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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 제38회 영아문모지사정(嬰兒問母知邪正) · 금목참현견가진(金木參玄見假眞)

임금을 만나거든 다만 태어난 인연만 말하라, 그리하면 곧 여래의 법회에 모인 사람이 되리라. 한 생각 고요히 속세의 부처를 관조하니, 시방에서 함께 위신이 내려오는 것을 보는구나. 오늘의 참된 밝은 임금이 누구인지 알고자 하거든, 마땅히 그해의 친어머니에게 물어볼지니라. 세상에 일찍이 보지 못한 별다른 것이 있으니,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꽃이 새로이 피어나는구나.

말하자면, 그 오계국 왕의 태자는 대성과 헤어진 뒤 오래지 않아 성 안으로 돌아왔다. 과연 조정의 문으로 달려가지 않았고, 감히 선지를 전하여 알리지도 못한 채 곧바로 후재문 앞에 이르렀는데, 그곳에는 몇몇 태감이 서서 지키고 있었다. 그들이 태자가 오는 것을 보고는 감히 막아 세우지 못하고 그를 들여보내 주었다. 훌륭한 태자로다, 말에 박차를 가하여 안으로 돌진해 들어가더니, 홀연히 금향정 아래에 이르렀다. 바라보니 그 정궁 낭낭이 금향정 위에 앉아 있고, 양쪽에는 수십 명의 빈비가 부채를 들고 시립해 있었으며, 그 낭낭은 조각한 난간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대는 그가 어찌하여 눈물을 흘리는지 아는가? 원래 그녀도 사경시에 한바탕 꿈을 꾸었는데, 절반은 기억하고 절반은 흐릿하여 깊이깊이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것이다. 이 태자가 말에서 내려 정자 아래에 꿇어앉으며 “어머니!”라고 불렀다. 그 낭낭은 억지로 환한 얼굴을 지으며 “아이야, 기쁘구나! 기쁘구나! 이태 남짝 동안 앞전에서 너의 부왕과 함께 강론하느라 서로 만나지 못해 내 몹시 그리워하였느니라. 오늘 어찌 틈을 내어 나를 한번 보러 왔느냐? 참으로 만 가지 기쁨이로다! 참으로 만 가지 기쁨이로다! 아이야, 너는 어찌하여 목소리가 처연하느냐? 너의 부왕께서 나이가 높으시니, 어느 날 용이 푸른 바다로 돌아가고 봉황이 붉은 하늘로 돌아가면 네가 곧 제위를 이어받을 터인데, 무슨 불편한 일이 있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태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어머니, 제가 여쭙겠나이다. 즉위하여 용좌에 오른 이가 누구이옵니까? 과인을 일컫는 이가 과연 누구이옵니까?”라고 아뢰었다. 낭낭이 그 말을 듣고 “이 아이가 미쳤구나! 황제 노릇을 하는 이는 너의 부왕이신데, 네가 어찌 그런 것을 묻느냐?”라고 말했다. 태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어머니께서 자식의 죄를 용서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감히 여쭙겠나이다. 용서하지 않으시면 감히 여쭙지 못하겠나이다.”라고 아뢰었다. 낭낭이 “모자지간에 무슨 죄가 있겠느냐? 용서하마, 용서하마, 어서 어서 말하여 보아라.”라고 말했다. 태자가 말했다.

“어머니, 제가 여쭙겠나이다. 삼 년 전 부부 궁중의 일과 그 뒤 삼 년의 은애가 같은지 다른지 어떠하옵니까?” 낭낭이 그 말을 듣고는 넋이 흩어지는 듯 놀라며 급히 정자에서 내려와 그를 안아 올려 품에 꼭 껴안고서, 눈물을 뚝뚝 떨구며 말했다. “아이야! 나는 너와 오래도록 만나지 못하였는데, 어찌하여 오늘 궁에 와서 그런 것을 묻느냐?” 태자가 성을 내며 “어머니, 하실 말씀이 있거든 일찍 말해 주시옵소서. 말하지 않으시면 큰일을 그르치게 되나이다.”라고 아뢰었다. 그제야 낭낭이 좌우를 물러가게 하고, 눈물 젖은 눈으로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이 일은, 아이야, 네가 묻지 않았더라면 나도 구천 아래에 가서야 밝히게 될 뻔하였느니라. 이미 물었으니 내 말을 들어 보아라. 삼 년 전에는 따뜻하고도 따뜻하더니, 삼 년 뒤에는 얼음처럼 차갑구나. 베갯머리에서 간절히 말을 물으니, 그는 늙고 쇠하여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

태자가 그 말을 듣고는 손을 뿌리치고 몸을 빼내어 안장을 끌어당겨 말에 올랐다. 그 낭낭이 와락 붙잡으며 “아이야, 무슨 일이 있어 말을 다 하지도 않고 가려 하느냐?”라고 말했다. 태자가 그 앞에 꿇어앉아 “어머니, 감히 말씀드리지 못하겠나이다! 오늘 아침 조회에서 칙명을 받들어 매와 개를 거느리고 성 밖으로 사냥을 나갔는데, 동쪽 땅에서 오신 경전을 구하러 가는 성스러운 승려를 우연히 만났사옵니다. 그 큰 제자가 바로 손행자라는 자인데, 요괴를 항복받는 데 매우 능하옵니다. 알고 보니 저의 부왕께서는 어화원 팔보유리정 안에서 돌아가셨고, 이 전진이라는 자가 가짜로 부왕으로 변하여 용위를 빼앗았사옵니다. 오늘 밤 삼경에 부왕께서 꿈을 빌려와 그 성스러운 승려를 청하여 성에 와 괴물을 잡으라 하셨사옵니다. 아이는 감히 온전히 믿지 못하여 특별히 어머니께 여쭈러 왔는데, 어머니께서 방금 이런 말씀을 하시니 틀림없이 요정이옵니다.”라고 아뢰었다. 그 낭낭이 “아이야, 외인의 말을 네가 어찌 곧이곧대로 믿느냐?”라고 말했다. 태자가 “아이도 아직 참이라고 인정하지는 못하겠사옵니다. 부왕께서 표기를 남겨 그에게 주셨사옵니다.”라고 아뢰었다. 낭낭이 그것이 어떤 물건인지 물으니, 태자가 소매 속에서 그 금상백옥규를 꺼내어 낭낭에게 건네주었다. 그 낭낭은 그것이 그때 국왕의 보물임을 알아보고는 솟구치는 눈물을 참지 못하며 “주공! 당신은 어찌하여 삼 년이나 죽어 계시면서 나를 보러 오지 않고, 먼저 성스러운 승려를 만나고서야 나중에 나를 보러 오셨나이까?”라고 부르짖었다. 태자가 “어머니, 이 말씀은 어찌 된 말씀이옵니까?”라고 아뢰었다. 낭낭이 말했다. “아이야, 나도 사경 무렵에 한바탕 꿈을 꾸었느니라. 꿈에 네 부왕께서 물에 흠뻑 젖은 채 내 앞에 서서, 친히 당신이 죽었다고 말하며 귀신의 혼이 되어 당승을 청하여 가짜 황제를 항복받고 전신을 구해 달라고 절을 하였느니라. 기억하기로는 이러한 말이었으나, 다만 절반은 분명하지 않아 바로 여기서 의심하고 있던 차에, 어찌 오늘 네가 또 이런 말을 하고 또 보물을 꺼내 보일 줄 알았겠느냐. 내 우선 거두어 두겠으니, 너는 가서 그 성스러운 승려를 청하여 급히 일을 처리하여라. 과연 요사한 기운을 쓸어 버리고 사특함과 정도를 밝혀내어, 네 부왕의 길러 주신 은혜를 갚도록 하여라.”

태자가 급히 말에 올라 후재문으로 나와 성을 벗어났으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눈물을 머금고 머리를 조아려 어머니께 하직하고, 슬픔을 품고 머리를 숙여 당승에게로 돌아가는구나. 오래지 않아 성문을 나서 곧장 보림사 산문 앞에 이르러 말에서 내렸다. 여러 군사들이 태자를 맞이하였고, 또 붉은 해가 지려 하고 있었다. 태자가 군사들에게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명을 내리고는, 혼자서 산문으로 들어가 의관을 가다듬고 행자를 청하여 절을 올렸다. 바라보니 그 원숭이 왕이 정전에서 흔들흔들 걸어 나오고 있었는데, 그 태자가 두 무릎을 꿇으며 “스승님, 제가 왔나이다.”라고 아뢰었다. 행자가 앞으로 나서서 그를 부축하며 “일어나시오. 그대가 성 안에 가서 누구에게나 물었소?”라고 말했다. 태자가 “어머니께 여쭈었나이다.”라고 아뢰고는 앞서 있었던 말을 모조리 한 번 이야기했다. 행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토록 차갑다면, 무슨 차가운 것의 변신인 듯하도다. 염려 마라! 염려 마라! 내가 그대를 위하여 쓸어 버려 주리라. 다만 오늘은 늦었으니 일을 벌이기가 좋지 않도다. 그대 먼저 돌아가 보고, 내일 아침에 내가 가리라.”

태자가 땅에 꿇어 절을 올리며 “스승님, 저는 이곳에서 모시고 있다가 내일 스승님과 한길로 함께 가겠나이다.”라고 아뢰었다. 행자가 말했다. “좋지 않도다! 좋지 않도다! 만일 그대와 함께 성에 들어가면 저 괴물이 의심을 품어, 내가 그대를 만난 것이 아니라 그대가 나를 청한 것이라 하여 도리어 그가 그대를 원망하게 되지 않겠느냐?” 태자가 “제가 이제 성에 들어가도 그가 저를 원망하나이다.”라고 아뢰었다. 행자가 “그대를 어찌 원망한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태자가 말했다.

“저는 아침 조회에서 명을 받들어 여러 사람과 말, 매와 개를 거느리고 성을 나섰는데, 오늘 하루 짐승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사옵니다. 어찌 임금님을 뵈올 수 있겠나이까? 만일 무능한 죄를 물어 옥에 가두어 버린다면, 스승님께서 내일 성에 들어가실 때 무엇을 의지하시겠나이까? 하물며 그 반부 중에는 아는 사람 하나도 없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이게 대수롭겠느냐! 그대가 일찍 말해 주었더라면, 벌써 구해 두어 기다리게 하지 않았겠느냐?”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보라, 그가 태자 앞에서 재주 하나를 드러내는데, 몸을 한번 솟구쳐 구름 속으로 뛰어올라 주술을 외우며 “옴남정법계”라는 진언을 한 번 외우니, 산신과 토지신이 불려 나와 반공중에서 예를 올리며 “대성이시여, 신령을 부르시옵기에 무슨 분부이신지 여쭙나이다.”라고 아뢰었다. 행자가 말했다. “내가 당승을 보호하여 여기까지 왔는데, 사특한 마귀를 잡으려 하노라. 그러나 저 태자가 사냥에서 아무것도 잡지 못하여 감히 조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형편이로다. 너희에게 인정 한 가지를 구하노니, 어서 노루와 사슴과 토끼, 들짐승과 날짐승을 각자 얼마씩 찾아내어 그를 돌려보내게 하여라.”

산신과 토지신이 그 말을 듣고 어찌 감히 명을 받들지 않겠는가. 그들은 또 각각 얼마나 필요한지를 물었다. 대성이 말했다. “얼마든 상관없으니, 얼마쯤 가져오면 그만이다.” 그 여러 신들이 곧 그 지방의 음병에게 명하여 짐승을 모으는 음풍을 한바탕 일으키게 하니, 꿩과 산치, 뿔 달린 사슴과 살진 노루, 여우와 오소리와 너구리와 토끼, 호랑이와 표범과 이리와 벌레 따위를 잡아들였는데 모두 천 마리가 넘었다. 그들을 행자에게 바치니, 행자가 말했다. “내게는 필요 없으니, 너희가 그들의 힘줄을 모두 묶어 사십 리 길의 양쪽 길가에 벌여 놓아라. 그 사람들로 하여금 매와 개를 놓지 않고서도 잡아 성으로 돌아가게 하여, 너희의 공으로 쳐 주마.” 여러 신들이 그 말을 좇아 음풍을 거두고 좌우에 벌여 놓았다. 행자가 비로소 구름을 내려앉히고 태자에게 말했다. “전하께서는 돌아가시옵소서. 길 위에 이미 짐승이 있으니 그대가 거두어 가시오.” 태자는 그가 반공중에서 이런 신통을 부리는 것을 보고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랴. 다만 머리를 조아려 하직 인사를 올리고 산문을 나서서 군사들에게 성으로 돌아가라고 명을 내렸다. 바라보니 길가에 과연 무수한 들짐승이 있었고, 군사들은 매와 개를 놓지 않았는데도 하나하나 손으로 잡으며 환호성을 외치되, 모두들 천세 전하의 홍복이라 말하였으니, 어찌 이것이 원숭이의 신공인 줄 알았으랴. 들어 보아라, 개선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들이 일제히 성으로 돌아가는구나.

이 행자가 삼장을 지키고 있으니, 그 절의 중들이 그들이 태자와 이토록 가깝게 지내는 것을 보고 어찌 공경하지 않겠는가. 그들은 또 재공을 마련하여 당승을 대접하고서, 여전히 선당에서 쉬게 하였다. 거의 초경 무렵이 되었는데, 행자는 마음에 일이 있어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그가 벌떡 일어나 당승의 침상 앞으로 가서 “스승님.”이라고 불렀다. 이때 장로는 아직 잠들지 않았는데, 행자가 깜짝 놀랄 짓을 벌이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잠든 척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행자가 그의 민머리를 더듬어 마구 흔들며 “스승님은 어찌 주무셨나이까?”라고 말했다. 당승이 성을 내며 말했다. “이 장난꾸러기야! 이 밤중에 아직도 자지 않고 무슨 고함이냐?”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일이 하나 있어 스승님과 의논을 좀 하려 하나이다.” 장로가 “무슨 일이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제가 낮에 그 태자에게 큰소리를 쳤나이다. 제 재주가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어서, 저 요정 하나를 잡는 것이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듯이 손을 뻗어 곧 잡아 올 수 있다고 하였나이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아 생각해 보니 조금 어려운 구석이 있사옵니다.” 당승이 “네가 어렵다 하니, 그냥 잡지 말자꾸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잡기는 여전히 잡아야 하오나, 다만 이치에 맞지 않는 구석이 있사옵니다.”라고 아뢰었다. 당승이 말했다. “이 원숭이 녀석이 헛소리를 하는구나! 요정이 인군의 자리를 빼앗았는데, 어찌하여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하느냐!” 행자가 말했다. “어르신께서는 다만 경을 외우고 부처님께 절하며, 좌선하고 참선하는 일만 아시니, 어찌 소하의 율법을 보셨나이까? 상투적인 말에 도적을 잡으려면 장물을 잡으라 하였나이다. 저 괴물이 삼 년이나 황제 노릇을 하였으나, 아직 발각될 만한 실수도 내지 않았고 풍문도 새지 않았사옵니다. 그는 삼궁의 비빈들과 함께 잠자리를 하고, 또 양반 문무 백관과 함께 즐기고 있사옵니다. 제가 능력이 있어 그를 붙잡는다 한들, 죄명을 정하기가 쉽지 않사옵니다.” 당승이 “어찌하여 죄를 정하기가 쉽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그가 입 없는 표주박이라 한들, 그대와 함께 몇 번쯤 굴러 보이려 할 것이옵니다. 그는 감히 이르기를, 나는 오계국의 국왕인데 무슨 하늘을 거스른 일이 있기에 네가 나를 잡으려 하느냐 할 것이니, 무슨 증거를 내어 그와 따져 다투시렵니까?” 당승이 “네 마음대로 처결하려무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제 계책은 이미 서 있사옵니다. 다만 어르신께서 걸리시는데, 조금 편드시는 구석이 있사옵니다.” 당승이 “내가 어찌 편드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팔계가 미련하게 생겼는데, 어르신께서 그를 조금 편드시나이다.”라고 아뢰었다. 당승이 “내가 어찌 그를 편드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어르신께서 그를 편들지 않으신다면, 이제 담력을 좀 키우시어 사승과 함께 이곳에만 계시옵소서. 저와 팔계가 이 틈을 타 먼저 그 오계국 성 안으로 들어가 어화원을 찾아내어 유리정을 열고, 그 황제의 시신을 건져 올려 우리 보따리에 싸 두겠나이다. 내일 성에 들어가서는 문첩을 바꾸는 일은 아랑곳하지 말고, 저 괴물을 보거든 몽둥이를 뽑아 곧 때리겠나이다. 그가 무슨 말을 하거든 시신을 내보이며, 네가 죽인 자가 바로 이 사람이라 하겠나이다. 그리고 태자를 올라오게 하여 부친을 곡하게 하고, 황후를 나오게 하여 남편을 알아보게 하며, 문무 여러 관원이 임금을 뵙게 한 뒤에, 저와 형제들이 손을 쓰겠나이다. 이래야 상대가 있는 송사를 벌이기 쉬운 법이옵니다.” 당승이 그 말을 듣고 속으로 기뻐하며 “다만 팔계가 가려 하지 않을까 두렵구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어찌하여?

내가 어르신께서 편드신다 하였는데, 어르신께서는 어찌 그가 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나이까? 어르신께서는 다만 제가 불렀을 때 대답하지 않으셨듯이 하시면, 반 시진이면 끝나나이다! 제가 이번에 가서 저 썩지 않는 석 자 혀에 맡겨 보겠나이다. 저팔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저구계라 한들, 그를 데리고 가게 할 능력이 있사옵니다.” 당승이 “그러하마, 네 마음대로 그를 불러 보아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스승님을 떠나 곧장 팔계의 침상 곁으로 가서 “팔계! 팔계!”라고 불렀다. 그 멍청이는 길을 걸어 피곤한 사람이라, 머리를 떨어뜨리고는 그저 코를 골고 있었으니, 어찌 불러 깨울 수 있겠는가? 행자가 귀를 잡아당기고 갈기를 움켜쥐고 그를 한 번 잡아당겨 일으키며 “팔계.”라고 불렀다. 그 멍청이는 여전히 멍하니 버둥거렸는데, 행자가 다시 한 번 부르니 멍청이가 말했다. “잠이나 자자꾸나, 장난하지 마라! 내일 길을 가야 하느니라!” 행자가 “장난이 아니라, 장사 하나가 있어 너와 함께 하러 가려 한다.”라고 말했다. 팔계가 “무슨 장사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너는 그 태자의 말을 들었느냐?”라고 말했다. 팔계가 “나는 만나지도 못하였고 들은 말도 없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그 태자가 나에게 일러 주기를, 저 요정에게는 만 명이 당해 내지 못할 용맹을 지닌 보물이 있다 하더라. 우리가 내일 조정에 들어가면 그와 다투어 싸우게 될 터인데, 만일 저 괴물이 그 보물을 쥐고 우리를 항복받아 넘어뜨린다면 도리어 좋지 않은 꼴이 되지 않겠느냐? 내 생각에 남을 이기지 못할 바에는 먼저 손을 쓰는 것만 못하니, 내가 너와 함께 가서 그것을 훔쳐 오면 좋지 않겠느냐?”

팔계가 말했다. “형님, 저를 속여 도둑질을 시키려 하시는구려. 이 장사라면 저도 가겠사옵니다. 정말로 든든히 거들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저도 형님과 분명히 따져 두겠사옵니다. 보물을 훔치고 요정을 항복받은 뒤에, 그 좀스럽게 보물을 나누는 일은 저는 견디지 못하겠사옵니다. 보물은 제가 가지겠나이다.” 행자가 “네가 무엇에 쓰려느냐?”라고 말했다. 팔계가 말했다. “저는 형네처럼 약삭빠르고 말을 잘하여 사람들 앞에서 공양을 얻어 내지 못하옵니다. 저는 몸도 둔하고 말도 거칠며 경을 외울 줄도 모르옵니다. 훗날 도움이 없고 살아갈 길이 막막해지는 곳에 이르면, 그것으로 공양을 바꾸어 먹으면 되지 않겠나이까!” 행자가 “내는 다만 명예를 바랄 뿐, 무슨 보물을 바라겠느냐? 너에게 주면 그만이다.”라고 말했다. 그 멍청이는 모두 자기에게 준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흐뭇하여 벌떡 일어나 옷을 걸치고는 행자와 함께 길을 나섰다. 이는 실로 이러하였다. 맑은 술이 사람의 얼굴을 붉히고, 황금이 도심을 움직이는구나. 두 사람이 살며시 문을 열고 삼장을 피해 상서로운 빛을 타고 곧장 그 성을 향해 달려갔다.

오래지 않아 도착하여 구름을 내려앉히니, 망루 위에서 막 두 번째 북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행자가 말했다.

“아우야, 이경이 되었구나.” 팔계가 말했다. “좋다! 좋다! 사람들은 모두 첫잠에 깊이 빠져 있느니라!” 두 사람은 정양문으로 가지 않고 곧장 후재문 앞에 이르렀는데, 거기서 야경을 알리는 북과 방울 소리가 들렸다.

행자가 “아우야, 앞뒤 문이 모두 삼엄하니 어찌 들어갈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팔계가 “어디서 도둑이 문으로 드나드는 것을 보았느냐? 담을 넘어가면 그만이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 말을 좇아 몸을 한번 솟구쳐 겹겹이 둘러싼 성벽 위로 뛰어오르니, 팔계도 뛰어올라갔다. 두 사람이 몰래 안으로 들어가 문로를 찾아내어 곧장 그 어화원을 찾아갔다. 가는 도중에 바라보니 처마가 삼 층인 희고 깔끔한 문루가 하나 있었는데, 그 위에 반짝반짝 빛나는 큰 글자 셋이 별과 달의 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으니, 바로 어화원이었다. 행자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몇 겹의 봉인이 붙어 있고, 자물쇠가 녹슬어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행자가 곧 팔계에게 손을 쓰라 명하니, 그 멍청이가 쇠갈퀴를 뽑아 힘껏 한 번 찍어 문을 산산이 부수어 버렸다. 행자가 먼저 발을 들어 안으로 들어서더니, 참지 못하고 펄쩍 뛰어오르며 크게 소리를 지르니, 팔계가 깜짝 놀라 앞으로 나서서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형님, 저를 죽일 셈이시오! 어디서 도둑이 이렇게 떠들어 대며 고함을 치는 것을 보았소! 사람들을 깨워 우리를 붙잡아 관가로 넘기면 사형죄는 면한다 해도 본적지로 압송되어 변방에 충군되오!” 행자가 말했다. “아우야, 너는 내가 어찌하여 급해졌는지 모르는구나. 이것을 보아라. ‘채색으로 그린 조각 난간은 어지럽고, 보배로 꾸민 정자와 누각은 기울었구나. 사초 언덕과 여뀌 물가는 모두 먼지에 묻혔고, 작약과 도미는 모두 시들었네. 말리와 장미는 향이 어둑하고, 모란과 백합은 헛되이 피었구나. 부용과 무궁화 자리마다 풀만 무성하고, 기이한 꽃들은 흙에 덮여 망가졌네. 기묘한 돌과 산봉우리는 모두 무너졌고, 못물은 말라 물고기는 쇠했구나. 푸른 소나무와 자줏빛 대나무는 마른 섶 같고, 길 가득히 쑥과 개망초가 빽빽하네. 단계와 벽도는 가지가 꺾였고, 해당화와 탕체는 뿌리가 비뚤어졌구나. 다리 머리 굽은 오솔길에 푸른 이끼가 끼었으니, 쓸쓸하고 적막한 화원의 경계로다!’” 팔계가 “그것을 두고 어찌 탄식하시오? 어서 우리 장사나 하러 갑시다!”라고 말했다. 행자는 비록 감개가 일었으나 유심히 당승의 꿈을 떠올려 보니, 파초수 아래가 바로 우물이라 하였다. 가는 도중에 과연 한 그루의 파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어 여러 화목과 달랐으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한 가지 영묘한 싹이 뛰어나니, 하늘이 낸 본성이 텅 비었구나. 가지마다 종이 한 장을 뽑아 내고, 잎마다 꽃다운 송이를 말았네. 푸른 실 같은 가는 가지 천 가닥에, 붉은 마음 한 점이 붉구나. 처량하여 밤비를 근심하고, 초췌하여 가을바람을 두려워하네. 기르고 자라게 하는 것은 원정의 힘이요, 가꾸는 것은 조화의 공이로다. 편지를 봉하여 묘한 쓰임을 이루고, 휘둘러 뿜어 기이한 공을 지녔구나. 봉황의 깃이 어찌 이와 같으랴, 난새의 꼬리만 아주 닮았네. 엷은 이슬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옅은 안개가 담담히 감도는구나. 푸른 그늘이 창호를 가리고, 비취 그림자가 발 위에 오르네. 기러기가 깃들게도 않고, 옥총을 매어 두기에도 어렵구나. 서리 내리는 하늘에 형상은 마르고 초췌하며, 달밤에 빛은 흐릿하네. 겨우 더위를 식힐 만하고, 따가운 햇볕을 가리기에 알맞구나. 복숭아와 자두의 고운 빛이 없음을 부끄러워하며, 분칠한 담 동쪽에 쓸쓸히 서 있구나.’ 행자가 “팔계야, 손을 쓰자! 보물이 파초수 아래 묻혀 있느니라.”라고 말했다. 그 멍청이가 두 손으로 갈퀴를 들어 올려 파초를 찍어 넘어뜨린 뒤, 주둥이로 한 번 파헤쳐 서너 자쯤 깊이 파 내려가니 돌판 하나가 덮고 있었다. 멍청이가 기뻐하며 말했다. “형님! 횡재했소! 과연 보물이 있는데 돌판 하나가 덮고 있소! 항아리에 담겨 있는지 궤짝에 들어 있는지 모르겠소!” 행자가 “그것을 들어 보아라.”라고 말했다. 그 멍청이가 과연 다시 주둥이로 한 번 파헤쳐 열어 보니, 거기서 붉은 노을빛이 찬란하고 흰 기운이 환히 빛나고 있었다.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횡재로다! 횡재로다! 보물이 빛을 뿜고 있구나!” 그가 다시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아! 그것은 본래 별과 달의 빛이 우물 속 물에 비쳐 반짝이는 것이었다. 팔계가 말했다. “형님, 형님은 일을 하시면서도 늘 한 가지는 남겨 두시는구려.”

행자가 “내가 무엇을 남겨 두었다는 말이냐?”라고 말했다. 팔계가 말했다. “이것은 우물이오. 형님이 절에서 우물 속에 보물이 있다고 일찍 말씀하셨다면, 내가 보따리를 묶는 노끈 두 가닥을 가져왔을 것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늙은 돼지를 내려보냈을 것 아니오? 이제 빈손인데, 이 안의 물건을 어찌 내려갔다 올라올 수 있단 말이오?” 행자가 “네가 내려가겠느냐?”라고 말했다. 팔계가 “내려가긴 내려가야 하는데, 다만 밧줄이 없구려.”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옷을 벗어라, 내가 수단을 써 주마.”라고 말했다. 팔계가 “무슨 좋은 옷이 있단 말이오? 이 장삼만 벗으면 그만이오.”라고 말했다.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여의봉을 꺼내어 양쪽을 한 번 잡아당기며 “길어라!” 하고 외우니 족히 칠팔 장이나 길어졌다. 그가 일렀다. “팔계야, 네가 한쪽 끝을 껴안아라. 그대를 우물 속으로 내려보내 주마.” 팔계가 말했다. “형님, 내려보내긴 내려보내시되, 물가에 닿으면 곧 멈추셔야 하오.” 행자가 “내가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멍청이가 쇠몽둥이를 껴안고 있으니, 행자가 그를 가볍게 들어 올려 아래로 내려보냈다. 오래지 않아 물가에 닿자 팔계가 “물에 닿았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는 몽둥이를 아래로 한 번 눌러 버렸다. 그 멍청이는 퐁당 소리를 내며 머리까지 물속에 잠겼다가 쇠몽둥이를 놓치고는 물에 떠서 입으로 푸푸거리며 소리쳤다.

“이 천벌받을 놈! 물에 닿으면 놓지 말라 했더니, 그는 곧 나를 한 번 눌러 버렸구나!” 행자가 몽둥이를 들어 올리며 웃어 말했다. “아우야, 보물이 있느냐?” 팔계가 “무슨 보물을 보았소? 그저 우물물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보물은 물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느니라. 네가 내려가서 더듬어 보아라.”라고 말했다. 멍청이는 참으로 물의 성질을 잘 알고 있어 곧 물속으로 잠수하여 푹 내려갔는데, 아! 그 우물 바닥이 몹시 깊었다. 그가 다시 한 번 힘껏 잠수해 내려가다가 홀연히 눈을 떠 보니, 패루 하나가 있었는데 그 위에 수정궁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팔계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망했다! 망했다! 길을 잘못 들어섰구나! 바다로 내려와 버렸단 말이냐! 바다에는 수정궁이 있다지만, 우물에 어찌 그런 것이 있단 말이냐?” 원래 팔계는 이것이 정용왕의 수정궁인 줄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팔계가 막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이에, 어느새 물을 순시하던 야차 하나가 문을 열고 그의 모습을 보고는 급히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 “대왕이시여, 큰일 났사옵니다! 우물 위에서 긴 주둥이에 큰 귀를 한 중이 떨어져 내려왔사옵니다! 벌거벗은 몸에 옷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도 아직 죽지 않고 억지로 말을 하고 있사옵니다.”라고 아뢰었다. 그 정용왕이 홀연히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놀라며 말했다. “이는 천봉원수께서 오신 것이로다. 어젯밤 야유신이 상제의 칙지를 받들어 오계국 왕의 혼령을 데려가 당승을 뵙고 제천대성을 청하여 요괴를 항복받게 하였느니라. 이는 제천대성과 천봉원수께서 오신 것이니, 그를 소홀히 대접해서는 안 되거늘, 어서 모셔 오너라.” 그 용왕이 의관을 정돈하고 여러 수족을 거느리고 문 밖으로 나와 큰 소리로 외치며 “천봉원수시여, 안으로 들어오시어 앉으옵소서.”라고 말했다. 팔계는 그제야 기뻐하며 “원래 아는 사람이었구나.”라고 말했다. 그 멍청이는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고 곧장 수정궁 안으로 들어갔는데, 실로 위아래도 모르는 몸이라 벌거벗은 채로 곧 윗자리에 앉아 버렸다. 용왕이 “원수시여, 근자에 원수께서 목숨을 건지시고 불교에 귀의하여 당승을 모시고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신다 들었사옵니다. 어찌하여 이곳에 이르셨나이까?”라고 말했다. 팔계가 말했다. “바로 그 일로 왔소이다. 우리 사형 손오공이 몹시 문안을 부탁한다 하며, 나를 보내어 무슨 보물을 내놓으라고 물어 오라 하였소.” 용왕이 말했다. “가련한 일이옵니다. 이곳에서 어찌 보물을 얻겠나이까? 저 강과 하, 회수와 제수의 용왕들과는 달리 날아오르고 변화하는 재주가 있어야 보물도 있는 법이옵니다. 저는 오래도록 이곳에 갇혀 해와 달조차 늘 보지 못하옵니다. 보물이 과연 어디서 오겠나이까?” 팔계가 “사양하지 말고 있으면 내놓으시오.”라고 말했다. 용왕이 말했다. “있기는 한 가지 보물이 있사옵니다만, 다만 내어 놓을 수가 없사옵니다. 원수께서 친히 와서 보시기나 하옵소서, 어떠하시옵니까?” 팔계가 “좋소 좋아! 마땅히 보아 두어야 하오.”라고 말했다. 그 용왕이 앞서 가고 이 멍청이가 뒤따라 수정궁 전각을 돌아 지나니, 행랑 아래에 육 자쯤 되는 긴 몸뚱이가 가로로 누워 있었다. 용왕이 손을 들어 가리키며 “원수시여, 저쪽이 바로 보물이옵니다.”라고 말했다. 팔계가 앞으로 다가가 보니, 아! 그것은 본래 죽은 황제였는데, 하늘을 찌를 듯한 관을 쓰고, 자줏빛 누런 곤룡포를 입고, 근심 없는 신을 신고, 남전대를 띠고서, 그쪽에 뻣뻣하게 누워 있었다.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어려워! 어려워! 보물이라 할 수 없소! 이 늙은 돼지가 산에서 요괴로 있을 적에는 이런 물건을 늘 밥으로 삼았소. 본 것이 얼마나 많은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먹은 것도 셀 수 없을 만큼 먹었는데, 어디 그것을 무슨 보물이라 부른단 말이오!” 용왕이 말했다. “원수께서는 본래 모르시는구려. 그는 본래 오계국 왕의 시신이옵니다. 우물에 들어온 이래 내가 정안주로 그를 고정시켜 두어 상하지 않았사옵니다. 원수께서 그를 업고 나가 제천대성을 뵙기를 허락하신다면, 혹여 죽은 이를 살려 낼 뜻이 있다 하면, 보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원수께서 원하시는 것은 무엇이든 다 있사옵니다.” 팔계가 말했다. “그리 말한다면, 내가 그를 업고 나가 주지요. 다만 장사 지내는 돈을 얼마나 주겠소?” 용왕이 “실로 돈이 없소이다.”라고 말했다. 팔계가 “공짜로 사람을 부릴 셈이오? 정말로 돈이 없다면 업지 않겠소!”라고 말했다. 용왕이 “업지 않으시려거든, 가시옵소서.”라고 말했다. 팔계가 곧 가 버렸다. 용왕이 힘센 야차 둘을 시켜 시신을 들어 내어 수정궁 문 밖으로 내다가 그쪽에 내동댕이치고, 벽수주를 거두어 내자 곧 물소리가 났다.

팔계가 급히 고개를 돌려 보니 수정궁 문은 보이지 않았고, 손에 잡히는 것은 그 황제의 시신이었다. 그는 다리가 풀리고 힘줄이 저려 물 위로 솟구쳐 올라 우물 벽을 붙잡고 “사형! 몽둥이를 내려 나를 좀 구해 주오!”라고 외쳤다. 행자가 “보물이 있느냐?”라고 말했다. 팔계가 말했다. “거기 무슨 보물이 있소! 다만 물 밑에 정용왕이 하나 있어서 나더러 죽은 사람을 업으라 하였소. 내가 업지 않으니 그는 나를 문 밖으로 내보내고는 곧 그 수정궁이 보이지 않게 되었소. 다만 그 시신만 만져졌는데, 겁이 나서 손에 힘이 풀리고 힘줄이 저려 움직일 수가 없단 말이오! 형님! 어떻게든 나를 좀 구해 주오!” 행자가 “그것이 바로 보물인데, 어찌 업고 올라오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팔계가 “그가 죽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 없는데, 내가 그를 어찌 업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네가 업지 않으면, 나는 돌아가마.”라고 말했다. 팔계가 “어디로 돌아간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나는 절로 돌아가 스승님과 함께 자러 가마.” 팔계가 “그럼 나는 가지 않는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네가 기어올라올 수 있으면 데려가 주마. 기어올라오지 못하면 그만이다.” 팔계가 당황하여 말했다. “어찌 기어올라갈 수 있단 말이오! 생각해 보시오, 성벽도 오르기 어려운데, 이 우물은 배가 크고 입구가 작으며 벽은 깎아지른 듯한 둘레 담이오. 또 몇 년째 물을 길지 않은 우물이라 둘레에 온통 이끼가 자라 있어 몹시 미끄럽단 말이오. 어찌 기어오르란 말이오? 형님, 형제간의 정을 저버리지 말고, 내가 업고 올라갈 테니 기다려 주시오.” 행자가 “그것이 옳도다. 어서 어서 업고 올라오너라. 내가 너와 함께 돌아가서 자마.”라고 말했다. 그 멍청이가 다시 한 번 잠수하여 푹 내려가 시신을 더듬어 찾아 끌어당겨 등에 지고 물 위로 솟구쳐 올라와 우물 벽을 붙잡으며 “형님, 업고 올라왔소.”라고 말했다. 그 행자가 눈을 부릅뜨고 보니 참으로 등에 지고 있었다. 그제야 여의금고봉을 우물 바닥으로 내리니, 성이 난 그 멍청이는 입을 벌려 쇠몽둥이를 물었고, 행자에게 가볍게 들어 올려졌다. 팔계가 시신을 내려놓고는 옷을 주워 걸쳤다. 행자가 보니 그 황제의 용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살아 있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행자가 “아우야, 이 사람이 죽은 지 삼 년인데 어찌 아직 얼굴이 상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팔계가 “형님은 모르시는구려. 정용왕이 내게 말하기를, 그가 정안주를 써서 고정시켜 두어 시신이 상하지 않았다 하였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횡재로다! 횡재로다! 하나는 그의 원한이 아직 갚히지 않았기 때문이요, 둘은 우리가 성공할 때가 된 것이니라. 아우야, 어서 그를 업고 가자꾸나.”라고 말했다. 팔계가 “어디로 업고 간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업고 가서 스승님을 뵙자.”라고 말했다. 팔계가 입으로 중얼거렸다. “어찌된 일인가! 어찌된 일인가! 잘 자고 있던 사람을 이 원숭이 놈이 감언이설로 꾀어 무슨 장사를 하자더니, 이제는 이런 일을 벌여 나더러 시신을 업으란 말이냐! 그를 지고 가노라면 더러운 고인 물이 뚝뚝 떨어져 옷을 더럽힐 터인데, 빨아 줄 사람도 없단 말이오. 위에 헝겊 조각 몇 개를 덧댄 것이 흐린 날이면 축축해지는데, 어찌 입을 수 있단 말이오?” 행자가 “너는 그냥 지고 가기만 하여라. 절에 이르면 내가 너에게 옷을 바꾸어 주마.”라고 말했다. 팔계가 “부끄럽지도 않소! 형님 입을 옷도 없으면서 남의 옷을 바꾸어 준다니!”

행자가 “그렇게 말장난만 부릴 터이면 업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팔계가 “업지 않겠소!”라고 말했다. “그럼 복사뼈를 내밀어라, 스무 방망이를 때려 주마!” 팔계가 당황하여 말했다. “형님, 그 몽둥이는 무거우니 스무 대를 맞으면 나도 이 황제처럼 되고 말겠소.” 행자가 “매를 두려워하거든, 일찍 업고 길을 가거라!”라고 말했다. 팔계는 과연 매를 두려워하여 못마땅한 듯 시신을 끌어당겨 등에 지고는, 발을 끌며 동산을 나서 곧장 걸어갔다.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주술을 외우고 주문 한 마디를 읊은 뒤, 손 방위를 향해 한숨을 들이마셔 내뿜으니 그것이 곧 한바탕 광풍이 되어, 팔계를 황궁 안뜰 밖으로 들어 올려 성을 벗어나게 하고는 바람을 거두었다. 두 사람이 땅에 내려앉아 천천히 걸어오는데, 그 멍청이는 마음속으로 몰래 분을 삭이며 행자에게 원한을 갚을 궁리를 하였다.

“이 원숭이 놈이 나를 골려 먹었으니, 나도 절에 가서 그 놈을 골려 먹어야겠다. 스승님께 부추겨 그가 능히 살려 낼 수 있다 하게 하자. 살려 내지 못하면 스승님께 《긴고아주》를 외우시게 하여, 이 원숭이 놈의 골수를 짜 내게 해야 내 마음이 통쾌하겠구나!” 그는 길을 걸으며 거듭거듭 생각했다. “좋지 않다! 좋지 않다! 그에게 사람을 살리라 하면 오히려 쉬우니, 그가 염라대왕네 집에 가서 혼령을 얻어 오면 곧 살려 낼 터이다. 저승에 내려가지 못하게 하고, 이 승간에서 곧 살려 내라 해야 이 수가 좋겠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느새 산문 앞에 이르렀다. 그들은 곧장 안으로 들어가 시신을 그 선당 문 앞에 내동댕이치고 “스승님, 일어나셔서 이것을 보시옵소서.”라고 말했다. 그 당승은 잠이 오지 않아 사승과 함께 행자가 팔계를 꾀어 데리고 간 지 오래인데도 돌아오지 않는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홀연히 그가 와서 외치는 소리를 듣고 급히 몸을 일으키며 “제자야, 무엇을 보란 말이냐?”라고 말했다. 팔계가 말했다. “행자의 외할아버지를 이 늙은 돼지더러 지고 오라 하였소이다.” 행자가 “이 밥통 같은 멍청이야! 내게 무슨 외할아버지가 있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팔계가 “형님, 형님의 외할아버지가 아니라면 어찌 이 늙은 돼지더러 그를 지고 오라 하였소? 또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도 모르오!”라고 말했다. 그 당승과 사승이 문을 열고 보니, 그 황제의 얼굴은 변하지 않고 산 사람과 같았다. 장로가 홀연히 처연하게 말했다. “폐하시여, 그대는 어느 세상의 원수인지를 모른 채 금생에 그를 만나 은밀히 몸을 잃고, 처자를 버려 문무 백관이 알지 못하고 여러 관원이 깨닫지 못하게 되었구려! 가련하다, 그대의 처자가 어리석어 누가 향을 사르고 차를 올리는 것을 보았단 말이오?” 그는 홀연히 소리를 놓아 비 오듯 눈물을 흘렸다.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그가 죽은 것이 스승님과 무슨 상관이 있사옵니까? 또 스승님의 조상도 아니신데 어찌 그를 두고 우시옵니까!” 삼장이 말했다. “제자야, 출가한 사람은 자비가 근본이요 방편이 문이니라. 너는 어찌 그리도 마음이 굳센고?” 팔계가 말했다. “마음이 굳센 것이 아니옵니다. 사형이 나에게 말하기를, 그가 능히 살려 낼 수 있다 하였사옵니다. 만일 살려 내지 못한다면 나도 그를 지고 오지 않았을 것이옵니다.” 그 장로는 본래 주견이 없는 사람이라, 그 멍청이에게 흔들려 곧바로 불렀다. “오공아, 과연 능히 이 황제를 살려 낼 수 있다면, 이는 한 목숨을 구하는 것이 칠급부도를 쌓는 것보다 나은 일이니라. 우리도 영산에 가 부처님께 절하는 것보다 못하지 않으리라.”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어찌하여 이 멍청이의 허튼소리를 믿으시나이까! 사람이 죽으면 삼칠이나 오칠, 칠칠일을 다 채워 양간의 죄과를 다 받고 나면 곧 윤회하여 가 버리옵니다. 지금 이미 죽은 지 삼 년이니, 어찌 구할 수 있사옵니까!” 삼장이 그 말을 듣고 “그러하구나.”라고 말했다. 팔계가 원한을 품은 채 그치지 않고 말했다. “스승님, 그에게 속지 마시옵소서. 그는 머리에 병이 좀 있사옵니다. 스승님께서는 그저 그 주문만 외우시옵소서. 틀림없이 산 사람 하나를 스승님께 돌려드릴 것이옵니다.” 참으로 당승이 곧 《긴고아주》를 외우니, 그 원숭이는 눈이 부어오르고 머리가 아팠다.

결국 어찌하여 살려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