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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8 제48회 마롱한풍표대설(魔弄寒風飄大雪) · 승사배불리층빙(僧思拜佛履層冰)

이야기는 이러하다. 진가장의 신도들은 돼지와 양과 제물을 행자와 팔계와 함께 떠들썩하게 영감묘까지 메어다 차려 놓고, 동남과 동녀를 상석에 모셨다. 행자가 머리를 돌려 제상을 살펴보니 향과 꽃과 촛불이 놓여 있고, 정면에는 금빛 글씨로 쓴 위패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는 영감대왕의 신이라 적혀 있을 뿐 달리 신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신도들이 차림을 갖추고는 일제히 위를 향해 절하며 말했다. “대왕 할아버지, 금년 금월 금일 금시에 진가장 제주 진징과 여러 신도들이 비록 나이는 고르지 못하오나 삼가 해마다의 관례를 받들어 동남 한 명 진관보와 동녀 한 명 진일칭금을 바치오며, 돼지와 양과 제물도 수량대로 갖추어 대왕께 올려 잡수시게 하오니, 바람과 비가 고르고 오곡이 풍성하도록 보우하소서.” 축원을 마치고 종이로 만든 말을 태운 뒤 저마다 제 집으로 돌아갔으니, 이만 줄인다.

저팔계는 사람들이 흩어진 것을 보고 행자에게 말했다. “우리 집으로 돌아갑시다.” 행자가 말했다. “네 집이 어디에 있단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늙은 진가 사람네 집으로 가서 잠이나 자게.” 행자가 말했다. “이 멍청이가 또 헛소리를 하는구나. 이미 그들에게 허락했으면 마땅히 그 소원을 들어주어야 옳지.” 팔계가 말했다. “멍청이는 네가 아니면서 나보고 멍청이라니! 그저 속여 한바탕 놀기나 하면 그만이지, 어찌 제사를 지내 준다고 진짜로 덤벼든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헛소리 마라. 사람을 도울 때는 끝까지 도와야 하느니라. 반드시 저 대왕이 와서 먹는 것을 기다려야 처음과 끝이 온전해지는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도리어 그에게 재앙을 내려 해만 남기느니라.”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문득 훠훠 바람 소리가 들렸다. 팔계가 말했다. “큰일 났다! 바람 소리가 나는 걸 보니 그놈이 오는구나!” 행자는 다만 “말하지 마라, 내가 대답할 테니”라고 외쳤다. 잠시 뒤 묘문 밖으로 요물 하나가 나타났으니, 그 생김새가 어떠했는지 보라. 금빛 갑옷과 금빛 투구는 찬란하기가 새것 같고, 허리에 두른 보대는 붉은 구름을 두르고 있구나. 눈은 저녁에 돋는 밝은 별처럼 고우며, 이는 다시 벌려 놓은 톱니처럼 갈라졌구나. 발아래에는 안개와 노을이 넘실거리고, 몸 곁에는 자욱한 기운이 따스하게 피어오르구나. 걸을 때는 음풍이 줄줄이 불어 차갑고, 서 있는 곳에는 살기가 겹겹이 서려 있구나. 마치 발을 걷어 임금을 모시는 장수 같기도 하고, 절을 지키는 큰 문신 같기도 하구나. 그 요물은 묘문을 막아서고 물었다. “금년에 제사 지내는 집이 어느 집이냐?” 행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물어 주시니 황공하옵니다. 마을 우두머리는 진징과 진청의 집이옵니다.” 그 요물은 대답을 듣고 마음속으로 의심하며 생각했다. ‘이 동남이 담이 크고 말솜씨가 영리하구나. 늘 공양을 받으러 오면 한마디 물으면 아무 말도 못하고, 다시 물으면 혼이 빠져서 손으로 잡으려 하면 이미 죽은 사람이었는데, 어찌하여 오늘은 이 동남이 능숙하게 대답을 한단 말인가?’ 요물은 함부로 잡으러 오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동남과 동녀의 이름이 무엇이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동남은 진관보요, 동녀는 일칭금이오.” 요물이 말했다. “이 제사는 지난해부터의 묵은 규칙이니, 이제 나에게 바쳤으면 내 마땅히 너를 먹어야 하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감히 거역하지 못하오니, 편안히 잡수시옵소서.” 요물은 그 말을 듣고도 또한 손을 쓰지 못하고 문을 막고 호통쳤다. “말대꾸하지 마라! 나는 해마다 먼저 동남을 먹었는데, 금년에는 도리어 먼저 동녀를 먹겠느니라!” 팔계가 당황하여 말했다. “대왕이여, 그냥 예전대로 하시옵소서. 예를 어그러뜨리지는 마옵소서.”

그 요물은 분별할 틈도 주지 않고 손을 놓아 곧장 팔계를 잡으러 들었다. 이 멍청이는 펄쩍 뛰어내려 본모습을 드러내며 구리 빗장을 들고 손을 쳐서 한 번 찍었는데, 요물은 손을 움츠리고 앞으로 달아났다. 그때 쨍 하는 소리가 한 번 났다. 팔계가 말했다. “갑옷을 찍어 부수었구나!” 행자도 본모습을 드러내고 살펴보니, 그것은 얼음 쟁반만한 크기의 비늘 두 쪽이었다. 행자가 “쫓아가자!”라고 소리치자 두 사람이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 요물은 잔치에 오느라 병기를 가지고 오지 않았으므로, 빈손으로 구름 속에서 물었다. “너희는 어느 곳의 중이기에 여기까지 와서 사람을 속이고, 내 향불을 깨뜨리고 내 명성을 망쳤느냐!” 행자가 말했다. “이 무례한 놈이 원래 알지 못하는구나. 우리들은 동토 대당의 성스런 스님 삼장이 황제의 칙명을 받들어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제자들이니라. 어젯밤 진가 사람네 집에서 묵다가 사악한 마귀가 감히 영감이라 칭하며 해마다 동남과 동녀를 요구해 제사를 지낸다는 말을 들었느니라. 우리들이 자비심을 내어 중생을 구하고자 너를 잡으러 왔으니, 이놈아, 어서 사실대로 실토하라! 한 해에 동남과 동녀 둘을 먹는다는데, 네가 이곳에서 몇 해나 대왕을 자칭하며 남녀를 몇 명이나 먹었느냐? 하나하나 따져서 내게 갚아라. 그러면 사형은 면해 주리라!” 그 요물은 이 말을 듣고 곧 달아났는데, 팔계가 다시 구리 빗장으로 찍었으나 맞히지 못했고, 요물은 센 바람 한 줄기로 변하여 통천하 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행자가 말했다. “더 쫓아갈 것 없다. 이 요물은 필시 강 속에 사는 것일 터이니, 내일 방법을 꾀해 그를 잡아 스승님을 모시고 강을 건너게 하자.” 팔계는 그 말대로 곧장 묘 안으로 돌아가 돼지와 양과 제물과 술을 상까지 통째로 진가 사람네 집으로 옮겼다. 이때 당나라 장로와 사화상은 진가 형제와 함께 청 가운데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홀연 그 두 사람이 돼지와 양 따위를 모두 뜰 안에 내동댕이치는 것이 보였다. 삼장이 마중 나오며 물었다. “오공아, 제사 일은 어찌 되었느냐?” 행자가 이름을 대며 요물을 쫓아내니 강 속으로 파고들어 갔다는 사정을 이야기하자, 두 노인이 매우 기뻐하며 즉시 방을 치우고 잠자리를 마련해 사부와 제자들이 자도록 청했으니, 이만 줄인다.

말하자면, 그 요물은 목숨을 건져 물속으로 돌아가 궁중에 앉아 묵묵히 말이 없었는데, 물속의 크고 작은 권속들이 물었다. “대왕께서는 해마다 제사를 받으시고 돌아오시면 기뻐하셨는데, 어찌하여 오늘은 근심하시나이까?” 그 요물이 말했다. “예년에는 제사를 받은 뒤에 남은 물건을 좀 가지고 와서 너희에게 나누어 주었거늘, 오늘은 나조차 먹지 못하였다. 운수가 사나워 상대를 잘못 만나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였느니라.” 여러 수족이 물었다. “대왕, 그 상대가 누구이옵니까?” 그 요물이 말했다. “동토 대당 성스런 스님의 제자로서 서천으로 부처님을 뵙고 경을 구하러 가는 자인데, 남녀로 변하여 묘 안에 앉아 있더구나. 내가 그놈에게 본모습을 들키는 바람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일찍이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당삼장은 열 세상을 수행한 착한 사람이라 그의 살 한 점만 먹어도 수명이 늘어나 장생한다 하였느니라. 뜻밖에도 그의 수하에 이런 제자가 있어, 내가 명성을 잃고 향불을 깨뜨렸으니, 삼장을 잡아먹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아마 그리되지 못할 것 같구나.”

그 수족 가운데서 얼룩무늬 옷을 입은 궐파 하나가 나서며 요물에게 극진히 절을 올리고 웃어 말했다. “대왕이여, 삼장을 잡는 것이 무슨 어려움이 있겠나이까! 다만 잡은 뒤에 저에게 술과 고기를 상으로 주실는지 모르겠나이다.” 그 요물이 말했다. “네가 만약 꾀를 내어 우리가 힘을 합쳐 삼장을 잡는다면, 너와 형제자매를 맺고 함께 자리에 앉아 나누어 먹으리라.” 궐파는 절을 올리고 사례하며 말했다. “대왕께서 바람을 부르고 비를 내리는 신통과 바다를 뒤집고 강을 뒤엎는 세력이 있으심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사옵니다만, 눈을 내리실 줄은 아시는지요?” 그 요물이 말했다. “내릴 줄 안다.” 궐파가 다시 말했다. “눈을 내리실 줄 아신다면, 또한 추위를 만들어 얼음을 얼리실 줄은 아시는지요?” 그 요물이 말했다. “더욱 잘하느니라!”

궐파가 손뼉을 치며 웃어 말했다. “그러하시다면 매우 쉽사옵니다! 매우 쉽사옵니다!” 그 요물이 말했다. “너는 그 매우 쉽다는 공을 내게 설명해 보라.” 궐파가 말했다. “오늘밤 삼경이 되거든 대왕께서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마시옵고 일찍 법을 쓰시어, 찬 바람 한바탕을 일으키시고 큰 눈 한바탕을 내리시어 통천하를 모조리 얼려 놓으소서.

그러고 나서 저희 가운데 변화에 능한 자들을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게 하여 길목에서 배낭을 지고 우산을 들며, 짐을 지고 수레를 밀며 끊임없이 얼음 위를 걷게 하소서. 삼장은 경을 구하려는 마음이 몹시 급하니 사람들이 다니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얼음을 밟아 건너려 할 것이옵니다. 대왕께서는 강 한복판에 앉아 계시다가 발소리가 나는 곳에서 얼음을 터뜨리시면, 그의 제자들까지 모두 물속으로 떨어져 한 번에 얻을 수 있사옵니다!” 그 요물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한없이 기뻐하며 말했다. “매우 묘하도다! 매우 묘하도다!” 곧 수부에서 나와 긴 허공을 밟으며 바람을 일으키고 눈을 내려 추위를 만들어 얼음을 얼게 하였으니, 여기서는 더 말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당나라 장로와 제자 네 사람이 진가 사람네 집에서 자는데 날이 거의 밝아올 무렵, 사부와 제자들은 이불이 차갑고 베개가 서늘하였다. 팔계는 기침을 하고 몸을 떨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소리쳤다. “사형, 추워 죽겠네!” 행자가 말했다. “이 멍청아, 참으로 쓸모없는 놈이로구나! 출가한 사람은 추위와 더위가 침범하지 못하는 법인데 어찌 추위를 두려워하느냐?” 삼장이 말했다. “제자야, 과연 춥구나. 보아라, 저 두꺼운 이불에도 온기가 없고, 소매에 손을 넣었는데 얼음을 품은 듯하구나. 시든 잎에는 서리 꽃이 드리워지고 푸른 솔에는 얼음 방울이 걸렸구나. 땅은 추위가 심해 갈라지고 못은 물이 얼어 평평해졌구나. 고깃배에는 노인이 보이지 않으니, 산사에서 어찌 중을 만나랴. 나무꾼은 땔감 적음을 근심하고 귀한 집 자제는 숯이 늘음을 기뻐하는구나. 원정길의 사람은 쇠 같아야 하고 시객의 붓은 마름처럼 굳는구나. 가죽 저고리도 얇다 하고 담비 갖옷도 가볍다 한탄하는구나. 자리 위의 늙은 중은 굳어 버리고 종이 휘장 속 나그네의 넋은 놀라는구나. 수놓은 이불을 겹겹이 덮어도 온몸이 떨려 방울 소리가 나는구나.” 사부와 제자들은 모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어나 옷을 입고 문을 열어 보니, 아! 밖이 온통 하얗게 희뿌였으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행자가 말했다. “너희가 추위를 타는 까닭이 있었구나, 이토록 큰 눈이 내리고 있었으니!” 네 사람이 함께 바라보니, 눈이로다! 과연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붉은 구름이 빽빽이 덮이고 참혹한 안개가 겹겹이 스며들었구나. 붉은 구름이 덮이니 북풍이 매섭게 허공에 울부짖고, 참혹한 안개가 스며드니 큰 눈이 분분히 땅을 덮는구나. 참으로 여섯 귀 꽃이요 조각조각 날리는 옥이로다. 나무마다 구슬을 달고 있구나. 잠깐에 가루가 쌓이고 순식간에 소금이 되었구나. 흰 앵무새는 희음을 잃고 흰 학의 깃털과 같구나. 오와 초의 천 갈래 강물이 불어나고 동남쪽 몇 그루 매화는 짓눌렸구나. 마치 옥 용 삼백만 마리를 물리친 듯, 부서진 비늘과 갑옷이 하늘 가득 날리는 듯하구나. 어디서 동곽의 신을 얻으며 원안이 누워 있고 손강이 눈빛에 글을 읽는 일이 있으랴. 자유의 배와 왕공의 갖옷과 소무가 털옷을 씹는 일도 보이지 않는구나. 다만 몇 집 농가가 은을 쌓은 듯하고 만 리 강산이 옥덩이처럼 뭉쳐 있을 뿐이로다. 눈이로다!

버들개지가 다리를 덮고 배꽃이 집을 덮었구나. 버들개지가 다리를 덮으니 다리 곁 늙은 어부가 도롱이를 걸치고, 배꽃이 집을 덮으니 집 아래 시골 노인이 장작불을 쬐는구나. 나그네는 술 사기 어렵고 하인은 매화를 찾느라 애쓰는구나. 사사소소 나비 날개를 오리고 펄펄 날려 거위 털옷을 마름질하는구나. 둥글게 구르며 바람을 따르고 겹겹이 쌓여 길을 잃게 하는구나. 매서운 추위가 작은 휘장을 꿰뚫고, 쌩쌩한 냉기가 그윽한 휘장을 스며드는구나. 풍년의 상서가 하늘에서 내리니 인간의 좋은 일을 축하할 만하구나. 그 눈은 분분히 흩날리며, 참으로 옥을 오리고 솜을 날리는 듯하였다. 사부와 제자들이 한참을 탄식하며 구경하고 있는데, 진가 사람네 늙은이가 동복 둘을 시켜 길을 쓸게 하고, 또 둘을 시켜 더운 물을 보내어 세수를 하게 하였다. 잠시 뒤에는 끓인 차와 젖떡을 보내고 또 숯불을 옮어다 방 안에 갖추어 놓으니, 사부와 제자들이 함께 앉았다. 장로가 물었다. “늙은 시주여, 귀한 고장의 절후에는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의 구분이 있소이까?” 진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이곳이 비록 외진 땅이오나 풍속과 인물만 중원과 다를 뿐, 무릇 곡식의 싹과 가축 따위는 모두 같은 하늘과 같은 해 아래 있사오니, 어찌 사계절을 나누지 않을 이치가 있겠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사계절을 나눈다면, 어찌하여 지금부터 이토록 큰 눈이 내리고 이토록 추운 것이오?” 진 노인이 말했다. “이때가 비록 칠월이오나 어제 이미 백로를 지났으니 곧 팔월 절후이옵니다. 이곳은 해마다 팔월이면 서리와 눈이 있사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이는 우리 동토와 매우 다르구려. 내 고장에서는 겨울 절기를 지나야 비로소 있소.”

이야기를 나누는데 또 동복이 와서 상을 놓고 죽을 청하였다. 죽을 먹고 난 뒤 눈은 아침보다 더 크게 내려 잠시 뒤 평지에 두 자쯤 쌓였다. 삼장은 마음이 조급해져 눈물을 흘렸다. 진 노인이 말했다. “도령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눈이 깊다고 근심하지 마옵소서. 제 집에 곡식이 몇 섬은 되오니 도령님들을 반평생은 봉양할 수 있사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늙은 시주여, 가난한 중의 괴로움을 알지 못하오. 나는 성은을 입어 칙지를 하사받고 황제께서 큰 가마를 갖추어 친히 관문 밖까지 전송하시며, 당왕께서 친히 잔을 들어 전별하시며 어느 때에나 돌아올 수 있겠느냐고 물으셨소. 가난한 중은 산천의 험함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입에 나오는 대로 삼 년이면 경을 구하여 귀국할 수 있다고 아뢰었소. 작별한 뒤 오늘까지 이미 칠팔 년이나 되었으나 아직 부처님 얼굴도 뵙지 못했으니, 황제의 기한을 어길까 두렵고 요마가 흉악할까 두려워 이토록 초조하오. 오늘 인연이 있어 댁에 묵게 되었고 어젯밤 어리석은 제자들이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았사오니, 실로 배 한 척을 구해 강을 건너고자 바랐소. 뜻밖에 하늘이 큰 눈을 내려 길이 막혔으니, 어느 때에야 공을 이루어 고향으로 돌아갈지 알 수 없구려!” 진 노인이 말했다. “도령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많은 날을 지내 왔는데 어찌 이 며칠이 문제겠나이까? 하늘이 개어 얼음이 녹기를 기다리시면, 늙은이가 집안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반드시 도령님들을 모셔 강을 건너게 하겠나이다.” 그때 한 동복이 또 들어와 아침 공양을 청하였다. 청에 올라가 먹고 나서 이야기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점심 공양이 이어 들어왔다. 삼장은 음식이 풍성한 것을 보고 거듭 황송해하며 말했다. “이미 머물러 주시기로 하셨으니 그저 소박한 음식으로 대접하시면 되옵니다.” 진 노인이 말했다. “도령이여, 제사를 대신해 목숨을 구해 주신 은혜를 입었사오니, 날마다 잔치를 베풀어 대접한다 해도 갚기 어렵사옵니다.”

이윽고 큰 눈이 그치자 곧 사람들이 다니기 시작했다. 진 노인은 삼장이 즐겁지 않아 하는 것을 보고 화원을 치우고 큰 화로에 불을 피워, 눈동굴에 가서 한가롭게 놀며 시름을 풀기를 청하였다.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저 늙은이는 계산이 없구나! 이삼월 봄이라면 화원을 구경하기 좋으련만, 이런 큰 눈에 또 추운데 무엇을 구경한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이 멍청이는 일을 모르는구나! 눈 경치는 본래 그윽하고 고요하니, 하나는 유람하며 구경하는 것이요, 둘은 스승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는 것이니라.” 진 노인이 말했다. “옳소이다, 옳소이다.” 이에 정원으로 모셔 들어가니, 과연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경치는 삼추의 때를 만나고, 풍광은 섣달 같구나. 푸른 소나무에는 옥 꽃술이 맺히고, 시든 버들에는 은빛 꽃이 걸렸구나. 섬돌 아래 옥 이끼에는 가루가 쌓이고 창 앞의 푸른 대는 옥 싹을 내밀었구나. 교묘한 돌산 머리와 물고기 기르는 못 안에, 교묘한 돌산 머리에는 깎아 세운 봉우리가 옥 죽순을 늘어놓았고, 물고기 기르는 못 안에는 맑은 물이 얼음 쟁반을 이루었구나. 물가의 부용은 고운 빛이 옅어지고 언덕 곁의 무궁화는 연한 가지가 늘어졌구나. 가을 해당화는 온통 짓눌리고, 납매 나무는 간신히 새 가지를 내었구나. 모란정과 해류정과 단계정은 정자마다 거위 털이 쌓였고, 마음을 펴는 곳과 손님 대접하는 곳과 흥취를 달래는 곳은 곳곳마다 나비 날개가 덮였구나.

두 울타리의 누런 국화는 흰 비단에 금을 뿌린 듯하고, 몇 그루 단풍은 붉은빛에 흰빛이 섞였구나. 한가한 뜰은 많아도 추워 가기 어렵거니와, 눈동굴의 차가움이 얼음 같음을 보라. 그 안에는 짐승 얼굴에 코끼리 발을 한 구리 화로가 놓여 뜨끈한 숯불이 막 피어오르고,

그 위아래에는 호랑이 가죽을 씌운 옻칠 교의가 놓여 부드럽고 따스한 종이창이 깔려 있구나. 사방 벽에는 명필의 옛 그림 몇 폭이 걸려 있으니, 칠현이 관문을 넘는 그림과 찬 강에서 홀로 낚시하는 그림과 겹겹 솟은 산봉우리에 눈 경치를 그린 그림이요, 소무가 털옷을 씹는 그림과 매화 꺾어 사신을 만나는 그림과 옥 같은 숲과 구슬 같은 나무로 추위의 문장을 쓴 그림이로다. 집이 물가 정자에 가까워 물고기 사기 쉽고 눈에 산길이 묻혀 술 사기 어렵다는 것을 다 말할 수 없구나. 참으로 무릎을 들일 만한 곳이니 무엇 하러 봉래를 찾으랴.

여러 사람이 한참 구경하고는 눈동굴에 앉아 이웃 노인들에게 경을 구하러 가는 일을 이야기하고, 또 향기로운 차를 받아 마셨다. 진 노인이 물었다. “여러 도령들께서는 술을 드실 수 있으시옵니까?” 삼장이 말했다. “가난한 중은 마시지 못하오. 어린 제자들이 맑은 술을 몇 잔 정도는 하오.” 진 노인이 크게 기뻐하며 즉시 명했다. “과일과 다과를 가져오고 술을 데워 여러 도령님들의 추위를 녹여 드려라.” 그 동복이 곧 상을 들어 화로 곁에 놓고, 두 이웃 노인과 함께 몇 잔씩 마신 뒤에 그릇을 거두었다.

어느새 날이 저물어, 또 청으로 모셔 가 저녁 공양을 들였는데, 문득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들렸다. “추운 날이로다! 통천하가 얼어붙었어!”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오공아, 강이 얼어붙었으니 우리는 어찌하면 좋겠느냐?” 진 노인이 말했다. “갑자기 추워졌으니, 필시 강가 얕은 물이 언 것이겠지요.” 그 행인이 말했다. “팔백 리가 모두 거울 면처럼 얼었소. 길목에서 사람들이 다니고 있소!” 삼장은 사람들이 다닌다는 말을 듣고 곧 가서 보려 하였다. 진 노인이 말했다. “도령께서는 서두르지 마옵소서.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가서 보시지요.” 이에 이웃 노인들과 작별하고, 또 저녁 공양을 마친 뒤에 여전히 방에서 잤다.

이튿날 날이 새자 팔계가 일어나며 말했다. “사형, 어젯밤엔 더 추웠으니 필시 강이 얼어붙었을 걸세.” 삼장이 문을 향해 하늘에 절하며 말했다. “여러 호교 대신들이여, 제자가 서쪽으로 오며 정성으로 부처님께 예배하고 산천의 고초를 겪었으되 한마디 원망도 없었나이다. 이제 황천의 도움을 입어 강물이 얼어붙었사오니, 제자가 빈 마음으로 우선 감사하옵고, 경을 얻어 돌아가거든 당나라 황제께 아뢰어 정성을 다해 갚겠나이다.” 절을 마치고는 오정에게 말을 지라 하여 얼음을 타고 강을 건너려 하였다. 진 노인이 또 말했다. “서두르지 마옵소서. 며칠 뒤 눈이 녹고 얼음이 풀리기를 기다리시면, 늙은이가 배를 마련해 모셔 보내겠나이다.” 사승이 말했다. “곧 떠나는 것도 말이 아니옵고 더 머무는 것도 말이 아니옵니다. 입으로만 하는 말은 증거가 없고, 귀로 듣는 것이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하옵니다. 제가 말을 지고 모실 터이니 스승님께서 친히 가서 보시옵소서.” 진 노인이 말했다. “옳은 말씀이옵니다.” 그리고 명했다. “얘들아, 어서 가서 우리 말 여섯 필을 지고 오너라! 다만 삼장 도령의 말은 지지 마라.” 곧 하인 여섯이 뒤따르니, 일행이 곧장 강가로 가서 보았다. 참으로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눈은 산처럼 쌓여 솟았고, 구름은 걷히며 새벽이 개었구나. 추위가 굳어 천 봉우리가 파리해지고, 얼음이 얼어 강호가 한결같이 평평해졌구나. 북풍이 매섭고, 미끄러운 얼음이 모가 났구나. 못고기는 빽빽한 물풀에 붙고 들새는 마른 가지를 그리는구나. 변방 밖의 정병들은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고, 강가의 사공들은 어금니를 떠는구나. 뱀의 배가 터지고 새의 발이 끊어지니, 과연 얼음산이 천백 척이로구나. 만 골짜기에는 찬 기운이 은을 띄우고, 한 강은 찬 기운에 옥을 담갔구나. 동방에는 굳은 누에가 나오고 북녘에는 쥐굴이 있구나. 왕상이 누워 얼음을 녹이고 광무가 시내를 건너듯, 하루 밤에 시내 다리가 바닥까지 굳었구나. 굽은 못에는 모난 층이 얼고 깊은 못에는 겹겹이 얼었구나. 통천하의 넓은 물은 물결조차 없어져, 밝고 깨끗한 얼음이 육지처럼 펼쳐졌구나. 삼장과 일행이 강가에 이르러 말을 세우고 바라보니, 참으로 길목에 사람들이 다니고 있었다. 삼장이 물었다. “시주여, 저 사람들은 얼음 위로 어디를 가는 것이오?” 진 노인이 말했다. “강 저쪽은 서량여국이옵니다. 저 사람들은 모두 장사꾼이지요. 이쪽의 백 냥어치 물건이 저쪽에 가면 만 냥 값이 되고, 저쪽의 백 냥어치 물건이 이쪽에 와도 만 냥 값이 되옵니다. 이익은 무겁고 밑천은 가벼우므로 사람들이 죽고 사는 것을 돌보지 않고 가는 것이옵니다. 예년에는 대여섯 명이 한 배, 혹은 열몇 명이 한 배로 건너갔사온데, 이제 강길이 얼어붙었으므로 목숨을 걸고 걸어가는 것이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세상일에 오직 명리만이 가장 무거운 법이로다. 저들은 이를 위하여 죽음을 잊거늘, 나의 제자가 칙지를 받들어 충성을 다하는 것도 다만 이름을 위한 것이니 그들과 얼마나 다르랴!” 그리고 명했다. “오공아, 어서 시주 댁으로 돌아가 행장을 수습하고 말에 짐을 얹어, 이 얼음층을 타고 일찍 서방으로 가자꾸나.” 행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사승이 말했다. “스승님이시여, 속담에 천 일에 천 되의 쌀을 먹었다 하였나이다. 이제 진가 댁에 몸을 의탁하였사오니 며칠만 더 머무르시다가 하늘이 개어 얼음이 녹으면 배를 마련해 건너가시옵소서. 서두르다 보면 잘못이 있을까 두렵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오정아, 어찌 이리 어리석은 소견이냐! 정월이나 이월이라면 하루가 하루보다 따뜻해지니 얼음이 녹기를 기다릴 수 있으련만, 이때는 팔월이라 하루가 하루보다 추워지거늘 어찌 얼음이 풀리기를 바라겠느냐! 그리하다가는 또 반년의 행정을 그르치지 않겠느냐?”

팔계가 말에서 뛰어내리며 말했다. “너희는 잠깐 쓸데없는 말을 그만두고, 내가 얼마나 두꺼운지 시험해 보게 해 다오.”

행자가 말했다. “이 멍청아, 그저께 밤에는 물을 시험하느라 돌을 던져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얼음이 겹겹이 덮였는데 어찌 시험한단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사형은 모르시는구려. 내가 구리 빗장을 들어 한 번 찍어 보게나. 만약 찍어서 깨진다면 얼음이 얇은 것이니 감히 가지 못하고, 찍어도 들어가지 않는다면 곧 얼음이 두꺼운 것인데 어찌 가지 못한단 말이오?” 삼장이 말했다.

“옳다, 그 말이 이치에 맞는구나.” 그 멍청이는 옷을 걷어 올리고 성큼성큼 걸어 강가로 올라가 두 손으로 빗장을 들어 힘껏 한 번 찍었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아홉 개의 흰 자국이 찍히고 손이 저려 올 정도로 아팠다. 멍청이가 웃으며 말했다. “갈 수 있구나! 갈 수 있어! 바닥까지 통째로 얼어붙었단 말이야.”
삼장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모두와 함께 진가 사람네 집으로 돌아가, 다만 행장을 수습하여 떠나라 하였다. 두 노인이 간곡히 만류하였으나 붙잡지 못하고, 하는 수 없이 마른 양식과 볶은 것을 마련하고, 구운 떡과 만두를 만들어 전송하였다.

온 집안이 절을 올리고, 또 잘게 부순 금과 은을 한 접시 받쳐 들고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도령님들께서 저희 자식을 살려 주신 은혜를 크게 입었사오니, 길에서 드실 한 끼 값으로 조금 바치옵니다.” 삼장은 손을 저으며 고개를 가로젓고 받지 않으며 말했다. “가난한 중은 출가한 몸이라 재물이 무슨 소용이 있겠소. 길에서 감히 꺼내지도 못할 것이오. 다만 동냥하여 끼니를 잇는 것을 본분으로 삼으니, 마른 양식만 받으면 족하오.” 두 노인이 또 거듭 간청하자, 행자가 손가락 끝으로 작은 조각 하나를 집어 무게가 사오 돈쯤 되는 것을 삼장에게 건네며 말했다. “스승님, 시주돈으로만 여기시옵소서. 두 노인의 뜻을 헛되이 저버리지 마옵소서.” 이에 서로 작별하고 곧장 강가 얼음 위로 나아갔는데, 말발굽이 한번 미끄러져 하마터면 삼장이 말에서 떨어질 뻔하였다. 사승이 말했다. “스승님, 가기 어렵사옵니다!”

팔계가 말했다. “잠깐 멈추게! 진 노인께 볏짚을 좀 얻어다 내게 주시오.” 행자가 말했다. “볏짚이 어디에 쓰인단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형은 모르시는구려. 볏짚으로 말발굽을 싸야 비로소 미끄럽지 않아 스승님을 떨어뜨리지 않소.” 진 노인은 언덕에서 그 말을 듣고 급히 집 사람을 시켜 볏짚 한 단을 가져오게 하고, 삼장에게 청하여 언덕으로 올라와 말에서 내리게 하였다. 팔계가 짚으로 말발굽을 싼 뒤에야 얼음을 밟아 건너갔다.

진 노인과 강가를 떠나 서너 리쯤 가자, 팔계가 아홉 고리 석장을 삼장에게 건네며 말했다. “스승님, 이것을 말 위에 가로로 잡으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이 멍청이가 간사하구나! 석장은 원래 네가 메는 것인데 어찌 도로 스승님께 들라고 하느냐?” 팔계가 말했다. “형은 얼음 위를 걸어 본 적이 없어 모르시는구려. 무릇 얼어붙은 위에는 반드시 얼음 구멍이 있는 법이라, 혹시 그 구멍을 밟아 빠지면, 가로로 걸칠 물건이 없어 꿀꺽 물속으로 떨어져 마치 큰 솥뚜껑을 덮은 것처럼 되거늘, 어떻게 기어올라오겠소!

그리하려면 이렇게 걸쳐 놓아야만 하오.”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이 멍청이가 도리어 얼음길을 오래 걸어 본 놈이로구나!’ 과연 모두 그의 말대로 하였다. 장로는 석장을 가로로 메고, 행자는 쇠몽둥이를 가로로 메고, 사승은 요괴를 항복받는 보배 지팡이를 가로로 메고, 팔계는 어깨에 행장을 메고 허리에는 구리 빗장을 찼다. 사부와 제자들은 마음을 놓고 나아가, 줄곧 해가 저물 때까지 걸어가 마른 양식을 좀 먹고는 또한 오래 머물지 못하고, 별과 달의 빛으로 얼음 위가 번쩍이고 하얗게 아득한 가운데 그저 달리기만 하였다. 참으로 말발굽이 쉴 새 없어 사부와 제자들은 눈을 붙이지 못하고 하룻밤을 걸었다. 날이 밝자 또 마른 양식을 좀 먹고 서쪽을 향해 다시 나아갔다.

한창 가고 있는데, 문득 얼음 밑에서 펄럭 하는 큰 소리가 한 번 나서 하마터면 백마가 놀라 넘어질 뻔하였다.

삼장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제자들아! 어찌하여 이토록 큰 소리가 나느냐?” 팔계가 말했다. “이 강이 너무나 단단히 얼어붙어 땅얼음이 우는 것이니, 혹시 이 한가운데가 바닥까지 통째로 얼어붙었는지도 모르지요.” 삼장은 그 말을 듣고 놀라면서도 기뻐하여 말을 재촉하여 앞으로 나아갔으니, 서둘러 가는 일은 여기서는 더 말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그 요물은 수부로 돌아온 이래 여러 정기를 이끌고 얼음 밑에 있다가 오래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발굽 소리가 나는 곳에서 그가 밑에서 신통을 부려 와락 얼음을 갈라 놓았다. 손오공은 놀라 허공으로 뛰어올랐으나, 그 백마는 물속으로 떨어지고 세 사람도 모두 빠져버렸다. 그 요물은 삼장을 붙잡아 여러 정기를 이끌고 수부로 돌아가 목소리를 높여 크게 외쳤다. “궐 아우는 어디 있느냐?” 늙은 궐파가 문에 마중 나와 예를 올리며 말했다. “대왕이시여, 황공하옵니다! 황공하옵니다!” 요물이 말했다. “아우야, 어찌 그런 말을 하느냐! 한 번 입에서 나온 말은 네 필 말이 끄는 수레도 따라잡지 못하느니라. 본래 너의 계책을 따라 삼장을 잡으면 너와 형제를 맺으리라 하였거늘,

오늘 과연 묘한 계책이 이루어져 삼장을 잡았으니 어찌 앞서 한 말을 어기겠느냐?” 그리고 명했다. “얘들아, 안상을 들여오고 칼을 갈아라. 이 중의 배를 가르고 염통을 도려내며 가죽을 벗기고 살을 발라내라. 한편으로는 악기를 울려 아우와 함께 먹으며 수명을 늘려 장생하리라.” 궐파가 말했다. “대왕이시여, 우선 그를 잡수지 마시옵소서. 그 제자들이 찾아와 소란을 피울까 두렵사옵니다. 이틀쯤 참으시어 저놈들이 찾아오지 않게 한 뒤에 배를 가르시고, 대왕께서 상석에 앉으시며 권속들이 둘러 앉아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타며 노래하고 춤추어 올리면, 조용하고 태평하게 잡수실 수 있사오니, 그리하지 않으시렵니까?” 그 요물은 그 말대로 삼장을 궁 뒤에 숨기고, 여섯 자 길이의 돌 상자를 가져다 그 가운데 덮어 놓았으니, 여기서는 더 말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팔계와 사승은 물속에서 행장을 건져 백마 등에 싣고, 물길을 헤치며 물결을 일으켜 물을 짊어지고 나왔는데, 행자가 허공에서 그것을 보고 물었다.

“스승님은 어디 계시냐?” 팔계가 말했다. “스승님은 이제 성이 진씨요, 이름은 바닥이라오. 지금은 찾을 곳이 없으니 우선 언덕에 올라간 뒤에 방도를 꾀해 봅시다.” 원래 팔계는 본래 천봉원수가 인간에 내려온 자라 예전에 천하의 팔만 수병을 거느렸고, 사화상은 유사하에서 태어난 몸이며, 백마는 본래 서해 용왕의 손자였으므로, 이 까닭에 물의 성질을 알 수 있었다. 대성이 허공에서 길을 인도하니 잠시 뒤에 동쪽 언덕으로 되돌아왔다. 말을 털어 말리고 옷을 추슬러 입은 뒤에 대성이 구름에서 내려와 함께 진가장으로 갔다. 일찍이 어떤 이가 두 노인에게 알렸다. “경을 구하러 가는 도령 네 분이 이제는 세 분만 남아 오셨나이다.” 형제가 급히 문 밖으로 마중 나가 보니, 과연 옷이 아직 젖어 있었다. 두 노인이 말했다. “도령님들, 저희가 그토록 만류하였건만 머물려 하지 않으시고 기어이 이 지경이 되어야 끝이 났소. 어찌하여 삼장 도령은 보이지 않으시오?” 팔계가 말했다. “삼장이라 부르지 마시구려. 이름을 고쳐 진바닥이라 하게 되었소.” 두 노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가련하오! 가련하오! 눈이 녹으면 배를 마련해 모셔 보내리라 하였건만 굳이 듣지 않으시고 끝내 목숨을 잃으셨소!” 행자가 말했다. “영감님, 옛사람 걱정은 하지 마시오. 내 스승님은 죽지 않고 장수하실 터이니 내가 아노라. 틀림없이 저 영감대왕이 법술을 부려 계략을 쓴 것이오. 우선 마음을 놓으시고 우리 옷을 빨아 말리고 관문도 말리며, 짚과 사료를 가져다 백마를 먹이시오. 내가 아우들과 저놈을 찾아 스승님을 구출하고 뿌리까지 뽑아버려 댁과 한 마을의 뒷근심을 없애 드리리니, 그래야만 길이 편안히 살 수 있을 것이오.” 진 노인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한없이 기뻐하며 즉시 공양을 차리라 명했다.

세 형제는 배불리 한 끼를 먹고, 말과 행장을 진가에 맡겨 지키게 한 뒤에 저마다 병기를 정비하고 곧장 길가로 나아가 스승을 찾고 요괴를 잡으러 갔다. 바로 이러하였다.

잘못하여 얼음층을 밟아 본성을 상하였으니, 큰 단이 빠져나갔거늘 어찌 온전하랴?

결국 삼장을 어떻게 구해 낼는지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