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의 인과는 사람에게 권하노니, 선을 행하고 부디 악을 짓지 말지어다. 한 생각이 일어나매 신명이 비추어 살피시나니, 그 짓는 바를 그에게 맡겨 두느니라. 어리석고 둔하며 영특하고 재주 있음을 그대 어찌 배우려 하는고, 두 가지가 도리어 마음 없는 약이로다. 살아 있을 때 도가 있으니 바르게 마땅히 닦을 것이요, 헛되이 떠돌지 말지어다. 근원을 알아 본 껍질을 벗고, 장생을 찾으려거든 모름지기 붙잡을지어다. 늘 밝게 보아 감로를 음미하고, 삼관을 꿰뚫어 흑해를 메우면 능히 선한 자로 하여금 난학을 타게 하리라. 그 즈음에야 가련히 여겨 더욱 자비를 베풀어 극락에 오르리라.
이야기는 이러하다. 당삼장이 일념으로 정성스러운지라, 천신이 보호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초목의 영령까지도 와서 인도하여 보내 주어, 멋진 모임을 하룻밤 함께하고서 가시덤불의 찌름에서 벗어나니 다시는 덩굴이 얽어매지 않았다. 사부가 서쪽으로 나아간 지 여러 때가 되매 또다시 겨울 끝자락을 만났으니, 바로 저 삼춘의 나날이었다. 만물의 빛이 서로 사귀어 태평하고 북두의 자루가 인방으로 돌아왔다. 풀싹은 온 땅에 푸르고 버들눈은 언덕 가득 푸르렀다. 한 고개 복숭아꽃은 붉은 비단을 물들인 듯하고, 반 개울의 안개 낀 물은 푸른 비단처럼 밝게 빛났다. 몇 번이나 비바람이 지나갔는지 모르나 마음의 정취는 끝이 없었다. 햇볕이 꽃술을 비추니 곱고, 제비가 이끼 꽃술을 물고 가니 가벼웠다. 산빛은 왕유의 그림처럼 짙고 옅으며, 새소리는 계자의 혀처럼 종횡으로 들렸다. 꽃다움이 수를 펼쳐 놓았으나 감상할 이 없고, 나비는 춤추고 벌은 노래하여 도리어 정이 있었다. 사부도 또한 꽃을 찾고 푸름을 밟으며 말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가고 있었다. 바로 가는 사이에 문득 한 높은 산이 보이는데, 멀리 바라보니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삼장이 채찍을 들어 가리키며 말했다. “오공아, 저 산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가 없구나. 마치 푸른 하늘에 닿아서 푸른 은하를 꿰뚫을 듯하구나.” 행자가 말했다. “옛 시에 이르기를 하늘 위에만 있고 산과 나란할 것은 없다 하였으니, 산이 몹시 높아 더불어 견줄 것이 없다는 말일 뿐이거늘, 어찌 하늘에 닿는 이치가 있으리오!” 팔계가 말했다. “하늘에 닿지 않는다면 어찌하여 곤륜산을 천주라 일컫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너는 모르는구나. 예로부터 하늘은 서북을 가득 채우지 않았다. 곤륜산이 서북 건방의 자리에 있으므로 하늘을 이고 허공을 막는 뜻이 있어 마침내 천주라 이름하게 된 것이니라.” 사승이 웃으며 말했다. “큰 형님, 그런 좋은 말씀을 그에게는 하지 마옵소서. 그가 듣고 가서 또 남을 항복시킬 터이니, 우리 우선 길이나 가시지요. 저 산에 올라가 보면 높고 낮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멍청이는 사승을 쫓아 서로 장난하고 겨루는데, 늙은 스승의 말은 날듯 빨라 잠깐에 산벼랑 가에 이르렀다. 한 걸음씩 위로 올라가니 그 산은 이러하였다. 숲에는 바람이 쌩쌩 불고 골짜기엔 물이 졸졸 흘렀다. 까마귀와 참새도 넘지 못하니 신선도 어렵다 하였다. 천 길 벼랑과 만 골짜기, 억 굽이와 백 고비였다. 먼지가 뭉게뭉게 일어 사람이 이르지 못하고, 괴석이 빽빽하여 보아도 싫지 않았다. 어떤 데는 구름이 물처럼 넘실거리고, 나무 있는 곳마다 새소리가 잦았다. 사슴은 영지를 물고 가고 원숭이는 복숭아를 따 왔다. 여우와 오소리가 벼랑 위를 오가며 뛰고, 노루와 고라니가 고갯마루에서 드나들며 장난쳤다.
문득 호랑이의 포효가 들려 사람의 담력을 놀라게 하고, 얼룩 표범과 푸른 승냥이가 길을 막았다. 당삼장이 한번 보고 마음이 놀랐으나, 손행자는 신통이 광대한지라 그대 보라, 그가 금고봉 하나를 들어 포효 한 소리에 승냥이와 벌레, 호랑이와 표범을 놀라 물리치고 길을 열어 스승을 인도하여 곧장 높은 산으로 올라갔다. 고갯마루를 지나 서쪽 평평한 곳으로 내려가니, 문득 상서로운 빛이 자욱하고 채색 안개가 분분한 가운데 누각과 전각이 한 채 있어, 은은하게 종과 경쇠 소리가 멀리 울려 퍼졌다. 삼장이 말했다. “제자들아, 저것이 어떤 곳인지 보아라.” 행자가 고개를 들어 손으로 눈가리개를 만들어 자세히 바라보니, 그쪽이야말로 좋은 곳이었다! 참으로 이러하였다. 보배 누각과 보좌, 이름 높은 상등 사찰이었다. 골짜기가 비어 땅의 피리 소리 잦고, 경계가 고요하여 하늘의 향기가 흩어졌다. 푸른 소나무는 비를 띠고 높은 누각을 가리며, 푸른 대나무는 구름을 머금고 강당을 지켰다. 노을 빛 아득하여 용궁이 드러나고, 채색이 나부껴 모래 세계가 길게 펼쳐졌다. 붉은 난간과 옥 문, 그림 들보와 조각한 서까래였다. 경을 논하니 향기가 자리에 가득하고, 말씀을 적으니 달이 창에 걸렸다. 새는 붉은 나무 속에서 울고 학은 샘 곁에서 물을 마셨다. 사방에 꽃이 피어 기원이 빼어나고, 세 면의 문이 열려 사위의 빛이 났다. 누각은 우뚝 솟아 문이 봉우리를 마주하고, 종과 경쇠 소리 한가로이 운이 길게 울렸다. 창을 여니 바람이 가늘고, 발을 걷으니 연기가 아득하였다. 중은 정이 산만하고 담담하며, 속된 뜻이 없어 온화하고 창성하였다. 붉은 티끌이 이르지 못하는 참된 선경이요, 정토의 절이 좋은 도량이었다. 행자가 보고 나서 돌아와 말했다. “스승님, 그곳이 절이기는 하옵니다만, 선한 빛과 상서로운 기운 속에 또 흉한 기운이 섞여 있으니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나이다. 이 경치를 보니 뇌음사 같기도 하옵니다만, 가는 길이 엇갈려 있나이다. 우리는 그쪽에 이르거든 결코 함부로 들어가지 말아야 하옵니다. 자칫 독수를 당할까 두렵나이다.” 당승이 말했다. “뇌음의 경치가 있다면 혹 영산이 아니겠느냐? 내 정성을 그르치게 하지 말고 내 온 뜻을 지체시키지 말라.” 행자가 말했다. “아니옵니다 아니옵니다! 영산으로 가는 길도 내 여러 번 지나보았거늘, 어찌 이 길이겠나이까!” 팔계가 말했다. “영산이 아니라 한들 반드시 착한 이가 살고 있을 터이니 들어가 봅시다.” 사승이 말했다. “의심이 많으실 것 없나이다. 이 길이 그 문 앞을 지나지 않을 수 없을 터이니, 그런지 아닌지 한번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행자가 말했다.
“오정의 말이 옳도다. 그 말대로 하자꾸나.”
그 장로는 말에 채찍을 더하여 산문 앞에 이르러, 뇌음사라는 세 큰 글자를 보고는 놀란 나머지 말에서 굴러 떨어져 땅에 엎드린 채 입으로 욕하며 말했다. “이 원숭이 놈아! 나를 죽일 셈이냐! 뇌음사가 있는데도 오히려 나를 속이느냐!” 행자가 웃음을 띠며 말했다. “스승님, 노하지 마옵소서. 다시 한번 보시옵소서. 산문 위에는 네 글자인데 어찌 세 글자만 읽어 내고는 도리어 저를 탓하시나이까?” 장로가 벌벌 떨며 일어나 다시 보니, 참으로 네 글자였으니 바로 소뇌음사였다. 삼장이 말했다. “소뇌음사인들 틀림없이 부처님이 계실 것이니라. 경에 삼천의 모든 부처가 있다 하였으니 한곳에만 계시지 않는 모양이로다. 관음은 남해에, 보현은 아미산에, 문수는 오대산에 계신 것처럼, 이곳은 어느 부처님의 도량인지 알 수가 없구나. 옛사람이 이르기를 부처가 있고 경이 있으면 방소가 없어도 보배는 없다 하였으니, 우리 들어가 보자꾸나.”
행자가 말했다. “들어가면 아니 되옵니다. 이곳은 길함이 적고 흉함이 많사오니, 만일 화근이 생기더라도 저를 탓하지 마옵소서.” 삼장이 말했다. “부처가 없다 한들 반드시 부처의 상은 있을 것이니라. 이 제자의 소원이 부처를 만나면 부처께 절을 올리는 것이거늘, 어찌 너를 탓하리오.” 곧 팔계에게 명하여 가사를 꺼내고 승모를 바꾸어 쓰게 하여 의관을 갖추고는,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산문 안에서 누군가 이렇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당승아, 네가 동토에서 와서 내 부처님을 뵙겠다면서 어찌 아직도 이다지 태만하느냐?” 삼장이 그 말을 듣고 곧 절을 올렸고, 팔계도 머리를 조아리고 사승도 무릎을 꿇었으나, 오직 대성만은 말을 끌고 행장을 수습하며 뒤에 있었다. 막 이층 문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여래의 대전이 보였다. 전각 문 밖 보배 대 아래에는 오백 나한과 삼천 게제, 사금강, 팔보살, 비구니, 우바새와 무수한 성승과 도자가 늘어서 있어, 참으로 향꽃이 고우며 상서로운 기운이 분분하였다. 놀란 장로와 팔계와 사승이 한 걸음에 한 번 절씩 하며 영대 사이로 올라가 절하는데, 행자는 공공연히 절하지 않았다. 또 연화대 위에서 엄한 소리로 크게 외치는 말이 들렸다. “저 손오공은 여래를 보고도 어찌 절하지 않느냐?” 행자가 자세히 살펴보고는 가짜임을 알아차렸는지, 말과 행낭을 내던지고 봉을 손에 쥐고는 꾸짖어 외쳤다. “이 악축의 무리들아, 몹시도 담이 크구나! 어찌 부처의 이름을 가짜로 의지하여 여래의 맑은 덕을 더럽히느냐! 달아나지 마라!”
두 손으로 봉을 휘둘러 앞으로 나아가 곧 내리치려 하였다. 그때 반 허공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가 나며 한 벌의 금뇨가 내려져 행자의 머리에서부터 발까지 금뇨 속에 합쳐 넣고 말았다. 놀란 저팔계와 사화상이 급히 갈고리와 지팡이를 휘둘러 보았으나, 아라한과 게제, 성승과 도자들이 한꺼번에 앞으로 몰려와 에워쌌다. 그 둘은 미처 손을 쓸 겨를도 없이 모조리 잡히고, 삼장도 붙들려 함께 모두 밧줄로 얽히고 노끈으로 묶여 단단히 결박당하였다.
알고 보니 저 연화대 위에서 부처로 가장했던 자는 요왕이요, 아라한들과 게제들은 모두 조그만 잡귀들이었다. 이에 부처의 체통과 모습을 거두고는 여전히 요괴의 몸을 드러내어, 세 사람을 뒤로 들어다 감추고 행자를 금뇨 속에 합쳐 둔 채 영영 열지 않고 보배 대 위에 걸어 두어, 사흘 낮과 밤을 한정하여 고름과 피로 녹여 버리려 하였다. 녹인 뒤에야 쇠우리에 그 셋을 쪄서 먹으려 하였다. 바로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 이러하였다. 푸른 눈의 원숭이는 참과 거짓을 알아보고, 선기는 모양을 보고 금빛 몸에 절을 올렸도다. 황파는 눈이 어두워 함께 예를 올리고, 목모는 마음이 어리석어 함께 담론하였도다. 사특한 요괴는 강포함을 부려 본성을 속이고, 마두는 악을 품고 하늘 사람을 속였도다. 참으로 도는 작고 마두는 커서, 잘못되어 곁문으로 들었으니 몸을 헛되이 버리는구나. 그 무렵 요괴 무리는 당승 세 사람을 뒤에 감추고, 말도 뒤에 매어 두고, 그의 가사와 승모는 행장 짐 속에 넣어 두어 또한 감추어 버렸으니, 한편에서 엄히 단속하는 일은 이쯤에서 말하지 않기로 하자.
한편 행자가 금뇨 속에 갇혀 있으니 캄캄하여 온몸에 땀이 흐를 만큼 더웠다. 왼쪽으로 밀치고 오른쪽으로 들이받아도 나갈 수가 없었고, 급한 나머지 쇠봉을 마구 두드려 보았으나 털끝만큼도 움직일 낌새가 없었다. 마음속에 꾀가 다하였으므로 몸을 바깥으로 한번 뻗어 그 금뇨를 깨뜨리려 하여, 이에 주문 하나를 외우니 곧 천백 장이나 커졌다. 그러나 그 금뇨도 그의 몸을 따라 함께 자라나 조금의 틈새나 빛도 없었다. 또 주문을 외워 몸을 아래로 줄이니 겨자씨만큼 작아졌으나, 그 뇨 또한 몸을 따라 작아져 조금의 구멍조차 없었다. 또 쇠봉에 선기 한 입을 불어넣고 “변해라!” 하고 외치니 곧 깃대처럼 변하여 금뇨를 버티고 있었다. 그러고는 뒤통수의 긴 털 두 가닥을 뽑아 “변해라!” 하고 외치니 곧 매화 머리 다섯 갈래 송곳으로 변하였다. 봉 아래에 바짝 대고 천백 번을 드릴하였으나 쌩쌩거리는 소리만 날 뿐 조금도 뚫리지 않았다. 행자가 다급해져서 주문을 외우고 “옴란정법계, 건원형리정” 하는 진언을 외우니, 오방게제와 육정육갑, 그리고 열여덟 분의 호교가람이 금뇨 밖으로 불려 나와 말했다. “대성이시여, 저희는 모두 스승님을 보호하여 요마가 상해하지 못하게 하고 있사온데, 또 저희를 불러 무슨 일을 시키시려 하시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내 그 스승은 내 권고를 듣지 않았으니 죽임을 당해도 아깝지 않으려니와, 다만 너희가 어서 법술을 써서 이 뇨발을 들어 나를 나오게 하여 준 뒤에 처리하겠다. 이 속은 빛이 통하지 않고 온몸이 몹시 답답하니, 이러다가는 답답해서 내가 죽지 않겠느냐?” 여러 신이 참으로 뇨를 들어 보았으나 마치 원래 그렇게 붙어 있던 것 같아서 털끝만큼도 열릴 리가 없었다. 금두게제가 말했다. “대성이시여, 이 뇨발이 어떤 보배인지 알 수 없사오니, 위와 아래가 이어져 한 덩어리를 이루었나이다. 소신은 힘이 얕아 들어 올릴 수가 없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내가 안에서 얼마나 많은 신통을 부렸는지 모르겠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게제가 그 말을 듣고 곧 육정신에게는 당승을 보호하게 하고 육갑신에게는 금뇨를 지키게 하며, 여러 가람에게는 앞뒤를 살피게 한 뒤, 그는 상서로운 빛을 타고 잠깐 사이에 남천문 안으로 들어가, 부름을 기다리지 않고 곧장 영소보전 아래로 올라가 옥제를 뵙고 엎드려 아뢰었다. “주공이시여, 신은 오방게제의 사자로소이다. 지금 제천대성이 당승을 보호하여 경을 취하러 가다가 길에서 한 산을 만났사온데, 이름이 소뇌음사이옵니다.
당승이 영산으로 잘못 알고 들어가 절을 올렸사온데, 알고 보니 요마가 꾸며 놓은 것이어서 그 사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대성을 한 벌의 금뇨 속에 합쳐 넣었사오니, 진퇴가 막혀 바야흐로 죽게 되었나이다. 이에 특별히 아뢰러 왔나이다.” 그러자 곧 전지가 내렸다.
“이십팔수 성신을 보내어 속히 가서 액을 풀고 요괴를 항복받게 하라.” 그 성수들은 조금도 더딜 수 없어 게제와 함께 천문을 나와 산문 안에 이르렀다. 이경 무렵이었다. 크고 작은 요정들은 당승을 잡은 까닭에 늙은 요괴에게 모두 후하게 상을 받고는 제각기 자러 갔다. 여러 성수는 더욱 소란을 피우지 않고 모두 뇨발 밖으로 가서 아뢰었다. “대성이시여, 저희는 옥제의 분부로 온 이십팔수이옵니다. 대성을 구하러 이르렀나이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이르기를, “병기를 움직여 깨뜨려라. 그러면 내가 곧 나가겠다!” 하였다. 여러 성수가 말했다. “감히 때릴 수 없사옵니다. 이 물건은 통쇠로 된 보배라서 때리면 반드시 소리가 날 것이요, 소리가 나면 요마를 놀라게 하여 도리어 구해 내기 어려워지나이다.
저희가 병기로 그것을 쑤실 터이니, 대성께서는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빛이 보이는 데가 있거든 곧 빠져나가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옳거든.” 그대 보라, 그들은 창 쓰는 이가 창을 쓰고 검 쓰는 이가 검을 쓰며, 칼 쓰는 이가 칼을 쓰고 도끼 쓰는 이가 도끼를 썼다. 메는 이가 메고, 들어 올리는 이가 들며, 젖히는 이가 젖히고, 쑤시는 이가 쑤셔서 삼경 무렵까지 다루어 보았으나 묵묵히 움직이지 않고, 마치 통째로 주조해 낸 것만 같았다. 행자는 그 안에서 동쪽을 기웃거리고 서쪽을 바라보며 기어 가고 굴러 가 보았으나, 조금의 빛도 볼 수 없었다. 항금룡이 말했다. “대성이시여, 우선 조급해하지 마시옵소서. 이 보배는 반드시 마음대로 되는 물건이라 틀림없이 변화할 수도 있을 것이옵니다. 대성께서는 그 안에서 맞붙은 틈을 손으로 더듬고 계시옵소서. 소신이 뿔 끝을 밀어 넣을 터이니 대성께서는 몸을 변화하시어 느슨한 곳을 따라 빠져나가시옵소서.” 행자가 그 말대로 참으로 안에서 마구 더듬었다. 이 성수가 몸을 작게 하니 그 뿔 끝이 바늘 끝처럼 되어, 발이 맞붙은 틈을 따라 안으로 밀어 들어갔다. 가련하게도 천 근의 힘을 다 써서야 겨우 안쪽까지 뚫렸다. 그러고는 몸과 뿔에 법상을 부어 “자라라! 자라라! 자라라!” 하고 외치니, 뿔이 사발만한 굵기로 자라났다. 그런데 그 발의 입은 쇠를 부어 만든 것 같지 않고 살갗이 자라난 것 같아서, 항금룡의 뿔을 따라 단단히 물고 있어 사방에 털끝만큼의 틈도 없었다. 행자가 그의 뿔을 더듬으며 외쳐 말했다. “일이 되지 않는다! 위아래에 털끝만큼의 느슨한 데도 없다!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그대 조금 아픔을 참고 나를 데리고 나가게.” 훌륭한 대성이로다. 곧 금고봉을 강철 송곳 하나로 변하게 하여 그 뿔 끝에 구멍 하나를 뚫고, 몸을 겨자씨만큼 작게 하여 그 송곳 구멍 속으로 파고들어 웅크리고 앉아서는 밖으로 이끌려 나갈 때만을 기다리며 외쳤다. “뿔을 빼내라! 뿔을 빼내라!” 이 성수는 또 얼마나 힘을 들였는지 모르나 간신히 그것을 뽑아 내고는, 힘이 다하고 힘줄이 늘어져 땅바닥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행자가 그 뿔 끝의 송곳 구멍으로 기어 나와 본래의 몸을 드러내고는, 쇠봉을 빼어 뇨발을 향해 쨍 하고 한 번 내리치니 구리 산이 무너져 내리는 듯 금뇨가 쩍 하고 갈라졌다. 애석하게도 불문의 그릇을 천백 조각의 흩어진 쇳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놀란 이십팔수는 기겁을 하고 오방게제는 머리카락이 곤두섰으며, 크고 작은 요괴 무리도 모두 꿈에서 깨어났다. 늙은 요왕은 잠자리에서 황급하여 벌떡 일어나 옷을 걸치고 북을 치며 요괴 무리를 모아 점고하고, 제각기 병기를 들었다. 이때 하늘은 막 밝아 오려는 참이었는데, 한꺼번에 몰려가 보배 대 아래에 이르러 보니 손행자와 여러 성수가 깨진 금뇨 밖에 둘러서 있었다. 크게 놀라 얼굴빛이 변하고는 곧 명령하였다. “어린 놈들아! 앞문을 단단히 닫아 사람을 한 명도 내보내지 마라!” 행자가 그 말을 듣고 곧 성수들을 이끌고 구름을 타고 구천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 요왕은 부서진 쇳조각을 거두고 요졸들을 벌여 세워 산문 밖에 진을 쳤다. 요왕이 한을 품었으나 어찌할 수 없어 갑옷을 걸치고 짧고 부드러운 늑대 이빨 봉 하나를 들어 진영에서 나와 크게 외쳤다. “손행자야! 사내대장부라면 멀리 달아나 높이 날아가지 말고, 어서 앞으로 나와 나와 세 합을 겨루어 보자!” 행자가 참지 못하고 곧 성수들을 이끌고 구름머리를 내려 그 요괴가 어떤 모습인지 바라보니, 그대 보라, 이러하였다. 머리는 헝클어져 납작하고 얇은 금테를 둘렀고, 눈은 번쩍이며 누런 눈썹 두 도랑이 치솟았다. 매달린 쓸개 같은 코에 콧구멩이는 벌름하고, 네모진 입에 이는 날카로웠다. 매듭으로 서로 이은 갑옷 한 벌을 입고, 생사로 땋아 술을 달은 띠 한 줄을 둘렀다. 발에는 검은 가죽신 한 켤레를 신고, 손에는 늑대 이빨 봉 하나를 쥐었다. 이 형상은 짐승 같으나 짐승만 못하고, 얼굴은 사람이 아니면서도 사람과 같았다. 행자가 쇠봉을 내밀며 꾸짖어 말했다. “이놈이 무슨 괴물이기에 감히 부처를 가장하고 산머리를 차지하여 헛되이 소뇌음사를 꾸며 놓았느냐!” 그 요왕이 말했다. “이 원숭이 놈은 내 성명을 알지 못하여 감히 선산을 범하러 왔도다. 이곳은 소서천이라 일컫나니, 내가 수행하여 정과를 얻자 하늘이 나에게 보배 누각과 진귀한 건물을 내려 주었느니라. 내 이름은 황미노불이거늘, 이곳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다만 나를 황미대왕, 황미할아범이라 부르느니라. 예로부터 네가 서쪽으로 가는 길에 수단이 좀 있다는 것을 오래 알고 있었으므로, 이에 모습을 꾸며 재주를 드러내어 네 스승을 꾀어 들였나니, 너와 내기 한 판을 하려 하노라. 만일 나와 겨루어 이기면 너희 사부를 살려 주고 너희가 정과를 이루게 하리라. 만일 이기지 못하면 너희를 때려 죽이고 내가 여래를 뵈러 가 경을 받아 중화에서 과위를 바루리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요정아, 입을 크게 놀리지 말라. 내기를 하려거든 어서 올라와 내 봉을 받으라!” 그 요왕이 흐뭇해하며 늑대 이빨 봉으로 받아 막았다. 이 한바탕의 멋진 싸움이로다. 두 개의 봉이 같지 않으니, 말하자면 각각의 형상이 있도다. 하나는 짧고 부드러운 불가의 병기요, 하나는 단단하여 바다 깊은 곳에 감추인 보배로다. 모두 마음대로 변화하는 공력이 있어 이번에 서로 만나 강함을 다투는구나. 짧고 부드러운 늑대 이빨 봉은 비단으로 꾸몄고, 단단한 금고봉은 교룡의 형상이로다. 굵어져도 가늘어져도 참으로 자랑할 만하고, 짧아져도 길어져도 매우 알맞구나. 원숭이와 마귀가 함께 싸움을 하니 이번 판은 참으로 속임이 없도다. 길들인 원숭이는 가르침을 받들어 심원이 되고, 무례한 요괴는 하늘을 속여 거짓 모양을 부리는구나.
성내고 미워하며 서로 정이 없고, 사납고 흉악하여 모두 제 격식이 있구나. 저 하나는 머리 위로 손을 들어도 놓지 않고, 이 하나는 얼굴을 겨누어 막으면서도 양보하기 어렵도다. 구름을 뿜어 해를 가리니 어둑하고, 안개를 토하여 봉우리를 가리우는구나. 봉이 오고 봉이 가며 서로 맞서니, 죽음을 잊고 삶을 잊음은 삼장 때문이로다. 그대 보라, 둘이 쉰 합을 싸우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 산문 앞에서는 징을 울리고 북을 치며 요정 무리가 함성을 지르고 깃발을 흔들었다. 이쪽에는 이십팔수 천병과 오방게제의 여러 성인이 제각기 병기를 어깨에 메고 한바탕 고함을 지르며 그 마두를 가운데 에워쌌다. 놀란 산문 밖의 요괴 무리는 북을 치기 어렵고, 벌벌 떨며 손에 힘이 풀려 징도 치지 못하였다. 늙은 요마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한 손으로 늑대 이빨 봉을 휘둘러 여러 병사를 막아 내며, 다른 한 손으로 허리에서 낡은 흰 베 주머니 인종대를 풀어 위로 한 번 던졌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손대성과 이십팔수, 오방게제가 한 주머니에 모조리 담겨 버렸다. 그것을 어깨에 걸치고는 발걸음을 돌려 돌아가니, 여러 작은 요괴가 하나하나 기뻐하며 승리를 얻어 돌아왔다. 늙은 요괴는 어린 놈들에게 삼오십 줄의 삼끈을 가져오게 하고는 주머니를 풀어 하나를 꺼내 하나를 묶었는데, 하나하나 모두 뼈가 연하고 힘줄이 저리며 살갗이 쭈그러졌다. 묶어서는 뒤로 들어다 던졌으니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모두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요왕이 또 명하여 잔치를 베풀고 흐뭇하게 마시게 하니, 아침부터 저녁이 되어서야 파하여 제각기 잘 곳으로 돌아갔으니 이쯤에서 말하지 않기로 하자.
한편 손대성과 여러 신이 묶인 채 밤중에 이르러, 문득 슬피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귀를 기울여 들어 보니 그것은 바로 삼장의 목소리였는데, 울며 말했다. “오공아! 내 스스로 한하노니 그때 네 말을 듣지 않아 오늘 재앙과 위태로움을 만났구나. 금뇨 속에서 너를 다치게 하고 삼끈이 나를 묶었으니 그 누가 알아주리오. 네 사람이 재앙을 만남은 명이 고단한 탓이요, 삼천의 공행이 모조리 무너지는구나. 무슨 수로 이 준재의 난을 풀어서 서쪽 길을 탄탄히 가고 돌아오랴!” 행자가 그 말을 듣고 가만히 가련하게 여겨 말했다. “그 스승은 비록 내 말을 듣지 않아 이제 이 독을 만났으나, 환난 속에서도 오히려 내 생각을 하시는구나. 이 밤이 고요하고 요괴가 잠들어 방비하는 이가 없는 틈을 타서 어서 여러 사람을 풀어 주고 살아 나가자.” 훌륭한 대성이로다. 둔신법을 써서 몸을 작게 하여 밧줄을 벗어 버리고는 당승의 곁으로 다가가 “스승님” 하고 불렀다. 장로가 목소리를 알아듣고 외쳐 말했다.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행자가 가만히 지난일을 하나하나 이야기하여 주니, 장로가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제자야! 어서 나를 구하여 다오! 뒤의 일은 모두 네 뜻대로 하마, 다시는 고집부리지 않겠다!” 행자가 비로소 손을 놀려 먼저 스승을 풀고 팔계와 사승을 놓아 주었으며, 또 이십팔수와 오방게제를 하나하나 풀어 주고, 말도 끌어다가 어서 먼저 걸어 나가게 하였다. 막 문을 나서려니 행장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어 또 찾으러 갔다. 항금룡이 말했다. “그대는 물건을 중히 여기고 사람을 가벼이 여기는구나! 네 스승을 구했으면 그만이거늘 또 무슨 행장을 찾느냐?” 행자가 말했다. “사람이 긴요한 것은 물론이나 가사와 바리때가 더욱 긴요하니라. 보따리 속에는 통관문첩과 금란가사와 자금발우가 있으니 모두 불문의 지극한 보배거늘 어찌 가져가지 않으리오!”
팔계가 말했다. “형님, 그대는 가서 찾으시오. 우리 먼저 길에서 기다리겠나이다.” 그대 보라, 여러 성수가 당승을 에워싸고 섭법을 부려 함께 신통을 다하여, 한바탕 바람으로 담장 밖을 벗어나 큰길로 달려 산비탈을 내려가서는 평평한 곳에 모여 기다렸다.
대략 삼경 무렵이었다. 손대성이 발을 가볍게 옮기며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한 겹 한 겹 문들이 몹시 굳게 닫혀 있었다. 그가 높은 누각으로 기어 올라가 보니 창문이 모두 닫혀 있어 내려가려 하였으나 창살이 울릴까 겁이 나서 감히 밀어 열지 못하였다. 주문을 외우고 몸을 한 번 흔들어 변하니, 선서 한 마리가 되었으니 속된 이름으로 박쥐였다. 그대 그가 어떤 모습인가 하면 이러하였다. 머리가 뾰족함은 쥐와 같고, 눈이 밝음 또한 그러하였다. 날개가 있어 황혼에 나오고, 빛이 없어 대낮에 머물렀다. 몸을 숨길 때는 기와 구멍을 꿰고, 먹이를 찾을 때는 모기를 쫓았다. 유난히 밝은 달을 좋아하고, 날아오를 때를 가장 잘 알았다. 그는 기와를 덮지 않은 서까래 밑을 따라 기어 들어가 문을 넘고 집을 지나, 가운데에 이르러 보니 그 제삼층 누각의 창 아래에서 번쩍번쩍하는 한 줄기 털끝 같은 빛이 났다. 등불과 촛불의 빛도 아니요 향불의 빛도 아니며, 날아가는 노을의 빛도 아니요 번갯불의 빛도 아니었다. 그가 반은 날고 반은 뛰며 그 빛 앞으로 다가가 보니, 이는 바로 보따리가 빛을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요괴가 당승의 가사를 벗겨 놓고는 접지도 않은 채 마구 구겨서 보따리 속에 처박아 두었던 것이다. 그 가사는 본래 불보라서 그 위에 여의주와 마니주, 붉은 마노와 자줏빛 산호, 사리자와 야명주가 있어 그 빛깔이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가 이 가사와 바리때를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곧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어 그것을 들어 옮겨 오고는, 짐끈이 비뚤어졌든 바르든 상관하지 않고 어깨에 메고 아래로 곧장 걸어갔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한쪽이 빠져 탁 하고 누각 마루 위에 떨어지며 와르릉 하는 큰 소리가 났다. 아!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마침 늙은 요괴가 누각 아래에서 자고 있었는데, 그 소리 한 번에 놀라 깨어 벌떡 일어나 마구 외쳤다. “사람이다! 사람이 있다!” 크고 작은 요괴들이 모두 일어나 등불을 밝히고 횃불을 들어 한꺼번에 고함을 지르며 앞뒤로 가서 살펴보았다. 어떤 자는 와서 “당승이 달아났나이다!”라고 아뢰었고, 또 어떤 자는 와서 “행자와 여러 사람이 모조리 달아났나이다!”라고 아뢰었다. 늙은 요괴가 급히 호령하여 명하였다.
“잡아라! 각 문에서 삼가 조심하라!” 행자가 그 말을 듣고는 또 그물에 걸려 보따리를 메어 내지 못할까 두려워, 곧 근두를 타고 누각 창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그 요괴가 앞으로도 뒤로도 샅샅이 뒤져 보았으나 당승 일행을 찾아내지 못하였다. 또 하늘이 곧 밝아 오는 것을 보고는 봉을 챙겨 들고 요괴 무리를 거느리고 뒤를 쫓아 나섰는데, 이십팔수와 오방게제 등의 신들이 구름과 안개를 자욱하게 일으키며 산비탈 아래에 진을 치고 주둔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요왕이 크게 한바탕 꾸짖듯 외쳤다. “어디로 가려 하느냐! 내가 왔다!” 각목교가 급히 소리쳐 불렀다. “형제들이여! 괴물이 왔노라!” 항금룡과 여토복, 방일토와 심월호, 미화호와 기수표, 두목해와 우금우, 저토맥과 허일서, 위월연과 실화저, 벽수유와 규목랑, 누금구와 위토체, 묘일계와 필월오, 자화후와 삼수원, 정목안과 귀금양, 유토장과 성일마, 장월록과 익화사, 진수인이 금두게제와 은두게제, 육갑과 육정 등의 신과 호교가람을 거느리고, 저팔계와 사승과 함께하였으되 당삼장은 거느리지 않았고 백룡마는 내버려 둔 채, 제각기 병기를 들고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그들은 구름을 타고 내려와 요괴 무리와 맞붙었으니, 하늘의 병사와 땅의 요괴가 서로 뒤엉켜 물러설 줄을 몰랐다. 요왕은 앞장서서 봉을 비껴 들고 달려들었고, 함성이 산을 뒤흔들며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이 요왕이 그것을 보고 껄껄거리며 냉소를 띠고 호각을 한 번 불자, 사오천의 크고 작은 요괴가 하나하나 위세가 강하고 힘이 세어 서쪽 산비탈에서 마구 뒤섞여 싸움이 벌어졌다. 멋진 싸움이로다.
마두가 포악하여 참된 성정을 속이고, 참된 성정이 온유하니 어찌 요마를 당하리오. 온갖 꾀를 써도 고통을 벗기 어렵고, 천 가지 묘한 술수로도 어울릴 수 없구나. 여러 하늘이 와서 옹호하고 뭇 성인이 창과 방패를 도왔다. 정을 두어 목모를 잃게 하고, 뜻을 굳게 하여 황파를 감동시켰구나. 마구 싸우니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들며, 억지로 다투어 그물을 치고 덫을 벌이는구나. 저쪽에서는 깃발을 흔들며 함성을 지르고, 이쪽에서는 북을 치며 징을 울렸다. 창과 칼이 빽빽하여 찬 빛이 넘실거리고, 검과 극이 어지러이 살기가 많았도다. 요졸은 흉하고 또한 용맹하니 신병이 어찌 하리오! 근심의 구름이 해와 달을 가리고, 참담한 안개가 산하를 덮는구나. 괴로이 끌려다니며 서로 싸우게 되었으니, 이는 모두 삼장이 미타불에게 절한 탓이로다. 그 요괴가 더욱 용맹을 더하여 무리를 거느리고 앞으로 나아가 덮쳐 죽였다. 바로 승패가 갈리지 않을 무렵, 문득 행자가 크게 한바탕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왔다!” 팔계가 마주 달려가며 물었다. “행장은 어떻게 되었느냐?” 행자가 말했다. “내 목숨이 간신히 살아났는데 무슨 행장을 말하느냐!” 사승이 보장을 잡고 말했다. “수작은 그만두고 어서 요괴를 치러 가자!” 그 성수와 게제, 정갑 등의 신은 요괴 무리에게 에워싸여 한가운데서 마구 싸우고 있었는데, 늙은 요괴가 봉을 휘둘러 그 세 사람을 치러 왔다. 이 행자와 팔계와 사승이 몽둥이와 지팡이를 내던지고 갈고리를 휘둘러 맞받았다. 참으로 땅이 어둡고 하늘이 캄캄하여 이길 수가 없어, 다만 해가 서쪽 산기슭에 지고 달이 동쪽 바다 봉우리에 떠오르도록 싸웠다. 그 요괴가 날이 저물자 호각을 한 번 불어 요괴 무리에게 제각기 마음을 쓰게 하고는, 그가 보배를 꺼내었다. 손행자가 똑똑히 보니 그 요괴가 인종대를 풀어 손에 쥐었다. 행자가 외쳤다. “큰일이다! 달아나라!” 그는 팔계와 사승, 여러 하늘의 신들을 돌볼 겨를 없이 줄곧 근두를 타고 구천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여러 신과 팔계와 사승은 그 뜻을 알지 못한 채 그에게 버림을 받고는 또 모두 그 속에 담겨 버렸으니, 다만 행자만이 빠져나갔다. 그 요왕은 병사를 거두어 절로 돌아가고는 또 명하여 끈을 가져오게 하여 전처럼 묶었다. 당승과 팔계와 사승은 대들보에 매달아 높이 매어 두고, 백마는 뒤에 매어 두며, 여러 신도 모두 묶어서 땅굴 속에다 들여다 놓고 뚜껑을 덮어 잠갔다. 뭇 요괴가 그대로 좇아 하나하나 거두었으니 이쯤에서 말하지 않기로 하자.
한편 행자가 구천으로 뛰어올라 목숨을 보전하고는, 요괴 병사가 깃발을 펴지 않고 되돌아가는 것을 보고 여러 사람이 사로잡혔음을 알았다. 그는 상서로운 빛을 내려 그 동쪽 산꼭대기에 내려앉아, 이를 갈며 괴물을 미워하고 눈물을 떨구며 당승을 그리워하다가, 얼굴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다가 슬피 탄식하다가 홀연 목이 메어 외쳤다. “스승님이시여! 그대는 어느 세상에서 이 준재의 난을 지어 놓으셨기에, 금생에는 걸음마다 요괴를 만나 이다지도 고초를 벗어나기 어렵단 말씀이십니까! 어찌하면 좋겠나이까!” 홀로 한 사람이 오래도록 탄식하다가,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이 생각하여 마음으로 마음에 물었다. “이 요마는 무슨 주머니인지 어찌 그리도 많은 물건을 담는 것일까? 이제는 천신과 천장 등 많은 사람까지 모두 담아 버렸으니, 내가 하늘에 구원을 청하려 하나 옥제가 괴이하게 여기실까 두렵구나. 내가 기억하기에 북방의 진무가 있으니 호를 탕마천존이라 하는데, 그가 지금 남섬부주 무당산에 있으니 내가 가서 그를 청하여 스승의 이 한 고난을 구해 내게 하리라.” 바로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 이러하였다.
선도를 이루지 못하여 원숭이와 말이 흩어지고, 심신에 주인이 없으니 오행이 마르도다.
결국 이 길이 어찌 될는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