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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6 제36회 심원정처제연복(心猿正處諸緣伏) · 벽파방문견월명(劈破傍門見月明)

말하자면, 손행자가 구름머리를 누르고 내려와 스승님께 보살이 동자를 빌려 쓰시고 노군이 보물을 거두어 간 사연을 낱낱이 아뢰었다. 삼장법사는 거듭 감사를 드리고 나서 마음을 굳게 먹어 정성을 다하고 목숨을 걸고 서쪽으로 나아갈 뜻을 세운 뒤, 안장을 끌어당겨 말에 올랐다. 저팔계가 행장을 메고 사승이 말머리를 거두며 손행자가 쇠몽둥이를 쥐고 길을 헤쳐 나아가니, 사부와 제자들은 곧장 높은 산을 내려가 전진하였다. 물가에서 자고 바람 맞으며 먹고, 서리를 뒤집어쓰고 이슬을 무릅쓰는 고생은 다 이루 말할 수 없다. 한참을 걸어가니 또 앞에 산 하나가 길을 막아섰다. 삼장법사가 말 위에서 크게 외쳤다. “제자들아, 저기 산세가 높고 험하니 모름지기 조심하여 방비하라. 또 요마가 몸을 해칠까 두렵도다.”

손오공이 말했다. “스승님, 헛된 생각을 마옵소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신을 지키시면 저절로 탈이 없사옵니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제자야, 서천이 어찌하여 이다지도 가기 어렵단 말이냐? 내 기억으로는 장안성을 떠나온 뒤 길 위에서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며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드는 사이 사오 년이 지났거늘, 어찌 아직도 이르지 못하는고?” 손오공이 그 말을 듣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일러도다! 일러도다! 아직 대문 밖으로도 나가지 못하였사옵니다!”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 거짓말 마시오. 인간 세상에 그리 큰 대문이 있단 말이오?” 손오공이 말했다. “동생아, 우리는 아직 대청마루 안에서 빙빙 돌고 있사옵니다!” 사승이 웃으며 말했다. “형님, 큰소리쳐 나를 겁주지 마시오. 어디 그런 큰 대청이 있단 말이오? 그런 큰 대들보는 사려 해도 팔 데가 없을 것이오.” 손오공이 말했다. “동생아, 이 늙은 원숭이가 보기에 저 푸른 하늘을 기와로 삼고 해와 달을 창살로 삼으며 사산오악을 대들보와 기둥으로 삼는다면, 천지가 마치 한 칸 트인 대청과 같을 것이니라!” 저팔계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됐소! 됐소! 우리는 그저 잠시 돌다가 도로 돌아갑시다.” 손오공이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마시오. 그저 이 늙은 원숭이만 따라 걸으시오.”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쇠몽둥이를 비스듬히 메고 당승을 이끌어 산길을 헤치며 곧장 전진하였다.

그 장로가 말 위에서 멀리 바라보니 과연 훌륭한 산의 경치라,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산마루는 우뚝 솟아 북두칠성 자루에 닿을 듯하고, 나뭇가지 끝은 아스라이 구름 하늘에 이어졌구나. 푸른 안개 쌓인 속에서는 때때로 골짜기 어귀에서 원숭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어지러운 녹음 속에서는 늘 소나무 사이에서 학이 울어 대는구나. 바람을 휘파람 불며 산의 요괴가 시냇가에 서서 나무꾼을 희롱하고, 도를 이룬 여우가 벼랑 가에 앉아 사냥꾼을 놀래키는구나. 좋은 산이로다! 저 여덟 면의 우뚝한 벼랑과 사방의 험준함을 보라. 괴상하게 늙은 소나무는 푸른 일산을 휘감고, 마르고 부러진 고목에는 칡넝쿨이 걸렸구나. 샘물은 날아 흘러 찬 기운이 사람의 터럭을 파고들어 차갑고, 봉우리는 우뚝 솟아 맑은 바람이 눈을 쏘아 혼백을 놀라게 하는구나. 때로 큰 짐승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리고, 늘 산새가 울어 대는구나. 고라니와 사슴이 떼를 지어 가시덤불을 헤치며 오가며 뛰놀고, 노루와 토끼가 무리를 지어 들의 먹이를 찾아 앞뒤로 내달리는구나. 풀 언덕에 멈춰 서서 한번 둘러보아도 나그네는 아무도 없고, 깊고 움푹한 곳으로 들어가니 사방이 모두 승냥이와 이리뿐이로다. 응당 부처님이 수행하실 곳이 아니요, 온통 날짐승과 길짐승의 터전이구나. 그 장로는 부들부들 떨며 깊은 산으로 들어가니 마음이 처량하여 말고삐를 거두고 불렀다. “오공아! 내 익지로 산에 올라 맹세한 이래로 왕불유행이 성 밖까지 배웅하여 내보냈느니라. 길 위에서 삼릉자를 만나고 도중에 마두령을 재촉하여 달렸느니라. 비탈을 찾고 계곡을 돌아 형개를 구하며, 고개를 넘고 산에 올라 복령을 배알하였느니라. 방기한 이 몸은 죽력과 같기만 하니, 회향은 어느 날에야 조정을 배알하리오?” 손대성이 그 말을 듣고 껄껄거리며 빙긋이 웃어 말했다. “스승님, 염려 마옵소서. 조금도 애태우지 마옵시고 우선 마음을 놓고 나아가시옵소서. 공이 다하면 저절로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스승님께 돌려드리겠나이다.”

사부와 제자들이 산경치를 즐기며 발길 가는 대로 걷는데, 어느새 붉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졌다. 참으로 이러하였다. 십 리나 되는 긴 정자에는 오가는 나그네 없고, 구중천 위에는 별이 드러나는구나. 여덟 강의 배들은 모두 포구로 들어오고, 칠천 개의 고을이 모두 문을 닫는구나.

육궁과 오부의 관리들은 관아로 돌아가고, 사해와 삼강에서는 낚싯줄을 거두는구나. 두 누각 위에서 종과 북이 울리고, 한 바퀴 밝은 달이 온 천지를 가득 채우는구나.

그 장로가 말 위에서 멀리 바라보니, 저 산이 움푹한 곳에 누각이 첩첩이 솟고 전각이 겹겹이 들어서 있었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제자들아, 이제 날이 이미 저물었는데 다행히 저쪽에 누각이 멀지 않으니, 아마도 암자나 도관이나 절일 것이니라. 우리 모두 그리로 가서 하룻밤 묵고 내일 다시 가자꾸나.” 손오공이 말했다. “스승님 말씀이 옳사옵니다. 서두르지 마옵소서. 제가 먼저 가서 좋은지 나쁜지 살펴보겠나이다.” 그 대성이 허공으로 뛰어올라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산문 하나였다. 그 모습은 이러하였다. 팔자 모양 벽돌담에 붉은 분을 바르고 양쪽 문 위에는 금못을 박았구나. 첩첩한 누각은 고갯마루에 숨고 층층의 궁궐은 산속에 감추었구나. 만불각은 여래전과 마주하고 조양루는 대웅문에 응하는구나. 일곱 층 탑은 구름과 안개를 머금어 재우고, 세 분 부처님의 신령이 영광을 드러내는구나. 문수대는 가람사와 마주하고 미륵전은 대자청에 기대었구나. 산을 바라보는 누각 밖으로 푸른빛이 춤추고, 허공을 걷는 듯한 누각 위로 자줏빛 구름이 피어나는구나. 소나무 관문과 대나무 뜰은 정답게 푸르고, 방장과 선당은 곳곳이 맑구나. 아취 있고 그윽하여 즐거운 일을 바치고, 줄줄이 이어져 길마다 기쁘게 맞이하는구나. 참선하는 곳에는 선승이 강론하고 음악을 펴는 방에는 악기가 많이 울리는구나. 묘고대 위에는 담화가 떨어지고 설법단 앞에는 패엽이 돋아나는구나. 숲이 삼보의 땅을 가리고 산이 범왕궁을 에워싼 바로 그곳이로다. 쪽벽에는 등불 연기가 번쩍이고 한 줄기 향내 안개가 몽롱한구나. 손대성이 구름머리를 누르고 내려와 삼장법사에게 아뢰었다. “스승님, 과연 절이 하나 있사옵니다. 묵기에 알맞사오니 우리 가십시다.”

그 장로는 말고삐를 늦추어 곧장 앞으로 나아가 산문 밖에 이르렀다. 손오공이 말했다. “스승님, 이 절은 무슨 절이옵니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내 말발굽이 이제야 멈추고 발끝이 등자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무슨 절이냐고 묻다니, 참으로 분별이 없구나!” 손오공이 말했다. “어르신께서는 어려서부터 중이 되시어 모름지기 유학의 책을 강론하셨을 터이고 그제야 경전의 법을 펴시어 문리라면 모두 통하시며, 그런 뒤에 당왕의 은혜를 입으셨사옵니다. 문 위에 저토록 큰 글씨가 붙어 있거늘 어찌 알아보지 못하시옵니까?” 장로가 꾸짖어 말했다. “이 건방진 원숭이 놈아! 말이 무지하구나! 내가 막 서쪽을 향해 말을 재촉하는데 저 햇빛이 눈부시게 비추는 바람에, 문에 글씨가 있기는 하나 또 먼지와 때에 가려 흐릿하여 보지 못하였느니라.” 손오공이 그 말을 듣고 허리를 한번 쭉 펴더니 두 길 남짓하게 키가 커져서는 손으로 먼지를 쓸어 내며 말했다. “스승님, 보시옵소서.” 위에는 큰 글씨 다섯 자가 있었으니 바로 칙건 보림사였다. 손오공이 법신을 거두며 말했다. “스승님, 이 절에는 누가 들어가 하룻밤 묵기를 청하시겠나이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내가 들어가겠느니라. 너희는 얼굴이 추하고 말이 거칠며 성미가 강하고 기개가 높아, 만약 이곳 중들을 거슬러 하룻밤 묵기를 허락받지 못한다면 도리어 일이 좋지 않게 되느니라.” 손오공이 말했다. “그러하옵시다면 스승님께서 들어가시옵소서. 더 말씀 없으시면 되나이다.”

그 장로는 석장을 내려놓고 두건을 벗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한 채 곧장 산문으로 들어갔다. 양쪽 붉은 칠을 한 난간 안에 금강 한 쌍이 높이 앉아 있었는데, 빚어 만든 위의가 사납고 추하였다. 그 모습은 이러하였다. 하나는 쇠 같은 얼굴에 강철 수염이 산 사람의 얼굴 같고, 하나는 성난 눈썹에 둥근 눈이 영롱한 듯하구나. 왼쪽의 주먹은 불거져 생쇠 같고 오른쪽의 손바닥은 울퉁불퉁하여 붉은 구리를 능가하는구나. 금빛 갑옷은 고리로 이어져 찬란하게 빛나고, 밝은 투구에 수놓은 띠가 바람에 나부끼는구나. 서방에는 참으로 부처님을 모신 곳이 많아, 돌 솥 가운데 향불이 붉게 타오르는구나. 삼장법사가 이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길게 탄식하여 말했다. “내 동토에도 만일 누가 진흙으로 이런 큰 보살을 빚어 향을 사르며 공양한다면, 내 제자는 서천으로 가지도 않았으련만!” 한창 탄식하는 사이에 다시 두 번째 산문 안으로 들어가니 사대천왕의 상이 있었으니, 바로 지국과 다문과 증장과 광목이라, 동북서남에 따라 바람이 고르고 비가 순하다는 뜻을 맡고 있었다. 두 번째 문 안으로 들어서니 또 늙은 소나무 네 그루가 있어 나무마다 푸른 일산이 무성하게 펼쳐져 우산 모양 같았는데, 홀연히 고개를 드니 바로 대웅보전이었다. 그 장로는 합장하고 귀의하여 몸을 펴 절을 올렸다. 절을 마치고 일어나 불단을 돌아 뒷문 아래 이르니, 또 거꾸로 앉은 관음보살이 남해를 널리 건너시는 상이 있었다. 그 벽 위에는 모두 훌륭한 장인이 빚어 만든 새우와 물고기와 게와 자라가 머리를 내밀고 꼬리를 드러낸 채 바다의 물결과 조수를 뛰어넘으며 장난치는 모습이었다. 장로가 또 서너 차례 고개를 끄덕이고 수천수만 번 탄식하며 말했다. “가련하도다! 비늘과 갑옷을 지닌 중생들은 모두 부처님께 절하거늘, 사람이 되어서는 어찌 기꺼이 수행하지 않는고!”

한창 감탄하는 사이에 세 번째 문 안에서 도인 하나가 걸어 나왔다. 그 도인은 홀연히 삼장법사의 용모가 드물게 훌륭하고 풍채가 범상치 않음을 보고 급히 걸음을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 예를 올리며 말했다. “스승님은 어디서 오셨나이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제자는 동토 대당 황제의 분부를 받들어 서천으로 가 부처님께 절하고 경을 구하러 파견된 사람이오. 이제 보방에 이르렀으나 날이 저물어가니 하룻밤 묵기를 청하노라.” 그 도인이 말했다. “스승님, 노하지 마옵소서. 제가 감히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옵니다. 저는 이곳에서 마당을 쓸고 종을 치며 잡일을 도맡는 도인이옵니다. 안에 절 살림을 맡아 보시는 늙은 스승님이 계시니 제가 들어가 한마디 아뢰겠나이다. 그분이 스승님을 모시라 하시면 제가 나와 정중히 모셔 오겠고, 모시지 말라 하시면 저는 감히 지체할 수 없사옵니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폐를 끼쳤구려.”

그 도인은 급히 방장으로 가 아뢰었다. “노야, 밖에 사람 하나가 왔나이다.” 그 승관은 곧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비로모를 바로 눌러 쓰고 가사를 걸친 뒤 급히 문을 열어 마중 나가 도인에게 물었다. “어디서 온 사람이냐?” 도인이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정전 뒤쪽에 사람이 있지 않사옵니까?” 그 삼장법사는 머리를 드러낸 채 스물다섯 조각으로 기운 달마의를 입고, 발에는 진흙과 물을 끌어들이는 달공신을 신은 채 비스듬히 뒷문 어귀에 기대어 있었다. 승관이 이를 보고 크게 노하여 말했다. “도인아, 매를 덜 맞고 싶거든 정신 차려라! 너는 내가 승관인 줄 모르느냐? 오직 성 안에서 사대부가 향을 사르러 올 때에라야 내가 나가 마중하는 법인데, 이런 중을 두고 어찌 허풍이 많고 실속이 적은 말로 나를 불러내어 마중하게 하느냐! 저 꼴을 보아하니 성실한 자가 아니요, 방외를 떠도는 중일 터인데 오늘 날이 저물었으니 묵으러 온 모양이로구나. 우리 방장에서 어찌 그가 떠들며 방해하는 것을 용납하겠느냐! 앞쪽 행랑 아래에 가 쪼그리고 앉으라 하고, 나에게 보고는 웬 말이냐!” 그리고는 몸을 돌려 들어가 버렸다. 장로가 그 말을 듣고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말했다. “가련하도다! 가련하도다! 이야말로 사람이 고향을 떠나면 천해진다더니! 내 제자는 어렸을 적부터 출가하여 중이 되었거니와, 일찍이 참회를 하면서 고기를 먹으며 나쁜 마음을 낸 적도 없고, 경을 보면서 노여움을 품어 선심을 상하게 한 적도 없느니라. 또한 기와를 던지고 벽돌을 내던져 불전을 상하게 한 적도 없고, 나한의 얼굴에서 진금을 벗겨 낸 적도 없느니라. 아! 가련하도다! 어느 세상에서 천지를 거슬러 상하게 하였기에 나로 하여금 금생에 늘 좋지 못한 사람만 만나게 하는고! 중이여, 너희가 우리를 재워 주지 않는 것은 그만이라 하더라도, 어찌 또 그런 무뢰한 소리를 하여 우리더러 앞 행랑 아래에 가 쪼그리고 앉으라 하느냐? 이 말을 행자에게 하지 않는다면 그만이거니와, 만일 말이 나가 그 원숭이 놈이 들어온다면 쇠몽둥이 한바탕에 정강이뼈를 모조리 부러뜨리고 말 것이로다!” 장로가 말했다. “됐다, 됐다. 속담에 이르기를 사람은 예악을 앞세운다 하였느니라. 내 안에 들어가 그에게 한마디 물어보아 뜻이 어떠한지 보자.”

그 스승님은 발자취를 따라 그를 좇아 방장 문 안으로 들어가니, 저 승관이 옷을 벗은 채 씩씩거리며 앉아 있었는데, 경을 외는지 아니면 남의 집 법사에 쓸 글을 쓰는지 알 수 없었으며, 탁자 위에는 종이뭉치가 쌓여 있었다. 당승은 감히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뜰 가운데 서서 허리를 굽히고 크게 불렀다. “노원주시여, 제자가 문안을 올리나이다!” 그 중은 그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기색이 역력하였으며, 마지못해 답례를 하며 말했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삼장법사가 말했다. “제자는 동토 대당 황제의 분부를 받들어 서천으로 가 살아 계신 부처님께 절하고 경을 구하러 파견된 사람이오. 보방을 지나다 날이 저물어 하룻밤 묵기를 청하노라. 내일 날이 밝기도 전에 곧 떠날 것이니, 부디 노원주께서 편의를 봐 주시구려.” 그 승관이 그제야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네가 그 당삼장이냐?” 삼장법사가 말했다. “감히 그러하옵니다. 제자가 바로 그 사람이옵니다.” 승관이 말했다. “네가 이미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면서 어찌 길조차 갈 줄을 모르느냐?”
삼장법사가 말했다. “제자는 일찍이 귀한 곳의 길을 걸어 본 적이 없나이다.” 그가 말했다. “정서쪽으로 사오 리쯤 가면 삼십 리점이라는 곳이 있어, 그곳에 밥 파는 집이 있어 묵기가 편하니라. 이곳은 불편하여 너희처럼 먼 데서 온 중을 머물게 할 수 없다.” 삼장법사가 합장하며 말했다. “원주시여, 옛사람이 이르기를 암자와 도관과 절은 모두 우리 방외 사람의 객관이라, 산문만 보아도 쌀 서 말 몫이 나온다 하였거늘, 어찌 나를 머물게 하지 않으시니 그 무슨 까닭이옵니까?” 승관이 성난 소리로 외쳤다. “이 떠돌이 중놈아, 참으로 입이 기름지고 혀가 능청스럽구나!”

삼장법사가 말했다. “무엇이 입이 기름지고 혀가 능청스럽다는 것이옵니까?” 승관이 말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호랑이가 성 안에 들어오면 집집이 모두 문을 닫는다 하였느니라. 비록 사람을 물지는 않아도 지난날에 이름을 더럽혔느니라.” 삼장법사가 말했다. “어찌하여 지난날에 이름을 더럽혔단 말이오?” 그가 말했다. “지난해에 몇 무리의 행각승이 산문 어귀에 와 앉았는데, 내가 그들의 살림이 가난하여 하나같이 옷은 해지고 신은 없으며 머리는 드러나고 발은 벗은 것을 보고, 그 누추함을 가련히 여겨 곧 방장으로 모셔 들여 윗자리에 앉히었느니라. 공양을 갖추어 대접하고 또 헌 옷을 한 벌씩 빌려 주어 며칠을 머물게 하였거늘, 어찌 알았으랴, 그들이 편하고 한가로운 의식만 탐내어 떠날 생각은 아주 하지 않고 칠팔 년을 머물렀느니라. 머무는 것은 그만이라 하더라도, 또 많은 공평치 못한 일을 저질렀느니라.” 삼장법사가 말했다. “무슨 공평치 못한 일이 있었나이까?” 승관이 말했다. “내 말을 들어 보시오.

한가할 적에는 담을 따라 기와를 던지고, 답답하면 벽에서 못을 뽑아 내는구나. 추운 날에는 불을 쬔다며 창살을 꺾고, 더운 여름에는 문을 끌어다 길을 막는구나. 번포를 찢어 발싸개를 만들고, 아향을 훔쳐다 무청과 바꾸며, 늘 유리등을 들어 기름을 쏟고는 사발과 솥을 빼앗아 겨루기를 다투는구나.” 삼장법사가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가련하도다! 내 제자가 어찌 그런 등뼈 없는 중이겠는가.’ 울고 싶었으나 절의 늙은 중이 비웃을까 두려워, 다만 남몰래 옷자락을 당겨 눈물을 닦고 분을 삭이며 소리를 죽인 채 급히 걸어 나가 세 제자를 만났다. 그 행자가 스승님의 얼굴에 노기가 서린 것을 보고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스승님, 절의 중이 스승님을 때렸나이까?” 당승이 말했다. “때리지는 않았느니라.”

저팔계가 말했다. “틀림없이 때렸을 것이오. 아니라면 어찌 아직도 울먹이는 소리가 나시옵니까?” 그 행자가 말했다. “욕을 하였나이까?” 당승이 말했다. “욕도 하지 않았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때리지도 않고 욕도 하지 않았다면, 이토록 괴로워하시니 어찌된 일이옵니까? 혹 고향을 그리워하시는 것이오?” 당승이 말했다. “제자야, 이곳이 편치 않다고 하더구나.”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는 도사가 있는 곳이오?” 당승이 성을 내며 말했다. “도관에라야 도사가 있지, 절에는 다만 중이 있을 뿐이니라.”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은 일을 감당하지 못하시오. 중이라면 곧 우리와 같은 무리이옵니다. 속담에 이르기를 이미 부처님의 모임 아래 있으면 모두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 하였거늘, 스승님은 우선 앉아 계시옵소서. 제가 들어가 보겠나이다.”

과연 좋은 행자로다. 정수리의 금고를 한번 눌러 매만지고 허리 치마를 동여맨 뒤 쇠몽둥이를 쥐고 곧장 대웅보전으로 올라가, 저 세 분의 불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는 본디 흙으로 빚고 금으로 입힌 가짜 형상이거늘, 그 안에 어찌 감응이 없겠느냐! 이 늙은 원숭이가 대당의 성스러운 중을 모시고 서천으로 가 부처님께 절하고 참된 경을 구하러 가는 길에, 오늘 밤 이곳에 와 묵으려 하니 일찍 나서서 이름을 대거라! 만일 우리를 머물게 하지 않는다면 몽둥이 한바탕으로 금빛 몸을 부수어, 너희로 하여금 본래의 흙과 진흙으로 돌아가게 하리라!” 이 대성이 앞에서 이를 갈며 성을 내어 함부로 떠들고 있는데, 저녁 향을 사르는 도인 하나가 향 몇 자루에 불을 붙여 부처님 앞 향로에 꽂으러 오다가, 행자가 “엣!” 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놀라 넘어졌다. 일어나 그 얼굴을 보고는 또 한 번 넘어져, 겁에 질려 데굴데굴 구르며 방장으로 달려 들어가 아뢰었다. “노야! 밖에 중 하나가 왔나이다!”

“이 도인 놈들이 모두 매를 덜 맞았구나! 그이는 앞 행랑 아래에 가 쪼그리고 앉으라 하였거늘 또 무슨 보고냐! 다시 말하면 매 스무 대다!” 도인이 말했다. “노야, 이번 중은 저번 중과는 다르옵니다. 생김새가 사납고 사나우며 등뼈가 없사옵니다.” 승관이 말했다. “어떤 모양이냐?” 도인이 말했다. “둥근 눈에 처진 귀요, 얼굴 가득 터럭이 나 있고 입은 벼락을 치는 귀신의 주둥이 같사옵니다. 손에 몽둥이 하나를 쥐고 이를 갈며 성을 내어 사람을 때리려 찾고 있사옵니다.” 승관이 말했다. “내가 나가 보겠다.”

그가 곧 문을 여니 행자가 밀고 들어오는데, 참으로 추하게 생겼다. 울퉁불퉁한 광대뼈에 눈은 두 개가 누렇고 이마는 튀어나왔으며, 송곳니는 바깥으로 자라나서 마치 게과에 속한 것처럼 살은 안에 있고 뼈는 밖에 있었다. 그 늙은 중은 놀라 방장 문을 닫아 버렸다. 행자가 뒤쫓아가 “쾅” 하고 문짝을 부수며 말했다. “일찍 깨끗한 방 일천 칸을 쓸어 놓아라. 이 늙은 원숭이가 자겠다!” 승관이 방 안에 숨어 도인에게 말했다. “그가 추하게 생긴 것이 이상하더니, 원래는 큰소리를 치느라 억지로 지어 낸 저런 꼴이로구나. 여기 방장과 불전과 종고루와 양쪽 행랑을 모두 합쳐도 삼백 칸이 되지 않거늘, 저놈은 일천 칸을 쓸어 자겠다니 어디서 그런 칸수를 가져온단 말이냐?” 도인이 말했다. “스승님, 저도 간이 떨어질 만큼 놀란 사람이옵니다. 어떻게든 대답이나 하시옵소서.” 그 승관이 부들부들 떨며 크게 외쳤다. “묵으러 오신 장로시여, 이 작은 황산은 불편하오니 감히 모실 수 없사옵니다. 다른 곳으로 가 묵으시옵소서.”

행자가 몽둥이를 동이만 한 굵기로 만들어 똑바로 뜰 가운데 세워 놓고 말했다. “중이여, 불편하면 네가 이사 나가거라!” 승관이 말했다.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살아온 절이니, 사공이 사부에게 물려주고 사부가 우리에게 물려주었으며, 우리는 자손에게 오래도록 이어 주어야 하거늘, 저이는 어디서 온 무슨 짓인지 알 수 없건만 덮어놓고 우리더러 이사하란 말이오?”

도인이 말했다. “노야, 정 사정이 여의치 않사오니 이사 나가는 수밖에 없나이다. 장대가 문을 부수고 들어왔사옵니다.”

승관이 말했다. “헛소리 마라! 우리 늙은이 젊은이 합쳐 사오백 명이나 되는 중이 어디로 이사 간단 말이냐? 이사 나간다 한들 묵을 곳도 없지 않으냐.”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중이여, 옮길 곳이 없다면 하나가 나와 몽둥이 맛을 보아라!” 늙은 중이 외쳤다. “도인아, 네가 나가 나 대신 몽둥이 맛을 보고 오너라.” 그 도인이 당황하여 말했다. “할아버지나 맙소사! 저렇게 큰 장대를 피하려 제가 몽둥이 맛을 보란 말이옵니까?” 늙은 중이 말했다. “군사를 기르기를 천일이요, 쓰기는 하루라 하였거늘, 네가 어찌 나가지 않느냐?” 도인이 말했다. “저 장대야 맞는다고 말할 것도 없거니와,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눌려 고기죽이 되고 말 것이옵니다!” 늙은 중이 말했다. “눌린다는 말도 마라. 뜰 가운데 세워 두었으니 밤에 길을 걷다 잊고 부딪치면 이마에 큰 구멍이 뚫릴 것이니라!” 도인이 말했다. “스승님, 그렇게 무거운 줄 아시면서 어찌 제더러 나가 무슨 몽둥이 맛을 보라 하시옵니까?”

그들이 저희끼리 안에서 말다툼을 벌이자 행자가 듣고 말했다. “참으로 견딜 수 없는 자들이로구나. 만일 몽둥이 한 방에 하나를 때려 죽인다면 스승님이 또 나더러 흉악한 짓을 한다고 꾸짖으실 터이니, 다른 무엇을 하나 때려 보이리라.” 홀연히 고개를 드니 방장 문 밖에 돌사자 하나가 있어, 곧 몽둥이를 들어 “쾅” 소리가 나게 한 방 갈겨 산산조각을 내었다. 그 중이 창구멍으로 이를 보고는 뼈가 풀리고 힘줄이 마비되어 황급히 침상 밑으로 기어들고, 도인은 솥 아궁이 속으로 파고들며 입으로 끊임없이 외쳤다. “노야님, 몽둥이가 무겁고 무겁나이다! 견딜 수 없나이다! 편의를 봐 주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중이여, 나는 너를 때리지 않겠다. 내 묻겠노니, 이 절에 중이 몇이나 있느냐?” 승관이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앞뒤로 이백팔십오 개의 방이 있고, 도첩을 가진 중이 모두 오백 명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어서 가서 그 오백 명의 중을 모두 반듯하게 점호하여 긴 옷을 차려입고 나가, 내 당나라 스승님을 모셔 오너라. 그러면 너를 때리지 않겠다.” 승관이 말했다. “노야님, 때리지만 않으신다면 업어서라도 모셔 오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일찍 가거라!” 승관이 외쳤다. “도인아, 간이 떨어졌다고 말하지 마라. 염통이 터졌다 한들 어서 가서 사람들을 불러 당승 노야님을 모셔 오너라.”
그 도인은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걸고 문을 부수지 못하여 뒤쪽 개구멍으로 기어 나가 곧장 정전으로 가서, 동쪽에서 북을 치고 서쪽에서 종을 쳤다. 종과 북이 한꺼번에 울리자 양쪽 행랑의 대소 승중이 놀라 전각으로 올라와 물었다. “이렇게 이른데 아직 저녁도 지나지 않았거늘, 무슨 일로 종을 치고 북을 치느냐?”

도인이 말했다. “어서 옷을 갈아입고 늙은 스승님을 따라 줄을 서서 산문 밖으로 나가 당나라에서 오신 노야님을 맞이하시오.” 그 중들은 참으로 반듯하게 줄을 서서 문 밖으로 나가 맞이하였다. 어떤 이는 가사를 걸치고 어떤 이는 편삼을 입었으며, 없는 이는 일구종 직철을 걸쳤고, 몹시 가난하여 긴 옷이 없는 이는 허리치마 두 폭을 이어 걸쳤다. 행자가 이를 보고 말했다. “중이여, 너희가 입은 것은 무슨 옷이냐?” 중들은 그가 흉악하게 생긴 것을 보고 말했다. “노야님, 때리지 마옵소서. 말씀드리겠나이다. 이것은 우리 성 안에서 시주받은 베인데, 이곳에는 재봉이 없어 저희가 손수 지어 한 겹으로 꿰맨 궁색한 옷이라옵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웃으며 중들을 몰아 산문 밖으로 나가 꿇어앉게 하였다. 그 승관이 머리를 조아리며 크게 외쳤다. “당나라 노야님, 방장으로 들어오시어 앉으시옵소서.” 저팔계가 이를 보고 말했다. “스승님은 몹시 무기력하시옵니다. 들어가실 적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입에 기름병을 매달았더니만, 형님은 어찌 그리 재주가 있어 저들을 꿇어앉혀 맞이하게 하였나이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이 멍청한 놈아, 예를 모르는구나! 속담에 이르기를 귀신도 사나운 사람을 두려워한다 하였느니라.” 당승은 그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절하는 것을 보고 몹시 마음이 편치 않아 앞으로 나서며 불렀다. “여러분, 일어나시오.” 중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노야님, 노야님의 제자께 편의를 봐 달라 말씀만 하시고 장대를 휘두르지만 않으신다면 한 달을 꿇어앉아 있사오려다.” 당승이 불렀다. “오공아, 그들을 때리지 마라.” 행자가 말했다. “때리지는 않았나이다. 때렸더라면 이때쯤 이미 뿌리가 끊어졌을 것이옵니다.” 그 중들이야말로 일어나, 말 끄는 이는 말을 끌고 짐 지는 이는 짐을 지며 당승을 메고 저팔계를 업고 사승을 부축하여, 일제히 산문 안으로 들어가 뒤쪽 방장에 이르러 차례로 앉았다. 중들이 또 절을 올리자 삼장법사가 말했다.

“원주여, 일어나시오. 다시는 예를 갖추어 나를 괴롭히지 마시오. 나와 그대는 모두 불문의 제자이오.” 승관이 말했다. “노야님은 상국의 칙사이신데, 소승이 마중을 소홀히 하였나이다. 이제 황산에 이르셨으나 속된 눈으로 존귀한 용모를 알아보지 못하고 노야님과 우연히 만나 뵈었나이다. 감히 여쭙겠나이다. 노정에서 채식을 하시옵니까, 육식을 하시옵니까? 저희가 밥을 장만해야 하겠나이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채식을 하노라.” 승관이 말했다. “제자여, 이 노야님은 육식을 즐기시는구나.” 행자가 말했다. “우리도 채식을 하노라. 모두 태에서 나올 때부터 채식이니라.” 그 중이 말했다.

“노야님, 이처럼 사나운 장정도 채식을 하신단 말이옵니까!” 담력이 큰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또 물었다.

“노야님께서 채식을 하신다니, 쌀을 얼마나 지어야 넉넉히 드시겠나이까?” 저팔계가 말했다. “인색한 중놈아! 무얼 묻느냐! 한 집에서 쌀 한 섬씩 지어라.” 그 중들은 모두 놀라 가마와 부뚜막을 씻고 방마다 차와 밥을 장만하며, 밝은 등불을 높이 들고 책상과 의자를 벌여 놓고 당승을 대접하였다.

사부와 제자들이 모두 저녁 공양을 마치자 중들이 그릇을 거두었다. 삼장법사가 감사하며 말했다. “노원주시여, 보산을 번거롭게 하였나이다.” 승관이 말했다. “송구하옵니다, 송구하옵니다. 소홀하였사옵니다, 소홀하였사옵니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우리 사부와 제자들은 어디서 자면 되겠소?” 승관이 말했다. “노야님, 서두르지 마옵소서. 소승이 마땅히 처리하겠나이다.” 그리고 도인을 불렀다. “저쪽에 부릴 만한 사람이 몇이나 있느냐?” 도인이 말했다. “스승님, 있나이다.” 승관이 분부했다. “너희 가운데 둘은 가서 여물을 장만하여 당나라 노야님의 말을 먹이고, 몇은 앞으로 가 선당 세 칸을 깨끗이 쓸고 침상과 장막을 펴 놓아, 어서 노야님을 모셔 주무시게 하여라.” 그 도인들이 분부를 듣고 제각기 정비를 마친 뒤 당나라 노야님께 와서 주무시기를 청하였다. 사부와 제자들은 말을 끌고 짐을 지고 방장에서 나와 선당 문 어귀에 이르러 보니, 안에는 등불이 환하게 밝혀 있고 양쪽 칸에 등나무 침상 네 개가 펼쳐져 있었다. 행자가 이를 보고 여물을 장만하던 도인을 불러 여물을 옮겨다 선당 안에 놓고 흰 말을 매어 둔 뒤 도인들을 모두 나가게 하였다. 삼장법사가 가운데 앉으니, 등불 아래 양쪽으로 오백 명의 중이 줄줄이 서서 모시고 있으며 감히 곁을 떠나지 못하였다. 삼장법사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여러분, 돌아가시오. 내 편안히 자고 싶구려.” 중들은 결코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승관이 앞으로 나서 대중에게 분부했다. “노야님을 모셔 주무시게 한 뒤에 돌아가라.” 삼장법사가 말했다. “이것으로 이미 주무시게 된 것이니 모두 돌아가시오.” 중들이야말로 감히 흩어져 갔다.

당승이 걸음을 옮겨 문 밖으로 나가 소변을 보는데, 밝은 달이 하늘 한가운데 걸려 있었다. 그가 불렀다. “제자들아.” 행자와 저팔계와 사승이 모두 나와 곁에 서 있었다. 이에 그 달빛이 맑고 깨끗하며 옥 같은 누각이 깊고 그윽함에 감동하여, 참으로 한 바퀴 달이 높이 비추니 온 땅이 환하였거늘, 달을 마주하여 고향으로 돌아갈 마음을 품고 옛 풍의 긴 시 한 수를 입으로 읊었다. 시에 이르기를, “밝은 혼이 하늘에 걸려 보옥 거울이 매달린 듯하고, 산과 강이 그림자를 흔들어 십분이나 온전하구나. 옥으로 꾸민 누각에는 맑은 빛이 가득하고, 얼음 거울과 은쟁반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구나. 만 리 밖 이 시간에 함께 환하게 밝고, 일 년 중 오늘 밤이 가장 환하고 선명하구나. 마치 서리 덮은 떡이 바다를 떠나온 듯하고, 얼음 바퀴가 푸른 하늘에 걸린 듯하구나. 별관의 찬 창가에는 외로운 나그네 시름겹고, 산촌의 들집에는 늙은이가 잠들었구나. 한나라 궁궐에 처음 이르러 가을 귀밑머리에 놀라고, 진나라 누각에 막 이르러 저녁 화장대를 재촉하는구나. 유량은 시를 남겨 진나라 사적에 전하고, 원굉은 잠 못 이루어 강 위로 배를 띄웠구나.

빛은 술잔 위에 떠 차가워 힘이 없고, 맑은 기운은 뜰 가운데 비쳐 신선이 굳세게 하는구나. 곳곳의 창가에서는 백설을 읊고, 집집의 뜰에서는 얼음 거문고를 타는구나. 오늘 밤 산사에서 조용히 완상하거니와, 어느 날에나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리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앞으로 나서 대답했다. “스승님이시여, 스승님은 다만 달빛의 광채만 아시고 마음에 고향을 품고 계실 뿐, 달 속에 담긴 뜻이야말로 선천 법상의 법도임을 알지 못하시나이다. 달이 삼십 일에 이르면 양혼의 쇠가 다 흩어지고 음백의 물이 바퀴에 가득 차므로, 온통 검어 빛이 없나니 이를 회라 하느니라. 이때 해와 서로 사귀어 회와 삭 이틀 사이에 양광을 감응하여 잉태하느니라. 초사흘에 이르면 첫 양이 나타나고 초파일에 둘째 양이 생겨, 백 가운데 혼이 절반이 되어 그 평평함이 노끈 같으므로 이를 상현이라 하느니라. 오늘 보름에 이르러 세 양이 갖추어지므로 온전히 둥글어지니 이를 망이라 하느니라. 열엿새에 이르러 첫 음이 생기고 스무이튿날에 둘째 음이 생겨, 이때 혼 가운데 백이 절반이 되어 그 평평함이 노끈 같으므로 이를 하현이라 하느니라. 삼십 일에 이르러 세 음이 갖추어지니 또한 마땅히 회가 되느니라. 이것이 바로 선천에서 채취하여 단련하는 뜻이니라. 우리가 만약 이팔을 온양하여 구구의 공을 이룬다면, 그때는 부처 뵙기도 쉽고 고향 땅으로 돌아가기도 쉬우리라. 시에 이르기를, 앞 현의 뒤요 뒤 현의 앞이니, 약의 맛이 평평하고 기상이 온전하도다. 캐어 돌아와 화로에서 단련하니, 뜻을 다한 공과가 곧 서천이니라.” 그 장로가 그 말을 듣고 일시에 깨달아 참된 말씀을 환히 알아차리고는 마음 가득 기뻐하며 오공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사승이 곁에서 웃으며 말했다. “형님의 말씀이 옳기는 하오나, 다만 현 앞은 양에 속하고 현 뒤는 음에 속하며, 음 가운데 양이 절반이니 물의 쇠를 얻는다 하셨을 뿐이옵니다. 물과 불이 서로 섞여 저마다 인연이 있고, 온전히 흙 어미의 배합에 맡겨 그리됨은 더 말하지 않으셨나이다. 세 집이 함께 모여 다툼이 없으니, 물은 긴 강에 있고 달은 하늘에 있나이다.” 그 장로가 그 말을 듣고 또한 막힌 것이 트였다. 바로 이러하니 이치를 밝히면 한 구멍이 열려 천 구멍이 통하고, 무생을 깨뜨려 말하면 곧 신선이니라. 저팔계가 앞으로 나서 장로의 옷을 붙잡으며 말했다. “스승님, 쓸데없는 이야기 듣지 마시고 잠자리를 망치지 마옵소서.

이 달이라는 것이여, 이지러진 지 오래지 않아 또 둥글어지니, 내가 태어나 온전치 못한 것과 같구나. 밥 먹을 적에는 내 배가 크다고 흉을 보고, 사발을 들 때는 또 침이 묻었다 하느니라. 저희들은 영리하여 복을 닦아 왔거니와, 나는 어리석고 우둔하여 인연만 쌓았구나. 내 말씀은 스승님이 경을 얻어 삼도의 업을 갚고 나면, 꼬리를 흔들고 머리를 저으며 곧장 하늘로 오르리라는 것이니라!” 삼장법사가 말했다. “됐다, 제자들아. 걸어오느라 수고하였으니 먼저 가서 자거라. 내 이 경전 한 권을 펴고 외우고 나서 자리라.”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잘못 생각하셨나이다. 스승님은 어려서부터 출가하여 중이 되셨으니 어릴 적 경문 가운데 어느 권인들 익숙하지 않으시옵니까? 또 당왕의 뜻을 받들어 서천으로 올라가 부처님을 뵙고 대승의 참된 경전을 구하러 가시는 터인데, 이제 공은 이루어지지 않고 부처님은 뵙지 못하였으며 경은 얻지 못하였거늘, 스승님이 외우신다는 것은 어느 경이옵니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내가 장안을 떠나온 이래 아침마다 험한 길을 걷고 날마다 분주히 달려왔으니, 어릴 적 경문이 아마 낯설어졌을 것이니라. 다행히 오늘 밤이 한가하니 나더러 다시 익혀 보게 하여라.” 행자가 말했다. “그리 말씀하시니 우리가 먼저 자러 가겠나이다.” 그 세 사람은 저마다 등나무 침상 하나씩으로 가 누웠다. 장로는 선당 문을 닫고 은촛대의 심지를 높이 돋우며 경본을 펴 놓고 묵묵히 읽었다. 바로 이러하였다.

누각 위에 첫 북소리 울리니 인가의 연기 잦아들고, 들포구 고깃배의 불이 꺼지는 때로다.

결국 그 장로가 어떻게 절을 떠나게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