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에 이르기를, 마음의 밭을 자주자주 쓸고, 티끌 세상의 정을 가늘게 가늘게 걷어 내어, 구렁과 함정이 비로존을 빠뜨리지 않게 하라. 본체가 항상 맑고 깨끗해야만 비로소 태초의 근원을 논할 수 있느니라. 성품의 촛불은 심지를 돋워야 하고 조계의 물결은 숨 쉬는 대로 맡기되, 원숭이와 말이 기운과 소리를 거칠게 내지 말게 하라. 밤낮으로 끊임없이 고르게 숨을 쉬어야만, 비로소 참된 공부가 드러나느니라.
이 한 수의 사는 곡조의 이름이 《남가자》이니, 삼장법사가 통천하의 찬 얼음 재앙을 벗어나 흰 자라의 등을 밟고 저쪽 언덕에 오른 일을 읊은 것이다. 사부와 제자 넷이 서쪽으로 달려가는데 마침 매서운 겨울 풍경을 만났으니, 저 숲의 빛은 아득하여 연기 속에 옅고, 산의 뼈는 우뚝하여 물 밖에서 맑구나. 사부와 제자들이 한창 가고 있는데 홀연히 또 큰 산 하나를 만나 길을 막았으니, 길은 좁고 벼랑은 높으며 돌은 많고 고개는 험하여 사람과 말이 가기 어려웠다. 삼장법사가 말 위에서 고삐를 당겨 쥐고서 “제자야” 하고 불렀다. 손행자가 저팔계와 사승을 이끌고 앞에 나아가 곁에 서서 “스승님, 무슨 분부이시옵니까?”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너희는 저 앞의 산이 높은 것을 보아라. 호랑이나 이리가 괴이한 짓을 하고 요물 짐승이 사람을 해칠까 두렵구나. 이번에는 반드시 조심하자”라고 말했다. 행자가 “스승님, 마음을 놓으시고 염려하지 마옵소서. 저희 형제 세 사람은 성품이 화합하고 뜻이 하나이옵니다. 바른길로 돌아와 참된 것을 구하며 요괴를 쓸고 요물을 항복받는 법을 부리온데, 무슨 호랑이나 이리, 요물 짐승이 두렵사오리까!”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그 말을 듣고 마음을 놓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골짜기 어귀에 이르러 말을 재촉하여 벼랑에 오르고 머리를 들어 바라보니, 과연 훌륭한 산이로다. 우뚝우뚝 솟았고, 깎아지른 봉우리 높고도 높구나. 우뚝 솟은 산은 하늘을 찌르고, 깎아지른 봉우리는 푸른 허공을 가로막는구나. 괴상한 돌이 어지러이 쌓인 것은 앉은 호랑이 같고, 푸른 소나무가 비스듬히 걸린 것은 나는 용 같구나. 고개 위에서 새가 우는 소리는 고운 가락이 아름답고, 벼랑 앞에 매화가 피어나니 기이한 향기가 짙구나. 골짜기 물은 졸졸 흘러나오며 차갑고, 산마루의 구름은 어둑하여 다가오는 기세가 사납구나. 또 저 펄펄 날리는 눈과 으스스한 바람이 보이고, 주린 호랑이가 산중에서 으르렁거리는구나. 추위에 떠는 까마귀는 나무를 골라도 깃들 곳이 없고, 들사슴은 보금자리를 찾아도 정해진 자취가 없구나. 가는 이가 발을 떼기 어렵고 미간을 찌푸리고 근심 어린 얼굴로 머리를 감싸니 실로 한탄할 만하구나.
사부와 제자 넷이 눈을 무릅쓰고 추위를 헤치며 으스스 떨면서 저 봉우리와 험한 고개를 지나가는데, 멀리 산골짜기 움푹한 곳에 누각과 대가 높이 솟아 있고 집이 맑고 그윽한 것이 보였다. 삼장법사가 말 위에서 기뻐하며 “제자야, 이 하루가 또 배가 고프고 춥구나. 다행히 저 산골짜기에 누각과 집이 있으니 틀림없이 농가나 암자나 절일 것이다. 가서 공양을 좀 빌어 먹고 가자”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급히 눈을 부릅뜨고 보니, 저쪽에 흉한 구름이 어렴풋이 서리고 사악한 기운이 자욱하였다. 행자가 머리를 돌려 삼장법사에게 “스승님, 저쪽은 좋은 곳이 아니옵니다”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누각과 정자가 있는 것이 보이는데, 어찌하여 좋은 곳이 아니란 말이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그대는 어찌하여 알지 못하시나이까? 서쪽 길 위에는 요괴와 사악한 마귀가 많사옵니다. 그들은 능히 집과 정자를 점화하여 만들 줄 아오니, 무슨 누각이나 집이나 객관이나 정자라도 모두 가리켜 변화시켜 사람을 속일 수 있나이다. 그대는 용이 아홉 가지를 낳는다는 말을 아시나이까? 그 가운데 신이라 하는 것이 하나 있사온데, 신이 기운을 내뿜으면 누각과 얕은 못처럼 보이나이다. 만일 큰 강에서 정신이 아득해질 때 신이 이러한 형세를 나타내면, 까치나 까마귀가 날아오르다가는 반드시 날개를 접고 내려앉나이다. 그러면 그대가 만 마리든 천 마리든, 모두 그놈이 한 기운에 삼켜 버리나이다. 이 뜻이 사람을 해치는 것이 가장 무거우온데, 저쪽의 기색이 흉하고 사악하오니 결단코 들어가서는 아니 되나이다.” 삼장법사가 “들어갈 수 없다면 나는 참으로 배가 고프구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스승님께서 과연 배가 고프시다면 우선 말에서 내리시어 이 평평한 곳에 앉아 계시옵소서. 제가 다른 곳에서 공양을 좀 빌어 오겠나이다”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그 말대로 말에서 내렸다. 저팔계가 고삐를 잡고 사승이 행장을 내려놓고는 보따리를 풀어 발우를 꺼내 행자에게 건넸다. 행자가 발우를 손에 받아 쥐고 사승에게 분부하며 “현제여, 결코 앞으로 나아가지 말고 스승님을 잘 모시어 이곳에 편히 앉아 계시게 하오. 내가 공양을 빌어 온 뒤에 다시 서쪽으로 가세”라고 말했다. 사승이 받들어 승낙하였다. 행자가 또 삼장법사에게 “스승님, 이곳은 길한 데가 적고 흉한 데가 많사오니, 결단코 몸을 움직여 다른 곳으로 가시지 마옵소서. 이 늙은 손이 공양을 빌러 가겠나이다”라고 말했다. 당승이 “말이 많을 것 없다. 다만 네가 빨리 갔다 빨리 오기만 하여라.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몸을 돌려 가려다가 도로 돌아와 “스승님, 그대는 가만히 앉아 있는 성질이 없으시니, 제가 몸을 편안히 하는 법을 하나 드리겠나이다”라고 말했다. 곧 여의봉을 꺼내어 한 번 흔들어 저 평평한 땅 위에 둘레로 동그라미 하나를 그었다. 당승을 그 가운데 앉히고 저팔계와 사승을 좌우에 모시어 세우며 말과 행장을 모두 몸 가까이 두고는 당승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이 늙은 손이 그은 이 동그라미는 저 구리 성 쇠 담보다 튼튼하옵니다. 무슨 표범이건 이리건 벌레건, 요마귀괴물이건 감히 가까이하지 못하나이다. 다만 너희가 동그라미 밖으로 걸어나가기만 하지 말고 가운데서 편히 앉아 있으면 무사함을 보장하옵니다. 그러나 동그라미를 벗어나면 반드시 독한 손길을 만나나이다. 천만에 천만에! 거듭거듭 당부하옵니다!”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그 말대로 하여 사부와 제자들이 모두 단정히 앉았다.
행자가 비로소 구름머리를 일으켜 마을을 찾아 공양을 빌러 곧장 남쪽으로 가는데, 홀연히 옛 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한 곳이 보이니 한 마을의 농가였다. 구름머리를 누르고 내려와 자세히 살펴보니, 다만 이러하였느니라. 눈은 시든 버드나무를 억누르고, 얼음은 네모난 못을 얼어붙게 하였구나.
성긴 대나무는 푸름을 흔들고, 무성한 큰 소나무는 물빛을 머금었구나. 몇 칸의 초가집은 반쯤 은을 두른 듯하고, 외진 작은 다리는 비스듬히 분을 발라 쌓았구나. 울타리 가에 수선화가 살짝 피어나고, 처마 아래로 얼음이 긴 젓가락처럼 매달렸구나. 쌔액쌔액 찬 바람이 기이한 향기를 보내고, 눈이 가득하여 매화 핀 곳이 보이지 않는구나. 행자가 발걸음을 따라 마을의 경치를 구경하는데, 문득 삐걱 하는 소리와 함께 사립문이 열리는 곳에서 노인 하나가 걸어 나왔다. 손에는 명아주 지팡이를 끌고, 머리에는 양 털 갖옷을 둘렀으며, 몸에는 해진 누더기 옷을 걸치고 발에는 부들로 삼은 신을 신었는데, 지팡이를 짚고 몸을 뒤로 젖히며 하늘을 향해 “서북풍이 일어나니 내일은 맑겠구나”라고 말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쪽에서 작은 개 한 마리가 뛰어나와 행자를 보고 왕왕 짖어 댔다. 그제야 노인이 고개를 돌려 보니 행자가 발우를 받들고 있었다. 행자가 인사를 올리며 “노시주여, 저희 중은 동토 대당에서 서천으로 부처를 뵙고 경을 구하러 가는 황제의 칙사이옵니다. 마침 길이 그대의 고장을 지나게 되었사온데 우리 스승님께서 배가 고프시어 특별히 존귀한 댁을 찾아와 공양을 빌고자 하옵니다”라고 말했다. 노인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지팡이를 툭툭 치고 “장로여, 우선 공양 빌기를 그만두시오. 그대는 길을 잘못 들었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잘못 들지 않았소”라고 말했다. 노인이 “서천으로 가는 큰길은 저 바른 북쪽 아래에 있소. 여기서 그곳까지는 천 리나 멀거늘, 어찌 큰길을 찾아가지 않고 있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바로 그 바른 북쪽이오. 우리 스승님께서 지금 큰길 위에 단정히 앉아 계시며 내가 공양 빌어 가기를 기다리시오”라고 말했다.
그 노인이 “이 중이 헛소리를 하는구먼. 네 스승이 큰길에서 네가 공양 빌어 오기를 기다린다면, 이처럼 천 리나 먼데 걸어간다 해도 육칠 일은 걸릴 터이고, 되돌아가는 데도 또 육칠 일이 걸릴 터인즉 그대 스승이 굶어 죽지 않겠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노시주께 숨기지 않고 말하오리다. 나는 스승님을 떠난 지 아직 뜨거운 차 한 잔 마실 때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곳에 와 있소. 이제 공양을 빌면 또 점심 공양으로 먹으러 가야 하오”라고 말했다. 노인이 그 말을 듣고 마음속에 겁이 나며 “이 중은 귀신이로다! 귀신이야!”라고 말하고, 급히 몸을 빼어 안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행자가 한 번에 붙잡으며 “시주여, 어디를 가시오? 공양이 있거든 어서 좀 빌어 주시오”라고 말했다. 노인이 “불편하오! 불편해! 다른 집으로 가 보시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이 시주는 참으로 사정을 모르는구려! 그대는 내가 이곳에서 천 리나 멀다고 하였소. 만일 다시 다른 집으로 간다면 또 천 리가 되지 않겠소?
참으로 우리 스승님을 굶겨 죽이는 일이오”라고 말했다. 그 노인이 “진실로 속이지 않고 말하오리다. 우리 집 늙은이와 아이 육칠 식구가 막 쌀 세 되를 일어 솥에 넣었는데 아직 익지도 않았소. 그대는 다른 곳에 가서 좀 돌아다니다가 다시 오시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옛사람이 이르기를, 세 집을 돌아다니는 것이 한 집에 앉아 있는 것만 못하다 하였소. 나는 이곳에서 기다리겠소”라고 말했다. 노인이 자꾸 달라붙자 성이 나서 명아주 지팡이를 들어 곧장 때렸다. 행자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가 민머리를 향해 일고여덟 번 내리치는 것을 그저 간지러움을 긁어 주는 것으로 여겼다. 노인이 “이건 이마로 받아내는 중이로구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노인장, 어떻게 때리시든 지팡이 횟수만 분명히 기억하시오. 지팡이 한 대에 쌀 한 되씩, 천천히 되어 오시오”라고 말했다. 노인이 그 말을 듣고 급히 지팡이를 내던지고는 달려 들어가 문을 닫아 걸고는 “귀신이야! 귀신이야!” 하고만 외쳐 댔다. 급히 문을 닫는 바람에 그 집 식구들이 벌벌 떨며 앞문과 뒷문을 모두 닫아 걸었다. 행자가 그가 문을 닫는 것을 보고 속으로 “이 늙은 도둑놈이 쌀을 일어 솥에 넣었다 하였는데, 그것이 헛말인지 참말인지 알 수 없구나. 속담에 이르기를 도는 어진 이를 교화하고 불법은 어리석은 이를 교화한다 하였으니 이 늙은 손이 들어가 보리라”라고 생각했다.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주문을 외우고 은신하는 둔법을 부려 곧장 부엌으로 들어가 보니 과연 솥에서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며 반 솥의 마른밥이 끓고 있었다. 행자가 발우를 그 속에 처박아 가득히 한 발우를 퍼 담고는 곧 구름을 타고 돌아갔으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그친다.
말하자면, 당승은 동그라미 안에 앉아 오랫동안 기다렸다. 행자가 돌아오지 않자 몸을 일으켜 서글피 바라보며 “이 원숭이는 어디로 공양을 빌러 갔느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곁에서 웃으며 “어디로 놀러 갔는지 어찌 아느냐! 무슨 공양을 빈다고 우리를 여기서 감옥살이를 시키느냐!”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어찌하여 감옥살이라 하느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스승님, 그대는 본래 모르시는구나. 옛사람이 땅에 금을 그어 감옥을 삼았거늘, 저놈이 막대로 동그라미를 그어 놓고는 쇠 담 구리 성보다 튼튼하다 하였거늘, 만일 호랑이나 이리, 요물 짐승이 온다면 어찌 그놈을 막아 내겠느냐? 그저 공연히 잡아먹히고 말 일이다”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오능아, 네 생각에 어찌하면 좋겠느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이곳은 바람도 막아 주지 않고 추위도 피하게 하지 못한다. 늙은 돼지의 뜻대로라면 길을 따라 그냥 서쪽으로 가야 한다. 사형이 공양을 빌어 구름을 타고 오면 반드시 빨리 올 터이니 그가 따라오게 하자. 공양이 있거든 먹고 나서 가면 되지 않느냐. 그런데 이렇게 한참 앉아 있으니 발이 몹시 시렵다!”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이 말을 듣자 곧 재수 없는 별이 궁에 든 격이 되어, 마침내 그 멍청한 놈의 말을 좇아 모두 동그라미 밖으로 나왔다. 사승이 말을 끌고 저팔계가 짐을 메니 그 장로가 길을 따라 걸어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누각이 있는 곳에 이르렀는데, 알고 보니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향한 집이었다. 문 밖에는 팔 자 모양의 흰 담장이 있고, 거꾸로 매달린 연꽃과 되 모양의 문루 하나가 서 있었으며, 모두 다섯 빛깔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 문은 반쯤 열리고 반쯤 닫혀 있었다. 저팔계가 곧 말을 문지방의 북 모양 돌에 매어 두고, 사승이 짐을 내려놓으니, 삼장법사는 바람을 싫어하여 문지방 위에 앉았다. 저팔계가 “스승님, 이곳은 공이나 후작의 저택이거나 재상의 집인가 보옵니다. 앞문 밖에 사람이 없으니 틀림없이 모두 안에서 불을 쬐고 있사올 터, 그대들은 앉아 계시옵소서. 제가 들어가 좀 보고 오겠나이다”라고 말했다. 당승이 “조심하여라! 남의 집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 멍청한 놈이 “저도 안다. 바른 선문으로 돌아온 뒤로 이 동안 예절도 좀 배웠으니, 저 시골의 거친 사내들과는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 멍청한 놈이 아홉 갈래 갈퀴를 허리에 찔러 넣고 푸른 비단 도포를 여미어 입고는 점잖은 체하며 문 안으로 들어갔다. 보니 칸이 셋인 큰 대청이었는데, 발과 창이 높이 걷혀 있고 조용하여 사람의 자취가 전혀 없었으며 탁자나 의자, 세간도 없었다. 병풍문을 돌아 안으로 또 들어가니 바로 복도 하나가 있었고, 복도 뒤에 큰 누각이 하나 있었는데 누각 위의 창살이 반쯤 열려 있고 그 너머로 노란 능라 휘장이 어렴풋이 보였다. 멍청한 놈이 “아마 추위를 타는 이가 아직 자고 있나 보구나”라고 말했다. 그는 안과 바깥을 가리지 않고 성큼성큼 누각 위로 걸어 올라가 손으로 휘장을 걷어 보고는 그만 깜짝 놀라 휘청 넘어질 뻔하였다. 알고 보니 저 휘장 안 상아 평상 위에 해골 하나가 희끄무레하게 놓여 있었는데, 두개골은 됫박만 하고 다리뼈는 사오 자나 되었다. 멍청한 놈이 정신을 가다듬고는 뺨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해골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하여 말했다. “그대는 어느 대 어느 조의 원수인지, 어느 나라 어느 고을의 대장군인지 알 수 없구나. 당시엔 호걸이 강함을 다투어 이겼건만, 오늘은 처량하게 뼈와 힘줄만 드러났구나. 처자식이 와서 시중드는 일도 보이지 않고, 사졸이 와서 향을 사르는 일을 어찌 만나리오. 이런 꼴을 두고 보니 참으로 한탄할 만하구나. 왕업을 일으킨 패업의 인물이 애석할 뿐이로다.” 저팔계가 한창 감탄하고 있는데, 문득 저 휘장 뒤에서 불빛이 한 번 번쩍였다. 멍청한 놈이 “아마 향불을 모시는 이가 뒤에 있나 보구나”라고 말했다. 급히 걸음을 돌려 휘장을 지나 살펴보니, 그것은 누각을 꿰뚫은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었다.
저쪽에 채색을 칠한 탁자가 하나 있고, 그 탁자 위에 비단과 무명으로 만든 옷 몇 벌이 어지러이 걸쳐 있었다. 멍청한 놈이 들어 보니 바로 금을 수놓은 등저고리 세 벌이었다. 그는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누각에서 가지고 내려와 대청을 나와 곧장 문 밖으로 가서 “스승님, 이곳은 사람 사는 기척이 전혀 없다. 망령의 집이다.
늙은 돼지가 안으로 들어가 높은 누각 위까지 올라갔더니 노란 능라 휘장 안에 해골 무더기가 하나 있었다. 누각을 꿰뚫은 곁에 금을 수놓은 등저고리 세 벌이 있기에 내가 가지고 왔다. 이것도 우리 한 노정의 행운이다. 이때 날씨가 추우니 바로 쓸 곳이 있다. 스승님, 우선 겉옷을 벗으시고 그것을 속에 받쳐 입으시오. 요긴하게 쓰시면 추위를 먹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안 되오! 안 되오! 율법에 이르기를, 공공연히 취하든 남몰래 훔치든 모두 도둑질이라 하였느니라. 만일 누가 알아차리고 우리를 뒤쫓아 관가에 이르면, 단연코 도둑의 죄가 될 것이니, 도로 가져다가 원래 있던 자리에 걸어 두어라! 우리는 여기서 바람을 피해 좀 앉아 있다가 오공이 오거든 길을 가자. 출가인이 이처럼 작은 이익을 탐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사방을 둘러보아도 사람이 없다. 닭이나 개조차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만 알 뿐인데 누가 우리를 고발하겠느냐? 무슨 증거가 있단 말이냐? 그냥 주운 것과 다름이 없거늘, 무슨 공취니 절취니 하는 논의가 있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삼장법사가 “네가 함부로 하는구나! 비록 사람은 알지 못한다 하나 하늘이 어찌 덮어 주겠느냐! 현제께서 훈계를 내려 이르시기를, 어두운 방에서 마음을 속여도 신의 눈은 번개 같다 하였느니라. 일찍이 도로 갖다 주어라. 예가 아닌 물건을 탐내지 말라”라고 말했다. 그 멍청한 놈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당승을 향해 웃으며 “스승님, 제가 사람이 된 이래로 등저고리도 몇 벌 입어 보았지만, 이처럼 금을 수놓은 것은 본 적이 없다. 그대께서 입지 않으시려거든 늙은 돼지가 한번 입어 보고, 새 옷을 시험하여 등이나 녹여 보겠다. 사형이 오거든 벗어 도로 주고 길을 가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사승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한 벌 입겠나이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함께 겉에 입은 도포를 벗고 등저고리를 꿰어 입었다. 막 띠를 조이는데, 어찌된 일인지 서 있지를 못하고 푹 넘어졌다. 알고 보니 이 등저고리는 결박하는 손보다 더하여, 순식간에 그들 두 사람의 두 손을 등 뒤로 꿰어 가슴에 딱 붙게 묶어 버린 것이었다.
급히 당승이 발을 구르며 원망하고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 풀려 하였으나, 어찌 풀 수 있었으랴. 세 사람이 그곳에서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며 외치자, 그만 요마의 우두머리를 놀라게 하고 말았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저 누각은 과연 요정이 점화한 것으로, 날마다 이곳에서 사람을 잡아들이고 있었다. 요정이 굴 속에 앉아 있는데 문득 원망하는 소리를 듣고 급히 문 밖으로 나와 보니 과연 몇 사람이 묶여 있었다. 요마가 곧 작은 요괴들을 불러 함께 그쪽으로 가서는 누각과 집의 형체를 거두고 당승을 부축하여 끌며 백마를 끌고 행장을 메어 저팔계와 사승을 한꺼번에 굴 속으로 잡아갔다. 늙은 요마가 대에 올라 높이 앉고, 작은 요괴들이 당승을 대 가까이로 밀어 무릎 꿇어 엎드리게 하였다. 요마가 물었다.
“그대는 어느 곳의 중이냐? 어찌하여 이토록 간이 커서 대낮에 내 옷을 훔치느냐?” 삼장법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뢰었다. “빈승은 동토 대당의 칙사로 서천에 경을 구하러 가는 자이옵니다. 배가 고파 큰 제자를 공양 빌러 보냈사온데 돌아오지 않았고, 그의 말을 좇지 못하여 잘못 신선의 뜰로 들어가 바람을 피하게 되었나이다. 뜻밖에도 제 두 제자가 작은 이익을 탐내어 이 옷을 꺼내 입었사오나, 빈승은 결단코 나쁜 마음을 품지 않았사옵고 마땅히 본래 있던 곳에 갖다 주라 일렀나이다. 그들이 내 말을 듣지 않고 이것을 입어 등을 녹이겠다 하다가, 뜻하지 않게 대왕의 기회에 걸려 빈승까지 잡혀 왔나이다. 만 번 자비를 베푸시어 제 목숨을 남겨 주시옵소서. 참된 경을 구하여 대왕의 은혜를 길이 새기고, 동토로 돌아가 천고에 전파하겠나이다.”
그 요마가 웃으며 “내가 여기서 사람들의 말을 늘 듣거니와, 당승의 살점 한 조각을 먹으면 백발이 검어지고 빠진 이가 다시 난다 하더니, 다행히 오늘 부르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찾아왔거늘 도리어 너를 살려 주기를 바라느냐! 네 큰 제자의 이름이 무엇이며 어디로 공양을 빌러 갔느냐?”라고 말했다. 저팔계가 그 말을 듣고 곧 입을 열어 자랑하며 “우리 사형은 오백 년 전에 천궁을 크게 어지럽힌 제천대성 손오공이시다”라고 말했다. 그 요마가 제천대성 손오공이라는 말을 듣고 매우 두려워졌으나 입으로는 말하지 않고 속으로 “그놈이 신통이 광대하다는 말을 오래도록 들었는데, 오늘 뜻하지 않게 만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명하였다. “작은 놈들아, 당승을 묶고 저 두 놈에게서 보물을 벗겨 내어 끈을 두 개 바꾸어 매어라. 우선 뒤로 옮겨 두어라. 내가 그 큰 제자를 잡아다 한꺼번에 씻어서 찜통에 넣어 쪄 먹기에 좋을 터이다.” 작은 요괴들이 대답 한마디 하고는 세 사람을 모두 묶어 뒤로 옮기고, 백마를 구유에 매어 두고 행장을 방 안으로 옮겼다. 요괴들이 모두 병기를 갈며 행자를 잡아올 준비를 하였으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그친다.
말하자면, 손행자는 남쪽 마을 사람의 집에서 발우 하나 가득 공양을 거두어 가지고 구름을 타고 옛길로 돌아왔다.
곧장 산비탈의 평평한 곳에 이르러 구름머리를 누르고 내려와 보니, 당승은 이미 보이지 않고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으며, 막대로 그어 놓은 동그라미는 그대로 있었으나 사람과 말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뒤돌아 저 누각이 있던 곳을 보니 또한 모두 없어지고 산기슭의 괴상한 돌만 보였다. 행자가 가슴이 철렁하며 “말할 것도 없구나! 그들은 틀림없이 저 독한 손에 걸렸도다!”라고 말했다.
급히 길을 따라 말발굽 자취를 보며 서쪽으로 쫓아갔다. 오륙 리쯤 가는데 한창 서글픈 마음이 들 무렵, 문득 북쪽 비탈 바깥에서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보니 늙은이 하나가 털옷으로 몸을 덮고 온모로 머리를 가렸으며, 발에는 반쯤 새 것이고 반쯤 낡은 기름신을 신고 손에는 용머리 지팡이를 쥐었는데, 뒤쪽에 어린 동복 하나가 납매화 가지를 꺾어 들고 비탈 앞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왔다. 행자가 발우를 내려놓고 정면으로 마주하여 인사를 올리며 “노공공, 빈승이 인사를 올리옵니다”라고 불렀다. 그 늙은이가 곧 답례하며 “장로는 어디서 오는 길이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저희는 동토에서 와서 서천으로 부처를 뵙고 경을 구하러 가는 사부와 제자 넷이옵니다. 스승님께서 배가 고프시어 특별히 공양을 빌러 가며 그 세 사람을 저 산비탈 평평한 곳에 앉아 기다리라 하였사옵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보이지 않사오니 어느 길로 갔는지 알 수 없나이다. 공공께 감히 여쭙건대 혹시 보셨나이까?”라고 말했다. 노인이 그 말을 듣고 하하, 하고 냉소하며 “너희 세 사람 가운데 입이 길고 귀가 큰 자가 하나 있더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있소! 있소! 있소!”라고 말했다. “또 괴이한 빛깔의 얼굴을 한 자가 있어 백마 한 필을 끌고 흰 얼굴의 뚱뚱한 중 하나를 이끌고 있더냐?” 행자가 “그러하오! 그러하오! 그러하오!”라고 말했다.
늙은이가 “너희는 길을 잘못 들었구나. 그들을 찾지 말고 저마다 목숨이나 돌보시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저 흰 얼굴이 제 스승님이옵고, 저 괴상한 놈이 제 사제이옵니다. 제가 그들과 함께 지극한 마음을 내어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가는 터인데, 어찌 그를 찾지 않겠나이까!” 늙은이가 “내가 조금 전 이곳을 지나가다가 그들이 길을 잘못 들어 요마의 입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보았노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번거로우시겠으나 공공께서 좀 가르쳐 주시옵소서. 어떤 요마이며 어디에 사는지 알려 주시면, 제가 문을 찾아가 그들을 도로 찾아 서천으로 가겠나이다”라고 말했다. 늙은이가 “이 산은 이름을 금두산이라 하고, 산 앞에 금두동이 있느니라. 그 굴 속에 독각시대왕이 있거늘, 그 대왕은 신통이 광대하고 위무가 높고 세니라. 저 세 사람은 이번에 단연코 목숨을 잃었느니라. 그대가 찾으러 간다면 그대마저 보전하기 어려우리니, 가지 않는 것만 못하느니라. 나도 감히 그대를 막지 못하고 감히 붙들지도 못하노니, 다만 그대의 마음속 헤아림에 맡기노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거듭 절하며 사례하고 “공공의 가르침을 많이 입었사옵니다. 제가 어찌 찾지 않을 이치가 있사옵니까!”라고 말하고는 이 공양밥을 그에게 쏟아 주고 빈 발우는 스스로 거두었다. 늙은이가 지팡이를 내려놓고 발우를 받아 동복에게 건네더니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둘이 나란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불렀다. “대성이시여, 소신은 감히 숨기지 못하겠나이다. 저희 둘은 바로 이 산의 산신과 토지신이옵니다. 여기서 대성을 맞이하려 기다리고 있었나이다. 이 공양과 발우는 소신이 거두어 두어 대성께서 몸이 가벼워 법력을 쓰시기 좋게 하겠나이다. 당승을 구하여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한 뒤에 이 공양을 당승께 도로 올리면, 비로소 대성의 지극한 공경과 지극한 효도가 드러나리이다.” 행자가 호통치며 “이 털 달린 귀신놈아, 매 맞을 짓을 하는구나! 내가 온 줄 알면서 어찌 일찍이 맞이하지 않았느냐? 또 이렇게 머리를 숨기고 꼬리를 감추니 무슨 도리냐?”라고 말했다. 토지신이 “대성께서 성급하시와 소신이 감히 함부로 나설 수 없었사옵고, 위엄을 범할까 두려워하였나이다. 그리하여 모습을 숨기고 알려 드렸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노를 풀며 “매는 우선 적어 두겠노라! 발우를 잘 거두어 두어라! 내 저 요정을 잡아 오리라!”라고 말했다. 토지신과 산신이 받들어 따랐다.
이 대성이 범의 힘줄 띠를 동여매고 범가죽 치마를 걷어 올리고 여의봉을 쥐고는 곧장 산 앞으로 달려가 요괴의 굴을 찾았다. 산 벼랑을 돌아가니 어지러운 돌이 반짝거리고 푸른 벼랑 가에 돌문 두 짝이 있었으며, 문 밖에 많은 작은 요괴가 있어 창을 휘두르고 칼을 춤추게 하고 있었다. 참으로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연기와 구름이 상서로움을 엉기고, 이끼가 푸름을 쌓았구나. 층층이 괴상한 돌이 늘어서고 굽이굽이 굽은 길이 휘감았구나. 원숭이 울고 새 우는 풍경이 아름답고, 난새가 날고 봉황이 춤추니 봉래와 영주 같구나. 양지바른 몇 그루 매화는 막 피어나고, 따스함을 희롱하는 천 그루 대나무는 절로 푸르구나. 가파른 벼랑 아래, 깊은 골짜기 속이라, 가파른 벼랑 아래엔 눈이 분을 쌓았고 깊은 골짜기 속엔 물이 얼음이 되었구나. 두 숲의 소나무와 잣나무는 천 년의 빼어남을 지니고, 몇 떨기 동백꽃은 한결같이 붉구나. 이 대성이 다 구경하지 못하고 걸음을 재촉하여 문 앞에 이르러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이 작은 요괴들아, 너희는 어서 들어가 너희 굴 주인에게 고하여라. 나는 본래 당나라 성스러운 승려의 제자 제천대성 손오공이니, 어서 내 스승님을 내보내라. 그래야 너희가 목숨을 잃지 않으리라!” 그 무리의 작은 요괴들이 급히 굴 속으로 들어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앞에 털 난 얼굴에 부리가 굽은 중이 하나 있어 제천대성 손오공이라 일컬으며 스승님을 내놓으라 하옵니다.” 그 마왕이 이 말을 듣고 마음이 가득 기뻐하며 “바로 그가 오기를 바라던 참이로다! 내가 본궁을 떠나 속세로 내려온 뒤로 일찍이 무예를 시험해 본 적이 없느니라. 오늘 그가 왔으니 반드시 상대가 되리라”라고 말했다. 곧 명하였다. “작은 놈들아! 병기를 꺼내라.” 굴 속의 크고 작은 요마들이 정신을 떨치며 급히 한 길 두 자나 되는 점강창을 메어 내어 늙은 요괴에게 바쳤다. 늙은 요괴가 명령을 전하였다. “작은 놈들아, 각기 정비를 갖추어라. 앞으로 나가는 자는 상을 주고 뒤로 물러나는 자는 목을 베리라!” 요괴들이 명을 받고 늙은 요괴를 따라 문을 박차고 나와 외쳤다. “어느 놈이 손오공이냐?” 행자가 곁에서 몸을 피하며 보니 저 마왕의 생김새가 얼마나 흉하고 추한지, 외뿔이 불쑥 솟았고 두 눈동자가 번쩍 빛났다. 정수리의 거친 가죽은 불거졌고 귀밑의 검은 살은 윤이 났다. 혀가 길어 때때로 코를 휘젓고 입이 넓어 널쪽니가 누렇다. 털가죽은 쪽빛 물감처럼 푸르고 힘줄은 강철처럼 단단하다. 무소와 견주어도 물에 비치기 어렵고, 코끼리 황소도 묵은 땅을 갈지 못하리라. 달을 보며 헐떡이고 구름을 가는 쓰임은 전혀 없건만, 도리어 하늘을 속이고 땅을 뒤흔드는 강함이 있구나. 두 손은 불에 그을린 힘줄에 쪽빛 물이 들었고, 웅장한 위풍으로 점강창을 곧추 세웠구나. 자세히 이 흉악한 모습을 보니, 시대왕이라 불리는 이름이 헛되지 않구나!
손대성이 앞으로 나서며 “네 외할아버지 손오공이 여기 있느니라! 어서 내 스승님을 도로 내놓아라. 그래야 서로 다치지 않으리라! 반 마디라도 아니 한다면, 내 너를 죽어도 묻힐 땅이 없게 하리라!”라고 말했다. 그 요마가 호통치며 “이 간 큰 제멋대로 원숭이 정놈아! 네게 무슨 수단이 있다고 이런 큰소리를 내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이 제멋대로 놈아, 너는 일찍이 내 수단을 본 적도 없구나!”라고 말했다. 그 요마가 “네 스승이 내 옷을 훔쳤으니 실로 내가 잡아 두었거늘, 이제 찌어 먹으려 하는 참이로다. 네가 무슨 호한이기에 감히 내 문 앞으로 와서 도로 달라 하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내 스승은 충량하고 정직한 승려이거늘, 어찌 네 무슨 요물의 물건을 훔칠 이치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요마가 “내가 산길 가에 신선의 마을 하나를 점화해 두었거늘, 네 스승이 그 속으로 숨어 들어가 마음에 애욕을 품고 내 금을 수놓은 솜 두른 등저고리 세 벌을 훔쳐 입었느니라. 장물과 증거가 있으므로 내가 그를 잡아 온 것이로다. 네게 과연 수단이 있다면 곧 나와 겨루어 보자. 만일 세 합에 나를 당해 낸다면 네 스승의 목숨을 살려 주리라. 그러나 나를 당해 내지 못한다면, 너를 한길로 저승으로 돌려보내리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제멋대로 놈아! 입씨름할 것 없다! 다만 겨루자 하니 바로 이 늙은 손의 뜻에 맞는구나. 올라와라, 내 봉을 받아라!” 그 괴물이 무슨 겨룸을 두려워하랴. 강철 창을 곧추세워 면상으로 맞받아 왔다. 이 한바탕의 훌륭한 싸움이로다! 그대는 저것을 보라. 여의봉이 들리고 긴 자루 창이 맞서는구나. 여의봉이 들리니 번쩍번쩍 번개가 금빛 뱀을 끌어당기는 듯하고, 긴 자루 창이 맞서니 훤히 빛나며 용이 검은 바다를 떠나는 듯하구나. 저 문 앞의 작은 요괴들은 북을 치며 진세를 벌려 위풍을 돕고, 이쪽의 대성은 공을 베풀어 종횡으로 뛰어난 재주를 부리는구나. 저쪽의 한 자루 창은 정신이 펄펄 나고, 이쪽의 한 개 봉은 무예가 높고 세구나. 참으로 영웅이 영웅 사내를 만났고, 과연 상대가 상대를 만났구나. 저 마왕은 입으로 자줏빛 기운을 뿜어 연기를 감돌리고, 이 대성은 눈에서 광채를 뿜어 수놓은 구름을 맺는구나. 오직 대당의 승려가 어려움을 만났으매, 두 집안이 의리를 저버리고 괴로이 다투는구나. 그들 둘이 서른 합을 싸웠으나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마왕이 손오공의 봉법이 정연하여 오고 감에 조금도 빈틈이 없음을 보고 기뻐하며 연달아 소리쳐 칭찬하였다. “훌륭한 원숭이로다! 훌륭한 원숭이로다! 참으로 천궁을 어지럽힌 그 솜씨로구나!” 이 대성도 그의 창법이 어지럽지 않고 오른쪽을 가리고 왼쪽을 막는 품이 법도가 있음을 사랑하여 또한 외쳤다.
“훌륭한 요정이로다! 훌륭한 요정이로다! 과연 단약을 훔친 요마의 우두머리로구나!” 두 사람이 또 열 스무 합을 겨루었다. 그 마왕이 창끝을 땅에 찍으며 작은 요괴들에게 일제히 오라 호령하였다. 그 제멋대로 요괴들이 칼을 들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검을 쥐고 창을 돌려 손대성을 가운데 포위하였다. 행자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다만 “잘 왔다! 잘 왔다! 바로 내 뜻에 맞는다!”라고 외쳤다. 여의봉 하나로 앞을 맞받고 뒤를 버티며 동쪽을 막고 서쪽을 쳐 내니, 그 무리의 요괴들이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행자가 초조함을 참지 못하고 여의봉을 공중으로 던지며 “변하여라!” 하고 외쳤다. 곧 수백 수천 개의 쇠몽둥이로 변하였으니, 나는 뱀과 기는 구렁이가 하늘 가득 어지러이 떨어지는 듯하였다. 그 요정들이 보고는 넋이 흩어지고 혼이 날아가 머리를 감싸고 목을 움츠린 채 모조리 굴 속으로 달아나 목숨을 구하였다. 늙은 마왕이 히히 냉소하며 “저 원숭이 놈아, 무례하게 굴지 말라! 내 수단을 보아라!”라고 말했다. 급히 소매 속에서 번쩍번쩍하고 희끄무레하게 시린 고리 하나를 꺼내어 공중을 향해 던지며 “걸려라!” 하고 외쳤다. 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여의봉을 하나로 거두어 꿰어 갔다. 그리하여 손대성은 맨손이 되어 빈 주먹만 남은 채로 근두운을 굴려 목숨을 건졌다. 저 요마는 승리를 얻어 굴로 돌아가고, 행자는 정신이 아득하여 방책을 잃었으니, 이는 바로 이러하였다.
도가 한 자 높으면 마가 한 길 높다 하더니, 성정이 어지럽고 정이 흐려 집을 잘못 찾았구나. 애석하도다, 법신이 앉을 자리가 없으니, 당시에 움직인 생각이 잘못이었도다.
결국 이번 일이 어찌 끝을 맺을지 알 수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