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손대성이 왼손으로 사승을 꼬집고 오른손으로 저팔계를 꼬집자, 두 사람은 곧 알아차리고 높은 자리에 앉아 얼굴을 찌푸린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도사들이 등잔불을 밝히고 횃불을 켜들어 앞뒤로 비추어 살피는 것을 내맡긴 채, 세 사람은 마치 진흙으로 빚고 금을 입힌 불상과 다름없는 꼴이었다. 호력대선이 “나쁜 놈이 없거늘 어찌하여 공헌물을 모조리 먹어 치웠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록력대선이 “꼭 사람이 먹은 솜씨로구려. 껍질 있는 것은 껍질을 모조리 벗겼고 씨 있는 것은 씨를 모조리 뱉었거늘, 그러면 어찌하여 사람의 형체는 보이지 않는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양력대선이 “사형께서는 의심 마시오. 아마도 우리가 정성과 공경을 다하여 이곳에서 밤낮으로 경을 외우고 앞뒤로 글을 올렸으며 또 조정의 이름까지 걸었으니 틀림없이 천존을 놀라 움직였을 것이오. 삼청 할아버님께서 친히 강림하시어 이 공양물을 잡수신 것이 틀림없소. 지금 신선의 무리가 아직 돌아가지 않고 학이 끄는 수레가 이곳에 계시니, 우리가 천존께 절하며 아뢰어 성수와 금단을 얼마쯤 간청하여 폐하께 올린다면 장생하는 길이 되어 우리의 공덕까지 드러나지 않겠소이까?”라고 말했다. 호력대선이 “옳은 말이오”라고 말하고는 명령했다. “제자들은 음악을 연주하고 경을 외워라! 한편에서는 법의를 가져오너라. 내가 별자리를 밟으며 절하여 빌 터이니.” 그 작은 도사들이 모두 명령을 좇아 두 줄로 늘어서니, 놋쇠 경쇠가 댕그랑 한 번 울리자 모두 함께 《황정도덕진경》 한 권을 외웠다. 호력대선이 법의를 걸치고 옥홀을 받쳐 쥐고 앞을 향하여 춤을 추며 먼지를 일으키다가 땅에 엎드려 절하고는 위를 향해 아뢰었다. “황공하옵고 두렵사옵나이다. 머리를 조아려 귀의하옵니다. 신 등은 교를 일으켜 맑고 허한 도를 우러러보나이다. 중들을 멸하여 비루함을 없애고 도를 받들어 빛을 드높였나이다. 칙명으로 보전을 수리하시고 어명으로 궁정을 지으셨나이다. 공양을 널리 차리고 용기를 높이 걸었나이다. 밤새 촛불을 들고 온종일 향을 피우나이다. 한결같은 정성이 위에 닿고 조그마한 공경이 귀의하옵니다. 이제 강림하심을 입었사온데 신선의 수레는 아직 돌아가지 않았나이다. 원하옵나니 금단과 성수를 얼마쯤 내리시어 조정에 올리게 하옵소서. 그리하면 수명이 남산과 같으리이다.” 저팔계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불안해져 행자에게 조용히 “이건 우리가 잘못한 것이오. 음식을 먹고도 길을 떠나지 않고 이토록 비는 것만 기다리고 있으니, 어찌 대답한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다시 한 번 꼬집자 문득 입을 열어 소리쳐 말했다. “후배 소선들이여, 절하며 비는 것을 우선 그만두시오. 우리는 반도연회에서 오는 길이라 금단이며 성수를 가져오지 않았으니, 다음에 다시 와서 내려 주겠소.” 그 도사들이 말이 나오는 것을 듣고는 저마다 옷을 떨며 벌벌 떨면서 “할아버님! 살아 계신 천존이 인간 세상에 강림하셨다! 절대로 놓아 보내지 말고 어떻게든 장생하는 법이나 청해 내자!”라고 말했다.
록력대선이 앞으로 나서서 또 절하며 아뢰었다. “먼지를 일으키며 머리를 조아리옵고 삼가 단심을 다하옵니다. 미천한 신이 목숨을 바쳐 삼청을 우러러보나이다. 이 경계에 온 이래 도를 일으키고 중들을 몰아내었나이다. 국왕께서 마음으로 기뻐하시어 도문의 어른을 공경하시고, 나천대초를 베풀어 밤을 지새우며 경을 살피나이다. 다행히 천존께서 버리지 않으시고 성스러운 수레를 내려 뜰에 임하셨나이다. 굽어 살피시고 은혜와 영광을 내려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부디 성수를 얼마쯤 남겨 주시어 제자들이 수명을 늘리고 장생하게 하옵소서.” 사승이 행자를 꼬집으며 가만히 “형님, 일이 급하옵니다. 또 빌기 시작이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들에게 얼마쯤 주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조용히 “어디 있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너희는 나만 보아라. 나에게 있으면 너희에게도 있는 것이니라.” 그 도사가 피리와 북을 울리기를 마치자 행자가 입을 열어 말했다. “후배 소선들이여, 엎드려 절할 것 없소. 내가 성수를 남겨 주지 않으려 하니 후손이 끊길까 두렵고, 주려 하자니 또한 너무 쉬운 노릇이로구나.” 도사 무리가 그 말을 듣고 일제히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천존께서는 제자들이 공경하는 뜻을 굽어 살피시옵소서. 천 번 간청하오니 부디 얼마쯤 기꺼이 내려 주옵소서. 제자들이 도덕을 널리 펴고 국왕께 아뢰어 온 나라가 도문을 두루 공경하게 하겠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러하다면 그릇을 가져오너라”라고 말했다. 도사들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은혜에 사례했다. 호력대선이 남보다 앞서려는 마음에 큰 독 하나를 메어다 전각에 놓았고, 록력대선은 사기로 만든 동이 하나를 받쳐다 공양 탁자 위에 얹었으며, 양력대선은 꽃병에서 꽃을 빼어 가운데로 옮겨 놓았다. 행자가 “너희는 모두 전각 밖으로 나가 문짝을 닫아 걸어라. 천기를 누설해서는 안 되느니라. 그래야 너희에게 성수를 남겨 줄 수 있느니라”라고 말했다. 도사들이 모두 함께 붉은 섬돌 아래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 뒤 전각 문을 닫았다.
그 행자가 벌떡 일어서더니 호랑이 가죽 치마를 걷어 올리고 꽃병에 오줌을 가득 누었다. 저팔계가 그것을 보고 기뻐하며 “형님, 내가 형님을 여러 해 동생으로 섬겼지만 이것만큼은 나를 속인 적이 없구려. 내가 방금 음식을 좀 먹어 두었더니 바로 이런 일을 하려는 참이었소”라고 말했다. 그 멍청한 놈이 옷을 걷어 올리더니 콸콸콸, 마치 여량홍의 물이 비탈로 쏟아지듯 사각거리게 사기 동이에 오줌을 가득 누었고, 사승도 독에 반쯤 누었다. 그리고는 도로 옷을 여미고 위에 단정히 앉아 “소선들이여, 성수를 받으시오”라고 말했다. 그 도사들이 문짝을 밀쳐 열고 머리를 조아리며 절하고 은혜를 사례한 뒤 독을 메어 내가고 병과 동이를 한곳에 모아 놓고 “제자야, 잔 하나를 가져와서 맛을 보자”라고 일렀다. 작은 도사가 곧 찻잔 하나를 가져다 늙은 도사에게 건넸다. 도사가 한 잔을 떠서 입에 털어 넣고는 연신 입술을 닦고 혀를 차며 맛을 보는데, 록력대선이 물었다.
“사형, 맛이 좋사옵니까?” 늙은 도사가 입을 삐죽 내밀며 “그다지 맛있지는 않구려. 약간 쉬어서 떫어진 술맛이 나는군”이라고 말했다.
양력대선이 “내가 좀 맛보리다”라고 말하고는 또한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 “약간 돼지 오줌 누린내가 나는구려”라고 말했다.
행자가 위에 앉아 있다가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을 듣고는 이미 간파당한 줄을 알고 “내가 재주를 하나 부려서 아예 이름이나 남겨 두리라”라고 말하고는 크게 소리쳐 외쳤다. “도호야 도호야, 너희는 참으로 망령된 생각을 하는구나! 어느 삼청이 기꺼이 범인의 터전에 내려오겠느냐? 내 참된 성을 너희에게 알려 주리라. 대당의 승려 무리는 칙명을 받들어 서쪽으로 가는 길이로다. 좋은 밤에 할 일이 없어 궁궐로 내려왔노라. 공양물을 먹고 한가로이 앉아 실없이 놀다가, 너희가 절하며 비니 무엇으로 답하리오?
“거기가 무슨 성수란 말이냐! 너희가 먹은 것은 모두 내가 한 번 누운 오줌이니라!” 그 도사들이 이 말을 듣고는 문을 가로막은 채 일제히 삼지창이며 갈퀴와 빗자루와 기와 조각과 돌을 들어 얼굴 가릴 것 없이 안쪽을 향하여 마구 때려 댔다.
훌륭한 행자로다. 왼손에 사승을 끼고 오른손에 저팔계를 끼고는 문을 박차고 나와서 상서로운 빛을 타고 곧장 지연사의 방장으로 돌아갔다. 스승을 놀라게 할까 염려하여 감히 알리지 않고, 세 사람은 도로 가만히 누워 잤다.
어느덧 새벽 오고 삼점이 되어, 그 국왕이 조회를 열자 문무 양반과 사백 명의 조관이 모여들었으니, 붉은 비단 등불이 환히 빛나고 보정에서는 향연이 자욱이 어리는구나. 이때 당삼장이 잠에서 깨어나 “제자들아 제자들아, 나를 모시고 관문을 교환하러 가자꾸나”라고 불렀다. 행자와 사승과 저팔계가 급히 일어나 옷을 입고 좌우에 모시어 서서 “스승님께 아뢰옵니다. 이 어리석은 임금은 저 도사들을 믿어 도를 일으키고 중들을 멸하니, 혹여 말이 어긋나 관문을 교환해 주지 않을까 두렵사옵니다. 저희가 스승님을 호위하여 조정으로 들어가겠나이다”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크게 기뻐하며 금란가사를 걸쳤다. 행자는 통관문첩을 챙겨 들고, 오정에게는 발우를 받쳐 들게 하고 오능에게는 석장을 쥐게 하였으며, 행낭과 말은 지연사의 승려에게 맡겨 지키게 하고는 곧장 오봉루 앞에 이르러 황문관에게 예를 갖추고 성명을 알린 뒤, 동토 대당에서 경을 구하러 가는 중들이 관문을 교환하려 하니 번거로우시더라도 전하여 아뢰어 달라고 말했다. 그 각문대사가 조정 안으로 들어가 금계단에 엎드려 아뢰었다. “밖에 중이 넷이 있사온데, 동토 대당에서 경을 구하러 가는 자들이라 하며 관문을 교환하고자 하나이다. 지금 오봉루 앞에서 어명을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국왕이 그 아뢰는 말을 듣고 “이 중들이 죽을 곳을 찾지 못하고 도리어 이곳에 와서 죽을 곳을 찾는구나! 저 순포 관원들은 어찌하여 그들을 잡아다 압송해 오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곁에서 당가의 태사가 몸을 비켜 나오며 아뢰었다.
“동토 대당은 바로 남섬부주이옵고 이름을 중화 대국이라 하오니, 이곳에 이르기까지 만 리의 머나먼 길이오며 길에는 요괴가 많사옵니다. 이 중들이 틀림없이 법력이 조금은 있기에 감히 서쪽으로 왔을 것이옵니다. 바라옵건대 폐하께서는 중화에서 먼 길을 온 중들을 보아 주시어, 우선 불러다 문첩을 확인하고 놓아 보내 주시옵소서. 그리하시면 선연의 뜻을 잃지 않으시리이다.” 국왕이 그 청을 윤허하여 삼장 일행을 금란전 아래로 불러들였다. 사부와 제자들이 섬돌 앞에 줄지어 서서 관문을 두 손에 받들어 국왕에게 올렸다. 국왕이 펼쳐 막 보려 하는데, 또 황문관이 들어와 아뢰었다. “세 분 국사께서 오시나이다.” 국왕이 깜짝 놀라 관문을 거두고 급히 용좌에서 내려와 가까이 모시는 자에게 수놓은 방석을 놓게 하고는 몸을 굽혀 맞이했다. 삼장 일행이 고개를 돌려 보니, 저 대선이 몸을 흐느적거리며 쌍계를 얹고 머리를 헝클어뜨린 어린 동자 둘을 거느리고 안으로 곧장 들어오는데, 양반의 관원들이 등을 굽힌 채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가 금란전에 올라가서는 국왕을 대하고도 예를 갖추지 않았다.
그 국왕이 “국사여, 짐이 일찍이 청을 올리지 않았거늘 오늘 어찌 기꺼이 강림하셨소?”라고 말했다. 늙은 도사가 “아뢸 일이 하나 있어서 온 것이오. 저 중 넷은 어느 나라에서 온 자들이오?”라고 말했다. 국왕이 “동토 대당에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보낸 자들인데, 이곳에 와서 관문을 교환하려는 것이오”라고 말했다.
그 세 도사가 손뼉을 치며 크게 웃고는 “내가 그놈들이 달아났다 하였더니, 원래 아직 이곳에 있었구나!”라고 말했다. 국왕이 놀라며 “국사께 무슨 말씀이 있으시오? 그들이 막 성명을 알려 왔거늘 잡아다 국사께 보내어 쓰시게 하려 하였소이다. 다만 당가 태사가 아뢴 말에 이치가 있어, 짐이 먼 길을 온 뜻을 보아 중화의 선연을 끊지 않으려 한 나머지 바야흐로 불러들여 문첩을 확인하던 참이었소. 뜻밖에도 국사께 이런 물음이 있으시니, 아마 저들이 존안을 범하여 죄를 지은 모양이오?”라고 말했다. 도사가 웃으며 “폐하께서는 알지 못하시옵니다. 저들은 어제 온 자들이온데 동문 밖에서 제자 둘을 때려 죽이고 옥에 갇힌 중 오백 명을 놓아 주며 수레를 산산이 부수었고, 밤중에는 관안으로 쳐들어와 삼청의 성상을 부수어 버리고 어명으로 내린 공양을 훔쳐 먹었나이다.
그들이 우리의 눈을 가리우니 우리는 그저 천존께서 강림하신 줄로만 알고, 성수며 금단을 얼마쯤 청하여 폐하께 올려 수명을 늘리고 장생하기를 바랐사온데, 뜻밖에도 저들이 오줌을 조금 흘려 두고 우리를 속였나이다. 우리가 저마다 한 모금씩 마셔 보고 맛을 알아차리고 막 붙잡으려 하였더니 그놈들은 달아났나이다. 그런데 오늘 도리어 이곳에 있으니, 이야말로 원수는 좁은 길에서 만난다 하옵니다!” 그 국왕이 그 말을 듣고 노하여 네 사람을 죽이려 하였다. 손대성이 두 손을 모으고 목청을 높여 크게 외쳤다. “폐하께서는 잠시 벼락 같은 노여움을 거두시옵고 이 중들이 아뢰는 말을 들어 주옵소서.” 국왕이 “네가 국사를 모욕하였거늘 국사의 말씀에 어찌 그릇됨이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가 나더러 어제 성 밖으로 나가 그의 제자 둘을 때려 죽였다 하였사온데, 누가 증인이옵니까? 우리가 우선 억울하나마 시인하여 중 둘이 대신 목숨을 갚게 하시고, 나머지 둘은 놓아 주어 경을 구하게 하옵소서. 또 그가 내가 수레를 부수고 옥에 갇힌 중들을 놓아 주었다 하였사온데, 이 일에도 증인이 없사오니 죽을 죄는 아니라 하옵거니와 중 하나를 시켜 죄를 뒤집어쓰게 하시면 그만이옵니다. 그러나 그가 내더러 삼청을 부수고 관청을 어지럽혔다 하였사온데, 이는 또한 나를 모함하는 것이옵니다”라고 말했다. 국왕이 “어찌하여 모함이라 하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이 중은 동토 사람이온데 이곳에 막 와서 거리조차 아직 통하지 않사옵거늘, 어찌 밤중에 저들의 관속 일을 알 수 있사옵니까? 오줌을 남겼다면 마땅히 그 자리에서 붙잡았어야 하옵거늘, 이제 와서 이름을 들어 남을 해치려 하시나이까. 천하에 이름을 속이고 성을 빌리는 자가 무수하온데 어찌 곧바로 나라 하시옵니까? 바라옵건대 폐하께서는 노여움을 거두시고 자세히 살펴 주옵소서”라고 말했다. 그 국왕은 본래 어리석고 혼란한지라 행자가 한바탕 말하고 나자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한창 의심하고 있는 사이에, 또 황문관이 들어와 아뢰었다. “폐하, 문 밖에 시골 노인 여러 명이 선포를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국왕이 “무슨 일이냐?”라고 묻고는 곧 불러들이라고 명했다. 불려와 섬돌 앞에 이른 시골 노인 서른에서 마흔 명쯤이 위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만세, 금년 봄 내내 비가 오지 않사오니 여름철 가뭄이 두렵사옵니다. 특별히 아뢰러 왔사오니 저 국사 할아버님께 한바탕 단비를 빌어 달라고 청하시어 널리 백성을 구제하옵소서”라고 말했다. 국왕이 “시골 노인들은 우선 물러가 있으라. 곧 비가 내리리라”라고 말했다. 시골 노인들이 은혜에 사례하고 물러나갔다. 국왕이 “당나라 중들이어, 짐이 도를 받들고 중을 멸하는 까닭을 아느냐? 다만 지난날 비를 빌 때 우리 조정의 중들이 비 한 점도 빌어 내지 못한 탓이니라. 다행히 하늘이 국사를 내려 주시어 도탄에 빠진 백성을 건져 내셨느니라. 너희가 이제 먼 길을 와서 국사를 모욕하였으니 본래 즉시 죄를 물어야 하거니와 우선은 용서하노라. 감히 우리 국사와 겨루어 비를 빌어 보겠느냐? 만일 한바탕 단비를 빌어 내어 만민을 구제한다면 짐이 곧 너희의 죄명을 용서하고 관문을 교환하여 서쪽으로 보내 주리라. 만일 겨루어 이기지 못하여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너희를 사형장으로 끌어내어 목을 베어 보이리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작은 중도 비는 법을 조금은 아옵니다”라고 말했다. 국왕이 그 말을 듣고 곧 단장을 쓸게 하는 한편으로 “수레를 갖추어라. 과인이 몸소 오봉루에 올라 구경하리라”라고 명했다. 이에 여러 관원이 수레를 갖추어 잠깐 사이에 임금이 누각에 올라앉았다. 당삼장이 행자와 사승과 저팔계를 데리고 누각 아래에 서 있고, 그 도사 셋은 국왕을 모시어 누각 위에 앉았다. 잠시 뒤에 관원 하나가 말을 달려 와서 아뢰었다. “단장의 여러 물건이 모두 갖추어졌사옵니다. 국사 할아버님께서는 단에 오르옵소서.”
그 호력대선이 몸을 일으켜 두 손을 모으고 국왕에게 하직한 뒤 곧장 누각에서 내려왔다. 행자가 앞으로 나서며 가로막고 “선생은 어디로 가시오?”라고 물었다. 대선이 “단에 올라 비를 빌러 가노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선생도 참으로 제 몸을 무겁게 여기시는구려. 먼 고향에서 온 이 중에게 양보조차 않다니. 좋소, 이야말로 센 용도 땅에 사는 뱀을 누르지 못한다 하였소. 선생이 먼저 가시려거든 모름지기 임금 앞에서 말을 열어 두시오”라고 말했다. 대선이 “무엇을 말하란 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나와 선생이 모두 단에 올라 비를 빌면, 그 비가 선생의 것인지 내 것인지 어찌 알며 누구의 공적인지 드러나지도 않지 않소이까?”라고 말했다. 국왕이 위에서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저 작은 중이 말하는 것이 제법 조리가 있구나”라고 말했다. 사승이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웃으며 “한 배 속에 든 조리를 아직 꺼내지도 않았거늘 무슨 조리란 말이오”라고 말했다. 대선이 말했다.
“말할 것 없소. 폐하께서 자연히 아시느니라.” 행자가 “폐하께서 아신다 하나, 내가 먼 곳에서 온 중이라 일찍이 선생과 만난 적이 없사옵니다. 그때 가서 서로 제 것이라 우긴다면 일이 되지 않으니, 모름지기 말을 열어 두어야 일을 할 수 있사옵니다”라고 말했다.
대선이 “이번에 단에 오르면 다만 내 영패를 신호로 삼으시오. 영패 한 번 소리에 바람이 오고, 두 번 소리에 구름이 일어나며, 세 번 소리에 천둥과 번개가 함께 울리고, 네 번 소리에 비가 이르며, 다섯 번 소리에 구름이 흩어지고 비가 그치느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묘하구려! 이 중은 일찍이 본 적이 없소! 자, 가시오! 가시오!”라고 말했다.
대선이 걸음을 떼어 앞으로 나아가고 삼장 일행이 그 뒤를 따라 곧장 단문 밖에 이르렀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그곳에 높은 단 하나가 있었으니 높이가 대략 석 장이 넘었다. 단 좌우에는 이십팔수의 기호를 꽂아 두었고, 꼭대기에는 탁자 한 장을 놓았으며 탁자 위에는 향로 하나가 놓여 있어 향연이 자욱하였다. 양쪽에는 촛대 두 개가 있어 그 위의 등촉이 환하게 타오르고, 향로 곁에는 금패 하나가 기대어 있는데 그 패에 새겨진 것은 뇌신의 명호였다. 아래에는 큰 독 다섯 개가 있어 맑은 물을 가득 채웠고, 물 위에는 버들가지가 떠 있었다. 그 버들가지 위에는 무쇠로 만든 패 하나가 받쳐져 있는데, 패에 적힌 것은 뇌정도사의 부적 글자였다. 좌우에는 큰 말뚝 다섯 개가 있고 말뚝에는 오방만뇌사자의 명록이 적혀 있었다. 말뚝마다 도사 둘이 서서 저마다 쇠망치를 들고 말뚝을 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단 뒤쪽에는 많은 도사가 있어 그곳에서 문서를 짓고 있었다. 한가운데에는 종이를 태우는 화로 하나가 놓여 있고, 또 인물 모형 몇 개가 있었으니 모두 부적을 든 사자며 토지찬교의 신들이었다.
그 대선이 안으로 들어가서는 사양조차 없이 곧장 높은 단 위로 올라가 우뚝 섰다. 곁에 있던 작은 도사가 누런 종이에 써 놓은 부적 몇 장과 보검 한 자루를 받쳐다 대선에게 건넸다. 대선이 보검을 쥐고 주문을 한 마디 외우더니 부적 한 장을 촛불 위에서 태워 버렸다. 그 아래에 있던 도사 두세 명이 부적을 든 인물 모형 하나와 문서 한 통을 가져다가 또한 불을 붙여 태웠다. 그 위에서 펑 하고 영패 소리가 한 번 나자, 반공에서 유유히 바람 기운이 불어오는 것이 보였다. 저팔계가 입으로 중얼거렸다.
“큰일 났다! 큰일 났다! 이 도사에게 과연 재주가 있구나! 영패가 한 번 울리더니 과연 곧바로 바람이 불어온다!” 행자가 “동생아, 조용히 하여라. 너희는 다시는 나와 말하지 말고 다만 스승님이나 모시고 있어라. 내가 가서 일을 하고 오마”라고 말했다. 훌륭한 대성이로다. 털 하나를 뽑아 입으로 선기운을 불어넣고 “변하라!” 하고 외치니, 그것이 곧 “거짓 행자” 하나로 변하여 삼장법사 곁에 섰다. 그의 참몸은 원신을 빠져나와 반공중으로 달려가 높이 외쳤다. “바람을 맡은 자가 누구냐?” 그 바람이 불어오는 바람에 놀란 풍파파가 자루를 움켜쥐고 손이랑이 입을 묶은 끈을 동여매고는 앞으로 나와 예를 올렸다. 행자가 “내가 당나라의 성스러운 승려를 보호하여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길에 차지국을 지나다가 저 요괴 도사와 비 빌기를 겨루는데, 너희는 어찌하여 이 늙은 손을 돕지 않고 도리어 저 도사를 돕느냐? 내가 우선 너희를 용서할 터이니 바람을 거두어라. 만일 바람이 조금이라도 있어 저 도사의 수염을 조금이라도 흔들어 놓는다면 저마다 쇠몽둥이 스무 대씩을 맞으리라!” 풍파파가 “감히 그러지 않겠나이다! 감히 그러지 않겠나이다!”라고 말하고는 이내 바람 기운이 조금도 없어졌다. 저팔계가 참지 못하고 마구 떠들어 댔다. “저 선생은 물러나시오! 영패가 울렸거늘 어찌하여 바람 한 점 보이지 않단 말이오? 당신은 내려오고 우리를 올려 보내시오!”
그 도사가 또 영패를 쥐고 부적과 격문을 태우며 퍽 하고 또 한 번 내리치자, 공중에 구름과 안개가 가득 덮이는 것이 보였다. 손대성이 또 머리 위에서 “구름을 펴는 자가 누구냐?”라고 외쳤다. 놀란 추운동자와 포무랑군이 앞으로 나서서 예를 올렸다. 행자가 또 앞의 사연을 한바탕 말하니, 저 구름 동자와 안개 자도 구름과 안개를 거두어들이고 태양성을 내어놓아 환히 빛나게 하였다. 하늘은 만 리가 맑아 구름 한 점 없었다. 저팔계가 웃으며 “이 선생은 이 임금이나 속이고 백성을 얼러 넘길 뿐이라니, 참된 재주라곤 조금도 없구나! 영패가 두 번이나 울렸거늘 어찌하여 또 구름이 이는 것이 보이지 않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그 도사가 마음이 타오르는지라 보검을 비껴 쥐고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채 주문을 외우고 부적을 태우고는 다시 영패를 한 번 내리쳤다. 반공중의 남천문 안에서 등천군이 뇌공과 전모를 거느리고 허공에 이르러 행자를 마주하여 예를 올렸다. 행자가 또 앞의 사연을 한바탕 말하고 나서 “너희는 어찌 그리 정성스럽게 왔느냐? 무슨 법지냐?”라고 말했다. 천군이 “저 도사의 오뢰법은 참된 것이오. 그가 문서를 발하고 격문을 태워 옥황상제를 놀라게 하였고, 옥황상제께서 뜻을 내리시어 곧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부하로 내려왔소이다. 우리는 명을 받들어 천둥과 번개를 도와 비를 내리러 온 것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러하다면 모두 잠시 멈추어 있다가 이 늙은 손이 일하는 것을 함께 기다리시오”라고 말했다. 과연 천둥도 울지 않고 번개도 번쩍이지 않았다.
그 도사가 더욱 다급해져서 또 향을 더하고 부적을 태우며 주문을 외우고 영패를 내리쳤다. 반공중에 또 사해용왕이 일제히 몰려왔다. 행자가 머리 위에서 “오광! 어디로 가느냐?”라고 호통쳤다. 그 오광과 오순과 오흠과 오윤이 앞으로 나와서 예를 올렸다. 행자가 또 앞의 사연을 한바탕 말하고 나서 “지난번에 수고하였으나 아직 이루지 못하였소. 오늘의 일은 부디 힘을 보태 주기 바라오”라고 말했다. 용왕이 “명을 받들겠나이다! 명을 받들겠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또 오순에게 “지난번에 자제의 덕으로 요괴를 결박하고 스승님을 구하였소”라고 사례했다.
용왕이 “그놈은 아직 바다속에 묶여 있사온데 감히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가 대성께서 처분해 주시기를 청하려 하였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대가 어떻게 처치하든 맡겨 두겠소. 지금은 우선 나를 도와 공 하나를 세우시오. 저 도사의 영패 네 번 소리가 끝났으니 이번에는 이 늙은 손이 내려가 일을 할 차례요. 그러나 나는 부적을 보내고 격문을 태우며 무슨 영패를 치는 법을 모르니, 그대들이 모름지기 나를 도와 주시오”라고 말했다. 등천군이 “대성께서 분부하시는데 누가 감히 따르지 않겠나이까! 다만 하나의 호령이 있어야 감히 명을 좇아 움직이겠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천둥과 비가 어지러워져서 대성께서 격식이 없으신 듯 보이리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내 몽둥이를 신호로 삼으리라”라고 말했다. 그 뇌공이 크게 놀라며 “할아버님! 우리가 이 몽둥이를 어찌 견디겠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너희를 때리는 것이 아니니라. 다만 내 이 몽둥이가 위를 향하여 한 번 가리키거든 곧 바람을 일으켜야 하느니라.” 그 풍파파와 손이랑이 입을 모아 “곧 바람을 놓겠나이다!”라고 대답했다.
“몽둥이가 두 번째로 가리키거든 곧 구름을 펴야 하느니라.” 그 추운동자와 포무랑군이 “곧 구름을 펴겠나이다!
곧 구름을 펴겠나이다!”라고 말했다. “몽둥이가 세 번째로 가리키거든 곧 천둥이 울고 번개가 번쩍여야 하느니라.” 그 뇌공과 전모가 “분부를 받들겠나이다! 분부를 받들겠나이다!”라고 말했다. “몽둥이가 네 번째로 가리키거든 곧 비를 내려야 하느니라.” 그 용왕이 “명을 받들겠나이다! 명을 받들겠나이다!”라고 말했다.
“몽둥이가 다섯 번째로 가리키거든 곧 해가 환히 떠오르고 날이 맑아야 하느니라. 부디 어기지 마시오.” 분부를 마치고 나서 구름머리를 눌러 내려와 털을 한 번 털어 몸에 도로 거두어들였다. 그 사람들은 눈이 범인의 것이라 어찌 알아챘으랴. 행자가 이내 곁에서 큰 소리로 “선생, 수고하셨소. 영패 네 번 소리가 모두 울렸건만 바람과 구름과 천둥과 비가 조금도 없으니 이제 내 차례요”라고 외쳤다. 그 도사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오래 차지하지 못하고 하는 수 없이 단에서 내려와 그에게 양보하고는 입을 삐죽 내민 채 곧장 누각 위로 올라가 임금을 뵈었다. 행자가 “내 그를 따라가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보자”라고 말했다.
그때 마침 국왕이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과인은 여기에서 귀를 씻고 정성스레 들었거늘, 그대가 있는 곳에서는 영패가 네 번이나 울리도록 바람과 비가 보이지 않으니 어찌된 일이오?” 도사가 “오늘 용신들이 모두 집에 없사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목청을 높여 말했다.
“폐하, 용신들은 모두 집에 있사옵니다. 다만 이 국사의 법이 영험하지 못하여 청해도 오지 않는 것이옵니다. 이 중이 청해 오는 것을 두고 보시옵소서.” 국왕이 “어서 단에 오르라. 과인은 여기에서 비를 기다리노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분부를 받고 급히 단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삼장법사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스승님, 단으로 올라가시옵소서”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제자야, 나는 비를 비는 법을 모른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웃으며 “그가 스승님을 해치려는구려! 만일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섶을 얹어 놓고 불이나 질러 끝장을 내리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스승님께서 비를 비는 법은 모르시나 경을 외우는 것은 잘하시니, 내가 스승님을 돕겠나이다”라고 말했다. 그 장로가 비로소 걸음을 옮겨 단에 올라가서 위에 단정히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모아 《밀다심경》을 조용히 외웠다. 막 앉아 있는데 홀연히 관원 하나가 말을 달려 와서 물었다. “이 중아, 어찌하여 영패를 치지도 않고 부적과 격문을 태우지도 않느냐?” 행자가 높은 소리로 대답했다. “필요 없소! 필요 없소! 우리는 고요한 공력으로 기도하는 것이오.”
그 관원이 돌아가서 아뢰었다는 이야기는 여기에서 접어 둔다.
행자는 스승님이 경문을 다 외우는 것을 듣고 귀 속에서 쇠몽둥이를 꺼내어 바람에 흔들어 보이니, 길이는 열두 자요 굵기는 사발만 하였다. 몽둥이를 허공을 향하여 한 번 가리키자, 그것을 본 풍파파가 급히 가죽 자루를 벌리고 손이랑이 입을 묶었던 끈을 풀어 놓으니, 다만 훠훠 하는 바람 소리가 들리며 온 성 안에서 기와가 벗겨지고 벽돌이 뒤집히며 모래가 날리고 돌이 굴렀다. 보아하니 참으로 좋은 바람이라 예사로운 바람과는 사뭇 달랐으니 과연 이러하였다. 버들을 꺾고 꽃을 상하게 하며, 숲을 꺾어 넘기고 나무를 뽑아 넘어뜨린다. 구중전은 담이 무너지고 벽이 허물어지며, 오봉루는 대들보가 흔들리고 기둥이 뒤흔들린다. 하늘가의 붉은 해는 빛을 잃고 땅 위의 누런 모래는 날개가 돋는다. 연무청 앞에서는 무장이 놀라고 회문각 안에서는 문관이 두려워한다. 삼궁의 분대는 검은 머리가 헝클어지고 육원의 비빈은 보배 쪽이 헝클어진다. 후백의 금관에서는 수놓은 관끈이 떨어지고 재상의 오사모는 날개가 펄럭인다. 당가의 신하는 말이 있어도 감히 아뢰지 못하고 황문은 본을 쥐고도 올릴 길이 없다. 금어와 옥대는 반열을 지키지 못하고 상아홀과 비단 저고리는 품계를 가릴 수가 없다. 채색 누각과 비취 병풍이 모조리 상하고 푸른 창과 붉은 문이 모두 엉망이 된다. 금란전에서는 기와가 날아가고 벽돌이 튀며 금운당에서는 문이 비뚤어지고 문살이 부서진다. 이 광풍이 과연 사나우니 임금과 부자도 서로 만나기 어렵고, 육가삼시에는 사람 그림자 없고 만호천문이 모두 굳게 닫히는구나!
바로 저 광풍이 크게 일어나는 즈음에 손행자가 또 신통을 드러내어 금고봉을 비벼 쥐고 허공을 향하여 또 한 번 가리키니, 과연 이러하였다. 추운동자와 포무랑군이여. 추운동자는 신위를 드러내어 꾸르륵 돌에 부딪치며 하늘을 가리고, 포무랑군은 법력을 베풀어 자욱한 연기가 땅을 덮는다. 아득하여 세 저자가 어두워지고 은은하여 여섯 거리가 캄캄하다. 바람을 타고 바다 위를 떠나며, 비를 따라 곤륜을 벗어난다. 잠깐 사이에 천지를 메우고, 순식간에 세상의 티끌을 가린다. 완연하기가 혼돈과 같아서 봉황루의 문도 보이지 않는다. 이때 어둑한 안개가 몽롱하고 짙은 구름이 자욱하였다. 손행자가 또 금고봉을 한번 비벼 쥐고 허공을 향하여 또 한 번 가리키자, 놀라는구나. 뇌공이 분노를 떨치고 전모가 성을 낸다. 뇌공이 분노를 떨치니 불짐승을 거꾸로 타고 천관을 내려오며, 전모가 성을 내니 금빛 뱀을 마구 휘둘러 두부를 벗어난다. 훠르륵 벼락을 내려 쇠창산을 부수어 버리고, 쫘르륵 붉은 비단이 번쩍이며 동양 바다를 날아 나온다. 훠르르 은은하게 수레 소리가 굴러가고, 번쩍번쩍 벼 이삭이 날린다. 온갖 만물의 정신이 바뀌고 수많은 벌레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임금과 신하가 누각 위에서 놀라고 장사꾼은 소리를 듣고 겁을 먹는다. 그 천둥과 번개가 펑펑 탕탕, 마치 땅이 갈라지고 산이 무너지는 기세라, 온 성 사람들이 집집마다 향을 피우고 종이를 태웠다. 손행자가 크게 외쳤다. “영감 등천군! 뇌물을 받고 법을 어기는 관원이며 부모에게 거역하고 효도하지 않는 자식을 잘 살펴서 여러 명 때려 죽여 무리에게 보이시오!” 그 천둥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행자가 또 쇠몽둥이를 위로 한 번 가리키니, 과연 이러하였다. 용이 호령을 내리니 비가 온 천지를 메운다. 기세는 은하수가 하늘의 참호를 쏟아 붓는 듯하고, 빠르기는 구름이 바다 문을 흘러 지나가는 듯하다. 누각머리에서는 똑똑 소리가 들리고 창밖에서는 쏴아 소리가 들린다. 하늘의 은하수가 쏟아지고 거리 앞에는 흰 물결이 넘친다. 콸콸 하는 소리는 독에서 퍼내는 듯하고 굴러 내리는 것은 동이로 붓는 듯하다. 외로운 마을은 집이 잠기려 하고 들가의 언덕은 다리를 삼키려 한다. 참으로 뽕밭이 바다로 변하고 삽시간에 육지 언덕에 물결이 굴러온다. 신룡이 이를 빌려 도우니 장강을 들어 올려 아래로 붓는구나. 이 비는 진시에 내리기 시작하여 오시 무렵까지 내려서, 차지성 안팎으로 거리가 모조리 물에 잠겼다. 그 국왕이 “비는 그만이면 되었다! 비는 그만이면 되었다! 너무 많이 오면 도리어 곡식 싹을 상하게 하여 좋지 않다”라고 뜻을 전하였다. 오봉루 아래의 관원이 말을 달려 비를 맞으며 와서 아뢰었다. “성스러운 승려시여, 비가 그만이면 되었나이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금고봉을 위로 또 한 번 가리키니, 삽시간에 천둥이 거두어지고 바람이 가라앉으며 비가 흩어지고 구름이 걷혔다. 국왕은 마음이 한껏 기뻤고 문무 관원이 모두 입을 모아 칭찬하며 “훌륭한 중이로다! 이야말로 센 자 가운데 더 센 자가 있는 것이로구나! 우리 국사께서 비를 비는 것이 영험하기는 하나 날이 개기를 원하면 가는 비가 반나절은 더 내려 맑지 않았거늘, 어찌하여 이 중은 맑기를 원하자마자 맑아져서 삽시간에 해가 쨍쨍이 떠오르고 만 리에 구름 한 점 없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국왕이 수레를 돌리라 하고 관문을 교환하여 삼장법사를 보내 주려 하였다. 막 옥새를 찍으려 하는데, 또 그 도사 셋이 앞으로 나서며 가로막고 “폐하, 이번 비는 전혀 중의 공이 아니옵니다. 오히려 우리 도문의 힘이옵니다”라고 말했다. 국왕이 “그대들이 방금 용왕이 집에 없어서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하였거늘, 그가 올라가서 고요한 공력으로 기도하자 곧 비가 내렸는데, 어찌하여 또 그와 공을 다투느냐? 무슨 까닭이오?”라고 말했다. 호력대선이 “내가 단에 올라가 문서를 발하고 격문을 태우며 영패를 쳤사온데, 저 용왕이 감히 오지 않으리이까?
아마도 다른 곳에서 청하는 바람에 바람과 구름과 천둥과 비의 다섯 관청이 모두 자리를 비웠다가, 내 명령을 듣고 급히 달려오던 길에 마침 내가 내려오고 그가 올라가는 때와 맞물려 이 기회를 만났으니 그리하여 비가 내린 것이옵니다. 뿌리를 따져 헤아리면 오히려 내가 청한 용이 내린 비어늘, 어찌 그것을 그의 공덕으로 셈한단 말이옵니까?” 그 국왕은 어리석고 혼란한지라 이 말을 듣고 또다시 의심이 풀리지 않았다. 행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 두 손을 모으고 아뢰었다. “폐하, 이러한 방문의 법술은 공덕이 되지 못하옵고 내 것도 그의 것도 될 수 없사옵니다. 지금 사해용왕이 공중에 있사온데 이 중이 아직 돌려보내지 않았으므로 그들이 감히 물러가지 못하고 있나이다. 저 국사께서 능히 용왕을 불러 몸을 나타내게 한다면 그것을 그의 공로로 치시옵소서.” 국왕이 크게 기뻐하며 “과인이 스물세 해 동안 임금 노릇을 하였으나 산 용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노라. 너희 두 집안이 저마다 법력을 드러내어, 중이든 도사이든 불러 낼 수 있는 자가 곧 공이 있는 자요, 불러 내지 못하는 자에게는 죄가 있느니라”라고 말했다. 그 도사들이 어찌 그런 재주가 있으랴. 불러 보라 하여도, 그 용왕이 대성이 있는 것을 보고는 감히 머리를 내밀지 못했다. 도사가 “우리는 하지 못하겠소. 그대가 불러 보시오”라고 말했다. 그 대성이 얼굴을 들어 허공을 향하고는 목청을 높여 크게 외쳤다. “오광은 어디 있느냐? 형제들은 모두 원신을 나타내어 보이라!” 그 용왕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급히 본신을 드러냈다. 네 마리 용이 반공중에서 안개를 헤치고 구름을 꿰어 금란전을 향해 날아오르는데, 과연 이러하였다. 날아오르며 모습을 바꾸고 안개를 끼고 구름을 감돈다. 옥 같은 발톱은 갈고리처럼 드리워져 희고, 은빛 비늘은 거울처럼 춤추며 밝다. 수염은 흰 비단이 날리듯 올올이 시원하고, 뿔은 우뚝 솟아 씩씩하고 맑다. 이마는 높이 솟아 있고 둥근 눈은 환하게 빛난다. 숨고 나타남을 헤아릴 수 없고, 날아오름을 평할 수가 없다. 비를 빌면 때를 따라 비를 펴고, 개기를 빌면 곧 날이 맑아진다. 이에야말로 영험하고 성스러운 참된 용의 모습이라, 상서로운 기운이 빛나며 전각과 뜰을 감도는구나. 그 국왕이 전각 위에서 향을 피우고 여러 공경이 섬돌 앞에서 절을 올렸다. 국왕이 “귀한 몸이 강림하시느라 수고하셨소. 돌아가시옵소서. 과인이 다른 날 초제를 올려 사례하리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여러 신들은 저마다 돌아가시오. 이 국왕께서 다른 날 초제를 올려 사례하신다 하오”라고 말했다. 그 용왕은 곧장 바다로 돌아가고 여러 신은 저마다 하늘로 돌아갔다. 이는 곧 이러하였다.
넓고 커서 가없는 참된 묘법이여, 지극한 참됨이 성품을 깨우쳐 방문을 쪼개는구나.
결국 어떻게 사악한 것을 없앴는지는 알 길이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