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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 제39회 일립금단천상득(一粒金丹天上得) · 삼년고주세간생(三年故主世間生)

이야기는 이러하다. 그 손오공은 머리가 아파 견디기 어려워 애걸하며 말했다. "사부님, 외우지 마소서! 외우지 마소서! 저더러 고쳐 보게 하소서!" 장로가 물었다. "어떻게 고친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저승에 내려가 염라대왕 댁에 그의 혼령이 있는지 조사하여 데려다가 그를 구하는 길밖에는 없나이다." 팔계가 말했다. "사부님, 저놈 말을 믿지 마소서. 저놈은 애당초 저승에 가지 않고도 양세상에서 곧 살려 낼 수 있다고 하였으니, 그 솜씨를 보이라는 것이옵니다." 그 장로는 그릇된 말을 곧이듣고 또 《긴고아주》를 외우니, 행자가 놀라 입이 닳도록 승낙하며 말했다. "양세상에서 고치겠나이다! 양세상에서 고치겠나이다!" 팔계가 말했다. "그만두지 마소서! 그저 외우소서! 그저 외우소서!" 행자가 꾸짖었다. "이 어리석고 미련한 놈아, 사부님을 부추겨 나를 주문으로 괴롭히는구나!" 팔계는 웃다가 나동그라지며 말했다. "형님! 형님! 형은 나를 골려 줄 줄만 알지, 나도 형을 골려 줄 줄은 모르는구나!"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외우지 마소서! 외우지 마소서! 이 늙은 손오공이 양세상에서 고쳐 보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양세상에서 어찌 고친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제가 지금 근두운을 타고 남천문 안으로 뛰어들어, 두우궁에도 들지 않고 영소전에도 들지 않고, 곧장 삼십삼천 위에 있는 이한천궁 도솔원 안으로 가서 태상노군을 만나 그의 구전환혼단 한 알을 구해 오면, 틀림없이 그를 살려 낼 수 있나이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어서 가서 속히 돌아오너라." 행자가 말했다. "지금이 삼경 무렵이온데 갔다 오면 훤히 날이 밝겠나이다. 다만 이 사람이 여기에 누워 있으니 쓸쓸하고 적막하여 보기에 꼴이 되지 않사옵니다. 상을 치르는 사람이 곁에서 그를 보며 곡을 해 주어야만 비로소 좋사옵니다." 팔계가 말했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원숭이는 필경 나더러 곡을 하라는 소리로구나." 행자가 말했다. "네가 울지 않을까 두렵구나! 네가 곡을 하지 않으면 나도 고쳐 낼 수 없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형님, 형님은 형님대로 가시고, 나는 나대로 곡이나 하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곡에도 몇 가지가 있느니라. 입이 마른 채로 소리쳐 부르짖는 것을 호라 하고, 억지로 눈물을 짜 내는 것을 도라 하느니라. 눈물이 있어야 하고 또 애틋한 마음이 있어야 비로소 호도통곡이라 이를 수 있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내가 먼저 본을 보여 주마. 잘들 보시게." 그는 어디서 종이쪽지 하나를 뜯어다 비벼서 꼰 심지처럼 만들어 콧구멍을 두어 번 쑤시더니 재채기를 몇 번 하였는데, 보라,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콧물이 질질 흐르는 가운데 곡을 시작하니, 입에서는 줄곧 중얼거리며 갖은 것을 늘어놓는데, 참으로 사람이 죽은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애끓도록 슬픈 대목에 이르자 당나라 장로마저 눈물을 떨구며 마음이 저렸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렇게 애통해하면 되고 소리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이 멍청한 놈이 나를 떠나보내고 나서 곡을 그만두더라도, 나는 여전히 듣고 있느니라!

이렇게 곡을 하면 그만이지만, 조금이라도 소리를 멈추면 정녕 복사뼈를 스무 대를 때려 주리라!"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가시오, 가시오! 나는 이 곡을 한번 시작하면 이틀은 울 수 있소." 사승이 그가 늘어놓는 것을 보고 향 몇 자루를 찾아다 태워 바치니,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좋아, 좋아! 온 집안 식구가 다 정성이 있으니, 이 늙은 손오공도 공을 들일 수 있겠구나."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이때는 한밤중이었는데, 사부와 사제 세 사람에게 작별하고 근두운을 타고 곧장 남천문 안으로 들어가니, 과연 영소보전에도 인사하지 않고 저 두우천궁에도 오르지 않은 채, 한 줄기 구름빛을 따라 삼십삼천 이한천 도솔궁 안으로 곧장 이르렀다. 문에 들어서니 과연 태상노군이 바로 저 단방 가운데 앉아 여러 선동과 더불어 파초선을 들어 불을 부치며 단을 단련하고 있었다. 그가 행자가 오는 것을 보자 곧 단을 지키는 동자에게 분부하였다. "각별히 조심하라. 단을 훔치는 도둑이 또 왔느니라." 행자가 절을 올리며 웃어 말했다. "영감님, 이렇게 점잖지 못하시기는, 나를 어찌 그리 경계하시오? 나는 이제 그런 짓을 하지 않소." 노군이 말했다. "너 그 원숭이는 오백 년 전에 천궁을 크게 어지럽히며 내 영단을 셀 수도 없이 훔쳐 먹었느니라. 그래서 소성 이랑에게 붙잡혀 상계로 올려져 내 단로 속에서 사십구 일을 단련되었는데, 숯이 얼마나 들었는지 모르느니라. 네가 이제 요행히 벗어나 불과에 귀의하여 당승을 모시고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면서, 지난번 평정산에서 마귀를 항복시킬 때에는 꾀를 부려 내 보배를 내놓지 않았거늘, 오늘 또 와서 무엇을 하려느냐?" 행자가 말했다. "지난번 일은 이 늙은 손이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영감님의 그 보배 다섯 가지를 그 자리에서 도로 갖다 드렸거늘, 도리어 의심하며 나를 나무라시는 것이오?" 노군이 말했다. "너는 갈 길이나 가지 않고 내 궁에 숨어드니 어찌된 것이냐?" 행자가 말했다. "헤어진 뒤로 서쪽으로 한 지방을 지났는데 이름이 오계국이오. 그 나라 임금이 요괴 하나가 도사로 꾸민 자에게 바람을 불고 비를 내리게 하여 은밀히 해를 입었는데, 그 요괴가 임금의 모습으로 변하여 지금 금란전에 앉아 있소. 우리 사부님이 밤에 보림사에 앉아 경을 보시는데, 그 나라 임금의 혼백이 우리 스승께 참배하며 이 늙은 손에게 간청하여 그 요괴를 항복시키고 사특함과 바름을 가려 달라 하였소. 이 늙은 손이 증거가 없을까 싶어 아우 팔계와 함께 밤에 동산으로 들어가 정원을 헤집고 묻어 둔 곳을 찾아보니 바로 팔보유리정 속이라, 그 시신을 건져 올렸더니 얼굴빛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소. 절에 이르러 우리 스승을 뵈옵고 그이가 자비를 베풀어 이 늙은 손에게 구해 내라 하시되, 저승에 가서 넋을 찾아오는 것은 허락하지 않으시고 다만 양세상에서 치료하라 하셨소. 생각해도 다시 살려 낼 방도가 없어 특별히 찾아와 뵈오니, 바라건대 도조께서 굽어 살피시어 구전환혼단 천 알만 빌려 주시어 이 늙은 손이 그를 건져 내게 하소서." 노군이 말했다. "이 원숭이놈 헛소리도 분수가 있지! 무슨 천 알, 이천 알!

밥으로 먹으려 드느냐! 어디 흙덩이를 파다가 뭉쳐 만든다기에 그리 쉽단 말이냐? 쯧, 어서 꺼져라! 없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백 알이나 열 알 남짓이면 좋겠나이다." 노군이 말했다. "그것도 없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열 알가량이면 좋겠나이다." 노군이 성을 내며 말했다. "이 건방진 원숭이 참으로 끈덕지구나! 없다, 없다! 나가라, 나가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참으로 없다시니, 다른 곳에 가서 구해 보겠나이다." 노군이 호통쳤다. "꺼져라! 꺼져라!

꺼져라!" 이 대성은 발길을 돌려 앞을 향해 곧장 걸어 나갔다. 노군은 문득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원숭이는 게으르면서도 약아, 간다면서 곧 가는 것을 보니 도로 몰래 기어들어 훔칠까 두렵구나." 곧 선동에게 불러 세우게 하고 말했다. "이 원숭이야, 손과 발이 가만있지를 못하는구나. 내 이 환혼단 한 알을 너에게 주겠노라." 행자가 말했다. "영감님, 이미 이 늙은 손의 솜씨를 아셨으니 어서 금단을 꺼내어 나와 사육으로나마 나누시지요. 그래야 도리어 영감님께 복이 될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가죽 바가지 하나를 선물로 드려 한 번에 긁어 모조리 비워 버리겠소." 그 노조가 표주박을 가져다 밑바닥을 거꾸로 뒤집어 금단 한 알을 쏟아 내어 행자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것이 마지막이니라. 가져가거라, 가져가거라! 너에게 이 한 알을 주어 저 임금을 살려 내거든, 다만 네 공덕으로만 여기도록 하여라."

행자가 받아들고 말했다. "잠깐 서두르지 마시오. 내가 맛을 좀 보아 가짜인지 아닌지 알아보겠소. 자칫하면 그에게 속을까 싶소." 그러고는 퍼뜩 입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 노조가 깜짝 놀라 달려들어 붙잡으며 정수리 가죽을 움켜쥐고 주먹을 불끈 쥐고는 욕하며 말했다. "이 미련한 원숭이놈, 삼켜 버린다면 당장 쳐 죽이리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꼴 좀 보소! 쩨쩨하기도 하시구려! 누가 그것을 먹는답디까? 값이 얼마나 한다고, 헛것은 많고 실속은 적은 것이 여기 그대로 있지 않소?" 원래 그 원숭이는 턱 밑에 주머니가 있었는데, 그 금단을 그 주머니에 물고 있던 것을 노조가 꼬집어 쥐고 말했다. "가거라! 가거라! 다시는 이리 와서 치근덕거리지 말라!" 이 대성은 그제야 노조에게 인사를 올리고 도솔천궁을 나왔다.

보라, 그는 천 줄기 상서로운 기운에 실려 요궐을 떠나고 만 갈래 길한 구름을 타고 속세로 내려와, 잠깐 사이에 남천문을 내려와 동쪽 땅에 닿으니 어느새 저기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구름머리를 누르고 보림사 산문 밖에 곧장 이르러 보니 팔계가 아직도 곡을 하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득 가까이 나아가 불렀다. "사부님!" 삼장이 기뻐하며 말했다. "오공이 왔느냐, 단약은 있느냐?" 행자가 말했다. "있나이다." 팔계가 말했다. "어찌 없겠소마는, 훔쳐서라도 남의 집 것을 좀 얻어왔겠지!"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아우야, 너는 비켜라. 이제는 네가 쓸 데 없다. 눈물이나 훔치고 딴 데 가서 곡이나 하여라." 그리고 분부했다. "사화상, 물을 좀 떠 오너라." 사승이 급히 뒤뜰 우물로 갔는데, 거기에는 두레박이 달려 있어 손쉽게 물을 길을 수 있었다. 곧 바리때에 반 그릇 되는 물을 떠다 행자에게 건네주었다. 행자가 물을 받아 입에서 단을 뱉어내어 그 임금의 입술 사이에 넣고 두 손으로 이를 벌린 뒤, 맑은 물 한 모금으로 그 금단을 씻어 넘겨 뱃속으로 흘려 보냈다. 반 시진쯤 지나자 그의 뱃속에서 부글부글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으나, 그래도 몸은 꼼짝할 수 없었다.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제 금단을 써도 살려 내지 못하니, 이 늙은 손을 속이 끓여 죽이실 셈이시옵니까!" 삼장이 말했다. "어찌 살아나지 않을 이치가 있겠느냐. 이토록 오래 죽어 있던 시신이 어찌 물을 삼킬 수 있겠느냐. 이것이 바로 금단의 신선한 힘이니라. 금단이 뱃속에 들어가자 곧 창자가 울었으니, 창자가 운다는 것은 혈맥이 화합하여 움직인다는 뜻이로되, 기운이 끊어져 몸을 펴지 못하는 것이니라. 사람이 우물 속에 삼 년이나 잠겨 있었으니 무쇠라도 녹이 슬었을 터, 다만 원기가 바닥나 끊어졌을 뿐이니, 누군가 숨 한 번 불어넣어 주면 곧 나으리라."

팔계가 앞으로 나서며 곧 숨을 불어넣으려 하자 삼장이 와락 붙잡으며 말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도 오공더러 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 그 사부에게는 나름대로 분명한 까닭이 있었다. 원래 저팔계는 어렸을 적부터 살생을 일삼고 악업을 지으며 사람을 잡아먹고 살아왔으니 입에서 나오는 것이 탁한 기운이요, 오직 행자만이 어려서부터 수행하여 솔잎을 씹고 잣나무 껍질을 뜯으며 복숭아와 과일을 먹고 살아왔으니 한입 맑은 기운이었다. 이 대성이 앞으로 나서더니 뇌공 같은 그 입을 임금의 입술에 대고 훅 하고 한 숨을 불어넣어 목구멍으로 들이보내고, 중루를 지나 명당에서 굽이쳐 곧장 단전에 이르게 한 뒤, 다시 용천에서 거꾸로 올려 니원궁에 닿게 하였다. 훠익 하고 큰소리가 나더니 그 군왕의 기운이 모이고 정신이 돌아왔다. 몸을 뒤척이며 주먹을 휘두르고 다리를 굽혔다 펴더니 "사부님!" 하고 한마디 외쳤다. 그리고 두 무릎을 먼지 난 땅에 꿇고 아뢰었다. "어젯밤에는 귀신이 되어 찾아뵈었거늘, 뜻밖에도 오늘 아침 날이 밝자 양세상으로 정신이 돌아왔나이다!" 삼장이 황급히 부축하여 일으키며 말했다. "폐하, 이는 이 늙은 중의 일이 아니옵니다. 먼저 제 제자에게 고마움을 표하시옵소서."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늘 하는 말에 집에 주인이 둘일 수 없다 하였으니, 받으실 만한 절 한 번 받으신다 해서 손해 보실 것 없나이다." 삼장은 몹시 마음이 쓰였으나 그 임금을 부축하여 일으켜 함께 선당으로 들어가니, 임금은 다시 팔계와 행자와 사승에게도 인사를 올리고서야 비로소 자리에 앉았다. 그때 본절의 승려들이 아침 공양을 차려 바치려 하는데, 문득 저 물에 젖은 임금을 보고는 하나같이 놀라며 모두 의심스러운 눈으로 수군거렸다.

손행자가 뛰어나오며 말했다. "거기 스님들, 그리 놀라고 의심하지 마시오. 이는 본디 오계국의 임금이시니 곧 그대들의 참된 군주시라. 삼 년 전에 괴물에게 목숨을 잃으셨는데 이 늙은 손이 오늘 밤 살려 내었으니, 이제 그 성으로 들어가 사특함과 바름을 가려 내려 하오. 공양이 마련되었거든 내어 오시오. 우리가 먹고 길을 떠나야 하겠소."

스님들이 곧 더운 물을 올려 얼굴을 씻게 하고 옷을 갈아입혔다. 그 임금의 붉은 황포를 벗기고는 본절의 승관이 내어 온 베로 만든 장삼 두 벌을 입혔고, 옥띠를 풀어 버리고 누런 명주실로 꼰 띠 한 줄을 매어 주었으며, 근심 없는 신이라 불리는 그 신발을 벗기고는 헌 승려 신발 한 켤레를 신겨 주었다. 그제야 모두 함께 아침 공양을 먹고 말안장을 얹었다.

행자가 물었다. "팔계야, 네 짐이 얼마나 무겁더냐?" 팔계가 말했다. "형님, 이 짐은 날마다 지고 다니면서도 도리어 얼마나 무거운지는 모르겠소." 행자가 말했다. "그 한 짐을 둘로 나누어 한 짐은 네가 지고 한 짐은 이 임금에게 지우거라. 그리고 일찍 성 안으로 들어가 일을 보아야 하겠다."

팔계가 기뻐하며 말했다. "횡재로구나! 횡재야! 그때 그를 업어 오느라고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이제 살려 놓고 보니 원래 대신 짐을 질 사람이었구나!" 그 멍청이는 곧 요령을 부려 짐을 나누고 절에서 멜대 하나를 가져다, 가벼운 쪽은 자기가 메고 무거운 쪽은 그 임금에게 메게 하였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폐하, 폐하께서 그렇게 차려입고 짐을 지고 우리를 따라 걸으시니 섭섭하시지 않으시옵니까?" 그 임금이 황망히 무릎을 꿇으며 아뢰었다. "스승님, 스승님은 소인을 다시 낳아 주신 부모나 다름없사옵니다. 짐을 지는 것쯤이야 말할 것도 없사옵고, 채찍을 쥐고 등자를 받드는 일이라도 기꺼이 하여 스승님을 모시고 서천까지 함께 가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폐하께서 서천에 가실 것까지는 없사옵니다. 내게는 속에 품은 까닭이 있사옵니다. 폐하께서는 사십 리만 지고 성에 들어가시면 되옵니다. 요괴를 잡고 나면 폐하께서는 도로 폐하의 임금 노릇을 하시고, 우리 또한 우리의 경전을 구하러 가면 그만이옵니다." 팔계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그런 말씀이라면 그는 사십 리만 지면 그만이고, 나 이 늙은 저팔계는 그대로 머슴이로구나!" 행자가 말했다. "아우야, 헛소리 말고 일찍 앞장서서 길을 인도하여라." 과연 팔계가 그 임금을 이끌고 앞서가고, 사승이 사부님의 말에 오르시도록 모시고 행자가 뒤를 따르니, 본절의 오백 명 승려가 가지런히 정돈하여 곱고 고운 음악을 불고 치며 모두 산문 밖까지 배웅을 나왔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스님들은 멀리 배웅하지 마시오. 관가 사람이 알아차려 내 일이 새어 나가면 도리어 좋지 않소. 어서들 돌아가시오! 어서 돌아가란 말이오! 다만 저 임금의 옷과 관대를 깨끗이 정돈하여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에 성 안으로 보내 주시오. 내 봉록이며 하사품을 좀 구하여 은혜를 갚겠소." 승려들이 분부대로 모두 돌아갔다. 행자가 큰 걸음으로 앞서가 사부님을 따라잡아 곧장 나아가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서쪽 방에는 진리를 찾을 묘한 비결이 있어 금과 목이 화합하여 도리어 정신을 단련하는구나. 단모는 헛되이 어리석은 꿈을 품었고 영아는 늘 쓸모없는 몸을 한탄하노라. 모름지기 우물 밑에서 밝은 임금을 구하고 다시 하늘 궁궐에 올라 노군께 절을 올려야 하느니라. 색과 공을 깨달아 본성으로 돌아가니, 참으로 부처가 인연 있는 사람을 건지는 것이로다.

사부와 제자들이 길 위에서 반나절도 되지 않아 어느덧 성곽이 가까이 바라보이자, 삼장이 말했다. "오공아, 저 앞이 아마 오계국이로구나."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우리가 서둘러 성 안으로 들어가 일을 봅시다."

그 사부와 제자들이 성 안으로 들어서니 저잣거리에는 사람들의 차림새가 가지런하고 풍경이 떠들썩하며 흥청거렸는데, 어느덧 봉황 누각과 용의 전각이 눈에 들어오니 몹시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바다 건너의 궁누각은 윗나라와 같고 인간 세상의 노래와 춤은 옛 당나라와 같구나. 꽃은 보선을 맞이하여 붉은 구름이 감돌고 햇살은 곱디고운 옷에 비치어 비취 안개가 빛나는구나. 공작 병풍이 열리며 향기로운 기운이 피어나고 진주 발이 걷히자 채색 깃발이 펼쳐지는구나. 태평한 광경이 참으로 축하할 만하니, 조용히 늘어선 여러 관원이 올릴 상소 한 장 없구나. 삼장이 말에서 내리며 말했다. "제자들아, 우리가 곧장 조정으로 들어가 관문을 바꾸어 치자. 괜히 저 관아에 들러 일을 벌이는 수고를 덜게 되지 않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옳은 말씀이옵니다. 우리 형제가 모두 들어가지요. 사람이 많아야 말하기도 좋사옵니다." 당승이 말했다. "다 함께 들어가되, 상스러운 말을 함부로 뱉지 말고 먼저 임금과 신하의 예를 갖춘 연후에 이야기를 꺼내도록 하여라."

행자가 말했다. "임금과 신하의 예를 행하려면 곧 절을 올려야 하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그러하니라. 다섯 번 절하고 세 번 머리를 조아리는 큰 예를 행해야 하느니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아직 미흡하시옵니다. 그에게 예를 갖춘다면 참으로 지혜롭지 못한 일이옵니다. 저를 먼저 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시면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나이다. 저자가 무슨 말을 하거든 저더러 대답하게 해 주시옵고, 제가 절을 하면 그대들도 절을 하시고 제가 쭈그리고 앉으면 그대들도 쭈그리고 앉으시옵소서." 보라, 저 재앙을 부르는 원숭이 왕이 조정 문으로 사람을 이끌고 가 각문대사에게 말했다. "우리는 동토 대당 황제의 명을 받들고 서천으로 올라가 부처께 절하고 진경을 구하러 온 자들이오. 이제 이곳에 이르러 관문을 바꾸고자 하니, 대감께서 전달해 주시면 착한 인연을 그르치지 않는 길이 되리다." 그 황문관이 곧 단문으로 들어가 붉은 섬돌 아래에 꿇어 아뢰었다. "조정 문 밖에 승려 다섯이 있사온데, 동토 당나라 황제가 특별히 보낸 자로서 서천에 올라 부처께 절하고 진경을 구하러 가는 길이라 하나이다. 이제 이곳에 이르러 관문을 바꾸고자 하오나 감히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고 문 밖에서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그 마왕이 곧 들어오라 명하였다. 당승은 조정 문 안으로 함께 들어가고 저 환생한 국주도 뒤를 따랐다. 가는 내내 뺨을 타고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참지 못하고 속으로 탄식하였다. "가련하다! 놋 말 같은 나의 강산과 쇠로 에워싼 사직을, 누가 알았으랴, 저놈이 은밀히 빼앗아 차지하였구나!" 행자가 말했다. "폐하, 부디 슬퍼하지 마시옵소서. 소문이 새어 나갈까 염려되옵니다. 이 몽둥이가 내 귀 속에서 펄쩍거리고 있사오니, 이제는 기어이 공을 보여야 하겠나이다. 틀림없이 요마를 때려 죽이고 사악한 것들을 쓸어 버리면 이 강산도 오래지 않아 폐하께 돌아오리이다." 그 군왕은 감히 말을 어기지 못하고 옷자락을 잡아당겨 눈물을 훔치며, 죽음을 무릅쓰고 다시 살아난 몸으로 금란전 아래에 곧장 이르렀다. 또 저 좌우 두 줄로 늘어선 문무와 사백 명의 조관이 하나같이 위엄 있고 단정하며 엄숙하고 용모가 늠름하였다. 이 행자가 당승을 이끌고 백옥 계단 앞에 서서 몸을 꼿꼿이 펴고 움직이지 않으니, 섬돌 아래 여러 관원이 두려워하며 말했다. "저 중은 몹시 어리석고 혼탁하구나! 어찌 우리 임금을 뵙고도 절을 올리지 않고, 또한 입을 열어 축원 한마디도 올리지 않는단 말인가? 인사조차 않다니, 참으로 간이 크고 무례한 놈이로다!"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 마왕이 입을 열어 묻는 소리가 들렸다. "저 중은 어느 지방에서 온 자냐?" 행자가 거만하게 대답했다. "나는 남섬부주 동토 대당국 황제의 명을 받들고 서역 천축국 대뇌음사로 가서 살아 계신 부처께 절하고 진경을 구하러 온 자로라. 이제 이 지방에 이르러 헛되이 지나칠 수 없어 특별히 통관문첩을 바꾸러 왔노라." 그 마왕이 이 말을 듣고 속으로 화가 치밀어 말했다. "네 동토가 대수냐! 나는 네 조정에 조공도 바치지 않고 너희 나라와 통교도 하지 않거늘, 네가 어찌 나를 대하고서 맞절의 예를 쓰며 참배하지 않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동토는 예로부터 일컬어 천조라 하고 오래도록 윗나라라 불렸거늘, 너희는 곧 아랫땅 변방이니라. 예로부터 이르기를, 윗나라 황제는 아비요 임금이 되고 아랫나라 황제는 신하요 자식이 된다 하였느니라. 너는 도리어 나를 마중하지도 않았거늘 도리어 감히 절을 올리지 않는다고 시비를 걸어오느냐?" 그 마왕이 크게 노하여 문무관에게 분부했다. "저 거친 중을 붙잡아 내치라!" "잡아라!" 하는 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보라, 여러 관원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이 행자가 큰소리로 호통치고 손가락 하나를 내저으며 외쳤다. "오지 마라!" 그 한 번 가리킴에 정신법이 걸려 여러 관원이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으니, 참으로 교위는 섬돌 앞의 나무 인형 같고 장군은 전각 위의 흙 사람 같았다.

그 마왕이 그가 문무 여러 관원을 묶어 버린 것을 보고 급히 몸을 날려 용상에서 뛰어내리며 친히 붙잡으려 하였다. 원숭이 왕이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하였다. "좋다! 바로 이 늙은 손의 뜻에 맞는구나. 저렇게 나서 주니 쇳물로 부어 만든 머리라도 내 몽둥이에 닿기만 하면 구멍을 내 주리라!" 막 몸을 움직이려는데 뜻밖에도 곁에서 구원의 별 하나가 나타났다. 그대는 누구라 생각하는가? 이는 바로 오계국 왕의 태자라, 급히 앞으로 나서며 저 마왕의 조복을 붙잡고 면전에 꿇어 아뢰었다. "부왕, 노여움을 거두소서." 요정이 물었다. "아이야, 무슨 말이냐?" 태자가 아뢰었다. "부왕께 아뢰나이다. 삼 년 전에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동토 당나라 황제의 명을 받든 성스러운 승려가 서천으로 부처께 절하고 진경을 구하러 간다 하였는데, 뜻하지 않게 오늘에야 저희 나라에 이르렀나이다. 부왕께서는 성품이 위엄 있고 매서우시니, 이 중을 붙잡아 참수하시면 뒷날 대당이 이 소식을 듣고 틀림없이 진노할까 두렵나이다. 저 이세민을 한번 헤아려 보시옵소서. 스스로 왕위에 올라 강산을 통일하고도 마음이 아직 채워지지 않아 바다 건너 정벌까지 일으킨 사람이옵니다. 만일 우리 임금이 그의 의동생 되는 성승을 해쳤다는 것을 알면, 틀림없이 군사를 일으키고 말을 몰아 우리 임금과 맞서 싸우러 올 것이옵니다. 그런데 병사는 적고 장수는 보잘것없으니, 그때에 이르러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사오리까. 부왕께서는 이 아이가 아뢰는 대로 하시어, 우선 저 중 넷의 내력을 똑똑히 캐물으시고 먼저 임금의 어가에 참배하지 않은 죄목부터 정하신 연후에 죄를 묻으셔도 늦지 않사옵니다."

이 한바탕은 본디 태자가 조심하는 마음으로 당승이 혹여 해를 입을까 두려워 일부러 요마를 붙들어 둔 것이었으니, 행자가 그 자리에서 몽둥이를 들고 때릴 궁리를 하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그 마왕이 과연 그 말을 믿고 용상 앞에 서서 큰 소리로 호통쳤다. "저 중은 언제 동토를 떠났느냐? 당나라 임금이 무슨 일로 너더러 경을 구하러 가라 하였느냐?" 행자가 고개를 쳐들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우리 사부님은 당나라 임금의 의동생이시니 호를 삼장이라 하느니라. 당나라 임금의 수하에 위징이라는 승상이 있었는데 천조의 법을 받들어 꿈결에 경하의 늙은 용을 베었느니라. 대당 임금이 꿈에 저승을 두루 돌아보고 다시 살아난 뒤에 큰 수륙도량을 열어 원혼과 업귀를 널리 천도하였느니라. 그때 우리 사부님이 경문을 펼치고 넓게 자비를 베푸시는데, 문득 남해 관세음보살이 가르침을 내려 서녘으로 오라 하였느니라. 우리 사부님이 크게 서원을 세우고 기꺼운 마음으로 나라에 보답하고자 충성을 다하니, 당나라 임금이 문첩을 내려 주시었느니라. 그때가 바로 대당 정관 십삼 년 구월 보름 사흘 전이었느니라. 동토를 떠나 양계산에 이르러 나를 거두어 큰 제자를 삼으시니 성은 손이요 이름은 오공, 호는 행자라 하고, 또 오사국 경계 고가장에 이르러 둘째 제자를 거두시니 성은 저요 이름은 오능, 호는 팔계라 하며, 유사하 경계에서 셋째 제자를 거두시니 성은 사요 이름은 오정이라 하였느니라. 그리고 앞서 날 칙명으로 세운 보림사에서 짐을 지는 행동 도인 하나를 새로이 거두었느니라." 마왕이 그 말을 듣고는 당승을 샅샅이 뒤져 볼 방도가 없으니 꾀를 부려 행자를 캐묻기로 하고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저 중아, 너는 처음에 홑몸으로 동토를 떠났다가 네 놈을 거두었다 하니, 저 중 셋은 그려러니 하더라도 이 도인은 용납할 수 없다. 저 행동이 틀림없이 훔쳐 데려온 놈이로다. 그놈 이름이 무엇이냐? 도첩이 있느냐 없느냐? 그놈을 끌어올려 자백을 받아라." 그 임금이 겁에 질려 벌벌 떨며 말했다. "스승님!

저는 어찌 자백을 하오리까?" 손행자가 그를 꼬집으며 말했다. "겁내지 마시오. 내가 대신 자백하겠소." 훌륭한 대성이로다, 걸음을 재촉하여 앞으로 나서며 괴물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폐하, 이 늙은 도인은 벙어리라 입으로 말을 못 하는 데다 귀까지 좀 먹었나이다. 다만 어려서 서천을 다녀온 적이 있어 길을 아는지라, 그가 겪어 온 내력과 근본을 제가 모두 알고 있사오니,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너그럽게 용서하시고 제가 대신 자백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마왕이 말했다. "어서 그대로 대신 자백하여라. 스스로 죄를 뒤집어쓰지 않도록." 행자가 말했다. "자백하옵나니 저 행동은 나이 또한 이미 늙었사옵고 어리석고 귀먹고 벙어리에 집안마저 망가졌나이다. 본래 이 고장 사람이었으나 오 년 전에 집안이 망하였나이다. 하늘에 비가 내리지 않아 백성이 메말라 죽게 되니, 임금과 백성이 모두 재계를 올렸나이다. 향을 사르고 목욕재계하여 하늘에 빌었건만 만 리에 구름 한 점 없었나이다. 백성의 굶주림이 거꾸로 매달린 듯하더니, 종남산에서 홀연 전진괴가 내려왔나이다. 바람을 불고 비를 내려 신통을 떨치더니, 그 뒤로 남몰래 임금의 목숨을 해쳤나이다. 정원 우물 속에 밀어 넣고 음험하게 임금의 자리를 빼앗으니 아무도 풀어 낼 이가 없었나이다. 다행히 내가 와서 큰 공을 세워 기사회생시키고 걸림이 없게 하였나이다. 원하여 귀의하여 행동이 되고 중들과 함께 서쪽 경계로 가려 하옵니다. 임금으로 변한 도인이 가짜요, 이 도인이 도리어 참된 임금이옵니다." 그 마왕은 금란전 위에서 이 한바탕 말을 듣고 가슴속에서 사슴이 뛰놀고 얼굴에 붉은 구름이 이는 듯하여 급히 몸을 빼어 달아나고자 하였다. 그러나 손에 든 병기가 없어 고개를 돌려 보니, 전각을 지키는 장군 하나가 허리에 보도를 차고 있는데 행자의 정신법에 걸려 빳빳하게 미친 듯 벙어리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가 다가서서 그 보도를 빼앗아 쥐고는 곧 구름머리를 타고 허공을 향해 달아났다. 사승은 벼락같이 성이 나서 펄펄 뛰고 저팔계는 목청을 높여 외치며 행자가 성급한 원숭이라며 원망했다. "좀 천천히 말했더라면 그를 붙들어 두었을 터인데! 이제 구름을 타고 달아났으니 어디로 가서 찾는단 말이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형제들아, 떠들지 마라. 우리가 저 태자를 내려오게 하여 아비에게 절을 올리고, 빈후를 나오게 하여 남편에게 절을 올리게 하자." 그러고는 주문을 외워 정신법을 풀고 "여러 관원을 깨어나 임금께 절을 올리게 하여야 참된 황제인 줄 알고 지난 사정을 털어놓게 될 터, 그리하여 분명히 가려진 뒤에 내가 가서 그놈을 찾으리라"라고 말했다. 훌륭한 대성이로다, 팔계와 사승에게 분부했다. "저 임금과 신하와 부자와 빈후와 우리 사부님을 잘 지켜라!" "간다" 하는 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형체와 그림자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는 구소운 속으로 뛰어올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사방을 살피며 저 마왕을 찾았다. 보니 저 짐승이 과연 목숨을 건져 살아 동북쪽을 향해 곧장 달아나고 있었다. 행자가 바짝 뒤쫓아가며 호통쳤다. "이 괴물아, 어딜 가느냐! 이 늙은 손이 왔노라!" 그 마왕이 급히 고개를 돌려 보도를 뽑아 들고 크게 외쳤다. "손행자, 너 참으로 얄미운 놈이로구나! 내가 남의 제위를 차지하는 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기에, 네가 뜬금없이 남의 일에 끼어들어 내 비밀을 누설하느냐!" 행자가 껄껄거리며 웃어 말했다. "이 간 큰 괴물 같으니라고! 황제를 네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단 말이냐? 네가 이미 나를 이 늙은 손인 줄 알았다면 멀리 달아났어야 옳거늘, 어찌 도리어 우리 사부님을 못살게 굴며 무슨 자백이니 하는 것을 받으려 하였느냐! 조금 전 그 자백이 옳으냐 그르냐? 달아나지 마라! 장한 놈이라면 이 늙은 손의 몽둥이를 받아라!" 그 마왕이 몸을 비켜 피하며 보도를 휘둘러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두 사람이 손을 맞대고 벌인 이 한바탕 사나운 싸움은 참으로 이러하였다. 원숭이 왕이 사납고 마왕이 강하여, 칼을 받고 몽둥이를 버티며 감히 맞서는구나. 온 하늘의 구름과 안개가 삼계를 어지럽히니, 오직 조정에 임금을 세우려는 까닭이로다. 두 사람이 몇 합을 겨루자 그 요마는 원숭이 왕을 당해 내지 못하고 급히 고개를 돌려 다시 온 길로 성 안으로 뛰어들어, 백옥 섬돌 앞 좌우 문무관 무리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몸을 흔들어 변하니 곧 당삼장과 똑같은 모습이 되어 나란히 손을 잡고 섬돌 앞에 서 있었다.

이 대성이 뒤쫓아가며 몽둥이를 들어 치려 하니 저 괴물이 말했다. "제자야, 때지 마라. 나다!" 급히 몽둥이를 들어 저 당승을 치려 하니 이번에도 또 말했다. "제자야, 때지 마라. 나다!" 똑같은 당승이 둘이니 참으로 분별하기 어려웠다. "만일 몽둥이 한 방에 요괴가 변한 당승을 때려 죽인다면 이것 또한 공이 되려니와, 만에 하나 몽둥이 한 방에 나의 참된 사부님을 때려 죽인다면 그 일을 어찌 좋단 말인가!" 하는 수 없이 손을 멈추고 팔계와 사승을 불러 물었다. "그중 어느 놈이 괴물이고 어느 분이 내 사부님이냐? 내게 가리켜 주어라. 내가 그놈을 치겠다." 팔계가 말했다. "형님이 반공중에서 치고 떠드는 동안 나는 잠깐 눈을 팔았는데 두 분의 사부님이 보이더구려. 누가 참이고 누가 가짜인지 나도 모르겠소."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손가락으로 결을 짚고 주문을 외어 호법제천과 육정육갑과 오방게제와 사치공조와 열여덟 분의 호가가람과 당방토지와 본경산신을 불러 말했다. "이 늙은 손이 여기까지 와 요괴를 항복시키려 하는데 요마가 우리 사부님으로 변하여 기운과 형체가 똑같으니 참으로 분별하기 어렵구나. 너희가 은밀히 알아서 사부님을 전각 위로 모시고 올라가게 하여라. 그리하면 내가 요마를 잡으리라." 원래 저 요괴는 구름과 안개를 잘 타는지라 행자의 말을 듣고 급히 손을 놓고 금란보전으로 뛰어올랐다. 이 행자가 몽둥이를 들어 당승을 향해 곧장 내리쳤다. 가련하다! 저 여러 신을 불러내지 않았더라면 이 한 방에 당승이 이천 명이라도 고기장이가 되었으리라! 다행히 여러 신이 쇠몽둥이를 받아 붙들며 말했다. "대성이시여, 저 괴물은 구름을 탈 줄 아니까 벌써 전각 위로 올라갔나이다." 행자가 전각 위로 쫓아 올라가니 그놈은 도로 뛰어 내려와 당승을 붙들고 사람 무리 속에서 또 한바탕 뒤섞였으니, 여전히 알아보기 어려웠다.

행자는 속이 상한 데다 곁에서 팔계가 비웃는 것을 보고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이 괴상한 놈아, 어찌된 짓이냐? 이제 사부님이 둘이나 되었으니 네가 불러도 대답을 듣고 모실 사람도 있게 되었다고 그리 신이 나느냐!"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 나더러 멍청하다 하시지만 형님이 나보다 더 멍청하시구려!

사부님을 알아보지 못하거들랑 무엇 하러 애써 힘을 쓰시겠소? 형님은 두통을 좀 참으시고 우리 사부님더러 그 주문을 외우시게 하시오. 나와 사승이 각각 한 분씩 부축하여 서서 들으면, 외우지 못하는 쪽이 틀림없이 요괴일 터이니 그 무슨 어려움이 있겠소?" 행자가 말했다. "아우야, 네가 오히려 나았구나. 옳다, 그 주문은 단 세 사람만 기억하고 있느니라. 본디 우리 부처 여래께서 마음속에서 내신 것을 관세음보살에게 전하시고, 보살이 또 우리 사부님께 전하셨으니 다른 아무도 아는 이가 없느니라. 좋아, 사부님, 외워 주시옵소서." 과연 그 당승이 외우기 시작하였다. 그 마왕이야 어찌 알았으랴, 입으로 되는 대로 웅얼거릴 뿐이었다. 팔계가 말했다. "이렇게 웅얼거리는 놈이 바로 요괴로구나!"

그가 손을 놓고 갈고랑이를 들어 곧장 내리찍었다. 그 마왕이 몸을 날려 뛰어올라 구름머리를 밟고 달아났다. 훌륭한 팔계로다, 큰 소리로 호통치며 구름머리를 타고 뒤를 쫓으니, 사승이 황급히 당승을 내버려 둔 채 보장을 뽑아 들고 치러 달려들었고, 당승은 그제야 주문 외기를 멈추었다. 손대성은 두통을 참으며 쇠몽둥이를 움켜쥐고 허공에서 뒤쫓았다. 아! 이 한바탕에 사나운 중 셋이 건달 요마 하나를 에워쌌다. 그 마왕이 팔계와 사승의 갈고랑이와 보장에 좌우로 막혀 공격을 받게 되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다시 나서서 면전에서 치려 하면 저놈이 나를 좀 두려워하는 눈치니 달아날까 염려되는구나. 이 늙은 손이 좀 더 높이 뛰어올라 저놈에게 마늘 찧듯 내리찍어 단단히 끝장을 내 주리라."

이 대성이 상서로운 빛을 타고 구소에 올라 이제 막 결정적인 일격을 내리려는데, 문득 동북쪽 저 한 송이 채색 구름 속에서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 들렸다. "손오공, 잠시 손을 놓아라!" 행자가 고개를 돌려보니 바로 문수보살이었다. 급히 몽둥이를 거두고 앞으로 나아가 절을 올리며 말했다. "보살님, 어디로 가시는 길이시옵니까?" 문수가 말했다. "내가 너를 대신하여 이 요괴를 거두러 왔느니라." 행자가 고마워하며 말했다. "번거로우시게 하였나이다." 그 보살이 소매 속에서 조요경을 꺼내어 그 괴물의 본모습을 비추어 붙들어 두었다. 행자가 그제야 팔계와 사승을 불러 함께 보살을 뵙게 하였다. 그리고 거울 속을 들여다보니 그 마왕의 생김새가 몹시 흉악하였다. 눈은 유리잔 같고 머리는 단련하는 솥만 하며, 온몸은 삼복의 쪽빛이요 네 발톱은 늦가을의 서리로다. 축 늘어진 두 귀와 비자루처럼 긴 꼬리 하나, 푸른 털에서 예리한 기운이 일고 붉은 눈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오는구나. 넓적한 이빨은 옥판을 늘어놓았고 둥근 수염은 억센 창을 세웠구나. 거울 속에서 참모습을 살펴보니, 본래 문수의 사자왕 하나였더라. 행자가 말했다. "보살님, 이는 보살님이 타고 다니시는 청모사자가 아니시옵니까? 어찌하여 걸어 내려와 정이 되었는데도 거두어들이지 않으셨나이까?"

보살이 말했다. "오공아, 그는 달아난 것이 아니니라. 그는 부처의 명을 받고 온 자이니라." 행자가 말했다. "이 짐승이 정이 되어 제위를 빼앗고서도 도리어 부처의 명을 받아 왔다 하시니, 이 늙은 손이 당승을 모시고 고생하는 것쯤이야 응당 칙서 몇 장쯤은 받아야 할 노릇이옵니다!" 보살이 말했다. "너는 모르는구나. 애당초 이 오계국 임금은 착한 일을 좋아하고 승려에게 공양을 올리는 사람이라, 부처께서 나를 보내어 그를 서녘으로 인도하여 일찍 금신나한의 과위를 증득하게 하려 하셨느니라. 이에 본모습으로는 만날 수 없어 범승으로 변하여 그에게 공양을 좀 청하였더니, 내가 몇 마디 말로 그를 시험하자 그는 내가 좋은 사람인 줄 알아보지 못하고 나를 끈으로 묶어 저 어수하에 던져 사흘 밤낮을 물에 담가 두었느니라. 다행히 육갑금신이 나를 구하여 서녘으로 돌아가니 내가 여래께 아뢰었고, 여래께서 이 괴물을 시켜 이곳으로 내려가게 하여 그를 우물에 밀어넣고 삼 년을 담가 두어 나의 사흘 물난의 원한을 갚게 하셨느니라. 한 모금 마시고 한 알 쪼는 것도 모두 전생에 정해진 것이라, 이제 너희가 이곳에 와 공을 이루었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보살님은 저 무슨 한 모금 한 알 하는 사사로운 원한은 갚으셨다 하려니와, 저 괴물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쳤는지는 아시옵니까?" 보살이 말했다. "사람을 해치지는 않았느니라. 그가 온 뒤로 이 삼 년 동안 바람이 순하고 비가 순하여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였거늘, 무슨 해친 사람이 있느냐?" 행자가 말했다. "진실로 그러하시옵니다마는, 다만 삼궁의 낭낭들이 그와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며 몸을 더럽혔으니, 강상과 윤리를 얼마나 무너뜨렸는데 도리어 사람을 해치지 않았다 하시옵니까?" 보살이 말했다. "더럽힐 수 없었느니라. 그는 거세한 사자이니라." 팔계가 그 말을 듣고 앞으로 바짝 다가서며 손을 뻗어 한번 만져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이 요정은 참으로 '술 안 마시는 술취한 코'로구나, 헛되이 그 이름만 뒤집어썼어!"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시다면 거두어 가시옵소서. 보살님께서 친히 오시지 않으셨더라면 결단코 그놈의 목숨을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옵니다." 그 보살이 주문을 외우며 호통쳤다. "축생아, 어서 바른 도리로 돌아오지 않고 어느 때를 기다리느냐!" 그 마왕이 그제야 본모습을 드러내었다. 보살이 연꽃을 펼쳐 요마를 덮어 두고 그 등에 올라타고는 상서로운 빛을 밟으며 행자에게 작별을 고하였다. 아!

곧장 오대산 위로 돌아가 보련좌 아래에서 경을 논하는 것을 들으리라.

결국 저 당승과 제자들이 어찌하여 성을 빠져나갔는지는 모르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