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손대성과 저팔계가 막 술법을 부려 그 부녀자들을 꼼짝 못하게 하려는데, 홀연 바람 소리 나는 곳에서 사승이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고개를 돌려 보니 삼장법사가 간 곳이 없었다. 행자가 말했다. “어느 놈이 와서 스승님을 빼앗아 갔느냐?” 사승이 말했다. “어떤 여자가 한바탕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스승님을 휩쓸어 갔나이다.”
행자가 이 말을 듣고 휘파람을 길게 불며 구름 위로 뛰어올라, 손을 이마에 얹어 차양을 만들고 사방을 두루 살펴보니, 먼지 한 무더기가 바람을 타고 구불구불 굴러가며 서북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는데, 그 기세가 자못 사나왔다. 급히 고개를 돌려 외쳐 말했다. “형제들아, 어서 구름을 타고 나와 함께 스승님을 뒤쫓아 가자!” 저팔계와 사승이 즉시 행낭을 말등에 얹고는 소리를 한 번 지르며 모두 허공으로 뛰어올라갔다. 놀란 서량여국의 임금과 신하와 여자들이 흙먼지 속에 꿇어앉아 모두 말했다.
“대낮에 하늘로 날아오른 나한이옵니다. 우리 임금님께서는 놀라거나 의심하실 것 없사옵니다. 당나라 임금님의 의동생께서도 도를 갖춘 선승이시오니, 저희 모두가 눈에 눈동자가 없어 중화의 사내를 잘못 알아보고는 이 한바탕 정성을 헛되이 쏟았나이다. 청컨대 주공께서는 수레에 오르시어 조정으로 돌아가시옵소서.” 여왕이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고 여러 관리들이 모두 함께 도성으로 돌아갔는데, 그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 둔다.
말하자면, 손대성 형제 세 사람이 허공을 날고 안개를 밟으며 그 회오리바람을 바라보고 줄곧 뒤쫓아갔다. 앞에 이르니 높은 산 하나가 솟아 있었는데, 그곳에 다다르니 먼지는 가라앉고 바람머리도 흩어져 괴물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 더욱 알 길이 없었다. 형제들이 구름과 안개를 내려놓고 산기슭에 내려서서 길을 찾아 이리저리 수소문하는데, 홀연 한쪽 벼랑 아래에 푸른 돌이 환히 빛나는 것이 마치 병풍을 세워 놓은 모양 같았다. 세 사람이 말을 끌고 돌병풍을 돌아서니 병풍 뒤에 돌문 두 짝이 있고 문 위에 큰 글자 여섯 자가 새겨져 있었으니 곧 독적산 비파동이었다. 저팔계가 무식하게도 앞으로 나서며 쇠스랑을 휘둘러 문을 쪼으려 하자 행자가 급히 만류하며 말했다. “아우야, 서두르지 마라. 우리가 회오리바람을 따라 쫓아온 끝에 여기까지 왔고, 이리저리 한참을 찾은 끝에야 이 문을 만났으나 그 속이 깊은지 얕은지는 알지 못한다. 만약 이 문이 아니라면 괴물의 심술만 돋우지 않겠느냐? 너희 둘은 말을 끌고 도로 돌병풍 앞으로 가 잠시 서서 기다려라. 늙은 원숭이가 들어가서 알아보고 유무와 허실을 살펴본 뒤에야 일을 도모하는 것이 좋겠다.” 사승이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좋나이다! 좋나이다! 좋나이다! 거친 속에 섬세함이 숨어 있으니, 과연 급한 때일수록 너그러우시옵니다.” 두 사람이 말을 끌고 돌아섰다.
손대성이 신통을 드러내어 손가락으로 결을 쥐고 주문 한 마디를 외운 뒤 몸을 흔들어 한 번 변하니 꿀벌이 되었는데, 참으로 가볍고 날렵하였다. 보라,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날개는 얇아 바람 따라 부드럽고, 허리는 가벼워 햇살에 비쳐 가늘구나. 입은 달콤하여 일찍이 꽃술을 찾았고, 꼬리는 날카로워 두꺼비를 잘 굴복시켰도다. 꿀을 빚는 공이 어찌 얕다 하리오마는, 관아에 드는 예절은 스스로 겸손하도다. 이제 교묘한 계책을 부려 날아오르니 문의 처마로 들어가는구나.
행자가 문틈으로 파고들어 이층 문 안을 날아 지나가니, 한가운데 꽃정자 위에 여자 괴물 하나가 반듯이 앉아 있고 좌우에는 채색 비단옷에 수를 놓은 저고리를 입고 머리를 두 쪽으로 쪽져 올린 여자 아이 몇이 늘어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하늘이 기뻐하고 땅이 즐거운 듯 웃고 떠들며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알 수 없었다. 이 행자가 가만히 날아올라 그 꽃정자의 격자에 딱 붙어 귀를 기울여 듣는데, 또 총각을 얹고 머리를 헝클어뜨린 여자 둘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밀가루 음식 두 쟁반을 받들고 정자로 올라와 말했다. “할머니, 한 쟁반은 사람 고기 소를 넣은 고기찐빵이옵고, 다른 한 쟁반은 팥 소를 넣은 채소찐빵이옵니다.” 그 여자 괴물이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당나라 임금님의 의동생을 부축하여 모셔 오너라.”
채색 비단옷에 수를 놓은 여자 아이 몇이 뒷방으로 가 삼장법사를 부축하여 이끌고 나왔다. 그 스승님은 얼굴이 누렇게 뜨고 입술은 창백하며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 눈물을 방울방울 떨구고 있었다. 행자가 어둠 속에서 가슴을 치며 탄식하여 말했다. “스승님께서 독을 입으셨구나!”
그 괴물이 정자에서 내려와 봄 파처럼 가늘고 고운 열 손가락을 드러내며 장로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겨 말했다. “의동생 나으리, 마음을 놓으소서. 이곳이 비록 서량여국의 궁전은 아니라 부귀나 사치를 견줄 수는 없으나, 실로 한가하고 자유로워 부처를 염하고 경전을 보기에 더없이 알맞소. 게다가 시끄러운 손님이나 번거로운 일도 없으니, 내 그대와 도반이 되어 지낸다면 참으로 백 년을 화목하게 보내는 것이니라.” 삼장법사가 입을 열지 않자 그 괴물이 말했다. “우선 근심부터 거두소서. 그대가 여인국에서 잔치에 나갔을 때 음식을 입에 대지 못했다는 것을 나는 아노라. 여기 고기 음식과 채소 음식 두 쟁반이 있으니, 마음대로 드셔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소서.”
삼장법사가 가만히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내가 말도 아니 하고 음식도 먹지 않으려 하나, 이 괴물은 그 여왕과는 다르도다. 여왕은 그래도 사람의 몸이라 행동거지가 예의를 갖추었거니와, 이 괴물은 요신이니 해를 끼칠까 두렵구나. 어찌한들 좋으랴? 내 세 제자는 내가 이곳에 갇혀 있는 줄도 모르거늘, 혹여라도 나를 해친다면 목숨을 헛되이 잃는 것이 아니겠느냐?’
마음으로 마음에 물어보아도 방도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어 입을 열어 말했다. “고기찐빵은 어떠하며 채소찐빵은 어떠하오?”
여자 괴물이 말했다. “고기찐빵은 사람 고기 소를 넣은 것이오, 채소찐빵은 팥 소를 넣은 것이니라.” 삼장법사가 말했다. “빈승은 채식을 하노라.” 그 괴물이 웃으며 말했다. “여자 아이야, 뜨거운 차를 가져오너라. 너희 집안 어르신께서 채소찐빵을 드시겠다.” 여자 아이 하나가 과연 향기로운 찻잔 하나를 받들어 장로 앞에 놓았다.
그 괴물이 채소찐빵 하나를 쪼개어 삼장법사에게 건네주었다. 삼장법사는 고기찐빵 하나를 통째로 집어 여자 괴물에게 건네주었다. 여자 괴물이 웃으며 말했다. “의동생이여, 어찌하여 나에게는 쪼개지 않고 주느냐?” 삼장법사가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나는 출가한 몸이라 감히 고기를 깨뜨릴 수 없노라.” 그 여자 괴물이 말했다. “그대가 출가한 몸이라 감히 고기를 깨뜨리지 못한다면서, 어찌하여 그저께 자모하 가에서 물을 높이 마시고는 오늘 또 팥 소를 즐겨 먹느냐?” 삼장법사가 말했다. “물이 높으면 배는 급히 가고, 모래가 깊으면 말은 더디 가느니라.” 행자가 격자 틈에서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것을 듣다가 스승님이 참된 성정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하여 참지 못하고 본모습을 드러내어 여의봉을 뽑아 들고 꾸짖어 말했다. “업축이 무례하구나!” 그 여자 괴물은 이를 보고 입에서 연기와 빛을 한 줄기 뿜어 꽃정자를 온통 뒤덮고는 명령했다. “얘들아, 의동생을 거두어라!” 그리고는 세 갈래 강철 창 한 자루를 들고 정자 문을 뛰어나와 욕하며 말했다. “건방진 원숭이야! 감히 내 집에 몰래 들어와 내 얼굴을 엿보담! 달아나지 말라! 이 늙은 어미의 창을 받아라!” 이 대성이 여의봉으로 받아 막으며 싸우는 사이사이 물러났다.
두 사람이 굴 밖으로 치고 나가는데, 저팔계와 사승이 돌병풍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홀연 그 두 사람이 다투며 버티는 것을 보고는, 당황한 팔계가 백마를 끌어 넘기며 말했다. “사승아, 너는 행리와 말이나 잘 지키고 있어라. 늙은 돼지가 가서 거들고 오마.” 그 얼간이 두 손으로 쇠스랑을 치켜들고 앞으로 달려나가며 소리쳐 말했다. “형님은 물러나 계시오. 이 음탕한 계집은 내가 치겠소!” 그 괴물은 팔계가 오는 것을 보자 또 수단을 부려, 한바탕 소리를 지르며 코에서 불을 내뿜고 입에서 연기를 피어 올리고는 몸을 한 번 부르르 떨더니, 세 갈래 창을 휘날리며 달려들어 맞받았다. 그 여자 괴물은 손이 몇 개인지도 알 수 없이 머리도 얼굴도 가리지 않고 굴러오듯 덮쳐 왔다. 이 행자와 팔계가 양쪽에서 에워싸고 공격했다. 그 괴물이 말했다. “손오공아, 너는 분수도 모르는구나! 나는 너를 알건만 너는 나를 모르느니라. 너희 뇌음사의 부처 여래도 오히려 나를 두려워하거늘, 너희 털 달린 인간 둘이 어디 감히 당해 내겠느냐! 다들 덤벼라, 하나하나 똑똑히 맞아 보아라!” 이 한판이 얼마나 잘 싸웠던가. 여자 괴물은 위풍이 자라고 원숭이 왕은 기개가 솟구치며, 천봉원수는 공적을 다투느라 쇠스랑을 함부로 휘둘러 재주를 뽐내려 하였다. 저쪽은 손이 많고 창이 바빠 연기 빛이 휘감기고, 이쪽은 성급하고 병기가 강해 안개 기운이 치솟는구나. 여자 괴물은 다만 짝을 구하려 하는데, 남승이 어찌 원정을 새게 하리오! 음양이 맞지 않아 서로 버티며 싸우니, 저마다 뛰어난 재주를 뽐내며 지독히 다투는구나. 음이 고요히 영화를 기르며 움직임을 생각하고, 양은 거두어 지키며 깨끗함을 사랑하도다. 마침내 두 곳에 화목이 없어 창과 스랑과 쇠몽둥이로 승부를 겨루는구나. 이쪽의 몽둥이는 힘이 있고 스랑은 더욱 능하니, 여자 괴물의 강철 창과 정정당당히 맞서는구나. 독적산 앞에서는 세 사람이 양보하지 않고, 비파동 밖에서는 두 편이 정이 없구나. 저 하나는 당승을 얻어 봉황의 짝을 이루려 하고, 이 둘은 반드시 장로를 따라 참된 경을 취하려 하도다.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들며 서로 싸우니, 해와 달이 빛을 잃고 별자리가 바뀔 지경이로구나! 세 사람이 오래도록 싸웠으되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그 여자 괴물이 몸을 한 번 솟구쳐 도마독장을 써 보니, 어느새 대성의 머리 가죽을 한 번 찔렀다. 행자가 “고통스럽다!” 하고 소리를 지르며 참아 낼 수가 없어 아픔을 안은 채 진을 버리고 달아났다. 팔계는 일이 잘못되어 감을 보고 쇠스랑을 끌며 몸을 돌려 물러났다. 그 괴물이 승리를 거두고 강철 창을 거두었다.
행자가 머리를 감싸 쥐고 눈살을 찌푸리며 괴로운 얼굴로 “무섭다! 무섭다!” 하고 소리쳤다. 팔계가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 “형님, 한창 잘 싸우고 계시다가 어찌 갑자기 고통을 연발하며 달아나셨나이까?” 행자가 머리를 감싼 채 다만 “아파! 아파! 아파!” 하고 외쳤다. 사승이 말했다. “두통이 도진 것이 아니오이까?” 행자가 펄쩍 뛰며 말했다. “아니라! 아니라!” 팔계가 말했다. “형님, 상처를 입으신 것은 못 보았거늘 머리가 아프다 하시니 어찌된 일이오이까?” 행자가 끙끙거리며 말했다. “큰일이다! 큰일이다! 내가 그 계집과 한창 싸우는데, 내가 창의 형세를 깨뜨리는 것을 보고 그 계집이 몸을 한 번 솟구치더니 무슨 병기인지도 모를 것으로 내 머리를 한 번 찔렀거늘, 이토록 머리의 아픔을 견디기 어려워 그만 진을 버리고 왔노라.”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 한가한 곳에서는 늘 자랑하시며 그대의 머리는 수련을 거친 것이라 하더니, 어찌하여 이 한 방을 견디지 못하시오이까?”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노라. 내 이 머리는 수련을 이룬 이래 반도와 선주를 훔쳐 먹고 노자의 금단까지 먹었으며, 천궁을 크게 어지럽힐 때에는 옥황상제가 대력귀왕과 이십팔수를 보내어 두우궁으로 압송하여 곳곳에서 참하게 하였건만, 그 신장들이 칼과 도끼와 쇠망치와 검을 쓰고 천둥으로 치고 불로 태워도, 노자가 나를 팔괘로에 넣어 사십구 일을 단련하였을 때에도 조금도 상하지 않았노라. 그런데 오늘 이 계집이 무슨 병기를 썼는지 늙은 원숭이의 머리를 상하게 하였구나!” 사승이 말했다. “손을 놓으시고 나 좀 보게 하시옵소서. 터진 것은 아니오이까?” 행자가 말했다. “터지지 않았다! 터지지 않았다!” 팔계가 말했다. “내가 서량국에 가서 고약을 얻어다 붙여 드리리이다.” 행자가 말했다. “부지도 않고 터지지도 않았거늘 무슨 고약을 붙인단 말이냐?”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 나는 산전산후 병은 앓아 본 적이 없거늘, 형님은 도리어 이마에 종기를 만들어 내셨구려.” 사승이 말했다. “둘째 형님, 그만 놀리시옵소서. 이제 날이 저물었거늘 큰 형님은 머리를 다치시고 스승님은 또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나이까!”
행자가 끙끙거리며 말했다. “스승님은 괜찮으시다. 내가 들어갈 때 꿀벌로 변하여 안으로 날아들어 가니 그 계집이 꽃정자 위에 앉아 있었다. 잠시 뒤에 계집종 둘이 찐빵 두 쟁반을 받들고 왔는데, 한 쟁반은 사람 고기 소를 넣은 고기찐빵이요 한 쟁반은 팥 소를 넣은 채소찐빵이었다. 또 여자 아이 둘에게 스승님을 부축해 나오게 하여 찐빵 하나를 들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라 하고는, 또 스승님과 무슨 도반이 되겠다고 하였다. 스승님은 처음에는 그 계집과 말도 섞지 않고 찐빵도 드시지 않으시다가, 나중에 그 계집이 감언이설을 늘어놓자 어찌된 영문인지 입을 열어 말씀하시며 채식을 하겠다 하셨다. 그 계집이 채소찐빵 하나를 쪼개어 스승님께 드리니, 스승님께서는 고기찐빵 하나를 통째로 그 계집에게 건네주셨다. 계집이 ‘어찌 쪼개지 않으시나이까?’ 하니 스승님께서 ‘출가한 몸은 감히 고기를 깨뜨릴 수 없노라’ 하셨다. 그 계집이 ‘고기를 깨뜨리지 못한다면서 그저께는 어찌 자모하 가에서 물을 높이 마시고 오늘은 또 팥 소를 즐겨 드시나이까?’ 하니, 스승님께서는 그 뜻을 알아채지 못하시고 두 마디로 답하시기를 ‘물이 높으면 배는 급히 가고 모래가 깊으면 말은 더디 가느니라’ 하셨다. 내가 격자 위에서 듣다가 스승님께서 성정을 어지럽히실까 두려워 곧 본모습을 드러내어 몽둥이를 뽑아 들고 쳤다. 그 계집도 신통을 부려 연기와 안개를 뿜으며 의동생을 거두라 외치고는 강철 창을 휘둘러 늙은 원숭이와 함께 굴 밖으로 치고 나왔노라.” 사승이 이 말을 듣고 손가락을 물며 말했다. “그 음탕한 계집이 어디서부터 우리를 따라왔는지 우리의 지난일을 모두 알고 있사옵니다!” 팔계가 말했다. “그러하다면 우리는 쉬지도 못한단 말이오이까? 무슨 황혼이건 한밤중이건 상관없이 그 문 앞으로 가서 싸움을 걸고 떠들썩하게 굴어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여, 스승님을 함부로 다루지 못하게 합시다.” 행자가 말했다. “머리가 아파 갈 수가 없노라.” 사승이 말했다. “싸움을 걸 필요가 없사옵니다. 하나는 형님의 머리가 아프신 탓이옵고, 둘째는 우리 스승님이 참된 스님이시라 결코 빛깔과 공으로 성정을 어지럽히지 않으실 것이니, 산기슭 아래 바람을 막을 만한 곳에서 이 밤을 앉아 지내며 정신을 기른 뒤 날이 밝거든 다시 의논하옵소서.” 이에 세 형제가 백마를 단단히 매어 두고 행리를 지켜 산기슭 아래에서 묵었는데, 그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 둔다.
말하자면, 그 여자 괴물은 사나운 마음을 내려놓고 환희로운 낯빛을 새로이 가다듬어 명령했다. “얘들아, 앞문과 뒷문을 모두 단단히 닫아라.” 그리고 두 사람을 시켜 야경을 돌며 행자를 감시하게 하고, 문 소리가 들리거든 즉시 알려 오라 하였다. 또 명령했다. “여자 아이야, 침실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촛불을 켜고 향을 사르고 당나라 임금님의 의동생을 모셔 오너라. 내 그분과 즐거움을 나누겠노라.” 드디어 장로를 뒤쪽에서 부축해 이끌어 내었다. 그 여자 괴물이 온갖 교태를 다 부리며 당승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흔히 이르기를 황금도 귀한 것이 못 되고 편안함이 값진 것이라 하였소. 자, 그대와 부부의 연희를 한바탕 즐기러 갑시다.” 이 장로는 이를 악물고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가지 않으려 하나 그 계집이 살해할 마음을 먹을까 두려워, 하는 수 없이 벌벌 떨며 그 뒤를 따라 향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벙어리가 되고 미친 사람이 된 듯하여 어디 감히 고개를 들어 눈을 들겠는가, 방 안에 어떤 침상과 휘장이 있는지도 살펴보지 않았고 어떤 궤짝과 화장 도구가 있는지도 알지 못하였으며, 그 여자 괴물이 늘어놓는 운우의 정취도 아무렇지 않게 흘려들었다. 훌륭한 스님이로다, 참으로 그러하였다.
눈으로는 나쁜 빛깔을 보지 않고 귀로는 음란한 소리를 듣지 않도다. 그는 이 비단 같은 고운 얼굴을 거름과 흙으로 여기고, 금주 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티끌처럼 보는구나. 한평생 다만 참선을 사랑하여 반 걸음도 부처의 자리를 떠나지 않으며, 어찌 옥을 아끼고 향을 사랑할 줄 알겠는가, 오직 참됨을 닦고 성정을 기를 줄만 아는구나. 저 여자 괴물은 발랄하여 봄정이 끝이 없건만, 이 장로는 죽은 듯하여 선기가 그 속에 있도다. 하나는 부드러운 옥과 따뜻한 향 같고, 다른 하나는 죽은 재와 마른 나무 같구나. 저 여자 괴물은 원앙 이불을 펴며 음욕이 진하게 일고, 이 장로는 장삼을 여미며 붉은 마음이 굳건하도다. 저쪽은 가슴을 맞대고 다리를 얽어 봉황의 짝을 이루려 하고, 이쪽은 벽에 그림을 그리고 산으로 돌아가 달마를 찾으려 하도다. 여자 괴물이 옷을 벗으며 살결의 향기와 살갗의 매끄러움을 뽐내지만, 당승은 옷깃을 여미며 거친 살과 투박한 가죽을 단단히 감추었도다. 여자 괴물이 말했다. “내 베개는 남고 이불은 한가한데 어찌 잠을 자지 않으시나이까?” 당승이 말했다. “내 머리는 민둥이요 옷은 다르거늘 어찌 함께 모시겠노라!” 저쪽이 말했다. “나는 전조의 류취취가 되기를 원하노라.” 이쪽이 말했다. “빈승은 월사리가 아니로다.” 여자 괴물이 말했다. “나는 서시만큼 아름답고 몸매도 요염하니라.” 당승이 말했다. “월나라 임금이 그 때문에 오래도록 시체가 묻혔느니라.” 여자 괴물이 말했다. “의동생이여, 꽃 아래에서 죽는들 무슨 상관이며 귀신이 되어도 멋이 있다는 말을 기억하지 못하시나이까?” 당승이 말했다. “내 진양은 지극한 보배거늘 어찌 가벼이 너희 분골두에게 주겠노라.” 그 두 사람이 이런저런 말을 흩어 놓으며 깊은 밤까지 다투었으되 당장로는 조금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여자 괴물이 잡아당기며 놓지 않는데 이 스승님은 늙은 듯 점잖은 듯 끝내 따르지 않았다. 한참을 늘어지게 끌다가 밤중이 지나자 그 괴물이 드디어 노하여 외쳤다. “얘들아, 밧줄을 가져오너라!” 가련하게도 마음에 사랑하는 사람을 밧줄 한 가닥으로 원숭이처럼 꽁꽁 묶어 방의 처마 밑으로 끌어다 버리고는, 은등을 불어 끄고 저마다 잠자리로 돌아갔다.
밤새 아무 일도 없이 지나고, 어느덧 닭이 세 번 울었다. 그 산기슭 아래에서 손대성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내 머리가 한동안 아프더니 이제는 아프지도 저리지도 않고 다만 좀 가렵구나.”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가렵거든 그 계집에게 한 번 더 찔러 보라 하시겠나이까?” 행자가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팔계가 또 웃으며 말했다.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우리 스승님은 이번 밤에 도리어 잘들 놀았겠구려!” 사승이 말했다. “말다툼은 그만 두시옵소서. 날이 밝았으니 어서 일찍 요괴를 잡으러 갑시다.” 행자가 말했다. “아우야, 너는 여기서 말이나 지키고 몸을 움직이지 마라. 저팔계는 나를 따라오너라.” 그 얼간이 정신을 털어 내고 검은 비단 장삼을 단단히 여미어 행자를 따라 각각 병기를 지니고 산비탈로 뛰어올라 곧장 돌병풍 아래에 이르렀다. 행자가 말했다. “너는 우선 멈춰 서 있어라. 저 괴물이 밤사이 스승님을 해치지나 않았는지 두려우니, 먼저 내가 들어가서 알아보고 오겠다. 만약 스승님이 꾐에 빠져 원양을 잃으셨다면 참으로 덕행을 크게 잃은 것이니 그때는 우리 모두 흩어져 제 갈 길을 가는 수밖에 없고, 성정을 어지럽히지 않으시고 선심이 흔들리지 않으셨다면 힘을 다해 맞서 요괴를 때려 죽이고 스승님을 구해 서쪽으로 가면 되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형님은 어찌 그리 어리석고 둔하시외다! 속담에 마른 고기를 고양이의 베개로 줄 수 있겠느냐 하였거늘,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그렇지 않다 해도 한 웅큼은 긁히고 말 것이오!” 행자가 말했다. “함부로 의심하며 떠들지 말고, 내 다녀올 터이니 기다려라.”
훌륭한 대성이 돌병풍을 돌아 팔계와 헤어지고 몸을 흔들어 다시 꿀벌로 변하여 문 안으로 날아드니, 문 안에 계집종 둘이 북채와 방울을 베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꽃정자로 가 살펴보니 그 요정은 밤새 시달렸는지 모두 지쳐서 하나같이 날이 샌 줄도 모르고 아직 자고 있었다. 행자가 뒤쪽으로 날아가니 희미하게 삼장법사가 신음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홀연 고개를 들어 보니 그 복도 아래에 스승님이 사지를 한데 묶인 채 묶여 있었다. 행자가 살며시 삼장법사의 머리 위에 내려앉아 불렀다. “스승님.” 삼장법사가 목소리를 알아듣고 말했다. “오공이 왔느냐? 어서 내 목숨을 구하여라!” 행자가 말했다. “어젯밤 좋은 일은 어떠하셨나이까?” 삼장법사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나는 죽을지언정 그런 짓은 하지 않겠노라!” 행자가 말했다. “어제 보니 그 계집에게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뜻이 있더니, 어찌하여 오늘 그대를 이토록 괴롭히느냐?” 삼장법사가 말했다.
“그 계집이 나를 밤새도록 늘어지게 달라붙어 괴롭혔으나 나는 옷끈도 풀지 않았고 몸도 침상에 닿지 않았노라. 내가 따르지 않으려 하자 그제야 나를 여기에 묶어 두었느니라. 부디 나를 구하여 경을 취하러 가게 하여다오!” 그 사제가 바야흐로 문답을 주고받는데, 그만 그 요정이 잠에서 깨어났다. 요정이 비록 마음은 사나우나 오히려 미련을 두고 떨치지 못하는 정이 있어,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가 “경을 취하러 가게 하여다오” 한마디를 듣고는 침상에서 굴러 내려와 사나운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좋은 부부를 하지 않고 무슨 경을 취하러 간단 말이냐!” 행자가 당황하여 스승님을 버려 두고 급히 날개를 펴 밖으로 날아가 본모습을 드러내고 “팔계야” 하고 불렀다. 그 얼간이 돌병풍을 돌아 나오며 물었다. “그 일이 이루어졌소이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되었다! 아니 되었다! 스승님이 그 계집의 농락을 받으시되 따르지 않으시니 그 계집이 노하여 스승님을 묶어 두었거늘, 막 나에게 지난 사정을 하소연하고 있는데 그 괴물이 잠에서 깨어나는 바람에 내가 놀라 나왔노라.” 팔계가 말했다. “스승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디이까?” 행자가 말했다. “옷끈도 풀지 않았고 몸도 침상에 닿지 않았다 하시더라.”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좋소! 좋소! 좋소! 그래도 참된 스님이시오! 우리가 가서 구해 냅시다!”
그 얼간이 거칠게 사정을 따질 겨를도 없이 쇠스랑을 치켜들고 그 돌문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한 번 내리치니, 와르릉 소리를 내며 몇 조각으로 부서졌다. 놀란 나머지 북채와 방울을 베고 자던 계집종 몇이 이층 문 밖으로 달려나가 소리쳤다. “문을 여시오! 앞문이 어제 그 두 못생긴 사내에게 부서졌나이다!” 그 여자 괴물이 막 방문을 나서는데, 계집종 넷이나 다섯이 달려들어 아뢰었다. “할머니, 어제 그 두 못생긴 사내가 또 와서 앞문을 부수었나이다.” 그 괴물이 이 말을 듣고 즉시 명령했다. “얘들아! 어서 물을 데워 세수하고 단장하여라!” 그리고 명령했다. “의동생을 밧줄째 뒷방에 옮겨 간수하라. 내가 나가서 그들을 치겠노라!” 그 요정이 밖으로 나와 세 갈래 창을 치켜들고 욕하며 말했다. “건방진 원숭이와 멧돼지야! 철없는 놈들! 감히 내 문을 부수다니!” 팔계가 욕하며 말했다. “음탕하고 천한 계집아! 네가 우리 스승님을 가두었거늘 도리어 뻔뻔하게 말이 많구나! 우리 스승님은 네가 꾀어다 남편으로 삼으려 한 분이시니, 어서 모셔 내보내면 용서하리라! 감히 아니라는 말 반 마디라도 꺼낸다면 늙은 돼지의 스랑질 한바탕에 산까지 무너뜨려 버리리라!” 그 요정이 사정을 따질 새 없이 몸을 떨쳐 예전처럼 법술을 부려 코와 입에서 연기와 불을 뿜으며 강철 창을 들어 팔계를 찔렀다. 팔계가 몸을 비켜 피하며 스랑을 휘둘러 찍었고, 손대성이 여의봉을 들어 힘을 보탰다. 그 괴물이 또 신통을 부려서 손이 몇 개인지 알 수 없이 좌우를 막아 내며 서너 다섯 합을 겨루더니, 무슨 병기인지 팔계의 입술 위를 또 한 번 찔렀다. 그 얼간이 스랑을 끌고 입을 감싸 쥔 채 아픔을 안고 달아났다. 행자도 그 계집이 조금 두려워 헛되이 몽둥이 한 번 던지고는 진을 버리고 물러났다. 그 요정이 승리하여 돌아가 계집종들에게 돌을 옮겨 앞문을 단단히 쌓아 막게 하였는데, 그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 둔다.
말하자면, 사승이 산기슭 앞에서 말을 풀어 먹이고 있는데, 문득 어디선가 돼지가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홀연 고개를 들어 보니 팔계가 입을 감싸 쥐고 끙끙거리며 오고 있었다. 사승이 말했다. “무슨 일이오이까?” 그 얼간이 끙끙거리며 말했다. “큰일이다! 큰일이다! 아파, 아파, 아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행자도 앞에 이르러 웃으며 말했다. “이 얼간아!
어제는 내가 이마에 종기가 났다고 저주하더니, 오늘은 도리어 입술이 부은 역질을 만들어 내었구나!” 팔계가 끙끙거리며 말했다.
“참을 수 없다, 참을 수 없다! 몹시 아프구나! 무섭다, 무섭다!” 세 사람이 난처해하고 있는데, 문득 한 늙은 할멈이 왼손에 푸른 대나무 광주리를 들고 남쪽 산길에서 나물을 캐고 오는 것이 보였다. 사승이 말했다. “큰 형님, 저 할멈이 가까이 오시니 내가 가서 물어보아이다. 저것이 무슨 요정이고 무슨 병기이기에 이토록 사람을 상하게 하는지 알아보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너는 멈춰라. 늙은 원숭이가 가서 물어보고 오마.” 행자가 급히 눈을 부릅뜨고 보니 그 할멈의 머리 위에는 상서로운 구름이 덮여 있고 좌우로 향기로운 안개가 몸을 감싸고 있었다. 행자가 알아보고는 즉시 외쳤다. “형제들아, 어서 와서 머리를 조아리지 못할까! 저 할멈이 바로 보살이시니라.” 당황한 저팔계가 아픔을 참고 절을 올리고 사승은 말을 끌고 몸을 굽히며 손대성이 두 손을 모으고 꿇어앉아 불렀다. “나무 대자대비하시고 고통을 구하시는 영감이 뛰어나신 관세음보살이시여.” 그 보살이 그들이 원광을 알아봄을 보시고 곧 상서로운 구름을 밟아 허공으로 올라가 참모습을 드러내니, 이는 물고기 광주리를 든 모습이었다. 행자가 공중까지 쫓아가 절하며 아뢰었다. “보살님, 제자가 영접을 소홀히 한 죄를 용서하옵소서! 저희가 스승님을 구하려 애쓰다가 보살님께서 내려오신 줄도 모르고 있다가, 이제 마군을 만나 수습하기 어렵사오니 천만 번 부디 저희를 건져 주시옵소서!”
보살이 말했다. “이 요정은 몹시 사나우니라. 그 세 갈래 창은 본디 난 두 개의 집게발이요, 사람을 찔러 아프게 하는 것은 꼬리 위의 갈고리 하나이니 이름하여 도마독이라 하느니라. 본래 몸은 전갈정이니라. 앞서 뇌음사에서 부처가 경을 설하는 것을 듣는데 여래가 보고 그만 손으로 그놈을 밀쳐 냈거늘, 그놈이 갈고리를 돌려 여래의 왼손 가운뎃손가락을 한 번 찔렀더니 여래도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즉시 금강에게 그놈을 잡으라 하였으나 그놈은 여기에 있느니라. 당승을 구하려거든 다른 분께 청을 드려야 하리라. 나 또한 그놈에게 다가갈 수 없느니라.” 행자가 다시 절하며 말했다. “보살님께서 가르쳐 주시옵소서. 다른 어느 분께 청하러 가는 것이 좋사오리이까? 제자가 즉시 가서 모셔 오겠나이다.” 보살이 말했다. “동천문 안 광명궁으로 가서 묘일성관에게 청을 드리면 능히 항복받을 것이니라.” 말을 마치고는 곧 한 줄기 금빛으로 변하여 곧장 남해로 돌아갔다.
손대성이 구름을 내려놓고 저팔계와 사승에게 말했다. “형제들아, 염려 마라. 스승님께 구원의 별이 나타났노라.” 사승이 말했다. “어디에 있는 구원의 별이오이까?” 행자가 말했다. “방금 보살님께서 가르쳐 주시어 묘일성관께 청하러 가라 하셨으니, 늙은 원숭이가 다녀오마.” 팔계가 입을 감싸 쥐고 끙끙거리며 말했다. “형님, 그 성관께 아픔을 멎게 하는 약이나 좀 얻어 오시옵소서!”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약은 쓸 것 없노라. 어제처럼 하룻밤 아프고 나면 저절로 나으리라.” 사승이 말했다. “군말은 그만 하시고 어서 빨리 가시옵소서.” 훌륭한 행자가 급히 근두운을 타고 잠깐 사이에 동천문 밖에 이르렀다. 홀연 증장천왕이 앞에서 예를 갖추며 말했다. “대성은 어디를 가시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당승을 모시고 서쪽으로 경을 취하러 가다가 길에서 마장이 몸에 얽혔거늘, 광명궁으로 가서 묘일성관을 뵙고 오려 하오.”
홀연 또 도장신등 사대원수가 나타나 어디를 가느냐 물으니 행자가 말했다. “묘일성관을 찾아가 요괴를 항복받고 스승님을 구하려 하오.” 사대원수가 말했다. “성관께서는 오늘 아침 옥황상제의 칙지를 받드시고 관성대로 순찰하러 가셨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정말 그러한 말씀이오이까?” 신천군이 말했다. “소장들이 성관과 함께 두우궁을 내려왔거늘 어찌 감히 거짓을 말하겠나이까?” 도천군이 말했다. “이제 이미 오래되었으니 혹 돌아오셨을지도 모르나이다. 대성께서는 먼저 광명궁으로 가시고, 돌아오시지 않았거든 관성대로 가 보시면 되나이다.” 대성이 기뻐하며 그들과 작별하고 광명궁 문 앞에 이르니 과연 아무도 없어, 몸을 돌려 막 가려는데 저쪽에 병사 한 줄이 늘어서 있고 그 뒤로 성관이 오고 있었다. 그 성관은 오히려 임금을 배알하는 조복 차림에 온몸에 금실을 두르고 있었으니, 보라,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관에 꽂은 오악이 금빛을 뿜고, 홀에 잡은 산하가 옥빛을 띠는구나. 도포에 걸린 칠성이 구름 속에 아스라이 빛나고, 허리에 두른 팔극의 보배 고리가 환하도다. 쟁그랑거리는 패옥 소리는 운을 두드리는 듯하고, 빠르게 스치는 바람 소리는 방울을 흔드는 듯하구나. 비취 깃 부채를 펴고 묘수가 나타나니, 하늘의 향기가 문 뜰에 가득 퍼지는구나.
앞서 가던 병사들이 행자가 광명궁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급히 몸을 돌려 아뢰었다. “주공이시여, 손대성이 여기 계시나이다.” 그 성관이 구름과 안개를 거두고 조복을 가지런히 여미며 의장 행렬을 멈추고 좌우를 갈라 놓고는 앞으로 나아가 예를 갖추며 말했다. “대성은 어찌하여 오셨느뇨?” 행자가 말했다. “특별히 찾아와 스승님의 한 재난을 구해 주시기를 청하옵나이다.” 성관이 말했다. “무슨 재난이며 어느 지방이뇨?” 행자가 말했다. “서량여국 독적산 비파동이옵니다.” 성관이 말했다. “그 산과 굴에 무슨 요괴가 있기에 이 몸을 부르시느뇨?” 행자가 말했다.
“관음보살께서 방금 모습을 드러내시어 전갈정이라 하시며, 선생께서만 능히 다스릴 수 있다고 특별히 천거하셨기에 이리로 청하러 왔나이다.” 성관이 말했다. “본래 옥황상제께 회주하려 하였거니와 대성께서 오셨고 또 보살의 천거까지 있으니 일이 늦어질까 염려되옵니다. 이 몸은 감히 차를 권하며 맞이할 겨를이 없으니, 우선 그대와 함께 가서 요괴를 항복받고 돌아와 회주하리다.” 대성이 이 말을 듣고 즉시 동천문을 나와 곧장 서량여국으로 향했다. 독적산이 멀지 않음을 바라보며 행자가 가리켜 말했다. “이 산이 바로 그러하옵니다.” 성관이 구름을 내려놓고 행자와 함께 돌병풍 앞 산기슭 아래에 이르렀다. 사승이 이를 보고 말했다. “둘째 형님, 일어나시옵소서. 큰 형님께서 성관을 모셔 오셨나이다.” 그 얼간이는 아직 입을 감싼 채 말했다. “용서하옵소서, 용서하옵소서! 몸에 병이 있어 예를 갖출 수 없사옵니다.” 성관이 말했다. “그대는 수행하는 몸이거늘 무슨 병이 있단 말이뇨?” 팔계가 말했다. “아침에 그 요정과 싸우다가 입술 위를 한 번 찔렸거늘, 지금까지 아프옵니다.” 성관이 말했다. “이리 올라오시오. 내 그대를 치료해 주리다.” 그 얼간이 그제야 손을 놓고 입으로 끙끙거리며 말했다. “천만 번 고쳐 주시옵소서! 나으면 반드시 사례하겠나이다.” 그 성관이 손으로 입술 위를 한 번 쓰다듬고 입김을 한 번 불어 넣으니 곧 아프지 않았다. 그 얼간이 기뻐하며 절을 올리고 말했다. “묘하외다! 묘하외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성관께 번거로우시더라도 내 머리도 한번 만져 주시옵소서.” 성관이 말했다. “그대는 독을 입지 않았거늘 어찌 만지라 하느뇨?” 행자가 말했다. “어제도 입었사옵니다만 하룻밤 지나고 나서야 아프지 않았고, 지금도 아직 좀 저리고 가렵사옵니다. 흐린 날이 되면 도질까 두렵사오니 부디 고쳐 주시옵소서.” 성관이 참으로 그 머리도 한 번 쓰다듬고 입김을 불어 넣으니, 남은 독이 풀려 저리지도 않고 가렵지도 않았다. 팔계가 이를 갈며 말했다. “형님, 가서 그 음탕한 계집을 칩시다!” 성관이 말했다. “옳도다, 옳도다. 그대 둘이 그 계집을 불러내거든 내가 항복받으리라.”
행자와 팔계가 산비탈로 뛰어올라 다시 돌병풍 뒤에 이르렀다. 그 얼간이 입으로 마구 욕을 퍼부으며 손을 갈고리처럼 휘저어 쇠스랑을 한바탕 휘둘러 굴 밖에 쌓아 둔 돌덩이를 헤집어 젖히고는 첫째 문까지 쳐들어가, 또 스랑을 한 번 휘둘러 둘째 문을 산산이 부수었다. 당황한 그 문 안의 작은 요괴들이 날아가듯 달려가 아뢰었다. “할머니! 그 두 못생긴 사내가 또 둘째 문까지 부수었나이다!” 그 괴물은 막 당승을 풀어 주고 채소 국수와 밥을 내어 드시라 하던 참이었는데, 둘째 문이 부서졌다는 소리를 듣고는 즉시 꽃정자에서 뛰어나와 창을 휘둘러 팔계를 찔렀다. 팔계가 쇠스랑으로 맞받아 막고 행자가 곁에서 또 여의봉을 휘둘러 쳤다. 그 괴물이 곁까지 달려들어 독수를 쓰려 하자 두 사람이 그 수법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려 달아났다. 그 괴물이 돌병풍 뒤까지 쫓아오자 행자가 외쳤다. “묘수는 어디 계시나이까?” 그때 그 성관이 산비탈 위에 서서 본모습을 드러내니, 본래 쌍관을 쓴 큰 수탉 한 마리였다. 머리를 쳐들고 있는 모습이 육칠 척이나 되었는데, 요정을 향해 한 번 울자 그 괴물이 즉시 본모습을 드러내니 비파만 한 크기의 전갈정이었다. 성관이 다시 한 번 울자 그 괴물은 온몸이 노곤해져 산기슭 앞에 쓰러져 죽었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꽃 벼슬에 수놓은 목은 술처럼 둥글고, 발톱은 단단하며 뒷발톱은 길고 눈은 성난 듯 부릅뜬 눈이로다. 뛰어오르는 위엄이 다섯 덕을 온전히 갖추었고, 우뚝 솟은 장대한 기세는 세 번 우는 소리에 부럽구나. 어찌 범속한 새가 초가집에서 우는 것에 비하리오, 본래 하늘의 별이요 거룩한 이름을 드러낸 것이로다. 독전갈이 헛되이 인도의 수행을 닦았으나, 본바탕으로 돌아가 참모습을 드러내는구나. 팔계가 앞으로 나서며 한 발로 그 괴물의 가슴과 등을 밟고 말했다.
“업축아, 이번에도 도마독을 쓸 수 있느냐!” 그 괴물은 꿈쩍도 하지 못하고 그 얼간이 휘두른 스랑질 한바탕에 진흙처럼 뭉개졌다. 그 성관이 다시 금빛을 모아 구름을 타고 떠나갔다. 행자와 팔계와 사승이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사례하며 말했다. “폐를 끼쳤나이다, 폐를 끼쳤나이다! 다른 날 궁으로 찾아뵙고 사례하겠나이다.” 세 사람이 사례를 마치고 나서야 행리와 말을 거두어 모두 굴 안으로 들어갔는데, 크고 작은 계집종들이 양쪽에서 꿇어앉아 절하며 말했다. “어르신, 저희는 요사한 무리가 아니옵니다. 모두 서량여국의 여자들인데 앞서 이 요정에게 끌려 왔사옵니다. 스승님께서는 뒤쪽 향방에 앉아 울고 계시나이다.” 행자가 이 말을 듣고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요기라고는 보이지 않아, 뒤쪽으로 들어가 불렀다. “스승님!” 그 삼장법사가 모두 함께 온 것을 보고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어진 제자들아, 너희만 고생하였구나! 그 계집은 어찌 되었느냐?” 팔계가 말했다. “그놈은 본래 큰 암전갈이었사옵니다. 다행히 관음보살의 가르침으로 큰 형님이 천궁에 가서 묘일성관을 모셔 내려오시어 그놈을 항복받으셨나이다. 늙은 돼지가 그놈을 진흙으로 찧어 놓은 뒤에야 감히 깊이 들어와 스승님의 얼굴을 뵈옵나이다.” 당승이 사례를 다할 길이 없어 하였다. 또 채소 쌀과 채소 국수를 찾아 음식을 마련하여 한 끼를 먹고는, 그 끌려 왔던 여자들을 산 아래로 내려보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일러 주었다. 그리고 불을 한 바탕 지펴 몇 칸 되지 않는 방과 집을 모조리 태워 버린 뒤, 당승을 말에 올리고 큰길을 찾아 서쪽으로 나아갔다. 바로 그러하였다.
인연의 먼지를 끊고 색상에서 벗어나며, 금바다를 밀어 말리고 선심을 깨닫는구나.
결국 몇 해가 지나야 참됨을 이루는지를 알 수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