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이러하다. 우마왕이 손대성을 뒤쫓아가 보니, 그가 어깨에 그 파초선을 메고 얼굴에 흐뭇한 빛을 띤 채 걸어가고 있었다. 마왕이 크게 놀라 말했다. “원숭이 놈이 부챗질하는 법까지 알아내었단 말인가. 내가 면전에서 달라고 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주지 않을 터이요, 만일 한 번 부쳐 대면 십만 팔천 리를 날려 가고 말 터이니, 그놈의 뜻을 들어 주는 꼴이 되지 않겠느냐? 삼장법사가 큰길에서 기다린다 하더라. 그의 둘째 제자는 돼지 정령이요 셋째 제자는 사류 정령인데, 내가 요괴로 지내던 시절에 일찍이 그들을 만난 적이 있으니, 그 돼지 정령의 모습으로 변해 도리어 그놈을 한바탕 속여 보자. 원숭이 놈은 뜻을 이룬 것을 기뻐할 터이니 틀림없이 자세히 경계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훌륭한 마왕이로다. 그에게도 일흔두 가지 변화가 있고 무예 또한 대성과 같았으나, 다만 몸집이 육중하고 민첩함이 모자라 날렵하지 못할 뿐이었다. 보검을 감추고 주문을 외우며 몸을 한 번 흔들어 변하니, 곧 저팔계와 꼭 같은 얼굴이 되어 아랫길로 에돌아 대성을 마주 향해 가며 외쳤다.
“사형, 내가 왔노라!” 이 대성은 과연 기뻐하였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이긴 고양이가 범처럼 기뻐한다 하였거늘, 제 재주만 믿고 온 사람의 속뜻은 살펴보지도 않은 채 저팔계의 모습을 보고 곧바로 말했다. “아우야, 너는 어디로 가느냐?” 우마왕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사부님께서 그대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매, 우마왕의 수단이 커서 그대가 그를 당해 내지 못하고 보물을 얻기 어려울까 염려하시어, 나를 마중 오라 하셨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수고할 것 없네, 내 이미 손에 넣었거든.” 우왕이 또 물었다.
“그걸 어떻게 얻었단 말인가?” 행자가 말했다. “그 늙은 소가 나와 백여 합을 싸워도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네.
그러다 나를 버려 두고 난석산 벽파담 밑으로 가서 교정과 용정 무리와 술을 마시더군. 내가 몰래 뒤따라가 게로 변해 그가 타던 벽수금정수를 훔치고는, 늙은 소의 모습으로 변해 곧장 파초동으로 가 나찰녀를 꾀었네. 그 계집이 노손과 한바탕 헛부부의 인연을 맺었으니, 노손이 꾀를 내어 속여 온 것이라네.” 우왕이 말했다. “참으로 고생이 많았구려. 형님께서 너무 애쓰셨으니, 부채를 내게 줘 보시구려.” 손대성은 참과 거짓을 어찌 알며 그리까지 미쳐 생각하지도 못하고, 마침내 부채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사실 그 우왕은 부채를 늘이고 줄이는 근본을 알고 있었다. 손에 받아 쥐고 무슨 결인지 외우니 부채는 도로 살구잎만큼 작아졌고, 본모습이 드러나자 입을 열어 꾸짖었다. “망할 원숭이 놈아!
나를 알아보겠느냐?” 행자가 보고서 속으로 뉘우치며 말했다. “내가 잘못했구나!” 한탄하며 발을 구르고 크게 외쳤다. “에잇! 해마다 기러기를 잡아 왔건만, 오늘은 도리어 어린 기러기에게 눈을 쪼였구나!”
분노가 천둥처럼 터져 철봉을 뽑아 들고 내리쳐 때리니, 마왕이 부채로 한 번 부쳐 댔으나, 그 대성이 앞서 초요충으로 변해 나찰녀 배 속에 들어갔을 때 정풍단을 입에 물었다가 모르는 사이에 삼켜 버렸으므로 오장이 모두 굳건하고 뼈와 살갗이 튼튼하여, 아무리 부쳐도 다시는 흔들리지 않았다. 우왕이 당황하여 보물을 입에 넣고 두 손으로 검을 휘둘러 내리쳤다. 그 둘이 반공중에서 벌인 이 한판의 멋진 싸움이란! 제천 손대성이요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나운 우왕이라, 오직 파초선 때문에 서로 만나 저마다 힘을 뽐내누나. 마음이 거친 대성은 남을 속였고, 대담한 우왕은 부채를 가로챘구나.
이쪽은 여의봉을 들어 인정사정없이 휘두르고, 저쪽은 쌍날 푸른 칼로 지혜와 꾀를 부리누나. 대성이 위엄을 부리자 무지개 안개가 뿜어지고, 우왕이 사나움을 놓자 터럭 같은 빛이 뿜어 나온다. 함께 용맥을 다투나 둘 다 선한 자가 아니어라, 이를 갈고 어금니를 비비며 기세가 드높구나.
흙을 날리고 먼지를 일으켜 천지가 어둑해지고, 모래 날리고 돌 굴러 귀신조차 숨는구나. 이쪽이 말하기를 “감히 무지하게 나를 도로 속였느냐!” 하니, 저쪽이 말하기를 “내 아내가 너와 함께하겠다 하였노라!” 하였다. 말은 천하고 사나우며 성질은 세차고 굳세구나. 저쪽이 말하기를 “남의 아내를 꾀었으니 참으로 죽어 마땅하다! 관가에 고발하면 죄를 받으리라!” 하였다. 영리한 제천대성이요 흉포하고 완고한 대력왕이라, 오직 죽이기만을 원하여 다시 상의할 겨를도 없구나. 몽둥이 내리치고 검으로 받아 내며 함께 힘을 쓰니, 조금이라도 늦추면 염라대왕을 보리라.
그 둘이 싸우며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사이의 일은 잠시 접어두고, 이야기는 삼장법사가 길가에 앉아 있는 데로 돌아간다. 하나는 불기운이 사람을 찌고, 둘째는 마음이 조급하고 목이 말라서, 화염산 토지에게 말했다. “감히 존신께 여쭙거니와, 저 우마왕의 법력이 어떠하옵니까?” 토지가 말했다. “그 우왕은 신통이 작지 않고 법력이 끝이 없어, 바로 손대성의 적수이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오공은 걸음이 빠른 아이여서 평소라면 이천 리 길도 잠깐이면 돌아오는데, 어찌하여 이번에는 하루가 지났단 말이냐? 틀림없이 그 우왕과 겨루고 있으리라.” 그리고 불렀다. “오능, 오정아! 너희 둘 중에 누가 가서 사형을 마중하겠느냐? 혹시 적을 만나거든 힘을 다해 돕고, 부채를 얻어 와서 내 답답함을 풀고 일찍이 산을 넘어 길을 가게 하여라.” 팔계가 말했다. “오늘은 날이 저물었사옵니다. 그를 마중 가고 싶은 마음은 있사오나, 다만 적뢰산 길을 알지 못하겠나이다.” 토지가 말했다.
“소신이 알고 있사옵니다. 권렴장군을 사부님과 함께 있도록 하고, 제가 대성과 함께 가겠나이다.” 삼장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존신께 폐를 끼쳤사오니, 공이 이루어지거든 다시 사례하겠나이다.”
그 팔계가 정신을 가다듬고 검은 비단 직철을 단단히 동여매며 정파를 들고는, 곧 토지와 함께 구름을 타고 곧장 동쪽으로 돌아갔다. 가는 도중에 문득 함성 소리가 높게 들리고 미친 바람이 구름처럼 몰아쳤다.
팔계가 구름을 멈추고 내려다보니, 손행자와 우왕이 서로 치고받고 있었다. 토지가 말했다. “천봉께서는 어찌하여 나서지 않으시나이까?” 그 멍청한 놈이 정파를 뽑아 들고 목청을 높여 외쳤다. “사형, 내가 왔노라!” 행자가 원망하며 말했다. “이 멍청한 놈아, 내 큰일을 얼마나 그르쳤느냐!” 팔계가 말했다. “사부님께서 나를 마중 오라 하셨는데, 산길을 알지 못해 한참을 의논하다가 토지더러 길을 인도하라 하여 이렇게 늦었거늘, 어찌 큰일을 그르쳤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네가 늦은 것을 탓하는 게 아니네! 이 망할 소가 몹시 무례하단 말이다. 내가 나찰에게서 부채를 얻어 왔는데, 이놈이 네 모습으로 변해 입으로는 나를 마중 왔다 하기에, 내가 한때 기뻐하며 도리어 부채를 그놈 손에 건네주었더니, 그놈이 본모습을 드러내고 노손과 여기서 겨루고 있으니, 일이 이렇게 그르쳐진 것이라네.” 팔계가 이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정파를 들어 면전에서 꾸짖었다. “이 피부 부푼 재앙받을 놈아! 네 어찌 감히 네 조상의 모습으로 변해 내 사형을 속여 우리 형제를 사이 나쁘게 만드느냐!” 보라, 그가 정파를 마구 휘둘러 사정없이 찍어 대니, 우왕은 하나는 행자와 하루 종일 싸워 힘이 지치고 정신이 피로한 탓이요, 둘째는 팔계의 정파가 흉맹하여 막아 낼 수 없어 진형을 이루지 못하고 도망쳤다. 그런데 화염산 토지가 음병을 거느리고 면전을 막아서며 말했다. “대력왕이시여, 잠시 손을 멈추시옵소서. 당삼장이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일은, 보호하지 않는 신이 없고 돕지 않는 하늘이 없어 삼계에 두루 알려지고 시방이 옹호하나이다. 어서 파초선을 내어 불꽃을 부쳐 끄시어, 그에게 재앙과 장애가 없게 하시고 일찍 산을 넘어가게 하옵소서.
그렇지 않으시면 하늘에서 그 죄를 물어 반드시 주살을 당하시리이다.” 우왕이 말했다. “이 토지야, 너는 이치를 살피지 못하는구나! 그 망할 원숭이가 내 아들을 빼앗고 내 첩을 욕보이고 내 아내를 속여 번번이 도리가 없으니, 나는 그놈을 통째로 삼켜 뱃속에 넣고 똥으로 만들어 개에게나 먹이고 싶을 지경인데, 어찌 기꺼이 보물을 빌려 주겠느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팔계가 달려들어 꾸짖었다. “이 속이 굳은 놈아! 어서 부채를 내놓아라, 목숨만은 살려 주마!” 그 우왕은 하는 수 없이 되돌아서서 보검을 들어 다시 팔계와 싸우고, 손대성이 몽둥이를 들어 거들었다. 그곳에서 벌인 이 한판의 멋진 싸움이란! 정령이 된 돼지요 괴물이 된 소요, 게다가 하늘을 훔쳐 도를 얻은 원숭이까지라. 선의 성품은 본래 싸움 속에서 단련되나니, 반드시 흙을 써서 근원의 이치에 맞아야 하느니라. 아홉 개 이빨의 정파는 날카롭기까지 하고, 쌍날 보검은 빠르면서도 부드럽구나. 철봉은 감기고 펴지며 주장이 되고, 토신이 힘을 보태어 단두를 맺누나. 세 집안이 형극으로 서로 다투며 저마다 뛰어난 재주를 펼쳐 꾀를 쓰누나.
소를 잡아 밭을 갈면 금전이 자라고, 돼지를 불러 화로로 돌리면 목기가 거두어지누나. 마음이 여기 없거늘 어찌 도를 닦으며, 정신이 늘 집을 지켜야 원숭이를 매어 둘 수 있느니라. 마구 떠들고 애써 서로 다투니, 세 가지 병기가 소리 높이 울리는구나. 정파로 찍고 검으로 상하게 함은 좋은 뜻이 없고, 여의봉을 듦에는 연유가 있느니라. 마침내 별은 빛을 잃고 달은 밝지 않으며, 하늘 가득 찬 안개가 캄캄하고 아득하기만 하구나! 그 마왕이 용맥을 떨치며 강함을 다투어, 싸우면서 나아가고 나아가면서 싸워 하룻밤을 싸웠으되 위아래를 가리지 못하고 어느덧 다시 날이 밝았다. 앞쪽은 그의 적뢰산 마운동 어귀였다. 그 셋과 토지의 음병이 또 소란을 피워 귀가 울리니, 그 소리에 놀란 옥면공주가 계집종을 불러 어디서 사람들이 떠드는지 보게 하였다. 문을 지키던 작은 요괴가 와서 아뢰었다. “우리 할아버님께서 어제 그 번개 부리 같은 입의 사내와, 긴 입 큰 귀의 중 하나, 그리고 화염산 토지 무리와 함께 치고받고 계시나이다!” 옥면공주가 이 말을 듣고 곧 바깥을 지키는 크고 작은 두목들에게 각각 창과 칼을 들고 돕도록 명하였다. 앞뒤로 점고하니 장단이 제각각인 백여 명이었는데, 하나하나가 정신을 뽐내며 창을 쥐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함께 아뢰었다. “대왕 할아버님, 저희는 할머님의 내지를 받들어 특별히 돕으러 왔나이다!” 우왕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잘 왔느니라! 잘 왔느니라!” 요괴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서 마구 내리쳤다. 팔계가 미처 손을 쓰지 못하고 정파를 끌며 진을 버리고 달아났고, 대성은 근두운을 타고 포위를 뚫고 나갔으며, 음병들도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늙은 소가 승리하여 요괴들을 모아 동굴로 돌아가 굳게 동문을 닫았으니, 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행자가 말했다. “이놈이 호걸이로구나! 어제 신시 전후부터 노손과 싸우기 시작해 오늘 밤까지 승부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와서 힘을 보태는구나. 이토록 반나절과 하룻밤을 고생스레 싸웠어도 그는 조금도 지치지 않는다. 방금 그 작은 요괴 무리 또한 사납고 건장하더구나. 그가 동문을 굳게 닫고 나오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형님, 그대는 어제 사시에 사부님 곁을 떠났거늘, 어찌하여 신시에야 그와 싸우기 시작했단 말이오? 그 두세 시진 동안 그대는 어디에 있었소?” 행자가 말했다. “너와 헤어진 뒤 순식간에 이 산에 이르러 한 계집에게 길을 물었더니, 그가 바로 그의 애첩 옥면공주더구나. 내가 쇠몽둥이로 겁을 주었더니 그 계집이 동굴로 달려 들어가 그 우왕을 불러 내었지. 노손과 실랑이를 벌이며 한참 떠들다가 다시 맞붙어 한 시진을 싸웠다. 한창 싸우는데 누군가 그를 잔치에 초대하러 왔더군. 내가 그를 따라 난석산 벽파담 밑까지 가서 게로 변해 정탐하고, 그의 벽수금정수를 훔쳐 우왕의 모습으로 거짓 변신하여 다시 취운산 파초동으로 가 나찰녀를 속여 부채를 얻어 냈네. 문을 나서며 법을 시험해 보려 부채를 길게 늘였으나, 도로 줄일 줄은 몰랐지. 그래서 어깨에 메고 가는데 그놈이 네 얼굴로 거짓 변해 도리어 속여 가 버렸으니, 그 때문에 두세 시진이 지체된 것이라네.” 팔계가 말했다. “이야말로 속담에 이르기를, 바다에서 두부 배가 뒤집혔으니 국물에서 온 것은 물로 간다 하였거늘, 이제 그의 부채를 얻기 어려우니 어찌 사부님을 모시고 산을 넘겠소? 우선 돌아가서 길을 돌아 그만두어 버립시다!” 토지가 말했다. “대성께서는 조급해하지 마시옵고, 천봉께서도 게으르지 마시옵소서. 길을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곧 방문에 드는 것이니 수행하는 무리가 될 수 없사옵니다. 옛말에 이르기를, 길은 지름길로 가지 않는다 하였거늘 어찌 돌아갈 수 있사옵니까? 그대들의 사부님께서는 바른 길에 앉아 계시며 눈이 빠지게 그대들이 성공하기만을 바라고 계시옵니다!” 행자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옳다, 옳다! 이 멍청한 놈아, 헛소리하지 마라! 토지의 말이 이치에 맞는다. 우리가 바로 그와 승부를 겨루고 수단을 부려 보겠으니, 내가 지살 변화를 부리는 것을 보아라. 서방에 온 뒤로는 상대할 자가 없거늘, 우왕은 본래 심원의 변화로다. 이번에야말로 근원의 흐름을 만나게 되었으니, 끝까지 맞서 보배 부채를 빌려야 하리라. 서늘함을 타고 불꽃을 끄며, 완고한 공을 깨뜨리고 부처님의 얼굴을 참구하리라. 수행이 차면 극락천으로 초월하여 오르고, 모두 함께 용화회에 나아가리라!” 그 팔계가 이 말을 듣고 힘을 내어 정성스레 말했다.
“옳소, 옳소, 옳소! 가세, 가세, 가세! 무슨 우왕이 어떠하건 상관없거늘, 목이 해에서 나면 돼지가 되어 소를 끌어 돌려 흙의 무리로 돌아가게 하리라. 신 아래서 금이 나니 본래 원숭이거늘, 형극도 없고 극함도 없어 온화한 기운이 많구나. 파초를 쓰면 물의 뜻이 되어 불꽃이 사라지고 이미 건넘을 이루리라. 밤낮으로 떠나지 말고 고생을 다하여 공을 쌓으면, 공이 끝나거든 우란회로 달려가리라.”
그 둘이 토지의 음병을 거느리고 일제히 앞으로 나아가 정파를 쓰고 철봉을 휘둘러, 펑펑 탕탕 소리를 내며 마운동의 앞문을 산산이 부수었다. 바깥을 지키던 두목들이 놀라 벌벌 떨며 안으로 뛰어 들어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손오공이 무리를 거느리고 앞문을 부수었나이다!” 그 우왕은 옥면공주에게 그간의 일을 자세히 말하며 손행자를 원망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앞문이 부서졌다는 말을 듣고 몹시 분노하여, 급히 갑옷을 걸치고 쇠몽둥이를 들고 안에서부터 욕하며 나왔다. “망할 원숭이 놈아! 네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기에 감히 이토록 문 앞에서 행패를 부리고 내 문짝을 부수느냐?” 팔계가 앞으로 나서며 마구 욕했다. “이 늙은 가죽 벗길 놈아! 네가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감히 그 크기를 헤아리느냐! 달아나지 마라, 정파를 받아라!” 우왕이 호통쳤다. “이 찌꺼기나 처먹는 멍청한 놈아, 별것 아니로구나! 어서 그 원숭이 놈을 올려보내라!” 행자가 말했다. “분별 없는 풀 뜯는 짐승아! 내 어제는 너와 형제를 논했거늘, 오늘은 곧 원수로다! 조심하여라, 내 몽둥이를 받으리라!” 그 우왕이 용맥을 떨치며 맞받았다. 이번 싸움은 지난번보다 더 치열하였다. 세 영웅이 한데 뒤섞여 싸우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정파와 철봉이 신위를 뽐내고, 음병을 함께 거느리고 늙은 희생을 치거늘, 희생은 홀로 흉포하고 강한 성질을 펼치고, 온 하늘에 법력이 두루 회복되누나. 정파로 찍고 몽둥이로 두드리며, 철봉을 든 영웅이 또 기이함을 내누나. 세 가지 병기가 쨍그랑 소리를 내니, 막고 가리며 받아 내는 누가 누구에게 양보하랴. 그는 자기가 으뜸이라 하고, 나는 내가 으뜸이라 한다. 병사들이 증인이 되어도 풀기 어렵고, 목과 토가 서로 달구며 위아래가 따르누나. 이 두 사람이 말하기를,
“너는 어찌하여 파초선을 빌려 주지 않느냐!” 하니, 저쪽이 말하기를 “네가 어찌 감히 마음을 속여 내 아내를 꾀였느냐! 첩을 쫓고 자식을 해친 원수를 아직 갚지 못했거늘, 문을 두드리고 집을 부수며 또 놀라게 하느냐!” 하였다. 이쪽이 말하기를 “내 여의봉을 조심하여 막아라, 조금만 스쳐도 가죽이 터지리라!” 하니, 저쪽이 말하기를 “정파의 이빨을 잘 피하여라, 한 번 상하면 아홉 구멍에서 피가 흐르리라!” 하였다. 우마는 위엄과 사나움을 부려도 두려워하지 않고, 쇠몽둥이를 높이 들어 기회를 엿보누나. 구름을 뒤집고 비를 쏟으며 오고 가고, 안개를 토하고 바람을 뿜으며 제멋대로 휘두르누나. 한스럽고 괴로운 이 한판에 모두가 목숨을 걸었으니, 저마다 악한 마음을 품고 기꺼이 맞서누나. 틀을 벗고 높낮이를 양보하며, 앞에서 맞고 뒤에서 막으니 언제나 손해가 없구나. 형제 둘이 함께 힘을 쓰고, 홀로 몸으로 몽둥이 하나만을 부리누나.
묘시부터 진시가 지난 뒤까지 싸우다, 싸움을 마친 우마가 손이 묶인 듯 물러났다. 그 셋이 죽음을 무릅쓰고 삶을 잊은 채 다시 백여 합을 싸웠다. 팔계가 멍청한 기질을 내어 행자의 신통을 믿고 정파를 들어 마구 찍어 댔다. 우왕이 막아 내지 못하고 진을 버리고 되돌아서 동굴 문으로 달려갔으나, 토지의 음병이 동굴 문을 막아서며 호통쳤다.
“대력왕이여, 어디로 가려 하느냐! 우리가 여기 있노라!” 그 늙은 소가 동굴로 들어가지 못하고 급히 몸을 빼는데, 팔계와 행자가 뒤쫓아 오는 것을 보고 다급해진 나머지 투구와 갑옷을 벗고 쇠몽둥이를 버린 뒤, 몸을 흔들어 변하여 한 마리 고니가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 행자가 보고 웃으며 말했다. “팔계야, 늙은 소가 도망쳤다!” 그 멍청한 놈은 아무것도 모르고 토지도 알아차리지 못하여, 하나같이 동쪽을 보고 서쪽을 살피며 적뢰산 앞뒤만 마구 뒤졌다. 행자가 가리키며 말했다. “저 하늘에 날아가는 것이 아니냐?” 팔계가 말했다. “저것은 고니 한 마리구려.” 행자가 말했다. “바로 늙은 소가 변한 것이라.” 토지가 말했다. “그러하다면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너희 둘은 이 문을 쳐부수고 들어가 요괴 무리를 남김없이 쓸어 버리고, 그의 소굴을 허물어 돌아갈 길을 끊어라. 노손이 그와 변화를 겨루고 오겠다.” 그 팔계와 토지가 말대로 동굴 문을 쳐부수고 들어갔으니, 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이 대성이 여의봉을 거두고 결을 외우며 주문을 외우고는 몸을 흔들어 변하니, 한 마리 해동청이 되어 휙 소리를 내며 한 번 날개짓하여 구름 속으로 파고들더니, 거꾸로 날아 내려와 고니의 등에 내려앉아 목을 껴안고 눈을 쪼았다. 그 우왕도 손행자가 변한 줄을 알고 급히 날개를 털며 한 마리 황응이 되어 도로 해동청을 쪼아 댔다. 행자가 또 한 마리 오봉으로 변하여 오로지 황응만을 쫓았다. 우왕이 알아차리고 또 한 마리 백학으로 변하여 길게 울음소리를 내고 남쪽으로 날아갔다. 행자가 멈춰 서서 깃털을 털고 또 한 마리 단봉으로 변하여 높이 울었다. 그 백학은 봉황이 새의 왕임을 아는지라 온갖 날짐승이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여, 휙 하고 한 번 날개짓하여 산벼랑 아래로 꺾어 내려가 몸을 변해 한 마리 향장이 되어, 멍청한 듯 벼랑 앞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행자가 알아보고 곧 날개를 내려 한 마리 주린 호랑이로 변하여 꼬리를 자르고 발굽을 달려 그 향장을 쫓아 잡아먹으려 하였다. 마왕이 다급해진 나머지 또 한 마리 금전화반의 큰 표범으로 변하여 주린 호랑이를 해치려 하였다. 행자가 보고서 바람을 맞서며 머리를 한 번 흔들어, 또 한 마리 금안 준예로 변하였는데, 목소리는 벼락 같고 이마는 쇠며 머리는 구리였으며, 몸을 돌려 큰 표범을 먹으려 하였다. 우왕이 조급해져 또 한 마리 인웅으로 변하여 발을 뻗어 그 준예를 잡으려 달려들었다. 행자가 한 바퀴 굴러 한 마리 뢰상으로 변하였는데, 코는 긴 뱀 같고 이는 죽순 같아서 코를 펼쳐 그 인웅을 감아 말려 하였다. 우왕이 히히 하고 한 번 웃더니 원신을 드러내니, 한 마리 큰 백우였다. 머리는 험준한 고개 같고 눈은 번쩍이는 빛 같으며, 두 뿔은 두 개의 철탑 같고 이는 벼린 칼날을 늘어놓은 듯하였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천여 장의 길이요, 발굽에서 등까지 팔백 장의 높이였다. 행자를 향해 크게 외쳤다. “망할 원숭이 놈아! 네가 이제 나를 어찌하겠느냐?” 행자도 원신을 드러내고 여의봉을 뽑아 허리를 한 번 굽히며 크게 외쳤다. “길어라!” 몸이 길어져 키가 만 장이 되니, 머리는 태산 같고 눈은 해와 달 같으며 입은 피웅덩이 같고 이는 문짝 같았으며, 손에 쇠몽둥이 하나를 쥐고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그 우왕이 머리를 굳히고 뿔로 받아 왔다. 이 한판은 참으로 고개를 흔들고 산을 뒤흔들며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드는 것이었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도는 한 자 높으나 마는 천 장이니, 기묘한 심원이 힘을 다해 항복받누나. 화산에 사나운 불꽃이 없게 하려거든, 반드시 보배 부채로 서늘함을 얻어야 하느니라. 황파가 뜻을 굳게 하여 원로를 돕고, 목모가 정을 두어 요괴를 쓸어 버리누나. 오행이 화목해져 바른 과보로 돌아가고, 마를 단련하고 때를 씻어 서방으로 오르누나. 그 둘이 신통을 크게 펼쳐 산중에서 겨루니, 지나가던 허공의 모든 신중과 금두게제, 육갑육정, 열여덟 분의 호교가람이 놀라 모두 몰려와 마왕을 포위하였다. 그 마왕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보라, 그가 동쪽으로 한 번 머리를 들이대고 서쪽으로 한 번 들이대며, 곧게 뻗고 번쩍이는 두 개의 쇠뿔로 오가며 받아 대고, 남쪽으로 한 번 들이받고 북쪽으로 한 번 들이받으며, 털이 삐죽삐죽하고 힘줄이 불거진 한 가닥 단단한 꼬리로 좌우를 휘둘러 흔들었다. 손대성이 면전에서 맞서고 여러 신이 사면에서 때리니, 우왕이 다급해져 땅에 한 바퀴 굴러 본모습으로 돌아가 곧 파초동으로 달아났다. 행자도 법상을 거두고 여러 신과 함께 뒤를 따라 추격하였다. 그 마왕이 동굴로 뚫고 들어가 문을 닫고 나오지 않으니, 무리가 취운산을 물 한 방울 새지 않도록 빈틈없이 포위하였다.
모두 문 앞으로 나아가 공격하던 참인데, 문득 팔계와 토지의 음병이 떠들며 오는 소리가 들렸다. 행자가 보고 물었다. “그 마운동의 일은 어떠하냐?”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그 늙은 소의 계집이 내 정파 한 방에 찍혀 죽었는데, 옷을 벗겨 보니 본래 옥면이 정령이더구나. 그 요괴 무리는 모두 나귀와 노새와 송아지와 수소, 오소리와 여우와 너구리와 노루, 양과 호랑이와 사슴 따위였는데, 이미 모조리 쳐 죽이고 그 동굴과 방랑에 불을 질러 태워 버렸다. 토지가 말하기를 그놈에게 이 산에 사는 처자가 하나 더 있다 하여, 또 이리로 쓸어 버리러 온 것이라네.” 행자가 말했다. “아우가 공을 세웠으니 기쁘구나! 기쁘구나! 노손은 그 늙은 소와 헛되이 변화를 겨루었을 뿐 이기지 못하였다. 그놈이 크고도 크지 않은 백우로 변하였고, 나는 하늘을 본뜨고 땅을 본뜬 몸집으로 변하여 막 그놈과 뿔을 맞대던 참이었는데, 다행히 여러 신이 내려와 한참을 포위하니 그놈이 원신으로 돌아가 동굴로 들어가 버렸다.” 팔계가 말했다. “그곳이 파초동이란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그렇다!
그렇다! 나찰녀가 바로 그 안에 있다.” 팔계가 성을 내며 말했다. “그러할진대 어찌 쳐들어가 그놈을 쓸어 버리고 부채를 내놓으라 하지 않고, 도리어 그놈이 머물러 꾀를 키우고 두 내외가 정을 나누게 두느냐!” 과연 훌륭한 멍청이라, 위풍을 떨치며 정파를 들어 문을 향해 한 번 찍으니, 와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돌벼랑이 문과 함께 한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여동이 놀라 급히 아뢰었다. “할아버님! 어떤 사람인지 앞문을 모두 부수었나이다!” 우왕이 막 뛰어 들어가 헐떡거리며 나찰녀에게 손행자와 부채를 다투어 겨룬 일을 이야기하던 참이었는데, 그 보고를 듣고 속이 크게 뒤집혀 입에서 부채를 토해 내어 나찰녀에게 건네주었다. 나찰녀가 부채를 손에 받아 쥐고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말했다. “대왕이시여! 이 부채를 그 원숭이에게 보내어 병사를 물러가게 하옵소서.” 우왕이 말했다. “부인이여, 물건은 비록 작으나 한은 깊도다. 그대는 잠시 앉아 있고, 내가 다시 그와 겨루고 오리라.” 그 마왕이 다시 갑옷을 정비하고 보검 두 자루를 골라 문을 나서니, 마침 팔계가 정파로 문을 찍고 있는 중이었다. 늙은 소는 말도 없이 검을 뽑아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팔계가 정파를 들어 맞받으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나 문 밖으로 나오니, 벌써 대성이 몽둥이를 휘둘러 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그 우마가 곧 미친 바람을 타고 동굴을 벗어나 뛰쳐나가니, 또 모두 취운산 위에서 맞붙었다. 여러 신이 사면을 에워싸고 토지의 병사가 좌우에서 공격하였다. 이 한판 또한 멋진 싸움이었으니, 구름이 세계를 어지럽히고 안개가 건곤을 덮누나. 쌔액쌔액 음풍에 모래와 돌이 구르고, 높고 높은 노기에 바다 물결이 흐려지누나. 칼 두 자루를 다시 갈고 갑옷을 온몸에 다시 걸쳤구나. 맺힌 원한은 바다보다 깊고, 품은 한이 커질수록 성을 내누나. 보라, 제천대성이 공적을 위하여 지난날의 옛 벗을 돌보지 않고, 팔계가 위엄을 부려 부채를 구하며, 여러 신이 법을 지켜 우군을 사로잡누나. 우왕의 두 손은 쉴 새 없이 왼쪽을 가리고 오른쪽을 막으며 정신을 부리누나. 마침내 지나는 새도 날기 어려워 모두 날개를 거두고, 노니는 물고기도 뛰지 못하여 모두 비늘을 숨기며, 귀신은 울고 신은 통곡하여 천지가 어둑해지고, 용은 근심하고 호랑이는 두려워하여 해빛마저 흐려지는구나!
그 우왕이 목숨을 걸고 몸을 던져 쉰여 합을 싸웠으나 더는 당해 내지 못하고 진을 버리고 북쪽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오대산 비마암의 신통광대한 발법금강이 일찍이 길을 막아서며 말했다. “우마야, 네가 어디로 가려 하느냐! 우리는 석가모니 불조께서 보내시어 천라지망을 펼쳐 놓고 여기서 너를 사로잡으러 왔노라!” 말하는 사이에 뒤이어 대성과 팔계와 여러 신이 쫓아왔다. 그 마왕이 다급히 몸을 돌려 남쪽으로 달아나다가, 또 아미산 청량동의 법력이 한량없는 승지금강과 부딪쳤는데, 그가 막아서며 호통쳤다. “내가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여기 있거늘, 바로 너를 잡으려 하는 것이로다!” 우왕이 마음이 다급하고 다리가 풀려 급히 몸을 빼어 동쪽으로 달아나다가, 수미산 마이애의 비로사문 대력금강과 마주쳤는데, 그가 길을 막으며 말했다. “이 늙은 소야, 어디로 가느냐! 내가 여래의 밀령을 받들어 너를 잡으러 왔노라!” 우왕이 또 소스라치며 물러나 서쪽으로 달아나다가, 또 곤륜산 금하령의 불괴존왕 영주금강과 맞닥뜨렸는데, 그가 막아서며 호통쳤다. “이놈아, 또 어디로 달아나려 하느냐! 내가 서천 대뢰음사의 불노의 친언을 받들어 여기서 길을 끊고 있거늘, 누가 너를 놓아 주겠느냐!” 그 늙은 소는 가슴이 철렁하고 담이 떨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사방팔방이 모두 불병과 천장임을 보니, 참으로 그물이 높이 쳐진 듯하여 목숨을 벗어날 수 없었다. 황망한 사이에 또 행자가 무리를 거느리고 쫓아온다는 소리가 들리자, 그가 구름을 타고 위로 올라가 달아났다. 마침 탁탑 이천왕과 나타 태자가 어두약차와 거령신장을 거느리고 공중을 가로막으며 외쳤다. “천천히 오너라! 천천히 오너라! 내가 옥황상제의 뜻을 받들어 특별히 이곳에 너를 쳐부수러 왔노라!” 우왕이 다급해져 전과 같이 몸을 흔들어 변하여, 도로 한 마리 큰 백우가 되어 두 쇠뿔로 천왕을 받으려 하니, 천왕이 칼을 들어 내리쳤다. 뒤이어 손행자가 또 닿자, 나타 태자가 목청을 높여 외쳤다. “대성이여, 몸에 갑옷을 걸치고 있어 예를 갖추지 못하노라.
소자 부자가 어제 여래 부처님을 뵙고 격문을 띄워 옥황상제께 아뢰어 이르기를, 삼장법사가 화염산에서 길이 막히고 손대성이 우마왕을 항복받기 어렵다 하였더니, 옥황상제께서 뜻을 전하시어 특별히 나의 부왕에게 무리를 거느리고 힘을 보태라 하셨노라.” 행자가 말했다.
“이놈의 신통이 작지 않구나! 또 이런 몸집으로 변하였으니 어찌한단 말이오?” 태자가 웃으며 말했다. “대성이여, 의심하지 마시오, 내 그를 사로잡는 것을 보시오.” 이 태자가 곧 “변하여라!” 하고 한 번 외치자, 세 머리 여섯 팔로 변하여 몸을 날려 우왕의 등에 뛰어올라 참요검을 목덜미를 향해 한 번 휘두르니, 어느새 소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천왕이 칼을 거두고서야 행자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 우왕의 목구멍에서 또 머리 하나가 솟아 나왔는데, 입으로는 검은 기운을 토하고 눈에서는 금빛을 뿜었다. 나타가 또 한 번 내리치니 목이 떨어진 자리에서 또 머리 하나가 솟아 나왔다. 잇달아 열몇 번을 내리치자 곧 열몇 개의 머리가 자라났다. 나타가 화륜을 꺼내 그 늙은 소의 뿔에 걸고 참된 불을 불어 넣으니,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에 우왕은 미친 듯 포효하며 머리를 흔들고 꼬리를 흔들었다. 막 변화하여 몸을 빼내려는데, 또 탁탑천왕이 조요경으로 본모습을 비추어 붙잡아 놓으니, 움직일 수도 없고 빠져나갈 꾀도 없어, 다만 “내 목숨만은 해치지 마시오! 원하건대 불가에 귀순하겠노라!” 하고 외쳤다. 나타가 말했다. “목숨이 아깝거든 어서 부채를 내놓으라!” 우왕이 말했다. “부채는 내 산처가 간직하고 있느니라.”
나타가 이 말을 듣고 묘요색을 풀어 그의 목덜미에 걸치고는 코를 한 웅큼 쥐어 그 끈을 콧구멍에 꿰어 손으로 끌고 왔다. 손행자는 사대금강과 육정육갑, 호교가람, 탁탑천왕, 거령신장과 팔계, 토지, 음병을 한데 모아 백우를 에워싸고 파초동 어귀로 돌아왔다. 늙은 소가 외쳤다. “부인이여, 부채를 내어 내 목숨을 구하시오!” 나찰이 그 외침을 듣고 급히 비녀와 귀고리를 풀고 화려한 옷을 벗어 검은 머리카락을 도고처럼 틀어 올리고 비구처럼 흰 소복을 입고서는, 두 손으로 한 장 두 자 길이의 파초선을 받들고 문을 나섰다가, 금강의 여러 성인과 천왕 부자를 보고 황망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절하며 말했다. “바라건대 보살이시여, 저희 부부의 목숨을 살려 주시옵소서. 이 부채를 받들어 손오공 숙부께 드려 성공하게 하겠나이다!” 행자가 앞으로 나서 부채를 받고, 대중과 함께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곧장 동쪽 길로 돌아갔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삼장법사와 사승이 서 있기도 하고 앉아 있기도 하며 행자를 기다리건만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니 얼마나 근심이 되었겠는가! 문득 상서로운 구름이 하늘에 가득하고 서광이 땅에 가득하며, 펄펄 나부끼며 여러 신이 가까이 오는 것이 보이자, 이 장로가 놀라며 말했다. “오정아! 저쪽에서 오는 저 신병은 누구냐?” 사승이 알아보고 말했다. “사부님, 저들은 사대금강과 금두게제, 육갑육정, 호교가람과 지나가던 여러 신이옵니다. 소를 끄는 이는 나타 삼태자이시고, 거울을 든 이는 탁탑 이천왕이시며, 큰 사형께서 파초선을 쥐셨고 둘째 사형과 토지가 뒤따르며, 그 나머지는 모두 호위하는 신병이옵니다.” 삼장이 이 말을 듣고 비로모로 갈아쓰고 가사를 입고는, 오정과 함께 여러 성인을 맞아 절하며 사례하여 말했다. “저에게 무슨 덕과 능력이 있사옵기에 감히 여러 존성께서 인간 세상에 내려오시어 수고하시나이까!” 사대금강이 말했다. “성승이여, 기뻐하시오, 공행이 십분이나 거의 끝나가노라! 우리는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그대를 돕도록 보내졌으니, 그대는 마음을 다해 수행에 힘쓰고 잠시라도 게을러서는 아니 되느니라.” 삼장이 이를 맞추고 머리를 조아리며 몸과 명을 받들었다.
손대성이 부채를 쥐고 산 가로 다가가 온 힘을 다해 한 번 부치니, 화염산의 불꽃이 잦아들고 빛이 조용히 사라졌다. 행자가 기뻐하며 다시 한 번 부치니, 솔솔하고 사각사각한 소리와 함께 맑은 바람이 가볍게 일었다. 세 번째로 부치니 하늘에 구름이 아득히 끼고 가는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화염산은 팔백 정거장이나 아득하건만 불빛은 온 땅에 이름을 떨치누나. 불이 다섯 샘을 달여 단약이 익기 어렵고, 불이 세 관을 태워 도가 맑지 못하누나. 이때 파초를 빌려 비와 이슬을 베풀고, 다행히 천장이 신공을 도왔구나. 소를 끌어 부처께 돌아가니 사나운 고집이 그쳤고, 물과 불이 서로 이어지니 성품이 절로 평안해지누나. 이때 삼장법사는 조급함이 풀리고 답답함이 사라져 마음이 맑아지고 뜻이 트였다. 사중이 귀의하여 금강에게 사례하고 각기 보산으로 돌아갔다. 육정육갑은 허공으로 올라가 보호하고, 지나가던 신들은 사방으로 흩어졌으며, 천왕과 태자는 소를 끌고 곧장 불지로 돌아가 임무를 회고하였다. 오직 이 산의 토지만이 나찰녀를 감시하여 곁에서 시중들고 있었다. 행자가 말했다. “이 나찰아, 너는 길을 가지 않고 여기 서서 무엇을 기다리느냐?” 나찰이 무릎을 꿇고 말했다. “만망컨대 대성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부채를 돌려 주시옵소서.” 팔계가 호통쳤다. “망할 천한 계집아, 분별도 없구나! 네 목숨을 살려 준 것만으로도 넉넉하거늘, 도로 무슨 부채를 달라느냐? 우리가 산을 넘어 가지고 가서 돈으로 팔아 다식을 사 먹지 못하겠느냐? 이토록 많은 정신과 힘을 들였거늘 또 기꺼이 너에게 주겠느냐! 비가 부슬부슬 내리거늘 어서 돌아가지 않고 무엇 하느냐!” 나찰이 다시 절하며 말했다. “대성께서 본래 불을 끄고 나면 돌려주겠다 하셨사옵니다.
이번 일은 참으로 후회해도 늦었사옵니다. 다만 시원스럽지 못한 탓에 군사를 수고롭게 하고 무리를 움직이게 하였사옵니다. 저희도 인도로 수행하여 사람의 몸을 얻었사오나, 다만 바른 과보로 돌아가지 못하였사온데, 이제 진신이 모습을 드러내어 서쪽으로 돌아가오니 다시는 감히 함부로 굴지 않겠나이다.
원하건대 본래의 부채를 내려 주시옵소서. 새로이 일어서 스스로 새로워지고, 몸을 닦고 목숨을 기르러 가겠나이다.” 토지가 말했다. “대성이시여! 이 계집이 불을 끄는 법을 깊이 아는 김에 불의 뿌리를 끊어 버리시고 부채를 돌려주시옵소서. 소신이 이곳에 살면서 편안히 지내며 이 지방의 백성을 구제하고, 얼마간의 혈식을 구하온즉 참으로 은혜롭고 편리하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내가 일찍이 이 고장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이 산은 불을 부쳐 끄면 한 해의 오곡만 거두고는 도로 불이 일어난다 하였거늘, 어찌 뿌리를 뽑아 고칠 수 있단 말이냐?” 나찰이 말했다. “불의 뿌리를 끊어 버리려거든 다만 마흔아홉 번을 잇달아 부치기만 하시면 영원히 다시는 일어나지 않사옵니다.” 행자가 이 말을 듣고 부채를 쥐고서 힘줄에 남은 힘까지 다하여 산머리를 향해 마흔아홉 번을 잇달아 부치니, 그 산에 큰비가 콸콸 쏟아졌다. 과연 보배로다. 불이 있는 곳에는 비가 내리고 불이 없는 곳에는 하늘이 맑았다. 사부와 제자들은 불 없는 이곳에 서 있었으므로 비에 젖지 않았다. 하룻밤을 앉아 지내고 이튿날 아침에야 말과 행장을 수습하여, 부채를 나찰에게 돌려주며 또 말했다. “노손이 너에게 주지 않는다면 남들이 내가 말에 믿음이 없다 할까 두렵도다. 너는 부채를 가지고 산으로 돌아가 다시는 일을 일으키지 마라. 네가 사람의 몸을 얻은 것을 보아 너를 살려 보내노라!” 그 나찰이 부채를 받아 주문을 외우고 살구잎만 하게 빚어 입에 물고는, 여러 성인에게 절하며 사례하고는 성을 숨기고 수행하여, 뒷날 또한 바른 과보를 얻어 경장 속에 만고에 이름을 남겼다. 나찰과 토지가 모두 감격하여 사례하고 뒤따라 배웅하였다. 행자와 팔계와 사승이 삼장법사를 모시고 이에 앞으로 나아가니, 참으로 몸은 서늘하고 발아래는 촉촉하였다. 참으로 이르기를,
감리의 기제를 이루어 참된 원기가 합하고, 수화가 고르게 평안해져 큰 도가 이루어지는구나.
결국 몇 해가 지나서야 동토로 돌아올는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