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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 제63회 이승탕괴요용궁(二僧蕩怪鬧龍宮) · 군성제사획보패(群聖除邪獲寶貝)

각설하고 제새국 왕과 크고 작은 공경들은 손대성과 팔계가 구름을 타고 안개를 몰며 두 작은 요괴를 붙잡아 들고는 훌쩍 떠나가는 것을 보고,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하나하나 하늘을 향해 머리를 조아려 절을 올리며 입을 모아 말했다. “참으로 헛된 소문이 아니었구나! 오늘에야 비로소 이런 신선과 살아 있는 부처가 계심을 알았도다!” 또 그들이 멀리 가서 자취조차 없어지는 것을 보고는, 당승과 사오정에게 절하며 고마운 마음을 올려 말했다. “과인은 범인의 육안이라, 다만 그대의 높으신 제자에게 힘이 있어 요적을 잡아 가두는 줄로만 알았거늘, 어찌 구름을 타고 안개를 모는 상선이실 줄을 알았으리오.”

당승이 말했다. “빈승에게는 법력이 조금도 없사옵고, 길에서 내내 이 세 제자의 덕을 입었나이다.” 사오정이 말했다. “폐하께 숨기지 않고 아뢰옵나니, 맏사형은 제천대성이 귀의한 몸이옵니다. 그이는 일찍이 천궁을 크게 어지럽히며 금고봉 하나를 휘둘러, 십만 천병 가운데 상대할 자 없이 태상노군이 겁먹고 옥황대제가 가슴을 떨게 하였사옵니다. 둘째 사형은 천봉원수께서 과위를 얻으신 몸이옵고, 일찍이 천하 팔만 수군을 거느렸사옵니다. 오직 이 제자만 법력이 없사오니 권렴대장이 계를 받은 몸이옵니다. 저희 형제가 다른 일에는 무능하옵나, 요괴를 잡아 묶고 도적을 잡으며 범을 굴복시키고 용을 항복받고, 하늘을 차고 우물을 희롱하는 따위라면 조금은 통하옵니다. 구름 타기를 비롯해 비바람을 부르고 북두를 바꾸며 산을 메고 달을 쫓는 것은 남는 재주일 뿐이오니, 어찌 족히 말하오리까!” 왕이 듣고는 더욱 공경을 더하여 당승을 윗자리에 앉히고 늙은 부처라 불렀으며, 사오정 등은 모두 보살이라 불렀다. 온 조정 문무가 기뻐하고 온 나라 백성이 절을 올렸으나, 이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 둔다.

각설하고 손대성과 팔계는 거센 바람을 몰아 두 작은 요괴를 난석산 벽파담으로 이끌고 가서는 구름머리를 멈추어 세웠다. 행자가 금고봉에 선기 한 입김을 불어넣고서 “변하여라!” 하고 외치니, 그것이 계도 한 자루로 변하였다. 그리하여 흑어 괴물의 귀를 베고 메기 정령의 아랫입술을 베어 물속에 내동댕이친 뒤 크게 호통쳤다. “어서 가서 만성용왕에게 알리라. 제천대성 손 할아버지가 여기 계시니, 제새국 금광사 탑 위의 보배를 즉시 내어 보내라 하여라. 그리하면 그 집안의 목숨은 살려 주겠노라! 반 마디 아니라는 소리만 뱉어도, 내 이 못물을 말끔히 뒤집어 그 문중의 늙은이 젊은이 모조리 죽여 버리리라!” 두 작은 요괴는 목숨을 건지고 아픔을 안은 채 살 길을 찾아 달아나며 쇠사슬을 질질 끌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바람에 원과 자라, 거북과 별, 새우와 게, 물고기 정령들이 놀라 모두 달려와 둘러싸고는 물었다. “너희 둘은 어찌 밧줄을 끌고 사슬을 두르고 있느냐?” 하나는 귀를 가리고 머리를 흔들며 꼬리를 치고, 다른 하나는 입을 막고 발을 구르며 가슴을 쳤다. 그러고는 모두 떠들썩하게 용왕 궁전으로 올라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큰 화가 났사옵니다!” 그때 만성용왕은 마침 구두부마와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둘이 오는 것을 보고는 곧 잔을 내려놓고 무슨 화냐고 물었다. 그 둘이 곧 고하였다. “어젯밤 순찰을 돌다가 당승과 손행자가 탑을 쓸 때 붙잡혀 쇠사슬로 묶였사옵니다. 오늘 아침 왕을 알현하고 나오는데, 또 그 행자와 저팔계가 저희 둘을 붙잡아 하나는 귀를 베이고 하나는 입술을 베인 채 물에 던져졌사옵니다. 그리고 저더러 와서 알리라 하였사옵고, 그 탑 꼭대기의 보배를 내놓으라 요구하옵니다.” 마침내 앞뒤 사정을 낱낱이 한 차례 이야기하였다. 늙은 용이 손행자 제천대성이라는 말을 듣고는 혼이 몸에 붙어 있지 않고 넋이 구천으로 흩어져, 부들부들 떨며 부마에게 말했다. “어진 사위야, 다른 이가 오면 그래도 꾀해 볼 여지가 있거니와, 정말 그 사람이라면 일이 좋지 못하구나!” 부마가 웃으며 말했다. “장인어른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소생은 어려서부터 무예를 조금 배웠사옵고, 사해 안에서도 일찍이 호걸 몇을 만나 보았사옵니다. 그를 무엇이 두렵사옵니까! 제가 나가 세 합만 겨루어 보겠나이다. 틀림없이 그 놈이 머리를 움츠리고 항복하여 감히 우러러보지 못하게 하겠나이다.”

훌륭한 요괴로다. 급히 몸을 솟구쳐 갑옷을 걸치고 월아삼이라 하는 병기를 들고 궁을 나서며 물길을 헤쳐 수면 위에서 외쳤다. “어느 놈이 제천대성이냐! 어서 올라와 목숨을 내놓아라!” 행자와 팔계가 언덕에 서서 그 요정의 차림새를 살펴보니 이러하였다. 머리에 쓴 은빛 투구는 빛이 흰 눈을 능가하고, 몸에 걸친 투구 달린 갑옷은 윤기가 가을 서리와 겨루었다. 그 위에 비단 정포를 덮었으니 참으로 채운이 옥을 감싼 듯하고, 허리에 무소뿔 무늬 띠를 둘렀으니 꽃구렁이가 금을 감은 듯하였다. 손에 쥔 월아삼은 노을이 날고 번개가 번쩍이며, 발에 신은 돼지가죽 장화는 물결을 갈랐다. 멀리 보면 머리 하나요 얼굴 하나인데, 가까이 보면 사방이 모두 사람이었다. 앞에도 눈, 뒤에도 눈이라 팔방을 두루 보고, 왼쪽에도 입, 오른쪽에도 입이라 아홉 입으로 말하였다. 한 번 고함치니 긴 허공이 울리고, 학이 울며 구천을 꿰뚫는 듯하였다.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음을 보고 다시 한 번 외쳤다. “어느 놈이 제천대성이냐?” 행자가 금고를 누르고 쇠몽둥이를 다듬으며 말했다.

“이 늙은 손이 그놈이니라.” 요괴가 말했다. “네 집이 어디며 네 몸은 어디서 났느냐! 어찌 제새국에 이르러 그 왕과 함께 탑을 지키며, 내 부하를 잡아 가두고, 감히 내 보배로운 산에 올라와 싸움을 걸었느냐?” 행자가 꾸짖어 말했다. “이 도둑 요괴야, 네 손 할아버지도 몰라보는구나! 앞으로 나와 내 말을 들어라. 늙은 손의 조상은 화과산, 큰 바다 가 수렴동이로다. 어려서 닦아 불괴의 몸을 이루니 옥황께서 나를 제천성에 봉하셨느니라. 두우궁을 크게 어지럽혀 하늘의 여러 신이 당해 내기 어렵더라. 여래를 청해 묘한 법을 펴니 가없는 지혜가 범상한 쓰임이 아니더라. 근두운을 뒤집어 신통을 겨루니 손이 산이 되어 나를 무겁게 눌렀고, 오백 년이 지나서야 관세음이 권하여 겨우 목숨을 건졌느니라.”

오백 년이 지나 관세음이 권해 겨우 살아났노라. 대당 삼장이 서천에 올라 멀리 영산을 절해 불경을 구하네. 내 몸을 풀어 그를 보호하고 마귀를 다스려 수행을 따르네. 길에서 서역 제새성을 만나니 스님 삼대가 억울히 죽었더라. 우리가 자비로 옛 정을 물으니 탑에 빛이 없기 때문이로다. 스승이 탑을 쓸며 살피는데 밤이 삼경에 이르러 고요하더라. 물고기 정령을 잡아 자백을 받으니 네가 보배를 훔쳤다 하더라. 도둑질에 합세한 이 용왕, 공주는 만성이라 하더라. 피비를 뿌려 탑의 빛을 적시고 그 보배를 훔쳐 쓰더라. 전각 앞 공술에 거짓이 없으니 임금의 분부로 여기 왔노라. 그래서 찾아와 싸움을 청하노니 다시는 내 성을 묻지 말라. 어서 보배를 내어 돌려주라, 네 온 집안을 살려 주리라. 무지하게 날뛴다면 물 마르고 산 무너져 다 망하리라!” 그 부마가 그 말을 듣고는 빙긋이 비웃으며 말했다. “너희는 본래 경을 구하러 가는 중이면서,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어 참견하는구나! 내가 그의 보배를 훔쳤고 네가 부처의 경문을 취하니, 네게 무슨 상관이 있어 싸우러 왔느냐!” 행자가 말했다. “이 도둑 요괴야, 참으로 이치를 모르는구나! 내가 비록 그 나라 왕의 은혜를 받은 것도, 그의 물과 곡식을 먹은 것도 아니니 그를 위해 힘쓸 까닭이 없다고 하겠다마는, 네가 그의 보배를 훔치고 그의 보탑을 더럽히며 여러 해 동안 금광사 스님들을 억울하게 고생시켰느니라. 그는 나와 한 문중의 같은 기운이라, 내가 어찌 그를 위해 힘을 쓰고 억울함을 밝혀 주지 않겠느냐?” 부마가 말했다. “네가 그리하려 한다면 승부를 겨루자는 셈이로다. 흔히 이르기를 무술은 착하게 굴 수 없다 하였나니, 다만 손을 쓰는 자리에서 정을 남기지 못하여 자칫 네 목숨을 상하게 하고, 네가 경을 구하러 가는 일을 그르칠까 두렵구나!” 행자가 크게 노하여 꾸짖어 말했다.

“이놈의 도둑 요괴야, 무슨 큰 재주가 있어 감히 큰소리를 치느냐! 올라와서 이 영감의 몽둥이를 받아라!” 그 부마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월아삼으로 쇠몽둥이를 받쳐 막으니, 그 난석산 머리에서 벌어진 이 한 판의 싸움은 참으로 볼 만하였다. 요마가 보배를 훔쳐 탑이 빛을 잃고, 행자가 요괴를 잡아 왕에 보답하네. 작은 요괴는 살아 달아나 물속으로 돌아가고, 늙은 용은 간이 터져 서로 의논하네. 구두부마가 위풍을 떨치며 갑옷 걸치고 나서 평소의 힘을 펴네. 제천대성 손오공이 성을 내니 금고봉이 일어나 매우 강하도다. 저 요물은 아홉 머리에 열여덟 눈이라 앞뒤로 털끝 같은 빛을 뿜고, 이 행자는 한 쌍의 쇠팔에 천 근의 힘이라 자욱하게 상서로움이 함께하네. 삽은 초생달이 막 나타난 듯하고, 몽둥이는 만 리에 서리가 날리는 듯하네. 그는 “네가 무슨 상관으로 불평을 갚느냐!” 하고, 나는 “네가 보배를 훔쳤으니 참으로 나쁘다!” 하네. 이놈의 도둑아, 경망스레 굴지 말고 보배를 돌려주어 평안을 얻어라! 몽둥이가 맞서고 삽이 받치며 승부를 다투나, 승패는 보이지 않고 싸움터만 벌어지네.

그 둘은 이리저리 오가며 서른여러 합을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저팔계가 산 앞에 서 있다가 그들이 한창 신나게 싸우는 것을 보고는 쇠스랑을 들어 요정의 등 뒤에서 한 번 찔렀다. 그런데 그 요괴는 아홉 머리가 돌 때마다 모두 눈이라 훤히 보고 있었으므로, 팔계가 등 뒤로 오는 것을 보고 곧 삽 자루로 쇠스랑을 받치고 삽머리로 쇠몽둥이를 막아 냈다. 또 다섯 일곱 합을 버티더니, 앞뒤에서 함께 휘두르는 것을 당해 내지 못하고는 한바탕 구른 뒤 허공으로 뛰어올라 본모습을 드러내니, 바로 구두충이었다. 그 형상을 보니 몹시 사납고 그 모습을 보니 사람을 놀라 죽일 만하였다. 그 생김새는 이러하였다. 털과 깃은 비단을 펼친 듯하고, 몸은 솜을 뭉친 듯하도다. 너비는 한 장 두 자쯤 되고, 길이는 원과 자라의 모습과 같도다. 두 발의 끝은 갈고리처럼 날카롭고, 아홉 머리는 한곳에 모여 있도다. 날개를 펴면 날아오르기를 잘하여 큰 붕새라도 그 힘을 당하지 못하고, 소리를 내면 멀리 하늘가까지 울려 신선의 학보다 더 높이 우짖도다. 눈이 많아 번쩍이며 금빛을 흔들고, 기개가 높아 범상한 새와는 다르도다.

저팔계가 그것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 “형이여! 내가 사람이 되어서도 이토록 사나운 짐승은 일찍이 본 적이 없사옵니다!”

“어떤 피와 기운이 이런 금수를 낳았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참으로 드물구나! 참으로 드물어! 내가 쫓아가서 쳐 보리라!” 훌륭한 대성이로다. 급히 상서로운 구름을 몰아 허공으로 뛰어올라 쇠몽둥이로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그 요물은 크게 몸을 드러내며 날개를 펴 비스듬히 날아올라, 쌩 하고 몸을 돌려 산 앞으로 스치더니 허리 가운데서 또 머리 하나를 내밀어 피 묻은 대접만 한 입을 벌리고는, 팔계를 갈기째 한 입에 물어 반은 끌고 반은 당겨 벽파담 물속으로 끌고 내려가 버렸다. 용궁 밖에 이르러서는 다시 전의 모습으로 변하여 팔계를 땅에 내동댕이치고는 외쳤다. “아이들아, 어디 있느냐?” 그 안에서 청어와 백어, 잉어와 쏘가리 따위 물고기 정령과 거북·별·원·자라 따위 껍데기 있는 요괴가 한꺼번에 몰려나와 “여기 있사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부마가 말했다. “이 중을 저기 묶어 두어라. 나의 순찰하던 병졸의 원수를 갚아 주겠노라!” 요정들이 밀치며 떠들썩하게 팔계를 들어 옮기고 있을 때, 그 늙은 용왕이 기뻐하며 마중 나와 말했다. “어진 사위가 공을 세웠구려. 어찌하여 그를 잡아 왔느냐?” 그 부마가 위의 사정을 한 차례 이야기하니, 늙은 용이 곧 술자리를 베풀어 공을 축하하게 하였으나, 이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 둔다.

각설하고 손행자가 요정이 팔계를 사로잡은 것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두려워하며 말했다. “이놈이 이토록 사납구나!”

“내가 조정으로 돌아가 스승님을 뵙자니 그 나라 왕이 나를 비웃을까 두렵고, 입을 열어 싸움을 걸자니 나는 홀몸인 데다 물 위의 일에도 익숙지 않구나. 우선 내가 변신하여 들어가서 그 요괴가 이 멍청이를 어찌 다루는지 보고, 기회가 닿거든 그를 훔쳐 내어 일을 도모하리라.” 훌륭한 대성이로다. 주문을 외우고 몸을 한 번 흔들어 변하니 다시 게 한 마리가 되어, 물속으로 뛰어들어 곧장 패루 앞에 이르렀다. 이 길은 그가 앞서 우마왕을 습격하여 금정수를 훔칠 때 익혀 둔 길이었다. 궁궐 아래까지 이르러 옆으로 기어 건너가니, 그 늙은 용왕과 구두충이 온 집안이 기뻐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행자가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하고 동쪽 회랑 아래로 기어 가니, 새우 정령과 게 정령 몇이 어수선하게 떠들며 놀고 있었다. 행자가 한참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그 말투와 말씨를 흉내 내어 물었다. “부마 할아버지가 잡아 온 그 긴 주둥이 중은 이제 죽었느냐?” 요정들이 말했다. “죽지는 않았네. 서쪽 회랑 아래에 묶여 신음하는 이가 바로 그 사람이지.” 행자가 그 말을 듣고는 다시 살그머니 서쪽 회랑으로 기어 가니, 참으로 그 멍청이가 기둥에 묶인 채 신음하고 있었다. 행자가 다가서며 말했다. “팔계야, 나를 알아보겠느냐?” 팔계가 그 소리를 듣고 행자인 줄 알고는 말했다. “형님, 어찌된 일이오! 도리어 이놈에게 붙잡히고 말았소!” 행자가 사방에 사람이 없음을 살피고는 집게로 밧줄을 끊어 끊으며 어서 가자 하니, 그 멍청이가 손이 풀리자 말했다. “형님, 내 병기가 그에게 거두어졌으니 어찌하오?” 행자가 말했다. “너는 어디에 거두어 두었는지 아느냐?” 팔계가 말했다. “그 요괴에게 붙잡혀 궁전 위로 올라갔소.” 행자가 말했다. “네가 먼저 패루 아래로 가서 나를 기다려라.” 팔계는 목숨을 건져 살그머니 빠져나왔다. 행자가 몸을 돌려 궁전으로 기어 올라가 살펴보니 왼쪽 아래에 빛이 촘촘히 빛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팔계의 쇠스랑이 빛을 내고 있었다. 은신법을 써서 스랑을 훔쳐 내어 패루 아래에 이르러 외쳤다. “팔계야! 병기를 받아라!”

그 멍청이가 스랑을 얻고는 말했다. “형님, 형님이 먼저 가시오. 이 늙은 돼지가 궁전으로 쳐들어가겠소. 이기면 그 집안을 모조리 잡아 가두고, 지게 되면 패하여 나올 터이니 형님은 이 못가에서 구원하시오.” 행자가 크게 기뻐하며 조심하라고만 일렀다. 팔계가 말했다. “그놈이 무섭지 않소! 물속의 재주는 나도 조금은 있소.” 행자가 그를 놓아두고 물 위로 떠올랐으나, 이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 둔다.

이 팔계는 검은 직철 차림을 단단히 묶고 두 손에 스랑을 쥐고는 한바탕 고함치며 쳐들어갔다. 그 바람에 크고 작은 물족들이 허둥지둥 궁전으로 달려 올라가며 외쳤다. “큰일 났다! 긴 주둥이 중이 밧줄을 끊고 도로 쳐들어왔다!” 그 늙은 용과 구두충이 온 집안이 미처 손을 쓸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 숨고 도망하였다. 이 멍청이는 죽고 사는 것을 돌보지 않고 궁전으로 뛰어올라 가는 길로 스랑을 휘둘러 문짝을 부수고 탁자를 깨뜨리며, 술 마시던 그릇 따위를 모조리 박살 냈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서 이르기를, 목모가 수괴에게 붙잡히니 심원이 차마 버리지 못하고 괴로이 찾아오네. 몰래 묘계를 써서 자물쇠를 열고, 크게 신위를 드러내니 노여움이 깊도다. 부마는 급히 공주를 이끌고 숨고, 용왕은 벌벌 떨며 소리를 잃었네. 수궁의 붉은 궁궐 문과 창이 부서지고, 용자 용손은 모두 넋을 잃었네. 이 한바탕에 팔계가 대모 병풍을 때려 가루로 만들고 산호 나무를 내동댕이쳐 시들게 하였다. 그 구두충은 공주를 안쪽에 숨겨 두고 급히 월아삼을 들어 앞 궁전으로 달려가며 호통쳤다. “이놈의 무식한 돼지야! 어찌 감히 마음을 속이고 내 권속을 놀라게 하느냐!” 팔계가 꾸짖었다. “이 도둑 요괴야, 네가 어찌 감히 나를 잡아 왔느냐! 이번 판은 내 일이 아니라 네가 나를 집으로 불러들여 맞게 한 것이니라! 어서 보배를 내어 나에게 돌려주고 왕을 뵙고 일을 끝내라. 그렇지 않으면 결코 네 집안의 목숨을 살려 두지 않으리라!” 그 요괴가 어찌 봐주겠느냐. 이를 악물고 팔계와 맞붙었다. 그 늙은 용이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고 용자 용손을 거느리고 저마다 창과 칼을 들고 일제히 공격해 왔다. 팔계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보고 스랑을 헛되이 한 번 휘두른 뒤 몸을 빼 달아나니, 그 늙은 용이 무리를 거느리고 뒤쫓았다. 잠시 뒤 물 밖으로 튀어 올라 모두 못 위에서 뒤집히며 날뛰었다. 각설하고 손행자가 못가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이 팔계를 뒤쫓아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는 구름과 안개를 반쯤 밟고 쇠몽둥이를 빼어 “달아나지 마라!” 하고 외치며 단 한 번에 그 늙은 용의 머리를 흐물흐물하게 때려 부수었다.

가련하게도 피가 못 가운데 튀어 붉은 물이 넘실거리고, 시체가 물결 위에 떠오르며 부서진 비늘이 떠다녔다. 놀란 용자 용손이 각자 목숨을 걸고 달아나고, 구두부마는 용의 시체를 거두어 궁전으로 돌아갔다.

행자와 팔계는 더 뒤쫓지 않고 언덕으로 올라와 지난 일을 낱낱이 이야기하였다. 팔계가 말했다. “이놈의 예기가 꺾였소! 내가 그 스랑을 휘둘러 쳐들어갈 적에 낙화유수로 두들겨 혼이 흩어지고 넋이 날아가게 만들었소. 막 그 부마와 싸우는데 늙은 용왕이 뒤쫓아 왔으니, 형님이 때려 죽인 덕을 보았소. 그놈들이 돌아가면 틀림없이 상을 치르고 상복을 입을 터이니 결코 나오려 하지 않을 것이오. 그런데 또 날이 저물었으니 어찌하면 좋소?” 행자가 말했다. “날이 저물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이 기회를 타서 네가 다시 내려가 공격하여, 반드시 보배를 꺼내야 조정으로 돌아갈 수 있느니라.” 그 멍청이는 마음이 늘어지고 뜻이 흩어져 어기적거리며 핑계를 대니, 행자가 재촉하여 말했다.

“아우야, 의심이 많을 것 없다. 아까처럼 그놈을 끌어내어 내가 때리게 하라.” 두 사람이 막 의논하고 있는데, 문득 거센 바람이 굴러오고 참담한 안개가 자욱하더니 갑자기 동쪽에서 곧장 남쪽으로 지나갔다. 행자가 자세히 살펴보니 이는 이랑현성이 매산육형제를 거느리고 매와 개를 부리며 여우와 토끼를 메고 노루와 사슴을 들쳐 멘 채, 저마다 허리에 굽은 활을 차고 손에 날카로운 칼을 든 모습으로 바람과 안개를 타고 씩씩하게 오고 있었다. 행자가 말했다. “팔계야, 저들은 나의 칠성 형제들이니 마침 잘됐다. 그들을 붙잡아 청하여 나와 함께 싸움을 돕게 하자. 성공한다면 참으로 큰 기회가 되리라.” 팔계가 말했다. “형제라면 마땅히 모셔 청해야 하오.” 행자가 말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 현성 형님이 계시니, 내가 일찍이 그에게 항복을 받았던 터라 그를 만나기가 쑥스럽구나. 네가 가서 구름머리를 막아서며 ‘진군이시여, 잠시 멈추시옵소서. 제천대성이 여기서 절을 올리옵니다’ 하고 외쳐라. 그가 나라는 말을 들으면 틀림없이 멈출 것이다. 그가 자리를 잡으면 내가 가서 뵙겠다.” 그 멍청이가 급히 구름머리를 몰아 산으로 올라가 길을 막고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진군이시여, 수레를 잠시 멈추시옵소서. 제천대성이 뵙기를 청하옵니다.” 그 할아버지가 그 말을 듣고는 곧 명령을 내려 육형제를 멈추어 세우고, 팔계와 인사를 나눈 뒤 물었다. “제천대성이 어디 계신가?” 팔계가 말했다. “산 아래에서 부르시기를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이랑신이 말했다. “형제들아, 어서 가서 모셔 오너라.” 육형제란 곧 강과 장, 요와 리, 곽과 직이니, 저마다 진영에서 나와 외쳤다. “손오공 형님, 큰 형님이 청하십니다.” 행자가 앞으로 나아가 무리에게 인사를 올리고 함께 산으로 올라갔다. 이랑신 할아버지가 마중 나와 손을 잡고 부축하며 함께 만나 말했다. “대성이여, 그대가 큰 어려움을 벗어나 계를 받고 불문에 들어, 머지않아 공을 마치고 연꽃 자리에 높이 오르리니 축하할 만하구려! 참으로 축하할 만하구려!” 행자가 말했다. “감당치 못할 말씀이옵니다. 지난번에 크나큰 은혜를 입었사오나 잠시 동안도 갚지 못하였사옵니다. 어려움을 벗어나 서쪽으로 가고는 있사오나 공덕이 어떠할지 알 수 없사옵니다. 이번에 길에서 제새국을 지나다 스님들의 재난을 구하고 여기서 요괴를 잡아 보배를 찾고 있사옵니다. 마침 형님의 수레 행차를 뵙고는 감히 붙잡아 도움을 청하옵나니, 형님이 어디서 오시는 길인지 모르겠사옵고 기꺼이 받아 주시겠는지 알 수 없사옵니다.” 이랑신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한가하여 할 일이 없어 여러 형제와 사냥을 나섰다가 돌아가는 길이오. 다행히 대성이 버리지 않고 만나자 하니 옛 정이 넉넉히 느껴지는구려. 힘을 보태어 요괴를 항복받으라 하신다면 어찌 명을 어기겠소! 그러나 이곳이 어떤 요적의 소굴인지 모르겠구려.” 육성이 말했다. “큰 형님은 잊으셨소? 이곳이 난석산이오, 산 아래가 벽파담이니 만성용왕의 용궁이오.” 이랑신이 놀라며 말했다. “만성 늙은 용은 일을 일으키지 않는 이거늘, 어찌 감히 탑의 보배를 훔쳤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그가 요즈음 부마 하나를 얻었는데 바로 구두충이 정기가 된 자이옵니다. 장인과 사위 둘이 도둑이 되어 제새국에 피비를 한 차례 내리고, 금광사 탑 꼭대기의 사리 불보를 훔쳐 왔사옵니다. 그 나라 왕은 그 뜻을 알지 못하고 스님들만 붙잡아 고문하고 있사옵니다. 저의 스승이 자비로이 밤에 탑을 쓸다가, 내가 탑 위에서 두 작은 요괴를 붙잡았사온데 그가 보내어 염탐하러 온 자들이었사옵니다. 오늘 아침 조정으로 압송하자 낱낱이 자백하였사옵니다.”

그 나라 왕이 곧 우리 스승에게 항복받아 주시기를 청하였고, 스승께서 우리에게 여기 오라 하셨사옵니다. 첫 판의 싸움에서 구두충이 허리에서 머리 하나를 내밀어 팔계를 물어 갔사옵고, 나는 또 변신하여 물속으로 내려가 팔계를 풀어 주었사옵니다.

그리고 막 크게 한 판을 싸워 내가 그 늙은 용을 때려 죽였사온데, 그놈들이 시체를 거두어 상복을 입고 가 버렸사옵니다. 우리 둘이 막 싸움을 청하려 의논하고 있는데 형님의 의장이 내려오시는 것을 뵙고, 이리 가볍게 외람된 청을 드린 것이옵니다.” 이랑신이 말했다. “늙은 용을 이미 상하게 하였으니 바로 그들을 쳐서 손을 쓸 틈을 주지 않는다면 그 소굴까지 모조리 없애 버릴 수 있지 않겠소?” 팔계가 말했다. “그러하오나 날이 저물었으니 어찌하오?” 이랑신이 말했다. “병가에서 이르기를 정벌은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하였거늘, 날이 저무는 것이 무에 두렵소!” 강과 요, 곽과 직이 말했다. “큰 형님, 서두르지 마시오. 그놈의 처자식이 여기 있으니 달아날 데가 없을 것이오. 손 둘째 형님도 귀한 손님이시오, 저강렬도 바른 과위로 돌아왔으니, 우리 진영에 가져온 술과 안주가 있으니 아이들에게 불을 피워 여기에 차리게 합시다. 한편으로 두 분의 경사를 축하하고, 또 한편으로 정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오. 이 밤 즐겁게 보내고 날이 밝아 싸움을 청해도 늦지 않소.” 이랑신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아우의 말이 매우 옳구나.” 그리고는 작은 군사에게 차리라 명하였는데, 행자가 말했다. “여러분의 후한 정을 감히 굳이 사양하지 못하겠사옵니다. 다만 중이 된 뒤로는 모두 재계하는 몸이라 육식과 채식이 불편할까 염려되옵니다.” 이랑신이 말했다. “채소와 과일이 있고 술도 소주이니라.” 여러 형제가 별빛과 달빛 아래에서 하늘을 덮고 땅을 자리 삼아 잔을 들어 옛정을 나누었다.

이야말로 적막하면 밤이 더 길고 즐거우면 밤이 짧다 하였거늘, 어느새 동쪽이 훤히 밝아 왔다. 그 팔계가 술 몇 잔을 마시고 신이 나서 말했다. “날이 밝아 오는구나. 이 늙은 돼지가 물속으로 내려가 싸움을 청하겠소.” 이랑신이 말했다. “원수는 조심하시오. 그놈을 끌어내기만 하면 우리 형제들이 손을 쓸 터이오.”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오! 내가 아오! 보시오, 그가 옷을 여미고 스랑을 쥐고는 분수법을 써서 뛰어 내려가 곧장 그 패루 아래에 이르러 고함을 치며 전각 안으로 쳐들어갔다. 이때 그 용자는 삼베를 걸치고 용의 시체를 보며 울고 있었고, 용손과 그 부마는 뒤에서 관을 거두고 있었다. 이 팔계가 욕하며 앞으로 나서니 손을 드는 곳마다 스랑머리가 무겁게 떨어져, 그 용자의 머리를 통째로 찍어 한 번에 아홉 개의 구멍을 내었다. 놀란 용파와 무리가 안쪽으로 우르르 달아나며 울었다. “긴 주둥이 중이 또 내 아들을 때려 죽였다!” 그 부마가 그 말을 듣고는 곧 월아삼을 들어 용손을 데리고 밖으로 쳐 나왔다. 이 팔계가 스랑을 들어 맞서며 싸우고 물러나기를 거듭하다가 물 밖으로 뛰어올랐다. 이 언덕에서 제천대성과 일곱 형제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창과 칼을 마구 찌르니, 그 용손을 몇 토막의 고기떡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부마가 일이 잘못됨을 보고는 산 앞에서 한바탕 구른 뒤 또 본모습을 드러내어 날개를 펴고 빙빙 날아올랐다. 이랑신이 곧 금활을 꺼내 은탄을 얹고 활을 가득 당겨 위를 향해 쏘았다. 그 요괴가 급히 날개를 접고 옆으로 스쳐 가며 이랑신을 물려 하였는데, 허리 가운데서 막 머리 하나를 내미는 순간 그날랜 개가 뛰어올라 왕 하고 한 입에 그 머리를 피칠갑이 되게 물어 뜯어 버렸다. 그 요물은 아픔을 참고 목숨을 걸고 달아나 곧장 북해로 가 버렸다. 팔계가 뒤쫓으려 하자 행자가 말렸다. “그놈을 쫓지 말라. 궁지에 몰린 적은 쫓지 않는 법이니라. 그놈이 날랜 개에게 머리를 물렸으니 틀림없이 죽을 확률이 크고 살 확률이 적으니라. 내가 그놈의 모습으로 변할 터이니, 네가 물길을 헤치며 나를 쫓아 들어가 그 공주를 찾아 보배를 속여 내자.” 이랑신과 육성이 말했다. “그놈을 쫓지 않는 것도 좋으나, 이런 종류를 세상에 남겨 두면 반드시 뒷사람의 해가 되리라.” 지금도 구두충이 피를 떨어뜨린다는 것이 있으니, 바로 그 남겨진 종자이니라.

그 팔계가 말대로 물길을 헤치니 행자가 요괴의 모습으로 변하여 앞서 가고, 팔계가 고함을 치며 뒤쫓았다. 점점 용궁까지 쫓아가니, 그 만성공주가 말하는 것이 들렸다. “부마님, 어찌 그리 놀라십니까?” 행자가 말했다. “그 팔계가 이겨서 나를 쫓아 들어왔소. 그를 당해 낼 수 없을 듯하오.

어서 보배를 잘 감추어 두시오!” 그 공주는 급한 나머지 참과 거짓을 가릴 겨를이 없어, 곧 뒤채에서 순금으로 된 함 하나를 꺼내어 행자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것이 불보이옵니다.” 또 백옥으로 된 함 하나를 꺼내어 역시 행자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것이 구엽영지이옵니다. 그대가 이 보배를 가지고 가서 감추어 두고, 내가 저팔계와 두세 합을 겨루어 그를 막아 둘 터이니, 그대는 보배를 잘 간수한 뒤에 나와 함께 그와 싸우시오.” 행자가 두 함을 몸에 지니고는 얼굴을 한번 쓸어 본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공주여, 내가 부마로 보이느냐?” 공주가 당황하여 함을 빼앗으려 하는데, 팔계가 달려 올라가 등에 스랑을 한 번 찍어 땅에 쓰러뜨렸다. 또 늙은 용파 하나가 몸을 빼어 달아나려다가 팔계에게 붙잡혀 스랑을 들어 막 찍으려는 순간, 행자가 말했다. “잠깐! 그를 죽이지 말라. 산 것을 하나 남겨 두어야 나라에 가서 공을 보여 주기 좋으니라.” 마침내 용파를 물 위로 끌어내었다. 행자가 뒤따라 두 함을 받들고 언덕으로 올라와 이랑신에게 말했다. “형님의 위력에 힘입어 보배를 얻고 요적을 말끔히 쓸었나이다.” 이랑신이 말했다. “한쪽은 그 나라 왕의 큰 복이 하늘에 닿은 것이요, 또 한쪽은 그대 형제의 신통이 한량없는 것이니, 내게 무슨 공이 있겠소!”

형제들이 모두 말했다. “손 둘째 형님이 이미 공을 이루었으니 우리는 여기서 작별하겠소.” 행자가 끝없이 감사하며 함께 왕을 뵙고 가자고 붙잡았으나 여러분이 승낙하려 하지 않고 마침내 무리를 거느리고 관구로 돌아갔다.

행자가 함을 받들고 팔계가 용파를 끌며 반은 구름 반은 안개를 타고 잠깐 사이에 나라 안에 이르렀다. 그 금광사에서 풀려난 중들이 모두 성 밖에서 마중하고 있다가, 그 둘이 구름과 안개를 거두는 것을 보고는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절하며 성 안으로 맞아들였다. 그때 왕과 당승이 전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곳에 먼저 가 있던 중이 담력을 내어 조정 문으로 들어가 아뢰었다. “만세, 손과 저 두 분이 도적을 잡고 보배를 얻어 오셨사옵니다.” 그 왕이 그 말을 듣고는 급히 전각에서 내려와 당승과 사오정과 함께 마중 나가 신령한 공을 끝없이 칭송하며 감사하고는, 곧 잔치를 베풀어 은혜에 보답하라 명하였다. 당삼장이 말했다. “아직 술을 내리실 것 없사옵니다. 작은 제자가 탑 가운데의 보배를 돌려놓은 뒤에야 잔치를 여셔도 늦지 않사옵니다.” 당삼장이 또 행자에게 물었다. “너희가 어제 나라를 떠났거늘 어찌하여 오늘에야 왔느냐?” 행자가 부마와 싸우고 용왕을 때려 죽이고 진군을 만나 요괴를 물리친 일과, 변신하여 보배를 속여 낸 일을 낱낱이 한 차례 이야기하였다. 당승과 왕, 크고 작은 문무가 모두 기쁨을 이기지 못하였다. 왕이 또 물었다. “용파가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느냐?” 팔계가 말했다. “용왕의 아내로많은한 용손을 낳았거늘 어찌 사람의 말을 모르겠소?” 왕이 말했다. “사람의 말을 안다면 어서 앞뒤로 도둑질한 일을 말하라.” 용파가 말했다. “불보를 훔친 일은 나는 전혀 알지 못하옵니다. 모두 내 지아비인 용왕과 그 부마 구두충이 당신네 탑 위의 빛이 불가의 사리자인 줄 알고, 삼 년 전에 피비를 내려 그 틈을 타 훔쳐 간 것이옵니다.” 왕이 또 물었다. “영지초는 어떻게 훔쳤느냐?”

용파가 말했다. “다만 내 작은딸 만성공주가 몰래 대라천 위 영소전 앞에 들어가 왕모님의 구엽영지초를 훔친 것이옵니다. 그 사리자가 이 풀의 선기를 얻어 온양되면 천 년을 상하지 않고 만 년을 빛을 내어, 땅에 가거나 논에 가서 한 번 쓸기만 하여도 만 갈래의 노을빛과 천 갈래의 상서로운 기운이 이는 것이옵니다. 이제 그대들이 빼앗아 간 바람에 내 지아비는 죽고 자식은 끊겼으며, 사위는 잃고 딸은 죽었사오니, 부디 천만 번 내 목숨만은 살려 주시옵소서!” 팔계가 말했다. “바로 용서하지 않을 터다!” 행자가 말했다. “집안이 모두 범을 짓지는 않았으니 내가 너를 용서하리라. 다만 너로 하여금 오래도록 나를 대신해 탑을 지키게 하려는 것뿐이니라.” 용파가 말했다. “좋은 죽음만 못한 것이 괴로운 삶이라 하였사옵니다. 내 목숨만 남겨 주신다면 무슨 일이든 시키시는 대로 하옵니다.” 행자가 쇠사슬을 가져오라 하니 곁에 있던 관리가 쇠사슬 하나를 가져왔고, 용파의 비파골을 꿰어 사오정에게 일렀다. “왕을 청하여 우리가 탑을 안치하는 것을 보시게 하라.” 그 왕이 곧 수레를 갖추어 당삼장과 손을 잡고 조정을 나섰으며, 문무 여러 관원이 금광사로 따라 올라갔다. 사리자를 제십삼층 탑 꼭대기의 보병 가운데 안치하고, 용파를 탑의 중심 기둥에 묶어 두었다. 행자가 진언을 외워 본국의 토지신과 성황, 그리고 이 절의 가람을 불러내어 사흘마다 음식 한 끼를 보내 이 용파가 연명하게 하라 이르고, 조금이라도 어긋남이 있으면 곧 참형에 처하라 하니 여러 신이 은밀히 명을 받들었다. 행자는 또 영지초를 가지고 십삼층 탑을 층층이 쓸어 병 안에 넣어 사리자를 온양하였다. 이에 이르러야 낡은 것이 새것처럼 가지런해져, 노을빛이 만 갈래요 상서로운 기운이 천 갈래가 되어, 여전히 팔방이 함께 보고 사방 나라가 함께 우러러보게 되었다. 탑 문을 내려와 왕이 감사하며 말했다. “늙은 부처와 세 보살이 여기 오시지 않았다면 어찌 이 일을 밝힐 수 있었겠소!” 행자가 말했다. “폐하, 금광 두 글자가 좋지 않사옵니다. 오래 머물 물건이 아니옵니다. 쇠는 흘러다니는 물건이요 빛은 번쩍이는 기운이옵니다. 빈승이 폐하를 위해 이 한바탕 수고하였사오니, 이 절을 복룡사로 고쳐 영원히 남게 하옵소서.” 그 왕이 곧 이름을 바꾸고 새 편액을 걸라 명하였으니, 이는 “칙건호국복룡사”이었다. 한편으로는 어연을 차리고, 한편으로는 화공을 불러 네 제자의 모습을 그리게 하고 오봉루에 이름을 적었다. 왕이 수레를 갖추어 당승 사도를 전송하며 금과 옥을 내려 보답하려 하였으나, 사도들이 굳이 사양하고 한 톨도 받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 이러하다.

사악한 요괴를 잘라 내니 온 경계가 고요하고, 보탑이 빛을 되찾아 대지가 밝도다.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