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삼장법사와 그 사도가 농가 사람들과 작별하고 길을 따라 서쪽으로 나아가는데, 삼사십 리도 못 되어 서량국 경계에 닿았다. 당승이 말 위에서 가리키며 말했다. “오공아, 앞에 성곽이 가까이 보이고 저잣거리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떠들썩하니, 짐작하건대 서량여국이로구나. 너희는 모름지기 마음을 가다듬고 법도를 삼가거라. 방탕한 마음을 풀어 법문의 가르침을 어지럽히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세 사람이 이 말을 듣고 엄한 분부를 삼가 받들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관의 저자 어귀에 이르렀다. 그곳 사람들은 모두 긴 치마에 짧은 저고리를 입고 분 바른 얼굴에 기름 바른 머리를 하였으니, 늙은이와 아이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부녀자들이었다. 그들이 두 거리에서 물건을 사고팔고 있는데, 홀연 네 사람이 오는 것을 보자 일제히 손뼉을 치며 깔깔대고 얼굴을 고치며 즐겁게 웃어 말했다. “사람 씨가 왔다! 사람 씨가 왔다!” 당황한 삼장은 말을 세워도 나아갈 수 없었고, 잠깐 사이에 거리가 메워져 웃고 떠드는 소리만 들려왔다. 저팔계가 입을 함부로 놀려 마구 떠들어 대며 소리쳤다. “나는 거세한 돼지란 말이다!
나는 거세한 돼지란 말이다!” 행자가 말했다. “이 얼간이, 헛소리 말고 네 본래 그 낯짝을 내보이기나 해라.” 팔계가 머리를 두어 번 흔들고는 부채 같은 두 귀를 쫑긋 세우며 연밥 같은 처진 입술을 비틀고 크게 소리를 지르니, 그 부녀자들은 놀라 엎치락뒤치락하였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성승이 부처를 배알하러 서량에 이르니 나라 안은 음기뿐이요 세상엔 양기가 드물구나. 농사꾼도 선비도 장인도 상인이 모두 여자의 무리요, 고기 잡는 이와 나무 하는 이와 밭 가는 이와 짐승 치는 이가 모두 고운 단장이로구나.
어여쁜 아가씨들이 길에 가득하여 사람 씨를 부르고, 젊은 여인들이 거리에 넘쳐 분 바른 낭군을 맞이하는구나. 오능이 저 추한 꼴을 부리지 아니하였더라면 연화에 포위되어 그 고초를 견디기 어려웠으리라! 이에 무리들은 모두 두려워하며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하나같이 손을 비비고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며 머리를 젓고 손가락을 깨물고는, 벌벌 떨며 거리 옆길 아래로 줄지어 몰려 서서 모두 당승을 바라보았다. 손대성 또한 추한 꼴을 부려 길을 열었고, 사승도 범의 흉내를 내어 위세를 갖추었으며, 팔계는 말을 잡아 끌고 입을 내민 채 귀를 흔들어 대었다.
일행이 앞으로 나아가니 또 저잣거리의 집들이 가지런하고 가게들이 훤칠하였으며, 소금과 쌀 파는 집, 술집과 찻집이 있고, 북과 뿔피리를 울리는 누대에서 재화를 유통하며, 기 세운 정자와 객관에는 발을 드리웠더라. 사도가 길을 꺾어 도는데, 홀연 거리 아래에 여관 하나가 서 있는 것이 보이더니, 높은 소리로 불러 말했다. “먼 곳에서 오신 나그네시여, 함부로 성문에 드실 수 없사옵니다. 관역으로 가셔서 성명을 장부에 올리시면, 하관이 그 이름을 받들어 임금님께 아뢰고 증명을 확인한 뒤에 통행을 허락하겠나이다.”
삼장이 이 말을 듣고 말에서 내려 관아 문을 살펴보니 현판 하나가 걸려 있었는데, 그 위에 영양역이라는 세 글자가 또렷이 적혀 있었다. 장로가 말했다. “오공아, 그 시골집 사람들이 전하던 말이 참되구나. 과연 양을 맞이하는 역참이 있느니라.”
사승이 웃으며 말했다. “둘째 형님, 그대는 조태천 가에나 가서 한번 비추어 보고 그림자가 두 개인지 어떤지 살펴보시지오.” 팔계가 말했다. “날 놀리지 마라!
내가 저 낙태천 샘물 한 사발을 마신 뒤 이미 태기를 털어 내렸거늘, 또 비추어 무엇 하겠느냐?” 삼장이 고개를 돌려 분부했다. “오능아, 말을 삼가라! 삼가라!” 그리고는 앞으로 나아가 그 여관에게 예를 갖추었다. 여관이 길을 인도하여 그들을 모두 역 안 정청에 앉히고 즉시 차를 내오라 일렀다. 또 그 수하 사람들은 모두 머리를 세 가닥으로 땋고 옷은 위아래 두 동강이로 입은 무리들이니, 보라, 차를 내오는 여자마저 웃고 있었다. 잠시 뒤 차를 마치자 여관이 몸을 굽히며 물었다. “나그네께서는 어디서 오셨사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우리는 동토 대당 임금님의 수하에서 서천으로 부처를 배알하고 경을 구하러 가는 흠차들이오. 우리 스승님이 바로 당왕 폐하의 의동생이시며, 법호를 당삼장이라 하시고, 나는 그분의 큰 제자 손오공이오. 이 두 사람은 내 사제 저오능과 사오정이니, 일행이 말까지 합쳐 다섯이오. 몸에 지닌 통관문첩이 있으니 살펴보시고 통행을 허락해 주시오.” 그 여관이 붓을 잡고 다 쓴 뒤에 내려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감님, 죄를 용서하옵소서. 하관은 이 영양역의 역승이옵니다마는 상국에서 오신 대감님인 줄 알지 못하였사오니, 마땅히 멀리까지 마중하였어야 옳았나이다.” 절을 마치고 일어나 즉시 일 맡은 자에게 음식을 마련하라 명하고 말했다. “대감님들께서는 잠시 편히 앉아 계시옵소서. 하관이 성 안에 들어가 우리 임금님께 아뢰어 관문을 바꾸고 지급품을 내어 드린 뒤에 대감님들을 서쪽으로 보내 드리겠나이다.” 삼장은 기꺼이 그대로 앉아 있었는데, 그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 둔다.
한편 그 역승은 의관을 가지런히 다듬고 곧장 성 안으로 들어가 오봉루 앞에 이르러 황문관에게 말했다.
“소신은 영양관의 역승이옵니다. 임금님을 뵐 일이 있어 왔사옵니다.” 황문관이 즉시 아뢰니 칙명이 내려 그를 대전으로 불러들였다. 임금이 물었다. “역승은 무슨 일로 아뢰러 왔느냐?” 역승이 아뢰었다. “미천한 신이 역에서 동토 대당 임금님의 의동생 당삼장법사를 맞이하였사옵니다. 제자가 셋이 있어 손오공과 저오능과 사오정이라 하며, 말까지 합쳐 다섯이온데 서천으로 부처를 배알하고 경을 취하러 가고자 하옵니다. 특별히 와서 주공께 아뢰오니, 저들로 하여금 관문을 바꾸어 받고 통행하게 허락하시겠나이까?” 여왕이 이 말을 듣고 한껏 기뻐하며 여러 문무백관에게 말했다. “과인이 어젯밤 꿈에 금병이 채색을 내고 옥거울이 광명을 펼치는 것을 보았으니, 이는 오늘의 좋은 징조로다.” 여러 여관들이 단지에 모여 절하며 아뢰었다. “주공이시여, 어찌 그것이 좋은 징조라 하시나이까?” 여왕이 말했다. “동토 사내는 바로 당나라 임금님의 의동생이니라. 우리나라는 혼돈이 열린 이래 대대로 제왕을 이어왔으되 일찍이 사내 하나가 이 땅에 온 적이 없었느니라. 다행히 이제 당왕 폐하의 의동생이 내려오셨으니, 하늘이 내려 보내신 것이로다. 과인이 한 나라의 부로써 의동생을 임금으로 맞고 나는 왕후가 되어 그분과 음양이 화합하여 자손을 낳고 제업을 길이 전하려 하노니, 어찌 오늘의 좋은 징조가 아니겠느냐?” 여러 여관들이 절하며 춤추어 칭송하고 즐거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역승이 또 아뢰었다. “주공의 말씀은 만대에 가업을 전할 좋은 방도이옵니다. 다만 의동생의 세 제자가 흉악하고 생김새가 이루어지지 않았사옵니다.” 여왕이 말했다. “경은 의동생의 모양을 보았느냐? 그 제자들은 어찌 흉하고 못났더냐?” 역승이 아뢰었다. “의동생께서는 용모가 당당하고 풍채가 영준하시어 참으로 천조 상국의 사내요 남섬 중화의 인물이옵니다. 그 세 제자는 형용이 사납고 생김새가 정괴 같사옵니다.” 여왕이 말했다. “그러하다면 그 제자들에게 지급품을 주고 관문을 바꾸어 서천으로 떠나보내며 의동생만 머물게 하면 무슨 불가함이 있겠느냐?” 여러 관리들이 절하고 아뢰었다. “주공의 말씀이 지극히 옳사옵니다. 신들이 삼가 그대로 받들겠나이다.”
“다만 짝을 맞추는 일은 중매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사옵나이다. 예로부터 이르기를, 인연의 배합은 붉은 잎사귀에 달렸고 월로가 맺은 부부는 붉은 노끈에 매였다 하옵니다.” 여왕이 말했다. “경이 아뢴 대로 하리라. 당직 태사로 하여금 중매를 서게 하고 영양역의 역승으로 하여금 주례를 서게 하여, 먼저 역으로 가서 의동생에게 청혼하게 하라. 그가 허락하거든 과인이 수레를 갖추어 성 밖으로 나가 맞이하리라.” 그 태사와 역승이 칙명을 받들고 조정을 물러나왔다.
한편 삼장법사와 사도들이 역청에서 바야흐로 재공양을 들고 있는데, 바깥에서 사람이 달려와 아뢰었다. “당직 태사께서 우리 본관 할멈과 함께 오셨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태사가 오시다니 무슨 뜻이겠느냐?” 팔계가 말했다. “여왕께서 우리를 청하러 오시는 것이 아니겠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청하러 오는 것도 아니라면 혼처를 말하러 오는 것이니라.”
삼장이 말했다. “오공아, 만약 우리를 보내지 않고 강제로 혼인을 시키려 든다면 그때는 어찌하면 좋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그저 허락하시기만 하옵소서. 늙은 원숭이에게 따로 처리할 방도가 있사옵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 여관이 벌써 당도하여 장로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장로가 하나하나 답례하며 말했다. “빈승은 출가한 몸이라 무슨 덕과 능력이 있다고 감히 대감께서 머리를 조아리시나이까?” 그 태사는 장로의 용모가 훤칠하고 늠름함을 보고 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생각하였다. ‘우리나라에 참으로 큰 복이 있구나. 이 사내라면 우리 임금님의 지아비가 되기에 넉넉하겠구나.’ 두 관리가 절을 마치고 일어나 좌우에 모시고 서서 말했다. “폐하의 의동생이신 대감님, 만 갈래의 경사가 겹쳤사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나는 출가한 몸인데, 그 기쁨이 어디에서 오겠나이까?” 태사가 몸을 굽히며 말했다. “이곳은 서량여국이옵니다. 나라 안에는 예로부터 사내가 하나도 없사옵니다. 이제 다행히 폐하의 의동생이신 대감님께서 내려오시니, 신이 우리 임금님의 뜻을 받들어 특별히 청혼하러 왔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좋도다! 좋도다! 빈승이 홀몸으로 귀한 땅에 왔사오매 자식이 따르는 것도 없고 다만 어리석은 제자 셋만 두었을 뿐이온데, 대감께서 구하시는 혼사가 어느 쪽이오이까?” 역승이 말했다.
“하관이 방금 조정에 들어가 아뢰었더니, 우리 임금님께서 몹시 기뻐하시며 어젯밤 길몽을 꾸었노라고 하셨사옵니다. 꿈에 금병이 채색을 내고 옥거울이 광명을 펼치는 것을 보셨다 하옵니다. 그리고 의동생이 중화 상국의 사내이심을 아시고는, 한 나라의 부로써 대감님을 사위로 맞아들여 남면하여 임금이라 일컫게 하고 우리 임금님은 제후가 되기를 원하시옵니다. 칙명을 내려 태사로 하여금 중매를 서게 하고 하관으로 하여금 주례를 서게 하셨으니, 이 때문에 특별히 이 혼사를 구하러 온 것이옵니다.” 삼장이 이 말을 듣고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사가 말했다. “대장부는 때를 만나면 놓쳐서는 아니 되옵니다. 사위로 맞아들이는 일은 천하에 간혹 있다 하나, 나라를 맡길 만한 부는 세상에 드물옵니다. 청컨대 속히 허락하시어 좋은 회답을 올리게 하옵소서.” 장로는 갈수록 더욱 멍하고 벙어리가 되었다.
팔계가 곁에서 절굿공이 같은 주둥이를 내밀고 소리쳐 말했다. “태사여, 그대는 가서 국왕께 아뢰시오. 우리 스승님은 오래도록 도를 닦아 도를 얻은 나한이시니, 그대 나라를 맡길 만한 부도 임금님의 용모도 사랑하지 않으실 것이오. 어서 관문을 바꾸어 스승님을 서쪽으로 보내고, 나를 이곳에 남겨 사위로 삼으라 하시오. 어떠하오?” 태사가 이 말을 듣고 간이 서늘하여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역승이 말했다. “그대는 사내 몸이나 용모가 추하여 우리 임금님의 마음에 들지 않겠소.”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사정을 모르는구려. 흔한 말에 굵은 버들로 키를 만들고 가는 버들로 되를 만든다 하였으니, 누가 사내를 추다 하였더냐?” 행자가 말했다. “이 얼간이, 함부로 떠들지 마라. 스승님의 뜻에 맡겨 가야 할 때 가고 그쳐야 할 때 그칠 것이니, 중매 서는 수고를 지체시키지 말라.” 삼장이 말했다. “오공아, 네가 좋을 대로 말해 보아라!” 행자가 말했다. “늙은 원숭이의 생각으로는 그대가 여기 계셔도 좋으니라. 예로부터 이르기를, 천 리 인연은 실에 매인 듯하다 하였거늘, 어디 다시 이처럼 맞는 곳이 있겠느냐?” 삼장이 말했다. “제자야, 우리가 여기서 부귀를 탐하면 누가 서천에 가서 경을 취하겠느냐? 우리 대당 임금님의 바라심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겠느냐?” 태사가 말했다. “폐하의 의동생이신 대감님, 미천한 신은 감히 숨기고 아뢰지 않을 수 없나이다. 우리 임금님의 뜻은 다만 의동생께 청혼하는 것뿐이옵니다. 대감님의 세 제자에게는 친족 잔치에 참여하게 한 뒤에 지급품을 주고 관문을 바꾸어 서천으로 경을 취하러 가게 하라는 것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태사의 말씀이 이치에 맞소. 우리가 굳이 난처하게 굴 것 없으니, 기꺼이 스승님을 남겨 두어 그대 임금님의 지아비가 되게 할 것이니, 어서 관문을 바꾸어 우리를 서쪽으로 떠나보내 주시오. 경을 취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 들러 부모님께 절을 올리고 노잣돈을 받아 대당으로 돌아가면 좋지 않겠소?” 그 태사와 역승이 행자를 향해 예를 갖추며 말했다. “스승님께서 아름답게 이루어 주신 은혜에 깊이 감사하옵니다!” 팔계가 말했다. “태사여, 입에만 찬을 벌여 놓고 빈말만 하지 마시오. 우리가 이미 허락하였으니, 그대 임금님께 일러 상을 차리게 하고 우리에게 승락주나 한 잔 먹게 하시오. 어떠하오?” 태사가 말했다. “좋소, 좋소, 좋소! 곧 잔치를 차리라 일러 두겠소.” 그 역승과 태사는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기뻐하며 여주에게 회주하러 돌아갔는데, 그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 둔다.
한편 당장로는 행자를 단번에 와락 잡아당기며 꾸짖어 말했다.
“어찌 그런 말을 하였느냐? 나로 하여금 이곳에 머물러 장가 들고 너희는 서천으로 부처를 배알하러 간다니, 나는 죽어도 감히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염려하지 마옵소서. 늙은 원숭이가 어찌 스승님의 성정을 모르겠나이까? 다만 이 땅에서 이런 사람을 만났으니 저들의 계략을 빌려 우리 계략을 삼아야 하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무엇을 계략을 빌려 계략을 삼는다 하느냐?”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이 끝내 허락하지 않으시면, 저들은 관문을 바꾸어 주지 않고 우리를 보내지도 않을 것이니라. 혹여 마음이 사납고 독하여 여러 사람을 시켜 스승님의 살을 베어 향낭을 만든다 하면, 우리가 어찌 좋은 보답을 바라겠나이까? 반드시 요마를 항복받는 신통을 부려야 하리라. 우리의 손과 발이 무겁고 병기가 흉하니, 손을 조금만 움직여도 이 나라 사람을 모조리 때려 죽이게 되리라. 저들이 비록 우리를 막기는 하나 괴물이나 요정이 아니라 한 나라의 사람 몸이니라. 또 스승님은 평소 착하고 자비로운 분이라, 길 위에서 날짐승 하나 상하게 한 적이 없으셨거늘, 죄 없는 백성을 헤아릴 수 없이 때려 죽이면 스승님의 마음이 어찌 견디시겠나이까? 참으로 선하지 못한 일이 되느니라.” 삼장이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오공아, 이 논의가 가장 좋구나. 다만 여주가 나를 불러들여 부부의 예를 행하자 하면, 어찌 원양을 잃어 불가의 덕행을 무너뜨리고 참된 정기를 흘려 본교의 인신을 떨어뜨리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오늘 혼사를 허락하시면, 저들은 반드시 황제의 예로 수레를 갖추어 성 밖까지 나와 스승님을 맞이하리라. 스승님께서는 더 사양하지 마시고 봉련 용차에 올라 보전에 오르시어 남쪽을 향해 앉으시옵소서. 그리고 여왕께 어보와 인신을 내오라 하시어 우리 형제를 조정에 불러들이게 하시고, 통관문첩에 도장을 찍으신 뒤 친필로 화압을 쓰시게 하여 우리에게 넘겨주게 하옵소서. 한편으로 잔치를 차리라 하시면 그것이 여왕과의 혼례를 대신하고 우리의 전송연도 되리라. 잔치가 끝나거든 다시 수레를 갖추라 하시되 우리 세 사람을 성 밖까지 배웅하게 하고 돌아오셔서 여왕과 화합하겠다 하시옵소서. 그 임금과 신하를 기쁘게 속여 두면 막으려는 마음도 사나운 생각도 없어지리니, 성 밖에 나왔을 때 스승님은 용차에서 내리시고 사승으로 하여금 모시어 백마에 오르시옵소서. 그러면 늙은 원숭이가 정신법을 부려 그 임금과 신하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에, 우리는 큰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리라. 하룻낮 하룻밤을 가거든 내가 주문을 외어 술법을 풀어 그들이 다시 깨어나 성으로 돌아가게 하리라. 하나는 저들의 목숨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스승님의 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니라. 이를 거짓 혼례로 그물을 벗어나는 계략이라 하거늘, 어찌 두 가지를 온전히 하는 아름다움이 아니겠나이까?” 삼장이 이 말을 듣고는 취한 데서 깨어난 듯 꿈에서 막 깬 듯하여 근심을 잊고 기뻐하며 사례를 다할 길이 없어 말했다. “어진 제자의 높은 견해에 깊이 감사하노라.” 네 사람이 한마음이 되어 의논하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 둔다.
한편 그 태사와 역승은 부르는 칙명을 기다리지도 않고 곧장 조정 문 안 백옥 섬돌 앞으로 들어가 아뢰었다.
“주공의 아름다운 꿈이 가장 들어맞아, 물과 고기 같은 즐거움이 이루어졌나이다.” 여왕이 듣고는 구슬 발을 걷고 용상에서 내려와, 앵두 같은 입술을 열고 은 같은 이를 드러내며 싱글싱글 웃으며 고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진 경이 의동생을 만나 보니 무어라 하더냐?”
태사가 아뢰었다. “신 등이 역에 이르러 의동생을 뵙고 절을 마치자 곧 청혼의 일을 갖추어 아뢰었나이다. 의동생께서는 오히려 사양하셨사오나, 다행히 그 큰 제자가 흔쾌히 허락하여 자기 스승님을 우리 임금님의 지아비로 남겨 두어 남면하여 임금이라 일컫게 하겠노라 하였사옵니다. 다만 먼저 관문을 바꾸어 그 세 사람을 서쪽으로 떠나보내라 하였사오니, 경을 얻어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 들러 부모를 뵙고 노잣돈을 받아 대당으로 돌아가겠다 하옵니다.” 여왕이 웃으며 말했다. “의동생이 다시 무슨 말을 하더냐?”
태사가 아뢰었다. “의동생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우리 임금님과 짝하기를 원하셨사옵니다. 다만 그 둘째 제자가 먼저 승락주 한 잔을 먹어야 한다 하였사옵니다.” 여왕이 이 말을 듣고 즉시 칙명을 내려 광록시에 잔치를 차리게 하는 한편 큰 수레 행차를 갖추어 성 밖으로 나가 지아비를 맞이하게 하였다. 여러 여관들이 곧 왕명을 받들어 궁전을 치고 뜰과 대를 꾸몄다. 잔치 차리는 무리는 불같이 서둘고, 수레 갖추는 무리는 별처럼 날래게 준비하였다. 보라, 저 서량국이 비록 부녀자의 나라이나 그 행차의 성대함은 중화에 못지않으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여섯 마리 용이 채색을 뿜고 한 쌍의 봉황이 상서를 낳는구나. 용이 채색을 뿜어 수레를 받들어 나오고, 봉황이 상서를 낳아 가마를 몰고 오는구나. 그윽한 향기 자욱하고 서기가 펼쳐지며, 금붕어와 옥패식은 여러 관리가 옹위하고 보배 비녀와 구름 쪽은 여러 여자가 늘어섰구나. 원앙 부채가 수레를 가리고 비취 구슬 발에 봉황 비녀 비치며, 피리와 노랫가락 아름답고 줄과 관악이 고르게 어우러지는구나. 한 조각 즐거운 정이 푸른 하늘을 찌르고 끝없는 기쁜 기운이 영대에서 솟으며, 세 겹 비단 덮개가 하늘을 흔들고 오색 깃발이 임금의 섬돌에 비치는구나. 이 땅은 예로부터 합근례가 없었거늘, 여왕이 오늘 남자 재주꾼을 배필로 맞는구나.
오래지 않아 큰 수레 행차가 성을 나서니 이내 영양관 역에 이르렀다. 홀연 누군가 삼장법사와 사도에게 달려와 아뢰었다.
“임금님 행차가 도착하였나이다.” 삼장이 이 말을 듣고 곧 세 제자와 함께 옷을 여미고 청사로 나가 행차를 맞이하였다. 여왕이 발을 걷고 가마에서 내리며 말했다. “어느 분이 당나라 임금님의 의동생이시냐?” 태사가 가리키며 말했다. “저 역관 문 밖 향안 앞에서 난의를 입고 계신 분이 바로 그분이옵니다.” 여왕이 봉황 같은 눈을 번쩍이고 눈썹을 모으며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보통 사람이 아니었으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풍채는 영웅답게 늠름하고 용모는 훤칠하며 당당하구나. 이는 은을 쌓은 듯 희고 입술은 붉고 반듯하며, 정수리 평평하고 이마 넓어 천창이 가득하고 눈은 수려하며 눈썹 맑아 지각이 길구나. 두 귀에 테가 있으니 참으로 뛰어난 선비요, 온몸이 범상치 않으니 참으로 재주 있는 낭군이로다.
과연 좋구나, 꽃다운 나이의 총명하고 준수한 풍류객이여, 서량의 요조한 낭자와 짝할 만하구나. 여왕이 흐뭇하고 아름다운 데까지 이르자 저도 모르게 음정이 샘솟고 애욕이 일어나, 앵두 같은 작은 입을 벌리고 불러 말했다. “대당의 의동생이시여, 어서 오시어 봉황을 차지하고 난새를 타시지 않으렵니까?” 삼장이 이 말을 듣고 귀가 붉어지고 얼굴이 달아올라 부끄러워 감히 머리를 들지 못했다. 저팔계가 곁에서 입을 내밀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 여왕을 살펴보니 몸가짐이 아리따웠으니, 참으로 눈썹은 물총새 깃털 같고 살결은 희고 기름진 비계 같았으며, 얼굴은 복숭앗꽃 잎을 받친 듯하고 쪽진 머리는 금실로 땋은 비녀 같았구나. 가을 물결처럼 맑고 그윽한 요염한 자태요, 봄 죽순처럼 가늘고 여린 요사스러운 자태로다. 비스듬히 걸친 붉은 비단이 고운 빛을 날리고, 높이 꽂은 구슬과 비취가 광채를 드러내는구나. 무에 이른바 소군의 미모를 말하리오, 참으로 서시를 능가하는구나. 버들 같은 허리를 살짝 펴니 금패가 울리고, 연꽃 같은 걸음을 가볍게 옮기니 옥 같은 팔다리가 움직이는구나. 달 속의 항아도 이곳에 오기 어렵고, 구천의 선녀도 어찌 이에 견주리오. 궁중 화장의 교묘한 모습이 범상한 무리가 아니니, 참으로 서왕모가 요지에서 내려온 것일레라. 그 얼간이가 좋은 구경을 하자 참지 못하여 입에 군침이 흐르고 가슴에서 사슴이 부딪치듯 하여, 한동안 뼈가 물렁하고 힘줄이 저리더니 눈사자가 불을 향한 듯 스르르 녹아버렸다.
보라, 그 여왕이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삼장을 단번에 잡아당기며, 고운 말로 교태로운 목소리를 내어 불러 말했다.
“폐하의 의동생이신 오라버니여, 청컨대 용차에 오르시어 나와 함께 금란보전으로 올라가 부부의 연을 맺으시지요.” 이 장로는 벌벌 떨며 서 있지도 못하고 취한 사람 같고 미친 사람 같았다. 행자가 곁에서 일렀다. “스승님께서는 너무 사양하지 마시고 새사모님과 함께 가마에 오르시어 어서 관문을 바꾸시고 우리가 경을 취하러 가게 하옵소서.” 장로는 감히 대답하지 못하고 행자를 두어 번 쓸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부디 번뇌하지 마옵소서. 이토록 부귀를 누리지 않고서야 도리어 어찌하시렵니까?” 삼장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 눈물을 닦고 억지로 즐거운 얼굴을 지으며 걸음을 옮겨 여주와 더불어 하얀 손을 잡고 용차에 함께 올랐다. 저 여주는 즐겁고 흐뭇하여 부부가 되려 하는데, 이 장로는 근심스럽고 두려워 부처께 배알할 생각뿐이었더라. 하나는 동방에서 꽃과 촛불 아래 원앙의 짝을 사귀려 하고, 하나는 서역 영산에서 세존을 뵈려 하였느니라. 여제는 참된 정이요, 성승은 거짓 뜻이로다. 여제의 참된 정은 화합하여 함께 늙기를 바라지만, 성승의 거짓 뜻은 정을 감추어 원신을 기름이로다. 하나는 사내 몸을 보니 기뻐서 대낮에도 머리를 나란히 하여 강려가 되려 하고, 하나는 여색을 만나기가 두려워 이내 그물을 벗어나 뢰음으로 오를 궁리뿐이로다. 두 사람이 화합하여 함께 수레에 올랐으되, 어찌 당승이 각각 다른 마음을 품었을 줄이야!
그 문무 관리들이 주공과 장로가 함께 봉련에 올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은 것을 보고는, 하나같이 눈썹에 꽃이 피고 눈에 웃음이 어려 의장대를 돌려 세워 다시 성 안으로 들어갔다. 손대성이 비로소 사승에게 행장을 메고 백마를 끌게 하여 큰 행차의 뒤를 따라 함께 걷게 하였다. 저팔계는 앞을 향해 마구 달려가 먼저 오봉루 앞에 이르러 떠들어댔다. “흥, 편하구나! 흥, 다 되었구나! 이건 안 되겠다! 이건 안 되겠다! 희숫술이나 먹고 혼례를 치러야 옳지!” 놀란 그 의장과 인도를 맡은 여관들이 하나같이 수레 곁으로 돌아가 아뢰었다.
“주공이시여, 저 긴 주둥이에 큰 귀를 한 자가 오봉루 앞에서 희숫술을 먹어야 한다고 떠들고 있나이다.” 여주가 이 말을 듣고 장로와 향기로운 어깨를 기대고 복숭앗꽃 같은 뺨을 맞대며 단향 같은 입을 열어 고운 목소리로 불렀다. “폐하의 의동생이신 오라버니여, 저 긴 주둥이에 큰 귀를 한 이는 어느 제자이시냐?” 삼장이 말했다. “나의 둘째 제자이옵니다. 그는 밥통이 넓어 평생 입이 호사하기만 바라옵니다. 먼저 술과 음식을 그놈에게 먹인 뒤에야 일을 시작할 수 있사옵니다.” 여주가 급히 물었다. “광록시에서 잔치를 차리는 일이 끝났느냐?” 여관이 아뢰었다. “이미 끝났사옵니다. 훈찬과 소찬 두 가지를 동각 위에 차려 놓았나이다.” 여왕이 또 물었다. “어찌하여 두 가지이냐?” 여관이 아뢰었다. “신이 당나라 임금님의 의동생이신 대감님과 높은 제자들이 평소에 채식을 하실까 염려되어, 그러하옵나이다.” 여왕이 또 싱글싱글 웃으며 장로의 뺨에 기대어 말했다. “폐하의 의동생이신 오라버니여, 그대는 훈찬을 드시느뇨, 소찬을 드시느뇨?”
삼장이 말했다. “빈승은 소찬을 들사옵니다마는, 아직 술을 끊지는 못하였사오니, 모름지기 소채에 곁들일 술 몇 잔을 얻어 내 둘째 제자에게 먹이게 하옵소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사가 아뢰었다. “동각으로 가시어 잔치에 드시옵소서. 오늘 밤이 길일이요 좋은 시각이니, 이 밤에 폐하의 의동생이신 대감님과 혼례를 올리시고, 내일 황도가 열리면 대감님께 보전에 오르시어 남면하시고 연호를 고쳐 즉위하게 하시옵소서.” 여왕이 크게 기뻐하며 곧 장로와 손을 잡고 서로 부축하여 용차에서 내려 함께 단문 안으로 들어가니, 그 광경 실로 이러하였다.
바람에 실려 신선의 음악이 누대에서 내려오고, 궁문 한가운데로 비취 수레가 들어오는구나. 봉궐이 크게 열려 빛이 자욱하고, 황궁은 닫지 않아 비단이 줄줄이 늘어섰구나. 기린전 안에서는 화로의 연기가 하늘거리고, 공작 병풍 곁에서는 방 그림자가 어른거리는구나. 정자와 누각이 우뚝 솟음이 상국과 같고, 옥당과 금마가 더욱 기이하구나!
동각 아래에 이르러 또 한 가닥 피리와 노랫가락이 아름답게 들려오고, 두 줄로 선 분 바른 여인들의 교태로운 모습이 보였더라. 중앙 당에는 성대한 잔치가 두 가지로 차려졌으니, 왼쪽 상석은 소찬이요 오른쪽 상석은 훈찬이요, 아래 두 줄은 홑상이었다. 그 여왕이 도포 소매를 거두고 가느다란 열 손가락으로 옥잔을 받들어 자리를 마련하러 왔다. 행자가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우리 사도는 모두 소채를 먹소. 먼저 스승님을 왼쪽 소찬 자리에 모시고 그 아래 세 자리를 좌우로 나누어 우리 형제들이 앉으면 좋겠소.” 태사가 기뻐하며 말했다. “옳소, 옳소. 스승과 제자는 곧 아비와 아들이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소.” 여러 여관들이 황급히 자리를 고쳐 놓았다. 여왕이 잔을 돌려 그 형제 세 사람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행자가 또 당승에게 눈짓을 보내어 스승님께 답례하라 일렀다. 삼장이 내려와서 또한 옥잔을 받쳐 들고 여왕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그 문무 관리들은 황은에 절하고 사례한 뒤에 품계에 따라 양쪽으로 나누어 앉고서야 음악을 그치고 술을 권하였다.
그 팔계는 좋고 나쁨을 따질 것 없이 배를 열어젖히고 마구 먹어 대기 시작했다. 무어라 할 것도 없이 옥가루 같은 쌀밥이며 찐 떡이며 설기떡이며 버섯이며 향버섯이며 죽순이며, 목이버섯이며 노란 꽃나물이며 우뭇가사리며 김이며 순무며 토란이며 무이며 마며 둥굴레며 하는 것들을 한꺼번에 쓸어 넣어 모조리 비워 버리고, 술도 대여섯 잔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입으로 떠들어댔다. “어서 더 갖다 내오! 큰 잔을 가져오너라! 몇 잔만 더 먹고 각자 일을 보러 가자!” 사승이 물었다.
“좋은 잔치를 두고 먹지 않고 무슨 일을 더 하려느냐?” 얼간이가 웃으며 말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활 만드는 이는 활을 만들고 살 만드는 이는 살을 만든다 하였느니라. 우리가 이제 장가드는 이는 장가들고 시집가는 이는 시집가며, 경 취하는 이는 도로 경을 취하고 길 가는 이는 도로 길을 갈 것이니, 술잔만 탐하다가 일을 그르치지 말고 어서 일찍 관문을 내어 보내 주게. 장수는 말에서 내리지 않고 제각기 앞길을 달린다 하였네.” 여왕이 이 말을 듣고 즉시 큰 잔을 가져오라 명했다. 가까이 모시는 관리가 황급히 앵무배와 노자작과 금파라와 은착락과 유리잔과 수정 대접과 봉래 사발과 호박 종자를 여러 개 가져와서는, 옥 같은 술을 가득 채우고 좋은 술을 연달아 따르니, 과연 모두가 한 차례씩 돌아가며 마셨다.
삼장이 몸을 일으켜 여왕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폐하, 성대한 대접을 넉넉히 입었사옵니다. 이제 술도 넉넉하오니, 보전에 오르시어 관문을 바꾸어 주시고, 날이 밝기 전에 저 세 사람을 성 밖으로 보내 주시옵소서.” 여왕이 그 말대로 장로의 손을 잡고 잔치를 파한 뒤 금란보전에 올라 곧 장로에게 즉위하라 권했다. 삼장이 말했다.
“아니 되옵니다! 아니 되옵니다! 방금 태사가 아뢰었사오니, 내일 황도가 열려야 빈승이 비로소 감히 즉위하여 임금이라 일컫겠나이다.
오늘은 곧 관문에 도장을 찍고 그들을 떠나보내게 하옵소서.” 여왕이 그 말대로 다시 용상에 앉아 금으로 된 교의 한 개를 가져다 용상 왼쪽에 놓고 당승을 앉게 한 뒤, 제자들에게 통관문첩을 올리라 하였다. 대성이 곧 사승에게 보따리를 풀라 하여 관문을 꺼내게 하고는 두 손으로 받들어 올렸다. 그 여왕이 자세히 살펴보니 위에는 대당 황제의 보인이 아홉 개, 아래에는 보상국과 오계국과 거지국의 인이 찍혀 있었다. 여왕이 다 본 뒤 교태롭게 웃으며 말했다. “폐하의 의동생이신 오라버니여, 그대는 또 진씨이시냐?” 삼장이 말했다. “속가의 성이 진씨이옵고 법명은 현장이옵니다. 당왕 폐하께서 은혜로 의동생을 삼으시고 당이라는 성을 내려 주셨사옵니다.” 여왕이 말했다. “관문에 어찌하여 높은 제자들의 이름이 없느뇨?” 삼장이 말했다. “세 어리석은 제자는 우리 당나라 사람이 아니옵니다.” 여왕이 말했다. “당나라 사람이 아니라면 어찌 기꺼이 그대를 따라왔느뇨?” 삼장이 말했다. “큰 제자는 본적이 동승신주 오래국 사람이옵고, 둘째는 서우하주 오사장 사람이옵고, 셋째는 유사하 사람이옵니다. 그 세 사람이 모두 천조의 죄를 범하여 고초를 겪던 것을 남해의 관세음보살께서 건져 내시고 착한 마음으로 귀의하여 공로로 죄를 갚으라 하셨기에, 기꺼이 나를 보호하여 서천으로 경을 취하러 가는 것이옵니다. 모두 길 위에서 거둔 까닭에 법명을 문첩에 적지 못하였나이다.” 여왕이 말했다. “내가 그대들을 위하여 법명을 더 적어 넣으면 어떠하뇨?” 삼장이 말했다. “다만 폐하의 높은 뜻에 맡기옵니다.” 여왕이 곧 붓과 벼루를 가져오라 하여 향기로운 먹을 짙게 갈고 붓을 흠뻑 적신 뒤에, 문첩 끝에 손오공과 저오능과 사오정 세 사람의 이름을 써 넣고서야 어보를 꺼내어 반듯하게 도장을 찍고 친필로 화압을 그려 아래로 전해 내려보냈다. 손대성이 받아 들고 사승에게 보따리를 단단히 싸게 하였다. 그 여왕이 또 부스러기 금과 은 한 접시를 내리라 하여, 용상에서 내려와 행자에게 건네며 말했다. “너희 세 사람은 이것을 우선 노잣돈으로 삼아 서천으로 빨리 떠나라. 너희가 경을 얻어 돌아오면 과인이 다시 두텁게 사례하리라.” 행자가 말했다. “우리 출가한 사람은 금과 은을 받지 않소. 길 위에서 스스로 빌어먹을 곳이 있소.” 여왕이 받지 않는 것을 보고는 다시 능금 열 필을 꺼내어 행자에게 말했다. “너희가 길 떠나는 걸음이 바쁘니 만들 겨를이 없을 터, 이것으로 길에서 옷 한 벌 지어 추위를 가리라.” 행자가 말했다. “출가한 사람은 능금을 입지 못하오. 이미 몸을 가릴 베옷이 있소.” 여왕이 받지 않는 것을 보고 명했다. “임금님의 쌀 서 되를 가져오라. 길에서 한 끼 밥이 되게 하라.” 팔계가 밥이라는 말을 듣고 곧 받아 보따리 사이에 끼워 넣었다. 행자가 말했다. “동생아, 행장이 벌써 무거운데 도리어 쌀을 메고 갈 기운이 있겠느냐?”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모르느냐? 쌀이 좋은 것은 하룻동안 없어지는 물건이라 한 끼 밥이면 그만이지.” 이에 두 손을 모으고 사례하였다.
삼장이 말했다. “감히 폐하께 번거로움을 끼치옵니다. 빈승과 함께 저 세 사람을 성 밖까지 배웅해 주시옵소서. 내가 그들에게 몇 마디 당부하여 잘 서쪽으로 가라 이른 뒤에 돌아와 폐하와 길이 영화를 누리며 난새와 봉황이 사귀는 즐거움을 함께하겠나이다.” 여왕은 그것이 계략인 줄 모르고 칙명을 내려 수레를 갖추게 하고는 삼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봉련에 올라 서쪽 성문으로 나아갔다. 온 성 안에서 잔에 맑은 물을 채우고 화로에 진향을 피우니, 하나는 여왕의 행차를 보려 함이요 둘째는 의동생의 사내 몸을 보려 함이었다. 늙은이나 어린이나 모두 분 바른 고운 얼굴에 머리카락을 구름처럼 쪽 찐 무리들뿐이었다. 오래지 않아 큰 행차가 성을 나서 서관에 이르렀을 때 행자와 팔계와 사승이 한마음이 되어 몸단장을 갖추고 곧장 수레를 마주하여 목청을 높여 외쳤다. “저 여왕은 멀리 배웅할 것 없소. 우리는 이만 작별하겠소.” 장로가 천천히 용차에서 내려 여왕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폐하께서는 돌아가시옵소서. 빈승이 경을 취하러 가겠나이다.” 여왕이 이 말을 듣고는 크게 놀라 낯빛이 변하며 당승을 붙잡고 말했다. “폐하의 의동생이신 오라버니여, 나는 한 나라의 부를 드려 그대를 지아비로 삼고, 내일 높은 보위에 올라 임금이라 일컫게 하며 나는 그 임금의 왕후가 되기를 원하였거늘, 혼례 잔치까지 이미 모두 치렀으니 어찌하여 또 변심하시나이까?”
팔계가 이 말을 듣고는 성깔을 돋우어 주둥이를 마구 비틀고 귀를 마구 흔들며 수레 앞으로 달려들어 떠들어댔다.
“우리 중네가 그대 같은 분칠한 해골과 무슨 부부를 하겠느냐! 우리 스승님을 놓아 길을 가게 하라!” 그 여왕이 저토록 막되게 굴며 추한 꼴을 부리는 것을 보고는 혼백이 날아가고 넋이 흩어져 가마 속으로 넘어졌다. 사승은 곧 삼장을 사람들 틈에서 채어 내어 모시고 말에 올렸다. 그때 길 가에서 한 여자가 홀연 튀어나오며 꾸짖어 말했다.
“당나라 임금님의 의동생이여, 어디로 가느냐! 나와 함께 풍월이나 즐기러 가자!” 사승이 꾸짖었다. “도적 같은 놈, 무지하기 짝이 없구나!” 그리고는 보장을 빼어들어 정수리를 향해 내리쳤다. 그 여자가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당승을 빼앗아 가 버리니, 그림자도 없고 자취도 없어 어디로 떨어졌는지 알 길이 없었다. 아! 바로 이러하였다.
연화의 그물은 벗어났거늘, 또다시 풍월의 마왕을 만났구나.
결국 그 여자가 사람인지 괴물인지, 스승님의 목숨이 죽을지 살지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