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손대성은 저팔계와 사승과 함께 진 노인에게 작별을 고하고 강변에 이르러 “형제들아, 너희 둘이 의논하여 정해 보아라, 누가 먼저 물속으로 내려가겠느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형님, 저희 둘의 재주는 변변치 못하옵니다. 그래도 형님께서 먼저 물속으로 내려가셔야 하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현명한 아우에게 숨기지 않고 말하마. 산속의 요정이라면 너희가 힘을 쓸 필요가 전혀 없겠지만, 물속의 일은 내가 갈 수가 없느니라. 바다에 내려가고 강을 건널 때에도 나는 반드시 물피하는 결을 쥐고 있거나, 혹은 무슨 물고기나 게의 모습으로 변해야만 갈 수 있느니라. 그렇게 결을 쥐고 있으면 쇠몽둥이를 휘두를 수도 없고 신통도 부릴 수 없으며 요괴도 때릴 수가 없느니라. 나는 오래전부터 너희 둘이 물에 익숙한 사람임을 알고 있었기에, 너희 둘이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니라”라고 말했다. 사승이 “형님, 저야 가기야 갈 수 있사옵니다만, 물 밑이 어떠한지를 모르겠나이다. 우리 모두 함께 가되 형님께서 무슨 모습으로든 변하시면, 혹은 제가 형님을 업고 물길을 헤치며 요성의 소굴을 찾아낸 뒤 형님께서 먼저 들어가 알아보시지요. 만약 스승님께서 상하지 않으시고 그곳에 계신다면 우리가 힘을 다해 정벌하면 되옵고, 만일 이 괴물이 법술을 부려 스승님을 물에 빠뜨려 죽였거나 요괴에게 잡아먹혔다면 우리가 애써 구할 필요 없이 일찍이 다른 길을 찾는 것이 어떠하옵니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현명한 아우의 말이 이치에 맞는구나. 그러면 너희 중 누가 나를 업겠느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이 원숭이는 나를 몇 번이나 골려 먹었는지 모른다. 이번에 알고 보니 물을 모르는구나. 내가 그를 업고 한번 골려 주어야겠다!”라고 생각하고는, 그 멍청이는 히죽히죽 웃으며 “형님, 제가 업겠나이다”라고 외쳤다. 행자는 그 속셈을 알아차리고는 오히려 그 계책을 이용하여 “그래, 좋다. 네가 오정보다는 힘이 좀 더 있겠구나”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그를 등에 업었다. 사승이 물길을 헤치니 형제들이 함께 통천하 속으로 들어갔다. 물 밑으로 백십 리쯤 내려갔을 때, 그 멍청이가 행자를 골려 먹으려 하자 행자는 즉시 털 한 가닥을 뽑아 가짜 몸으로 변해 저팔계의 등에 엎드려 있고, 참몸은 돼지 이 한 마리로 변하여 그의 귓속에 바짝 붙어 있었다. 저팔계가 한창 가다가 홀연히 발이 걸려 넘어지는 척하며, 핑계 삼아 행자를 앞으로 내동댕이치고는 풍덩 하고 넘어졌다. 알고 보니 그 가짜 몸은 본디 털로 변한 것이라 곧바로 떠오르며 자취도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사승이 “둘째 형님, 어찌된 일이옵니까? 똑바로 걷지도 않고 진흙 속에 넘어진 것은 그만둔다 해도, 큰형님을 어디로 넘겨버리셨는지 모르겠나이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그 원숭이는 넘어짐을 견디지 못하여 한 번 넘어지면 녹아버렸나이다. 형제여, 그의 생사를 돌보지 말고 나와 함께 스승님을 찾으러 갑시다”라고 말했다. 사승이 “안 되옵니다. 그가 있어야 하옵니다. 그는 물을 모른다 해도 우리보다 영리하옵니다. 그가 없으면 나는 형님과 함께 가지 않겠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저팔계의 귓속에서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오정아! 이 늙은 손이 여기 있다!”라고 외쳤다. 사승이 그 소리를 듣고 웃으며 “망하였구나! 이 멍청이는 죽었구나! 네가 어찌 감히 그를 골려 먹었느냐! 이제 소리는 들려도 얼굴은 보이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황급히 진흙 속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형님, 제가 잘못했나이다. 스승님을 구하여 물가에 오르면 사례를 하겠나이다. 형님께서는 어디서 소리를 내시옵니까? 그림자만 보여 저를 놀라 죽이시는구려! 부디 본모습을 드러내 주시옵소서. 제가 업고 가겠나이다. 다시는 형님을 거스르지 않겠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네가 아직도 나를 업고 있지 않으냐.
내가 너를 골리지 않을 터이니 어서 가라! 어서 가라!”라고 말했다. 그 멍청이는 중얼중얼 사죄만을 되뇌면서 일어나 사승과 함께 다시 들어갔다.
또 백십 리쯤 가다가 홀연히 고개를 들어 보니 누각 하나가 보였는데, 위에 ‘수원의 저택’이라는 큰 글자 넷이 쓰여 있었다. 사승이 “이곳이 아마 요정이 사는 곳이옵니다. 저희 둘은 실정을 모르니 어찌 문 앞에 올라가 싸움을 걸겠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오정아, 그 문 안팎에 물이 있느냐?”라고 말했다. 사승이 “물은 없사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물이 없다면 너는 좌우에 숨어 있고, 이 늙은 손이 가서 알아보고 오마”라고 말했다. 훌륭한 대성이 저팔계의 귓속에서 기어 나와 몸을 한 번 흔들어 변하니, 긴 다리의 새우 할멈이 되어 두세 번 뛰어 문 안으로 들어갔다. 눈을 부릅뜨고 보니 저 괴물이 위에 앉아 있고 물족 무리가 양쪽에 늘어서 있으며, 반의궐파라는 자가 곁에 앉아 있었는데 모두 당승을 잡아먹을 의논을 하고 있었다. 행자가 마음을 쓰며 양쪽을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는데, 문득 배가 불룩한 새우 할멈 하나가 걸어와 서쪽 회랑 아래로 곧장 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행자가 그 앞으로 뛰어가 “할멈, 대왕께서 여러 무리와 의논하여 당승을 잡수시려 하신다는데 당승은 어디 있소?”라고 불렀다. 새우 할멈이 “당승은 대왕께서 눈을 내리고 얼음을 얼게 하여 어제 궁 뒤 돌상자 속에 가두어 두었나이다. 내일 그 제자들이 와서 떠들지 않으면 음악을 울리며 잡수실 것이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한참을 둘러보다가 곧장 궁 뒤로 찾아가 보니 과연 돌상자 하나가 있었는데, 마치 인가의 외양간에 있는 돼지 구유 같기도 하고 인간 세상의 돌 관 하나 같기도 하였으며, 재어 보니 족히 육 척 남짓한 길이였다. 그 위에 엎드려 한참을 듣고 있으니 삼장법사가 그 안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만 들려왔다. 행자가 말없이 귀를 기울여 다시 들으니, 스승님이 이를 갈며 한숨을 내쉬어 “강물에 떠내려간 목숨에 허물이 있어 태어날 때부터 얼마나 많은 수재가 얽혔던가. 모태에서 나올 적에도 파도를 헤치고, 서천의 부처를 배알하러 가다 아득한 연못에 떨어졌구나. 지난번 흑하에서는 몸이 난을 만났고, 오늘은 얼음이 풀려 목숨이 샘으로 돌아가게 생겼구나. 제자들이 올 수 있을지, 참된 경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구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참지 못하고 “스승님, 수재를 원망하지 마옵소서. 경에 이르기를 흙은 오행의 어미요 물은 오행의 근원이라 하였나이다. 흙이 없으면 자라지 못하고 물이 없으면 크지 못하나이다. 이 늙은 손이 왔나이다!”라고 외쳤다.
삼장법사가 그 소리를 듣고 “제자야, 나를 구하여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우선 마음을 놓으옵소서. 우리가 요정을 사로잡으면 스승님을 재난에서 벗어나게 해 드리겠나이다”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어서 손을 쓰거라! 하루만 더 지체되면 정말로 답답해 죽겠구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일없사옵니다, 일없사옵니다! 저는 가겠나이다!”라고 말하고는 급히 몸을 돌려 밖으로 뛰어나가 문 밖에서 본모습을 드러내고 “팔계야!”라고 불렀다. 그 멍청이와 사승이 다가와 “형님, 어떠하옵니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바로 이 괴물이 스승님을 속였느니라. 스승님께서는 상하지 않으시고 괴물에게 덮여 돌상자 아래 계시느니라. 너희 둘은 어서 싸움을 걸어라, 이 늙은 손이 먼저 물 위로 나가겠다. 잡을 수 있거든 잡고, 잡지 못하거든 거짓으로 진 체하며 그를 물 밖으로 끌어내어 내가 때리게 하여라”라고 말했다. 사승이 “형님께서는 안심하고 먼저 가시옵소서. 저희가 낯빛을 살펴 형편을 헤아리겠나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행자가 물피하는 법을 쥐고 물결을 뚫고 나와 강변에 서서 기다렸다.
보라, 저 저팔계가 사나운 기세로 문 앞까지 쳐들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이 고약한 괴물아! 우리 스승님을 내보내라!”라고 외쳤다. 그러자 문 안의 작은 요괴들이 놀라 급히 “대왕이시여, 문 밖에 스승님을 내놓으라는 자가 있나이다!”라고 아뢰었다. 요사가 “이는 틀림없이 저 고약한 중이 왔느니라”라고 말하고는 “어서 갑옷과 병기를 가져오너라!”라고 명하였다.
작은 요괴들이 황급히 가져왔다. 요사가 몸을 단속하고 병기를 손에 쥐고는 곧 문을 열라 명하고 걸어 나왔다. 저팔계와 사승이 좌우에 마주 늘어서서 요사가 어떻게 무장하였는지 보았다. 훌륭한 괴물이로다! 그대는 그를 보라.
머리에는 금 투구를 썼는데 번쩍이고 빛나며, 몸에는 금 갑옷을 걸쳤는데 무지개를 끌어당기는 듯하구나. 허리에는 보배 띠를 둘렀는데 구슬과 비취가 뭉쳐 있고, 발에는 연기 빛 누른 신을 신었는데 모양이 기이하구나. 콧등은 높이 솟아 봉우리처럼 우뚝하고, 이마는 넓고 트여 용의 위의 같구나. 눈빛은 번쩍이고 둥글면서도 사납고, 이빨은 강철 칼날처럼 뾰족하고 가지런하구나. 짧은 머리털은 헝클어져 불꽃을 날리고, 긴 수염은 거침없이 금 송곳을 펴 세웠구나. 입에는 푸르고 연한 물풀 한 가지를 물고, 손에는 아홉 조각 붉은 구리 쇠망치를 들었구나. 문이 열리는 순간 꺄악 하는 소리 한 번이, 늦봄 경칩의 우레처럼 울리는구나. 이러한 형용은 인간 세상에 드무니, 감히 영현대왕의 위엄을 일컫는구나.
요사가 문을 나서니 뒤에 백여 명의 작은 요괴가 따르며 하나하나 창을 휘두르고 검을 춤추게 하여 두 줄로 벌려 섰다. 요사가 저팔계에게 “너는 어느 절의 중이기에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와서 떠드느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호통치며 “이 매를 맞아도 죽지 않는 고약한 놈 같으니! 네가 그제 밤에 내게 말대꾸를 하더니, 오늘은 어찌 모르는 체하며 도리어 나에게 묻느냐? 나는 본디 동토 대당의 성스러운 승려의 제자로서 서천으로 부처를 배알하고 경을 구하러 가는 자다.
네가 요술을 부려 무엇이든 영감대왕인 체하며 진가장에서 사내아이와 계집아이를 잡아먹으려 하였는데, 내가 본래 진청네 집의 일칭금이거늘 네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겠느냐?” 그 요사가 “이 중놈, 참으로 이치가 없구나! 네가 일칭금으로 변하였으니 남의 이름을 속여 갈음한 죄를 지은 것이니라. 나야 도리어 너를 먹지 않았거늘 너에게 손등을 다쳤으니 이미 너를 양보하였느니라. 그런데 네가 어찌 또 내 문을 찾아왔느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네가 나를 양보했다면서 어찌하여 또 찬 바람을 일으키고 큰 눈을 내려 억센 얼음을 얼게 하여 우리 스승님을 해하였느냐? 어서 우리 스승님을 내보내라, 그러면 모든 일이 없던 것이 되리라! 이빨에서 아니라는 말 반 마디만 새어 나와도 내 손의 갈퀴를 보아라, 결코 너를 용서치 않겠다!”라고 말했다. 요사가 그 말을 듣고 살짝 비웃으며 “이 중이 긴 혀를 팔며 허풍을 떠는구나. 과연 내가 추위를 부리고 눈을 내려 강을 얼게 하여 네 스승을 끌어갔느니라. 네가 이제 문 앞까지 와서 떠들며 되찾으려 하나, 이번이 지난번과 같지 않을까 두렵도다. 그때는 내가 모임에 가느라 병기를 지니지 않았기에 잘못하여 네게 상하였느니라. 너는 이제 달아날 생각 말고 나와 세 합을 겨루어라. 세 합에 나를 당해 내면 네 스승을 돌려주마, 당해 내지 못하면 너까지 아울러 먹어 버리리라”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착한 아들 같으니! 바로 그렇게 말하라! 갈퀴를 똑똑히 보아라!”라고 말했다. 요사가 “너는 원래 중도에 출가한 중이로구나”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내 아들아, 네가 참으로 영감이 좀 있구나. 어찌 내가 중도에 출가한 줄 알았느냐?”라고 말했다. 요사가 “네가 갈퀴를 쓸 줄 아니 틀림없이 어느 밭에 고용되어 있다가 그곳의 쇠갈퀴를 훔쳐 온 것이니라”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이놈아, 내 이 갈퀴는 땅을 파는 그런 갈퀴가 아니니 보아라. 큰 이빨을 부어 만들어 용의 발톱 같고, 금을 아끼어 장식하니 구렁이의 형상 같구나. 적을 만나면 찬 바람이 흩날리고, 맞서 겨루면 불꽃이 일어나느니라. 성스러운 승려를 위해 괴물을 없앨 수 있고 서방 길에서 요정을 잡을 수 있느니라. 휘두르면 연기 구름이 해와 달을 가리고, 펼치면 노을빛이 환히 비추느니라. 태산을 찍어 넘기니 천 마리 호랑이가 두려워하고, 대해를 뒤엎으니 만 마리 용이 놀라느니라. 네가 아무리 위령하고 수단이 있다 한들 한 번 찍으면 아홉 개 구멍을 내리라!”라고 말했다.
그 요사가 어디 곧이들으려 하랴. 구리 쇠망치를 들어 정면으로 내리치자 저팔계가 쇠갈퀴로 막아내며 “이 고약한 놈, 너도 원래 중도에 정을 이룬 사마로구나!”라고 말했다. 그 괴물이 “내가 중도에 정을 이룬 것을 네가 어찌 알아보았느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네가 구리 쇠망치를 쓸 줄 아니 틀림없이 어느 은장이 집에 고용되어 풀무나 당기다가 기회를 잡아 훔쳐 온 것이로구나”라고 말했다. 요사가 “이는 은을 두드리는 망치가 아니니 보아라. 아홉 조각이 뭉쳐 꽃봉오리를 이루고, 한 자루의 빈 구멍은 만년청이니라. 본디 범간의 물건과는 같지 않아 나온 곳이 신선의 동산에서 이름을 얻었느니라. 푸른 방과 자주 씨는 요지에서 늙었고, 희고 맑은 향기는 푸른 못에서 생겨났느니라.
내가 공을 들여 단련한 터라 강철처럼 굳고 날카로워 영험이 두루 통하느니라. 창과 칼과 검과 극은 모두 당해 낼 수 없고, 도끼와 창과 모 또한 감히 맞서지 못하느니라. 네 갈퀴가 아무리 날카로운 칼날이라 한들 내 망치에 닿기만 하면 튕겨 나가 부러지리라!”라고 말했다.
사승이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것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가 크게 “이 괴물아, 헛된 말을 그만두어라! 옛사람이 이르기를 입으로 하는 말은 증거가 없으니 해 보면 곧 드러난다 하였느니라. 달아나지 말고 내 지팡이를 받아라!”라고 외쳤다.
요사가 망치 자루로 막으며 “너도 중도에 출가한 중이로구나”라고 말했다. 사승이 “어찌 알아보시옵니까?”라고 말했다. 요사가 “네 꼴이 맷돌이나 돌리는 박사 같구나”라고 말했다. 사승이 “어찌하여 제가 맷돌 박사 같사옵니까?”라고 말했다. 요사가 “네가 맷돌 박사가 아니거늘 어찌 밀대를 쓰느냐?”라고 말했다. 사승이 꾸짖으며 “이 죄 많은 놈, 본 적도 없거든 들어 보아라!
이러한 병기는 인간 세상에 드물기에 보장의 이름을 알기 어려우리라. 달 궁궐 그림자 없는 곳에서 나와 사라선목을 쪼고 갈아 만들었느니라. 겉에는 보배를 박아 노을빛이 빛나고, 속에는 금을 뚫어 상서로운 기운이 엉겼느니라. 지난날에는 임금님의 연회를 모셨고, 오늘은 바름을 잡아 당승을 보위하느니라. 서방 길에서는 아는 이가 없어도 상계 궁중에서는 큰 이름이 있느니라. 이름하여 요괴를 항복받는 참된 보장이니, 한 번에 정수리를 부수리라!”라고 말했다. 그 요사는 분변할 틈도 주지 않고 세 사람이 얼굴을 바꾸어 싸웠으니, 이 한 판이 물 밑에서 벌인 훌륭한 싸움이로다. 구리 쇠망치와 보장과 쇠갈퀴로 오능과 오정이 요사와 싸우는구나. 하나는 천봉이 세상에 내려온 것이요, 하나는 상장이 하늘가에서 내려온 것이로다. 저 두 사람이 물괴를 협공하여 위무를 부리고, 이 하나가 홀로 신승을 당해 내니 그 기세 자랑할 만하구나. 분이 있고 인연이 있어 큰 도를 이루고, 서로 낳고 서로 이겨 항사의 이치를 받들었구나. 흙이 물을 이기니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고, 물이 나무를 낳으니 나무가 왕성하여 꽃이 피는구나. 선법을 참구하여 닦아 한 몸으로 돌아가고, 환단을 달여 세 집을 항복받는구나. 흙은 어미라 금싹을 틔우고, 금은 신수를 낳아 갓난아이를 낳으며, 물은 근본이라 나무의 꽃을 적시니 나무에 찬란한 불꽃 노을이 있구나. 오행을 모아 놓으니 모두 다르기에 그런 까닭에 얼굴을 바꾸어 서로 다투는구나. 보라, 저 구리 쇠망치는 아홉 조각이 환히 빛나 좋고, 보장은 천 가닥 채색 수놓음이 아름답구나. 갈퀴는 음양에 따라 아홉 요를 나누나 해수를 알지 못하여 삼처럼 어지럽게 엉켰구나. 몸을 버리고 목숨을 내던짐은 승려의 재난 때문이요, 죽음을 잊고 삶을 버림은 석가를 위해서니라. 구리 쇠망치가 바삐 내리니 왼쪽으로 보장을 막고 오른쪽으로 갈퀴를 막는구나. 세 사람이 물 밑에서 두 시진을 싸웠으나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저팔계가 그를 이길 수 없으리라 헤아리고 사승에게 눈짓을 보내니, 두 사람이 거짓으로 지는 체 패한 척하며 병기를 끌고 고개를 돌려 달아났다. 그 괴물이 “얘들아, 여기 그대로 버티고 있어라. 내가 이놈을 뒤쫓아 사로잡아다 너희와 함께 먹으리라!”라고 명하였다. 보라, 그가 바람에 이는 낙엽처럼, 비에 맞는 시든 꽃처럼 두 사람을 물 위로 몰아내는구나.
저 손대성이 동쪽 강변에서 눈을 떼지 않고 강물의 기세만 바라보고 있는데, 홀연히 물결이 뒤집히고 함성이 울려 퍼지며 저팔계가 먼저 강둑으로 뛰어올라 “왔다! 왔다!”라고 말했다. 사승도 강변에 이르러 “왔다! 왔다!”라고 말했다. 그 요사가 뒤따라 “어디로 달아나느냐!”라고 외쳤다. 막 고개를 내미는데 행자가 “몽둥이를 받아라!”라고 호통쳤다. 그 요사가 몸을 피해 빠져나가며 구리 쇠망치로 급히 막아 맞섰다. 하나는 강가에서 물결을 일으키고 하나는 언덕에서 위세를 부렸다. 손을 맞댄 지 세 합도 되지 않아 그 요물이 막아 내지 못하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시 물속으로 잠기니, 이에 바람이 잦아들고 물결이 가라앉았다. 행자가 높은 언덕으로 돌아와 “형제들아, 수고하였구나”라고 말했다. 사승이 “형님, 이 요정은 물가에서는 형편없는 듯하더니 물 밑에서도 몹시 사납사옵니다! 제가 둘째 형님과 좌우에서 함께 공격하였으나 겨우 호각을 이루었을 뿐이니, 어찌해야 스승님을 구하옵니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더 지체할 것 없다. 그가 스승님을 해칠까 두렵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형님, 제가 이번에 가서 그를 꾀어 낼 터이니 형님께서는 소리를 내지 마시옵소서. 다만 반공중에서 기다리시다가 그가 머리를 내미는 것을 헤아려 마늘 찧듯 내리쳐 정수리에 단단히 한 방을 주시옵소서! 비록 그를 때려 죽이지 못하더라도 아프고 어지러워할 터이니, 그때 이 늙은 저가 달려들어 갈퀴로 한 번 찍어 그의 목숨을 끊어 주겠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옳다! 옳다! 이를 일러 안에서 맞이하고 밖에서 합한다 하느니라. 그래야 일이 이루어지느니라”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말하자면, 그 요사가 싸움에서 패하여 목숨을 건져 본가로 돌아오니 여러 요괴가 궁중에까지 맞이하였다. 반의궐파가 앞으로 나서며 “대왕께서는 그 두 중을 어디까지 쫓아가셨나이까?”라고 물었다. 요사가 “저 중들에게 원래 돕는 자가 하나 더 있었느니라. 그 두 놈이 물가로 뛰어 올라가니 저 돕는 자가 쇠몽둥이 하나를 휘둘러 나를 치거늘 내가 몸을 피해 맞섰느니라. 그 몽둥이가 몇 근이나 되는지 알 수 없으나 내 구리 쇠망치로는 당해 낼 수가 없어 세 합도 되지 않아 패하여 돌아왔노라”라고 말했다. 반의궐파가 “대왕께서는 그 돕는 자의 생김새를 기억하시나이까?”라고 물었다. 요사가 “털 난 얼굴에 뇌공 같은 입, 처진 귀와 꺾인 콧등, 불꽃 같은 눈과 금빛 눈동자를 지닌 중이니라”라고 말했다. 반의궐파가 그 말을 듣고 오싹 몸서리를 치며 “대왕이시여! 천만다행으로 사태를 아시어 목숨을 건지셨나이다! 만약 세 합을 더하였더라면 결코 온전히 살아남지 못하였으리이다! 그 중을 저는 아나이다”라고 말했다. 요사가 “그가 누구인 줄 아느냐?”라고 말했다. 반의궐파가 “제가 지난날 동양해 안에서 늙은 용왕이 그의 명성을 말하는 것을 들었사온데, 오백 년 전 천궁을 크게 어지럽힌 혼원일기 상방 태을금선 미후왕 제천대성이옵니다. 지금은 불교에 귀의하여 당승을 보위하며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가는 중인데, 이름을 고쳐 손오공 행자라 하옵니다. 그의 신통이 광대하고 변화가 다단하온데 대왕께서는 어찌 그를 건드리셨나이까! 이제부터 다시는 그와 싸우지 마옵소서”라고 말했다.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 안의 작은 요괴가 달려와 “대왕이시여, 그 두 중이 또 문 앞에 와서 싸움을 걸고 있나이다!”라고 아뢰었다. 요정이 “어진 누이의 견해가 매우 옳도다. 다시는 나가지 말고 그놈들이 어찌하는지 보리라”라고 말하고는 급히 명령을 내려 “얘들아, 문을 단단히 닫아라. 그대가 문 밖에서 아무리 외친다 한들 그저 문을 열지 않을 뿐이니라.
그놈들이 이틀쯤 달라붙어 지치고 맥이 풀려 돌아갈 때면, 우리가 태연히 당승을 즐길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작은 요괴들이 일제히 돌을 날라 흙덩이로 막아 넣고 문을 아주 봉해 버렸다. 저팔계와 사승이 여러 번 외쳐도 나오지 않자 멍청이는 속이 타서 쇠갈퀴로 문을 찍었다. 그 문은 이미 굳게 닫혀 튼튼히 걸려 있어 열 수가 없었는데, 일고여덟 번 찍어 문짝을 깨뜨려 보니 안쪽은 모두 흙과 돌로 천 겹이나 높이 쌓여 있었다. 사승이 이를 보고 “둘째 형님, 이 괴물이 크게 겁을 내어 문을 닫고 나오지 않으니 저와 함께 강언덕으로 올라가 큰형님과 다시 의논해 봅시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그 말에 따라 곧장 동쪽 강둑으로 돌아갔다.
행자는 반쯤 구름을 타고 반쯤 안개에 싸여 쇠몽둥이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요괴가 보이지 않자 곧 구름머리를 내려 강변까지 마중 나가며 “형제들아, 그놈이 어찌하여 올라오지 않더냐?”라고 물었다.
사승이 “그 괴물이 저택 문을 굳게 닫고는 다시는 나와 만나지 않사옵니다. 둘째 형님께서 문짝을 깨뜨려 보니 안쪽이 흙과 돌로 꽉꽉 쌓여 있었나이다. 그런 까닭에 싸울 수가 없어 형님과 의논하러 왔사오니, 무슨 방도로 스승님을 구하시겠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이러하니 달리 방도가 없구나. 너희 둘은 강변을 순시하며 그가 다른 곳으로 달아나지 못하게 하여라. 내가 다녀오마”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형님, 어디로 가시렵니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내가 보타암으로 올라가 보살님께 이 요괴가 어디서 났으며 성명이 무엇인지 여쭙겠다. 그의 조상이 살던 곳을 찾아내어 그의 가족을 잡고 사방 이웃을 붙잡은 뒤에 와서 요괴를 사로잡고 스승님을 구하리라”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웃으며
“형님, 그리 하자면 너무 번거롭고 시간만 지체되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번거롭지도 않고 지체되지도 않으리라! 내 갔다 오마!”라고 말했다.
훌륭한 대성이 상서로운 빛을 급히 타고 강어귀를 벗어나 곧장 남해로 향했다. 반 시진도 되지 않아 어느덧 낙가산이 멀지 않게 보이기에 구름머리를 낮추어 곧장 보타암 위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이십사로 제천과 수산대신과 목타행자와 선재동자와 봉주용녀가 함께 앞으로 나와 맞이하여 예를 올리며 “대성께서는 어디서 오시옵니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볼 일이 있어 보살님을 뵙고자 하노라”라고 말했다. 여러 신이 “보살님께서는 오늘 아침 동굴을 나서시며 아무도 따르지 말라 하시고 홀로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 구경하고 계시옵니다. 대성께서 오늘 반드시 오실 줄 아시고 우리에게 여기서 대성을 기다려 맞이하되 곧바로 뵙게 해서는 안 된다고 분부하셨나이다. 청컨대 취암 앞에서 잠시 앉아 계시옵소서. 보살님께서 나오시면 저절로 조처가 있으실 것이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 말대로 하였으나 아직 앉지도 않았는데, 선재동자가 앞으로 나와 예를 올리며 “손대성이시여, 지난번에 후의를 입었사온데 다행히 보살님께서 버리지 않으시고 거두어 주셔서 아침저녁으로 좌우를 떠나지 않고 연꽃 대 아래에서 모시고 있사오니 매우 자애로우시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는 그가 홍해아임을 알고 웃으며
“네가 그때는 마업에 마음이 미혹되었으나 오늘은 바른 과위를 얻었으니, 이제야 이 늙은 손이 좋은 사람인 줄 알았겠구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오래 기다려도 나오지 않자 속이 타서 “여러분, 나를 위해 전해 주시오. 늦으면 내 스승의 목숨이 상할까 두렵소”라고 말했다. 제천이 “감히 아뢰지 못하옵니다. 보살님께서 친히 나오실 때까지 기다리라 분부하셨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는 성급한 터라 어디 기다릴 수 있으랴. 급히 몸을 솟구쳐 안으로 곧장 걸어 들어갔다. 아! 이 미후왕은 성급한 데다 남을 놀려 대는 데 능하구나. 제천이 붙들어 두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걸음을 옮겨 깊은 숲으로 들어가 눈을 부릅뜨고 몰래 엿보았다. 멀리 고통을 구하는 존자를 바라보니 삿자리 깔개에 꿇어앉아 계셨다. 나른하게 흐트러져 단장하기를 싫어하시나 용안이 매우 고우시구나. 한 웅큼의 머리칼을 흩어 묶고 영락을 쓰지 않으셨으며, 소박한 남색 장삼을 걸치지 않으시고 몸에 붙는 작은 저고리를 입으셨구나. 허리에는 비단 치마를 두르고 두 발은 맨발이시며, 어깨에 두를 수놓은 띠도 없이 두 팔이 훤히 드러났구나. 옥 같은 손에 강철 칼을 쥐시고 바로 대나무 껍질을 깎고 계셨다.
행자가 이를 보고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보살님, 제자 손오공이 지성으로 예를 올리나이다”라고 외쳤다. 보살이 “밖에서 기다리라”라고 이르셨다. 행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보살님, 제 스승님께서 난을 만나 특별히 통천하 요괴의 근원을 여쭙고자 왔나이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너는 우선 나가거라. 내가 나가리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감히 억지를 부리지 못하고 대나무 숲을 걸어 나와 여러 제천에게 “보살님께서 오늘 또 살림을 새로 꾸리시는구려. 어찌하여 연꽃 대에 앉지 않으시고 단장도 하지 않으시며 좋아하지도 않으시고 숲 속에서 대나무를 깎고 계시느냐?”라고 말했다. 제천이 “저희는 알지 못하옵니다. 오늘 아침 동굴을 나서시며 단장도 하지 않으시고 곧 숲 속으로 들어가셨나이다. 또 저희에게 여기서 대성을 기다려 맞이하라 하셨으니 필시 대성의 일 때문이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는 어쩔 수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살께서 자죽 바구니 하나를 손에 들고 숲에서 나오시며 “오공아, 내가 너와 함께 당승을 구하러 가리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제자가 감히 재촉할 수는 없사오나, 청컨대 보살님께서는 옷을 갖추어 입으시고 연꽃 대에 오르시옵소서”라고 말했다. 보살이 “옷을 입을 것 없다. 그대로 가리라”라고 말했다. 그 보살께서 여러 제천을 남겨 둔 채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공중으로 솟아가시니 손대성은 하는 수 없이 뒤따랐다.
잠시 뒤에 통천하에 이르렀는데 저팔계와 사승이 보고 “사형이 성급하여 남해에서 어찌 함부로 떠들고 외쳤는지, 단장도 하지 않은 보살님을 떠밀어 모셔 왔구나”라고 말했다.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변에 이르렀다. 두 사람이 엎드려 절하며 “보살님, 저희가 함부로 범하였사오니 죄가 있나이다! 죄가 있나이다!”라고 말했다. 보살께서 곧 저고리를 묶었던 비단 띠 하나를 풀어 바구니를 단단히 매달고는 그 띠를 잡아 구름을 반쯤 밟은 채 강 가운데로 던져 윗물 쪽으로 끌어당기시며 입으로 주문을 외우셨다. “죽은 것은 가고 산 것은 남아라, 죽은 것은 가고 산 것은 남아라!” 일곱 번을 외우시고 바구니를 들어 올리니, 바구니 속에 번쩍번쩍 빛나는 금어 한 마리가 눈을 깜박이고 비늘을 움직이고 있었다. 보살이 부르셨다.
“오공아, 어서 물에 내려가 네 스승님을 구하여라.” 행자가 “요사를 잡지도 못하였는데 어찌 스승님을 구하옵니까?”라고 말했다. 보살이 “이 바구니 속에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저팔계와 사승이 절을 올리며 “이 고기가 어찌하여 그러한 수단이 있사옵니까?”라고 여쭈었다. 보살이 “그는 본디 내 연꽃 못에서 기른 금어로 날마다 물 위로 떠올라 경을 들으며 수단을 닦았느니라. 저 아홉 조각 구리 쇠망치는 바로 아직 피지 않은 연꽃 봉오리 하나를 그가 단련하여 병기로 만든 것이니라. 어느 날인가 조수가 넘쳐 흐를 때 이곳으로 흘러왔느니라. 내가 오늘 아침 난간을 잡고 꽃을 보는데 이놈이 나와 절을 하지 않기에 손가락을 꼽아 무늬를 더듬어 보니 그가 여기서 정을 이루어 네 스승을 해치고 있음을 알았느니라. 그런 까닭에 단장할 겨를도 없이 신공을 부려 대바구니 하나를 엮어 그를 사로잡았노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보살님, 그러하시다면 잠시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저희가 진가장의 여러 신도들을 불러 보살님의 금빛 존안을 뵙게 하겠나이다. 한편으로는 은혜를 남기고, 다른 한편으로는 요괴를 거둔 이 일을 알려 범인들이 신심으로 공양하게 하려 하옵니다”라고 말했다. 보살이 “그러하마. 너는 어서 가서 불러 오너라”라고 말했다. 저팔계와 사승이 함께 마을 앞으로 날듯이 달려가 큰 소리로 “모두 와서 살아 계신 관음보살을 보시오! 모두 와서 살아 계신 관음보살을 보시오!”라고 외쳤다. 온 마을의 노인과 아이, 남자와 여자가 강변으로 몰려와 진흙과 물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속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였다. 그 가운데 그림을 잘 그리는 이가 그 모습을 그려 전하였으니, 이것이야말로 어람 관음이 몸을 나타내신 것이었다. 그 길로 보살께서는 남해로 돌아가셨다.
저팔계와 사승이 물길을 헤치고 곧장 수원의 저택으로 가서 스승님을 찾았다. 알고 보니 그 안의 물괴와 물고기 정령들이 모조리 죽어 썩어 있었다. 뒷궁으로 들어가 돌상자를 열어 당승을 업고 물결을 벗어나 여러 사람과 만났다. 진청 형제가 머리를 조아리며 “어르신께서 소인의 만류를 따르지 않으셔서 이토록 고생을 하셨나이다”라고 사례하였다. 행자가 “더 말할 것 없다. 너희 이곳 사람들은 다음 해부터 다시는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느니라. 그 대왕은 이미 뿌리까지 뽑혔으니 다시는 해가 없으리라. 진 노인, 이제야말로 그대를 번거롭게 할 만하니 어서 배 한 척을 구하여 우리를 강 건너 보내 주게”라고 말했다. 진청이 “있나이다! 있나이다!
있나이다!”라고 말하고는 널을 풀어 배를 만들라 명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기꺼이 내어놓지 않는 이가 없었다. 어떤 이는 내가 돛과 뱃천을 사겠다 하고, 어떤 이는 내가 삿대와 노를 마련하겠다 하며, 어떤 이는 내가 밧줄을 내겠다 하고, 어떤 이는 내가 뱃사공을 고용하겠다 하였다. 모두 강변에서 떠들썩하게들 있는데, 문득 강 한가운데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손대성이여, 배를 만들지 말고 남의 재물만 쓰게 하지 마시오. 내가 그대 사부와 제자들을 건너 보내겠나이다.”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하나하나 놀라, 겁이 작은 이들은 집으로 달아나고 겁이 큰 이들은 벌벌 떨면서도 구경하고 있었다. 잠시 뒤 물속에서 괴물 하나가 기어 나왔는데, 그대는 그 생김새가 어떠한지 보라. 모난 머리의 신령한 물건은 범상한 종류가 아니요, 아홉 개의 갈비뼈에 영기 있어 물의 신선이라 불리는구나. 꼬리를 끌어 천 년의 수명을 늘릴 수 있고, 몸을 숨겨 온갖 내의 깊은 못에 조용히 깃드는구나. 물결을 뒤집고 파도를 뛰어넘어 강언덕을 들이치고, 해를 향하고 바람을 맞으며 바닷가에 누웠구나. 기운을 기르고 영을 품어 참으로 도가 있어, 여러 해 흰 가루를 덮어쓴 문둥머리 자라로다. 그 노구가 또 “대성이여, 배를 만들지 마시오. 내가 그대 사부와 제자들을 건너 보내겠나이다”라고 외쳤다. 행자가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이 죽일 놈의 짐승 같으니! 곁에 오기만 하면 이 몽둥이로 너를 때려 죽이리라!”라고 말했다. 노구가 “저는 대성의 은혜에 감동하여 자원히 좋은 마음으로 그대 사부와 제자들을 보내려 하거늘, 어찌 도리어 저를 때리려 하시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너에게 무슨 은혜를 베풀었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노구가 “대성이여, 그대는 모르시옵니다. 이 물 밑의 수원의 저택은 본래 저의 집이옵니다. 대대로 조상이 전하여 저에게까지 내려왔나이다. 제가 본근을 깨닫고 영기를 길러 이곳에서 수행하느라 조상이 살던 집을 한 번 뒤집어 고쳐 수원의 저택을 세웠나이다. 그 요사는 구 년 전 해일이 일어 파도가 뒤집힐 때 조류의 머리를 따라 이곳으로 와서 사나움과 완악함을 믿고 저와 다투었나이다. 그에게 많은 자식을 상하고 많은 권속을 빼앗겼나이다. 제가 그를 당해 내지 못하여 소굴을 빼앗기고 말았나이다. 이제 대성께서 이곳에 오셔서 당승을 구하시고 관음보살을 모셔 와 요기를 쓸어 깨끗이 하시어 괴물을 거두어 가시니 저택을 제게 돌려주셨나이다. 저는 이제 늙은이와 아이들이 모여 다시는 흙을 지고 진흙을 바를 필요 없이 옛 집에 살게 되었나이다. 이 은혜는 언덕과 산처럼 무겁고 바다처럼 깊나이다. 비단 저희만 은혜를 입은 것이 아니라 이 마을 사람들도 해마다 제사를 지내지 않아도 되어 얼마나 많은 집안의 자녀를 온전히 하였는지 모르나이다. 이는 참으로 한 가지 일로 두 가지를 얻은 은혜라 하겠나이다. 어찌 감히 보답하지 않겠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쇠몽둥이를 거두고 “네가 진실로 참된 마음이란 말이냐?”라고 말했다. 노구가 “대성의 은덕이 넓고 깊거늘 어찌 감히 거짓을 말하겠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참된 마음이라면 너는 하늘을 향해 맹세하여라”라고 말했다. 그 노구가 붉은 입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맹세하며 “제가 참된 마음으로 당승을 이 통천하 건너 보내지 않는다면 이 몸이 피물이 되리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너 올라오너라, 어서 올라오너라”라고 말했다. 노구가 그제야 강변 가까이 다가와 몸을 한 번 솟구쳐 강언덕으로 기어 올라왔다. 사람들이 앞으로 다가가 보니 둘레가 사 장이나 되는 커다란 흰 등껍질이었다. 행자가 “스승님, 우리가 그의 몸에 올라타고 건너갑시다”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제자야, 저 겹겹이 언 두꺼운 얼음에서도 오히려 걱정이 많았거늘, 하물며 이 자라의 등은 안온하지 못할까 두렵구나”라고 말했다. 노구가 “스승님께서는 안심하시옵소서. 제가 저 두꺼운 얼음보다 훨씬 안온하옵니다. 조금만 기울어져도 공덕을 이루지 못하리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스승님, 무릇 중생이 사람의 말을 할 줄 알면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나이다”라고 말하고는 “형제들아, 어서 말을 끌어 오너라”라고 명하였다.
강변에 이르자 진가장의 노인과 아이, 남자와 여자가 일제히 와서 배웅하며 절을 올렸다. 행자가 말을 흰 자라의 등껍질 위로 끌어올리게 하고 당승은 말의 목 왼쪽에, 사승은 오른쪽에, 저팔계는 말 뒤에, 행자는 말 앞에 서게 하였다. 또 그 자라가 무례할까 염려하여 호랑이 힘줄로 만든 띠를 풀어 노구의 코에 꿰어 당기니 마치 고삐 한 줄 같았다. 그리고 한 발은 등껍질을 밟고 한 발은 머리를 디디고, 한 손은 쇠몽둥이를 쥐고 한 손은 고삐를 잡은 채 “노구야, 천천히 가라. 조금이라도 기울어지면 바로 머리를 한 방이니라!”라고 외쳤다. 노구가 “감히! 감히!”라고 말했다.
그는 네 발을 힘껏 저어 물 위를 평지 걷듯 나아갔다. 사람들이 모두 언덕 위에서 향을 피우고 머리를 조아리며 나무아미타불을 외쳤으니, 이는 참된 나한이 범계에 내려오시고 살아 계신 보살이 나타나신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절을 올리고서야 돌아갔다.
말하자면, 스승님이 흰 자라를 타고 하루도 되지 않아 팔백 리 통천하를 지나 손발 하나 젖지 않고 언덕에 올랐다. 삼장법사가 언덕에 올라 두 손을 모으고 사례하며 “노구여, 그대를 수고롭게 하였으나 드릴 것이 없구나. 내가 경을 얻어 돌아올 때 갚으마”라고 말했다. 노구가 “스승님의 사례는 사양하옵니다. 제가 듣건대 서천의 부처님께서는 멸함도 없고 남도 없으시어 과거와 미래의 일을 아신다 하옵니다. 저는 이곳에서 꼬박 천삼백여 년을 수행하였사오니 수명을 늘리고 몸이 가벼워져 사람의 말을 할 줄은 알지만, 다만 본래의 껍데기를 벗지 못하나이다. 부디 스승님께서 서천에 가시거든 부처님께 한 번 여쭈어 주시옵소서. 제가 언제 이 껍데기를 벗고 사람의 몸을 얻을 수 있겠나이까”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흔쾌히 “묻겠다, 물어보마”라고 말했다. 그제야 그 노구가 물속으로 잠겨 들어갔다. 행자가 당승을 모시어 말에 오르게 하고 저팔계가 행장을 메고 사승이 좌우를 따르니, 사부와 제자들이 큰길을 찾아 줄곧 서쪽으로 달려갔다. 이는 바로 이러한 것이니라.
성스러운 승려가 어명을 받들어 미타를 배알하러 가니, 물은 멀고 산은 아득하여 재난이 많구나. 뜻은 굳고 마음은 정성스러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흰 자라가 등에 업고 통천하를 건너는구나.
결국 이 뒤에 또 얼마나 많은 노정이 남아 있고 또 어떠한 길흉이 있을지는 알 수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