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그 두 작은 요괴는 가짜 호로를 손에 쥐고 서로 다투어 보며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홀연히 고개를 드니 행자가 온데간데없었다. 영리충이 말했다. “형이여, 신선께서도 거짓말을 하시옵니다. 보물을 바꾸어 주면 우리를 건져 성선이 되게 하시겠다 하시고는, 어찌하여 인사 한마디 없이 가 버리셨나이까?” 정세귀가 말했다. “우리가 챙긴 실속이 훨씬 크옵니다. 그이께서 감히 홀연히 가 버리실 수 있사오리까? 호로를 이리 가져오시옵소서. 제가 하늘을 담아 보며 시험이나 해 보겠나이다.” 과연 그놈이 호로를 위로 던져 올리자 퍽 하고 곧장 떨어져 내렸다. 영리충이 황급히 말했다. “어찌 담지를 않사옵니까! 담지를 않사옵니다! 혹 손행자가 신선으로 변하여 가짜 호로로 우리의 진짜 보물을 바꾸어 간 것 아니오이까?” 정세귀가 말했다. “허튼소리를 마옵소서! 손행자는 저 세 봉우리 산에 눌려 있사온데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겠나이까? 이리 가져오시옵소서. 제가 그 주문 몇 마디를 외워 담아 보겠나이다.” 이 요괴도 호로를 허공을 향해 던져 올리며 입으로 외웠다. “만약 반 마디라도 불응하거든 곧 영소전으로 올라가 칼날을 휘두르게 하소서!” 다 외우기도 전에 퍽 하고 또 떨어져 내렸다. 두 요괴가 말했다. “담지를 않는구나! 담지를 않아! 틀림없이 이것은 가짜로다!”
한창 떠들어 대는데, 손대성이 반 허공에서 그 소리를 낱낱이 듣고 그 광경을 똑똑히 보았다. 오래 끌다가 요긴한 대목에서 기밀이 새어 나갈까 두려워, 몸을 한번 떨치며 호로로 변했던 털을 거두어 제 몸에 붙이니, 그 두 요괴는 두 손이 다 텅 비고 말았다. 정세귀가 말했다. “아우여, 호로를 이리 내놓아라.” 영리충이 말했다. “형이 쥐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하늘이시여! 어찌 보이지 않사옵니까?” 둘 다 땅바닥을 마구 더듬고 풀숲을 함부로 뒤지며, 소매 속을 훑고 허리춤을 더듬어 보았으나, 그곳에 어찌 있으랴. 두 요괴는 겁에 질려 멍하니 넋을 잃고 말했다. “어찌하면 좋사오리까! 어찌하면 좋사오리까! 그때 대왕께서 보물을 우리에게 맡기시며 손행자를 잡아 오라 분부하셨거늘, 이제 행자는 잡지도 못하고 보물마저 잃어버렸으니, 우리가 어찌 감히 가서 아뢰겠나이까? 이번 매질에는 틀림없이 그 자리에서 맞아 죽고 말았나이다! 어찌하면 좋사오리까! 어찌하면 좋사오리까!”
영리충이 말했다. “우리 달아납시다.” 정세귀가 말했다. “어디로 달아나겠나이까?” 영리충이 말했다. “어디든 달아나기나 하옵시다. 도로 돌아가 보물이 없어졌다 아뢰면 단연코 목숨을 내놓는 셈이옵니다.” 정세귀가 말했다. “달아나지 말고 도로 돌아갑시다. 이대왕께서 평소에 너를 남달리 아끼시니, 내 한마디 변명을 네게 얹어 두마. 그이께서 너그럽게 넘겨 주시면 목숨을 건질 터이고, 변명이 통하지 않아 맞아 죽더라도 이곳에서 죽는 것이니, 양쪽이 다 헛되지 않도록 하자꾸나. 가세, 가세!” 그 요괴는 의논을 마치고 발길을 돌려 산으로 되돌아갔다.
행자가 반 허공에서 그들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는, 다시 몸을 흔들어 변하여 파리 한 마리가 되어 날아 내려가 작은 요괴들의 뒤를 따랐다. 그대는 묻거니와, 이미 파리로 변했으니 그 보물을 어디에 두었단 말인가? 길가에 내버려 두거나 풀숲에 숨겨 두었다가 남의 눈에 띄어 가져가게 된다면, 수고만 하고 공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오히려 몸에 지니고 있었다. 몸에 지녔다 하지만 파리가 콩알만 한 크기인데 어찌 담아 둘 수 있단 말인가? 원래 그의 보물은 그의 금고봉과 같아서 여의불보라 불리거니와, 몸에 따라 변화하여 커질 수도 있고 작아질 수도 있으므로 몸 위에라도 얼마든지 담을 수 있었다. 그는 앵 하고 소리를 내며 날아 내려가 그 요괴들을 바짝 따라붙어, 얼마 지나지 않아 굴 속에 이르렀다. 보니 그 두 마왕이 거기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작은 요괴들이 우러러 꿇어앉자, 행자는 그 문설주 위에 딱 붙어 귀를 기울이며 엿들었다. 작은 요괴가 말했다. “대왕이시여.” 그 둘째 마왕이 곧 잔을 멈추며 말했다. “너희가 왔느냐?” 작은 요괴가 말했다. “왔나이다.” 또 물었다. “손행자를 잡았느냐?” 작은 요괴는 머리를 조아릴 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늙은 마왕이 다시 물어도 또 감히 대답하지 못하고 다만 머리를 조아릴 따름이었다. 거듭거듭 캐묻자, 작은 요괴가 땅에 엎드려 말했다. “이 미천한 것의 만 번 죽을 죄를 용서하옵소서! 이 미천한 것의 만 번 죽을 죄를 용서하옵소서!”
“저희는 보물을 쥐고 산 중턱쯤까지 갔다가, 홀연히 봉래산에서 온 신선 한 분을 만났사옵니다. 그분이 우리더러 어디로 가느냐 물으시기에, 저희가 손행자를 잡으러 간다 하였더니, 그 신선께서 손행자라는 말을 들으시고는 그이 또한 그를 미워하시며 우리를 돕겠다 하셨나이다. 저희가 그분께 도움을 청한 것도 아닌데, 도리어 보물로 사람을 담는 사정을 그분께 말씀드리고 말았사옵니다. 그 신선께서도 호로 하나를 지니셨는데 하늘을 담는 데 능하시다 하옵니다. 저희도 헛된 욕심과 집안을 일으켜 보려는 마음에서, 그분의 것은 하늘을 담고 저희의 것은 사람을 담으니 서로 바꾸자 하였나이다. 본래 호로와 호로를 맞바꾸기로 하였는데, 영리충이 양지옥정병까지 덧붙여 드렸사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신선의 물건은 범인의 손을 견디지 못하여, 막 시험하여 보는 참에 사람까지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나이다. 부디 이 미천한 것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늙은 마왕이 그 말을 듣고 우레처럼 성을 내며 말했다. “망했다! 망했다! 이것은 손행자가 신선으로 변장하여 속여 빼앗아 간 것이로다! 저 원숭이 놈은 신통이 광대하여 가는 곳마다 아는 이가 많으니, 어느 털 달린 신이 그놈을 풀어 주었는지 도로 보물까지 속여 갔구나!” 둘째 마왕이 말했다. “형님, 노여움을 거두소서. 참으로 저 원숭이 놈이 몹시 무례하구나. 재주가 있어 달아난들 그만이거늘, 어찌하여 또 보물까지 속여 갔단 말이오? 제게 그놈을 잡을 재주가 없다면, 영원히 서방 길에서 요괴 노릇을 하지 않으리라!” 늙은 마왕이 말했다. “어떻게 그놈을 잡겠느냐?” 둘째 마왕이 말했다. “우리에게 보물 다섯 가지가 있었는데 두 가지를 잃었어도 아직 세 가지가 남았으니, 기어이 그놈을 잡아 내고야 말리라.” 늙은 마왕이 말했다. “그 세 가지가 무엇이냐?” 둘째 마왕이 말했다. “칠성검과 파초선은 제 몸에 지니고 있거니와, 그 황금승 한 가닥은 압룡산 압룡동에 계신 늙은 어머님께서 맡아 두고 계시느니라. 이제 작은 요괴 두 놈을 보내 어머님을 모셔 와 삼장법사의 고기를 잡수시게 하고, 아울러 황금승을 가져오라 하여 손행자를 잡게 하리다.”
늙은 마왕이 말했다. “그럼 누구를 보내겠느냐?” 둘째 마왕이 말했다. “이런 쓸모없는 놈들을 보낼 수 있으리오!” 그리고 정세귀와 영리충을 한 차례 호통쳐 몰아냈다. 두 놈이 말했다. “재수로구나! 재수로구나! 매도 맞지 않고 욕도 먹지 않고 도리어 살아났도다.” 둘째 마왕이 말했다. “늘 곁에서 모시는 시중꾼 파산호와 의해룡을 이리 불러오너라.” 두 놈이 꿇어앉자 둘째 마왕이 분부했다. “너희는 삼가도록 하여라.” 둘 다 대답했다. “삼가겠나이다.” “또한 조심하도록 하여라.” 둘 다 대답했다. “조심하겠나이다.” 또 물었다. “너희는 늙은 할머니 댁을 아느냐?” 또 둘 다 대답했다. “아옵니다.” “너희가 이미 알거든 어서 빨리 떠나거라. 늙은 할머니 계신 곳에 이르거든 두루 문안을 올리고, 삼장법사의 고기를 청하노라 전하고, 아울러 황금승을 가져오라 일러 두어라, 손행자를 잡는 데 쓰려 함이니라.”
두 요괴가 분부를 받고 급히 길을 나섰으나, 어찌 그 행자가 곁에서 하나하나 낱낱이 엿듣고 있음을 알았으랴. 그는 날개를 펴고 날아가 파산호를 따라잡아 그 몸에 딱 달라붙었다. 두세 리쯤 가다가 곧 두 놈을 때려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다시 생각했다. ‘두 놈을 때려 죽이는 것이 무에 어려우랴마는, 그 할머니 곁에 그 황금승이 있고 또 어디 사는지도 모르니, 우선 물어나 보고 나서 때리리라.’ 과연 좋은 행자라, 앵 하고 소리를 내며 작은 요괴에게서 떨어져 나와, 저쪽을 백 걸음쯤 먼저 가게 한 뒤에 다시 몸을 흔들어 변하여 이번에는 작은 요괴 하나로 변했으니, 여우 가죽 모자를 쓰고 호랑이 가죽 치마를 거꾸로 걷어 올려 동여매고는 따라붙어 말했다. “길 가는 이시여, 나를 좀 기다려 주시옵소서.”
그 의해룡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어디서 온 이오?” 행자가 말했다. “어이구 형이여, 한집안 사람조차 알아보지 못하시오?” 작은 요괴가 말했다. “우리 집에는 너란 놈이 없소.” 행자가 말했다. “어찌 내가 없단 말이오? 다시 잘 알아보시오.” 작은 요괴가 말했다. “낯이 설고도 설어, 본 적이 없소.” 행자가 말했다. “옳소, 너희는 나를 만난 적이 없지. 나는 딴 조에 속한 사람이라오.” 작은 요괴가 말했다.
“딴 조의 장교시여, 과연 뵌 적이 없소. 그런데 그대는 어디로 가는 길이오?” 행자가 말했다. “대왕께서 너희 둘을 보내 늙은 할머니를 모셔 와 삼장법사의 고기를 잡수시게 하라 하시고, 아울러 황금승을 가져오라 하여 손행자를 잡으려 하시는데, 너희 둘이 걸음이 느려 혹 장난에 빠져 정사를 그르칠까 염려되셔서, 나를 또 보내 너희를 재촉하라 하셨소.” 행자가 그 일의 속내를 찌르듯 말하자 작은 요괴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행자를 진짜로 한집안 사람이라 여겨 부지런히 앞을 향해 내달렸다. 한 번에 팔구 리를 더 달렸다. 행자가 말했다. “너무 빨리 가는구려. 우리가 집에서 얼마나 떨어졌소?” 작은 요괴가 말했다. “십오육 리쯤 되었소.” 행자가 말했다. “아직 얼마나 남았소?”
의해룡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검은 숲 속이오.” 행자가 고개를 들어 보니 한 줄기 검은 숲이 멀지 않았으므로, 그 늙은 요괴가 숲 안팎에 있으리라 짐작하고는 걸음을 멈추어 작은 요괴를 먼저 앞서 걷게 한 뒤, 곧 쇠몽둥이를 꺼내어 앞으로 다가서며 발뒤꿈치를 한 번 쓸어 후렸다. 가련하게도 너무나 맥을 못 쓰고 그 두 작은 요괴는 삽시간에 고기 반죽 한 덩이가 되었거늘, 그 다리를 끌어 길가 깊은 풀숲 속에 감추어 두었다. 그리고 곧 털 한 가닥을 뽑아 입김 한 번 불어 “변해라!” 하니 파산호 하나가 되거늘, 제 몸은 도로 의해룡으로 변하여 두 작은 요괴 행세를 하고 곧장 그 압룡동으로 늙은 할머니를 모시러 갔다. 이를 일러 일흔두 가지 변화의 신통이 크고, 사물을 바꾸어 내는 수단이 높다 하느니라.
서너 걸음에 숲 속으로 뛰어들어 찾아보니, 돌문 두 짝이 반쯤 열려 있었다. 함부로 들어갈 수 없어 마지못해 크게 한 번 외쳤다. “문 열어라! 문 열어라!” 이에 문을 지키던 여자 요괴 하나가 놀라 그 반쪽 문을 열며 말했다. “그대는 어디서 온 이냐?” 행자가 말했다. “저는 평정산 연화동에서 늙은 할머니를 모시러 온 사자외다.” 그 여자 요괴가 말했다. “들어가시오.” 두 번째 문 아래 이르러 머리를 굽히고 안을 들여다보니, 한가운데 높은 자리에 노파 하나가 앉아 있었다. 그대 묻거니와 그 노파의 모습이 어떠하던가?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흰 귀밑머리는 헝클어져 솜처럼 부풀었고, 눈동자는 별빛처럼 환히 빛나며, 피부는 붉고 윤기가 돌되 주름이 많고, 이는 드문드문 빠졌으나 기운은 씩씩하였다. 얼굴은 서리 속에 시들어 가는 국화의 빛깔 같고, 몸매는 비 갠 뒤의 늙은 소나무의 모습 같았다.
머리에는 흰 명주로 땋아 모은 수건을 둘렀고, 귀에는 보석을 박은 금 귀고리를 드리웠구나. 손대성이 이를 보고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다만 둘째 문 밖에서 낯을 가린 채 뚝뚝 눈물을 떨어뜨리며 우는데, 그대는 묻거니와 그가 어찌하여 울었단 말인가? 설마 그 늙은 요괴가 두려웠단 말인가?
두렵다고 한들 곧 울 것은 아니거니와, 하물며 먼저 그의 보물을 꾀어 내고 또 그의 작은 요괴까지 때려 죽였거늘,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울었단 말인가? 그가 예전에 아홉 솥 기름 가마에 들어가 닷새나 이레쯤 튀겨졌어도 눈물 한 방울 흘려 본 적이 없었으되, 다만 삼장법사이 경을 구하러 가는 고초를 떠올리자 창자가 끊어지는 듯 아파 눈물을 터뜨려 크게 운 것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늙은 원숭이가 이미 재주를 드러내어 작은 요괴로 변해 이 늙은 요괴를 모시러 왔으니, 똑바로 서서 말만 하는 이치는 없고 반드시 그에게 절을 올려야 하리라. 내가 사람 구실을 하며 호걸 노릇을 한 몸이로되, 절을 올린 이는 오직 세 사람뿐이었느니라. 서천에서는 부처님께 절을 올렸고, 남해에서는 관음께 절을 올렸으며, 양계산에서는 스승님이 나를 건져 주셨기에 그분께 네 번 절을 올렸느니라. 그 스승님을 위하여 여섯 잎의 간과 폐를 부수듯 애쓰고, 세 가닥 털에 일곱 구멍 난 마음을 다 썼거늘, 경 한 권이 값이 얼마나 된다고 오늘은 나를 시켜 이 요괴에게 절을 올리게 하단 말인가. 그러나 꿇어 절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밀이 새어 나가리라.’
괴로워라! 헤아려 보면 다만 스승님이 갇혀 계신 탓에 나로 하여금 남에게 치욕을 당하게 하는구나! 이 지경에 이르러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안으로 뛰어들어가 우러러 꿇어앉으며 말했다. “할머니께 머리를 조아리나이다.” 그 요괴가 말했다. “내 아들아, 일어나거라.” 행자가 속으로 말했다. ‘좋다! 좋다! 좋구나! 부르는 목소리가 어찌나 야무진지!’ 그 늙은 요괴가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온 이냐?” 행자가 말했다. “평정산 연화동이옵니다. 두 대왕의 분부를 입어 할머니를 모시러 왔사오니 삼장법사의 고기를 잡수시게 하라 하시고, 황금승을 가져오라 하시어 손행자를 잡으려 하시나이다.” 그 늙은 요괴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효성스럽기 그지없는 내 아들이로구나!” 그리고 곧 가마를 내오라 하였다. 행자가 속으로 말했다. ‘내 아들이라니! 요괴 주제에 가마까지 타는구나!’ 뒷방에서 여자 요괴 둘이 곧 향기로운 등나무 가마 한 채를 메고 나와 문 밖에 내려놓고, 푸른 명주로 휘장을 둘러 쳤다. 늙은 요괴가 몸을 일으켜 굴 밖으로 나와 가마에 앉으니, 뒤이어 어린 여자 요괴 몇이 화장 도구를 받들고, 거울걸이를 받쳐 들고, 수건을 들어 올리고, 향 합을 받쳐 들고 좌우를 모시며 따랐다. 그 늙은 요괴가 말했다.
“너희는 어쩌려고 따라오느냐? 내가 내 아들 있는 곳으로 가는데, 어찌 그곳에 시중들 사람이 없을까 걱정되더냐? 너희까지 가서 공을 팔며 수다를 떨고자 함이냐? 모두 도로 돌아가거라! 문이나 닫고 집을 지켜라!” 그 어린 요괴 몇이 과연 모두 돌아가고, 가마 멜 자 둘만 남았다. 늙은 요괴가 물었다. “이리 심부름 온 녀석들의 이름이 무엇이냐?” 행자가 황급히 대답했다. “저쪽은 파산호라 하고, 저는 의해룡이라 하옵니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너희 둘이 앞서 가며 길을 트러 가거라.” 행자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참 재수 없는 일이구나! 경은 구하지도 못하고 도리어 남의 마부 노릇을 하러 왔으니!’ 그러나 감히 맞서 버틸 수도 없어 하는 수 없이 앞으로 나서 길을 인도하며 큰소리로 네 번이나 길을 비키라 외쳤다.
오륙 리쯤 가자 그는 바위 절벽 위에 주저앉아 가마 메는 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저들이 이르자 행자가 말했다. “좀 쉬어 가면 어떻겠소? 어깨가 눌려 아프구려.” 가마꾼들이 무슨 속셈인들 알겠는가. 곧 가마를 내려놓았다. 행자는 가마 뒤에서 가슴의 털 한 가닥을 뽑아 커다란 떡 하나로 변하게 하여 그것을 안고 베어 물었다. 가마꾼이 말했다. “장교시여, 무엇을 드시기에 그리 맛깔스러워 보이시오?” 행자가 말했다. “차마 말하기 부끄럽구려. 먼 길을 걸어 할머니를 모시러 오는데 상으로 받은 것도 없어 배가 고프오. 원래 가지고 온 건량이니 좀 먹고 나서 가세.” 가마꾼이 말했다. “우리에게도 좀 나누어 주시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리들 오시오, 모두 한집안 사람인데 무에 그런 계산이 필요하오?” 그 어린 요괴는 좋고 나쁨을 가릴 줄 모르고 행자를 둘러싸며 그 건량을 나누어 달라 하다가, 행자가 몽둥이를 뽑아 들어 머리를 내리쓸자 맞닿은 녀석 하나는 흐물흐물 뭉개졌다.
또 살짝 스친 녀석 하나는 죽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끙끙거렸다. 그 늙은 요괴가 신음 소리를 듣고 가마 안에서 머리를 내밀어 내다보는데, 행자가 가마 앞으로 뛰어올라 정수리를 향해 몽둥이를 한 번 내리치자 구멍 하나가 뚫리며 골수가 터져 흐르고 붉은 피가 솟구쳤다. 가마 밖으로 끌어내어 살펴보니 본래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구미호 한 마리였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몹쓸 짐승 같으니! 무어라 늙은 할머니를 부르느냐! 네가 늙은 할머니라 불리거든, 마땅히 이 늙은 원숭이를 태조 할아버님이라 불러야 옳으리라!” 과연 좋은 원숭이 왕이로다. 그 시체에게서 황금승을 뒤져 내어 소매 속에 감추며 기뻐 말했다. “저 무엄한 마왕이 무슨 재주가 있다 한들, 이제 이 세 가지 보물은 이미 성이 손이 되었구나!” 그리고 다시 털 두 가닥을 뽑아 파산호와 의해룡으로 변하게 하고, 또 두 가닥을 뽑아 가마꾼 둘로 변하게 하였으며, 제 몸은 늙은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하여 가마에 앉았다. 가마를 메게 하고 곧장 오던 길을 되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화동 어귀에 이르자, 털이 변한 어린 요괴들이 모두 앞장서서 말했다. “문 열어라! 문 열어라!” 안에서 문을 지키던 어린 요괴가 문을 열며 말했다. “파산호와 의해룡이 왔느냐?” 그 털이 변한 자가 말했다. “왔느니라.” “너희가 모셔 온 할머니는 어디 계시느냐?” 그 털이 변한 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가마 안에 계신 이가 아니시냐?” 어린 요괴가 말했다. “너희는 우선 기다려라. 내가 먼저 들어가 아뢰마.” 그리고 들어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할머니께서 오셨나이다.” 두 마왕이 그 말을 듣고 곧 향을 피우는 상을 차려 맞이하라 명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기뻐 말했다. ‘재수로구나! 드디어 내가 사람 대접을 받을 차례가 되었구나! 내가 먼저 어린 요괴로 변해 늙은 요괴를 모시러 가서는 그에게 큰절 한 번을 올렸거니와, 이번에는 내가 늙은 요괴로 변하여 그놈의 어머니가 되었으니 틀림없이 네 번 절하는 예를 받으리라. 비록 대단치는 않다 해도 그 두 번의 절만은 두루 챙기는 셈이로다!’ 과연 좋은 대성이로다. 가마에서 내려 옷을 털고 그 네 가닥의 털을 거두어 몸에 붙였다. 문을 지키던 어린 요괴가 빈 가마를 메고 문 안으로 들어가는 사이에 그는 천천히 뒤를 따라 걸었는데, 그 몸짓이 가냘프고 조심스럽기가 아양 떠는 듯하고 허리를 꼬는 꼴이 늙은 요괴의 거동 그대로여서, 그대로 스스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또 보니 크고 작은 요괴 무리가 모두 나와 꿇어앉아 맞이하고, 북과 피리와 퉁소가 한바탕 요란하게 울려 퍼지며, 박산로에서는 향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그는 정청 한가운데로 올라가 남쪽을 등지고 앉으니, 두 마왕이 두 무릎을 꿇고 우러러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어머님, 아들이 절을 올리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내 아들아, 일어나거라.”
말하자면, 저팔계가 대들보에 매달린 채 하하 하고 웃음보를 터뜨렸다. 사승이 말했다. “둘째 형님도 참 별나시옵니다! 매달려 계시다가 웃음이 나오시다니요!” 팔계가 말했다. “아우여, 내 웃음에도 까닭이 있노라.” 사승이 말했다. “무슨 까닭이오이까?” 팔계가 말했다. “우리는 할머니가 오시어 곧 쪄 잡수시려는 줄로만 알았더니, 알고 보니 할머니가 아니라 옛 사람이 온 것이었네.” 사승이 말했다. “무슨 옛 사람이란 말씀이오이까?”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필마온이 왔네.” 사승이 말했다. “어찌 그 사람인 줄 아시었나이까?” 팔계가 말했다. “허리를 굽히고는 나더러 내 아들아 일어나라 하는데, 그 뒤쪽으로 원숭이 꼬리가 쳐들렸더란 말이네. 내가 너보다 높이 매달려 있으니 똑똑히 보았노라.”
사승이 말했다. “우선 말을 삼가고 저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보십시다.” 팔계가 말했다. “옳소, 옳소.”
그 손대성이 한가운데 앉아 물었다. “내 아들아, 나를 청하여 온 무슨 일이 있느냐?” 그 마왕이 말했다.
그 마왕이 말했다. “어머님, 그동안 아들들이 예를 소홀히 하여 효도를 올리지 못하였나이다. 오늘 아침 이 어리석은 형제가 동토의 삼장법사을 잡아 왔사오나 감히 함부로 먹을 수 없어, 어머님을 모셔 와 먼저 올리오니 잘 쪄서 잡수시고 수명을 늘리소서.” 행자가 말했다. “내 아들아, 삼장법사의 고기는 내가 먹고 싶지 않구나. 다만 저팔계의 귀가 몹시 맛이 좋다 하니, 잘라 내어 요리하여 내 술안주로 삼으면 좋겠노라.” 그 저팔계가 이 말을 듣고 당황하여 말했다. “재수 없는 녀석 같으니!”
“네가 내 귀를 잘라 먹으러 온 것이냐! 내 큰소리로 외치면 남의 귀에 거슬릴 터인데!”
아, 이 멍청이의 사정을 꿰뚫는 한마디가 원숭이 왕의 변화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때 마침 산을 순찰하던 어린 요괴 몇과 문을 지키던 요괴 무리가 일제히 밀려 들어오며 다급히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큰일났나이다! 손행자가 할머니를 때려 죽이고 그 할머니로 변장하여 왔나이다!” 마왕이 그 말을 듣고 어찌 변명할 새가 있으랴. 칠성검을 뽑아 빼어들고 행자의 낯을 향해 내리쳤다. 과연 좋은 대성이로다. 몸을 한번 흔들어 흩어지니 굴 안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가 싶더니 이미 먼저 빠져나가고 없었다. 이런 수단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거니와, 이는 곧 모이면 형체가 되고 흩어지면 기운이 되는 이치라 하겠다. 그 바람에 늙은 마왕은 혼백이 흩어질 듯 질겁을 하였고, 요괴 무리는 저마다 손가락을 물며 머리를 저었다. 늙은 마왕이 말했다. “아우여, 삼장법사과 사승과 팔계와 흰 말과 짐보따리를 모두 저 손행자에게 도로 보내 주어, 시비의 문을 닫아 버리자꾸나.” 둘째 마왕이 말했다. “형님,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제가 얼마나 많은 수고를 들여 이 계책을 부려 저 중들을 모조리 끌어다 놓았는데, 이제 형님께서 손행자의 속임수와 궤계를 그리 두려워하여 모두 도로 보내 주자 하시니, 이는 참으로 칼을 두려워하고 검을 피하는 자의 짓이요, 어찌 대장부가 할 일이리이까?”
“우선 앉으시어 걱정을 거두소서. 제가 듣자니 손행자의 신통이 광대하다 하였거니와, 저는 그와 한 번 마주쳤을 뿐 아직 겨루어 보지는 못하였나이다. 갑옷을 가져오너라. 제가 그놈을 찾아 세 합을 겨루어 보리다. 만약 세 합에 그놈이 저를 이기지 못한다면 삼장법사은 여전히 우리의 먹이니라. 그러나 세 번 싸워도 제가 이기지 못한다면, 그때 가서 삼장법사을 보내 주어도 늦지 않으리다.” 늙은 마왕이 말했다. “어진 아우의 말이 옳도다.” 그리고 분부했다. “갑옷을 가져오너라.” 요괴 무리가 갑옷을 메고 나오자 둘째 마왕이 단단히 차려입고 보검을 쥐고 문 밖으로 나가 크게 불렀다. “손행자야! 네가 어디로 달아났느냐?” 이때 대성은 이미 구름 속에 있다가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급히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다름 아닌 그 둘째 마왕이었다. 보라, 그가 어찌 차려입었는가? 머리에 쓴 봉황 투구는 섣달 눈을 업신여기고, 몸에 걸친 갑옷은 쇳빛이 번쩍이며, 허리에 두른 띠는 이무기의 힘줄이요, 흰 가죽 신목에는 매화 주름이 잡혔구나. 얼굴은 관구의 살아 있는 진군과 같고, 모습은 거령과 조금도 다를 바 없으며, 칠성검을 두 손에 받쳐 쥐었으니 성난 기운이 하늘을 찌를 듯 위풍이 늠름하구나. 둘째 마왕이 크게 외쳤다. “손행자야! 어서 내 보물과 내 어머니를 도로 내놓아라. 그러면 네 삼장법사은 경을 구하러 가도록 살려 주리라!” 대성이 참지 못하고 욕하며 말했다. “이 무엄한 괴물아, 네 손외할아버지를 잘못 알아보는구나! 어서 빨리 내 스승님과 사제들과 흰 말과 짐보따리를 도로 내놓고, 노잣돈까지 넉넉히 챙겨 서쪽 길로 가게 하여라. 만약 이 사이로 반 마디라도 싫다는 소리가 새어 나오면, 네가 스스로 새끼줄이나 꼬아 쓰거라, 네 할아버지가 손을 댈 필요도 없도록.” 둘째 마왕이 그 말을 듣고 급히 구름을 타고 허공으로 뛰어올라 보검을 휘둘러 찌르니, 행자가 쇠몽둥이를 빼어들고 맞받아 나갔다.
두 사람이 반 허공에서 벌인 이 한판의 싸움은 참으로 볼 만하였으니, 바둑에서 적수를 만나고 장수가 좋은 인재를 만난 격이라. 바둑에서 적수를 만나면 흥취를 감추기 어렵고, 장수가 좋은 인재를 만나면 힘을 쓸 만하거늘, 저 두 신장이 맞부딪친 꼴이 마치 남산의 호랑이 싸움이요 북해의 용 다툼이로다. 용이 다투는 자리에서는 비늘 갑옷이 빛을 내고, 호랑이가 싸우는 판에서는 발톱과 이빨이 어지러이 떨어지는구나. 발톱과 이빨이 어지러이 떨어지매 은 갈고리가 흩어지고, 비늘 갑옷이 빛을 내매 쇠 비늘이 버티어 선다. 이쪽은 뒤척이고 뒤척이며 온갖 재주를 부리고, 저쪽은 오고 가며 털끝만큼도 한가한 틈이 없구나. 금고봉은 정수리에서 겨우 세 푼을 사이에 두었고, 칠성검은 명치를 노리되 한 치도 채 안 되는 거리를 다투는구나. 저쪽의 위풍은 북두성을 옥죄어 서늘하게 하고, 이쪽의 성난 기운은 우레와 번개보다도 더 험악하구나.
두 사람은 서른 합을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행자가 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생각했다. ‘이 무엄한 요괴가 그래도 이 늙은 원숭이의 쇠몽둥이를 버텨 내는구나! 내가 이미 그놈의 보물 세 가지를 얻었거늘, 이렇게까지 애써 그놈과 치고받는 것은 내 공력만 허비하는 것이 아니냐? 차라리 호로나 정병을 꺼내 그놈을 담아 버리는 편이 훨씬 좋겠구나.’ 그러나 다시 생각했다. ‘아니다! 아니다! 속담에 이르기를 물건은 주인을 따른다 하였거늘, 만일 내가 불러도 그놈이 대답하지 않는다면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것이 아니겠느냐? 우선 황금승을 써서 머리부터 옭아매자.’ 과연 좋은 대성이로다. 한 손으로는 몽둥이를 놀려 그의 보검을 버티어 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 승을 들어 올려 던지며 쏴악 하고 소리가 나도록 그 마왕을 단단히 옭아매었다. 원래 그 마왕에게는 《긴승주》가 있고 《송승주》가 있었으니, 남을 옭아맸을 적에는 《긴승주》를 외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자기 편을 옭아맸을 적에는 《송승주》를 외워 몸을 다치지 않게 하였다. 그놈은 이것이 제집 물건임을 알아차리고 곧 《송승주》를 외워 승을 느슨하게 하여 빠져나오더니, 도리어 행자를 향해 집어 던져 대성을 단번에 옭아매었다. 대성이 막 《수신법》을 써서 몸을 빼내려 하는데, 그 마왕이 《긴승주》를 외워 바짝 조이는 바람에 어찌 빠져나갈 수 있으랴. 승이 목 아래까지 미끄러져 내려가니 본래 금 고리 하나가 목을 감아 옥죈 셈이었다. 그 요괴가 승을 한 번 잡아당겨 끌어내리고는, 민머리를 향해 보검으로 일고여덟 번을 내리쳤으나 행자의 두피는 조금도 붉어지지 않았다. 그 마왕이 말했다. “이 원숭이야, 네 머리가 이다지도 단단하니 내 너를 베지 않겠다. 우선 데리고 돌아가 다시 때리리라. 내 그 두 가지 보물을 어서 도로 내놓아라!” 행자가 말했다.
“내가 너의 무슨 보물을 가졌기에 네가 내게 달라 하느냐?” 그 마왕이 행자의 몸을 샅샅이 뒤져 그 호로와 정병을 모두 찾아내고는, 다시 승으로 끌어 묶어 굴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며 말했다. “형님, 잡아 왔소.” 늙은 마왕이 말했다. “누구를 잡아 왔느냐?” 둘째 마왕이 말했다. “손행자요. 이리 와 보십시오, 이리 와 보시란 말이오.” 늙은 마왕이 얼핏 보고 행자인 줄 알아차리더니, 얼굴 가득 기쁨을 띠며 말했다. “바로 저놈이다! 저놈이다! 저놈을 긴 승으로 기둥에 단단히 매어 두고 구경이나 하자꾸나!” 과연 행자를 묶어 두고는 두 마왕이 뒷당으로 들어가 술을 마셨다.
그 대성이 기둥 밑에서 비비적거리며 움직이다가 홀연히 팔계를 놀라게 하였다. 그 멍청이가 대들보에 매달린 채 하하 웃으며 말했다. “형님이여, 귀는 못 잡수시게 되었소!” 행자가 말했다. “이 멍청아, 매달려 있으니 마음이 편하냐? 내 이제 곧 나가거든 틀림없이 너희를 구해 내리라.” 팔계가 말했다.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군! 부끄러운 줄을 몰라! 제 몸 하나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남을 구하겠다니, 됐네, 됐어! 사부와 제자들이 한자리에서 도로 죽어야 저승에 가서 길이나 묻지!” 행자가 말했다. “허튼소리 말아라! 두고 보아라, 내가 나가는 꼴을.” 팔계가 말했다. “어디 어떻게 나가는지 두고 보겠소.” 그 대성이 입으로는 팔계와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눈으로는 그 요괴들을 흘금흘금 살피고 있었다. 보니 그들이 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어린 요괴 몇이 쟁반과 잔을 들고 주전자를 잡고 술을 따르며 쉬지 않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통에 경계가 조금 느슨해져 있었다. 그는 앞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곧 신통을 부렸다. 몽둥이를 슬쩍 빼내어 신선한 기운을 한 번 불며 “변해라!” 하니 순강으로 만든 줄 하나가 되거늘, 목에 걸린 그 고리를 잡아당겨 서너 번 갈아내어 두 토막을 내고, 갈아 낸 자리를 벌리고 빠져나와서는 털 한 가닥을 뽑아 가짜 몸뚱이로 변하게 하여 그 자리에 매어 두었다. 참몸은 몸을 한번 흔들어 어린 요괴 하나로 변하여 곁에 서 있었다. 팔계가 또 대들보 위에서 소리쳤다. “큰일났다! 큰일났다! 매달린 것은 가짜요, 묶어 둔 것이 진짜란 말이오!” 늙은 마왕이 잔을 내려놓고 물었다. “저 저팔계가 떠드는 것이 무슨 소리냐?” 행자는 이미 어린 요괴로 변한 몸으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팔계가 손행자더러 변화하여 달아나라 부추기는데, 그놈이 달아나려 하지 않으니 저러고 떠드는 것이옵니다.” 둘째 마왕이 말했다. “저팔계가 순박하다더니, 알고 보니 이다지도 순박하지 않구나! 주둥이가 많으니 몽둥이 스무 대는 맞아 마땅하리라!”
이 행자가 곧 몽둥이 하나를 가져다가 때리려 하니, 팔계가 말했다. “살살 때리시오. 조금이라도 세게 때리면 내가 또 소리를 지를 터인데, 나는 그대인 줄 아오!”
행자가 말했다. “이 늙은 원숭이가 변화한 것도 다 너희를 위해서인데, 너는 어찌하여 도리어 기밀을 누설하느냐? 이 굴의 요괴들은 모두 알아보지 못하거늘, 어찌하여 유독 너만 알아보는 것이냐?” 팔계가 말했다. “당신이 얼굴은 바꾸었어도 엉덩이는 아직 바꾸지 않았소. 저 엉덩이에 두 군데 붉은 자국이 그대로 있지 않소? 그래서 내가 당신인 줄 알아보았소.”
행자는 그대로 뒤편으로 가 부엌을 기웃거리다가 솥바닥에 손을 대어 그을음을 한 움큼 묻혀 내어 두 볼기를 시커멓게 문질렀다. 그리고 다시 앞쪽으로 걸어 나갔다. 팔계가 이를 보고 또 웃으며 말했다. “이 원숭이가 어디로 가서 한참을 뒹굴다 왔는지, 엉덩이를 검게 만들고 왔소.”
행자는 여전히 그 곁에 서 있다가 그 보물을 훔칠 궁리를 하였으니, 참으로 눈치가 남달랐다. 그는 청으로 올라가 그 요괴에게 슬쩍 다가서며 발짓까지 해 가며 청을 올렸다. “대왕이시여, 저 손행자가 기둥에 묶인 채 이리 비비고 저리 비벼대어 저 금승을 닳게 해칠까 염려되옵니다. 좀 굵고 튼튼한 승으로 갈아매는 것이 좋겠나이다.” 늙은 마왕이 말했다.
“그 말이 옳도다.” 그리고 곧 허리춤에 두른 사만대를 풀어 행자에게 건네주었다. 행자가 그 띠를 받아 가짜 행자를 묶어 두고는 그 승을 갈아 내어 똬리째 차곡차곡 소매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털 한 가닥을 뽑아 신선한 기운을 한 번 불어넣어 가짜 황금승 하나로 변하게 하고는, 두 손으로 공손히 그 요괴에게 바쳤다. 그 요괴는 술에 빠져 자세히 살펴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냥 받아 두었다. 이를 일러 대성이 몸을 바꾸며 재주를 부려, 털로 도로 황금승을 바꾸어 냈다 하느니라.
이 보물을 손에 넣자 급히 몸을 돌려 문 밖으로 뛰어나가 본모습을 드러내고는 크게 외쳤다. “요괴들아!”
그 문을 지키던 어린 요괴가 물었다. “그대는 누구이기에 이곳에서 큰소리를 치시오?” 행자가 말했다. “어서 빨리 들어가 저 무엄한 마왕에게 자행손이 왔다고 아뢰어라.” 그 어린 요괴가 그대로 달려가 아뢰니, 늙은 마왕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손행자를 잡아 두었거늘, 어찌하여 또 자행손이 있단 말이냐?” 둘째 마왕이 말했다. “형님, 그것이 무에 두렵사옵니까? 보물은 모두 제 손에 있사오니, 제가 그 자금홍호로를 들고 나가 그놈을 담아 오리다.” 늙은 마왕이 말했다. “아우야, 조심하라.” 둘째 마왕이 호로를 들고 산문을 나서다가 홀연히 손행자와 꼭 닮았으되 다만 조금 작달막한 자를 보고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온 놈이냐?” 행자가 말했다. “나는 손행자의 아우요. 네가 내 형을 잡아 갔다 하기에, 너와 시비를 가리러 온 것이오.” 둘째 마왕이 말했다. “내가 잡아 굴 속에 가두어 두었느니라. 네가 이제 왔으니 필시 싸움을 걸려 하겠으나, 나는 너와 병기를 겨루지 않으리라. 다만 내 너를 한 번 불러 보리니, 네가 감히 대답하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네가 천 번을 부른대도 내 만 번을 대답하리라!” 그 마왕이 보물을 들고 허공으로 뛰어올라 밑바닥은 하늘을 향하게 하고 주둥이는 땅을 향하게 한 뒤에야 “자행손!” 하고 외쳤다. 행자는 감히 대답하지 못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대답하는 순간 곧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갈 터이지.’ 그 마왕이 말했다. “어찌하여 대답하지 않느냐?” 행자가 말했다. “내 귀가 좀 먹었는지 들리지 않는구나. 크게 불러라.” 그 요괴가 또 “자행손!” 하고 불렀다. 행자가 아래에서 손가락을 꼽아 한번 헤아려 보고는 생각했다. ‘내 참이름은 손행자요, 지어 낸 거짓이름이 자행손이니, 참이름이라면 담을 수 있어도 거짓이름이야 어찌 담겠는가.’ 그러나 그만 참지 못하고 한마디 대답하고 말았더니, 휙 하고 그 호로 속으로 빨려 들어가 봉인까지 발라졌다. 원래 그 보물은 이름의 참과 거짓을 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대답하는 기운을 스치기만 하면 곧 담아 가는 물건이었다. 대성이 호로 속에 들어가니 온통 칠흑같이 캄캄하였는데, 머리를 들어 위로 떠받쳐 보아도 조금도 밀려 올라가지 않고 도리어 답답하게 막혀 있으므로, 그제야 가슴이 타들어 가며 애가 타 생각했다. ‘그때 내가 산 위에서 저 두 작은 요괴를 만났을 적에, 그놈들이 내게 일러 주기를 호로든 정병이든 사람을 그 속에 담고 나면 잠시면 고름이 되어 버린다 하였거늘, 이제 혹 나를 녹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 그러나 한편 마음속으로 다시 생각했다. ‘괜찮다! 나를 녹일 수 없다! 이 늙은 원숭이는 오백 년 전에 천궁을 크게 뒤집어 놓았다가 태상노군의 팔괘로 속에 들어가 마흔아흐레를 단련받아, 금으로 된 심장과 간이며 은으로 된 폐부, 쇠 같은 머리와 등, 불 같은 눈을 익혔거늘, 그런 잠깐 동안에 어찌 나를 녹일 수 있으랴? 우선 그놈을 따라 들어가 무슨 짓을 하는지 두고 보자!’
둘째 마왕이 그것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형님, 잡아 왔소.” 늙은 마왕이 말했다. “누구를 잡았느냐?” 둘째 마왕이 말했다. “자행손이오. 내가 호로 속에 담아 두었소.” 늙은 마왕이 기뻐하며 말했다. “어진 아우여, 어서 앉으라.
그대로 두고 흔들어 소리가 날 때에야 봉인을 떼어 보세.” 행자가 이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내 몸이 이만한데 어찌 흔들자마자 소리가 나겠느냐? 온통 묽은 물이 되어야 소리가 날 터이지. 오줌을 한 바가지 누어 볼까? 그놈이 흔들어 소리가 나면 틀림없이 봉인을 떼고 뚜껑을 열 터이니, 그 빈틈을 타 도망치면 그만이지.’ 그러나 다시 생각했다. ‘아니다, 아니다! 오줌이라면 소리가 나겠지만 이 장삼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냐? 그놈들이 흔들어 볼 적에 침을 모아 입안에서 굴려 희리호리 소리를 내어 그놈을 속여 뚜껑을 열게 한 뒤, 이 늙은 원숭이가 달아나면 그만이지.’ 대성이 준비를 갖추었으나 그 요괴는 술에 빠져 흔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대성이 그놈을 속여 흔들어 보게 하려고 법술을 조금 부려, 홀연히 크게 외쳤다. “하늘이여, 복숭아뼈까지 녹아 버렸구나!” 그러나 그 마왕은 흔들지 않았다. 대성이 또 외쳤다. “어머니! 허리뼈까지 다 녹아 버렸단 말이오!” 늙은 마왕이 말했다. “허리까지 녹았다면 다 녹아 버린 것이니, 봉인을 떼고 들여다보세.” 그 대성이 이 말을 듣고 곧 털 한 가닥을 뽑아 “변해라!” 하니 반 토막의 몸뚱이가 되어 호로 밑바닥에 놓이고, 참몸은 매미보다도 작은 벌레로 변하여 그 호로의 주둥이 언저리에 딱 붙었다. 둘째 마왕이 봉인을 떼어 들여다보는 사이에 대성은 벌써 밖으로 날아나가 한 번 데굴 구르고는 도로 의해룡으로 변하였다. 의해룡은 본래 늙은 할머니를 모시러 갔던 그 어린 요괴이거늘, 그놈으로 변한 뒤 곁에 가 서 있었다. 그 늙은 마왕이 호로 주둥이를 잡고 안을 들여다보니 반 토막 몸뚱이가 꿈틀거리고 있었으므로, 참인지 거짓인지 가리지도 못하고 황급히 소리쳤다. “아우야, 덮어라! 덮어라! 아직 다 녹지 않았느니라!” 둘째 마왕이 그대로 도로 봉인을 붙였다. 대성이 곁에서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이 늙은 원숭이가 벌써 여기 있다는 것을 저놈들은 아직 모르는구나!’
그 늙은 마왕이 주전자를 들어 잔에 술을 가득 따라서는 앞으로 다가서며 두 손으로 둘째 마왕에게 건네고 말했다. “어진 아우여, 내 그대에게 잔 하나를 올리리다.” 둘째 마왕이 말했다. “형님, 우리가 이미 이만큼 마셨거늘, 또 무슨 잔을 올리시렵니까?” 늙은 마왕이 말했다. “그대가 삼장법사과 팔계와 사승을 잡은 것은 그렇다 치고, 또 손행자를 옭아매고 자행손까지 담았으니, 이런 공로라면 마땅히 잔을 몇 잔이라도 더 올려야 하느니라.” 둘째 마왕은 형이 공손히 권하는데 어찌 감히 받지 않으랴마는, 한 손에 호로를 받쳐 들고 있어 다른 손으로 잔을 받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 호로를 의해룡에게 건네고 두 손으로 잔을 받았으니, 그 의해룡이 바로 손행자가 변한 몸인 줄을 어찌 알았으랴. 보라, 그가 호로를 받쳐 들고 정성껏 모시는구나. 둘째 마왕이 술을 받아 마시고 이번에는 도로 한 잔 올리려 하자, 늙은 마왕이 말했다. “회주는 필요 없네, 내 이 자리에서 그대와 함께 한 잔 하리다.” 두 사람은 이러니저러니 하며 서로 예를 다투었다. 행자가 호로를 이고 서서 눈을 떼지 않고 두 사람이 좌우로 잔을 주고받는 꼴을 살피니, 아무런 계산도 없었다. 그는 그 틈을 타 호로를 옷소매 속에 쑤셔 넣고, 털 한 가닥을 뽑아 가짜 호로를 만들어 조금도 다름없이 두 손에 받쳐 들었다. 그 마왕이 한참 동안 잔을 주고받고 나서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살피지 않고 호로를 와락 받아 쥐더니, 제각기 제자리로 올라가 편안히 앉아 다시 술을 나누었다. 손대성이 몸을 빼어 물러나 그 보물을 손에 쥐고 나서, 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말했다.
“이 마왕이 무슨 재주가 있다 한들, 결국 호로는 도로 성이 손이로구나!”
결국 뒤에 어떻게 꾀를 부려 스승님을 구하고 요괴를 멸할지 이것만은 알 길이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