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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9 제59회 당삼장로조화염산(唐三藏路阻火焰山) · 손행자일조파초선(孫行者一調芭蕉扇)

온갖 종성이 본래 한가지인데, 바다가 무한히 받아들이는구나. 천 가지 생각 만 가지 근심도 마침내는 허망이 되나니, 가지가지 온갖 형상이 서로 어우러진다. 어느 날 공이 이루어지고 행이 차면, 둥글고 밝은 법성이 높이 일어나리라. 차별을 시켜 동서로 달아나게 말고, 굳게 자물쇠 채워 가두어라. 거두어다 단로 안에 놓아두면, 금오와 꼭같이 붉게 단련되리라. 밝고 밝게 고운 빛이여, 드나들며 용을 타게 하여도 좋으니라.

말하자면, 삼장법사가 보살의 교지를 받들어 행자를 거두어들이고, 팔계와 사승과 더불어 두 마음을 끊어버리고 원숭이와 말을 채워 묶고서, 마음을 모아 힘을 합하여 서천을 향해 달려갔다. 이 이야기로 다 말할 수 없거니와, 세월은 화살 같고 해와 달은 북과 같아서, 여름의 뜨거운 나날들을 지나오니 어느덧 가을 서리의 경치에 이르렀다. 다만 보이는 것은, 가느다란 구름은 끊어지고 서풍은 매섭고, 학은 먼 산봉우리에서 울며 서리 맞은 숲은 비단이로다. 빛과 경치가 바로 처량한데, 산은 길고 물은 더욱 길구나. 기러기는 북쪽 변방에서 오고, 제비는 남쪽 들길로 돌아간다. 나그네 길은 외로움이 두렵고, 승복은 쉽게 차가워지는구나. 사부와 제자 네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매, 점점 뜨거운 기운이 사람을 찌는 듯함을 느꼈다. 삼장법사가 말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지금은 바로 가을인데, 어찌하여 도리어 뜨거운 기운이 있단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형님은 본래 모르시는구려. 서쪽 길 위에 사합리국이라는 나라가 있사온데, 해가 지는 곳이요, 속되게 일러 하늘의 끝이라 하옵니다. 신유 시각이 되면 국왕이 사람을 성 위에 올려보내 북을 치고 뿔피리를 부니, 그 소리가 바다가 끓는 소리를 뒤섞을 만큼 장엄하옵니다. 해란 곧 태양의 참된 불이라, 서해 사이에 떨어질 때에 마치 불에 물을 끼얹듯 소리를 이어 굽이치며 끓는다옵니다. 만약 북과 뿔피리 소리가 귀를 어지럽히지 않으면, 곧 성 안의 어린아이들이 진동하여 죽는다옵니다. 이곳의 뜨거운 기운이 사람을 찌니, 필시 해가 지는 곳에 이른 것이로소이다.” 대성이 이 말을 듣고는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이 멍청한 놈아, 함부로 떠들지 마라! 사합리국을 논하자면 아직도 한참 멀었느니라. 사부님께서 이리저리 마음이 흔들리시며 이렇게 지체하신다면, 어려서 늙고 늙어서 다시 어려져 늙고 젊음의 삼생을 겪는다 하여도 또한 도저히 이르지 못하리라.” 팔계가 말했다. “형님, 형님 말씀대로라면 해가 지는 곳이 아니라 하오니, 어찌하여 이다지도 몹시 덥단 말이오?” 사승이 말했다. “아마도 천시가 바르지 못하여, 가을에 여름의 기운을 행하는 까닭이로소이다.” 그 세 사람이 바로 서로 다투어 말하고 있는데, 문득 길가에 한 채의 장원이 보이니, 붉은 기와를 얹은 집이요, 붉은 벽돌로 쌓은 담장이며, 붉은 기름칠을 한 문짝과 붉은 칠을 한 널침상이니, 온통 하나같이 붉었다. 삼장법사가 말에서 내려 말했다. “오공아, 네가 저 인가에 가서 소식을 물어보고, 저토록 더운 까닭이 무엇인지 알아보아라.”

대성이 여의금고봉을 거두고, 의복을 가지런히 정비하며, 몸을 단정히 하여 사문의 기상을 지어 가지고 큰길을 벗어나 곧장 문 앞에 이르러 살펴보았다. 그 문 안에서 홀연 한 노인이 걸어 나왔는데,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누런 듯 누렇지 않고 붉은 듯 붉지 않은 갈포로 지은 긴 도포를 입고, 푸른 듯 푸르지 않고 검은 듯 검지 않은 대오리로 엮은 삿갓을 썼다. 손에는 굽은 듯 굽지 않고 곧은 듯 곧지 않은 마디가 불거진 대지팡이를 짚고, 발에는 새 것인 듯 새 것 아니요 헌 것인 듯 헌 것 아닌 끌어 신는 가죽신을 신었다. 얼굴은 붉은 구리 같고 수염은 흰 비단 같으며, 두 가닥 긴 눈썹이 푸른 눈을 가렸고, 벌어져 웃는 입은 금니를 드러내었다. 그 노인이 멍하니 고개를 들어 행자를 보고는 크게 놀라며, 대지팡이를 짚은 채 꾸짖었다. “너는 어디서 온 괴물이냐? 내 이 문 앞에서 무슨 짓이냐?” 행자가 예를 갖추어 답했다. “노시주께서는 저를 두려워 마옵소서. 저는 무슨 괴물이 아니옵고, 빈승은 동토 대당의 흠차로서 서방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자이옵니다. 사부와 제자 네 사람이 이제 막 보방에 이르렀사온데, 날씨가 몹시 뜨거움을 보고서, 하나는 그 까닭을 알지 못하옵고, 둘은 또한 이곳 지명을 알지 못하옵기에, 특별히 찾아뵙고 가르침을 여쭙고자 하옵니다.” 그 노인이 그제야 마음을 놓고 웃으며 말했다.

“장로께서는 허물을 마옵소서. 늙은이가 잠시 눈이 어두워 존안을 알아보지 못하였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황공하옵니다.” 노인이 또 물었다. “그대의 스승은 어느 길 위에 계시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남쪽 큰길 위에 서 계신 분이 바로 그분이 아니옵니까!” 노인이 청했다. “어서 모셔 오시오, 어서 모셔 오시오.” 행자가 기뻐하며 손을 한 번 흔드니, 삼장법사가 곧 팔계와 사승과 함께 백마를 끌고 행장을 메고 앞으로 나아와, 모두 노인에게 예를 갖추었다. 노인은 삼장법사의 풍채가 빼어나고 팔계와 사승의 생김새가 기이하고 드묾을 보고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여, 다만 안으로 들어와 앉기를 청하고, 아이들에게 차를 내오라 이르며, 한편으로는 밥을 마련하게 하였다. 삼장법사가 이 말을 듣고 몸을 일으켜 사례하며 말했다. “감히 공공께 여쭙거니와, 귀한 곳은 가을을 만나거늘 어찌하여 도리어 이리 뜨겁나이까?” 노인이 말했다. “폐지를 화염산이라 부르옵나니, 봄도 없고 가을도 없이 사계절이 모두 뜨겁나이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화염산이 어느 쪽에 있기에 서쪽으로 가는 길을 막는단 말이오?” 노인이 말했다. “서쪽은 도저히 갈 수 없나이다. 그 산은 여기서 육십 리쯤 떨어져 있사온데, 바로 서쪽으로 가는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로되, 팔백 리에 걸친 불길이 있어 사방 둘레에 풀 한 포기도 나지 않나이다. 만약 그 산을 넘는다면, 구리로 된 두개골과 쇠로 된 몸이라도 또한 녹아 즙이 되고 말 것이옵니다.” 삼장법사가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 얼굴빛이 변하며, 감히 다시 묻지 못했다.

그런데 문 밖에서 한 젊은 사내가 붉은 수레를 밀고 와 문 곁에 세워두고는 “떡 사시오!” 하고 외쳤다. 대성이 털끝 하나를 뽑아 구리돈으로 변하게 하여, 그 사람에게서 떡을 사려 하였다. 그 사람은 돈을 받고는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수레 위의 덮개를 걷어 올리니,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데, 떡 한 조각을 꺼내 행자에게 건네주었다.

행자가 손에 받쳐 들자, 마치 화로 속의 타는 숯덩이요, 석탄 난로 안의 붉은 못과 같았다. 보라, 그는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기고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바꾸며, 다만 이리 말했다.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먹기 어렵다, 먹기 어렵다!” 그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더운 것이 무서우면 이리 오지 말지, 여긴 본래 이렇게 덥소.” 행자가 말했다. “이 사람아, 참으로 이치를 모르는구나. 속담에 이르기를,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으면 오곡이 여물지 않는다 하였거늘, 이곳이 이토록 뜨거운데 네 떡가루는 어디서 왔단 말이냐?” 그 사람이 말했다. “떡가루가 어디서 나는지 알려거든, 삼가 철선선에게 구하시오.” 행자가 말했다. “철선선이란 누구요?” 그 사람이 말했다. “철선선에게는 파초선 한 자루가 있소. 구해 오면 한 번 부치면 불이 꺼지고, 두 번 부치면 바람이 일며, 세 번 부치면 비가 내리니, 우리가 씨를 뿌리고 제때에 거두어들여 오곡으로 목숨을 기를 수 있소. 그렇지 않다면 참으로 풀 한 포기도 나지 않을 것이오.” 행자가 이 말을 듣고 급히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며, 떡을 삼장법사에게 건네며 말했다. “사부님, 염려 마옵소서. 우선 이르지도 않은 걱정은 마시고, 떡을 잡수신 뒤에 제가 말씀을 올리겠나이다.” 장로가 떡을 손에 받아 들고 이 집 노인을 향해 말했다. “공공께서도 떡을 드시오.” 노인이 말했다. “내 집의 차와 밥도 아직 대접하지 못하였거늘, 감히 그대의 떡을 먹겠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노인장, 차와 밥은 내려 주지 않으셔도 좋사옵니다. 다만 한 가지 여쭙겠나이다. 철선선은 어디에 삽니까?” 노인이 말했다. “그대는 그를 어쩌려고 묻는 것이오?” 행자가 말했다. “방금 저 떡 파는 사람이 말하기를, 이 신선에게 파초선 한 자루가 있어 구해 오면 한 번 부치면 불이 꺼지고, 두 번 부치면 바람이 일며, 세 번 부치면 비가 내려, 이곳 사람들이 씨를 뿌리고 거두어들여야 비로소 오곡으로 목숨을 기를 수 있다 하였사옵니다. 제가 그를 찾아가 부채를 얻어다 화염산의 불을 꺼서 지나가고자 하옵고, 또한 이곳 사람들로 하여금 때에 맞추어 씨 뿌리고 거두어들여 편안히 살게 하고자 하옵니다.” 노인이 말했다. “본래 그런 말이 있기는 하오. 그러나 그대들에게는 예물이 없사오니, 그 성현이 기꺼이 나서려 하지 않을까 두렵소.” 삼장법사가 말했다.

“그는 무슨 예물을 바라옵니까?” 노인이 말했다. “이곳 사람들은 십 년에 한 번씩 찾아가 빌어올리나이다. 돼지 넷과 양 넷, 꽃과 붉은 비단의 겉과 안, 특이한 향과 제철 과일, 닭과 거위와 좋은 술을 차리고, 목욕재계하고 정성을 다하여 그 신선이 사는 산에 이르러 절을 올리고, 그를 청하여 굴에서 나오시게 하여 이곳에 오셔서 시술하게 하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그 산은 어디에 자리하옵니까? 무슨 지명이라 부르옵니까? 몇 리나 되옵니까? 제가 가서 그에게 부채를 달라 하겠나이다.” 노인이 말했다. “그 산은 서남쪽에 있사온데, 이름을 취운산이라 하오. 산중에 신선의 굴이 하나 있으니 이름을 파초동이라 하오. 이곳의 여러 신도들이 신선 산에 가서 절을 올리려면 오가는 데 한 달이 걸리고, 거리가 일천사백오륙십 리쯤 되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어렵지 않소이다. 곧 갔다 오겠나이다.” 그 노인이 말했다. “잠깐, 차와 밥을 좀 들고, 마른 양식을 좀 마련하고, 반드시 두 사람이 짝을 지어 가야 하오. 그 길에는 인가가 없고 이리와 범이 많아, 하루에 이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장난으로 여기지 마시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필요 없소, 필요 없소, 저는 가겠나이다!” 하고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 노인이 황급해하며 말했다. “오호라! 원래 구름을 타고 안개를 몰고 다니는 신선이셨구려!”

이 집안에서 삼장법사를 갑절로 더 정성껏 공양하는 이야기는 잠시 두고, 저 행자가 삽시간에 곧장 취운산에 이르러 상서로운 빛을 누르고 바로 굴 어귀를 찾고 있는데, 문득 딩딩 하는 소리가 들리니, 이는 산림 속에서 나무꾼 하나가 나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행자가 곧 발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가니, 또 그가 읊는 소리가 들렸다. “구름 끝에 아스라이 옛 숲을 알아보나, 끊어진 벼랑과 거친 풀에 길을 찾기 어렵구나. 서산을 바라보니 아침에 비가 오려 하고, 남쪽 계곡에서 돌아올 무렵에는 건너는 곳이 깊었구나.” 행자가 앞으로 나아가 예를 갖추며 말했다. “나무꾼 형님, 문안을 올리옵니다.” 그 나무꾼이 도끼를 내려놓고 예를 갖추며 답했다. “장로는 어디로 가시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감히 나무꾼 형님께 여쭙거니와, 여기가 취운산이옵니까?” 나무꾼이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철선선의 파초동이 있다 하던데, 어디에 있사옵니까?” 나무꾼이 웃으며 말했다. “파초동이 있기는 하오나, 철선선이라는 이는 없고 다만 철선공주가 있사온데, 또 다른 이름을 나찰녀라 하오.”

행자가 말했다. “사람들이 그에게 파초선 한 자루가 있어 화염산의 불을 끌 수 있다 하던데, 바로 그이 아니옵니까?” 나무꾼이 말했다. “옳소, 옳소. 이 성현이 이 보배를 지녔사온데 불을 잘 끄고 그 지방 사람들을 보호하므로, 이런 까닭에 철선선이라 부르는 것이오. 우리 이곳 사람들은 그를 쓸 일이 없어 다만 나찰녀라 부를 뿐이오니, 곧 대력 우마왕의 아내요.” 행자가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 얼굴빛이 변하며, 속으로 이리 생각했다.

“또 원수구나! 지난날 홍해아를 항복받았을 적에 이놈이 길렀다 하였지. 앞서 해양산 파아동에서 그의 숙부를 만났사온데 오히려 물을 주려 하지 않으며 복수할 뜻을 품더니, 이제 또 그 부모를 만났으니, 어찌 이 부채를 빌릴 수 있으리오?” 나무꾼이 행자가 깊이 생각하며 탄식하기를 그치지 않음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장로여, 그대는 출가한 몸이거늘 무슨 근심과 의심이 있사옵니까? 이 작은 길로 동쪽으로 가면 오륙 리도 되지 않아 바로 파초동이오니,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마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나무꾼 형님께 숨기지 않고 말씀을 올리거니와, 저는 동토 당나라에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당승의 큰 제자이옵니다. 지난해 화운동에서 일찍이 나찰의 아들 홍해아와 약간의 말다툼이 있었사온즉, 나찰이 원한을 품고 주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까닭에 근심과 의심이 생기나이다.” 나무꾼이 말했다. “대장부는 얼굴빛을 살펴 분별하는 법이오. 다만 부채를 비는 것을 명분으로 삼으시고, 지난날의 지나간 이야기는 꺼내지 마옵소서. 틀림없이 빌려 갈 수 있사올 것입니다.” 행자가 이 말을 듣고 깊이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나무꾼 형님의 가르침에 감사하옵니다. 저는 가겠나이다.”
드디어 나무꾼과 작별하고 곧장 파초동 어귀에 이르렀는데, 보니 두 짝의 문이 굳게 닫혀 단단히 잠겨 있고, 굴 밖의 풍광이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참으로 좋은 곳이로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산은 돌로 뼈를 삼고, 돌은 흙의 정수가 되며, 노을과 안개는 묵은 이슬을 머금고, 이끼는 새파란 빛을 돕는다. 우뚝 솟은 형세는 봉래섬을 업신여기고, 그윽하고 고요한 꽃향기는 바다의 신선 세계와 같구나. 몇 그루 큰 소나무에는 기러기가 깃들고, 몇 그루 시든 버드나무에는 산 꾀꼬리가 노래한다. 참으로 천 년의 옛 자취요, 만 년을 내려온 신선의 발자취로다.

푸른 오동나무에는 봉황이 울고, 맑은 물에는 푸른 용이 숨었구나. 구불구불한 오솔길에는 쑥덩굴이 늘어져 걸리고, 돌계단에는 칡덩굴이 얽혀 감겼다. 원숭이는 푸른 바위에서 달이 오름을 기뻐하여 울고, 새는 높은 나무에서 맑은 하늘을 즐겨 우는구나. 두 숲의 대나무 그늘은 비 오듯 서늘하고, 한 오솔길의 짙은 꽃은 수놓은 융단을 파묻었구나. 때때로 흰 구름이 먼 봉우리에서 오는 것이 보이나니, 정해진 모습이라고는 조금도 없이 바람을 따라 가득 흐른다. 행자가 앞으로 나아가며 외쳤다. “소 큰형님, 문 열어라! 문 열어라!” 앗 하는 소리와 함께 굴 문이 열리더니, 안에서 털북숭이 계집아이 하나가 걸어 나왔는데, 손에는 꽃바구니를 들고 어깨에는 호미를 메었으니, 참으로 몸에는 남루한 옷을 걸쳐 꾸밈이 없으나, 얼굴 가득 정신이 넘쳐 도를 구하는 마음이 있었다. 행자가 앞으로 나아가 마주 서서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계집아이야, 수고롭지만 공주께 한마디 전해 주오. 나는 본래 경을 구하러 가는 중이온데, 서쪽 길에서 화염산을 넘기 어렵사옵기에, 특별히 찾아와 파초선을 빌려 한 번 쓰고자 하옵니다.” 그 계집아이가 말했다. “그대는 어느 절의 중이오? 이름이 무엇이오? 내가 그대를 위해 알려 드려야 하지 않겠소.” 행자가 말했다. “나는 동토에서 왔거니와, 이름을 손오공이라 하는 중이로다.”

그 계집아이가 곧 몸을 돌려 굴 안으로 들어가 나찰녀 앞에 꿇어앉으며 말했다. “할머님, 굴 문 밖에 동토에서 온 손오공이라는 중이 있어 할머님을 뵙고자 하옵고, 파초선을 빌려 화염산을 넘는 데 한 번 쓰고자 하옵니다.” 그 나찰녀는 손오공이란 세 글자를 듣자마자, 마치 소금을 불에 뿌리고 불 위에 기름을 끼얹듯 하였다.

뼈 속에서부터 벌겋게 얼굴에 붉은빛이 솟고, 사납게 노여움이 가슴에서 치밀어 올라, 입으로 크게 욕하며 말했다. “이 천한 원숭이 놈! 오늘은 네가 왔구나!” 하고는 외쳤다. “계집종들아, 갑옷을 가져오고 병기를 가져오너라!” 즉시 갑옷을 갖추어 입고 푸른 칼날의 보검 두 자루를 들고 단정히 나섰다. 행자는 굴 밖으로 몸을 피해 숨어서 어떻게 차려입었는지 남몰래 살펴보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머리에는 둥근 꽃무늬 수건을 둘렀고, 몸에는 비단을 기워 만든 구름 무늬 도포를 입었으며, 허리에는 호랑이 힘줄 띠를 두 겹으로 매었는데, 치마가 삐져나와 비단이 살짝 드러났다. 봉황 부리 모양의 궁혜는 석 촌이요, 용 수염 무늬의 무릎바지는 금으로 장식하였다. 손에 보검을 들고 노여운 소리를 높이니, 그 사나움이 달 속의 노파를 닮았다. 그 나찰녀가 문을 나서며 크게 외쳤다. “손오공이 어디 있느냐?” 행자가 앞으로 나아가 몸을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 “형수님, 이 늙은 원숭이가 여기서 절을 올리나이다.” 나찰녀가 퉁 하고 소리를 내며 말했다. “누가 네 형수냐! 누가 네게 절을 받으라 하더냐!” 행자가 말했다. “존댁의 우마왕께서는 일찍이 이 늙은 원숭이와 의형제를 맺었사오니, 일곱 형제의 친분이옵니다. 이제 공주께서 소 큰형님의 정실 부인이심을 들었사온즉, 어찌 형수라 부르지 않을 수 있사옵니까!” 나찰녀가 말했다. “이 천한 원숭이 놈! 형제의 정이 있다면서 어찌하여 내 자식을 구렁에 빠뜨렸느냐!” 행자가 모르는 체하며 물었다. “영감이 누구시옵니까?” 나찰녀가 말했다. “내 아들은 호산 고송간 화운동의 성영대왕 홍해아인데, 네가 그를 기울게 하였느니라. 우리는 네게 복수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던 차에, 네가 이제 문을 찾아와 목숨을 바치니, 내 어찌 너를 용서하리오!” 행자가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말했다. “형수님은 본래 사리를 살피지 못하시고 이 늙은 원숭이를 잘못 원망하시는구려. 그대의 영감은 스승님을 잡아다 찌고 삶으려 하였사온데, 다행히 관음보살께서 그를 거두어 가시어 우리 스승님을 구해 내셨나이다. 그 아이는 지금 보살 처소에서 선재동자로 있사오니, 참으로 보살의 정과를 받아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아, 천지와 수를 같이하고 해와 달과 나란히 살고 있나이다. 도리어 이 늙은 원숭이가 목숨을 보전해 준 은혜에 사례는커녕, 도리어 이 늙은 원숭이를 원망하시니, 이것이 무슨 도리이옵니까!” 나찰녀가 말했다. “이 말 잘하는 천한 원숭아!

내 아들이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하나, 다시 어찌 내 곁으로 돌아올 수 있으며, 어느 때나 한 번 얼굴을 볼 수 있겠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형수님께서 영감을 보고자 하시니 무슨 어려움이 있사옵니까? 우선 부채를 내게 빌려 주시어 불을 끄고 우리 스승님을 보내 넘겨주시면, 내가 남해 보살 처소로 가서 그를 모셔 와 형수님을 뵙게 하고, 곧 부채를 돌려드리겠나이다. 무엇이 불가하옵니까! 그때에 가서 보시옵소서, 그 아이가 터럭 한 올이나 상하였는지. 만약 조금이라도 상한 데가 있으면 형수님께서 원망하실 만한 이치가 있사옵거니와, 옛날처럼 잘생겼다면 도리어 나에게 사례하셔야 하옵니다.” 나찰녀가 말했다. “천한 원숭아, 말을 아끼거라! 머리를 내밀어 보아라, 내 몇 칼 내리쳐 보리라! 만약 아픔을 견디어 내면 부채를 네게 빌려 주리라. 만약 참아 내지 못한다면, 일찍 염라대왕을 만나게 하리라!” 행자가 두 손을 모으고 앞으로 나서며 웃으며 말했다. “형수님, 말씀이 너무 많으시옵니다. 이 늙은 원숭이가 민머리를 내밀 터이니, 뜻하시는 대로 몇 번이라도 내리치시옵소서. 다만 기운이 빠지면 그만이옵고, 부디 부채를 빌려 쓰게 하옵소서.” 그 나찰녀는 분별도 없이 두 손으로 칼을 휘둘러 행자의 머리를 향해 핑핑팡팡 열 몇 차례나 내리쳤으나, 이 행자는 조금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찰녀가 겁이 나서 고개를 돌려 달아나려 하자, 행자가 말했다. “형수님, 어디 가시옵니까? 어서 내게 빌려 쓰게 하옵소서!” 그 나찰녀가 말했다. “내 보배는 본래 가벼이 빌려 주지 않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빌려 주지 않겠다면, 네 늙은 숙부의 몽둥이 한 방을 받아라!” 과연 좋은 원숭이 왕이로다, 한 손으로 나찰녀를 붙잡고, 한 손은 귀 속에서 봉을 뽑아내어 한 번 흔들자 사발만 한 굵기가 되었다. 그 나찰녀가 손을 뿌리치고 빠져나와 칼을 들어 맞서니, 행자가 곧 봉을 휘둘러 때렸다. 두 사람은 취운산 앞에서 친정은 논하지 않고 다만 원한만을 이야기하였다. 이 한바탕의 훌륭한 싸움이로다.

치마와 비녀를 꽂은 계집이 본래는 도를 닦아 이루어진 요괴이거늘, 자식 때문에 원한을 품고 사나운 원숭이를 미워하는구나. 행자가 비록 사나운 노여움을 일으켰으나, 스승의 길이 막힌 까닭에 여류에게 양보하는도다. 먼저 절하고 파초선을 빌리기를 말하였으니, 용맹함을 펴지 않고 성질을 부드럽게 누그러뜨렸구나. 나찰은 무지하게 칼을 휘둘러 내리치고, 원숭이 왕은 뜻을 두어 친정을 설명하누나. 여류가 어찌 사내와 겨루리오, 끝내 사내의 강함이 여류를 누르는구나. 이쪽의 금고와 쇠몽둥이는 몹시 사납고, 저쪽의 서리 칼날 푸른 보검은 매우 조밀하구나. 면상을 내리치고, 머리를 겨누어 던지며, 한스럽고 괴롭게 서로 버티며 그칠 줄을 모른다. 왼쪽으로 막고 오른쪽으로 가리며 무예를 부리고, 앞으로 맞서고 뒤로 받치며 기이한 계책을 펴누나. 막 한창 흥겹게 싸우는 곳에 이르렀을 때, 어느덧 서쪽으로 해가 기울었다. 나찰이 급히 참된 부채를 꺼내어 한 번 휘두르니 귀신도 두려워하리라! 그 나찰녀는 행자와 버티기를 저녁까지 하다가, 행자의 몽둥이가 무겁고 또한 해수가 치밀함을 보고는 그를 당해 낼 수 없으리라 여겨, 곧 파초선을 꺼내어 한 번 흔들고 한 번 부치니 음풍이 일어, 행자를 그림자도 없고 형체도 없게 날려 보냈으니, 붙잡아 둘 방도를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이 나찰은 승리를 얻고 돌아갔다.

그 대성은 붕 뜬 채 이리저리 떠돌아, 왼쪽으로 가라앉아도 땅에 내릴 수 없고, 오른쪽으로 떨어져도 몸을 붙일 수 없어, 마치 회오리바람에 지는 잎이 뒤집히고 흐르는 물에 남은 꽃이 떠내려가듯, 밤새도록 구르다가 날이 밝아서야 비로소 한 산 위에 떨어져, 두 손으로 봉우리의 바위 하나를 껴안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한참 동안 자세히 살펴보니, 그제야 소수미산임을 알아보았다. 대성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몹시 사나운 계집이로다! 어찌 이 늙은 원숭이를 여기까지 불어 보냈단 말이냐? 내 지난날 이곳에서 영길보살께 청하여 황풍괴를 항복받고 우리 스승님을 구한 일을 기억하노라. 저 황풍령에서 여기까지 곧은 남쪽 위로 삼천여 리요, 이제 서쪽 길을 돌아왔으니 동남쪽 모퉁이인데, 몇 만 리나 되는지 알 수 없구나. 내려가서 영길보살께 한 가지 소식을 여쭙고, 옛길로 돌아가야겠다.” 망설이고 있는데, 또 종소리가 울려 퍼짐이 들려, 급히 산비탈을 내려가 곧장 선원에 이르렀다. 그 문 앞의 도인이 행자의 모습을 알아보고는 곧 안으로 들어가 아뢰었다. “전년에 보살을 청해 가서 황풍괴를 항복받게 한 그 털북숭이 대성이 또 오셨나이다.” 보살은 손오공임을 알고 급히 보좌에서 내려와 마주 나와, 안으로 들어가 예를 갖추며 말했다. “축하하노라! 경을 얻어 오는 길이냐?” 오공이 답했다. “아직 이르지도 못했소! 멀었소, 멀었소!” 영길보살이 말했다. “아직 뢰음사에 이르지 못하였거늘, 어찌하여 황량한 산을 되돌아보시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지난해 보살의 후한 뜻을 입어 황풍괴를 항복받은 이래, 가는 길에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는지 알 수 없사옵니다. 이제 화염산에 이르러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어, 토인들에게 물어보니 철선선의 파초선이 있어 부치면 불이 꺼진다 하옵기에, 이 늙은 원숭이가 특별히 찾아가 보았더니, 원래 그 신선은 우마왕의 아내요 홍해아의 어미이옵니다. 그 계집이 말하기를, 내가 그 아들을 관음보살의 동자로 만들어 늘 보지 못하게 하였다 하여, 나와 원수가 되어 부채를 빌려 주지 않고 나와 다투었나이다. 그가 내 몽둥이가 무거워 견디기 어려움을 보고는 마침내 부채로 나를 한 번 부쳐, 이리저리 떠돌게 하여 바로 여기까지 이르러서야 비로소 떨어져 멈추었나이다. 이런 까닭에 가벼이 선원을 찾아뵙고 돌아갈 길을 여쭙나이다. 여기서 화염산까지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하옵니다.” 영길보살이 웃으며 말했다. “그 계집은 이름을 나찰녀라 하오. 또 철선공주라 부르기도 하지. 그의 파초선은 본래 곤륜산 뒤에서, 혼돈이 열린 이래로 천지가 만들어 낸 영물이니, 태양의 정묘한 잎이라 그런 까닭에 불기운을 끌 수 있느니라.

만약 사람에게 부친다면 팔만 사천 리를 날아가야 비로소 음풍이 그치느니라. 내 이 산에서 화염산까지는 다만 오만여 리뿐이니, 이는 또한 대성께서 구름을 붙잡아 두는 재주가 있으신 까닭에 멈추신 것이오. 만약 범인이라면 바로 멈출 수 없었을 것이오.” 행자가 말했다. “사납고 사납구나! 우리 스승님은 어찌 저곳을 건너시겠소?”

영길보살이 말했다. “대성께서는 염려 마옵소서. 이번 일 또한 당승의 연법이니, 대성께서 공을 이루도록 되어 있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어찌 공을 이룬다 하시옵니까?” 영길보살이 말했다. “내 지난날 여래의 교지를 받들어 정풍단 한 알과 비룡장 한 자루를 하사받았나이다. 비룡장은 이미 풍마를 항복받는 데 썼사오나, 이 정풍단은 아직 써 본 적이 없사온즉, 이제 대성께 드리리니, 틀림없이 그 계집이 그대를 부쳐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오. 그대는 부채를 얻어다 불을 끄시오. 그러면 이 공을 세우는 것이 아니옵니까?” 행자가 머리를 숙여 절을 올리며 감사를 다하였다. 그 보살이 곧 옷소매 속에서 비단 주머니 하나를 꺼내어, 그 정풍단 한 알을 행자의 옷깃 안쪽에 넣어 두고, 바늘과 실로 단단히 꿰매어 주고는, 행자를 문 밖까지 배웅하며 말했다. “머물러 대접하지 못하옵니다. 서북쪽으로 올라가면 바로 나찰의 산장이오.”
행자가 영길보살에게 하직을 고하고 근두운을 타고 곧장 취운산으로 되돌아가니, 잠깐 사이에 이르렀다. 쇠몽둥이로 굴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문 열어라! 문 열어라! 이 늙은 원숭이가 부채를 빌려 쓰러 왔노라!” 그 문 안의 계집아이가 놀라 급히 달려와 아뢰었다. “할머님, 부채 빌리러 온 이가 또 왔나이다!” 나찰녀가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두려워하며 말했다. “이 천한 원숭이 놈이 참으로 재주가 있구나! 내 보배는 사람을 부치면 팔만 사천 리를 가야 비로소 멈추거늘, 그가 어찌 갓 불려 가자마자 돌아왔단 말이냐? 이번에는 내가 잇달아 두세 번 부쳐서, 그가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하게 하리라!” 급히 몸을 움직여 단정히 차려입고 두 손에 칼을 들고 문을 나서며 말했다. “손행자야! 너는 나를 두려워하지 않고 또 죽으러 왔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형수님, 인색하게 굴지 마옵소서. 부디 내게 빌려 쓰게 하옵소서. 당승을 보아 산을 넘기고 나면 곧 돌려드리겠나이다. 나는 정성이 남는 군자이옵고, 물건을 빌리고 갚지 않는 소인이 아니옵니다.” 나찰녀가 또 욕하며 말했다. “천한 원숭이 놈! 참으로 이치도 없고 분별도 없구나! 자식을 빼앗긴 원수는 아직 갚지 못하였거늘, 부채를 빌리려는 뜻이 어찌 네 마음대로 되리오! 도망가지 말라! 내 늙은 어미의 칼을 받아라!” 대성이 태연히 두려워하지 않고 쇠몽둥이를 들어 마주 맞섰다. 그 두 사람은 오락가락하며 다섯 일곱 합을 싸우니, 나찰녀는 손에 힘이 빠져 칼을 휘두르기 어렵고, 손행자는 몸이 강하여 잘 대적하였다. 그가 형세가 불리함을 보고는 곧 부채를 꺼내어 행자를 향해 한 번 부쳤으나, 행자는 꿋꿋이 움직이지 않았다. 행자가 쇠몽둥이를 거두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번은 지난번과 같지 않소! 네가 아무리 부쳐 보아라, 이 늙은 원숭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사내가 아니로다!” 그 나찰녀가 또 두 번 부쳤으나, 과연 움직이지 않았다.

나찰녀가 당황하여 급히 보배를 거두어 몸을 돌려 굴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단단히 닫아걸었다.

행자가 그가 문을 닫은 것을 보고는 곧 재주를 부려, 옷깃을 뜯어 정풍단을 입에 물고, 몸을 흔들어 한 번 변하니, 매미의 일종인 조요충으로 변하여 문틈으로 기어 들어갔다. 보니 나찰녀가 이리 외치고 있었다. “목이 마르다! 목이 마르다! 어서 차를 가져오너라!” 가까이서 모시는 계집아이가 곧 향기로운 차 한 주전자를 가지고 와서, 사각사각 소리가 나도록 사발에 가득 따라 올리니 찻물 거품이 술술 일어났다. 행자가 이를 보고 기뻐하며, 앙 하고 한 번 날아올라 찻물 거품 아래로 들어갔다. 그 나찰녀는 목이 몹시 말라 차를 받아들이고는 두세 숨에 모두 마셔 버렸다. 행자가 이미 그의 뱃속에 들어가자, 본래 모습을 드러내고 소리를 높여 외쳤다. “형수님, 부채를 내게 빌려 쓰게 하옵소서!” 나찰녀가 크게 놀라 얼굴빛이 변하며 외쳤다. “아이들아, 앞문을 닫았느냐?” 모두가 말했다. “닫았나이다.” 그가 또 말했다.

“문을 닫았다면, 손행자가 어찌 집 안에서 외치고 있단 말이냐?” 계집아이가 말했다. “할머님 몸 위에서 외치고 있나이다.” 나찰녀가 말했다. “손행자야, 네가 어디서 술수를 부리고 있느냐?” 행자가 말했다. “이 늙은 원숭이는 평생 술수를 부릴 줄 모르고, 모두 참된 수단이요 실제의 재주이니, 이미 존형수의 뱃속에서 놀고 있사온즉 그 폐와 간을 이미 보았노라. 나도 그대가 시장하고 목마른 줄을 아노니, 내 먼저 그대에게 앉은 사발을 하나 보내어 갈증을 풀어 주리라!” 하고는 곧 발을 아래로 한 번 내리쳤다. 그 나찰녀는 아랫배 속이 견딜 수 없이 아파, 땅바닥에 주저앉아 괴로움을 외쳤다. 행자가 말했다. “형수님, 사양하지 마옵소서. 내 다시 그대에게 간식을 보내어 주린 배를 채워 주리라!” 하고는 또 머리를 위로 한 번 받쳤다. 그 나찰녀는 가슴이 견딜 수 없이 아파 다만 땅 위에서 뒹굴 뿐이었다. 아픔에 얼굴은 누렇게 되고 입술은 하얗게 되어, 다만 “손 숙부님, 살려 주시오!” 하고 외쳤다. 행자가 그제야 손과 발을 거두며 말했다. “이제야 숙부를 알아보겠느냐? 내 소 큰형님의 정을 보아 우선 네 목숨을 살려 주리니, 어서 부채를 가져다 내게 쓰게 하여라.” 나찰녀가 말했다. “숙부님, 부채가 있나이다! 부채가 있나이다! 그대가 나와서 가져가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부채를 내게 보여라. 그럼 나오겠노라.” 나찰녀가 곧 계집아이에게 파초선 한 자루를 가져다 곁에 들고 서게 하였다. 행자가 더듬어 목구멍 위까지 올라가 그것을 보고 말했다. “형수님, 내가 이미 그대의 목숨을 살려 주었사온즉, 허리와 갈비 아래에 구멍을 뚫고 나오지는 않겠노라. 그대의 입으로 나가리라. 입을 세 번 벌려 보시오.” 그 나찰녀가 과연 입을 벌렸다. 행자가 다시 조요충으로 변하여 먼저 날아 나와 파초선 위에 붙었다. 그 나찰녀는 알지 못하고 잇달아 세 번 벌리며 외쳤다. “숙부님, 나오시옵소서.” 행자가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부채를 들고 외쳤다. “내 여기 있지 않소? 잘 빌렸소! 잘 빌렸소!” 하고는 발을 떼어 앞으로 걸어가니, 아이들이 급히 문을 열어 그를 굴 밖으로 내보냈다.

이 대성이 구름머리를 돌려 곧장 동쪽 길로 되돌아오니, 잠깐 사이에 구름을 내려 붉은 벽돌 담장 아래에 섰다. 팔계가 보고 기뻐하며 말했다. “스승님, 형님이 오셨나이다! 오셨나이다!” 삼장법사가 곧 이 마을 노인과 사승과 함께 문을 나서 마중하고,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파초선을 곁에 세워두고 말했다. “노인장, 바로 이 부채 맞소이까?” 노인이 말했다. “그러하오! 그러하오!” 당승이 기뻐하며 말했다. “어진 제자가 더없이 큰 공을 세워 이 보배를 구해 왔으니, 몹시 수고로웠구나.” 행자가 말했다. “수고로움은 말할 것도 없사옵니다. 저 철선선이 누구인 줄 아시옵니까? 그 계집은 원래 우마왕의 아내요 홍해아의 어미이옵고, 이름을 나찰녀라 하며, 또 철선공주라 부르나이다. 내가 굴 밖을 찾아가 부채를 빌리려 하니, 그가 나와 원한을 이야기하며 나를 몇 칼 내리쳤나이다. 내가 몽둥이를 휘둘러 그를 위협하자, 그가 부채로 나를 한 번 부쳐 이리저리 떠돌게 하여, 곧장 소수미산까지 날려갔나이다. 다행히 영길보살을 뵙고 정풍단 한 알을 받아 돌아갈 길을 가리켜 주심을 입어, 다시 취운산에 이르렀나이다. 또 나찰녀를 만나니, 나찰녀가 또 부채를 부쳤으나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자, 그가 굴로 돌아갔나이다. 이에 이 늙은 원숭이가 조요충으로 변하여 날아 굴 속으로 들어갔나이다. 그 계집이 마침 차를 달라 하여 먹고 있었사온데, 내가 찻물 거품 아래로 기어들어 그의 뱃속으로 들어가 손발을 놀렸나이다. 그가 아픔을 견디지 못하여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나를 숙부라 부르며 살려 달라 하고, 원하여 부채를 내게 빌려 주겠다 하였사옵기에, 내가 그를 살려 주고 부채를 가져왔나이다. 화염산을 넘고 나면 도로 그에게 돌려주겠나이다.” 삼장법사가 이 말을 듣고 감사를 다하였으며, 사부와 제자들은 모두 노인에게 하직 인사를 올렸다.

한 줄로 서쪽으로 오니, 사십 리쯤 가자 점점 몹시 뜨거워져 사람을 찌는 듯하였다. 사승이 다만 외쳤다.

“발바닥이 지져지는구나!” 팔계가 또 말했다. “발톱이 데이는구나!” 말은 평소보다 더 빨랐으나, 다만 땅이 뜨거워 멈출 수 없어 매우 나아가기 어려웠다.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우선 말에서 내리시옵소서. 형제들은 걸으시 마옵소서. 내가 불을 끄고, 비바람이 지난 뒤 땅이 좀 식거든 산을 넘어 갑시다.” 행자가 과연 부채를 들어 곧장 불가에 이르러 힘껏 한 번 부치니, 그 산 위의 불빛이 훨훨 타올랐고, 다시 한 번 부치니 백 배나 더 붙었으며, 또 한 번 부치니 그 불이 족히 천 길이나 높아져 점점 몸에 붙어 탔다. 행자가 급히 되돌아왔으나 이미 두 가닥의 털이 깨끗이 타 버렸고, 곧장 당승 앞으로 달려가 외쳤다. “어서 돌아가시오, 어서 돌아가시오! 불이 온다, 불이 온다!” 그 스승님이 말에 올라타 팔계와 사승과 함께 다시 동쪽으로 이십여 리를 와서야 비로소 멈추어 말했다. “오공아, 어찌 되었느냐!” 행자가 부채를 내던지며 말했다. “잘되지 않소! 잘되지 않소! 그 계집에게 속았소!” 삼장법사가 이 말을 듣고 근심이 미간에 모이고 답답함이 마음에 더해져, 두 줄기 눈물을 멈추지 못하며 다만 말했다. “어찌하면 좋으냐!” 팔계가 말했다. “형님, 그리 급히 서둘러 돌아가자 하신 것이 무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내가 부채를 한 번 부치니 불빛이 훨훨 타올랐고, 두 번째 부치니 불기운이 더욱 성해졌으며, 세 번째 부치니 불머리가 천 길이나 날아오르더라. 만약 달아나는 것이 빠르지 않았다면 털이 모두 타 버렸을 것이오!”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은 늘 벼락을 맞아도 상하지 않고 불에 타도 해를 입지 않는다 하시더니, 이제 어찌하여 또 불을 무서워하시오?” 행자가 말했다. “이 멍청한 놈아, 일을 전혀 모르는구나! 그때는 마음을 써서 방비를 하였으므로 상하지 않았거니와, 오늘은 다만 불빛을 끄려고 하였을 뿐이라 피화결을 외우지 않았고 또한 호신법을 쓰지 않았으므로 두 가닥의 털을 태운 것이로다.” 사승이 말했다. “이토록 불이 성한데 서쪽으로 통하는 길이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팔계가 말했다. “불 없는 곳을 골라 걸어가면 그만이지.” 삼장법사가 말했다. “어느 쪽에 불이 없느냐?” 팔계가 말했다. “동쪽 남쪽 북쪽에는 모두 불이 없소.” 또 물었다. “어느 쪽에 경이 있느냐?” 팔계가 말했다. “서쪽에 경이 있소.” 삼장법사가 말했다. “나는 다만 경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구나!” 사승이 말했다. “경이 있는 곳에는 불이 있고, 불이 없는 곳에는 경이 없사오니, 참으로 진퇴양난이로소이다!”

사부와 제자들이 바로 이것저것 함부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문득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대성이여, 번뇌하실 것 없소. 우선 와서 공양이나 좀 드시고 의논하시옵소서.” 네 사람이 고개를 돌려 보니, 한 노인이 몸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창의를 걸치고, 머리에는 언월관을 쓰고, 손에는 용머리 지팡이를 쥐고, 발에는 쇠 장화를 신었으며, 뒤에 부리부리한 입과 아가미를 한 귀신 하나를 데리고 있었는데, 귀신은 머리에 놋쇠 동이를 이고 있었다. 동이 안에는 찐 떡과 미음, 누런 기장밥이 들어 있었고, 서쪽 길 아래에서 몸을 굽히며 말했다. “저는 본래 화염산의 토지이옵니다. 대성께서 성승을 보호하시나 나아가지 못하심을 알고 특별히 공양을 올리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공양 먹는 것은 작은 일이오. 이 불빛은 어느 때나 꺼지겠소? 우리 스승님을 지나가게 하여 주시오.” 토지가 말했다. “불빛을 끄려면 모름지기 나찰녀에게 파초선을 빌려야 하옵니다.” 행자가 길가에서 부채를 집어 들며 말했다. “이것이 아니란 말이오? 그 불빛이 부칠수록 더 타오르니 어찌된 일이오?” 토지가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이 부채는 참된 것이 아니오. 그에게 속으셨소.” 행자가 말했다. “어떻게 하면 참된 것을 얻겠소?” 그 토지가 또 허리를 굽히고 몸을 숙인 채 방긋이 웃으며 말했다. “참된 파초선을 빌리려 하신다면, 모름지기 대력왕을 찾아야 하옵니다.”

결국 대력왕에게 무슨 연고가 있는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