔계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참으로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냐?” 작은 용이 말했다. “내가 너를 속일 리가 있겠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너는 버티고 일어날 수 있겠느냐?” 작은 용이 말했다. “내가 버티고 일어난다면 어쩌려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네가 버티고 일어날 수 있다면 바다로 내려가 버리라.

짐은 이 늙은 돼지가 메고 고로장으로 가서 다시 사위 노릇이나 하겠다.” 작은 용이 그 말을 듣고는 그의 장삼을 한 입 물어뜯고는 좀체 놓으려 하지 않으며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흘리며 말했다. “사형이여! 부디 게으른 마음을 내지 말아 주게!” 저팔계가 말했다. “게으름을 부리지 않으면 어쩌란 말이냐? 사승 아우는 이미 그에게 붙잡혔거늘 나는 그를 당해 낼 수 없으니, 이때 흩어지지 않고 무엇을 기다린단 말이냐?” 작은 용이 한참을 잠자코 생각하다가 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사형이여, 흩어지자는 말은 말아 주게. 스승님을 구하려거든 그대는 다만 사람 하나를 청하러 가게.” 저팔계가 말했다. “누구를 청하란 말이냐?” 작은 용이 말했다. “그대는 서둘러 구름을 타고 화과산으로 올라가 큰 사형 손행자를 청해 오게. 그에게는 아직 요정을 항복받을 큰 법력이 있으니 틀림없이 스승님을 구하고 우리가 이 싸움에서 진 원수까지 갚아 주리라.” 저팔계가 말했다. “아우야, 다른 사람을 청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저 원숭이는 나와 좀 사이가 좋지 않느니라. 지난번 백호령에서 저 백골부인을 때려 죽였을 때, 그가 나를 원망하기를 스승님께 《긴고아주》를 외우라고 부추겼다 하더니, 나는 그저 장난으로 여겼거늘 뜻밖에도 그 늙은 중이 참으로 외워 대며 그를 쫓아 보내 버렸느니라. 그가 얼마나 나를 미워할지 모르거늘 그가 결코 오려 하지 않을 것이니라.만일 말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그 곡장하는 몽둥이는 또 무거우니, 만일 분별 없이 몇 방 얻어맞는다면 내가 어찌 살아남겠느냐?” 작은 용이 말했다. “그는 결코 그대를 때리지 않느니라. 그는 인정과 의리가 있는 원숭이 왕이니라. 그를 만나거든 우선 스승님이 위험에 빠지셨다는 말은 하지 말고 다만 스승님이 그대를 그리워하신다 하여 그를 꾀어 데려오게. 이곳에 와서 이런 정황을 보면 그가 필시 분개하여 틀림없이 그 요정과 겨루려 할 것이니, 반드시 그 요정을 붙잡아 내 스승님을 구해 내리라.” 저팔계가 말했다. “좋다, 좋다. 네가 이토록 정성을 다하거늘 내가 가지 않는다면 내가 정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겠구나. 내 이번에 가서 과연 행자가 오려 한다면 그와 함께 오리라. 그가 오지 않으려 한다면 너도 나를 기대하지 말라, 나도 오지 않겠다.” 작은 용이 말했다. “가게, 가게. 틀림없이 그가 올 것이니라.”

참으로 그 멍청이는 쇠스랑을 챙기고 장삼을 여며 입고는 벌떡 일어나 구름을 밟고 곧장 동쪽으로 왔다. 이번에는 또한 당승에게 목숨이 있는 팔자라, 그 멍청이가 마침 순풍을 만나 두 귀를 활짝 펴니 마치 돛을 단 배와 같아서 어느새 동양대해를 건너 구름머리를 내려놓았다. 어느덧 해가 솟아오르거늘 그는 산으로 들어가 길을 찾았다. 한창 가는데 홀연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팔계가 자세히 살펴보니 바로 행자가 산등성이 오목한 곳에 무리 지은 요괴들을 모아 놓고 있는 참이었다. 그는 돌 벼랑 하나 위에 앉아 있고 앞에는 원숭이가 천이백여 마리나 차례대로 줄을 지어 반을 편성한 채 입으로 “만세! 대성 할아버지!” 하고 외치고 있었다. 저팔계가 말했다. “참으로 잘들 즐기는구나, 참으로 잘들 즐기는구나! 그가 중이 되기를 마다하고 굳이 집으로 오려 한 까닭이 있구나! 이런 좋은 점이 있으리라고야, 이다지 큰 가업을 거느리고 또 이만큼 많은 작은 원숭이가 모셔 주다니! 만일 이 늙은 돼지에게 이런 산장이 있다면 나도 무슨 중이 되겠느냐. 이제 여기까지 왔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반드시 그를 한번 만나 보아야겠다.” 그 멍청이는 그를 좀 두려워하여 감히 드러내 놓고 만나려 하지 못하고서 풀 우거진 벼랑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가 천이백에서 삼백 마리 되는 원숭이들 한가운데로 비집고 들어가 그 원숭이들을 따라 절을 올렸다.

뜻밖에도 손대성은 높이 앉아 있는 데다 눈썰미까지 좋아 그를 훤히 보았거늘 물었다. “저 반열 가운데 함부로 절하는 저 오랑캐는 어디서 온 놈이냐? 끌어 올려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작은 원숭이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저팔계를 밀어 올려 땅에 엎어 놓았다. 행자가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온 오랑캐냐?” 저팔계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감히 여쭙건대, 오랑캐가 아니오라 아는 사람, 아는 사람이오.” 행자가 말했다. “내 대성 휘하의 원숭이 무리는 모두 한결같은 모습이거늘, 너의 주둥이는 특별하게 생겼고 생김새가 좀 괴상하니 필시 다른 데서 온 요마로구나. 다른 데서 온 놈이라면 내 휘하에 들려거든 먼저 이력서와 명함을 올리고 이름을 보고하여라. 그래야 내 너를 여기 남겨 반열에 따라 점호할 수 있느니라. 내 너를 남겨 두지 않을 터인데 네가 감히 여기서 함부로 절을 하느냐!” 저팔계가 고개를 숙이고 주둥이를 내밀며 말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런 낯짝을 내보이는구나! 내가 너와 형제로 몇 해를 지냈거늘 도리어 못 알아보는 척하며 무슨 오랑캐니 하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들어 보아라.” 그 멍청이가 주둥이를 위로 쳐들며 말했다. “보란 말이오! 너는 나를 못 알아보아도 이 주둥이는 알아보겠지!” 행자가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저팔계로구나.” 그는 한마디 부르는 소리를 듣자마자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그렇소! 그렇소! 내가 바로 저팔계요!” 그는 또 속으로 생각하였다. “알아보았으니 이야기하기 좋구나.” 행자가 물었다. “너는 당승을 따라 경을 구하러 가지 않고 어찌 여기 왔느냐? 필시 네가 스승님을 거슬러 스승님도 너를 쫓아보낸 게 아니냐? 무슨 폄서가 있거든 가져오너라, 내 보겠다.” 저팔계가 말했다.

“거스른 적도 없고 그에게 무슨 폄서도 없으며 나를 쫓은 적도 없소.” 행자가 말했다. “폄서도 없고 너를 쫓지도 않았다면 네가 내게 어찌 왔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스승님이 그대를 그리워하시어 나를 보내어 청하라 하셨소.” 행자가 말했다. “그가 나를 청할 리도 없고 그가 나를 그리워할 리도 없느니라. 그는 그날 하늘을 향해 맹세하고 친필로 폄서를 썼거늘 어찌 또 나를 그리워하고 또 너를 멀리 보내어 나를 청하게 한단 말이냐? 나는 단연코 갈 수 없다.” 저팔계가 그 자리에서 거짓말을 꾸며 내며 황급히 말했다. “참으로 그리워하시오! 참으로 그리워하신다니까!” 행자가 물었다. “그가 어찌 나를 그리워한단 말이냐?” 저팔계가 말했다. “스승님이 말 위에서 가시다가 제자를 부르셨거늘 나는 듣지 못하고 사승은 귀가 먹었다 핑계하였소. 그러자 스승님이 그대를 떠올리시며 우리들은 시원찮다 하시고, 그대야말로 총명하고 영리한 사람이라 늘 부르면 대답하고 하나 물으면 열을 답한다 하셨소. 이런 까닭으로 그대를 그리워하시어 특별히 나를 보내어 청하라 하셨으니, 부디 한번 가 보시오. 하나는 그대를 바라시는 마음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요, 또 하나는 내가 멀리 온 뜻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이오.” 행자가 그 말을 듣고는 벼랑에서 뛰어내려 손으로 저팔계를 부축하며 말했다. “현제야, 먼 길 오느라 수고하였구나. 우선 나와 함께 놀다 가자.” 저팔계가 말했다. “형이여, 이곳은 길이 머오니 스승님이 기다리시다가 늦어질까 두렵거늘 나는 놀지 않겠소.” 행자가 말했다.

“너 또한 여기까지 온 김에 내 산의 경치가 어떤지 한번 보아라.” 그 멍청이는 감히 완강히 사양하지 못하고 하는 수 없이 그를 따라 걸었다.

둘이 손을 잡고 서로 부축하며 여러 작은 요괴가 뒤따라 화과산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과연 좋은 산이로다! 저 대성이 집으로 돌아온 뒤 이 며칠 사이에 거두어 정리하여 옛 모습 그대로 새롭게 꾸며 놓았거늘, 보라 저 산이여. 푸르기는 옥을 깎아 세운 듯하고 높기는 구름에 닿을 듯하네. 둘레에는 범이 웅크리고 용이 서린 형세요, 사방에는 원숭이 울음과 학 울음이 많구나. 아침에는 구름이 산마루를 덮어 감싸고 저녁에는 해가 숲 사이에 걸려 있네. 흐르는 물은 졸졸거리며 옥 패옥을 울리고, 골짜기 샘물은 똑똑 떨어지며 요지금을 타는구나. 산 앞에는 깎아지른 봉우리와 벼랑이 솟았고, 산 뒤에는 꽃과 나무가 무성하구나. 위로는 옥녀가 머리 감던 동이에 닿았고 아래로는 천하에서 갈라진 물줄기를 잇네. 천지가 맺은 수려함이 봉래를 능가하고, 탁하고 맑은 기운이 길러 낸 참된 동부로구나. 그림 솜씨 좋은 붓으로도 그리기 어렵고, 선녀가 하늘의 기밀을 알아도 묘사하지 못하리라. 영롱한 기이한 바위, 바위는 영롱하니 영롱함이 고개 마루에서 채색을 맺었네. 햇빛이 흔들리매 천 가닥 자줏빛 고움이 움직이고, 상서로운 기운이 흔들리매 만 갈래 붉은 노을이 일렁인다. 동천복지가 인간 세상에 있거늘 온 산에 새 나무와 새 꽃이로다. 저팔계가 아무리 보아도 다 볼 수 없어 기쁨이 가득하여 말했다. “형이여, 좋은 곳이오! 과연 천하 제일의 명산이로구나!” 행자가 물었다. “현제야, 이곳에서 살아 볼 만하겠느냐?” 저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사형이 하시는 말씀 보시오. 보산은 동천복지인데 어찌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말을 쓰시오?” 둘이 한참을 담소하다가 산을 내려오는데, 길가에 작은 원숭이 몇 마리가 자줏빛 윤기 나는 포도와 향기로운 배와 대추, 누렇게 영근 비파, 붉고 고운 양매를 받쳐 들고 길가에 꿇어앉아 외쳤다.

“대성 할아버지, 아침 진지를 드시옵소서.”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 돼지 아우는 밥통이 커서 과일로 진지를 삼는 법이 없느니라. 좋다, 좋다. 변변찮다 탓하지 말고 대충 몇 개 집어 군것질이나 하자.” 저팔계가 말했다. “내 비록 밥통이 크다 하나 또한 고장에 들어가면 그 고장 법을 따르는 법이오. 가져오시오, 가져오시오. 나도 몇 개 집어 새 것으로 맛을 보겠소.” 둘이 과일을 먹는 사이에 차츰 해가 높이 떠올랐다. 그 멍청이는 당승을 구하는 일이 늦어질까 두려워 자꾸만 재촉하며 말했다. “형이여, 스승님이 그곳에서 나와 그대를 기다리고 계시오. 그대와 나, 어서 갑시다.” 행자가 말했다. “현제야, 청하노니 수렴동으로 가서 한번 놀아 보게.” 저팔계가 완강히 사양하여 말했다. “노형의 후의는 매우 감사하오나 스승님이 오래 기다리시니 수고롭게 동굴까지 들어갈 것 없소.”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다면 오래 붙들어 두지 않겠노라. 여기서 바로 작별하자.” 저팔계가 물었다. “형이여, 그대는 가지 않겠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내가 어디로 간단 말이냐? 나는 이곳에서 하늘도 거두지 않고 땅도 관여하지 않으니 자유롭고 편안하거늘, 이리 즐기지 않고 무슨 중이 되겠느냐? 나는 가지 않겠다, 너나 가거라. 다만 당승에게 이리 전하여라. 이미 쫓아내 놓고서 다시는 나를 생각지 말라 하였노라.” 멍청이가 그 말을 듣고는 감히 완강히 다그치지 못하였으니, 다만 그의 성질을 자극하여 당장 몽둥이로 몇 방 얻어맞을까 두려워서였다. 하는 수 없이 연신 대답하며 작별을 고하고 길을 찾아 떠났다. 행자는 그가 가는 것을 보고는 곧 날래고 약은 작은 원숭이 둘을 뽑아 저팔계의 뒤를 밟아 무슨 말을 하는지 듣게 하였다. 참으로 그 멍청이는 산을 내려와 서너 리도 못 가서 뒤를 돌아 행자를 가리키며 입으로 욕하였다. “이 원숭이 같은 놈, 중은 안 되고 도리어 요괴가 되었구나! 이 원숭이 새끼야, 내가 선뜻 청하러 왔거늘 그는 가지 않는다! 네가 가지 않으면 그만이로구나!” 몇 걸음 걸을 때마다 또 몇 마디씩 욕을 퍼부었다. 그 작은 원숭이 둘이 급히 달려 돌아와 보고하였다. “대성 할아버지, 저 저팔계가 매우 성실하지 못하옵니다. 조금 걸을 때마다 몇 마디씩 욕을 하옵니다.” 행자가 크게 노하여 외쳤다.

“잡아 오너라!” 그 원숭이 무리가 온 땅을 날아가듯 뒤쫓아 저팔계를 들어 엎어 놓고는 갈기를 움켜쥐고 귀를 잡아당기며 꼬리를 잡아끌고 털을 쥐어뜯어 다시 끌고 돌아갔다.

결국 어떻게 다스릴지, 목숨의 사생이 어떠할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