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제천대성은 결국 요망한 원숭이일 뿐이라, 벼슬의 품계와 종질도 알지 못하였고 녹봉의 높낮이도 따지지 않았으며, 다만 이름이 기록된 것만으로 족하였다. 그 제천부 아래 두 관사의 선리들은 아침저녁으로 그를 모셨는데, 그들은 다만 낮에 세 끼를 먹고 밤에 한 평상에서 잠들 줄만 알았으며, 일에 얽매임이 없어 자유자재하였다. 한가한 때에는 벗을 만나 궁궐을 거닐고, 벗을 사귀어 의를 맺었다. 삼청을 보면 ‘노’ 자를 일컬었고, 사제를 만나면 ‘폐하’라 불렀다. 구요성과 오방장과 이십팔수와 사대천왕과 십이원진과 오방오로와 보천성상과 하한의 뭇 신들과는 모두 다만 형제로 대접하여 서로 호칭하였다. 오늘은 동쪽으로 놀고 내일은 서쪽으로 거닐며, 구름이 가고 구름이 오니 행적이 일정하지 않았다.
어느 날 옥황상제가 아침 조회를 열었는데, 반열 가운데서 허정양 진인이 나서서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지금 제천대성이 하는 일 없이 한가로이 노닐며 하늘의 뭇 성수들과 어울려,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모두 벗이라 부르고 있나이다. 훗날 한가한 틈에 무슨 일을 저지를까 염려되오니, 그에게 일 하나를 맡겨 관리하게 하시면 다른 탈이 생기지 않을까 하나이다.” 옥황상제가 그 말을 듣고 즉시 조서를 내렸다. 그 원숭이 왕이 기뻐하며 달려와 말했다. “폐하, 늙은 손을 부르신 것은 무슨 승진과 상을 내리시려는 것인가?” 옥황상제가 말했다. “짐이 보니 네 몸이 한가하여 하는 일이 없으니, 너에게 직분 하나를 주겠다. 네 우선 그 반도원을 맡아 관리하며 아침저녁으로 각별히 마음을 쓰라.” 대성이 기뻐하며 은혜에 감사하고, 위를 향해 읍하고 물러났다.
그는 몹시 바빠서도 기다리지 못하고 곧바로 반도원 안으로 들어가 이모저모 살펴보았다. 이 동산에는 토지신 하나가 있어 그를 막아서며 물었다. “대성께서는 어디로 가시나이까?” 대성이 말했다. “나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들어 반도원을 대신 맡게 되었으니, 이제 와서 살펴보는 것이다.” 그 토지신이 황급히 예를 갖추고 곧바로 그 한 떼의 나무를 파는 역사와 물을 나르는 역사와 복숭아나무를 가꾸는 역사와 청소하는 역사를 불러 모두 와서 대성께 머리를 조아리게 한 뒤, 그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곱고도 환하며, 알알이 그루그루로다. 곱고 환한 꽃은 나무에 가득하고, 알알이 맺힌 열매는 가지를 눌렀다. 열매가 가지 끝을 누르니 비단 탄알을 드리운 듯하고, 꽃이 나무에 가득하니 연지가 모여든 듯하였다. 때로 피고 때로 열려 천 년 만에 익으며, 여름도 겨울도 없이 만 년을 더디게 기다렸다. 먼저 익은 것은 붉은 얼굴로 취한 듯하고, 아직 생것은 꼭지를 단 채 푸른 껍질을 하고 있었다. 안개를 머금은 살결은 푸른빛을 띠고, 해를 받아 붉은 자태를 드러냈다. 나무 아래에는 기이한 꽃과 남다른 풀이 있어 사철 시들지 않고 빛깔이 가지런하였으며, 좌우에는 누대와 관사가 늘어섰고, 하늘을 감도는 곳마다 늘 구름과 무지개가 덮여 있었다.
이는 현도의 속된 씨앗이 아니라, 요지의 왕모가 친히 가꾸신 것이었다.
대성이 오래도록 구경하고 놀다가 토지신에게 물었다. “이 나무는 모두 몇 그루인가?” 토지신이 말했다. “삼천육백 그루가 있나이다. 앞쪽 천이백 그루는 꽃이 작고 열매도 작아 삼천 년에 한 번 익는데, 사람이 먹으면 신선이 되어 도를 깨닫고 몸이 튼튼해지며 가벼워지나이다. 가운데 천이백 그루는 꽃이 겹겹이고 열매가 달아 육천 년에 한 번 익는데, 사람이 먹으면 노을을 타고 날아올라 장생불로하나이다. 뒤쪽 천이백 그루는 무늬가 자줏빛이고 씨가 노란빛이라 구천 년에 한 번 익는데, 사람이 먹으면 천지와 수명을 함께하고 해와 달과 나이를 같이하나이다.” 대성이 이 말을 듣고 기쁨이 한이 없어, 그날로 그루 수를 낱낱이 밝히고 정자와 누각을 점검한 뒤 부중으로 돌아갔다. 이 뒤로부터 사오 일에 한 번씩 구경하고 놀았으며, 벗도 사귀지 않고 다른 데로도 놀러 가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늙은 나무 가지 끝에 복숭아가 대부분 익은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하나를 따서 새 맛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 동산의 토지신과 역사들, 그리고 제천부의 선리들이 바싹 따라붙어 있어 마음대로 하기 어려웠다. 그는 홀연히 꾀 하나를 생각해 내고 말했다. “너희는 우선 문 밖에서 기다리라. 나는 이 정자 위에서 잠깐 쉬겠다.” 그 뭇 신선들이 과연 물러갔다. 그 원숭이 왕이 관을 벗고 옷을 걸친 뒤 큰 나무에 올라가, 푹 익은 큰 복숭아를 골라 많이 따서 나뭇가지 위에서 마음대로 실컷 먹었다. 배부르게 먹은 뒤에는 뛰어내려 관을 꽂고 옷을 걸치고는 뭇 시종들을 불러 부중으로 돌아갔다. 이삼 일이 지나자 그는 또 가서 꾀를 부려 복숭아를 훔쳐 마음껏 먹었다.
어느 날 왕모낭랑이 잔치를 베풀어 보각을 크게 열고 요지에서 ‘반도승회’를 열려 하시어, 곧 붉은 옷 선녀와 흰 옷 선녀와 푸른 옷 선녀와 검은 옷 선녀와 자줏빛 옷 선녀와 누런 옷 선녀와 초록 옷 선녀를 시켜 각각 꽃바구니를 이고 반도원에 가서 복숭아를 따 잔치를 준비하게 하셨다. 칠의선녀가 곧장 동산 문 앞에 이르니, 반도원의 토지신과 역사들, 그리고 제천부 두 관사의 선리들이 모두 그곳에서 문을 지키고 있었다. 선녀들이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우리들은 왕모의 유지를 받들어 이곳에 와서 복숭아를 가져다 잔치를 베풀려 하오.” 토지신이 말했다. “선녀님들은 잠시 멈추소서. 올해는 지난해와 같지 않사오니, 옥황상제께서 제천대성을 지명하여 이곳을 감독하게 하셨으니, 반드시 대성께 알려 아뢴 뒤에야 감히 동산을 열 수 있나이다.” 선녀들이 말했다. “대성은 어디에 있는가?” 토지신이 말했다. “대성은 동산 안에 있는데, 곤하여 스스로 정자 위에서 잠들었나이다.” 선녀들이 말했다. “그러하다면 그를 찾아가자. 지체할 수 없다.”
토지신이 곧 그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꽃 정자에 이르러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았고, 정자에는 다만 옷과 관만 있을 뿐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사방을 모두 찾아보았으나 찾을 곳이 없었다. 알고 보니 대성은 한동안 놀다가 복숭아 몇 개를 먹고는 두 치 길이의 작은 사람으로 변하여, 그 큰 나무 꼭대기의 짙은 잎 아래에서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칠의선녀가 말했다. “우리들은 성지를 받들어 왔는데 대성을 찾지 못하였으니, 어찌 감히 빈손으로 돌아가겠는가?” 곁에 있던 선리 하나가 말했다. “선녀님들은 이미 성지를 받들어 오셨으니 주저하실 것 없나이다. 우리 대성은 한가로이 노니는 데 익숙하시니, 아마도 동산을 나가 벗을 만나러 가셨을 것이옵니다. 선녀님들은 우선 가서 복숭아를 따소서. 우리가 대신 아뢰어 드리겠나이다.”
그 선녀들은 그 말대로 나무숲 아래로 들어가 복숭아를 땄다. 먼저 앞쪽 나무에서 두 바구니를 땄고, 또 가운데 나무에서 세 바구니를 땄다. 뒤쪽 나무에 이르러 따려 하니, 그 나무에는 꽃과 열매가 드문드문하고 다만 잔털이 붙은 꼭지와 푸른 껍질뿐인 것 몇 개가 있을 뿐이었다. 알고 보니 익은 것은 모두 원숭이 왕이 먹어 버린 것이었다. 칠선녀가 이쪽저쪽을 살펴보니, 남쪽 가지 위에 다만 하나의 반은 붉고 반은 흰 복숭아가 있었다. 푸른 옷 선녀가 손으로 가지를 당겨 내리자 붉은 옷 선녀가 따고는 그 가지를 위로 놓아 주었다. 알고 보니 그 대성은 변화하여 바로 이 가지 위에서 자고 있었는데, 그에게 놀라 깨어난 것이었다. 대성이 곧 본래 모습을 드러내고 귀 속에서 여의봉을 뽑아 내어 한 번 흔드니 사발만큼 굵어졌으며, 꾸짖는 소리를 내어 말했다. “너는 어느 지방의 괴물이기에 감히 대담하게 내 복숭아를 훔쳐 따는가!” 그 칠선녀는 놀라 어쩔 줄 몰라 일제히 무릎을 꿇고 말했다. “대성께서는 노여움을 거두소서. 저희는 요괴가 아니오며, 왕모낭랑께서 보내신 칠의선녀로서 선도를 따다 보각을 크게 열고 ‘반도승회’를 베풀려 온 것이옵니다. 방금 이곳에 이르러 먼저 이 동산의 토지신 등 신들을 만나 대성을 찾았으나 보지 못하였나이다. 저희는 왕모의 유지가 늦어질까 두려워 대성을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이곳에서 복숭아를 땄사오니, 부디 널리 용서하여 주소서.” 대성이 이 말을 듣고 노여움을 풀어 기쁨으로 바꾸며 말했다. “선녀님들은 일어나시오. 왕모가 각을 열고 잔치를 베푸는데 누구를 청하는가?” 선녀들이 말했다. “지난 잔치에는 본래 옛 규례가 있사온데, 서천의 불로와 보살과 나한, 남방의 남극관음, 동방의 숭은성제, 십주삼도의 선옹, 북방의 북극현령, 중앙의 황극황각대선을 청하오니, 이들이 바로 오방오로이옵니다. 또 오두성군과 상팔동의 삼청과 사제와 태을천선 등 무리, 중팔동의 옥황과 구루와 해악의 신선, 하팔동의 유명교주와 주세지선이 있사오며, 각 궁과 각 전의 크고 작은 존신들이 모두 함께 반도잔치에 나아가나이다.” 대성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청하는가?” 선녀들이 말했다. “듣지 못하였나이다.” 대성이 말했다. “나는 바로 제천대성이다. 늙은 손을 청하여 높은 자리에 앉힌들 무엇이 불가하겠는가?” 선녀들이 말했다. “이는 지난 잔치의 규례일 뿐이오니, 이번 잔치가 어떠할지는 알지 못하나이다.” 대성이 말했다. “그 말도 옳다. 너희를 탓할 것이 없다. 너희는 우선 거기 서 있으라. 늙은 손이 먼저 가서 소식을 알아보고, 나를 청하는지 청하지 않는지 보겠다.”
과연 좋은 대성이로다. 그는 주문을 결하고 진언을 한 번 외운 뒤 뭇 선녀를 향해 말했다. “서라! 서라! 서라!” 이것은 본래 정신법이라, 그 칠의선녀를 하나하나 눈을 멍하니 뜨고 흰 눈알을 한 채 모두 복숭아나무 아래에 서 있게 하였다. 대성은 상서로운 구름 한 조각을 타고 동산 밖으로 뛰어나와 곧장 요지로 가는 길로 달려갔다. 바로 가고 있는데, 저쪽을 바라보니.
하늘 가득 상서로운 기운은 빛이 흔들리고, 오색 상서로운 구름은 날아도 끊이지 않았다. 흰 학의 울음소리는 구고에 진동하고, 자줏빛 영지는 빛깔이 빼어나 천 잎으로 나뉘었네.
그 가운데 한 분의 신선이 나타났으니, 생김새는 타고난 듯 풍채가 남달랐다. 신령이 무지개를 춤추듯 하늘을 흔들고, 허리에는 보록을 드리웠으니 나고 죽음이 없도다.
이름은 적각대라선이라, 특별히 반도 더수절에 나아가려는 것이었다.
그 적각대선이 얼굴을 맞대고 대성을 만나자, 대성은 고개를 숙여 꾀를 정하고 참된 신선을 속여 넘기려 하였다. 그는 몰래 잔치에 가려 하였으므로 도리어 물었다. “노도께서는 어디로 가시는가?” 대선이 말했다. “왕모가 나를 부르셨기에 반도잔치에 가려 하오.” 대성이 말했다. “노도께서는 알지 못하시는군요. 옥황상제께서는 늙은 손의 근두운이 빠르다 하여 늙은 손에게 명하여 다섯 길로 여러 어른들을 청하게 하셨는데, 먼저 통명전 아래에 이르러 예를 익힌 뒤에야 잔치에 가도록 하라 하셨나이다.” 대선은 광명정대한 사람이라 그의 거짓말을 참으로 여기고 말했다. “평소에는 요지에서 예를 익히고 은혜에 감사하였는데, 어찌 먼저 통명전에 가서 예를 익힌 뒤에야 요지에 가서 잔치에 참석한단 말인가?” 어쩔 수 없이 그는 상서로운 구름을 돌려 곧장 통명전으로 향해 갔다.
대성은 구름을 타고 진언을 한 번 외우고 몸을 흔들어 한 번 변하니, 곧 적각대선의 모습으로 변하여 요지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보각에 이르러 구름머리를 누르고 가볍게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을 바라보니.
구슬 같은 향기가 감돌고 상서로운 기운이 어지러이 흩날렸다. 요대에는 채색이 펼쳐졌고 보각에는 자욱한 기운이 퍼졌다. 봉황이 날아오르고 난새가 솟구르니 그 모습 아득하고, 금빛 꽃과 옥빛 꽃받침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잠겼다. 위에는 아홉 마리 봉황의 붉은 노을 병풍과 여덟 보배 자줏빛 무지개 걸상이 놓여 있었고, 오색으로 금을 그린 상과 천 송이 꽃을 담은 벽옥 화분이 있었다. 상 위에는 용의 간과 봉황의 골수, 곰의 발바닥과 성성이의 입술이 있었다. 진귀한 음식 백 가지가 가지가지 아름답고, 기이한 과일과 좋은 안주가 빛깔마다 새로웠다.
그곳은 가지런히 잘 차려져 있었으나 아직 신선은 오지 않았다. 이 대성이 점쳐 보아도 다 보지 못할 즈음, 홀연히 한 줄기 술 향기가 코를 찔렀다. 홀연히 고개를 돌리니, 오른쪽 벽 긴 회랑 아래에 몇몇 술을 빚는 선관과 지게미를 만지는 역사가, 몇몇 물을 나르는 도인과 불을 때는 동자를 거느리고 그곳에서 항아리를 씻고 독을 닦으며 이미 옥액과 경장, 향기로운 술과 좋은 술을 빚어 놓고 있었다. 대성은 입가에 침이 흐르는 것을 막지 못하여 곧 가서 마시려 하였으나, 그 사람들이 모두 여기에 있어 어찌할 수 없었다. 그는 곧 신통을 부려 털 몇 가닥을 뽑아 입에 넣고 씹어 부순 뒤 뿜어 내고 진언을 외워 “변하라!” 하고 외쳤다. 그러자 곧 몇 마리의 졸음벌레로 변하여 뭇 사람의 얼굴로 달려갔다. 보라, 그 무리들은 손이 풀리고 머리가 숙여지며 눈썹을 감고 눈을 감은 채 맡은 일을 내버리고 모두 졸기 시작하였다. 대성은 그제야 백 가지 맛과 여덟 가지 진귀한 음식, 좋은 안주와 기이한 물품을 얼마쯤 챙겨 긴 회랑 안으로 들어가, 독에 기대고 항아리에 붙어 마음껏 실컷 마셨다. 한참을 실컷 마시니,
몹시 취하여 술에 곯았다. 그는 스스로 가늠하며 말했다. “큰일이다! 큰일이다! 조금 더 지나면 청한 손님이 오실 터인데, 나를 나무라지 않겠는가? 하루아침에 붙잡히면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일찍 부중으로 돌아가 자는 것만 못하겠다.”
과연 좋은 대성이로다. 그는 비틀비틀 취한 기세를 빌려 마음대로 마구 내달렸는데, 얼마 지나자 길을 잘못 들었다. 제천부가 아니라 도솔천궁이었다. 그를 보자 그는 문득 깨달아 말했다. “도솔궁은 삼십삼천 위에 있으니 이한천 태상노군의 처소인데, 어찌 잘못하여 이곳에 왔는가? — 그래도 좋다! 그래도 좋다! 그동안 이 노인을 보러 오려 하였으나 오지 못하였으니, 이제 이 남은 걸음으로 그를 한 번 찾아뵈어도 좋겠다.” 그는 곧 옷을 가다듬고 밀고 들어갔으나 그곳에는 노군이 보이지 않았고 사방에 사람의 자취가 없었다. 알고 보니 그 노군은 연등고불과 함께 삼층 높은 누각의 주릉단대 위에서 도를 강론하고 있었고, 뭇 선동과 선장과 선관과 선리가 모두 좌우에 모시고 서서 강론을 듣고 있었다. 이 대성은 곧장 단방 안까지 이르렀으나 찾아도 만나지 못하고, 다만 단솥 곁 화로에 불이 있는 것을 보았다. 화로 좌우에는 다섯 개의 조롱박이 놓여 있었는데, 조롱박 안에는 모두 정련된 금단이 들어 있었다. 대성이 기뻐하며 말했다. “이 물건은 신선가의 지극한 보배라. 늙은 손은 도를 깨달은 이래 안팎이 같다는 이치를 알아차렸으니 나도 금단 얼마를 얻어 도움을 받고자 하였으나 집에 이르러서는 겨를이 없었는데, 오늘 인연이 있어 또 이 물건을 만났으니 노자가 없는 틈에 내가 몇 알을 먹어 새 맛을 보겠다.” 그는 곧 그 조롱박을 모두 쏟아 내어 모조리 먹어 버렸는데, 마치 볶은 콩을 먹는 것과 같았다.
얼마 지나자 단이 배를 채우고 술이 깨어, 그는 다시 스스로 헤아려 말했다. “큰일이다! 큰일이다! 이 화는 하늘보다도 크다. 만약 옥황상제의 귀에 들어가면 목숨을 보전하기 어렵다. 가자! 가자! 가자! 하계로 내려가 왕이 되는 것만 못하겠다!” 그는 곧 도솔궁에서 달려 나와 옛길로 가지 않고 서천문을 통해 은신법을 부려 달아났다. 곧 구름머리를 누르고 화과산 경계로 돌아왔다. 바라보니 깃발이 번쩍이고 창과 극이 빛나고 있었으니, 알고 보니 사건장과 칠십이 동의 요왕들이 그곳에서 무예를 익히고 있었다. 대성이 높이 외쳤다. “작은 것들아! 내가 왔다!” 뭇 괴물들이 병기를 내버리고 무릎을 꿇고 말했다. “대성께서는 참으로 마음이 넓으시옵니다! 저희를 오래도록 내버려 두고 돌아보지 않으셨나이다!” 대성이 말했다. “얼마 되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말하면서 걸어 곧장 동천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사건장이 청소하고 쉴 자리를 마련하여 머리를 조아려 예를 마치자, 모두 말했다. “대성께서 하늘에 계신 이 백십 년 동안 실로 무슨 벼슬을 받으셨나이까?” 대성이 웃으며 말했다. “내 기억으로는 겨우 반년 남짓인데, 어찌 백십 년이라 하는가?” 건장들이 말했다. “하늘의 하루가 곧 하계의 일 년이옵니다.” 대성이 말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옥황상제께서 나를 아껴 과연 ‘제천대성’으로 봉하시고, 제천부 한 채를 세우고 또 안정과 영신 두 관사를 두어 관사마다 선리를 두어 시위하게 하셨다. 그 뒤에 내가 하는 일이 없다고 보시고는 나를 시켜 반도원을 맡아 보게 하셨다. 최근에 왕모낭랑이 ‘반도대회’를 베푸셨는데 나를 청하지 않으시기에, 나는 그 청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요지에 가서 그의 선품과 선주를 모두 훔쳐 먹었다. 요지에서 나와 비틀거리다 잘못 노군의 궁궐에 들어가, 또 그의 다섯 조롱박 금단도 훔쳐 먹었다. 다만 옥황상제께서 죄를 물을까 두려워 이제 막 천문을 나온 것이다.”
뭇 괴물들이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곧 술과 과일을 마련하여 맞이하고, 야자술을 돌그릇에 가득 부어 올렸다. 대성이 한 모금 마시고는 곧 이빨을 드러내며 입을 찡그리고 말했다. “맛이 없다! 맛이 없다!” 붕과 파 두 장수가 말했다. “대성께서 천궁에서 선주와 선식을 드셨으니 야자술이 입에 달지 않으신 것이옵니다. 옛말에 ‘좋든 싫든 고향의 물’이라 하였나이다.” 대성이 말했다. “너희야말로 ‘가깝든 멀든 고향 사람’이로구나. 내가 오늘 아침 요지에서 실컷 마실 때에 그 긴 회랑 아래에 많은 병과 항아리가 있는 것을 보았는데, 모두 그 옥액과 경장이었다. 너희는 아직 맛보지 못하였다. 내가 다시 가서 그 몇 병을 훔쳐 오겠으니, 너희는 각각 반 잔씩만 마셔도 하나하나 장생불로하리라.” 뭇 원숭이들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였다. 대성은 곧 동굴 문을 나서 다시 한 번 근두운을 돌려 은신법을 부리고 곧장 반도회가 열린 곳에 이르렀다. 요지 궁궐로 들어가니, 그 술을 빚고 지게미를 만지고 물을 나르고 불을 때던 몇 사람이 아직 코를 골며 자고 있어 깨어나지 않았다. 그는 큰 것을 좌우 겨드랑이에 둘씩 끼고 두 손으로 둘을 들어 곧 구름머리를 돌려 돌아와, 뭇 원숭이와 동굴 안에서 만나 ‘선주회’를 열고 각각 몇 잔씩 마시며 즐거워한 것은 여기서 잠시 접어 두기로 하자. 말하자면, 그 칠의선녀는 대성의 정신법을 받은 뒤 한 주천이 지나서야 비로소 풀릴 수 있었다. 그들은 각각 꽃바구니를 들고 돌아가 왕모에게 아뢰었다. “제천대성이 법술을 부려 저희를 묶어 두었기에 이렇게 늦게 왔나이다.” 왕모가 물었다. “너희는 반도를 얼마나 땄느냐?” 선녀들이 말했다. “작은 복숭아 두 바구니와 중간 복숭아 세 바구니뿐이옵니다. 뒤쪽에 이르니 큰 복숭아는 반 개도 없사오니, 생각건대 모두 대성이 훔쳐 먹은 듯하옵니다. 또 찾고 있는 사이에 뜻밖에도 대성이 걸어 나와 난폭하게 때리며 또 잔치에 누구를 청하는지 물었나이다. 저희가 지난 잔치의 일을 한 차례 말씀드렸더니, 그가 저희를 정신법으로 묶어 두고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사오며, 이제야 겨우 풀려 돌아왔나이다.”
왕모가 이 말을 들으시고 곧 옥황상제를 뵈러 가 그 앞의 일을 낱낱이 아뢰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그 술을 빚던 한 떼의 사람들이 선관들과 함께 와서 아뢰었다.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사오나 ‘반도대회’를 어지럽히고 옥액과 경장을 훔쳐 마셨으며, 그 팔진과 백 가지 맛도 모두 훔쳐 먹었나이다.” 또 네 명의 대천사가 와서 아뢰었다. “태상도조께서 오셨나이다.” 옥황상제가 곧 왕모와 함께 나가 맞이하였다. 노군이 조례를 마치고 말했다. “노도의 궁중에서 ‘구전금단’ 얼마를 정련하여 폐하의 ‘단원대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도적에게 훔쳐 갔기에 특별히 폐하께 아뢰어 알리려 하였소.” 옥황상제가 이 아룀을 받고 두려워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제천부의 선리 하나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손대성이 맡은 직분을 지키지 않고 어제부터 나가 놀아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사오며, 어디로 갔는지도 알 수 없나이다.” 옥황상제는 의심과 근심을 더하였다. 그때 적각대선이 또 머리를 조아려 위에 아뢰었다. “신은 왕모의 조서를 받들어 어제 잔치에 나아가려다가 우연히 제천대성을 만났사온데, 신에게 만세께서 뜻을 내리시어 그로 하여금 신 등을 청하여 먼저 통명전에 가서 예를 익힌 뒤에 잔치에 가게 하라 하셨다 하였나이다. 신이 그 말대로 곧 통명전 밖으로 돌아갔으나 만세의 용거와 봉련을 보지 못하였기에 또 급히 이곳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나이다.” 옥황상제는 더욱 크게 놀라 말했다. “이 놈이 성지를 거짓 전하여 어진 경을 속였으니, 어서 규찰영관을 시켜 이 놈의 자취를 수색하게 하라!”
영관이 성지를 받들어 곧 전각을 나가 두루 수색하여 자세한 사정을 모두 알아냈다. 돌아와 아뢰었다. “천궁을 어지럽힌 자는 바로 제천대성이옵니다.” 그리고는 앞의 일을 한 차례 낱낱이 아뢰었다. 옥황상제가 크게 노하였다. 곧 사대천왕을 보내고 이천왕과 나타태자를 함께하게 하여, 이십팔수와 구요성관과 십이원진과 오방게제와 사치공조와 동서성두와 남북이신과 오악사독과 보천성상을 점검하여 모두 십만 천병을 이끌고 십팔 가닥의 천라지망을 펼쳐 하계로 내려가 화과산을 포위하고 반드시 그 놈을 사로잡아 다스리게 하였다. 뭇 신들이 즉시 군사를 일으켜 천궁을 떠났다. 이들이 떠나니, 그 모습은 이러하였다.
누런 바람이 자욱이 불어 하늘을 가려 어두워지고, 자줏빛 안개가 피어올라 땅을 덮어 어두컴컴하였다. 다만 요망한 원숭이가 상제를 업신여긴 까닭에 뭇 성인이 속세로 내려오게 되었도다. 사대천왕과 오방게제라. 사대천왕은 권세를 총괄하고, 오방게제는 많은 병사를 조율하였다. 탑을 든 이정은 중군에서 호령을 맡고, 사나운 나타는 전부의 선봉이 되었다. 나후성은 앞장서 검점하고 계도성은 뒤따르며 우뚝하였으며, 태음성은 정신이 드높고 태양성은 밝게 비추었다. 오행성은 유난히 호걸이요, 구요성은 다투기를 가장 좋아하였다. 원진성은 자오묘유로 하나하나가 큰 힘을 지닌 천정이었다. 오온과 오악은 동서로 벌여 섰고, 육정과 육갑은 좌우로 행군하였다. 사독의 용신은 위아래로 나뉘었고, 이십팔수는 빽빽하게 겹겹이 늘어섰다. 각항저방은 총령이 되었고, 규루위묘는 뒤집기를 익혔으며, 두우여허위실벽과 심미기성은 하나하나 능하였고, 정귀류성장익진은 창을 돌리고 검을 추며 위령을 드러냈다. 구름을 멈추고 안개를 내리며 속세에 임하여, 화과산 앞에 영채를 세웠다.
시에 이르기를,
하늘이 낳은 원숭이 왕은 변화가 많아, 단도 훔치고 술도 훔치며 산속 둥지에서 즐겼도다.
다만 반도회를 어지럽힌 까닭에, 십만 천병이 그물을 펼쳤도다.
그때 이천왕이 명을 내려 뭇 천병에게 영채를 세우게 하고, 그 화과산을 물 한 방울도 새지 않게 에워쌌다. 위아래로 십팔 가닥의 천라지망을 펼치고, 먼저 구요의 사나운 별들을 보내 싸움에 나서게 하였다. 구요성이 곧 군사를 이끌고 곧장 동굴 밖에 이르니, 그 동굴 밖에서 크고 작은 원숭이 떼가 뛰어오르며 장난치는 것이 보였다. 성관이 엄한 소리로 높이 외쳤다. “이 작은 요괴야! 네 대성은 어디 있느냐? 우리는 상계에서 보낸 천신으로, 이곳에 와서 반역한 네 대성을 항복시키려 한다. 그를 시켜 어서 와서 항복하게 하라. 만약 반 개의 ‘아니오’라는 말이라도 한다면 너희를 모조리 죽이리라!” 그 작은 요괴가 황급히 달려 들어가 알렸다. “대성, 큰일 났나이다! 큰일 났나이다! 밖에 아홉 명의 흉악한 신이 있어 입으로 상계에서 온 천신이라 일컬으며 대성을 항복시키려 하나이다.”
그 대성은 마침 칠십이 동의 요왕과 사건장과 함께 선주를 나누어 마시고 있었는데, 이 보고를 듣고도 태연히 상대하지 않으며 말했다. “오늘 술이 있으면 오늘 취하면 그만, 문 앞의 옳고 그름은 상관하지 말라!”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또 한 떼의 작은 요괴가 뛰어와 말했다. “그 아홉 흉신이 악담과 욕설을 퍼부으며 문 앞에서 싸움을 걸고 있나이다!” 대성이 웃으며 말했다. “상대하지 말라. ‘시와 술로 오늘의 즐거움을 도모하고, 공명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묻지 말라.’”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또 한 떼의 작은 요괴가 와서 알렸다. “대왕님! 그 아홉 흉신이 이미 문을 부수고 들이닥쳤나이다!” 대성이 노하여 말했다. “이 못된 털 신들, 심히 무례하구나! 본래 그들과 시비할 생각이 없었는데, 어찌 문 앞까지 찾아와 나를 업신여기는가?” 그는 곧 외뿔귀왕에게 명하여 칠십이 동의 요왕을 거느리고 진을 나서게 하고, 늙은 손은 사건장을 거느리고 뒤를 따랐다. 그 귀왕이 급히 요병을 이끌고 문을 나가 적을 맞이하였으나, 구요의 사나운 별들이 일제히 덮쳐 죽이니 철판교 머리에 막혀 나아가지 못하였다.
떠들고 있는 사이에 대성이 이르렀다. 그는 “길을 열라!” 하고 한마디 외치고는 쇠방망이를 뽑아 한 번 흔드니 사발만큼 굵고 한 길 두 자 길이가 되었으며, 자세를 풀어 치고 나왔다. 구요성 중에 누가 감히 맞서겠는가, 순식간에 쳐서 물리쳤다. 그 구요성이 진세를 갖추고 서서 말했다. “이 죽고 사는 것도 모르는 필마온 같으니! 네가 십악의 죄를 지었으니, 먼저 복숭아를 훔치고 뒤에 술을 훔쳤으며, 반도대회를 어지럽히고 또 노군의 선단을 훔쳤으며, 또 어주를 훔쳐 이곳에 와서 즐기고 있다. 네가 죄 위에 죄를 더하였으니 어찌 알지 못하는가?” 대성이 웃으며 말했다. “이 몇 가지 일은 실로 있다! 실로 있다! 그런데 이제 너는 어쩌겠는가?” 구요성이 말했다. “나는 옥황상제의 금지를 받들어 무리를 이끌고 이곳에 와서 너를 항복시키려 하니, 어서 속히 귀의하라! 이 뭇 생령들이 목숨을 바치게 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이 산을 짓밟아 평평하게 만들고 이 동굴을 뒤집어엎으리라!” 대성이 크게 노하여 말했다. “생각건대 너희 못된 털 신들에게 무슨 법력이 있기에 감히 망령된 말을 하는가. 가지 말라, 늙은 손의 방망이 한 대를 받아라!” 이 구요성이 일제히 뛰어올랐다. 그 미후왕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금고봉을 휘둘러 좌로 막고 우로 막으며 그 구요성을 싸워 힘줄이 풀리고 기운이 빠지게 하니, 하나하나 병기를 거꾸로 끌고 진을 무너뜨려 달아나 급히 중군 장막 아래로 들어가 탑을 든 천왕에게 말했다. “그 원숭이 왕은 과연 몹시 사납나이다! 저희가 그와 싸워 이기지 못하고 진을 무너뜨려 왔나이다.” 이천왕이 곧 사대천왕과 이십팔수를 조율하여 한길로 군사를 내어 싸우게 하였다. 대성도 태연히 두려워하지 않고 외뿔귀왕과 칠십이 동의 요왕과 네 건장한 장수를 불러 동굴 문 밖에서 진세를 이루었다. 보라, 이 혼전은 참으로 놀라웠다.
찬 바람이 쌩쌩 불고 괴이한 안개가 어둑어둑하였다. 저쪽에는 깃발이 채색을 날리고 이쪽에는 창과 극이 빛을 내었다. 자욱이 밝은 투구는 해를 비추니 하늘을 찌르는 은 경쇠 같고, 겹겹이 빛나는 갑주는 바위 벼랑에 쌓였으니 땅을 누르는 빙산 같았다. 큰 방패칼은 구름을 날리고 번개를 잡으며, 닥나무 흰 창은 안개를 건너고 구름을 꿰뚫었다. 네모 하늘 창과 범눈 채찍은 삼밭처럼 벌여 섰고, 청동 검과 사명 삽은 빽빽한 나무처럼 진을 이루었다. 굽은 활과 단단한 쇠뇌와 독수리 깃 화살, 짧은 몽둥이와 뱀 창은 넋을 앗아 갔다. 대성의 여의봉 한 자루는 이리저리 뒤집히며 천신과 싸웠다. 싸움은 그리하여 하늘에는 새도 지나지 못하고 산속에는 호랑이와 이리가 달렸다. 모래를 날리고 돌을 굴리니 천지가 어두워지고, 흙을 뿌리고 먼지를 날리니 우주가 어두컴컴하였다. 다만 둥둥 쿵쿵 천지를 놀라게 하는 소리만 들렸고, 위엄이 넘실넘실 귀신을 진동시켰다.
이 한바탕 싸움은 진시에 진을 벌인 이래 어지러이 싸워 해가 서산에 지도록 이어졌다. 그 외뿔귀왕과 칠십이 동의 요괴들은 모조리 뭇 천신에게 사로잡혀 갔고, 다만 사건장과 그 원숭이 떼만이 달아나 수렴동 밑바닥 깊숙이 숨었다. 이 대성은 방망이 한 자루로 사대천신과 탑을 든 이정과 나타태자를 막아 모두 공중에 있었는데, 한참을 싸우다가 대성이 날이 저무는 것을 보고 곧 털 한 줌을 뽑아 입에 넣고 씹어 뿜어 내며 “변하라!” 하고 외쳤다. 그러자 곧 천백 명의 대성으로 변하여 모두 금고봉을 휘둘러 나타태자를 물리치고 다섯 천왕을 쳐부수었다.
대성이 승리를 거두고 털을 거두어들인 뒤 급히 몸을 돌려 동굴로 돌아왔는데, 이윽고 철판교 머리에서 네 건장한 장수가 뭇 무리를 거느리고 머리를 조아려 그 대성을 맞이하며 목메어 크게 세 번 울고 또 흐흐 하하 크게 세 번 웃었다. 대성이 말했다. “너희는 나를 보고 어찌 울다가 또 웃는가?” 네 건장한 장수가 말했다. “오늘 아침 무리와 장수들을 이끌고 천왕과 교전하였는데, 칠십이 동의 요왕과 외뿔귀왕이 모두 뭇 신에게 사로잡혔사오니 저희는 목숨을 건져 달아났기에 마땅히 울어야 하옵니다. 이제 대성께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셨고 상한 곳이 없으시니 마땅히 웃어야 하옵니다.” 대성이 말했다. “승패는 병가의 떳떳한 일이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만 명을 죽이면 스스로 삼천을 잃는다’ 하였다. 더구나 사로잡혀 간 두목들은 호랑이와 표범과 이리와 벌레와 오소리와 노루와 여우와 낙타 같은 무리이니, 나와 같은 종류는 하나도 상하지 않았는데 어찌 번뇌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들은 비록 내가 분신법을 부려 쳐서 물리쳤으나, 다시 우리 산기슭에 영채를 세울 것이다. 우리는 우선 굳게 지키며 배부르게 한 끼 먹고 마음 놓고 자며 정신을 기르자. 날이 밝으면 내가 큰 신통을 부려 이 천장들을 사로잡아 뭇 무리의 원수를 갚는 것을 보아라.” 네 장수와 뭇 원숭이가 야자술을 몇 사발 마시고 마음 놓고 잠든 것은 여기서 접어 두기로 하자.
그 사대천왕이 군사를 거두어 싸움을 그치자 뭇 사람들이 각각 공을 보고하였다. 호랑이와 표범을 사로잡은 자도 있고, 사자와 코끼리를 사로잡은 자도 있으며, 이리와 벌레와 여우와 낙타를 사로잡은 자도 있었으나, 원숭이 요정은 하나도 잡지 못하였다. 그때 과연 다시 수레 영채를 세우고 큰 진을 치고, 공을 세운 장수들을 상으로 위로하고 천라지망의 병사들에게 분부하여, 저마다 방울을 들고 호령을 외치며 화과산을 에워싸고 오직 내일 아침의 큰 싸움만을 기다렸다. 각자 명을 받들어 곳곳을 삼가 지켰다. 이는 바로 이러하였다.
요망한 원숭이가 난을 일으켜 천지를 놀라게 하니, 그물을 펼치고 덫을 쳐 밤낮으로 지켰도다.
결국 날이 밝은 뒤 어떻게 다스렸을지는 알 수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