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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6 제56회 신광주초구(神狂誅草寇) · 도매방심원(道昧放心猿)

시에 이르기를, “영대에 물건이 없음을 일러 맑다 하니, 고요하고 고요하여 온통 한 생각조차 일지 않도다. 원숭이와 말을 튼튼히 거두어 방탕하게 놓아두지 말며, 정신을 삼가고 조심하여 뽐내지 말지어다. 여섯 도적을 없애고 삼승을 깨닫고 나면, 온갖 인연이 모두 끊어져 저절로 분명해지리라. 색의 사특함이 영영 사라져 참된 경계를 뛰어넘고, 앉은 채로 서방의 극락성을 누리리라.”

말하자면, 당삼장은 못을 깨물고 쇠를 씹듯 굳게 버티어, 죽음을 무릅쓰고서야 하나의 무너지지 않는 몸을 지켜 내었다. 다행히 행자 일행이 전갈정령을 때려 죽여 준 덕분에 비파동에서 구출되었던 것이다. 가는 길에 아무런 일도 없다가, 어느덧 주명 곧 여름철이 되었는데, 바라보니 이러하였다.

“훈훈한 바람이 이따금 들난초 향기를 실어 보내고, 비로 씻긴 끝에 막 갠 새 대나무가 서늘하구나. 쑥잎은 산에 가득하건만 캐러 오는 이 없고, 부들꽃은 개울에 넘쳐 저마다 향기를 다투누나. 석류꽃은 요염하여 벌들이 기뻐 어슬렁거리고, 시냇가 버들은 그늘이 짙어 되새들이 미친 듯 날아다니는구나. 머나먼 길에서야 어찌 단오 찹쌀밥을 싸 가지고 갈 수 있으랴마는, 용선은 마땅히 멱라강을 조문해야 하리라.”

사부와 제자들은 단오의 경치를 즐기며 걸어, 중천의 명절을 한가로이 보내고 있었는데, 홀연 또 한 떼기 높은 산이 길을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장로는 고삐를 당겨 말을 세우고는 고개를 돌려 불렀다. “오공아, 앞에 산이 있으니 또 요괴가 생겨날까 두렵구나. 모름지기 삼가고 조심하여라.” 행자 일행이 말했다. “스승님, 염려 마옵소서. 저희는 목숨을 바쳐 정성을 다하고 있사오니 무슨 요괴를 두려워하리이까!” 장로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채찍을 더하여 준마를 재촉하고 고삐를 늦추어 교룡처럼 내달리게 하였다. 잠시 뒤 산비탈에 올라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꼭대기의 소나무와 잣나무는 푸른 구름에 닿아 있고, 돌벽의 가시덤불에는 들넝쿨이 걸려 있구나. 만 길이나 우뚝 솟았고, 천 겹으로 깎아지른 듯 매달려 있도다.”

“만 길 높이 우뚝한 봉우리는 험준하고, 천 겹 깎아지른 골짜기와 벼랑은 깊구나. 푸른 이끼와 비취빛 이끼가 그늘진 바위에 깔리고, 늙은 측백과 높은 회화나무가 큰 숲을 이루었도다. 숲 깊은 곳에서 그윽한 새소리가 들리니, 교묘한 울음 참으로 읊을 만하구나. 개울 안의 물은 옥을 쏟는 듯 흐르고, 길가에 떨어진 꽃은 금을 쌓아 둔 듯하구나. 산세가 험악하여 걸어갈 수 없으니, 열 걸음에 반 걸음의 평지조차 없도다. 여우와 사슴은 짝을 지어 마주치고, 흰 사슴과 검은 원숭이는 쌍을 이루어 맞이하는구나. 홀연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학의 울음은 귀를 울려 하늘 궁전까지 꿰뚫는구나. 누런 매실과 붉은 살구는 먹음직하고, 들풀과 한가로운 꽃들은 그 이름조차 알 수 없구나.”

네 사람이 산으로 들어가 한참이나 천천히 걸어 산마루를 넘어 서쪽 비탈을 내려가니, 그곳은 한바탕 평평하고 훤한 들판이었다. 저팔계는 기운을 뽐내며 사화상에게 짐을 지게 하고, 자기는 두 손으로 갈고리를 치켜든 채 앞으로 나서서 말을 몰았다. 그러나 그 말은 조금도 그를 두려워하지 않아, 그 멍청이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아무리 몰아도 그저 천천히 걸을 뿐 조금도 속도를 내지 않았다. 행자가 말했다. “동생아, 네가 말을 몰아서 무엇 하겠느냐? 그냥 천천히 가도록 내버려 두렴.” 팔계가 말했다. “날이 저물어 가는데, 산에 오른 뒤로 온종일 걸었더니 배가 고프구나. 모두 좀 서둘러 움직여 인가를 찾아 공양을 좀 얻어먹자.”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빨리 걷게 해 주마.” 금고봉을 한번 흔들며 크게 한번 호령하자, 그 말은 고삐가 풀린 듯 날아가는 화살처럼 평탄한 길을 따라 앞으로 내달렸다. 말이 팔계는 두려워하지 않고 다만 행자만 두려워하는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행자는 오백 년 전에 옥황상제로부터 대라천 어마감에서 말을 기르는 벼슬을 받았으니, 그 벼슬 이름이 필마온이었다. 그러므로 그 일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와, 무릇 말이라는 것은 모두 원숭이를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 그 장로는 고삐를 당겨도 말을 멈출 수가 없어, 안장다리만 꽉 부여잡은 채 말이 줄곧 고삐를 풀고 내달리도록 내버려 두었는데, 이십 리쯤 트인 밭이 나온 뒤에야 비로소 걸음을 늦추어 갔다.

막 가고 있는데, 홀연 징을 한번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길 양쪽에서 삼십여 명이 불쑥 나타나, 저마다 창과 칼과 몽둥이와 봉을 들고 길목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중 놈아! 어디로 가느냐!” 당승은 깜짝 놀라 부들부들 떨다가 앉아 있지도 못하고 말에서 떨어져, 길가의 풀숲 속에 웅크리고 앉아 계속 외쳤다. “대왕이시여, 목숨만 살려 주옵소서! 대왕이시여, 목숨만 살려 주옵소서!” 우두머리인 두 사내가 말했다. “너는 때리지 않을 터이니, 다만 노잣돈을 남기고 가거라.” 장로는 그제야 정신이 들어 그들이 한 무리의 강도임을 알았으나, 몸을 일으켜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그들의 모습은 이러하였다. 하나는 푸른 얼굴에 드러난 이빨이 태성을 능가하고, 하나는 튀어나온 눈과 둥근 눈이 상문을 능가하는구나. 귀밑의 붉은 털은 불꽃이 날리는 듯하고, 턱 아래 누런 수염은 바늘을 꽂아 놓은 듯하구나. 그 두 놈은 머리에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꽃무늬 두건을 쓰고, 허리에는 담비 가죽에 수를 놓은 치마를 둘렀으며, 하나는 손에 이리 이빨 몽둥이를 쥐었고, 하나는 어깨에 울퉁불퉁한 가시 등덩굴을 가로로 메었구나. 참으로 파산의 호랑이에 못지않고, 진실로 물에서 나온 용과 같구나. 삼장은 그들이 이토록 흉악한 것을 보고 하는 수 없이 일어나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대왕이시여, 빈승은 동쪽 당나라 임금께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보내신 몸이옵니다. 장안을 떠나온 지 세월이 깊고 오래되어, 노잣돈이 조금 있었더라도 이미 다 써 버렸나이다.”

“부디 대왕께서 너그럽게 봐주시어, 빈승을 지나가게만 하여 주옵소서!” 그 두 도적이 무리를 거느리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 호랑이 같은 마음을 품고 중요한 길목을 끊어 놓고 오직 재물만을 요구하거늘, 무슨 봐준다는 말이냐! 네게 참으로 재물이 없다면, 어서 옷을 벗고 백마를 남겨 놓아라. 그러면 너를 지나가게 해 주겠다!” 삼장이 말했다. “아미타불! 빈승의 이 옷은 동네 동쪽 집에서 베를 얻고 서쪽 집에서 바늘을 얻어, 조각조각 시주받아 지어 낸 것이옵니다. 그대들이 이것을 벗겨 간다면 저를 해쳐 죽이는 것이 아니겠나이까? 다만 이승에서는 호걸 노릇을 하여도, 저승에서는 짐승으로 태어날 것이옵니다!” 그 도적은 이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큰 몽둥이를 빼어 들고 앞으로 나서며 곧바로 때리려 하였다. 이 장로는 입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속으로 몰래 이렇게 생각했다. “가련하구나! 너는 네 몽둥이만 자랑하거니와, 내 제자의 몽둥이는 아직 모르고 있구나!” 그 도적은 무슨 변명도 들으려 하지 않고 몽둥이를 치켜들고 사정없이 내리쳤다. 장로는 평생 거짓말을 할 줄 몰랐으나, 이런 급한 곤경에 부닥치자 어쩔 수 없이 거짓말 한마디를 하였다. “두 분 대왕이시여, 우선 손대지 마옵소서. 나에게 어린 제자가 하나 있는데 뒤따라 곧 올 것이옵니다. 그의 몸에 은 몇 냥이 있사오니, 그것을 그대들에게 드리리이다.” 그 도적이 말했다. “이 중은 손해 보는 것도 못 견디는군. 우선 묶어 놓아라.”

무리의 졸개들이 일제히 손을 대어, 한 가닥 밧줄로 묶어 나무 위에 높이 매달아 놓았다.

말하자면, 세 명의 사고뭉치가 뒤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팔계가 껄껄 크게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께서 가시는 걸음이 참 빠르구나. 어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실까?” 홀연 장로가 나무 위에 있는 것을 보고 그가 또 말했다. “스승님 좀 보게. 기다리는 것은 그렇다 치고, 이런 마음씨까지 있단 말인가. 나무에 기어 올라가 덩굴을 잡고 그네를 타며 노는구먼!” 행자가 그것을 보고 말했다. “이 멍청아,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스승님께서 저기 매달려 계신 것이 아니냐? 너희 둘은 천천히 오너라. 내가 가서 좀 보마.” 과연 좋은 대성이로다, 급히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 자세히 살펴보니 한 무리의 강도임을 알아차리고, 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말했다. “횡재로다! 횡재로다! 장사가 문 앞으로 찾아왔구나!” 곧 걸음을 돌려 몸을 한번 흔들어 변신하니, 깨끗하고 말쑥한 어린 중으로 변했는데, 검은 승복 한 벌을 걸치고 나이는 겨우 십육 세쯤 되어 보였으며, 어깨에는 푸른 헝겊 보따리를 메고 있었다. 걸음을 크게 내디뎌 앞으로 나아가며 불렀다. “스승님, 이게 무슨 말씀이옵니까? 이들은 모두 어떤 흉악한 자들이옵니까?” 삼장이 말했다. “제자야, 어서 나를 구해 주지 못할망정, 무얼 묻고 있느냐?” 행자가 말했다. “무슨 짓을 하는 자들이기에 그러시옵니까?” 삼장이 말했다. “이 길을 막은 무리가 나를 가로막고 통행세를 요구하였단다. 몸에 지닌 것이 없다고 하니 나를 여기 매달아 놓고, 다만 네가 오기만을 기다려 의논하려 하느니라. 그리되지 않으면 이 말이나 그들에게 주어 버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참으로 무기력하옵니다. 천하에 중이야 많지만 스승님처럼 살이 헐렁한 이는 드물지요. 당 태종께서 스승님을 서천으로 보내 부처님을 뵙게 하셨거늘, 누가 이 용마를 남에게 주라고 하였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제자야, 이렇게 매달려 맞기까지 하며 요구하니 어찌하면 좋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그들에게 어떻게 말씀하셨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그자가 나를 몹시 때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너를 불어 놓았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참으로 어이가 없사옵니다. 어찌하여 저를 불어 놓으셨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네게 노잣돈이 조금 있다고 하고, 우선 나를 때리지 말라고 하였느니라. 한때 급한 어려움을 면하려는 말이었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좋소! 좋소! 좋소! 스승님께서 높이 사주시니, 바로 이렇게 불어 놓으시옵소서. 한 달에 일흔여든 번쯤 불어 놓아 주신다면, 이 늙은 손오공은 장사가 더욱 잘 될 것이옵니다.”

그 무리의 도적은 행자가 스승과 이야기하는 것을 보더니 대열을 펼쳐 에워싸며 올라와 말했다. “어린 중놈아, 네 스승이 네 허리춤에 노잣돈이 있다고 하였거든 어서 내놓아라. 그러면 너희 목숨을 살려 주겠다! ‘아니’라는 말을 반 마디라도 하면, 너희 잔목숨을 모조리 거두리라!” 행자가 보따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여러분 관장님, 떠들지 마옵소서. 노잣돈이 이 보따리 속에 좀 있사오나 많지는 않사옵니다. 말굽 금이 스무 덩이쯤, 가루 은 이삼십 덩이쯤 있고, 부스러진 것은 세어 보지도 못했나이다. 가지려거든 보따리째 가져가시되, 절대로 우리 스승님은 때리지 마옵소서. 옛 글에 이르기를 덕은 근본이요 재물은 말단이라 하였으니, 이는 말단의 일이옵니다. 저희 출가인은 스스로 시주받을 곳이 있사옵니다. 중에게 공양하는 어른을 만나면 시주돈도 생기고 옷도 생기려니와, 얼마나 쓴다 하시겠나이까? 다만 스승님을 내려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그러면 저도 함께 바치겠나이다.” 그 무리의 도적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이 늙은 중은 인색한데, 이 어린 중은 도리어 시원스럽구나.” 그리고는 명령했다. “내려놓아라.” 그 장로는 목숨을 건지고 곧바로 말에 뛰어올라, 행자는 돌보지도 않은 채 채찍을 움켜쥐고 줄곧 왔던 길로 달려 되돌아갔다.

행자가 급히 외쳤다. “길을 잘못 가십니다!” 보따리를 들고 곧 뒤쫓아 가려 하자, 그 무리의 도적이 가로막으며 말했다. “어디로 가느냐? 노잣돈을 남겨 놓아라. 그래야 형벌을 면하리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말을 하자면, 노잣돈은 모름지기 세 갈래로 나누어야 하오.” 그 도적 두목이 말했다. “이 어린 중이 몹시 약삭빠르구나. 스승을 속여 제 몫을 좀 챙기려는 게로다. 좋아, 내놓아 보아라. 많으면 너에게도 몇 푼 떼어 주어 남몰래 과일이나 사 먹게 하겠다.” 행자가 말했다. “형님들, 그렇게 말할 것이 아니오. 나에게 무슨 노잣돈이 있단 말이오? 그대들 두 사람이 남의 금은을 약탈하였으니, 반드시 내게도 좀 나누어 주시오.” 그 도적은 이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욕하며 말했다. “이 중이 죽고 사는 줄도 모르는구나! 네가 내게 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내게 달라 하느냐! 움직이지 마라! 얻어맞을 줄 알아라!” 하고 한 가닥의 가시 등덩굴 몽둥이를 휘둘러 행자의 민 머리를 겨냥하여 일고여덟 대를 내리쳤다. 행자는 못 느낀 체하며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말했다. “형님들, 이런 식으로 때린다면 내년 봄이 다 오도록 때린대도 참말로 여기지 않겠소.” 그 도적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이 중의 머리가 참 단단하구나!”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천만에요, 칭찬이 과하시오. 그저 그런 대로 견딜 만할 뿐이오.” 그 도적이야 무슨 분별을 들으랴, 두세 명이 일제히 마구 때렸다. 행자가 말했다. “여러분, 노여움을 푸시오. 제가 꺼내 드리겠소.” 과연 좋은 대성이로다, 귓속을 한번 더듬어 수놓은 바늘 하나를 뽑아내며 말했다. “여러분, 저 출가인은 참으로 노잣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소. 다만 이 바늘을 드리겠소.” 그 도적이 말했다. “재수 없는 날이로구나! 부유한 중은 놓아 보내고 이 가난한 대머리 나귀를 잡았으니! 네가 재주가 좋다면 재봉이라도 하겠느냐? 내가 바늘을 해서 무엇 하겠느냐?” 행자는 바늘을 마다한다는 말을 듣고 손가락에 집어 쥐고 한번 흔들어 보이니, 사발만 한 굵기의 몽둥이 한 자루로 변하였다. 그 도적이 겁을 내며 말했다. “이 중은 생김새는 작더니 도술을 부릴 줄 아는구나.” 행자가 몽둥이를 땅에 꽂으며 말했다. “여러분이 들 수 있다면 드리겠소.” 두 도적이 앞으로 나서서 빼앗으려 하였으나, 가련하게도 잠자리가 석주를 흔드는 격이니 반 푼만큼도 움직여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몽둥이는 본래 여의금고봉으로서 저울로 달아 보면 일만 삼천오백 근의 무게가 나가는 것인데, 그 무리의 도적이 어찌 알았으랴! 대성이 앞으로 걸어 나가 가볍게 들어 올리고는 구렁이가 몸을 뒤척이는 자세로 걸음을 비틀며, 강도들을 가리켜 말했다. “너희는 모두 운수가 사나워 이 늙은 손오공을 만났느니라!” 그 도적이 앞으로 달려들어 또 쉰예순 대를 때렸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너도 때리느라 손이 피곤하구나. 자, 이 늙은 손오공이 한 방 때리게 해 보아라. 그러나 참말로 여기지는 마라.” 보라, 그가 몽둥이를 펼쳐 한번 흔드니 우물 난간만 한 굵기에 일고여덟 장의 길이가 되었는데, 휘익 한 방으로 하나를 땅에 거꾸러뜨리니 입술을 흙에 묻은 채 다시는 소리를 내지 못했다. 다른 하나가 입을 열어 욕하며 말했다. “이 대머리 놈이 몹시 무례하구나! 노잣돈은 없거니와 도리어 내 사람 하나를 상하게 하였느니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천천히, 천천히! 내가 하나씩 때려 주어, 아주 뿌리를 끊어 주겠다!” 휘익 하고 또 한 방으로 두 번째 놈을 때려 죽이니, 놀란 나머지 졸개들이 창과 몽둥이를 내버리고 사방으로 흩어져 목숨을 구해 달아났다.

말하자면, 당승은 말을 타고 동쪽을 향해 줄곧 달리고 있었다. 팔계와 사승이 가로막으며 말했다. “스승님, 어디로 가십니까? 길을 잘못 드셨나이다.” 장로가 말을 세우며 말했다. “제자들아, 어서 가서 너희 사형에게 몽둥이 아래에서 인정을 베풀어, 저 강도들을 때려 죽이지 말라고 일러라.” 팔계가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멈춰 계시옵소서. 제가 다녀오겠나이다.” 멍청이는 줄곧 앞으로 달려가 목청을 높여 크게 외쳤다. “형님, 스승님께서 사람을 때리지 말라고 하십니다.” 행자가 말했다. “동생아, 내가 언제 사람을 때렸느냐?” 팔계가 말했다. “그럼 강도들은 어디로 갔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나머지는 다 흩어졌고, 다만 두목 두 놈이 여기서 자고 있구나.”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이 재수 없는 놈들, 밤을 새웠는지 몹시 고단한가 보구나. 다른 데서 자지 않고 하필 여기서 자다니!” 멍청이가 곁으로 다가가 들여다보며 말했다. “나하고 한패가 된 모양이지. 입을 벌린 채 자더니, 끈적거리는 침을 흘렸구먼.” 행자가 말했다. “이 늙은 손오공이 몽둥이로 두부를 쳐 냈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사람 머리에 두부가 있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골수를 쳐 냈느니라!” 팔계는 골수를 쳐 냈다는 말을 듣고 황급히 되돌아 달려가 당승에게 말했다. “흩어졌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착하고 착하도다! 어느 길로 갔느냐?” 팔계가 말했다.

“때려 놓으니 발이 곧게 뻗었거늘, 또 어디로 가서 걷겠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네가 어찌 흩어졌다고 하느냐?” 팔계가 말했다. “때려 죽였사온데, 흩어진 것이 아니고 무엇이옵니까?” 삼장이 물었다. “때린 것이 어떤 모양이더냐?” 팔계가 말했다. “머리에 큰 구멍이 두 개 뚫렸나이다.” 삼장이 명령했다. “보따리를 풀고 엽전 몇 닢을 꺼내어, 어서 가서 고약 두 장을 얻어다가 저 둘에게 붙여 주어라.”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참으로 점잖지 못하십니다. 고약은 산 사람의 종기나 부스럼에나 붙이는 것이거늘, 어찌 죽은 사람의 구멍에 붙인단 말이옵니까?” 삼장이 말했다. “정말로 때려 죽였단 말이냐?” 그리고는 성이 나서 입으로 줄곧 중얼중얼, 원숭이니 잔나비니 하며 투덜거렸다. 말머리를 돌려 사승, 팔계와 함께 시체 앞에 이르러 보니, 피를 흘리며 산비탈 아래에 거꾸러져 있었다.
이 장로는 차마 볼 수가 없어 즉시 팔계에게 명령했다. “어서 쇠갈고리로 구덩이를 파서 묻어라. 내가 그들에게 염불 한 권을 외어 주겠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스승님께서 사람을 잘못 부리시는구려. 행자가 사람을 때려 죽였으면 마땅히 그를 시켜 묻고 불을 사르게 하시지, 어찌 이 늙은 돼지에게 인부 노릇을 시키시나이까?” 행자는 스승에게 욕을 먹어 노기가 나서 팔계를 호령했다. “이 게으르고 무딘 놈아! 어서 가서 묻어라! 조금이라도 늦으면 곧 몽둥이 한 방이니라!” 멍청이는 겁이 나서 산비탈 아래로 석 자쯤 파 내려갔는데, 아래가 온통 돌기둥과 돌뿌리라 갈고리 이빨을 버티고 있었다. 멍청이는 갈고리를 내던지고는 곧 주둥이로 파기 시작하여, 부드러운 곳까지 파 들어갔는데 한 입에 두 자 다섯 치, 두 입에 다섯 자 깊이가 되어, 두 도적의 시체를 묻고 흙을 둥글게 쌓아 무덤 하나를 만들었다. 삼장이 불렀다. “오공아, 향촉을 가져오너라. 내가 기도를 드리고 경을 외겠느니라.” 행자가 입을 비죽거리며 말했다. “참으로 눈치가 없으십니다! 이 산중 한가운데는 앞에도 마을이 없고 뒤에도 주막이 없거늘, 어디에서 향촉을 구하시렵니까? 돈이 있다 한들 살 곳도 없사옵니다.” 삼장이 분을 삭이며 말했다. “원숭이 놈아, 비켜라! 내가 흙을 모아 향을 사르고 기도하리라.” 이는 삼장이 안장에서 내려 거친 무덤 앞에서 슬퍼하고, 성스러운 중이 선한 마음으로 황량한 무덤에 비는 것이니, 축문에 이르기를,

“삼가 비옵나니, 호걸이여, 내 비는 까닭을 들으소서. 생각하옵건대 이 제자는 동쪽 당나라 사람이옵니다. 당 태종 황제의 뜻을 받들어 서방으로 경문을 구하러 가는 길이옵니다. 이곳에 이르러 그대 여러 사람을 만났사오니, 어느 부며 어느 주며 어느 현 사람인지는 알지 못하옵니다만, 모두 이 산속에서 무리를 지어 지내는 이들이옵니다. 나는 좋은 말로 간곡히 애걸하였거늘, 그대들은 듣지 않고 도리어 선의를 원망으로 갚았나이다. 그러다 마침내 행자를 만나 몽둥이 아래에서 몸을 다쳤나이다.”

“간절히 생각하오니 시신이 드러나 있었기에, 내가 흙을 덮어 무덤을 만들었나이다. 푸른 대나무를 꺾어 향촉을 삼았으니 빛은 없으나 정성이 간절하고, 완고한 돌을 가져다 공양물을 삼았으니 맛은 없으나 정성이 참되나이다. 그대가 삼라전 아래에 가서 송사를 일으켜 나무를 쓰러뜨리고 뿌리를 캐려 하여도, 그는 성이 손이요 나는 성이 진이니 저마다 다른 성씨를 지녔나이다. 원한에도 머리가 있고 빚에도 주인이 있거늘, 부디 경을 구하는 이 중을 고발하지 말아 주소서.”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깨끗하게 발을 빼시누나. 그가 때릴 때는 우리 둘은 없었사옵니다.” 삼장은 참으로 또 흙을 모아 빌며 말했다. “호걸이여, 고발하려거든 다만 행자만 고발하소서. 팔계와 사승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나이다.” 대성이 그 말을 듣고 참지 못해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당신은 참으로 정이 없도다. 스승님을 위해 경을 구하느라고 내가 얼마나 많은 고생과 수고를 겪었는데, 이제 이 털 달린 도적 둘을 때려 죽였더니 도리어 그자에게 가서 이 늙은 손오공을 고발하라 하시는구나! 비록 내가 손을 대어 때렸으나, 또한 오직 스승님을 위해서였느니라. 스승님께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지 않으셨다면, 내가 스승님의 제자가 되지 않았을 터이니, 어찌 이곳에 와서 사람을 때려 죽일 일이 있으리오! 차라리 내가 그에게 빌어 주마.” 쇠몽둥이를 움켜쥐고 그 무덤을 향해 세 번 내리찍으며 말했다. “재수 없는 강도야, 잘 들어라! 네 놈에게 앞으로 일고여덟 방, 뒤로 일고여덟 방을 얻어맞았으나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았거늘, 성질이 건드려져 그만 실수로 너를 때려 죽였노라. 네가 어디로 가서 고발하든 이 늙은 손오공은 참으로 두렵지 않느니라. 옥황상제도 나를 알고, 천왕도 나를 따르며, 이십팔수는 나를 두려워하고, 구요성관은 나를 무서워하느니라. 부와 현의 성황이 내게 무릎을 꿇고, 동악천제는 나를 두려워하며, 십 대 염군은 일찍이 내 종이 되었고, 다섯 길의 창신은 일찍이 내 하인 노릇을 하였느니라. 삼계와 다섯 관청을 막론하고 시방의 모든 재상이 다 나와 정이 깊고 얼굴이 익거늘, 네가 어디로 가서 고발하든 마음대로 해 보아라!” 삼장은 이런 사나운 말을 내뱉는 것을 보고 또 놀라며 말했다. “제자야, 내가 기도한 것은 너로 하여금 살리기를 좋아하는 덕을 본받고 착하고 선한 사람이 되게 하려 함이거늘, 네가 어찌 그것을 곧이받아들이느냐?”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이것은 장난으로 할 일이 아니옵니다. 어서 스승님과 함께 묵을 곳을 찾아 갑시다.” 그 장로는 하는 수 없이 노기를 품은 채 말에 올랐다.

손대성은 마음속으로 불화가 있었고, 팔계와 사승도 질투하는 마음이 있어, 사부와 제자들이 모두 겉으로는 웃고 속으로는 등져 있었다. 큰길을 따라 서쪽으로 곧장 가고 있는데, 홀연 길 북쪽에 장원 하나가 있는 것이 보였다. 삼장이 채찍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로 가서 하룻밤 묵어 가자꾸나.” 팔계가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마침내 장원 곁에 이르러 말에서 내렸다. 살펴보니 과연 머물 만한 곳이라, 바라보니 이러하였다. 들꽃은 오솔길에 넘치고, 잡목이 사립문을 가리었구나. 먼 언덕에는 산물이 흐르고, 평평한 밭두둑에는 보리와 해바라기를 심었구나. 갈대에 이슬이 촉촉하여 가벼운 갈매기가 깃들고, 버들에는 바람이 잔잔하여 지친 새가 깃드는구나. 푸른 측백과 소나무가 비취빛을 다투고, 붉은 다북쑥과 여뀌가 향기를 겨루누나. 마을 개가 짖고, 저녁 닭이 울며, 소와 양이 배불리 먹고 목동이 돌아오는구나. 부엌 연기가 안개를 이루어 누런 기장이 익으니, 바로 산골 집에 저녁이 드는 때로다.

장로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홀연 그 농가 문 안에서 노인 하나가 걸어 나왔으므로 즉시 마주 서서 인사를 나누었다. 그 노인이 물었다. “중은 어디서 왔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빈승은 동쪽 큰 당나라에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라고 특별히 보내진 몸이옵니다. 마침 그대의 고장을 지나게 되었는데 날이 저물어 가옵니다. 특별히 댁에 와서 하룻밤 묵기를 청하나이다.”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대의 고장에서 내가 사는 이곳까지 오는 길은 멀고도 아득하거늘, 어찌 물을 건너고 산을 넘어 홀로 여기까지 왔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빈승에게는 제자 셋이 함께 왔나이다.” 노인이 물었다. “그 높은 제자들은 어디 있나이까?” 삼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큰길 옆에 서 있는 자들이 그들이옵니다.” 노인이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가 그들의 생김새가 추악한 것을 보고, 급히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삼장이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어르신,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하룻밤만 묵게 하여 주옵소서!” 노인은 부들부들 떨며 입을 다물고 말을 잇지 못하고, 머리를 저으며 손을 내저어 말했다. “아니, 아니, 사람의 꼴이 아니옵니다! 저것들은, 저것들은 몇 놈의 요정이옵니다!” 삼장이 웃음을 띠며 말했다. “어르신, 조금도 두려워 마옵소서. 제 제자들은 원래 이런 생김새로 태어났을 뿐, 요정이 아니옵니다!” 노인이 말했다. “할아버지야! 하나는 야차요, 하나는 마면이요, 하나는 뇌공이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목청을 높여 크게 외쳤다. “뇌공은 내 손자요, 야차는 내 증손자요, 마면은 내 현손이니라!” 그 노인은 이 말을 듣고 넋이 흩어지고 혼이 날아가 얼굴빛이 변하여, 그저 안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삼장이 그를 부축하여 함께 초당으로 들어가며 웃음을 띠고 말했다. “어르신, 그들을 두려워 마옵소서. 저 아이들은 모두 이렇게 거칠고 무뚝뚝하여 말을 할 줄 모르나이다.”

바로 달래고 있는데, 뒤쪽에서 할멈 하나가 다섯이나 여섯 살쯤 된 아이 하나를 데리고 나오며 말했다. “영감, 무슨 일로 그리 놀라셨나이까?” 노인이 그제야 불렀다. “마누라, 차를 가져오너라.”

그 할멈은 참으로 아이를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가 찻잔 두 개를 받들어 내왔다. 차를 마시고 나자 삼장이 몸을 돌려 할멈에게 절을 올리며 말했다. “빈승은 동쪽 큰 당나라에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라고 보내진 몸이옵니다. 막 이곳에 이르러 댁에 하룻밤 묵기를 청하였사온데, 제 세 제자의 생김새가 추악하여 어르신께서 깜짝 놀라셨나이다.” 할멈이 말했다. “생김새가 추악한 것을 보고 그리 놀라다니, 호랑이나 승냥이를 보면 어찌하시려나이까?” 노인이 말했다. “마누라, 얼굴이 추악한 것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말씨가 더욱 사람을 놀라게 하옵니다. 내가 저들을 야차와 마면과 뇌공 같다고 하였더니, 그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뇌공은 제 손자요, 야차는 제 증손자요, 마면은 제 현손이라 하지 않겠소? 내가 이 말을 듣고 그만 겁이 났나이다.” 당승이 말했다. “아니외다, 아니외다. 뇌공을 닮은 이는 제 큰제자 손오공이옵고, 마면을 닮은 이는 제 둘째 제자 저오능이옵고, 야차를 닮은 이는 제 셋째 제자 사오정이옵니다. 그들이 비록 추악하나 또한 사문의 가르침을 받들고 선한 과보에 귀의하였사오니, 무슨 사악한 요괴가 아니오니 어찌 그들을 두려워하시나이까!” 노인 내외는 그들의 이름과 사문에 귀의하였다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마음을 가라앉히고 놀란 것을 거두며 말했다. “들어오시라 하옵니다, 들어오시라 하옵니다.” 장로가 밖으로 나가 그들을 부르고는 또 당부했다. “방금 이 어르신께서 너희를 몹시 미워하셨느니라. 들어가 뵐 때에 결례하지 말고, 저마다 점잖게 굴어라.” 팔계가 말했다. “나는 준수하고 점잖소. 사형처럼 막되지 않았단 말이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입이 길고 귀가 크며 얼굴이 추악한 것만 아니라면, 그 또한 훌륭한 사내일 게다.” 사승이 말했다. “말다툼하지 마라. 여기는 재주를 뽐내고 약을 쓰는 자리가 아니니, 어서 들어가라! 어서 들어가라!”

마침내 행낭과 말을 모두 초당으로 데려가, 함께 절을 올리고 자리를 정했다. 그 할멈은 어질고 슬기로워, 곧 아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밥을 짓도록 분부하고는 소찬 한 끼를 차려 주어, 사부와 제자들이 먹었다. 차츰 날이 저물어 등불을 밝혀 들고 모두 초당에서 한담을 나누었다. 장로가 그제야 물었다. “어르신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옵니까?” 노인이 말했다. “성이 양이옵니다.” 또 나이를 물었다. 노인이 말했다. “일흔넷이옵니다.” 또 물었다. “아드님은 몇 분이시오?” 노인이 말했다. “하나뿐이옵니다. 아까 마누라가 데리고 있던 아이는 제 손자이옵니다.”

장로가 말했다. “아드님을 만나 뵙고 절을 올리고 싶사옵니다.” 노인이 말했다. “그놈은 절을 받을 자격이 없나이다. 이 늙은이는 팔자가 사나워 그놈을 길러 내지 못하였거니와, 지금은 집에 없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어느 곳에서 생업을 하시옵니까?”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했다.

“가련하옵니다! 가련하옵니다! 어디에서든 생업을 한다면 그것이 이 늙은이의 행운이려니와! 그놈은 오로지 나쁜 마음만 품고 본분에 힘쓰지 않으며, 오로지 남의 집을 털고 길목을 끊고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르기를 좋아하옵니다! 사귀는 자들이 모두 여우와 개 같은 무리이옵니다! 닷새 전에 나간 뒤로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이다.” 삼장은 그 말을 듣고 감히 입을 열지 못한 채 속으로 몰래 생각했다.

“혹시 오공이 때려 죽인 것이 바로 그 아들이 아닐까?” 장로는 마음이 편치 않아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착하고도 착하도다! 이토록 어진 부모에게서 어찌하여 악하고 패역한 자식이 났단 말인가!” 행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영감, 이처럼 불초하고 간사하며 도둑질과 음란을 일삼는 자식은 부모에게 누를 끼치니, 그런 자식이 있어 무엇 하겠소! 내가 대신 그놈을 찾아다가 때려 죽여 주리다.” 노인이 말했다. “나 또한 그놈을 없애 버리고 싶사오나, 다음으로 이을 사람이 없사옵니다. 비록 재주가 없다 한들, 반드시 그놈을 남겨 두어 이 늙은이의 무덤에 흙을 덮게 해야 하옵니다.” 사승과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사형, 쓸데없는 일에 관여하지 마시오. 우리가 관가의 사람도 아니거늘, 그 집의 불초한 자식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오! 어르신께 여쭙건대, 짚단 한 묶음만 내어 주시어 저쪽에 자리를 펴고 자게 하시고, 날이 밝거든 길을 가겠나이다.” 노인이 즉시 일어나 사승을 시켜 뒷뜰에서 짚단 두 묶음을 가져오게 하고, 그들을 뜰 안의 초가 오두막에서 쉬게 하였다. 행자는 말을 끌고, 팔계는 행장을 메고, 장로와 함께 모두 오두막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 둔다.

말하자면, 그 무리의 도적 가운데 과연 늙은 양씨의 아들이 있었다. 아침 일찍 산 앞에서 행자에게 두 도적 두목이 맞아 죽은 뒤, 그들은 모두 사방으로 흩어져 목숨을 구했는데, 사경쯤 되어 다시 한 무리로 뭉쳐 문 앞에 와서 문을 두드렸다. 노인이 문 소리를 듣고 즉시 옷을 걸치며 말했다. “마누라, 그놈들이 왔구려.”

마누라가 말했다. “왔거든 영감이 가서 문을 열고 집으로 들여보내요.” 노인이 막 문을 열자, 그 무리의 도적이 모두 떠들어 댔다. “배고파라! 배고파라!” 이 늙은 양씨의 아들이 급히 안으로 들어가 아내를 깨워 쌀을 푸고 밥을 짓게 하였다. 그런데 부엌에 땔감이 없어 뒷뜰로 가서 땔감을 부엌으로 가져온 뒤 아내에게 물었다. “뒷뜰의 백마는 어디서 온 것이오?” 그의 아내가 말했다. “동쪽에서 경을 구하러 가는 중이오. 어젯밤에 이곳에 이르러 하룻밤 묵었는데, 시아버님과 시어머님이 저녁 공양 한 끼를 대접하시고는 초가 오두막에서 자게 하였소.”

그놈은 이 말을 듣고 초당으로 나가며 손뼉을 치고 웃어 말했다. “형제들, 횡재로다! 횡재로다! 원수가 내 집에 있구나!” 도적들이 말했다. “그 원수가 누구요?” 그놈이 말했다. “우리 두목을 때려 죽인 그 중이오. 우리 집에 와서 묵고 있는데, 지금 초가 오두막에서 자고 있소.” 도적들이 말했다.

“잘됐구나! 잘됐구나! 저 대머리 나귀들을 잡아 하나씩 고기 다지듯 썰어 버리면, 하나는 저 행낭과 백마를 얻는 것이요, 둘은 우리 두목의 원수를 갚는 일이오!” 그놈이 말했다. “서두르지 말고, 너희는 우선 가서 칼을 갈아라. 내가 밥을 다 지으면 모두 배불리 먹고 일제히 손을 쓰자.” 참으로 그 도적들은 칼 가는 자는 칼을 갈고 창 가는 자는 창을 갈았다. 그 노인은 이 말을 듣고 가만히 뒷뜰로 걸어가 당승네 넷을 깨우며 말했다. “그놈이 무리를 거느리고 왔소. 너희가 여기 있는 줄 알고 해치려 하옵니다. 이 늙은이는 너희가 먼 곳에서 온 것을 가엾게 여겨 상해를 입히고 싶지 않사오니, 어서 행장을 챙기시오. 내가 너희를 뒷문으로 보내 주겠소!” 삼장은 이 말을 듣고 부들부들 떨며 머리를 조아려 노인에게 감사하고는, 즉시 팔계를 불러 말을 끌게 하고 사승에게 짐을 지게 하였으며, 행자는 아홉 고리 석장을 들었다. 노인이 뒷문을 열어 그들을 보내고는, 여전히 가만히 앞으로 돌아가 누웠다.

말하자면, 그놈들은 칼과 창을 날카롭게 갈고 밥을 배불리 먹은 뒤, 어느새 오경이 되어 일제히 뜰로 와서 살펴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즉시 등불과 횃불을 밝혀 한참을 찾아보았으나 사방에 자취가 없고, 다만 뒷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모두 말했다. “뒷문으로 달아났다! 달아났다!” 하고는 함성을 한번 지르며 “뒤쫓아 가서 잡아라!” 하였다. 하나같이 날아가는 화살처럼 곧장 뒤쫓아 동쪽에 해가 돋을 무렵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당승이 보였다. 그 장로가 홀연 고함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보니, 뒤쪽에 이삼십 명이 창과 칼을 빽빽이 들고 오고 있었다. 그래서 불렀다. “제자들아, 도적 떼가 뒤쫓아왔구나. 어찌하면 좋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염려 마옵소서! 염려 마옵소서! 이 늙은 손오공이 그들을 끝장내고 오겠나이다!” 삼장이 말을 세우며 말했다. “오공아, 절대로 사람을 상하게 하지 말고, 다만 위협하여 물리치기만 하여라.” 행자가야 어찌 그 말을 들으랴, 급히 몽둥이를 빼어 들고 고개를 돌려 맞서며 말했다. “여러분, 어디 가시오?” 도적들이 욕하며 말했다. “대머리 놈이 무례하구나! 우리 대왕의 목숨을 내놓아라!” 그놈들은 원형 진을 쳐서 행자를 가운데 에워싸고 창과 칼을 들어 마구 찌르고 베었다. 이 대성이 금고봉을 한번 흔들어 사발만 한 굵기로 만들어 그 무리의 도적을 쳐서 별이 떨어지고 구름이 흩어지듯 하였으니, 스치는 자는 곧 죽고 걸치는 자는 곧 망하며, 부딪치는 자는 뼈가 부러지고 스치는 자는 살갗이 다쳤다. 약삭빠른 몇은 달아나 빠져나갔으나, 어리석은 자들은 모두 염라대왕을 보러 갔다!

삼장은 말 위에서 많은 사람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당황하여 말을 몰아 서쪽으로 달렸다. 저팔계와 사화상도 등자와 채찍을 따라 바짝 뒤따라갔다. 행자는 죽지 않고 상처를 입은 도적에게 물었다. “늙은 양 영감의 아들이 어느 놈이냐?” 그 도적이 신음하며 아뢰었다. “할아버지, 저 누런 옷을 입은 놈이옵니다!” 행자가 앞으로 나서며 칼을 빼앗아 쥐고는 누런 옷을 입은 자의 목을 베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손에 들고 쇠몽둥이를 거둔 뒤, 구름 걷는 걸음으로 내달려 당승의 말 앞에 이르러 목을 내밀며 말했다. “스승님, 이것이 늙은 양 영감의 패역한 아들이옵니다. 이 늙은 손오공이 목을 베어 왔나이다.” 삼장이 그것을 보고 크게 놀라 얼굴빛이 변하며, 당황한 나머지 말에서 떨어져 욕하며 말했다. “이 무례한 원숭이야, 나를 놀라 죽이는구나! 어서 치워라! 어서 치워라!” 팔계가 앞으로 나서서 그 사람의 목을 발로 차 길가로 굴려 버리고, 쇠갈고리로 흙을 파서 덮었다. 사승이 짐을 내려놓고 당승을 부축하며 말했다. “스승님, 일어나시옵소서.” 그 장로는 땅에 앉은 채 정신을 가다듬고는 마음속으로 《긴고아주》를 외우기 시작하여, 행자의 귀가 붉어지고 얼굴이 달아오르며 눈이 부어오르고 머리가 어지러워 땅바닥을 구르게 만들었으니, 다만 외쳤다. “외우지 마옵소서! 외우지 마옵소서!” 그 장로가 열몇 번쯤 외우고서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 행자는 몸을 뒤집고 물구나무를 서며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다만 외쳤다. “스승님, 제 죄를 용서하옵소서! 하실 말씀이 있거든 하시옵소서. 외우지 마옵소서! 외우지 마옵소서!” 삼장이 그제야 입을 다물며 말했다. “할 말이 없느니라. 나는 너를 데리고 다니지 않겠으니, 너는 돌아가거라!” 행자는 아픔을 참으며 머리를 조아리고 말했다. “스승님, 어찌하여 저를 쫓아 보내시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이 무례한 원숭이야, 사납고 악함이 너무 심하니 경을 구할 사람이 아니로다. 어제 산비탈 아래에서 그 도적 두목 둘을 때려 죽였을 때, 이미 나는 너의 불인함을 괴이하게 여겼느니라. 저물어 노인의 집에 이르러서는 그가 공양을 베풀고 묵게 해 준 은혜를 입고, 또 그가 뒷문을 열어 우리가 목숨을 건져 달아나게 해 준 은혜를 입었거늘, 비록 그의 아들이 불초하다 한들 나와는 상관이 없거늘, 또한 그의 목을 베어서는 안 될 일이 아니더냐! 하물며 또 많은 사람을 죽여 얼마나 많은 생명을 해치고, 천지의 얼마나 많은 화기를 상하게 하였느냐! 여러 차례 너를 타이르되 털끝만큼의 선한 마음도 없으니, 너를 데리고 무엇 하겠느냐! 어서 가라! 어서 가라! 다시 진언을 외우지 않게 말이다!” 행자가 겁을 먹고 다만 외쳤다. “외우지 마옵소서, 외우지 마옵소서! 제가 가겠나이다!” 가겠다는 말과 함께 줄곧 근두운을 타고 그림자도 자취도 없이 사라져, 마침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 이는 곧 이러하였다.

“마음에 사나운 광기가 있으면 단약이 익지 않고, 정신이 자리를 정하지 못하면 도를 이루기 어렵도다.”

결국 그 대성이 어느 곳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