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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 제32회 평정산공조전신(平頂山功曹傳信) · 연화동목모봉재(蓮花洞木母逢災)

말하자면, 삼장법사가 손행자를 도로 얻은 뒤에 사부와 제자들은 한마음 한몸이 되어 함께 서천을 향해 나아갔다. 보상국에서 공주를 구해 내고 임금과 신하들이 성 서쪽까지 배웅해 나온 이래로, 길을 따라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며, 밤이면 묵고 새벽이면 떠난 사연은 다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마침 삼춘의 좋은 철을 만났으니, 그 무렵의 경치는 이러하였다.

산들바람이 불어 버들의 푸름이 실처럼 가늘게 늘어지고, 아름다운 경치는 시로 읊기에 가장 알맞구나. 철은 새들의 지저귐을 재촉하고 따스한 기운이 꽃을 피워, 온 땅에 꽃향기 그윽하다. 해당화 핀 뜰에 쌍쌍이 제비가 날아드니, 참으로 봄을 감상할 좋은 때로다. 붉은 먼지 이는 자줏빛 길에 비단옷 차림이 오가고 거문고와 피리 소리 울리며, 풀을 꺾어 겨루고 술잔을 돌리는구나. 사부와 제자들이 경치를 즐기며 가고 있는데, 문득 한 줄기 산맥이 길을 막아섰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제자들은 정신을 차려라. 앞에 높은 산이 나타났으니, 범이나 이리가 길을 막을까 두렵도다.”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출가한 사람이 속가의 말씀을 하지 마옵소서. 스승님은 그 오소화상의 《심경》에 이르기를,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어야 비로소 두려움이 없으며, 뒤바뀐 생각과 헛된 꿈을 멀리 여읜다 한 말씀을 기억하시지 않나이까. 다만 마음 위에 낀 때를 쓸어 버리고 귓가에 묻은 먼지를 씻어 낼 뿐이옵니다. 고생 중의 고생을 겪지 않고서야 어찌 남보다 나은 사람이 되겠나이까. 스승님은 근심을 일으키지 마옵소서. 이 늙은 원숭이가 곁에 있는 한,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 해도 탈 없을 터이니, 범이나 이리가 무에 대수롭사옵니까!” 장로가 말고삐를 당겨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내 그해 황제의 분부를 받들어 장안을 떠날 적에는, 오직 서쪽으로 와 부처님의 존안을 뵙고자 하였느니라. 사리국에서는 금빛 코끼리가 채색을 띠고, 부도탑 안에서는 옥 같은 터럭이 얼룩지게 빛나며, 천하에 이름 없는 물을 다 찾아 헤매고, 인간 세상의 닿기 어려운 산을 두루 겪었느니라.”

“아득히 겹겹이 이는 물안개와 파도여, 언제나 이 몸이 한가로울 수 있으리오?” 행자가 이 말을 듣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께서 몸이 한가롭고자 하시니 무에 어려운 일이옵니까. 공을 이룬 뒤에는 온갖 인연이 모두 그치고 모든 법이 다 텅 비어, 그때는 저절로 그리되니, 그것이 곧 몸이 한가로운 것이 아니옵니까?” 장로는 그 말을 듣고 즐거움으로 근심을 잊을 수밖에 없었다. 고삐를 늦추어 은빛 준마를 재촉하고, 고삐를 거두어 옥 같은 용마를 몰았다. 사부와 제자들이 산 위로 올라서니 몹시 험준하였다. 참으로 우뚝 솟은 좋은 산이라,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우뚝우뚝 솟은 험한 고개요, 날카롭게 깎인 뾰족한 봉우리로다. 굽이굽이 깊은 계곡 아래, 외롭고 준엄한 가파른 벼랑 언저리라. 굽이굽이 깊은 계곡 아래서는 콸콸거리며 물장구치던 구렁이가 몸을 뒤치는 소리만 들리고, 외롭고 준엄한 벼랑 언저리에서는 깎아지른 숲에서 나온 호랑이가 꼬리를 휘두르는 모습만 보이는구나. 위를 올려다보면 산마루가 불쑥 솟아 푸른 하늘을 꿰뚫고, 눈을 돌려 굽어보면 골짜기 아래가 깊고 침침하여 푸른 하늘 가에 닿았구나. 높은 곳으로 오를 적에는 사다리 같고 걸상 같으며, 낮은 곳으로 내려갈 적에는 도랑 같고 구덩이 같도다. 참으로 괴상한 봉우리며 고개요, 과연 줄줄이 뾰족한 깎아지른 벼랑이라. 봉우리 고개 위에서는 약 캐는 이가 갈 길을 헤아리며 걷기를 두려워하고, 깎아지른 벼랑 앞에서는 땔감 하는 이가 한 걸음도 떼기 어렵도다. 멧양과 들말이 어지러이 북처럼 뛰어다니고, 영리한 토끼와 산소가 진을 친 듯 흩어져 있구나. 산이 높아 해를 가리고 별자리를 가리며, 때로 요물 짐승과 푸른 이리를 만나느니라. 풀 우거진 길이 아득하여 말을 몰기 어렵거늘, 어찌해야 뇌음사에 이르러 부처님을 뵙겠는가.

장로가 말을 세우고 산을 바라보니, 참으로 가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런데 저 푸른 풀 언덕 위에 나무꾼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그의 차림새가 어떠하였는가 하면, 머리에는 낡은 남빛 모직 삿갓을 쓰고, 몸에는 털 달린 검은 승복을 걸쳰다. 낡은 남빛 모직 삿갓은 연기를 가리고 햇살을 덮으니 참으로 진기하고, 털 달린 검은 승복은 즐거움으로 근심을 잊게 하니 참으로 보기 드물구나.

손에 든 강철 도끼는 날카롭게 갈아 번쩍이고, 마른 땔감을 베어 단단히 묶어 두었구나. 지게 끝에 실린 봄빛은 그윽하여 사계절 내내 화기애애하고,

몸 밖의 한가로운 정취는 늘 세 별처럼 담담하구나. 늙도록 다만 분수에 맞게 살아가니, 무슨 영광과 치욕이 잠시라도 이 산과 관계하리오.

그 나무꾼이 언덕 앞에서 썩은 땔감을 베고 있다가, 홀연히 장로가 동쪽에서 오는 것을 만났다. 나뭇가지를 놓고 도끼를 거둔 채 숲 밖으로 나와, 걸음을 서둘러 몸을 돌바위 위로 올려놓고는 장로를 향해 목청을 돋우어 크게 외쳤다. “서쪽으로 가시는 장로시여! 잠시 걸음을 멈추옵소서. 제가 아뢸 말씀이 있나이다. 이 산에는 독한 마귀와 사나운 요괴 한 무리가 있어, 동에서 서로 오가는 사람만 골라 잡아먹사옵니다.” 장로가 그 말을 듣고 혼백이 날아가 흩어지는 듯하여, 부들부들 떨며 조각 안장에 앉아 있지도 못하고 급히 고개를 돌려 제자들을 다급히 불렀다. “너희는 저 나무꾼이 이 산에 독한 마귀와 사나운 요괴가 있다고 알리는 말을 들었느냐. 누가 감히 가서 자세히 한번 물어보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마음을 놓으옵소서. 이 늙은 원숭이가 가서 그 사람에게 자세한 사정을 물어오겠나이다.”

과연 좋은 원숭이 왕이로다. 걸음을 크게 떼어 곧장 산으로 올라와 나무꾼을 향해 “형님” 하고 부르며 인사를 올렸다. 나무꾼이 답례하며 말했다. “장로시여, 무슨 까닭으로 이곳에 오셨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형님께 숨길 것 없이 아뢰옵니다. 우리는 동토에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보내진 사람들이옵니다. 저 말 위에 계신 분이 바로 제 스승님이신데, 겁이 좀 많으십니다. 마침 형님의 가르침을 받아 무슨 독한 마귀와 사나운 요괴가 있다 하시기에, 제가 와서 한마디 여쭙는 것이옵니다.

그 마귀는 몇 해 묵은 마귀며, 그 요괴는 몇 해 묵은 요괴란 말이오? 노련한 장인이오, 아니면 아직 어린 놈이오? 번거로우시겠으나 형님께서 솔직히 말씀해 주시면, 내가 산신과 토지신에게 부쳐 그놈을 이곳에서 떠나보내도록 하겠소.” 나무꾼이 그 말을 듣고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원래 미친 중이로구려.” 행자가 말했다. “나는 미치지 않았소. 이건 참말이오.” 나무꾼이 말했다. “참말이라 하시니, 어찌 감히 그놈을 내보내겠다는 말씀을 하시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당신은 그렇게 그놈의 위풍만 돋워 주면서, 함부로 지껄이며 길을 막고 소식을 전하니, 혹 그놈과 친척이 아니시오? 친척이 아니라면 반드시 이웃일 것이요, 이웃이 아니라면 반드시 친구일 것이오.” 나무꾼이 웃으며 말했다. “이 미친 괴상한 중아, 참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구나. 나는 도리어 좋은 뜻으로 특별히 너희에게 알려 주어, 길을 갈 때 아침저녁으로 방비하라 한 것인데, 너희가 도리어 내 탓으로 돌리는구나. 내가 요마의 소재를 알지 못한다는 말은 접어 두겠다만, 안다 한들 네가 감히 그놈을 어찌 내보내겠으며, 어디로 압송하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하늘의 마귀라면 옥황상제께 압송하고, 땅의 마귀라면 토부에 압송하며, 서쪽의 것은 부처께 돌리고 동쪽의 것은 성인께 돌리느니라. 북쪽의 것은 진무께 압송하고 남쪽의 것은 화덕께 압송하며, 교룡 정이라면 바다의 주인께, 귀신이라면 염라대왕께 압송하나니, 저마다 맡은 곳과 방향이 있느니라. 이 늙은 원숭이는 가는 곳마다 아는 이가 많으니, 문서 한 장을 띄워 그놈을 밤새워 압송해 달아나게 하느니라.” 그 나무꾼이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껄껄거리며 비웃어 말했다. “이 미친 괴상한 중아, 아마 방외를 떠돌며 부적을 쓰고 물에 주문을 외는 법술을 배웠을 터인데, 그런 것으로는 사악한 것을 몰아내고 귀신을 묶을 수 있을 뿐, 이처럼 사나운 독한 요괴는 아직 만나 보지 못한 모양이로구나.” 행자가 말했다. “무엇을 보니 그토록 사납고 독하다 하시옵니까?” 나무꾼이 말했다. “이 산은 지나가는 길이 육백 리쯤 되는데, 이름을 평정산이라 하오. 산속에 굴 하나가 있어 이름을 연화동이라 하느니라. 굴 속에 요괴 두목이 둘 있는데, 그놈들이 그림을 그리고 형상을 그려 놓고 중을 잡으려 하며, 이름을 적고 성을 찾아다니며 당승을 먹으려 한단다. 너희가 다른 데서 온 것이라면 그나마 낫거니와, 당 자 하나만 건드려도 갈 생각을 아주 접어야 하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우리가 바로 당나라에서 온 사람들이오.” 나무꾼이 말했다. “그놈들이 바로 너희를 먹으려 하는 것이니라.” 행자가 말했다. “좋은 일이로구나! 좋은 일이로구나! 다만 그놈들이 어떻게 먹는지는 모르겠구려.” 나무꾼이 말했다. “그놈들이 어떻게 먹기를 바라시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머리부터 먹는다면 그럭저럭 견딜 만하거니와, 발부터 먹는다면 곤란하오.” 나무꾼이 말했다. “머리부터 먹으면 어찌된단 말이오? 발부터 먹으면 어찌된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형님은 아직 그런 일을 겪어 보지 못하였구려. 머리부터 먹는다면 그놈이 한 입에 머리를 물어뜯어 나는 벌써 죽은 뒤니, 그 뒤에 어떻게 지지고 볶고 삶고 끓이든 나는 아픔을 느끼지 못할 것이오. 그러나 발부터 먹는다면 그놈이 발목을 갉아먹고 장딴지를 씹어 먹어 허리뼈에 이르기까지 나는 채 죽지 못하고 있을 터이니, 이것이 어찌 조각조각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겠소? 이 때문에 곤란한 것이오.” 나무꾼이 말했다. “중이여, 그놈들에게 그렇게 많은 공력이 있겠소? 그저 너희를 붙잡아 우리에 묶어 통째로 쪄 먹을 뿐이니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것이 더 좋소! 더 좋소! 아프지는 않을 터이니 다만 답답한 기분만 조금 겪을 뿐이오.” 나무꾼이 말했다. “중이여, 말장난하지 마시오. 그 요괴는 몸에 다섯 가지 보물을 지니고 있어 신통이 매우 크고 넓으니라. 하늘을 받치는 옥 기둥이나 바다를 가로지르는 금대들보라 하더라도, 당나라 중을 모시고 지나가려면 정신을 몇 번쯤은 잃어야 하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몇 번이나 혼절한단 말이오?” 나무꾼이 말했다. “서너 번쯤은 혼절해야 하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대수롭지 않소. 대수롭지 않소. 우리는 한 해에 늘 칠팔백 번씩 혼절하니, 이 서너 번쯤이야 혼절하기 쉽고, 혼절 한번 하고 나면 그만이오.”

과연 좋은 대성이라, 조금도 두려워함이 없이 오직 한마음으로 당승을 지키려 하였다. 나무꾼을 뿌리치고 걸음을 돌려 곧장 산비탈 말 머리 앞으로 가서 말했다. “스승님, 별일 없사옵니다. 요괴 몇 놈이 있기는 하오나, 이곳 사람들이 겁이 많아 그것을 마음에 담아 두는 것뿐이옵니다. 이 몸만 있사옵니다. 그놈들이 무에 대수롭사옵니까? 가십시다! 가십시다!” 장로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놓고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한참 가는데, 어느새 저 나무꾼이 보이지 않았다. 장로가 말했다. “소식을 전하던 저 나무꾼은 어찌하여 보이지 않느냐?” 팔계가 말했다. “우리가 팔자가 사나워 대낮 귀신을 만났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숲 속으로 들어가 땔감을 찾으러 갔는지도 모르오. 제가 가서 보고 오겠나이다.” 과연 좋은 대성이라, 화안금정을 부릅뜨고 산이며 고개를 넘어 두루 살펴보았으나, 자취조차 없었다.

홀연히 고개를 들어 구름 속을 보니, 바로 일치공조였다. 그는 곧 구름을 타고 뒤쫓아가 털 달린 귀신을 몇 마디 꾸짖었다. “너는 할 말이 있거든 어찌하여 와서 곧장 말하지 않고, 굳이 그렇게 몸을 바꾸어 이 늙은 원숭이를 속이느냐?” 그 공조가 놀라 예를 올리며 말했다. “대성이시여, 소식을 늦게 전하였나이다. 용서하옵소서, 용서하옵소서. 그 요괴는 과연 신통이 광대하고 변화가 다단하옵니다. 대성께서 재주를 부리시고 신기한 꾀를 움직이시어 스승님을 삼가 지키옵소서.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시면 서천길은 아예 갈 생각을 마옵소서.”

행자가 그 말을 듣고 공조를 꾸짖어 물러가게 한 뒤 마음속 깊이 새기고, 구름머리를 누르고 곧장 산 위로 내려왔다. 보니 장로와 팔계와 사승이 서로 모여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공조의 말을 스승님께 사실대로 고하면, 스승님은 일을 감당하지 못하시고 틀림없이 우실 터이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머리를 처박은 채 모시고 간다면, 속담에 이르기를 갈대밭에 처음 들어서면 깊고 옅음을 알지 못한다 하였거늘, 만일 요마에게 붙잡혀 가기라도 한다면 도로 이 늙은 원숭이가 애를 써야 하지 않겠는가. 우선 팔계를 좀 거들어 보자. 먼저 그놈을 내세워 저 요괴와 한바탕 붙어 보게 하리라. 만일 그놈을 이겨 낸다면 그놈의 공로로 쳐 주고, 만일 재주가 없어 요괴에게 잡혀 간다면 이 늙은 원숭이가 가서 구해 내도 늦지 않으니, 내 재주를 드러내고 이름을 날리기에도 좋지 않은가.’ 스스로 이렇게 헤아리고 나서 마음에 물어 말했다. ‘다만 팔계가 게으름을 피우며 기꺼이 나서려 하지 않을까 두렵고, 스승님은 또한 약점을 감싸 주시니, 이 늙은 원숭이가 그놈을 좀 옭아매야겠구나.’ 과연 좋은 대성이라, 보라, 그가 거짓 꾀를 부려 눈을 한번 비비더니 눈물을 조금 짜내고는 스승님을 마주하여 앞으로 곧장 걸어갔다. 팔계가 이를 보고 황급히 외쳤다.

“사승아, 짐을 내려놓고 행장을 꺼내라. 우리 둘이 나누어 가지자!” 사승이 말했다. “둘째 형님, 나누어 어찌하시렵니까?” 팔계가 말했다. “나누어 가지자고! 너는 유사하로 돌아가 도로 요괴가 되고, 늙은 돼지는 고로장으로 내려가 아내나 기다리자. 흰 말을 팔아 관 하나를 사서 스승님 장사를 치러 드리고, 우리 모두 흩어져 제각기 헤어지는 게 낫지, 그래도 서천으로 가겠느냐?” 장로가 말 위에서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이 멍청한 놈아! 한창 길을 가는데 어찌 또 헛된 소리를 하느냐?” 팔계가 말했다. “네 자식이나 헛소리를 하지! 손행자가 저기서 울면서 오는 것이 보이지 않으시옵니까? 그 사람은 하늘을 뚫고 땅을 파며, 도끼에 찍히고 불에 타고 기름 가마에 들어가도 두려워하지 않는 호걸이온데, 이제 근심 투구를 쓰고 눈물 그렁그렁하여 울면서 오니, 틀림없이 저 산이 험준하고 요괴가 흉악하기 때문이옵니다. 우리처럼 연약한 사람들이야 어찌 갈 수 있사옵니까?” 장로가 말했다. “너는 우선 헛소리를 그치고, 내가 그에게 한마디 물어 무슨 말을 하는지 보자.” 그리고 물었다. “오공아, 무슨 말이든 면전에서 의논하면 될 터인데, 너는 어찌하여 스스로 번민하느냐? 이처럼 우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 나를 겁주려는 것이로다!”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이시여, 방금 소식을 전하던 자는 일치공조였나이다. 그가 요정이 흉악하여 이곳은 가기 어렵다 하였사옵니다. 과연 산이 높고 길이 험하여 나아갈 수 없사오니, 다른 날에 다시 가시옵소서.” 장로가 그 말을 듣고 두려움과 놀람에 사로잡혀 그의 호랑이 가죽 치마를 붙잡으며 말했다. “제자야, 우리는 세 갈래 길 가운데 이미 한 갈래 반을 걸어왔거늘, 어찌하여 물러나겠다는 말을 하느냐?” 행자가 말했다. “제가 정성을 다하지 않는 것은 아니옵니다마는, 다만 마귀는 많고 힘은 약하며 형세가 외로울까 두렵사옵니다. 비록 쇠덩이라 한들 풀무에 들어가면 못 몇 개나 뽑아 낼 수 있사옵니까?”

장로가 말했다. “제자야, 네 말도 옳도다. 과연 혼자서는 어렵느니라. 병서에 이르기를, 적은 무리는 많은 무리를 당해 낼 수 없다 하였느니라.

내게는 아직 팔계와 사승이 있으니 모두 내 제자라. 네가 마음대로 부려 쓰되, 호위하는 장수나 돕는 일꾼으로 삼아 힘을 합하고 마음을 모아 산길을 쓸어 깨끗이 하고 나를 이끌어 산을 넘어가게 한다면, 도로 모두 바른 과위를 얻는 것이 아니겠느냐?” 행자의 이 한바탕 연기가 장로의 이 몇 마디를 끌어내자, 그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스승님이시여, 이 산을 넘으려면 저팔계가 제가 이르는 두 가지 일을 들어 주어야만 겨우 서너 푼은 건너갈 수 있사옵니다.

만일 제 말을 듣지 않아 제 손을 대신할 수 없다면 반 푼도 건너갈 생각을 마옵소서.” 팔계가 말했다. “형님이 가지 않으시려거든 흩어져 버립시다. 나를 끌어들이지 마시오.” 장로가 말했다. “제자야, 우선 네 형에게 물어 그가 너에게 무슨 일을 시키는지 보아라.” 멍청이가 정말로 행자에게 가서 말했다. “형님, 저에게 무슨 일을 시키시렵니까?” 행자가 말했다. “첫째는 스승님을 보살피는 것이요, 둘째는 산을 순찰하러 가는 것이다.” 팔계가 말했다.

“스승님을 보살피는 것은 앉아 있는 일이오, 산을 순찰하러 가는 것은 걷는 일이오. 그런즉 앉았다가 걷고 걷었다가 앉으란 말이오? 두 곳을 어찌 다 돌볼 수 있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두 가지를 아울러 하라는 것이 아니오. 다만 한 가지만 맡으면 그만이오.” 팔계가 또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그럴듯한 계산이오. 다만 스승님을 보살피는 것이 어떠하며 산을 순찰하는 것이 어떠한지 먼저 내게 이야기해 주시오. 내가 형편에 맞는 것을 골라 하겠소.”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을 보살피는 일은 이러하오. 스승님께서 용변을 보시거든 곁에서 모시고, 스승님께서 길을 가시거든 부축하고, 스승님께서 공양을 하시려거든 공양을 빌어 오는 것이오. 그가 조금이라도 배고프시면 너는 매를 맞을 것이요, 얼굴빛이 조금이라도 누렇게 뜨면 너는 매를 맞을 것이며, 몸이 조금이라도 야위면 너는 매를 맞을 것이니라.” 팔계가 당황하여 말했다. “이건 어렵소!

어렵소! 어렵소! 곁에서 모시고 부축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사옵니다. 몸에 붙어 업고 다니라 해도 오히려 쉬우옵니다마는, 만일 나를 시골로 내려보내 공양을 빌어 오라 하신다면, 이 서천 길에서 사람들은 내가 경을 구하러 가는 중인 줄 모르고 다만 산속에서 나온 덜 자란 씩씩한 돼지로만 여길 터이니, 여러 사람이 떼로 몰려와 쇠스랑과 빗자루로 늙은 돼지를 에워싸 넘어뜨리고 집으로 끌고 가 잡아서는 절여 두고 설을 쇨 것이니, 이것은 참으로 재앙을 만나는 것이 아니겠소이까?” 행자가 말했다. “그러면 산을 순찰하러 가거라.” 팔계가 말했다. “산을 순찰하는 것은 또 어떠하오이까?” 행자가 말했다. “이 산으로 들어가 요괴가 몇 놈인지, 무슨 산인지, 무슨 굴인지 알아보아 우리가 지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오.” 팔계가 말했다. “그까짓 것쯤이야 어렵지 않소. 늙은 돼지가 산을 순찰하러 가겠소.” 그 멍청이는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쇠스랑을 꼬나 쥐고는 씩씩한 기세로 깊은 산으로 들어가며, 당당한 기백으로 큰길을 향해 달려 나갔다.

행자가 곁에서 참지 못하고 히히히 비웃었다. 장로가 꾸짖었다. “이 괘씸한 원숭아! 동생들에게 조금도 사랑하고 가여이 여기는 마음이 없고, 늘 시기하는 마음만 품고 있구나. 너는 이런 꾀를 부리고 교묘한 말과 고운 낯빛으로 그놈을 산 순찰하러 가게 꾀어 놓고는, 여기서 또 그놈을 비웃는 것이로다!” 행자가 말했다. “그놈을 비웃는 것이 아니옵니다. 제 웃음에는 까닭이 있사옵니다. 보시옵소서, 저팔계가 이번에 가면 틀림없이 산을 순찰하지도 않고 감히 요괴를 보려 하지도 않을 터이니, 어디론가 가서 한참을 숨어 있다가 거짓말 하나를 지어내어 우리를 속일 것이옵니다.” 장로가 말했다.

“네가 어찌 그리 안다는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제가 그놈을 그렇게 헤아렸사옵니다. 믿지 못하시겠거든 제가 따라가 보고 또 그 말을 들어 보겠나이다. 한편으로는 그놈의 재주를 거들어 요괴를 항복받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놈이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정성이 있는지 살펴보겠나이다.” 장로가 말했다. “좋다, 좋고말고, 좋다. 그러나 너는 그놈을 놀려먹지 말아라.” 행자가 대답하고는 곧장 산비탈을 따라잡아 올라가 몸을 흔들어 변하니, 매미 같은 벌레 한 마리로 변하였다. 참으로 가볍고 기묘하게 변하였으니, 보라, 그 모습은 이러하였다. 날개는 얇아 바람에 춤추되 힘을 쓰지 않고, 허리는 가늘고 작아 바늘 같구나. 부들을 꿰고 풀을 스쳐 꽃그늘을 지나니, 그 빠르기가 별똥별보다도 더하구나. 두 눈은 맑게 반짝이고, 목소리는 아득히 잦아들었는데, 곤충 무리 가운데 그보다 작은 것 없건만, 가늘고 우아한 몸짓에 꾀가 깊도다. 여러 번 한가로운 날 그윽한 숲에서 쉬니, 온몸이 아예 보이지 않아 눈이 천 개라도 찾아낼 수 없구나. 앵 하고 한 번 날개를 저올려 팔계를 따라잡아, 그의 귀 뒤편 갈기 밑둥에 달라붙었다. 그 멍청이는 줄곧 길만 걸을 뿐, 몸에 사람이 붙은 줄을 어찌 알겠는가. 칠팔 리쯤 가다가 쇠스랑을 내동댕이치고는 고개를 돌려 당승을 향해 손짓 발짓 해 가며 욕을 퍼부었다. “이 물렁물렁한 늙은 중이며, 남을 골려 먹는 필마온이며, 얼굴만 순한 사승이여! 너희는 모두 그곳에서 한가롭게 지내면서 나를 시켜 길이나 닦게 하는구나! 모두 경을 구하러 가며 바른 과위를 바라건만, 유독 나만 시켜 무슨 산을 순찰하러 가라 한단 말이냐! 하하하! 요괴가 있는 줄 알면 피해서 조금 가면 그만이지, 아직 절반도 못 가서 도리어 나를 시켜 그놈을 찾게 하니, 이런 재수 없는 일이 있느냐! 나는 어디 가서 잠이나 자다가, 한숨 자고 돌아가 얼렁뚱땅 대답하기를 산을 순찰하고 왔다 하면 그만이지.” 그 멍청이는 한때 요행을 바라며 쇠스랑을 끌고 또 걸었다. 산속 오목한 곳에 붉은 풀 언덕이 굽이져 있는 것이 보이자, 그는 곧장 그 속으로 파고들어 쇠스랑으로 땅바닥을 쓸어 자리를 펴고는 데굴데굴 누워 허리를 한번 쭉 펴며 말했다. “유쾌하구나! 저 필마온이라도 내 이만큼 자유롭지는 못할 터인데!” 원래 행자가 그의 귀 밑에서 한마디도 빠짐없이 듣고 있었으므로, 참지 못하고 날아올라 그를 또 한번 골려 주려 하였다. 다시 몸을 흔들어 변하니 딱따구리 한 마리가 되었는데, 보라, 그 모습은 이러하였다. 쇠 같은 부리는 뾰족하고 붉게 윤이 나며, 비취 깃은 곱고 환하게 빛나는구나. 쌍발톱은 강철이라 못처럼 날카로우니, 배가 고프다고 한들 숲이 고요함에 무슨 상관이랴. 썩고 문드러진 마른 나무를 가장 사랑하고, 외롭게 늙은 나무는 도리어 싫어하는구나. 둥근 눈에 꼬리를 쳐들고 성질이 날렵하니, 나무 쪼는 딱딱거리는 소리가 들을 만하구나.

그 벌레는 크지도 작지도 않아 저울에 달면 겨우 서너 냥쯤 나갈 터인데, 붉은 구리 부리와 검은 쇠 다리를 하고는 휘익 하고 한 번 날개를 저어 내려앉았다. 팔계가 머리를 떨어뜨리고 곤히 잠들어 있는데, 그놈이 입술을 겨누어 꽉 하고 한 번 쪼았다. 멍청이는 놀라 벌떡 일어나며 입으로 마구 외쳤다. “요괴다!

요괴다! 창으로 나를 한 번 찔렀어! 입이 이렇게 아프다니!” 손을 뻗어 더듬어 보니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재수 없는 일이로구나! 나는 무슨 경사스러운 일도 없는데, 어찌하여 입술에 홍색을 걸었단 말이냐?”

그는 피 묻은 손을 들여다보며 입으로 중얼중얼거리고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말했다.

“요괴는 없는데, 어찌 나를 한 번 찔렀단 말이냐?” 홀연히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딱따구리 한 마리가 허공에서 날고 있었다. 멍청이가 이를 갈며 욕했다. “이 놈의 망할 것! 필마온이 나를 괴롭히는 것은 그렇다 쳐도, 너까지 나를 괴롭히는구나! 알겠다, 저놈은 틀림없이 나를 사람으로 알아보지 못하고, 내 입을 검게 썩고 문드러진 나무 토막으로 여겨 그 속에 벌레가 생겼다 여기고 벌레를 찾아먹으려 나를 이렇게 쪼았을 터이지. 내 입을 품에 감추고 자야겠다.” 멍청이는 데굴데굴 도로 누웠다. 행자가 또 날아와 귀 밑을 한 번 더 쪼았다. 멍청이는 놀라 일어나며 말했다.

“이 놈의 망할 것, 참으로 성가시게 굴기는! 아마 여기가 저놈의 보금자리여서 알을 품고 새끼를 치는데, 내가 차지할까 두려워 이러는 모양이지. 됐다! 됐다! 됐어! 여기서 자지 말자!” 쇠스랑을 끌고 붉은 풀 언덕을 곧장 나와 길을 찾아 다시 걸었다. 이에 손오공은 기뻐 견디지 못하고 미후왕은 웃음을 터뜨렸다. 행자가 말했다. “이 멍청한 놈은 두 눈을 크게 뜨고서도 한집 사람조차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과연 좋은 대성이라, 몸을 흔들어 다시 변하여 도로 매미 같은 벌레가 되어 그의 귀 뒤에 붙어 몸에서 떠나지 않았다. 멍청이는 깊은 산으로 들어가 또 사오 리쯤 걸었는데, 산속 오목한 곳에 식탁만 한 네모반듯한 푸른 돌 세 개가 놓여 있었다. 멍청이는 쇠스랑을 내려놓고 돌을 향해 큰절을 올리며 예를 갖추었다.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이 멍청이! 돌이 사람도 아니요, 말을 하지도 못하고 답례할 줄도 모르는데, 절을 올리다니, 이건 완전히 어리석은 짓이로구나.” 원래 멍청이는 그 돌을 당승과 사승과 행자 세 사람으로 여기고 그들을 향해 미리 연습하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내가 이대로 돌아가 스승님을 뵙고, 요괴가 있느냐 물으시면 있다 하자. 무슨 산이냐 물으시면, 내가 진흙으로 빚었다거나 흙으로 만들었다거나, 주석으로 부었다거나 구리로 주조했다거나, 밀가루로 쪘다거나 종이로 바랐다거나 붓으로 그렸다 한다면, 그들은 나를 어리석다 여길 터인데 이런 말까지 보태면 더욱 어리석어 보일 것이니, 나는 다만 돌산이라 하자. 무슨 굴이냐 물으시면 또한 돌굴이라 하자.

무슨 문이냐 물으시면 못을 박은 쇠잎 문이라 하고, 안이 얼마나 깊으냐 물으시면 들어가면 세 겹이라 하자. 만일 더 캐물어 문에 못이 몇 개냐 물으면, 늙은 돼지가 마음이 급해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하자. 여기까지 지어 놓으면 그만이니, 저 필마온을 속여 넘기자!”

멍청이는 이야기를 꾸며 놓고 쇠스랑을 끌며 본래 길로 곧장 돌아왔으나, 행자가 귀 뒤에서 하나하나 빠짐없이 듣고 있음을 어찌 알았으랴. 행자가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곧 두 날개를 저어 먼저 돌아가 본모습으로 스승님을 뵈었다. 스승님이 말했다. “오공아, 너는 왔는데 오능은 어찌 돌아오지 않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놈은 저기서 거짓말을 짓고 있사옵니다. 곧 올 것이옵니다.” 장로가 말했다. “저놈의 두 귀가 눈을 덮었으니 어리석고 둔한 사람이라, 그놈이 무슨 거짓말을 짓겠느냐? 또 네가 무슨 허튼 소리를 지어 내어 그놈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로다.”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스승님은 다만 이렇게 약점만 감싸 주시옵니다. 이것은 대질할 증거가 있는 말이옵니다.” 그리고 그놈이 풀숲에 파고들어 잠들고, 딱따구리에 쪼여 깨어나며, 돌을 향해 절을 올리고, 무슨 돌산이니 돌굴이니 쇠잎 문이니 요정이니 하는 말을 지어 낸 사정을 미리 이야기해 두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멍청이가 걸어오는데, 그 거짓말을 잊을까 두려워 고개를 숙이고 입으로 되새기고 있었다. 행자가 한마디 호통을 치며 말했다. “멍청아! 무얼 중얼거리느냐?” 팔계가 귀를 치켜올리고 살펴보며 말했다. “내가 목적지에 도착했지!” 멍청이가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자 장로가 부축하여 일으키며 말했다. “제자야, 수고하였도다.” 팔계가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길을 걷는 이나 산을 오르는 이나 무엇보다 고생이 심하옵니다.” 장로가 말했다. “요괴가 있더냐?” 팔계가 말했다. “요괴가 있사옵니다! 요괴가 있사옵니다! 요괴가 한 무리나 되옵니다!” 장로가 말했다. “그놈들이 너를 어떻게 보내 주더냐?” 팔계가 말했다. “그놈들이 나를 돼지 조상님, 돼지 외할아버지라 부르며 국수 국과 채식 음식을 차려 한 끼 먹이고는, 깃발과 북을 늘어놓고 우리를 배웅하여 산을 넘겨 보내 주겠다 하였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풀숲에서 잠들었으니 꿈속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냐?” 멍청이가 그 말을 듣고 겁에 질려 키가 석 치나 줄어들며 말했다. “할아버지시여! 내가 잔 것을 그놈이 어찌 알았단 말이오?” 행자가 앞으로 나서며 멱살을 잡아챙겼다. “이리 오너라, 내가 너에게 물을 것이 있다.” 멍청이는 또 당황하여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묻는 것은 그렇다 치고, 잡아당기기야 어찌된 일이오?” 행자가 말했다. “무슨 산이더냐?” 팔계가 말했다. “돌산이오.” “무슨 굴이냐?” “돌굴이오.” “무슨 문이냐?” “못을 박은 쇠잎 문이오.” “안이 얼마나 깊으냐?” “들어가면 세 겹이오.” 행자가 말했다. “너는 더 말할 것 없다. 뒷부분은 내가 정확히 기억하고 있으니, 스승님께서 믿지 않으실까 하여 내가 대신 말해 주마.” 팔계가 말했다. “이 망할 놈! 너는 가지도 않았으면서 그걸 어찌 알고 대신 말한단 말이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문에 못이 몇 개냐 물으면, 늙은 돼지가 마음이 급해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하자, 그랬지? 옳으냐?” 멍청이는 황급히 꿇어앉았다. 행자가 말했다. “돌을 향해 절을 올리며 우리 세 사람으로 여겨 놓고 그에게 한 마디 묻고 한 마디 대답하였지? 옳으냐? 또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지어 놓고 저 필마온을 속여 넘기자 하였지? 옳으냐?” 멍청이는 다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형님, 제가 산을 순찰하러 갈 때 형님이 따라와서 들으신 것이오이까?” 행자가 꾸짖었다. “이 겨나 처먹는 멍청한 놈아! 이토록 중요한 곳에서 너를 시켜 산을 순찰하러 가게 하였거늘, 너는 도리어 가서 잠을 자다니! 딱따구리가 쪼아 깨우지 않았더라면 너는 아직도 거기서 자고 있을 터인데, 깨어나서는 또 이런 큰 거짓말을 지어 내니 큰일을 그르치지 않았느냐? 어서 발목을 내밀어라, 몽둥이 다섯 대를 쳐서 마음에 새겨 주마!” 팔계가 당황하여 말했다. “그 몽둥이는 무거워 살짝 스치기만 해도 가죽이 벗겨지고 한 번 휘둘러도 힘줄이 다치는데, 다섯 대를 맞으면 아주 죽고 말았지!”

행자가 말했다. “매 맞기가 두렵거든 어찌하여 거짓말을 하였느냐?” 팔계가 말했다. “형님이시여, 이번 한 번뿐이오니 다음부터는 다시는 감히 그러지 않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한 번이라면 몽둥이 세 대만 치마.” 팔계가 말했다. “할아버지시여, 반 대도 견디지 못하오이다!” 멍청이는 어쩔 도리가 없어 스승님을 붙잡으며 말했다. “스승님께서 저를 위해 한마디 좋게 말씀해 주시옵소서.” 장로가 말했다. “오공이 네가 거짓말을 지었다 하여도 나는 믿지 않았더니, 이제 과연 그러하니 실로 매를 맞아 마땅하도다. 그러나 지금 산을 넘는 데 부릴 사람이 모자라니, 오공아, 너는 우선 그놈을 용서하고 산을 넘은 뒤에 치도록 하여라.” 행자가 말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부모의 뜻을 따르는 것을 큰 효라 부른다 하였나이다. 스승님께서 치지 말라 하시니 내가 우선 너를 용서하마. 너는 다시 가서 산을 순찰하라. 만일 또 거짓말을 하여 일을 그르친다면, 이번에는 한 대도 용서하지 않으리라!” 멍청이는 하는 수 없이 일어나 큰길로 달려나가 다시 갔다. 보라, 그는 의심이 나면 귀신을 만들어 내어, 걸음마다 행자가 변하여 자기를 따라오는 것만 의심하였으므로, 무슨 물건이든 보면 곧 행자라 의심하였다. 칠팔 리를 걸어가는데 호랑이 한 마리가 산비탈을 달려 지나갔다. 그는 두려워하지도 않고 쇠스랑을 치켜들며 말했다.

“형님이 거짓말하는지 들으러 오셨지? 이번엔 짓지 않았소.” 또 가고 있는데, 산바람이 몹시 사나워 휘어 하는 소리와 함께 마른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앞으로 굴러왔다. 그는 발을 구르고 가슴을 치며 말했다. “형님이시여!

이게 무슨 일이오! 거짓말을 짓지 않겠다 한 마디 했을 뿐인데, 또 무슨 나무로 변해 사람을 치는 것이오!” 또 앞으로 걸어가니, 목이 흰 늙은 까마귀 한 마리가 머리 위에서 깍깍 하고 몇 번이나 잇달아 울었다. 그가 또 말했다. “형님, 부끄럽지도 않소! 부끄럽지도 않아! 짓지 않는다면 짓지 않는다 하였거늘, 자꾸만 까마귀로 변해 무엇 하려는 것이오? 들으러 온 것이오?” 원래 이번에는 행자가 그를 따라가지도 않았거늘, 그는 제 스스로 놀라고 제 스스로 이상히 여기며 함부로 의심하고 함부로 짐작하였으므로, 가는 곳마다 행자가 자기를 따라붙어 있다고 의심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멍청이가 놀라고 의심하는 사정은 이쯤에서 접어 두자.

이야기는 이러하다. 그 산을 평정산이라 하고, 그 굴을 연화동이라 하였다. 굴 속에 요괴 둘이 있었으니, 하나는 금각대왕이라 불리고 다른 하나는 은각대왕이라 불렸다. 금각이 바른 자리에 앉아 은각에게 말했다. “아우야,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산을 순찰하지 않았느냐?” 은각이 말했다. “보름쯤 되었느니라.” 금각이 말했다. “아우야, 오늘은 나와 함께 순찰이나 다녀오너라.” 은각이 말했다. “오늘 순찰은 어찌된 일이니이까?” 금각이 말했다. “너는 모르는구나. 근래에 들으니 동토 당나라에서 폐하의 의동생인 당승을 서방으로 보내 부처님께 절을 올리게 하였는데, 일행이 넷이라 손행자와 저팔계와 사승이라 하고, 말까지 합쳐 모두 다섯이라 하느니라. 너는 그들이 있는 곳을 살펴 나를 위해 그들을 잡아 오너라.” 은각이 말했다. “우리가 사람을 먹자면 어디서 몇 놈인들 건지지 못하리오? 저 중들이 어디까지 가든 그냥 가게 두시구려.” 금각이 말했다. “너는 모르느니라. 내가 그해 천계에서 나올 적에 일찍이 사람들의 말을 들었느니라.

당승은 금선장로가 속세에 내려온 몸이요, 열 세대를 수행한 좋은 사람이라, 한 점의 원양도 새어 나가지 않았으니, 그 살을 먹는 자는 수명이 늘어나 장생하느니라.” 은각이 말했다. “그의 살을 먹기만 하면 수명이 늘어나 장생한다면, 우리가 무슨 좌선을 하고 무슨 공을 세우며, 무슨 용과 호랑이를 단련하고 무슨 암수를 배합하리이까?

그저 그를 먹으러 가야 하거늘, 내가 가서 그를 잡아 오리이다.” 금각이 말했다. “아우야, 너는 성급하니 서두르지 말라. 네가 문을 나서서 좋든 나쁘든 보이는 대로 중을 잡아 온다면, 만약 당승이 아니라면 헛일이 아니겠느냐? 나는 그들의 모습을 기억하여 일찍이 그 사부와 제자를 그림자로 그리고 형상을 그려 두었으니, 네가 가져가거라. 다만 중을 만나거든 이것으로 대조하여 보아라.” 또 누가 무슨 이름인지 하나하나 일러 주었다. 은각이 그림을 얻고 이름을 알자 곧 굴을 나서 작은 요괴 서른 명을 뽑아 산 위로 순찰을 나왔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팔계의 운이 사나워 한창 길을 가는데, 그만 요괴 무리와 딱 마주쳐 길을 막으며 말했다.

“저기 오는 것이 무슨 사람이냐?” 멍청이가 그제야 고개를 들고 귀를 치켜올리고 보니 요마들이었다. 그는 당황하여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경을 구하러 가는 중이라 하면 그놈들이 나를 낚아챌 터이니, 그저 길 가는 사람이라 하자.’ 작은 요괴가 보고하며 말했다. “대왕이시여, 길 가는 사람이옵니다.” 그 서른 명의 작은 요괴 가운데에는 아는 놈도 있고 모르는 놈도 있었으며, 곁에서 거들어 말하는 놈도 있어 말했다. “대왕이시여, 이 중은 이 그림 속의 저팔계와 닮았사옵니다.” 영정을 걸어 놓으라 하자, 팔계가 보고 크게 놀라 말했다. “요즈음 정신이 없더니 원래 그놈이 내 영정을 그려 보냈구나!” 작은 요괴가 창으로 걸어 들고, 은각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 흰 말을 탄 이가 당승이요, 이 털 난 얼굴의 이가 손행자니라.” 팔계가 듣고 말했다. “성황님이시여, 저만 빼주시면 그만이오니, 돼지 머리와 세 가지 제물을 올리고 맑은 제사를 스물네 차례나 올리리다.” 입으로 중얼거리며 줄곧 서원을 하였다. 그 요괴가 또 말했다. “이 검고 긴 이가 사승이요, 이 주둥이가 길고 귀가 큰 이가 저팔계니라.” 멍청이는 자기를 가리키는 말을 듣고 당황하여 주둥이를 품에 감추어 숨겼다. 그 요괴가 불렀다. “중이여, 주둥이를 내밀어라!” 팔계가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앓는 병이라 내밀 수가 없소.” 그 요괴가 작은 요괴에게 갈고리로 끄집어내라 하였다. 팔계가 당황하여 주둥이를 내밀며 말했다. “쩨쩨하게 굴기는, 이것 아니오? 보려거든 그냥 보시오, 무얼 걸어 당긴단 말이오?” 그 요괴는 그가 팔계임을 알아보고 보도를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서며 곧장 내리쳤다. 이 멍청이는 쇠스랑을 들어 막아 내며 말했다. “이놈아, 무례하게 굴지 말아라! 내 스랑을 받아라!” 그 요괴가 웃으며 말했다. “이 중은 중이 된 지 오래지 않은 자로구나.” 팔계가 말했다. “착한 아들이로구나! 영리하기도 하여라! 너는 어찌하여 이 영감이 중이 된 지 오래지 않은 줄을 아느냐?”

그 요괴가 말했다. “네가 이 스랑을 다룰 줄 아니, 틀림없이 남의 밭에서 땅을 파다가 이 스랑을 훔쳐 왔을 터이로구나.” 팔계가 말했다. “이놈아, 네가 어찌 이 영감의 스랑을 알아보겠느냐. 내 것은 땅 파는 스랑과는 다르니, 곧 이러하니라. 큰 이빨을 부어 만들매 용의 발톱 같고, 스며든 금으로 단장하매 범의 형상 같구나. 적을 맞아 차가운 바람을 뿌리고, 서로 버티면 불꽃이 솟는도다. 당승을 대신하여 장애를 없애고, 서천 길에서 요정을 잡느니라. 휘두르면 노을이 해와 달을 가리고, 들어올리면 어두운 구름이 별빛을 흐리도다. 태산을 무너뜨리면 범도 두려워하고, 바다를 뒤집으면 늙은 용도 놀라느니라. 네 요괴가 재주 있다 한들, 스랑 한 번에 아홉 개의 피 구멍이 뚫리리라!” 그 요괴가 이 말을 듣고 어찌 양보하려 들겠는가. 칠성검을 들어 온갖 솜씨를 펼치며 팔계와 한 번 오고 한 번 가며 산속에서 겨루기를 스무 합이 되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다. 팔계가 성을 내어 죽기를 무릅쓰고 맞받아 나갔다. 그 요괴는 그가 귀를 치켜올리고 끈적한 침을 뿜으며 쇠스랑을 휘두르고 입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꼴을 보고 또한 적잖이 두려워하여, 곧 고개를 돌려 작은 요괴들을 불러 일제히 달려들게 하였다. 하나가 하나를 상대할 때라면 실로 그럭저럭 버틸 만하였으나, 그는 작은 요괴들이 일제히 덤벼드는 것을 보고 손발이 허둥거려 막아 낼 수가 없어, 싸움에 져서 고개를 돌려 도망쳤다. 그런데 길이 평평하지 않은 것을 미처 자세히 살피지 못하여, 홀연히 덩굴에 발이 걸려 휘청 비틀거렸다. 간신히 일어나 걸어가는데, 또 작은 요괴 하나가 땅에 엎드려 있다가 발뒤꿈치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푹 엎어져 개가 똥을 먹는 꼴이 되었다. 요괴 무리가 달려들어 누르고, 갈기를 움켜쥐고 귀를 잡아당기며, 발을 잡아끌고 꼬리를 붙들어 메고 들어 올려 굴 속으로 사로잡아 갔다. 아아! 바로 이러하니라.

한 몸에 이는 마귀의 기운은 없애기 어렵고, 온갖 재앙은 한번 생기면 물리치기 쉽지 않도다.

결국 저팔계의 목숨이 어찌될지는 알 길이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