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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제4회 관봉필마심하족(官封弼馬心何足) · 명주제천의미녕(名註齊天意未寧)

그 태백금성과 미후왕은 함께 동천 깊은 곳에서 나와 나란히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원래 오공의 근두운은 남들과 달라서 몹시 빨랐으므로, 그는 금성을 뒤로 멀찌감치 따돌려 놓고 먼저 남천문 밖에 이르렀다. 구름을 거두고 앞으로 나아가려는데, 증장천왕이 방, 유, 구, 필, 등, 신, 장, 도 여덟 장수를 거느리고 한길의 대력천정들을 이끌고 창과 칼과 검과 극을 들고 하늘 문을 막아서며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원숭이 왕이 말했다. “이 금성 영감은 간사하고 교활한 무리로구나! 이미 늙은 손을 청해 놓고는 어찌 사람들에게 칼과 창을 들려 길을 막게 하는가?” 그가 떠들고 있는 사이에 금성이 홀연히 도착하였다. 오공은 그와 얼굴을 맞대자 곧바로 독기를 내며 말했다. “이 영감은 어찌하여 나를 속이는가? 옥황상제의 초안 조서를 받들어 청하러 왔다고 하더니, 어찌 이 무리들에게 천문을 막게 하여 늙은 손을 들여보내지 않는가?” 금성이 웃으며 말했다. “대왕은 노여움을 거두소. 대왕은 일찍이 이 천당에 온 적이 없고 또 이름도 없으며, 뭇 천정들도 대왕과는 본래 서로 알지 못하니, 그들이 어찌 감히 대왕을 함부로 들여보내겠소? 이제 천존을 뵙고 선록을 받고 관명을 기록한 뒤에는 앞으로 대왕이 나고 드는 것을 누가 다시 막겠소?” 오공이 말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좋다, 나는 들어가지 않겠다.” 금성이 다시 손으로 그의 옷을 붙들며 말했다. “나와 함께 들어가야 하오.”

천문에 가까이 이르자 금성이 높은 소리로 외쳤다. “저 천문의 천장들과 크고 작은 아전과 병졸들은 길을 열라. 이는 하계의 선인이니, 내가 옥황상제의 성지를 받들어 그를 불러 온 것이다.” 그제야 증장천왕과 뭇 천정들이 모두 병기를 거두고 물러나 피하였다. 원숭이 왕은 비로소 그의 말을 믿었다. 그는 금성과 함께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가 두루 살펴보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처음 상계에 올라 천당에 막 들어섰다. 황금빛 광채 만 갈래가 붉은 무지개를 굴리고, 상서로운 기운 천 줄기가 자줏빛 안개를 뿜어냈다. 바라보니 그 남천문은 푸르고 깊숙하여 유리로 지어졌고, 환하게 빛나며 보옥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양쪽에는 수십 명의 진천원수가 늘어서 있어 하나같이 대들보를 받치고 기둥에 기대어 도끼를 쥐고 깃발을 들었고, 사방 아래로는 십수 명의 금갑 신인들이 벌여 서서 저마다 극을 들고 채찍을 걸고 칼을 잡고 검을 짚고 있었다. 바깥쪽은 그런대로 볼 만하였으나, 안으로 들어서자 놀라웠다. 안쪽 벽 가에는 큰 기둥 몇 개가 서 있는데, 기둥에는 금비늘이 해를 비추는 붉은 수염 용이 감겨 있었고, 또 긴 다리 몇 개가 있는데 그 다리 위에는 채색 깃털을 펼치고 허공을 나는 붉은 볏 봉황이 맴돌고 있었다. 밝은 노을이 환히 비쳐 하늘빛을 비추고, 푸른 안개가 자욱하여 북두의 입구를 가렸다. 이 하늘에는 서른세 채의 천궁이 있으니, 바로 견운궁, 비사궁, 오명궁, 태양궁, 화락궁 등이며, 궁마다 용마루에 금을 삼킨 진수 짐승이 앉아 있었고, 또 일흔두 겹의 보배 전각이 있으니, 바로 조회전, 능허전, 보광전, 천왕전, 영관전 등이며, 전각마다 기둥에 옥기린이 늘어서 있었다. 수성대 위에는 천 년 만 년 시들지 않는 이름난 꽃이 있었고, 약을 달이는 화로 곁에는 만 년토록 늘 푸른 상서로운 풀이 있었다. 또 조성루 앞에 이르니, 붉은 비단 옷에는 별빛이 찬란하고, 부용관에는 금과 옥이 휘황찬란하였다. 옥비녀와 구슬 신발에 자줏빛 인끈과 금 도장이었다. 금 종을 치면 삼조의 신들이 표문을 붉은 섬돌에 올리고, 하늘 북이 울리면 만 성인이 왕을 조회하여 옥황상제를 뵈었다. 또 그 영소보전에 이르니, 금 못이 옥 문을 모으고 채색 봉황이 붉은 문에서 춤추었다. 겹겹의 복도와 굽은 회랑은 곳곳이 정교하고 환하였고, 세 겹 처마와 사방으로 모인 지붕에는 층층이 용과 봉황이 날아올랐다. 그 위에는 자줏빛이 우뚝하고 환하게 빛나며 동그랗고 눈부시게 빛나는 큰 금 조롱박 지붕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천비들이 부채를 늘어뜨려 들고 옥녀들이 선녀의 수건을 받들고 있었다. 사나운 얼굴로 조회를 맡은 천장들이요, 기개가 드높은 호가의 선경들이었다. 한가운데 유리 쟁반 안에는 겹겹이 쌓인 태을단이 많이 놓여 있었고, 마노 병에는 굽이굽이 휜 산호나무 몇 가지가 꽂혀 있었다. 바로 하늘 궁궐에는 진기한 물건이 가지가지로 있고, 세상에는 그와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금궐과 은난과 자부가 나란하고, 기화와 요초에 경파까지 있다. 왕을 조회하는 옥토끼가 단 곁을 지나고, 성인을 뵈는 금오가 바닥에 닿도록 날아든다. 원숭이 왕은 천경에 올 인연이 있어, 인간 세상의 한 점 진흙에도 떨어지지 않으리라.

태백금성은 미후왕을 이끌고 영소전 밖에 이르렀다. 조서를 기다리지도 않고 곧장 어전에 나아가 위를 향해 절하고 예를 올렸다. 오공은 몸을 곧게 펴고 곁에 서서 조례도 하지 않은 채 다만 귀를 기울여 금성이 아뢰는 말을 들었다. 금성이 아뢰었다. “신이 성지를 받들어 이미 요선을 불러 왔나이다.” 옥황상제가 발을 드리우고 물었다. “어느 자가 요선인고?” 오공은 그제야 몸을 굽혀 대답하였다. “늙은 손이 바로 그자이오.” 뭇 선경들이 모두 크게 놀라 얼굴빛을 잃고 말했다. “이 들원숭이 같으니! 어찌 엎드려 절하고 뵙지도 않고 감히 이렇게 대답하여 ‘늙은 손이 바로 그자이오’ 하는가! 죽어 마땅하다! 죽어 마땅하다!” 옥황상제가 조서를 내렸다. “저 손오공은 하계의 요선으로, 처음 사람 몸을 얻어 조회의 예를 알지 못하니, 우선 그 죄를 너그러이 용서하라.” 뭇 선경들이 소리쳤다. “은혜에 감사하나이다!” 그제야 원숭이 왕이 위를 향해 큰 읍을 하고 소리 높여 예를 갖추었다. 옥황상제가 문선과 무선의 선경들을 불러, 어느 곳에 어떤 관직이 모자라는지 살펴 손오공을 그 자리에 제수하라 하였다. 곁에서 무곡성군이 몸을 돌려 나서서 아뢰었다. “천궁의 각 궁과 각 전, 각 방과 각처에 모두 관원이 모자람이 없사오니, 다만 어마감에 정당 관리 하나가 비어 있사옵니다.” 옥황상제가 조서를 내렸다. “그를 곧 ‘필마온’으로 제수하라.” 뭇 신하들이 은혜에 감사하다 소리치매, 그도 다만 위를 향해 큰 읍을 할 뿐이었다. 옥황상제는 또 목덕성관을 시켜 그를 어마감으로 보내 부임하게 하였다.

그때 원숭이 왕은 기뻐 어쩔 줄 모르며 목덕성관과 함께 곧바로 부임지로 갔다. 일이 끝나자 목덕성관은 궁으로 돌아갔다. 그는 감 안에서 감승과 감부와 전부와 역사 등 크고 작은 관리들을 모아 이 감의 사무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는데, 다만 천마 천 필이 있을 뿐이었다. 그 말들은 바로 화류와 기기, 녹이와 섬리, 용매와 자연, 협익과 숙상, 결제와 은갈, 요뇨와 비황, 도도와 번우, 적토와 초광, 유휘와 미경, 등무와 승황, 추풍과 절지, 비번과 분소, 일표와 적전, 동작과 부운, 총롱과 호랄, 절진과 자린, 사극과 대완, 팔준과 구일, 천리와 절군이었다. 이 같은 준마들은 하나하나가 바람에 울부짖고 번개를 쫓으며 정신이 장쾌하였고, 안개를 밟고 구름에 올라 기운과 힘이 길렀다.

원숭이 왕은 문서를 펼쳐 보고 말의 수를 하나하나 점검하여 밝혀 두었다. 이 감의 전부는 말먹이와 꼴을 거두어 마련하는 일을 맡았고, 역사 관원은 말을 씻기고 꼴을 베고 물을 먹이고 먹이를 삶는 일을 맡았으며, 감승과 감부는 곁에서 도와 일을 독촉하였다. 필마온은 밤낮으로 자지 않고 말을 길러 주었다. 낮에 말을 놀리는 것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밤에는 살피기를 더욱 부지런히 하여 말이 잠든 것이 있으면 쫓아 일으켜 풀을 먹이고, 달아난 것이 있으면 붙잡아 여물통에 매어 두었다. 그 천마들은 그를 보면 귀를 늘어뜨리고 발굽을 모았으며, 오히려 살이 찌고 기름져 통통하게 길러졌다.

어느덧 보름 남짓이 지났다. 하루는 한가한 틈을 타서 감의 관리들이 모두 술자리를 마련하였으니, 하나는 그를 맞이하는 것이요, 하나는 그를 축하하는 것이었다. 즐겁게 마시던 중에 원숭이 왕이 홀연히 잔을 멈추고 물었다. “내 이 ‘필마온’이란 것은 무슨 관함인가?” 뭇 사람들이 말했다. “관명이 바로 이것이옵니다.” 그가 다시 물었다. “이 벼슬은 몇 품인가?” 뭇 사람들이 말했다. “품계가 없사옵니다.” 원숭이 왕이 말했다. “품이 없다면 크기가 지극한 모양이로구나.” 뭇 사람들이 말했다. “크지 않사옵니다, 크지 않사옵니다. 다만 ‘미입류’라 부를 뿐이옵니다.” 원숭이 왕이 말했다. “어찌하여 ‘미입류’라 부르는가?” 뭇 사람들이 말했다. “끝 등이옵니다. 이런 벼슬아치는 가장 낮고 가장 작아서, 다만 남의 말을 돌보게 할 뿐이옵니다. 당존께서 부임하신 뒤 이렇게 부지런히 하여 말을 살찌게 기르셔도 다만 ‘잘한다’는 말 한마디를 들을 뿐이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여위면 또한 꾸지람을 보게 되옵니다. 다시 몹시 상하게 하면 벌금을 물리고 죄를 묻기까지 하옵니다.” 원숭이 왕은 이 말을 듣고 어느새 마음속에서 불이 일어나 이를 갈며 크게 노하여 말했다. “이렇게 늙은 손을 업신여기는가! 늙은 손은 저 화과산에서 왕이라 일컫고 조상이라 일컬었는데, 어찌 나를 속여 와서 그를 위해 말을 기르게 하는가? 말을 기르는 일이란 젊은 후배나 하는 천한 역일이니, 어찌 나를 대접하는 도리이겠는가? 하지 않겠다! 하지 않겠다! 나는 가겠다!” 그가 홀라당 소리를 내며 공안을 밀어 넘어뜨리고, 귀 속에서 보배를 꺼내어 한 번 흔드니 사발만큼 굵어졌다. 그는 온갖 초식을 펼치며 곧장 어마감을 때려 부수고 나가 남천문에 이르렀다. 뭇 천정들은 그가 선록을 받아 필마온이 되었음을 알고 있어 감히 막지 못하고 그를 보내어 천문 밖으로 나가게 하였다.

잠시 후 구름머리를 누르고 내려와 화과산 위로 돌아왔다. 바라보니 네 건장한 장수와 각 동의 요왕들이 그곳에서 병졸을 조련하고 있었다. 원숭이 왕이 엄한 소리로 높이 외쳤다. “작은 것들아! 늙은 손이 왔다!” 원숭이 떼가 모두 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그를 맞아 동천 깊은 곳으로 들어가, 원숭이 왕을 높이 보좌에 오르게 하고는 한쪽에서 술자리를 마련하여 맞이하며 모두 말했다. “대왕께 축하드리나이다. 상계에 십여 년 다녀오셨으니 필시 뜻을 이루어 영광스럽게 돌아오셨으리이다.” 원숭이 왕이 말했다. “나는 겨우 보름 남짓이었는데 어찌 십여 년이 있겠는가?” 뭇 원숭이들이 말했다. “대왕께서는 하늘에 계셔서 시각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시나이다. 하늘의 하루가 곧 하계의 일 년이옵니다. 청하옵건대 대왕께서는 무슨 관직에 계셨나이까?” 원숭이 왕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말하기 어렵다! 말하기 어렵다! 살아서 사람을 죽게 부끄럽게 하는구나! 저 옥황상제는 사람을 쓸 줄 모른다. 그가 늙은 손의 이 같은 모양을 보고는 나를 무슨 ‘필마온’이란 것으로 봉하였으니, 알고 보니 그를 위해 말을 기르는 것이요 미입류 품계 같은 것이었다. 내가 처음 부임했을 때에는 알지 못하고 다만 어마감 안에서 놀았을 뿐이다. 오늘 동료들에게 물어 보고서야 비로소 이처럼 천하다는 것을 알았다. 늙은 손은 마음속으로 크게 노하여 잔칫상을 밀어 넘어뜨리고 관함을 받지 않았으니, 이 때문에 내려온 것이다.” 뭇 원숭이들이 말했다. “잘 오셨나이다! 잘 오셨나이다! 대왕께서는 이 복된 땅 동천의 곳에서 왕이 되시어 얼마나 존귀하고 즐거우시온데, 어찌 기꺼이 가서 그를 위해 마부 노릇을 하시려 하시겠나이까?” 그러고는 분부하였다. “작은 것들아! 어서 술을 마련하여 대왕의 답답한 속을 풀어 드려라.”

즐겁게 술을 마시며 모여 있던 중에 누군가 와서 알렸다. “대왕님, 문 밖에 외뿔 귀왕 둘이 대왕님을 뵙고자 하나이다.” 원숭이 왕이 말했다. “들여보내라.” 그 귀왕들은 옷을 가다듬고 동굴 안으로 달려들어와 몸을 굽혀 절하였다. 미후왕이 그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이 나를 보러 온 것은 무슨 일인가?” 귀왕들이 말했다. “오래전부터 대왕께서 어진 이를 부른다는 말을 들었으나 만날 길이 없었나이다. 이제 대왕께서 천록을 받으시고 뜻을 이루어 영광스럽게 돌아오셨음을 보고, 특별히 붉은 누런 빛깔의 도포 한 벌을 바쳐 대왕의 경사를 축하하고자 하나이다. 저희 비천한 자를 버리지 않으시고 거두어 주신다면 또한 개와 말의 수고로움이라도 바치고자 하나이다.” 원숭이 왕이 크게 기뻐하여 그 붉은 누런 도포를 꺼내 입으니, 뭇 무리들이 기뻐하며 반열을 갖추어 조배하였다. 그는 곧 그 귀왕을 전부총독선봉으로 봉하였다. 귀왕이 은혜에 감사하기를 마치고 다시 아뢰었다. “대왕께서 하늘에 오래 계셨으니 무슨 관직을 받으셨나이까?” 원숭이 왕이 말했다. “옥황상제는 어진 이를 가볍게 여겨 나를 무슨 ‘필마온’이란 것으로 봉하였다!” 귀왕이 이 말을 듣고 다시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이 같은 신통을 지니셨는데 어찌 그를 위해 말을 기르시나이까? 그냥 ‘제천대성’을 하시면 무엇이 불가하겠나이까?” 원숭이 왕은 이 말을 듣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연달아 몇 번 “좋다! 좋다! 좋다!” 하고 외쳤다. 그리고 네 건장한 장수에게 분부하였다. “곧 나를 위해 깃발을 만들어라. 깃발 위에 ‘제천대성’ 네 큰 글자를 써서 장대를 세워 걸어 두라. 이제부터는 다만 나를 제천대성이라 부르고 다시 대왕이라 부르지 못하게 하라. 또한 각 동의 요왕들에게도 전하여 한결같이 알게 하라.” 이 일은 여기서 잠시 접어 두기로 하자.

말하자면, 그 옥황상제가 이튿날 조회를 열었는데, 장천사가 어마감의 감승과 감부를 이끌고 붉은 섬돌 아래에서 절하며 아뢰었다. “만세, 새로 제수된 필마온 손오공이 벼슬이 작음을 싫어하여 어제 하늘 궁궐을 배반하고 내려갔나이다.” 말하고 있는 사이에 또 남천문 밖에서 증장천왕이 뭇 천정을 거느리고 와서 역시 아뢰었다. “필마온이 무슨 까닭인지 천문을 나가 버렸나이다.” 옥황상제가 이 말을 듣고 곧 조서를 내렸다. “두 갈래의 신원들로 하여금 각각 본직으로 돌아가게 하고, 짐이 천병을 보내어 이 괴물을 잡아 오겠다.” 반열 가운데서 탁탑 이천왕과 나타 삼태자가 뛰어나와 반열을 넘어 아뢰었다. “만세, 미신들이 재주가 없사오나 청하옵건대 조서를 내리시어 이 요괴를 항복시키게 하소서.” 옥황상제가 크게 기뻐하여 곧 탁탑천왕 이정을 항마대원수로, 나타 삼태자를 삼단해회대신으로 봉하고 즉시 군사를 일으켜 하계로 내려가게 하였다.

이천왕과 나타는 머리를 조아려 사례하고 물러나 곧장 본궁에 이르러 삼군을 소집하고 뭇 두목을 거느렸다. 거령신을 선봉으로, 어두장을 뒤를 지키는 자로, 약차장을 군사를 독촉하는 자로 삼았다. 한순간에 남천문 밖으로 나와 곧장 화과산에 이르렀다. 평평하고 양지바른 곳을 골라 영채를 세우고 명을 전하여 거령신에게 싸움을 걸게 하였다. 거령신이 명을 받아 갑주를 단정히 갖추고 선화부를 둘러메고 수렴동 밖에 이르렀다. 바라보니 작은 동굴 문 밖에 많은 요마들이 있었는데, 모두 이리와 벌레와 호랑이와 표범 같은 무리로서 어지러이 창을 돌리고 검을 추며 그곳에서 뛰어오르며 싸우고 울부짖고 있었다. 거령신이 소리쳐 꾸짖었다. “이 못된 짐승들아! 어서 가서 필마온에게 알려라. 나는 상천의 대장으로 옥황상제의 뜻을 받들어 이곳에 와서 항복시키려 하니, 그를 시켜 어서 나와 항복을 받게 하여 너희가 모두 상하여 죽는 일이 없게 하라.” 그 괴물들은 분주히 달려가 동굴 안에 전하여 알렸다. “큰일 났다! 큰일 났다!” 원숭이 왕이 물었다. “무슨 큰일인가?” 뭇 요괴들이 말했다. “문 밖에 천장 하나가 있어 입으로 대성의 관함을 일컬으며 말하기를, 옥황상제의 성지를 받들어 이곳에 와서 항복시키려 하니 어서 나와 항복을 받아 우리의 목숨을 상하지 않게 하라 하였나이다.” 원숭이 왕이 이 말을 듣고 분부하였다. “내 갑주를 가져오라!” 그는 자금관을 쓰고 황금갑을 입고 보운신을 신고 손에 여의금고봉을 쥐고 뭇 무리를 거느리고 문을 나서 진세를 벌였다. 거령신이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니, 참으로 좋은 원숭이 왕이로다.
몸에는 금빛 갑주를 걸쳤는데 반짝반짝 빛나고, 머리에는 금관을 썼는데 그 광채가 어른어른 비치네. 손에는 금고봉 한 자루를 높이 치켜들었고, 발에는 구름 신을 밟았으니 모두가 서로 잘 어울리네.

한 쌍의 괴이한 눈은 밝은 별과 같고, 두 귀는 어깨를 지나며 또 단단하구나. 몸을 곧게 펴면 그 재주 변화가 많고, 목소리는 우렁차기가 종과 경쇠 같구나.

뾰족한 주둥이에 드러난 이빨은 필마온이요, 마음은 높아 제천대성이 되려 하누나.

거령신이 엄한 소리로 높이 외쳤다. “이 못된 원숭이야! 너는 나를 아느냐?” 대성이 그 말을 듣고 급히 물었다. “너는 어느 길의 털 많은 신이냐? 늙은 손은 너를 만난 적이 없으니 어서 이름을 대라.” 거령신이 말했다. “이 마음을 속이는 원숭이 같으니! 네가 나를 알지 못하는구나! 나는 높고 위대한 신령인 탁탑 이천왕 부하의 선봉, 거령천장이다! 이제 옥황상제의 성지를 받들어 이곳에 와서 너를 항복시키려 한다. 네 어서 갑주를 벗고 천은에 귀순하여 이 산 가득한 짐승들이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게 하라. 만약 반 개의 ‘아니오’라는 말이라도 한다면, 너를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 버리리라!”

원숭이 왕이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노하여 말했다. “못된 털 신아, 큰소리 치지 말고 긴 혀를 놀리지 말라! 나는 본래 한 방망이로 너를 때려 죽이려 하였으나, 보내어 소식을 전할 자가 없을까 걱정되어 다만 네 목숨을 남겨 두는 것이다. 어서 하늘로 돌아가 옥황에게 말하라. 그는 어찌하여 어진 이를 등용하지 않는가! 늙은 손에게는 다함없는 재주가 있는데 어찌 나를 시켜 그를 위해 말을 기르게 하는가? 너는 내 이 깃발 위의 글자를 보라. 만약 이 글자대로 벼슬을 올려 준다면 나는 칼과 병기를 움직이지 않으리니 자연히 천지가 맑고 편안하리라. 만약 그때까지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영소보전까지 쳐 올라가 그가 용상에 편히 앉아 있지도 못하게 하리라!”

거령신은 이 말을 듣고 급히 눈을 부릅뜨고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니, 과연 문 밖에 높은 장대 하나가 세워져 있고 그 장대 위에 깃발 한 면이 걸려 있었는데, 그 위에 ‘제천대성’ 네 큰 글자가 적혀 있었다. 거령신이 냉소를 세 번 내뱉으며 말했다. “이 못된 원숭이가 이처럼 인사치레도 모르고 감히 무례하게 굴며 제천대성이 되려 하는구나! 얌전히 내 도끼 한 번을 맞아라!” 그는 머리를 향해 곧바로 내리찍었다. 그 원숭이 왕은 바로 능한 자라 당황하지 않고 금고봉을 들어 손에 맞추어 맞받았다. 이 한바탕 싸움은 참으로 대단하였다.

봉은 이름이 여의요, 도끼는 이름이 선화라. 그 둘이 처음 만나 서로의 깊고 얕음을 알지 못하고, 도끼와 방망이가 좌우로 엇갈리누나. 하나는 신묘함을 감추고, 하나는 입을 크게 벌려 자랑한다. 법을 부리자 구름을 뿜고 안개를 토하며, 손을 펼치자 흙을 뿌리고 모래를 날린다. 천장의 신통은 도가 있으나, 원숭이 왕의 변화는 실로 끝이 없구나. 방망이를 들면 용이 물에서 노는 듯하고, 도끼가 오면 봉황이 꽃을 뚫고 나는 듯하다. 거령의 이름과 명망은 천하에 퍼졌으나, 알고 보니 본래 그 재주가 그에게 미치지 못하더라. 대성이 가볍게 쇠방망이를 한 번 돌리니, 머리에 한 대 맞자 온몸이 저리구나.

거령신은 끝내 그를 막아 내지 못하였다. 원숭이 왕이 머리를 향해 방망이를 내리치자, 그는 당황하여 도끼로 막아 냈는데, 까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도끼 자루가 두 동강이 났다. 그는 급히 몸을 빼어 진을 무너뜨리고 목숨을 건져 달아났다. 원숭이 왕이 웃으며 말했다. “고름 주머니 같으니! 고름 주머니 같으니! 내가 이미 너를 봐주었으니 어서 가서 소식을 전하라! 어서 가서 소식을 전하라!”

거령신은 영문으로 돌아와 곧장 탁탑천왕을 뵙고 황급히 무릎을 꿇고 말했다. “필마온은 과연 신통이 광대하옵니다! 말장이 그와 싸워 이기지 못하고 진을 무너뜨려 돌아와 죄를 청하나이다.” 이천왕이 노하여 말했다. “이놈이 내 예기를 꺾었으니 끌어내어 베라!” 곁에서 나타 태자가 나서서 절하며 아뢰었다. “부왕께서는 노여움을 거두소서. 우선 거령의 죄를 용서하시고 아이로 하여금 한 번 출진하게 하시면 깊고 얕음을 알게 되리이다.” 천왕이 간언을 듣고 우선 그를 영으로 돌려보내어 죄를 기다리며 일을 맡게 하였다.

나타 태자는 갑주를 단정히 갖추고 영채를 뛰어나와 수렴동 밖으로 달려갔다. 그때 오공이 막 군사를 거두려 나오다가 나타가 용맹하게 오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좋은 태자로다.

쌍상투가 겨우 정수리를 덮고, 드리운 머리털은 아직 어깨를 가리지 못하였네. 신기하고 기묘하며 민첩하고 영리하고, 골격이 빼어나고 더욱 맑고 곱구나. 참으로 하늘의 기린 아들이요, 과연 연하의 채색 봉황 선인이로다. 용의 핏줄이니 자연히 속된 모습이 아니요, 묘한 나이에 정말로 속세와 같지 않구나. 몸에는 여섯 가지 신기한 무기를 지녔고, 날아오르고 변화함이 넓고도 끝이 없도다. 이제 옥황의 금구 조서를 받들어, 삼단해회의 호를 내리셨도다.

오공이 앞으로 나아가 물었다. “너는 누구 집 아이이며, 내 문 가까이 뛰어들어 무슨 일을 하려는가?” 나타가 소리쳐 꾸짖었다. “못된 요원숭이야! 어찌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가? 나는 탁탑천왕의 삼태자 나타다. 이제 옥황의 흠차를 받들어 이곳에 와서 너를 잡으려 한다.” 오공이 웃으며 말했다. “작은 태자야, 네 젖니도 아직 빠지지 않았고 태아의 털도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어찌 감히 이 같은 큰소리를 하는가? 내 우선 네 목숨을 남겨 두고 때리지 않겠다. 너는 다만 내 깃발 위에 무슨 글자가 있는지 보고 올라가 옥황께 아뢰어라. 이 같은 관함을 준다면 다시 무리를 움직일 필요도 없이 나는 스스로 귀의하겠다. 만약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반드시 영소보전까지 쳐 올라가겠다.” 나타가 머리를 들어 바라본 곳에 ‘제천대성’ 네 글자가 있었다. 나타가 말했다. “이 요원숭이가 무슨 큰 신통이 있다고 감히 이런 명호를 일컫는가! 두려워하지 마라! 내 칼 한 번을 맞아라!” 오공이 말했다. “나는 그저 서서 움직이지 않겠으니 네 마음대로 몇 칼 베어 보아라.” 그 나타는 분노하여 크게 한 번 외치고 “변!” 하고 불렀다. 곧 세 개의 머리와 여섯 개의 팔로 변하여 사납게 여섯 가지 병기를 들었으니, 바로 참요검, 간요도, 박요삭, 항요저, 수구아, 화륜아였다. 그는 어지러이 얼굴을 향해 때려 왔다. 오공이 그것을 보고 마음이 놀라 말했다. “이 작은 아이도 제법 수단을 부릴 줄 아는구나! 무례하지 말라, 내 신통을 보아라!” 좋은 대성이여, “변!” 하고 외치자 그도 세 머리 여섯 팔로 변하였다. 금고봉을 한 번 흔드니 역시 세 개로 변하였고, 여섯 손이 세 개의 방망이를 쥐고 막아 냈다. 이 싸움은 참으로 땅이 흔들리고 산이 요동하였으니, 참으로 장관이었다.

여섯 팔의 나타 태자와 천생 아름다운 석후왕이 서로 만나니 참으로 대적이요, 바로 근원이 같은 흐름을 만났도다. 저쪽은 명을 받들어 하계에 내려왔고, 이쪽은 마음을 속여 두우를 어지럽힌다. 참요보검은 날이 빠르고, 간요도는 사나워 귀신도 근심한다. 박요삭은 나는 이무기 같고, 항요대저는 이리 머리 같구나. 화륜아는 번개를 잡아당겨 활활 타오르고, 오고 가며 수구아를 굴린다. 대성의 세 자루 여의봉은 앞을 막고 뒤를 가리며 기모를 운용한다. 애써 몇 합을 겨루어도 높고 낮음이 없으니, 태자의 마음은 그치려 하지 않는다. 그 여섯 가지 병기를 많이 변화시켜 백천만억으로 머리를 향해 던진다. 원숭이 왕은 두려워하지 않고 껄껄 웃으며, 쇠방망이를 뒤집으며 스스로 책략을 운용한다. 하나로 천을 만들고 천으로 만을 만드니, 하늘 가득 어지러이 춤추어 나는 용과 견주리라. 각 동의 요왕들은 놀라 문을 닫고, 온 산의 귀괴는 모두 머리를 감추었다. 신병의 노여움에 구름이 참담하고, 금고봉 소리 써써 울린다. 저쪽에서는 천정들이 함성을 질러 사람마다 두려워하고, 이쪽에서는 원숭이 괴물이 깃발을 흔들어 낱낱이 근심한다. 독기를 내어 두 집이 함께 용맹을 겨루니, 어느 쪽이 굳세고 어느 쪽이 부드러운지 알 수 없구나.

삼태자와 오공은 각각 신위를 펼쳐 서른 합을 겨루었다. 그 태자의 여섯 가지 병기는 천천만만으로 변하고, 손오공의 금고봉은 만만천천으로 변하였다. 반쯤 하늘에서 비점과 유성 같았으나 승부가 나뉘지 않았다. 원래 오공은 손이 빠르고 눈이 밝았으므로, 그 혼란한 때에 그는 털 한 오라기를 뽑아 “변!” 하고 외치니 곧 그의 본모습으로 변하여 손에 방망이를 쥐고 나타를 상대하여 겨루었다. 그의 진짜 몸은 홀연히 뛰어올라 나타의 머리 뒤로 다가가 왼쪽 팔뚝에 방망이를 한 번 내리쳤다. 나타는 막 법을 부리던 중에 방망이 끝의 바람 소리를 듣고 급히 피하려 하였으나 미처 손을 쓸 수 없어 그에게 한 대 얻어맞고 아픔을 이기며 달아났다. 그는 법을 거두고 여섯 가지 병기를 예전처럼 몸에 거두어 넣고 진을 무너뜨려 돌아갔다.
그 진 위에서 이천왕이 이미 일찍 보았으므로 급히 군사를 이끌고 나가 싸움을 돕고자 하였다. 어느새 태자가 홀연히 눈앞에 이르러 떨리는 목소리로 알렸다. “부왕! 필마온은 참으로 재주가 있사옵니다! 아이가 이만한 법력으로도 그와 싸워 이기지 못하고 이미 그에게 팔뚝을 다쳤나이다.” 천왕이 크게 놀라 얼굴빛을 잃고 말했다. “이놈이 그런 신통을 지녔으니 어찌 이기겠는가?” 태자가 말했다. “그의 동굴 문 밖에 장대 하나에 깃발이 걸려 있고 그 위에 ‘제천대성’ 네 글자가 적혀 있는데, 입으로 자랑하며 옥황께서 곧 그를 제천대성으로 봉하시면 모든 일이 그치겠으나 만약 이 명호가 아니면 반드시 영소보전까지 쳐 올라가겠다고 하였나이다!” 천왕이 말했다. “그렇다면 우선 그와 맞서지 말고, 우선 상계로 올라가 이 말을 돌아가 아뢰고 다시 천병을 더 보내어 이놈을 에워 잡는 것이 늦지 않겠다.” 태자는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싸울 수 없었으므로 천왕과 함께 하늘로 돌아가 아뢰었다. 이 일은 여기서 잠시 접어 두기로 하자.

너는 저 원숭이 왕이 승리를 얻어 산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라. 그 칠십이 동의 요왕과 그 여섯 형제가 모두 와서 경사를 축하하였다. 동천 복지에서 마시고 즐김이 비할 데 없었다. 그는 여섯 형제에게 말했다. “아우가 이미 제천대성이라 일컬었으니 형님들도 또한 대성으로 일컬어도 좋겠다.” 그중 우마왕이 홀연히 높은 소리로 외쳤다. “현제의 말이 이치에 맞으니 나는 곧 평천대성이라 일컫겠다.” 교마왕이 말했다. “나는 복해대성이라 일컫겠다.” 붕마왕이 말했다. “나는 혼천대성이라 일컫겠다.” 사타왕이 말했다. “나는 이산대성이라 일컫겠다.” 미후왕이 말했다. “나는 통풍대성이라 일컫겠다.” 우융왕이 말했다. “나는 구신대성이라 일컫겠다.” 이때 일곱 대성이 스스로 행하고 스스로 일컬어 명호를 지어 하루를 마음껏 즐기다가 각각 흩어져 돌아갔다.

말하자면, 그 이천왕과 삼태자가 뭇 장수를 이끌고 곧장 영소전에 이르렀다. 그들이 아뢰었다. “신들이 성지를 받들어 하계에 출사하여 요선 손오공을 항복시키려 하였으나, 그의 신통이 광대할 줄은 생각지 못하여 이기지 못하였사오니, 여전히 만세께서 병사를 더 보내어 토벌하시기를 바라나이다.” 옥황상제가 말했다. “요원숭이 하나의 재주가 얼마나 되기에 또 병사를 더 보내려 하는고?” 태자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만세께서 신의 죽을 죄를 용서하소서! 그 요원숭이는 쇠방망이 한 자루를 부려 먼저 거령신을 무너뜨리고 또 신의 팔뚝을 다쳤나이다. 동굴 문 밖에 장대 하나를 세우고 그 위에 ‘제천대성’ 네 글자를 썼으며, 이 관직을 봉해 주면 곧 병사를 그치고 와서 항복하겠으나 만약 이 벼슬이 아니면 영소보전까지 쳐 올라가겠다고 하였나이다.” 옥황상제가 이 말을 듣고 놀라며 말했다. “이 요원숭이가 어찌 감히 이처럼 광망한고! 뭇 장수로 하여금 즉시 그를 베게 하라.” 말하고 있는 사이에 반열 가운데서 또 태백금성이 나서서 아뢰었다. “그 요원숭이는 다만 말만 낼 줄 알고 크고 작음을 알지 못하나이다. 병사를 더하여 그와 다투고자 하신다면 잠시도 항복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도리어 군사를 수고롭게 할 것이옵니다. 만세께서 크게 은혜와 자비를 베푸시어 다시 초안 조서를 내리시고 그를 제천대성으로 삼게 하심만 못하옵니다. 다만 그에게 빈 관함을 더하여 벼슬은 있으나 녹은 없게 하시면 그만이옵니다.” 옥황상제가 말했다. “어찌하여 ‘유관무록’이라 부르는고?” 금성이 말했다. “이름은 제천대성이되 다만 그에게 맡을 일도 주지 않고 봉록도 주지 않으며, 우선 천지 사이에 길러 두고 그의 삿된 마음을 거두어 광망한 마음을 내지 않게 하면 천지가 편안하고 해우가 맑고 고요해질 것이옵니다.” 옥황상제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경이 아뢴 대로 따르라.” 곧 조서를 내리게 하고 여전히 금성으로 하여금 데리고 가게 하였다.

금성은 다시 남천문을 나서 곧장 화과산 수렴동 밖에 이르러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전과 달라 위풍이 늠름하고 살기가 자욱하였으며, 갖가지 요정이 없는 종류가 없었다. 하나하나가 모두 검을 잡고 창을 쥐고 칼을 들고 지팡이를 놀리며 그곳에서 울부짖고 뛰어올랐다. 금성을 한 번 보자 모두 앞으로 나아가 손을 대려 하였다. 금성이 말했다. “저 뭇 두목들은 이리 오라! 너희가 가서 너희 대성에게 알리라. 나는 상제께서 보내신 천사로서 성지가 여기 있으니 그를 청하는 것이다.” 뭇 요괴들이 곧 달려 들어가 알렸다. “밖에 한 노인이 있는데, 그가 스스로 상계의 천사라 하며 조서가 있으니 청한다 하였나이다.” 오공이 말했다. “잘 왔다! 잘 왔다! 아마도 지난번에 왔던 그 태백금성일 것이다. 그때 나를 상계로 청하였을 적에 비록 관작은 보잘것없었으나 또한 하늘을 한 번 걸어 보았으니 천문 안팎의 길을 알고 있다. 이번에 또 왔으니 반드시 좋은 뜻이 있을 것이다.” 그는 뭇 두목에게 분부하여 깃발과 북을 크게 벌이고 대오를 갖추어 맞이하게 하였다. 대성은 곧 원숭이 떼를 거느리고 관을 쓰고 갑을 입고 그 갑 위에 붉은 누런 도포를 걸치고 발에 구름 신을 신고 급히 동굴 문을 나와 몸을 굽혀 예를 갖추며 높이 외쳤다. “노성께서는 들어오소서. 나의 맞이하지 못한 죄를 용서하소서.”

금성은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곧장 동굴 안에 들어가 남쪽을 향해 서서 말했다. “이제 대성께 알리오. 지난번 대성께서 관이 작음을 싫어하시어 어마감을 피해 떠나셨을 때, 마침 이 감의 크고 작은 관리들이 옥황상제께 아뢰었소. 옥황상제께서 조서를 내리기를 ‘무릇 관을 제수함에는 모두 낮은 데서 높은 데로 나아가는 법인데 어찌하여 작음을 싫어하는고’ 하셨소. 곧 이천왕이 나타를 거느리고 하계로 내려가 싸웠으나 대성의 신통을 알지 못하여 패배를 당하고 하늘로 돌아가 아뢰기를 ‘대성이 장대 하나에 깃발을 세우고 제천대성이 되려 한다’ 하였소. 뭇 무장들이 오히려 얼버무리려 하였으나 이 늙은이가 힘써 대성을 위하여 죄를 무릅쓰고 아뢰어 군사를 일으키는 일을 면하고 대왕께서 선록을 받으시도록 청하였으니, 옥황상제께서 아뢴 대로 윤허하셨소. 이 때문에 청하러 온 것이오.” 오공이 웃으며 말했다. “지난번에도 수고롭게 하였고 이제 또 사랑을 입었으니 매우 고맙다! 매우 고맙다! 다만 하늘에 이 ‘제천대성’이라는 관함이 있는지 모르겠구나?” 금성이 말했다. “이 늙은이가 이 관함으로 아뢰어 윤허를 받은 뒤에야 감히 조서를 받들고 왔소. 만약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다만 이 늙은이에게 죄를 물으시면 그만이오.”

오공은 크게 기뻐하여 간절히 머물러 술을 대접하려 하였으나 금성이 응하지 않았으므로, 마침내 금성과 함께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남천문 밖에 이르렀다. 그곳 천정과 천장들이 모두 손을 모아 맞이하였다. 그들은 곧장 영소전 아래로 들어갔다. 금성이 절하며 아뢰었다. “신이 조서를 받들어 필마온 손오공을 불러 왔나이다.” 옥황상제가 말했다. “그 손오공은 이리 오라. 이제 너를 ‘제천대성’으로 삼으라 하니, 관품이 지극하도다. 다만 결코 함부로 굴지 말라.” 이 원숭이 또한 다만 위를 향해 큰 읍을 하고 은혜에 감사하다 소리하였다. 옥황상제는 곧 공사 맡은 관리인 장과 노 두 반에게 명하여 반도원 오른쪽에 제천대성부 한 채를 세우고, 그 부 안에 두 관청을 두게 하였으니, 하나는 이름이 안정사요 하나는 영신사였다. 관청마다 모두 선리들이 있어 좌우에서 받들었다. 또 오두성군을 시켜 오공을 보내어 부임하게 하고, 밖으로 어주 두 병과 금화 열 송이를 내리며 그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히 하고 뜻을 정하여 다시는 함부로 굴지 말게 하였다. 그 원숭이 왕은 이를 받들어 시행하여 그날로 오두성군과 함께 부에 이르러 술병을 열고 뭇 무리와 함께 다 마셨다. 성관을 본궁으로 돌려보낸 뒤에야 그는 비로소 마음이 흡족하고 뜻이 가득하여 기뻐 땅이 즐겁고 하늘이 환하여 천궁에서 즐기며 아무 걸림이 없었다. 바로 이러하였다.

선명은 길이 장생록에 기록되고, 윤회에 떨어지지 않고 만고에 전하리라.

결국 그 뒤가 어떠할지는 알 수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