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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8 제58회 이심교란대건곤(二心攪亂大乾坤) · 일체난수진적멸(一體難修眞寂滅)

이 행자와 사승은 보살에게 하직을 고하고 두 줄기 상서로운 빛을 타고 남해를 떠났다. 본래 행자의 근두운은 빠르고 사화상의 신선 구름은 느렸으므로, 행자가 먼저 가려 하였다. 사승이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했다. “큰형님, 이렇게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내미실 것 없소. 먼저 가서 뿌리를 박으려 마시고, 아우와 함께 가십시다.”

대성은 본디 양심이 있었으나 사승은 의심을 품고 있었으니, 과연 두 사람이 함께 구름을 타고 갔다. 오래지 않아 과연 화과산이 보이기에 구름을 내려앉히고 두 사람이 굴 밖에서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한 행자가 높은 석대 위에 앉아 무리 원숭이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은 대성과 털끝만큼도 다름이 없었다. 누런 머리털에 금 고리도 같았고, 금빛 눈동자에 불꽃 같은 눈도 같았으며, 몸에 걸친 비단 저고리도 같았고, 허리에 두른 호랑이 가죽 치마도 같았다. 손에 든 한 자루 쇠몽둥이도 같았고, 발에 신은 한 켤레 노루 가죽 신도 같았다. 털북숭이 얼굴에 뢰공 같은 입, 움푹한 뺨에 튀어나온 뾰루지, 벌어진 귀에 넓은 이마, 밖으로 삐져나온 송곳니까지 이러하였다. 이 대성이 노기가 치밀어 손을 뿌리치고 사화상을 내팽개친 채 쇠몽둥이를 뽑아 앞으로 나서며 꾸짖었다. “네가 무슨 요괴이기에 감히 내 모습으로 변하고, 감히 내 자손을 차지하고, 감히 내 신선 동굴에 살면서 이런 위엄과 복을 누리느냐!” 그 행자는 보고도 태연히 대답하지 않고 또한 쇠몽둥이를 들어 맞섰다. 두 행자가 한자리에서 다투니 참으로 진짜와 가짜를 가릴 수 없었다. 싸움이 볼 만하였으니, 두 자루의 몽둥이, 두 원숭이 정령, 이번 맞붙음이 실로 가볍지 않았다. 둘 다 당나라 임금님의 의동생을 보호하려 하며, 저마다 공을 세워 영웅의 이름을 세우려 하였다. 참된 원숭이는 사문의 가르침을 참으로 받았거늘, 가짜 요괴는 불제자의 정을 거짓으로 일컫는다. 신통이 변화를 거듭하니 참도 없고 거짓도 없어 양쪽이 팽팽하다. 하나는 혼원일기의 제천대성이요, 하나는 오래 단련한 천령의 축지정이다. 이것은 여의금고봉이요, 저것은 마음대로 휘두르는 쇠창 병장기다. 막고 가리고 해도 승패가 없고, 버티고 맞서도 승부가 없다. 처음에는 굴 밖에서 손을 겨루더니, 이윽고 다툼이 반공중으로 옮겨졌다. 그 두 놈이 각각 구름빛을 밟고 뛰어올라 구소운 속에서 싸웠다. 사승은 곁에서 감히 손을 댈 수 없었으니, 저들이 이렇게 한바탕 싸우는 것을 보니 참으로 진짜와 가짜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칼을 뽑아 돕자니 참된 이를 다칠까 두려웠다. 오랫동안 참고 있다가 몸을 날려 산비탈 아래로 뛰어내려 항요보장을 휘둘러 수렴동 밖으로 쳐들어가 요괴 무리를 흩어 놓고, 돌걸상을 뒤집고, 술 마시며 고기 먹던 그릇들을 모조리 부수었다. 그리고 그의 푸른 담요 보따리를 찾았으나 사방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본래 수렴동은 한 줄기 폭포처럼 쏟아지는 샘물이 굴 어귀를 가리고 드리워져 있어, 멀리서 보면 한 폭의 흰 베 발 같고 가까이서 보면 한 줄기 물줄기이므로 수렴동이라 불렀다. 사승은 그 속으로 들어가는 이치를 알지 못했으므로 찾기가 어려웠다. 그대로 구름을 타고 구소운 속으로 쫓아가 보장을 휘둘렀으나 이번에도 손을 대기가 어려웠다. 대성이 말했다. “사승아, 네가 힘을 보태기 어렵거든 스승님께 돌아가 우리가 이러이러하다고 말하고, 늙은 손이 이 요괴와 함께 남해 낙가산 보살 앞으로 올라가 진짜와 가짜를 가려 보겠다고 전하여라.” 말이 끝나자 그 행자도 같은 말을 하였다. 사승은 두 사람의 모습과 목소리가 털끝만큼도 다르지 않아 흑백을 가릴 수 없음을 보고, 하는 수 없이 말을 따라 구름머리를 돌려 삼장법사에게 돌아갔다.

보라, 그 두 행자는 가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외쳐 대며 곧장 남해로 가 낙가산에 이르렀는데, 때리고 욕하며 고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를 일찍이 알아챈 호법 제천이 곧 조음동 안으로 달려가 아뢰었다. “보살이시여, 과연 손오공이 둘이 되어 쳐들어오나이다.” 보살이 목타 행자와 선재동자와 용녀와 함께 연대에서 내려 문 밖으로 나가며 호통쳤다. “이 못된 짐승아, 어디로 달아나려느냐!” 이 두 놈이 서로를 잡아끌며 말했다. “보살이시여, 이 놈이 과연 제자의 모습과 같나이다. 방금 수렴동에서 싸움을 시작하여 오래도록 겨루었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나이다. 사오정은 육안이 어둡고 어리석어 분별하지 못하고 힘이 있어도 돕기 어려웠으므로, 제자가 그를 서쪽 길로 돌려보내 스승님께 회보하게 하였나이다. 제가 이 놈과 보산까지 싸워 왔으니 보살의 지혜로운 눈을 빌려 제자의 진짜와 가짜를 가려 주시고 사특함과 바름을 밝혀 주소서.” 말이 끝나자 그 행자도 같은 말을 한 차례 하였다. 뭇 제천과 보살이 모두 오래도록 살펴보았으나 알아볼 수가 없었다. 보살이 말했다. “우선 손을 놓고 양쪽에 서 있거라. 내가 다시 살펴보리라.” 과연 손을 놓고 양쪽에 버티어 섰다. 이쪽에서 말했다. “내가 진짜다!” 저쪽에서 말했다. “저놈이 가짜다!”

보살이 목타와 선재를 앞으로 불러 조용히 분부했다. “너희가 하나씩 하나를 붙잡고 있거라. 내가 몰래 《긴고아주》를 외울 터이니, 아파하는 놈이 진짜요 아파하지 않는 놈이 가짜니라.” 두 사람이 과연 각각 하나씩을 붙잡았다. 보살이 몰래 진언을 외우자 둘이 일제히 아프다고 외치며 머리를 감싸 쥐고 땅바닥을 구르면서 다만 외쳤다. “외우지 마시오! 외우지 마시오!” 보살이 외우기를 그치자 그 둘이 또 일제히 서로를 잡아채고는 여전히 외쳐 대며 싸웠다. 보살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 제천과 목타에게 앞으로 나가 힘을 보태라 명하였다. 뭇 신은 진짜를 다칠까 두려워하여 역시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보살이 “손오공!” 하고 부르자 둘이 일제히 대답했다. 보살이 말했다. “네가 지난날 벼슬이 필마온이었고 천궁을 크게 어지럽힐 때 신장들이 모두 너를 알아보았느니라. 너희가 상계로 올라가 분별을 받고 회보하거라.” 이 대성이 은혜에 사례하였고 그 행자도 사례하였다.

두 사람이 서로 잡아당기며 입으로는 줄곧 외쳐 싸우다가 곧장 남천문 밖에 이르렀다. 놀란 광목천왕이 마·조·온·관 네 대천장과 문을 지키는 크고 작은 뭇 신을 거느리고 각자 병기를 들어 막아서며 말했다. “어디로 가려느냐! 이곳이 어찌 다투는 곳이냐!” 대성이 말했다. “제가 삼장법사를 보호하여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다가, 길에서 도적을 쳐죽였더니 삼장이 저를 쫓아버렸나이다. 저는 곧장 보타암으로 가 관음보살을 뵙고 하소연하였나이다. 그런데 이 요괴가 언제 제 모습으로 변하여 삼장법사를 때려눕히고 보따리를 빼앗았는지 모를 일이나이다. 사승이 화과산에 이르러 찾아 물으니 이 요괴가 제 소굴을 차지하고 있었고, 뒤에 보타암으로 가 보살을 청하니 저는 대 아래 모시어 서 있었나이다. 사승이 거짓으로 제가 근두운을 타고 먼저 보살 처소에 와 꾸며 말한다고 하였으나, 보살께서는 바르고 밝으신 분이라 사승의 말을 듣지 않으시고 저더러 그와 함께 화과산에 가 살펴보라 명하셨나이다. 본래 이 요괴가 과연 늙은 손과 같은 모습이라, 방금 수렴동에서 보타산까지 싸워 보살을 뵈었으나 보살께서도 알아보기 어려우셨나이다. 그러므로 여기까지 싸워 왔으니 제천의 눈을 번거롭게 하여 진짜와 가짜를 가려 주소서.” 말을 마치자 그 행자도 이러이러하게 한 차례 말하였다. 뭇 천신이 오래도록 살펴보았으나 역시 가릴 수 없자, 그 두 놈이 고함쳤다. “너희가 가려내지 못하겠거든 길을 비켜라. 우리가 옥황상제를 뵈러 가겠다!” 뭇 신이 막아내지 못하고 천문을 열어 주어, 마원수가 장·갈·허·구 네 천사와 함께 영소보전에 이르러 아뢰었다. “하계에 손오공이 하나같이 둘이나 있어 천문을 쳐들어오며 임금님을 뵙겠다 하나이다.” 아뢰기가 끝나기도 전에 둘이 곧장 외쳐대며 들어오니, 놀란 옥황상제가 즉시 보전으로 내려와 서서 물었다. “너희 둘이 무슨 일로 천궁을 함부로 어지럽히고 짐의 앞까지 떠들며 죽음을 찾으려 하느냐!” 대성이 입을 열어 아뢰었다. “만세! 만세! 신이 이제 목숨을 바쳐 사문의 가르침을 받들었으니 다시는 감히 마음을 속이고 윗전을 속이지 않나이다. 다만 이 요괴가 신의 모습으로 변하였을 뿐이나이다.” 하며 이러저러하게 앞의 사정을 낱낱이 아뢰고 나서 말했다. “바라건대 신의 진짜와 가짜를 가려 주소서!” 그 행자도 이와 같이 한 차례 아뢰었다. 옥황상제가 곧 명을 내려 탁탑이천왕을 불러 분부했다. “조요경을 가져와 이 놈들의 진짜와 가짜를 비추어 보아, 가짜는 멸하고 진짜만 남게 하여라.” 천왕이 곧 거울을 가져다 비추어 놓고 옥황상제와 뭇 신에게 함께 보시기를 청하였다. 거울 속에는 손오공의 그림자가 둘이었으니, 금고와 옷이며 터럭 하나까지 어긋남이 없었다. 옥황상제도 가려내지 못하여 전각 밖으로 쫓아냈다. 이 대성이 껄껄 웃어대고 그 행자도 하하 즐거워하며, 서로의 머리를 잡고 목을 쓸어내리며 다시 천문을 쳐서 빠져나와 서쪽 길 위로 내려앉으며 말했다. “내가 너와 함께 스승님을 뵈러 가자! 내가 너와 함께 스승님을 뵈러 가자!”

말하자면, 사승은 화과산에서 그 두 사람과 헤어진 뒤 또 삼 주야를 걸어 본래 마을로 돌아와 지난 일을 삼장법사에게 낱낱이 아뢰었다. 삼장법사 스스로 뉘우치며 한탄하여 말했다. “그때는 그저 손오공이 나를 몽둥이로 한 대 때리고 보따리를 빼앗아 간 줄로만 알았거늘, 어찌 요괴가 행자로 거짓 변한 줄을 알았으리오!” 사승이 또 아뢰었다. “이 요괴는 또 장로 한 분과 백마 한 필로 거짓 변하였고, 저팔계 하나가 우리 보따리를 메고 있는가 하면 또 하나는 저로 변해 있었나이다. 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지팡이로 한 방에 때려 죽였더니 본래 원숭이 정령이었나이다. 그리하여 흩어져 도망하다 다시 보살 처소로 가 하소연하였나이다. 보살께서 저더러 형님과 함께 다시 가 알아보라 하셨는데, 그 요괴가 과연 형님과 같은 모습이었나이다. 제가 힘을 보태기 어려워 먼저 돌아와 스승님께 회보하나이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라 얼굴빛이 변했다. 저팔계가 하하 크게 웃으며 말했다. “좋다 좋아! 이 시주 댁 할멈의 말이 맞아떨어졌구나! 경을 구하러 가는 이가 여러 무리라고 하더니, 이것이 또 한 무리가 아니냐!” 그 집 사람들이 늙은이 할 것 없이 모두 나와 사승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 며칠 동안 어디로 노잣돈을 구하러 갔었소?” 사승이 웃으며 말했다. “동승신주 화과산으로 큰형님을 찾아 행장을 받으러 갔다가, 남해 보타산으로 가 관음보살을 배알하고, 다시 화과산에 갔다가 비로소 이곳으로 돌아왔소.” 그 노인이 또 물었다. “왕복이 얼마나 되는 길이오?” 사승이 말했다. “이십여 만 리쯤 되오.” 노인이 말했다. “어이구야, 이 며칠 동안에 이토록 먼 길을 다녀오다니, 구름을 타야만 겨우 갈 수 있겠구려!” 저팔계가 말했다. “구름을 타지 않고서야 어찌 바다를 건너겠소?” 사승이 말했다. “우리가 어찌 걷는 축에 들겠소. 큰형님이라면 하루 이틀이면 왕복할 수 있소.” 그 집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모두 신선이라 하자 저팔계가 말했다. “우리가 신선은 아니지만, 신선이 오히려 우리 후배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문득 반공중에서 사람들이 떠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 놀란 사람들이 모두 나와 보니, 두 행자가 싸우며 달려오고 있었다. 저팔계가 보고는 손이 근질거려 견디지 못하고 말했다. “내가 가서 알아보고 오겠소.” 이 멍청한 놈이 급히 몸을 날려 뛰어오르며 허공을 향해 크게 외쳤다. “형님, 떠들지 마시오. 내가 왔소!” 그 두 놈이 일제히 대답했다. “동생이여, 요괴를 치러 오시오! 요괴를 치러 오시오!” 그 집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기뻐하며 말했다. “구름을 타고 안개를 밟는 나한 몇 분이 우리 집에 쉬러 오셨구나! 원을 세워 승려에게 공양하는 이라 해도 이런 좋은 분들께는 공양하지 못할 터인데!” 차와 밥을 아까워하기는커녕 더욱 정성껏 공양하며 또 말했다. “이 두 행자가 싸우다가 큰일이라도 내어 천지가 뒤집히는 화를 저기서 부리지나 않을까 두렵구려!” 삼장은 그 노인이 앞에서는 기뻐하면서 뒤로는 근심하는 것을 보고 곧 입을 열어 말했다. “노시주여, 마음을 놓으시고 근심과 탄식을 내지 마시오. 빈승이 제자를 거두어 복종시키고 악을 버려 선으로 돌아오게 하면 자연히 그대에게 사례하리다.” 그 노인이 연거푸 대답했다. “천만의 말씀이외다! 천만의 말씀이외다!” 사승이 말했다. “시주여, 말씀을 마치시고 스승님은 여기 앉아 계시옵소서. 저와 둘째 형이 가서 한 놈씩 끌고 그대 앞에 오게 하리니, 그대가 그 주문을 외워 보시오. 아파하는 놈이 진짜요 아파하지 않는 놈이 가짜요.” 삼장이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이오.” 사승이 과연 반공중으로 올라가 말했다. “두 분, 손을 놓으시오. 제가 두 분과 함께 스승님 앞으로 가 진짜와 가짜를 가려 보겠소.” 이 대성이 손을 놓자 그 행자도 손을 놓았다. 사승이 하나를 붙잡아 세우고 외쳤다. “둘째 형, 그대도 하나를 붙잡으시오.” 과연 붙잡고는 구름을 내려 초가집 문 밖으로 곧장 이르렀다. 삼장이 보고는 곧 《긴고아주》를 외우자 두 사람이 일제히 괴로워하며 외쳤다. “우리가 이토록 고되게 싸우는데 그대가 어찌 우리를 주문으로 괴롭히시오? 외우지 마시오! 외우지 마시오!” 그 장로는 본디 마음이 자비로웠으므로 입을 다물고 더 외우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진짜와 가짜를 알아본 것도 아니었다. 그 두 놈이 손을 뿌리치고 나서는 여전히 다시 싸웠다. 이 대성이 말했다. “동생들이여, 스승님을 잘 모시거라. 내가 이 놈과 함께 염라대왕 앞까지 가서 따져 보겠다!” 그 행자도 같은 말을 하였고, 두 사람이 서로 잡아끌며 다투다가 잠시 후 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저팔계가 말했다. “사승, 네가 수렴동에 갔을 때 가짜 저팔계가 행장을 메고 있는 것을 보았거늘 어찌 빼앗아 오지 않았느냐?” 사승이 말했다. “그 요괴가 내가 보장으로 가짜 사승을 치는 것을 보더니, 놈들이 마구 에워싸며 나를 잡으려 하였기에 나는 목숨을 부지하여 달아났노라. 보살께 고하고 행자와 함께 다시 굴 어귀에 이르렀을 때 그 두 놈이 공중에서 싸웠는데, 내가 가서 놈들의 돌걸상을 뒤집고 작은 요괴들을 흩어 놓았으나, 다만 한 줄기 폭포수가 흐를 뿐이어서 굴 문이 어디에 열렸는지 알 길이 없어 행장을 찾지 못하였노라. 그러므로 빈손으로 돌아와 스승님의 명에 회보한 것이노라.” 저팔계가 말했다. “네가 본래 알지 못하는구나.

내가 지난해 그를 청하러 갔을 적에 먼저 굴 문 밖에서 만났는데, 뒤에 내가 말로 그의 비위를 건드렸더니 그가 뛰어내려 굴 속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올 때, 내가 그가 몸을 물속으로 잠깐 파고드는 것을 보았노라. 그 한 줄기 폭포수가 흐르는 곳이 바로 굴 문이노라. 틀림없이 그 요괴가 우리 보따리를 그 안에 거두어 두었을 것이노라.” 삼장이 말했다. “네가 그 문을 안다면, 놈들이 집에 없는 틈을 타 네가 먼저 그 굴에 가 보따리를 꺼내 오너라. 그러면 우리가 서천으로 가겠다. 그가 온다 해도 나는 그를 쓰지 않으리라.” 저팔계가 말했다. “제가 가겠나이다.” 사승이 말했다. “둘째 형, 그 굴 앞에는 작은 원숭이가 천여 마리나 되니, 그대 혼자서는 당해 내지 못해 도리어 일을 그르칠까 두렵소.” 저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겁내지 마시오! 겁내지 마시오!” 급히 문을 나서 구름과 안개를 타고 곧장 화과산으로 올라가 행장을 찾으러 갔다.

말하자면, 그 두 행자가 또 싸우며 떠들어 대다가 음산 등 뒤에 이르렀는데, 놀란 온 산의 귀신들이 벌벌 떨며 숨고 또 숨었다. 먼저 달아난 자들이 음사 문 안으로 뛰어들어 삼라보전에 올라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배음산 위에서 제천대성이 둘이나 싸우며 쳐들어오나이다!” 놀란 제일전 진광왕이 제이전 초강왕, 제삼전 송제왕, 제사전 변성왕, 제오전 염라왕, 제육전 평등왕, 제칠전 태산왕, 제팔전 도시왕, 제구전 오관왕, 제십전 전륜왕에게 전하여 알렸다. 한 전이 다음 전에 전하여 잠시 사이에 열 왕이 모두 모였고, 또 사람을 보내 지장왕에게 날려 알렸다. 모두 삼라전 위에 모여 음병을 점고하여 진짜와 가짜를 잡으려 기다렸다. 그때 센 바람이 굴굴 불고 참혹한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두 행자가 뒹굴고 나뒹굴며 삼라전 아래까지 싸워 왔다. 음군이 앞으로 나와 막아서며 말했다. “대성은 무슨 일로 우리 유명계를 어지럽히느냐?” 이 대성이 말했다. “내가 삼장법사를 모시고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다가 서량국을 지나 어느 산에 이르렀을 적에 강도 떼가 우리 스승을 에워싸고 노략질하기에 늙은 손이 몇 놈을 쳐죽였더니, 스승님이 나를 꾸짖고 쫓아버렸노라. 나는 곧 남해 보살 처소로 가 하소연하였는데, 그 요괴가 어떻게 내 기운을 흉내 내어 내 모습으로 거짓 변하였는지 모를 일이로다. 반 길에서 스승님을 때려눕히고 행장을 빼앗았노라. 사제 사승이 내 본산으로 와 보따리를 찾으니, 이 요괴가 스승의 이름을 거짓으로 내세워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려 하였노라. 사승이 달아나 남해로 가 보살을 뵈었을 때 내가 곁에 있었는데, 그가 자세한 사정을 말하니 보살께서 나더러 그와 함께 화과산에 가 보라 명하셨거늘, 과연 이 놈에게 소굴을 빼앗겼더라. 내가 이 놈과 보살 처소까지 가서 다투었으나, 실로 모습이며 말씨가 모두 같아 보살께서도 진짜와 가짜를 가리기 어려우셨노라. 또 이 놈과 함께 천당까지 싸워 올라갔으나 뭇 신도 과연 가리지 못하였고, 내 스승을 만나니 스승님이 《긴고아주》를 외워 시험하시매 나와 똑같이 아팠노라. 그러므로 이곳 유명계까지 떠들며 왔으니, 바라건대 음군은 생사부를 열어 살펴 가짜 행자가 무슨 출신인지 알아내어 그 혼백을 속히 거두어 주시오. 두 마음이 어지러이 섞이는 일이 없게 하려 함이로다.” 그 요괴도 이와 같이 한 차례 말하였다. 음군이 그 말을 듣고 곧 부를 맡은 판관을 불러 하나하나 처음부터 조사하게 하였으나, 가짜 행자라는 이름은 전혀 없었다. 다시 모충 문부를 살펴보니, 그 원숭이 백삼십 조목은 이미 손대성이 어린 나이에 도를 얻었을 적에 음사를 크게 어지럽히고 죽음의 이름을 지워 한 붓으로 그어 버린 것이었다. 그 뒤로는 무릇 원숭이 무리에 속한 자는 모두 이름이 없었다.

조사를 마치고 전각에서 회보하자, 음군이 각각 홀을 쥔 채 행자에게 말했다. “대성이여, 유명계에는 이름과 호를 찾을 수 없으니 그대가 양간으로 돌아가 따져 보시오.” 바로 그때 지장왕보살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잠깐! 내가 체청을 시켜 그대의 진짜와 가짜를 듣게 하리라.” 본래 그 체청은 지장보살의 경안 아래 엎드려 있는 짐승의 이름이었다. 그 짐승이 땅바닥에 엎드리면 잠깐 사이에 사대부주의 산천과 사직, 동천과 복지 사이에서, 나충과 인충과 모충과 우충과 곤충이며, 천선과 지선과 신선과 인선과 귀선을 두루 살펴 선악을 비추어 보고 어질고 어리석음을 살펴 들을 수 있었다. 그 짐승이 지장의 균지를 받들어 삼라 뜰 가운데 땅바닥에 엎드렸다가 잠시 후 머리를 들어 지장에게 말했다. “요괴의 이름이 있기는 하나이다. 그러나 면전에서 말로 밝힐 수 없고, 또 힘을 보태어 그를 잡을 수도 없나이다.” 지장이 말했다. “면전에서 말하면 어찌 되느냐?” 체청이 말했다. “면전에서 말하면 요괴가 악을 내어 보전을 소란스럽게 하여 음부가 편치 못하게 될까 두렵나이다.” 또 물었다. “어찌하여 힘을 보태어 잡을 수 없다는 것이냐?” 체청이 말했다. “요괴의 신통이 손대성과 다름이 없나이다. 유명의 신들이 얼마나 힘이 있겠나이까. 그러므로 잡을 수 없나이다.” 지장이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물리칠 수 있겠느냐?” 체청이 말했다. “불법이 끝이 없나이다.” 지장은 이미 깨달았으므로 곧 행자에게 말했다. “너희 둘은 모습이 하나 같고 신통이 둘이 아니니, 밝혀 내려면 뇌음사의 석가여래께로 가야만 비로소 분명해지리라.” 두 놈이 일제히 외쳤다. “옳소! 옳소! 내가 너와 함께 서천 불조 앞으로 가 따져 보자!” 그 열 전의 음군이 배웅하여 나오고, 지장에게 사례하고는 취운궁으로 돌아가 귀사에게 명하여 유명의 관문을 닫게 하였다.

보라, 그 두 행자가 구름을 날리고 안개를 헤치며 서천으로 싸워 올라갔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사람이 두 마음을 품으면 재앙이 생기고, 하늘 끝 바다 모퉁이까지 의심을 불러온다. 좋은 말과 삼공의 벼슬을 생각하다가는, 또 금란전 일품의 자리를 떠올린다. 남으로 정벌하고 북으로 토벌해도 쉴 새가 없고, 동쪽을 막고 서쪽을 물리쳐도 정해짐이 없구나. 선문에서는 모름지기 무심의 결을 배워, 영아를 고이 길러 성태를 맺어야 한다. 그 두 놈이 반공중에서 서로 잡아당기고 끌어당기며, 가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외쳐 대다가 마침내 대서천 영취선산 뇌음보찰 밖에 이르렀다. 일찍이 사대보살과 팔대금강, 오백 아라와 삼천 게제, 비구니와 비구승, 우바새와 우바이 등 큰 성중이 모두 칠보연대 아래로 모여 각기 여래의 설법을 듣고 있었다. 그 여래가 마침 이렇게 설하고 있었다. 있지 않음 가운데 있음이 있고, 없지 않음 가운데 없음이 있다. 색 아닌 가운데 색이 있고, 공 아닌 가운데 공이 있다. 유가 아닌 것이 유가 되고, 무가 아닌 것이 무가 된다. 색 아닌 것이 색이 되고, 공 아닌 것이 공이 된다. 공이 곧 공이요, 색이 곧 색이다. 색은 정해진 색이 없으니 색이 곧 공이요, 공은 정해진 공이 없으니 공이 곧 색이다. 공을 알면 공이 아니요, 색을 알면 색이 아니다.

이를 조요라 이름하니 비로소 묘음에 이른다. 뭇 대중이 머리를 조아려 귀의하고 유통하며 독송하는 즈음에, 여래가 하늘꽃을 내려 두루 흩날리게 하고는 곧 보좌에서 내려와 대중에게 말했다. “너희는 모두 한마음이거니와, 두 마음이 다투어 오는 것을 보라.” 대중이 눈을 들어 보니 과연 두 행자가 하늘과 땅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치며 뇌음승경까지 싸워 왔다. 놀란 팔대금강이 앞으로 나서며 막아서서 말했다. “너희는 어디로 가려느냐?”

이 대성이 말했다. “요괴가 내 모습으로 변하여 보련대 아래로 오려 하니, 여래께서 나를 위하여 진실과 허위를 가려 주시기를 바라노라.” 뭇 금강이 막아내지 못하여 그대로 외쳐대며 대 아래까지 이르자, 불조 앞에 꿇어앉아 절하며 아뢰었다. “제자가 삼장법사를 보호하여 보산을 찾아와 진경을 구하려 하오니, 가는 길에 마귀를 단련하고 요괴를 결박하느라 얼마나 많은 정신을 썼는지 모르나이다. 앞서 중도에 이르렀을 적에 우연히 강도를 만나 노략질을 당하였는데, 실로 제자가 두 차례에 걸쳐 몇 사람을 쳐서 상하게 하였나이다. 스승님이 이를 꾸짖어 쫓아내며 여래의 금신을 함께 배알하지 못하게 하였나이다. 제자로서는 어찌할 수 없어 남해로 달려가 관음을 뵙고 하소연하였나이다. 뜻밖에도 이 요괴가 제자의 목소리와 모습으로 거짓 변하여 스승님을 때려눕히고 행장을 빼앗아 갔나이다. 사제 오정이 내 산으로 찾아왔다가 이 요괴의 교묘한 거짓말에 속아 참된 승려가 경을 구하러 간다는 까닭을 들었나이다. 오정이 몸을 빼어 남해로 가 자세히 말하니 관음이 이를 아시고 마침내 제자에게 오정과 함께 다시 내 산으로 가라 명하셨나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이 진짜와 가짜를 겨루어 남해까지 싸웠고, 또 천궁까지 싸웠으며, 또 삼장법사를 뵙고 명부까지 가 보았으나 모두 가려내지 못하였나이다. 그러므로 큰 뜻을 품고 가벼이 찾아왔사오니, 천번 간청하오니 방편의 문을 크게 여시고 자비로운 생각을 널리 내리시어 제자의 사특함과 바름을 밝혀 주소서. 그래야 삼장법사를 보호하여 친히 금신을 배알하고 경을 얻어 동토로 돌아가 큰 교법을 영원히 떨치겠나이다.” 대중이 그 두 입에서 같은 목소리로 한 차례씩 말하는 것을 들었으나 역시 가려내지 못하였고, 오직 여래만이 환히 알고 있었다. 막 밝혀 말하려 하는데 홀연 남쪽 하늘 채운 사이로 관음이 와서 내 부처님께 참배하였다.

내 부처님이 합장하며 말했다. “관음존자여, 그대는 저 두 행자 가운데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지 보이느냐?” 보살이 말했다. “지난날 제자의 황량한 경계에서는 참으로 가려낼 수 없었나이다. 그가 또 천궁과 지부에 이르렀으나 역시 모두 알아보기 어려웠나이다. 특별히 여래를 배알하러 와 간청하오니, 천만 부디 그들의 진짜와 가짜를 밝혀 주소서.” 여래가 웃으며 말했다. “너희의 법력이 광대하여 두루 주천의 일을 살필 수 있을 뿐이니, 주천의 사물을 두루 알지 못하고 주천의 종류를 널리 헤아리지도 못하느니라.” 보살이 다시 주천의 종류를 여쭙자 여래가 비로소 말했다. “주천 안에 다섯 신선이 있으니 하늘과 땅과 신과 사람과 귀신이요, 다섯 벌레가 있으니 나충과 인충과 모충과 우충과 곤충이다. 이 놈은 하늘도 아니요 땅도 아니며 신도 아니요 사람도 아니며 귀신도 아니요, 또한 나충도 아니요 인충도 아니며 모충도 아니요 우충도 아니며 곤충도 아니다. 또 세상을 어지럽히는 네 원숭이가 있으니, 열 가지 종류에 들지 않느니라.” 보살이 말했다. “감히 여쭙나이다. 그 네 원숭이는 어떠한 것이니이까?” 여래가 말했다. “첫째는 영명석후이니, 변화에 통달하고 천시를 알며 지리를 알아 별을 옮기고 북두칠성을 바꾼다. 둘째는 적고마후이니, 음양을 깨닫고 인사를 알며 드나듦에 능하여 죽음을 피하고 목숨을 늘인다. 셋째는 통비원후이니, 해와 달을 잡고 천 산을 오그리며 길흉을 가리고 천지를 주무른다. 넷째는 육이미후이니, 소리를 잘 듣고 이치를 살필 줄 알며 앞뒤를 알아 만물이 모두 밝다. 이 네 원숭이는 열 가지 종류에 들지 않고 두 세상 사이의 이름에 미치지 못하느니라. 내가 보건대 가오공은 바로 육이미후니라. 이 원숭이는 한곳에 서 있으면 천 리 밖의 일을 알고, 사람들이 하는 말도 알 수 있나니, 그러므로 소리를 잘 듣고 이치를 살필 줄 알며 앞뒤를 알아 만물이 모두 밝으니라. 참된 오공과 모습과 소리가 같은 자가 바로 육이미후니라.” 그 미후가 여래가 자기의 본모습을 밝혀 말하는 것을 듣고는 간담이 서늘하여 급히 몸을 날려 뛰어올라 달아나려 하였다. 여래가 그가 달아나려 하는 것을 보시고 곧 대중에게 손을 쓰라 명하니, 벌써 사보살과 팔금강, 오백 아라와 삼천 게제, 비구승과 비구니, 우바새와 우바이, 관음과 목타가 일제히 에워쌌다. 손대성도 앞으로 나서려 하자 여래가 말했다. “오공아, 손을 대지 말거라. 내가 너를 위해 그를 잡아 주리라.” 그 미후가 털끝이 곤두서며 벗어나기 어렵다 여기고 급히 몸을 흔들어 한 번 변하여 꿀벌 한 마리로 변해 위로 날아오르려 하였다. 여래가 금발우를 던져 올리니 바로 그 벌을 덮고 떨어졌다. 대중은 알지 못하고 달아난 줄로 여겼으나 여래가 웃으며 말했다. “대중은 말하지 말라. 요괴는 달아나지 않았고 지금 내 발우 아래 있느니라.” 대중이 일제히 앞으로 나서 발우를 들어 올리니 과연 본모습이 드러났으니, 그것은 한 마리 육이미후였다. 손대성이 참지 못하고 쇠몽둥이를 휘둘러 정통으로 내리쳐 때려 죽이니, 이제까지 이 한 종류가 끊겼다. 여래가 차마 견디지 못하여 말했다.

“선재! 선재!” 대성이 말했다. “여래께서 그를 자비롭게 여기실 것이 아니외다. 그가 내 스승님을 때려 상하게 하고 내 보따리를 빼앗았으니, 법에 따라 재물을 취하고 사람을 상하게 한 죄와 대낮에 빼앗은 죄를 묻는다면 참형이 마땅하외다!” 여래가 말했다. “너는 어서 가서 삼장법사를 보호하여 이곳으로 와 경을 구하게 하여라.” 대성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례하여 말했다. “여래께 아뢰어 알게 하오니, 그 스승님은 틀림없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외다. 내가 이번에 가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또 한 차례 신경을 쓰게 하는 것이 아니겠나이까. 바라건대 여래께서 방편을 베푸시어 송고아주를 한 번 외우시어 이 금고를 벗겨 여래께 돌려드리고 나를 속세로 돌려보내 주소서.” 여래가 말했다. “너는 어지러이 생각하지 말고, 결코 제멋대로 굴지 말라. 내가 관음에게 너를 데려다주라 하리니 그가 받아들이지 않을까 염려하지 말라. 잘 보호하여 그를 가거라. 그때 공을 이루어 극락으로 돌아오면 너 또한 연대에 앉으리라.”

그 관음이 곁에서 그 말씀을 듣고 곧 합장하여 성은에 사례하고는 오공을 데리고 곧 구름을 타고 떠났으며, 뒤이어 목타 행자와 흰 앵무새도 함께 따라잡았다. 오래지 않아 중도의 초가집에 이르렀는데, 사화상이 보고 급히 스승님을 모시고 문에 나가 절하며 맞이하였다. 보살이 말했다. “삼장이여, 지난날 그대를 친 자는 가짜 행자 육이미후이니라. 다행히 여래께서 알아보시고 이미 오공에게 맞아 죽었느니라. 그대는 이제 모름지기 오공을 거두어 주어야 하느니라. 가는 길에 마장이 아직 가시지 않았으니 그의 보호를 받아야만 비로소 영산에 이르러 부처님을 뵙고 경을 얻을 수 있느니라. 다시는 꾸짖고 원망하지 말라.” 삼장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삼가 가르침을 받들겠나이다.” 막 절하며 사례하는데, 문득 정동쪽에서 세찬 바람이 굴굴 불어오는 소리가 들려 뭇 사람이 눈을 들어 보니, 저팔계가 보따리 둘을 메고 바람을 타고 왔다. 그 멍청이가 보살을 보고 몸을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제자가 지난날 스승님과 헤어져 화과산 수렴동으로 가 보따리를 찾았더니, 과연 가짜 삼장과 가짜 저팔계가 있었는데 모두 제자가 때려 죽였사온데 본래 원숭이 몸이 둘이었나이다. 안으로 들어가서야 비로소 보따리를 찾았고 그 자리에서 점검하니 한 물건도 빠지지 않았나이다. 바람을 타고 이리로 돌아왔사오나 두 행자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지 못하나이다.” 보살이 여래께서 요괴를 알아보신 일을 한 차례 말해 주었다. 그 멍청이는 몹시 기뻐하며 사례를 마지않았다. 사도들이 절하며 사례하자 보살은 바다로 돌아갔고, 모두 예전대로 뜻을 합하고 마음을 모아 원한을 씻고 노여움을 풀었다. 또 그 마을 사람들에게 사례하고 행장과 말을 정비하여 큰길을 찾아 서쪽으로 갔다. 바로 이러하였다.

중도에서 헤어져 오행이 어지러웠으나, 요괴를 항복받고 모여 원명을 합하였다. 신이 심사로 돌아오니 선이 바야흐로 정해지고, 육식을 물리쳐 항복시키니 단이 스스로 이루어진다.

결국 이렇게 떠났으니, 삼장이 어느 때에나 부처님을 뵙고 경을 구하게 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