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그 국왕은 손행자에게 용을 불러 신통을 부리는 법이 있음을 보고 곧 통행 문서에 옥새를 찍어 삼장법사에게 건네 주며 서쪽 길로 놓아 보내려 하였다. 그 세 도사는 황급히 금란전 위에 엎드려 절하며 아뢰었으니, 그 황제가 즉시 용좌에서 내려와 옥수로 황망히 부축하며 “국사여, 오늘 이처럼 큰 예를 행하니 무슨 까닭이오?”라고 말했다. 도사가 아뢰기를 “폐하, 저희가 이곳에 이르러 사직을 보필하고 나라를 지켜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를 괴로이 이십 년을 겪어 왔나이다. 그런데 오늘 이 중이 법력을 부려 공로를 가로채 가니 우리의 명성을 더럽혔나이다. 폐하께서 한 차례 비를 두고 살인의 죄를 용서하신다면 저희를 가볍게 여기시는 것이 아니옵니까?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우선 그의 통행 문서를 붙잡아 두시옵고, 저희 형제가 그와 다시 한 번 겨루어 보게 하옵소서”라고 아뢰었다. 그 국왕은 참으로 어리석고 어지러워 동쪽에서 말하면 동쪽으로 가고 서쪽에서 말하면 서쪽으로 갔으니, 참으로 통행 문서를 거두어 들이며 “국사여, 그대는 그와 어찌 겨루려 하느냐?”라고 말했다. 호력대선이 “소신은 그와 좌선을 겨루려 하옵니다”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국사여, 그릇되었도다. 저 중은 선교에서 나온 몸이라 반드시 먼저 선의 기틀을 통달하였기에야 감히 성지를 받들어 경을 구하러 왔을 터인데, 그대가 어찌 그와 그것으로 겨루려 하느냐?”라고 말했다. 대선이 “소신의 이 좌선은 보통과 달라 별난 이름이 있사오니 운제현성이라 하옵니다”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무엇을 일러 운제현성이라 하느냐?”라고 물었다. 대선이 “탁자 백 개를 마련하여 쉰 개로 하나의 선대를 만들고 한 장씩 차곡차곡 쌓아 올린 뒤, 손을 짚어 오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사다리나 걸상을 쓰지도 않으며, 저마다 한 송이 구름을 타고 올라가 대 위에 앉아 약정한 몇 시진 동안 움직이지 않는 것이옵니다”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이를 보니 난처한 구석이 있어 곧 전지를 내려 물었다. “저 중이여, 우리 국사가 너와 운제현성 좌선을 겨루려 하니 네가 할 수 있겠느냐?” 행자가 그 말을 듣고는 잠자코 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팔계가 “형님, 어찌 말씀이 없으십니까?”라고 묻자 행자가 “아우야, 참으로 네게 숨기지 않고 말하마. 하늘을 걷어차고 우물을 뒤집기, 바다를 휘젓고 강을 뒤엎기, 산을 짊어지고 달을 쫓기, 북두성을 바꾸고 별을 옮기기 같은 온갖 묘한 일은 내가 다 해낼 수 있거니와, 목을 베고 머리를 썰기, 배를 가르고 염통을 파내기, 기이하게 몸을 날리는 것도 또한 두렵지 않다. 그러나 좌선을 말한다면 나는 지고 마는 수다. 내게 어찌 앉아 있을 성질이 있겠느냐? 너희가 나를 쇠기둥에 매달아 두어도 나는 위아래로 기어오를 터이니 앉아 있기를 바라지도 말라”라고 말했다. 삼장이 홀연히 입을 열어 “내가 좌선을 할 수 있느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기뻐하며 “참 좋구나! 참으로 좋구나!
“얼마 동안이나 앉아 계실 수 있사옵니까?” 삼장이 “내가 어린 시절에 방외의 선승을 만나 도를 강하는 것을 들었는데, 목숨의 근본 자리에서 성품을 정히 하고 정신을 간직하여 사생의 관문 속에서도 두세 해쯤은 앉아 있을 수 있느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스승님이 두세 해를 앉으시면 우리는 경을 구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하옵니다. 많아야 두세 시진을 넘기지 않고 곧 내려오시면 되옵니다”라고 말했다. 삼장이 “제자야, 그러나 올라갈 수가 없느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스승님이 앞으로 나아가 대답하시옵소서. 제가 올려다 드리겠나이다”라고 말했다. 그 장로는 과연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빈승이 좌선을 할 수 있나이다”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전지를 내려 선대를 세우라 하였다. 나라에 산을 뒤엎을 만한 힘이 있어 반 시진도 지나지 않아 두 개의 대가 금란전 좌우에 세워졌다.
그 호력대선이 전에서 내려가 섬돌 한가운데 서더니 몸을 한 번 솟구쳐 돗자리 구름 한 송이를 밟고 곧장 서쪽 대 위로 올라가 앉았다. 행자는 털 하나를 뽑아 가짜 몸으로 변해서는 팔계와 사승 곁에 서서 아래를 지키게 하고, 자신은 오색 상서로운 구름을 일으켜 삼장법사를 공중으로 들어 올려 곧장 동쪽 대 위로 데려다 앉혔다. 그는 또 상서로운 빛을 거두고 초료충으로 변해 팔계의 귓가에 날아가 “아우야, 스승님을 잘 살펴보고 다시는 내 가짜 몸과 말을 섞지 말라”라고 말했다. 그 멍청한 놈이 웃으며 “알겠네! 알겠네!”라고 말했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그 록력대선이 수놓은 방석에 앉아 한참을 지켜보았으나 그 둘이 높은 대 위에서 승부가 나지 않자, 이 도사가 제 사형을 돕고자 공을 하나 세우기로 하였다. 곧 뒤통수의 짧은 머리카락 하나를 뽑아 뭉쳐서 튕겨 올리니 곧장 삼장법사의 머리 위로 날아가 커다란 빈대 한 마리로 변해 장로를 물었다. 그 장로는 처음에는 가려움을 느끼더니 이내 아픔을 느꼈다. 본래 좌선하는 이는 손을 쓰지 못하고 손을 쓰면 진 것으로 치는데, 한순간 아픔을 견디기 어려워 그는 머리를 움츠리고 옷깃에 대고 가려운 곳을 비볐다. 팔계가 “큰일 났네! 스승님이 간질을 일으키셨네”라고 말했다. 사승이 “아니네, 두풍이 도진 게야”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우리 스승님은 뜻이 정직한 군자시라, 좌선을 할 수 있다 하시면 단연코 할 수 있고, 못 한다 하시면 다만 못 하는 것이니라. 군자의 집안에 어찌 그릇됨이 있겠느냐? 너희 둘은 말을 말고 내가 올라가 보마”라고 말했다. 훌륭한 행자여, 앙 하고 날아 삼장법사의 머리 위에 앉아 보니 콩알만한 빈대 한 마리가 스승님을 물고 있었다. 황급히 손으로 잡아 떼어 내고 스승님을 대신하여 긁어 주고 어루만져 주었다. 그 장로는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아 위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 행자가 속으로 ‘중의 머리는 빤빤하여 이 하나 붙일 수 없거늘 어찌 이런 빈대가 있단 말인가? 필시 저 도사가 허황한 술법을 부려 우리 스승님을 해치는구나. 하하! 이대로 두면 승부가 나지 않으니 내 가서 그를 한번 골려 주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이 행자는 날아가 금전의 짐승 머리 위에 내려앉아 몸을 흔들어 변하니 일곱 치 길이의 지네 한 마리가 되어 곧장 도사의 콧구멍 속을 한 번 찔렀다. 그 도사는 앉아 있지를 못하고 한 바탕 곤두박질하여 아래로 떨어졌으니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하였는데, 다행히 크고 작은 관리들이 많아 구해 내었다. 국왕이 크게 놀라 즉시 당직 태사에게 명하여 그를 문화전으로 데려가 씻고 단장하게 하였다. 행자가 다시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스승님을 업어 섬돌 앞으로 내려왔으니 이미 장로가 승리한 것이었다.
그 국왕이 다만 놓아 보내라 하자 록력대선이 또 아뢰었다. “폐하, 저의 사형은 본래 어지럼증과 바람병을 앓고 있사온데,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하늘의 바람을 맞아 옛 병이 도졌나이다. 그러니 저 중이 이긴 것이옵니다. 우선 그를 붙잡아 두시옵고 저로 하여금 그와 격판추매를 겨루게 하옵소서.” 국왕이 “무엇을 일러 격판추매라 하느냐?”라고 물었다. 록력이 “빈도에게는 널빤지를 사이에 두고 물건을 아는 법이 있사오니, 저 중이 해낼 수 있는지 보시옵소서. 그가 저를 이기면 그를 나가게 하시옵고, 맞히지 못하거든 폐하께서 죄명을 물어 정하시어 저희 형제의 원한을 씻어 주시옵소서. 이십 년 나라를 보전한 은혜를 더럽히지 마옵소서”라고 아뢰었다. 참으로 그 국왕은 몹시 어리석어 이 참언을 따랐다. 곧 전지를 내려 주홍 칠을 한 궤짝 하나를 내관에게 명하여 전각으로 메어 오게 하고 왕비에게 보물 한 가지를 그 안에 넣어 두라 하였다.
잠시 뒤 메어 내어 백옥 섬돌 앞에 놓고 중과 도사에게 “너희 두 집이 각기 법력을 겨루어 저 궤짝 속에 무슨 보물이 들었는지 알아맞혀 보라”라고 일렀다. 삼장이 “제자야, 궤짝 속의 물건을 어찌 알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상서로운 빛을 거두고 다시 초료충으로 변해 삼장법사의 머리에 붙어 “스승님, 염려 마시옵소서. 제가 가서 보고 오겠나이다”라고 말했다. 훌륭한 대성이라, 살며시 궤짝 위로 날아가 그 궤짝 다리 밑에 기어붙어 보니 널빤지 틈이 하나 있었다. 그는 그 틈으로 기어 들어가 보니 붉은 칠을 한 쟁반 안에 궁중 의복 한 벌이 놓여 있었으니, 바로 산하사직 저고리와 건곤지리 치마였다. 손으로 들어 흔들어 어지럽게 한 뒤 혀끝을 깨물어 피 한 입을 뿜으며 “변해라!” 하고 외치니 곧 해지고 너덜너덜한 장삼 한 벌로 변하였다. 떠나기 전에 또 오줌 한 줄기를 뿌리고는 도로 널빤지 틈으로 기어 나와 삼장법사의 귓가에 날아앉아 “스승님, 그저 해지고 넝마가 된 장삼이라고만 하시옵소서”라고 말했다. 삼장이 “보물을 알아맞히라 하는데, 넝마가 무슨 보물이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상관 마시옵고 그저 그것이라 맞히기만 하시옵소서”라고 말했다. 삼장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막 맞히려 하는데, 그 록력대선이 “내가 먼저 맞히겠노라. 저 궤짝 속은 산하사직 저고리와 건곤지리 치마니라”라고 말했다. 삼장이 “아니옵니다, 아니옵니다. 궤짝 속은 해지고 넝마가 된 장삼이옵니다”라고 말했다. 국왕이 “이 중이 무례하구나! 감히 우리나라에 보물이 없다며 무슨 넝마 장삼을 운운한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잡아라!” 하고 외치자 양쪽 반열의 교위들이 곧 손을 쓰려 하였으니, 황급해진 삼장법사가 두 손을 모으고 크게 외쳤다. “폐하, 잠시 빈승을 용서하시옵소서. 궤짝을 열어 본 뒤에나 하시옵소서. 참으로 보물이거든 빈승이 죄를 받겠나이다. 보물이 아니라면 빈승이 원통하지 않겠나이까?” 국왕이 열어 보라 하였다. 당직 관리가 곧 열고 쟁반을 받들어 내어 보니 과연 해지고 넝마가 된 장삼이었다. 국왕이 크게 노하여 “누가 이런 물건을 넣었느냐?”라고 말했다. 용좌 뒤에서 삼궁의 황후가 나서며 “저의 임금님, 이 몸이 친히 산하사직 저고리와 건곤지리 치마를 넣었사온데, 어찌하여 이런 물건이 되었는지 알지 못하옵니다”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어여쁜 이여, 물러가시오. 과인이 아는 바이오. 궁중에서 쓰는 물건은 비단과 명주, 능라가 아니면 없는 터에 무슨 넝마가 있겠소?” 하고 명하였다. “궤짝을 메어 오너라. 짐이 친히 보물 하나를 숨겨 두고 다시 시험해 보겠노라.”
그 황제가 곧 후궁으로 들어가 어화원의 선도나무에 열린 큰 복숭아 하나를, 사발만 한 크기로 익은 것을 따다가 궤짝 안에 넣고 다시 메어 내려 보내어 알아맞히라 하였다. 삼장이 “제자야, 또 알아맞히라 하는구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염려 마시옵소서. 제가 다시 가서 보고 오겠나이다”라고 말했다. 또 앙 하고 날아가 도로 널빤지 틈으로 기어 들어가 보니 복숭아 하나였으니 바로 그의 마음에 맞았다. 곧 본모습으로 나타나 궤짝 속에 앉아 그 복숭아를 입으로 모조리 파먹어 양쪽 볼까지 깨끗이 먹어 치우고 씨만 그 안에 두었다. 다시 초료충으로 변해 날아 나와 삼장법사의 귓가에 붙어 “스승님, 그저 복숭아 씨라고 하시옵소서”라고 말했다. 장로가 “제자야, 나를 골리지 말아라. 앞서 입이 가벼워 하마터면 형벌을 받을 뻔하였느니라. 이번엔 반드시 보물이라야 할 터인데, 복숭아 씨가 무슨 보물이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두려워 마시옵소서. 그저 그를 이기기만 하시옵소서”라고 말했다. 삼장이 막 입을 열려 하는데, 그 양력대선이 “빈도가 먼저 맞히겠노라. 선도 한 개니라”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삼장이 “복숭아가 아니옵니다, 알맹이 없는 복숭아 씨이옵니다”라고 말했다. 그 국왕이 꾸짖어 “짐이 넣은 선도를 어찌 씨라 하느냐? 삼국사가 맞혔도다”라고 말했다. 삼장이 “폐하, 열어 보시면 아시옵니다”라고 아뢰었다. 당직 관리가 또 메어 올려 열고 쟁반을 받들어 내니 과연 씨 하나였으니 껍질과 살이 모조리 없었다. 국왕이 이를 보고 마음이 놀라 말했다.
“국사여, 그와 겨루기를 그만두고 그를 가게 하시오. 과인이 친히 숨긴 선도가 이제 겨우 씨 하나만 남았으니 누가 먹어 치운 것이냐? 필시 귀신이 남몰래 돕는 것이로다.” 팔계가 이 말을 듣고 사승과 함께 빙그레 비웃으며 “저 사람이 복숭아를 잘 먹는 묵은 선수인 줄은 아직도 모르는구나!”라고 말했다.
이야기가 한창이었는데, 문득 그 호력대선이 문화전에서 씻고 단장한 뒤 전 앞으로 올라와 아뢰었다. “폐하, 이 중에게는 물건을 옮겨 바꾸는 술법이 있사옵니다. 궤짝을 메어 올리시옵소서. 제가 그 술법을 깨뜨리고 그와 다시 맞히겠나이다.” 국왕이 “국사는 또 무엇을 맞히려 하오?”라고 묻자 호력이 “술법이란 다만 물건이나 바꿀 수 있고 사람의 몸은 바꿀 수 없사옵니다. 이 도동을 그 속에 숨겨 두시면 그가 바꿔치기하지 못하옵니다”라고 아뢰었다. 이 어린 도동이 과연 궤짝 속에 숨겨지고 궤짝 뚜껑을 덮어 아래로 메어 내려가며 “저 중아, 다시 맞혀 보라. 이번 세 번째는 무슨 보물이냐?”라고 일렀다. 삼장이 “또 왔구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제가 다시 가서 보고 오겠나이다”라고 말했다. 앙 하고 또 날아가 그 속으로 기어 들어가 보니 어린 도동 하나였다. 훌륭한 대성이여, 그에게 식견이 있었으니 참으로 몸을 날리는 재주는 천하에 드물고 이처럼 영리함은 세상에 드물도다! 그는 곧 몸을 흔들어 변하여 늙은 도사와 같은 모습이 되어 궤짝 속으로 들어가며 “제자야” 하고 불렀다. 도동이 “스승님, 어디서 오셨나이까?”라고 물었다. 행자가 “나는 둔법을 써서 왔노라”라고 말했다. 도동이 “오신 까닭에 무슨 가르침이 있으시옵니까?”라고 물었다. 행자가 “저 중이 네가 궤짝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느니라. 그가 도동이라 맞히면 또 지지 않겠느냐? 그래서 특별히 너와 의논하러 왔노니, 머리를 깎고 우리가 중이라 맞히자꾸나”라고 말했다. 도동이 “스승님께서 처분하시는 대로 하겠나이다. 다만 우리가 그를 이기기만 하면 되옵니다. 만약 다시 그에게 진다면 명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조정에서 존중하지 않을까 두렵사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옳은 말이로다. 얘야, 이리 오너라. 그를 이기면 내가 후하게 상을 주리라”라고 말했다. 여의금고봉을 삭발 칼 하나로 변하게 하고 그 도동을 껴안은 채 입으로 “얘야, 아픔을 참고 소리 내지 말아라. 내가 머리를 깎아 주마”라고 말했다. 잠시 뒤 머리카락을 깎아 내어 한 덩이로 뭉쳐 궤짝 다리의 그늘진 모퉁이에 쑤셔 박고, 칼을 거두고서 그의 빤빤한 머리를 어루만지며 “얘야, 머리는 중 같아졌으나 옷이 어울리지 않는구나. 벗어 보아라, 내가 변하게 해 주마”라고 말했다. 그 도동이 입고 있던 것은 쪽파처럼 연한 흰빛 바탕에 구름 머리 무늬를 꽃수로 놓고 비단으로 테를 두른 학창의 한 벌이었는데, 참으로 벗어 내자 행자가 선기운 한 입을 불며 “변해라!” 하고 외치니 곧 누런 흙빛 장삼 한 벌로 변하여 그에게 입혔다. 또 털 두 개를 뽑아 목탁 하나로 변하게 하여 그의 손에 쥐어 주며 “제자야, 잘 들어 두어라. 다만 도동이라 부르면 절대로 나오지 말고, 중이라 부르거든 네가 궤짝 뚜껑을 밀쳐 열고 목탁을 치며 불경 한 권을 외우고 기어 나오너라. 그래야 성공이니라”라고 말했다. 도동이 “저는 다만 《삼관경》과 《북두경》, 《소재경》만 외울 줄 알고 불가의 경은 외울 줄 모르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너는 염불할 줄 아느냐?”라고 물었다. 도동이 “아미타불, 그것쯤이야 누가 못 외우겠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럼 됐다, 됐어. 염불이나 해라, 내가 또 가르칠 수고를 덜겠구나. 꼭 명심해라, 나는 가노라”라고 말했다. 다시 초료충으로 변해 기어 나와 삼장법사의 귓바퀴에 날아앉아 “스승님, 그저 중이라고 하시옵소서”라고 말했다. 삼장이 “이번에는 그가 틀림없이 이기리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스승님은 어찌 그리 단정하시나이까?”라고 물었다. 삼장이 “경에 이르기를 불과 법과 승, 세 가지 보물이 있다 하였느니라. 중도 또한 한 보물이니라”라고 말했다. 이야기가 한창인데 문득 그 호력대선이 “폐하, 세 번째는 도동이옵니다”라고 아뢰었다. 아무리 불러도 그 아이는 나오려 하지 않았다. 삼장이 두 손을 모으고 “중이옵니다”라고 아뢰었다. 팔계가 있는 힘을 다해 크게 외쳤다. “궤짝 속은 중이로구나!” 그 도동이 홀연 궤짝 뚜껑을 밀쳐 열고 목탁을 치며 염불을 하고 기어 나왔다. 기뻐한 것은 양쪽 반열의 문무백관이니 일제히 큰 소리로 갈채를 보냈고, 놀란 것은 그 세 도사들이니 입을 다물고 말이 없었다.
국왕이 “이 중에게는 귀신이 보필하는구나! 어찌 도사가 궤짝에 들어갔다가 중으로 변한단 말이냐? 설령 이발사가 따라 들어갔다 한들 머리나 깎았을 터인데, 어찌 옷까지 몸에 맞고 입으로는 염불까지 한단 말이냐? 국사여! 그를 가게 하시오!”라고 말했다.
호력대선이 “폐하, 어차피 바둑에는 대적수가 있고 장수에게는 좋은 재목이 만나는 법이옵니다. 빈도가 종남산에서 어릴 적에 배운 무예를 가지고 차라리 그와 한번 겨루겠나이다”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무슨 무예란 말이오?”라고 물었다. 호력이 “저희 형제 셋은 모두 신통이 좀 있사옵니다. 목을 베어도 도로 붙일 수 있고, 배를 가르고 염통을 파내도 다시 온전히 자라며, 끓는 기름솥 속에서도 목욕을 할 수 있사옵니다”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크게 놀라 “이 세 가지가 모두 죽음을 찾는 길이로다!”라고 말했다. 호력이 “저희에게 이런 법력이 있기에 감히 이런 큰소리를 내는 것이옵니다. 기어이 그와 승부를 가려야 하옵니다”라고 아뢰었다. 그 국왕이 외쳤다. “동쪽 땅의 중아, 우리 국사가 너를 놓아 주지 않고 또 너와 목 베기와 배 가르기, 끓는 기름솥 목욕을 겨루려 하노라.” 행자가 마침 초료충으로 변해 오가며 소식을 전하고 있다가 홀연히 이 말을 듣고 곧 털을 거두고 본모습을 드러내어 크게 웃으며 “횡재로다! 횡재로다! 장사가 문 앞에 찾아왔도다!”라고 말했다. 팔계가 “이 세 가지는 모두 목숨을 잃는 일인데 어찌 장사가 문 앞에 왔단 말이냐?”라고 물었다. 행자가 “너는 아직 내 재주를 모르는구나”라고 말했다. 팔계가 “형님, 그저 이런 변화와 몸놀림만으로도 넉넉한데 어찌 또 이런 재주가 있단 말이냐?”라고 물었다.
행자가 “나야, 목을 베어도 말을 하고 팔을 썰어도 사람을 때린다. 다리를 잘라 내도 걸어 다니고, 배를 갈라도 도로 아물어 그 묘함이 절묘하니라. 마치 남의 집에서 만두를 빚듯이 한 번 쥐면 하나가 둥글게 붙는구나.
끓는 기름솥에서 목욕하기는 더욱 쉬워, 그저 더운 물에 때를 씻는 듯할 뿐이니라.” 팔계와 사승이 그 말을 듣고 껄껄 크게 웃었다. 행자가 앞으로 나서며 “폐하, 소승이 목 베기를 할 수 있나이다”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너는 어찌 목 베기를 할 수 있단 말이냐?”라고 물었다. 행자가 “제가 예전에 절에서 수행할 때 일찍이 방외의 선승 하나를 만났는데, 저에게 목 베는 법 하나를 가르쳐 주었사온데 잘 되는지 어떤지 모르겠나이다. 이제 한번 새로 시험해 보겠나이다”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웃으며 “저 중은 어리고 철이 없구나. 목 베기가 어찌 새로 시험할 일이냐? 머리는 육양의 으뜸이니, 베어 내면 곧 죽느니라”라고 말했다. 호력이 “폐하, 바로 그가 저리 하여야만 우리의 분이 풀리옵니다”라고 아뢰었다. 그 어리석은 임금이 그 말을 믿고 곧 전지를 내려 사형장을 마련하라 하였다.
전지 한 마디에 곧 우림군 삼천이 조문 밖에 늘어섰다. 국왕이 명하였다. “중이 먼저 가서 목을 베어라.” 행자가 흔쾌히 “제가 먼저 가겠나이다! 제가 먼저 가겠나이다!” 하고 응답하며 두 손을 모으고 크게 외쳤다. “국사여, 대담하게도 먼저 나서는 것을 용서하시옵소서.” 그리고는 머리를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삼장법사가 그를 붙잡으며 “제자야, 조심하여라. 그곳은 장난할 곳이 아니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까짓 것이 무섭단 말이냐! 손을 놓으시오, 내 갔다 오겠나이다”라고 말했다. 그 대성이 곧장 사형장 안으로 들어가니 사형 집행인에게 붙잡혀 한 덩이로 묶여 흙무더기 높은 곳에 눌렸다. 다만 “칼을 써라!” 하는 외침 한 소리가 들리더니 휙 하고 머리가 베어 내려졌고, 사형 집행인이 또 발로 한 번 차 버리니 마치 수박이 구르듯 서른 마흔 걸음쯤 굴러갔다. 행자의 목구멍에서는 피가 조금도 나지 않았고, 다만 뱃속에서 “머리야, 오너라!”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수단을 보고 황급해진 록력대선이 곧 주문을 외워 본방의 토지신들에게 명하였다. “저 중의 머리를 붙잡아 두어라. 내가 그 중을 이겨 국왕에게 아뢴 뒤에 너희의 작은 사당을 큰 묘우로 고쳐 짓고, 흙으로 빚은 상을 정금으로 된 몸으로 바꾸어 주리라.” 본래 그 토지신들은 그에게 오뢰법이 있었으므로 그의 부림을 받았던 터라, 은밀히 참으로 행자의 머리를 누르고 있었다. 행자가 또 “머리야, 오너라!” 하고 외쳤으나 그 머리는 마치 뿌리가 내린 듯 조금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행자가 마음이 조급해져 주먹을 쥐고 한번 몸을 비틀자 묶였던 줄이 모조리 끊어졌다. 그가 “자라라!” 하고 외치니 휙 하고 목구멍에서 머리 하나가 자라 나왔다. 놀란 것은 그 사형 집행인들이니 저마다 가슴이 철렁하였고, 우림군은 사람마다 간담이 서늘하였다. 그 감참관이 급히 조정으로 들어가 아뢰었다.
“만세, 저 어린 중은 목을 베었는데 또 머리 하나가 자라 나왔나이다.” 팔계가 비웃으며 “사승아, 형님에게 이런 수단이 있는 줄을 어찌 알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사승이 “형님에게 일흔두 가지 변화가 있으니 일흔두 개의 머리가 있는 게지”라고 말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행자가 걸어와 “스승님” 하고 불렀다. 삼장이 크게 기뻐하며 “제자야, 수고로웠느냐?”라고 물었다. 행자가 “수고롭지는 않고 도리어 재미있었나이다”라고 말했다. 팔계가 “형님, 칼자국에 바를 약이 필요하십니까?”라고 물었다. 행자가 “너희가 만져 보아라, 칼자국이 있느냐?”라고 말했다. 그 멍청한 놈이 손을 뻗어 한번 만져 보고는 멍하니 눈을 크게 뜬 채 웃으며 “묘하구나! 묘하구나! 완전히 자라났을 뿐만 아니라 상처 자국도 조금 없구나!”라고 말했다.
형제들이 모두 기뻐하고 있는데, 또 국왕이 통행 문서를 내어 주라며 “너를 사면하여 죄가 없다! 어서 가라! 어서 가라!”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행자가 “통행 문서는 받았사오나 국사께서도 형장에 나가 목을 한 번 베어 보셔야 하옵니다. 이번에는 그가 새로 시험하러 가실 차례외다”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대국사여, 저 중도 그대를 놓아 주지 않는구료. 그와 겨루어 이기시고, 과인을 겁먹게 하지 마시오”라고 말했다. 호력도 하는 수 없이 가야 했으니 몇몇 사형 집행인에게 묶여 땅에 엎어졌고, 번쩍하더니 머리가 베어 내려지고 한 발로 또한 차 버려 서른 걸음 남짓 굴러갔다. 그의 목구멍에서도 피가 나지 않았고 또한 “머리야, 오너라!” 하고 외쳤다. 행자가 곧 털 하나를 뽑아 선기운을 한 입 불며 “변해라!” 하니 누런 개 한 마리로 변해 사형장 한가운데로 달려가 그 도사의 머리를 한 입에 물고는 곧장 어수하 강가로 달려가 버렸으니, 뒤의 일은 잠시 말하지 않겠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그 도사가 세 번을 불러도 머리가 오지 않으니, 행자의 수단과는 같지 않아 자라 나오지 못하고 목구멍에서 뚝뚝 붉은 빛이 터져 나왔다. 가련하게도 비바람을 부르는 법을 헛되이 지녔을 뿐, 어찌 장생하여 바른 신선이 된 이와 견주랴. 잠시 뒤 티끌 속에 쓰러졌는데, 사람들이 보니 머리 없는 누런털 호랑이 한 마리였다. 그 감참관이 또 와서 아뢰었다. “만세, 대국사는 목을 베고 나서 자라 나지 못하고 티끌 속에 죽었나이다. 머리 없는 누런털 호랑이었나이다.” 국왕이 그 아룀을 듣고 크게 놀라 낯빛이 변하여 눈을 깜박이지 않은 채 그 두 도사를 바라보았다. 록력이 일어나며 아뢰었다. “제 사형은 이미 목숨이 다하고 녹이 끊겼나이다. 어찌 누런 호랑이가 되었단 말이옵니까! 이는 모두 저 중이 게을러터진 짓을 하여 눈가림 법을 부려 우리 사형을 짐승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옵니다. 저는 결코 그를 용서하지 않고 기어이 그와 배 가르기와 염통 파내기를 겨루겠나이다!”
국왕이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차려 또 외쳤다. “저 중아, 이국사가 또 너와 겨루려 하노라.” 행자가 “소승은 오래도록 불에 익힌 음식을 먹지 못하였사온데, 그저께 서쪽으로 오는 길에 갑자기 재가집에서 밥을 권하는 것을 만나 떡을 몇 개 많이 먹었나이다. 요 며칠 배가 아픈 것을 보니 벌레가 생긴 듯하옵니다. 마침 폐하의 칼을 빌려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비위를 씻어 내어야만 서천으로 가 부처님을 뵐 수 있겠나이다”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그 말을 듣고 “그를 형장으로 끌고 가라” 하고 명하였다. 그 많은 사람들이 부축하는 이도 있고 잡아당기는 이도 있었다. 행자가 손을 뿌리치며 “사람이 부축할 것 없소. 내 스스로 걸어 가겠소. 다만 한 가지, 손을 묶지 말아 주시오. 내가 손을 써야 내장을 씻을 수 있지 않겠소”라고 말했다. 국왕이 전지를 내려 “그의 손을 묶지 말라” 하고 명하였다. 행자가 흐느적흐느적 곧장 사형장으로 가서 몸을 큰 말뚝에 기대고 옷끈을 풀어 배를 드러내었다. 그 사형 집행인이 밧줄 하나를 그의 목에 걸고 또 밧줄 하나로 그의 다리를 묶은 뒤 쇠귀 모양의 짧은 칼 한 자루를 번쩍 들어 배 아래를 한 번 그어 구멍 하나를 뚫었다. 이 행자가 두 손으로 배를 벌리고 창자를 꺼내어 한참 동안 가지런히 정리한 뒤 도로 그 속에 넣고 예전대로 둘둘 말아 넣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선기운을 한 입 불고 “자라라!” 하니 예전대로 아물었다. 국왕이 크게 놀라 그의 통행 문서를 두 손에 받들며 “성스러운 스님이여, 서행을 늦추지 말고 이 통행 문서를 가지고 가시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통행 문서는 하찮은 것이외다. 이국사께서도 배를 한번 갈라 보시면 어떠하옵니까?”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록력에게 “이 일은 과인과 상관이 없소. 그대가 그와 맞수가 되기를 자청한 것이니 가보시오, 가보시오”라고 말했다. 록력이 “염려 마시옵소서. 제가 그에게 지지는 않사옵니다”라고 아뢰었다. 보아라, 그도 또한 손오공처럼 흐느적흐느적 사형장으로 들어가 사형 집행인에게 밧줄을 걸리고 쇠귀 짧은 칼로 휙 소리가 나게 배를 갈랐다. 그도 또한 간과 창자를 꺼내어 손으로 정리하였다. 행자가 곧 털 하나를 뽑아 선기운을 한 입 불며 “변해라!” 하니 굶주린 매 한 마리로 변해 날개와 발톱을 펴고 휙 하고 그의 오장과 심간을 모조리 긁어 채 갔으니, 어느 곳으로 날아가 즐기는지 알 수 없었다. 이 도사는 텅 빈 가슴과 터진 배를 지닌 비린내 나는 귀신이 되고, 내장 없고 창자 없는 떠도는 혼이 되었다. 그 사형 집행인이 큰 말뚝을 발로 차 넘기고 시신을 끌어다 보니, 아! 본래 흰털에 뿔 달린 사슴 한 마리였다!
황급해진 그 감참관이 또 와서 아뢰었다. “만세, 이국사는 재수가 없었나이다. 막 배를 가르는 판에 굶주린 매 한 마리가 내장과 간과 창자를 모조리 채어 갔나이다. 그곳에 죽어 있는 것은 본모습이 흰털에 뿔 달린 사슴이었나이다.”
국왕이 겁을 먹으며 “어찌하여 뿔 달린 사슴이란 말이냐?”라고 물었다. 그 양력대선이 또 아뢰었다. “제 사형들이 이미 죽었거늘 어찌 짐승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단 말이옵니까! 이는 모두 저 중이 술법을 부려 우리를 모함하는 것이옵니다. 제가 사형들을 위하여 원수를 갚겠나이다.” 국왕이 “그대에게 무슨 법력으로 그를 이기겠단 말이오?”라고 물었다. 양력이 “저는 그와 끓는 기름솥에 들어가 목욕하기를 겨루겠나이다”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곧 큰 솥 하나를 가져오라 하여 향기로운 기름을 가득 채우고 그 둘이 겨루어 보라 하였다. 행자가 “잘 보살펴 주셔서 고맙나이다. 소승은 오래도록 목욕을 하지 못하여 요 며칠 피부가 까칠하고 가려웠사온데, 좋든 싫든 한번 들어가 헹구어 보겠나이다”라고 아뢰었다. 그 당직 관리가 과연 솥을 놓고 마른 장작을 쌓아 세찬 불을 붙여 기름을 끓게 한 뒤 중에게 먼저 내려가라 하였다. 행자가 두 손을 모으고 “문세로 하시겠나이까, 무세로 하시겠나이까?”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문세는 어떠하며 무세는 어떠하냐?”라고 물었다. 행자가 “문세는 옷을 벗지 않고 이렇게 두 손을 깍지 낀 채 내려가 한 번 굴러서 곧 일어나는 것이니, 옷을 더럽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사옵니다. 기름때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진 것이외다. 무세는 옷걸이 하나와 수건 한 장을 가져다 놓고 옷을 벗은 뒤 뛰어 내려가 마음대로 곤두박질을 치고 물구나무를 서며 장난하듯 씻는 것이외다”라고 아뢰었다. 국왕이 양력에게 “그대는 그와 문세로 하겠소, 무세로 하겠소?”라고 물었다. 양력이 “문세는 그의 옷이 약으로 단련되어 기름을 막을까 두렵사옵니다. 무세로 하겠나이다”라고 아뢰었다. 행자가 또 앞으로 나서며 “대담하게도 번번이 먼저 나서는 것을 용서하시옵소서”라고 아뢰었다. 보아라, 그가 베로 된 장삼을 벗고 호랑이 가죽 치마를 훌렁 벗어 던지고 몸을 한 번 솟구쳐 솥 안으로 뛰어들어 물결을 뒤집고 파도를 일으키니, 마치 물에 뜨는 것처럼 장난을 쳤다. 팔계가 이를 보고 손가락을 물며 사승에게 “우리도 이 원숭이를 잘못 보았네! 평소에 시시덕거리는 말로 그를 놀려 먹더니, 어찌 그에게 이런 참된 재주가 있는 줄 알았겠느냐!”라고 말했다.
그 둘이 소곤소곤 칭찬을 마지않았다. 행자가 이를 보고 마음에 의심하며 ‘저 멍청한 놈이 나를 비웃는구나! 참으로 재주 있는 자는 애쓰고 어리석은 자는 한가롭다더니, 내가 이렇게 재롱을 부리는데 저놈은 편안하구나. 내가 저놈을 한번 묶어 두게 하여 겁을 먹는지 보자’라고 생각했다. 한창 목욕을 하던 중에 물보라 하나를 일으켜 기름솥 바닥으로 잠수하여 대추씨만 한 못으로 변해서는 다시는 올라오지 않았다. 그 감참관이 다가와 또 아뢰었다. “만세, 어린 중이 끓는 기름에 삶겨 죽었나이다.” 국왕이 크게 기뻐하여 뼈를 건져 올려 보라 하였다. 사형 집행인이 쇠로 만든 국자 하나를 기름솥 속에서 휘저어 건졌으나, 본래 그 국자의 눈이 성글고 행자가 변한 못이 작았으므로 이리저리 오가는 동안 눈구멍으로 빠져 나가 버려 어찌 건질 수 있었겠는가! 또 아뢰었다. “중은 몸이 보잘것없고 뼈가 여려 모조리 녹아 버렸나이다.” 국왕이 명하였다. “중 셋을 아래로 끌고 가라!” 양쪽의 교위들이 팔계의 얼굴이 사나운 것을 보고 먼저 넘어뜨려 등에 줄을 묶었으니, 황급해진 삼장법사가 크게 외쳤다. “폐하, 잠시 빈승을 용서하시옵소서.
저의 그 제자는 교법에 귀의한 이래로 줄곧 공로가 있었사온데, 오늘 국사를 거스르다 기름솥 속에서 죽었나이다. 그러나 먼저 죽은 이가 신이 된다고 하였으니 이 빈승이 어찌 감히 목숨을 아끼겠나이까! 참으로 천하의 관리가 천하의 백성을 다스리듯, 폐하께서 신하에게 죽으라 하시면 신하가 어찌 감히 죽지 않겠나이까? 다만 너그러운 은혜를 베푸시어 찬물을 곁들인 밥 반 그릇과 종이말 세 장을 내려 주시옵소서. 기름솥 가에 가서 이 종이 한 무더기를 태우고 저의 사제지간 정을 표하게 하여 주신다면 그때에 가서 죄를 받겠나이다.” 국왕이 그 말을 듣고 “옳은 말이로다. 저 중화의 사람들은 의리가 많도다”라고 말했다.
명하여 미음과 밥, 누런 종이돈을 그에게 주게 하였다. 과연 가져다가 삼장법사에게 건네주었다. 삼장법사가 사승에게 함께 가자 하여 섬돌 아래에 이르니, 몇몇 교위가 팔계의 귀를 잡아끌어 솥 가로 끌고 왔다. 삼장법사가 솥을 향하여 축원하였다. “제자 손오공이여! 계를 받고 선림에 절한 이래로, 나를 지켜 서쪽으로 온 은혜가 깊었구나. 함께 큰 도를 이루기를 바랐거늘, 어찌 오늘 네가 저승으로 갔단 말이냐! 살아서는 다만 경을 구하려는 뜻이었으나, 죽어서도 부처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았구나. 만 리를 간 영혼이여 모름지기 기다려라, 유명에서 귀신이 되어 뢰음사로 올라가거라!” 팔계가 그 말을 듣고 “스승님, 그런 식으로 축원하시면 안 되옵니다. 사승아, 네가 대신 미음과 밥을 올려라. 내가 빌겠다”라고 말했다. 그 멍청한 놈이 땅에 묶인 채 성이 나서 헐떡이며 “사고 치는 미친 원숭아, 무식한 필마온!
죽어 마땅한 미친 원숭아, 기름에 삶긴 필마온! 원숭이는 끝장이고 필마온은 뿌리 뽑혔구나!”
손행자가 기름솥 바닥에서 그 멍청한 놈이 마구 욕하는 소리를 듣고 참지 못하여 본모습을 드러내어 벌거벗은 몸으로 기름솥 바닥에 서서 “먹보 멍청이야! 누구를 욕하느냐!”라고 외쳤다. 삼장법사가 이를 보고 “제자야, 나를 놀라 죽이는구나!”라고 말했다. 사승이 “형님은 깨끗하게 죽은 척하는 데 도가 텄구나!”라고 말했다. 황급해진 양쪽 반열의 문무백관이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만세, 저 중은 죽지 않았나이다. 또 기름솥 속에서 기어 나왔나이다.” 감참관은 조정을 속이는 일이 될까 두려워하며 또 아뢰었다. “죽기는 죽었사오나 다만 날짜가 흉하여 저 어린 중이 와서 혼령을 드러내는 것이옵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솥에서 뛰어나와 기름때를 닦고 옷을 입고 봉을 뽑아 들고는 감참관을 붙잡아 머리를 내리쳐 고기 덩이로 만들어 버리며 “내가 무슨 혼령을 드러낸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놀란 여러 관리들이 황급히 팔계를 풀어 주고 땅에 엎드려 애걸하였다. “용서하옵소서! 용서하옵소서!” 국왕이 용좌에서 내려 걸어 나왔다. 행자가 전으로 올라가 그를 붙잡으며 “폐하, 가려 하지 마시옵소서. 우선 삼국사께도 기름솥에 내려가 보게 하시옵소서”라고 말했다. 그 황제가 부들부들 떨며 “삼국사여, 그대가 짐의 목숨을 구하시오. 어서 솥에 내려가 그 중이 나를 때리지 못하게 하시오”라고 말했다.
양력이 전에서 내려와 행자와 같이 옷을 벗고 기름솥에 뛰어내려 또한 그와 같이 어물어물 목욕을 하였다. 행자가 국왕을 놓아 주고 기름솥 가로 다가가 불을 지피는 이에게 장작을 더하라 하고는, 손을 뻗어 한 번 더듬어 보고, 아! 그 끓던 기름이 모조리 차갑게 식어 있었다. 속으로 ‘내가 씻을 때는 끓도록 뜨거웠는데 그가 씻을 때는 도리어 차갑구나. 내가 알겠다. 이건 어느 용왕이 여기서 그를 지켜 주고 있는 것이로구나’라고 생각했다. 급히 몸을 솟구쳐 공중으로 뛰어올라 “옴” 자 주문을 외워 북해용왕을 불러다 놓고 “이 뿔 달린 지렁이요, 비늘 달린 미꾸라지 같은 놈! 네가 어찌 도사를 도와 냉룡으로 솥바닥을 지켜 그가 신성을 드러내어 나를 이기게 하느냐!”라고 꾸짖었다. 놀란 그 용왕이 연신 예를 올리며 “오순이 감히 돕지 않았나이다. 대성께서는 본래 모르시는구려. 이 못된 짐승이 고행을 한바탕 하여 본 껍질을 벗었사오나 다만 오뢰법만 참되이 받았을 뿐, 나머지는 모두 방문을 밟아 신선의 도로 돌아가기 어렵사옵니다. 이것은 그가 소모산에서 배워 온 대개박이옵니다. 저 두 놈은 이미 대성께서 그 법을 깨뜨려 본모습을 드러내었거니와, 이놈도 또한 그가 스스로 단련한 냉룡이라 다만 세속의 사람들을 속여 장난하는 데나 쓸 만하옵니다. 어찌 대성을 속일 수 있겠나이까! 소룡이 이제 그의 냉룡을 거두어 가면 그의 뼈가 부서지고 가죽이 타서 무슨 수단을 드러내겠나이까”라고 아뢰었다. 행자가 “어서 거두어라, 매 맞기 싫거든!”이라고 말했다. 그 용왕이 회오리바람 한 줄기로 변하여 기름솥 가로 가서 냉룡을 잡아 바다로 데리고 내려갔으니 뒤의 일은 말하지 않겠다.
행자가 내려와 삼장법사와 팔계, 사승과 함께 전 앞에 서서 그 도사가 끓는 기름솥 속에서 발버둥치며 기어 나오지 못하고 미끄러져 한 번 넘어지는 것을 보니, 삽시간에 뼈가 빠지고 가죽이 타고 살이 문드러졌다. 감참관이 또 와서 아뢰었다. “만세, 삼국사가 삶겨 녹아 버렸나이다.” 그 국왕은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옥안을 손으로 두드리며 소리 내어 크게 통곡하였다. “사람의 몸 얻기 어렵다더니 과연 어렵구나, 참된 전수를 만나지 못했거든 단약을 벗기지 말지어다. 신을 몰고 물을 주술하는 재주를 헛되이 지녔을 뿐, 목숨을 늘리고 삶을 보전하는 환약은 없구나. 원명이 혼미한데 어찌 열반에 들 것인가, 부질없이 꾀만 부려 목숨이 편치 못하구나. 이토록 가볍게 꺾일 줄을 일찍 알았더라면, 은밀히 먹으며 산에 편안히 사는 것만 같으랴!”
결국 이러하였다.
금을 점으로 만들고 수은을 벗겨 무슨 도움이 되랴, 비를 부르고 바람을 불러도 모두 헛것이로다!
결국 사부와 제자들이 어떻게 버티어 나갈지는 알 수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