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손대성은 여의봉을 되찾아 문 밖까지 쳐 나오더니, 높은 봉우리로 뛰어올라 여러 신을 마주하고는 마음이 가득 기뻤다. 이천왕이 “대성의 이번 한 판은 어떠하였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이 늙은 손이 변화하여 그놈의 굴 속으로 들어갔더니, 저 요물은 더욱 흥이 나서 노래하고 춤을 추며 승전주를 마시고 있었소. 도무지 그 보배가 어디 있는지 알아낼 겨를이 없었소. 내 그 뒤편으로 돌아갔더니, 문득 말 우는 소리와 용 읊는 소리가 들려 화부의 물건인 줄 알았소. 동쪽 벽에 내 여의봉이 기대어 있길래, 이 늙은 손이 손에 쥐고는 줄곧 쳐서 빠져나왔소.” 여러 신이 “그대의 보배는 되찾았으니, 우리의 보배는 언제 손에 들어오겠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어렵지 않소!”라고 말했다.
“어렵지 않소! 이 늙은 손이 이 쇠봉을 가졌으니, 무슨 수를 쓰든 그놈을 쳐서 쓰러뜨리고 보배를 되찾아 그대들에게 돌려주겠소.”
한창 이야기하고 있는데, 문득 산비탈 아래에서 징과 북이 일제히 울리고 고함 소리가 땅을 흔들어 대니, 알고 보니 시대왕이 정령 무리를 거느리고 행자를 쫓아온 것이었다. 행자가 그것을 보고는 외쳤다. “좋소! 좋소! 좋소! 바로 내 뜻에 맞는구나!
여러분은 자리에 앉아 계시오. 이 늙은 손이 다시 가서 그놈을 잡아 오겠소.”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쇠봉을 들어 얼굴을 향해 마주 나가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이놈 요마야, 어디로 달아나느냐! 몽둥이를 받아라!” 그 요괴는 창을 들어 막아 내며 욕했다. “이 도둑 원숭이 놈아! 참으로 버릇이 없구나! 어찌하여 대낮에 내 물건을 털어 가느냐?” 행자가 말했다. “이 죽을 줄 모르는 짐승 같은 놈! 네 놈이 도리어 올가미를 놓아 대낮에 내 물건을 빼앗았거늘, 어느 물건이 네 것이냐! 달아나지 말고 이 영감의 몽둥이를 받아라!” 그 요물은 창을 휘둘러 막아 냈다. 이 한 판의 통쾌한 싸움이여! 대성은 위엄을 사납게 떨치고, 요마는 순순히 굴복하지 않으며, 양편이 함께 용맥을 다투니 그 누가 기꺼이 물러서겠는가. 이쪽의 쇠봉은 용의 꼬리 같고, 저쪽의 긴 창은 구렁이의 머리 같구나. 이쪽의 몽둇발은 바람 소리처럼 울리고, 저쪽의 창 받침은 물결처럼 늠름하구나. 보라, 저 아롱진 채색 안개가 자욱하여 산등성이가 어둡고, 상서로운 구름이 빽빽이 끼어 숲이 근심에 잠겼구나. 하늘 가득 나는 새들이 모두 날개를 멈추고, 사방 들판의 승냥이와 벌레들이 모조리 머리를 움츠리는구나. 저쪽 진영에서는 작은 요괴들이 고래고래 소리치고, 이쪽에서는 행자가 기운을 떨치는구나. 쇠봉 하나를 당할 자 없어 서방 만 리를 두루 쳤거늘, 저 긴 창이 참으로 맞수가 되어 금두산을 길이 지키며 으뜸으로 꼽히는구나. 이 만남은 좋게 흩어질 수 없으니, 높고 낮음이 가려지기 전에는 맹세코 그치지 않으리라. 그 마왕과 손대성이 세 시진을 싸웠으나 승부가 갈리지 않았는데, 어느새 하늘이 저물어 갔다. 요마가 긴 창을 받쳐 들고 말했다. “오공, 그만두게. 하늘이 어둡고 땅이 캄캄하니 겨룰 때가 아니니, 서로 잠시 쉬었다가 내일 아침에 다시 그대와 승부를 겨뤄 보겠네.” 행자가 욕하며 말했다. “이놈 짐승아, 입 다물어라! 이 늙은 손의 흥이 이제 막 돋아났는데 무슨 날 저무는 게 대수냐! 반드시 너와 승부를 가리겠다!” 그 요물은 크게 한 소리 외치고는 창을 헛되이 한 번 휘둘러 목숨을 건져 달아나며, 요괴 무리를 거느리고 창과 방패를 거두어 굴 속으로 들어가 문을 꽁꽁 닫아 걸었다.
이 대성이 몽둥이를 끌고 막 돌아오니, 천신들이 언덕 위에서 축하하며 모두 말했다. “능력 있고 힘센 위대한 제천대성이시여, 한량없고 가없는 참된 재주로다!” 행자가 웃으며 “과찬이시오! 과찬이시오!”라고 말했다. 이천왕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 말은 참으로 치켜세움이 아니오. 진정한 호한이오! 이번 한 판도 옛날에 천라지망을 펼치던 때에 못지않았소!” 행자가 말했다. “옛일은 거론하지 맙시다. 저 요마는 이 늙은 손에게 이 한 판을 당했으니 필시 지쳤을 것이오. 나도 고생을 말할 처지가 못 되니, 그대들은 모두 마음 놓고 앉아 있으시오. 내 다시 굴 속으로 들어가 그 고리의 행방을 알아내어, 기어이 그것을 훔쳐 그 요괴를 잡고 병기를 찾아 그대들에게 돌려주어 하늘로 돌아가게 하겠소.” 태자가 “이미 날이 저물었으니, 편히 하룻밤 자고 내일 아침에 가는 것이 어떠하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어린 도령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려! 어느 도둑이 대낮에 손을 쓰겠소? 이런 훔치기란 모름지기 밤에 갔다 밤에 와야, 남이 알아채지 못하는 법이라야 장사가 되는 것이오.” 화덕과 뇌공이 “삼태자께서는 말리지 마옵소서. 이 일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이오. 대성은 이런 일에 익숙한 노련한 분이시니, 이때를 놓치지 말고 가시라 하옵소서. 하나는 마두가 곤하여 지쳤고, 둘은 밤이 어두워 방비가 없으니, 어서 가시오! 어서 가시오!”라고 말했다.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히히 웃으며 쇠봉을 감추고 높은 봉우리에서 뛰어내려 다시 굴 어귀에 이르러, 몸을 한 번 흔들어 변하니 귀뚜라미 한 마리가 되었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입은 단단하고 수염은 길며 가죽은 검고, 눈은 밝고 발톱과 다리는 갈래졌더라.
바람은 맑고 달은 밝아 담장 가에서 울고, 밤이 고요하니 사람의 말소리 같구나. 이슬에 젖은 처량한 경치에, 끊어질 듯 이어지는 소리가 자랑할 만하구나. 나그네의 창가에서 떠도는 시름에 그 소리 듣기 두렵건만, 공교롭게도 빈 섬돌과 침상 아래에서 우는구나. 굵은 다리를 벌려 서너 번 뛰어 문가에 이르러서는 문틈으로 파고들어 갔다. 그리하여 안쪽 벽 밑에 웅크리고 앉아, 안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받으며 자세히 살펴보니, 크고 작은 요괴 무리가 하나하나 승냥이처럼 게걸스럽게 먹어 대며 한창 음식을 먹고 있었다. 행자가 귀뚜라미 소리로 끙끙거리며 한바탕 울어 대었다. 잠시 뒤에 그들은 그릇과 도구를 거두고는 또 자리를 펴고 각자 몸을 누였다.
대략 초경 무렵이 되어서야 행자가 그 뒤쪽 방으로 갔는데, 마침 늙은 마왕이 명령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각 문의 졸개들은 잠을 조심하라! 손오공이 또 무슨 것으로 변하여 몰래 들어와 훔쳐 갈까 두렵다!” 또 당번을 서며 밤을 지키는 자들이 짤그랑짤그랑 북과 방울을 함께 울려 대니, 이 대성은 오히려 일을 하기가 좋았다. 방문을 파고들어 보니 돌침대 하나가 놓여 있고, 좌우에는 분을 바르고 연지를 찍은 산정과 수귀 몇이 자리를 펴고 늙은 마왕을 모시며, 신발을 벗기는 자, 옷을 풀어 주는 자들이 있었다. 그 마왕이 옷을 헐렁하게 하니, 왼쪽 팔에 하얗고 번쩍이는 고리 하나가 끼워져 있었는데, 그 생김새는 마치 연이어 꿴 팔찌와 같았다. 보라, 그는 그것을 조금도 벗지 않고 도리어 위로 두어 번 쓸어 올려 팔에 단단히 조여 매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행자가 보고는 몸을 다시 변하여 누런 가죽의 벼룩이 되어, 돌침대로 뛰어올라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그 요괴의 팔로 기어 올라가 힘껏 한 입 물었다. 물린 요괴가 몸을 뒤치며 욕했다. “이 매 맞을 놈의 노비들! 이불도 털지 않고 침상도 쓸지 않아, 무슨 벌레가 나를 이렇게 물었단 말이냐!” 그리고는 그 고리를 다시 두어 번 쓸어 올리고는 여전히 누워 잤다. 행자가 그 고리 위로 기어 올라가 또 한 입 물었다. 그 요괴는 잠을 이룰 수 없어 또 몸을 뒤집으며 말했다. “가려워 죽겠구나!”
행자는 그놈이 방비를 단단히 하고 보배를 몸에 지녀 좀체 벗지 않으니, 훔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침상에서 뛰어내려 도로 귀뚜라미로 변하여 방문을 나서 곧장 뒤편으로 가니, 또 용이 읊고 말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층문은 굳게 잠겨 있고 불 용과 불 말이 모두 그 안에 매달려 있었다. 행자가 본래 모습을 드러내어 문 앞으로 다가가 자물쇠 푸는 법을 쓰고 주문을 외우며 손으로 한 번 쓸자, 쩍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자물쇠의 양쪽 고리가 모두 빠져 버렸다. 문을 밀고 들어가 살펴보니, 그 안은 화기가 비추어 대낮처럼 환하게 밝았다. 문득 동쪽과 서쪽 양편에 병기 몇 개가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것이 보였으니, 모두 태자의 요참검 등과 화덕의 불 활과 불 화살 등의 물건이었다. 행자가 불빛을 비추어 두루 한 바퀴 살펴보다가, 또 문 뒤에 있는 돌탁자 위에 대바구니 하나가 놓여 있고 그 안에 털 한 줌이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대성은 마음이 가득 기뻐 그 털을 집어 들어 뜨거운 입김을 두 번 불어넣으며 “변하여라!” 하고 외치니, 곧 서른에서 쉰 마리의 작은 원숭이로 변했다. 그는 그들에게 칼과 검과 절구와 밧줄과 공과 바퀴, 그리고 활과 화살과 창과 수레와 표주박과 불까마귀와 불쥐와 불말 등 끼워 갔던 온갖 물건을 들게 하고는, 불 용을 타고 불길을 일으켜 안에서 바깥쪽으로 불을 질러 나왔다. 다만 웅웅 콩콩, 펑펑 탕탕 하는 소리가 들리니, 마치 우레와 연포가 잇달아 터지는 소리와 같았다. 놀란 크고 작은 요정들이 멍청하고 혼란한 가운데 이불을 걸치고 머리를 감싼 채, 외치는 자는 외치고 우는 자는 울며 하나하나 갈 곳을 잃어, 이 불에 타 죽은 자가 태반이었다. 미후왕이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을 때는 바야흐로 삼경 무렵이었다. 한편 높은 봉우리 위에서 이천왕 일행이 홀연 불빛이 환하게 밝아오는 것을 보고는 한꺼번에 몰려와 보니, 행자가 용을 타고 호호 하호 소리치며 작은 원숭이들을 몰아 봉우리 위로 곧장 올라와서는 목청을 높여 크게 외쳤다. “병기를 거두어라! 병기를 거두어라!” 화덕과 나타가 대답하자, 이 행자가 몸을 한 번 떨자 그 털 한 줌이 도로 몸에 붙었다. 나타 태자가 여섯 가지 병기를 거두고, 화덕성군은 화부 무리를 시켜 불 용 등의 물건을 거두게 하였으며, 모두들 싱글벙글 웃으며 행자를 칭찬하고 축하하였으니, 더 말하지 않겠다.
한편 금두산 안에서는 불길이 사방으로 흩날려, 시대왕이 넋이 몸을 떠나게 놀라 급히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는 두 손으로 그 고리를 쥐고 동쪽을 밀자 동쪽 불이 꺼지고 서쪽을 밀자 서쪽 불이 사라졌다. 하늘 가득 연기가 솟고 불이 치솟는 가운데 보배를 들고 한 바퀴 달려가니, 사방의 불과 연기가 모조리 꺼졌다. 급히 요괴 무리를 거두어 보니 이미 불에 타 죽은 자가 태반이요, 남녀를 합쳐 백여 명도 거두지 못하였다. 또 병기를 감춘 곳을 살펴보니 갖가지 물건이 모두 없어졌고, 또 뒤편을 가 보니 저팔계와 사승과 장로가 아직 결박된 채 풀리지 않았고, 백룡마는 여전히 구유에 매여 있었으며, 행장 짐도 또한 방 안에 있었다. 요마가 이를 원망하며 말했다. “어느 졸개 놈이 부주의하여 불을 내 이 지경이 되게 하였단 말이냐!” 곁에 있던 가까이 모시는 자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 불은 본가의 일이 아니옵고, 필시 진영을 훔치고 진지를 터는 도적이 화부의 물건을 놓아 신병을 훔쳐 간 것이옵니다.” 늙은 마왕이 그제야 깨달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은 없도다. 단연코 손오공 그 도적 놈이로다! 괴이하다, 내 잠자리에 들 때 마음이 편치 않더니! 생각하건대 그 도적 원숭이가 변화하여 들어와 내 이 팔을 두 번 물었던 게로구나. 필시 내 보배를 훔치려 하였으나 내가 단단히 조여 매어 손을 댈 수 없자, 이 때문에 병기를 훔쳐 불 용을 놓아 이토록 독한 마음을 품고 나를 불에 태워 죽이려 한 것이로다. 이 도적 원숭아! 네 헛되이 계교를 부렸으나 내 본실을 모르는구나! 내 이 보배만 지니고 있으면 큰 바다에 들어가도 빠지지 않고, 불 못으로 달려가도 타지 않느니라! 이번에 그 도적을 잡기만 하면, 살을 발라 등잔불을 켜는 형벌에 처해야 내 마음이 풀리리라!” 이런 말을 하며 한참이나 분해하다가, 어느새 닭이 울고 날이 밝았다.
높은 봉우리 위에서 태자가 여섯 가지 병기를 되찾고 행자에게 말했다. “대성이여, 날이 이미 밝았으니 더디게 굴지 맙시다. 우리가 저 요마의 예기가 꺾인 틈을 타서, 화부 무리와 함께 그대를 도와 다시 힘껏 싸우러 갑시다. 그러면 이번에는 잡을 수 있을 것이오.” 행자가 웃으며 “말이 이치에 맞소. 우리 마음을 합쳐 한바탕 놀러 갑시다!”라고 말했다. 하나하나 위풍을 떨치고 무예를 뽐내며 곧장 굴 어귀로 갔다. 행자가 외쳤다. “이놈 요마야, 어서 나오너라! 이 늙은 손과 한 판 붙어 보자!” 알고 보니 그곳의 두 짝 돌문은 불기운에 타 재가 되었고, 문 안에는 졸개 요괴 몇이 막 재를 쓸어 모으고 있었다. 홀연 여러 성인이 한꺼번에 오는 것을 보고는 놀라 빗자루를 내동댕이치고 재 긁개를 내버린 채 안으로 달려가 아뢰었다. “손오공이 많은 천신을 거느리고 또 문 밖에서 싸움을 걸며 욕하고 있사옵니다!” 그 시 요괴가 그 보고를 듣고 크게 놀라, 이를 딱딱 부딪치며 쇠 같은 어금니를 깨물었고,
방울방울 굴리는 눈동자를 휘둥그레 뜨고 긴 창을 비껴 들고 보배를 지닌 채 문 밖으로 걸어 나와, 입을 함부로 놀려 마구 욕하며 말했다. “이 진영을 훔치고 불을 놓은 도적 원숭이 같으니! 네가 얼마나 큰 수단이 있기에 감히 이토록 나를 깔보느냐?” 행자가 웃는 낯으로 욕하며 말했다. “이놈 요물아! 내 수단을 알고자 한다면 앞으로 나서 보아라, 내 너에게 일러 주리라. 어려서부터 수단이 강하여, 건곤 만 리에 이름이 떨쳤느니라. 그때에 총명하여 신선도를 닦고, 예로부터 전해 온 불로방을 얻었느니라. 뜻을 세워 방촌산에 찾아들어 절하고, 정성을 다해 성인의 고향을 찾아 뵈었느니라.
변화를 이루니 한량없는 법이요, 우주 긴 허공에서 내 마음대로 날뛰었느니라. 한가할 땐 산 앞에서 호랑이를 굴복시키고, 답답할 땐 바다로 가 용을 항복받았느니라. 본래 화과산에 살며 왕위를 일컫고, 수렴동에서 강함을 뽐내었느니라. 몇 차례나 천계를 넘보려 하였고, 몇 번이나 무지하게 상방을 빼앗으려 하였느니라. 하사받아 제천이라 이름하고 대성이 되었으며, 칙봉으로 또 미후왕을 더해 주었느니라. 다만 반도연이 베풀어질 때, 청첩 없이 나를 부르지 않음에 내 성미가 사나웠느니라. 몰래 요지에 들어가 옥액을 훔치고, 몰래 빈 누각으로 다니며 경장을 마셨느니라. 용의 간과 봉황의 골수도 일찍이 훔쳐 먹고, 온갖 맛의 진귀한 음식도 내 남몰래 맛보았느니라. 천 년 반도를 마음대로 받아 쓰고, 만 년 단약도 내 배를 채웠느니라. 천궁의 기이한 물건을 가지가지 취하고, 성부의 진귀한 보배를 낱낱이 감추었느니라.
옥황상제는 내게 수단이 있음을 알고 즉시 천병을 내어 전장을 벌였느니라. 구요의 사나운 별들이 나에게 밀려났고, 오방의 흉한 별자리들이 내게 상하였느니라. 온 하늘의 신장들이 모두 나를 당할 수 없고, 십만 대군도 감히 막아서지 못하였느니라. 옥황을 위협하여 칙지를 전하게 하고, 관강의 소성이 병기를 일으켰느니라. 칠십이 가지 변화로 서로 버티며, 저마다 정신을 부려 하나하나 강하였느니라. 남해 관음이 와서 싸움을 돕고, 정병과 양류도 함께 거들었느니라. 노군이 또 금강탁을 써서 나를 사로잡아 상방으로 끌고 갔느니라. 결박된 채 옥황 장대제를 뵈었고, 조관이 죄를 따져 죄가 마땅하다 하였느니라. 즉시 역사를 시켜 칼을 들어 베게 하였으나, 칼이 두피를 내리쳐도 불꽃만 번쩍였느니라. 온갖 방도로도 죽일 수 없어, 나를 노군의 당으로 압송하였느니라. 육정의 신화로 화덕 속에서 단련하여, 온몸이 강철처럼 단단해졌느니라. 칠칠일 수가 다하여 솥을 열고 보니, 내 몸이 뛰쳐나와 또 사납게 날뛰었느니라. 여러 신이 문을 닫고 막을 길이 없었고, 뭇 성인이 의논하여 부처님께 청하였느니라. 참으로 여래는 법력이 많고, 과연 지혜가 한없이 넓었느니라. 손바닥 위에서 근두운을 굴려 내기를 하여, 산으로 나를 누르니 내가 강할 수 없었느니라. 옥황이 그제야 안천회를 베풀고, 서역이 바야흐로 극락의 터가 되었느니라. 이 늙은 손을 오백 년 동안 짓눌러 가두었으나, 차와 밥은 조금도 맛본 적이 없느니라. 금선장로가 범세에 내려오시어, 동토에서 그를 보내 불향을 참배하게 하였느니라. 진경을 얻어 상국으로 돌아가고자 함은, 대당 제주가 먼저 세상을 떠난 이를 건지려 함이니라. 관음이 나를 권하여 선에 귀의하게 하고, 가르침을 받들어 미치지 않게 하였느니라. 높은 산 아래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이제 서쪽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길이니라. 이놈 요마야, 사슴과 여우의 꾀를 부리지 말고, 내 당승을 돌려보내어 법왕을 참배하게 하라!” 그 요괴가 이 말을 듣고 행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는 본래 하늘을 훔친 큰 도적이로구나! 달아나지 말고 내 창을 받아라!” 이 대성이 봉을 들어 맞섰다. 두 사람이 막 서로 버티고 있는데, 이쪽에서 나타 태자가 노기를 띠고 화덕성군이 이를 갈며, 곧 그 여섯 가지 신병과 화부의 물건들을 요마의 몸을 향해 던져 대니, 손대성이 더욱 기세를 떨쳤다. 한편에서는 또 뇌공이 쇠를 쓰고 천왕이 칼을 들어,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그 마두는 꿈쩍도 않으며 냉소를 띠고, 소매 속에서 몰래 보배를 꺼내어 손을 놓아 허공으로 던져 올리며 “걸려라!” 하고 외쳤다.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여섯 가지 신병과 화부의 물건과 뇌공의 쇠와 천왕의 칼과 행자의 봉을 모조리 또 끼워 가 버리니, 뭇 신령은 여전히 빈손이요 손대성은 여전히 빈 주먹이었다. 요마가 승리를 거두고 몸을 돌려 외쳤다. “졸개들아, 돌을 날라 문을 쌓고 흙을 파서 집을 고치며, 방과 행랑을 새로 정비하라. 갖추어지거든 당승 세 사람을 잡아 토지신께 사례하고, 모두 함께 복을 나누어 누리자.” 졸개 요괴들이 명을 받들어 살피는 동안의 일은 더 말하지 않겠다.
한편 이천왕이 무리를 거느리고 높은 봉우리로 돌아왔는데, 화덕은 나타의 성급함을 원망하고 뇌공은 천왕이 억지를 부렸다며 탓하였으며, 오직 수백만이 곁에서 말이 없었다. 행자는 그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마음에 걱정이 얽혀 있음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원망을 품은 채 억지로 웃으며 여러 신에게 말했다. “여러분은 근심하지 마시오. 예로부터 이르기를, 승패는 병가의 상사라 하였소. 내가 그놈과 무예를 겨루어도 또한 이 정도일 뿐이오. 다만 그놈이 이 고리를 더 지녔으므로 해가 되는 것이니, 우리의 병기를 또 끼워 가 버린 것이오. 그대들은 우선 마음을 놓으시오. 이 늙은 손이 다시 가서 그놈의 행색을 알아보고 오겠소.” 태자가 “그대가 앞서 옥황상제께 아뢰어 하늘 가득한 세계를 조사하였으나 조금의 자취도 없다 하였거늘, 이제 또 어디로 가서 조사하겠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내 생각하건대 불법은 가없으니, 이제 서천으로 올라가 우리 부처님 여래께 여쭙고, 그분께 혜안으로 대지 사부주를 두루 살펴보게 하여, 이 요괴가 어느 곳에서 났으며 어느 고향에 살고 있는지, 그 고리가 무슨 보배인지 알아보게 하겠소. 무슨 일이 있든 기어이 그놈을 잡아 여러분의 분을 풀어 드리고, 그대들이 기뻐하며 하늘로 돌아가게 하겠소.” 여러 신이 말했다.
“그런 뜻이 있다면 오래 머물 것 없소. 어서 가시오! 어서 가시오!”
과연 훌륭한 행자로다. 가자고 말하자마자 근두운을 타고 어느새 영산에 이르러 상서로운 빛을 내려놓고 사방을 둘러보니, 참으로 좋은 곳이로다. 영봉은 드높고, 겹친 봉우리는 맑고 아름다우며, 신선의 산 꼭대기는 푸른 은하에 닿았구나. 서천의 큰 진을 바라보니, 형세가 중화를 누르는구나. 원기가 유통하여 천지가 멀고, 위풍이 날아 퍼져 누대의 꽃에 가득하구나. 때때로 종과 경의 소리가 길게 들리고, 늘 경 읽는 소리가 밝게 들리는구나. 또 저 푸른 소나무 아래에서 우바새가 강론하고, 푸른 잣나무 사이로 나한이 거니는구나. 흰 학이 정을 두고 취령으로 오고, 푸른 난새가 뜻을 두고 한가한 정자에 서 있구나. 검은 원숭이가 쌍쌍이 선과를 받쳐 들고, 장수 사슴이 짝지어 자색 꽃을 바치는구나. 그윽한 새의 잦은 울음은 말을 하소연하는 듯하고, 기이한 꽃은 빛이 찬란하나 이름을 알 수 없구나. 구불구불 이어진 산등성이가 거듭 돌아보고, 굽이굽이 옛길이 곳곳마다 평탄하구나. 참으로 맑고 빈 영롱하고 수려한 땅이요, 장엄한 대각 불가의 집안이로다. 이 행자가 막 산경치를 감상하고 있는데, 문득 누군가 “손오공, 어디서 왔느냐? 어디로 가느냐?”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급히 고개를 돌려 보니 알고 보니 비구니 존자였다. 대성이 예를 갖추며 말했다.
“마침 일이 하나 있어 여래를 뵙고자 하오.” 비구니가 말했다. “이 장난꾸러기 같으니! 여래를 뵙고자 하면서 어찌하여 보찰로 오르지 않고 여기서 산이나 보고 있느냐?” 행자가 “처음 온 귀한 곳이라 감히 그리하였소”라고 말했다. 비구니가 “어서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말했다. 이 행자가 바짝 뒤따라 뇌음사 산문 아래에 이르니, 또 저 팔대금강이 늠름하게 양쪽을 막고 서 있었다. 비구니가 “오공, 잠시 기다리시오. 내 그대를 위하여 들어가 아뢰고 오겠소”라고 말했다. 행자는 하는 수 없이 문 밖에 서서 기다릴 뿐이었다. 그 비구니가 부처님 앞으로 가 두 손을 모으고 아뢰었다. “손오공이 일이 있어 여래를 뵙고자 하옵니다.” 여래가 칙지를 전하여 들이라 하니, 금강이 길을 비켜 통과시켰다. 행자가 머리를 숙여 절을 마치자, 여래가 물었다. “오공, 앞서 듣건대 관음 존자가 그대의 몸을 해탈시켜 불법에 귀의하게 하고, 당승을 보호하여 이곳으로 와 경을 구한다 하였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홀로 여기까지 왔느냐? 무슨 일이 있느냐?” 행자가 머리를 조아려 아뢰었다. “우리 부처님께 아뢰옵나니, 제자가 가르침을 받든 이래 당나라 스승님과 함께 서쪽으로 오다가 금두산 금두동에 이르렀사온데, 사나운 마두 하나를 만났사옵니다. 이름은 시대왕이라 하며 신통이 광대하여 스승님과 사제들을 굴 속으로 잡아들였사옵니다. 제자가 그에게 찾아가 돌려달라 청하였으나 호의가 없어 양편이 서로 겨루었사온데, 그놈이 하얗고 번쩍이는 고리 하나로 내 쇠봉을 빼앗아 갔사옵니다. 나는 그놈이 천장이 범심하여 내려온 것인가 두려워 급히 상계로 올라가 조사하였사온데 찾아내지 못하였사옵니다. 옥황상제의 은혜로 이천왕 부자를 파견하여 돕게 하였사온데, 또 그놈이 태자의 병기 여섯 가지를 빼앗아 갔사옵니다. 또 화덕성군을 청하여 불을 놓아 그놈을 태우게 하였사온데, 또 그놈이 화구를 빼앗아 갔사옵니다. 또 수덕성군을 청하여 물을 놓아 그놈을 빠뜨리게 하였사온데, 조금도 그놈을 빠뜨릴 수 없었사옵니다. 제자가 여러 정신과 기력을 들여 그 쇠봉 등의 물건을 훔쳐 내어 다시 싸움을 걸었사온데, 또 그놈이 앞의 물건을 도로 끼워 가 버려 항복시킬 방도가 없사옵니다. 이 때문에 특별히 우리 부처님께 아뢰오니, 굽어 살피시어 자비를 베푸시어 제자에게 보아 주시옵소서. 과연 무엇이 낳은 물건인지 알게 되면 제가 그놈의 가속과 사린을 잡아 이 마두를 결박하고 제 스승님을 구하겠사옵니다. 두 손 모아 정성을 다하여 바른 과위를 빌며 아뢰옵니다.” 여래가 이 말을 듣고 혜안을 멀리 두루 살펴보아 이미 알아차리고는 행자에게 이르되, “그 요물은 내 비록 알고 있으나 그대에게는 말할 수 없느니라. 이 원숭이 녀석은 입이 헤퍼서, 한 번 내가 말했다고 전해지면 그놈이 그대와 싸우지 않고 틀림없이 영산까지 와서 떠들어 도리어 내게 화를 끼치리라. 내 여기서 법력으로 그대가 그놈을 잡는 것을 돕게 하리라.” 행자가 거듭 절하며 감사하여 “여래께서는 무슨 법력으로 저를 도우시나이까?”라고 말했다. 여래가 즉시 십팔 나한에게 명하여 보배 창고를 열고 금단사 열여덟 알을 꺼내어 오공을 돕게 하였다. 행자가 “금단사가 무엇이옵니까?”라고 말했다. 여래가 이르되, “그대가 굴 밖으로 가서 그 요마를 불러 겨루어 보라. 그놈을 밖으로 유인해 내고는 나한에게 모래를 놓게 하여 그놈을 빠뜨려, 몸도 움직이지 못하고 발도 빼지 못하게 한 뒤, 그대가 마음대로 잡아 때리면 되느니라.” 행자가 웃으며 “묘하외다! 묘하외다! 묘하외다! 어서 일찍 갑시다!”라고 말했다. 그 나한들이 감히 지체하지 않고 즉시 금단사를 가지고 문을 나서니, 행자가 또 여래에게 감사하였다. 가는 길에 헤아려 보니 나한이 열여섯 분뿐이라, 행자가 떠들며 말했다. “이게 어느 곳이라서 사람을 빼돌리시오!” 뭇 나한이 “누가 빼돌렸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본래 열여덟 분을 파견한다 하였거늘, 이제 어찌하여 겨우 열여섯 분뿐이시오?”라고 말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안에서 항룡과 복호 두 존자가 걸어 나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오공, 어찌하여 이다지도 억지를 부리시오? 우리 둘은 뒤에서 여래의 분부를 듣고 있던 것이오.” 행자가 “법을 너무 파는구려! 너무 파는구려! 조금만 늦게 떠들었어도 그대들은 감히 나오지 않았을 게 아니오”라고 말했다. 뭇 나한이 싱글벙글 웃으며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떠났다.
오래지 않아 금두산 경계에 이르렀다. 그 이천왕이 보고는 무리를 거느리고 마중하며 지난 일을 자세히 말했다. 나한이 “자세한 사연은 필요 없으니, 어서 그놈을 불러내라”라고 말했다. 이 대성이 주먹을 쥐고 굴 어귀로 가서 욕하며 말했다. “이놈 요물아, 어서 나와 네 손 외할아버지와 높낮이를 겨루어 보자!” 그 작은 요괴가 또 날듯이 달려가 아뢰었다. 마왕이 노하여 말했다. “이 도적 원숭이가 또 누구를 청하여 날뛰는 것이냐!” 작은 요괴가 “다른 장수는 없사옵고 그놈 홀로이옵니다”라고 아뢰었다. 마왕이 “그 몽둥이는 이미 내가 거두었거늘, 어찌하여 또 홀로 여기까지 왔느냐? 감히 또 권법을 쓰려는 게냐?” 하고는 곧 보배를 지니고 창을 손에 쥐고, 졸개에게 명하여 돌을 치우게 하고는 문을 뛰어나와 욕하며 말했다. “이 도적 원숭이야! 너는 몇 차례나 이득을 보지 못했거늘 마땅히 피해야 하련만, 어찌하여 또 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느냐?” 행자가 말했다. “이놈 요마가 좋고 나쁨을 모르는구나! 네 외할아버지가 오지 않게 하려거든, 네가 항복하고 예를 갖추며 내 스승님과 사제들을 내보내라. 그러면 내 너를 용서하겠다!”
그 요괴가 말했다. “너의 그 중 셋은 이미 내가 깨끗이 씻어 두었으니 오래지 않아 잡아 죽이려 하거늘, 너는 아직도 분별을 모르는구나! 어서 가거라!”
행자가 도살한다는 두 글자를 듣자, 뺨에서 불길이 이는 듯 성이 치밀어 마음속 분노를 누를 수 없어, 자세를 버리고 주먹을 휘두르며 비스듬히 걸어 엇걸음으로 요마를 향해 얼굴을 겨누어 후려쳤다.
그 요괴는 긴 창을 펴고 손을 쳐들어 맞섰다. 행자가 왼쪽으로 뛰고 오른쪽으로 뛰며 그 요마를 꾀어 내니, 요마는 그것이 계략인 줄 모르고 굴 어귀를 떠나 남쪽으로 쫓아왔다. 행자가 즉시 나한에게 외쳐 금단사를 요마를 향해 일제히 내리뿜게 하니, 함께 신통을 드러내는 저 모래여!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안개 같고 연기 같더니 막 흩어져 퍼지며, 분분히 자욱하게 하늘가로 내리는구나. 희뿌연 것이 곳곳에서 사람의 눈을 어지럽히고, 어두컴컴한 것이 날아갈 때는 길을 찾기 어렵구나. 나무하는 나무꾼은 짝을 잃고, 약 캐는 선동은 집을 찾지 못하는구나. 가늘고 고와서 밀가루처럼 가볍게 날리고, 굵고 거칠어서 뒤집히며 깨소금 같은구나.
세상은 몽롱하고 산꼭대기는 어두워지며, 긴 하늘이 흐려져 해가 가리는구나. 시끄러운 먼지가 준마를 따르는 것과 같지 않고, 가볍고 부드러운 것이 향수레를 받치는 것이라 말하기 어렵구나. 이 모래는 본래 무정한 물건이나, 땅을 덮고 하늘을 가려 요괴를 잡는구나. 다만 요마가 정도를 침범하였으므로, 아라한이 법을 받들어 호화를 떨치는구나. 손안에 곧 명주가 나타나니, 삽시간에 눈이 어지러워 꽃이 피는구나. 그 요마는 모래가 날아와 눈을 가리는 것을 보고 머리를 한 번 숙였는데, 발밑이 벌써 석 자 남짓 깊어졌다. 놀란 그가 몸을 한 번 솟구쳐 그 위 한 겹으로 뛰어올랐으나, 미처 발을 붙이기도 전에 잠깐 사이에 또 두 자 남짓 깊어졌다.
그 요괴가 다급해져 발을 빼어 내고는 급히 고리를 꺼내어 위로 한 번 던지며 “걸려라!” 하고 외쳤다.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금단사 열여덟 알을 또 모조리 끼워 가 버리고는, 걸음을 돌려 곧장 본굴로 돌아갔다.
그 나한들이 하나하나 빈손으로 구름 위에 멈춰 섰다. 행자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여러 나한이여, 어찌하여 모래를 내리지 않으시오?” 나한이 “방금 소리 한 번이 나더니 금단사가 보이지 않게 되었소”라고 말했다. 행자가 웃으며 “또 그 물건이 끼워 간 게로구나”라고 말했다. 천왕 등 뭇 신이 “이토록 굴복시키기 어렵다니, 어찌 그놈을 잡을 수 있겠으며, 어느 날에야 하늘로 돌아가 무슨 낯으로 천제를 뵙겠소!”라고 말했다. 곁에 있던 항룡과 복호 두 나한이 행자에게 말했다. “오공, 내 둘이 문을 나설 때 늦어진 까닭을 아시오?” 행자가 “이 늙은 손은 그대들이 피하여 나오지 않는 것만 괴이히 여겼소. 무슨 말씀이 있었는 줄은 몰랐소”라고 말했다. 나한이 말했다. “여래께서 우리 둘에게 분부하시되, 그 요마는 신통이 광대하니 만약 금단사를 잃거든 곧 손오공을 이한천 도솔궁 태상노군에게로 보내어 그 행적을 찾게 하라 하시었소. 그러면 거의 한 번에 잡을 수 있으리이다.” 행자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원통하구나! 원통하구나! 여래께서도 이 늙은 손을 속이셨구나! 그때에 곧 내게 말씀해 주셨더라면 그대들을 멀리까지 오게 하지 않았을 것을!” 이천왕이 “여래께서 이런 밝은 가르침이 계시거든, 대성께서는 마땅히 일찍 떠나시옵소서”라고 말했다.
과연 훌륭한 행자로다. 가자고 말하자마자 근두운 한 줄기를 타고 곧장 남천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마침 사대원수가 주먹을 쥐고 두 손을 모으며 “요괴 잡는 일은 어떠하오?”라고 말했다. 행자가 걸으면서 답했다. “아직이오!
아직이오! 이제 근원을 찾을 곳이 생겼소.” 네 장수가 감히 붙잡아 막지 못하여 그를 천문 안으로 들여보냈는데, 영소전으로 오르지도 않고 두우궁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곧장 삼십삼천 밖 이한천 도솔궁 앞에 이르렀다. 선동 둘이 시립하여 있는 것이 보이나 그는 성명도 통하지 않고 곧장 안으로 걸어가려 하니, 놀란 두 동자가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그대는 누구이기에 어디로 가려 하오?” 행자가 그제야 “나는 제천대성이오. 이 노군을 찾으러 왔소”라고 말했다. 선동이 “그대는 어찌하여 이다지도 거칠고 무례하오? 우선 멈추어 서서 우리가 통보하게 하시오”라고 말했다. 행자는 분별하는 말을 용납하지 않고 큰 소리로 한 번 호통치며 안으로 곧장 걸어 들어갔다. 홀연 노군이 안에서 나오다가 정면으로 마주 부딪쳤다. 행자가 몸을 굽혀 읍하며 “노인장, 오랫동안 뵙지 못하였소”라고 말했다. 노군이 웃으며 “이 원숭이 녀석이 경을 구하러 가지 않고 어찌하여 내게 왔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경을 구하고 경을 구하느라 밤낮으로 쉬지 못하였소. 좀 막히는 일이 있어 여기까지 왔소.” 노군이 “서천 길이 막힌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서천이니 서천이니 하시며 그대는 잠시 말을 마시오. 자취를 찾아내면 그대와 얽어 보겠소.” 노군이 “이곳은 무상선궁이라 무슨 자취를 찾을 수 있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안으로 들어가 눈을 돌리지 않고 동쪽을 보고 서쪽을 살피며 층층의 회랑을 지나가는데, 홀연 저 우사리 곁에서 동자 하나가 졸고 있고 청우는 그 우사에 없었다. 행자가 “노인장, 소가 달아났소! 소가 달아났소!”라고 말했다. 노군이 크게 놀라며 “이 망할 짐승이 언제 달아났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한창 떠드는 사이에 그 동자가 막 깨어나 앞에 꿇으며 아뢰었다. “할아버지, 제자가 잠이 들어 몇 시에 달아났는지 모르겠나이다.” 노군이 욕하며 “이놈이 어찌하여 졸고 있었느냐?”라고 말했다. 동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제자가 단방에서 단약 한 알을 주워 그 자리에서 먹고는 이곳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노군이 말했다. “앞서 날에 단련한 칠반화단인데 한 알이 떨어져 이놈이 주워 먹은 게로구나.
그 단약은 한 알을 먹으면 이레를 자는 것이거늘, 이 망할 짐승이 네가 잠든 틈을 타 지켜보는 이가 없자 곧 기회를 엿보아 하계로 내려갔으니, 오늘이 또한 이레가 되는 날이로다.” 그리고는 무슨 보배를 훔쳐 갔는지 조사하였다. 행자가 “다른 보배는 없사옵고 다만 고리 하나가 있사온데 몹시 사납고 독하옵니다”라고 말했다. 노군이 급히 살펴보니 온갖 물건은 다 있었으되 금강탁만 보이지 않았다. 노군이 “이 짐승이 내 금강탁을 훔쳐 갔구나!”라고 말했다.
행자가 말했다. “본래 이 보배였구려! 그때에 이 늙은 손을 친 것도 이것이었소! 이제 하계에서 날뛰며 우리의 물건을 얼마나 많이 끼워 갔는지 모르오!” 노군이 “이 짐승이 어느 곳에 있느냐?”라고 말했다. 행자가 “지금 금두산 금두동에 살고 있소. 그놈이 내 당승을 잡아들였고 내 여의봉을 빼앗았소. 천병을 청하여 도움을 받았으나 또 태자의 신병을 빼앗겼소. 화덕성군을 청하였으나 또 그의 화구를 빼앗겼소. 오직 수백은 그놈을 빠뜨려 죽이지는 못하였으나 도리어 물건을 빼앗기지는 않았소. 마침내 여래를 청하여 나한이 모래를 내리게 하였으나 또 금단사를 빼앗겼소. 이런 노인장이 괴물을 놓아 주어 사람을 다치게 하고 물건을 빼앗게 하였으니 무슨 죄를 마땅히 받아야 하겠소?” 노군이 말했다. “내 그 금강탁은 내가 함곡관을 지나며 호인을 교화하던 그릇이요, 어려서부터 단련하여 이룬 보배니라. 무슨 병기이든 물과 불이건 모두 그것에 가까이할 수 없느니라. 다만 내 파초선까지 훔쳐 갔더라면 나도 그놈을 어찌할 수 없었으리라.”
대성이 그제야 기뻐하며 노군을 따라나섰다. 노군이 파초선을 들고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함께 길을 나서 선궁을 나와 남천문 밖에서 구름머리를 낮추어 곧장 금두산 경계에 이르니, 십팔 나한과 뇌공과 수백과 화덕과 이천왕 부자가 보였다. 노군이 지난 일을 한 번 자세히 말했다. 노군이 “손오공이 또 가서 그놈을 유인해 내면 내가 거두겠느니라”라고 말했다. 이 행자가 봉우리에서 뛰어내려 또 목청을 높여 욕했다. “북쪽의 이놈 짐승아, 어서 일찍 나와 죽음을 받아라!” 그 작은 요괴가 또 가서 알리니, 늙은 마왕이 “이 도적 원숭이가 또 누구를 청해 온 것인고?” 하고는 급히 창을 쥐고 보배를 들어 문을 나서 맞았다. 행자가 욕하며 말했다. “이놈 요마야, 이번에는 틀림없이 죽은 목숨이로다! 달아나지 말고 내 손바닥을 받아라!” 급히 몸을 솟구쳐 정면으로 뛰어들어 뺨을 후려치고는 고개를 돌려 달아났다. 그 요마가 창을 휘두르며 쫓아오는데, 다만 높은 봉우리 위에서 “그 소야, 어찌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어느 날을 기다리느냐?”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요마가 머리를 들어 보니 태상노군이라, 놀라 간담이 서늘해지며 말했다. “이 도적 원숭이가 참으로 굴 속의 귀신이로구나!
그런데 어찌하여 내 주인을 찾아내었단 말이냐?” 노군이 주문을 외우고 부채로 한 번 부치니, 그 요괴가 고리를 던져 오는 것을 노군이 한 손으로 받아 쥐었고, 또 한 번 부치자 그 요물은 기운이 풀리고 힘줄이 풀려 본모습이 드러났으니, 본래 청우 한 마리였다. 노군이 금강탁에 선기 한 입김을 불어넣어 그 요괴의 코를 꿰고 도포 띠를 풀어 고리에 매어 손에 쥐었다. 이로써 오늘날까지 소 코를 꿰는 고삐가 남게 되었으니, 또 빈랑이라 이름하는 것도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노군이 뭇 신에게 작별하고 청우 등에 올라타 채운을 타고 곧장 도솔원으로 돌아가, 요괴를 결박한 채 이한천으로 높이 올라갔다. 손대성이 그제야 천왕 등 무리와 함께 굴 속으로 쳐들어가 그 백여 명의 졸개 요괴를 모조리 때려 죽이고, 각자 병기를 찾아 천왕 부자에게 감사하며 하늘로 돌려보내고, 뇌공은 부로 돌아가고 화덕은 궁으로 돌아가고 수백은 강으로 돌아가고 나한은 서쪽으로 갔다. 그런 뒤에야 당승과 저팔계와 사승을 풀어 주고 쇠봉을 들고 나왔다. 그 세 사람이 또 행자에게 감사하고 말과 행장을 수습하여, 사도가 굴을 떠나 큰길을 찾아 비로소 길을 떠났다.
한창 가고 있는데, 문득 길가에서 “당성승이여, 공양밥을 들고 가시오”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장로는 마음이 놀랐다.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