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그 요괴가 저팔계를 굴속으로 잡아 끌고 들어가며 말했다. “형님, 하나를 잡아 왔나이다.”
금각대왕이 기뻐하며 말했다. “이리 가져오너라, 내가 보리라.” 은각대왕이 말했다. “이놈이 아니옵니까?” 금각대왕이 말했다. “아우여, 잘못 잡았도다. 이 중은 쓸모가 없느니라.” 저팔계가 얼른 경전을 챙겨 들고는 말했다. “대왕이시여, 쓸모없는 중이오니 놓아 보내 주옵소서. 사람 구실도 못할 놈을 붙들어 두어 무엇 하시옵니까!” 은각대왕이 말했다. “형님, 놓지 마옵소서. 비록 쓸모는 없다 하나이다. 그래도 삼장법사와 한패거리라 이름을 저팔계라 하옵니다. 저놈을 우선 뒤편 맑은 물 못에 담가 두어 털을 뺀 뒤에 소금에 절이고 볕에 말렸다가, 날이 궂은 날 술안주로 삼으면 되옵니다.” 저팔계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재수 없는 날이로다! 절인 고기 장수 요괴를 만났구나!” 작은 요괴들이 저팔계를 들어 올려 안으로 메고 가 물속에 내동댕이친 일은 여기서 더 말하지 않기로 하자.
말하자면, 삼장법사가 비탈 앞에 앉아 있는데 귀가 뜨겁고 눈이 떨리며 몸이 편치 않아서 불러 말했다. “오공아! 어찌하여 오능이 이번에 산을 순라하러 간 지 오래도록 오지 않느냐?”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아직 그놈의 속을 모르시나이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그놈에게 무슨 속이 있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이시여, 이 산에 만일 요괴가 있다면 그놈은 반 걸음도 가기 어려워 틀림없이 허풍을 떨며 달려 돌아와 저에게 알렸을 것이옵니다. 아마 요괴가 없고 길이 평안하니 곧장 가 버린 모양이옵니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만일 참으로 가 버렸다면 어디서 서로 만나겠느냐? 이곳은 산야가 텅 비고 넓은 곳이라 저 여관과 저잣거리, 성과 우물 사이와는 같지 않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염려 마옵소서. 우선 말에 오르시옵소서. 그 멍청이는 좀 게으른 데가 있어 틀림없이 늦게 걸을 것이옵니다. 사부님께서 말을 좀 재촉하시면 우리가 틀림없이 그놈을 따라잡고 함께 가게 되옵니다.” 참으로 삼장법사가 말에 오르고 사승이 짐을 메니, 행자가 앞에서 길을 인도하며 산으로 올라갔다.
말하자면, 그 늙은 요괴가 또 은각대왕을 불러 말했다. “아우여, 네가 이미 저팔계를 잡았으니 틀림없이 삼장법사도 있느니라. 다시 산을 순라하러 가거라, 결코 그를 놓쳐 보내지 말지니라.” 은각대왕이 말했다. “곧 가겠나이다, 곧 가겠나이다.”
보라, 그가 급히 작은 요괴 쉰 명을 불러 모아 산으로 올라가 순라를 도는데, 막 가는 곳에서 상서로운 구름이 아득히 피어오르고 서기가 빙빙 감도는 것이 보였다. 은각대왕이 말했다. “삼장법사가 온다.” 요괴들이 말했다. “삼장법사가 어디 있사옵니까?” 은각대왕이 말했다. “착한 사람의 머리 위에는 상서로운 구름이 정수리를 비추고, 악한 사람의 머리 위에는 검은 기운이 하늘을 찌르느니라. 저 삼장법사는 본래 금선장로가 범간에 내려온 몸이요, 열 세생을 수행한 착한 사람이라 이런 구름이 아득히 감도는 것이니라.” 요괴들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데, 은각대왕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있지 않으냐?” 그러자 삼장법사가 말 위에서 오싹 몸서리를 쳤다. 또 한 번 가리키자 또 몸서리를 쳤다. 줄곧 세 번을 가리키자 그도 줄곧 세 번 몸서리를 치며 마음이 불안하여 말했다. “제자들아, 내가 어찌하여 몸서리를 치느냐?” 사승이 말했다. “몸서리를 치는 것을 보니 상한 음식으로 병이 난 모양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허튼 소리 마오. 사부님께서 이 깊은 산 험한 고개를 걸으시니 필경 조심하는 마음에 헛놀람이 생긴 것이오. 겁내지 마옵소서! 겁내지 마옵소서! 노손이 몽둥이를 휘둘러 한바탕 놀람을 눌러 드리리다.” 과연 좋은 행자로다, 몽둥이를 펴 들고 말 앞에서 재주를 몇 가지 뽐내는데, 위로 셋 아래로 넷, 왼쪽으로 다섯 오른쪽으로 여섯, 모두 육도삼략의 법대로 신통을 부렸다. 그 장로가 말 위에서 바라보니 참으로 세상에 드물고 인간에 다시없는 솜씨였다. 길을 헤치며 곧장 앞으로 나아가니, 자칫하면 저 요괴를 놀라 넘어뜨릴 뻔하였다. 그 요괴가 산꼭대기에서 이를 보고는 넋이 날아가고 혼백이 흩어져 홀랑 소리를 내어 말했다. “몇 해 동안 손행자의 명성을 들었더니, 오늘에야 그 말이 헛되지 않고 참되다는 것을 알겠구나.” 요괴들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대왕이시여, 어찌하여 남의 사기를 북돋우고 제 위풍을 꺾으시옵니까? 누구를 칭찬하시옵니까?” 은각대왕이 말했다. “손행자는 신통이 광대하니 저 삼장법사를 먹지 못하리라.” 요괴들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대왕께서 재주가 없으시거든 우리 가운데 몇을 보내어 큰 대왕께 알리고, 본동의 큰 병사 작은 병사를 불러모아 진세를 벌여 놓고 힘을 합쳐 마음을 모으라 하옵소서. 그가 어디로 도망가리까!” 은각대왕이 말했다. “너희는 저놈의 쇠몽둥이를 보지 못했다. 만 명이 덤벼도 당해 낼 수 없는 용맹이 있어, 우리 굴에 겨우 사오백 병사뿐인데 어찌 저 몽둥이 한 방을 견디겠느냐?” 요괴들이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삼장법사를 먹지 못하겠거든, 저팔계를 잘못 잡아 온 것이 아니옵니까? 이제 도로 보내 주옵소서.” 은각대왕이 말했다. “잡은 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요, 보내는 것 또한 함부로 보낼 수 없느니라. 삼장법사는 마침내 먹어야 할 몸이나 다만 눈앞에서는 아직 그럴 수 없느니라.” 요괴들이 말했다. “그러하시다면 몇 해를 더 기다리란 말씀이옵니까?” 은각대왕이 말했다. “몇 해까지 갈 것도 없느니라. 내가 보건대 저 삼장법사는 오직 선하게 꾀할 수 있을 뿐, 악하게 빼앗을 수 없느니라. 만일 세력을 믿고 그를 잡으려 하면 냄새도 맡지 못하리라. 오직 선으로 그를 감동시켜 그 마음을 내 마음과 서로 맞게 만들고, 그런 뒤에 선 가운데서 계책을 내어 도모할 수 있느니라.” 요괴들이 말했다. “대왕께서 계책을 정하여 그를 잡으실 때 저희를 쓰시겠나이까?” 은각대왕이 말했다. “너희는 다들 각자의 진영으로 돌아가되, 결코 대왕께 알리지 말라. 만일 그를 놀라게 하면 반드시 기밀이 새어 나가 내 계책이 망하리라. 나에게는 스스로 신통변화가 있어 그를 잡을 수 있느니라.”
요괴들이 흩어져 가고, 그가 홀로 산 아래로 뛰어 내려가 길가에서 몸을 흔들어 한 번 변하니 늙은 도사가 되었는데, 그 차림이 어떠하였는가? 보라, 그 모습은 이러하였다. 별관은 번쩍이고 학 같은 머리털은 헝클어졌으며, 깃옷에는 수놓은 띠를 두르고 구름 신에는 누런 종려를 달았구나. 정신은 맑고 눈은 밝아 신선의 손님과 같고, 몸은 건강하고 거동은 가벼워 장수한 노인과 같구나. 청우도사를 운운할 것 무엇 있으리오, 소권선생보다도 훌륭하구나. 거짓 모습을 꾸며 참모습과 같게 하고, 헛된 정을 빚어 참된 정과 같게 하였구나. 그는 큰길 가에서 다리가 부러진 도사로 꾸미고는 발에 피를 흥건히 흘리며, 입으로는 끙끙거리면서 “사람 살려! 사람 살려!” 하고 외쳐 대었다.
말하자면, 이 삼장법사가 손대성과 사승을 믿고 기뻐하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막 가는 곳에서 “사부님, 사람 살려!”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삼장법사가 듣고 말했다. “착하고 착하도다! 이 광야의 산중에는 사방에 마을이나 집이 없거늘 무슨 사람이 부르짖는 것인고? 필경 호랑이나 표범, 이리나 벌레에 놀라 넘어진 모양이로다.” 이 장로가 준마의 고삐를 돌려 부르며 말했다. “재난을 당한 이가 누구냐? 나오너라.” 이 요괴가 풀숲에서 기어 나와 장로의 말 앞에서 마구 땅에 머리를 조아렸다. 삼장법사가 말 위에서 보니 그는 도사인 데다 나이 또한 높아 몹시 마음이 쓰여서, 급히 말에서 내려 부축하며 말했다. “일어나시오, 일어나시오.” 그 요괴가 말했다. “아파! 아파! 아파!” 손을 놓고 보니 그의 발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삼장법사가 놀라 물었다.
“선생이여, 그대는 어디서 오는 길이오? 어찌하여 존귀한 발을 다쳤소?” 그 요괴가 교묘한 말을 꾸미고 거짓 정을 꾸며 대며 말했다. “사부님이시여, 이 산에서 서쪽으로 가면 맑고 그윽한 도관이 하나 있는데, 소도는 그 관의 도사로소이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그대는 본관에서 향불을 모시고 경법을 익히지 않고 어찌하여 이곳을 한가로이 걷고 있소?” 그 마귀가 말했다. “지난날 산 남쪽 시주집에서 도중을 청하여 별을 빌고 복을 나누어 주는데 늦어졌소이다. 사도 둘이 함께 길을 가는데 깊은 길목에 이르러 갑자기 얼룩무늬 사나운 호랑이를 만났사옵니다. 그놈이 내 제자를 물어 갔사옵니다. 빈도는 벌벌 떨며 목숨을 걸고 달아나다가 어지러운 돌 비탈에 넘어져 다리를 다쳤사옵니다. 돌아갈 길은 알지 못하였사옵니다. 오늘 크나큰 천연을 만나 사부님을 뵈었사오니, 바라옵건대 사부님께서 크게 자비를 베푸시어 제 목숨을 구하옵소서. 만일 관에 이르게 되면 몸을 저당 잡히고 목숨을 팔아서라도 반드시 깊은 은혜를 두텁게 갚사옵니다.” 삼장법사가 그 말을 듣고 참된 줄로 여겨 말했다. “선생이여, 그대와 나는 다 같은 목숨을 가진 사람이오. 나는 중이요 그대는 도사라 의관은 비록 다르나 수행하는 이치는 같소. 내가 그대를 구하지 않는다면 출가한 무리가 아니오. 구하기는 구하려니와 그대는 걸을 수 없지 않소?” 그 요괴가 말했다. “일어서지도 못하옵니다. 어찌 걸어가겠나이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그러면 그러자. 나는 아직 걸을 수 있으니 말을 그대에게 내어 주어 한 구비를 타고 가서, 그대의 도관에 이르면 말을 내게 돌려주오.” 그 요괴가 말했다. “사부님이시여, 두터운 정에 감사하옵니다만, 다만 다리와 사타구니를 다쳐 말을 탈 수 없사옵니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옳소.” 그리고 사화상을 불러 말했다. “네가 행리를 내 말에 얹어라. 네가 그를 한 구비 업고 가거라.” 사승이 말했다. “제가 업겠나이다.” 그 요괴가 급히 고개를 돌려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사부님이시여, 저는 저 사나운 호랑이에 놀라 겁이 났사옵니다. 이 재수 없는 낯빛을 한 스승을 보니 더욱 놀라고 두려워 그에게 업히고 싶지 않사옵니다.” 삼장법사가 불러 말했다. “오공아, 네가 업어라.” 행자가 연달아 대답하며 말했다. “제가 업겠나이다! 제가 업겠나이다!” 그 요괴는 곧 행자만을 점찍어 순순히 그에게 업히려 하며 다시는 말이 없었다. 사승이 웃으며 말했다. “이 눈 없는 늙은 도사 같으니! 제가 업는 것이 싫고 도리어 그에게 업히려 하다니. 그가 사부님이 안 계실 때 세모난 바위 위에서 힘줄을 모조리 끊어 버릴 텐데!” 행자가 업고는 입으로 웃으며 말했다. “이 천하의 못된 마귀야, 어찌 감히 내게 덤벼드느냐? 너도 노손이 몇 해나 묵은 사람인지 물어 보아라! 이런 귀신 같은 거짓말은 삼장법사나 속일 수 있거늘 어찌 또 나를 속이려 드느냐? 나는 네가 이 산속의 괴물임을 알고 있다. 내 사부님을 먹으려는 모양이지. 내 사부님은 또한 범상한 인물이 아니니 네가 먹을 수 있겠느냐! 네가 그를 먹으려거든 노손에게도 절반 이상은 떼어 주어야 옳으리라.” 그 마귀가 행자가 입으로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말했다. “사부님이시여, 저는 좋은 집안의 자손으로 도사가 되었사옵니다.
오늘 불행히도 호랑과 이리의 재앙을 만났사옵니다. 저는 요괴가 아니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네가 호랑과 이리를 두려워한다면 어찌하여 《북두경》을 외우지 않느냐?” 삼장법사가 막 말에 오르다가 이 말을 듣고 꾸짖어 말했다. “이 못된 원숭이 같으니! 사람 하나를 구하는 것이 일곱 층 부도를 쌓는 것보다 나으니라. 네가 그를 좀 업는 것으로 그만이지 무슨 북두경이니 남두경이니 하고 말이 많으냐!”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이놈은 복이 있구나! 내 사부님은 자비하고 착한 일을 좋아하는 분이시지만, 또 겉은 좋고 속은 울퉁불퉁한 데가 있으시니라. 내가 그대를 업지 않으려 하면 사부님께서 나를 꾸짖으실 터이지.”
업기는 업으려니와 마땅히 그대와 분명히 말해 두겠다. 만일 대소변을 누거든 먼저 내게 알려라. 만일 등에 줄줄 흘려 내리면 지린내가 견딜 수 없고 내 옷을 더럽히리니, 빨아 줄 사람도 없지 않으냐.” 그 요괴가 말했다. “내가 이만큼 늙은 나이인데 어찌 그대의 말뜻을 모르겠나이까?” 행자가 그를 끌어 일으켜 등에 업은 채 장로와 사승과 함께 큰길을 따라 서쪽으로 갔다. 그 산의 높고 낮아 고르지 못한 곳에서는 행자가 마음을 쓰며 천천히 걸어서 당승을 앞서 가게 하였다. 삼오 리도 못 가서 사부님과 사승은 산골짜기로 내려가 행자가 바라보이지 않게 되니, 행자가 속으로 원망하여 말했다. “사부님도 이렇게 나이가 많으시면서 일을 전혀 모르시는구나. 이런 먼 길은 빈몸으로도 손이 무겁다고 여겨 내던지고 싶을 판인데, 또 나에게 이 요괴를 업으라고 하시다니! 그가 요괴인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좋은 사람이라 한들 이만한 나이면 죽어도 싸거늘, 내던져 죽여 버리면 그만이지 그를 업고 무엇 하리오?” 이 대성이 막 내던져 버릴 궁리를 하는데, 그 요괴가 이를 알아차렸다. 그는 또 산을 부릴 줄 알았으므로 산을 옮기고 바다를 뒤집는 법술을 써서, 행자의 등 위에서 결을 짓고 진언을 외워 수미산 하나를 공중에 불러다가 머리 위로 내리눌렀다. 이 대성이 놀라서 머리를 비켜 보니 왼쪽 어깨 등에 눌렸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놈아, 네가 무슨 무거운 몸 법술을 써서 노손을 누르느냐? 이것쯤은 겁나지 않으나 다만 짐을 바로 메는 것은 좋고 한쪽으로 메는 것은 견디기 어렵구나.” 그 마귀가 말했다. “산 하나로는 그를 누를 수 없구나!” 그리고 또 주문을 외워 아미산을 공중에 불러다가 눌렀다. 행자가 또 머리를 비켜 보니 오른쪽 어깨 등에 눌렸다. 보라, 그가 큰 산 둘을 메고는 별처럼 날아 사부님을 뒤쫓는구나! 그 마귀가 이를 보고는 온몸에 땀이 나고 온몸에서 진이 솟아 말했다. “그놈이 산을 멜 줄 알다니!” 그리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진언을 외워 태산을 공중에 불러다가 머리 위로 내리눌렀다. 그 대성은 힘이 풀리고 힘줄이 저리어, 그 태산을 내리누르는 법에 걸려 들고 말았다. 삼시신이 놀라 튀어 오르고 일곱 구멍에서 붉은 것을 뿜을 지경이었다.
과연 훌륭한 요마로다, 신통을 부려 행자를 눌러 놓고는 곧 긴 바람을 타고 달려가 당삼장을 뒤쫓아, 구름 끝에서 손을 뻗어 말 위의 사람을 움켜쥐려 하였다. 놀란 사승이 행리를 내던지고 항요봉을 뽑아 들어 정면에서 막아 냈다. 그 요마가 칠성검 한 자루를 들어 맞은편에서 맞받았다. 이 한바탕의 훌륭한 싸움이란.
칠성검이여, 항요장이여, 온갖 금빛이 비쳐 번쩍이는구나. 저놈의 부릅뜬 눈은 흑살신처럼 사납고, 이놈의 무쇠 낯은 참으로 권렴장이로다. 저 요괴가 산 앞에서 크게 재주를 떨며 한마음으로 당삼장을 잡으려 하고, 이놈은 힘을 다해 참된 스님을 지키며 한마음으로 죽을지언정 놓지 않으리라. 그 둘이 구름을 뿜고 안개를 내뿜어 천궁을 비추고, 흙을 날리고 먼지를 일으켜 북두의 별자리를 가리우네. 싸움은 붉은 해 한 바퀴가 빛을 잃고, 대지와 건곤이 아득히 어두워졌구나. 여덟아홉 차례 오가며 버티더니 뜻밖에도 사화상이 패하고 말았다. 그 마귀가 몹시 사나워 보검 한 자루로 유성 같은 재주를 굴려 덮쳐 오니, 사승은 연약하여 당해 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려 달아나려 하였다. 그가 미리 보장을 눌러 막고 큰 손을 벌려 사승을 움켜쥐어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는, 오른손으로 말 위의 삼장법사를 집어 들고 발끝으로 행리를 걸어 걸치고는 입을 벌려 말갈기를 물고 섭법을 부려 그들을 한바탕 바람에 연화동으로 모조리 잡아 갔다. 그리고는 소리를 높여 외쳤다. “형님! 이 중들을 모조리 잡아 왔소!” 금각대왕이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이리 가져오너라, 내가 보리라.” 은각대왕이 말했다. “이놈들이 아니옵니까?” 금각대왕이 말했다. “어진 아우여, 또 잘못 잡아 왔도다.” 은각대왕이 말했다. “당승을 잡아 오라 하지 않았사옵니까?” 금각대왕이 말했다. “당승인 것은 당승이로되, 다만 저 재주 있는 손행자를 아직 잡지 못하였느니라. 모름지기 그를 잡아야 당승을 먹을 수 있느니라. 만일 그를 잡지 못하였다면 그의 사람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 저 원숭이 왕은 신통이 광대하고 변화가 많은지라, 우리가 그의 사부를 먹는다면 그가 어찌 가만히 있겠느냐? 그 문 앞에 와서 떠들어 대면 편안할 날이 없으리라.” 은각대왕이 웃으며 말했다. “형님, 형님께서도 사람을 너무 잘 띄워 주시는구려.
형님께서 칭찬하신 대로라면 하늘에도 드물고 땅에도 없을 터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저 이만저만할 뿐 별다른 재주가 없사옵니다.” 금각대왕이 말했다. “네가 그를 잡았단 말이냐?” 은각대왕이 말했다. “그는 이미 제가 부린 큰 산 셋에 눌려 산 아래에서 한 걸음도 옮길 수 없사옵니다. 그런 까닭에 당승과 사화상을 말과 행리까지 모조리 섭법으로 불러 온 것이옵니다.” 그 늙은 요괴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흐뭇하여 기뻐하며 말했다. “좋은 팔자로다! 좋은 팔자로다! 이놈을 잡아 두니 당승이야말로 우리 입의 먹이로구나.” 그리고 작은 요괴들을 불러 말했다. “어서 술을 차려 오너라. 우선 너희 두 대왕께 공을 세운 잔을 한 잔 올리리라.” 은각대왕이 말했다. “형님, 우선 술은 마시지 마옵소서. 아이들을 시켜 저팔계를 물에서 건져 매달아 두게 하옵소서.” 드디어 저팔계를 동쪽 회랑에 매달고, 사승을 서쪽에 매달고, 당승을 가운데 매달고, 백마는 구유에 보내고 행리는 안으로 거두어 들였다. 금각대왕이 웃으며 말했다.
“어진 아우의 훌륭한 솜씨로다! 두 번에 중 셋을 잡았구나. 그러나 손행자는 산에 눌려 있다 하나 모름지기 법을 써서 그를 잡아다 함께 쪄야 옳지 않겠느냐?” 은각대왕이 말했다. “형님께서는 앉으시옵소서.
만일 손행자를 잡으려 하시거든 우리가 몸소 나설 것 없이 작은 요괴 둘에게 보물 두 개를 주어 그를 담아 오게 하면 되옵니다.” 금각대왕이 말했다. “무슨 보물을 가지고 가게 한단 말이냐?” 은각대왕이 말했다. “제 자금홍호로와 형님의 양지옥정병을 주면 되옵니다.” 금각대왕이 보물을 꺼내며 말했다. “그중 누구를 보내겠느냐?” 은각대왕이 말했다. “정세귀와 영리충 두 놈을 보내면 되옵니다.” 그리고 분부하여 말했다. “너희 둘은 이 보물을 가지고 높은 산 꼭대기로 곧장 가서, 밑바닥은 하늘을 향하고 입구는 땅을 향하게 한 뒤에 손행자 하고 한 번 불러라! 그가 대답하면 이미 그 속에 담긴 것이니, 곧 태상노군급급여율령봉칙이라 쓴 부적을 붙이면 그는 한시삼각에 고름이 되고 말리라.” 두 작은 요괴가 머리를 조아리고 보물을 받아 들고 행자를 잡으러 나간 일은 여기서 더 말하지 않기로 하자.
말하자면, 그 대성이 마귀의 법술에 눌려 산기슭 아래에 갇혀 있는데, 고초를 만나니 삼장법사가 생각나고 재앙을 만나니 성스러운 스님이 그리워져서 소리를 높여 불렀다. “사부님이시여! 생각하옵건대 그때 사부님께서 양계산에 오시어 누르는 부적을 떼어 내니 노손이 큰 난을 벗어나 사문의 가르침을 받들고, 보살께서 법지를 내려 주신 은혜로 사부님과 함께 살고 함께 닦으며, 같은 인연 같은 모습으로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알았사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곳에 이르러 요마의 장애를 만나 또 그놈이 부린 산에 눌렸사옵니다. 가련하옵니다! 가련하옵니다! 사부님께서 죽으심은 마땅한 일이옵니다만, 다만 사승과 저팔계와 저 작은 용이 말이 된 한바탕의 일이 안타까울 뿐이옵니다! 이것이야말로 나무가 크면 바람을 불러 바람이 나무를 흔들고, 사람이 이름이 높으면 그 이름이 사람을 잃게 한다는 것이옵니다!” 탄식을 마치자 구슬 같은 눈물이 비 오듯 하였다. 이에 산신과 토지와 오방게제 신중이 놀라 모여들어, 금두게제가 말했다. “이 산은 누구의 것이냐?” 토지가 말했다. “저희의 것이옵니다.” “네 산 아래에 눌린 자가 누구냐?” 토지가 말했다.
“누구인지 모르옵니다.” 게제가 말했다. “너희는 본래 모르는구나. 이리 눌린 자는 오백 년 전에 천궁을 크게 어지럽힌 제천대성 손오공 행자이니라. 이제 바른 과보에 귀의하여 당승을 따라 제자가 되었느니라. 너희가 어찌하여 산을 요마에게 빌려 주어 그를 누르게 하였느냐? 너희는 죽었느니라. 그가 훗날 몸을 빼어 나오거든 어찌 너희를 용서하겠느냐! 가볍게 끝난다 하여도 토지는 귀양을 갈 것이요, 산신도 군적에 오를 것이며, 우리도 큰 불응의 죄를 받으리라.” 그 산신과 토지가 그제야 두려워하며 말했다. “진실로 알지 못하였나이다, 알지 못하였나이다. 다만 저 마귀가 산을 부리는 주문을 외우는 소리를 듣고 우리가 산을 옮겨 온 것뿐이옵니다. 누가 손대성인 줄 알았사옵니까?” 게제가 말했다. “너희는 우선 두려워 말라. 율에 이르기를 알지 못한 자는 죄를 묻지 않는다 하였느니라. 내가 너희와 꾀를 내어 그를 풀어 주리니, 그가 손을 놀려 너희를 때리게 하지 말라.” 토지가 말했다. “그야 이치에 맞지 않소이다. 풀어 놓고 또 때린단 말이오?” 게제가 말했다. “너희는 모르는구나. 그에게는 여의금고봉이란 것이 있어 몹시 사나우니, 맞으면 죽고 스치면 다치는지라. 한 번 부딪치면 힘줄이 끊기고 한 번 스치면 가죽이 무너지느니라!” 그 토지와 산신이 마음속에 두려움을 품고 오방게제와 의논한 뒤에 세 산문 밖으로 나와 불렀다. “대성이시여! 산신과 토지와 오방게제가 뵙고자 왔나이다.” 과연 훌륭한 행자로다, 호랑이가 여위어도 웅심은 남아 있다더니, 저절로 기상이 늠름하고 목소리가 또렷또렷하여 말했다. “나를 만나 무슨 일이냐?” 토지가 말했다. “대성께 아뢰옵나이다. 산을 물려 드리고 대성께서 나오시옵소서. 소신의 불공한 죄를 용서하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산을 물리면 너희를 때리지 않겠다.” 그리고 “일어나라!” 하고 호령하니 마치 관청에서 풀어 주는 것과 같았다. 그 신중이 진언과 주문을 외워 산을 도로 본래 자리로 돌려보내고 행자를 일어나게 하였다. 행자가 벌떡 일어나 흙을 털고 치마를 여미고 귀 뒤에서 몽둥이를 뽑아 들고는 산신과 토지를 불러 말했다. “모두 복숭아뼈를 내밀어라. 저마다 먼저 두 대씩 맞아서 노손의 답답함을 풀어 주어라!” 신중이 크게 놀라 말했다. “방금 대성께서 이미 분부하시어 저희의 죄를 용서하신다 하였거늘, 어찌 나오시자마자 말을 바꾸어 때리려 하시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훌륭한 토지로다! 훌륭한 산신이로다! 너희는 노손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리어 요괴를 두려워하는구나!” 토지가 말했다. “저 마귀는 신통이 광대하고 법술이 높고 세어서 진언과 주문을 외워 저희를 그 굴속으로 불러들여 하루에 하나씩 차례로 당직을 서게 하옵니다!” 행자가 당직이란 두 글자를 듣고는 마음이 놀라며 얼굴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큰 소리로 외쳤다. “창천이여! 창천이여! 저 혼돈이 처음 갈라지고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리던 때에 화과산이 나를 낳았고, 나도 일찍이 밝은 스승을 두루 찾아다니며 장생의 비결을 전수받았노라. 생각하건대 나는 바람 따라 변화하고 호랑이를 굴복시키고 용을 항복받으며 천궁을 크게 어지럽히고 대성이라 이름을 떨치면서도, 산신과 토지를 속으로 업신여겨 부려 본 일이 없거늘, 오늘 이 요마가 무례하게도 어찌 감히 산신과 토지를 노비라 불러 제게 차례로 당직을 서게 하느냐? 하늘이여!
노손을 내셨거늘 어찌하여 또 이런 무리를 내셨나이까?”
그 대성이 막 감탄하고 있는 사이에, 산골짜기에서 불꽃 같은 노을빛이 타오르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행자가 말했다. “산신과 토지여, 너희가 이 굴에서 당직을 선다면 저 빛을 내는 것이 무슨 물건이냐?” 토지가 말했다. “저것은 요마의 보물이 빛을 내는 것이옵니다. 필시 요정이 보물을 가지고 그대를 항복받으러 온 모양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이거야 참 재미있는 일이로구나! 내 그대에게 묻겠다. 그 굴에는 어떤 사람이 그와 서로 왕래하느냐?” 토지가 말했다. “그는 단약을 불에 달이고 약을 만드는 것을 사랑하고, 전진도인을 기뻐하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그러기에 그가 늙은 도사로 변하여 내 사부님을 속여 갔구나. 그렇다면 너희는 맞을 것을 잠시 적어 두고 돌아가거라. 노손이 직접 그를 잡으리라.” 그 신중이 모두 공중으로 날아 흩어졌다. 이 대성이 몸을 흔들어 한 번 변하니 늙은 진인이 되었다. 그대는 그 차림이 어떠하였는가 하겠거니와, 이러하였으니. 머리에는 꽈배기 상투를 두 갈래로 틀고, 몸에는 온갖 헝겊을 기워 만든 도포를 걸쳤구나. 손에는 물고기 북채를 두드리고, 허리에는 여공의 띠를 둘렀구나. 큰길 아래에 비스듬히 기대어 작은 요마만을 기다리는데, 잠깐 사이에 요괴가 이르렀으니 원숭이 왕이 남몰래 꾀를 부리는구나. 얼마 안 되어 그 두 작은 요괴가 당도하였다. 행자가 금고봉을 뻗어 놓으니 그 요괴가 미처 방비하지 못하여 발이 걸려 푹 넘어졌다. 일어나서야 행자를 보고는 입으로 소리치며 말했다. “염병할! 염병할! 우리 대왕께서 그대 같은 행인을 공경하지 않으셨다면 곧 견주어 보았을 터인데.”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무엇을 견준단 말이오? 도인이 도인을 만났으니 모두 한집안이지.” 그 요괴가 말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여기 누워 있다가 나를 걸려 넘어지게 하였소?” 행자가 말했다. “어린 도동이 이 늙은 도인을 만나면 한 번 넘어져 면회돈을 내는 법이지.” 그 요괴가 말했다. “우리 대왕의 면회돈은 몇 냥 은자면 그만인데, 그대는 어찌하여 한 번 넘어지는 것으로 면회돈을 삼으시오? 그대는 다른 고향의 풍습을 가진 자로 이곳 도사가 결코 아니오.” 행자가 말했다. “참으로 아니오. 나는 봉래산에서 왔소.” 그 요괴가 말했다.
“봉래산은 바다 가운데 신선의 경계라오.” 행자가 말했다. “내가 신선이 아니라면 누가 신선이란 말이오?”
그 요괴가 노기를 거두고 기뻐하며 앞으로 나서 말했다. “늙은 신선이시여, 늙은 신선이시여! 저희는 범인의 눈과 무딘 태를 가져 알아보지 못하고 말로 충돌하였사오니 괘념치 마옵소서, 괘념치 마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내가 너희를 괘념치 않겠다. 상언에 이르기를 신선의 몸은 범인의 땅을 밟지 않는다 하였거늘, 너희가 어찌 그것을 아느냐? 내가 오늘 너희 산에 온 것은 신선이 되어 도를 깨우칠 착한 사람 하나를 건지려 함이니라. 누가 나를 따라가려느냐?” 정세귀가 말했다. “사부님, 저야말로 따라 가겠나이다.” 영리충이 말했다. “사부님, 제가 따라 가겠나이다.” 행자가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 “너희 두 사람은 어디서 오는 길이냐?” 그 요괴가 말했다. “연화동에서 왔사옵니다.” “어디로 가려는 길이냐?” 그 요괴가 말했다. “우리 대왕의 교명을 받아 손행자를 잡으러 가는 길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그 누구를 잡으러 가느냐?” 그 요괴가 또 말했다. “손행자를 잡으러 가옵니다.” 손행자가 말했다. “당승을 따라 경을 구하러 가는 그 손행자를 말이냐?” 그 요괴가 말했다. “그렇소이다, 그렇소이다. 그대도 그를 아시오?” 행자가 말했다. “그 원숭이는 좀 버릇이 없느니라. 내가 그를 아는데, 나도 그가 좀 미워서 너희와 함께 그를 잡으러 가리라. 너희를 돕는 셈이지.” 그 요괴가 말했다. “사부님, 사부님께서 도우실 것 없사옵니다. 우리 두 대왕께서 법술을 부려 큰 산 셋을 옮겨 그를 산 아래에 눌러 놓아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게 하시고, 저희 둘에게 보물을 주어 그를 담아 오라 하셨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무슨 보물이냐?” 정세귀가 말했다. “제 것은 붉은 호리병이옵니다. 그의 것은 양지옥정병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어떻게 그를 담는단 말이냐?” 작은 요괴가 말했다. “이 보물의 밑바닥을 하늘로 향하고 입구를 땅으로 향하게 한 뒤에 그를 한 번 부르옵니다. 그가 대답하면 그 속에 담기는 것이니, 태상노군급급여율령봉칙이라 쓴 부적 한 장을 붙이면 그는 한시삼각에 고름이 되고 마옵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라며 말했다. “사납구나! 사납구나! 그때 일직공조가 소식을 전하며 보물이 다섯이라 하였는데, 이것이 둘이니 남은 셋은 또 무슨 물건인지 모르겠구나.”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두 분, 그 보물을 내게 좀 빌려 주시오.” 그 작은 요괴들이 무슨 비결인들 알겠는가. 소매 속에서 보물 두 개를 꺼내어 두 손으로 행자에게 건네주었다. 행자가 보고는 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말했다. “좋은 물건이로다! 좋은 물건이로다! 내가 꼬리를 한 번 휘둘러 휙 뛰어올라 가 버리면, 노손에게 갖다 바치는 셈이 되리라.” 그러나 또 이내 생각하였다. “좋지 않다! 좋지 않다! 빼앗기는 빼앗을 수 있으나 노손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이니, 이를 대낮의 강탈이라 하느니라.” 그리고는 도로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너희는 아직 내 보물을 보지 못하였구나.” 그 요괴가 말했다. “사부님께는 무슨 보물이 있사옵니까? 저희 범인에게도 빌려 주시어 재앙을 누르게 해 주옵소서.” 과연 훌륭한 행자로다, 손을 뻗어 꼬리의 털 하나를 뽑아 비비적거리고 “변하여라!” 하고 외치니, 곧 한 자 일곱 치 길이의 커다란 자금홍호로로 변하였다. 그것을 허리춤에서 꺼내 보이며 말했다. “내 호리병을 보겠느냐?”
그 영리충이 손에 받아 들고 살펴보며 말했다. “사부님, 사부님의 이 호리병은 크고 길어 모양새도 있고 보기 좋사옵니다만, 다만 쓸모가 없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어찌하여 쓸모가 없단 말이오?” 그 요괴가 말했다. “저희 이 두 보물은 저마다 천 명을 담을 수 있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너희의 사람을 담는 것이야 무엇이 대단하냐? 내 이 호리병은 하늘까지도 그 속에 담는다!” 그 요괴가 말했다. “그러면 하늘을 담을 수 있단 말씀이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참으로 하늘을 담느니라.” 그 요괴가 말했다. “거짓말이 아니오리까? 우리에게 담아 보이셔야 믿사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믿지 못하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하늘이 나를 성내게 하면 한 달 사이에도 예닐곱 번씩 담아 두고, 나를 성내게 하지 않으면 반년을 담지 않는 수도 있느니라.” 영리충이 말했다. “형님, 하늘을 담는 보물이니 그와 바꾸십시다.” 정세귀가 말했다. “저이의 하늘 담는 것을 어찌 내 사람 담는 것과 바꾸려 하겠소?” 영리충이 말했다. “만일 바꾸지 않으려 하거든 이 정병을 덧붙여 주면 되지 않소?” 행자가 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말했다. “호리병을 호리병과 바꾸고 덤으로 정병까지 붙이니, 하나로 둘을 바꾸는 셈이라 참으로 잘 들어맞는도다!” 그리고 앞으로 나서서 그 영리충을 붙잡고 말했다. “하늘을 담는다면 바꿀 수 있겠느냐?” 그 요괴가 말했다. “하늘만 담는다면 바꾸겠소이다. 바꾸지 않으면 내가 그대의 아들이오!” 행자가 말했다. “그러면 그러자, 그러자. 내가 너희에게 담아 보이리라.”
과연 훌륭한 대성이여, 고개를 숙여 결을 짓고 주문을 외워 일유신과 야유신과 오방게제신을 불러 말했다. “곧 가서 옥황상제께 아뢰어라. 노손이 바른 과보에 귀의하여 당승을 모시고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데, 길이 높은 산에 막히고 스승이 고액을 만났노라. 요마의 보물을 꾀어 바꾸고자 하니, 만 번 절하여 아뢰옵건대 하늘을 반 시진 동안 닫아 담을 수 있게 노손에게 빌려 주시어 공을 이루게 하옵소서. 만일 반 마디라도 허락지 않으시면 곧 영소전으로 올라가 칼과 병기를 일으키리라!” 그 일유신이 곧장 남천문 안 영소전 아래로 가서 옥황상제께 앞의 일을 자세히 아뢰었다. 옥황상제가 말했다. “이 몹쓸 원숭이 놈이 말이 되는 대로 내뱉는구나. 지난번에 관음이 와서 그를 놓아 주어 당승을 보호하게 하였고, 짐이 여기서 또 오방게제와 사직공조를 보내어 차례로 호위하게 하였거늘, 이제 또 하늘을 빌려 담겠다니 하늘을 담을 수 있단 말이냐?” 담을 수 없다 말하자 그 반열에서 나타삼태자가 나서며 아뢰었다. “만세, 하늘도 담을 수 있사옵니다.” 옥황상제가 말했다. “하늘을 어떻게 담는단 말이냐?” 나타가 말했다. “혼돈이 처음 갈라진 이래로 가볍고 맑은 것은 하늘이 되고 무겁고 탁한 것은 땅이 되었사옵니다. 하늘은 한 덩이의 맑은 기운이 요천의 궁궐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니 이치로 논하자면 참으로 담기 어렵사옵니다. 다만 손행자가 당승을 모시고 서쪽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것은 참으로 태산 같은 복연이요 바다 같은 선경이라 하겠사오니, 오늘 마땅히 그가 공을 이루도록 도와야 하옵니다.” 옥황상제가 말했다. “경은 무엇으로 돕겠느냐?” 나타가 말했다. “지의를 내리시어 북천문으로 가서 진무에게 검은 독수리 깃발을 빌려 남천문 위에서 한 번 펴게 하시어, 해와 달과 별을 가리우게 하옵소서. 마주 서도 사람이 보이지 않고 흰 것을 잡아도 검은 것이 보이지 않으리니, 그 요괴를 속여 다만 하늘을 담았다고만 말하게 하여 행자가 공을 이루게 하옵소서.” 옥황상제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경이 아뢴 대로 하리라.” 그 태자가 지의를 받들어 북천문으로 가서 진무를 만나 앞의 일을 자세히 말하였다. 그 조사가 곧 깃발을 태자에게 넘겨주었다.
미리 유신이 급히 대성의 귓전으로 내려와 말했다. “나타 태자가 공을 돕으러 왔나이다.” 행자가 얼굴을 들어 바라보니 상서로운 구름이 감도는 것이 보이고 참으로 신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작은 요괴들에게 말했다. “하늘을 담겠다.” 작은 요괴가 말했다. “담으려거든 어서 담으시오. 자꾸 꾸물거리며 무슨 짓이오?” 행자가 말했다. “내가 방금 신을 부르고 주문을 외운 참이로다.” 그 작은 요괴들이 모두 눈을 부릅뜨고 그가 어떻게 하늘을 담는지 보려 하였다. 이 행자가 가짜 호리병 하나를 위로 던져 올렸다. 생각해 보라, 이것은 털 하나가 변한 것인들 얼마나 무겁겠느냐?
산꼭대기의 바람에 불려 가서 펄펄 날리며 널널히 흔들리기를 족히 반 시진이나 되어서야 비로소 떨어졌다. 그때 남천문 위에서 나타 태자가 검은 기를 파르르 펼쳐 해와 달과 별을 모조리 가리워 버렸으니, 참으로 건곤을 먹으로 물들인 듯하고 우주를 쪽빛으로 단장한 듯하였다. 두 작은 요괴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방금 말할 때만 해도 한낮이었거늘 어찌하여 벌써 황혼이 되었소?” 행자가 말했다. “하늘을 이미 담았으니 때를 가릴 수 없다. 어찌 황혼이 아니겠느냐?” “그런데 또 어찌하여 이다지도 캄캄하오?” 행자가 말했다. “해와 달과 별이 모두 그 속에 담겼으니 밖에는 빛이 없다. 어찌 캄캄하지 않겠느냐!” 작은 요괴가 말했다. “사부님, 사부님께서는 어느 쪽에서 말씀하시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내가 너희 앞에 있지 않으냐?” 작은 요괴가 손을 뻗어 더듬으며 말했다. “말소리만 들릴 뿐 낯은 보이지 않사옵니다. 사부님, 이곳이 어느 곳이옵니까?” 행자가 다시 그를 속여 말했다. “발을 움직이지 말라. 이곳은 발해 바닷가이니라. 만일 발을 헛디뎌 떨어지면 칠팔 일이 되어도 바닥에 닿지 못하리라!” 작은 요괴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됐소! 됐소! 됐소! 하늘을 도로 놓으시오. 우리는 이렇게 담는 줄 알았소이다. 한참을 더 끌다가 바다에 떨어지면 집에 돌아가지 못하오!” 과연 훌륭한 행자로다, 그들이 참으로 믿는 것을 보고 다시 주문을 외워 태자를 놀라게 하여 기를 걷어 올리게 하니, 어느새 햇빛이 한낮을 가리키고 있었다. 작은 요괴가 웃으며 말했다. “묘하오! 묘하오! 이런 좋은 보물을 바꾸지 않는다면 참으로 집안을 이을 아들이 아니라 하리다!” 그 정세귀가 호리병을 내놓고 영리충이 정병을 꺼내어 한꺼번에 행자에게 건네주니, 행자는 가짜 호리병을 그 요괴에게 건네주었다. 행자는 보물을 바꾼 뒤에 또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였다. 배꼽 아래에서 털 하나를 뽑아 입으로 선기 한 번을 불어 동전 하나로 변하게 하고는 불러 말했다. “어린 도동아, 이 돈을 가지고 종이 한 장을 사 오너라.” 작은 요괴가 말했다. “무엇에 쓰시려 하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내가 너희와 합동문서를 쓰리라. 너희가 사람을 담는 보물 두 개를 내 하늘을 담는 보물 하나와 바꾸었으니, 훗날 마음이 고르지 못하여 세월이 오래 흐른 뒤에 무슨 후회가 생기면 불편하리라. 그러므로 이것을 써서 저마다 나누어 가지고 증거로 삼는 것이니라.” 작은 요괴가 말했다. “이곳에는 붓도 먹도 없거늘 무슨 문서를 쓰시겠소? 우리와 저마다 맹세나 하십시다.” 행자가 말했다. “어떻게 맹세한단 말이오?” 작은 요괴가 말했다. “저희의 사람을 담는 보물 두 개를 사부님의 하늘을 담는 보물 하나와 덧붙여 바꾸었사오니, 만일 후회하는 이가 있으면 일 년 내내 온갖 전염병을 앓으리이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 만일 후회한다면 너희와 같이 사계절 내내 병을 앓으리라.” 맹세를 마치고 몸을 한 번 솟구쳐 꼬리를 한 번 치켜들고는 남천문 앞으로 뛰어올라, 나타 태자에게 깃발을 휘둘러 도와준 공을 사례하였다. 태자는 궁으로 돌아가 지의를 바치고 깃발을 진무에게 돌려보낸 일은 여기서 더 말하지 않기로 하자. 이 행자는 창공 한가운데 우뚝 서서 저 작은 요괴를 바라보았다.
결국 어찌 처리될지는 알 길이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