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시 가운데서도 잊어서는 아니 되니, 백 각의 공행을 온전히 거두는구나. 오 년에 십만 팔천 주를 돌았으니, 신수를 말라 버리게 두지 말며 화광의 시름을 놓아 버리지 말라. 수화를 고르게 다스려 손상이 없는 곳, 오행이 갈고리처럼 서로 맞물렸구나. 음양이 화합하여 구름 누각에 오르니, 난새를 타고 자줏빛 선부에 오르고 학을 타고 영주로 달려간다.
이 한 편의 사는 곡패 이름이 《임강선》이니, 오직 당삼장 사부와 제자 넷이 수화가 이미 어우러져 본성이 청량하고, 순음의 보선을 빌려다 메마른 불길을 부쳐 산을 넘은 일을 읊은 것이다. 하루도 채 못 되어 팔백 리 길을 지나니, 사부와 제자들은 한가롭고 자유롭게 서쪽을 향해 갔다. 마침 가을 끝 겨울 초의 시절을 만났는데, 이런 것들을 보았다. 들국화는 지고 남은 꽃잎을 떨구고, 새 매화는 연한 꽃술을 틔운다. 마을마다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곳곳마다 향기로운 국을 먹는다. 평평한 숲에 나뭇잎이 지니 먼 산이 드러나고, 굽은 계곡에 서리가 짙어 그윽한 골짜기가 맑구나. 응종의 기운이요 동면하는 벌레가 진을 치니, 순음 순양의 달이라. 달의 임금은 그윽하고 깊으며, 물의 덕이 성하니 순임금의 해는 갠 하늘을 아끼는구나.
땅의 기운은 내려가고 하늘의 기운은 올라간다. 무지개는 숨어 그림자를 보이지 않고, 연못에는 차츰 얼음이 생긴다. 벼랑에 걸린 줄에 등꽃은 시들어도, 소나무와 대나무는 찬 기운을 머금어 빛이 더욱 푸르구나. 네 사람이 한참이나 걸어가는데, 앞에 또 성곽이 가까이 나타났다. 당승이 말을 붙잡아 세우고 제자를 불렀다. “오공아, 너는 저쪽 누각이 우뚝 솟은 것이 무슨 곳인지 보이느냐?”
행자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이는 한 성곽이었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용이 서린 형세요, 범이 웅크린 금성이로다.
사방에 드리운 화개가 가깝고, 백 번이나 굽은 자줏빛 빈 터가 평평하다. 옥돌 난간에는 교묘한 짐승이 늘어섰고, 황금 대좌에는 어진 이들이 벌려 앉았다.
참으로 신주의 도회요, 천부의 요경이로다. 만 리의 나라 터가 굳건하고, 천 년의 제업이 융성하다. 오랑캐가 공손히 복종하니 임금의 은택이 멀리 미치고, 바다와 산이 조현하니 성스런 모임이 넘친다. 임금의 섬돌은 깨끗하고, 수레 길은 맑고 평안하다. 술집에는 노랫소리가 떠들썩하고, 꽃 누각에는 기쁜 기운이 피어난다. 미앙궁 밖의 늘 푸른 나무는, 아침 햇살에 채색 봉황이 우는 것을 허락하리라.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저 성곽은 한 나라 임금이 사는 곳입니다.” 저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천하의 부에는 부성이 있고 현에는 현성이 있는데, 어찌 그것만 보고 임금이 사는 곳이라 하십니까?” 행자가 말했다.
“그대는 임금이 사는 곳이 부나 현과 저절로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구려. 저것을 보시오. 사방에 열몇 개의 문이 있고, 둘레가 백십여 리나 되며, 누대는 높이 솟아 있고 구름과 안개가 어우러졌소. 제경의 나라가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장려함이 있겠소?” 사오정이 말했다. “형님은 눈이 밝아 임금이 계신 곳임은 알아보셨지만, 그곳이 무슨 이름으로 불리는지는 아시오?” 행자가 말했다. “또 현판이나 깃발 같은 표식도 없으니 어찌 알겠느냐? 모름지기 성 안으로 들어가 물어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다.” 장로가 말을 채찍질하니 잠깐 사이에 문에 이르렀다. 말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 문으로 들어가 둘러보니, 육가와 삼시가 재화를 유통하고 있었고, 의관이 융성하며 인물이 호화로웠다. 한창 가는데 홀연히 열몇 명의 중이 보였는데, 하나같이 칼과 쇠고랑을 차고 문마다 돌아다니며 밥을 빌고 있었으니, 참으로 누더기가 말이 아니었다. 삼장이 탄식하며 말했다. “토끼가 죽으니 여우가 슬프고, 만물이 제 무리를 다치게 함을 서러워한다.” 그리고 불렀다. “오공아, 네가 앞으로 나가 그들에게 한마디 물어보아라, 어찌하여 이런 죄를 뒤집어썼느냐고.” 행자가 그 말대로 곧 외쳤다. “저 중들아, 너희는 어느 절의 중이냐? 무슨 일로 칼과 쇠고랑을 찼느냐?” 중들이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나으리, 저희는 금광사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중들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금광사가 어디에 자리하였느냐?” 중들이 말했다. “모퉁이만 돌면 바로 이옵니다.” 행자가 그들을 당승 앞으로 데려다 놓고 물었다. “어찌하여 억울하게 되었는지, 너희가 나에게 말해 보아라.” 중들이 말했다. “나으리, 당신들이 어느 곳에서 오셨는지는 모르오나, 저희에게는 낯이 좀 익은 듯하옵니다. 이 사연은 감히 여기서 아뢰올 수가 없사오니, 황량한 산으로 가시어 고초를 낱낱이 말씀드리게 하옵소서.” 장로가 말했다. “그리하자. 우리가 저들의 절로 가서 연유를 자세히 물어보자.” 함께 산문에 이르니, 문 위에 가로로 일곱 개의 금빛 글자가 쓰여 있었으니, ‘칙건호국금광사’라 하였다. 사부와 제자들이 문을 들어서며 둘러보니, 과연 이러하였다. 옛 전각의 향등은 차갑고, 빈 회랑에는 낙엽이 바람에 쓸린다. 구름을 꿰뚫을 천 척의 탑, 성품을 기르는 몇 그루의 소나무. 땅에 가득한 낙화에도 지나가는 객은 없고, 처마 앞 거미줄은 마음대로 얽혔다. 북은 헛되이 걸렸고, 종은 부질없이 매달렸으며, 그림 벽에는 먼지가 많아 채색 코끼리 상이 흐릿하다. 강좌는 그윽한데 중은 보이지 않고, 선방은 고요하여 늘 새만 만난다. 처량하기가 탄식할 만하고, 적막하기가 괴로움 끝이 없구나. 불전 앞에 향로가 마련되어 있으나, 재는 차갑고 꽃은 시들어 모든 일이 헛되이 비었구나. 삼장이 마음이 아파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흘렸다. 중들이 칼과 쇠고랑을 찬 채 정전을 밀어 열고 장로를 청해 전각에 올라 부처님께 배례하게 하였다. 장로가 전각에 들어가 마음의 향을 올리고 이를 세 번 맞부딪쳤다. 그런데 뒤로 돌아가 보니, 그 방장 처마 기둥에 또 어린 중 예닐곱 명이 매여 있었으니, 삼장이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방장에 이르자 중들이 모두 와서 머리를 조아리며 물었다. “여러 나으리들의 용모가 서로 다르시온데, 혹시 동토 대당에서 오셨사옵니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중들에게 무슨 앞일을 미리 아는 법이 있단 말이냐? 우리가 바로 그렇다. 너희가 어찌 알아보았느냐?” 중들이 말했다. “나으리, 저희에게 무슨 미리 아는 법이 있사오리까. 다만 억울하고 괴로운 일을 깊이 짊어진 채 하소연할 곳이 없어, 날마다 다만 하늘을 부르고 땅을 불렀을 뿐이옵니다.
“아마도 천신을 놀라게 하였나 보옵니다. 지난밤에 저희 모두가 한 가지 꿈을 꾸었사온데, 동토 대당에서 온 성스러운 스님이 계셔서 저희 목숨을 구해 주시면 이 원한과 고통을 펼 수 있다 하였사옵니다. 오늘 과연 나으리들의 이와 같은 특이한 모습을 뵈었사오니, 그래서 알아본 것이옵니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너희가 있는 이곳이 어느 지방이냐? 무슨 원한이 있느냐?” 중들이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나으리, 이 성은 이름을 제새국이라 하오며, 서쪽 지방의 큰 고장이옵니다. 예전에는 사방 오랑캐가 조공을 바쳤사온데, 남쪽은 월타국이요 북쪽은 고창국이며, 동쪽은 양국이고 서쪽은 본발국이라, 해마다 아름다운 옥과 밝은 구슬, 고운 비빈과 준마를 진상하였사옵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창칼을 움직이지도 않고 정벌하러 나가지도 않았으나, 저희 나라를 상국으로 받들어 절하였사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상국으로 받들어 절한다면, 너희 임금이 도가 있고 문무가 어질고 훌륭한 모양이로구나.” 중들이 말했다. “나으리, 문도 어질지 않고 무도 훌륭하지 않으며, 임금도 도가 있는 분이 아니옵니다. 저희 금광사는 예로부터 보탑 위에 상서로운 구름이 덮이고 서기가 높이 피어올라, 밤이면 노을빛을 뿜어 만 리 밖에서도 사람들이 보았사옵고, 낮이면 채색 기운을 내뿜어 사방 나라가 모두 우러러보지 않는 이가 없었사옵니다. 그러므로 천부의 신경이라 여겨 사방 오랑캐가 조공을 바친 것이옵니다. 다만 삼 년 전, 맹추 초하룻날 밤 자시에 피비 한 줄기가 내렸사옵니다. 날이 밝자 집집마다 두려워하고 호호마다 슬픔이 생겼사옵니다. 여러 공경들이 임금께 아뢰었사오나, 천공께서 무슨 일로 벌하시는지 알지 못하였사옵니다. 그때 도사를 청해 초제를 올리고 중을 불러 경을 보아 하늘에 답하고 땅에 사례하였사옵니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사옵니까, 저희 절의 황금 보탑이 더럽혀져 이 두 해 동안 외국이 조공하러 오지 않는 것이옵니다. 임금께서 정벌하고자 하시매 여러 신하가 간하였사옵니다. ‘저 절의 중놈들이 탑 위의 보물을 훔쳤으니 상서로운 구름과 서기가 없어져 외국이 조공하지 않는 것이옵니다’ 하고 말이옵니다. 어리석은 임금은 더욱 살피지 않고, 그 탐관오리들이 저희 중들을 잡아다가 천 가지로 매질하고 만 가지로 추궁하였사옵니다. 그때 이곳에는 세 등급의 중이 있었사온데, 앞의 두 등급은 이미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사옵고, 이제는 저희 등급을 잡아다 죄를 묻고 칼과 쇠고랑을 씌웠사옵니다. 나으리시여, 저희가 어찌 감히 마음을 속이고 탑 속의 보물을 훔쳤사오리까! 부디 불쌍히 여기시어, 무리는 제 무리끼리 모이고 사물은 제 무리끼리 나뉜다 하옵거늘, 큰 자비를 베푸시어 널리 법력을 펴시어 저희 목숨을 구해 주시옵소서!”
삼장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해 말했다. “이 일은 어둡고 흐릿하여 밝히기 어렵구나. 하나는 조정이 정사를 잃은 탓이요, 둘은 너희에게 재앙이 닥친 탓이니라. 이미 하늘이 피비를 내려 보탑을 더럽혔다면, 그때 어찌하여 글을 올려 임금께 아뢰어 이 고통을 받게 하였느냐?” 중들이 말했다. “나으리, 저희는 범인이라 어찌 하늘의 뜻을 알겠사옵니까? 하물며 앞사람들도 모두 밝히지 못하였사온데 저희가 어찌 처리하였사오리까!” 삼장이 말했다. “오공아, 오늘은 어느 시각이냐?”
행자가 말했다. “신시쯤 되었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내가 임금을 뵙고 관문을 바꾸고자 하나, 이 중들의 일이 분명치 않아 임금께 아뢸 말씀이 어렵구나. 내가 장안을 떠날 때 법문사에서 원을 세웠느니라. 서방으로 가는 길에 사묘를 만나면 향을 사르고, 절을 만나면 부처님께 절하며, 탑을 보면 탑을 쓸겠노라고. 오늘 이곳에 이르러 억울한 일을 당한 중들을 만났으니, 이는 보탑의 누를 입은 탓이니라. 너는 나에게 새 비자루 하나를 마련해 다오. 내가 목욕한 뒤에 올라가 쓸어 보아 이 더러워진 사연이 어떠한지, 빛을 내지 못하는 까닭이 어떠한지 알아내어, 참된 실마리를 찾아야 비로소 임금을 뵙고 아뢰어 저들의 이 고난을 구해 낼 수 있느니라.” 이 말을 들은 칼과 쇠고랑 찬 중들이 황급히 부엌으로 가서 부엌칼 하나를 가져다가 저팔계에게 건네며 말했다. “나으리, 이 칼로 저 기둥에 매인 어린 중들의 쇠고랑을 열어 주시옵소서. 그를 풀어 재와 향탕을 마련케 하여 나으리께서 재를 들고 목욕하시도록 모시게 하옵소서. 저희는 저잣거리로 나가 새 비자루를 빌려 와 나으리께서 탑을 쓸게 하옵겠나이다.”
저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쇠고랑 여는 것이 무슨 어려움이 있단 말이오? 칼이며 도끼도 쓸 것 없이, 내게 있는 저 털북숭이 얼굴 나으리께 맡기시오. 그는 쇠고랑 여는 일의 노련한 장인이오.” 행자가 참으로 앞으로 나아가 쇠고랑 푸는 법을 써서 손으로 한 번 쓸어 넘기니, 몇 개의 자물쇠가 모두 떨어져 내렸다. 그 어린 중들은 모두 부엌으로 달려가 솥과 부뚜막을 깨끗이 씻고 차와 밥을 마련하였다.
삼장 사부와 제자들이 재를 먹고 있으니 차츰 날이 어두워졌는데, 그 칼과 쇠고랑 찬 중이 비자루 두 자루를 가지고 들어왔으므로 삼장이 매우 기뻐하였다. 한창 이야기하는데 어린 중 하나가 등불을 켜 들고 와서 목욕하시기를 청하였다. 이때 하늘에는 별과 달빛이 온통 빛나고 망루 위에서는 경과 북이 함께 울려 퍼지니, 바로 이러하였다. 사방 벽에 찬 바람이 일고, 만 집의 등불이 밝구나. 육가에서는 문과 창을 닫고, 삼시에서는 뜰 문을 닫는다. 낚싯배는 깊은 나무 그늘로 돌아가고, 쟁기는 짧은 밧줄에서 벗어난다. 나무꾼은 자루 달린 도끼를 쉬고, 글 배우는 아이는 책 읽는 소리를 낸다. 삼장이 목욕을 마치고 작은 소매의 편삼을 입고 둥근 띠를 매고, 발에는 부드러운 헌신 한 켤레를 갈아 신고, 손에는 새 비자루 하나를 들고 중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편히 자거라. 내 탑을 쓸고 오겠노라.” 행자가 말했다. “탑 위는 이미 피비로 더럽혀졌거니와, 또 오래도록 빛이 없어 흉악한 물건이 생겼을까 두렵나이다. 한편 밤이 고요하고 바람이 차며 또 짝이 없으니, 홀로 가시면 실수가 있을까 두렵나이다. 노손이 그대와 함께 올라가면 어떠하옵니까?” 삼장이 말했다. “매우 좋도다! 매우 좋도다!” 두 사람이 각각 하나씩 들고 먼저 대전에 올라가 유리등을 켜고 향을 사르며 부처님 앞에 절하고 말했다. “제자 진현장은 동토 대당의 명을 받들어 영산으로 가서 우리 부처님 여래를 뵙고 경을 얻으러 가는 길이옵니다. 이제 제새국 금광사에 이르러 본사의 중들의 말로 보탑이 더럽혀졌다 하옵고, 임금께서는 중들이 보물을 훔쳤다 의심하여 원한을 품은 채 죄를 받고 있사오니, 위아래로 밝히기 어렵사옵니다. 제자가 정성을 다해 탑을 쓸 것이오니, 우리 부처님의 위령으로 탑이 더럽혀진 까닭을 일찍이 보여 주시어 범부의 원통함이 없게 하옵소서.” 빌기를 마치고 행자와 함께 탑문을 열고 아래층에서 위를 향해 쓸어 올라갔다. 이 탑을 보니, 참으로 우뚝하여 은하에 기대었고 불쑥 솟아 허공을 찌를 듯하였다. 이름하여 오색 유리탑이요, 천금 사리봉이라. 층계를 돌면 굴을 꿰듯 하고, 문이 열리면 새장에서 나오듯 한다. 보병은 하늘가의 달을 비추고, 금탁은 바다 위의 바람 소리를 전한다. 저 빈 처마의 공두를 보라, 꼭대기에 구름이 머물렀구나. 빈 처마의 공두는 교묘한 돌로 꽃을 꿴 봉황을 만들었고, 꼭대기에 머문 구름은 부도를 안개 속 용이 감싸듯 이루었구나. 멀리 바라보면 천 리 밖을 볼 수 있고, 높이 오르면 구소 가운데 있는 듯하다. 층층 문 위의 유리등에는 먼지만 있고 불은 없으며, 걸음마다 처마 앞의 백옥 난간에는 때가 쌓이고 벌레가 날아다닌다. 탑 속 부처좌 위에는 향 연기가 끊어진 지 오래요, 창살 밖 신상 앞에는 거미줄이 얽혀 있다. 향로 속에는 쥐똥이 많고, 등잔 안에는 기름이 적다. 다만 가운데 보물을 잃었으므로, 중들이 괴로워 죽고 목숨이 헛되이 되었구나. 삼장이 발심하여 탑을 쓸었으니, 옛 모습을 다시 보게 하리라. 당승이 비자루로 한 층을 쓸고 또 한 층을 올라갔다. 이렇게 일곱째 층까지 쓸었을 때 벌써 이경 무렵이 되었다. 장로가 점차 피곤함을 느끼니 행자가 말했다. “피곤하시거든 그대는 잠시 앉아 계시오. 노손이 대신 쓸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이 탑은 층수가 몇이나 되느냐?” 행자가 말했다. “아마 십삼 층은 될 것이옵니다.” 장로가 고단함을 견디며 말했다. “모름지기 다 쓸어야 내 본원에 맞느니라.” 또 세 층을 쓸자 허리가 시리고 다리가 아파, 열째 층 위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오공아, 네가 나 대신 저 세 층을 깨끗이 쓸고 내려오너라.” 행자가 정신을 가다듬고 열한째 층에 올라가니, 잠깐 사이에 또 열두째 층에 이르렀다. 한창 쓸고 있는데 탑 꼭대기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행자가 말했다. “괴이하도다! 괴이하도다!
“이 밤이 삼경쯤 되었거늘, 어찌 이 꼭대기에서 사람이 말하고 있단 말이냐? 틀림없이 사악한 물건이로다! 가서 살펴보자.”
과연 훌륭한 원숭이 왕이로다. 가만히 비자루를 겨드랑이에 끼고 옷자락을 걷어 올린 뒤 앞문으로 빠져나와 구름을 밟고 바라보니, 열세째 층 탑 속에 요괴 두 놈이 앉아 있었는데, 앞에는 반찬 한 접시와 사발 하나, 주전자 하나가 놓여 있고 그들은 그 자리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행자가 신통을 부려 비자루를 내던지고 여의봉을 뽑아 들고 탑문을 막아서며 호통쳤다. “이놈의 괴물들아! 탑 위의 보물을 훔친 것이 원래 너희였단 말이냐!” 두 괴물이 놀라 급히 몸을 일으켜 주전자와 사발을 마구 집어 던졌으나, 행자가 쇠몽둥이를 가로막아 세우며 말했다. “내가 너희를 때려 죽이면 자백할 자가 없느니라.” 다만 몽둥이를 바싹 들이대 밀어붙일 뿐이었다. 그 요괴가 벽에 들러붙어서는 요만큼도 몸부림칠 수가 없었고, 입으로는 다만 외쳤다. “살려 주시오, 살려 주시오! 저희가 한 일이 아니옵니다! 보물을 훔친 자가 따로 있사옵니다!” 행자가 붙잡는 법을 써서 한 손으로 움켜쥐고는 곧장 열째 층 탑 속으로 끌고 내려갔다. 그리고 보고하였다. “사부님, 보물을 훔친 도적을 잡았나이다!” 삼장이 막 졸고 있다가 홀연히 이 말을 듣고는 놀라면서도 기뻐하며 말했다. “어디서 잡아 온 것이냐?” 행자가 괴물을 끌어다 앞에 무릎 꿇리고 말했다. “이놈이 탑 꼭대기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며 술을 마시고 장난을 치고 있었사온데, 노손이 그 떠드는 소리를 듣고 구름을 한 번 타 올라가 꼭대기에서 막아섰사옵니다. 아직 힘을 쓰지는 않았사옵니다. 다만 한 방에 때려 죽이면 자백할 자가 없을까 두려워, 이처럼 가볍게 잡아 왔나이다. 사부님께서는 이놈에게서 자백을 받아 보시어, 어느 곳의 요괴이며 훔친 보물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시옵소서.” 그 괴물이 바들바들 떨며 입으로 “살려 주시옵소서!” 하고 외치더니, 마침내 사실대로 자백하였다. “저희 둘은 난석산 벽파담의 만성용왕이 보내어 탑을 순찰하러 온 자들이옵니다. 그는 분파아패라 하고 저는 패파아분이라 하옵니다. 그는 메기 요괴요 저는 흑어 정령이옵니다. 저희 만성 노용왕이 딸 하나를 낳았사온데, 이름을 만성공주라 하옵니다. 그 공주는 꽃 같은 얼굴에 달 같은 모습으로 스무 가지나 되는 인재를 갖추었사온데, 부마 하나를 얻었사옵니다. 이름을 구두부마라 하며 신통이 광대하옵니다. 재작년에 용왕과 함께 이곳에 와서 큰 법력을 드러내어 피비 한 줄기를 내려 보탑을 더럽히고, 탑 속의 사리자 불보를 훔쳤사옵니다. 공주는 또 대로천 위 영소전 앞으로 가서 왕모낭랑의 구엽영지초까지 훔쳐다가 그 못 밑에다 기르고 있사온데, 금빛과 노을빛이 밤낮으로 밝게 빛나옵니다. 근자에 손오공이라는 자가 서천으로 경을 얻으러 간다 하옵고, 그 신통이 광대하여 가는 길마다 남의 잘못만을 찾아낸다 하기에, 이런 까닭으로 요사이 자주 저희를 이곳에 보내어 순찰하며 막게 하였사옵니다. 만일 그 손오공이 이르거든 미리 대비하려 함이옵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히히 웃으며 냉소하였다. “그 못된 짐승 같은 놈들이 이다지도 무례하단 말이냐! 괴이하다, 지난번에 우마왕을 청해 어디선가 회합에 간다 하더니! 원래 저놈이 이 무리의 망나니 마귀들과 결탁하여 오로지 좋지 못한 짓만을 하는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팔계와 어린 중 두세 명이 탑 아래서 등롱 두 개를 들고 올라오며 말했다. “사부님, 탑을 다 쓸었거늘 주무시러 가지 않으시고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하시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사제야, 네가 오니 마침 잘되었다. 탑 위의 보물은 만성 노용왕이 훔쳐 간 것이니라. 지금 이 두 작은 요괴를 시켜 탑을 순찰케 하며 우리가 오는 소식을 엿듣게 하였는데, 방금 내가 붙잡았노라.” 저팔계가 말했다. “이름이 무엇이라 하며 무슨 요괴냐?” 행자가 말했다. “방금 자백을 받았느니라. 하나는 분파아패라 하고 하나는 패파아분이라 하며, 하나는 메기 요괴요 하나는 흑어 정령이니라.” 저팔계가 갈퀴를 뽑아 당장 치며 말했다. “요괴라면 자백을 받았으니, 때려 죽이지 않고 무엇을 기다리리오?” 행자가 말했다. “너는 모르는구나. 우선 산 놈을 남겨 두어야 임금을 뵙고 말하기가 좋고, 또 안내자로 삼아 도적을 찾고 보물을 쫓기가 좋으니라.” 과연 어리석은 자로다. 참으로 갈퀴를 거두고는 한 놈씩 하나씩 모두 움켜쥐고 탑 아래로 끌고 내려왔다. 그 요괴가 다만 외쳤다. “살려 주시옵소서!” 저팔계가 말했다. “마침 네놈 메기와 흑어로 맑은 국을 좀 끓여 억울한 일 당한 그 중들에게 먹이려 하노라!” 어린 중 두세 명이 기뻐하며 등롱을 들고 장로를 인도해 탑에서 내려왔다. 하나가 먼저 달려가 중들에게 알렸다. “좋소이다! 좋소이다! 우리가 푸른 하늘을 보게 되었소이다! 보물을 훔친 요괴를 나으리들이 벌써 잡아 오셨소이다!” 행자가 일렀다. “쇠사슬을 가져와 비파골을 꿰어 이곳에 단단히 매어 두어라. 너희가 지키고 있으면 우리는 자러 가겠노니, 내일 다시 처리하자.” 그 중들은 모두 빈틈없이 지키며 삼장 일행을 편히 잠들게 하였다.
어느덧 날이 밝자 장로가 말했다. “내가 오공과 함께 입궐하여 관문을 바꾸고 오겠노라.” 장로가 곧 금란가사를 입고 비로모를 쓰고 위의를 갖추어 걸음을 옮겨 나아갔다. 행자도 호피치마를 여미고 면포 직발을 정돈한 뒤 관문을 가지고 함께 갔다. 저팔계가 말했다. “어찌하여 이 요괴 도적 둘은 데리고 가지 않으십니까?” 행자가 말했다. “우리가 아뢴 뒤에 저절로 가첩이 내려와 사람을 시켜 데려갈 것이니라.” 마침내 조문 밖에 이르니, 저 주작과 황룡, 청도와 강궐이란 것은 다 볼 수 없을 만큼 장려하였다. 삼장이 동화문에 이르러 각문대사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대인께 번거로우시겠으나 전해 아뢰어 주시옵소서. 가승은 동토 대당에서 서천으로 경을 얻으러 가라고 파견된 자이온데, 임금님을 뵙고 관문을 바꾸고자 하옵니다.” 그 황문관이 과연 통보하고 섬돌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밖에 용모와 옷차림이 다른 중 둘이 있사온데, 자신들을 남섬부주 동토 당나라에서 서방으로 부처님께 절하고 경을 구하러 파견되었다 하옵고, 우리 임금님을 조현하여 관문을 바꾸고자 하나이다.”
임금이 그 말을 듣고 명을 내려 들이라 하니, 장로가 곧 행자를 이끌고 입조하였다. 문무 백관이 행자를 보고는 놀라지 않는 이가 없어, 혹자는 원숭이 중이라 하고 혹자는 뢰공처럼 입이 부리부리한 중이라 하며, 하나같이 두려워하여 오래 쳐다보지 못하였다. 장로가 섬돌 앞에서 춤을 추며 만세를 부르는 예법으로 절하였으나, 대성은 두 손을 포개고 곁에 비스듬히 서서 버젓이 움직이지 않았다. 장로가 아뢰었다. “신승은 남섬부주 동토 대당국에서 서방 천축국 대뇌음사 부처님께 절하고 진경을 구하러 파견된 자이옵니다. 보방을 지나는 길에 감히 제멋대로 넘을 수 없사와, 몸에 지닌 관문이 있사오니 바꾸어 주시면 가겠나이다.” 그 임금이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명을 내려 당나라 성스러운 스님을 금란전으로 올라오라 하고 수놓은 방석을 마련하여 앉으라 하였다. 장로가 홀로 전각에 올라가 먼저 관문을 받들어 올린 뒤에야 은혜에 사례하고 앉았다. 그 임금이 관문을 한 번 훑어보고는 마음이 기뻐 말했다. “그대 당나라 임금은 병이 있으면서도 높은 스님을 가려 뽑아 길이 아무리 멀어도 꺼리지 않고 우리 부처님께 절하여 경을 구하게 하였거늘, 과인의 이곳 중들은 오로지 도둑질만을 하여 나라를 망치고 임금을 기울게 하는구나!” 삼장이 그 말을 듣고 합장하며 말했다. “어찌 나라를 망치고 임금을 기울게 한다 하시나이까?” 임금이 말했다. “과인의 이 나라는 서역의 상국이라 늘 사방 오랑캐가 조공을 바쳤거니와, 이는 모두 나라 안에 금광사가 있고 그 절 안에 황금 보탑이 있으며 그 탑 위에 빛이 하늘을 찌르는 까닭이었노라. 그런데 근자에 본사의 도둑 중놈들이 그 가운뎃 보물을 몰래 훔쳐 삼 년째 빛이 없어졌고, 외국도 이 이 년 동안 조공하러 오지 않으니 과인이 몹시 아프게 여겨 한스럽게 생각하노라.” 삼장이 합장하고 웃으며 말했다. “만세, 터럭만큼 어긋나면 천 리를 잃는다 하옵니다.
가승은 어젯밤 천부에 이르러 성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칼과 쇠고랑을 찬 중 열몇 명을 보았사옵니다. 무슨 죄냐 물으니 그들이 이르되 금광사의 억울한 자들이라 하옵기에, 절로 가서 자세히 심문해 보니 조금도 본사 중들의 일이 아니옵니다. 가승이 밤에 탑을 쓸다가 그 보물을 훔친 요괴 도적을 이미 잡았나이다.” 임금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요괴 도적이 어디 있느냐?” 삼장이 말했다. “지금 제자의 제자가 금광사에 묶어 두었사옵니다.” 그 임금이 급히 금패를 내리었다. “금의위로 하여금 빨리 금광사로 가서 요괴 도적을 데려오게 하라. 과인이 친히 심문하리라.” 삼장이 또 아뢰었다. “만세, 금의위가 있사오나 그래도 제자를 보내야만 하옵니다.” 임금이 말했다. “고도가 어디 있느냐?” 삼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옥 섬돌 곁에 서 있는 자가 바로 그놈이옵니다.” 임금이 보고 크게 놀라 말했다. “성스러운 스님은 이토록 풍채가 좋으신데, 고도는 어찌하여 저런 용모이오?” 손대성이 그 말을 듣고는 목소리를 높여 크게 외쳤다.
“폐하, 사람은 용모로 헤아릴 수 없고 바닷물은 되로 잴 수 없나이다. 만일 풍채만을 아낀다면 어찌 요괴 도적을 잡을 수 있사오리까?” 임금이 그 말을 듣고 놀람을 거두어 기쁨으로 바꾸며 말했다. “성스러운 스님의 말씀이 옳소이다. 짐은 이곳에서 인재를 가리지 않겠노라. 다만 도적을 잡고 보물을 얻어 탑으로 돌려놓는 것을 으뜸으로 삼을 뿐이오.” 그리고 당가관에게 명하여 수레 덮개를 살피게 하고, 금의위에게는 성스러운 스님을 잘 모시고 가서 요괴 도적을 데려오라 하였다. 그 당가관이 곧 큰 가마 한 채와 황색 일산 하나를 마련하고, 금의위가 교위들을 뽑아 행자를 여덟 사람이 메는 가마에 태우고 큰 소리로 길을 외치며 곧장 금광사로 갔다.
이로부터 온 성의 백성이 놀라 움직여, 성스러운 스님과 그 요괴 도적을 보러 오지 않는 이가 한 사람도 없었다.
저팔계와 사오정이 길을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임금이 보낸 관리인 줄로만 여겨 급히 나가 마중하였는데, 알고 보니 행자가 가마에 앉아 있었다. 어리석은 자가 면전에서 웃으며 말했다. “형님, 형님이 본분을 얻으셨구려!” 행자가 가마에서 내려 저팔계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본분을 얻었다니 무슨 말이냐?”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이 황색 일산을 쓰시고 여덟 사람이 메는 가마를 타셨으니, 그것이 원숭이 왕의 직분이 아니고 무엇이오? 그래서 본분을 얻었다 한 것이오.” 행자가 말했다.
“우선 웃지 말라.” 그리고 요괴 두 놈을 풀어 임금에게 압송해 갔다. 사오정이 말했다. “형님, 저도 좀 데려가 주시오.” 행자가 말했다. “너는 여기 있으면서 행리와 말이나 지켜라.” 그 칼과 쇠고랑 찬 중들이 말했다. “나으리들은 모두 가서 황은을 받으시옵소서. 저희가 여기서 지키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거든 내가 가서 임금께 아뢰고 와서 너희를 풀어 주마.” 저팔계가 요괴 도적 하나를 움켜쥐고 사오정이 요괴 도적 하나를 움켜쥐니, 손대성이 여전히 가마에 앉아 행렬을 벌여 두 요괴를 조정으로 압송해 갔다. 잠깐 사이에 백옥 섬돌에 이르러 임금에게 말했다. “그 요괴 도적을 데려왔나이다.” 임금이 이에 용상에서 내려와 당승과 문무 여러 관원과 함께 눈을 모아 바라보니, 그 요괴 하나는 튀어나온 아가미에 검은 갑옷을 두르고 입이 뾰족하며 이가 날카로웠고, 또 하나는 매끈한 가죽에 배가 크고 입이 커다랗게 찢어졌으며 수염이 길었으니, 비록 발이 있어 걸어 다니기는 하나 대개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었다. 임금이 물었다. “너희는 어느 곳의 도적 괴물이며 어느 지방의 요괴냐? 몇 해나 우리 국토를 침범하였고 어느 해에 내 보물을 훔쳤으며, 한 통에 도적 무리가 모두 몇 명이고 무엇이라 불리느냐? 사실대로 하나하나 자백하라!” 두 요괴가 위를 향해 무릎을 꿇었는데, 목 안쪽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도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하며 자백하였다. “삼 년 전 칠월 초하룻날이옵니다. 만성용왕이란 자가 많은 친척을 거느리고 본국 동남쪽에 살고 있사온데, 이곳에서 백십 리쯤 떨어져 있사옵니다. 못 이름은 벽파요 산 이름은 난석이옵니다. 그곳에 고운 딸이 있어 요염하고 아름다운 미색을 지녔사온데, 구두부마란 자를 데릴사위로 들였사온데 신통이 무적이옵니다. 그가 임금님의 탑 위에 진기한 것이 있음을 알고 용왕과 짜고 도적질을 하였사옵니다. 먼저 피비를 한 차례 내리고 뒤에 사리를 모조리 훔쳤사옵니다. 지금은 용궁을 비추어 캄캄한 밤에도 대낮처럼 밝사옵니다. 공주가 재주를 부려 은밀하고도 조용히 왕모낭랑의 영지초까지 훔쳐다가 못 가운데서 보물을 따뜻이 기르고 있사옵니다. 저희 둘은 도적의 우두머리가 아니옵고 용왕이 보낸 하졸이옵니다. 오늘 밤에 붙잡혔사오니 자백한 바가 모두 사실이옵니다.” 임금이 말했다. “자백을 받았거늘 어찌하여 제 이름은 자백하지 않느냐?”
그 요괴가 말했다. “저는 분파아패라 하고 그는 패파아분이라 하옵니다. 분파아패는 메기 요괴요 패파아분은 흑어 정령이옵니다.” 임금이 금의위에게 명하여 잘 거두어 감옥에 가두라 하고, 명을 내리었다.
“금광사 중들의 칼과 쇠고랑을 풀어 주어라. 빨리 광록사에 명하여 잔치를 베풀어 기린전에서 성스러운 스님이 도적을 잡은 공을 사례하고, 성스러운 스님께 도적의 우두머리를 잡아 주시기를 의논하여 청하라.”
광록사가 즉시 육식과 채식 두 가지 연회를 마련하니, 임금은 당승 사부와 제자 넷을 기린전으로 올라가 앉게 하고 물었다. “성스러운 스님의 존호는 무엇이오?” 당승이 합장하며 말했다. “가승은 속가의 성이 진이오며 법명은 현장이옵니다. 임금님께 성을 하사받아 당이라 하였사오니, 천한 호는 삼장이옵니다.” 임금이 또 물었다. “성스러운 스님의 고도들은 무슨 호가 있소?” 삼장이 말했다. “제자들에게는 모두 호가 없사옵니다. 첫째 이름이 손오공이요 둘째 이름이 저오능이며 셋째 이름이 사오정이옵니다. 이는 남해 관세음보살이 지어 주신 이름이옵니다. 가승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사온데, 가승이 또 오공을 행자라 부르고 오능을 팔계라 부르며 오정을 화상이라 부르게 하였사옵니다.” 임금이 듣고 나서 삼장을 윗자리에 앉히고, 손행자는 곁 왼쪽 자리에 앉히며, 저팔계와 사화상은 곁 오른쪽 자리에 앉히니, 모두 채소 과일과 채소 반찬과 채소 차와 채소 밥이었다. 앞쪽의 육식 한 상에는 임금이 앉고, 아래쪽의 육식 백여 상에는 문무 여러 관원이 앉았다. 여러 신하가 임금의 은혜에 사례하고, 제자들이 스승에게 죄를 사례한 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임금이 잔을 들자 삼장은 감히 술을 마시지 못하였고, 그 세 사람은 각각 자리 인사 술을 받았다. 아래쪽에서는 관현악이 일제히 울려 퍼졌으니, 이는 교방사가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보라, 저팔계가 식성을 마음껏 펴니, 참으로 범처럼 삼키고 이리처럼 게걸스레 먹어 한 상의 과일과 반찬 따위를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잠시 뒤에 새로 갈아 올린 국과 밥이 또 나오자 그것도 털끝만큼도 남기지 않고 먹었으며, 술을 돌리는 이가 오자 또 잔마다 사양하지 않았다. 이 연회는 곧장 즐기어 정오가 지나서야 파하였다. 삼장이 성대한 연회에 사례하니, 임금이 또 붙잡아 두며 말했다. “이 한 상은 성스러운 스님이 괴물을 잡은 공을 조금이나마 표하는 것이오.” 그리고 광록사에 명하였다. “빨리 자리를 건장궁으로 옮겨 다시 성스러운 스님을 모셔 와 도적의 우두머리를 잡고 보물을 탑으로 돌려놓을 계책을 정하라.” 삼장이 말했다. “도적을 잡고 보물을 찾는 것이오니 다시 연회를 베푸실 것 없사옵니다. 가승 등은 이만 임금님께 하직하고 곧 요괴를 사로잡으러 가겠나이다.” 임금이 마다하고 꼭 건장궁까지 가자고 하여, 거기서 또 한 상을 먹었다. 임금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 “어느 성스러운 스님이 무리를 거느리고 출정하여 요괴를 항복받고 도적을 잡겠소?” 삼장이 말했다. “큰 제자 손오공을 시키겠나이다.” 대성이 두 손을 모아 받들어 응하였다. 임금이 말했다.
“손장로가 가신다면 몇 명의 인마를 쓰며 언제 출성하시겠소?” 저팔계가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거기 무슨 인마를 쓴단 말이오! 또 무슨 시각을 따진단 말이오! 이제 술에 취하고 밥이 배부른 김에, 내가 사형과 함께 가서 손만 대면 사로잡아 오리다!” 삼장이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팔계가 요사이 부지런하구나!”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거든 사오정 제자가 사부님을 보호하게 하고, 우리 둘이 가겠나이다.” 그 임금이 말했다.
“두 장로께서 인마를 쓰지 않으신다면 병기는 쓰시겠소?” 저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네 병기는 우리가 쓸 수가 없소. 우리 형제에게는 제 몸에 지닌 병기가 있소이다.” 임금이 그 말을 듣고 곧 큰 술잔을 가져와 두 장로의 노자를 보냈다. 손대성이 말했다. “술은 마시지 않겠나이다. 다만 금의위에게 명하여 작은 요괴 둘을 데려오게 하시옵소서. 우리가 그놈들을 데려다가 안내자로 삼겠나이다.” 임금이 명을 전하니 즉시 끌어내 왔다. 두 사람이 작은 요괴 둘을 겨드랑이에 끼고 바람을 타고 섭법을 부려 곧장 동남쪽으로 올라갔다. 아! 그들은 이러하였다.
임금과 신하가 한번 보매 바람과 안개를 타고 오르니, 사부와 제자가 성스러운 스님임을 비로소 알았도다.
결국 이 길로 나서 적을 어찌 사로잡을지는 알 수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