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이러하다. 제새국 국왕이 당삼장 사도들이 보물을 얻고 요괴를 사로잡아 준 은혜에 사례하였으나, 하사한 금옥은 털끝만큼도 받지 않고, 도리어 직숙 관리에게 명하여 네 사람이 늘 입던 옷을 본떠 두 벌씩, 신과 버선을 두 켤레씩, 띠와 고리를 두 개씩 만들게 하였다. 또 마른 양식과 볶은 먹을거리를 갖추어 통행 문서를 갈아 주고, 가마 행차를 크게 벌여 문무 여러 관원과 온 성 백성, 복룡사 승려들이 피리와 북을 불고 치며 네 사람을 성 밖으로 전송하였다. 이십 리쯤 가서 먼저 국왕에게 하직하였고, 나머지 사람들은 또 이십 리를 배웅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복룡사 승려들은 오륙십 리를 배웅하고도 돌아가지 않으며, 어떤 이는 함께 서천에 가겠다 하고, 어떤 이는 수행하며 모시겠다 하였다. 행자가 모두 돌아가지 않음을 보고 수단을 부려, 털을 서른에서 마흔 가닥쯤 뽑아 선기를 한 입 불어넣고 “변해라!” 외치니, 모두 얼룩덜룩한 사나운 호랑이로 변해 앞길을 막고 포효하며 날뛰었다. 승려들이 그제야 두려워 감히 나아가지 못하니, 대성이 스승을 이끌고 말을 몰아 떠났다. 잠시 뒤 멀어지자 승려들은 목 놓아 울며 모두 외쳤다. “은혜롭고 의리로우신 나리시여! 저희는 인연이 없어 제도해 주지 않으시는구나!”
승려들이 통곡하는 이야기는 접어 두고, 사도 네 사람은 큰길로 올라서서 그제야 털을 거두고 줄곧 서쪽으로 갔다. 참으로 절기는 쉽게 옮겨 가는 것이라, 어느새 겨울이 저물고 봄이 닿아 따뜻하지도 춥지도 않으니 한가로이 길 가기에 알맞았다. 홀연히 긴 고개 하나가 보였는데, 고개 꼭대기가 바로 길이었다. 삼장이 말고삐를 당겨 살펴보니, 고개 위로는 가시덤불이 갈래갈래 뻗고 담쟁이와 덩굴이 휘감겨 있어, 길의 자취는 있으나 좌우가 모두 가시와 바늘뿐이었다. 당승이 외쳤다. “제자야, 이 길을 어찌 걸어가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어찌 가지 못하겠나이까?”
당승이 또 말했다. “제자야, 길 자취는 아래에 있고 가시덤불은 위에 있으니, 뱀이나 벌레가 땅에 엎드려 기는 수밖에 없겠구나. 너희가 걷자니 허리도 펴기 어려울 터인데, 나보고 어찌 말을 타란 말이냐?” 저팔계가 말했다. “걱정 마옵소서. 제가 쇠갈퀴로 가시를 헤쳐 놓을 터이니, 말 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가마를 메고 가더라도 무사히 지나가게 해 드리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너에게 힘은 있으나 오랜 길을 견디기 어렵고, 얼마나 먼지도 모르는데 어찌 그리 많은 정력을 쏟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의논할 것 없사옵니다. 제가 가서 알아보고 오겠나이다.”
몸을 한 번 솟구쳐 반공중으로 뛰어올라 살펴보니, 바라보아 끝이 없었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땅을 두르고 먼 하늘에 이어졌으며, 자욱한 연기가 비를 머금었구나. 길 좌우로 부드러운 풀잎 어지럽고, 온 산에 푸른 덮개 펼쳐졌네. 빽빽하고 겹겹이 막 잎을 틔우며, 서로 얽히고 걸리며 향기를 뿜는구나. 멀리 보면 어디가 끝인지 모르겠고, 가까이 살피니 푸른 구름 아득한 듯하구나. 자욱하고 보송보송하며, 울창하고 푸르르네. 바람 소리 휭휭 날리고, 햇살 그림자 찬란히 비추는구나. 그 가운데 소나무도 있고 잣나무도 있으며 대나무도 있고, 매화도 많고 버드나무도 많으며 뽕나무는 더욱 많구나. 담쟁이와 덩굴이 늙은 나무를 휘감고, 칡넝쿨이 늘어진 버들을 둘렀네. 둘둘 뭉친 것은 시렁 같고, 서로 이어진 것은 평상 같구나. 어떤 곳은 꽃이 피어 참으로 비단 펼친 듯하고, 까닭 없이 풀이 돋아 멀리 향기를 보내네. 사람이 되어 누가 가시덤불을 겪지 않으리오마는, 서방에 가시덤불 자람을 어디서 보았던가! 행자가 한참 보고 구름머리를 내리누르며 말했다. “스승님, 이곳은 멀구려!” 삼장이 물었다. “얼마나 멀다는 것이냐?” 행자가 말했다. “바라보아 끝이 없사오니, 천 리는 되는 듯하옵니다.” 삼장이 크게 놀라 말했다. “그러면 어찌하면 좋겠느냐?” 사오정이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근심 마옵소서. 저희도 황무지 태우는 이들 본떠 불을 질러 가시덤불을 모조리 태우고 지나가면 되옵니다.” 저팔계가 말했다. “허튼소리 마시오!
황무지를 태우려면 시월이나 십일월쯤, 풀이 시들고 나무가 마를 때라야 불을 붙이기 좋소. 지금은 한창 무성한 때인데 어찌 태운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태운다 한들 사람 놀랄 일이오.” 삼장이 말했다. “그러면 어찌 건너간단 말이냐?” 저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건너가려거든 제 말을 따르소서.” 과연 멍청한 놈이로다. 결을 지으며 주문을 외우고 허리를 한번 굽히고는 “커져라!” 외치니, 곧 이십 장쯤 되는 키로 자라났다. 쇠갈퀴를 한 번 흔들며 “변해라!” 하자 삼십 장쯤 되는 갈퀴 자루로 변하였다. 발을 벌리고 두 손으로 갈퀴를 휘둘러 가시덤불을 좌우로 헤치며 말했다. “스승님, 저를 따라오소서!” 삼장이 보고 매우 기뻐하며 곧 말을 몰아 바짝 뒤따랐다. 뒤에서 사오정이 행장을 메고, 행자도 쇠몽둥이로 헤치며 나아갔다. 이날 종일 손을 놓지 않고 백여 리를 걸어, 날이 저물 무렵 탁 트인 빈터가 보였는데 길 한복판에 비석 하나가 서 있고 그 위에 큰 글자 세 자가 있었으니 “형극령”이요, 아래에 두 줄 열넷의 작은 글자가 있었으니 “가시덤불 얽혀 팔백 리를 뻗었으나, 예로부터 길이 있어도 가는 이 드물다”였다. 저팔계가 보고 웃으며 말했다. “내 늙은 돼지가 두 구절 보태리라. 이제부터 팔계가 뚫어 버리니, 곧장 서방 길 끝까지 평탄하리라!” 삼장이 기꺼이 말에서 내려 말했다. “제자야, 네가 고생이로구나! 우리 이곳에서 오늘 밤을 지내고, 내일 날이 밝거든 다시 가자.” 저팔계가 말했다. “스승님, 머무르지 마옵소서. 이 좋은 날씨에 저희도 흥이 났사오니, 밤을 새워 길을 헤치며 가 버립시다!” 그 장로는 하는 수 없이 따를 뿐이었다.
저팔계가 앞서 힘을 쓰니, 사도들은 손을 놓지 않고 말도 발굽을 멈추지 않아, 또 하룻낮과 하룻밤을 걸었는데 다시 날이 저물었다. 앞쪽은 빽빽이 얽혀 있고, 바람이 대나무 가락을 두드리는 소리와 소나무 소리가 사각거리며 들려왔다. 마침 또 빈터 한 구역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는 옛 사당 하나였고 사당 문 밖에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름을 머금고 복숭아와 매화가 아름다움을 겨루고 있었다. 삼장이 말에서 내려 세 제자와 함께 바라보니, 이러하였다. 바위 앞 옛 사당은 찬 물줄기를 베개 삼아 누웠고, 해 지는 거친 연기가 폐허의 언덕을 잠갔구나. 흰 학 무리 속에 세월이 깊고, 푸른 잡초 단 아래로 절로 봄가을이 흐르네. 대나무가 푸른 패옥을 흔들어 말소리인가 의심되고, 새가 남은 가락을 희롱하며 시름을 하소연하는 듯하구나. 닭과 개 소리도 닿지 않고 사람 자취 드물어, 한가로운 꽃과 들덩굴이 담장을 둘렀네.
행자가 살펴본 뒤 말했다. “이곳은 길한 기운이 적고 흉한 기운이 많사오니, 오래 앉아 있지 맙시다.” 사오정이 말했다.
“사형께서 지나치게 의심하시는구려. 이처럼 인적이 아득히 끊긴 곳에 괴수나 요괴 새도 없다는데 무엇이 두렵단 말이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홀연히 음풍이 일더니, 사당 문 뒤에서 노인 하나가 걸어 나왔다. 머리에는 뿔 달린 두건을 쓰고, 몸에는 담박한 옷을 걸쳤으며, 손에 지팡이를 들고 발에 짚신을 신고 있었다. 뒤에는 푸른 얼굴에 이빨이 드러나고 붉은 수염을 늘어뜨린 적신귀사가 찐 떡 한 접시를 머리에 이고 꿇어앉아 말했다. “대성이시여, 소신은 이 형극령의 토지신이옵니다. 대성께서 이곳에 이르신 줄 알고 대접할 것이 없어, 찐 떡 한 접시를 마련하여 스승님께 올리오니 한 끼씩 드시옵소서. 이 사방 팔백 리에 인가가 없사오니, 조금 드셔 요기를 하옵소서.” 저팔계가 기뻐하며 앞으로 나서 손을 뻗어 곧 떡을 집으려 하였다. 그러나 행자가 이미 오래 유심히 살펴보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잠깐, 멈춰라! 이놈은 좋은 놈이 아니다! 무례하게 굴지 마라! 네가 무슨 토지신이냐, 이 늙은 손오공을 속이러 왔구나! 몽둥이를 받아라!” 그 노인이 그가 내리치는 것을 보고 몸을 한 번 돌리더니 음풍으로 화하여,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장로를 들어 올려 날려 버렸으니 어디로 데려가는지 알 수 없었다. 크게 놀란 대성이 찾을 길이 없고, 저팔계와 사오정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낯빛을 잃었으며, 흰 말도 놀라 울기만 하였다. 세 형제와 말까지 넷이 황홀한 가운데 멀리 두루 살펴보아도 단서조차 없었으니, 앞뒤로 찾아다닌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 둔다.
말하자면, 그 노인이 귀사와 함께 장로를 노을 안개 속 돌집 앞으로 메어다 살그머니 내려놓고 손을 잡아 부축하며 말했다. “성승이시여, 놀라지 마옵소서. 저희는 흉악한 자들이 아니오며 이 형극령의 십팔공이로소이다. 바람 맑고 달 밝은 밤이라, 성승을 모셔 와 벗을 만나 시를 논하며 정회를 풀고자 하였을 뿐이옵니다.” 그 장로가 그제야 마음을 가다듬고 눈을 떠 자세히 살펴보니, 그곳 실로 이러하였다. 아득한 연기와 구름이 머무는 곳, 맑고 맑은 선경의 인가로구나. 몸을 깨끗이 하여 수련하기에 알맞고, 대나무 심고 꽃 가꾸기에 마땅하네. 푸른 바위마다 학이 날아오고, 푸른 못에서는 개구리 우는 소리 들려오네. 천태산의 단조보다 더 나으니, 화악산의 밝은 노을을 기대하리라. 구름 밭 갈고 달 낚는다 말할 것 없거니와, 이곳의 은일이야말로 자랑할 만하구나. 오래 앉아 있으니 그윽한 회포가 바다 같고, 몽롱하게 달빛이 창에 걸친 비단 발에 오르네.
삼장이 살펴보는데 차츰 달이 밝고 별이 총총해지며,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오더니 모두 말했다. “십팔공께서 성승을 모셔 오셨구려.” 장로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세 노인이었는데, 앞의 이는 서리 같은 자태에 풍채가 빼어나고, 둘째는 푸른 귀밑머리가 늘어져 있으며, 셋째는 속이 비고 검푸른 빛깔이었다. 저마다 얼굴과 옷차림이 모두 달랐으나, 다들 삼장에게 예를 갖추었다. 장로가 답례하며 말했다. “제자에게 무슨 덕행이 있다고 감히 여러 선옹께서 아껴 주시나이까?” 십팔공이 웃으며 말했다. “예로부터 성승께서 도가 있으시다 들었사옵고 오래 기다렸거늘, 오늘 다행히 뵙게 되었나이다. 아낌없이 좋은 말씀을 내리시어 편히 앉아 회포를 푸신다면 참된 선기의 정통을 보여 주시리이다.” 삼장이 몸을 굽히며 말했다. “감히 선옹들의 존호를 여쭙겠나이다.” 십팔공이 말했다. “서리 자태는 호가 고직공이요, 푸른 귀밑머리는 호가 능공자이며, 속 빈 이는 호가 불운수이고, 늙은 이 몸은 호를 경절이라 하느니라.” 삼장이 말했다. “네 분 선옹의 존수는 얼마나 되시나이까?” 고직공이 말했다. “내 나이 천 년을 지나왔으니, 하늘을 버티고 잎 무성하여 사시절이 봄이로다. 향기로운 가지 울창하기가 용과 뱀의 형상이요, 부서진 그림자 겹겹이 서리와 눈의 몸이로다. 어려서부터 굳세어 늙음을 견디고, 이제껏 정직하여 진리 닦기를 즐겼네. 까마귀 깃들고 봉황 머무는 범상치 않은 무리요, 띄엄띄엄 빽빽하여 속세의 티끌과는 멀구나.” 능공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 나이 천 년이라 풍상을 업신여기고, 높은 줄기와 신령한 가지에 힘이 절로 굳세도다. 밤이 고요하면 소리 있어 빗방울 떨어지는 듯하고, 가을 갠 날 그늘 그림자는 구름 펼친 듯하구나. 뿌리를 얽어 이미 장생의 비결을 얻었거니와, 목숨을 받음에 더욱 불로의 방술이 마땅하도다. 학을 머물게 하고 용으로 화하는 범속한 무리가 아니니, 창창하고 상쾌하기가 선향에 가깝구나.” 불운수가 웃으며 말했다.
“추위 속에 천 년을 헛되이 보냈거니와, 늙은 경치는 세속에 얽매이지 않아 맑고 그윽하구나. 시끄러운 티끌에 섞이지 않아 끝내 담담하며, 서리와 눈을 겪어 스스로 풍류가 있도다. 일곱 현인을 벗 삼아 함께 도를 논하고, 여섯 일사를 붕우로 삼아 함께 노래를 주고받네. 옥을 부딪고 쇠를 두드림이 자잘하지 않으니, 천성의 정취가 신선의 유희와 같구나.”
경절 십팔공이 웃으며 말했다. “내 또한 천 년이 남짓 되었거니와, 푸르고 늠름하게 곧고 빼어남이 언제나 그대로이로다. 가련하구나, 비와 이슬이 기른 힘이여, 하늘과 땅의 조화로운 기틀을 빌렸구나. 만 골짜기 바람과 연기 오직 나만이 성하고, 사시절의 소탈함은 나의 성긺을 양보하누나. 푸른 그림자 덮개를 펼쳐 신선 손님을 머물게 하고, 바둑 두고 거문고 타며 도서를 강론하노라.” 삼장이 사례하며 말했다. “네 분 선옹께서는 모두 장수를 누리시거니와, 경절옹은 또 천 년이 넘으셨나이다. 높은 연세에 도를 얻으시고 풍채가 맑고 기이하시니, 혹시 한나라 때의 사호가 아니시온지요?” 네 노인이 말했다. “과찬의 말씀이옵니다! 과찬이옵니다! 저희는 사호가 아니오며, 깊은 산의 사조이옵니다. 감히 여쭙건대 성승의 묘령은 얼마이시니이까?” 삼장이 두 손을 모으고 몸을 굽혀 답했다. “사십 년 전 모태에서 나왔사온데 태어나기 전부터 목숨이 재앙을 만났나이다. 목숨을 건져 물에 떨어져 물결 따라 굴렀거니와 금산사에서 만나 본래 뼈를 건졌나이다.
성을 기르고 경전을 보며 게으름이 없사옵고, 정성 다해 부처님께 절하며 어찌 잠시나마 미루었으리이까. 이제 황제의 분부를 받들어 서쪽으로 가는 길에, 선옹들의 아끼심을 만나 뵈었나이다.” 네 노인이 모두 칭송하며 말했다. “성승께서는 모태에서 나오신 이래로 곧 불법을 좇으셨으니, 과연 어려서부터 수행하신, 참으로 중정하고 도 있는 상승이시로소이다. 저희가 다행히 존안을 뵈었사오니 감히 큰 가르침을 청하옵나니, 선법을 한두 마디 가르쳐 주시면 평생의 소원을 위로하리이다.” 장로가 그 말을 듣고 개연히 두려움 없이 곧 여러 사람에게 말했다.
“선이란 고요함이요, 법이란 건너게 함이니라. 고요함 속의 건넴은 깨달음이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느니라. 깨달음이란 마음을 씻고 생각을 털어내어, 속됨을 벗고 티끌을 떠남이니라. 무릇 사람의 몸 얻기 어렵고 중토에서 태어나기 어려우며 정법을 만나기 어려우니, 이 세 가지를 갖추었다면 행운이 이보다 클 수 없느니라. 지극한 덕과 묘한 도는 아득하고 허무하며 묘하거니와, 육근과 육식을 마침내 쓸어 낼 수 있느니라. 보리는 죽지도 나지도 않으며 남음도 모자람도 없어, 공과 색을 아우르고 성인과 범부를 함께 보내느니라. 참됨을 찾아 원시의 집게와 망치를 밝혔거니와, 실제를 깨달아 모니의 수단을 얻었노라. 형상 없는 경지를 펼쳐 보이고 열반을 짓밟아 부수느니라. 모름지기 깨달음 속의 깨달음을 깨닫고 앎 속의 앎을 알아, 한 점 신령한 빛을 온전히 지켜야 하느니라. 사나운 불길을 놓아 사바세계를 비추면, 법계가 세로 가로로 홀로 드러나느니라. 지극히 그윽하고 미묘한 곳을 더욱 굳게 지키나니, 현관의 입으로 말하는 것을 누가 건네주리오. 나는 본래 원래 닦아 온 대각의 선이니, 인연 있고 뜻 있는 이라야 비로소 깨달음을 적어 두느니라.”
네 노인이 귀를 기울여 받아들인 뒤 한없이 기뻐하며, 하나하나 머리를 조아려 귀의하고 몸을 굽혀 절하며 사례하여 말했다.
“성승께서는 선기의 깨달음 근본이시로소이다!” 불운수가 말했다. “선이 비록 고요하고 법이 비록 건네게 하나, 모름지기 성품이 안정되고 마음이 정성스러워야 하나니, 그렇지 않으면 대각의 참된 신선이 되더라도 마침내 무생의 도에만 머무르느니라. 저희의 현묘함은 또 크게 다르외다.” 삼장이 말했다. “도는 매우 다른 것이라, 체와 용이 하나로 합치거늘 어찌 다르다 하시나이까?” 불운수가 웃으며 말했다.
“저희는 태어나면서부터 굳건하니, 체와 용이 그대들과는 다르외다. 하늘과 땅의 감응으로 몸을 얻고, 비와 이슬의 은혜로 빛깔을 길렀노라. 풍상을 비웃으며 업신여기고, 세월을 깎아 넘기느니라. 잎 하나 시들지 않고, 천 가지에 절개를 지키노라. 이런 말이 허허로운 경지를 두드리지 못한다면, 그대는 범어만 붙들고 있구려. 도라는 것은 본래 중국에 자리하는데, 도리어 서방을 찾아 증명하려 하니 짚신만 헛되이 닳거늘 무엇을 찾는지도 모르는구나. 돌사자에서 심장을 도려내고, 들여우의 침을 골수에 가득 부어 넣었구나. 근본을 잊고 참선하며, 망령되이 불과를 구하니, 모두 내 형극령의 칡덩굴 수수께끼 같고, 덩굴이 얽힌 횡설수설이로다. 이런 군자를 어찌 이끌어 주리오? 이런 규모에 어찌 인가하리오? 모름지기 앞에 나타난 본모습을 살펴야 하거니와 고요함 속에 절로 생애가 있느니라. 밑 빠진 대바구니로 물을 긷고, 뿌리 없는 철나무에 꽃이 피누나. 영보봉 머리에 발을 단단히 붙이고, 돌아와 아름다운 모임에서 용화를 만나리라.”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머리를 조아려 절하며 사례하니, 십팔공이 손으로 부축하고 고직공이 몸을 일으켜 세웠으며, 능공자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불운수의 말은 분명히 새어 나왔구려. 성승이시여, 일어나시옵소서, 다 믿지는 마옵소서. 저희가 이 밝은 달빛을 타고 본래 수행을 강론하려 모인 것이 아니오니, 그저 시를 읊으며 소요하고 가슴을 활짝 펴 봅시다.” 불운수가 웃으며 돌집을 가리켜 말했다. “시를 읊으려거든 작은 암자에 들어가 차나 한잔 하심이 어떠하오니이까?”
장로가 참으로 몸을 일으켜 돌집 앞으로 나아가 바라보니, 문 위에 큰 글자 세 자가 있었으니 “목선암”이었다. 그리하여 함께 들어가 다시 자리를 정하였는데, 홀연히 적신귀사가 복령고 한 접시를 받쳐 들고 향기로운 탕 다섯 잔을 올렸다. 네 노인이 당승께 먼저 드시기를 청하거늘, 삼장이 놀라고 의심하여 감히 바로 먹지 못하였다. 네 노인이 일제히 즐겨 먹거늘, 삼장도 그제야 두 조각을 먹고 저마다 향탕을 마시고 거두어 가게 하였다. 삼장이 마음을 두고 몰래 살펴보니, 그곳이 영롱하게 빛나 달빛 아래와 같았다. “물은 돌 가에서 스스로 흘러나오고, 향기는 꽃 속에서부터 날아오누나. 자리에 가득한 맑고 허허로운 아취, 티끌은 털끝만큼도 없구나.” 그 장로는 이 선경을 보고
뜻을 이룬 듯 여겨 마음이 즐겁고 가슴이 트여 몹시 기뻐하며, 참지 못하고 한 구절을 읊었다. “선심은 달과 같아 아득히 티끌이 없구나.” 경절 노인이 웃으며 곧 이어 붙였다. “시흥은 하늘처럼 푸르고 새롭구나.” 고직공이 말했다. “좋은 구절을 함부로 비단을 뭉치듯 지었구려.” 능공자가 말했다. “아름다운 글은 점 하나 찍지 않고 기이한 보배를 뱉었구나.” 불운수가 말했다. “육조의 번화함을 씻어 버리니, 사시를 다시 가려 아송을 나누었구나.” 삼장이 말했다. “제자가 한때 입을 잘못 놀려 몇 자 떠들었으니, 참으로 이른바 반문롱부로소이다. 방금 여러 신선의 말씀을 들으니 맑고 표일하여 참으로 시옹이시옵니다.” 경절 노인이 말했다. “성승이시여, 한가로운 이야기는 그만두시옵소서. 출가인은 처음과 끝을 온전히 하느니라. 이미 첫 구절이 있거늘 어찌 맺는 구절이 없사오리이까? 부디 마무리하옵소서.” 삼장이 말했다. “제자는 못 하옵나니 십팔공께서 맺어 한 편을 이루심이 묘하리이다.” 경절이 말했다. “그대 마음도 좋구려! 그대가 낸 구절을 어찌 결실을 맺지 않으려 하시오? 좋은 구슬을 아끼는 것은 도리가 아니니라.” 삼장이 하는 수 없이 뒤의 두 구절을 이어 말했다. “베개에 반쯤 기대니 솔바람에 차는 아직 덜 익었거니와, 시 읊는 회포가 소탈하여 가슴 가득 봄이로다.”
십팔공이 말했다. “시 읊는 회포가 소탈하여 가슴 가득 봄이라니, 좋구나!” 고직공이 말했다. “경절이여, 그대는 시의 맛을 깊이 알아 줄곧 음미하거니와, 어찌 한 편을 다시 짓지 않으시오?” 십팔공도 개연히 사양하지 않고 말했다. “나는 침자로 시작하리라. 봄에는 영화롭지 않고 겨울에도 시들지 않으니, 구름 오고 안개 가도 다만 없는 듯하구나.” 능공자가 말했다. “나 또한 앞을 본떠 침자 두 구절을 짓노라. 바람 없어도 살랑이는 그늘 그림자요, 손님 있어 기뻐하며 아끼는 복수의 그림이로다.” 불운수도 침자로 말했다. “그림은 서산의 굳센 절개 노인 같고, 맑기는 남국의 마음 없는 사내 같구나.”
고직공도 침자로 말했다. “사내는 옆잎 덕분에 대들보라 일컬어지고, 누대는 가로 뻗은 가지로 감찰 까마귀의 자리가 되누나.”
장로가 듣고 감탄을 그치지 못하며 말했다. “참으로 양춘백설이로구려, 호연한 기운이 하늘을 찌르누나! 제자가 불초하오나 감히 두 구절을 다시 지어 보리이다.” 고직공이 말했다. “성승께서는 도 있는 선비요 크게 기르신 분이시니, 다시 연구를 주고받으실 것 없사옵고 한 편 전체를 가르쳐 주시옵소서. 그러면 저희도 힘겹게나마 화답하리이다.” 삼장이 못 이기는 체하며 웃으며 율시 한 수를 읊었다. “지팡이와 석장 짚고 서쪽으로 와 법왕께 절하였으니, 묘한 경전을 구하여 멀리 전하고자 하나이다.
금빛 불로초 세 번 피어나 시단에 상서롭고, 보배 나무에 천 송이 꽃이 연꽃술처럼 향기롭구나. 백 척 장대 끝에서도 한 걸음 나아가야 하거니와, 시방세계에 행장을 세우리이다. 옥 같은 코끼리의 장엄한 몸을 닦아 이루니, 극락 문 앞이 곧 도량이로다.” 네 노인이 다 듣고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십팔공이 말했다. “늙은 이 몸이 무능하오나 분수를 넘어 힘껏 한 수를 화답하리이다.” 시에 이르기를,
“곧은 절개 홀로 높아 목왕을 비웃거니와, 신령한 늙은 참오동도 내 이름의 드날림만 못하구나. 산이 텅 비어 백 장의 용과 뱀 그림자요, 샘은 천 년을 스며 호박의 향기를 내누나. 하늘과 땅과 더불어 기개를 살리거니와, 비바람으로 말미암아 행장을 기꺼이 감추누나. 쇠하고 늙어 신선의 뼈 없음을 부끄러워하노니, 다만 복령고나 있어 장수의 자리를 맺을 뿐이로다.”
고직공이 말했다. “이 시는 첫 구절이 호탕하고 늠름하며 이어진 구절에 힘이 있으나 맺는 구절이 스스로 겸양하기 지나치시오. 부럽구려! 부럽구려! 늙은 이 몸도 한 수를 화답하리이다.” 시에 이르기를, “서리 자태는 늘 새의 왕을 머물게 하거니와, 사절당 앞에서 큰 그릇이 드날리누나. 이슬 무거우니 구슬 갓끈이 푸른 덮개에 덮이고, 바람 가벼우니 돌 틈에서 찬 향기 부서지누나. 긴 복도에 밤이 고요하니 읊는 소리 가늘고, 옛 전각에 가을 그늘이 옅은 그림자를 감추누나. 원일에 봄을 맞아 수를 올렸거니와 늙어서는 산마루에 기대어 오만을 부리누나.” 능공자가 웃으며 말했다. “좋은 시여! 좋은 시여! 참으로 달의 옆구리요 하늘의 마음이로구나. 늙은 이 몸이 어찌 화답하리오마는 헛되이 보낼 수 없으니 또한 몇 마디 늘어놓아야 하리라.” 시에 이르기를, “대들보감은 제왕에게 가깝고 태청궁 밖에서 소문이 드날리누나. 갠 난간에는 푸른 기운이 오는 듯하고, 어두운 벽에서는 푸른 향기가 스미누나. 늠름한 절개가 천고에 빼어나고, 깊은 뿌리 얽혀 구천에 감추였구나. 구름을 넘는 기세가 파사한 그림자를 덮거니와 뭇 꽃의 화려한 자리에는 없누나.” 불운수가 말했다. “세 분의 시는 고아하고 맑고 담박하여, 바로 비단 주머니를 활짝 푸신 것이로소이다. 내 몸에 힘이 없고 내 뱃속에 재주가 없사오나, 세 분의 가르침을 얻어 막힌 생각이 단박에 트였나이다. 하는 수 없이 투박한 몇 구절을 지으리니 비웃지 마옵소서.” 시에 이르기를,
“기욱의 동산에서 성왕을 즐겁게 하였거니와, 위천의 천 이랑에서 마음대로 나누며 드날리누나. 푸른 대나무는 상아의 눈물에 물들지 않고, 무늬 있는 대껍질은 한나라 역사에 향기를 전할 만하구나. 서리 맞은 잎은 예로부터 빛깔이 변하지 않거니와, 연기 낀 가지가 무슨 빛을 감추리오. 자유가 세상을 떠난 뒤로 지음이 드물어졌으니 한묵의 자리에 이름을 남기누나.”
삼장이 말했다. “여러 신선 노옹의 시는 참으로 봉황을 토하고 구슬을 뿜는 듯하오니, 유하라 해도 찬양하지 못하리이다. 두터우신 사랑과 높으신 정에 감격이 극진하옵니다. 다만 밤이 이미 깊었사온데, 어린 제자 세 놈이 어디서 저를 기다릴지 알 수 없나이다. 제자는 오래 머물 수 없사오니 감히 물러가 그들을 찾아보려 하옵니다. 하늘 같은 지극하신 사랑이시거니와 부디 돌아갈 길을 가리켜 주옵소서.” 네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성승이시여, 염려 마옵소서. 저희 또한 천 년에 한 번 만날 인연이옵니다. 게다가 하늘이 맑고 상쾌하여 밤이 깊어도 달이 밝아 낮 같사오니 조금 더 편히 앉아 계시옵소서. 날이 밝거든 저희가 고개를 넘어 멀리까지 배웅하리이다. 높으신 제자들을 틀림없이 만나 뵈시리이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돌집 밖에 푸른 옷 입은 여자 아이 둘이 붉은 사 등롱 한 쌍을 메고 서 있고, 뒤로 선녀 하나를 이끌고 있었다. 그 선녀는 살구꽃 한 가지를 집어 들고 싱글벙글 웃으며 문 안으로 들어와 인사하였다.
그 선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러하였다. 푸른 자태에 비취로 단장하였고, 붉은 얼굴은 연지를 이기누나. 별 같은 눈동자에 빛이 어리고, 나방 눈썹이 곱고 가지런하구나. 아래에 오색 매화 수놓은 연분홍 치마를 걸치고 위에 연기 속 불꽃 같은 비갑 저고리를 입었구나. 굽은 신발은 봉황 부리처럼 휘었고 비단 버선에 수놓은 무늬 찬란하구나. 요염하고 아리땁기가 천태산 선녀 같거니와, 그때의 곱던 달희에도 지지 않누나. 네 노인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행선은 어디서 오셨소?” 그 여자가 여러 사람에게 만복을 올리며 말했다. “이곳에 귀한 손님이 계셔 시를 주고받으신다 들었사옵기에, 찾아뵈러 왔사오니 감히 한번 뵙고자 하옵니다.” 십팔공이 당승을 가리키며 말했다. “귀한 손님이 여기 계시거늘 구태여 찾아 뵙기를 청할 것 있겠소!” 삼장이 몸을 굽히고는 감히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 여자가 외쳤다. “어서 차를 올려라.” 또 노란 옷 입은 여자 아이 둘이 붉은 칠을 한 쟁반을 받쳐 들고 왔는데, 쟁반 안에 곱고 작은 자기 찻잔 여섯 개가 있고 잔 안에 몇 가지 진귀한 과일이 담겼으며 숟가락이 가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 백철에 황동을 박은 찻주전자를 들고 왔는데, 주전자 속 찻물이 코를 찌를 듯 향기로웠다. 차를 따르자 그 여자가 파릇한 손가락을 살짝 드러내며 자기 잔을 받쳐 들고 먼저 삼장에게 올리고 다음으로 네 노인에게 올린 뒤, 그 한 잔을 스스로 들어 함께 곁들였다.
능공자가 말했다. “행선은 어찌 앉지 않으시오?” 그 여자가 그제야 가서 앉았다. 차를 마치고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선옹들께서 오늘 밤 즐거운 자리를 여셨다 하오니, 좋은 구절을 한두 수 가르쳐 주심이 어떠하오니이까?” 불운수가 말했다. “저희 것은 모두 비속한 말들이오나, 오직 성승의 것만이 참으로 성당의 작품이라 가상하고 사모할 만하외다.” 그 여자가 말했다. “가르침을 아끼지 않으신다면 한번 보여 주시기를 청하옵니다.” 네 노인이 곧 장로의 앞 시와 뒤 시, 그리고 선법의 논을 모두 외워 들려주었다. 그 여자가 얼굴 가득 봄바람을 띠고 여러 사람을 향해 말했다. “첩신은 재주가 없사오매 추한 것을 드러내서는 아니 되려니와, 이 좋은 구절을 들으니 헛되이 할 수 없사옵니다. 힘겁게나마 뒤의 시에 화답하는 율시 한 수를 올리리니 어떠하오니이까?” 그리고 맑은 소리로 읊었다. “위로 덮어 이름을 남기니 한나라 무제왕이요, 주나라 때 공자께서 단을 세우셨구나. 동선은 나를 아껴 숲을 이루게 하였거니와 손초는 한식의 향기를 가련히 여겼누나. 비에 젖은 붉은 자태는 고우면서도 연하고, 연기에 쪄든 푸른 빛은 드러났다가 도로 감추누나. 너무 익어 새콤한 맛이 있으니 떨어지는 해마다 보리 타작하는 마당을 짝하누나.” 네 노인이 그 시를 듣고 저마다 축하하며 모두 말했다. “맑고 아아하여 티끌을 벗었거니와, 구절 속에 봄기운을 머금었구려. 좋구나, 비에 젖은 붉은 자태 고우면서도 연하다니, 비에 젖은 붉은 자태 고우면서도 연하다니!” 그 여자가 웃으며 조용히 답했다. “황공하옵니다! 황공하옵니다! 방금 성승의 시를 들으니 참으로 비단 같은 마음에 수놓은 입이시옵니다. 구슬과 옥을 아끼지 않으신다면 한 수를 가르쳐 주시겠나이까?” 당승은 감히 대답하지 못하였다. 그 여자는 점차 사랑하는 마음을 품어 슬금슬금 다가와 자리 곁에 바짝 붙어 앉더니, 낮은 목소리로 살며시 불렀다. “귀한 손님이시여, 이 좋은 밤에 놀지 않고 어찌하시려 하시나이까? 인생의 세월이 얼마나 되겠나이까?” 십팔공이 말했다. “행선이 우러러 사모하는 정이 가득하거늘, 성승께서 어찌 굽어 받아들이실 마음이 없으시리이까? 아니쓰게 여기지 않으신다면 취미를 모르시는 것이외다.” 고직공이 말했다. “성승께서는 도 있고 이름 있는 선비시니 결코 구차하게 행동하지 않으시리이다. 이런 거동은 저희가 죄를 짓는 일이외다. 남의 이름을 더럽히고 남의 덕을 무너뜨림은 멀리 내다보는 이의 일이 아니니라. 행선에게 뜻이 있다거든 불운수와 십팔공에게 중매를 맡기고, 나와 능공자가 혼사를 보증하여 이 인연을 맺게 하면 어찌 아름답지 않으리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곧 낯빛이 변하여 벌떡 일어나 외쳤다. “너희는 모두 한 무리의 사악한 것들이로구나! 이리하여 나를 꾀다니! 애당초 갈고 닦는 말로 현묘한 것을 논하고 도를 이야기할 것이지, 어찌 미인계를 써서 가난한 중을 속여 해치려 하느냐! 이게 무슨 도리냐!” 네 노인이 삼장이 노하는 것을 보고는 하나하나 손가락을 물며 겁을 내어 다시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 적신귀사가 우레처럼 성을 내며 말했다. “이 중놈이 은혜를 모르기는! 내 이 누님이 어디가 나쁘단 말이냐? 인물이 준수하고 아아하며 옥 같은 바탕에 고운 자태거니와, 바느질 솜씨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시재주 하나만으로도 너에게 어울리거늘, 네가 어찌 이리 사양하느냐! 기회를 놓지 마라! 고직공의 말이 매우 옳거니와 구차하게 합할 수 없다거든 내가 다시 주혼을 서 주리라.”
삼장이 크게 놀라 낯빛을 잃었으나, 그들이 어떻게 떠들어 대든 끝내 따르지 않았다. 귀사가 또 말했다.
“이 중놈아, 우리가 좋은 말로 타이르는데 네가 듣지 않거니와, 우리가 촌스럽고 거친 성질을 부린다면 너를 도로 들어다 버려 중도 못 되게 하고 아내도 얻지 못하게 하리니, 한평생 사람 노릇을 헛되이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 장로는 마음이 쇠와 돌 같아 굳게 버티며 따르지 않았다. 속으로 “내 제자들이 어디서 나를 찾고 있을꼬!” 하고 한마디 하자,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흘렀다. 그 여자가 웃는 낯으로 곁에 바짝 다가와 푸른 소매 속에서 꿀색 비단 손수건을 꺼내 그의 눈물을 닦아 주며 말했다. “귀한 손님이시여, 번민하지 마옵소서. 제가 그대와 옥에 기대고 향기에 몸을 붙여 함께 놀러 가리이다.” 장로가 “쯧!” 하고 큰 소리로 호통치며 벌떡 일어나 달아나려 하였으나, 그 무리에게 붙들려 끌리고 당겨지며 날이 밝도록 실랑이를 벌였다.
홀연히 저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스승님! 스승님! 어느 곳에서 말씀하고 계시나이까?” 알고 보니 손대성과 저팔계, 사오정이 말을 끌고 짐을 메고, 밤새도록 발을 멈추지 않고 가시덤불을 헤치며 동서로 찾아다니다가, 마침 반쯤 구름을 타고 반쯤 안개에 싸여 팔백 리 형극령 서쪽 아래를 지나고 있었는데 당승의 호통 소리를 듣고 곧 한마디 외친 것이었다. 그 장로가 문 밖으로 몸을 빼내며 외쳤다. “오공아, 내가 여기 있노라! 어서 와서 나를 구하거라! 어서 와서 나를 구하거라!” 그 네 노인과 귀사, 그 여자와 여자 아이들은 휙 하는 사이에 사라졌다. 잠시 뒤 저팔계와 사오정이 모두 곁에 이르러 말했다. “스승님, 어찌하여 이곳에 오시게 되었나이까?” 삼장이 행자를 붙잡으며 말했다. “제자들아, 너희가 많이 고생하였구나! 어젯밤에 본 그 노인이 토지신이 공양을 올린다 하였는데, 네가 호통치며 때리려 하자 그가 나를 이곳으로 들어 올렸느니라. 그는 내 손을 잡아 부축하며 문 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또 세 노인을 보았는데 나를 만나러 와서는 모두 나를 성승이라 부르며 하나같이 말씨가 맑고 아아하고 시 읊기를 매우 잘하였느니라. 내가 그들과 시를 주고받으며 사귀다 밤중이 된 듯하였는데, 또 미녀 하나가 등불을 들고 이리로 와 나를 만나며 시 한 수를 읊고는 나를 귀한 손님이라 불렀느니라. 내 용모를 보고 배필을 구하려 하기에 나는 그제야 깨달았느니라. 내 막 따르지 않으려 할 때 그들이 중매 서는 자는 중매 서고 보증하는 자는 보증하며 주혼하는 자는 주혼하였거늘, 내가 굳게 맹세하며 허락하지 않고 막 몸을 빼어 달아나려 하며 실랑이를 벌이는데 뜻밖에도 너희가 온 것이니라. 하나는 날이 밝아서요 둘은 너를 두려워한 탓이라, 아직도 나를 잡아당기고 끌던 그들이 홀연히 사라졌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그대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시를 논하였거늘, 그 이름을 묻지 않았단 말이오?” 삼장이 말했다. “내가 그들의 호를 물었노라. 그 노인은 십팔공이라 불리며 호가 경절이요, 둘째는 고직공, 셋째는 능공자, 넷째는 불운수라 하였고, 그 여자는 사람들이 행선이라 불렀느니라.” 저팔계가 말했다.
“그것들이 어디에 있단 말이오? 방금 어느 쪽으로 갔소?” 삼장이 말했다. “간 곳이 어딘지는 알 수 없으나, 시를 논하던 곳은 이리서 멀지 않으니라.”
세 사람이 스승과 함께 살펴보니, 돌벼랑 하나가 보였고 벼랑 위에 “목선암” 세 글자가 있었다.
삼장이 말했다. “이곳이 바로 그곳이니라.” 행자가 자세히 살펴보니, 알고 보니 큰 향나무 한 그루, 늙은 측백나무 한 그루, 늙은 소나무 한 그루, 늙은 대나무 한 그루였고, 대나무 뒤에는 붉은 단풍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다시 벼랑 저쪽을 보니, 늙은 살구나무 한 그루와 납매 두 그루, 단목서 두 그루가 더 있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너는 요괴를 보았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못 보았소.” 행자가 말했다. “너는 모르는구나. 바로 이 몇 그루 나무가 여기서 정령이 된 것이니라.”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은 어찌 정령이 된 것이 나무인 줄 아시오?” 행자가 말했다. “십팔공은 소나무요, 고직공은 측백나무며, 능공자는 향나무요, 불운수는 대나무이며, 적신귀는 단풍나무고, 행선은 곧 살구나무며, 여자 아이들은 곧 단목서와 납매니라.” 저팔계가 그 말을 듣고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갈퀴를 마구 휘두르고 긴 주둥이로 서너 번 파헤치고 후벼 파서, 납매 두 그루와 단목서, 늙은 살구나무, 단풍나무를 모조리 땅에 쓰러뜨렸더니 과연 그 뿌리 아래에서 모두 피가 뚝뚝 흘렀다. 삼장이 앞으로 나서며 붙잡고 말했다. “오능아, 그들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비록 도를 이루었으나 나를 해치지 않았거늘, 우리 길이나 찾아 가자.”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그들을 아끼지 마옵소서. 뒷날 큰 요괴가 되어 사람을 해치는 일이 적지 않을까 두렵나이다.” 그 멍청한 놈이 아예 갈퀴를 마구 휘둘러 소나무와 측백나무, 향나무와 대나무를 모조리 찍어 넘어뜨리고 나서야, 스승을 말에 오르시게 하고 큰길을 따라 함께 서쪽으로 갔다.
결국 앞으로 가는 길이 어떠할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