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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 제51회 심원공용천반계(心猿空用千般計) · 수화무공난련마(水火無功難煉魔)

말하자면, 제천대성은 빈손으로 싸움에 져 금두산 뒤로 가 앉았는데, 두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가 소리쳐 말했다. “스승님이시여! 그대와 함께하기를 바라옵나니, 부처님의 은혜는 덕이 있어 화합하여 녹아들고,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났으니 그 뜻이 다함이 없나이다. 함께 머물고 함께 닦으며 함께 해탈하고, 함께 자비하고 함께 염하여 신령한 공을 드러내리라 하였나이다. 같은 인연 같은 형상으로 마음이 참으로 맺히고, 같은 견해 같은 도리로 도가 비로소 통하였거늘, 어찌 이제 와서 지팡이조차 없게 될 줄을 알았사오리까. 빈 주먹 맨발로 어찌 융성하리오!”

대성은 한참 처량해하다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저 요괴는 나를 알아보았도다. 내 기억으론 그놈이 진터에서 ‘참으로 천궁을 어지럽힌 무리로다!’ 하고 치켜세우던걸. 그렇다면 결코 범간의 괴물이 아니요, 틀림없이 하늘의 흉성이로다. 속세를 그리워하다 하계로 내려온 모양인데, 또 어디서 내려온 마두인지 알 수 없으니 우선 상계로 올라가 샅샅이 조사해 보아야겠다.”

행자는 이에 제 마음에 물어 스스로 결정하고는, 급히 몸을 뒤집어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곧장 남천문 밖에 이르렀다. 홀연히 머리를 들어 보니 광목천왕이 보였는데, 마주 서서 길게 읍하며 “대성께서는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옥황상제를 뵐 일이 있소. 그대는 여기서 무얼 하오?”라고 말했다. 광목이 “오늘은 차례대로 남천문을 순시하는 당번이옵니다”라고 말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마·조·온·관 사대원수가 예를 갖추며 “대성께서 오셨사온데 영접을 못 하였나이다. 차를 대접하겠사오니 잠시 머무시옵소서”라고 말했다. 행자가 “급한 일이 있소”라고 말했다. 드디어 광목과 사대원수에게 작별하고 곧장 남천문 안으로 들어가 영소전 밖에 이르렀는데, 과연 또 장도릉·갈선옹·허정양·구홍제 네 천사와 남두육사와 북두칠원이 모두 전각 앞에서 행자를 맞이하며 한꺼번에 손을 들어 “대성께서는 어찌하여 여기까지 오셨나이까?”라고 말했다. 또 물었다. “당승을 보호하는 공은 다 이루셨사옵니까?” 행자가 “아직 멀었소! 아직 멀었소! 길은 멀고 마구니는 많아 이제 겨우 절반의 공이올시다. 지금 금두산 금두동에 가로막혀 있소.

그 굴에 시 괴물 하나가 있어서 당승 스승님을 굴 속으로 잡아갔소. 이 늙은 손이 문을 찾아가 그놈과 한바탕 겨뤘는데, 그놈은 신통이 광대하여 이 늙은 손의 여의봉까지 빼앗아 갔소. 그 때문에 마왕을 결박할 수가 없소.

상계의 어느 흉성이 속세를 그리워하여 하계로 내려온 것이 아닌가 의심되오나, 또 어디서 내려온 마두인지는 알 수가 없소. 이 늙은 손이 그런 까닭에 옥황상제를 찾아와 단속을 엄히 하지 못한 일을 묻고자 하오.” 허정양이 웃으며 “이 원숭이 녀석은 여전히 이다지도 까다롭구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까다로운 게 아니오. 이 늙은 손은 평생 이 입이 좀 급한 편이라야 비로소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소”라고 말했다. 장도릉이 “말이 많을 것 없소. 다만 그를 위하여 전달하여 아뢰기만 하면 되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거듭 고맙소! 거듭 고맙소!”라고 말했다. 이에 네 천사가 영소전에 전하여 아뢰고 옥계로 인도하여 뵙게 하였다. 행자가 위를 향해 큰 절을 올리며 “늙은 어르신, 폐를 끼치옵니다! 폐를 끼치옵니다! 이 늙은 손이 당승을 보호하여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길이온데, 가는 내내 흉한 일이 많고 길한 일이 적음은 말할 것도 없사옵니다. 이제 금두산 금두동에 이르렀사온데 시 괴물 하나가 당승을 굴 속에 가두어 두고, 찌려 하는지 삶으려 하는지 볕에 말리려 하는지 알 수가 없사옵니다. 이 늙은 손이 그놈의 문을 찾아가 싸웠사온데, 그 요괴는 이 늙은 손을 아는 눈치이옵고 신통이 광대하여 이 늙은 손의 여의봉을 빼앗아 갔사오니, 이 때문에 요마를 결박할 길이 없사옵니다. 상천의 흉성이 속세를 그리워하여 하계로 내려온 것이 아닌가 의심되옵니다. 이에 이 늙은 손이 특별히 와서 아뢰옵나니, 비옵건대 천존께서는 자비를 굽어 살피시어 흉성을 조사하라는 칙지를 내리시옵고, 군사를 보내어 요마를 거두어 토벌하게 하옵소서. 이 늙은 손은 두려움에 몸을 떨며 황공함을 이기지 못하옵니다!” 그리고는 또 깊이 허리를 굽히며 “이로써 아뢰옵니다”라고 말했다. 곁에 있던 갈선옹이 웃으며 “원숭이는 어찌하여 앞에서는 거만하고 뒤에서는 공손하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천만에! 천만에! 무슨 앞 거만 뒤 공손이 있사오리까. 이 늙은 손은 이제 봉을 잃고 부릴 것이 없어 그러한 것이오니다.”

그때 옥황천존이 아뢰는 말을 듣고 즉시 가한사에 칙지를 내려 알게 하였다. “이미 손오공이 아뢴 바와 같거든, 모든 하늘의 별자리와 신장들, 각 수의 신왕들 가운데 속세를 그리워하여 하계로 내려간 자가 있는지 없는지 따라 조사하여, 즉시 거듭 아뢰어 시행하고 알리라.” 가한장인진군이 칙지를 받들고 곧 대성과 함께 조사하러 나섰다. 먼저 사천문 문 위의 신왕과 관리들을 조사하고, 다음으로 삼미원 안의 크고 작은 신선들을 조사하였으며, 또 뇌정관의 장수 도·장·신·등과 구·필·방·류를 조사하고, 맨 마지막에야 삼십삼천을 조사하니 하늘마다 스스로 편안하였으며, 또 이십팔수를 조사하니 동칠수는 각·항·저·방·심·미·기요, 서칠수는 두·우·여·허·위·실·벽이며, 남칠수와 북칠수 할 것 없이 수마다 편안하였고, 또 태양과 태음과 수·화·목·금·토 칠정과 나후·계도·자기·월패 사여를 조사하였다. 하늘에 가득한 별들이 모두 제자리에 있었고 속세를 그리워하여 하계로 내려간 자는 없었다. 행자가 “그러하오면 이 늙은 손도 저 영소보전에 올라가 옥황대제를 번거롭게 하지 않으리다. 몹시 불편한 일이니 그대는 스스로 칙지를 품고 돌아가시오. 나는 다만 여기서 그대의 회답을 기다리겠소”라고 말했다. 가한장인진군이 그 명을 따랐다.

손행자는 오래도록 기다리다가 흥을 기리는 시를 지어 읊었다. “바람은 맑고 구름은 개어 태평을 즐기며, 신은 고요하고 별은 밝아 상서를 드러내는구나. 은하수는 편안하고 하늘과 땅은 태평하니, 오방과 팔극에 창과 깃발이 누웠구나.”

저 가한사 장인진군은 낱낱이 조사하고는 돌아와 옥황상제께 아뢰었다. “하늘 가득한 별들이 하나도 줄지 않았사옵고, 각 방면의 신장들이 모두 그대로 있사오며, 속세를 그리워하여 하계로 내려간 자는 없사옵니다.” 옥황상제가 그 아룀을 듣고 이르되, “손오공이 몇몇 천장을 가려 뽑아 하계로 내려가 마구니를 잡으라.” 사대천사가 칙지를 받들어 곧 영소보전에서 나와 행자에게 “대성이여, 옥황상제께서 은혜를 넓히시어 천궁에는 속세를 그리워하는 신이 없다 하시옵고, 그대가 몇몇 천장을 가려 뽑아 마구니를 잡으라 하시나이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머리를 숙이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늘의 장수 가운데 이 늙은 손만 못한 이가 많고, 이 늙은 손보다 나은 이가 드물구나. 내가 천궁을 어지럽히던 때를 생각하면 옥황상제가 십만 천병을 보내고 천라지망을 펼쳤건만, 한 장수도 감히 나와 겨뤄 보려 하지 않았지. 그 뒤에 소성 이랑을 불러온 뒤에야 비로소 내 상대가 되었거늘, 이제 저 괴물의 수단은 또 이 늙은 손보다 강하니 어찌 이겨 낼 수 있단 말이냐?” 허정양이 “이때는 이때요 그때는 그때라 크게 다르외다. 속담에 한 물건이 한 물건을 항복받는다 하였거늘, 그대가 어찌 칙지를 어기려 하시오? 다만 그대의 높은 뜻에 맡겨 천장을 가려 쓰시되, 머뭇거려 일을 그르치지 마옵소서”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오면 윗분의 은혜를 깊이 느끼옵니다. 참으로 칙지를 어기기는 어려운 일이옵니다. 한편으로 이 늙은 손이 또 이번 걸음을 헛되이 할 수 없사오니, 정양께 번거롭게 하옵거니와 옥황상제께 여쭙기를, 다만 탑을 든 이천왕과 나타 태자만 내려보내 주시옵소서. 그들에게는 요괴를 항복받는 병기가 몇 가지 있사오니, 우선 하계로 내려가 저 요괴와 한 판 겨뤄 보고 어떻게 되는지 보겠나이다. 과연 그를 잡을 수 있다면 이 늙은 손의 행운이옵고, 잡지 못한다면 그때 다시 방도를 세우겠나이다.”

참으로 그 천사가 옥황상제께 아뢰니, 옥황상제가 곧 이천왕 부자에게 명하여 여러 부서의 천병을 거느리고 행자를 돕게 하였다. 그 천왕이 즉시 칙지를 받들어 행자를 만나러 오니, 행자가 또 천사에게 말했다.

“옥황상제께서 천왕을 보내 주신 은혜를 입었사오니 고마움이 다함이 없나이다. 또 한 가지 일이 있사오니 거듭 번거롭게 하옵거니와 전하여 아뢰어 주시옵소서. 다만 뇌공 둘을 얻어 쓰게 하시어, 천왕이 싸우는 때에 뇌공이 구름 끝에서 벼락 쐐기를 내려 그 요마의 정수리를 겨누어 박아 죽이게 하옵소서. 참으로 좋은 계책이옵니다.” 천사가 웃으며 “좋소! 좋소! 좋소!”라고 말했다. 천사가 또 옥황상제께 아뢰니, 칙지를 내려 구천부 아래에서 등화와 장번 두 뇌공을 뽑아 천왕과 힘을 합쳐 요괴를 결박하고 재난에서 건지게 하였다. 드디어 천왕과 손대성과 함께 곧장 남천문 밖으로 내려왔다.
삽시간에 이르러 행자가 말했다. “이 산이 바로 금두산이오. 산 가운데 있는 것이 금두동이외다. 여러분께서 의논하여 보시옵고, 누구를 먼저 보내어 싸움을 걸게 하시겠소?” 천왕이 구름머리를 멈추고 천병들을 산 남쪽 비탈 아래에 주둔시키며 말했다. “대성께서도 본래 아시거니와, 제 아이 나타는 일찍이 아흔여섯 굴의 요마를 항복받았고 변화에도 능하며, 몸에는 요괴를 항복받는 병기를 지니고 있사오니, 마땅히 그를 먼저 진에 나가게 해야 하리다.” 행자가 “그러하오면 이 늙은 손이 태자를 인도하여 가겠소”라고 말했다. 그 태자가 위풍을 떨치며 대성과 함께 높은 산으로 뛰어올라 곧장 굴 어귀에 이르렀는데 굴문은 굳게 닫혀 있고 벼랑 아래에는 요괴 한 마리도 없었다. 행자가 앞으로 나아가 크게 외쳤다. “이놈 요괴야!

어서 문을 열어라! 우리 스승님을 도로 내놓아라!” 굴 안에서 문을 지키던 작은 요괴가 보고 급히 달려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손행자가 어린 사내아이 하나를 데리고 문 앞에서 싸움을 걸고 있사옵니다.” 그 마왕이 말했다. “이 원숭이는 쇠봉을 내게 빼앗겼으니 빈손으로는 다투기 어려울 터, 아마 구원병을 청하러 갔던 모양이로구나.” 그리고 외쳤다. “병기를 가져오너라!” 마왕이 창을 손에 쥐고 문 밖으로 걸어 나와 살펴보니, 저 어린 사내아이는 생김새가 맑고 기이하며 몹시 늠름하였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옥 같은 얼굴의 고운 자태는 보름달 같고, 붉은 입술 반듯한 입에는 은빛 이가 드러났구나. 눈빛은 번개를 번쩍이고 눈동자는 툭 불거졌으며, 넓은 이마에는 노을이 서리고 쪽 찐 머리채가 얹혔구나. 수놓은 띠는 바람에 날려 채색 불꽃을 흩날리고, 비단 도포는 햇빛을 받아 금빛 꽃을 피우는구나. 고리 달린 띠는 번쩍번쩍 가슴의 거울을 걸쳤고, 보배 갑옷은 휘황찬란하게 전투화를 받치는구나. 몸은 작으나 소리는 우렁차고 장대함이 넘치니, 삼천을 호교하는 사나운 나타로다. 마왕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이천왕의 셋째 아이로 이름을 나타 태자라 하지 않느냐. 그런데 어찌하여 내 문 앞에 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느냐?” 태자가 말했다. “네 이놈 요마가 난을 일으켜 동토의 성승을 가두어 해쳤으므로, 옥황상제의 금지를 받들어 특별히 너를 잡으러 왔느니라!” 마왕이 크게 노하여 말했다. “너는 손오공이 청해 온 게 틀림없도다. 내가 바로 그 성승을 노리는 마두이니라! 헤아려 보건대 너 같은 어린것이 무슨 무예가 있다고 감히 망령된 말을 쏟아 내느냐! 달아나지 말고 내 창을 받아라!” 이 태자가 요참검을 들어 손을 쳐들며 맞섰다. 두 사람이 손을 맞대고 이제야 겨루기 시작하자, 저 대성이 급히 산비탈로 몸을 돌려 외쳤다. “뇌공은 어디 있소? 어서 빨리 가서 그 요마에게 벼락 쐐기를 내려 태자가 항복받는 것을 돕소!” 등화와 장번 두 뇌공이 곧 구름빛을 밟고 이제 막 손을 쓰려 하는데, 보라, 저 태자가 법을 부려 몸을 한 번 변하게 하여 세 머리 여섯 팔이 되어서는 여섯 가지 병기를 손에 쥐고 요마를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그 마왕도 세 머리 여섯 팔로 변하여 긴 창 세 자루로 막아 냈다. 이 태자가 또 요괴를 항복받는 법력을 부려 여섯 가지 병기를 허공으로 던져 올렸다. 그 여섯 가지 병기가 무엇이냐? 바로 요참검이요 요참도이며, 요박삭이요 항마저이며, 수구와 화륜이었는데, 큰 소리로 한 번 “변하여라!” 하고 외치니, 하나가 열이 되고 열이 백이 되며 백이 천이 되고 천이 만이 되어, 모두 같은 병기가 되어 소나기와 우박처럼 빽빽하게 쏟아져 요마를 향해 날아갔다. 그 마왕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한 손으로 그 하얗고 번쩍이는 고리를 꺼내어 허공으로 던져 올리며 “걸려라!” 하고 외쳤다.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여섯 가지 병기를 모조리 끼워 내려 버리니, 나타 태자는 맨손으로 도망쳐 목숨을 건졌고 마왕은 승리를 거두어 돌아갔다.

등화와 장번 두 뇌공이 허공에서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일찍이 이 몸이 먼저 형세를 살펴보아 벼락 쐐기를 놓지 않았사옵니다. 만일 그놈에게 빼앗겼더라면 어찌 천존을 뵈올 수 있었사오리까?” 두 뇌공이 구름머리를 내려 놓고 태자와 함께 산 남쪽 비탈 아래로 가서 이천왕에게 “요마가 과연 신통이 광대하옵니다!”라고 말했다. 오공이 곁에서 웃으며 말했다. “그놈의 신통도 겨우 이만한 것이오. 다만 저 고리가 사나워서 문제요. 무슨 보배인지 알 수 없으나 던지기만 하면 온갖 물건을 잘도 끼워 버리오.” 나타가 원망하며 말했다. “이 대성은 참으로 인정머리 없도다! 우리가 병기를 잃고 싸움에 져 몹시 번뇌하고 있는데, 그 모두가 그대 때문이거늘, 그대는 도리어 기뻐 웃고 있으니 어찌된 일이냐!” 행자가 말했다. “그대가 번뇌한다 하나, 어찌 이 늙은 손이 번뇌하지 않겠소? 내가 이제 방도가 없어 울 수도 없으니, 그저 웃을 뿐이오.” 천왕이 “그러하면 어찌 결말을 내겠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대들이 다시 무슨 꾀를 내든, 다만 그 고리가 끼워 가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를 잡을 수 있소”라고 말했다. 천왕이 “끼워 가지 못하는 것으로는 오직 물과 불이 가장 유리하도다. 속담에 물과 불은 정이 없다 하느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옳은 말씀이오! 그대들은 우선 여기 편히 앉아 계시오. 이 늙은 손이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오겠소”라고 말했다. 등화와 장번 두 공이 “또 가서 무얼 하시려 하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이 늙은 손은 이번에 옥황상제께 아뢸 것도 없이, 다만 남천문 안으로 들어가 동화궁에 올라가 형혹 화덕성군을 청하여 이곳에 와서 불을 놓아 저 괴물을 한바탕 태워 보려 하오. 혹 저 고리까지 재로 태워 버릴 수 있다면 요마를 잡을 수 있을 것이오. 한편으로는 병기를 찾아 그대들이 하늘로 돌아가게 하고, 둘째로는 내 스승의 재난을 풀 수 있소”라고 말했다. 태자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머뭇거릴 것 없도다. 청컨대 대성께서는 어서 갔다가 어서 오시라. 우리들은 다만 여기서 두 손 모아 기다리리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상서로운 빛을 타고 또 남천문 밖에 이르니, 저 광목과 네 장수가 맞이하며 “대성께서는 어찌하여 또 오셨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이천왕이 태자를 내보내 싸웠는데, 단 한 판에 저 마왕에게 병기 여섯 개를 몽땅 빼앗겼소. 나는 이제 동화궁으로 가서 화덕성군을 청하여 진을 돕게 하려 하오”라고 말했다.

네 장수가 오래 붙들어 두지 못하고 그를 들여보냈다. 동화궁에 이르니 저 화부의 여러 신들이 보이는지라, 곧 들어가 아뢰었다. “손오공이 주공을 뵙고자 하옵니다.” 저 남방 삼매의 화덕성군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문 밖으로 나와 맞아 들이며 “어제 가한사가 이 작은 궁을 조사하였거니와, 속세를 그리워한 자는 하나도 없었느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이미 알고 있소. 그러나 이천왕과 태자가 싸움에 져 병기를 잃었사오니, 특별히 그대를 청하여 구원해 주시기를 바라오”라고 말했다. 성군이 말했다.

“저 나타는 삼단해회대신이니라. 그가 태어날 무렵에 일찍이 아흔여섯 굴의 요마를 항복받았고 신통이 광대하거늘, 그가 능하지 못하다면 이 작은 신이 어찌 감히 바라리오?” 행자가 “이천왕과 의논하매 천지간에 가장 예리한 것은 오직 물과 불이오. 저 괴물에게는 고리 하나가 있어 사람의 물건을 잘도 끼워 갔사온데 무슨 보배인지 알 수 없소. 그런 까닭에 불이 온갖 물건을 없앨 수 있다 하여, 특별히 성군을 청하여 화부를 거느리고 하방으로 내려가 불을 놓아 저 요마를 태워 내 스승의 재난 한 가지를 건져 주시라 하오”라고 말했다.

화덕성군이 그 말을 듣고 곧 자기 부서의 신병을 뽑아 행자와 함께 금두산 남쪽 비탈 아래로 가서 천왕과 뇌공 등을 만났다. 천왕이 “손대성이여, 그대가 가서 그놈을 또 불러내시오. 내가 그놈과 싸우다가 그놈이 고리를 꺼내 드는 것을 보면 내가 비켜 버릴 터이니, 화덕에게 무리를 거느리고 그놈을 태우라 하시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옳소이다. 내가 그대와 함께 가리다”라고 말했다. 화덕은 태자와 등화·장번 두 공과 함께 높은 봉우리 위에 서서 그들에게 도전하였다.

이 대성이 금두동 어귀에 이르러 “문 열어라! 어서 빨리 내 스승님을 내놓아라!” 하고 소리쳤다. 저 요괴가 또 급히 달려가 아뢰었다. “손오공이 또 왔사옵니다!” 그 마왕이 무리를 거느리고 굴에서 나와 행자를 보고 말했다.

“이놈 원숭이야, 또 무슨 군사를 청해 왔느냐?” 이쪽에서 탑을 든 이천왕이 나서며 호통쳤다.

“이놈 마두야! 나를 알아보겠느냐?” 마왕이 웃으며 말했다. “이천왕이구나. 아마 네 자식의 원수를 갚고 병기를 도로 찾고자 하는 모양이로구나.” 천왕이 “한편으로는 원수를 갚고 병기를 찾는 일이요, 둘째로는 너를 잡아 당승을 구하는 일이니라! 달아나지 말고 내 칼을 받아라!” 그 괴물이 몸을 비켜 피하고는 긴 창을 비껴 쥐고서 손 가는 대로 맞섰다.

두 사람이 굴 앞에서 벌인 이 싸움도 참으로 볼 만하였도다. 보라, 천왕의 칼이 내리치고 요괴의 창이 받는구나. 칼이 내리치니 서리 같은 광채가 맹렬한 불을 뿜고, 창이 받으니 예리한 기운이 근심 어린 구름을 터뜨리는구나. 하나는 금두산에서 태어난 악한 요괴요, 하나는 영소전에서 파견된 하늘의 신이로다. 저쪽은 선의 성품을 업신여기며 위무를 부리고, 이쪽은 스승의 재액을 구하려 큰 도리를 펴는구나. 천왕은 법을 부려 모래와 돌을 날리고, 마괴는 강함을 다투어 흙먼지를 일으키는구나. 흙을 일으켜 능히 천지를 어둡게 하고, 모래를 날려 바다와 강을 흐리게 하는구나. 양쪽이 힘을 다하여 공적을 다투니, 모두 당승이 세존께 예배하게 하려 함이로다.

저 손대성은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고 곧 몸을 돌려 높은 봉우리로 뛰어올라 화덕성군에게 “삼매의 불을 마음을 다하여 쓰시옵소서!”라고 말했다. 보라, 저 요마와 천왕이 한창 잘 싸우고 있는데 또 고리를 꺼내는지라, 천왕이 보고는 곧 상서로운 빛을 돌려 싸움에 진 체 달아났다. 이 높은 봉우리 위에서 화덕성군이 급히 호령을 내려 여러 부서의 화신들에게 일제히 불을 놓게 하였다. 이 한바탕은 참으로 맹렬하고 사나웠도다. 훌륭한 불이로다.

경전에 이르기를 “남방은 불의 정기니라” 하였거니와, 비록 작은 불씨라도 만 이랑의 밭을 태울 수 있고, 이 삼매의 위엄은 온갖 가지의 불로 변할 수 있느니라. 지금 화창과 화도, 화궁과 화전이 있어 각 부서의 신들이 쓰는 바가 같지 않으니, 저 허공 한가운데에는 불까마귀가 날며 울고, 온 산마루에는 불말이 내달리는구나. 쌍쌍의 붉은 쥐와 대대의 불용이로다. 쌍쌍의 붉은 쥐가 맹렬한 불꽃을 뿜으니 만 리가 붉게 타오르고, 대대의 불용이 짙은 연기를 토하니 온 땅이 함께 검어지는구나. 불수레를 밀어 내고 불호리병을 펼쳐 놓으며, 불깃발이 흔들리니 하늘 가득 노을이요, 불몽둥이가 휘젓고 가니 땅에 넘치도록 타오르는구나. 영척이 소를 채찍질하던 일을 무어라 하리오, 주랑의 적벽보다 훨씬 뛰어나구나. 이는 하늘의 불이니 범상치 않고 참으로 사나워서, 활활 타오르는 붉은 불바람이로다! 저 요마는 불이 오는 것을 보고도 조금도 두려워함이 없이 고리를 허공으로 던져 올렸다. 쉬익 하는 소리 한 번에 이 불용과 불말, 불까마귀와 불쥐, 화창과 화도, 화궁과 화전까지 고리 하나로 또 끼워 내려 버리고는, 본래의 굴로 돌아가 승리를 거두어 군사를 거두었다.
이 화덕성군은 빈 깃발 한 자루를 손에 쥐고 여러 장수를 불러 모아 천왕 등과 합류하여 산 남쪽 비탈 아래에 앉아서 행자에게 말했다. “대성이여, 이 사나운 마구니는 참으로 보기 드물도다! 내가 이제 불 도구를 잃었으니 어찌하면 좋으리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원망하실 것 없소. 여러분은 우선 편히 앉아 계시옵소서. 이 늙은 손이 또 갔다 오겠소.” 천왕이 “그대는 또 어디로 가려 하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저 괴물은 불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틀림없이 물을 두려워하리다. 속담에 물은 불을 이긴다 하였소. 이 늙은 손이 북천문 안으로 가서 수덕성군을 청하여 물기운을 펴게 하여, 저놈의 굴 속으로 한꺼번에 들이부어 마왕을 빠뜨려 죽이고 물건을 찾아 그대들에게 돌려주겠소”라고 말했다. 천왕이 “이 계책은 훌륭하나, 다만 그대의 스승까지 함께 빠뜨려 죽일까 두렵도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염려 마시오! 내 스승이 빠져 죽더라도 내게 그를 살려 낼 방도가 있소. 이제 여러분을 지체하게 하니 몹시 마땅치 않소.” 화덕이 “그러하거든 우선 어서 가시라, 어서 가시라”라고 말했다.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또 근두운을 타고 곧장 북천문 밖에 이르렀는데, 홀연히 머리를 들자 다문천왕이 앞으로 나서 예를 올리며 “손대성께서는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말했다. 행자가 “오호궁에 들어가 수덕성군을 뵐 일이 있소. 그대는 여기서 무얼 하오?”라고 말했다. 다문이 “오늘은 순시할 차례이옵니다”라고 말했다. 한창 말하는 사이에 또 방·유·구·필 사대천장이 보이더니 예를 올리며 차를 권하였다. 행자가 “수고 마시오! 수고 마시오! 내 일이 급하오!”라고 말했다. 드디어 여러 신에게 작별하고 곧장 오호궁에 이르러, 수부의 여러 신에게 즉시 통보하게 하였다. 여러 신이 아뢰었다. “제천대성 손오공이 왔사옵니다.” 수덕성군이 그 말을 듣고는, 사해와 오호, 팔하와 사독, 삼강과 구파와 각처의 용왕들을 조사하여 모두 물러가게 하고는, 관을 바로 쓰고 띠를 매어 궁문 밖까지 나와 맞이하여 궁 안으로 들이며 말했다. “어제 가한사가 이 작은 궁을 조사하였거니와, 혹 이 부서의 신이 속세를 그리워하여 괴이한 짓을 하는가 하여, 지금 이곳에서 강과 바다, 하천과 도랑의 신들을 조사하는 중이니라. 아직 끝내지 못하였느니라.” 행자가 “저 마왕은 강과 바다의 신이 아니외다. 이는 광대한 정기로다. 먼저 옥황상제께서 이천왕 부자와 뇌공 둘을 하계로 보내어 잡아 오라 하셨사온데, 그놈이 고리 하나를 부려 신병 여섯 개를 끼워 갔소. 이 늙은 손도 어찌할 수 없어 또 동화궁에 올라가 화덕성군을 청하여 화부의 여러 신을 거느리고 불을 놓게 하였사온데, 또 불용과 불말 따위를 고리 하나로 끼워 갔소. 내 생각에 이 물건이 불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필시 물을 두려워하리라 하여, 특별히 성군을 청하여 물기운을 펴시어 나와 함께 저 요정을 잡고 병기를 찾아 천장들에게 돌려보내고자 하오. 내 스승의 재난 또한 구할 수 있소”라고 말했다. 수덕이 그 말을 듣고 곧 황하의 수백신왕에게 명하였다. “대성을 따라 내려가 공을 돕도록 하라.” 수백이 옷소매 속에서 백옥 사발 하나를 꺼내며 “이 작은 신에게는 이 물건이 있어 물을 담사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이 사발에 얼마나 담기겠소? 요마를 어찌 빠뜨려 죽인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수백이 “속이지 않고 아뢰오리다. 이 사발에 담긴 것은 바로 황하의 물이옵니다. 반 사발이면 반 강이요, 한 사발이면 한 강이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기뻐하며 “반 사발이면 넉넉하오”라고 말했다. 드디어 수덕에게 작별하고 황하의 신과 함께 급히 하늘 궁궐을 떠났다.

그 수백이 사발로 황하의 물을 반 사발 퍼 가지고 대성을 따라 금두산에 이르러, 남쪽 비탈 아래에서 천왕과 태자와 뇌공과 화덕을 만나 앞의 일을 낱낱이 이야기하였다. 행자가 말했다. “자세히 말할 것 없소. 우선 수백을 나와 함께 가게 하시오. 내가 그의 문을 열게 한 뒤에 그가 나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곧 물을 문 안으로 퍼부어라. 그러면 저 괴물들이 한 굴 속에서 모두 빠져 죽을 것이니, 나는 스승의 시신을 건져 내어 다시 살려 내면 늦지 않소.” 그 수백이 명을 따라 행자를 바싹 뒤따라 산비탈을 돌아 곧장 굴 어귀에 이르러 “요괴야, 문 열어라!” 하고 소리쳤다. 문을 지키던 작은 요괴가 그 소리가 손대성의 목소리임을 듣고 급히 또 달려가 아뢰었다.

“손오공이 또 왔사옵니다!” 그 마왕이 그 말을 듣고 보배를 챙겨 들고는 창을 쥔 채 곧장 걸어 나가며,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돌문을 열었다. 이 수백이 백옥 사발을 안으로 기울였는데, 저 요괴가 물이 오는 것을 보자 긴 창을 내던지고 급히 고리를 꺼내어 둘째 문을 버티고 막았다. 보라, 그 물줄기가 부글부글 온통 밖으로 넘쳐 흘러나오니, 손대성이 급히 근두운을 타 수백과 함께 높은 봉우리로 뛰어올랐다. 저 천왕과 무리도 모두 구름을 타고 높은 봉우리 앞에 멈추어 바라보니, 그 물결이 넘실넘실 불어나 참으로 사나왔다. 훌륭한 물이로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한 국자에서 나온 것이 많고도 많으니, 참으로 헤아릴 수 없구나. 오직 신령한 공이 조화를 부려 만물을 이롭게 하고 온갖 내를 흐르게 하여 넘치게 하는구나.

다만 저 졸졸거리는 소리가 골짜기를 울리고, 저 도도한 기세가 하늘을 덮는구나. 위풍당당한 소리는 천둥이 내달리는 듯하고, 사납게 솟는 물결은 눈이 뒤집히는 듯하구나. 천 길 높은 물결은 길을 덮고, 만 겹 물결은 산바위를 넘실거리게 하는구나. 차가운 것은 옥을 헹구는 듯하고, 굴러 흐르는 것은 줄을 켜는 듯하구나. 돌에 부딪쳐 부서진 옥을 뿜고, 되돌아 흐르는 물은 아득히 소용돌이를 이루는구나. 낮고 움푹한 곳이 흐름 따라 흔들리고, 골짜기에 가득하여 도랑과 위아래가 잇닿았구나. 행자가 이를 보고 마음이 다급해져 “큰일이오! 물이 사방 들판을 덮어 백성의 밭을 잠겼소. 그놈의 굴 속으로는 들어가지도 못하였으니 어찌한단 말이오?”라고 말하고는, 수백을 불러 급히 물을 거두게 하였다. 수백이 “이 작은 신은 물을 놓을 줄만 알았사옵고 물을 거둘 줄은 모르옵니다. 속담에 엎질러진 물은 거두기 어렵다 하옵니다”라고 말했다. 아! 저 산 또한 높고 험하여, 이 물은 다만 낮은 곳으로만 흘러갔다. 잠깐 사이에 사방으로 흩어져 골짜기와 구렁으로 돌아갔다.

또 보니 굴 밖으로 작은 요괴 몇 놈이 뛰어나와 밖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주먹을 뻗고 소매를 걷어붙이며 몽둥이를 휘두르고 창을 쥐고는, 여전히 즐겁고 신이 나서 장난을 쳤다. 천왕이 “이 물이 원래 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였으니, 한바탕의 공을 헛되이 쓴 것이로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마음속에서 치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두 손으로 주먹을 휘두르며 요마의 문 앞으로 쳐들어가 호통쳤다. “어디로 달아나느냐! 받아라!” 그 몇 놈의 작은 요괴가 놀라 창과 몽둥이를 내던지고 굴 속으로 달려 들어가 벌벌 떨며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때리러 쳐들어 왔나이다!” 마왕이 긴 창을 비껴 쥐고 문 앞으로 나와 맞서며 말했다. “이 망령된 원숭이놈이 참으로 게으르고 괘씸하도다! 너는 몇 번이나 나를 당해 내지 못하였고, 물과 불을 쓴다 해도 가까이 붙지 못하였거늘, 어찌하여 또 쫓아와 목숨을 바치느냐?” 행자가 “이놈이 거꾸로 말하는구나!

내가 목숨을 바치는지 네가 목숨을 바치는지 알지 못하느냐! 이리 건너오너라. 이 늙은 외할아버지의 주먹을 받아라!” 그 요마가 웃으며 말했다. “이 원숭이놈이 억지로 들러붙는구나! 나는 창을 쓰는데 그는 주먹을 쓰다니. 저렇게 앙상하게 마른 주먹이 겨우 호두알이나 할 터인데, 어찌 망치 구실을 하겠느냐? 좋다! 좋다! 좋다!

내가 우선 창을 내려놓고 너와 권법 한바탕을 겨뤄 보이리라!” 행자가 웃으며 “옳은 말이오! 걸어 나오너라!”라고 말했다. 저 요괴가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앞으로 나서며 자세 하나를 취하고는 두 주먹을 들어 올렸는데, 참으로 기름 짜는 쇠망치 같았다. 이 대성이 발을 옮기고 몸을 움직여 재주를 펴 보이며, 저 굴 문 앞에서 마왕과 서로 권법을 주고받았다. 이 한바탕의 훌륭한 싸움이로다! 아! 큰 사평 자세를 벌리고 쌍비각을 차올리며, 옆구리를 감추고 가슴을 쳐서 찍고, 염통을 파내며 쓸개를 따는구나. 신선이 길을 가리키고 노자가 학을 타며, 굶주린 호랑이가 먹이를 덮치니 가장 사람을 상하고, 교룡이 물에서 노니 능히 사나운구나. 마왕은 이무기가 몸을 뒤집는 자세를 쓰고, 대성은 사슴이 뿔을 푸는 자세를 부리는구나. 발뒤꿈치를 들고 땅의 용을 담그며, 손목을 비틀어 하늘의 자루를 잡는구나. 푸른 사자가 입을 벌리고 오고, 잉어가 등으로 넘어지며 뛰는구나. 정수리를 덮어 꽃을 뿌리고, 허리를 감아 밧줄을 꿰며, 바람을 맞아 부채를 붙이고, 급한 비가 꽃을 재촉하여 떨어뜨리는구나. 요정이 관음장을 쓰니 행자가 나한각으로 맞서는구나. 긴 장권은 넓게 펴져 저절로 느슨하니, 어찌 짧은 권법의 촘촘하고 빠름을 당하리오? 두 사람이 몇십 차례 서로 버티었으나, 솜씨는 한가지요 강하고 약함이 없구나. 두 사람이 저 굴 문 앞에서 서로 때리고 있는데, 이 높은 봉우리 위에서는 이천왕이 기뻐하며 큰 소리로 탄성을 내고 화덕성이 손뼉을 치며 칭찬하였다. 저 두 뇌공과 나타 태자가 여러 신을 거느리고 앞으로 뛰어나와 모두 돕고자 하였고, 이쪽에서는 요괴 무리가 깃발을 흔들고 북을 치며 칼을 휘두르고 칼을 돌려 일제히 지켰다. 손대성이 사태가 좋지 않음을 보고 털 한 웅큼을 뽑아 허공에 던지며 “변하여라!” 하고 외치니, 곧 서너 살에서 쉰 마리의 작은 원숭이로 변하여 한꺼번에 달려들어 저 요괴를 휘감았다. 다리를 끌어안는 놈은 다리를 끌어안고, 허리를 잡아당기는 놈은 허리를 잡아당기며, 눈을 할퀴는 놈은 눈을 할퀴고, 털을 뜯는 놈은 털을 뜯었다. 그 괴물이 당황하여 급히 고리를 꺼내 들었다. 대성과 천왕 등이 그가 고리의 술수를 부리는 것을 보고 구름머리를 돌려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 진을 빠져나갔다. 저 요괴가 고리를 위로 던져 올리자 훌라 하는 소리와 함께, 저 서너 살에서 쉰 마리의 털이 변한 작은 원숭이들이 본모습으로 거두어져 굴 속으로 끼워 들어갔다. 요괴는 승리를 거두고 군사를 이끌어 문을 닫아 걸고는 기뻐하며 돌아갔다.

이 태자가 말했다. “손대성은 역시 호걸이로다! 이 한바탕의 권법은 비단 위에 꽃을 더한 듯하였고, 분신법을 쓰니 바로 사람 앞에서 귀함을 드러낸 것이로다.” 행자가 웃으며 “여러분이 여기서 멀리 보고 계셨으니, 저 요괴의 솜씨가 이 늙은 손에 견주어 어떠하오?”라고 말했다. 이천왕이 “그는 주먹이 느슨하고 발이 느려 대성의 빠르고 날렵함만 못하도다. 그가 우리가 가는 것을 보자 곧 당황하였고, 또 그대가 분신법을 쓰는 것을 보고는 더욱 급해진 나머지 크게 고리의 술수를 부린 것이니라”라고 말했다. 행자가 “마왕은 다스리기 쉬우나, 다만 그 고리를 항복받기가 어렵소”라고 말했다. 화덕과 수백이 “이기려 한다면 그의 보배를 얻어 낸 뒤에야 잡을 수 있으리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그의 보배를 어찌 얻겠소? 훔쳐 오는 수밖에 없소”라고 말했다. 등화와 장번 두 공이 웃으며 “도둑질을 행하려 하신다면 대성 말고는 다시 능한 이가 없사옵니다. 생각하옵건대 지난날 천궁을 크게 어지럽히실 적에 어주도 훔치시고 반도도 훔치시며, 용의 간과 봉황의 골수와 노군의 단약까지 훔치셨사온데 그때의 솜씨가 어떠하였사옵니까! 오늘 바로 이곳에 가져다 써야 할 때이옵니다”라고 말했다. 행자가 “잘 말하였소! 잘 말하였소! 그러하오면 여러분은 우선 앉아 계시옵소서. 이 늙은 손이 가서 알아보고 오겠소”라고 말했다.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봉우리 아래로 뛰어내려 몰래 굴 어귀에 이르러 몸을 한번 흔들어 변하니, 조그만 파리 한 마리가 되었다. 참으로 보기 좋구나! 보라.

깃과 날개는 대나무 껍질처럼 얇고, 몸집은 꽃술보다 작구나. 손발은 털보다 더 가늘고, 작은 눈구멍은 또렷또렷하구나. 향기를 맡고 기운을 좇는 데 능하여, 날 때에는 바람을 타고 빠르구나. 저울에 달아 보면 막 저울추를 누를 만큼이니, 사랑스럽고 조그마한 것이 쓰임이 있구나.

가볍게 문 위로 날아가 문틈으로 기어 들어가 보니, 저 크고 작은 요괴 무리들이 춤추는 놈은 춤추고 노래하는 놈은 노래하며 양쪽에 늘어서 있고, 늙은 마왕은 대 위에 높이 앉아 있었다. 앞에는 뱀고기와 사슴 포, 곰 발바닥과 낙타 혹, 산나물과 과일이 차려져 있고, 청자 술병 하나와 향긋한 양젖술과 야자술이 있어, 큰 사발로 마음껏 흐뭇하게 마시고 있었다. 행자가 작은 요괴 무리 속으로 내려앉아 또 오소리 머리 요정으로 변하여 천천히 대 가까이로 다가가 한참이나 살펴보았으나 보배를 어디에 두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급히 몸을 빼어 대 뒤로 돌아가 보니, 저 뒤청 높은 곳에 불용이 울부짖고 불말이 울며 매달려 있었다. 홀연히 머리를 들어 보니 그의 여의봉이 동쪽 벽에 기대어 있는지라, 기뻐서 마음이 근질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모습을 바꾸는 것도 잊은 채 앞으로 걸어가 쇠봉을 집어 들고는 본모습을 드러내어 재주를 펴며, 봉을 휘둘러 한 길을 뚫고 나갔다. 놀란 요괴 무리는 간담이 서늘하였고 늙은 마왕은 미처 손을 쓸 겨를이 없었는데, 세 놈을 밀어 넘어뜨리고 두 놈을 쓰러뜨려 피로 물든 길 하나를 열고는 곧장 굴문을 빠져나왔다. 이를 두고 이르는 것이로다.

마두는 교만하여 방비가 없었고, 지팡이는 도로 임자에게 돌아왔도다.

결국 길흉이 어찌될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