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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 제53회 선주탄찬회귀잉(禪主呑餐懷鬼孕) · 황파운수해사태(黃婆運水解邪胎)

덕행은 팔백을 닦아야 하고 음공은 모름지기 삼천을 쌓아야 하느니라. 물아와 친원을 두루 평등하게 하여야 비로소 서천의 본래 서원에 들어맞느니라. 요마의 무소는 칼과 창 앞에서도 꺾이지 않고, 수화의 헛된 수고에도 허물이 없으며, 노군이 항복받고는 도리어 하늘로 올라가니, 웃으며 청우를 끌어 돌이키는구나.

말하자면, 저 큰길 곁에서 소리쳐 부르던 자는 누구이던가? 바로 금두산의 산신과 토지신이라, 자금발우를 두 손에 받쳐 들고 외쳐 말했다. “성승이시여, 이 발우의 밥은 손대성이 좋은 곳에서 빌어 온 것이옵니다. 그대들이 좋은 말을 듣지 않고 요마의 손에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대성으로 하여금 온갖 고초를 겪게 하였거늘, 오늘에야 비로소 구해 내었나이다. 우선 와서 밥을 들고 나서 길을 떠나소서. 손대성의 한결같은 공손하고 효성스러운 마음을 저버리지 마옵소서.”

삼장법사가 말했다. “제자야, 만 갈래로 네게 빚을 졌구나! 말로 사례하기가 다함이 없구나! 진작 그 원의 자국 밖으로 나가지 않았더라면 어찌 이런 살신의 화가 있었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께 숨기고 아뢰지 않겠나이다. 다만 스승님께서 내 원을 믿지 않으신 탓에 도리어 스승님께서 남의 원을 받으셨소. 얼마나 많은 고초였는지, 탄식할 만하오! 탄식할 만하오!” 저팔계가 말했다. “어찌 또 원이 있다는 게요?” 행자가 말했다. “모두 너 이 죽일 놈의 입과 혀를 가진 무딘 놈 탓이로구나! 스승님을 이 한바탕 큰 난리에 빠뜨려 놓아, 이 늙은 손이 하늘을 뒤집고 땅을 엎으며 천병과 수화와 부처님의 단사를 청하였건만, 모두 그놈이 희고 으스스한 원 하나를 써서 뒤집어씌워 가 버렸소. 여래께서 나한에게 넌지시 일러 주시어 이 늙은 손에게 그 요괴의 근원을 말하게 하였기에 비로소 노군을 청하여 항복받았는데, 알고 보니 청우가 괴물을 부린 것이었소.” 삼장법사가 그 말을 듣고 감격이 다함이 없어 말했다. “어진 제자야, 이번에 이를 겪었으니 다음에는 정녕 네 분부를 따르리라.” 이에 그 네 사람이 그 밥을 나누어 먹었는데, 그 밥은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었다. 행자가 말했다. “이 밥은 꽤 오래되었거늘 어찌 아직도 뜨거우냐?” 토지신이 꿇어앉으며 말했다. “소신이 대성께서 공을 마치심을 알고서야 비로소 데워 가지고 와 모시었나이다.” 잠시 뒤 밥을 마치고 발우를 거두어 산신과 토지신에게 작별하였다.

그 스승님이 비로소 안장을 잡고 말에 올라 높은 산을 넘었다. 참으로 이러하니, 사려를 씻고 마음을 씻어 바른 깨달음에 귀의하고, 바람을 먹고 물에서 자며 서쪽으로 가는구나. 오래도록 걸어 가니 또 이른 봄철이라, 이런저런 소리를 들었는데, 자줏빛 제비는 지저귀고 꾀꼬리는 곱게 우누나. 자줏빛 제비 지저귀니 향기로운 부리에 피로가 깃들고, 꾀꼬리 곱게 울어 교묘한 가락이 잦구나. 땅에 가득 떨어진 붉은 꽃은 비단을 펼친 듯하고, 산에 두루 돋아난 푸름은 자리를 포개 쌓은 듯하구나. 고개 위 청매는 콩을 맺고, 벼랑 앞 늙은 잣나무는 구름을 머금었구나. 들이 촉촉하니 안개 빛이 옅고, 모래가 따뜻하니 햇빛이 붉게 물드는구나. 몇몇 동산의 꽃은 꽃술을 터뜨리고, 양기가 대지에 돌아오니 버들싹이 새롭구나. 바로 가고 있는데, 홀연 작은 강 하나를 만났으니, 맑고 또 맑은 푸른 물이요, 잔잔하면서도 찬 물결이었더라. 당장로가 말을 세우고 바라보니, 강 저편에 버들 그늘이 푸르게 드리워져 있고 초가집 몇 채가 살짝 비치는 것이 보였다. 행자가 멀리 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있는 인가는 필시 나루를 놓는 집이오.” 삼장법사가 말했다. “나도 저쪽이 이와 비슷해 보이기는 하나 배가 보이지 않으니 감히 입을 열지 못하였노라.” 저팔계가 행장을 내려놓고 목청을 돋우어 크게 소리쳤다. “사공!”

“배 저어 이리 오너라!” 몇 번을 연달아 부르니, 문득 그 버들 그늘 속에서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배 한 척이 저어 나왔다. 오래지 않아 이쪽 언덕 가까이 다가왔다. 사도가 그 배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짧은 노는 물결을 가르고 가벼운 삿대는 파도를 타며, 배 안은 기름칠하여 채색이 곱고 뱃전 널빤지는 창고를 가득 메웠구나. 뱃머리에는 쇠밧줄이 둥지를 틀고, 배 뒤편 키집은 환하게 빛나는구나. 비록 갈대 한 포기처럼 작은 배로되 호수에 띄우고 바다에 띄운 것에 못지않구나. 비단 밧줄과 상아 돛대는 없다 하나 참으로 소나무 말뚝과 계수나무 노를 갖추었구나. 진실로 만 리를 가는 신선의 배에는 미치지 못하되 참으로 한 강을 건너기에는 넉넉하구나. 오고 감이 다만 두 언덕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들고 남이 옛 나루터를 벗어나지 않는구나. 그 배가 잠시 뒤 언덕에 닿자 사공 하나가 외쳐 말했다. “강 건너려는 이, 이리로 오시오.” 삼장법사가 말을 몰아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그 사공의 모습이 어떠하던가. 머리에는 비단 융단 수건을 둘렀고 발에는 검은 명주 신을 신었으며, 몸에는 백 조각을 이어 댄 솜 바지를 입고 허리에는 천 바늘을 박은 저고리와 치마를 두른 삼베 차림이더라. 손목은 가죽이 거칠고 힘줄이 억세며, 눈이 흐릿하고 눈썹이 찌푸려져 얼굴이 쇠잔해 보이더라. 목소리는 꾀꼬리처럼 가늘고 고와 가까이서 보니 바로 늙은 아낙이었더라. 행자가 배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당신이 사공이오?” 그 부인이 말했다.

“그러하오.” 행자가 말했다. “사공 영감은 어찌 안 계시고 도리어 사공 아낙이 배를 젓는 게요?” 그 부인은 빙긋이 웃으며 대답하지 않고 손으로 널빤지를 끌어 올렸다. 사승이 행장을 메고 올라가고 행자가 스승님을 부축해 널빤지를 건넌 뒤에야 배가 나란히 다가왔으며, 저팔계가 백마를 끌어 올리고 널빤지를 거두었다. 그 부인이 배를 밀어 내고 노를 저어 삽시간에 강을 건넜다.

서쪽 언덕에 올라서자 장로가 사승에게 보따리를 풀라 하여 엽전 몇 닢을 꺼내 그에게 주었다. 그 부인은 많고 적음을 더 따지지도 않고 밧줄을 물가 말뚝에 매어 둔 채 싱글벙글 웃으며 곧장 농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삼장법사가 그 물이 맑은 것을 보고 갑자기 목이 말라 저팔계에게 분부했다. “발우를 가져다 물을 좀 떠 오너라. 내가 마시겠다.”

그 얼간이가 말했다. “나도 좀 마시고 싶었소.” 곧 발우를 가져다 한 그릇을 떠서 스승님께 드렸다. 스승님께서 절반 조금 못 되게 드시고 절반 남짓이 남았는데, 얼간이가 받아 들고 단숨에 들이켜 비우고는 삼장법사가 말에 오르도록 모셨다. 사도가 길을 찾아 서쪽으로 가는데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그 장로가 말 위에서 신음하며 말했다. “배가 아프구나!” 저팔계가 뒤따르며 말했다. “나도 배가 좀 아프단 말이야.” 사승이 말했다. “찬물을 마셔서 그런 게 아니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스승님이 소리를 내어 말했다. “몹시 아프구나!” 저팔계도 말했다. “나도 몹시 아프단 말이야!” 그 두 사람은 아픔을 견디지 못하여 점점 배가 불러 왔다. 손으로 만져 보니 핏덩어리와 살점 같은 것이 있어 끊임없이 꿈틀꿈틀 마구 움직였다. 삼장법사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데, 홀연 길가에 농가 하나가 보였고 나뭇가지 끝에 짚으로 만든 표지 두 개가 걸려 있었다.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잘되었소. 저기는 술 파는 집이오. 우리 먼저 가서 더운 국을 좀 빌어 스승님께 올리고, 약 파는 이가 있는지 물어 약 한 첩을 얻어 스승님의 배앓이를 고쳐 보겠소.” 삼장법사가 그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백마를 채찍질하여 오래지 않아 그 농가 어귀에 이르러 말에서 내렸다. 그런데 문 밖에 늙은 할멈 하나가 짚방석 위에 단정히 앉아 삼을 잦고 있었다. 행자가 앞으로 나아가 합장하고 문안하며 말했다. “할머니, 빈승은 동토 대당에서 온 자옵고 우리 스승님께서는 당나라 폐하의 의동생이시오니다. 강을 건너다가 강물을 마셨는데 배가 아프시옵니다.” 그 할멈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너희가 저 강에서 물을 마셨느냐?” 행자가 말했다. “이 동쪽에 있는 맑은 강에서 마셨나이다.” 그 할멈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구나! 재미있구나! 너희 모두 들어오너라. 내 자세히 말해 주마.”
행자가 곧 당승을 부축하고 사승이 곧 저팔계를 부축하니, 두 사람은 연신 신음 소리를 내며 배를 불쑥 내밀고 걸어가되 하나같이 아픔에 얼굴이 누렇게 뜨고 눈썹이 찌푸려져 초가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행자가 다만 외쳐 말했다. “할머니, 부디 더운 국을 끓여 우리 스승님께 올리게 하시고, 우리가 사례하겠나이다.” 그 할멈은 국을 끓일 생각은 않고 히히 웃으며 뒤편으로 달려가 소리쳐 말했다. “너희들 와 보아라! 너희들 와 보아라!” 그 안에서 신발을 질질 끄는 소리가 나더니, 또 늙지도 젊지도 않은 부인 두세 명이 걸어 나와 모두 당승을 향해 웃음을 터뜨렸다. 행자가 크게 노하여 한 차례 호통치고 이를 드러내어 보이니, 그 집 사람이 놀라 비틀비틀 넘어질 듯하며 뒤로 물러났다. 행자가 앞으로 나아가 그 늙은 부인을 붙잡고 말했다. “어서 일찍 국을 끓이라! 그러면 내 너를 용서하마!” 그 노파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나리, 저더러 국을 끓이라 하셔도 소용이 없사옵고, 그 두 분의 배앓이도 고치지 못하나이다. 저를 놓아 주시옵소서. 제가 아뢰겠나이다.” 행자가 그를 놓아 주자 그가 말했다. “이곳은 바로 서량여국이옵니다. 우리 이 나라는 모두가 여자요 남자는 조금도 없사오니, 그런 까닭에 그대들을 보고 기뻐한 것이옵니다. 그대 스승님께서 잡수신 그 물이 잘못되었나이다. 그 강은 이름하여 자모하라 하옵고, 우리 국왕의 성 밖에는 또 영양관역이 하나 있사오며 그 역 문밖에는 조태천이 하나 있나이다. 이곳 사람은 무릇 나이 스무 살이 넘어야만 감히 그 강물로 가서 물을 마시나이다. 물을 마시고 나면 배가 아프며 아이를 가지게 되나이다. 사흘이 지나면 그 영양관 조태수 가에 가서 몸을 비추어 보나이다. 비추어 보아 그림자가 둘로 나타나면 곧 아이를 낳는 것이옵니다. 그대 스승께서 자모하의 물을 잡수셨으니 이로써 태기가 맺혀 머지않아 아이를 낳으실 터인데, 더운 국이 어찌 고칠 수 있사옵니까?” 삼장법사가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라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 “제자야! 이 지경이니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저팔계가 허리를 비틀고 다리를 벌리며 끙끙거렸다. “할아버지야! 아이를 낳아야 한다니 우리는 남잔데 어디다가 산문을 내겠단 말이냐! 어떻게 나온단 말이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외가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 하였소. 그때가 되면 틀림없이 옆구리 밑에 구멍 하나가 터져 그리로 기어 나올 것이오.” 저팔계가 그 말을 듣고 부들부들 떨며 아픔을 견디지 못해 말했다. “망했다 망했다! 죽었다 죽었다!” 사승이 웃으며 말했다. “둘째 형님, 비틀지 마시오! 잘못하여 아이 배는 자리가 어긋나면 태전병이 될까 두렵소.” 그 얼간이는 더욱 당황하여 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고는 행자를 붙잡으며 말했다. “형님! 이 할머니께 여쭈어 손이 가벼운 산파 할멈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시어 미리 몇 명 불러 두시구려. 이 한참 동안 진통이 점점 심해지니 산고가 시작된 게 틀림없단 말이야.”

“얼마 남지 않았어! 얼마 남지 않았어!” 사승이 또 웃으며 말했다. “둘째 형님, 진통이 온 줄 이미 아시거든 몸을 비틀지 마시오. 자칫하면 양수주머니가 터질까 두렵소.” 삼장법사가 신음하며 말했다. “할머니, 이곳에 의원이 있소? 내 제자에게 낙태약 한 첩을 사 오라 하여 태기를 내려 보내고 싶소.” 그 노파가 말했다. “약이 있다 한들 또한 소용이 없나이다. 다만 우리 이곳 정남쪽 거리에 해양산이 하나 있고, 산중에 파아동이 하나 있으며, 그 굴에 낙태천이라는 샘이 하나 있나이다. 모름지기 그 우물의 물을 한 모금 마셔야만 비로소 태기가 풀리나이다.

그러나 이제는 물을 길을 수 없나이다. 지난해에 도인 하나가 와서 스스로 여의진선이라 일컫고는 그 파아동을 취선암으로 고쳐 놓고 낙태천 물을 지켜 두고는 사람들에게 선선히 베풀어 주려 하지 않나이다. 다만 물을 구하려는 자는 모름지기 꽃과 비단, 표문과 예물, 양과 술, 과일 쟁반을 정성껏 바치고 절하여 청하여야만 겨우 그에게서 물 한 그릇을 얻을 수 있나이다. 그대들 같은 걸식하는 중들이 어찌 그런 많은 재물을 장만할 수 있사오리까? 다만 목숨을 버티며 때를 기다려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나이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가득 기뻐하며 말했다. “할머니, 여기서 그 해양산까지 얼마나 되는 길이오?” 그 할멈이 말했다. “삼십 리 되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좋소! 좋소! 스승님, 염려 마소서. 이 늙은 손이 물을 길어 오게 하여 스승님께 올리겠소.”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사승에게 분부하여 말했다. “너는 스승님을 잘 지켜보고 있거라. 만약 이 집안이 무례하게 스승님을 속여 넘기려 하거든, 너는 옛날의 수단을 내어 호랑이로 변해 그들을 겁주어라. 내가 물을 길어 오는 동안이다.” 사승이 명을 받들었는데, 그 노파가 질그릇 큰 발우 하나를 받쳐 내어 행자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 사발을 가져가시오. 부디 많이 길어 오시어 우리에게도 급할 때 쓰도록 남겨 주시구려.” 행자가 참으로 그 질그릇을 받아 들고 초가를 나서 구름을 타고 가 버렸다. 그제야 그 노파가 허공을 향해 절하며 말했다. “나리셔! 이 중이 구름을 타는구려!” 그리고는 안으로 들어가 그 부인 몇을 불러 내어 당승을 향해 머리를 조아려 절하며 모두 나한보살이라 불렀고, 한편에서는 국을 끓이고 밥을 장만하여 당승을 받들어 모셨으니 더 말하지 않겠다.

한편 그 손대성이 근두운을 타고 올라가니 잠시 뒤에 산머리 하나가 구름 끝을 가로막는 것이 보였다. 곧 구름빛을 낮추고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니, 좋은 산이로다! 보라, 저 그윽한 꽃은 비단을 펼치고 들풀은 쪽빛을 깔았구나. 골짜기 물은 서로 이어져 흐르고 시냇가 구름이 한결같이 한가하구나. 겹겹의 골짜기에는 등나무와 담쟁이가 빽빽하고, 아득한 봉우리에는 수목이 무성하구나. 새는 울고 기러기는 날아가며, 사슴은 물을 마시고 원숭이는 기어오르는구나. 푸른 산은 병풍과 장벽 같고, 푸른 벼랑은 쪽 올린 머리 같구나. 흙먼지가 자욱하여 참으로 이르기 어렵고, 샘과 돌에서 졸졸 흐르는 물은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구나. 선동이 약을 캐러 가는 것을 늘 볼 수 있고, 나무꾼이 지게를 지고 돌아오는 것을 늘 만나는구나. 과연 천태의 경치에 못지않고, 세 봉우리 서화산보다도 나으리라! 이 대성이 그 산의 경치를 아직 다 감상하지 못하고 있는데, 또 그늘진 곳에 장원 하나가 보이고 문득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성이 산을 내려가 곧장 그 집으로 가니 또한 좋은 곳이라, 보라, 작은 다리는 흐르는 물에 통하고 초가집은 푸른 산에 기대었구나. 마을 개가 울타리 곁에서 짖고, 그윽한 이가 스스로 오고 가는구나.

오래지 않아 문 앞에 이르러 보니 늙은 도인 하나가 푸른 잔디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아 있었다. 대성이 질그릇을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가 문안하자, 그 도인이 몸을 굽혀 답례하며 말했다. “어느 방면에서 오신 분이오? 이 작은 암자에 무슨 용건이시오?” 행자가 말했다. “빈승은 동토 대당의 흠차로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자옵니다. 우리 스승님께서 잘못하여 자모하의 물을 드셨는데, 이제 배가 아프고 부어오름을 견디지 못하시나이다.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태기가 맺힌 것이라 하며 고칠 방도가 없다 하였나이다. 해양산 파아동에 낙태천이 있어 태기를 풀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기에, 이에 특별히 여의진선을 찾아뵙고 샘물을 조금 얻어 스승님을 구하고자 하오니, 번거로우시나 노도장께서 안내하여 주시옵소서.” 그 도인이 웃으며 말했다. “이곳이 바로 파아동이오. 지금은 취선암으로 고쳐졌소.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여의진선 도사님의 큰 제자요. 그대는 무슨 이름이라 하오?

“내 그대를 위하여 통보해 주겠소.” 행자가 말했다. “나는 당삼장 법사의 큰 제자요, 천한 이름은 손오공이라 하오.”

그 도인이 물어 말했다. “그대의 꽃과 비단, 술과 예물은 모두 어디 있소?” 행자가 말했다.

“나는 길을 가다 들르는 걸식승이라 장만해 오지 못하였소.” 도인이 웃으며 말했다. “참으로 어리석구려! 내 스승 도사께서는 산샘을 지키시며 일찍이 남에게 거저 주신 적이 없소. 그대가 돌아가 예물을 장만해 오시오. 그러면 내 통보해 주겠소. 그렇지 않거든 돌아가시오. 바라지도 마시오! 바라지도 마시오!” 행자가 말했다. “인정이 성지보다 크다 하였소. 그대가 가서 이 늙은 손의 이름을 아뢰면, 그분은 필시 인정을 베풀 터이니, 혹 우물째 내게 주실는지도 모르오.”

그 도인이 이 말을 듣고 하는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가 통보하려 하니, 그 진선이 거문고를 뜯고 있는지라 그가 거문고 소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그제야 말했다. “스승님, 밖에 중 하나가 있어 스스로 당삼장의 큰 제자 손오공이라 일컫고는 낙태천의 물을 구하여 제 스승을 구하고자 하옵니다.” 그 진선은 듣지 않았다면 그만이려니와, 일단 오공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곧 마음속에서 노기가 솟고 담 곁에서 악심이 생겨, 급히 몸을 일으켜 거문고 자리에서 내려와 흰 도포를 벗고 도복으로 갈아입고는 여의 갈고리 하나를 들어 쥐고 암자 문을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손오공 어디 있느냐?” 행자가 머리를 돌려 그 진선의 차림새를 바라보니, 머리에는 별무늬 관을 썼는데 채색이 나부끼듯 화려하고, 몸에는 금실을 수놓은 붉은 법의를 입었으며, 발에는 구름무늬 신을 신었는데 수가 포개진 듯 곱고, 허리에는 보옥 띠를 둘렀는데 영롱하게 감겼더라. 비단을 수놓은 물결무늬 버선 한 켤레에 치마자락이 반쯤 드러나며 수놓은 솜이 번쩍이고, 손에는 쇠로 된 여의 갈고리를 들었으되 자루는 길고 끝은 예리하여 구렁이 같더라. 봉황 같은 눈은 밝게 빛나고 눈썹은 치켜섰으며 강철 같은 이는 날카롭고 입술은 붉게 뒤집혔고, 턱 아래 수염은 맹렬한 불처럼 휘날리며 귀밑머리는 붉고 짧고 헝클어졌더라. 생김새가 사납기는 온원수와 같으되 다만 의관만은 같지 않더라. 행자가 보고는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말했다. “빈승이 바로 손오공이옵니다.” 그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그대가 참으로 손오공이냐, 아니면 이름을 속이고 성을 빌린 자이냐?” 행자가 말했다. “선생께서 하시는 말씀을 보시오. 늘 하는 말에, 군자는 가면서도 이름을 고치지 않고 앉아서도 성을 고치지 않는다 하였소. 내가 바로 오공이거늘 어찌 속여 사칭하는 이치가 있겠소?” 선생이 말했다.

“그대는 나를 알아보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나는 석가의 문하로 돌아와 승의 가르침을 받든 이래, 이 동안 산을 오르고 물을 건너느라 내 어릴 적 벗들조차 모두 소원해져 찾아뵙지 못하였으니 존안을 뵐 기회가 적었나이다.

방금 자모하 서쪽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그들이 선생께서 바로 여의진선이시라 하기에 이에 알게 되었나이다.”

그 선생이 말했다. “너는 네 길을 가고 나는 내 참됨을 닦거늘, 네가 어쩌자고 나를 찾아왔느냐?” 행자가 말했다. “우리 스승님께서 잘못하여 자모하의 물을 드시고 배가 아파 아이를 배셨기에, 특별히 선관을 찾아뵙고 낙태천 물 한 그릇을 얻어 스승님의 어려움을 풀어 보고자 하나이다.” 그 선생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네 스승이 바로 당삼장이더냐?”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오, 그러하오.” 선생이 이를 갈며 한스럽게 말했다. “너희가 일찍이 성영대왕을 만난 적이 있느냐?” 행자가 말했다. “그는 호산 고송간 화운동의 홍해아 요괴의 별호이거늘, 진선께서는 어찌하여 그를 물으시나이까?” 선생이 말했다. “그는 내 사촌 조카이니라. 나는 곧 우마왕의 아우로다. 지난번에 형님 되는 이가 편지를 보내어 내게 알리기를, 당삼장의 큰 제자 손오공이 몹시 괴팍하여 그를 해쳤다 하더라. 나는 여기서 너를 찾아 원수를 갚을 길이 없던 참인데, 네가 도리어 나를 찾아왔으니 무슨 물을 내어 주겠느냐!” 행자가 웃는 낯으로 말했다. “선생께서 잘못 아셨소. 선생의 형님도 일찍이 나와 벗이 되어 주셨고 어린 시절에도 일곱 형제를 맺어 절하였소. 다만 선생의 존부를 알지 못해 찾아뵙지 못한 것뿐이오. 지금 조카께서는 좋은 곳을 얻어 관음보살을 따라 선재동자가 되셨으니 우리보다도 나으시거늘, 어찌 도리어 나를 원망하시나이까?” 선생이 호통치며 말했다. “이 건방진 원숭이 놈! 아직도 교묘한 혀를 놀리느냐! 내 조카가 스스로 왕 노릇 하던 것이 좋으냐, 남의 종이 된 것이 좋으냐! 무례하게 굴지 말라! 내 이 갈고리를 받아라!” 대성이 쇠몽둥이를 들어 막으며 말했다. “선생은 때린다는 말씀을 거두시고 우선 샘물이나 좀 내주시구려.” 그 선생이 욕하며 말했다. “이 원숭이 놈! 죽고 사는 것도 모르는구나! 만약 세 합에 나를 당해 내면 네게 물을 주려니와, 당해 내지 못하면 너를 고기장으로 다져 내 조카의 원수를 갚으리라.” 대성이 욕하며 말했다. “이 분별도 모를 요망한 놈! 굳이 치려거든 올라와 내 몽둥이를 받아라!” 그 선생이 여의 갈고리를 들고 손을 비껴 맞받았다. 두 사람이 취선암에서 벌인 싸움이 참으로 대단하더라. 성승이 잘못하여 태기를 맺는 물을 들었고, 행자가 여의선을 찾아왔으나, 그 진선이 본래 요괴인 줄을 어찌 알았으랴. 힘을 믿고 낙태천을 지켜 두었는데, 서로 만나자 옛 원한을 따지고 들며 다투어 결코 순순히 넘겨 주려 하지 않는구나. 말이 오가며 근심이 쌓이고, 마음이 사나워지며 정이 흉포해져 원수를 갚으려 하는구나. 이쪽은 스승의 목숨이 위태로워 물을 구하러 왔고, 저쪽은 조카가 망한 일로 몸을 아끼며 샘물을 내주지 않는구나. 여의 갈고리는 전갈의 독보다 세고, 금고봉은 용이 솟구치는 듯 사납구나. 가슴을 향해 함부로 찔러 위풍을 떨치고, 발을 노려 비스듬히 걸어 묘한 변화를 펴는구나. 감춘 손에서 나온 몽둥이는 상처 난 곳을 무겁게 내리고, 어깨를 넘긴 갈고리는 머리 가까이로 채찍질하는구나. 허리를 겨눈 몽둥이 한 방은 매가 참새를 쥔 듯하고, 정수리를 내리누른 갈고리 석 번은 사마귀가 매미를 노린 듯하구나. 오락가락하며 승부를 다투고 되풀이하며 두어 차례 오가는구나. 갈고리가 휘감고 몽둥이가 내리쳐 앞뒤가 갈리지 않으니, 승패가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없구나. 그 선생이 대성과 열 몇 합을 싸웠으나 대성을 당해 낼 수 없었다. 이 대성이 더욱 맹렬해져 쇠몽둥이 하나가 굴러가는 별똥처럼 마구 머리를 내리치니, 선생은 기력이 꺾여 여의 갈고리를 거꾸로 끌며 산 위로 달아났다.

대성이 그를 뒤쫓지 않고 도로 암자 안으로 들어가 물을 찾으려 하니, 그 도인이 벌써 암자 문을 닫아 걸어 두었다.

대성이 질그릇 발우를 들고 문 앞까지 달려가 있는 힘을 다해 한 번 걷어차니 암자 문이 깨져 그대로 뛰어들어 갔다. 그 도인이 우물 난간에 엎드려 있는 것이 보이는데, 대성이 한 차례 호통치며 몽둥이를 들어 치려 하자 그 도인은 뒤쪽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제야 두레박을 찾아내어 막 물을 퍼 올리려 하는데, 또 그 선생이 앞쪽까지 달려와 여의 갈고리로 대성의 발을 걸어 한 번 넘어뜨려 낯이 땅에 박히게 하였다. 대성이 일어나 쇠몽둥이를 들어 치려 하니 그는 곁으로 피하며 갈고리를 쥐고 섰다. “네가 내 물을 길어 갈 수 있나 보아라!” 대성이 욕하며 말했다. “올라오너라! 올라오너라! 내 너 이 요망한 놈을 때려 죽이리라!” 그 선생은 앞으로 나아가 맞서지도 않고 다만 막아 서서 대성이 물을 퍼 올리지 못하게만 하였다. 대성이 그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는 왼손으로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오른손으로 두레박을 들어 밧줄을 덜컹덜컹 내려보냈다. 그가 또 갈고리를 휘두르러 왔다. 대성이 한 손으로는 버티지 못하여 또 그의 갈고리에 발이 걸려 한 번 끌려 넘어지며 두레박 줄까지 함께 딸려 우물 속으로 떨어졌다. 대성이 말했다. “이놈이 참으로 무례하구나!” 일어나 두 손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마구 위쪽으로 쳐 올라가니, 그 선생은 도로 달아나며 감히 맞서지 못하였다. 대성이 또 물을 길으러 가려 하나 두레박이 없거니와 또 갈고리에 걸려 넘어질까 두려워 마음속으로 은근히 생각했다. “가서 조수 하나를 불러 오자!”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구름머리를 돌려 곧장 농가 문 앞에 이르러 한 차례 불렀다. “사승!” 그 안에서는 삼장법사가 아픔을 참으며 신음하고 저팔계가 끙끙거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는데, 그 부르는 소리를 듣고 두 사람이 기뻐하며 말했다.

“사승아, 오공이 왔구나.” 사승이 급히 문을 나서며 맞이하여 말했다. “큰형님, 물을 길어 오셨소?” 대성이 문 안으로 들어가 당승에게 지난 일을 자세히 아뢰니, 삼장법사가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제자야, 이 지경이니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대성이 말했다. “제가 사제를 불러 함께 가려 하옵니다. 그 암자 곁에 이르면 이 늙은 손이 그놈과 맞서 싸우는 사이에 사승으로 하여금 기회를 타 물을 길어 오게 하여 스승님을 구하게 하겠나이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너희 병 없는 둘이 다 가 버리고 병든 우리 둘을 남겨 두면 누가 모시란 말이냐?” 그 늙은 할멈이 곁에서 말했다.

“늙은 나한이시여, 마음 놓으시고 그대 제자는 필요치 않나이다. 우리 집에서 자연히 살피어 모시겠나이다. 그대들이 아침에 오셨을 때 우리 진실로 가련히 여기는 마음이 있었사오나, 방금 저 보살이 구름을 타고 오고 안개를 타고 가는 것을 보고서야 그대들이 나한보살이심을 알았나이다. 우리 집에서는 결코 다시 그대들을 해치려 하지 않나이다.” 행자가 퉁 하고 한마디 내뱉었다. “너희 같은 여편네들이 감히 누구를 해치겠느냐?” 그 노파가 웃으며 말했다. “나리셔, 그대들이야말로 복이 있어 우리 집으로 오셨나이다! 둘째 집으로 가셨더라면 그대들도 온전한 몸이 되지 못하셨을 게옵니다!” 저팔계가 끙끙거리며 말했다. “온전치 못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그 할멈이 말했다. “우리 집 식구 네댓 명이 모두 나이가 좀 있는지라 그 풍월사를 모조리 끊어 버렸으므로 그런 까닭에 그대들을 해치려 하지 않는 게옵니다. 만약 둘째 집으로 가셨더라면 늙은이와 아이가 많고 무리가 크거늘, 저 어린 사람들 가운데 누가 그대들을 놓아 주려 하겠나이까! 곧 그대들과 정을 통하고자 할 게옵니다. 만약에 따르지 않으시면 그대들의 목숨을 해치고 몸뚱이의 살을 모조리 베어 향낭을 만들어 버릴 게옵니다.” 저팔계가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절대 무사할 게요. 그들은 모두 향기로운 이들이니 향낭 만들기에는 좋겠지만, 나는 누린내 나는 돼지라 살을 베어 간다 해도 또한 누린내가 날 터이니 그런 까닭에 무사할 수 있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넌 입을 놀리지 말고 힘을 아끼거라. 해산을 잘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 할멈이 말했다. “머뭇거릴 것 없이 어서 물을 구하러 가시구려.” 행자가 말했다. “댁에 두레박이 있소? 하나 빌려 쓰겠소.” 그 노파가 곧 뒤편으로 가 두레박 하나를 꺼내고 밧줄 한 가닥을 또 뭉쳐 사승에게 건네주었다. 사승이 말했다.

“밧줄을 두 가닥 가져가시오. 혹시라도 우물이 깊어 쓸 일이 있을까 하옵니다.” 사승이 두레박과 밧줄을 받아 들고 곧 대성을 따라 농가를 나서 함께 구름을 타고 갔다.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곧 해양산 경계에 이르러 구름머리를 내리고 곧장 암자 밖으로 갔다. 대성이 사승에게 분부하여 말했다. “너는 두레박과 밧줄을 들고 한쪽에 숨어 있거라. 이 늙은 손이 나서서 싸움을 걸 터이니, 내가 그놈과 싸움이 한창 무르익을 때를 기다렸다가 네가 기회를 타 안으로 들어가 물을 길어 곧장 달아나거라.” 사승이 삼가 그 분부를 따랐다.
손대성이 쇠몽둥이를 뽑아 들고 문 가까이 다가가 크게 소리쳤다. “문 열어라! 문 열어라!” 문을 지키던 자가 그것을 보고 급히 안으로 들어가 아뢰었다. “스승님, 저 손오공이 또 왔나이다.” 그 선생이 마음속에 크게 노하여 말했다. “이 건방진 원숭이 놈이 참으로 무례하구나! 예로부터 그놈에게 수단이 좀 있다고 들었거늘, 과연 오늘에야 그놈의 그 몽둥이가 참으로 당해 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겠노라.” 도인이 말했다. “스승님, 그놈의 수단이 높다 하나 스승님께서도 그에게 못지않으시니 바로 좋은 상대이시옵니다.” 선생이 말했다. “앞선 두 차례는 그놈에게 이기움을 당하였노라.”

도인이 말했다. “앞의 두 판은 그놈이 이겼다 하나 다만 사나운 성질의 한바탕일 뿐이옵니다. 뒤의 물을 길던 두 차례에는 스승님께서 갈고리로 그놈을 두 번 넘어뜨리셨으니, 어찌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지 않사옵니까? 앞서 어찌할 수 없이 돌아갔거늘 이제 또 다시 왔으니 필시 삼장의 태기가 이루어져 몸이 무거워지고 원망이 심해져 부득이 온 것이오니, 스승님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틀림없나이다. 관연코 우리 스승님께서 승리를 잡으시리라 의심 없나이다.” 진선이 그 말을 듣고 흐뭇하여 봄기운이 가슴에 가득하고 웃음이 어려 한바탕 위풍을 떨치며 여의 갈고리를 비켜 들고 문 밖으로 걸어나와 호통치며 말했다. “이 건방진 원숭이 놈! 네가 또 무슨 일로 왔느냐?” 대성이 말했다. “내가 온 것은 다만 물을 길으러 왔노라.” 진선이 말했다. “샘물은 곧 내 집의 우물이니, 비록 제왕이나 재상이라도 모름지기 표문과 예물, 양과 술을 가지고 와 청하여야 겨우 조금 줄 뿐이니라. 하물며 너는 또한 내 원수이거늘 감히 빈손으로 와서 가져가려 하느냐?” 대성이 말했다. “참으로 주지 않겠다는 게냐?” 진선이 말했다. “주지 않느니라! 주지 않느니라!” 대성이 욕하며 말했다. “이 요망한 놈! 물을 주지 않겠거든 내 몽둥이를 받아라!” 자세를 하나 잡고는 가슴을 들이밀어, 말도 사양 않고 곧바로 머리를 향해 후려쳤다. 그 진선이 몸을 옆으로 빼어 피하고 갈고리를 급히 들어 맞받았다. 이 한 판은 앞보다 더욱 뛰어나니 참으로 대단한 싸움이로다. 금고봉이여, 여의 갈고리여, 두 사람이 분을 떨치며 저마다 원한을 품었구나. 모래가 날고 돌이 구르니 천지가 어두워지고, 흙이 흩날리며 먼지가 일어 해와 달이 근심하는구나. 대성은 스승을 구하려 물을 길으러 왔고, 요선은 조카를 위하여 구함을 들어주지 않으려 하는구나.

두 집이 함께 힘을 다하고 한곳에서 승부를 겨루며, 이를 갈며 승부를 다투고 어금니를 물며 강함과 부드러움을 정하는구나. 기회가 더할수록 더욱 기운을 떨치니, 구름을 뿜고 안개를 토하여 귀신도 근심하는구나. 철썩철썩 쩍쩍 갈고리와 몽둥이가 울리고, 함성이 크게 외쳐져 산등성이를 뒤흔드는구나.

사나운 바람이 몰아쳐 수풀을 재촉하고 살기가 자욱하여 북두와 견우를 지나는구나. 대성은 다툴수록 더욱 기뻐하고 진선은 칠수록 더욱 끈덕져지는구나. 마음을 먹고 뜻을 두고 서로 다투어 싸우되, 죽고 삶이 정해지기 전에는 그치지 않으리라. 그 두 사람이 암자 문 밖에서 손을 겨루며 뛰고 춤추듯 하여 산비탈 아래까지 다투어 갔으니, 한스럽게 서로 버티는 동안의 일은 더 말하지 않겠다.

한편 그 사승이 두레박을 들고 문을 박차고 들어가니, 그 도인이 우물 곁을 막아서며 말했다. “네가 누구이기에 감히 물을 길으러 오느냐!” 사승이 두레박을 내려놓고 항요보장을 꺼내어, 말도 없이 도리어 머리를 향해 후려쳤다. 그 도인이 미처 피하지 못하여 왼쪽 팔이 꺾이고 땅에 넘어져 목숨을 부지하려 버둥거렸다. 사승이 욕하며 말했다. “내 이 요물을 때려 죽이려 하나, 네가 사람 몸인 것이 문제로구나!

내 오히려 너를 가련히 여겨 그냥 가게 하마! 물을 길게 하여라!” 그 도인은 하늘을 부르고 땅을 부르며 비명을 지르고는 뒤쪽으로 기어 가 버렸다. 사승이 그제야 두레박을 우물에 넣어 가득하게 한 통 물을 길어 올리고는 암자 문을 나서 구름과 안개를 타고 행자를 향해 외쳐 말했다. “큰형님, 물을 길었소! 그놈을 용서하시오! 용서하시오!” 대성이 그것을 듣고서야 쇠몽둥이로 갈고리를 받치며 말했다. “네 이 늙은 손의 말을 들으라. 내 본래는 모조리 베어 죽여 없애려 하였으나, 네가 법을 범한 적이 없는 것이요 그 다음은 네 형님 우마왕의 정을 보아서이니라. 앞서 왔을 적에 나는 갈고리에 두 번 걸려 물을 얻지 못하였고, 이번에 온 것은 바로 호랑이를 산에서 떼어 놓는 계교로 너를 꾀어 내어 싸우게 하고 그 사이에 내 사제로 하여금 물을 길어 가게 한 것이니라. 이 늙은 손이 참으로 본때를 내어 너를 치려 들면, 네가 무슨 여의진선이니 하는 자 하나뿐이랴, 몇이 더 있다 해도 모조리 때려 죽였으리라. 참으로 때려 죽이는 것이 살려 보내는 것만 못하니, 우선 너를 용서하여 몇 해를 더 살게 하노라. 뒷날에 다시 물을 길으러 오는 이가 있거든 결코 그를 못살게 굴지 말라.” 그 요선이 좋고 나쁨을 분별하지 못하고 몸을 한 번 흔들어 내며 또 발을 걸려 하였으나, 대성이 갈고리 끝을 피하고는 앞으로 달려들어 호통치며 말했다. “달아나지 말라!” 그 요선이 미처 손을 쓸 새 없이 콰당 하고 한 번 넘어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였다. 대성이 여의 갈고리를 빼앗아 두 토막으로 꺾고는 그것을 모아 쥐고 또 한 번 꺾어 네 토막으로 만들어 땅에 내동댕이치며 말했다. “이 요망한 놈! 다시 무례하게 굴겠느냐?” 그 요선이 부들부들 떨며 욕을 참고 말이 없었고, 이 대성은 호호 웃으며 구름을 타고 떠올랐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참된 납을 단련하려면 모름지기 참된 물이 있어야 하나니, 참된 물이 조화를 이루면 참된 수은이 마르느니라. 참된 수은과 참된 납에 어미의 기운이 없어야 신령한 사와 신령한 약이 곧 선단이 되느니라. 갓난아이가 헛되이 태의 형상을 이루었으나 흙어미가 공을 베푸니 어려울 것 없느니라. 방문을 넘어뜨리고 바른 교를 받드니, 마음의 임이 뜻을 얻어 웃으며 돌아오는구나. 대성이 상서로운 빛을 타고 사승을 따라잡아 참된 물을 얻고는 기쁘고 즐거워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와 구름머리를 내리고 곧장 농가로 가니, 저팔계가 배를 불쑥 내밀고 문설주에 기대어 끙끙거리고 있었다. 행자가 살그머니 앞으로 가며 말했다. “이 얼간이, 언제 해산을 치르려느냐?” 그 얼간이 당황하며 말했다. “형님, 놀리지 마시오. 물은 가져오셨소?” 행자가 아직 그를 놀려 먹으려 하는데 사승이 뒤따라 와 웃으며 말했다. “물 왔소! 물 왔소!” 삼장법사가 아픔을 참으며 몸을 일으켜 말했다. “제자들아, 너희를 고생시켰구나!” 그 할멈도 또한 기뻐하며 식구들이 모두 나와 절하며 말했다. “보살이시여, 참으로 얻기 어려운 물이옵니다! 얻기 어렵나이다!” 곧 꽃무늬 사기잔 하나를 가져다 반 잔을 떠서 삼장법사께 드리며 말했다. “늙은 스승님, 천천히 드시옵소서. 한 모금만 드셔도 곧 태기가 풀리나이다.” 저팔계가 말했다. “나는 잔이 필요 없소. 두레박째 내게 마시게 해 주구려.” 그 노파가 말했다.

“나리셔, 사람 놀라 죽이시려는 게옵니다! 이 두레박의 물을 다 드시면 창자와 뱃속까지 모조리 녹아 없어질 게옵니다!” 놀란 그 얼간이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하고 또한 겨우 반 잔을 마셨다. 밥 한 끼 먹을 사이도 되지 않아 그 두 사람의 뱃속이 뒤틀리듯 아프더니, 꼬르륵꼬르륵 서너 차례 뱃소리가 들렸다. 뱃소리가 난 뒤에 그 얼간이는 참지 못하여 대소변이 한꺼번에 쏟아졌고, 당승도 참지 못하여 조용한 곳으로 가 볼일을 보려 하였다.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부디 바람 부는 곳으로 나가지 마소서. 두렵나이다. 자칫 바람을 맞으시면 산후병이 될까 염려되옵니다.” 그 할멈이 곧 요강 두 개를 가져다 그 두 사람이 볼일을 보게 하였다. 잠시 동안 각자 몇 차례씩 치르고 나서야 아픔이 멎는 듯하고 점차 부기가 가라앉으며 그 핏덩어리와 살점이 녹아 없어졌다. 그 할멈의 집에서 또 쌀죽을 조금 쑤어 그들의 허약함을 보하게 하니 저팔계가 말했다. “할머니, 내 몸은 튼튼하니 보할 것 없소. 우선 더운 물을 좀 끓여 주시어 내 목욕을 하게 해 주구려. 그래야 죽도 먹겠소.” 사승이 말했다.

“형님, 목욕은 하지 마시오. 해산한 몸이 물기를 만나면 병이 된답니다.” 저팔계가 말했다. “나는 큰애도 낳지 않았고 하여튼 작은 유산일 뿐이니 무서울 게 뭐요? 씻어야 깨끗하지.” 참으로 그 노파가 물을 좀 데워 그 두 사람의 손발을 씻겨 주었다. 당승이 겨우 죽물 두 잔을 드실 때 저팔계는 열 몇 사발을 먹고도 또 더 달라고 졸랐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무딘 놈! 좀 적게 먹어라! 모래주머니 같은 배가 되어 꼴이 말이 아니게 되지 않도록 하여라.” 저팔계가 말했다. “괜찮소! 괜찮소! 나는 어미 돼지도 아닌데 그까짓 게 무섭단 말이오?” 그 집 사람이 참으로 또 음식을 장만하러 밥을 짓기 시작했다.

그 늙은 할멈이 당승에게 말했다. “늙은 스승님, 그 물을 저에게 내려 주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이 얼간이, 물 안 마시겠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내 배도 아프지 않고 태기도 이미 흩어진 듯하니 시원하게 아무 탈이 없는데, 또 물을 마셔 무엇 하겠소?” 행자가 말했다. “그 두 사람이 모두 나았으니 그 물을 이 집에 드리겠소.” 그 할멈이 행자에게 사례하고 남은 물을 질항아리에 담아 뒤편 땅속에 묻어 둔 채 늙은이와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 항아리의 물이면 내 관을 마련할 밑천은 넉넉하겠구나!” 늙은이와 아이들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어 공양밥을 장만하고 상과 걸상을 벌여 놓으니 당승 일행이 그 공양을 들었다. 조용히 편안하게 하룻밤을 쉬었다. 이튿날 날이 밝자 사도가 그 할멈의 집에 사례하고 농가를 떠났다. 당삼장이 안장을 잡고 말에 올랐고, 사승이 행장을 메었고, 손대성이 앞에서 길을 인도하고, 저팔계가 고삐를 감아 잡았으니, 바로 이러하였다.

입의 업을 씻어 내니 몸이 깨끗하고, 범속한 태를 녹여 버리니 몸이 자연스러워지는구나.

결국 나라의 경계에 들어서서 무슨 일을 겪게 될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