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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 제60회 우마왕파전부화연(牛魔王罷戰赴華筵) · 손행자이조파초선(孫行者二調芭蕉扇)

토지가 말했다. “대력왕이란 곧 우마왕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이 산은 본래 우마왕이 불을 놓아 거짓 이름을 화염산이라 한 것이냐?” 토지가 말했다. “아니옵니다, 아니옵니다. 대성께서 기꺼이 이 미천한 신의 죄를 사하여 주시겠다면, 바야흐로 감히 곧은 말씀을 올리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네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 바로 말하여도 무방하니라.” 토지가 말했다. “이 불은 원래 대성께서 놓으신 것이옵니다.” 행자가 노하여 말했다. “내가 그곳에 있었느냐! 네가 어찌 이리 함부로 지껄이느냐? 내가 불 놓는 무리란 말이냐?” 토지가 말했다. “대성께서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는구나이다. 이곳에는 본래 이 산이 없었사옵니다. 대성께서 오백 년 전에 천궁을 크게 어지럽히실 때에 현성에게 사로잡혀 노군께 압송되어, 대성을 팔괘로 안에 넣어 단련한 뒤에 솥을 여시니, 그대가 단로를 걷어차 넘어뜨리는 바람에 벽돌 몇 개가 떨어졌사온데, 그 안에 남은 불이 이곳에 이르러 화염산이 되었나이다. 나는 본래 도솔궁에서 화로를 지키던 도인이었사온데, 그때 노군께서 내가 지키는 임무를 잃었다고 꾸짖으시어 이곳으로 내려보내시니, 곧 화염산 토지가 된 것이옵니다.” 저팔계가 이 말을 듣고 분해하며 말했다. “괴이하게도 네가 이런 차림이로구나! 원래 도사가 변한 토지였단 말이냐!” 행자가 반신반의하며 말했다. “너는 어서 말해 보아라, 일찍이 대력왕을 찾는 까닭이 무엇이냐?” 토지가 말했다. “대력왕은 나찰녀의 지아비이옵니다. 그가 요사이 나찰을 버리고 지금은 적뢰산 마운동에 있사옵니다. 만세호왕이라 하는 여우 임금이 있었는데, 그 호왕이 죽고 딸 하나를 남겼사온데 이름을 옥면공주라 하옵니다. 그 공주에게는 백만 금의 가산이 있으나 다스릴 이가 없어, 이 년 전에 우마왕이 신통이 광대함을 알아보고는 기꺼이 가산을 도리어 얹어 주며 사위로 들어와 남편을 삼게 하였나이다. 그 우왕은 나찰을 버리고 오래도록 돌아보지 않았사옵니다. 만약 대성께서 우왕을 찾아가시어 와 주시기를 절하며 청하신다면, 바야흐로 참된 부채를 빌리실 수 있사옵니다. 하나는 불길을 부쳐 끄시어 스승님을 보호해 나아가게 함이옵고, 둘은 불의 근심을 영원히 없애어 이곳의 생령을 보호함이며, 셋은 나를 하늘로 돌려보내 주시어 노군의 법지를 도로 바치게 함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적뢰산은 어디에 자리하옵니까? 그곳까지 가려면 얼마나 먼 길이옵니까?” 토지가 말했다. “정남쪽에 있사옵니다. 이곳에서 그곳까지는 삼천여 리가 되나이다.” 행자가 이 말을 듣고 곧 사승과 팔계에게는 스승님을 보호하라 분부하고, 또 토지에게는 곁에서 모시고 돌아가지 말라 이르고는, 이내 훅 하는 소리와 함께 아득히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반 시진도 되지 않아 어느새 높은 산 하나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구름머리를 내려 뾰족한 봉우리 위에 서서 바라보니, 참으로 좋은 산이로다. 높다고 이를 것도 아니로되 정수리는 푸른 하늘을 문지르고, 크다고 이를 것도 아니로되 뿌리는 황천에 박혔구나.

산 앞은 햇볕이 따뜻하고 고개 뒤는 바람이 차가우니, 산 앞이 따뜻하여는 삼동에도 초목이 알지 못하고, 고개 뒤가 차가워는 구하에도 얼음과 서리가 녹지 않는구나. 용이 사는 못은 계곡물에 이어져 길이 흐르고, 범의 굴은 벼랑에 기대어 꽃이 일찍 피는구나. 물은 천 갈래로 흐르되 나는 옥과 같고, 꽃은 한마음으로 피되 비단을 펼친 듯하구나. 구불구불한 고개 위에는 구불구불한 나무요, 꺾이고 갈라진 바위 밖에는 꺾이고 갈라진 소나무로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니, 높은 산이요 험준한 고개며, 가파른 벼랑이요 깊은 계곡이며, 향기로운 꽃이요 아름다운 과일이며, 붉은 등넝쿨이요 자주빛 대나무며, 푸른 소나무요 비취 버들잎이로다. 여덟 절기와 사계절에도 빛깔이 바뀌지 않고, 천 년 만 년이 가도 빛이 용과 같구나. 대성이 한참을 두루 보고 나서 뾰족한 봉우리에서 걸어 내려와 깊은 산으로 들어가 길을 찾고 있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던 차에 문득 소나무 그늘 아래 어떤 여자 하나가 손에 향기로운 난초 한 가지를 꺾어 들고 아양아양 걸어오고 있었다. 대성이 기이한 바위 곁에 몸을 숨이고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니, 그 여자의 모습이 어떠하던가. 아리따운 것은 나라를 기울일 만한 자태요, 느릿느릿한 것은 연꽃을 옮기는 걸음이로다. 얼굴은 왕장과 같고 안색은 초나라 여인을 닮았구나. 꽃처럼 말을 알아듣고 옥처럼 향기를 내는구나.

그 여자가 점차 바위 곁으로 가까이 오자, 대성이 몸을 굽혀 예를 올리고 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살님은 어디로 가시옵니까?” 그 여자는 미처 살펴보지도 않고 있다가 묻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드니, 문득 대성의 추한 생김새가 보이는지라 크게 놀라, 물러나기 어렵고 가기도 어려워 다만 바들바들 떨며 마지못해 답했다. “그대는 어느 곳에서 온 이냐? 감히 이곳에서 누구에게 묻느냐?” 대성이 깊이 생각했다. ‘내가 경을 구하러 부채를 빌리는 일을 말한다면, 이 녀석이 우왕과 친분이 있을까 두렵거니와, 우선 마왕을 청하러 왔다는 말로 답해야 옳으리라.’ 그 여자가 그가 말이 없음을 보고 얼굴빛을 바꾸며 노한 소리로 꾸짖었다. “너는 누구냐! 감히 와서 내게 묻다니!” 대성이 몸을 굽히며 웃고 말했다. “저는 취운산에서 왔사옵는데, 이제 막 귀한 곳에 이르러 길을 알지 못하옵니다. 감히 보살님께 여쭙거니와, 이곳이 적뢰산이옵니까?” 그 여자가 말했다. “그러하오.” 대성이 말했다. “마운동이라는 굴이 있다 하온데, 어디에 자리하옵니까?” 그 여자가 말했다. “네가 그 굴을 찾아 무얼 하려느냐?” 대성이 말했다. “저는 취운산 파초동 철선공주께서 우마왕을 모셔 오라 부탁하신 몸이옵니다.” 그 여자는 철선공주가 우마왕을 청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마음속에 크게 노하여 귀밑까지 벌겋게 달아오르며, 입을 함부로 놀려 욕했다. “이 천한 계집년아, 참으로 무식하기 짝이 없구나! 우왕이 우리 집에 온 이래 두 해도 되지 않았거늘, 그에게 구슬과 비취, 금과 은, 능라와 비단을 얼마나 보냈는지 알지도 못하리라. 해마다 땔감을 대고 달마다 쌀을 대어 주어 스스로 편안히 쓰고 있으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또 그를 청하러 오다니 어찌된 일이냐!” 대성이 이 말을 듣고 그가 곧 옥면공주임을 알아차리고, 일부러 쇠몽둥이를 빼어 들고 크게 외쳤다. “이 천하고 더러운 계집아, 가산으로 우왕을 사로잡아 두었으니 참으로 돈을 얹어 가며 사내를 얻은 것이로다! 너는 도리어 부끄러운 줄도 모르면서 감히 누구를 욕하느냐!”

그 여자는 이를 보고 넋이 흩어질 듯 놀라, 금련을 어지럽게 구르며 바들바들 떨고 고개를 돌려 달아났다. 이 대성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 뒤를 따라갔다. 알고 보니 소나무 그늘을 지나자 곧 마운동 어귀였는데, 여자가 달려 들어가며 탁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대성이 도리어 쇠몽둥이를 거두고, 헛기침을 하며 걸음을 멈추고 보니 참으로 좋은 곳이로다. 수풀은 빽빽이 우거지고 벼랑은 깎아지른 듯 솟았으며, 담쟁이덩굴 그늘은 아른아른하고 난초와 혜초의 향기는 그윽하구나. 흐르는 샘물은 옥을 헹구며 긴 대나무 사이로 스며들고, 기묘한 돌은 제 때를 알아 지는 꽃잎을 띠었구나. 노을과 안개는 먼 산봉우리를 감싸고, 해와 달은 구름 병풍을 비추누나. 용은 울고 범은 포효하며, 학은 울고 꾀꼬리는 노래하는구나. 한 폭의 맑고 그윽한 경치가 참으로 사랑스럽고, 기화요초의 경관은 늘 밝구나. 천태의 신선 굴에 지지 않고, 바다 위의 봉래와 영주보다도 나으리라.

행자가 이곳에서 경치를 구경하는 이야기는 잠시 두고, 저 여자는 분 같은 땀을 흘리며 놀란 가슴을 헐떡거린 채 곧장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알고 보니 우마왕이 바로 그곳에서 조용히 단서를 읽고 있었는데, 이 여자가 성난 김에 그의 품에 쓰러지며 귀를 긁고 뺨을 긁적이며 큰 소리로 울었다. 우왕이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달랬다. “미인아, 번뇌하지 마라. 무슨 할 말이 있느냐?” 그 여자가 하늘로 뛰고 땅을 쓸듯 하며 입으로 욕했다.

“이 더러운 요물아, 나를 해쳐 죽이려는구나!” 우왕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무슨 일로 나를 욕하느냐?” 여자가 말했다. “나는 부모가 없어 의지할 데가 없기에, 그대를 불러들여 몸을 보호하고 목숨을 기르게 하였노라. 강호에서 그대를 한낱 호한이라 하더니, 그대는 원래 아내를 두려워하는 용렬한 사내였단 말이냐!” 우왕이 이 말을 듣고 여자를 껴안으며 말했다. “미인아, 내게 무슨 잘못이 있거든 너는 우선 천천히 말해 보아라. 내가 너에게 사례하리라.” 여자가 말했다. “조금 전에 내가 굴 밖 꽃그늘에서 한가롭게 거닐며 난초를 꺾고 혜초를 뜯고 있는데, 문득 털보 얼굴에 뇌공 부리를 한 중 하나가 갑자기 앞으로 와서 예를 올리기에, 나는 깜짝 놀라 넋이 나갔노라. 정신을 가다듬고 누구냐 물으니, 그가 철선공주가 우마왕을 모셔 오라 부탁하였다 하더구나. 내가 한두 마디 하였더니, 도리어 그가 나를 한바탕 욕하고는 몽둥이 하나를 들어 나를 쫓아 때리려 하였노라. 조금 더 빨리 달아나지 않았더면 하마터면 그에게 맞아 죽을 뻔하였노라! 이것이 그대를 불러들여 화를 자초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 나를 해쳐 죽이려는구나!” 우왕이 이 말을 듣고 얼굴을 바로잡아 사례하고, 오랫동안 부드럽게 달래니 여자가 그제야 분을 풀었다. 마왕이 도리어 이를 갈며 말했다. “미인이여, 윗자리에 계시니 감히 속이지 못하겠노라. 저 파초동은 비록 외지고 궁벽하나 맑고 그윽하여 자재하느니라. 내 본처는 어려서부터 수행을 쌓아 또한 도를 얻은 여선이거니와, 집안의 법도가 엄격하여 안에 한 자나 되는 아이 하나 없거늘, 어찌 뇌공 부리를 한 사내가 부탁을 받고 올 수 있겠느냐. 이는 어딘가에서 온 괴요이거나, 혹은 헛된 명성을 빌려 이곳까지 나를 찾아온 것이리라. 내가 나가 살펴보리라.” 과연 좋은 마왕이로다. 발걸음을 크게 떼어 서재에서 나와 대청으로 올라가 갑옷을 꺼내 갖추어 입고는, 혼철곤 하나를 들고 문을 나서며 크게 외쳤다. “어느 놈이 내 집에서 무례한 짓을 하느냐?” 행자가 곁에서 그의 모습을 보니 오백 년 전과는 또 크게 달랐으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머리에는 물로 간 듯 은빛으로 번쩍이는 익은 쇠 투구를 쓰고, 몸에는 털실로 꿰고 비단으로 수놓은 금빛 갑옷을 걸쳤으며, 발에는 코가 말리고 흰 밑창을 댄 사슴 가죽 신을 신고, 허리에는 세 가닥 실을 꼬아 사자와 오랑캐를 새긴 띠를 둘렀다. 두 눈의 빛은 밝은 거울 같고, 두 가닥 눈썹은 붉은 무지개처럼 고우며, 입은 피를 담은 동이 같고 이는 구리판을 벌여 놓은 듯하구나. 포효하는 소리는 산신도 두려워하고, 움직이는 위풍은 악귀도 당황하누나. 사해에 이름을 떨쳐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라 하고, 서방에서 대력이라 일컬어 마왕이라 부르누나.

이 대성이 옷을 여미고 앞으로 나아가 깊이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장형님, 이 아우를 아직 알아보시겠나이까?” 우왕이 답례하며 말했다. “네가 제천대성 손오공이냐?” 대성이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그러하옵니다. 줄곧 오래 헤어져 뵙지 못하였사옵니다. 조금 전에 이곳에 이르러 어떤 여자에게 물어보고서야 비로소 형님을 뵈었사온데, 풍채가 과연 예전보다 나으시니 참으로 축하할 만하옵니다!” 우왕이 꾸짖었다.

“교묘한 혀놀림은 그만두어라! 내가 듣건대 네가 천궁을 어지럽히다가 부처님께 눌려 오행산 아래 갇혔고, 요즈음 천재에서 벗어나 당승을 보호하여 서천에서 부처님을 뵙고 경을 구한다 하더니, 어찌하여 호산 고송간 화운동에서 내 아들 우성영을 해쳤느냐? 바로 여기서 너를 노여워하고 있거늘, 네가 도리어 어찌 또 나를 찾아왔느냐?” 대성이 예를 갖추며 말했다. “장형님께서는 잘못하여 이 아우를 괴이하게 여기지 마옵소서. 당시에 영랑이 우리 스승님을 잡아다 그 고기를 먹으려 하였사온데, 이 아우가 그를 가까이할 수 없었사옵거늘, 다행히 관음보살께서 우리 스승님을 구하고자 하시어 그를 권하여 바르게 돌아오게 하셨나이다. 지금은 선재동자가 되어 형님보다도 더 높은 자리에 있사옵고, 극락의 문과 집을 누리며 소요의 영원한 수명을 받고 있사온즉 무엇이 불가하옵니까? 도리어 저를 괴이하게 여기시나이까?” 우왕이 욕하며 말했다. “이 말 잘하는 원숭이 놈! 자식을 해친 정을 네가 그럴듯하게 넘겼다만, 네가 내 사랑하는 첩을 욕보이고 내 문을 쳐들어온 것은 어찌된 일이냐?” 대성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장형님을 찾아뵙지 못하여 그 여자에게 절하며 물었사온데, 그이가 둘째 형수님이실 줄은 알지 못하였나이다. 그이가 저를 몇 마디 욕하였사온즉, 이 아우가 한때 거칠게 굴어 형수님을 놀라게 하였사옵니다. 장형님께서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우왕이 말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내가 옛 정의를 보아 너를 용서하여 보내 주리라.” 대성이 말했다. “넓은 은혜를 입었사온즉 감사가 다함이 없사옵니다마는, 오직 한 가지 일로 번거롭게 해 드릴 것이 있사오니, 부디 천만 번 구제해 주시옵소서.” 우왕이 욕하며 말했다. “이 원숭이 놈이 분별도 없구나! 용서해 주었거늘 도리어 가지도 않고 되레 와서 나를 휘감느냐! 무슨 구제란 말이냐!” 대성이 말했다.

“참으로 장형님께 속이지 않사옵나니, 이 아우가 당승을 보호하여 서쪽으로 나아가다가 화염산에 길이 막혀 더 나아가지 못하옵니다. 토인들에게 물어보니 존형수 나찰녀에게 파초선 한 자루가 있다 하옵기에 한 번 쓰고자 청하려 하였사옵니다. 어제 옛 저택으로 가서 형수님을 뵈었사온데, 형수님이 굳세게 잡아 빌려 주지 않으셨사옵니다. 이런 까닭으로 특별히 장형님을 찾아뵙나이다. 형님께서 천지의 마음을 여시어 이 아우와 함께 큰 형수님 처소로 한 번 가 주시어, 천만 부디 부채를 빌려 불길을 부쳐 끄시고 당승을 보호해 산을 넘기게 하옵소서. 그 즉시 원래대로 돌려드리겠나이다.” 우왕이 이 말을 듣고 마음에 불이 일 듯 하여 강철 이를 갈며 욕했다. “네가 무례하지 않다 하더니, 네가 원래 부채를 빌리려는 까닭이었구나! 틀림없이 먼저 내 본처를 욕보였을 터인데, 본처가 아마도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나를 찾아온 것이로다! 게다가 또 내 사랑하는 첩을 쫓아 때렸단 말이냐! 속담에 이르기를, 벗의 아내는 욕보일 수 없고, 벗의 첩은 멸시할 수 없다 하였거늘,
네가 이미 내 아내를 욕보이고 또 내 첩을 멸시하였으니, 이 얼마나 큰 무례냐! 어서 올라와 내 몽둥이를 받아라!” 대성이 말했다.

“형님이 때리자 하시니 이 아우도 두렵지 않사옵니다마는, 다만 보배를 구하는 것이 제 참된 마음이옵니다. 천만 부디 빌려 주시어 써 보게 하옵소서!”

우왕이 말했다. “네가 만약 세 합에 나를 대적해 낸다면 내 본처로 하여금 네게 빌려 주게 하리라. 만약 대적해 내지 못한다면 너를 때려 죽여 내 한을 풀리라!” 대성이 말했다. “형님 말씀이 옳사옵니다. 이 아우가 요사이 게을러 형님과 만나지 못하였사온즉, 이 몇 해 사이 무예가 지난날과 견주어 어떠한지 알지 못하옵니다. 우리 형제가 몽둥이를 한번 겨루어 보기나 합시다.” 이 우왕이 어찌 변명을 들으랴, 혼철곤을 빼어 들고 곧 머리를 내리쳤다. 이 대성이 여의금고봉을 들어 손 가는 대로 맞서 받았다.

두 사람의 이 한바탕 훌륭한 싸움이로다. 금고봉이요 혼철곤이니, 낯빛을 바꾸어 벗의 정으로는 논하지 않는구나. 저쪽이 말하기를 “바로 너 이 원숭이가 내 자식을 해친 정을 괴이하게 여기노라!” 하였고, 이쪽이 말하기를 “그대 영랑은 이미 도를 얻었거늘 노여움을 그치시오!” 하였으며, 저쪽이 말하기를 “너는 무식한 놈이어늘 어찌 감히 내 문에 올라왔느냐?” 하였고, 이쪽이 말하기를 “나는 까닭이 있어 특별히 와서 묻노라” 하였구나. 하나는 부채를 구하여 당승을 보호하려 하고, 하나는 파초선을 빌려 주지 않으니 몹시 인색하구나. 말이 오고 가는 사이에 옛 정이 사라지고, 온 집안이 의리를 잃어 모두 분노를 일으켰구나. 우왕의 몽둥이가 들리매 교룡을 업신여기고, 대성의 봉이 맞서매 귀신도 달아나누나. 처음에는 산 앞에서 다투더니, 나중에는 함께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올라갔구나. 반공중에서 신통을 드러내고, 오색 빛 가운데서 묘한 운용을 베푸누나.

두 몽둥이 소리는 하늘의 관문을 울리는데, 승부는 보이지 않고 모두 한 치를 다투는구나. 이 대성이 저 우왕과 백십여 합을 싸우도록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서로 풀기 어렵고 나누기 어려운 즈음에, 문득 산봉우리 위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우 할아버님, 우리 대왕께서 거듭 문안을 올리시며 부디 일찍 오셔서 자리를 정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우왕이 이 말을 듣고 혼철곤으로 금고봉을 받치며 외쳤다. “원숭이 놈아, 너는 우선 멈추어라, 내가 어떤 벗의 집에 가서 잔치에 참석하고 오마!” 말을 마치고 구름머리를 내려 곧 굴 안으로 이르러 옥면공주에게 말했다.

“미인아, 조금 전 그 뇌공 부리를 한 사내는 곧 손오공 원숭이 놈인데, 내가 몽둥이로 한바탕 때려 쫓아버렸으니 다시는 감히 오지 못하리라. 너는 마음 놓고 놀아라. 내가 어떤 벗이 있는 곳에 가서 술을 마시고 오마.” 그가 갑옷을 벗고 검푸른 털 저고리 한 벌을 걸치고는 문을 나서, 벽수금정수에 올라타고 아이들에게 문과 뜰을 지키라 이른 뒤, 반은 구름 반은 안개로 서북쪽을 향해 가 버렸다.

대성이 높은 봉우리 위에서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늙은 소가 또 무슨 벗을 사귀었는지 알 수 없거니와, 어디로 잔치에 가는지 이 늙은 원숭이가 따라가 보리라.’ 과연 좋은 행자로다. 몸을 한 번 흔들어 맑은 바람으로 변해 쫓아가며 그 뒤를 따라 갔다. 오래지 않아 어느 산중에 이르렀는데, 우왕이 조용히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대성이 본래 모습을 모아 산으로 들어가 찾아보니, 산중에 맑은 물이 괴어 있는 깊은 못 하나가 있고, 못가에 돌로 세운 비석 하나가 서 있었는데, 비석에 큰 글자 여섯이 있으니 곧 난석산 벽파담이었다.

대성이 속으로 생각했다. ‘늙은 소는 틀림없이 물 아래로 내려갔으리라. 물 밑의 정은 교룡의 정이 아니면 반드시 용의 정이나 고기의 정이요, 혹은 거북과 자라, 원과 악어의 정이리라. 이 늙은 원숭이도 내려가 한번 보리라.’

과연 좋은 대성이로다. 결을 쥐고 주문을 외우며 몸을 한 번 흔들어 변하니, 게 한 마리로 변하였는데 크지도 작지도 않고 서른여섯 근이나 나갔다. 풍덩 하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곧장 못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문득 영롱하고도 훤히 트인 누각 하나가 보이는데, 누각 아래에 그 벽수금정수가 매어 있었고, 누각 안으로 들어가니 도리어 물이 없었다. 대성이 기어 들어가 살펴보니, 저쪽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오거늘,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붉은 궁궐과 조개로 장식한 대궐이 세상과 다르지 않구나. 황금으로 기와를 삼고 백옥으로 문지도리를 삼았으며, 병풍은 대모의 등딱지를 펼쳤고 난간은 산호 구슬을 쌓았구나. 상서로운 구름과 길한 기운이 연꽃 자리를 비추니, 위로는 삼광에 닿고 아래로는 여덟 갈래 길로 통하누나. 천궁도 바다의 창고도 아니거늘, 과연 이곳이 봉호를 업신여기는구나. 높은 집에 잔치를 베풀어 손과 주인이 늘어섰고, 크고 작은 관리들은 면류관에 구슬을 꿰었구나. 옥녀를 불러 옥쟁반을 받들게 하고, 선녀를 재촉하여 음률을 고르게 하누나. 긴 고래는 울고 큰 게는 춤추며, 자라는 생황을 불고 악어는 북을 치니, 여룡의 턱 밑 구슬이 술잔과 제상을 비추는구나. 새 발자국 무늬의 글이 비취 병풍에 늘어섰고, 새우 수염 같은 발이 복도와 행랑에 걸렸구나. 여덟 가지 음이 번갈아 연주되어 신선의 음악이 섞이고, 궁과 상의 소리가 구름과 하늘을 막고 울리는구나. 푸른 머리 농어 기생은 옥슬을 어루만지고, 붉은 눈 말 총각은 옥피리를 부누나. 궐어 할멈은 사슴포를 이고 올리고, 용녀는 머리에 금봉황 비녀를 꽂았구나. 먹는 것은 천부의 여덟 보배 진미요, 마시는 것은 자부의 좋은 술을 오래 삭힌 감주로다. 그 위에 앉아 있는 이는 우마왕이요, 좌우에는 교룡의 정 셋 넷이 있고, 앞에는 늙은 용정이 앉아 있으며, 양쪽은 곧 용자와 용손과 용파와 용녀들이었다. 바로 그곳에서 술잔이 오가며 잔치가 한창일 때에, 손대성이 곧장 걸어 올라갔는데 늙은 용이 보고는 즉시 명했다. “저 들게를 잡아라!” 용자와 용손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대성을 붙잡았다. 대성이 문득 사람의 말을 하여 외쳤다. “살려 주시오! 살려 주시오!” 늙은 용이 말했다.

“너는 어디서 온 들게냐? 어찌 감히 청당에 올라와 존귀한 손님 앞에서 가로질러 어지럽게 기어 다니느냐?

어서 바른대로 공술하여라, 그러면 너의 사죄를 면하게 하리라!” 과연 좋은 대성이로다. 꾸며 낸 말을 무리 앞에서 공술하였다. “호수에서 살아 생을 삼고, 벼랑에 기대어 굴을 파 임시로 깃들였나이다. 대개 오래도록 몸이 펴진 까닭에 벼슬을 받아 횡행하는 개사가 되었사옵니다. 풀을 밟고 진흙을 끌며 쓸쓸히 지내온 터라, 일찍이 예를 익히지 못하였나이다. 법도를 알지 못해 왕의 위엄을 범하였사오니, 엎드려 바라건대 높으신 자비로 죄를 사하옵소서!”

자리 위의 여러 정이 이 말을 듣고 모두 몸을 굽혀 늙은 용을 향해 예를 올리며 말했다. “개사가 처음 요궁에 들어와 왕의 예를 알지 못하오니, 높으신 어른께서 그를 용서하여 보내 주시옵소서.” 늙은 용이 사례하였다. 여러 정이 곧 이르렀다. “그놈을 놓아주고, 우선 매질은 적어 두었거니와 밖에서 대령하게 하여라.” 대성이 한마디 대답하고는 목숨을 걸고 달아나 누각 아래에 이르러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우왕이 여기서 술잔을 탐하고 있으니 어디 그가 파하기를 기다리랴. 파한다 한들 또한 부채를 내게 빌려 주려 하지 않으리라. 차라리 그의 금정수를 훔쳐 우마왕으로 변신하여 저 나찰녀를 가서 꾀어 부채를 속여 내고, 우리 스승님을 모셔 산을 넘게 하는 것만 못하리라.’
과연 좋은 대성이로다. 곧 본래 모습을 드러내어 금정수의 고삐를 풀고는 훌쩍 뛰어 안장에 올라타 곧장 물 밖으로 나왔다. 못 밖에 이르러 몸을 우왕의 모습으로 변하게 하고는 짐승을 몰고 구름을 타니, 오래지 않아 취운산 파초동 어귀에 이르러 “문 열어라!” 하고 외쳤다. 그 굴 문 안에 계집아이 둘이 있었는데 소리를 듣고 문을 열어 보니 우마왕의 낮짝이라, 곧 들어가 아뢰었다. “할머님, 할아버님이 집에 오셨나이다.” 그 나찰이 이 말을 듣고 급히 구름 같은 쪽진 머리를 매만지고 다급히 연꽃 같은 걸음을 옮겨 문을 나와 맞이하였다. 이 대성이 안장에서 내려 금정수를 끌어들이고, 큰 담력을 부려 어여쁜 여인을 속여 넘겼다. 나찰녀는 살피는 눈이 육안이라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곧 손을 잡고 들어갔다. 계집종에게 자리를 마련하고 차를 내오라 이르니, 온 집안이 주인을 뵙자 공경하지 않음이 없었다. 잠깐 사이에 지난간의 안부를 나누었다. “우왕”이 말했다. “부인, 오래도록 소원하였구려.” 나찰이 말했다.

“대왕께 만복이 있으소서.” 하고 또 말했다. “대왕께서는 새 장가를 총애하시어 이 몸을 내버리셨사온데, 오늘은 어느 쪽 바람이 대왕을 불어다 주었나이까?” 대성이 웃으며 말했다. “감히 내버렸으랴. 다만 옥면공주를 맞이한 뒤로 집안일이 번잡하고 벗들이 자주 찾아와 바깥에 머물게 되었거니와, 또한 가산 하나를 이루었구려.” 하고 또 말했다. “요즈음 듣건대 오공 그 녀석이 당승을 보호하여 화염산 경계에 가까이 왔으니, 그가 와서 부채를 빌리려 할까 두렵소. 나는 그 녀석이 자식을 해친 원수를 아직 갚지 못하였거늘, 그가 오거든 사람을 시켜 내게 알리오. 내가 그를 잡아 만 단으로 찢어 우리 부부의 한을 씻으리라.” 나찰이 이 말을 듣고 눈물을 떨구며 호소했다. “대왕, 속담에 이르기를, 사내는 아내가 없으면 재물에 주인이 없고, 여자는 지아비가 없으면 몸에 주인이 없다 하였나이다. 제 목숨이 하마터면 이 원숭이 놈에게 해를 입을 뻔하였나이다!” 대성이 듣고 일부러 노한 기색을 내며 욕했다. “그 더러운 원숭이는 언제 지나갔단 말이오?” 나찰이 말했다. “아직 가지 않았나이다. 어제 나에게 와서 부채를 빌려 가려 하였사온데, 내가 그가 내 아이를 해친 까닭으로 갑옷을 갖추고 보검을 휘둘러 문을 나서 곧 그 원숭이를 내리쳤나이다. 그가 아픔을 참으며 나를 형수라 부르고, 대왕께서 일찍이 그와 의형제를 맺으셨다 하였나이다.” 대성이 말했다. “오백 년 전에 일곱 형제로 사귀며 절을 올린 일이 있소.” 나찰이 말했다. “내가 욕하여도 감히 대답하지 못하고 내리쳐도 감히 손을 쓰지 못하더니, 나중에 내가 부채로 한 번 부치어 날려 보냈나이다. 그런데 어디서 정풍법을 찾아왔는지, 오늘 아침 또 문 밖에서 외치고 있더라. 내가 또 부채를 부쳤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나이다. 급히 칼을 휘둘러 내리치려 하니, 그가 도리어 나를 봐주지 않았나이다. 내가 그 몽둥이가 무거움을 두려워하여 굴 속으로 들어가 문을 단단히 닫았나이다. 그런데 그가 또 어디서 내 뱃속으로 파고들어왔는지, 하마터면 그에게 목숨을 잃을 뻔하였나이다! 내가 그를 숙부님이라 몇 번 부르고서 부채를 주어 보냈나이다.” 대성이 또 거짓으로 가슴을 치며 말했다. “애석하구려, 애석하여라! 부인이 잘못하였소. 어찌 이 보배를 그 원숭이에게 주었단 말이오?

나는 노여워 죽을 지경이오!” 나찰이 웃으며 말했다. “대왕께서는 노여움을 거두소서. 그에게 준 것은 가짜 부채이옵고, 다만 그를 속여 보내었나이다.” 대성이 물었다. “참된 부채는 어디 있소?” 나찰이 말했다. “염려 마옵소서, 염려 마옵소서! 내가 간직하고 있나이다.” 계집종을 불러 술을 차려 오신 이를 맞이하고 경사를 축하하게 하여, 이내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대왕, 새로 화락한 혼인을 하셨사오나 천만 부디 결발의 정을 잊지 마옵시고, 우선 시골의 물 한 잔을 드시옵소서.” 대성이 감히 받지 않을 수 없어 다만 빙그레 웃으며 잔을 손에 들고 말했다. “부인이 먼저 배부르시옵소서. 내가 바깥 재산을 일구려 한 까닭에 부인과 오래 헤어져 있었사온데, 아침저녁으로 집안 문을 지켜 주신 은혜를 입었사오니, 잠시 답례하는 바이옵니다.” 나찰이 다시 잔을 받아 술을 따라 대왕에게 건네며 말했다. “예로부터 이르기를, 아내란 나란한 이요, 지아비란 몸을 기르는 아비라 하였거늘 무슨 답례를 말씀하시나이까.” 두 사람이 서로 사양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리에 앉아 술을 돌렸다. 대성은 감히 육식을 깨뜨릴 수 없어 다만 과일 몇 개를 먹으며 그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술이 몇 순배 돌자 나찰이 반쯤 취기를 느끼고 정욕이 살짝 동하여, 손대성에게 바싹 다가서며 어깨를 기대고 손을 잡고는 교태로운 말로 온화하게 굴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낮은 목소리로 몸을 기울였다. 한 잔의 술을 네가 한 모금 마시고 내가 한 모금 마시며, 또 과일을 입에 물려 주었다. 대성이 거짓으로 마음을 꾸며 함께 웃으며 하는 수 없이 그와 서로 기대었다. 과연 그러하도다. 시를 낚는 갈고리요 근심을 쓸어 내는 비로다. 만사를 없애는 데 술만 한 것이 없구나. 사내는 절개를 세워 품을 넓히고, 여자는 정을 잊고 웃는 입을 여누나. 얼굴은 복숭아꽃처럼 붉고, 몸은 연한 버들가지처럼 흔들리는구나. 줄줄이 이어지는 말이 많고, 꼬집고 다듬는 풍정이 있구나. 때때로 구름 같은 쪽진 머리를 쓸어 넘기고, 또 가느다란 손을 휘두르는 것이 보이는구나. 몇 번이나 늘 발을 꼬아 올리고, 몇 차례나 옷소매를 떨구나. 분칠한 목은 저절로 숙여지고, 가는 허리는 점차 비틀리는구나. 합환의 말은 일찍이 버리지 않고, 부드러운 가슴은 반쯤 드러나 금단추가 느슨해졌구나. 취하매 참으로 옥산이 무너지고, 흐릿한 눈을 비비며 몇 번이나 추태를 부리는구나. 대성이 그가 흠뻑 취해 있음을 보고는 속으로 마음을 두며 슬쩍 떠보았다. “부인, 참된 부채는 어디에 간직하였소? 아침저녁으로 조심하시오. 다만 손행자가 변화가 다단하여 또 와서 속여 갈까 두렵소.” 나찰이 히히 웃으며 입에서 뱉어 내니 살구잎만 한 크기였는데, 대성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것이 보배가 아니란 말이오?” 대성이 손에 받아 쥐고는 도리어 믿지 못하여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만 한 것이 어찌 불을 부쳐 끌 수 있으랴? 또 가짜가 아닌가 두렵구나.’ 나찰이 그가 보배를 보고 생각에 잠김을 보자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서서, 분 칠한 얼굴을 행자의 얼굴에 비비며 불렀다.

“임이여, 보배를 거두시고 술이나 드시옵소서. 그저 넋을 빼고 무슨 생각을 하시나이까?” 대성이 그가 발을 꼬아 올린 틈을 타 한마디 물었다. “이토록 조그마한 물건으로 어찌 팔백 리의 불길을 부치겠소?” 나찰이 술에 참된 성정이 젖어 꺼릴 것 없이 곧 방법을 말했다. “대왕, 대왕과 이별한 지 두 해가 되었사온데, 대왕께서는 밤낮으로 환락을 탐하시느라 저 옥면공주에게 정신을 상하셨나 보옵니다. 어찌 자기 집 보배의 일마저 모두 잊으셨나이까? 다만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그 자루 위의 일곱 번째 붉은 실을 비비어 쥐고, 통허흡희취호 한 소리를 외우면 곧 한 길 두 자의 길이로 자라나나이다. 이 보배는 변화가 무궁하옵니다!

저 팔만 리의 불길이라 한들 한 번 부치면 사라지나이다.” 대성이 이 말을 듣고 마음속에 새겨 두고는, 부채를 입에 물고 얼굴을 한번 쓸어 본래 모습을 드러내어, 사나운 소리로 크게 외쳤다. “나찰녀야! 나를 잘 보아라, 내가 네 친정 지아비냐! 나를 이만큼이나 추한 짓에 휘말아 놓고도 부끄럽지 않으냐! 부끄럽지 않으냐!” 그 여자는 손행자임을 보자마자 당황하여 술상을 밀어 엎고 땅바닥에 넘어져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며 다만 외쳤다. “나는 화가 나 죽겠노라! 화가 나 죽겠노라!”

이 대성은 그의 죽고 삶은 돌보지 않고 손을 뿌리쳐 벗어나 큰 걸음을 떼어 곧장 파초동을 나섰으니, 바로 미색을 탐할 마음이 없어 뜻을 얻고 웃는 낯으로 돌아가는도다. 몸을 한 번 솟구쳐 상서로운 구름을 밟고 높은 산으로 뛰어올라, 부채를 뱉어 내어 방법을 한번 시험해 보았다.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자루 위의 일곱 번째 붉은 실을 비비어 쥐고 통허흡희취호를 한 소리 외우니, 과연 한 길 두 자의 길이로 자라났다. 손에 쥐고 자세히 거듭 살펴보니 지난번의 가짜와는 과연 달랐으니, 상서로운 빛이 어른거리고 길한 기운이 자욱하며, 위에는 서른여섯 가닥의 붉은 실이 날줄을 꿰고 씨줄을 잇듯 겉과 속이 서로 이어져 있었다. 알고 보니 행자가 자라게 하는 방법만을 얻고, 작게 하는 비결은 얻지 못하였으므로, 어찌해 보아도 다만 그 길이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어깨에 걸쳐 메고 옛길을 찾아 돌아왔거니와 이 이야기는 여기서 두겠다.

말하자면, 저 우마왕이 벽파담 밑에서 여러 정과 잔치를 파하고 문을 나서 보니, 벽수금정수가 보이지 않았다. 늙은 용왕이 여러 정을 모아 물었다. “누가 우 어르신의 금정수를 훔쳐 달아나게 하였느냐?” 여러 정이 꿇어앉으며 말했다. “아무도 감히 훔치지 않았나이다. 저희는 모두 잔치 앞에서 술을 올리고 쟁반을 받들며,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연주하였사온즉, 한 사람도 앞에 있지 않았나이다.” 늙은 용이 말했다. “집안의 악공들은 결단코 감히 그러지 못하리라. 일찍이 무슨 낯선 이가 들어온 일이 있느냐?” 용자와 용손이 말했다. “조금 전 자리를 정하실 때에 게 정 하나가 이곳에 왔사온데, 그것이 바로 낯선 이로소이다.” 우왕이 이 말을 듣고 홀연 깨달아 말했다. “더 말할 것도 없구나! 아침에 어진 벗이 사람을 보내 나를 청할 때에, 손오공이라는 자가 당승을 보호하여 경을 구하러 가다가 화염산을 넘기 어려워 파초선을 빌려 달라 내게 청한 일이 있었노라. 내가 그에게 주지 않았더니, 그가 나와 한바탕 내기를 하며 싸웠으나 승부가 갈리지 않았고, 나는 그를 버려 둔 채 곧장 성대한 잔치로 달려왔노라. 그 원숭이는 천 가지 영리함과 만 가지 기교가 있으니, 틀림없이 그 녀석이 게 정으로 변하여 이곳에 와 소식을 엿보고 내 짐승을 훔쳐 본처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 파초선을 속여 낸 것이로다!” 여러 정이 이 말을 듣고 간담이 서늘하며 물었다. “그놈이 천궁을 크게 어지럽힌 그 손오공이란 말이오?” 우왕이 말했다. “그러하노라. 여러 어르신들께서 서천 길에서 잘못된 일을 당하시거든 모름지기 그를 피하시오.” 늙은 용이 말했다. “그렇다면 대왕의 준마는 어찌한단 말이오?” 우왕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소, 괜찮소. 여러 어르신들은 흩어지시오. 내가 그를 쫓아가 보리라.” 드디어 물길을 헤치고 못 밖으로 뛰어나와 누런 구름을 타고 곧장 취운산 파초동에 이르니, 나찰녀가 발을 구르며 가슴을 치고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만 들렸다. 문을 밀치고 들어가니 벽수금정수가 아래에 매어 있는 것이 보이거늘, 우왕이 크게 외쳤다. “부인, 손오공은 어느 쪽으로 갔느냐?” 여러 계집아이가 우마왕을 보고는 일제히 꿇어앉으며 말했다.

“할아버님이 오셨나이까?” 나찰녀가 우왕의 옷을 붙잡고 머리를 조아리며 입으로 욕했다. “이 더럽고 천벌 받을 늙은이여! 어찌 이다지도 삼가지 못하여 저 원숭이 놈에게 금정수를 훔쳐 내어 네 모습으로 변하게 하고, 여기까지 와서 나를 속이게 하였느냐!” 우왕이 이를 갈며 말했다. “원숭이 놈이 어느 쪽으로 갔느냐?” 나찰이 가슴을 치며 욕했다. “그 더러운 원숭이가 내 보배를 속여 내고는 본래 모습을 드러내어 가 버렸단 말이오! 나는 화가 나 죽겠노라!” 우왕이 말했다. “부인은 몸을 보중하시오, 마음을 조급히 먹지 마시오. 내가 원숭이를 따라잡아 보배를 빼앗고, 그 가죽을 벗기고 그 뼈를 부수며 그 심장을 꺼내 놓아 부인의 분을 풀어 주리라!” 하고 외쳤다. “병기를 가져오너라!” 계집아이가 말했다. “할아버님의 병기는 여기 계시지 않나이다.” 우왕이 말했다. “그러면 네 할머님의 병기를 가져오너라!” 시비가 푸른 칼날의 보검 두 자루를 받들어 내왔다. 우왕이 잔치에 가려 입었던 검푸른 털 저고리를 벗고, 몸에 붙는 속옷을 단단히 동여맨 뒤 두 손에 검을 쥐고 파초동을 나서 곧장 화염산으로 달려가 쫓아갔다. 바로 그것이로다.

은혜를 잊은 사내는 어리석은 마음의 아내를 속였고, 성질 사나운 마왕은 목타인에게 가까이 가누나.

결국 이 길의 길흉이 어떠할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