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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 제42회 대성은근배남해(大聖慇懃拜南海) · 관음자선박홍해(觀音慈善縛紅孩)

말하자면, 그 여섯 장수가 동굴 문을 나서 곧장 서남쪽을 향해 길을 따라 걸어갔다. 행자가 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저놈들이 늙은 대왕을 모셔다 내 스승님을 잡수시게 하려 하는구나. 그 늙은 대왕은 틀림없이 우마왕이로다. 내가 예전에 그를 만났을 적에는 참으로 뜻이 맞고 정이 통해 사귐이 매우 두터웠는데, 이제 내가 바른 도로 돌아왔어도 그는 여전히 사악한 마귀로구나. 오래도록 만나지 못하였으나 그 생김새는 아직 기억하고 있으니, 이번에 내가 우마왕으로 둔갑하여 그놈을 한번 속여 보고 과연 어떨지 두고 보리라.” 과연 훌륭한 행자로다, 그는 여섯 작은 요괴를 피해 날개를 펴고 앞으로 날아가 그들과 십여 리쯤 되는 거리를 두고서, 몸을 한 번 흔들어 우마왕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털 몇 가닥을 뽑아 “변해라!” 하고 외우니 곧장 작은 요괴 몇몇이 되었다. 그는 산골짜기 속에서 매를 팔에 얹고 개를 끌며 쇠뇌를 당기고 활을 겨누어 사냥꾼 행색을 하고는 그 여섯 장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무리가 서로 밀고 당기며 가다가 홀연히 우마왕이 한가운데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흥홍흔과 흔홍흥이 와락 엎드려 절하며 “늙은 대왕 할아범이 여기 계시구나!”라고 말했다. 운리무와 무리운, 급여화와 쾌여풍은 모두 범인의 육안이라, 어찌 참과 거짓을 알아보랴. 그들도 함께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할아범! 저희는 화운동 성영대왕이 보낸 몸이오니, 늙은 대왕 할아범을 모시러 가서 당승의 고기를 잡수시고 수명을 천 년이나 늘리시라 하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구실을 삼아 대답했다. “얘들아, 일어나라. 나와 함께 집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오마.” 작은 요괴가 머리를 조아리며 “할아범, 사정을 봐주시어 저택에 들르실 것 없사옵니다. 길이 멀고도 머니 저희 대왕께 꾸지람을 들을까 두렵사오니 곧장 모셔 가겠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착한 내 새끼들, 좋다 좋다. 앞에서 길을 열어라, 내가 너희와 함께 가마.”라고 말했다. 여섯 괴물이 정신을 가다듬어 앞에서 길을 외치며 나아가고 대성이 그 뒤를 따랐다.

오래지 않아 그곳에 당도했다. 쾌여풍과 급여화가 동굴 안으로 뛰어들어 “대왕, 늙은 대왕 할아범이 오셨소.”라고 아뢰었다. 요괴 왕이 기뻐하며 “너희가 참으로 쓸 만하구나, 어찌 이리도 빨리 왔느냐.”라고 말했다.

곧 “두목들은 대오를 벌리고 깃발을 세워 북을 울리며 늙은 대왕 할아범을 맞이하라.”라고 명령하였다. 온 동굴의 무리 요괴가 분부를 좇아 가지런히 늘어서 밖으로 나갔다. 이 행자는 기세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몸을 한 번 부르르 떨어 매와 개를 부리던 털을 도로 거두어들인 뒤, 큰 걸음을 내딛어 곧장 문 안으로 들어가 남쪽 한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홍해아가 앞에 꿇어앉아 위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부왕, 아이가 절을 올리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아이는 예를 차리지 말라.”라고 말하니, 그 요괴 왕이 네 번 큰절을 올리고 나서 아랫자리에 섰다. 행자가 “내 아들아, 나를 청한 것이 무슨 일이냐?”라고 물으니 요괴 왕이 몸을 굽히며 말했다.

“아이의 재주가 보잘것없사오나 어제 사람 하나를 잡았느니라. 바로 동토 대당의 승려이니라. 늘 남에게서 들으니 그는 열 세상 동안 수행을 쌓은 사람이라, 누구든 그 살 한 점을 먹으면 봉래산과 영주산의 늙지 않는 신선처럼 장수한다 하느니라. 어리석은 이 아이가 감히 혼자 먹을 수 없어 특별히 부왕을 모셔 와 함께 당승의 고기를 즐기시고 수명을 천 년이나 늘리시려 하였느니라.” 행자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내 아들아, 그 당승이 누구란 말이냐?”라고 말했다. 요괴 왕이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사람이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내 아들아, 혹시 손행자의 스승이냐?”라고 물으니 요괴 왕이 “바로 그러하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손을 내젓고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그는 건드리지 말라! 건드리지 말라! 다른 이라면 건드려도 좋으련만 손행자야말로 그런 사람이니라. 내 어진 사위야, 너는 그를 만나 본 적이 없느냐? 그 원숭이는 신통이 광대하고 변화가 무궁하니라. 일찍이 천궁을 크게 뒤집어 놓아 옥황상제가 십만 천병을 보내고 천라지망을 펼쳤어도 끝내 그를 잡지 못하였느니라. 네가 어찌 감히 그의 스승을 먹으려 하느냐! 어서 내보내어 그에게 돌려주고 그 원숭이를 자극하지 말라. 그가 네가 스승을 먹었다는 소문을 들으면 너와 싸우러 오지도 않으리라. 다만 그 여의금고봉으로 산허리에 구멍을 하나 뚫어 산까지 두 손으로 퍼 갈 것이니라. 내 아들아, 그리되면 네가 어디 가 몸을 붙이겠으며, 나는 늙어 누구에게 의지하란 말이냐!”

요괴 왕이 말했다. “부왕께서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나이까. 남의 기운을 북돋우고 이 아이의 위풍을 꺾으시려 하시나이까. 그 손행자에게는 형제가 모두 셋이라 당승을 모시고 내 산 중턱에 이르렀는데, 내가 변화 하나를 부려 그의 스승을 움켜잡았느니라. 그가 저팔계와 함께 내 문 앞을 찾아와 무슨 인척이라니 사귀던 사이라니 하는 소리를 늘어놓기에, 이 아이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하여 그와 몇 합을 겨루었으나 그저 그럭저럭이었고 뛰어난 수는 보이지 않더라. 그때 저팔계가 곁에서 끼어들어 돕려 하기에 이 아이가 삼매진화를 토해 한바탕 불에 태워 물리쳤느니라. 놀란 그들이 사해용왕을 청해 비를 내리게 하였으나 내 삼매진화를 끌 수 없었고, 도리어 그가 잠시 정신을 잃는 지경에 빠져 황급히 저팔계를 시켜 남해의 관음보살을 청하러 가게 하였느니라. 이 아이가 관음으로 변해 저팔계를 속여 데려다가 여의 주머니에 매달아 두고 작은 아이들과 함께 쪄 먹으려 하였느니라. 그 행자가 오늘 아침 또 내 문 앞에 와서 고함을 치기에 분부하여 그를 잡으라 하였더니, 놀란 그가 보따리를 버리고 달아났느니라. 그래서 부왕을 모셔 와 당승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시게 하려 하였나이다. 그런 뒤에야 쪄서 올리시면 수명이 길어져 늙지 않으시리라.” 행자가 웃으며 “내 어진 사위야, 너는 삼매진화로 그를 이겼다는 것만 알았지 그에게 일흔두 가지 변화가 있는 줄은 모르는구나!”라고 말했다. 요괴 왕이 “그가 어떻게 변한들 나는 알아보리라. 아무렴 감히 내 문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리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내 아들아, 네가 비록 알아보기는 하나 그는 크게는 변하지 않느니라. 낭항이나 코끼리처럼 변한다면 네 문으로 들어오지 못할 터이니, 작게 변하면 네가 알아보기 어려우리라.”라고 말했다. 요괴 왕이 말했다.

“그가 아무리 작게 변한들 내 이곳 문마다 사오 명의 작은 요괴가 지키고 있거늘 그놈이 어찌 들어올 수 있으리오!”행자가 “너는 모르는구나, 그는 파리와 모기와 벼룩이 될 수도 있고 꿀벌과 나비와 매미 따위가 될 수도 있느니라. 또한 내 모습으로 변할 줄도 아는데 네가 어디 그를 알아보겠느냐?” 요괴 왕이 “걱정 마시라. 그놈이 쇠 담력에 구리 심장이라 한들 감히 내 문 가까이 오지 못하리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내 어진 사위에게 훌륭한 수단이 있어 참으로 그를 당해 낼 만하니, 그래야 나를 청해 당승의 고기를 먹이려 하는 것이로되, 안타깝게도 나는 오늘 당장에는 먹지 않겠노라.” 요괴 왕이 “어찌하여 잡수시지 않으시나이까?”라고 물었다. 행자가 “내가 요즘 늙고 보니 네 어미가 늘 선한 일을 좀 하라 권하느니라. 생각해 보아도 선을 베풀 만한 것이 없어 우선 재계나 하려 하노라.”라고 말했다.

요괴 왕이 “부왕께서 올리시는 재가 긴 재이신지 달 재이신지 모르겠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긴 재도 아니요, 달 재도 아니니라. 이를 뇌재라 하느니라. 다만 한 달에 나흘뿐이니라.”라고 말했다. 요괴 왕이 “어느 나흘이니이까?”라고 물었다. 행자가 “초엿새와 신일이 서로 만나는 나흘이니라. 오늘이 바로 신유일이거늘, 하나는 마땅히 재를 올릴 날이요, 둘째는 유일에는 손님을 만나지 않는 법이라.

“그러니 내일을 기다렸다가 내가 친히 그를 씻어 쪄서 너희와 함께 즐기리라.” 그 요괴 왕이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부왕은 평소 사람을 잡아먹고 살아 천 년이 넘도록 사셨거늘, 어찌 이제 와서 재를 올리려 하시는가? 애초에 악을 많이 저지르셨으니 서너 날 재를 올린들 무슨 공덕이 거기서 쌓이겠느냐! 이 말은 거짓이로다, 수상하다! 수상하다!” 그는 곧 몸을 빼어 둘째 문 밖으로 나가 여섯 장수를 불러 물었다. “너희는 그 늙은 대왕을 어디서 모셔 왔느냐?” 작은 요괴들이 “중도에서 모셔 왔소.”라고 말했다. 요괴 왕이 “내 말이 옳지, 어찌 그리 빨리 왔느냐. 집에 들르지도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작은 요괴들이 “예, 들르지 않았소.”라고 말했다. 요괴 왕이 “큰일 났구나! 가짜를 당하였도다! 이분은 늙은 대왕이 아니니라!”라고 말했다. 작은 요괴들이 모두 꿇어앉아 “대왕, 친아버지를 어찌 알아보지 못하시나이까?”라고 말했다. 요괴 왕이 말했다. “생김새와 거동은 모두 닮았으나 말이 닮지 않았으니, 필경 가짜를 만나 남에게 손해를 볼까 두렵노라. 너희는 모두 조심하라. 칼을 쓰는 놈은 칼집에서 칼을 빼어 들고, 창을 쓰는 놈은 창날을 갈아 번쩍이게 하며, 몽둥이를 쓰는 놈은 몽둥이를 잡고, 밧줄을 쓰는 놈은 밧줄을 챙겨라. 내가 다시 들어가 물어 그의 대답이 어떠한지 보리라. 과연 늙은 대왕이시라면 오늘 안 드셔도, 내일 안 드셔도, 한 달이 늦어진들 무슨 해가 있으리오! 그러나 만일 말이 맞지 않으면 내가 콧소리를 한 번 내는 것을 신호로 너희가 일제히 달려들라.” 무리 마귀들이 저마다 분부를 받들었다.

이 요괴 왕이 몸을 돌려 다시 안으로 들어와 행자 앞에서 또 절을 올렸다. 행자가 “아들아, 집안에서 늘 차리는 예는 없는 법이니 절은 필요 없다마는,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 대로 말해 보아라.”라고 말했다. 요괴 왕이 땅에 엎드려 말했다. “어리석은 이 아이가 하나는 당승의 고기를 올려 잡수시라고 모셔 온 것이옵니다만, 둘째는 여쭐 말씀이 있사옵니다. 지난번에 한가롭게 상서로운 빛을 타고 구소 높은 하늘로 올라갔다가 홀연히 조연도령 장 선생을 만났나이다.” 행자가 “천사를 지내는 장도령이란 말이냐?”라고 물으니 요괴 왕이 “바로 그분이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무슨 말을 하시더냐?”라고 물었다. 요괴 왕이 “그분이 이 아이의 오관이 반듯하고 삼정이 고른 것을 보시고는 몇 해 몇 달 며칠 어느 시각에 세상에 나왔는지 물었나이다. 아이가 어려서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였나이다. 선생께서는 자평술에 통달하시어 오성을 헤아려 주시려 하였기에, 이번에 부왕을 모신 김에 바로 이것을 여쭙고자 하였나이다. 다음에 다시 그분을 만나거든 정성껏 점괘를 부탁드리려 하였나이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위에 앉은 채로 속으로 비웃었다. “참으로 요상한 요괴로구나! 내가 불과에 귀의하여 당 스승님을 모신 뒤로 가는 길에 요괴도 몇 마리 잡았건만 이놈처럼 캐묻기를 잘하는 놈은 없었느니라. 집안 형편이 어떠니 쌀이 모자라니 땔감이 없느니 하는 말을 물었다면 내 마음대로 지어 대답할 수도 있으련만, 이제 내게 태어난 해와 달과 날을 물으니 내가 어찌 알겠느냐!” 과연 훌륭한 원숭이 왕이로다, 그는 또한 몹시 재치가 있어 위풍당당하게 한가운데 앉아 조금도 두려운 기색을 보이지 않고, 도리어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띠고 흐뭇하게 말했다. “어진 사위야, 일어나라. 내가 늙어 요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상했더니, 너의 태어난 시각을 그만 잊어버렸노라. 내일 집에 돌아가 네 어미에게 물어보면 알리라.”

요괴 왕이 “부왕께서는 나의 여덟 글자를 늘 입에 달고 계시며 하늘과 더불어 늙지 않는 수명이라 하셨거늘, 어찌 하루아침에 잊으시나이까! 그런 이치가 어디 있나이까! 필시 가짜이니라!”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콧소리를 한 번 내니 무리 요괴가 창과 칼을 들고 몰려들어 행자의 머리와 얼굴을 가리지 않고 찔러 왔다. 이 대성이 여의금고봉으로 받아 막고 본모습을 드러내어 요괴에게 “어진 사위야, 너는 참으로 무례하구나. 어느 아들이 아비를 때리더냐?”라고 말했다. 그 요괴 왕은 낯이 온통 붉어져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감히 고개를 들어 쳐다보지도 못하였다. 행자가 금빛 광채로 변하여 그의 동굴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작은 요괴가 “대왕, 손행자가 도망쳤소.”라고 말했다. 요괴 왕이 “됐다 됐다! 가게 두어라! 이번에 내가 그놈에게 크게 당하였구나!

문이나 닫아걸아라. 그놈과 말을 섞지 말고 당승이나 씻어 쪄 먹는 수밖에.”

말하자면, 그 행자가 쇠몽둥이를 메고 껄껄 웃으며 시냇가 저쪽에서 돌아왔다. 사승이 그 소리를 듣고 급히 숲에서 나와 마주 나서며 “형님, 반나절 만에야 돌아오시는데 어찌 그리 흐뭇하게 웃으시나이까? 아마 스승님을 구해 오신 모양이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아우야, 스승님을 구해 내지는 못하였으나 오히려 우위를 잡고 왔노라.”라고 말했다. 사승이 “무슨 우위이옵니까?”라고 물었다. 행자가 “알고 보니 저팔계가 그 괴물이 관음으로 변해 꾀어 온 자라, 지금 가죽 부대 안에 매달려 있더라. 내가 방도를 꾀어 구하려 하는데, 뜻밖에도 그놈이 여섯 장수를 시켜 늙은 대왕을 모셔 와 스승님의 고기를 먹으려 하였느니라. 내가 그 늙은 대왕이 필시 우마왕이라 여겨 곧 그의 모습으로 변해 그 틈에 끼어들어 가운데 자리에 앉았노라. 그놈이 부왕이라 부르면 나는 대답하였고, 그놈이 머리를 조아리면 나는 그대로 받았으니 참으로 통쾌하였노라! 과연 우위를 잡았노라!”라고 말했다. 사승이 “형님, 그깟 작은 재미만 취하시다가는 스승님의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우려 하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걱정 마라, 내가 보살을 모셔 오마.”라고 말했다. 사승이 “형님은 아직 허리가 아프시지 않사옵니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이제는 아프지 않노라. 옛사람이 이르기를 사람에게 경사가 있으면 정신이 상쾌하다 하였느니라. 너는 짐과 말이나 잘 지켜보고 있어라, 내 갔다 오마.”라고 말했다.

사승이 “형님께서 원수를 만드셨으니 그놈이 스승님을 해칠까 두렵사옵니다. 부디 어서 가시고 어서 오셔야 하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내가 빨리 다녀오리니 밥 한 끼 먹을 동안이면 돌아오리라.”라고 말했다.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승을 떠나 근두운을 타고 곧장 남해로 향했다. 반공중에서 반 시진도 되지 않아 보타산의 경치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뒤 구름을 내려앉혀 낙가 벼랑 위에 이르러 예를 갖추어 걷고 있는데, 이십사로 제천이 마주 나서며 “대성이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예를 마치고 “보살님을 뵙고자 하노라.”라고 말했다. 제천이 “잠시 기다리시라, 통보할 틈을 주게.”라고 말했다. 이때 귀자모 제천이 조음동 밖으로 나와 “보살님께 아뢰나이다. 손오공이 특별히 와서 뵙기를 청하나이다.”라고 아뢰었다. 보살이 보고를 듣고 곧 들어오라 명하였다. 대성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목숨을 바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가다듬어 곧장 안으로 들어가 보살을 보고 몸을 던져 큰절을 올렸다. 보살이 “오공아, 너는 금선자를 모시고 서방으로 경을 구하러 가지 않고 어찌하여 여기 왔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보살님께 아뢰나이다. 제자가 당승을 보호하고 가다가 호산 고송간 화운동이라는 곳에 이르렀사옵니다. 그곳에 홍해아라는 요괴가 있어 스스로 성영대왕이라 일컫는데 저의 스승님을 낚아챘사옵니다. 제자가 저오능과 함께 그의 문 앞을 찾아가 겨루었으나 그놈이 삼매진화를 놓아 우리가 이기지 못하고 스승님을 구해 내지 못하였나이다. 급히 동양 대해로 올라가 사해용왕을 모셔 비를 내리게 하였으나 역시 불을 이기지 못하여 제자들이 모두 연기에 그슬려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하였나이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그놈의 불이 삼매진화요, 신통이 광대하다면서 어찌하여 용왕은 청하고 나를 청하러 오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본래 오려 하였사오나 제자가 연기에 그슬려 구름을 탈 수 없어 저팔계를 시켜 보살님을 모셔 오게 하였나이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저오능은 오지 않았느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러하옵니다. 보산에 이르기도 전에 그 요괴가 보살의 모습으로 변해 저팔계를 속여 동굴 안으로 끌어들여, 지금 가죽 부대에 매달아 두고 그마저 쪄 먹으려 하옵니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그 망할 요괴가 감히 내 모습으로 변하다니!”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분을 이기지 못하여 한마디 내뱉으며 손에 들고 있던 보주 정병을 바다 한가운데로 풍덩 던져 버렸다. 깜짝 놀란 행자는 머리카락까지 오싹하여 곧 일어나 아래쪽에 공손히 서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 보살님은 성깔이 꺾이지 않으셔서 내가 한 말이 거슬려 덕행을 더럽힌다 여기시고는 정병을 집어던지시는구나. 아깝도다! 아깝도다! 아셨더라면 차라리 내게 주시지, 그것이 보통 큰일이 아니련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다 한가운데서 물결이 뒤집히며 솟구치더니 정병 하나가 나왔으니, 알고 보니 괴물 하나가 그것을 등에 지고 올라오는 것이었다. 행자가 그 정병을 진 괴물의 생김새를 자세히 살펴보니 실로 이러하였다. 그 뿌리와 근원을 더듬어 보면 방니라 일컫나니, 물 밑에서 빛을 더하여 홀로 위엄을 드러내는구나. 세상에 숨어 지내며 천지의 성정을 능히 알고, 편안히 머무르며 귀신의 기묘함을 환히 아는구나. 몸을 움츠리면 머리도 꼬리도 감추어지거니와, 발을 뻗어 걸으면 나는 듯이 빠르구나. 문왕이 괘를 그어 일찍이 점을 쳤으니, 늘 뜰과 누대에 받아들여져 복희를 모셨구나. 구름과 용이 스며 나와 온갖 고움을 뽐내고, 물을 불러 파도를 밀며 바람을 일으키는구나. 줄줄이 금실을 꿰어 갑옷을 엮고, 점점이 박힌 무늬로 채색 대모를 꾸며 놓았구나. 구궁팔괘를 수놓은 도포를 걸치고, 흩어진 조각을 펴 덮어 푸른 비단옷을 입었구나. 살아서는 용맹을 즐겨 용왕의 총애를 받았고, 죽어서는 도로 부처님의 비석을 지고 나오는구나. 이 물건의 이름과 성을 알고자 하느냐, 바람을 일으키고 물결을 부리는 고약한 늙은 거북이니라.

그 거북이 정병을 지고 벼랑가로 기어 올라와 보살을 향해 스물네 번 머리를 끄덕였으니, 이는 스물네 번 절을 대신함이었다. 행자가 그것을 보고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원래 병을 지키는 놈이로구나. 병이 보이지 않으니 보살께 달라고 조르는 모양이지.” 보살이 “오공아, 네가 아래에서 무슨 말을 하느냐?”라고 물었다. 행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나이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병을 이리 가져오너라.”라고 분부했다. 이 행자가 곧 병을 들려 하였으나, 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잠자리가 돌기둥을 흔드는 격이니 어찌 반 푼어치나 옮겨 놓으랴. 행자가 앞으로 나가 꿇어앉아 “보살님, 제자는 들 수가 없나이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이 원숭이 녀석,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더니 병 하나도 들지 못하면서 어찌 요괴를 항복받고 괴물을 묶으려 하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보살님께 속이지 않고 아뢰나이다. 평소에는 들 수 있었으나 오늘은 들 수가 없사옵니다. 아마도 그 요괴에게 손해를 입어 힘줄의 기운이 약해진 모양이옵니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평소에는 빈 병이거니와, 이제는 내가 정병을 바다에 던졌더니 그 짧은 사이에 삼강오호와 팔해사독, 시내와 연못과 샘과 동굴 사이를 두루 돌아 그 안에 바닷물 한 바다를 빌려 담았느니라. 네게 어찌 바다를 받쳐 들 만한 힘이 있겠느냐? 이 때문에 들 수 없는 것이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두 손을 모으고 “제자가 미처 알지 못하였나이다.”라고 말했다. 그 보살이 앞으로 걸어 나가 오른손으로 정병을 가볍게 들어 올려 왼쪽 손바닥에 받쳐 들었다. 그러자 그 거북이 머리를 몇 번 끄덕이더니 물속으로 잠수해 가 버렸다. 행자가 “원래 밥벌이로 병이나 지키는 멍청한 놈이로구나!”라고 말했다. 보살이 자리를 잡고 앉아 말했다. “오공아, 내 이 병 속의 감로수물은 저 용왕의 사사로운 비와는 달라 저 요괴의 삼매진화를 끌 수 있느니라. 그런데 네게 들려 가라 하면 너는 들 수가 없고, 선재용녀를 데려가라 하면 너는 또 마음이 곧지 못하여 오로지 남을 속이는 데만 능하니라. 네가 내 용녀가 곱고 정병 또한 보물인 것을 보고 혹여 속여 갔다면, 내가 어디 그대를 찾아다닐 겨를이 있겠느냐? 그러니 무슨 물건이라도 저당으로 두고 가거라.” 행자가 “애달프다! 보살님께서 이다지도 마음을 쓰시니 말씀이옵니다만, 제자는 사문의 가르침을 받든 이래로 줄곧 그런 짓을 하지 않았나이다. 저당을 두라 하시니 무슨 물건을 두겠나이까? 지금 내 몸에 걸친 이 무명 장삼 또한 그대께서 내려 주신 것이옵고, 이 호랑이 가죽 치마가 동전 몇 푼이나 되겠나이까? 이 쇠몽둥이는 아침저녁으로 몸을 지켜야 하옵니다. 다만 머리 위의 이 고아는 금으로 된 것이옵니다만 그대께서 꾀를 부려 내 머리에 자라 붙게 하여 벗을 길이 없사옵니다. 이제 저당을 원하신다면 이 고아를 저당으로 드리겠나이다. 그대께서 고아를 푸는 주문을 외워 이것을 벗겨 주시옵소서. 그렇지 않으면 무엇으로 저당을 삼으리이까?” 보살이 “너는 참으로 태평하구나! 나는 네 옷도, 쇠몽둥이도, 금 고아도 필요 없으니, 다만 네 목 뒤에 난 구명호모 한 가닥을 뽑아 내게 저당으로 주어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이 호모 또한 그대께서 주신 것이옵니다. 그러나 한 가닥을 뽑으면 떼를 흩어 버려 다시는 내 목숨을 구할 수 없게 되나이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꾸짖었다. “이 원숭이 녀석! 너는 털끝 하나도 뽑지 않으면서 내 선재를 내놓기를 바라느냐.” 행자가 웃으며 “보살님, 그대께서도 의심이 많으시오. 중의 낯을 보지 말고 부처의 낯을 보라 하였사오니, 부디 저의 스승님이 겪는 이 한 재앙만은 건져 주시옵소서!”라고 말했다. 그 보살이 한가롭고 흐뭇한 걸음으로 연화대에서 내려와 향기로운 구름을 밟고 바위 언덕으로 올랐다. 이는 오직 성스러운 승려가 재앙을 만났기 때문이니, 요괴를 항복받아 구해 오고자 함이로다. 손대성은 몹시 기뻐하며 관음을 모시고 조음선동을 나왔다. 제천 대신들이 모두 보타 바위 위에 늘어섰다. 보살이 “오공아, 바다를 건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몸을 굽히며 “보살님께서 먼저 가시옵소서.”라고 말했다. 보살이 “네가 먼저 건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제자는 감히 보살님 앞에서 재주를 부릴 수 없나이다. 근두운을 타려면 몸을 드러내야 하온데, 보살님께서 불경하다 꾸짖으실까 두렵나이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그 말을 듣고 곧 선재용녀를 시켜 연화 연못으로 가 연꽃잎 한 조각을 떼어다 바위 아래 물 위에 띄우게 한 뒤 행자에게 일렀다. “너는 저 연꽃잎 위로 올라타라, 내가 너를 건네주마.” 행자가 그것을 보고 “보살님, 이 꽃잎은 가볍고도 얇은데 어찌 나를 실을 수 있겠나이까! 자칫 뒤집혀 물에 빠지면 호랑이 가죽 치마를 적시지 않겠나이까? 물에 젖어 기운이 빠지면 날이 추워진 뒤에 어찌 입겠나이까!”라고 말했다. 보살이 꾸짖으며 “일단 올라가나 보아라!”라고 말했다. 행자는 감히 사양하지 못하고 목숨을 내걸고 뛰어올랐다. 과연 처음에는 작고 가벼워 보이더니 그 위에 올라가니 바닷배보다 서너 푼이나 더 컸다. 행자가 기뻐하며 “보살님, 저를 실을 수 있나이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싣는다면 어찌 건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러나 상앗대와 노와 돛과 돛대가 없으니 어찌 건너갈 수 있겠나이까?”라고 말했다. 보살이 “필요 없느니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입김을 한 번 불어 그것을 밀어 내고 당겨 모으더니, 다시 힘껏 입김 한 번을 불어 남양 고해를 지나게 하여 피안에 오르게 하였다. 행자가 발로 땅을 딛고 서서 웃으며 “이 보살님은 신통을 뽐내어 나를 이리 불러 대고 저리 호령하면서도 조금도 힘드신 기색이 없으시구나!”라고 말했다.

그 보살은 모든 제천에게 저마다 신선의 경계를 지키라 분부하고 선재용녀에게는 동굴 문을 닫으라 이른 뒤, 몸소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보타 바위를 떠나 저쪽으로 가서 “혜안은 어디 있느냐?”라고 불렀다. 혜안은 곧 탁탑 이천왕의 둘째 태자로 속명을 목차라 하였으니, 보살이 친히 가르침을 내린 제자로서 늘 곁을 떠나지 않아 호법 혜안행자라 불렸다. 그가 곧 보살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시립하였다. 보살이 “네가 빨리 상계로 올라가 네 부왕을 뵙고 천강도를 한 벌 빌려 오너라.”라고 말했다. 혜안이 “스승님께서는 몇 자루나 쓰시렵니까?”라고 물었다. 보살이 “한 벌이 모두 필요하니라.”라고 말했다. 혜안이 분부를 받고 곧 구름을 타고 남천문으로 들어가 운루궁전에 이르러 부왕을 뵙고 절을 올렸다. 천왕이 그를 보고 “아이야, 어디서 오느냐?”라고 물었다. 목차가 “스승님께서는 손오공이 청하여 요괴를 항복받으러 오셨사오니, 아이가 부왕께 문안을 올리고 천강도를 잠시 빌려 달라 아뢰라 하셨나이다.”라고 말했다. 천왕이 곧 나타를 불러 서른여섯 자루의 칼을 가져다 목차에게 건네주라 하였다. 목차가 나타에게 “아우야, 돌아가거든 어머니께 문안을 잘 올려라. 내 일이 급하니 칼을 전한 뒤에 다시 가서 절을 올리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바삐 작별하고 상서로운 빛을 내려앉혀 곧장 남해로 가서 그 칼을 두 손으로 받들어 보살에게 올렸다. 보살이 그것을 손에 받아 쥐고는 허공으로 던지며 주문을 한 번 외우니, 그 칼이 천 잎 연꽃 자리로 변하였다. 보살이 몸을 날려 그 위로 올라가 한가운데 단정히 앉았다. 행자가 곁에서 속으로 비웃었다. “이 보살님은 쓰기를 아끼시어 연화 연못에 오색 보배 연화대가 있건만 아까워 가져오지 않고 도리어 남에게 빌려다 쓰시는구나.” 보살이 “오공아, 말을 삼가고 나를 따르라.”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함께 구름을 타고 바다 위를 떠났다.

흰 앵무새가 날개를 펴고 앞서 날고, 손대성과 혜안이 그 뒤를 따랐다.

잠시 뒤 산봉우리 하나가 바라보이자 행자가 “이 산이 바로 호산이옵니다. 이곳에서 저 요괴의 문 앞까지는 사백여 리쯤 될 것이옵니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그 말을 듣고 곧 상서로운 구름을 멈추라 분부하고는 그 산꼭대기에서 “옴” 자 주문을 한 번 외웠다. 그러자 산 왼편과 오른편에서 많은 신과 귀신이 걸어 나왔으니, 그들은 바로 이 산의 토지신 무리로서 보살의 보배 연꽃 자리 아래로 나아와 머리를 조아렸다. 보살이 “너희는 모두 놀라지 말라, 내 이제 이 마왕을 사로잡으러 왔노라. 너희는 나를 위하여 이 둘레를 깨끗이 쓸어 삼백 리 안팎의 땅에 살아 있는 것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하라. 굴 속의 새끼 짐승과 구멍 속의 애벌레까지 모두 산꼭대기로 옮겨다 편안히 살게 하여라.”라고 분부했다. 여러 신이 그 말을 좇아 물러갔다. 잠시 뒤에 다시 와서 일이 끝났음을 아뢰니, 보살이 “이제 깨끗해졌으니 모두 각자의 사당으로 돌아가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병을 거꾸러뜨려 콸콸 물을 쏟아 내니 우레와 같은 소리가 났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산머리를 덮고 돌벽을 뚫어젖히니, 산머리를 덮은 것은 바다의 기세 같고 돌벽을 뚫어젖힌 것은 큰 바다로구나. 검은 안개가 하늘에 차오르니 온통 물기운이요, 푸른 물결이 해를 비추니 찬 기운이 어리는구나.

벼랑마다 옥빛 물결이 넘실거리고 바다 가득 금빛 연꽃이 피어나는구나. 보살이 요마의 법을 크게 펴시며, 소매 속에서 몸을 붙들어 매는 선정을 꺼내시네.

낙가의 신선 경계가 되어 버리니 참으로 남해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구나. 빼어난 부들이 돋아나고 우담화가 연하며, 향기로운 풀이 펼쳐지고 패엽이 싱그럽구나. 자줏빛 대나무 몇 대에는 앵무새가 깃들고, 푸른 소나무 몇 떨기에서는 자고새가 떠드는구나. 첩첩이 이는 파도가 사방 들판에 이어지고, 다만 바람 소리만 요란한데 물이 하늘에 닿았구나. 손대성이 그것을 보고 속으로 감탄했다. “참으로 대자대비한 보살이로구나! 나에게 이런 법력이 있다면 병을 산에다 거꾸러뜨리고야 말 터인데, 무슨 짐승이며 벌레 따위를 아끼겠느냐!” 보살이 “오공아, 손을 내밀어라.”라고 불렀다. 행자가 황급히 소매를 걷고 왼손을 내밀었다. 보살이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감로수에 적셔 그의 손바닥에 미혹할 글자 한 자를 써 주며 일렀다. “주먹을 꽉 쥐고 어서 가서 저 요괴에게 싸움을 걸어라. 지는 것은 허락하되 이기는 것은 허락하지 않노라. 네가 져서 내 앞으로 달아나 오거든 내게 그를 거둘 법력이 있느니라.” 행자가 분부를 받고 구름빛을 돌려 곧장 동굴 어귀에 이르러, 한 손은 주먹을 쥐고 한 손은 몽둥이를 들고 크게 외쳤다. “요괴야, 문을 열어라!” 그 작은 요괴들이 다시 들어가 “손행자가 또 왔소!”라고 아뢰었다. 요괴 왕이 “문을 단단히 닫아라! 상대하지 말라!”라고 분부했다. 행자가 소리쳤다. “착한 아들아! 네 애비를 문밖에 내몰고도 아직 문을 열지 않느냐!” 작은 요괴들이 또 들어가 “손행자가 그러한 말을 퍼부었소!”라고 아뢰었다. 요괴 왕은 다만 “상대하지 말라!”라고 명할 뿐이었다. 행자가 두 번이나 불렀으나 문을 열지 않자 크게 화가 나 쇠몽둥이를 들어 단번에 문에 구멍 하나를 뚫어 버렸다. 놀란 작은 요괴들이 넘어질 듯 달려 들어가며 “손행자가 문을 부수었소!”라고 아뢰었다. 요괴 왕이 여러 차례 보고를 받다가 앞문이 부서졌다는 말까지 듣고는 급히 몸을 날려 밖으로 뛰어나와 긴 창을 비껴 들고 행자를 욕하며 “이 원숭이 녀석, 사리를 아주 모르는구나! 내가 너에게 조금 이득을 보게 해 주었더니 아직 성이 차지 않아 도리어 나를 업신여기러 왔느냐! 내 문을 부수었으니 네 죄목이 무엇이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내 아들아, 네가 애비를 문밖으로 내쫓았으니 네 죄목은 무엇이냐?”라고 말했다. 그 요괴 왕이 부끄러움과 분노로 긴 창을 비껴 들어 가슴을 찔러 왔고, 이 행자는 쇠몽둥이를 들어 받아 막으며 되받았다. 한바탕 손이 얽혀 사오 합을 겨루더니 행자가 주먹을 움켜쥔 채 몽둥이를 끌고 져서 물러났다. 그 요괴 왕이 산 앞에 서서 “나는 당승을 씻어 쪄 먹으러 가련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착한 아들아, 하늘이 너를 굽어보고 계시느니라! 어서 오너라!”라고 말했다. 그 요괴는 이 말을 듣고 더욱 성이 나 괴성을 한 번 지르며 앞으로 달려들어 창을 비껴 들고 또 찔러 왔다. 이 행자가 몽둥이를 휘둘러 몇 합을 더 겨루다가 또 패하여 달아났다. 그 요괴 왕이 욕하며 “원숭이야, 너는 전에는 이삼십 합을 겨룰 실력이었거늘, 어찌 이제 한창 싸우다가 곧장 달아나려 하느냐, 무슨 까닭이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어진 사위야, 네 애비가 네가 불을 놓을까 두렵구나.”라고 말했다. 요괴가 “불을 놓지 않으리라, 네가 올라오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불을 놓지 않겠다면 좀 비켜라, 호협한 사내라면 남의 집 문 앞에서 사람을 때리지 않는 법이니라.”라고 말했다. 그 요괴는 속임수인 줄 모르고 참으로 창을 들어 또 쫓아왔다. 행자가 몽둥이를 끌고 주먹을 펴니 그 요괴 왕은 넋이 나가 그저 뒤쫓기만 하였다. 앞서 달리는 것은 별이 하늘을 건너가는 듯하고, 뒤를 쫓는 것은 쇠뇌에서 벗어난 화살 같았다.

오래지 않아 저 보살이 바라보였다. 행자가 “요괴야, 내가 너를 두려워하니 나를 살려 다오. 네가 이제 남해 관음보살이 계신 곳까지 쫓아왔으면서 어찌하여 돌아가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 요괴 왕은 믿지 않고 이를 악물고 그저 뒤를 쫓았다. 행자가 몸을 한 번 흔들어 그 보살의 신령한 그림자 속으로 숨어 버렸다.

이 요괴는 행자가 사라진 것을 보고 앞으로 다가가 눈을 부릅뜨고 보살에게 “네가 손행자가 청해 온 구원병이냐?”라고 말했다. 보살은 대답하지 않았다. 요괴 왕이 긴 창을 비틀어 쥐고 호통치며 “이놈! 네가 손행자가 청해 온 구원병이냐?”라고 소리쳤다. 보살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요괴가 보살의 가슴을 향해 창을 한 번 찌르자 그 보살이 금빛 광채로 변해 곧장 구소 높은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행자가 따라붙으며 “보살님, 그대께서 나를 몹시 업신여기시나이다! 저 요괴가 거듭거듭 물었거늘 어찌하여 귀먹은 체 벙어리 체 하시고 감히 대답 한마디 않으시다가, 그놈의 창 한 번에 찔려 쫓기시고는 그 연화대마저 내버리셨나이까!”라고 말했다. 보살은 다만 “말을 삼가라, 그놈이 또 어찌하는지 보자.”라고 명하였다. 이때 행자와 목차는 함께 공중에 있어 나란히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 요괴가 히히거리며 냉소하여 말했다. “이 망할 원숭이 녀석, 나를 잘못 알아보았구나! 그는 내 성영을 어떤 사람인 줄도 모르는구나. 몇 차례 나를 이기지 못하더니 이번에는 무슨 쓸모없는 보살을 청해 왔는데, 내 창 한 번에 찔려 형체도 그림자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보배 연화대마저 내버렸으니, 내가 올라가 한번 앉아 보련다.” 과연 훌륭한 요괴로다, 그는 보살을 흉내 내어 두 손과 두 발을 포개고 그 한가운데 앉았다.

행자가 그것을 보고 “좋다! 좋다! 좋다! 연화대를 남에게 주었구나!”라고 말했다. 보살이 “오공아, 네가 또 무슨 말을 하느냐?”라고 물었다. 행자가 “무슨 말이냐 하시옵니까? 무슨 말이냐 하시옵니까? 연화대를 남에게 주었노라! 그 요괴가 궁둥이 밑에 깔고 앉았으니 그대께서 다시 찾으시려 하시옵니까?”라고 말했다. 보살이 “바로 그가 앉기를 바라는 것이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놈의 몸집이 작고 아담하여 그대보다도 더 안정되게 앉았구나.”라고 말했다. 보살이 “말을 삼가고 내 법력을 보아라.”라고 부르며 버드나무 가지를 아래로 겨누고 “물러가라!” 하고 한마디 외쳤다. 그러자 연화대의 꽃과 채색이 모두 사라지고 상서로운 빛이 온통 흩어지더니, 알고 보니 그 요괴 왕은 칼끝 위에 앉아 있었다. 보살이 곧 목차에게 “항요저를 들어 칼자루를 마구 내리쳐라.”라고 분부했다. 그 목차가 구름을 내려앉히고 항마저를 들어 담을 다지듯 천백여 차례나 내리쳤다. 그 요괴는 두 다리를 꿰뚫려 칼끝이 솟아 나오고 피가 내를 이루어 흐르며 살갗이 갈라졌다. 과연 훌륭한 괴물이로다, 보라, 그는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으며 우선 긴 창을 내버리고 두 손으로 칼을 마구 뽑아 냈다. 행자가 “보살님, 저 괴물은 아픔도 두렵잖게 여기고 도리어 칼을 뽑고 있사옵니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그것을 보고 목차를 불러 올려 “우선 그의 목숨까지는 해치지 말라.”라고 이른 뒤, 다시 버드나무 가지를 드리우고 “옴” 자 주문을 한 번 외우니 그 천강도가 모두 거꾸로 난 갈고리로 변하여 이리의 이빨처럼 빠지지 않게 되었다. 그제야 그 요괴가 당황하여 칼끝을 붙잡고 고통스럽게 애원하며 “보살님, 제자에게 눈은 있으되 눈동자가 없어 그대의 광대하신 법력을 알아보지 못하였나이다. 천 번 비나이다, 자비를 내리시어 제 목숨만 살려 주시옵소서! 다시는 포악을 믿지 않고 기꺼이 법문에 들어 계행을 받들겠나이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그 말을 듣고 두 행자와 흰 앵무새와 함께 금빛 광채를 낮추어 요괴 앞에 이르러 “네가 내 계행을 받겠느냐?”라고 물었다. 요괴 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떨어뜨리고 “목숨만 살려 주신다면 계행을 받겠나이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내 문하에 들겠느냐?”라고 물으니 요괴 왕이 “참으로 목숨을 살려 주신다면 법문에 들겠나이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그러하다면 내 너의 정수리를 어루만져 계를 내리겠노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매 속에서 금으로 만든 삭도 하나를 꺼내어 앞으로 다가가 그 괴물의 정수리를 가르며 몇 차례 깎아, 태산이 머리를 누르는 모양으로 깎고 정수리 세 군데에 머리채를 남겨 세 개의 땋은 상투를 틀어 올렸다. 행자가 곁에서 웃으며 “이 요괴는 재수가 참으로 없구나!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것이 무슨 물건을 닮았는지 모르겠도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네가 이제 내 계를 받았으니 나 또한 너를 박대하지 않으리니, 너를 선재동자라 부르는 것이 어떠하냐?”라고 말했다.

그 요괴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를 받들고는 오직 목숨을 살려 주시기만 바랐다. 보살이 손가락으로 한 번 가리키며 “물러가라!” 하고 외치니 쨍그랑 소리와 함께 천강도가 모두 티끌 속으로 떨어져 나갔으나 그 동자의 몸은 조금도 상하지 않았다. 보살이 “혜안아, 너는 그 칼을 천궁에 올려다 네 부왕께 돌려드리고 나를 마중 나오지 말라. 먼저 보타 바위로 가서 여러 제천과 함께 모여 기다리고 있어라.”라고 불렀다. 그 목차가 분부를 받들어 칼을 상계로 올려 보내고 바다로 돌아온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 둔다.

말하자면, 그 동자는 들성이 고정되지 않아 다리 아프던 곳이 아프지 않고 엉덩이 터졌던 곳도 터지지 않았으며 머리에는 세 개의 땋은 상투가 얹혀 있었다. 그는 걸어가 긴 창을 집어 들고 보살을 향해 “무슨 참된 법력이 있어 나를 항복받았단 말이냐! 알고 보니 남의 눈을 가리는 술법이었구나! 무슨 계를 받겠느냐, 창 받아라!”라고 외치며 보살의 얼굴을 향해 찔러 왔다. 분이 치민 행자가 쇠몽둥이를 휘둘러 때리려 하자 보살이 “때리지 말라, 내게 벌할 방도가 있느니라.”라고 말렸다. 그리고 다시 소매 속에서 금 고아 하나를 꺼내어 일렀다. “이 보물은 본래 우리 부처님이신 여래께서 동토로 경을 구하러 갈 사람을 찾으라 하시며 내게 주신 세 개의 고아이니라. 긴고아는 이미 네게 씌웠고, 금고아로는 산을 지키는 대신을 거두었으며, 이 금고아는 아직 차마 아무에게도 내주지 않았거늘, 이제 이 괴물이 무례한 것을 보니 그에게 주겠노라.” 과연 훌륭한 보살이로다, 그 고아를 바람에 한 번 흔들어 “변해라!” 하고 외우니 곧장 다섯 개의 고아로 변하였다. 그것을 동자의 몸을 향해 던지며 “붙어라!” 하고 호령하니, 하나는 그의 머리 위에 씌워지고 둘은 그의 왼손과 오른손에, 또 둘은 그의 왼발과 오른발에 씌워졌다. 보살이 “오공아, 좀 비켜 서 있거라, 내가 《금고아주》를 외우련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놀라며 “보살님, 뵙기를 청하여 요괴를 항복받으러 오셨거늘 어찌 도리어 저를 주문으로 옥죄시려 하시나이까?”라고 말했다. 보살이 “이 주문은 너를 옥죄는 《긴고아주》가 아니라 저 동자를 옥죄는 《금고아주》이니라.”라고 말했다. 그제야 행자가 마음을 놓고 곁에 바짝 붙어 그가 주문을 외우는 소리를 들었다. 보살이 손가락으로 결을 잡고 묵묵히 몇 차례 외우니 그 요괴가 귀를 비비고 뺨을 문지르며 네 발을 움츠리고 뒹굴었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한마디 주문이 온 사계에 두루 통하니, 광대하고 그지없는 법력이 깊도다.

결국 그 동자가 어떻게 귀의하였는지는 알 길이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