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다운로드 > Hoe31

031 제31회 저팔계의격후왕(豬八戒義激猴王) · 손행자지강요괴(孫行者智降妖怪)

의로운 정은 형제의 우애로 맺어지고, 법은 본래의 성품으로 돌아갔도다. 금이 순순히 따르고 목이 길들여져 바른 열매를 이루었으니, 마음의 원숭이와 나무의 어미가 붉은 알약에서 하나가 되었도다.

함께 지극한 즐거움의 세계에 오르고, 함께 둘 아닌 법문으로 왔도다. 경전이란 수행의 모든 길이요, 부처는 바로 제 자신의 원신과 짝하느니라. 형과 아우가 만나 세 가지 맹약을 이루고, 요괴와 마왕의 빛깔이 오행에 응하였도다. 여섯 가지 문이 즐거워하는 바를 잘라 버리고 곧 큰 뇌음사로 나아가리라. 말하자면, 그 바보 녀석이 원숭이 한 무리에게 붙잡히었다. 원숭이들은 그를 어깨에 메고 잡아당기며 걷어차고 끌어당겨 입고 있던 장삼 한 벌을 찢어 놓았다. 저팔계는 입으로 시시콜콜 중얼거리며 혼잣말로 이렇게 읊었다. “망했다! 망했다! 이번에 가면 틀림없이 얻어맞아 죽을 판이로구나!” 오래지 않아 동굴 어귀에 이르렀다. 그 대성은 바위 벼랑 위에 앉아서 꾸짖었다. “이 겨만 처먹은 못난 놈! 네가 갔으면 그만이거늘 어찌하여 나를 욕했느냐?” 저팔계가 땅에 꿇어앉아 아뢰었다. “형님, 저는 형님을 욕하지 않았나이다. 만일 욕을 했다면 제 혀뿌리가 썩어 문드러질 것이옵니다. 저는 그저 형님께서 가지 않으시니 제가 스승님께 가서 아뢰겠노라고 하였을 뿐이옵니다. 어찌 감히 형님을 욕할 수 있겠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네가 어찌 나를 속여 넘길 수 있겠느냐? 내가 이 왼 귀를 위로 잡아당기면 서른세 겹 하늘 사람들의 말소리를 알아듣고, 이 오른 귀를 아래로 잡아당기면 열 대의 염라대왕이 판관과 장부를 결산하는 것까지 알아듣는다. 네가 길을 걸으면서 나를 욕했는데, 내가 어찌 듣지 못했겠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 저는 형님께서 도둑의 머리에 쥐의 눈을 하고 계셔서, 틀림없이 무슨 물건으로 변해 저를 따라오며 엿들으셨으려니 짐작했나이다.” 행자가 소리쳤다. “녀석들, 굵은 몽둥이를 골라 오너라! 먼저 스무 대를 복사뼈에 얹어 만남의 인사를 하고, 다시 스무 대를 등에 꽃으로 피운 뒤에야, 내가 쇠몽둥이를 들어 이 녀석을 배웅해 주겠다!” 저팔계가 깜짝 놀라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형님, 부디 스승님의 낯을 보시어 저를 살려 주시옵소서!” 행자가 입을 열었다.

“내가 보건대 그 스승님은 참으로 어질고 의로운 분이시구나! 짐승 붙이 하나 기를 줄 모르면서 말이야.” 저팔계가 다시 말했다. “형님, 스승님의 낯을 보아 주시려 않으시거든, 바다 위 관음보살님의 낯을 보시어 저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행자가 관음보살 이야기가 나오자 마음이 서너 할쯤 풀려 이렇게 말했다. “아우야, 그렇게 말한다면 내 너를 때리지는 않으마. 그러나 너는 솔직히 털어놓고 나를 속이지 말아라. 저 당나라 스님이 어디에서 난을 만났기에 네가 여기까지 와서 나를 꾀어 내려 하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 별다른 어려움은 없나이다. 다만 진실로 형님이 그리웠을 뿐이옵니다.” 행자가 꾸짖었다.

“이 매 맞아 마땅한 못난 놈! 네가 어찌 아직도 능청을 떠느냐? 이 늙은 손은 몸은 수렴동으로 돌아왔으되 마음은 경을 얻으러 가는 중을 좇고 있느니라. 저 스승님은 걸음마다 어려움이 있고 곳곳마다 재앙을 만날 터이니, 어서 일찍 내게 일러 주어라. 그래야 매를 면하리라!” 저팔계가 이 말을 듣고는 머리를 조아려 아뢰었다. “형님, 본래 형님을 속여 두고 가서 청하려 하였는데, 뜻밖에도 형님께서 이다지도 영험하시니 매만은 용서하시옵고 저를 일으켜 주시어 말씀드리게 해 주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그러마, 일어나서 말해라.” 원숭이들이 손을 놓자 그 바보 녀석이 벌떡 일어나서는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행자가 말했다. “네가 무엇을 두리번거리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어느 길이 트였는지 보는 것이오. 달아나기 좋게 말이오.” 행자가 입을 열었다.

“네가 어디까지 달아난단 말이냐? 사흘을 먼저 가게 해 준다 한들, 이 늙은 손에게는 능히 너를 되돌려 세울 재주가 있느니라! 어서 빨리 말해라. 이대로 내 성깔을 돋우면 결코 너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을 속일 생각은 없나이다. 형님께서 돌아가신 뒤 저는 사승과 함께 스승님을 모시고 앞으로 가다가 검은 소나무 숲 하나를 보았나이다. 스승님께서 말에서 내리시어 저에게 밥을 동냥해 오라 하셨나이다. 제가 멀찍이 가 보았으나 인가라곤 하나도 없었고, 몹시 힘이 들었던지라 풀숲에 누워 조금 잠이 들었나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사승이 스승님 곁을 떠나 저를 찾아왔나이다. 형님도 아시다시피 스승님께서는 가만히 앉아 계시는 성미가 못 되셔서 홀로 숲속을 걸으며 경치를 즐기셨나이다. 숲을 나오시니 황금 탑 하나가 빛을 내고 있었는데, 스승님께서는 그것을 절인 줄로만 여기셨나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 탑 아래 황포라는 요괴가 있어서 스승님께서 그놈에게 붙잡히고 말았나이다. 그 뒤 저와 사승이 되돌아와 찾아보았으나 흰 말과 짐 보따리만 보일 뿐 스승님은 보이지 않았나이다. 하는 수 없이 동굴 어귀까지 찾아가 그 요괴와 맞붙어 싸웠나이다. 스승님께서 동굴에 계실 때 다행히 구원의 별 하나를 만났는데, 그분은 본래 보상국 임금님의 셋째 공주로 그 요괴에게 납치되어 온 분이었나이다. 그분이 집으로 보내는 편지 한 통을 써서 스승님께 부탁해 전하게 하였고, 그 덕분에 사정이 잘 되어 스승님께서 풀려나셨나이다. 나라에 이르러 편지를 올리니 그 임금께서 곧장 스승님께 요괴를 항복받고 공주를 데려오시라 청하였나이다. 형님, 아시지 않으시옵니까. 그 늙은 중이 어찌 요괴를 항복시킬 수 있었겠나이까? 저희 둘이 다시 가서 싸웠으나 그 요괴의 신통이 광대하여 사승마저 잡아 가 버렸고, 저는 싸움에 져서 달아나 풀숲에 엎드려 숨었나이다. 그 요괴는 준수한 선비로 변신해 조정에 들어가 임금님과 친척이라 사칭하고는 스승님을 호랑이로 만들어 버렸나이다. 또 백룡마가 밤에 용의 몸을 드러내어 스승님을 찾으러 나섰다가 도리어 스승님은 만나지 못하고 은안전에서 술을 마시던 그 요괴와 마주쳤나이다. 백룡마는 궁녀 하나로 변해 그 요괴에게 술을 권하며 칼춤을 추다가 기회를 타 그놈을 내리치려 하였으나, 도리어 그놈이 휘두른 만당홍에 앞다리를 맞아 상하고 말았나이다. 바로 그 백룡마가 저더러 형님을 모셔 오라 하였나이다. 그러면서 이르기를 '사형은 인자하고 의로운 군자이니, 군자는 옛 원한을 마음에 두지 않는 법이라, 틀림없이 스승님의 이 한 가지 난을 구하러 오실 것이오'라 하였나이다. 형님, 부디 하루를 스승으로 모셨으면 평생을 아비로 모신다는 그 정을 헤아리시어, 만 번이고 청하오니 그를 한 번 건져 주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이 어리석은 녀석! 내가 작별할 때 거듭거듭 당부하며 말하기를 '만일 요마가 스승님을 붙잡거든 너는 늙은 손이 그의 큰 제자라 하라' 하지 않았더냐? 그런데 어찌하여 나를 말하지 않았느냐?” 저팔계는 속으로 깊이 생각했다. '부탁해 오는 것보다 자극하는 것이 낫다. 내 한번 자극해 보자.' 그리고 입을 열었다. “형님, 형님을 말하지 않은 편이 오히려 나았사옵니다. 형님을 말한 까닭에 그놈이 더욱 버릇없이 굴었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어찌 되었다는 말이냐?” 저팔계가 말했다. “제가 그놈에게 이르기를 '요정아, 버릇없이 굴지 말고 우리 스승님을 해치지 마라! 내게는 손행자라는 큰 사형이 계시다. 그분은 신통이 광대하여 능히 요괴를 항복시키시나니, 그분이 오시면 너는 죽어도 시신 둘 곳이 없을 것이다!' 하였나이다. 그러자 그 요괴는 이 말을 듣고 더욱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나이다. '무슨 손행자 따위냐, 내가 그놈이 두렵더냐? 그놈이 오거든 가죽을 벗기고 힘줄을 뽑고 뼈를 씹고 심장을 먹어 주겠다! 원숭이가 여위었다 한들 내가 그놈을 다져서 기름에 튀겨 먹으리라!'” 행자가 이 말을 듣자 그 자리에서 귀를 긁고 뺨을 문지르며 성이 머리끝까지 치솟아 펄쩍펄쩍 뛰었다. “어느 놈이 감히 이토록 나를 욕한단 말이냐!”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저 황포괴가 이렇게 욕을 퍼부었기에 제가 그대로 형님께 들려 드린 것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아우야, 일어나거라. 내가 가지 못할 까닭이 없느니라. 요괴가 감히 나를 욕했으니 나 역시 그놈을 항복시키지 않을 수 없구나. 내 너와 함께 가리라. 이 늙은 손은 오백 년 전에 천궁을 크게 어지럽혔을 적에, 온 하늘의 신장들이 나를 보면 낱낱이 허리를 굽히고 몸을 낮추어 입으로는 대성이라 불렀느니라. 이 요괴가 무례하게도 면전은 물론 뒤에서까지 나를 욕하다니! 이번에 가서 그놈을 단단히 붙잡아 시신을 만 갈래로 찢어 나를 욕한 원한을 갚으리라! 원수를 갚고 나면 곧장 돌아오마.”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 바로 그말이옵니다. 형님께서는 다만 가서 그 요괴를 잡아 원수를 갚으시고 나면, 그때 오시고 아니 오시는 것은 형님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그 원숭이가 비로소 벼랑에서 뛰어내려 동굴 안으로 들어가 요괴의 옷을 벗어 던지고, 비단 장삼을 가지런히 여미고 호랑이 가죽 치마를 단단히 동여매고는 쇠몽둥이를 들고 곧장 문 밖으로 나왔다. 원숭이 떼가 놀라며 길을 막고 말했다. “대성 할아버지, 어디로 가시려 하시나이까? 우리도 데려가서 몇 해라도 즐겁게 놀게 해 주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녀석들, 그게 무슨 소리냐! 내가 당나라 스님을 모시는 이 일은, 하늘 위에서 땅 아래까지 모두가 손오공을 당나라 스님의 제자로 알고 있느니라. 스승님께서 나를 쫓아 돌려보내신 것이 아니라, 집에 와서 둘러보며 편히 놀라고 나를 집으로 보내주신 것이니라. 그러니 이 일로 말미암아 너희는 모두 가업을 삼가 지키고, 철 따라 버들을 꽂고 소나무를 심어 결코 게을리하지 말아라. 나는 다시 가서 당나라 스님을 모시고 경을 얻어 동쪽 땅으로 돌아갈 터이니라. 공을 이루고 나면 다시 돌아와 너희와 함께 하늘이 준 즐거움을 누리리라.” 원숭이들이 저마다 명을 받들었다.

그 대성이 비로소 저팔계와 손을 맞잡고 구름을 타고 동굴을 떠나 동쪽 큰 바다를 건너 서쪽 언덕에 이르러 구름빛을 멈추고 불렀다. “아우야, 너는 잠시 여기서 천천히 가거라. 내 바다로 내려가 몸을 씻고 오마.” 저팔계가 말했다. “바삐 갈 길인데 무슨 몸을 씻는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너는 어찌 알겠느냐. 내가 돌아온 뒤 며칠 사이에 몸에 요괴의 기운이 좀 배었느니라. 스승님은 깨끗한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나를 꺼리실까 염려되느니라.” 저팔계는 이때에 이르러서야 행자가 한결같이 진심이며 다른 뜻이 없음을 비로소 알아차렸다. 잠시 뒤 씻기를 마치고 다시 구름을 타고 서쪽으로 나아가는데, 저 황금 탑이 빛을 내고 있었다. 저팔계가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저기가 황포괴의 집이 아니오? 사승도 그놈의 집에 있소.” 행자가 말했다. “너는 공중에 있고, 내가 내려가 저 문 앞이 어떤지 살펴보마. 그래야 요괴와 맞붙어 싸우기 좋으니라.” 저팔계가 말했다. “가지 마시오. 요괴는 집에 없소.” 행자가 말했다. “내가 알고 있느니라.” 과연 좋은 원숭이 왕이로다. 상서로운 빛을 내려앉혀 곧장 동굴 문 밖에 이르러 살펴보니, 아이 둘이 그곳에서 구부러진 몽둥이를 휘두르며 털공을 치고 구멍을 다투며 놀고 있었다. 하나는 열 살쯤 되어 보이고, 다른 하나는 여덟아홉 살쯤 되어 보였다. 한창 놀고 있는데 행자가 달려들어 갔으니, 그 아이가 장씨네 집 아이건 이씨네 집 아이건 가리지 않고 정수리에 남겨 둔 머리카락 뭉치를 움켜쥐어 번쩍 들어 옮겨 놓았다. 그 아이들은 깜짝 놀라 입으로는 욕설과 울음을 섞어 마구 외쳐 댔는데, 그 소리가 파월동의 작은 요괴들을 놀라게 하여 급히 공주에게 달려가 아뢰었다.

“마님, 누군지 모를 자가 두 도련님을 낚아챘사옵니다!” 알고 보니 그 두 아이는 공주가 그 요괴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이었다. 공주는 이 말을 듣고 황급히 동굴 문 밖으로 걸어 나왔는데, 행자가 두 아이를 번쩍 들어 높은 벼랑 위에 서서 아래로 내동댕이칠 듯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공주가 목청을 높여 크게 외쳤다.

“이 사람아, 나는 그대와 아무런 상관이 없거늘 어찌하여 내 아들을 낚아챘느냐? 그 아이 아비가 대단히 사나운 자라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결코 그대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니라!” 행자가 말했다. “그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오? 나는 저 당나라 스님의 큰 제자 손오공 행자니라. 나의 사제 사승이 그대의 동굴에 있으니, 그대가 가서 그를 풀어 주면 내 이 두 아이를 그대에게 돌려주리라. 이처럼 둘과 하나를 바꾸는 것도 그대에게 유리한 장사 아니겠소?” 그 공주는 이 말을 듣고 급히 안으로 달려가 문을 지키던 작은 요괴 몇을 물리치고는 친히 손을 놀려 사승의 결박을 풀어 주었다. 사승이 말했다. “공주마마, 저를 풀어 주지 마시옵소서. 그대의 요괴가 집에 돌아와 사람을 내놓으라 하면 그대까지 화를 입을까 두렵사옵니다.” 공주가 말했다. “장로시여, 그대는 나의 은인이옵니다. 그대가 내 가정 편지를 밝히 변론해 주어 내 목숨을 건져 주었으니, 나 또한 마음을 써서 그대를 놓아 주려 하였나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동굴 문 밖에 그대의 큰 사형 손오공이 와서 나더러 그대를 놓아 주라 하였나이다.” 아아! 그 사승은 손오공이라는 세 글자를 듣자마자 마치 제호를 머리에 붓고 감로가 마음을 적시는 듯하였으며, 얼굴에는 천성이 기뻐하는 빛이 어려오고 가슴에는 온통 봄기운이 가득 찼다. 사람 하나 왔다는 소리를 들었을 뿐인데 마치 한 조각 금과 옥을 주운 것만 같았다. 보라, 그가 장삼 소매를 털어 내고 문 밖으로 걸어 나와 행자에게 예를 올리며 말했다. “형님, 형님은 참으로 하늘에서 내려오셨나이다! 만 번이고 청하오니 저를 한 번 구해 주시옵소서!”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사승 녀석! 스승님이 《긴고아주》를 외우실 때 네가 한마디 거들어 주겠느냐고 물었더니, 너는 그저 입만 놀리며 폼이나 잡았지! 스승님을 모시려면 어찌하여 서천으로 가는 길을 가지 않고 여기 웅크리고 있느냐?” 사승이 말했다. “형님, 그런 일은 더 말씀하지 마시옵소서. 군자는 이미 지나간 일을 따지지 않는 법이옵니다. 저희는 패군의 장수라 용맹을 말할 수 없나이다. 부디 저를 구해 주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이리 올라오너라.”
그제야 사승이 몸을 솟구쳐 바위 벼랑으로 뛰어올랐다.

말하자면, 저팔계가 공중에 멈춰 서 있다가 사승이 동굴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곧 구름머리를 내려앉히며 소리쳤다.

“사승 아우, 마음을 굳게 먹어라! 마음을 굳게 먹어!” 사승이 몸을 일으켜 말했다. “둘째 형님, 어디서 오셨소?” 저팔계가 말했다. “내 어제 싸움에 져서 밤에 성 안으로 들어갔더니 흰 말을 만났소. 그 말에게서 스승님이 황포의 술법에 걸려 호랑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소. 그 흰 말이 나와 의논 끝에 형님을 모셔 오라 하였지.” 행자가 말했다. “바보야, 그만 긴 인사나 늘어놓고 이 두 아이를 너희 둘이 안고 먼저 그 보상성으로 들어가 그 요괴를 자극해 데려오너라. 나는 여기서 그놈을 때리리라.” 사승이 말했다. “형님, 어떻게 그놈을 자극하란 말씀이오?” 행자가 말했다. “너희 둘이 구름을 타고 금란전 위에 서서 좋고 나쁠 것 따지지 말고 그 아이들을 흰 옥 계단 앞에다 내동댕이쳐라. 누가 너희가 누구냐고 물으면 너희는 황포 요정의 아들인데 우리 둘이 잡아 왔다고 하여라. 그 요괴가 그 소리를 들으면 틀림없이 되돌아올 터이니, 나는 성 안으로 들어가 그놈과 싸울 필요가 없느니라. 만일 성 위에서 맞붙어 싸우면 반드시 구름을 뿜고 안개를 토하며 흙을 날리고 먼지를 일으켜 그 조정과 여러 관원과 백성들을 놀라게 하여 모두 불안하게 만들 것이니라.” 저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은 무슨 일만 벌이면 우리를 골려 먹소.” 행자가 말했다. “어째서 너희를 골려 먹는단 말이냐?” 저팔계가 말했다. “이 두 아이는 형님이 잡아 온 뒤 이미 겁을 집어먹어 이제 목소리까지 잠겼소. 조금만 더 지나면 틀림없이 죽고 말 것이오. 우리가 그 아이들을 아래로 던져 고기 반죽처럼 만들어 놓으면 그 요괴가 달려들어 우리를 그냥 놓아 주겠소? 틀림없이 우리 둘에게 목숨으로 갚으라 할 것이오. 그리되면 형님만 깨끗하지 않소? 목격자조차 형님은 없을 터이니, 곧 우리를 골려 먹는 것 아니오?” 행자가 말했다. “그놈이 너희를 붙잡거든 너희 둘은 그놈과 싸우며 여기로 끌고 오너라. 이곳은 싸움터가 넓으니 내가 여기서 기다리며 그놈을 때리리라.” 사승이 말했다. “옳소, 옳소. 큰 형님 말씀이 이치에 맞소. 우리 가 봅시다.” 그 둘이 그제야 위풍을 믿고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행자가 곧 바위 벼랑 아래로 뛰어내려 그 탑 문 아래에 이르렀다. 그러자 그 공주가 말했다. “이 중놈, 믿음과 의리라곤 하나도 없구나! 네 사제를 놓아 주면 내 아이를 돌려주겠다 하였거늘, 어찌하여 네 사제는 풀려가고 내 아이는 도로 붙잡아 둔 채 도리어 내 문 앞에 와서 무엇 하려 하느냐?” 행자가 웃음을 띠며 말했다. “공주는 노여워 마시오. 그대가 이곳에 온 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그대의 아들을 데리고 외할아버지를 뵈러 가는 길이오.” 공주가 말했다. “중이여, 버릇없이 굴지 마시오. 내 그 황포 낭군은 다른 무리와는 다르다오. 그대가 내 아이를 놀라게 한다면 그분께서 놀란 가슴을 가라앉혀 주실 것이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공주여,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나서 무엇을 하면 죄를 짓는 것이오?”

공주가 말했다. “나는 아오.” 행자가 말했다. “그대는 여자인데 무엇을 안다는 것이오?” 공주가 말했다.

“내 어려서 궁중에 있을 적에 부모님께 훈계를 받았나이다. 옛 책에 이르기를, 다섯 가지 형벌의 갈래가 삼천 가지나 되지만 그 죄는 불효보다 큰 것이 없다 하였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그대야말로 바로 불효한 사람이오. 대저 아버지는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는 나를 기르셨도다. 가여우신 우리 부모님, 나를 낳으시느라 애를 쓰셨도다! 그러므로 효는 온갖 행실의 근원이요 모든 선의 근본이거늘, 어찌하여 몸을 요괴의 곁에 두고 더욱이나 부모를 생각조차 않는 것이오? 불효의 죄를 면할 수 있겠소?” 공주가 이 바른말을 듣고 한참이나 귀가 붉어지고 얼굴이 달아올라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리고 그만 입을 놀려 이렇게 말했다. “장로의 말씀이 지극히 옳나이다. 내 어찌 부모를 생각하지 않으리이까. 다만 이 요괴가 나를 속여 이곳으로 데려온 뒤 법령은 삼엄하고 내 걸음은 어려우며, 길은 멀고 산은 험하여 아무도 소식을 전할 이가 없나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였으나 도리어 부모님께서 내가 달아난 줄 의심하실까 두려워 일이 끝내 밝혀지지 않을까 하였나이다. 그러므로 어찌할 수 없이 구차하게 목숨을 이어 왔으니, 참으로 천지간의 큰 죄인이옵니다!” 말을 마치자 눈물이 샘물처럼 솟구쳤다. 행자가 말했다. “공주는 슬퍼하지 마시오. 저팔계가 일러 주기를 그대에게 편지 한 통이 있어 내 스승님의 목숨을 건졌다 하였고, 그 편지에도 부모를 그리는 뜻이 있다 하였소. 이 늙은 손이 온 터이니 틀림없이 그대를 위해 요괴를 잡아 조정으로 데려가 임금님을 뵙게 하고, 다시 좋은 배필을 구해 부모님을 늙도록 모시게 하리다. 그대의 뜻은 어떠하오?” 공주가 말했다. “중이여, 죽을 짓을 하지 마시오. 어제 그대의 두 사제가 그리 호걸이라면서도 내 황포 낭군을 이겨 본 적이 없소.

“그대는 그저 힘줄만 많고 뼈는 적은 여윈 귀신 같아 게 한 마리 같기도 하여 뼈가 모두 겉으로 나와 있소. 무슨 재주가 있다고 감히 요마를 잡겠다는 말을 하시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대가 본래 눈이 없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속담에 이르기를, 오줌보는 크나 무게가 없고 저울추는 작으나 천 근을 누른다 하였느니라. 저들의 겉모습은 헛되이 클 뿐 쓸모가 없어 걸으면 바람을 받고 옷을 입으면 헝겊만 축내며 불을 붙이면 속이 비고 문을 이고 가면 허리가 휘며 밥만 축낼 뿐 아무 공이 없느니라. 이 늙은 손은 작기는 작으나 힘줄이 알차니라.” 그 공주가 말했다. “참으로 재주가 있으시오?” 행자가 말했다. “내 재주는 그대가 본 적도 없을 터이니, 능히 요괴를 항복시키고 귀신을 굴복시키느니라.” 공주가 말했다. “그대는 나를 그르치게 하지 마시오.” 행자가 말했다. “결코 그대를 그르치지 않으리라.” 공주가 말했다. “그대가 요괴를 항복시키고 귀신을 굴복시킨다니, 이제 그놈을 어찌 잡겠다는 것이오?” 행자가 말했다. “그대는 잠시 피해 있으오. 내 앞에 있으면 그놈이 왔을 때 손을 쓰기가 거북하니, 그대가 그놈과 정이 두터워 차마 그놈을 놓지 못할까 염려되느니라.” 공주가 말했다. “내 어찌 그놈을 차마 놓지 못하리이까. 이곳에 머문 것은 부득이해서였을 뿐이외다!” 행자가 말했다. “그대가 그놈과 십삼 년을 부부로 지냈거늘 어찌 정이 없겠느냐. 내가 그놈을 보거든 장난 삼아 겨루지 않으리라. 몽둥이 하나는 곧 몽둥이 하나요 주먹 하나는 곧 주먹 하나로 그놈을 쓰러뜨려야 그대를 모시고 조정에 돌아가 임금님을 뵈올 수 있느니라.”

그 공주는 과연 행자의 말대로 한적한 곳으로 가 몸을 숨겼으니, 그녀의 인연도 이제 다할 때가 되어 대성을 만난 것이었다. 그 원숭이 왕은 공주를 숨겨 두고는 몸을 한 번 흔들어 공주와 꼭같은 모습으로 변하여 동굴 안으로 되돌아가 오로지 그 요괴만을 기다렸다.

말하자면, 저팔계와 사승이 두 아이를 보상국으로 데리고 가 흰 옥 계단 앞에다 내동댕이쳤다. 가여운 아이들은 고기 떡처럼 뭉개져 붉은 피가 솟구치고 뼈며 살이 산산이 부서졌다. 깜짝 놀란 온 조정의 여러 관원이 달려와 아뢰었다. “큰일 났사옵니다! 큰일 났사옵니다! 하늘에서 사람 두 명이 떨어져 내려왔나이다!” 저팔계가 목청을 돋우어 크게 외쳤다. “저 아이들은 황포 요정의 자식들로, 이 늙은 돼지와 사승 아우가 잡아 온 것이오!”
그 요괴는 아직 은안전에 있었는데, 어젯밤 마신 술이 깨지 않아 잠결에 누군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가 몸을 뒤척이며 머리를 들어 올려 바라보니, 저 구름 끝에서 저팔계와 사승 두 사람이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요괴는 속으로 이렇게 헤아렸다. '저팔계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사승은 내가 집에 묶어 두었거늘 저놈이 어떻게 빠져나갔단 말인가? 내 아내가 어찌하여 저놈을 놓아 주었단 말인가? 내 아이들이 어찌하여 저놈들의 손에 들어갔단 말인가? 이는 필시 저팔계가 나를 끌어내어 싸우지 못하도록 이런 계책으로 나를 묶어 두려는 것이다. 내가 이 올가미에 환히 걸려들어 저놈과 맞붙는다면, 아, 그러나 내 몸은 아직 술기운이 도는 터다! 만일 저 돼지의 갈고리에라도 찍힌다면 이 위풍은 꺾이고 저 요령은 들켜 버릴 터이니, 우선 집에 돌아가 내 아들이 내 아들이 맞는지 아닌지부터 확인하고서 다시 저놈과 말을 주고받아도 늦지 않으리라.' 좋은 요괴로다. 그는 임금께 인사도 올리지 않고 산과 숲을 돌아 곧장 동굴로 가서 소식을 캐었다. 이 무렵 조정에서는 이미 그가 요괴임을 알고 있었다. 실은 그가 밤에 궁녀 하나를 잡아먹었는데, 목숨을 건져 달아난 열일곱 명이 새벽 오경에 임금님께 아뢰어 그가 이러저러하였다고 고하였던 것이다. 게다가 인사도 없이 사라졌으므로 더욱 그가 요괴임을 알게 되었다. 그 임금님이 곧 여러 관원에게 가짜 호랑이를 지켜 보라 명하였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말하자면, 그 요괴는 곧장 동굴 어귀로 되돌아왔다. 행자는 그가 오는 것을 보고 그를 속일 꾀를 내어 눈을 한번 꿈쩍하더니 눈물이 소낙비처럼 뚝뚝 떨어졌다. 그는 이리 뒹굴고 저리 넘어지며 발을 구르고 가슴을 치며 동굴 안에서 목청이 터져라 통곡하였다. 그 요괴가 어찌 단번에 알아보겠느냐. 앞으로 다가가 그를 껴안으며 말했다. “여보, 무슨 일로 그리 속을 썩이오?” 그 대성이 지어 낸 거짓말과 꾸며 낸 허튼소리를 눈물이 글썽한 채 아뢰었다.

“낭군이여! 늘 하는 말에 남자는 아내가 없으면 재물에 주인이 없고, 여자는 지아비가 없으면 몸이 빈 것이라 하였소! 당신께서 어제 조정에 들어가 친척이라 하시고는 어찌하여 돌아오지 않으셨소? 오늘 아침 저팔계가 사승을 빼앗아 가고는 두 아이마저 빼앗아 갔는데, 내가 애원하여도 끝내 놓아 주지 않았소. 저놈이 말하기를 조정으로 데려가 외할아버지를 뵙게 하겠다 하였소. 오래도록 아이들이 보이지 않으니 이제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고, 당신마저도 집에 오시지 않으니 내 어찌 차마 견디겠소?

“그러므로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그만 소리 내어 울었사옵니다.” 그 요괴는 이 말을 듣고 가슴속에서 큰 노가 치밀어 올라 말했다. “정말로 내 아들이냐?”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오. 저팔계에게 빼앗겼사옵니다.” 그 요마는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며 입을 열었다.

“망했다! 망했다! 내 아이가 저놈들에게 던져져 죽었구나! 이미 살려 낼 수 없도다! 이제 그 중놈을 잡아다 내 아이의 목숨을 갚아 원수를 갚을 뿐이로구나! 여보, 그대는 우선 울음을 그치고 지금 속이 어떠한지 말해 보오. 어서 한번 고쳐 보시오.” 행자가 말했다. “별일 아니외다. 다만 아이들이 아까워 울다 보니 가슴이 좀 아프옵니다.” 요마가 말했다. “염려 마시오. 그대가 일어나시오. 내게 보배 하나가 있으니 그대의 아픈 곳에 한번 문지르기만 하면 아프지 않을 것이오. 다만 조심하시오. 엄지손가락으로 튕기지는 마오. 만일 엄지손가락으로 튕긴다면 내 본모습이 드러나 버린단 말이오.” 행자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은근히 웃었다. '이 미련한 요괴가 도리어 순박하여 형벌을 쓰지도 않았는데 제 입으로 자백하는구나. 저놈이 보배를 꺼내거든 내 한번 튕겨 보아 어떤 요괴인지 알아보리라.' 그 요괴는 행자의 손을 이끌고 곧장 동굴 깊숙하고 은밀한 곳으로 갔다. 그리고 입에서 보배 하나를 토해 내었는데 달걀만 한 크기로, 바로 영롱한 사리자 내단이었다. 행자가 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생각했다. '좋은 물건이로구나!'

“이 물건은 얼마나 많은 좌선 공부를 겪고 몇 해의 시련을 견디며 몇 번이나 암수를 배합하여 이 한 알의 내단 사리를 이루어 냈는지 알 수 없구나. 오늘 크게 인연이 닿아 이 늙은 손을 만났도다.” 그 원숭이는 그것을 손에 쥐고 보니 아픈 곳이란 애초에 없었건만 일부러 한 번 쓸어 보고는 손가락으로 툭 튕겨 냈다. 그 요괴는 놀라며 덥석 빼앗으려 들었다. 생각해 보라, 그 원숭이가 얼마나 날쌘지 그 보배를 단숨에 들이켜 배 속으로 삼켜 버렸다. 그 요마는 주먹을 움켜쥐고 내리치려 하였으나 행자가 한 손으로 막아 내고는 얼굴을 한번 쓸어 본모습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요괴야! 버릇없이 굴지 마라! 우선 내가 누구인지 똑똑히 알아보아라!” 그 요괴가 이를 보고 크게 놀라며 말했다. “아니! 여보, 그대가 어찌하여 이런 낯짝을 내미시오?” 행자가 꾸짖었다. “이 미련한 요괴 같으니라고! 누가 네 아내냐? 네 조상조차 알아보지 못하느냐?” 그 요괴는 갑자기 깨닫는 바가 있어 말했다. “내가 그대를 조금은 아는 듯하오.” 행자가 말했다. “내 우선 너를 때리지는 않으마, 다시 잘 알아보아라.” 그 요괴가 말했다. “낯이 익기는 하나 당장은 성명이 떠오르지 않는구려. 그대는 도대체 누구이며 어디서 왔소? 내 아내를 어디에 갈무리해 두고 내 집에 와서 내 보배를 속여 빼앗으려 하다니, 참으로 무례하고도 밉소!” 행자가 말했다. “너는 정말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나는 당나라 스님의 큰 제자로 손오공 행자라 하느니라. 내가 바로 너의 오백 년 전 옛 조상이니라!” 그 요괴가 말했다. “그런 말이 어디 있소! 그런 말이 어디 있단 말이오! 내가 당나라 스님을 잡았을 때 그에게는 제자가 둘뿐이라 저팔계와 사승이라 하였거늘, 어디서 손가라는 자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단 말이오? 그대는 어디서 온 괴물이기에 이리로 와서 나를 속이려 하시오!” 행자가 말했다. “나는 그들 둘과 함께 오지 않았다. 우리 스승님께서 이 늙은 손이 요괴를 때려 잡기를 일삼아 죽이고 상하게 한 일이 너무 많다 하여, 자비롭고 착한 분이시라 나를 쫓아 돌려보내셨으므로 그들과 한길로 함께 걷지 않았느니라. 네가 내 조상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구나.” 그 요괴가 말했다. “그대는 사내답지 못하구려! 이미 스승에게 쫓겨난 몸이면서 무슨 낯으로 다시 사람을 만나러 왔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이 미련한 요괴야, 하루를 스승으로 모시면 평생을 아비로 섬기는 법이고, 부자지간에는 하룻밤을 넘기는 원수가 없는 것이니라! 네가 내 스승을 해쳤으니 내 어찌 구하러 오지 않겠느냐? 스승을 해친 것은 그러려니 하겠거니와, 앞에서나 뒤에서나 나를 욕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요괴가 말했다. “내 어느 때 그대를 욕했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저팔계가 한 말이다.” 그 요괴가 말했다. “그대는 저팔계의 말을 믿지 마시오. 그 저팔계는 주둥이가 뾰족하여 아낙네의 혀놀림을 흉내 내는 재주가 있소. 어찌 그놈의 말을 그대로 들으시오?” 행자가 말했다.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두자. 다만 이 늙은 손이 오늘 네 집에 왔으니 너는 먼 길에서 온 손님을 너무도 박대하는구나. 비록 술과 안주로 대접하지는 못하더라도 머리 하나쯤이야 없는 것이 아니니, 어서 목을 내밀어라. 이 늙은 손이 몽둥이로 한 방 때려 차나 대접하리라!” 그 요괴는 때리겠다는 말을 듣고 껄껄 크게 웃으며 말했다. “손행자여, 그대는 계산이 잘못되었소! 때리겠다면 마땅히 내 뒤를 따라 이리로 들어오지 말았어야 하거늘. 내게는 크고 작은 요괴 무리가 백 명은 넘게 남아 있으니, 그대가 온몸이 손이라 한들 내 문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오.” 행자가 말했다. “헛소리 마라! 백이나 열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몇천, 몇만이라 한들 낱낱이 밝혀 내어 때리면 그만이니라. 내 몽둥이는 헛되이 휘두르는 법이 없고, 네놈의 뿌리를 끊고 자취를 없애 주리라!”

그 요괴는 이 말을 듣고 급히 호령을 내려 산 앞산 뒤의 요괴 무리와 동굴 안팎의 여러 괴물을 모두 불러 모아 저마다 무기를 들고 서너 겹의 문을 빈틈없이 막아서며 통과시키지 않았다. 행자가 이를 보고 온 마음이 즐거워 두 손으로 몽둥이를 비틀며 큰 소리로 외쳤다. “변하여라!” 그러자 그는 세 머리 여섯 팔이 되었고, 금고봉을 한 번 흔들어 금고봉 세 자루로 만들었다. 보라, 그가 여섯 손으로 몽둥이 세 자루를 휘두르며 내리쳐 가니, 꼭 호랑이가 양 떼 속에 뛰어들고 매가 닭장에 내려앉은 듯하였다. 가여운 저 작은 요괴들은 스치면 머리가 가루처럼 부서지고 닿으면 피가 물처럼 흘렀다! 그는 오가며 가로 세로로 휘저어 마치 사람 없는 곳을 지나가듯 하였다. 이제 늙은 요괴 하나만 남게 되자 그가 문 밖으로 뛰쳐나와 꾸짖었다. “이 건방진 원숭이야, 참으로 무례하구나! 어찌 남의 집 문전에 와서 행패를 부리느냐!” 행자가 급히 고개를 돌려 손짓하며 불렀다.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너를 때려 눕혀야 공이 서느니라!”

그 괴물은 보검을 치켜들고 머리를 향해 내리쳤고, 훌륭한 행자는 쇠몽둥이를 빼어 들어 정면으로 맞받았다. 이 한바탕 싸움은 저 산꼭대기에서 반쯤 구름에 싸이고 반쯤 안개에 젖은 채 벌어졌다. 대성의 신통이 크고 요마의 재주가 높았도다.

이쪽은 금빛 몽둥이를 비스듬히 휘두르고 저쪽은 강철 칼을 비껴 치켜들었도다. 아득히 칼이 솟구치니 밝은 노을이 번쩍이고, 가볍게 몽둥이가 받쳐 내니 채운 날리는구나. 오가며 머리를 지키느라 여러 차례 뒤척이고, 거듭 온몸을 몇 겹이나 돌렸도다. 하나는 바람 따라 낯빛을 바꾸고, 다른 하나는 선 채로 몸을 흔드는구나. 저쪽은 불의 눈을 크게 뜨고 원숭이 팔을 뻗고, 이쪽은 금빛 눈동자를 번쩍이며 호랑이 허리를 굽히는구나. 네가 오고 내가 가며 칼끝이 맞부딪치니, 칼과 몽둥이가 서로 양보하지 않는구나. 원숭이 왕의 쇠몽둥이는 삼략을 따르고, 괴물의 강철 칼은 육도를 좇는구나. 하나는 재주를 부리는 데 익어 마왕이 되었고, 다른 하나는 법력을 널리 펴 당나라 스님을 지키는구나. 사나운 원숭이 왕은 더욱 사나워지고, 영웅다운 괴물은 더욱 영웅다워지는구나. 죽고 삶을 돌보지 않고 허공에서 치고받으니, 모두 당나라 스님이 부처께 예배하러 가는 길이로다. 그 둘이 쉰에서 예순 합을 싸웠으나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행자가 속으로 은근히 기뻐하며 생각했다. '이 맹랑한 요괴의 그 칼이 이 늙은 손의 이 몽둥이를 능히 버텨 내는구나. 내 한번 빈틈을 보이며 그놈이 알아차리는지 보리라.' 훌륭한 원숭이 왕이로다. 두 손으로 몽둥이를 치켜들고 높은 곳에서 말을 살피는 자세를 취하였다. 그 요괴는 계략인 줄 모르고 틈이 보이자 보검을 휘두르며 곧장 아래쪽 세 갈래를 향해 달려들어 내리쳤다. 그러나 행자가 급히 크고 평평한 자세로 돌아서며 그 칼을 걷어 낸 뒤, 다시 나뭇잎 아래 복숭아를 훔치는 자세로 요정의 정수리를 향해 몽둥이를 내리쳤다. 그랬더니 그놈은 그림자도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급히 몽둥이를 거두어 살펴보니 요괴가 보이지 않았다. 행자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얘야, 이놈이 견디지 못하고 맞자마자 사라져 버렸구나. 정말로 때려 죽였다면 아무리 그렇다 한들 고름과 피가 조금은 있어야 할 터인데, 어찌 터럭만큼의 자취도 없단 말이냐? 달아난 게로구나.” 급히 몸을 날려 구름 속으로 올라가 살펴보아도 사방이 조용할 뿐 아무 동정도 없었다. “이 늙은 손의 두 눈은 어디라 할 것 없이 한번 훑으면 다 보이거늘, 어찌 이리도 날래게 달아났단 말이냐? 알았다. 그 요괴가 나를 조금 안다고 하였으니, 필시 범속한 요괴가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정일 것이로다.”

그 대성은 그만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쇠몽둥이를 움켜쥔 채 한 차례 근두운으로 곧장 남천문 위로 솟아올랐다. 깜짝 놀란 방·유·구·필과 장·도·등·신 등의 무리가 양쪽에서 허리를 굽히고 몸을 낮춘 채 감히 막아서지 못하여, 그가 천문을 쳐부수듯 들어가 통명전 아래까지 이르게 하였다. 일찍이 장·갈·허·구 네 천사가 나서서 물었다. “대성은 어디서 오셨소?” 행자가 말했다. “당나라 스님을 모시고 보상국에 이르렀더니 요마 하나가 나라의 딸을 속이고 우리 스승을 해치기에, 이 늙은 손이 그놈과 겨루었노라. 한창 싸우는데 그 요괴가 사라졌느니라. 생각하건대 그 요괴는 범속한 요괴가 아니라 하늘의 정일 것이니, 특별히 어느 곳에서 무슨 요신이 달아났는지 조사하러 왔노라.” 천사가 이 말을 듣고 곧 영소전으로 들어가 아뢰었다. 명을 받아 조사해 보니 구요성관과 십이원진, 동서남북과 중앙의 오두, 하한군진, 오악사독, 온 하늘의 신성들이 모두 하늘에 있었고, 감히 자리를 떠난 자는 하나도 없었다. 또 저 두우궁 밖의 이십팔수를 살펴보니, 거꾸로 헤아려 보아도 스물일곱 자리뿐이라 그중 유독 규성이 빠져 있었다. 천사가 돌아가 아뢰었다. “규목랑이 하계로 내려갔나이다.”

옥황상제가 말했다. “얼마나 오래도록 하늘에 없었느냐?” 천사가 말했다. “네 차례 점호에 빠졌사옵니다. 사흘마다 한 번 점호를 하니 이제 열사흘이 되었나이다.” 옥황상제가 말했다. “하늘의 열사흘은 하계에서 이미 십삼 년이니라.”

곧 그 본부에 명하여 그놈을 상계로 거두어 오라 하였다. 그 스물일곱 별자리의 관리들이 명을 받들어 천문을 나서서 저마다 주문을 외우니 규성이 놀라 움직였다. 그대는 그가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아느냐? 그는 본래 손대성이 천궁을 어지럽힐 때 얻어맞고 겁을 집어먹은 신장이라, 저 산골짜기로 몸을 피해 재앙을 모면하고 있었는데, 물기운이 요괴의 구름을 감추어 주었으므로 아무도 그를 보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는 자기 본부 별자리의 관리들이 주문을 외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감히 머리를 내밀고 무리를 따라 상계로 올라갔다.

그러나 대성이 천문을 막아서며 때리려 하였는데, 다행히 여러 별이 만류하여 그를 옥황상제 앞으로 압송해 갔다. 그 요괴는 허리에서 금패를 꺼내어 전각 아래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고 죄를 받았다. 옥황상제가 말했다. “규목랑아, 상계에는 끝없는 빼어난 경치가 있거늘 그것을 누리지 않고 사사로이 한 지방으로 내려갔으니 어찌된 일이냐?” 규수가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만수무강하소서. 신의 사죄를 용서하시옵소서. 저 보상국 임금님의 공주는 범인이 아니옵니다. 그 아이는 본래 피향전에서 향을 모시던 옥녀인데, 신과 사통하고자 하였사옵니다. 신이 천궁의 빼어난 경치를 더럽힐까 두려워하였더니, 그 아이가 속세를 그리워하며 먼저 하계로 내려가 황궁 안뜰에 몸을 의탁하였나이다. 이에 신이 앞서의 기약을 저버리지 못하여 요마로 변해 명산을 차지하고 그녀를 동굴로 납치하여 십삼 년을 부부로 지냈나이다. 한 모금 마시고 한 알 쪼는 것조차 모두 앞서 정해진 것이라, 이제 손대성이 이곳에 이르러 공을 이루었나이다.” 옥황상제가 이 말을 듣고 금패를 거두어들이며 그를 도솔궁으로 좌천시켜 태상노군을 모시고 불을 지피게 하였으되, 녹은 그대로 주고 부역을 명하여 공이 있으면 복직시키고 공이 없으면 다시 죄를 더하라 하였다. 행자는 옥황상제가 이렇게 처분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흐뭇하여 위를 향해 큰 절을 올리고는 여러 신을 돌아보며 말했다. “여러분, 폐를 끼쳤소.” 천사가 웃으며 말했다. “저 원숭이는 여전히 이다지도 촌스럽구나. 제가 나서서 요괴 신을 거두어 주었건만 오히려 하늘의 은혜에 사례는 않고 그저 인사나 하고 물러가는구나.” 옥황상제가 말했다. “그에게 탈이 없고 하늘이 태평하니 그만하면 다행이니라.”

그 대성이 상서로운 빛을 내려앉혀 곧장 완자산 파월동으로 되돌아가 공주를 찾아내어, 속세를 그리워하며 하계로 내려갔던 사연과 요괴를 거두어 간 말을 바야흐로 차근히 아뢰고 있는데, 공중에서 저팔계와 사승이 목청을 높여 크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사형, 요괴가 있거든 우리가 때릴 수 있게 몇 마리 남겨 두시오!” 행자가 말했다. “요괴는 이미 모조리 없애 버렸느니라.” 사승이 말했다. “요괴를 모조리 없앴다면 아무 거리낄 것도 없으니 공주를 모시고 조정으로 들어갑시다. 눈을 뜨지 마시오. 형제들이 땅을 줄이는 법을 쓰리다.” 그 공주는 귓속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성 안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 세 사람이 공주를 금란전 위로 모시고 올라가니, 공주는 아버지 임금님과 어머니 왕비께 절을 올리고 자매들과 상봉하였으며 여러 관원이 모두 와서 인사를 드렸다. 그 공주가 이윽고 아뢰었다.

“손장로의 끝없는 법력 덕분에 황포괴를 항복시키고 이 몸이 나라로 돌아왔나이다.” 그 임금이 물었다.

“황포가 무슨 요괴냐?” 행자가 말했다. “폐하의 부마는 상계의 규성이옵고, 폐하의 따님은 향을 모시던 옥녀인데 속세를 그리워하여 인간 세상에 내려오셨으니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옵니다. 모두 전생의 인연으로 이러한 혼인의 인연이 있게 된 것이외다. 그 요괴는 이 늙은 손이 천궁에 올라가 옥황상제께 아뢰었더니, 옥황상제께서 살펴보시고 네 차례 점호에 빠져 하계에서 열사흘을 지냈다 하시니 곧 십삼 년이옵니다. 대저 하늘의 하루가 하계의 일 년이기 때문이외다. 이어 그 본부의 별자리를 시켜 상계로 거두어 도솔궁으로 좌천시켜 공을 세우게 하였사옵고, 이 늙은 손이 폐하의 따님을 구해 온 것이로소이다.” 그 임금이 행자의 은덕에 사례하고는 너희 스승을 보러 가거라 하고 이르렀다.

그들 세 사람이 곧장 보전에서 내려와 여러 관원과 함께 조정의 방으로 가니 철제 우리를 끌어내어 가짜 호랑이의 쇠사슬을 풀어 주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호랑이었으나 오직 행자가 보기에는 사람이었다. 알고 보니 그 스승님은 요술에 눌려 걸을 수 없었고, 마음은 밝으나 다만 입과 눈을 뜰 수 없었던 것이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스승님은 훌륭한 중이셨거늘 어찌하여 이런 흉측한 꼴이 되셨나이까? 스승님께서 내가 흉악하게 군다 하여 나를 쫓아 보내시고, 한마음으로 선을 향하겠다 하시더니 어찌 하루아침에 이런 낯짝이 되셨나이까?”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 스승님을 좀 살려 주시구려. 그저 단점만 자꾸 들추어 내시지 마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너는 늘 부추기기만 하였으니 그의 총애하는 훌륭한 제자로다. 네가 스승님을 구하지 못하면서 또 어찌 이 늙은 손을 찾았느냐? 본디 너와 약속하기를, 요괴를 항복시키고 나를 욕한 원수를 갚으면 곧 돌아가겠다 하지 않았더냐?” 사승이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으며 말했다. “형님, 옛 사람이 이르기를 중의 낯을 보려 말고 부처의 낯을 보라 하였나이다. 형님께서 이미 여기까지 오셨으니 만 번이고 청하오니 그를 한번 구해 주시옵소서. 만일 저희가 구할 수 있었다면 감히 이리 멀리까지 와서 청을 드리지는 못하였을 것이옵니다.” 행자가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내 어찌 구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겠느냐? 어서 물을 가져오너라.” 저팔계가 별처럼 날아가 역관으로 가서 행장과 말을 가져오며 자금발우를 꺼내어 물을 반 그릇 담아 행자에게 건네주었다.

행자가 물을 받아 들고 진언을 외운 뒤 호랑이의 정수리를 향해 입에 문 물을 확 뿜어 대니 요술이 물러가고 호랑이의 기운이 풀렸다. 장로가 본모습을 되찾고 마음을 가라앉혀 눈을 떠 보니 그제야 행자임을 알아보고는 덥석 붙잡으며 말했다. “오공아! 너는 어디서 온 것이냐?” 사승이 곁에 모시고 서서 행자를 청해 요괴를 항복시키고 공주를 구하며 호랑이의 기운을 풀고 조정으로 돌아간 일까지 낱낱이 아뢰었다. 삼장법사는 고마움을 다 표현하지 못하며 말했다. “어진 제자야, 네 덕분이로다! 네 덕분이로다! 이번 길에 일찍 서방에 이르러 곧장 동쪽 땅으로 돌아가 당나라 임금님께 아뢰면 너의 공이 제일이로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말씀 마시오, 마시어요! 다만 그 주문만 외우지 않으신다면 자애로운 후의만으로도 넉넉하외다.” 임금이 이 말을 듣고 다시 그 사부에게 사례하며 채식 연회를 차리고 동쪽 누각을 크게 열었다. 그 사도가 황은을 입고 임금께 하직하여 서쪽으로 떠나니, 임금이 또 여러 관원을 거느리고 멀리까지 배웅하였다. 그 참모습은 실로 이러하였다.

임금은 보전으로 돌아가 강산을 굳게 다지고, 중은 뇌음사로 가서 부처님을 뵙는구나.

결국 이 뒤에 또 무슨 일이 있으며, 어느 때에 서천에 이를지는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