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이르기를,
경을 구하러 장애를 벗어나 서쪽으로 가노니, 헤아릴 수 없는 명산이 끝없이 이어지는구나. 토끼는 달아나고 까마귀는 날아 밤낮을 재촉하는데, 새는 울고 꽃은 져서 절로 봄가을이 흐르는구나. 눈앞의 미진 속에 삼천 세계가 있고, 석장 머리끝에 사백 주가 매달려 있구나. 물에서 자고 바람을 먹으며 붉은 길을 오르니, 어느 날이 고개를 돌릴 날일지 기약이 없구나. 말하자면, 삼장법사는 다행히 용왕의 아들이 요괴를 항복시키고 흑수하의 하신이 길을 열어 준 덕에 사부와 제자들이 흑수하를 건너 큰길을 찾아 줄곧 서쪽으로 왔다. 참으로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바람을 안고 눈을 무릅쓰며, 달을 이고 별을 두르고 한참을 행해 가니, 어느덧 다시 이른 봄 날씨를 만나 삼양이 운을 돌리고 만물이 빛을 내는 것이 보였다. 삼양이 운을 돌리니 하늘 가득 화창한 빛이 그림을 펼치고, 만물이 빛을 내니 온 땅에 꽃다운 풀이 수놓은 자리를 펼쳐 놓았구나.
매화는 시들어 눈 몇 점 남았는데, 보리는 한 벌판의 구름처럼 불어났구나. 얼음이 차츰 풀리니 산샘물이 흐르고, 싹은 모조리 터져서 불에 탄 자국을 덮었구나. 바로 저 태호가 봄의 기운을 타고 구망이 시령을 다스리니, 꽃향기 머금은 바람은 기운이 따뜻하고 구름은 옅어 햇빛이 새롭구나. 길가의 버드나무는 푸른 눈을 펴고, 기름진 비가 만물을 자라게 하여 온 세상이 봄이로다. 사부와 제자들이 길에서 경치를 구경하며 말을 느긋하게 몰고 가는데, 홀연히 꾸짖듯 외치는 소리 하나가 들려왔으니, 꼭 천만 명이 한꺼번에 함성을 지르는 소리 같았다. 삼장법사는 마음이 두려워 고삐를 당겨 말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급히 뒤를 돌아보며 “오공, 어디서 저러한 소리가 진동한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꼭 땅이 갈라지고 산이 무너지는 듯하옵니다”라고 말했다. 사승이 “천둥이 벼락 치듯 하는 것 같사옵니다”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도리어 사람들이 외치고 말이 우는 소리로구나”라고 말했다. 손행자가 웃으며 “너희는 모두 알아맞히지 못하는구나. 잠시 멈추어라. 이 늙은 손이 가서 어떠한가 알아보고 오마”라고 말했다.
과연 훌륭한 행자로다. 몸을 한 번 솟구쳐 구름 빛을 밟고 공중으로 치솟아 눈을 부릅뜨고 둘러보니, 멀리 한 성곽이 보였다. 다시 가까이 다가가 굽어보니 도리어 상서로운 빛이 은은할 뿐, 어지러이 이는 흉한 기운은 보이지 않았다. 행자가 속으로 깊이 생각하며 “좋은 곳이로구나! 그런데 어찌하여 소리가 귀를 찢느냐? 저 성 안에는 깃발이 번쩍이는 것도 없고 창과 극이 번득이는 것도 없거니와, 포성이 울리는 것도 아닌데, 어찌 사람과 말이 떠들어 대는 것처럼 소란스러우냐?”라고 말했다. 한창 의아하게 여기는 동안에, 문득 저 성문 밖 모래벌판의 공터에 많은 승려가 빽빽이 모여 그곳에서 수레를 끌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알고 보니 그들이 모두 힘을 모아 구령을 붙이며 떼를 지어 “대력왕보살”을 외치고 있었으므로, 그 소리가 당승을 놀라게 한 것이었다. 행자가 구름머리를 점점 내려 그곳을 살펴보니 아! 수레에 실린 것은 모두 벽돌과 기와와 목재와 흙벽돌 따위였다. 모래톱에서 위로 오르는 비탈이 몹시 높고, 또 척추를 끼운 듯한 좁은 길과 큰 관문 두 개가 있었으며, 관문 아래의 길은 모두 벼랑처럼 곧추선 절벽이니 저 수레를 어찌 끌어 올릴 수 있으랴. 날씨는 화창하고 따뜻하건만 저 사람들은 옷이 남루하였으니, 그 꼴을 보니 몹시 궁핍해 보였다. 행자가 마음속으로 의심하며 “아마 사찰을 짓고 수리하는 모양이로구나. 이곳이 오곡이 풍년이라 품팔이꾼을 구하지 못하였으니, 저 승려들이 몸소 힘을 쓰는 것이로다”라고 말했다. 미처 짐작을 굳히지 못하고 있는데, 저 성문 안에서 몸을 흐느적거리며 두 젊은 도사가 걸어 나왔다. 그대는 그들의 차림새가 어떠한지 보라, 과연 이러하였다. 머리에는 별관을 쓰고 몸에는 비단을 걸쳤다. 머리에 쓴 별관은 광채가 휘황하고, 몸에 걸친 비단은 채색 노을이 날리는 듯하구나. 발은 구름무늬 신을 신고 허리에는 익은 명주 띠를 둘렀구나. 얼굴은 보름달처럼 총명하고 준수하며, 모습은 옥천의 신선 손님처럼 고와라. 저 승려들은 도사가 오는 것을 보자 하나하나 간담이 서늘해져서 갑절의 힘을 내어 애끓듯 저 수레를 끌었다. 행자가 곧 깨닫고 “이! 필시 저 승려들이 저 도사들을 두려워하는 것이로구나. 그렇지 않다면야 어찌 저토록 힘을 다해 끌어당기겠느냐? 내 일찍이 사람의 입에서 서쪽 길 위에 도를 받들고 승려를 멸하는 곳이 있다는 말을 들었으니, 틀림없이 이곳이 바로 그곳이로다. 내가 스승께 돌아가 아뢰려 하나 일이 분명치 않아 도리어 그이의 꾸중만 살 터이니, 어찌 이처럼 영리한 자가 참된 소식을 알아보지 못하겠느냐? 잠시 내려가 분명히 캐물어 본 뒤에라야 스승께 돌아가 여쭐 터이로다”라고 말했다.
그대는 그가 누구에게 가서 묻는다고 여기는가? 훌륭한 대성이 구름머리를 누르고 내려와 군성 아래에 이르더니, 몸을 한 번 흔들어 변하니 떠돌아다니는 운수전진이 되었다. 왼팔에는 수화 광주리를 걸고 손으로는 어고를 두드리며 입으로는 도정가를 흥얼거렸다. 성문 가까이 다가가 두 도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여 몸을 굽히며 예를 갖추어 말했다.
“도장이시여, 소도가 인사를 올리나이다.” 그 도사가 답례하며 “선생은 어디서 오셨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제자는 바다 끝을 떠돌고 하늘가에서 방랑하다가, 오늘 아침 이곳에 와서 인심 좋은 집을 찾고자 하옵니다. 두 분 도장께 감히 여쭙나이다. 이 성중에 어느 거리가 도를 숭상하고, 어느 골목이 어진 이를 아낍니까? 소도가 가서 공양이나 빌어먹고자 하옵니다.”
그 도사가 웃으며 “이 선생은 어찌하여 그리 속을 뒤집어 놓는 말을 하시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무엇이 속을 뒤집는 말이오?”라고 말했다. 도사가 “그대가 공양을 빌어먹겠다니, 그것이 어찌 속을 뒤집는 말이 아니겠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출가인은 빌어먹는 것을 본분으로 삼거늘, 공양을 빌지 않으면 어찌 돈이 있어 사 먹겠소?”라고 말했다.
도사가 웃으며 “그대는 먼 곳에서 온 터라 이 성 안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구려. 이 성에서는 문무 관원들이 도를 좋아하고 부유한 장자들이 어진 이를 아끼며, 대소 남녀가 우리를 보면 절하고 청하여 공양을 올리는 일 따위는 입에 올릴 것도 아니오. 그보다 으뜸가는 첫째는 만세군왕께서 도를 좋아하고 어진 이를 아끼신다는 것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소도는 한갓 나이 어리고, 또 먼 곳에서 막 온 터라 진실로 알지 못하옵니다. 번거로우시겠으나 두 분 도장께서 이곳의 지명과 군왕께서 도를 좋아하고 어진 이를 아끼시는 내력을 자세히 한 번 말씀해 주시면, 같은 도의 정이 두터우심을 넉넉히 알겠나이다”라고 말했다. 도사가 “이 성은 이름을 차지국이라 하는데, 보전 위의 군왕께서 우리와 친척의 인연이 있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껄껄 웃으며 “아마 도사가 황제가 되었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그가 “아니오. 이는 이십 년 전에 백성이 가뭄을 만나 하늘에는 비 한 점 없고 땅에는 곡식 싹이 끊어졌기 때문이오. 임금과 신하, 백성을 가리지 않고 크고 작은 집안이 집집마다 목욕하고 향을 피우며 호호마다 하늘에 빌어 비를 청하였소. 모두가 거꾸로 매달린 채 목숨을 겨우 버티고 있을 즈음에, 홀연히 하늘에서 세 선장이 내려와 중생을 구원하였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 세 선장이 누구시오?”라고 물었다. 도사가 “바로 우리 사부님들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존사의 높은 호는 무엇이오?”라고 물었다. 도사가 말했다.
“우리 큰사부님은 호를 호력대선이라 하시고, 둘째 사부님은 록력대선, 셋째 사부님은 양력대선이오.” 행자가 물었다. “세 분 존사께서는 법력이 얼마나 되시오?” 도사가 “우리 사부님들께서는 바람을 부르고 비를 내리는 것이 손바닥을 뒤집는 사이요, 물을 가리켜 기름이 되게 하고 돌을 점쳐 금이 되게 하는 것이 몸을 돌리는 것처럼 쉬우시오. 그러기에 이러하신 법력으로 천지의 조화를 빼앗고 별자리의 오묘함을 바꾸실 수 있으니, 임금과 신하가 서로 공경하여 우리와 친족의 인연을 맺으신 것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이 황제는 참으로 큰 복을 지녔구려. 속담에 재주가 높으면 공경을 움직인다 하였소. 노사부께서 이러한 수단이 있으시니 친족의 인연을 맺으신 것이 실로 그에게 손해가 아니오. 그런데 소도에게 조그마한 인연이나 있어서 저 노사부님을 한 번 뵐 수가 있을런지요”라고 말했다. 도사가 웃으며 “우리 사부님을 뵙고자 한다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소. 우리 둘은 그분의 가장 가까운 제자요, 사부님께서는 또한 도를 좋아하시고 어진 이를 아끼시어 도라는 말 한 마디만 들으셔도 대문 밖까지 나와 맞이하시오. 우리 둘이 그대를 인도하는 것은 티끌이나 불어내듯 쉬운 일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몸을 깊이 굽혀 큰절을 올리며 “거듭 천거해 주시니 황공하옵니다. 그럼 곧 들어갑시다”라고 말했다. 도사가 “조금만 기다리시오. 그대는 여기 앉아 있고 우리 둘이 공무를 마치고 와서 함께 들어갑시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출가인은 아무런 구속도 없이 자유로운 몸이온데, 무슨 공무가 있소?”라고 말했다. 도사가 손가락으로 저 모래톱 위의 승려들을 가리키며 “저들이 우리 집 일을 하는 자들이오. 혹 게으름이나 피울까 염려되어 우리가 가서 인원이나 점검하고 오겠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도장이시여, 잘못 아셨소!”라고 말했다.
“승려와 도사가 모두 같은 출가인이온데, 어찌하여 저들이 우리를 위하여 일을 하고 또한 우리에게 점호를 받는단 말이오?” 도사가 “그대는 모르시오. 지난날 비를 빌 때 승려들은 한쪽에서 불공을 드리고 도사들은 한쪽에서 북두성께 고하였으며, 모두 조정에서 양식을 받아 먹었소. 그런데 저 승려들이란 자들이 쓸모가 없어 헛되이 빈 경만 읽어 대어 아무 일도 이루어 내지 못하였소. 뒤에 우리 사부님께서 오셔서 비와 바람을 불러 내려 도탄에 빠진 만민을 건져 내셨소. 그제야 조정이 노하여 저 승려들이 쓸모없다 하여 그들의 산문을 헐고 불상을 부수고 도첩을 거두며 고향으로 돌려보내지도 않은 채 우리 집에 내려 주어 일이나 하게 하였으니, 마음대로 부리는 종놈과 다름이 없소. 우리 집에서 불을 때는 이도 저들이요, 마당을 쓸고 문을 지키는 이도 저들이오. 뒤편에 살림집이 아직 완비되지 않아서 이 승려들을 시켜 벽돌과 기와를 끌어당기고 목재를 옮겨 집과 처마를 일으키는 중이오. 다만 저들이 장난에 빠져 게으름을 피우며 수레 끌기를 즐겨 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우리 두 사람을 시켜 가서 조사나 하고 오라 한 것이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도사의 소매를 붙잡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 일찍이 인연이 없다고 하였더니, 참으로 인연이 없어 노사부님의 존면을 뵙지 못하게 되었구려!”라고 말했다. 도사가 “어찌하여 뵙지 못한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소도가 방외를 떠도는 것이 하나는 목숨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요, 또 하나는 친척을 찾기 위한 것이오”라고 말했다. 도사가 “무슨 친척이 있소?”라고 물었다. 행자가 “나에게 숙부가 하나 있는데 어려서 출가하여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소. 지난 흉년에 밥을 빌러 바깥으로 나왔는데, 이 몇 해가 되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않소. 내 조상의 은덕을 생각하여 길 가는 김에 일부러 찾아온 것이오. 아마 이런 곳에 붙들려 몸을 빼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소. 내 어찌 그를 찾아 한 번 얼굴을 보아야만 그대와 함께 성안으로 들어가겠소?”라고 말했다. 도사가 “그야 쉬운 일이오. 우리 둘은 여기 앉아 있을 터이니 번거롭더라도 그대가 모래톱으로 가서 대신 한 번 조사해 주시오. 두목들을 세어 오백 명의 수효만 맞으면 그만이니, 그 가운데 누가 그대의 숙부인지 살펴보시오. 과연 있다면 우리가 같은 도의 정분을 보아 그를 놓아 보내고 나서, 그대와 함께 성안으로 들어가면 어떠하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머리를 조아려 거듭 사례하고 긴 읍을 한 번 올리고는 도사와 작별한 뒤 어고를 두드리며 곧장 모래톱 위로 갔다. 쌍관을 지나 척추를 끼운 듯한 좁은 길을 굽어 내려가니, 그 승려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영감님, 저희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나이다. 오백 명에 반 명도 모자라지 않고 모두 여기서 수레를 끌고 있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것을 보고 속으로 웃으며 “이 승려들은 도사들에게 얻어맞아 겁이 질려서 이런 가짜 도사를 보고도 저토록 벌벌 떠는구나. 진짜 도사라면 이래서는 살아남지도 못하겠구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또 손을 저으며 “무릎 꿇지 말고 두려워하지들 마오. 나는 감독하러 온 이가 아니라 친척을 찾으러 왔소”라고 말했다. 승려들은 친척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그를 둥글게 에워싸고 달려들어, 하나하나 얼굴을 내밀고 기침을 하며 소리를 내어 어서 끌려 나가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들이 “누가 저 영감님의 친척일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한참 동안 훑어보고는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승려들이 “영감님께서는 친척을 알아보지도 못하시면서 어찌 웃으시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내가 무엇을 웃는지 아느냐? 너희 승려들이 하나같이 쓸모라곤 없는 것을 웃느니라! 부모가 너를 낳아 놓고서 팔자가 화개성을 범하여 아비를 방해하고 어미를 극하거나, 혹은 자매를 두지 못하는 탓에 너를 내다 버리듯 출가시킨 것인데, 너희는 어찌하여 삼보를 받들지 않고 불법을 공경하지 않으며 경을 보고 참회하러 가지도 않고, 도리어 도사의 품팔이꾼이 되어 종과 계집종처럼 부림을 받느냐?”라고 말했다. 승려들이 “영감님, 저희를 부끄럽게 하시는구려! 영감님께서는 바깥에서 오신 분이라 이곳의 형편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시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과연 외방에서 온 터라 진실로 그대들의 이곳에 무슨 무서운 일이 있는지 알지 못하겠소”라고 말했다.
승려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 나라 군왕은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쳐 도가 없으시어, 영감님네 같은 무리를 기뻐하시고 우리 불자들을 미워하시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어찌하여 그러하오?”라고 물었다. 승려들이 “바람을 부르고 비를 내리는 세 선장이 이곳에 와서 우리를 멸하려고 군왕을 속여 믿게 하여 우리 절을 헐고 도첩을 거두며 고향으로 돌려보내지도 않고 군역에 보태지도 못하게 한 채 저 선장들의 집에 붙여 종으로 부리게 하였으니, 그 고통이 견디기 어렵나이다! 또한 떠돌이 도사가 이곳에 이르면 곧 청하여 임금을 뵙고 상을 받게 하나, 승려가 오면 멀고 가까움을 가리지 않고 곧 잡아다가 선장의 집에서 품팔이를 시키나이다.” 행자가 “필시 저 도사들에게 무슨 교묘한 법술이 있어 군왕을 꾀었겠지. 다만 바람을 부르고 비를 내리는 것뿐이라면 모두 방문의 작은 법술일 따름이니, 어찌 임금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소?”라고 말했다. 승려들이 “저들은 모래를 뭉치고 수은을 단련하며 좌선을 하고 정신을 갈무리하고 물을 점쳐 기름이 되게 하고 돌을 점쳐 금이 되게 하옵니다. 요즘은 삼청관의 전각을 새로 일으켜 세우고 하늘과 땅을 대하여 밤낮으로 경을 읽고 참회하며 임금께서 만년을 늙지 않으시기를 빌고 있으니, 그 때문에 임금의 마음을 현혹시켰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러하였다면 너희는 모두 달아나 버리면 그만이지”라고 말했다. 승려들이 “영감님, 벗어날 수가 없나이다! 저 선장이 임금께 아뢰어 윤허를 받고 우리의 초상화를 그려 사방에 길이 붙여 두었나이다. 이 차지국의 땅이 또한 넓어서 각 부와 주와 현의 시골과 저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승려 그림이 한 장씩 붙어 있고, 그 위에는 임금께서 친히 글을 써 놓으셨나이다. 벼슬이 있는 자가 승려 하나를 잡으면 벼슬이 세 급 뛰어오르고, 벼슬이 없는 자가 승려 하나를 잡으면 곧 은자 오십 냥을 상으로 내리니, 그러므로 벗어날 수가 없나이다. 또한 승려뿐 아니라 상투를 깎은 자나 대머리나 털이 성긴 자도 어려우나이다. 사방에 관원이 많고 일을 캐는 이들이 널려 있어서 어떻게 하여도 빠져나갈 길이 없나이다. 우리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 오직 이곳에서 고통을 견디고 있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렇다면 너희는 죽어 버리면 그만이지”라고 말했다. 승려들이 “영감님, 죽은 이들도 있나이다. 이곳저곳에서 잡아 온 이와 본래 이곳 승려를 합쳐 모두 이천여 명이 되는데, 이곳까지 와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끓는 솥 같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추위를 참지 못하고 물과 풍토가 맞지 않아 죽은 이가 육칠백이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가 칠팔백이며, 우리 오백 명만이 죽지 못하고 있나이다.” 행자가 “어찌하여 죽지 못한단 말이오?”라고 물었다. 승려들이 “목을 매면 줄이 끊어지고, 칼로 목을 그으면 아프지도 않고, 물에 뛰어들면 떠올라 가라앉지 않으며, 약을 먹어도 몸이 편안하여 상하지 않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너희는 도리어 복이로구나, 하늘이 너희에게 장수를 내렸구나!” 승려들이 “영감님, 한 글자를 빠뜨리셨나이다. 오래도록 죄를 받는 것이지요! 저희는 하루에 세 끼를 먹는데 현미로 쑨 묽은 죽이옵고, 저녁이면 모래톱 위에서 이슬을 맞으며 누워 자는데, 눈을 감기만 하면 신인이 나타나 옹위해 주나이다.” 행자가 “피로에 지쳐 헛것을 보는 게 아니오?”라고 물었다. 승려들이 “귀신이 아니라 육정육갑과 호교가람이신데, 밤이 되면 곧 와서 지켜 주나이다. 죽으려는 자가 있으면 그를 붙들어 죽지 못하게 하시나이다.” 행자가 “이 신들이야말로 이치에 맞지 않는구먼. 마땅히 너희가 일찍 죽어 일찍 승천하게나 할 것이지, 와서 지키기만 하니 어찌한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승려들이 “그분들이 꿈속에서 우리를 타이르시며 죽음을 찾지 말고 우선 고통을 견디며 동토 대당의 성스러운 승려가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오는 나한을 기다리라 하시나이다. 그분의 수하에 제자가 하나 있는데, 그가 바로 제천대성이옵니다. 신통이 광대하여 오직 충량한 마음을 품고 인간의 불평한 일을 갚아 주며, 곤궁한 이를 구하고 위태로운 이를 도우며, 외로운 이를 불쌍히 여기고 홀어미를 돌보나이다. 다만 그분이 오셔서 신통을 나타내어 도사들을 멸하면 너희 사문선교를 도로 받들게 되리라 하였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웃으며 “이 늙은 손에게 수단이 없다고들 하지 마라, 신령한 이들이 미리 벌써 내 이름을 전하고 있구나”라고 말했다. 그는 급히 몸을 빼내어 어고를 두드리고 승려들에게 작별을 고한 뒤 곧장 성문 어귀로 나아가 도사들을 만났다. 그 도사들이 마주 나오며 “선생, 어느 분이 영감님의 친척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오백 명이 모두 나와 친척이오”라고 말했다. 두 도사가 웃으며 “어찌하여 그리 많은 친척이 있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백 명은 내 왼쪽 이웃이요, 백 명은 내 오른쪽 이웃이요, 백 명은 내 아버지 쪽 일가요, 백 명은 내 어머니 쪽 일가요, 백 명은 내 벗들이오. 그대들이 기꺼이 이 오백 명을 모두 놓아 준다면 내 그대들과 함께 들어가려니와, 놓아 주지 않는다면 나는 가지 않겠소”라고 말했다. 도사가 “그대는 필시 미친 병이 있는 게로구려. 갑자기 헛된 소리를 하는구려. 저 승려들은 임금께서 하사하신 이들이라 한두 명을 놓아 주려 해도 먼저 사부님께 병상을 올리고 난 뒤에 죽상을 보태어 올려야 일이 끝나는 법이오. 어찌 모두 놓아 준단 말이오? 그런 이치는 통하지 않소!
통하지 않소! 또한 우리 집에 부릴 사람이 없어진다는 말은 접어 둔다 해도, 조정에서도 괴이하게 여길 것이오. 그쪽에서는 늘 관리를 보내어 와서 조사하고 혹 임금의 수레가 친히 내려와 점검하기도 하는데, 어찌 감히 놓아 주겠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놓아 주지 않는단 말이오?”라고 물었다. 도사가 “놓아 주지 않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거푸 세 번이나 물었으나 대답이 같자 성이 치밀어 올라 귓속에서 쇠몽둥이를 꺼내어 바람에 비비니 곧 사발만 한 굵기가 되었고, 한 번 휘두르더니 그 도사의 낯을 향해 후려쳤다. 가련하게도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며 몸이 땅에 넘어지고, 살이 터지고 목이 꺾여 골수가 쏟아졌다!
모래톱 위에 있던 승려들이 멀리서 그가 두 도사를 때려 죽이는 것을 보고 수레를 내팽개치고 달려 올라와 “큰일 났소이다! 큰일 났소이다! 임금의 친척을 때려 죽였소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 누가 임금의 친척이오?”라고 물었다. 승려들이 그를 키질하듯 둘러싸고 “그들의 사부님께서는 전각에 오르실 때에도 임금께 절하지 않고 전각에서 내려오실 때에도 주인께 여쭙지 않으며, 조정에서는 늘 국사 형님 선생이라 불리시옵니다. 그대는 어찌하여 이곳에 와서 화를 지었소? 그 제자가 나와 일을 감독한 것이 그대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그를 때려 죽였단 말이오? 저 선장께서는 그대가 와서 죽였다 하지 않고 다만 이곳에 감독하러 왔다가 우리가 그의 목숨을 해쳤다 하실 터이니, 우리가 어찌 되겠소? 그대와 함께 성안으로 들어가 사람의 목숨 값을 치르고 나오겠소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여러분 떠들지 마시오. 나는 운수전진이 아니라 그대들을 구하러 온 이오”라고 말했다. 승려들이 “그대는 도리어 사람을 때려 죽여 우리를 해치고 짐만 보태었거늘, 어찌 우리를 구하러 온 이란 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나는 대당의 성스러운 승려이신 스승님의 제자 손오공 행자이니, 특별히 이곳에 와서 그대들의 목숨을 구하려는 것이오”라고 말했다. 승려들이 “아니오! 아니오! 그 영감님은 우리가 알아보고 있소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일찍이 만난 적도 없거늘 어찌 알아본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승려들이 “우리는 꿈속에서 늘 한 노인을 뵈었는데, 스스로 태백금성이라 하시며 늘 우리를 가르쳐 주시되 저 손행자의 모습을 잘못 알아보지 말라 하셨소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가 그대들에게 어떻게 말하던가?”라고 물었다. 승려들이 “그 대성에 대하여 이르시기를, 이마는 튀어나오고 금빛 눈이 번쩍이며, 둥근 머리는 털투성이에 뺨이 없고, 드러난 이와 뾰족한 입은 성깔이 괴팍하며, 모습은 벼락 신보다 기괴하니라. 늘 금테 두른 쇠몽둥이를 써서 일찍이 하늘 궁궐을 쳐부수었으나, 이제는 바르게 귀의하여 승려를 보호하러 와서 오직 인간의 재앙을 구하느니라 하였소이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성을 내면서도 기뻤으니, 기쁜 것은 이 늙은 손의 이름을 전해 준 까닭이요, 성난 것은 저 늙은 도둑놈이 천치스럽게도 내 본래 모습까지 이 무리 범인들에게 일러 주었다는 까닭이었다. 그가 갑자기 소리를 내어 “여러분이 나를 손행자로 여기지 않는다면, 나는 손행자의 문하생으로 이곳에 와서 사고 치는 재주를 배우러 온 자요. 저기 손행자가 오지 않소?”라고 말했다. 손을 들어 동쪽을 가리키니 승려들이 속아 고개를 돌렸고, 그 틈에 그가 본모습을 드러내었다. 승려들이 그제야 알아보고는 하나하나 엎드려 절하며 “영감님! 저희는 어리석은 범인의 눈이라 영감님께서 몸을 나타내신 줄 몰랐나이다. 바라건대 영감님께서 저희의 원한을 갚아 주시고 재앙을 없애 주시며, 속히 성안으로 들어가 사악한 무리를 항복받고 바른길로 돌리소서!”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대들은 잠시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말했다. 승려들이 좌우에서 바짝 따랐다.
그 대성이 곧장 모래톱 위로 가서 신통을 부려 수레를 두 관문 너머로 끌어당기고 척추를 끼운 듯한 좁은 길을 지나게 한 뒤 들어 번쩍 들어올려 산산이 부수어 버리고, 그 벽돌과 기와와 목재들을 모두 비탈 아래로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승려들을 향해 호령하여 “흩어져라! 내 발밑에 붙어 있지 말고 내일 임금을 만나 저 도사들을 멸할 때를 기다려라!”라고 말했다. 승려들이 “영감님, 저희는 감히 멀리 가지 못하겠나이다. 관원에게 잡혀 압송되면 도로 매를 맞고 몸값을 물어야 하니, 도리어 재앙이 새로 생기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러하다면 내 그대들에게 호신법을 주겠노라”라고 말했다. 훌륭한 대성이 털 한 웅큼을 뽑아 입에 넣고 잘게 씹더니, 승려 하나하나에게 한 올씩 나누어 주며 모두에게 “이것을 넷째 손가락의 손톱 속에 넣고 주먹을 쥔 채로 길이나 걷거라. 아무도 그대들을 잡지 못하면 그만이려니와,
만약 누군가 그대들을 잡으려 하거든 주먹을 움켜쥐고 제천대성을 한 번 불러라. 내 곧 와서 지켜 주리라.” 승려들이 “영감님, 혹시 너무 멀리 가서 영감님이 보이지 않고 불러도 대답이 없으면 어찌하면 좋사옵니까?”라고 물었다.
행자가 “마음 놓거라. 만 리 밖이라도 무사하도록 보장하리라.” 승려들 가운데 담력이 큰 자가 주먹을 쥐고 살짝 “제천대성!” 하고 불렀다. 그랬더니 눈앞에 번개 다스리는 신 같은 사내 하나가 서서 쇠몽둥이를 들고 있었으니, 천군만마라도 그 곁에 다가설 수 없을 듯하였다. 이때 백여 명이 함께 부르자 족히 백여 명의 대성이 지켜 주었으므로, 승려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영감님! 과연 영험하시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다시 분부하였다. “‘적’ 자를 소리 내어 부르면 도로 거두어 주리라.” 과연 “적!” 하고 부르자 도로 털이 손톱 틈에 들어 있었다. 승려들이 그제야 기뻐하며 살 길을 얻어 일제히 흩어졌다. 행자가 “너무 멀리 달아나지는 말고 성안의 소식을 들으라. 승려를 다시 뽑는 방이 나붙거든 곧 성안으로 들어와 내 털을 돌려주어라.” 오백 명의 승려가 동쪽으로 가는 이, 서쪽으로 가는 이, 걷는 이, 서 있는 이로 사방으로 흩어졌으니, 이만 각설한다.
말하자면, 삼장법사가 길가에서 행자의 회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저팔계에게 말을 이끌어 서쪽으로 가라 하였는데, 길에서 달려가는 승려들을 만났고 성 가까이 이르러서는 행자가 아직 흩어지지 않은 승려 열몇 명과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 삼장법사가 고삐를 당기며 “오공, 너는 소리 하나 알아보러 간다더니 어찌 그리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승려 열몇 명을 이끌고 삼장법사의 말 앞에서 절을 올리고 지난일을 낱낱이 아뢰었다. 삼장법사가 크게 놀라며 “그러하다면 우리는 어찌된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그 승려 열몇 명이 “영감님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손대성 영감님께서는 하늘에서 내려오신 신이니 신통이 광대하시어 반드시 영감님을 무사히 지켜 주시나이다. 저희는 이 성 안에 있는 칙건 지연사의 승려들이옵니다. 이 절은 선왕이신 태조께서 친히 지으신 것이라 그분의 신상이 절 안에 모셔져 있어 헐지 못하였고, 성 안의 절은 크고 작은 것들이 모두 헐렸나이다. 저희가 청하오니 빨리 성안으로 들어가 저의 누추한 산사에 머무소서. 내일 아침 조회가 되면 손대성께서 반드시 조처하실 것이니이다.” 행자가 “그대들의 말이 옳소이다. 좋소, 서둘러 성안으로 들어갑시다.” 그 장로가 그제야 말에서 내려 성문 아래에 이르렀는데, 이때는 이미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도개교를 건너 삼층 문 안으로 들어가니, 거리의 사람들이 지연사의 승려가 말을 끌고 짐을 지고 가는 것을 보고 모두 길을 비켜 주었다. 한창 걷고 있는데 산문 앞에 이르렀으니, 저 문 위에 높이 걸린 금박 대편액에는 칙건 지연사라 쓰여 있었다. 승려들이 문을 밀어 열고 금강전을 지나 대웅전의 문을 열었다. 삼장법사가 가사를 꺼내어 걸치고 금빛 불신에 절을 마치고 나서야 방장으로 들어갔다. 승려들이 “절 지키는 이!”라고 불렀다. 늙은 승려가 걸어 나와 행자를 보자 곧절을 올리며 “영감님! 오셨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너는 나를 어느 영감님으로 알고 그리 부르며 절하느냐?”라고 물었다. 그 승려가 “저는 영감님을 제천대성 손 영감님으로 알아뵙니다. 우리는 밤마다 꿈에서 영감님을 뵈었고, 태백금성께서 늘 꿈에 오셔서 당부하시기를 오직 영감님이 오셔야 우리가 목숨을 건지리라 하였나이다. 오늘 과연 존안을 뵈오니 꿈에서와 조금도 다르지 않나이다. 영감님, 일찍 오시기를 천만다행으로 여기나이다! 하루이틀만 늦으셨더라도 우리는 이미 모두 귀신이 되었을 것이니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일어나라 일어나라. 내일이면 분별이 있으리라.” 승려들이 공양을 차려 올렸고 그 사부와 제자들이 그것을 먹고는 방장을 깨끗이 청소하고 하룻밤을 편히 잤다.
이경 무렵이었다. 손대성은 마음에 일이 걸려 있어 좀처럼 잠이 들지 못하였다. 문득 어디선가 피리와 북을 치며 울려 오는 소리가 들려오기에 가만히 몸을 일으켜 옷을 챙겨 입고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두루 살펴보니, 정남쪽에서 등불과 촛불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구름머리를 낮추어 자세히 다시 들여다보니, 과연 이러하였다.
삼청관의 도사들이 별을 비는 재를 올리고 있었다. 과연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신령한 구역의 높은 전각이요, 복된 땅의 참된 법당이라. 신령한 구역의 높은 전각은 우뚝 솟아 봉래산의 경치처럼 장엄하고, 복된 땅의 참된 법당은 은은하여 화락궁처럼 맑고 깨끗하구나. 양쪽에는 도사들이 서서 생황을 불어 대고, 정면에는 높은 법사가 옥결을 받들었구나. 《소재참》을 펼쳐 그 뜻을 풀이하고, 《도덕경》을 펴 놓고 강론하는구나. 몇 차례 먼지를 일으키며 부적을 모두 전하고, 표백을 한 차례 하니 모두 땅에 엎드리는구나. 물에 주문을 걸고 격문을 날리니 촛불이 흔들리며 상계로 솟구치고, 자리를 살피고 북두성을 베풀며 향 연기가 그윽이 맑은 하늘로 스미는구나.제단 위에는 새로 차린 공물이 놓였고, 탁자 위에는 제물이 풍성하구나.
전각의 문 앞에는 누런 비단에 금실로 짠 대련 한 쌍이 걸려 있는데, 스물두 개의 큰 글자가 수놓여 있었으니 이르기를 “비는 순하고 바람은 고르오니, 원하옵나니 천존의 무량하신 법을 축원하나이다. 강물은 맑고 바다는 잔잔하오니, 만세께서 남은 세월을 넉넉히 누리시기를 비나이다.” 행자가 보니 늙은 도사 세 명이 법의를 걸치고 있었는데, 아마 저 호력과 록력과 양력 세 대선이러라. 그 아래에는 칠팔백 명의 흩어진 무리들이 북을 맡고 종을 맡고 향을 시중들고 축문을 읽으며 모두 양쪽에 시립해 있었다. 행자가 속으로 기뻐하며 “내가 내려가 그들과 한바탕 섞여 놀아 보려마는, 가는 실 하나로는 줄을 꼬지 못하고 외손바닥으로는 소리를 내지 못하는 법이니, 우선 돌아가 팔계와 사승을 거느리고 함께 와서 실컷 놀아 보리라”라고 말했다.
상서로운 구름을 내려앉혀 방장으로 곧장 가니, 팔계와 사승이 발을 마주 댄 채 자고 있었다. 행자가 먼저 오정을 깨우니 사승이 잠이 깨어 “형님, 아직 주무시지 않으셨소?”라고 물었다. 행자가 “너는 우선 일어나거라. 나와 함께 별미를 좀 즐기러 가자”라고 말했다. 사승이 “한밤중 삼경에 입은 바싹 마르고 눈은 침침한데 무슨 별미를 즐긴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이 성안에 과연 삼청관이라는 곳이 있더라. 관에서는 도사들이 제사를 올리고 있어서 삼청전에 공양거리가 많은데, 만두는 족히 한 말만 하고, 구운 과자는 오륙십 근씩이나 되며, 반찬과 밥이 무수하고 과일 또한 싱싱하니라. 너와 함께 가서 즐기자!” 저팔계는 잠결에 좋은 음식 이야기를 듣고는 곧 잠이 깨어 “형님, 나는 데려가지도 않으시렵니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아우야, 네가 음식을 먹고 싶거든 큰 소리로 떠들어 스승님을 깨우지 말고 모두 나를 따라오너라.” 그 두 사람이 옷을 걸치고는 조용히 문 앞으로 나서서 행자를 따라 구름을 밟고 훌쩍 날아올랐다. 그 멍청이가 등불을 보자마자 곧 손을 대려 하거늘 행자가 붙잡으며 “서두르지 마라. 저들이 흩어진 뒤에야 비로소 내려갈 수 있느니라”라고 말했다. 팔계가 “그제야 경 읽는 흥이 돋아 있는데 어찌 기꺼이 흩어지려 하겠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내가 꾀를 하나 부리면 그들이 곧 흩어지리라.” 훌륭한 대성이니 손가락으로 결을 잡고 주문을 외운 뒤 곤방 쪽에서 한 숨을 들이켜 훅 불어 보내니, 그것이 곧 한바탕 거센 광풍이 되어 삼청전으로 곧장 휘말려 들어가 그곳의 꽃병과 촛대며 사방 벽에 걸어 둔 공덕 그림들을 한꺼번에 쓰러뜨리고, 마침내 등불이 빛을 잃게 하였다. 도사들이 모두 간담이 서늘해 하는데, 호력대선이 “제자들은 잠시 물러나거라. 이 신령한 바람이 지나가며 등불과 향과 꽃을 불어 껐으니, 각자 처소로 돌아가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경문을 몇 권 더 읽어 그 수를 채우도록 하여라”라고 말했다. 도사들이 과연 각각 물러가 버렸다.
이에 행자가 팔계와 사승을 이끌고 구름머리를 내려앉혀 삼청전으로 쳐들어갔다. 그 멍청이는 익은 것인지 생것인지 가리지도 않고 구운 과자를 집어 벌린 입으로 그냥 깨물어 버렸다. 행자가 쇠몽둥이를 뽑아 들고 손 가는 대로 내리치니, 팔계가 손을 움츠리고 피하며 “아직 무슨 맛인지 보지도 못하였는데 어찌하여 때리시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보잘것없이 굴지 마라. 우선 예나 갖추고 앉아서 먹자”라고 말했다. 팔계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군! 남의 것을 훔쳐 먹으면서 무슨 예를 갖춘단 말이오!
만일 청하여 데려다 놓았다면 어찌하려 하였소?” 행자가 “이 위에 앉아 계신 분들이 어떤 보살이란 말이오?”라고 물었다.
팔계가 웃으며 “삼청도 알아보지 못하시다니, 그러면 무엇을 보살이라 하시렵니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러면 무엇이 삼청이란 말이오?”라고 물었다. 팔계가 “가운데 계신 이는 원시천존이시오, 왼쪽에 계신 이는 영보도군이시오, 오른쪽에 계신 이는 태상노군이시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모두 저러한 모습으로 변하여야 편안히 먹을 수 있겠구나”라고 말했다.
그 멍청이가 다급해져서 향긋한 공양 냄새를 맡고 그것을 먹고 싶어져 높은 대로 기어 올라가더니, 주둥이로 노군을 들이받아 밀어 내리며 “늙은 양반, 그대도 앉을 만큼 앉았으니 이번에는 나이 좀 앉아 보자”라고 말했다. 팔계가 태상노군으로 변하고 행자가 원시천존으로 변하며 사승이 영보도군으로 변하여 본래의 상들을 모두 아래로 밀어 떨어뜨렸다. 자리에 앉자마자 팔계가 큰 만두를 채 가려 하거늘 행자가 “서두르지 마라!”라고 말했다. 팔계가 “형님, 이토록 변하였거늘 먹지 않고 무엇을 기다리란 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아우야, 먹는 일은 작은 일이거니와 천기를 누설하는 일이 큰일이니라. 이 성상들을 땅에 밀쳐 두었으니, 혹 일찍 일어난 도사가 종을 치고 땅을 쓸러 오다가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소식이 새어 나가지 않겠느냐? 이것들을 한쪽에다 숨겨 두어라”라고 말했다. 팔계가 “이곳은 길이 낯설어 문도 찾지 못하겠는데 그것을 어디다 숨긴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내가 막 들어올 무렵 오른쪽 아래에 작은 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에서 구린내가 훅 끼치는 것이 필시 오곡이 돌고 도는 곳이더라. 그것을 그리로 갖다 버리고 오너라”라고 말했다. 이 멍청이는 힘이 장사라 뛰어내려가 세 성상을 어깨에 얹어 메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쪽에 이르러 발로 문을 걷어차고 보니 본래 커다란 뒷간이었으므로, 웃으며 “이 필마온 녀석이 참으로 혀를 놀리는 솜씨가 좋구나! 똥구멍에도 법호를 붙여 오곡이 돌고 도는 곳이라니!”라고 말했다. 그 멍청이는 성상을 어깨에 멘 채 당장 던져 버리지는 않고 입을 웅얼거리며 빌었다. “삼청이여 삼청이여, 내 말을 들어 보시오. 먼 곳에서 이곳에 와서 으레 요괴를 멸하려 하나 공양을 즐기려 해도 편안히 있을 곳이 없소. 그대들의 자리를 빌려 잠깐 머물게 하시오. 그대들도 오래도록 앉아 있었으니 잠시 똥구멍으로 내려가시오. 평소에는 한없이 누리며 청정한 도사가 되더니, 오늘은 부득이 더러운 것도 맛보며 구린내를 맡는 천존이 되었구려!”
빌기를 마치고는 콰당 하는 소리가 나도록 안으로 집어 던졌는데, 구린 물이 튀어 올라 옷자락 절반을 적셨다. 그는 걸어 올라와 전각으로 들어섰다. 행자가 “잘 숨겨 두었느냐?”라고 물었다. 팔계가 “숨기기는 잘 숨겼소만, 다만 물이 튀어 올라 옷을 더럽히고 구린내가 좀 나니 속이 메스껍지는 마시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됐다. 너는 우선 와서 먹어라. 다만 깨끗한 몸으로 문을 나설 수나 있으려는지 모르겠구나.” 그 멍청이는 도로 노군으로 변하였다. 세 사람이 자리에 앉아 실컷 즐겼으니, 먼저 큰 만두를 먹고 뒤이어 여러 접시의 반찬과 밥과 다과와 화덕에 구운 떡과 기름에 튀긴 것과 찐 과자를 먹었는데, 차니 더우니 따질 것도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먹어 댔다. 본래 손행자는 불에 익힌 음식을 별로 먹지 않으므로 과일 몇 개만 집어 먹으며 그 두 사람의 벗이 되어 주었다. 그 한바탕 먹어 치우는 것이 별이 달을 쫓고 바람이 구름을 걷듯 하여 모조리 먹어 비우고 나니, 이제는 더 먹을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길을 떠날 생각은 하지 않고 그곳에서 한담을 나누며 소화나 시키며 놀고 있었다.
아!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본래 저 동쪽 행랑 아래에 어린 도사 하나가 잠자리에 막 누웠다가 홀연히 일어나 “내 손종을 전각에 두고 왔구나. 그것을 잃어버리면 내일 스승님께 꾸중을 듣겠다”라고 말했다.
그가 함께 자던 이에게 “그대는 그냥 자고 있어라. 내가 가서 찾아오마”라고 말하였다. 급한 나머지 속옷은 입지 않고 다만 저고리 하나만 걸치고는 곧장 대웅전으로 가서 종을 찾았다. 이리저리 더듬거리며 마침내 손종을 찾아 쥐었는데, 막 몸을 돌려 나가려 하니 누군가 숨 쉬는 소리가 들려오므로 그 도사는 겁이 덜컥 났다. 급히 발을 떼어 밖으로 나가려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여지 씨앗을 밟아 푹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손종이 산산이 깨져 버렸다. 저팔계가 참지 못하고 껄껄 웃음을 터뜨리자, 어린 도사는 세 혼이 달아나고 일곱 넋이 되돌아온 듯하여 한 걸음마다 넘어지며 뒷방장 밖에까지 이르러 문을 두드리며 “사공님! 큰일 났사옵니다! 화가 났사옵니다!”라고 소리쳤다. 늙은 도사 세 명은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았으므로 곧 문을 열고 “무슨 화가 났단 말이냐?”라고 물었다. 그가 바들바들 떨며 “제자가 손종을 잃어버려 전각에 그것을 찾으러 갔더니, 누군가 껄껄 웃는 소리만 들려 하마터면 혼이 날 뻔하였나이다!”라고 말했다. 늙은 도사가 그 말을 듣고 곧 “등을 밝혀 오너라! 무슨 사악한 물건인지 보자꾸나”라고 외쳤다. 명령 한 마디에 양쪽 행랑의 도사들이 놀라 크고 작은 이들이 모두 일어나 불을 밝히고 횃불을 들어 대웅전으로 구경하러 몰려갔다.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