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그 손대성 형제 세 사람은 구름을 내려뜨려 조정 안으로 곧장 들어갔는데, 임금과 신하들, 그리고 태자가 몇 떼로 나뉘어 절하며 은혜를 사례하였다. 행자는 보살이 마귀를 항복받고 괴물을 거두어들인 그 한 마디 사연을 임금과 신하들에게 낱낱이 아뢰어 들렸더니, 저마다 머리를 조아려 절하기를 마지않았다. 모두들 기뻐하며 하례를 나누는 즈음에, 또 황문관이 와서 아뢰는 소리가 들렸다. “주공이시여, 밖에 또 승려 네 분이 왔나이다.” 팔계가 놀라며 말했다. “형님, 요괴가 술법을 부려 문수보살을 거짓으로 꾸며 우리를 속여 놓고는, 또다시 승려로 변해 우리와 지혜를 겨루러 온 것 아니오? ” 행자가 말했다. “어찌 그런 이치가 있겠느냐!” 즉시 명하여 안으로 불러들여 보게 하였다.
무리지어 있던 문무백관이 명령을 전하여 그들을 안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행자가 살펴보니, 바로 그 보림사 승려들로서, 하늘을 찌를 듯한 충천관과 푸른 옥 띠인 벽옥대, 자황포, 무우리를 받들고 들어오는 참이었다. 행자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참 잘 왔도다! 잘 왔도다!” 그리고는 먼저 도인을 불러 앞으로 오게 하여, 머리에 둘렀던 두건을 벗기고 충천관을 씌우며, 베옷을 벗기고 자황포를 입히고, 띠를 풀고 벽옥대를 매 주고, 승려 신발을 벗기고 무우리를 신겼다. 태자에게 흰 옥홀인 백옥규를 내오게 하여 그 손에 쥐어 주고는, 곧 전각에 올라 외로운 임금이라 일컫기를 청하였으니, 이는 예로부터 이르기를 ‘조정은 하루라도 임금이 없어서는 아니 된다’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 황제가 어찌 앉으려 들겠는가, 울면서 섬돌 한가운데 꿇어앉아 아뢰었다. “소신은 이미 죽은 지 삼 년이옵니다. 이제 사부님의 은혜로 다시 살아났사온데, 어찌 또 감히 망령되이 스스로 임금이라 일컫겠나이까. 저 승려 한 분을 임금으로 모시옵소서. 소신은 처자를 거느리고 성 밖으로 나가 백성이나 되기를 원할 뿐이옵니다.” 그 삼장법사 또한 어찌 받아들이겠는가, 오로지 부처께 절하고 경을 구하려는 마음뿐이었다. 다시 행자에게 청하니,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께 숨기지 않고 말하건대, 이 늙은 손오공이 임금 하기를 기꺼이 하려 들었다면 천하 만국 구주의 임금을 모조리 다 해보았을 것이오. 다만 우리가 승려로 사는 일에 익숙해져서 이다지도 느긋하고 산만하오. 만일 임금이 된다면 머리와 상투를 길러야 하고, 해 저문 뒤에도 잠들지 못하고 새벽 북이 울려도 눈을 붙이지 못하며, 변방의 급보를 들으면 마음이 편치 못하고, 재난과 흉년을 보면 근심을 어찌할 수 없을 것이오.
우리가 어찌 그런 일에 익숙해지겠소? 그대는 그대의 임금을 계속하시오, 나는 내 승려나 하며 공덕을 닦으러 가겠소.” 그 국왕이 극구 사양하는 것을 물리치지 못하여, 하는 수 없이 보전에 올라 남쪽을 향해 임금이라 일컫고 천하에 큰 사면령을 내렸으며, 보림사 승려들에게 봉록을 내려 돌려보냈다. 그리고 나서야 동쪽 누각을 열어 삼장법사를 잔치로 대접하고, 한편으로는 칙명을 내려 화공을 불러들여 당나라 사부와 제자 네 사람의 기쁜 초상을 그려 금란전에 모셔 두었다.
그 사부와 제자들은 나라를 안정시켜 놓고는 오래 머물려 하지 않고, 왕에게 하직을 고하고 서쪽으로 떠나려 하였다. 그 황제는 삼궁의 비빈들과 태자, 여러 신하들과 더불어 나라를 지키는 보물과 금은, 비단 등을 사부에게 바쳐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였다. 그 삼장법사는 털끝만큼도 받지 않고, 다만 관문만 바꾸어 오공 등에게 말에 안장을 얹어 빨리 떠나라고 재촉하였다. 그 국왕이 몹시 마음이 쓰여, 임금의 행차인 조란가를 정비하여 삼장법사를 윗자리에 모시게 하고 양 무리의 문무백관이 앞에서 인도하게 하였으며, 자신은 삼궁의 비빈과 태자, 온 가족이 수레의 바퀴통을 받들고 굴리며 성곽 밖까지 전송하고서야 용련에서 내려 여러 사람과 작별하였다. 국왕이 말했다. “사부님이시여, 서천에서 경을 얻어 돌아오시는 날에는 반드시 과인의 경내에 한 번 들러 주옵소서.” 삼장법사가 말했다. “제자는 명을 받들겠나이다.” 그 황제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여러 신하와 함께 돌아갔다.
그 당나라 승려 일행 네 사람은 양의 창자처럼 구불구불한 큰길에 올라, 마음은 오로지 영산을 향해 절하러 가는 데만 두었다. 마침 가을이 다하고 겨울이 시작되는 때라, 바라보니 서리가 붉은 잎을 시들게 하여 숲마다 파리해졌고, 비가 누런 기장을 익혀 곳곳마다 가득하였다. 햇볕이 따뜻하여 고개 위 매화가 새벽빛 속에 피어났고, 바람이 산의 대나무를 흔들어 찬 소리를 일으켰다. 사부와 제자들이 오계국을 떠나 밤이면 묵고 새벽이면 길을 가기를 보름하고도 남짓 하였을 때, 홀연 또 한 자리 높은 산이 보였는데, 참으로 하늘을 스치고 해를 가로막을 만하였다. 삼장법사는 말 위에서 가슴이 철렁하여 급히 고삐를 당기며 행자를 불렀다.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무슨 분부이옵니이까?” 삼장법사가 말했다. “너희 보아라, 앞에 또 큰 산과 험한 고개가 있으니, 모름지기 세심히 살피고 방비하여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또 사악한 것이 와서 나를 해칠까 두렵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저 길이나 가옵소서, 다시는 마음을 쓰지 마옵소서. 이 늙은 손이 스스로 막아 낼 것이오니다.” 그 장로는 하는 수 없이 마음을 넓게 먹고 채찍을 가하여 말을 몰아 산 바위 아래 다다랐는데, 과연 그 또한 몹시 험준하였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높지 않으랴마는 꼭대기가 푸른 하늘에 닿았고, 깊지 않으랴마는 골짜기 속이 저승과 같았다. 산 앞에는 뭉게뭉게 솟는 흰 구름과 꿈틀꿈틀 이는 검은 안개가 늘 보였다. 붉은 매화와 푸른 대나무, 푸른 잣나무와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졌다. 산 뒤에는 천만 길이나 되는 넋을 옥죄는 영대가 있고, 그 대 뒤에는 기이하고 괴상하게 마귀를 감춘 굴이 있으며, 굴 속에는 똑똑똑똑 물방울 떨어지는 샘이 있고, 그 샘 아래에는 또 구불구불 흐르는 물골이 있었다. 또 하늘을 뛰고 땅을 찌르며 과일을 바치는 원숭이가 보이고, 뿔이 갈래갈래 갈라진 사슴, 멍청히 사람을 바라보는 노루가 있었다. 저물면 산을 넘어 굴을 찾는 호랑이요, 새벽을 기다려 물결을 뒤집으며 나오는 용이었다. 굴 문에 올라서니 쿵 하고 소리가 나고, 날짐승은 놀라 펄럭 날아오르며, 숲 속의 짐승은 우르르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이런 짐승과 새 떼를 보니 사람의 간담이 덜컹덜컹 서늘해졌다. 누각이 무너지면 굴이요 굴이 무너지면 누각이라, 굴과 누각이 마땅히 무너지면 그곳이 신선의 경지로다. 푸른 돌은 천 덩이의 옥으로 물들고, 푸른 비단 휘장은 만 무더기의 연기를 덮었다. 사부와 제자들이 이에 질겁하고 있는데, 또 산이 움푹 팬 곳에 붉은 구름 한 송이가 보였으니, 곧장 구소의 허공으로 솟아올라 한 덩어리의 불기운을 뭉쳐 놓았다. 행자가 크게 놀라 앞으로 다가가 삼장법사의 발을 잡아채어 말에서 밀어 내리며 외쳤다. “형제들, 가지들 말아라, 요괴가 왔도다!” 놀란 팔계가 급히 정파를 뽑아들고, 사승이 바쁘게 보장을 휘둘러 삼장법사를 가운데 에워싸 지켰다.
이야기는 두 갈래로 나뉜다. 각설하고 그 붉은 빛 속의 자는 참으로 요괴였다. 그는 몇 해 전에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동토 당나라의 승려가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데, 이는 금선장로가 환생한 몸이요, 열 대를 수행한 착한 사람이라. 그의 살점 한 조각을 먹는 자는 목숨이 길어져 천지와 더불어 함께한다.” 그는 아침마다 산속에서 기다렸는데, 뜻밖에도 오늘에야 당도하였다. 그가 반공중에서 바야흐로 내려다보고 있자니, 제자 셋이 말 위의 당승을 에워싸 지키며 저마다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정령이 칭찬을 마지않으며 말했다. “훌륭한 승려로다! 내 방금 흰 얼굴의 뚱뚱한 승려가 말을 타고 가는 것을 보았는데, 참으로 그 당나라의 성스런 승려이로다. 그런데 어찌하여 세 명의 못생긴 승려에게 둘러싸여 보호를 받고 있는고! 저마다 주먹을 내뻗고 소매를 걷으며 병기를 들고 있으니, 필시 누군가와 싸우려는 듯하구나. 아아! 어떤 눈 밝은 자가 나를 알아차린 것인지 모르겠구나. 저 모양이라면 당승의 고기를 얻어 먹을 생각은 접어야 하겠구나.” 한참을 깊이 생각하며, 마음으로 마음에 물어 스스로 의논하였다. “세력을 믿고 사로잡으려 한다면 가까이 갈 수 없을 것이요, 혹 선한 체하여 그를 미혹한다면 도리어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그의 마음을 미혹시켜 놓고, 내가 그 선함 속에 기회를 만들어 단연코 잡으리라. 우선 내려가 그를 한번 희롱해 보자.”
좋은 요괴여, 곧 붉은 빛을 흩고 구름을 내려앉혀 그 산비탈로 가서 몸을 흔들어 변하니, 일곱 살 난 동자로 변하였는데, 벌거벗은 몸에 옷 한 점 없었고 삼끈으로 손발을 묶인 채 소나무 가지 끝에 높이 매달려서는, 입으로는 그저 “살려 주시오! 살려 주시오!” 하고 외치고 있었다.
각설하고 그 손대성이 홀연 고개를 들어 다시 보니, 붉은 구름은 흩어지고 불기운은 온데간데없었다. 이에 외쳤다. “사부님, 말에 오르시어 길을 가옵소서.” 당승이 말했다. “너는 요괴가 왔다고 해 놓고는, 어찌 또 감히 길을 가자 하느냐?” 행자가 말했다. “내 방금 붉은 구름 한 송이가 땅에서 일어나 허공에서 한 덩어리의 불기운으로 뭉치는 것을 보았으니, 단연코 요괴였사옵니다. 이제 붉은 구름이 흩어진 것을 보니, 길을 지나가는 요괴라 사람을 감히 해치지 못하는 모양이니, 우리가 가 봅시다!”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사형 말씀은 언제나 그럴싸하오. 요괴한테 또 무슨 지나가는 것이 있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네가 어찌 알겠느냐. 만일 그 산 그 굴의 마왕이 잔치를 베풀어 여러 산 여러 굴의 정령들을 초청하여 모이게 한다면, 동서남북 네 길의 정령이 모두 모이러 올 것이니, 그런 까닭으로 그는 잔치에만 마음이 있고 사람을 해칠 뜻이 없는 것이니라. 이를 두고 지나가는 요괴라 하는 것이니라.” 삼장법사가 그 말을 듣고도 반은 믿고 반은 못 믿는 듯하였으나, 하는 수 없이 안장에 몸을 얹고 길을 따라 산으로 나아갔다. 한창 가고 있는데, 홀연 “살려 주시오!” 하고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장로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제자야, 이 산중 한가운데서 대체 어디서 무슨 사람이 부르는 것이냐?” 행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사부님, 그저 길이나 가옵소서. 무슨 사람 메는 가마니, 노새 가마니, 밝은 가마니, 잠자는 가마니니 하고 얽매이지 마옵소서. 이런 곳에 가마가 있다 한들 아무도 사부님을 메어 줄 사람이 없사옵니다.” 당승이 말했다. “메고 드는 가마가 아니라, 부르짖는 부름이니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 알고 있사오니, 쓸데없는 일에 관여하지 말고 우선이나 걸읍시다.”
삼장법사가 그 말을 좇아 채찍을 가하여 말을 몰아 다시 나아갔는데, 한 리도 못 가서 또 “살려 주시오!” 하고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장로가 말했다. “제자야, 이 부르는 소리는 귀신이나 요사한 것이 아니니라. 만일 귀신이나 요사한 것이라면 소리를 낼 뿐 메아리가 없느니라. 네가 들어 보아라, 그가 한 번 부르고 또 한 번 부르니, 필시 어려움에 빠진 사람이로다. 우리가 가서 그를 한번 구해 주자꾸나.”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오늘은 이 자비심을 잠시 거두어 두옵소서. 이 산을 지나간 뒤에 다시 자비를 베푸셔도 늦지 않사옵니다. 이곳은 흉한 일이 많고 길한 일이 적사옵니다. 사부님께서는 풀에 기대고 나무에 붙는다는 말을 아시옵니이까? 무릇 물건이면 요정이 될 수 있사오나, 여러 가지야 그러려니 해도 오직 한 가지 구렁이만은, 오래고 깊은 세월을 수행하여 요사한 정기가 되면 능히 사람의 아명을 알아내는 재주가 있사옵니다. 그가 풀숲이나 산 움푹한 곳에서 사람을 한 번 부를 적에, 사람이 대답하지 않으면 그만이려니와, 한 번 대답하면 그 사람의 원신을 채어 가고, 그날 밤 따라와 단연코 사람의 목숨을 해치느니라. 어서 갑시다! 어서 갑시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벗어나거든 신명께 사례하라 하였고, 절대로 그 소리를 들으면 아니 되느니라.” 장로는 하는 수 없이 그의 말을 좇아 다시 채찍을 가하여 말을 재촉하여 가는데, 행자가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건방진 요괴가 어디 있는지, 그저 부르고 또 부르는구나. 내 그에게 아침과 저녁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하는 묘유성법을 써서 둘이 서로 얼굴을 못 보게 하리라.” 훌륭한 대성이여, 사승을 불러 앞으로 오게 하여 말했다. “말을 붙잡고 천천히 걸어가거라. 이 늙은 손이 잠깐 용변을 보고 가마.” 보아라, 그가 당승을 몇 걸음 먼저 가게 한 뒤에, 주문을 외우고 산을 옮기며 땅을 줄이는 법을 써서, 여의금고봉을 뒤로 한 번 가리키니, 사부와 제자는 이 봉우리를 지나 앞으로 가 버리고 그 괴물은 뒤에 남겨 두었으며, 그는 다시 걸음을 크게 열어 당승을 따라잡아 줄곧 산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삼장법사가 또 산 등 뒤에서 “살려 주시오!”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장로가 말했다. “제자야, 저 어려움에 빠진 사람은 인연이 몹시 없어 우리를 만나지 못한 모양이로다. 우리가 그를 지나쳐 왔는데, 너 들어 보아라, 그가 산 뒤에서 부르고 있지 않으냐.” 팔계가 말했다. “있기는 아직 산 앞에 있사오나, 다만 이제는 바람이 바뀌었을 뿐이오.” 행자가 말했다. “바람이 바뀌건 말건 무슨 상관이냐, 우선이나 걸어가자.” 이에 마침내 모두 말이 없었고, 한 걸음에 이 산을 넘어버렸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거니와,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그친다.
각설하고 그 요괴는 산비탈에서 서너 번을 연달아 불렀건만, 인적은 더욱 없었다. 그가 속으로 헤아려 말했다. “내가 여기서 당승을 기다리는데, 그가 떨어진 거리가 삼 리가 못 되는 것을 보았거늘, 어찌하여 이 한참 동안 아직 오지 않는고? 필시 지름길로 내려간 모양이다.” 그가 몸을 한 번 떨고 밧줄을 벗어 던지고, 다시 붉은 빛을 띄워 위로 올라가 살펴보았다. 뜻하지 않게 손대성이 얼굴을 들어 되돌아보다가 그것이 요괴인 줄 알아차리고는, 또 당승의 발을 움켜쥐고 말에서 밀어 내리며 말했다. “형제들, 조심하여라! 조심하여라! 저 요괴가 또 왔도다!” 놀란 팔계와 사승이 저마다 병기를 들고 당승을 다시 가운데 에워싸 지켰다.
그 정령이 이를 보고 반공중에서 칭찬을 마지않으며 말했다. “훌륭한 승려로다! 내 방금 흰 얼굴의 승려가 말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거늘, 어찌하여 또 그 세 사람에게 감추어졌는고? 이번에 가서 대면하면 알게 되리라. 먼저 저 눈 밝은 자를 넘어뜨린 뒤에야 비로소 당승을 잡을 수 있으리라. 그렇지 않다면, 헛되이 꾀를 써도 물건을 얻기 어렵고, 부질없이 정력만 허비하여 모두 헛됨이 되리라.” 그리고는 또 구름을 내려앉혀, 지난번과 똑같이 변하여 소나무 산머리에 높이 매달려 기다렸는데, 이번에는 반 리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각설하고 그 손대성이 고개를 들어 다시 보니, 붉은 구름이 또 흩어졌으므로, 다시 사부님께 말에 오르시라 청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너는 요괴가 또 왔다고 해 놓고는, 어찌하여 또 길을 가자 하느냐?” 행자가 말했다. “이것도 지나가는 요괴라, 감히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옵니다.” 장로가 또 노기를 품으며 말했다. “이 건방진 원숭이가 나를 몹시 희롱하는구나! 마땅히 요마가 있는 곳에서는 일이 없다고 하고, 이렇듯 평온한 곳에서 또 나를 겁주어, 수시로 무슨 요괴가 있다고 떠드는구나. 헛것은 많고 실상은 적으면서도, 경중을 가리지 않고 나의 발을 잡아채어 말에서 내동댕이쳐 놓고는, 이제 와서 지나가는 요괴라는 둥 어쩌니 하는구나. 가령 나를 떨어뜨려 다치게 한다면 또한 섭섭한 일이 아니겠느냐! 이러고도, 이러고도!”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노하지 마옵소서. 만일 사부님의 손발을 다치게 했다면 도리어 고치기 쉬우려니와, 만일 요괴에게 채여 간다면 어느 곳에 가서 찾으시려 하옵니이까?” 삼장법사가 크게 노하여 으르렁거리며 긴고아주를 외우려 하였으나, 사승이 극구 만류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말에 올라 다시 길을 갔다.
아직 자리에 앉아 안정을 찾기도 전에, 또 “사부님, 살려 주시오!”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장로가 고개를 들어 보니, 과연 어린 아이 하나가 벌거벗은 몸으로 나무 위에 매달려 있었다.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추어 세우고는 행자를 꾸짖어 말했다. “이 건방진 원숭이가 어찌 저리도 무엄하고 게으르냐! 조금도 착하고 어진 마음이 없이, 마음마다 그저 제멋대로 굴며 흉악한 짓만 하려 하는구나! 내가 그토록 부르는 것이 사람의 소리라 하였거늘, 그는 천 마디 만 마디로 그저 요괴라 떠들더니, 너희 보아라, 저 나무에 매달린 것이 사람이 아니더냐?” 대성이 사부님이 노하여 덮치는 것을 보고, 또 그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았으니, 한편으로는 손을 쓸 수 없고 다른 한편으로는 긴고아주를 외울까 두려워, 고개를 숙인 채 감히 한마디도 대답하지 못하고 당승을 나무 아래까지 이르게 하였다. 그 장로가 채찍 끝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너는 어느 집 아이냐? 무슨 일로 여기에 매달려 있느냐? 나에게 말해 보아라, 그러면 너를 구해 주마.” 아아! 분명히 그는 요정이요, 그렇게 변한 것인데, 그 사부님은 바로 육안의 범태라 능히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 요마가 그가 자세히 묻는 것을 보고는 더욱 거짓을 꾸며, 눈에 눈물을 머금고 외쳤다. “사부님이시여, 산 서쪽으로 가면 고송간이라는 시내가 있고, 그 시내 건너에 한 마을이 있사온데, 저는 그곳 사람이옵니다. 저의 증조할아버지는 성이 홍이옵고, 다만 금은을 널리 쌓아 집안 재산이 억만이나 되어,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 홍백만이었나이다. 늙어 세상을 떠난 지 이미 오래되어, 집안 재산은 제 아비에게 넘어왔나이다. 근래에 인심이 사치하여 집안 재산이 점점 줄어들자, 이름을 고쳐 홍십만이라 하였사온데, 오로지 사방의 호걸들과 사귀며 금은을 꾸어 주고 이자를 얻으려 하였나이다. 어찌 알았으리이까, 저 무뢰한들이 꾀를 써서 속여 가 버려 원금도 이자도 돌아오지 않았나이다. 제 아비가 굳은 맹세를 하여 단 한 푼도 꾸어 주지 않겠다 하였나이다. 그러자 금은을 꾸었던 자들이 몸은 가난하고 꾀가 없어지자 흉당을 이루어, 횃불을 들고 몽둥이를 잡고 대낮에 우리 집을 쳐들어와, 재물과 비단을 남김없이 약탈하고 제 아비를 죽였나이다. 그리고 제 어미가 얼굴이 곱다 하여 끌고 가서 무슨 압채부인을 삼았나이다. 그때 절에, 제 어미는 저를 차마 버리지 못하여 저를 품에 안고, 슬피 울며 부들부들 떨면서 도적을 따라왔사온데, 뜻밖에도 이 산중에 이르러 또 저를 죽이려 하였나이다. 다행히 제 어미가 애원하여 칼끝에 목숨을 잃지는 않았사오나, 도리어 밧줄로 저를 나무에 매달아 놓고는 다만 얼어 죽고 굶어 죽으라 하였나이다. 저 도적들은 제 어미를 어디로 끌고 갔는지 알 수 없나이다. 저는 여기에 매달린 지 이미 사흘 낮 사흘 밤이옵고,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었나이다. 어느 세상에서 공덕을 쌓았는지, 금생에 사부님을 만났사오니, 만일 크나큰 자비를 베푸시어 제 목숨을 구해 집으로 돌려보내 주시온다면, 몸을 저당 잡히고 목숨을 팔아서라도 사부님의 은혜에 보답하겠나이다. 누런 모래가 얼굴을 덮는 날이 온다 한들 감히 잊지 못하올 것입니다.” 삼장법사가 그 말을 듣고 참된 줄로 여겨, 팔계에게 밧줄을 풀어 그를 내려 주라 하였다. 그 멍청한 자 또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곧장 앞으로 나서려 하는데, 행자가 곁에서 참지 못하고 한마디 호통을 쳤다. “이 건방진 것아! 너를 알아보는 자가 여기 있느니라! 줄곧 허공에다 헛것을 꾸며 거짓말로 사람을 속이려 들지 말아라! 네가 집안 재산을 약탈당하고 아비는 도적에게 상하고 어미는 남에게 끌려갔다면, 너를 구해다가 누구에게 넘겨주겠느냐? 네가 무슨 물건으로 나에게 사례하겠느냐? 이 거짓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도다!” 그 괴물이 그 말을 듣고 마음속에 겁이 나서, 대성이 능한 자임을 알고 몰래 그를 마음에 새겨 두었으며, 또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떨구어 말했다. “사부님, 비록 제 부모는 헛되이 죽고 집안 재산은 모조리 없어졌사오나, 아직 움직이지 않은 전답이 좀 있사옵고, 친척들은 모두 살아 있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너에게 무슨 친척이 있느냐?” 요괴가 말했다. “제 외갓집은 산 남쪽에 있사옵고, 고모는 고개 북쪽에 사옵니다. 시내 어귀의 이씨네 넷째는 제 이모부이옵고, 숲 속의 홍씨네 셋째는 제 족백이옵니다. 또 당숙과 당형이 모두 본가 마을 좌우에 사옵니다. 사부님께서 저를 구해 주시어 마을에 이르러 여러 친척을 만나시게 되거든, 사부님의 구원하신 은혜를 하나하나 여러 사람에게 말씀드리고, 전답을 좀 저당 잡히고 팔아서 후하게 사례하리이다.”
팔계가 그 말을 듣고 행자를 받아 쳐들며 말했다. “형님, 이렇게 어린 아이를 놓고 그대는 어찌 그리 캐묻기만 하시오! 그의 말이 옳지 않소이까. 도적들이 약탈한 것은 그저 떠돌이 재산이니, 설마 집과 전답까지 약탈해 가겠소이까? 그의 친척들에게 말만 하면, 우리가 아무리 먹성이 크다 한들 그의 전답 열 이랑 값을 다 먹어 치우지는 못할 것이오. 그를 내려 주시오.” 그 멍청한 자는 그저 먹을 것만 생각하고 무슨 좋고 나쁨을 따질 줄 몰라, 들고 있던 칼로 밧줄을 찔러 끊고 괴물을 내려놓았다.
그 괴물은 당승의 말 아래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저 머리를 조아렸다. 장로의 마음이 자애로워져 외쳤다. “아이야, 네가 말에 올라라, 내가 너를 데려가마.” 그 괴물이 말했다. “사부님이시여, 저는 손발이 다 매달려 저렸사옵고 허리와 골반이 아프옵니다. 또한 시골 사람이라 말 타는 데 익지 않았사옵니다.” 당승이 팔계에게 업으라 하니, 그 요괴가 한번 곁눈질하며 말했다. “사부님, 제 피부가 다 얼어 터졌사온데, 감히 이 사부님께 업히려 하지 않사옵니다. 그분은 입이 길고 귀가 크시며 뒤통수의 갈기가 억세어 저를 찔러 아프게 하옵니다.” 당승이 말했다. “그러면 사승에게 업히도록 하여라.” 그 괴물도 한번 곁눈질하며 말했다. “사부님, 저 도적들이 우리 집을 털러 왔을 적에 하나같이 얼굴에다 분칠을 하고 가짜 수염을 달고 칼과 몽둥이를 들고 있었나이다. 저는 그들에게 겁을 잔뜩 집어먹었사온데, 이렇게 상이 사나운 얼굴을 하신 사부님을 뵈오니 더욱 넋이 나가 버렸사옵니다. 그분께 업히는 것도 감히 원하지 않사옵니다.” 당승이 손행자에게 업으라 하니, 행자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내가 업마! 내가 업마!” 그 괴물은 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순순히 행자에게 업히려 하였다. 행자가 그를 길가로 끌어다 한번 들어 보니, 겨우 삼 근에 열 냥쯤 나갈 만큼 가벼웠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건방진 괴물아, 오늘은 죽을 팔자로구나, 어찌 이 늙은 손 앞에서 헛것을 부리느냐! 나는 네가 바로 그 물건인 줄 알고 있느니라.” 요괴가 말했다. “사부님, 저는 좋은 집안의 자식이옵니다. 불행히 이 큰 난을 만났사온데, 제가 어찌 무슨 그 물건이겠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네가 좋은 집안의 자식이라면, 어찌하여 뼈가 이다지도 가볍단 말이냐?” 요괴가 말했다. “제 골격이 작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너는 올해 몇 살이냐?” 그 괴물이 말했다. “일곱 살이옵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한 살에 한 근씩만 자랐어도 일곱 근은 되어야 할 터인데, 너는 어찌하여 네 근도 되지 않느냐?” 그 괴물이 말했다. “저는 어려서 젖을 떼지 못하였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그러면 좋다, 내가 너를 업고 가마. 만일 오줌을 누거나 똥을 싸거든 꼭 나에게 일러라.” 삼장법사가 이에 팔계와 사승을 거느리고 앞서 가고, 행자가 아이를 등에 업고 뒤를 따르니, 일행이 곧장 서쪽으로 향하였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도덕이 높으면 마장도 높아, 선기는 본래 고요하건만 고요함이 도리어 요괴를 낳는다. 심군은 정직하여 중도를 행하고, 목모는 어리석고 완고하여 밖으로 내달린다. 의마는 말이 없으나 애욕을 품고, 황파는 말이 없어도 스스로 근심에 타는구나. 객사가 뜻을 얻어 헛되이 기뻐하나, 필경에는 바른 곳으로 돌아가 사라지리라.” 손대성이 요마를 업고는 마음속으로 당승을 원망하였다. “사부님은 고생을 모르시는구나. 이토록 험준한 산길을 빈몸으로도 걷기 어려운데, 도리어 이 늙은 손에게 사람을 지고 가라 하시니,
이놈이 요괴라 말할 것도 없거니와, 좋은 사람이라 한들 그는 부모를 잃었으니 그를 누구에게 데려다주란 말인가. 차라리 내동댕이쳐 죽여 버리는 것이 낫겠다.” 그 괴물은 벌써 알아차리고는 곧 신통을 부려, 사방에서 숨을 네 번 들이마셔 행자의 등에 불어넣으니, 등에 진 것이 무게 천 근이나 되는 듯하였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 아들아, 네가 몸을 무겁게 하는 법을 써서 내 상전을 누르려 하는구나!” 그 괴물이 그 말을 듣고 대성이 자신을 해칠까 두려워하여, 곧 시체를 풀어 놓고 원신을 빠져나가게 하여 껑충 뛰어올라 구소의 허공에 우뚝 서니, 행자의 등에 진 것은 갈수록 무거워졌다. 원숭이 왕이 노를 내어 그를 움켜잡아 길가의 억센 돌 위에다 질척하고 내동댕이치니, 시신은 고기 전병처럼 넓적하게 뭉개졌다. 오히려 그가 또 무례할까 염려하여, 아예 팔다리를 잡아당겨 길 양쪽에 내던져 모조리 가루가 되게 하였다.
그 물건은 허공에서 환히 내려다보다가, 가슴속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참지 못하여 말했다. “이 원숭이 승려는 몹시 무엄하구나! 내가 요마로서 네 사부를 해치려 한다 하더라도, 아직 내가 어떻게 손을 대는지 보지도 못하였거늘, 너는 어찌하여 나를 이토록 상하게 하느냐! 다행히 내가 계책이 있어 몸을 빠져나와 달아났거니와, 그렇지 않았다면 까닭 없이 목숨을 잃었으리라. 이때를 놓치고 당승을 잡지 않는다면, 다시 한 차례 넘겨주었다가는 도리어 그가 머물러 꾀만 키우게 하리라.” 좋은 괴물이여, 곧 반공중에서 회오리바람을 한바탕 일으키니, 휘이익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돌을 굴리고 모래를 날리며 참으로 흉악하고 사나웠다. 훌륭한 바람이여. 성난 물결이 소용돌이치며 물과 구름에서 비린내를 풍기고, 검은 기운이 무럭무럭 솟아 해와 달의 밝음을 가렸다. 고개의 나무는 뿌리째 모조리 뽑히고, 들매화는 줄기까지 모두 꺾여 누웠다. 누런 모래가 눈을 가려 사람이 걷기 어렵고, 괴석이 부서져 길이 어찌 평탄하리오. 굴러가고 뭉쳐져 평지가 캄캄해지니, 온 산의 짐승과 새가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 바람이 몰아쳐 삼장법사는 말 위에 버티지 못하고, 팔계는 감히 고개를 들어 쳐다보지 못하며, 사승은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가렸다. 손대성이 괴물이 바람을 부리는 줄 알아차리고 급히 걸음을 옮겨 쫓아갈 제, 그 괴물은 벌써 바람머리를 타고 당승을 채어 달아나 버려, 자취도 그림자도 없이 어느 곳으로 채어 갔는지 알 수 없어 찾을 길이 없었다.
잠시 뒤에 바람 소리가 잦아들고 햇빛이 밝아졌다. 행자가 앞으로 나아가 보니, 흰 용마가 부들부들 떨며 소리를 내어 울고, 행장 짐은 길 아래 내동댕이쳐져 있었으며, 팔계는 벼랑 아래 엎드려 신음하고, 사승은 비탈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부르짖고 있었다. 행자가 외쳤다. “팔계야!” 그 멍청한 자가 행자의 소리인 줄 알아듣고 고개를 들어 보니, 사나운 바람은 이미 잦아들어 있었으므로 기어 일어나 행자의 옷을 붙잡으며 말했다. “형님, 바람이 얼마나 사나웠는지 아시오!”
사승도 나서며 말했다. “형님, 이것은 회오리바람이었소.” 그리고 물었다. “사부님은 어디 계시오?” 팔계가 말했다. “바람이 몹시 세게 불어 우리는 모두 머리를 감추고 눈을 가리며 저마다 바람을 피하였소. 사부님도 말 위에 엎드려 계셨소.” 행자가 말했다. “그럼 이제는 어디로 가신 것이냐?” 사승이 말했다. “등잔심지로 만든 분이라, 한바탕 바람에 휩쓸려 가신 모양이오.”
행자가 말했다. “형제들, 우리는 이제부터 흩어져야 하겠다!” 팔계가 말했다. “옳소, 일찍 흩어져 저마다 갈 길을 찾는 것이 얼마나 좋겠소. 저 서천 가는 길은 끝이 없건만, 어느 때에 다 당하겠소!” 사승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온몸이 저려 말했다. “사형, 그대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오. 우리는 전생에 죄가 있어 관세음보살의 권화를 입고,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계를 받고 법명을 고쳐 불과에 귀의하여, 원하여 당승을 보호하고 서방으로 올라가 부처께 절하고 경을 구하여 공으로 죄를 갚기로 하였소. 오늘 이곳에 이르러 한꺼번에 모두 그만두자니, 저마다 갈 길을 찾자는 그런 말씀을 내놓으시다니, 어찌 보살의 선한 과보를 어기고 자기 덕행을 망치며, 남의 비웃음을 사서 우리에게 유종의 미가 없다는 말을 듣게 하려 하시오!” 행자가 말했다. “동생, 네 말도 옳다. 그러나 사부님이 남의 말을 듣지 않으시니 어찌하겠느냐. 내 이 화안금정은 좋고 나쁜 것을 환히 알아보는데, 방금 이 바람은 저 나무에 매달렸던 아이가 부린 것이니라. 나는 그가 요정인 줄 알아보았으나 너희는 알아보지 못하고, 사부님도 알아보지 못하여 좋은 집안의 자식인 줄로 여기시고 나에게 업고 가라 하셨느니라. 이 늙은 손이 꾀를 내어 그를 골려 주려 하자, 그는 몸을 무겁게 하는 법을 써서 나를 눌렀느니라. 내가 그를 산산이 부수어 버렸더니, 그는 시체를 푸는 법을 또 쓴 모양이요,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우리 사부님을 채어 간 것이니라. 그런 까닭에 사부님이 매양 내 말을 듣지 않으시는 것이 원망스러워, 내 마음이 게을러지고 재가 되어 저마다 흩어지자 하였느니라. 현제가 이토록 정성이 있다 하니, 이 늙은 손을 진퇴양난에 빠뜨리는구나. 팔계야, 너는 도대체 어찌하려느냐?” 팔계가 말했다. “내 방금 실수로 함부로 몇 마디 내뱉었소. 실은 흩어져서도 아니 되오. 형님,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사제의 말을 믿고 그 요괴를 찾아 사부님을 구하러 갑시다.” 행자가 노기를 거두고 기뻐하며 말했다. “형제들, 다시 한마음으로 뭉치자꾸나. 행장과 말을 거두어 산에 올라 괴물을 찾아 사부님을 구하러 가자.” 세 사람이 칡을 붙잡고 덩굴을 당기며 비탈을 찾고 시내를 돌아 오륙십 리쯤 지나갔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그 산에는 날짐승과 들짐승이 하나도 없으며 늙은 잣나무와 큰 소나무만 흔히 보였다. 손대성이 몹시 마음이 조급해져 몸을 한 번 솟구쳐 험한 봉우리 꼭대기로 뛰어올라, 한마디 “변하여라!” 하고 외치며 세 머리 여섯 팔로 변하였으니, 천궁을 크게 어지럽히던 그 본 모습이었다. 여의금고봉을 한번 휘둘러 세 개의 금고봉으로 만들어서는, 펑펑 쾅쾅 동쪽으로 한 줄기 내리치고 서쪽으로 한 줄기 내리치며 양쪽으로 쉬지 않고 마구 내리쳤다. 팔계가 이를 보고 말했다. “사승, 큰일 났네. 사형이 사부님을 찾지 못하자 화가 나서 미친 바람이 난 것이야.”
그 행자가 한참을 내리치자 한 무리의 가난한 신들이 튀어나왔는데, 모두 조각 하나를 걸치고 조각 하나를 드리운 차림에, 속바지는 샅이 없고 겉바지는 통이 없는 것들이라, 산 앞에 무릎을 꿇고 외쳤다. “대성이시여, 산신토지가 뵈옵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어찌하여 이토록 많은 산신토지가 있느냐?” 뭇 신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성께 아뢰옵니다. 이 산은 육백 리를 뚫고 솟은 송곳이라 하여 호산이라 불리옵니다. 저희는 십 리마다 산신 하나, 십 리마다 토지 하나씩 있어, 모두 서른 명의 산신과 서른 명의 토지이옵니다. 어제 대성께서 오신다는 말을 들었사오나 한꺼번에 모이지 못하여 영접이 늦었사옵니다. 그 바람에 대성께서 노하셨사오니, 부디 죄를 용서하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우선 너희 죄는 용서하마. 내가 묻겠다, 이 산에 요괴가 몇이나 있느냐?” 뭇 신이 말했다. “할아버지시여, 요괴는 하나뿐이옵니다마는 우리 머리통이 닳도록 들볶아 놓았사옵니다. 우리로 하여금 향도 모자라고 종이도 없으며 피와 제물이 아주 끊어지게 만들어, 하나같이 입는 것은 몸을 가리지 못하고 먹는 것은 입에 채우지 못하옵니다. 그 판에 요괴가 얼마나 더 있겠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그 요괴가 산 앞에 사느냐, 산 뒤에 사느냐?” 뭇 신이 말했다. “그는 산 앞에도 산 뒤에도 있지 않사옵니다. 이 산중에 한 시내가 있사온데 고송간이라 하옵고, 그 시내 가에 한 굴이 있사온데 화운동이라 하옵니다. 그 굴속에 마왕 하나가 있사온데 신통이 광대하여, 늘 우리 산신토지를 잡아다가 불을 때고 문을 지키게 하며, 밤이면 그를 위하여 방울을 들고 다니며 도둑을 살피게 하옵니다. 작은 요괴들은 또 무슨 상례전을 달라고 조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너희는 음귀의 신선이거늘 무슨 돈이 있느냐?” 뭇 신이 말했다. “바로 그에게 줄 돈이 없사옵기에, 하는 수 없이 산 노루와 들사슴을 몇 마리 잡아다가 아침저녁으로 요괴 떼에게 대접하옵니다. 만일 바칠 물건이 없으면 와서 사당을 헐고 옷을 벗겨 가며, 우리가 편히 살 수 없도록 휘저어 놓사옵니다! 부디 대성께서 저희를 위하여 이 괴물을 쳐 없애시어 산 위의 생령을 구해 주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너희가 그의 절제를 받고 늘 그의 굴 아래 있으니, 그가 어디 요괴이며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있겠느냐?” 뭇 신이 말했다. “그를 말씀드리면 대성께서도 아실는지 모르옵니다. 그는 우마왕의 아들이옵고 나찰녀가 낳았사옵니다. 일찍이 화염산에서 삼백 년을 수행하여 삼매진화를 이루어, 또한 신통이 광대하옵니다. 우마왕이 그를 보내어 호산을 지키게 하였사온데, 젖먹이 때의 이름을 홍해아라 하옵고 호는 성영대왕이옵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흐뭇하여, 토지와 산신을 물러가라 호통치고는 본 모습으로 돌아와 봉우리에서 뛰어내려 팔계와 사승에게 말했다. “형제들, 마음을 놓아라, 다시는 걱정할 것 없느니라. 사부님은 결코 해를 입지 않으실 것이니, 그 요괴는 이 늙은 손과 친척이니라.”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 거짓말 마시오. 형님은 동승신주에 있고 그는 이 서우하주에 있사온데, 길이 아득히 멀고 온갖 물과 천 겹의 산이 가로막혀 있으며 바다도 두 줄기가 있거늘, 어찌 형님과 친척이 되겠소이까?” 행자가 말했다. “방금 이 무리는 모두 이 고장의 토지와 산신이니라. 내가 그들에게 요괴의 내력을 물었더니, 그가 우마왕의 아들이요 나찰녀가 낳았으며, 이름을 홍해아라 하고 호는 성영대왕이라 하였느니라. 생각하건대 이 늙은 손이 오백 년 전에 천궁을 크게 어지럽히던 때에 천하의 명산을 두루 돌아다니며 대지의 호걸을 찾아 사귀었는데, 그 우마왕이 일찍이 이 늙은 손과 일곱 의형제를 맺었느니라. 대개 마왕이 대여섯이었건만 오직 이 늙은 손만이 몸집이 작게 태어난 까닭에, 우마왕을 큰형이라 불렀느니라. 이 요괴는 우마왕의 아들이니 내가 그 아비와 서로 아는 사이고, 따져 보자면 오히려 그의 늙은 숙부가 되는 터인데 그가 어찌 감히 내 사부님을 해치겠느냐? 우리 서둘러 가자꾸나.” 사승이 웃으며 말했다. “형님, 속담에 이르기를 삼 년을 문턱을 넘지 않으면 친척도 친척이 아니라 하였소. 형님은 그와 오륙백 년을 헤어져 지냈고, 술잔을 주고받은 적도 없거니와 절에 초대한 적도 없사온데, 그가 어찌 형님과 무슨 친척을 인정하겠소이까?”
행자가 말했다. “너는 어찌하여 그리 사람을 헤아리느냐! 속담에 이르기를, 한 잎의 부평초도 큰 바다로 돌아가고, 사람이 되어서야 어찌 서로 만나지 못할 곳이 있으랴 하였느니라. 설령 그가 친척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여도, 좋게 말해 내 사부님을 해치지는 않으리라. 그가 술자리에 붙잡아 두기를 바라지는 않거니와, 필시 온전한 당승을 내게 돌려주리라.” 세 형제가 저마다 정성을 다하여 흰 말을 끌고, 말 위에는 행장을 싣고, 큰길을 찾아 곧장 나아갔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백여 리쯤을 가니, 홀연 소나무 숲 하나가 보이는데, 숲 속에 구불구불한 시내가 있고 그 시내 아래로는 푸르고 맑은 살아 있는 물이 흘러내렸으며, 그 시내 끝머리에 돌판 다리 하나가 있어 저쪽 굴집으로 통하고 있었다. 행자가 말했다. “동생, 저쪽에 돌벼랑이 낭낭하게 솟은 것이 보이느냐, 필시 요괴의 사는 곳이로다. 우리 여러 사람이 의논하여 누가 행장과 말을 지키고 서 있을 터이며, 누가 기꺼이 나를 따라 건너가 요괴를 항복받겠느냐?” 팔계가 말했다. “형님, 이 늙은 저팔계는 앉아 있는 성미가 못 되오. 내가 형님을 따라가겠소.” 행자가 말했다. “좋다! 좋다!” 그리고 사승에게 일렀다. “말과 행장을 모두 숲 깊은 곳에 숨겨 두고 조심하여 지키고 있거라. 우리 두 사람이 문을 찾아가 사부님을 찾을 터이니.” 그 사승이 명을 좇고, 팔계가 행자를 따라 저마다 병기를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바로 이러하였다.
아직 단련되지 않은 영아의 사악한 불이 이기니, 심원과 목모가 함께 부축하는도다.
결국 이번 길이 길흉이 어떠할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