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이 원만하고 밝으면 도는 절로 통하나니, 몸을 뒤쳐 그물에서 뛰어나왔도다. 변화를 닦아 이룸이 쉽지 않고, 장생을 단련함이 어찌 범속한 것과 같으리오. 맑음과 탁함이 몇 차례나 운을 따라 돌고, 여러 겁을 헤쳐 열어 동서에 맡겼도다. 억만 년을 소요하여도 헤아림이 없으니, 한 점 신령한 빛이 길이 허공에 머무는구나.” 이 시는 손대성이 깨달은 도의 묘함과 은연중 들어맞았다. 그는 그 요마의 참된 보물을 얻어 소매 속에 감추고는 기뻐하며 말했다. “망할 요마가 애써 나를 잡으려 하였으니, 참으로 물속에서 달을 건지려는 격이로다. 이 늙은 원숭이가 너를 잡으려 든다면 불 위에서 얼음을 가지고 노는 것과 같으리라.” 호로를 감춘 채 남몰래 문 밖으로 빠져나가 본모습을 드러내고는 목청을 돋우어 크게 외쳤다. “정괴야, 문 열어라!” 곁에 있던 작은 요괴가 말했다. “너는 또 누구기에 감히 와서 고래고래 외치느냐?” 행자가 말했다. “어서 너희 늙은 망할 요마에게 알려라. 나는 행자손이로다.” 그 작은 요괴가 급히 안으로 달려 들어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문 밖에 무슨 행자손이라는 자가 왔사옵니다.” 큰 요마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현제여, 일이 잘못되었도다! 그놈이 한 무리를 몰고 달려들었구나! 황금승에는 손행자가 묶여 있고, 호로 속에는 자행손이 담겨 있는데, 어찌하여 또 무슨 행자손이 있다는 말이냐?
아마도 그놈의 형제들이 모두 온 모양이로다.” 둘째 요마가 말했다. “형장이여, 마음을 놓으라. 내 이 호로는 천 명도 담을 수 있느니라. 방금 자행손 하나를 담았을 뿐인데, 무슨 행자손인들 두려우리오. 내가 나가 보았으면, 아울러 한꺼번에 담아 오리라.” 큰 요마가 말했다. “아우는 조심하라.”
보라, 그 둘째 요마는 가짜 호로를 들고 지난번과 다름없이 기세등등하고 의기양양하게 문 밖으로 걸어 나와 크게 외쳤다. “너는 어디 사람이기에 감히 이곳에서 고래고래 외치느냐?” 행자가 말했다. “너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느냐? 집은 화과산에 있고, 본관은 수렴동이로다. 천궁을 어지럽힌 까닭에 오랫동안 다툼을 그만두었노라. 이제 다행히 재앙을 벗어나 도를 버리고 승려를 따라 쓰이니, 가르침을 받들어 뇌음사로 올라가 경을 구하여 바른 깨달음으로 돌아가려 하노라. 들판의 망할 요마를 만나 도리어 신통을 부리니, 내 대당의 스님을 돌려다오. 서쪽으로 올라가 부처님 성인을 뵙게 말이다. 양쪽이 전쟁을 그치고 각자 편안한 경계를 지키거라. 이 늙은 원숭이의 속을 긁어, 늙은 목숨을 상하게 하지 말라!” 그 요마가 말했다. “너는 우선 이리 오너라. 나는 너와 싸우지는 않으리라. 다만 내가 너를 한 번 부르면, 네가 감히 대답하겠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네가 나를 부르면 내가 대답하마. 내가 너를 부르면, 너는 대답하겠느냐?” 그 요마가 말했다. “내가 너를 부르는 것은, 내게 사람을 담을 수 있는 보배 호로가 있기 때문이니라. 네가 나를 부른들 무슨 물건이 있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나에게도 호로 하나가 있노라.” 그 요마가 말했다. “있다면 꺼내어 내게 보이라.” 행자가 곧 소매 속에서 호로를 꺼내며 말했다. “망할 요마야, 보아라!” 한 번 흔들어 보이고는 도로 소매 속에 감추었으니, 그놈이 와서 빼앗을까 두려워서였다. 그 요마는 이를 보고 크게 놀라며 말했다. “저놈의 호로는 어디서 났단 말이냐? 어찌 내 것과 꼭 같단 말이냐? 한 덩굴에서 열린 것이라 한들, 크기가 다르고 바르고 기울음이 같지 않을 터인데, 어찌하여 터럭만큼도 다름이 없단 말이냐?” 그리하여 그놈이 얼굴빛을 고치며 불렀다. “행자손아, 네 호로는 어디서 났느냐?” 행자는 참으로 내력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말을 받아 곧 그놈에게 한마디 물었다. “네 호로는 어디서 났느냐?” 그 요마는 그것이 계략인 줄은 모르고 다만 진실한 말인 줄로만 여겨, 내력을 처음부터 털어놓으며 말했다. “내 이 호로는 혼돈이 처음 갈라지고 하늘이 열리고 땅이 트일 적에, 태상노군이신 한 분의 늙은 조상께서 여와의 이름으로 화하여 나타나 돌을 달구어 하늘을 기우시고, 널리 염부세계를 구하셨느니라. 하늘을 기우시다가 건궁의 결 지경에 이르러, 곤륜산 기슭에 한 가닥 신령한 덩굴이 있고 그 덩굴에 이 자금홍호로가 달린 것을 보셨으니, 그것이 곧 노군께서 남기신 것으로 오늘날에 이른 것이니라.” 대성이 그 말을 듣고는 그놈의 말투를 흉내 내어 말했다. “내 호로도 바로 거기서 난 것이로다.”
요마의 두목이 말했다. “어찌 그것을 알 수 있단 말이냐?” 대성이 말했다. “맑음과 탁함이 처음 열릴 적에, 하늘은 서북이 차지 못하고 땅은 동남이 차지 못하였느니라. 태상노군이신 도조께서 여와로 화하여 나타나 하늘의 이지러짐을 온전히 메우시고, 곤륜산 기슭에 이르렀을 때 신령한 덩굴 하나가 있고 그 덩굴에 호로 두 개가 열렸느니라. 내가 얻은 것이 수놈이요, 네 것은 암놈이로다.” 그 괴물이 말했다. “수놈이니 암놈이니 말지 말고, 다만 사람을 담을 수 있으면 그것이 좋은 보배니라.” 대성이 말했다. “네 말도 옳도다. 그럼 내가 너에게 먼저 담도록 양보하마.” 그 괴물이 몹시 기뻐하며 급히 몸을 솟구쳐 공중으로 뛰어올라 호로를 들고는 “행자손!” 하고 한 번 불렀다. 대성이 듣고는 숨도 쉬지 않고 여덟아홉 번을 줄줄이 대답하였으나, 끝내 담겨 가지 않았다. 그 요마가 내려와서는 발을 구르고 가슴을 치며 말했다. “하늘이여! 세상 인정만은 변하지 않는다 하였거늘! 이런 보배도 서방님을 두려워하여, 암놈이 수놈을 보고는 감히 담지 못하는구나!”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우선 거두어라. 이번에는 이 늙은 원숭이가 너를 부를 차례다.” 급히 근두운을 타고 뛰어올라, 호로의 밑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주둥이를 땅으로 향하게 하여 요마를 겨누고는 “은각대왕!” 하고 불렀다. 그 괴물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다만 한마디 대답하였는데, 순식간에 그 속에 담겨 버렸다. 행자가 “태상노군께서 급급여율령으로 받들어 명하노라”는 부적을 붙여 놓고는 마음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말했다. “내 아들아, 네가 오늘은 새것도 맛보는구나!”
그는 구름을 내려놓고 호로를 들고서, 오직 스승을 구하려는 생각뿐으로 다시 연화동 어귀를 향해 갔다. 그 산은 온통 울퉁불퉁하여 평탄치 못한 길이었고, 하물며 그는 본래 안짱다리였으므로 절뚝절뚝 걸어가는 바람에 호로가 흔들려 속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대는 어찌하여 소리가 났는지 아는가? 본래 손대성은 단련을 겪은 몸이라 급히 녹일 수가 없었으나, 그 요괴는 구름을 타고 안개를 몰 줄 안다 한들 다만 법술일 뿐이고 대체로 범태를 벗지 못하였으므로, 보배 속에 들어가자마자 녹아 버린 것이었다. 행자는 그놈이 벌써 녹았으리라고는 여기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내 아들아, 오줌을 누는지, 양치질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이는 이 늙은 원숭이가 해 본 장사이니라. 이레나 여드레가 지나 묽은 국물이 될 때까지는 나도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지 않으리라. 무엇이 그리 급한가? 무슨 대수로운 일이란 말이냐? 내가 나온 것이 얼마나 쉬웠는지를 생각하면, 천 년을 두고 보지 않는 것이 마땅하련만!” 그가 호로를 들고 말을 하면서도 어느새 동굴 어귀에 이르렀다. 호로를 흔들어 보니 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가 말했다. “이것은 점을 치는 통에서 나는 소리와 같으니, 도리어 점을 치기 좋구나. 이 늙은 원숭이가 한 번 점을 쳐서, 스승님이 언제나 문을 나서실 수 있을지 보자.” 보라, 그는 손으로는 쉬지 않고 흔들며, 입으로는 쉬지 않고 외웠다. “주역의 문왕이시여, 공자 성인이시여, 도화녀 선생이시여, 귀곡자 선생이시여.” 그 동굴 안의 작은 요괴들이 이를 보고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큰일 났사옵니다! 행자손이 둘째 대왕 할아버지를 호로에 담아 놓고 점을 치고 있사옵니다!” 그 큰 요마가 이 말을 듣고 혼백이 날아가 흩어지고 뼈가 연해져 힘줄이 저릿하여, 털썩 땅에 엎어진 채 목을 놓고 크게 울며 말했다. “현제여! 나는 너와 함께 몰래 상계를 떠나, 번갈아 속세에 의탁하여, 함께 영화를 누리고 길이 산굴의 주인이 되기를 바랐노라. 어찌 이 중놈 때문에 너의 목숨을 잃고, 나의 수족의 정을 끊게 될 줄이야 알았으리오!” 온 동굴의 요괴 무리가 일제히 통곡하였다.
저팔계가 대들보에 매달린 채 그들의 한 식구가 일제히 우는 소리를 듣다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요정이여, 우선 울음을 그치고 이 늙은 돼지의 말을 들어 보시오. 먼저 온 손행자, 다음에 온 자행손, 뒤에 온 행자손은 세 글자를 되풀이한 것일 뿐, 모두 내 사형 한 사람이오. 그는 일흔두 가지 변화가 있어 몸을 날려 들어와 보물을 훔치고 아우님을 담아 갔소. 아우님은 이미 죽었사오니, 이다지도 상가를 차릴 것 없소. 어서 솥과 부뚜막을 깨끗이 씻고, 향버섯과 표고버섯, 찻잎과 죽순, 두부와 밀글루텐, 목이버섯과 채소를 좀 장만하여, 우리 사부와 제자들을 내려오게 하여, 그대 아우님을 위해 수생경 한 권을 외워 주게 하시오.” 그 큰 요마가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노하여 말했다. “저팔계가 성실하다고만 하였더니, 원래 몹시 성실하지 못한 놈이로다! 도리어 농담을 지어 나를 비웃는구나!” 그리고 작은 요괴들에게 명하였다. “우선 애도를 그치고, 저팔계를 내려다가 푹 무르게 쪄라. 내가 배불리 먹은 뒤에, 손행자를 잡으러 가서 원수를 갚으리라.” 사승이 팔계를 원망하며 말했다. “잘들 하였구려! 내가 말을 많이 하지 말라 하였거늘, 말 많은 자가 먼저 쪄서 먹히게 되었나이다!” 그 멍청이도 더러는 두려운 기색이 있었다. 곁에 있던 작은 요괴 하나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저팔계는 찌기 어렵사옵니다.” 팔계가 말했다. “아미타불! 어느 형님이 음덕을 쌓으시는 것이오? 과연 찌기 어렵사옵니다.” 또 다른 요괴 하나가 말했다. “가죽을 벗기면 찌기 좋사옵니다.” 팔계가 당황하여 말했다. “찌기 좋소! 찌기 좋소! 가죽과 뼈가 비록 거칠어도, 국물이 끓으면 곧 무르니, 외양간에서 기른 놈이오, 외양간에서 기른 놈이오!” 바로 떠들고 있는데, 앞문 밖의 작은 요괴 하나가 아뢰었다.
“행자손이 또 문 앞에 와서 욕을 하고 있사옵니다!” 그 큰 요마가 또 크게 놀라며 말했다. “이놈이 우리에게 사람이 없다 여겨 얕보는구나!”
그가 명하였다. “아이들아, 우선 저팔계를 전처럼 도로 매달아 놓고, 보물이 몇 개나 남았는지 조사하여라.” 집사를 맡은 작은 요괴가 아뢰었다. “동굴에 아직 보물 세 개가 남아 있사옵니다.” 큰 요마가 물었다. “그 세 개가 무엇이냐?” 집사가 아뢰었다. “칠성검과 파초선, 그리고 양지옥정병이 남아 있사옵니다.” 큰 요마가 말했다. “그 병은 쓸모가 없느니라. 본래 사람을 불러 대답하면 담기는 것인데, 도리어 주문을 그 손행자에게 가르쳐 주어, 제 친아우를 담아 가게 하였노라. 그것은 쓰지 말고 집에 두어라. 어서 검과 부채를 가져오너라.”
그 집사가 곧 두 보물을 큰 요마에게 바쳤다. 큰 요마는 파초선을 뒷목의 옷깃에 꽂고 칠성검을 손에 쥐고는, 또 크고 작은 요괴 무리를 불러 모았는데 삼백 명이 넘었다. 그들에게 하나하나 창을 쥐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밧줄을 정비하고 칼을 돌리게 하였다. 이 큰 요마는 투구를 쓰고 갑옷을 걸치고, 그 위에 붉게 타오르는 비단 도포를 덮었다. 요괴 무리가 진을 치고 나가 손대성을 잡으려 하였다. 그 손대성은 벌써 둘째 요마가 호로 속에서 녹아 버린 줄을 알고서, 그것을 단단히 묶어 매어 허리에 차고, 손에는 여의금고봉을 쥐고 싸울 준비를 하였다. 보라, 그 늙은 요괴가 붉은 기를 펄럭이며 문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 차림새가 어떠하였는가 하면 이러하였다. 머리의 투구 술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허리의 띠는 아침노을처럼 선명하도다. 몸에 입은 갑옷은 용의 비늘을 쌓은 듯하고, 그 위에 걸친 붉은 도포는 맹렬한 불이 타는 듯하도다. 둥근 눈을 부릅뜨면 번개가 번쩍이고, 강철 수염이 날리면 어지러운 연기가 흩날리는구나. 칠성보검을 가볍게 손에 쥐고, 파초선을 어깨에 반쯤 가리었도다. 걸음은 바다와 산을 떠나는 흐르는 구름 같고, 목소리는 산천을 뒤흔드는 벼락 같구나. 위풍이 늠름하여 하늘의 장수도 업신여기고, 성을 내어 요괴 무리를 이끌고 굴 앞으로 나왔도다. 그 큰 요마가 급히 작은 요괴들에게 진세를 벌이라고 명하고는 욕하며 말했다.
“이 원숭이놈아, 몹시 무례하도다! 내 아우를 해치고 내 수족을 상하게 하니, 참으로 가증스럽도다!” 행자가 욕하며 말했다. “이 죽을 괴물아! 너는 요정 하나의 목숨을 아끼면서, 내 스승님과 사제, 말까지 넷이나 되는 산 목숨을 까닭 없이 동굴에 매달아 놓았으니, 내 마음이 어찌 참으며, 이치와 인정이 어찌 달가우랴!
어서 내보내어 내게 돌려주고, 노잣돈을 넉넉히 보태어, 기쁘게 이 늙은 원숭이를 떠나보내거라. 그리하면 이 늙은 요괴의 개 목숨까지도 살려 주리라!” 그 괴물이 어찌 변명을 용납하랴. 보검을 들어 머리 위로 내리쳤고, 이 대성이 쇠몽둥이를 들어 맞받아쳤다. 이 한바탕 싸움은 동굴 문 밖에서 실로 통쾌하였도다! 여의금고봉과 칠성검이 서로 부딪쳐 노을빛이 번개처럼 번쩍이고, 아스라이 이는 냉기가 사람을 차게 몰아치며, 널리 퍼진 어두운 구름이 고개와 둑을 가리는구나. 저쪽은 모두 수족의 정 때문에 조금도 선하게 놓아 주지 않고, 이쪽은 오직 경을 구하는 중 때문에 터럭만큼도 늦춤을 용납하지 않도다. 두 집안이 저마다 같은 원한을 품고, 두 곳이 언제나 노여움과 원망을 품었구나. 다만 싸우기를 하늘과 땅이 어두워 귀신이 놀랄 만큼 하였으니, 해는 흐리고 연기는 자욱하여 용과 호랑이가 싸우는 듯하였도다. 이쪽은 이를 갈며 옥못을 갈고, 저쪽은 눈을 부릅뜨며 금빛 불꽃을 날리는구나. 한 번 오고 한 번 가며 영웅을 뽐내고, 몽둥이와 검이 쉬지 않고 뒤집히는구나. 이 큰 요마가 대성과 스무 합을 싸웠으나 승부가 갈리지 않자, 그가 검 끝으로 한 번 가리키며 “작은 요괴들아, 다 함께 오너라!” 하고 외쳤다. 그 삼백여 정예가 일제히 몰려들어 행자를 가운데 포위하였다.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조금도 두려워함이 없이 몽둥이 하나로 왼쪽으로 돌격하고 오른쪽으로 치받으며, 뒤를 막고 앞을 가리었다. 그 작은 요괴들도 모두 재주가 있어 치면 칠수록 달라붙어, 마치 솜뭉치가 몸을 감는 듯이 허리를 껴안고 다리를 잡아당기며, 물러설 줄을 몰랐다. 대성이 당황하여 곧 신외신법을 써서, 왼쪽 옆구리의 터럭을 한 웅큼 뽑아 잘게 씹어 뿜으며 “변하여라!” 하고 외쳤다. 한 올 한 올이 모두 행자로 변하였다. 보라, 그는 큰 놈은 몽둥이를 휘두르고, 작은 놈은 주먹을 돌리며, 더 작은 놈은 손댈 곳이 없어져 복사뼈를 껴안고 힘줄을 씹어 물었다. 그 작은 요괴들을 별이 떨어지고 구름이 흩어지듯 때려부수자, 그들이 일제히 소리쳐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일이 틀렸사옵니다!
어렵사옵니다, 참으로 어렵사옵니다! 온 땅과 산에 가득한 것이 모두 손행자이옵니다!” 이 신외법에 요괴 무리가 물러나고, 큰 요마만이 가운데 포위된 채 남아, 동으로 내달리고 서로 내달려도 나갈 문이 없었다.
그 요마가 당황하여 왼손에 보검을 쥐고 오른손을 목 뒤로 뻗어 파초선을 꺼내더니, 동남쪽 병정화를 향하여, 바로 이궁을 마주하고, 훌라 하며 부채 한 번 내리부치니, 보라, 그 땅바닥에서 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본래 이러한 보배는 아무 까닭 없이도 불을 부쳐 내는 것이었다. 그 괴물은 참으로 무정하여, 줄줄이 일고여덟 번을 부치니, 하늘을 덥히고 땅을 달구어 맹렬한 불이 치솟았다. 불이란 실로 이러하였다.
그 불은 하늘의 불이 아니요, 화로 속의 불도 아니며, 산마루의 불도 아니요, 부뚜막 밑의 불도 아니니, 바로 오행 가운데서 절로 뽑아 낸 한 점 신령한 빛의 불이로다. 이 부채도 범간에 흔히 있는 물건이 아니요, 인공으로 만들어 낸 물건도 아니니, 개벽 이래 혼돈 속에서 이루어진 진귀한 보배이로다. 이 부채로 이 불을 부치니, 환하게 타오르는 것이 번개가 붉은 비단을 찢는 듯하고, 작열하며 빛나는 것이 노을이 자주빛 비단을 날리는 듯하도다. 푸른 연기 한 가닥조차 없이, 온 산이 붉은 불꽃뿐이니, 고개 위의 소나무는 불 붙은 나무로 뒤바뀌고, 벼랑 앞의 잣나무는 등롱이 되었구나. 굴 속의 짐승은 목숨을 아껴 서로 부딪치며 동서로 내달리고, 숲 속의 날짐승은 깃털을 아껴 높이 날아 멀리 오르는구나. 이 신령한 불이 허공에 휘날려 타오르니, 돌이 문드러지고 시내가 말라 온 땅이 붉구나! 대성이 이 사나운 불을 보고서도 심장이 놀라고 담이 떨려 “큰일 났도다! 내 본신은 그려려니와, 터럭은 쓸모가 없으니, 한 번 이 불 속에 떨어지면 어찌 참으로 터럭을 태우듯 쉽지 않으랴!” 하고 말했다. 몸을 한 번 떨쳐 터럭을 거두어들여, 다만 한 올만 가짜 몸으로 변하게 하여 불을 피해 재앙을 벗어나고, 그의 진신은 피화결을 외우며 근두운을 타고 뛰어올라, 큰 불 속에서 벗어나 곧장 연화동 속으로 달려갔으니, 스승을 구하려는 생각에서였다. 급히 문 앞에 이르러 구름을 내려놓고 보니, 동굴 문 밖에 백여 명의 작은 요괴가 모두 머리가 깨지고 발이 부러진 채 살점이 터지고 가죽이 찢겨 있었는데, 본래 모두 그의 분신법에 다친 자들로서 여기에서 끙끙 앓으며 아픔을 참고 서 있었다. 대성이 이를 보고 사나운 성질을 누르지 못하여, 쇠몽둥이를 휘둘러 길을 따라 때리며 들어갔다. 가련하게도, 사람 몸을 이루려고 애써 닦은 공덕이 꺼져, 도로 한 덩이 낡은 가죽과 터럭이 되고 말았구나!
그 대성이 작은 요괴들을 모조리 때려 없애고 동굴 안으로 뛰어들어가 스승을 풀어 드리려 하는데, 안쪽에 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을 보고는 손이 허둥대고 발이 바빠지며 말했다. “망했다! 망했다! 이 불이 뒤문에서부터 타올라 오니, 이 늙은 원숭이가 스승님을 구하기 어렵게 되었도다!” 바로 두려워하고 있을 때, 자세히 살펴보니, 아! 본래 불빛이 아니라 한 줄기 금빛이었다. 그가 마음을 가다듬고 안쪽을 들여다보니, 양지옥정병이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하여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좋은 보배로다! 이 병자는 일찍이 저 작은 요괴가 산 위에서 들고 다니며 빛을 내던 것인데, 이 늙은 원숭이가 얻었다가 그 요괴가 도로 찾아간 줄 알았더니, 오늘 여기에 숨겨져 있으면서 본래 빛을 내는구나.” 보라, 그가 이 병을 훔쳐 들고 기뻐 어쩔 줄 모르면서도, 우선 스승을 구하지 않고 급히 몸을 돌려 동굴 밖으로 나갔다. 막 문을 나서는데, 그 요마가 보검을 들고 부채를 쥐고서 남쪽에서 오고 있었다.
손대성이 피할 틈이 없어, 그 큰 요마가 검을 들어 머리 위로 내리치는 것을 그대로 당하였다. 대성이 급히 근두운을 타고 뛰어올라, 그림자도 흔적도 없이 달아났으니, 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말하자면, 그 요괴가 문 앞에 이르러 보니, 시체가 땅에 가득 널브러져 있었는데 모두 그의 수하 요정들이었다. 그는 놀라 하늘을 우러러 길게 탄식하며 목을 놓고 크게 울었다. “괴롭도다! 아프도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가증스럽도다, 원숭이는 약고 말은 사나워, 신령한 태를 옮겨 의탁하여 속세에 내려왔도다. 오직 그릇된 생각 때문에 하늘 궁궐을 떠났다가, 마침내 몸을 잊고 이 산에 떨어졌구나. 기러기가 무리를 잃고 정이 간절하고, 요괴 군사가 족속이 끊겨 눈물이 줄줄 흐르는구나. 언제나 죄업이 차서 허물의 사슬을 열고, 근본으로 돌아가 임금의 관문에 오를꼬.
그 큰 요마가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여, 한 걸음에 한 번씩 울며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니, 세간과 살림살이는 모두 그대로인데 다만 적막할 뿐,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없었고, 슬픔이 북받쳐 더욱 처량하였다. 홀로 동굴 안에 앉아 석안 위에 몸을 엎드리고, 보검을 비스듬히 안변에 기대어 놓고, 부채를 어깨 뒤에 꽂은 채, 멍하니 잠이 들고 말았으니, 이는 바로 사람이 기쁜 일을 만나면 정신이 상쾌하고, 근심이 마음에 오르면 졸음이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손대성이 근두운을 돌려 산 앞에 서서, 스승을 구하려는 생각으로 그 정병을 허리에 단단히 매고 곧장 동굴 어귀로 가서 살펴보았다. 문 두 짝이 열려 있고, 적막하여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으므로, 곧 가만히 발을 옮겨 안쪽으로 숨어 들어갔다. 보니 그 요마는 석안에 비스듬히 기대어 곤드레만드레 잠들어 있었고, 파초선은 어깻옷에서 빠져나와 뒤통수를 반쯤 덮고 있었으며, 칠성검은 여전히 안변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그가 가만히 앞으로 걸어가 부채를 뽑아 들고는 급히 몸을 돌려 휙 소리를 내며 달려 나갔다. 그런데 이 부채 자루가 그 요괴의 머리털을 긁는 바람에 그놈이 일찍 잠이 깨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손행자가 훔쳐 가는 중이었으므로, 급히 서둘러 검을 잡고 쫓아왔다. 그 대성은 벌써 문 앞으로 뛰어나가 부채를 허리에 차고, 두 손으로 쇠몽둥이를 휘둘러 그 요마와 맞서 싸웠다. 이 한바탕 싸움도 실로 통쾌하였도다. 노하여 성이 난 망할 요마 왕이여, 성난 머리털이 관을 뚫을 기세로다. 움켜잡아 통째로 삼키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워, 마음속의 분을 풀 길이 없구나. 악을 쓰며 원숭이를 꾸짖었다. “네 이놈이 제법 사람을 희롱하는구나! 내 수하를 여러 명이나 죽이고, 도로 보물을 훔쳐 가다니! 이번 판은 결코 용납하지 않으리니, 반드시 살고 죽음을 가리리라!” 대성이 요마를 꾸짖었다. “너는 참으로 분별이 없구나! 제자가 스승과 겨루려 하니, 쌓아 올린 알이 어찌 돌을 쳐서 깨뜨리겠느냐?”
보검이 오고 철봉이 가니, 두 집안이 서로 더욱 인의를 남기지 않도다. 한 번 뒤집고 두 번 되풀이하며 승부를 걸고, 세 번 돌고 네 번 되돌며 무예를 부리는구나. 이는 경을 구하는 중이 영산에 올라 부처님의 자리를 참배하려는 까닭이니, 그로 말미암아 금과 화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오행이 어지러이 흩어져 화합하는 기운을 상하게 하였도다. 위엄을 떨치고 무용을 빛내며 신통을 드러내고, 돌을 날리고 모래를 휘날리며 재주를 부리는구나. 서로 맞붙어 싸우는 사이 차츰 해가 저물어 가니, 요마의 두목이 힘이 꺾여 먼저 물러났다. 그 큰 요마는 대성과 서른 마흔 합을 싸웠는데, 하늘이 어두워지자 더는 당해 내지 못하고 패하여 진영에서 물러나, 곧장 서남쪽을 향해 압룡동으로 달아나 버렸으니, 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이에 대성이 구름을 내려놓고 연화동 안으로 들어가서, 삼장법사와 팔계, 사화상을 풀어 주었다. 그 세 사람이 재앙과 위험에서 벗어나고 나서 행자에게 고마워하며 물었다. “요마는 어디로 갔느냐?”
행자가 말했다. “둘째 요마는 이미 호로에 담겼사오니, 아마 이즈음에는 녹아 버렸을 것이옵니다. 큰 요마는 방금 한바탕 싸움에 패하여 서남쪽 압룡산으로 가 버렸사옵니다. 온 동굴의 작은 요괴들은 이 늙은 원숭이의 분신법에 절반이 맞아 죽었고, 그중 패하여 돌아온 무리도 이 늙은 원숭이가 모조리 죽여 버린 뒤에야 비로소 이곳에 들어와 그대들을 풀어 드릴 수 있었나이다.” 삼장법사가 이루 다 고마워하며 말했다. “제자야, 네가 고생을 많이 하였구나!”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과연 고생이었사옵니다. 그대들은 다만 매달려서 아픔을 겪었을 뿐이오나, 이 늙은 원숭이는 발을 멈춘 적이 없사옵니다. 급히 문서를 전하는 역참의 군사보다도 더 심하여, 안팎을 되풀이하며 쉬지 않고 뛰어다녔나이다. 그놈의 보물을 훔쳤기에 비로소 요마를 물리칠 수 있었사옵니다.” 저팔계가 말했다. “사형, 그 호로를 꺼내어 우리에게 좀 보이시오. 아마 둘째 요마는 이미 녹아 버렸을 것이오.” 대성이 먼저 정병을 풀어 놓고, 또 황금승과 부채를 꺼낸 뒤에, 호로를 손에 들고 말했다. “보지들 마오, 보지들 마오! 그놈이 먼저 이 늙은 원숭이를 담았을 적에, 이 늙은 원숭이가 양치질을 하는 척하여 뚜껑을 열게 꾀어 내고서야 비로소 빠져나왔노라. 우리가 절대로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하니, 그놈도 요술을 부려 달아날까 두렵도다.” 사부와 제자들이 기뻐 어쩔 줄 모르며, 그 동굴에 있는 쌀과 밀가루, 채소를 찾아내어 솥과 부뚜막을 씻고 닦아, 채식 공양을 차려 먹고 배불리 한 끼를 들었다. 그리고 동굴 안에서 편히 잠자리에 들었으니, 밤새 아무 일도 없었고, 어느덧 다시 새벽이 밝았다.
말하자면, 그 큰 요마는 곧장 압룡산으로 달려가 크고 작은 여자 요괴들을 모아 놓고, 어미를 때려 죽이고 아우를 호로에 담기며 요괴 군사를 멸하고 보물을 훔쳐 속아 빼앗긴 사연을 낱낱이 말하였다. 여자 요괴들이 일제히 크게 통곡하였다. 한참도록 슬퍼하다가 그가 말했다. “너희는 우선 슬픔을 그치라. 내 곁에 아직 이 칠성검이 있느니라. 내가 너희 여자 군사들과 함께 압룡산 뒤로 가서, 외가 친척을 빌려 오게 하여, 기어이 그 손행자를 잡아 원수를 갚으리라.”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 밖의 작은 요괴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산 뒤의 늙은 외숙 할아버지가 군사 여러 명을 거느리고 오고 있사옵니다.” 큰 요마가 그 말을 듣고 급히 소복으로 갈아입고 몸을 굽혀 맞이하였다. 본래 그 늙은 외숙은 그 어미의 아우로서 이름을 호아칠대왕이라 하였는데, 산을 지키던 요괴 군사가 그의 누이가 손행자에게 맞아 죽고, 누이의 모습으로 거짓 변신하여 외조카의 보물을 훔쳐 갔으며, 연일 평정산에서 맞서 싸우고 있다고 알려 온 것을 듣고서, 자기 동굴의 요괴 군사 이백여 명을 거느리고 특별히 원군으로 왔으므로, 그리하여 먼저 누이의 집에 들러 소식을 물으러 온 것이었다. 막 문에 들어서니 큰 요마가 상복을 입고 있는 것이 보였고, 두 사람은 크게 통곡하였다. 한참을 울고 난 뒤 큰 요마가 절을 올리며 지난 일을 낱낱이 아뢰었다. 그 아칠이 크게 노하여, 곧 큰 요마에게 상복을 갈아입히고 보검을 들게 하며, 여자 요괴들을 모조리 불러 모아 한곳으로 합친 뒤, 구름과 바람을 타고 곧장 동북쪽으로 내달려왔다.
이 대성이 사승에게 아침 공양을 준비하여 먹고 길을 떠나게 하였는데, 홀연 바람 소리가 들려 문 밖으로 나가 보니, 한 무리의 요괴 군사가 서남쪽에서 오고 있었다. 행자가 크게 놀라 급히 몸을 돌려 팔계를 다급히 불렀다. “아우야, 요정이 또 구원병을 청하러 왔도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놀라서 낯빛이 변하며 말했다. “제자야, 이 지경이니 어찌하면 좋겠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마음을 놓으옵소서! 마음을 놓으옵소서! 그 보물을 모두 가져다 내게 주옵소서.” 대성이 호로와 정병을 허리에 매고, 황금승을 소매 속에 감추고, 파초선을 어깨 뒤에 꽂고, 두 손에 쇠몽둥이를 쥐고서, 사승에게는 스승을 지켜 동굴 안에 편히 앉아 있게 하고, 팔계에게는 구치파를 들게 하여 함께 동굴 밖으로 나가 맞서게 하였다. 그 괴물이 진세를 벌였는데, 맨 앞에 있는 것이 아칠대왕이었다.
그는 옥같이 흰 얼굴에 긴 수염, 강철 같은 눈썸과 칼 같은 귀를 지녔으며, 머리에는 금사슬 투구를 쓰고, 몸에는 사슬 갑옷을 입고, 손에는 방천극을 들고서 목청을 높여 욕하였다. “이 간 큰 망할 원숭이 놈아! 어찌 감히 이토록 사람을 업신여기느냐! 보물을 훔치고, 권속을 다치게 하고, 신병을 죽여 놓고도, 또 감히 오래도록 동부를 차지하고 있다니! 어서들 하나하나 목을 내밀어 죽음을 받고, 내 누이 집안의 원한을 씻어라!” 행자가 욕하며 말했다. “이 죽을 털뭉치 놈들아, 네 손외할아버지의 수단을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달아나지 말라! 내 몽둥이 한 방을 받아라!” 그 괴물이 몸을 옆으로 피하며 방천극으로 얼굴을 향해 찔러 왔다. 두 사람이 산마루에서 한 번 오고 한 번 가며 서너 합을 싸웠는데, 그 괴물이 힘이 풀려 패하여 진영에서 도망쳤다. 행자가 쫓아가는데 그 큰 요마가 가로막아, 또 세 합을 겨루었다. 그런데 그 호아칠이 도로 돌아와 공격하는 것이 보였다. 이쪽에서 팔계가 보고 급히 구치파를 뽑아 들어 막았다. 하나가 하나를 막아내며 한참을 싸웠으나 승부가 갈리지 않자, 그 큰 요마가 한 번 크게 외쳤고, 요괴 군사들이 일제히 포위해 왔다.
말하자면, 그 삼장이 연화동 안에 앉아 있다가 땅을 울리는 함성을 듣고 말했다. “사화상아, 네가 나가서 네 사형이 이기고 지는지 살펴보아라.” 사승이 과연 항요장을 들고 나가 한 번 크게 외치며 뛰어나가서 요괴 무리를 물리쳤다. 아칠이 형세가 불리함을 보고 고개를 돌려 달아나는데, 팔계가 따라가서 등 뒤에 한 번 찍으니, 아홉 군데에서 선혈이 솟구쳐 나왔다. 가련하게도 한 점 신령한 성품이 저승길로 달려갔다. 급히 끌어다가 옷을 벗겨 보고 보니, 본래 이것도 여우 정이었다. 그 큰 요마가 외숙이 다친 것을 보고는 행자를 버려두고 보검을 들어 팔계를 내리쳤고, 팔계가갈퀴로 받아 막았다. 바로 서로 겨루고 있을 때, 사승이 가까이 달려들어와 몽둥이를 들어 내리치니, 그 요괴가 당해 내지 못하고 구름과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달아났다. 팔계와 사승이 바짝 뒤를 쫓았다. 대성이 이를 보고 급히 구름을 타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정병을 풀어 큰 요마를 덮어 씌우고서 “금각대왕!” 하고 불렀다. 그 괴물은 제편의 패잔병인 작은 요괴가 부르는 줄로만 여겨, 고개를 돌려 한마디 대답하였는데, 휙 소리와 함께 그 속에 담겨 들어갔다. 행자가 “태상노군께서 급급여율령으로 받들어 명하노라”는 부적을 붙였다. 보라, 그 칠성검이 티끌 위로 떨어져, 이것도 행자의 차지가 되었다. 팔계가 마주 나오며 말했다. “형님, 보검은 얻었는데 요괴는 어디 있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끝났소, 끝났소! 이미 내 이 병 속에 담겼노라.” 사승이 그 말을 듣고 팔계와 함께 몹시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모든 요사스러운 것들을 모조리 쓸어 깨끗이 하고 동굴로 돌아와, 삼장에게 기쁜 소식을 아뢰었다. “산이 이미 깨끗해지고 요괴는 이미 없어졌사옵니다. 스승님, 말에 오르시어 길을 떠나시옵소서.” 삼장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였다. 사부와 제자들이 아침 공양을 들고 행장과 말을 수습하여, 서쪽을 향해 길을 찾아 나섰다.
한창 가고 있는데, 문득 길가에서 장님 하나가 불쑥 나타나더니, 앞으로 걸어 나와 삼장의 말고삐를 붙잡고 말했다. “중이여, 어디로 가느냐? 내 보물을 돌려다오!” 팔계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망했다! 이는 늙은 요괴가 보물을 찾으러 온 것이오!” 행자가 자세히 살펴보니, 본래 태상노군이신 이노군이었다. 그는 놀라 가까이 나아가 예를 올리며 말했다. “늙은 어르신, 어디 가시는 길이오?” 그 늙은 조상이 급히 옥국보좌로 올라가 구소의 허공에 서서 불렀다. “손행자야, 내 보물을 돌려다오.” 대성이 공중으로 올라가며 말했다. “무슨 보물이오?” 노군이 말했다. “호로는 내가 단약을 담던 것이요, 정병은 내가 물을 담던 것이며, 보검은 내가 요마를 단련하던 것이요, 부채는 내가 불을 부치던 것이며, 밧줄은 내가 도포를 동이는 띠였느니라.
그 두 요괴는 하나가 내 금로를 보던 동자요, 하나가 내 은로를 보던 동자이니라. 다만 그놈들이 내 보물을 훔쳐 하계로 내려가 버려, 찾을 길이 없던 차에, 네가 이제 잡아 주었으니 공로를 얻었도다.” 대성이 말했다. “이 늙은 어르신은 참으로 무례하시오. 식구들을 제멋대로 놓아 요사스러운 짓을 하게 하였으니, 단속을 엄히 하지 못한 죄명을 물어야 마땅하오.” 노군이 말했다. “내 일이 아니니라. 사람을 그릇 원망하지 말라. 이는 해상의 보살이 내게 세 번이나 빌려 달라고 청하여, 그들을 이곳에 보내어 요마로 태어나게 하고, 너희 사부와 제자가 서쪽으로 참된 마음을 품고 가는지 살펴보게 한 것이니라.” 대성이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말했다. “이 보살도 참으로 몹시 게으르고 괘씸하구나!
그때 이 늙은 원숭이를 풀어 주어 삼장을 모시고 서쪽으로 경을 구하러 가라 하였을 적에, 내가 길이 험하고 가기 어렵다 하였더니, 그가 위급한 곳에서는 몸소 와서 구해 주겠다고 약속하였느니라. 그런데 이제 도리어 요사스러운 놈들을 시켜 해를 끼치고 있으니,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매 그 보살은 평생토록 남편이 없어야 마땅하도다! 늙은 어르신이 몸소 오시지만 않았더라면 나는 결코 주지 않았으리라. 그대가 그리 말하니, 가져가시오.” 그 노군이 보물 다섯 가지를 거두어 들이고, 호로와 정병의 뚜껑을 열어 두 가닥의 신령한 기운을 쏟아 내어, 손가락으로 한 번 가리키니, 도로 금과 은의 두 동자가 되어 좌우를 모시고 따랐다. 보라, 그곳에 노을빛이 만 갈래로 뻗치는구나.
아! 아스라이 함께 도솔원으로 돌아가고, 한가로이 곧장 대라천으로 올라가는구나.
결국 이 뒤에 또 무슨 일이 있으며, 손대성이 어찌 삼장법사를 보호하고 언제 서천에 이를지 알 수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