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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7 제47회 성승야조통천수(聖僧夜阻通天水) · 금목수자구소동(金木垂慈救小童)

말하자면, 저 군왕은 용상에 몸을 기댄 채 샘물이 솟구치듯 눈물을 흘려, 날이 저물도록 그치지 않고 울고만 있었다. 행자가 앞으로 나서며 큰 소리로 외쳐 말했다. “어찌하여 그토록 어리석고 혼란스러우시오! 보시오, 저 도사들의 주검이 그대로 놓여 있지 않소. 하나는 범이요 하나는 사슴이며, 저 양력이라는 자는 영양이오. 믿지 못하겠거든 뼈를 건져 올려 보시오. 어디 사람의 해골이 저런 모양이겠소? 그들은 본래 도를 이룬 산짐승이라, 한마음으로 여기까지 와서 그대를 해치려 하였으나 그대의 기수가 아직 왕성한 것을 보고 감히 손을 쓰지 못한 것이오. 만약 다시 두 해가 지나 그대의 기수가 쇠잔해지면, 그들이 그대의 목숨을 해치고 그대의 강산을 통째로 저희 차지로 삼았을 것이오. 다행히 우리가 일찍 와서 요사한 무리를 없애고 그대의 목숨을 구하였거늘, 그대는 도리어 무엇을 우느냐? 무엇을 우느냐! 어서 관문을 내어 주고 우리를 보내시오.” 군왕이 이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문무의 여러 관원이 모두 아뢰었다. “죽은 것들이 과연 흰 사슴과 누런 범이었사옵고, 기름 솥 속에 있던 것도 과연 양의 뼈이었나이다. 성스러운 스님의 말씀을 듣지 않을 수가 없나이다.” 군왕이 말했다. “그러하다면 성스러운 스님께 감사를 드리오. 오늘은 날이 이미 늦었으니 태사더러 우선 성스러운 스님을 지연사로 모시게 하라. 내일 조회를 열거든 동각을 크게 열고, 광록시에 명하여 맑고 정갈한 잔치를 차려 보답하게 하라.” 과연 그들을 절로 보내어 편안히 쉬게 하였다. 이튿날 오경 무렵, 군왕이 조회를 열고 여러 관원을 모아 놓고는 전지를 내렸다. “어서 승려를 모집하는 방문을 내어라. 네 대문과 여러 길거리에 모조리 붙이라.” 한편으로는 잔치를 성대히 차려 놓고, 수레를 몰아 조정을 나와 지연사 문 밖에 이르러 삼장 일행을 청하여 함께 동각으로 들어가 잔치에 나아갔으니, 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저 목숨을 건져 낸 승려들이 승려를 모집하는 방문이 내렸다는 소문을 듣고서는 저마다 기뻐하며 모두 성 안으로 들어와 손대성을 찾아다니며, 털을 도로 바치고 은혜에 사례하였다. 이 장로가 잔치를 파하자, 저 군왕은 관문을 바꾸어 주고 황후와 빈비, 양반의 문무 관원과 함께 조정 문 밖까지 나와 전송하였다. 그때 저 승려들이 길가에 꿇어앉아 절을 올리며 입으로 아뢰었다. “제천대성 할아버님! 저희는 모래톱에서 목숨을 건진 승려들이옵니다. 할아버님께서 요망한 무리를 쓸어 버리고 저희를 건져 주셨다는 말을 들었사옵고, 또한 우리 임금께서 방을 내어 승려를 모집하시는 은혜까지 입었사옵니다. 특별히 털을 도로 바치려 왔사오니, 하늘 같은 은혜에 머리 조아려 사례하나이다.” 행자가 웃으며 “너희는 몇 명이나 왔느냐?”라고 말했다. 승려들이 “오백 명이옵니다. 반 명도 모자라지 않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몸을 한 번 떨고는 털을 거두어들인 뒤, 임금과 신하, 승려와 속인을 향해 말했다. “이 승려들은 실로 이 늙은 손이 놓아 준 것이요, 저 수레도 이 늙은 손이 쌍관을 돌리고 척추를 끼운 듯한 길을 지나가며 부숴 버린 것이며, 저 두 요사한 도사도 이 늙은 손이 때려 죽인 것이니라. 오늘 요사한 무리를 멸하고 나서야 비로소 선문에 도가 있음을 알았느니라. 이후로는 다시는 함부로 굴고 함부로 믿지 말지니라. 바라건대 그대는 삼교를 하나로 돌려, 승려도 공경하고 도사도 공경하며 인재를 기르라. 그리하면 내가 그대의 강산이 길이 굳건하리라 보장하겠노라.” 군왕이 그 말을 좇아 감사를 마지않고는 마침내 당승을 성 밖까지 전송하여 보냈다.

이번 길을 나선 것은 오로지 삼장의 경전을 위하여 부지런히 힘쓰고, 일원의 빛을 닦아 밝히고자 함이었다. 새벽에 길을 가고 밤에 머물며, 목마르면 마시고 시장하면 먹으면서 가는 동안, 어느덧 봄이 다 가고 여름이 시들어 다시 가을 빛의 날씨가 되었다. 어느 날, 날이 이미 저물자 당승이 고삐를 당겨 말을 세우며 “제자들아, 오늘 밤은 어디에서 몸을 붙이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스승님, 출가인은 저 속가 사람의 말씀을 하지 마옵소서”라고 말했다. 삼장이 “속가 사람은 어떠하며, 출가인은 또 어떠하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속가 사람은 이맘때 따뜻한 자리와 포근한 이불 속에서 품에는 자식을 안고 발치에는 아내를 걸친 채 스스로 편안히 잠을 자는 것이오. 우리 같은 출가인이야 어찌 그럴 수 있겠소! 다만 달을 이고 별을 두르며, 바람을 먹고 물가에서 자야 하니, 길이 있으면 곧 가고 길이 없을 때라야 머무는 것이오.” 저팔계가 “형님, 형님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오. 지금 길이 몹시 험하고 가파른 데다, 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어 참으로 걷기가 어렵소. 반드시 묵을 곳을 찾아 한숨 푹 자고 정신을 좀 추슬러야, 내일이라야 짐을 견딜 수 있소. 그렇지 않으면 나를 지쳐 쓰러지게 하는 것 아니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달빛을 타고 한참을 더 가서, 인가가 있는 곳에 닿거든 그때 가서 묵도록 하자.” 사부와 제자들은 어쩔 도리가 없어 그저 행자를 따라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또 얼마 걷지 않아, 도도하게 물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팔계가 “망했다! 길의 끝에 닿았구나!”라고 말했다. 사승이 “한 줄기 물이 길을 막고 있사옵니다”라고 말했다. 당승이 “그러면 어찌 건넌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제가 한번 시험해 보아 깊고 얕음이 어떠한지 알아보겠나이다”라고 말했다. 삼장이 “오능, 헛된 소리 말아라. 물의 깊고 얕음을 어찌 시험한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강돌 하나를 찾아 한가운데로 던져 보면 되옵니다. 만약 물거품이 튀어 오르면 얕은 것이고, 꾸르륵 가라앉으며 소리가 나면 깊은 것이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네가 가서 시험해 보아라”라고 말했다. 그 멍청이는 길가에서 돌덩이 하나를 더듬어 줍고는 물을 향해 내던졌다. 그러자 꾸르륵 소리가 나며 물고기 비늘 같은 물거품이 일더니, 돌은 물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그가 “깊어, 깊어, 깊어! 갈 수 없어!”라고 말했다. 당승이 말했다.

“너는 깊고 얕음은 시험해 알아냈지만, 얼마나 넓은지는 모르는구나.” 저팔계가 “그것은 모르겠사옵니다, 정말 모르겠사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내가 가서 보마”라고 말했다.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근두운을 타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눈을 고정하고 바라보니, 과연 이러하였다. 넘실넘실 빛이 달을 적시고, 드넓은 그림자가 하늘에 떠 있구나. 신령한 물줄기는 화악산을 삼키고, 긴 물길은 온갖 내를 꿰뚫는구나. 천 겹의 사나운 물결이 구르고, 만 겹의 가파른 파도가 솟구치는구나. 나루 어귀에는 고기잡이 불빛도 없고, 모래밭 머리에는 해오라기만 잠들었구나.

아득하여 온통 바다만 같고, 한 번 둘러보니 더욱 끝이 없구나. 행자가 황급히 구름머리를 거두어 강가로 내려와 말했다. “스승님, 넓사옵니다, 몹시 넓사옵니다! 갈 수가 없사옵니다! 이 늙은 손의 불꽃 같은 눈은 대낮에도 늘 천 리를 내다보고 흉하고 길한 것까지 훤히 아는데, 밤중에도 또한 삼백에서 오백 리는 바라봅니다. 그런데 지금은 언덕조차 아예 보이지 않으니, 어찌 그 넓이를 헤아려 정할 수 있겠습니까?”
삼장이 크게 놀라 입이 떨어지지 않다가, 목소리가 메어 간신히 “제자들아, 이렇게 되었으니 어찌한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사승이 “스승님, 우시지 마옵소서. 저기 물가에 서 있는 것을 보시옵소서. 그것이 사람이 아니옵니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아마 그물을 들어 올리는 어부일 터이니, 내가 가서 물어 보고 오겠사옵니다”라고 말했다. 쇠몽둥이를 들고 두세 걸음에 그 앞으로 달려가 살펴보니, 아! 사람이 아니라 돌비석 한 면이었다. 비석에는 전서로 쓴 큰 글자 세 자가 있고, 그 아래 두 줄에 작은 글자 열 자가 있었다. 큰 글자 세 자는 통천하이요, 작은 글자 열 자는 “지나가기 팔백 리, 예로부터 행인 드물다”였다. 행자가 “스승님, 오셔서 한번 보시옵소서”라고 외쳤다. 삼장이 그것을 보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제자들아, 내가 지난날 장안을 떠날 때만 해도 서천은 가기 쉽다고 여겼거늘, 어찌 요마가 길을 막고 산과 물이 아득히 멀 줄을 알았으랴!”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스승님, 잠깐 들어 보시옵소서. 어디선가 북과 발 소리가 들리지 않사옵니까? 아마 재를 올리는 집인 듯하옵니다. 우리가 그리로 가서 공양이나 얻어먹고, 나루터를 물어 배나 찾아 내일 건너가시지요”라고 말했다. 삼장이 말 위에서 귀를 기울여 보니 과연 북과 발 소리가 들려왔다. “도가의 악기는 아니요, 분명 우리 승가에서 법회를 여는 것이로구나. 우리도 그리로 가자.” 행자가 앞에서 말을 이끌고 일행이 소리를 따라갔다. 그곳에 무슨 바른길이 있으랴. 높고 낮음도 가리지 않고 모래밭을 가로질러 가니, 한 무리의 인가가 보였는데 헤아려 보니 사오백 집은 되었고, 또한 모두 잘 지어진 집들이었다. 과연 이러하였다. 산을 기대어 길이 통하고, 물가를 끼고 시내가 흐르는구나. 곳곳마다 사립문은 닫혀 있고, 집집마다 대나무 뜰은 굳게 닫혔구나. 모래밭에 잠든 해오라기는 꿈결이 맑고, 버들 밖에서 우는 두견은 목청이 차갑구나. 짧은 피리는 소리 없고, 찬 다듬이질은 가락이 없구나. 붉은 여뀌 가지는 달을 흔들고, 누런 갈대 잎은 바람에 겨루는구나. 밭두렁의 개는 성긴 울타리에서 짖고, 나루터의 늙은 어부는 낚싯배에서 잠들었구나. 등불은 드물고 인가의 연기는 고요한데, 반 허공의 밝은 달은 거울을 매단 듯하구나. 문득 한 줄기 흰 마름 향기가 들려오니, 그것은 서풍이 강 건너에서 보내오는 것이로구나.

삼장이 말에서 내려 보니, 저 길 어귀에 한 집이 있어 문 밖에는 당번 깃대 하나가 세워져 있고, 안에서는 등불과 촛불이 휘황하게 빛나며 향내가 그윽하였다. 삼장이 “오공, 이곳은 저 산모퉁이의 강변과는 확실히 다르구나. 인간 세상의 처마 아래라면 찬 이슬을 가릴 수 있어 마음 놓고 편히 잘 수 있겠다. 너희는 모두 오지 말고, 내가 먼저 저 재공의 문 앞으로 가서 청해 보마. 나를 받아 주겠다면 내가 너희를 부를 터이나, 만약 받아 주지 않거든 너희는 함부로 날뛰지 말아라. 너희의 얼굴과 주둥이가 추악하여, 자칫 사람을 놀라게 하고 화를 불러들여 도리어 머물 곳이 없어질까 두렵구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옳은 말씀이옵니다. 스승님께서 먼저 가시옵소서. 저희는 여기서 기다리겠나이다”라고 말했다. 그 장로가 삿갓을 벗어 머리를 드러내고, 장삼을 털어 매만진 뒤 석장을 끌고 곧장 그 집 문 밖으로 다가갔다. 그 문이 반쯤 열려 반쯤 닫혀 있는 것을 보고 삼장은 감히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잠시 서 있었다. 조금 서 있는 사이, 안에서 노인 하나가 걸어 나오는데 목에는 염주를 걸치고 입으로는 아미타불을 외며 곧장 와서 문을 닫으려 하였다. 이 장로는 당황하여 두 손을 모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노시주시여, 가난한 중이 인사를 올리나이다.” 그 노인이 답례하며 말했다.

“이 중이여, 그대는 너무 늦게 왔소.” 삼장이 “무엇을 두고 그런 말씀을 하시나이까?”라고 말했다. 노인이 “늦게 왔으니 드릴 물건이 없소. 일찍 왔더라면 내 집에서 재를 올리는 중들에게 배불리 밥을 먹이고, 쌀 서 되와 흰 베 한 필, 동전 열 닢을 드렸을 것이오.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이제야 왔소?” 삼장이 몸을 굽히며 “노시주시여, 가난한 중은 공양을 쫓아온 이가 아니옵니다”라고 말했다. 노인이 “공양을 쫓아온 것이 아니라면, 여기 와서 무슨 일이오?”라고 말했다. 삼장이 “저는 동토 대당의 황제께서 서천으로 경을 가지라 명하신 사신이옵니다. 오늘 귀한 곳에 이르렀으나 날이 이미 저물었고, 댁에서 북과 발 소리가 들리기에 특별히 하룻밤 묵어 갈 수 있게 빌려 주시기를 청하러 왔사옵니다. 날이 밝으면 곧 떠나겠나이다”라고 말했다. 그 노인이 손을 저으며 “중이여, 출가인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 하였소. 동토 대당에서 내가 사는 이곳까지는 오만 사천 리 길인데, 그대가 이렇게 홀몸으로 어찌 올 수 있었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삼장이 “노시주의 말씀이 지극히 옳사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어린 제자 셋이 있어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며 저를 보호해 준 덕분에 비로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나이다”라고 말했다. 노인이 “제자가 있다면 어찌 함께 오지 않았소?”라고 말하고는 외쳤다. “들어오십시오, 들어오십시오. 내 집에 묵을 곳이 있소.” 삼장이 고개를 돌려 불렀다. “제자들아, 이리로 오너라.” 저 행자는 본래 성미가 급하고 저팔계는 타고나게 거칠며 사승 또한 막무가내라, 세 사람이 스승의 부름을 듣고는 말을 끌고 짐을 멘 채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한바람에 쳐들어갔다. 그 노인이 그것을 보고는 놀라 땅에 넘어지며 입으로는 “요괴가 왔다! 요괴가 왔다!”라고만 외쳤다. 삼장이 그를 부축하여 일으키며 “시주여, 놀라지 마옵소서. 요괴가 아니라 내 제자들이옵니다”라고 말했다. 노인이 부들부들 떨며 “이리도 훌륭한 스승님이 어찌 이토록 추한 제자들을 두셨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삼장이 “생김새는 비록 볼품없사오나, 도리어 용을 항복시키고 범을 굴복시키며 요망한 것을 잡을 줄 아나이다”라고 말했다. 노인은 반신반의하면서 당승을 부축하고 천천히 걸었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저 사나운 세 사람이 청방 안으로 쳐들어가 말을 매어 두고 행장을 내동댕이쳤다. 그 방 안에는 본래 경을 읽던 중 몇 명이 있었는데, 저팔계가 긴 주둥이를 내밀고 고래고래 외쳤다. “이 중들아, 무슨 경을 읽고 있느냐?” 그 중들이 묻는 소리에 홀연 고개를 들어 온 사람들을 바라보니, 입은 길고 귀는 크며 몸은 굵고 어깨는 넓은데, 목소리는 우레가 치는 듯하였다. 행자와 사승의 용모는 더욱 추악하였다. 법당에 있던 중들이란 중들은 겁을 내지 않는 이가 없어, 아사리는 읽던 경을 마저 읽고 반수는 법회를 파하라 하였다. 경쇠와 방울은 돌볼 겨를도 없고 부처님 상마저 내동댕이쳐 둔 채, 일제히 등불을 후 불어 꺼 버리고는 황망히 흩어졌다. 넘어지고 기어가며 문지방을 어찌 넘었으랴. 네 머리 내 머리가 부딪치니, 표주박 시렁이 쓰러진 듯하였다. 맑고 깨끗한 좋은 도량이 도리어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 세 형제는 사람들이 넘어지고 기어가는 꼴을 보고 손뼉을 치며 껄껄 웃어 댔다. 그 중들은 더욱 두려워 머리를 조아리고 서로 부딪치며 저마다 목숨을 부지하느라 모조리 달아나 버렸다. 삼장이 노인을 부축하고 청당에 올라가 보니 등불은 하나도 없고, 세 사람은 히히덕거리며 여전히 웃고 있었다. 당승이 꾸짖었다. “이 망할 것들아, 몹시도 사납구나! 내가 아침마다 가르치고 날마다 당부하였거늘, 옛사람이 이르기를 가르치지 않아도 착한 이는 성인이 아니고 무엇이며, 가르친 뒤에 착한 이는 현인이 아니고 무엇이며, 가르쳐도 착하지 않은 이는 어리석은 이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너희가 이토록 날뛰니 참으로 지극히 하찮고 지극히 어리석은 부류로구나! 문에 들어서면서 분별도 없이 노시주를 놀라 넘어뜨리고, 경 읽던 중들을 흩어 놓으며 남의 좋은 일을 모두 망쳐 놓았으니, 이것이 내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 아니냐?” 그 말에 그들은 감히 대꾸도 못 하였다. 그제야 노인은 그들이 그의 제자임을 믿고, 황급히 고개를 돌려 예를 올리며 “영감님, 큰일 아닙니다, 큰일 아닙니다. 방금 등불을 끄고 꽃을 거두었으니 불사가 이제 끝나려 하였사옵니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일이 끝났다니, 법회를 마치는 공양을 내어 놓으시오. 우리가 먹고 자겠사옵니다”라고 말했다. 노인이 외쳤다. “등을 밝혀라! 등을 밝혀라!”
집안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는 크게 놀라며 “방에서 경을 읽는데 향과 촛불이 그리 많은데, 어찌하여 또 등을 밝히라 하시오?”라고 말했다. 몇몇 하인들이 나와 살펴보니 방 안은 캄캄하였다. 곧 횃불과 등롱에 불을 붙여 일제히 몰려왔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저팔계와 사승을 보고는 놀란 나머지 횃불을 내동댕이치고 황급히 몸을 빼어 중문을 닫아 버린 뒤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소리쳤다. “요괴가 왔다! 요괴가 왔다!”

행자가 횃불을 집어 들어 등과 촛불을 밝히고, 교의 하나를 끌어다 당승을 그 위에 앉히고는 자기 형제들은 양옆에 앉고 그 노인은 앞자리에 앉았다. 막 자리를 정하여 앉아 있는데, 안쪽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또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나오며 “어떤 사마한 놈이 캄캄한 밤중에 내 선한 집안에 들어왔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앞에 앉아 있던 노인이 황급히 일어나 병문 뒤로 마중 나가며 “형님, 소리치지 마시오. 사마가 아니라 동토 대당에서 경을 가지러 가는 나한들이오. 제자들의 생김새가 비록 사납지만, 과연 산은 사나워도 사람은 착한 이들이오”라고 말했다. 그제야 그 노인은 지팡이를 내려놓고 그들 네 사람에게 예를 올렸다. 예를 마치고 앞자리에 앉아서는 “차를 내오고, 공상을 차려라”라고 외쳤다. 여러 차례 연달아 외쳤으나 몇몇 하인들은 부들부들 떨며 감히 가까이 오지 못했다. 저팔계가 참지 못하고 “노인장, 그대의 하인들은 어찌하여 이쪽저쪽으로만 왕래하시오?”라고 물었다. 노인이 “저희더러 공상을 받들어다 영감님들을 모시라 하였소”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몇 사람이 모신단 말이오?”라고 물었다. 노인이 “여덟 사람이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그 여덟 사람이 누구를 모신단 말이오?”라고 물었다. 노인이 “그대들 네 분을 모시는 것이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저 흰 얼굴의 스승님은 사람 하나면 족하고, 털북숭이 얼굴에 벼락 맞은 주둥이를 한 이는 사람 둘이면 족하며, 저 죽은 얼굴을 한 이는 여덟 사람이 있어야 하겠고, 나는 스무 사람이 모셔야 겨우 넉넉하겠소”라고 말했다. 노인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아마 그대의 식도가 남보다 크신 모양이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그저 그럭저럭 보아 줄 만하옵니다”라고 말했다. 노인이 “사람은 있소, 사람은 있소”라고 말하고는, 큰아이 작은아이 할 것 없이 서른에서 마흔 명쯤을 불러 내었다.

저 중과 노인이 한마디씩 주고받는 말을 듣고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두려움을 떨치었다. 윗자리에 탁자 하나를 놓아 당승을 상석에 앉히고, 양쪽에 탁자 셋을 벌여 놓아 그 세 사람을 앉히며, 앞쪽 탁자 하나에는 두 노인이 앉았다. 먼저 채소와 과일과 나물을 차려 올리고, 그다음으로는 국수와 밥, 간식과 국수를 말아 놓은 국을 가지런히 차려 놓았다. 당장로가 젓가락을 들어 먼저 《계재경》 한 권을 외웠다. 그 멍청이는 한편으로는 성미가 급하고, 또 한편으로는 몹시 배가 고팠던 터라, 당승의 경이 끝나기를 어찌 기다리겠는가. 붉게 칠한 나무 사발을 집어 들고는 흰쌀밥 한 그릇을 와락 입속으로 털어 넣고 말았다.

곁에 있던 아이가 “이 영감님은 너무 계산이 없구려. 만두도 싸지 않았는데 어찌 밥을 싸 버려 옷을 더럽히지 않았소?”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웃으며 “싼 게 아니라 먹었느니라”라고 말했다. 아이가 “입을 떼지도 않았는데 어찌 먹었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이놈들이 거짓말을 하는구나! 분명히 먹었거늘, 믿지 못하겠거든 다시 먹는 것을 보여 주마.” 아이들이 또 사발을 가져다 한 그릇 가득히 담아 저팔계에게 건넸다. 그 멍청이가 사발을 한번 흔들어 보이더니, 또다시 입속으로 털어 넣고 말았다. 하인들이 그것을 보고 “할아버지라니! 목구멍이 벽돌을 갈아 쌓은 것이오? 참으로 반들반들하고 미끄럽구려!”라고 말했다. 당승의 경 한 권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저팔계는 벌써 대여섯 그릇을 손에 거쳤고, 그런 뒤에야 비로소 함께 젓가락을 들어 일제히 공양을 들었다. 그 멍청이는 쌀밥이건 국수건, 과일이건 간식이건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마구 퍼 넣으며, 입으로는 여전히 “밥 더 내오! 밥 더 내오!”라고 외쳐 댔다. 점점 더 가져오는 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행자가 “아우여, 그만 좀 적게 먹어라. 산모퉁이에서 굶주림을 참는 것보다야 낫지 않으냐. 그럭저럭 절반만 배가 차도 된 것 아니냐”라고 외쳤다. 저팔계가 “이 무슨 소리요! 속담에 이르기를 중에게 공양을 올리되 배부르게 하지 못하거든 산 채로 파묻는 것만 못하다 하였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릇을 거두어라, 상대하지 말라!”고 일렀다. 두 노인이 몸을 굽히며 “영감님,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옵니다. 대낮이라면 두렵지 않사오니, 이처럼 배가 큰 장로라도 백 명쯤은 넉넉히 공양할 수 있었사옵니다. 다만 늦은 밤이라 남은 공상을 거두어 들인 뒤라, 국수 한 섬과 쌀밥 다섯 되와 채식 몇 상을 쪄 놓고, 친척과 이웃 몇 분과 여러 중들을 청해 복을 나누려 하였사옵니다. 뜻밖에도 여러분이 오셔서 놀란 중들이 달아나 버리고, 친척과 이웃도 감히 청하지 못한 채 그 수량을 모두 여러분께 올렸나이다. 배가 부르지 않으시거든 다시 쪄 올리라 하겠나이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다시 쪄 오시오! 다시 쪄 오시오!”라고 말했다. 말이 끝나자 그릇과 탁자와 자리를 거두었다. 삼장이 몸을 굽혀 공양에 사례하고서야 “노시주시여,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이까?”라고 물었다. 노인이 “진가이옵니다”라고 말했다. 삼장이 두 손을 모으며 “그러면 이 가난한 중과 같은 종갑니다”라고 말했다. 노인이 “영감님께서도 진가이십니까?”라고 물었다. 삼장이 “그러하옵니다. 속가의 성도 진가이옵니다. 그런데 묻겠나이다, 방금 무슨 재를 올리셨나이까?” 저팔계가 웃으며 “스승님은 어찌하여 그런 것을 물으시나이까! 어찌 모르시겠나이까? 틀림없이 청묘재나 평안재나 요장재쯤이겠지요”라고 말했다. 노인이 “아니옵니다, 아니옵니다”라고 말했다. 삼장이 다시 “정녕 무슨 재이옵니까?”라고 물었다. 노인이 “예수망재이옵니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웃음을 터뜨리며 “영감님께서는 눈이 너무 어두우시오! 우리는 거짓말로 다리를 놓아 사람을 속이는 대왕이온데, 그대가 어찌 그런 거짓말로 나를 속이려 하시오! 중이 어찌 재사를 알지 못하겠소? 예수기고재와 예수전환재는 있어도, 어디에 예수망재라는 것이 있단 말이오? 그대의 집안에 죽은 이도 없는데 무슨 망재를 올린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기뻐하며 “이 멍청이가 좀 영리해졌구나. 노공공, 그대가 잘못 말씀하신 것이오. 어찌하여 예수망재라 하시오?”라고 말했다. 그 두 노인이 몸을 일으키며 “그대들이 경을 가지러 가면서 어찌하여 바른길로 가지 않고 이리로 비틀어 들어왔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바른길로 걸었소. 그런데 한 줄기 물이 길을 막아 건널 수가 없었고, 마침 북과 발 소리가 들리기에 특별히 댁을 찾아와 하룻밤을 빌린 것이오”라고 말했다. 노인이 “그대들이 물가에 이르러 무언가 본 것이 있소?”라고 물었다. 행자가 “비석 한 면만 보았을 뿐이오. 위에는 통천하 세 자가 쓰여 있고, 아래에는 ‘지나가기 팔백 리, 예로부터 행인 드물다’ 열 자가 쓰여 있었으며,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소”라고 말했다. 노인이 “그보다 좀 더 윗물가로 걸어 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비석에서 한 리쯤 되는 곳에 영감대왕의 사당이 있거늘, 그대는 보지 못하였소?” 행자가 “보지 못하였소. 공공께서 말씀해 주시오, 무엇을 영감이라 하시오?” 그 두 노인이 일제히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영감님이시여! 그 대왕은 이러하니라. 감응하여 한 지방에 사당을 일으키고, 위령이 천 리에 미쳐 백성을 보호하느니라. 해마다 마을에 감로를 내리고, 해마다 촌락에 상서로운 구름을 내리느니라.” 행자가 “단비를 내리고 상서로운 구름을 내린다면 그것 또한 좋은 뜻이거늘, 그대들은 어찌 그토록 상심하여 괴로워하시오?” 그 노인이 발을 구르고 가슴을 치며 한숨을 내쉬고는 “영감님이시여! 은혜가 많아도 오히려 원망이 있고, 자비롭고 은혜로워도 도리어 사람을 해치느니라. 어린 남자와 어린 여자를 잡아먹으려 하니, 밝고 정직한 신이 아니로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어린 남자와 어린 여자를 잡아먹는단 말이오?” 노인이 “그러하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필시 이번에는 그대의 집 차례가 되었소?” 노인이 “올해가 바로 저희 집 차례옵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에는 백 집가량이 모여 사옵니다. 이곳은 차지국 원회현의 관할이오며, 이름을 진가장이라 하옵니다. 이 대왕은 일 년에 한 번씩 제사를 받으시는데, 어린 남자 하나와 어린 여자 하나를 돼지와 양과 제물과 단술과 함께 바쳐야 하옵니다. 그가 한 끼에 잡수시면 우리에게 바람과 비가 순조롭게 하여 주시지만, 제사를 올리지 않으면 곧 내려와 재앙을 내리시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댁에는 자제가 몇이시오?” 노인이 가슴을 치며 “가련하도다! 가련하도다! 무슨 자제를 말하시오,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이 사람은 내 아우이오니 이름을 진청이라 하고, 늙은 나이는 진징이라 하옵니다. 내가 올해 예순셋이오, 아우는 쉰여덟인데, 자식 보기가 몹시 어려웠나이다. 내가 쉰 살이 되도록 아들이 없자 친척들이 첩을 들이라 권하여, 하는 수 없이 방 하나를 들여 딸 하나를 낳았사온데, 올해 겨우 여덟 살이 되었사옵니다. 이름을 일칭금이라 하옵니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이름값이 대단하구려! 어찌하여 일칭금이라 하시오?” 노인이 “내가 자식을 얻기 어려워 다리를 고치고 길을 보수하며 절을 세우고 탑을 세우고 중에게 공양을 베풀었사오니, 장부 한 권이 있는데 어디에 은 서너 냥을 썼다, 어디에 은 다섯 냥을 썼다 적혀 있사옵니다. 딸을 낳은 해에 살펴보니 마침 황금 서른 근을 써 놓았더이다. 서른 근이 한 저울이 되므로 일칭금이라 불렀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저쪽 아이는 누구의 아들이오?” 노인이 말했다.
“내 아우에게 아들이 하나 있사온데, 그 또한 첩의 몸에서 난 자식이옵니다. 올해 일곱 살이 되었사오며, 이름을 진관보라 하였나이다.” 행자가 “어찌하여 그런 이름을 지었소?”라고 물었다. 노인이 말했다. “집에서 관성 할아버님을 모시고 있사온데, 관 할아버님의 신위 아래에서 이 아들을 얻게 되었으므로 이름을 관보라 하였나이다. 우리 형제 둘의 나이를 합치면 백이 해이온데, 겨우 이 두 아이만을 얻었사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제사 차례가 저희 집으로 돌아왔사오니 감히 바치지 않을 수가 없나이다. 이 때문에 부자간의 정이 끊기 아깝고 버리기 아까와서, 먼저 아이에게 초생 도량을 열어 준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예수망재라 한 것이 바로 이것이옵니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는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걷잡지 못하며 “이야말로 옛사람이 이르기를, 누런 매실은 떨어지지 않고 푸른 매실이 떨어지니, 늙은 하늘은 유독 자식 없는 이를 해친다 한 그것이로구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내가 다시 물어 보마. 노공공, 댁의 재산이 얼마나 되시오?” 두 노인이 “꽤나 있는 편이옵니다. 물논이 사오십 결이요, 밭이 육칠십 결이며, 초장이 팔구십 곳이옵니다. 물소가 이삼백 마리요, 나귀와 말이 서른에서 스무 필쯤 되며, 돼지와 양과 닭과 거위는 셀 수 없사옵니다. 집안에는 다 먹지 못하는 묵은 곡식과 다 입지 못하는 옷도 있사옵니다. 집안의 재산과 산업도 제법 헤아릴 만하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이런 가업을 일구었으니, 그대가 아껴 모은 덕이로구나”라고 말했다. 노인이 “어찌하여 내가 아꼈다 하시옵니까?” 행자가 “이만한 재산이 있거늘 어찌하여 친자식을 내어 제사를 지내려 하시오? 은 오십 냥을 기꺼이 내면 어린 남자 하나를 살 수 있고, 은 백 냥을 기꺼이 내면 어린 여자 하나를 살 수 있사온데, 부대 비용을 합쳐도 이백 냥을 넘지 않을 터이니, 그리하여 자기 자식과 후대를 남겨 둘 수 있지 않소? 그것이 좋지 않단 말이오?” 두 노인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영감님, 모르시는 말씀이옵니다. 그 대왕은 영험함이 매우 커서 늘 저희 집안을 드나드시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가 드나든다면, 그대들은 그의 얼굴이 어떠하며 키가 얼마나 되는지 보았소?” 두 노인이 “그의 형체는 보지 못하옵니다. 다만 향기로운 바람 한 줄기를 맡으면 곧 대왕 할아버님께서 오신 줄 알고, 즉시 되에 향을 가득 피워 올리고 늙은이나 젊은이나 바람을 바라보며 절을 올리옵니다. 그분은 저희 집안의 숟가락이 크냐 사발이 작으냐 하는 일까지 모두 알고 계시옵고, 늙은이나 젊은이나 태어난 해와 달까지 모두 기억하시옵니다. 오직 친자식이라야 그분이 받아 잡수시옵니다. 이삼백 냥으로는 살 곳이 없다 말하겠사옵니다마는, 몇천만 냥을 낸다 한들 이와 꼭같이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난 자식을 어디서 사겠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러하였단 말이오. 좋소, 좋소. 그대의 아들을 데리고 나오시오. 내가 좀 보겠소”라고 말했다. 그 진청이 황급히 안으로 들어가 관보를 안아다 방에 있는 등불 앞에 내려놓았다. 어린아이는 죽고 사는 일을 어찌 알겠는가. 두 소매에 과일을 잔뜩 담은 채 깡충깡충 뛰며 노는 동안에도 과일을 먹고 있었다. 행자가 그것을 보고 가만히 주문을 외우고는 몸을 한 번 흔들어 변하니, 그 관보와 똑같은 모습이 되었다. 두 아이가 손을 잡고 등불 앞에서 춤을 추니, 그 노인은 놀라 황급히 당승 앞에 무릎을 꿇으며 “영감님, 사람 죽일 노릇이옵니다! 사람 죽일 노릇이옵니다! 이 영감님께서 방금 말씀하시더니 어찌 벌써 내 아이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셔서, 한 번 불러도 함께 대답하고 함께 걸어갑니까! 우리의 수명을 깎아 먹는 일이옵니다! 본모습을 보이소서! 본모습을 보이소서!”라고 말했다. 행자가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고 본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노인이 앞에 꿇어앉아 말했다.

“영감님께서는 본래 이러한 재주가 있으셨사옵니다.” 행자가 웃으며 “그대의 아들과 비슷하오?”라고 말했다. 노인이 말했다.

“비슷합니다, 비슷합니다, 비슷합니다! 과연 얼굴도 같고 목소리도 같으며, 옷도 같고 키도 같사옵니다.” 행자가 “그대는 아직 자세히 보지 않았소. 저울을 가져다 무게를 달아 보시오. 그 아이와 같은 무게인지 말이오”라고 말했다. 노인이 “그러하옵니다, 그러하옵니다, 그러하옵니다. 무게도 같사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이 정도면 제사를 치를 수 있겠소?” 노인이 “아주 좋사옵니다! 아주 좋사옵니다! 제사를 치를 수 있사옵니다!” 행자가 “내가 이제 이 아이의 목숨을 대신하여 그대 집안의 향사와 후손을 남겨 둘 것이니, 내가 가서 그 대왕의 제사를 받으리라”라고 말했다. 그 진청이 땅에 꿇어앉아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영감님께서 과연 자비로이 대신해 주실 수 있다면, 내가 은 천 냥을 보내어 당 영감님의 서천 노자로 쓰게 하겠나이다.” 행자가 “나에게는 사례하지 않겠소?” 노인이 “그대는 이미 제사를 대신하셨으니, 그대는 없는 몸이 되시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어찌하여 없는 몸이 된단 말이오?” 노인이 “그 대왕이 잡수실 것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그가 감히 나를 먹겠단 말이오?” 노인이 “그대를 먹지 않는다면, 필시 비리다고 싫어하실 것이오.” 행자가 웃으며 “천명에 맡기리라. 나를 먹으면 내 목숨이 짧은 것이요, 먹지 않으면 내 복이니라. 내 그대와 함께 제사를 받으러 가리라.”

그 진청은 줄곧 머리를 조아리며 사례하고는 또 은 오백 냥을 보내겠다고 약속하였다. 오직 진징만은 머리도 조아리지 않고 사례의 말도 없이, 그저 병문에 기대어 서슬퍼 울고 있었다. 행자가 그 뜻을 알아차리고 앞으로 나가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노인장, 그대가 나에게 약속도 하지 않고 사례도 하지 않으니, 아마 딸을 내어 주기 아까운 모양이오?” 진징이 그제야 무릎을 꿇으며 “아까운 것이옵니다. 영감님의 두터운 은정으로 내 조카를 대신 구해 주셨으니 그것만으로도 넉넉하옵니다마는, 다만 늙은 나에게는 아들이 없고 이 딸 하나뿐이옵니다. 내가 죽은 뒤에도 이 아이가 통곡을 할 터인데, 어찌 내어 주겠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대는 어서 쌀 다섯 되나 되는 밥을 찌고 좋은 채소를 장만하여 내 저 긴 주둥이 스승님께 드리시오. 그리고 그를 그대의 딸로 변하게 하여, 내 동생과 함께 제사를 받으러 가서, 아예 음덕을 하나 쌓아 그대의 아들딸 두 아이의 목숨을 구해 주겠소. 어떠하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그 말을 듣고 속이 크게 놀라 “형님, 재주를 뽐내려고 내가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고 나까지 끌어들이려 하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아우여, 속담에 닭도 공 없는 밥은 먹지 않는다 하였느니라. 너와 내가 문을 들어설 때 후한 공양을 받았거늘, 너는 배가 부르지 않는다며 떠들기까지 하였지 않으냐? 그런데 어찌 남의 근심을 덜어 주지 않으려 하느냐?” 저팔계가 “형님, 형님은 변화를 할 줄 알지만 나는 못한다니까!” 행자가 “너도 서른여섯 가지 변화가 있거늘 어찌 못한단 말이냐?” 당승이 불렀다. “오능, 네 사형의 말이 지극히 옳고 처사가 매우 마땅하니라. 속담에 한 목숨을 구하는 것이 칠 층 부처를 세우는 것보다 낫다 하였느니라. 한편으로는 두터운 정에 보답하는 것이요, 또 한편으로는 음덕을 쌓는 것이니, 더구나 서늘한 밤에 한가하거든 너희 형제가 한바탕 놀고 오너라.” 저팔계가 “스승님 하시는 말씀을 좀 보시오! 나는 산과 나무로 변하고, 돌과 옴 앓는 코끼리로 변하며, 물소와 큰 뚱보 사내로 변하는 것은 그럭저럭 하겠지만, 어린 여자아이로 변하는 것은 몹시 어렵겠다니까.” 행자가 “노인장, 그의 말을 믿지 마시오. 그대의 따님을 안고 나오시오. 내가 보겠소.”

그 진징이 황급히 안으로 들어가 일칭금을 안아다 방으로 데리고 나왔다. 온 집안의 처첩이며 큰아이 작은아이 할 것 없이, 늙은이나 젊은이나 안팎을 가리지 않고 모두 나와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올리고, 다만 아이의 목숨만은 구해 달라고 청하였다. 그 딸아이는 머리에 팔보 구슬이 드리운 꽃비녀 띠를 쓰고, 몸에는 붉은빛이 감도는 누른 저마포 저고리를 입었으며, 그 위에 어두록한 초록 비단에 바둑판 무늬 깃을 단 겉옷을 걸쳤다. 허리에는 큰 붉은 꽃무늬 명주 치마를 두르고, 발에는 두꺼비 머리 모양의 연분홍 저마포 신을 신었으며, 다리에는 금실을 섞어 짠 무릎바지 두 짝을 매었는데, 그 또한 소매에 과일을 담아 먹고 있었다. 행자가 “팔계, 이 아이가 바로 그 여자아이니, 너는 어서 이 아이와 똑같이 변하여라. 우리가 제사를 받으러 가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형님, 이토록 작고 곱게 생겼는데 어찌 변한단 말이냐?” 행자가 외쳤다. “어서 하라!

매 맞고 싶으냐!” 저팔계가 겁을 먹고 “형님, 때리지 마오. 내가 변해 보이다”라고 말했다. 이 멍청이가 주문을 외우며 머리를 몇 번 흔들고는 “변하여라!”라고 외쳤다. 과연 머리가 변하여 여자아이의 얼굴과 비슷해지기는 하였으나, 배만 불룩하게 튀어나와 어색하여 닮지 않았다. 행자가 웃으며 “다시 변해 보아라!” 저팔계가 말했다.

“마음대로 때리시오! 변하지 않는걸 어찌하겠느냐?” 행자가 “계집아이의 머리에 중의 몸통이란 말이냐? 이렇게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것이 되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느냐? 네가 강을 펴 보아라.”

행자가 저팔계에게 신선의 기운 한 입을 불어넣자, 과연 그 즉시 몸이 변하여 그 여자아이와 꼭같아졌다. 행자가 일렀다. “두 분 노인장, 그대의 가권과 아들과 딸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시오. 잘못되어서는 안 되오. 한참 뒤에 내 동생과 내가 게으름을 피우며 요행을 부려 안으로 들어가 버리면 도리어 알아보기 어려울 것이오. 그대는 좋은 과일을 아이에게 먹이고, 울거나 외치게 하지 마시오. 자칫 대왕이 알아차려 바람이 새어 나가면 일이 그르칠 터이니, 우리 두 사람이 가서 한바탕 놀고 오겠소!”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사승에게 당승을 보호하라 일러 두고, 그는 진관보로 변하고 저팔계는 일칭금으로 변하였다. 두 사람이 모두 준비를 마치고서 “어떻게 바친단 말이오? 묶어서 가는 것이오, 결박해서 가는 것이오? 쪄서 가는 것이오, 다져서 가는 것이오?”라고 물었다. 저팔계가 “형님, 나를 놀리지 마오. 나는 그런 재주가 없다니까”라고 말했다. 노인이 “감히, 감히 그런 뜻이 아니옵니다! 다만 붉게 칠한 단목 둘을 써서 두 분을 그 안에 앉히고 탁자 위에 올려 놓은 뒤, 젊은이 둘이 탁자 하나를 메고 그대들을 사당까지 메고 가는 것이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좋소, 좋소, 좋소! 쟁반을 가져오시오. 우리가 한번 시험해 보겠소.” 그 노인이 곧 단목 둘을 가져왔고, 행자와 저팔계가 그 위에 앉자 젊은이 넷이 탁자 둘을 메어 뜰 안을 한 바퀴 돌고는 도로 메고 들어와 당 위에 놓았다. 행자가 기뻐하며 “팔계, 이렇게 메어 다니며 노니, 우리도 상에 오르는 중이 되었구나”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메고 가기만 하고 도로 메고 온다면, 양쪽으로 날이 밝도록 메고 다녀도 나는 두렵지 않다. 다만 사당에 메고 가면 곧 먹힐 터인데, 이것은 장난이 아니지!” 행자가 “너는 나만 보고 있거라. 나를 먹으려 할 때 네가 달아나면 그만이지” 저팔계가 “그가 어떻게 먹을지 어찌 아느냐? 만약 어린 남자를 먼저 먹는다면 나는 달아나기 좋겠지만, 어린 여자를 먼저 먹는다면 나는 어찌한단 말이냐?” 노인이 “해마다 제사를 올릴 때면, 이곳에서 담이 큰 이들이 사당 뒤나 제상 밑에 숨어 보았는데, 그가 어린 남자를 먼저 먹고 어린 여자를 나중에 먹는 것을 보았다 하옵니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천운이다! 천운이다!” 형제가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문득 밖에서 징과 북 소리가 하늘을 울리고 등불이 훤히 비추며, 같은 마을 사람들이 앞문을 열어 젖히고 외쳤다. “어린 남자 어린 여자를 내어라!” 이 노인이 울먹이며 우는 사이, 그 젊은이 넷이 두 사람을 메고 나갔다.

두 사람의 목숨이 과연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