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다운로드 > Hoe57

057 제57회 진행자낙가산소고(眞行者落伽山訴苦) · 가후왕수렴동등문(假猴王水簾洞謄文)

말하자면, 손대성은 속이 상하고 답답하여 견디지 못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화과산 수렴동으로 돌아가려 하니 본동의 작은 요괴들이 보고 비웃으며, 나갔다가 도로 들어왔다 하여 대장부의 그릇이 아니라 할까 두려웠고, 천궁으로 몸을 의탁하려 하니 천궁에서 오래 머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까 두려웠으며, 바다 위의 섬으로 가려 하니 또한 저 삼도의 여러 신선을 부끄럽게 마주하게 될 터였고, 용궁으로 달아나려 하니 또한 용왕에게 빌고 사정하는 것이 분하지 않았다. 참으로 기댈 곳도 의지할 곳도 없어 괴로이 스스로 헤아려 보았다. “에라, 에라, 에라! 도로 스승님을 뵈러 가는 것이 바른 길이로다.” 마침내 구름을 내려뜨려 곧장 삼장의 말 앞에 이르러 서서 말했다. “스승님, 이번 한 번만은 제자를 용서하옵소서! 이제부터는 다시는 감히 행패를 부리지 않고, 하나하나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모시리이다. 부디 저를 도로 받아 주시어 스승님을 모시고 서천으로 가게 하옵소서.” 당승은 그를 보고는 더는 대답도 없이 고삐를 당겨 말을 세운 채 곧 《긴고아주》를 외우기 시작하여, 이리저리 되풀이하여 스무 번 남짓이나 외우니 대성이 땅에 주저앉고 고리가 살 속으로 한 치 남짓 파고들어서야 입을 다물고 말했다. “너는 돌아가지 않고 또 와서 무엇 하려고 나를 귀찮게 하느냐?” 행자는 그저 간절히 청하여 말했다.

“외우지 마소서! 외우지 마소서! 저는 갈 곳이 있는 몸이오니 스승님께서 저 없이 서천에 못 가실까 그것이 두렵지 않으시나이까.”

삼장이 성을 내어 말했다. “이 원숭이 같은 놈이 살생하고 목숨을 해쳐 나를 여러 번 누명에 빠뜨렸느냐! 이제는 참으로 너를 쓰지 않겠느니라! 내가 가든 못 가든 네 일이 아니니라! 어서 꺼져라, 어서! 조금이라도 더디면 내가 다시 진언을 외워 이번에는 결코 입을 다물지 않고 네 골수를 모조리 짜 내고야 말리라!” 대성은 아픔을 참기 어려웠으나 스승이 조금도 마음을 돌리지 않음을 보고 하는 수 없이 또 근두운을 타고 솟아올랐다. 그러다 홀연히 깨달아 말했다. “이 중이 내 마음을 저버렸으니, 내 저 보타암으로 가서 관음보살께 하소연이나 하리라.”

과연 훌륭한 대성이로다. 근두운을 돌려 타니 한 시진도 채 되지 않아 남양 대해에 이르렀다. 상서로운 빛을 내리고 곧장 낙가산 위로 올라가 자죽림 속으로 뛰어드니 홀연 목타행자가 맞은편에서 절하며 말했다.

“대성은 어디로 가시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보살님을 뵈러 가는 길이오.” 목타가 곧 행자를 이끌고 조음동 어귀에 이르니, 또 선재동자가 절하며 말했다. “대성은 어디서 오시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보살님께 아뢰어 고할 일이 있소.”

선재는 ‘고한다’는 말 한 마디를 듣고 웃으며 말했다. “말빨 좋은 원숭이로구나! 그때 내가 당승을 잡아두고 네게 속았던 일이 아직 남아 있는 게로구나! 우리 보살님은 크게 자비로우시고 크게 서원하시며 중생을 건지고 고난에서 구하시며, 가없이 넓고 크신 지극히 선하신 보살이신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네가 보살님을 고발하려 한단 말이냐?” 행자는 답답한 기운이 가득한데 이 말을 듣자마자 분노가 치밀어, “이크!” 하는 소리와 함께 선재동자를 호령하여 뒷걸음질 치게 하고 말했다. “이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은 어리석은 놈아, 참으로 무식하고 우둔하구나! 네가 그때 요망한 짓을 부리며 정령이 되었을 적에 내가 보살님께 청하여 너를 거두어 주시게 하여 바른길로 돌아서게 하고 보호를 받게 하였거늘, 오늘에 이토록 극락의 장생을 얻어 자유로이 노닐며 하늘과 수명을 같이하면서도 이 늙은 원숭이에게 절하고 고마워할 줄은 모르고 도리어 업신여기느냐! 나는 일이 있어 보살님께 사정하러 온 것인데, 어찌 내가 말빨을 부려 보살님을 고발한다 하느냐?” 선재는 웃음을 띠며 말했다. “여전히 성급한 원숭이로구나. 내가 너와 농담을 하였거늘 네가 어찌 곧 낯빛을 바꾸느냐?”

한창 이야기하는데 흰 앵무새가 날아왔다 날아가는 것이 보이니 보살님이 부르시는 줄을 알았다. 목타와 선재가 곧 앞장서서 보련대 아래로 인도하였다. 행자는 보살님을 바라보고 몸을 던져 절하며 샘솟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높여 통곡하였다. 보살님은 목타와 선재에게 일러 그를 부축하여 일으키고 말했다. “오공아, 무슨 서러운 일이 있거든 분명히 말하여라. 울지 말고 울지 말아라. 내 너를 위해 고통에서 건지고 재앙을 없애 주리라.” 행자가 눈물을 흘리며 다시 절하고 말했다. “옛적에 제자가 사람이었을 적에 그 누구에게 이런 욕을 받아 본 적이 있나이까? 보살님의 은혜로 하늘의 재앙에서 벗어나 사문의 가르침을 받들고 당승을 모시고 서천으로 가 불경을 구하게 되었나이다. 제자는 몸을 버리고 목숨을 걸어 그의 마장을 풀어 주었으니, 이는 호랑이 입에서 연한 뼈를 빼앗고 교룡의 등에서 비늘을 벗기는 격이었나이다. 오직 바른길로 돌아가 정과를 이루어 업을 씻고 사특함을 없애려 하였거늘, 어찌 그 장로는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어 흑백조차 살펴주지 않으시는지요!” 보살이 말했다. “우선 그 흑백의 까닭을 내게 말하여 보아라.” 행자가 곧 산적들을 쳐 죽인 일의 앞뒤와 시종을 낱낱이 아뢰었다. 당승이 여러 사람을 때려 죽였다 하여 원망을 품고 흑백을 가리지 않고 《긴고아주》를 외워 몇 번이나 쫓아내니, 오를 하늘에도 길이 없고 들어갈 땅에도 문이 없어 특별히 보살님께 하소연하러 왔노라고 아뢰었다. 보살이 말했다. “당삼장은 황명을 받들고 서쪽으로 가는 몸이라, 한결같이 착한 마음으로 승려가 되려 하여 결코 가벼이 목숨을 상하게 하지 않느니라. 너처럼 한량없는 신통력을 가진 자가 무에 그리 아까워 산적을 많이 쳐 죽였느냐! 산적이 비록 좋지 못한 무리라 하나 결국은 사람의 몸이니 때려 죽여서는 아니 되느니라. 그것은 요망한 새나 괴상한 짐승, 귀신이나 정령과는 다르니라. 그런 것을 쳐 죽이는 것은 네 공적이거니와, 사람의 몸을 때려 죽이는 것은 네 불인함이니라. 다만 물리쳐 흩었다면 저절로 네 스승을 구하였을 터인데, 내가 공평히 헤아려 보건대 네가 잘못이니라.” 행자가 눈물을 머금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제자가 잘못한들 또한 공으로 죄를 갚아 상쇄해야 할 것이거늘, 이처럼 쫓아내심은 마땅하지 않나이다. 부디 보살님께서 크신 자비를 베푸시어 《송고아주》를 외워 금고를 벗겨 바쳐 드리게 하시고, 저를 놓아 주시어 수렴동으로 돌아가 살게 하옵소서!” 보살이 웃으며 말했다. “《긴고아주》는 본래 여래께서 내게 전해 주신 것이니라. 예전에 나를 동쪽 땅으로 보내어 경을 구할 사람을 찾게 하실 적에 세 가지 보물을 내려 주셨으니 금란가사와 구환석장, 그리고 금과 긴과 금이라 이름한 세 가지 고리니라. 주문 세 편을 비밀히 내려 주셨으되 무슨 《송고아주》라는 것은 없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시다면 저는 보살님께 하직하고 가겠나이다.”

보살이 말했다. “네가 나에게 하직하고 어디로 가려 하느냐?” 행자가 말했다. “서천으로 올라가 여래를 뵙고 사정하여 《송고아주》를 외워 달라고 청하러 가겠나이다.” 보살이 말했다. “너는 잠시 머물러라. 내 너를 위하여 상서로움과 흉함을 살펴보아 주리라.” 행자가 말했다. “살펴보실 것도 없사오니, 다만 이만큼 불길한 것만으로도 넉넉하나이다.” 보살이 말했다. “나는 너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당승의 상서로움과 흉함을 보느니라.” 과연 훌륭한 보살이로다. 연대에 단정히 앉아 마음을 삼계에 두고 혜안으로 멀리 굽어살펴 온 우주를 두루 비추더니 삽시간에 입을 열어 말했다. “오공아, 네 스승은 잠깐 사이에 몸을 상할 액난이 닥치리니 머지않아 너를 찾아오리라. 너는 다만 이곳에 있거라. 내가 당승에게 일러 주어 그가 다시 너와 함께 경을 구하러 가게 하여 정과를 이루게 하리라.” 손대성은 하는 수 없이 귀의하여 감히 함부로 굴지 못하고 보련대 아래에 서 있었는데, 그 이야기는 이쯤 해 두겠다.

말하자면, 당장로는 행자를 쫓아 보낸 뒤 팔계에게 말을 이끌게 하고 사승에게 짐을 지게 하여, 말까지 합쳐 넷이 서쪽을 향해 오십 리 남짓 가게 되었다. 삼장이 고삐를 당겨 말을 세우고 말했다. “제자들아, 새벽 오경에 마을을 떠나온 뒤 또 저 필마온에게 화를 돋우었더니, 이 반나절 동안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구나. 누군가 공양을 좀 얻어 오겠느냐?” 팔계가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우선 말에서 내리시옵소서. 제가 이웃한 마을이 있는지 살펴보고 공양을 얻으러 가겠나이다.” 삼장은 그 말을 듣고 말에서 굴러 내렸다. 그 멍청이는 구름을 타고 올라가 반공중에서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바라보는 곳마다 온통 산등성이뿐이어서 인가가 있을 리 없었다. 팔계가 구름을 내려 삼장에게 말했다. “공양을 얻을 곳이 없사옵니다. 바라다 보이는 동안에 마을이라곤 하나도 없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공양을 얻을 곳이 없다면, 우선 물이라도 좀 가져와 목을 축이는 것도 좋으리라.” 팔계가 말했다. “그러면 제가 남산의 골짜기 아래로 가서 물을 좀 떠 오겠나이다.” 사승이 곧 발우를 꺼내 팔계에게 건네니, 팔계는 발우를 받쳐 들고 구름과 안개를 타고 떠나갔다. 그 장로는 길가에 앉아 한참이나 기다렸으나 돌아오지 않으니, 가련하게도 입은 바싹 마르고 혀는 쓰라려 견디기 어려웠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정신을 지키고 기운을 기르는 것을 일러 정이라 하나니, 성정은 본래 한 가지 형질을 타고났도다. 마음이 어지럽고 정신이 흐리면 온갖 병이 일어나고, 형체가 쇠하고 정이 무너지면 도의 근본이 기울어지도다. 삼화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헛되이 애만 쓰고, 사대가 쇠잔하니 애써 다툼이 부질없도다. 흙과 나무에 공이 없고 쇠와 물이 끊어졌으니, 게으른 법신은 어느 때에나 이루어질꼬!” 사승은 곁에서 삼장이 굶주림과 목마름을 견디지 못하고 팔계마저 물을 길어 오지 않는 것을 보고, 하는 수 없이 행낭을 바로 놓고 백마를 단단히 매어 두고 말했다.
“스승님, 편안히 계시옵소서. 제가 가서 물을 재촉하여 오겠나이다.” 장로는 눈물을 머금고 말이 없이 다만 고개를 끄덕여 답하였다. 사승이 급히 구름빛을 몰아 또한 남산으로 향해 갔다.

그 스승은 홀로 단련하며 견디어 내는데 곤궁함이 너무 심하여, 막 당황하는 즈음에 홀연히 쨍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장로가 놀라 몸을 일으켜 살펴보니, 이는 손오공이 길가에 꿇어앉아 두 손으로 사기 잔을 받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말했다. “스승님, 이 늙은 원숭이가 없으면 물 한 모금도 얻지 못하시느니라. 이 잘 식은 물을 우선 잡수시고 목을 축이소서. 그런 뒤에 제가 다시 가서 공양을 얻어 오리라.” 장로가 말했다. “나는 네 물을 마시지 않겠느니라! 당장 목말라 죽는다 한들 내가 명을 받들 일이로다! 너는 이제 필요 없느니라! 꺼져라!” 행자가 말했다. “저 없이는 스승님께서 서천에 가지 못하시느니라.” 삼장이 말했다. “가든 못 가든 네 일이 아니니라!

“어찌하여 자꾸만 와서 나를 달라붙어 귀찮게 하느냐!” 그 행자는 낯빛을 바꾸며 화를 내고 성을 내어 장로를 호령하며 꾸짖어 말했다. “이 잔인한 마음을 먹은 파렴치한 중놈아, 몹시도 나를 업신여기는구나!” 쇠몽둥이를 휘두르고 사기 잔을 내던진 뒤 장로의 등허리를 향해 한 번 내리쳤다. 그 장로는 땅에 기절하여 쓰러져 말도 하지 못하였고, 그에게 푸른 담요 보따리 두 개를 빼앗겨 그가 손에 들고 근두운을 타고 가니 종적을 알 수 없었다.

말하자면, 팔계는 발우를 받쳐 들고 산 남쪽 비탈 아래로 곧장 내려가는데, 홀연 산간 오목한 곳에 초가집 한 채가 있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 살펴볼 적에는 산이 높아 가려 보지 못하였거늘, 이제 가까이 이르러서야 비로소 인가임을 알았다. 그 멍청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이런 추한 낯짝으로 가면 그들이 나를 무서워할 터이니 애만 쓰고 공양은 얻지 못하리라. 모름지기 변신을 해야겠다! 모름지기 변신을 해야겠다!’ 과연 훌륭한 멍청이로다. 결을 외우고 주문을 읊조린 뒤 몸을 일곱여덟 번 흔들어 병들어 누렇게 부은 중으로 변하여, 입으로는 끙끙거리며 문 앞으로 다가가 소리쳐 말했다. “시주여, 부엌에 남은 밥이 있고 길에는 주린 이가 있나이다. 빈승은 동쪽 땅에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몸인데, 우리 스승님이 길에서 시장하시고 목이 마르시나이다. 집에 누룽지나 찬밥이 있거든 제발 조금이라도 얻어 주시어 목숨을 살려 주옵소서.” 본래 그 집에는 사내들이 없고 모두 모를 심고 곡식을 심으러 밭에 나갔으며, 두 여자만 집에 있었는데 막 점심을 지어 두 그릇에 담아 밭으로 보내려다가 솥에 아직 밥과 누룽지가 조금 남아 퍼 내지 않은 참이었다. 그 여자들은 그의 병든 모습을 보고는 동쪽 땅에서 서천으로 간다는 말을 하니 병이 들어 헛소리를 하는 것이라 여겼으며, 또 쓰러져 죽기라도 할까 두려워 하는 수 없이 달래듯 남은 밥과 누룽지를 발우에 그득히 담아 주었다. 그 멍청이는 되돌아서더니 본모습으로 돌아와 옛길로 향했다. 한창 가는데 누가 “팔계야!”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팔계가 고개를 들어 보니 사승이 산벼랑 위에 서서 외치고 있었다.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벼랑을 내려와 마주 선 사승이 물었다. “이 골짜기에 맑은 물이 그리 많은데 두고 너는 어디로 갔었느냐?”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여기까지 왔더니 산간 오목한 곳에 인가가 있길래, 가서 이 한 발우의 마른밥을 얻어 왔느니라.” 사승이 말했다. “밥도 쓰이기는 하지만 스승님께서 목이 몹시 마르시니, 물은 어떻게 구하겠느냐?” 팔계가 말했다. “물이라면 쉬우니라. 네가 옷자락으로 이 밥을 받쳐 들게나. 그런 뒤에 내가 발우를 가지고 가서 물을 떠 오마.”

두 사람은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길로 돌아왔는데, 삼장이 얼굴을 땅에 박은 채 먼지 속에 쓰러져 있고, 백마는 고삐가 풀린 채 길가에서 길게 울며 뛰어오르고 있으며, 짐보따리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팔계는 놀라 발을 구르며 가슴을 치고 크게 외치며 울부짖었다. “말할 것도 없다!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은 필시 저 손오공이 쫓아버린 나머지 무리들이 와서 스승님을 때려 죽이고 짐을 빼앗아 간 것이로구나!” 사승이 말했다. “우선 가서 말부터 묶어 두세!” 그러고는 그저 외쳤다.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이것이 참으로 이른바 도중에 폐하고 중도에서 그친다는 것이로구나!” 그러고는 “스승님!” 하고 부르며 두 눈에서 구슬 같은 눈물을 떨구고 슬픔에 겨워 통곡하였다. 팔계가 말했다. “사제야, 우선 울음을 그쳐라. 이제 일이 이 지경이니 경을 구하러 가는 일은 당분간 입에 올리지도 말자. 네가 스승님의 시신을 지키고 있거라. 내가 저 말을 타고 저 부나 주나 현의 시골 장터로 가 은 몇 냥에 팔아 관 한 짝을 사다가 스승님을 묻어 드리고, 우리 둘은 각기 갈 길을 찾아 흩어지자.” 사승은 차마 떨어질 수 없어 당승의 몸을 돌려세우고 자기 얼굴로 그의 얼굴을 덥히며 통곡하여 말했다. “운명이 기구하신 스승님!” 그 장로의 코와 입에서 더운 김이 새고 가슴이 따뜻한 것이 느껴지자 사승이 연달아 외쳤다. “팔계야, 이리 오너라! 스승님께서는 아직 목숨을 잃지 않으셨느니라!” 그 멍청이가 그제야 앞으로 다가가 부축하여 일으켰다. 장로는 깨어나 한참이나 신음하다가 꾸짖으며 말했다. “이 포악한 원숭이 같은 놈, 나를 때려 죽이려 하느니라!” 사승과 팔계가 물었다. “어느 원숭이가 그런 짓을 하였나이까?” 장로는 대답하지 않고 탄식하다가 물을 찾아 몇 모금 마시고서야 말했다. “제자들아, 너희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오공이 도로 와서 나를 달라붙어 귀찮게 하였느니라. 내가 굳게 버티며 받아들이지 않자 그가 마침내 나를 몽둥이로 한 번 쳐서 푸른 담요 보따리를 모두 빼앗아 갔느니라.” 팔계는 그 말을 듣고 이를 뿌득뿌득 갈며 가슴에 불을 붙여 말했다. “참으로 견딜 수 없는 이 원숭이 같은 놈이 어찌 감히 이토록 무례할 수 있단 말이냐!” 그러고는 사승에게 말했다. “네가 스승님을 모셔라. 내가 그의 집으로 가 보따리를 찾아오겠다!” 사승이 말했다. “너는 우선 화를 내지 마라. 우리가 스승님을 부축하여 저 산간 오목한 곳의 인가로 가서 더운 차국물을 얻고 먼저 빌어 온 밥을 데워 스승님을 보살펴 드린 뒤 그를 찾으러 가자꾸나.” 팔계는 그 말대로 스승님을 말에 태우고 발우를 들고 찬밥을 옷자락에 받쳐 든 채 그 집 문 앞에 이르렀는데, 그 집에는 늙은 할멈만 있다가 그들을 보고 황망히 몸을 피하였다. 사승이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노모님, 저희는 동쪽 당나라에서 서천으로 가라고 파견된 몸이옵니다. 스승님께서 몸이 불편하시어 댁을 찾아뵙고 더운 차국물 한 그릇 얻어 그분께 밥을 올리려 하옵니다.” 그 할멈이 말했다. “방금 병들어 누렇게 부은 중 하나가 다녀갔는데 동쪽 땅에서 파견되었다 하며 공양을 얻어 갔거늘 또 무슨 동쪽 땅 사람이 있단 말이오. 집에 사람이 없으니 다른 데로 가 보시오.” 장로는 그 말을 듣고 팔계에게 부축받아 말에서 내려 몸을 굽히며 말했다. “할머니, 제게는 제자가 셋이 있어 한마음을 이루어 저를 보호하며 천축국 대뢰음사로 올라가 불경을 구하게 하였나이다. 다만 제 큰 제자 손오공이 평생 포악하여 착한 도를 따르지 않기에 제가 쫓아 보냈더니, 뜻하지 않게 그가 몰래 찾아와 제 등에 몽둥이를 한 번 쳐서 행낭과 의발을 빼앗아 갔나이다. 이제 한 제자를 보내 그를 찾아 달라고 하려 하나 저 빈 들길은 앉아 있을 곳이 못 되어, 특별히 할머니 댁을 찾아와 잠시만 쉬고자 하나이다. 짐을 찾아오거든 곧 떠나겠사오니 결코 오래 머물지 않겠나이다.” 그 할멈이 말했다. “방금 병들어 누렇게 부은 중 하나가 공양을 얻어 갔는데, 그도 동쪽 땅에서 서천으로 간다 하였거늘 어찌 또 한 무리가 있단 말이오?”

팔계는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접니다. 제가 생김새가 입이 길고 귀가 커서 댁에서 놀라 공양을 주려 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일부러 그런 모습으로 변하였나이다. 믿지 못하시겠거든 내 사제의 옷자락에 든 것이 댁의 누룽지밥이 아니고 무엇이겠나이까?” 그 할멈이 알아보니 과연 자기가 준 밥이었으므로 거절하지 않고 그들을 앉게 한 뒤 더운 차를 한 주전자 끓여 사승에게 건네어 밥을 말게 하였다. 사승이 곧 찬밥을 말아 스승님께 올렸다. 스승님께서 몇 술 떠먹고 한참이나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 말했다. “누가 짐을 찾으러 가겠느냐?” 팔계가 말했다.

“재작년에 스승님께서 그를 쫓아 보내셨을 적에 제가 한 번 그를 찾아간 일이 있어 화과산 수렴동을 아옵니다. 제가 가겠나이다! 제가 가겠나이다!” 장로가 말했다. “너는 갈 수 없느니라. 그 원숭이는 본디 너와 사이가 좋지 않고, 너는 또 말이 거칠어 한두 마디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그가 곧 너를 때려고 하리라. 오정이를 보내겠느니라.” 사승이 받들어 대답했다. “제가 가겠나이다, 제가 가겠나이다.” 장로가 또 사승에게 당부하여 말했다. “네가 그곳에 이르거든 모름지기 형편을 살펴보아라. 그가 기꺼이 보따리를 네게 주겠다면 너는 감사하는 체하며 받아 가지고 오너라. 만일 내키지 않아 하거든 절대로 그와 다투지 말고, 곧장 남해의 보살님께로 가서 이 사정을 아뢰어 보살님께 청하여 그에게 가서 달라고 하여라.” 사승은 하나하나 그 말을 따르며 팔계에게 말했다. “내 이제 그를 찾아가려 하니, 너는 부디 스승님을 번거롭게 하지 말고 잘 모시거라. 이 집 사람들에게도 함부로 굴지 마라. 그들이 밥 주기를 꺼리게 될까 두렵구나. 내 갔다 곧 돌아오마.” 팔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알아서 하마. 그러나 네가 가되 얻어 오든 못 얻어 오든 다음 날 아침에는 돌아오너라. 뾰족한 지게로 땔나무를 지면 양쪽이 다 빠진다는 꼴이 되지 않도록 하여라.” 사승이 마침내 주문 결을 외우고 구름빛을 타고 곧장 동승신주를 향해 떠나갔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몸은 있는데 정신은 날아가 집을 지키지 않으니, 화로가 있어도 불이 없거늘 어찌 단약을 달이리오. 황파는 주인을 여의고 금로를 찾아가고, 목모는 스승을 모시건만 병든 낯빛을 어이하리오. 이번 가서 어느 날에 돌아올지 알 수 없고, 이 회에 몇 때나 지나야 올지 헤아리기 어렵도다. 오행의 상생과 상극이 뜻대로 순하지 않으니, 다만 심원이 다시 관문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로다.”
그 사승은 반공중에서 사흘 밤낮을 날아가서야 동쪽 바다에 이르렀는데, 홀연히 파도 소리가 들려 고개를 숙여 굽어보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검은 안개가 하늘에 차올라 음기가 성하고, 아득한 바다가 해를 머금어 새벽빛이 차갑구나.”

그는 구경할 마음도 없이 신선이 사는 산을 바라보며 영주를 건넌 뒤 동쪽으로 화과산 경계에 닿았다. 바닷바람을 타고 물결을 밟아 또 한참 가니, 높은 봉우리가 창을 늘어세운 듯하고 험한 벽이 병풍을 걸어 놓은 듯 보였다. 곧 봉우리 머리에 이르러 구름을 내리고 길을 찾아 산을 내려가며 수렴동을 찾았다. 가까이 다가서니 한바탕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고 산속의 무수한 원숭이 정령들이 떠들어 대는 것이 보였다. 사승이 다시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손오공이 돌로 된 대 위에 높이 앉아 두 손으로 종이 한 장을 펴 들고 낭랑하게 읽고 있었다. “동쪽 대당 천자 이 황제는 어가 앞에서 칙명을 받든 폐하의 의동생이요 성스러운 승려인 진현장 법사가 서방 천축국 사바영산 대뢰음사로 올라가 여래불조를 뵙고 경전을 구하게 하였노라. 짐이 병이 급습하여 혼백이 저승을 노닐다가, 다행히 양수가 길어져 명군이 은혜를 베풀어 살려 보냈으므로 널리 선한 모임을 베풀고 죽은 이를 천도하는 도량을 세웠노라. 크신 은혜로 고난을 구하시는 관세음보살께서 금빛 몸을 나타내시어 서방에 부처님이 계시고 경전이 있어 죽은 혼백을 건져 초탈하게 한다고 가리켜 주셨기에, 특별히 법사 현장을 시켜 머나먼 천 겹의 산을 두루 겪으며 경전과 게송을 구하게 하였노라. 만일 서쪽 나라 여러 고을을 지나거든 선한 인연을 없애지 말고 이 첩에 비추어 시행할지어다. 대당 정관 십삼년 가을 길일에 어전에서 내린 문첩이로다. 큰 나라를 떠나온 이래 여러 나라를 지나며 도중에 큰 제자 손오공 행자와 둘째 제자 저오능 팔계와 셋째 제자 사오정 중을 거두었노라.” 다 읽자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사승은 그것이 통관문첩임을 알아차리고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가 소리를 높여 외쳤다. “사형, 스승님의 관문을 읽어서 어찌하시려 하시나이까?”

그 행자는 그 말을 듣고 급히 고개를 들었으나 사승인 줄 알아보지 못하고 소리쳤다. “잡아라! 잡아라!” 원숭이들이 일제히 에워싸고 사승을 이리 끌고 저리 잡아당겨 앞에 끌어다 놓고 호령하여 말했다. “너는 누구기에 감히 나의 선동에 가까이 오느냐?” 사승은 그가 낯빛을 바꾸며 알아보려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하는 수 없이 위를 향해 예를 올리며 말했다. “사형께 아뢰옵니다. 지난번에는 실로 스승님께서 성질이 급하시어 사형을 그릇 오해하시고 사형께 주문을 몇 차례나 외워 쫓아 보내셨나이다. 하나는 저희들이 미처 달래어 풀지 못한 탓이요, 또 하나는 스승님께서 주리고 목마르시다 하여 물을 찾고 공양을 얻으러 갔던 까닭이옵니다. 뜻하지 않게 사형께서 좋은 뜻으로 다시 오셨으나 스승님께서 법을 지켜 머물게 하지 않으신다 하여 괴이하게 여기시고, 마침내 스승님을 쳐 쓰러뜨려 기절하게 하시고 짐까지 빼앗아 가셨나이다. 뒤에 스승님을 구해 깨운 뒤 특별히 형님을 찾아뵙게 되었사오니, 만일 스승님을 원망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옛날의 해탈 은혜를 생각하신다면 저와 함께 짐을 가지고 스승님께 돌아가 뵙고, 함께 서천으로 올라가 이 정과를 마치시옵소서. 혹 원한이 깊어 동행하지 않으시려 한다면 부디 그 보따리만 저에게 내려 주시옵소서. 형님께서는 깊은 산에서 늦은 세월을 즐기시니 또한 두 가지가 다 좋으시니이다.”

행자는 그 말을 듣고 히히 하고 냉소하며 말했다. “현제여, 이 의논은 내 뜻에 전혀 맞지 않느니라. 내가 당승을 치고 짐을 빼앗은 것은 내가 서쪽으로 가지 않아서가 아니요, 또한 내가 이곳에 살기를 좋아해서도 아니니라. 나는 이제 첩문을 통독하였으니, 내 스스로 서쪽으로 올라가 부처를 뵙고 경을 구하여 동쪽 땅으로 보내어, 나 홀로 공을 이루어 저 남섬부주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조상으로 삼아 만 대에 걸쳐 이름을 전하게 하리라.” 사승이 웃으며 말했다. “사형의 말씀은 온당하지 못하옵니다. 예로부터 손오공이 경을 구한다는 말은 없었나이다. 우리 부처님 여래께서 삼장의 참된 경전을 지으시고, 본래 관음보살께 명하시어 동쪽 땅으로 가 경을 구할 사람을 찾게 하시어, 저희가 천 겹의 산을 고생스럽게 겪고 여러 나라를 두루 찾으며 그 경을 구하는 이를 보호하게 하셨나이다. 보살께서 일찍이 말씀하시기를, 경을 구하는 이는 곧 여래의 문생이라 이름을 금선장로라 하나이다. 다만 그가 불조의 설경을 듣지 않았기에 영산에서 쫓겨나 동쪽 땅에 다시 태어났으며, 그로 하여금 서쪽에서 정과를 이루어 도를 다시 닦게 하려 하심이니이다. 길에서 마땅히 이러한 마장이 있어 저희 세 사람을 해탈시켜 그의 호법이 되게 하였거늘, 형님께서 당승을 모시고 가지 않으시면 어느 부처님이 기꺼이 경을 전해 주시겠나이까? 그것은 한바탕 헛되이 애만 쓰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나이까?”

그 행자가 말했다. “현제여, 너는 본래 어리석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네가 당승을 모셨다 하나 나라고 어찌 당승이 없겠느냐? 나는 이곳에 따로 도가 있는 참된 승려를 뽑아 두었으니, 이 늙은 원숭이가 홀로 힘을 다하여 모시려 하는데 무슨 불가함이 있으리오! 이미 내일 떠나기로 정하였노라. 네가 믿지 못하겠거든 내가 불러다 네게 보이리라.” 그리고 소리쳤다. “녀석들아, 어서 늙은 스승님을 모셔 오너라.” 과연 원숭이들이 안으로 뛰어가더니 백마 한 필을 끌어내고 당삼장 하나를 모셔 나왔는데, 팔계가 뒤따르며 짐을 지고 사승 하나가 석장을 쥐고 있었다. 이 사승은 그것을 보고 크게 노하여 말했다. “이 늙은 사승은 걸어갈 때도 이름을 바꾸지 않고 앉아 있을 때도 성을 고치지 않거늘, 어디에 또 다른 사화상이 있단 말이냐! 무례하게 굴지 마라! 내 지팡이를 받아라!” 과연 훌륭한 사승이로다. 두 손으로 항요장을 치켜들어 가짜 사승의 정통수를 내리쳐 한 번에 때려 죽였더니, 이는 본래 원숭이 정령 한 놈이었다. 그 행자가 노하여 여의금고봉을 휘두르며 원숭이들을 거느리고 사승을 포위하였다. 사승은 동으로 치고 서로 받으며 길목을 뚫고 나와 구름과 안개를 타고 도망치며 말했다. “이 원숭이 같은 놈이 이토록 뻔뻔하니, 내 보살님께 고하러 가리라!” 그 행자는 사승이 원숭이 정령 하나를 때려 죽이고 도망치도록 몰아댄 것을 보고 그를 뒤쫓지도 않고 굴로 돌아가 녀석들에게 명하여 죽은 요괴의 시체를 한쪽에 끌어다 놓고 가죽을 벗긴 뒤 고기를 집어 내어 볶고 굽고는 야자술과 포도주와 함께 여러 원숭이가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변화할 줄 아는 요괴 원숭이 하나를 뽑아 또 사화상으로 변하게 하고 새로이 도를 가르치며 서쪽으로 올라가려 하였는데, 그 이야기는 이쯤 해 두겠다.

사승은 한 번 구름을 타고 동해를 떠나 하룻밤낮을 가서 남해에 이르렀다. 한창 가는데 어느새 낙가산이 멀지 않아 급히 앞으로 나아가 낮게 구름과 안개를 멈추고 굽어보니, 좋은 곳이로다! 과연 이러하였다. “하늘의 깊음을 품고 땅의 구역을 아우르니, 온갖 내를 모아 해를 씻고 별을 넘치게 하며, 뭇 물길을 거두어 바람을 일으켜 달을 흔드는구나. 조수가 솟아오르고 큰 곤이 훨훨 날아오르며, 물결이 뒤집혀 거북이 헤엄치는구나. 물은 서북 바다로 통하고 물결은 정동 바다와 합치는구나. 사해가 이어져 지맥을 함께하고, 신선 섬마다 저마다 선궁이 있구나. 온 땅에 봉래가 가득하다 말고 보타의 구름 동굴을 보아라.” 좋은 경치로다! “산머리의 노을빛이 원기를 장하게 하고, 바위 아래 상서로운 바람이 달빛 결을 흔드는구나. 자죽림 가운데 공작이 날고, 푸른 버들가지 위에서 영험한 앵무가 말하는구나. 기화요초가 해마다 빼어나고, 보배 나무와 금연꽃이 해마다 피어나는구나. 흰 학이 꼭대기를 향해 절하고, 흰 난새가 산정에 이르는구나. 노니는 물고기도 참된 성품을 닦을 줄 알아 물결을 뛰어오르며 경전 설하는 것을 듣는구나.” 사승이 낙가산에 천천히 발을 옮겨 신선의 경치를 즐기며 구경하고 있는데, 목타행자가 맞은편에서 절하며 말했다. “사오정, 너는 당승을 모시고 경을 구하러 가지 않고 어찌 이곳에 왔느냐?” 사승이 예를 마치고 말했다.

“일이 있어 보살님을 찾아뵙고자 왔사오니 안내해 주시옵소서.” 목타는 속으로 그가 행자를 찾으러 온 줄을 알면서도 그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곧 안으로 들어가 보살께 말했다. “밖에 당승의 작은 제자 사오정이 와서 절하며 뵙기를 청하나이다.” 손오공이 대 아래에서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이는 틀림없이 당승에게 액이 생겨 사승이 보살님을 모시러 온 것이로구나.” 보살이 곧 목타에게 명하여 문 밖의 이를 불러들이게 하였다. 이 사승이 몸을 던져 절을 올리고 고개를 들어 막 앞일을 아뢰려 하는데, 홀연 손오공이 곁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말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 없어 곧 항요장을 빼어 들어 행자의 낯을 향해 내리쳤다. 이 행자는 조금도 되받아 치지 않고 몸을 옆으로 돌려 피하였다. 사승은 입으로 마구 욕하며 말했다. “이 십악을 범하고 모반을 일으킨 원숭이 같은 놈! 네가 또 와서 보살님을 속여 가리려 하는구나!” 보살이 호령하여 말했다. “오정아, 손을 대지 말고 무슨 일인지 먼저 내게 말하여라.” 사승은 보장을 거두고 대 아래에 다시 절한 뒤 성이 나서 기운이 펄펄 끓으며 보살께 말했다. “이 원숭이는 가는 길마다 행패를 부린 것을 헤아릴 수 없나이다. 앞선 날에는 산비탈 아래에서 길을 막던 강도 둘을 쳐 죽여 스승님께서 그를 꾸짖으셨나이다. 뜻하지 않게 저녁 무렵 그 도적 떼의 우두머리 집에 묵게 되자 그 도적 떼를 모조리 때려 죽이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의 목 하나를 들어 스승님께 보여 드렸나이다. 스승님께서는 놀라 말에서 떨어지시고 그를 몇 마디 꾸짖으시어 돌아가라 하셨나이다. 헤어진 뒤 스승님께서 몹시 주리고 목마르시어 팔계에게 물을 찾으라 하였으나 오래 기다려도 오지 않아 저더러 그를 찾으라 하셨나이다. 뜻하지 않게 손오공이 저희 둘이 없는 틈을 타 도로 와서 스승님께 쇠몽둥이를 휘둘러 푸른 담요 보따리 두 개를 빼앗아 갔나이다. 저희가 돌아와 스승님을 깨운 뒤 특별히 그의 수렴동으로 가 보따리를 찾으러 갔더니, 뜻하지 않게 그가 낯빛을 바꾸며 저를 알아보려 하지 않고 스승님의 관문을 거듭 읽고 있었나이다. 제가 그것을 읽어 무엇 하려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당승을 모시지 않고 직접 서천으로 올라가 경을 구하여 동쪽 땅으로 보내고, 그것을 자기의 공과로 삼아 자기를 조상으로 세워 만고에 전하게 하려 한다 하였나이다. 제가 또 당승이 없으면 누가 기꺼이 그대에게 경을 전해 주겠느냐고 하였더니, 그는 도가 있는 참된 승려 하나를 뽑았다고 하였나이다. 불러 내니 과연 백마 한 필과 당승 하나요, 뒤에 팔계와 사승이 따르고 있었나이다. 제가 곧 사화상이거늘 어디에 또 다른 사화상이 있느냐 하며 달려들어 보장으로 한 번 쳤더니, 이는 원숭이 정령이었나이다. 그러자 그가 무리를 거느리고 저를 잡으려 하였으므로 제가 특별히 보살님께 와서 고하나이다. 그가 근두운을 부리는 줄은 저도 몰랐거니와 벌써 이곳에 와 있으며, 또 그가 무슨 교묘한 말로 보살님을 속여 가렸는지도 알 길이 없나이다.” 보살이 말했다. “오정아, 남을 모함하지 말아라. 오공이 이곳에 온 지 오늘로 벌써 나흘이 되었으되 내가 그를 돌려보낸 적이 없나니, 그에게 어찌 따로 당승을 모셔다 놓고 스스로 경을 구하러 가려는 뜻이 있겠느냐?” 사승이 말했다. “지금 수렴동에 손오공이 하나 있사오니, 어찌 감히 거짓을 아뢰어 보살님을 속이겠나이까?”

보살이 말했다. “그러하다면 너는 성급하게 굴지 말고 오공을 데리고 너와 함께 화과산에 가서 살펴보느니라. 참된 것은 없애기 어렵고 거짓된 것은 없애기 쉬우니, 그곳에 이르면 저절로 분별되리라.” 이 대성이 그 말을 듣고 곧 사승과 함께 보살께 하직하였다. 이번에 가서 이르니,

“화과산 앞에서 흑백을 가리고, 수렴동 어귀에서 참됨과 사특함을 분별하리라.”

결국 어떻게 분별하게 될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