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손오공이 아무 계책도 세울 수 없게 된 데서 이어진다. 그는 상서로운 구름을 일으켜 근두운을 타고 남섬부주의 무당산으로 가 탕마천존께 당삼장과 저팔계와 사오정과 천병들의 재난을 풀어 달라고 청하려 하였다. 공중에서 쉬지 않고 가니 하루도 안 되어 조사의 선경이 보였다. 살며시 구름을 낮추어 살피니 참으로 좋은 곳이었다. 동남을 누르는 큰 진산이요, 하늘 한가운데 솟은 신악이었다. 부용봉은 빼어나고 자개령은 웅장하였다. 아홉 강 물길 너머 형주와 양주가 아득하고, 백월의 산들이 익수와 진수까지 이어졌다. 위에는 태허의 보배 동굴과 주륙의 신령한 대가 있었다. 서른여섯 궁에는 금경쇠가 울리고 수많은 향객이 찾아왔다. 순임금이 순행하고 우임금이 기도했으며 옥간과 금서가 전해졌다. 누각에는 청조가 날고 깃발에는 붉은 자락이 나부꼈다. 땅의 명산은 우주에 웅장하고 하늘의 선경은 허공까지 트였다. 낭매나무에는 꽃이 피고 온 산의 요초는 빛을 펼쳤다. 용은 시내 밑바닥에 잠기고 호랑이는 벼랑 속에 엎드렸다. 그윽한 소리는 하소연 같고 길든 사슴은 사람 곁을 다녔다. 흰 학은 구름과 함께 늙은 회나무에 깃들고 청란과 단봉은 해를 향해 울었다. 옥허 사상의 참된 신선 땅이요, 금궐의 인자함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문이었다.
상제 조사께서는 본디 정락국 왕과 선승황후의 아들이었다. 황후가 꿈에서 햇빛을 삼킨 뒤 깨어나 잉태하여 열네 달 동안 배 속에 품었고, 개황 원년 갑진년 삼월 초하루 오시에 왕궁에서 낳았다. 그 어른은 어려서부터 용맹하였고 자라면서 더욱 신령스러웠다. 왕위를 잇지 않고 오직 수행에 힘썼다. 부모도 뜻을 막기 어려웠으므로 마침내 황궁을 버리고 떠났다. 현묘한 도를 참구하고 선정에 들어 이 산속에서 닦았다. 공덕과 수행이 원만해지자 대낮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옥황은 칙명으로 진무라는 존호를 내렸다. 현허의 기운이 위로 응하고 거북과 뱀이 한 몸으로 형상을 이루었다. 온 하늘과 상하 사방에서 모두 만령의 으뜸이라 일컬었다. 그윽한 곳도 살피지 않음이 없고 드러난 일도 이루지 못함이 없었다. 겁이 끝나고 겁이 시작될 때마다 마귀와 요정을 베어 없앴다.
손오공은 선경의 경치를 감상하며 어느새 첫째 천문과 둘째 천문과 셋째 천문을 지나 태화궁 밖에 이르렀다. 문득 상서로운 빛과 기운 사이로 오백 영관이 빽빽이 옹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 영관이 앞으로 나와 맞으며 “오는 자가 누구냐?”라고 말했다. 손오공이 “나는 제천대성 손오공이오. 사상을 뵈러 왔소.”라고 말했다. 여러 영관이 그 말을 듣고 곧 안으로 알렸다. 조사는 즉시 전각에서 내려와 태화궁에서 그를 맞았다. 손오공이 예를 올리고 “한 가지 일로 수고를 끼쳐 드리고자 하나이다.”라고 아뢰었다. 조사가 “무슨 일이냐?”라고 말했다. 손오공이 아뢰었다. “제가 당승을 보호하여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다가 길에서 큰 재난을 만났나이다. 서우하주에 이르니 소서천이라는 산이 있고, 소뇌음사에는 한 요마가 있었나이다. 제 사부께서 산문으로 들어가 아라한과 게체와 비구와 성승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시고 참부처인 줄 알고 몸을 엎드려 절하자마자 그놈에게 붙잡혀 묶였나이다. 저도 경계를 소홀히 했다가 그자가 금요 한 쌍을 던지는 바람에 그 속에 갇혔는데, 털끝만 한 틈도 없고 아귀가 집게처럼 굳게 맞물렸나이다. 다행히 금두게체가 옥황께 주청하여 칙명으로 이십팔수를 내려 보내 주었으나, 그날 밤 여러 별도 금요를 들추어 열지 못하였나이다. 마침 항금룡이 뿔을 금요 안으로 밀어 넣어 저를 끌어내 주었고, 제가 금요를 깨뜨리자 괴물이 놀라 깨어났나이다. 뒤쫓아 싸우는 동안 그놈이 흰 천으로 된 자루 하나를 다시 펼쳐 저와 이십팔수와 오방게체를 모조리 담아 버리고 또 밧줄로 묶었나이다. 그날 밤 제가 빠져나와 별의 신들과 당승 일행을 구하였나이다. 뒤에 가사와 발우를 찾으려다가 또 그 요괴를 깨웠고 천병들과 함께 맞서 싸웠나이다. 그 괴물이 자루를 다시 꺼내어 다루는 순간 저는 앞서 당한 일을 알고 달아났으나, 나머지 무리는 여전히 그 속에 담기고 말았나이다. 이제 아무 계책도 없어 특별히 사상께 와서 한 번 힘을 보태 주시기를 청하나이다.” 조사가 말했다. “내가 예전에 위엄으로 북방을 누르고 진무의 자리를 맡아 천하의 요사한 무리를 베어 없앤 것은 옥황의 칙지를 받들었기 때문이니라. 뒤에는 머리를 풀어 헤치고 맨발로 등사와 신귀를 밟았으며, 오뢰신장과 거대한 규룡과 사자와 사나운 짐승과 독룡을 거느리고 동북방의 검은 기운과 요사한 안개를 거두어 항복시켰으니, 그것은 원시천존의 부름을 받들었기 때문이니라. 오늘날에는 무당산에서 고요히 지내고 태화전에서 편안히 쉬는데, 줄곧 바다와 산악이 평안하고 하늘과 땅이 맑고 태평하도다. 내 남섬부주와 북구로주의 땅에서는 요마가 이미 베어지고 사귀가 자취를 감추었느니라. 이제 대성이 내려와 청하니 움직이지 않을 수 없으나, 상계의 뜻이 아직 없으므로 감히 멋대로 군사를 일으킬 수는 없도다. 여러 신을 법지로 보내자니 옥황께 죄를 얻을까 두렵고, 대성의 청을 단호히 물리치자니 인정에 어긋나는구나. 내가 헤아리건대 서쪽 길에 요사한 것이 있더라도 아주 큰 해악을 이루지는 못하리라. 이제 구사이장과 오대신룡을 보내 너를 돕게 하리니, 반드시 요정을 사로잡아 네 사부의 재난을 구하게 하리라.” 손오공은 조사께 절하여 사례한 뒤 구사이장과 오대신룡이 각각 거느린 정예 병사들과 함께 다시 서쪽 땅으로 향하였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소뇌음사에 도착하자 구름을 낮추고 곧장 산문 밖으로 가서 싸움을 청하였다.
말하자면 황미대왕은 여러 요괴를 보각 아래 모아 놓고 “손행자가 이틀 동안 오지 않으니 또 어느 곳으로 원병을 구하러 갔는지 모르겠구나.”라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앞문을 지키던 졸개 요괴가 달려와 보고하였다.
“행자가 용과 뱀과 거북 모습을 한 장수 몇을 이끌고 문밖에서 싸움을 청하나이다!” 요마가 “그 원숭이가 어디에서 용과 뱀과 거북 모습을 한 자들을 얻었느냐? 저런 무리는 어느 곳에서 온 자들이냐?”라고 말했다. 곧 갑옷을 갖추어 입고 산문을 나서서 큰 소리로 “너희는 어느 길의 용신이기에 감히 나의 선경을 침범하느냐?”라고 외쳤다. 오대신룡과 구사이장은 우람한 모습에 정신도 씩씩하여 소리쳤다. “이 몹쓸 요괴야! 우리는 무당산 태화궁 혼원교주 탕마천존 앞의 오대신룡과 구사이장이시다. 이제 제천대성의 청을 받고 우리 천존의 부름을 받들어 이 요정을 잡으러 왔으니, 어서 당승과 천상의 별들을 내보내면 네 목숨만은 살려 주리라! 그렇지 않으면 이 산의 요괴들은 모조리 몸을 찢어 죽이고, 몇 칸 안 되는 집들은 불살라 재로 만들리라!” 그 요괴는 이 말을 듣자 마음속으로 크게 노하여 “이 짐승들이 무슨 법력이 있기에 감히 큰소리를 치느냐! 달아나지 마라! 내 방망이를 받아라!”라고 말했다. 다섯 용은 구름을 뒤집고 비를 부렸으며 두 장수는 흙을 날리고 모래를 일으켰다. 저마다 창과 칼과 검과 극을 들고 한꺼번에 덮쳐 들었고 손오공도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뒤를 따랐다. 이 싸움은 참으로 치열하였다. 사나운 마귀는 무예를 펼치고 행자는 원병을 구해 왔다. 사나운 마귀는 보배로운 누각을 제멋대로 차지하고 부처의 모습을 꾸며 무력을 떨쳤으며, 행자는 멀리 보배로운 선경을 찾아가 용신을 빌려 왔다. 거북과 뱀은 물과 불을 내뿜고 요괴는 병장기를 휘둘렀다. 다섯 용은 명을 받들어 서쪽 길로 왔고 행자는 사부가 뒤에 계시므로 끝까지 적을 몰아붙였다. 검과 극의 밝은 빛은 오색 번개처럼 흔들리고 창과 칼의 번뜩임은 무지개처럼 번쩍였다. 이쪽 낭아봉은 굳세면서도 짧고 부드럽게 움직였고, 저쪽 여의봉은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변하였다. 퍽퍽 부딪치는 소리는 폭죽이 터지는 듯하고 쨍쨍 울리는 운치는 쇠를 두드리는 듯하였다. 물과 불이 한꺼번에 몰려가 괴물을 치고, 온갖 병장기가 요정을 빽빽이 둘러쌌다. 죽이라는 함성은 이리와 범을 놀라게 하고 떠들썩한 소리는 귀신과 신령을 뒤흔들었다. 한창 뒤엉켜 싸우며 승부가 나지 않자 요마가 다시 진귀한 보물을 꺼냈다. 손오공이 오대신룡과 두 장수를 거느리고 반 시진 동안 요마와 싸웠을 때 그 요정이 허리에서 자루를 풀어 손에 들었다. 손오공은 그것을 보고 놀라 “여러분, 조심하시오!”라고 외쳤다. 그러나 용신과 구사이장은 무엇을 조심하라는 것인지 몰라 하나같이 병장기를 멈추고 가까이 다가가 막으려 하였다. 요정이 휙 소리를 내며 자루를 위로 내던졌다. 손오공은 오대신룡과 두 장수를 돌볼 겨를도 없이 근두운을 타고 구천으로 뛰어올라 달아났다. 요정은 용신들과 거북과 뱀 장수를 자루 한 번 펼쳐 모조리 담아 버렸다. 승리하여 절로 돌아온 요정은 그들 역시 밧줄로 묶어 지하 감옥에 던지고 뚜껑을 덮어 두었다.
보라, 손오공은 구름을 낮춰 산꼭대기에 비스듬히 기대어 풀이 죽은 채 “이 괴물이 참으로 지독하구나!”라고 한탄하였다. 눈을 감아 잠든 듯한데 누군가 “대성, 자는 체 말고 어서 구원을 청하시오. 사부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소!”라고 불렀다. 급히 눈을 뜨고 일어나 보니 일직공조였다. 손오공이 꾸짖었다. “이 하찮은 신아, 어디서 제물이나 탐하느라 점호에도 오지 않더니 오늘은 나를 놀라게 하느냐! 무릎을 내밀어라. 몽둥이 두 대로 답답함을 풀겠다!” 공조가 황급히 예를 올렸다. “대성께서는 인간 세상의 기쁜 신선이신데 무슨 답답함이 있겠나이까! 저희는 보살의 명으로 당승을 남몰래 지키며 토지신들과 잠시도 곁을 떠나지 못했나이다. 그래서 늘 찾아뵙지 못했는데 어찌 도리어 꾸짖으시나이까?” 손오공이 말했다. “네가 보호하고 있었다면 지금 별의 신들과 게체와 가람과 내 사부 일행은 요정에게 어느 곳에 갇혀 무슨 고초를 겪고 있느냐?” 공조가 말했다. “사부와 사제들은 모두 보전 회랑 아래 매달려 있고, 별의 신들은 전부 지하 감옥에 갇혀 고초를 겪고 있나이다. 이틀 동안 대성의 소식을 듣지 못하다가 방금 요정이 신룡과 거북과 뱀 장수까지 붙잡아 지하 감옥에 넣는 것을 보고서야 대성께서 청해 온 원병인 줄 알았나이다. 그래서 소신이 일부러 대성을 찾아왔나이다. 대성께서는 수고롭고 지쳤다 하여 마다하지 마시고, 부디 다시 급히 구원병을 청하러 가소서.” 손오공은 이 말을 듣자 저도 모르게 공조를 바라보며 눈물을 떨어뜨리고 말했다. “나는 이제 천궁에 오르기도 부끄럽고 바다의 용궁을 찾아가기도 수치스럽구나! 보살께서 까닭을 물으실까 두렵고 여래의 옥 같은 모습을 뵙기도 걱정스럽다! 방금 붙잡혀 간 이들은 진무 사상께 속한 구사이장과 오대신룡의 성스러운 무리다. 이제 다시는 어디에 가서 구원을 청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어찌하면 좋으냐?” 공조가 웃으며 말했다. “대성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소신이 정예 병사를 둔 한 곳을 떠올렸는데, 그들을 청해 오면 틀림없이 요괴를 항복시킬 수 있나이다. 조금 전 대성께서 가신 무당산은 남섬부주의 땅이었나이다. 이 군사도 남섬부주의 우이산 빈성, 곧 지금의 사주에 있나이다. 그곳에는 신통이 광대한 대성국사왕보살이 계시나이다. 그분의 문하에는 소장태자라는 제자와 사대신장이 있는데, 옛날 수모낭랑을 항복시킨 적이 있나이다. 이제 그분께 청하러 가시면 은혜를 베풀어 도우실 것이며 반드시 괴물을 잡고 사부를 구할 수 있나이다.” 손오공이 기뻐하며 말했다. “너는 우선 내 사부를 보호하여 다치지 않게 하라. 이 손 어르신이 가서 청해 오겠다.”
손오공은 근두운을 일으켜 괴물이 있는 곳을 벗어나 곧장 우이산으로 달려갔다.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벌써 도착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참으로 좋은 곳이었다. 남쪽으로 강나루에 가까이 있고 북쪽으로 회수에 임하였다. 동쪽으로 바닷가 높은 산과 통하고 서쪽으로 봉부에 이어졌다. 산꼭대기에는 높고 웅장한 누관이 있고 산굽이에는 골짜기 샘물이 세차게 솟았다. 험준하고 기이한 바위들이 솟았으며 키 큰 소나무들이 굽이쳐 빼어났다. 온갖 과실은 철을 맞아 새로 익고 천 가지 꽃가지는 햇빛을 맞아 피어났다. 사람들은 개미 떼처럼 많이 오갔고 배들은 기러기 행렬처럼 넓은 물길로 돌아왔다. 위쪽에는 서암관과 동악궁과 오현사와 귀산사가 있어 종소리와 향 연기가 푸른 하늘까지 솟았으며, 또 유리천과 오탑욕과 팔선대와 행화원이 있어 산빛과 나무 빛깔이 빈성에 어리었다.
흰 구름은 가로놓여 건너지 못하고, 그윽한 새는 지쳤어도 다시 우네. 태산과 숭산과 형산과 화산이 빼어나다 말한들, 이곳 선경은 봉래와 영주와 같구나.
손오공은 구경하며 곧 회수를 건너 빈성 안으로 들어갔다. 대성선사 산문 밖에 이르자 웅장한 전각과 화려한 긴 회랑이 보였고 우뚝 솟은 보탑도 있었다. 참으로 이러하였다. 구름을 뚫고 은하에 기대어 천 길 높이 솟았고, 우러러보니 금빛 병이 푸른 허공을 꿰뚫었네. 위아래의 광채는 우주를 한데 응결하고, 동서로 그림자 없이 창과 난간에 비치네.
바람이 보탁을 흔드니 하늘 음악이 들리고, 햇빛은 얼음빛 규룡을 비추어 범궁과 마주하네. 날아와 깃든 신령한 새는 때때로 속삭이고, 멀리 바라본 회수는 아득하여 끝이 없네.
손오공은 구경하며 계속 걸어 이중문 아래에 이르렀다. 국사왕보살은 이미 알고 소장태자와 문밖에서 맞았다. 예를 나눈 뒤 손오공이 아뢰었다. “당승을 보호해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다가 소뇌음사에서 부처를 사칭한 황미 요괴를 만났나이다. 사부께서 진위를 모르고 절하다 그놈에게 붙잡혔나이다. 그자는 금요로 저를 가두었으나 다행히 별의 신들이 내려와 구했나이다. 제가 금요를 깨고 싸우자 그자는 천 자루로 천신과 게체와 가람과 사부와 사제들을 모두 담았나이다. 무당산 현천상제께 구원을 청해 오대신룡과 구사이장을 보내셨으나 그들마저 자루에 담겼나이다. 제자는 의지할 데 없어 보살께 간청하러 왔나이다. 수모를 거두신 신통과 백성을 구하시는 묘한 힘으로 제자와 함께 사부를 구해 주소서! 경을 얻어 돌아오면 중국에 영원히 전하여 불문의 지혜와 반야바라밀을 드날리겠나이다.” 국사왕보살이 말했다. “오늘 네가 하는 일은 참으로 우리 불교를 흥성하게 하는 것이니 내가 마땅히 몸소 가야 하느니라. 하지만 때마침 초여름이라 회수가 불어나는 철이고, 얼마 전에 수원대성을 붙잡았는데 그놈은 물만 만나면 곧 흉포해지느니라. 내가 떠난 틈을 타 그자가 못된 짓을 벌이면 다스릴 신이 없을까 염려되는구나. 이제 내 어린 제자에게 사대신장을 거느리고 너와 함께 가서 힘을 보태게 할 터이니, 마귀를 단련하여 항복시키도록 하라.” 손오공은 사례하고 사대신장과 소장태자와 함께 다시 구름을 타고 소서천으로 돌아가 곧장 소뇌음사에 이르렀다. 소장태자는 저백창 한 자루를 들었고, 사대신장은 곤오검 네 자루를 휘두르며 손오공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 싸움을 걸었다. 졸개 요괴가 다시 달려가 알리자 요왕은 여러 요괴를 거느리고 함성을 지르며 나와 “원숭이야! 이번에는 또 누구를 청해 왔느냐?”라고 말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장태자가 사대신장에게 앞으로 나서게 하고 소리쳤다. “이 몹쓸 요정아! 네 얼굴에는 살도 없어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느냐!” 요왕이 “어느 곳의 어린 장수가 감히 와서 그자를 돕느냐?”라고 말했다. 태자가 “나는 사주 대성국사왕보살의 제자이며 사대신장을 거느리고 명을 받들어 너를 잡으러 왔다!”라고 말했다. 요왕이 웃으며 “이 아이야, 네게 무슨 무예가 있기에 감히 이곳에 와서 경박하게 구느냐?”라고 말했다.
태자가 말했다. “내 무예를 알고 싶다면 들어 보아라. 조상의 터전은 서쪽 땅 유사국이고, 내 부왕은 본디 유사국왕이셨다. 어려서부터 온몸에 병과 고통이 많았으니, 운명에 화개라는 흉성이 끼어 방해했도다. 스승께서 멀리서 장생의 비결을 흠모하시다가, 인연이 있어 약 처방을 버리고 서로 만났도다. 단사 반 알로 병을 몰아내어 낫자, 왕이 되지 않고 수행을 따르기를 원했도다. 불로의 법을 배워 하늘처럼 오래 살고, 얼굴은 영원히 소년의 모습이 되었도다. 일찍이 용화회에도 달려갔고, 구름을 타고 불당에도 이르렀도다. 안개와 바람을 잡아 물의 요괴를 거두고, 용을 사로잡고 범을 굴복시켜 산마루를 눌렀도다. 백성을 어루만지며 높은 불탑을 세우고, 바다를 잠재워 사리의 빛을 깊이 밝혔도다. 저백창의 날은 요괴를 묶을 수 있고, 엷은 검은빛 옷소매로 마귀를 항복시키도다. 이제 고요하고 즐거운 빈성 안에서, 온 땅에 소장이라는 이름을 드날리도다!”
요왕은 이 말을 듣고 희미하게 냉소하며 말했다. “태자야, 너는 나라를 버리고 그 국사왕보살을 따르면서 무슨 장생불로의 술법을 닦았느냐? 회수의 물 괴물을 잡는 데나 쓸 만할 뿐인데, 어찌 손행자의 거짓되고 허황한 말을 믿고 천산만수를 건너 이곳까지 목숨을 바치러 왔느냐! 네가 과연 오래 살며 늙지 않을 수 있는지 보자꾸나!”
소장태자는 이 말을 듣자 마음속으로 크게 노하여 창을 휘감아 정면으로 찔렀다. 사대신장도 한꺼번에 에워싸고 공격했으며, 손오공도 여의봉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후려쳤다. 뛰어난 요정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짧고 유연한 낭아봉을 돌려 왼쪽을 막고 오른쪽을 받으며 곧게 찌르고 가로로 돌진하였다. 이 싸움은 참으로 치열하였다. 어린 태자는 저백창을 쓰고 네 자루 곤오검은 더욱 강하구나. 손오공도 여의봉을 휘두르며 한마음으로 요왕을 에워싸고 치는구나. 요왕은 과연 신통이 커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좌우 공격을 막아 내네. 낭아봉은 불문의 보배라 검으로 베고 창으로 찔러도 상하지 않네. 사나운 바람이 우우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흉악한 기운이 아득하게 뒤섞이는 모습을 보네. 저쪽은 뜻이 있어 온갖 재주를 부리고, 이쪽은 오로지 부처께 귀의하여 경을 얻는 일에 마음을 두네. 몇 차례 말을 달리듯 오가고 여러 번 사납게 날뛰는구나. 구름과 안개를 뿜어 해와 달과 별빛을 가리고, 분노와 성냄을 떨치니 어느 쪽도 온순하지 않네. 오랫동안 삼승의 위없는 법을 닦았으나, 이제 온갖 기예로 힘겹게 서로 맞서게 되었구나. 무리가 오랫동안 다투어 싸웠으나 승부가 갈리지 않자 그 요정이 또 자루를 풀었다. 손오공이 다시 “여러분, 조심하시오!”라고 외쳤다. 태자와 여러 장수는 조심하라는 말의 뜻을 몰랐다. 괴물이 휙 소리와 함께 사대신장과 태자를 자루 한 번에 또 담아 버렸다. 다만 손오공은 미리 알아차리고 달아났다. 요왕은 승리하여 절로 돌아가 그들마저 밧줄로 묶게 한 뒤 지하 감옥으로 보내 굳게 봉하고 단단히 잠갔다.
그 손오공은 근두운을 타고 공중으로 올라갔다. 괴물이 병사를 거두고 문을 닫는 것을 보고서야 상서로운 구름을 낮춰 서쪽 산비탈에 섰다. 그는 슬피 울며 서글프게 바라보고 말했다. “사부님! 내가 가르침을 받들어 선림에 들어간 뒤, 보살께서 깊은 재난에서 구해 주신 은혜를 입었나이다. 사부를 모시고 서쪽으로 와 대도를 구하며, 서로 힘을 합쳐 뇌음사로 향했나이다. 좁은 길이나마 평탄하리라고만 여겼거늘, 어찌 높고 험한 곳에서 괴물이 침범할 줄 알았겠나이까. 백 가지 계책과 천 가지 방법으로도 사부를 구하기 어렵고, 동쪽에 청하고 서쪽에 고해도 애쓴 마음만 헛되었나이다!” 손오공이 한창 처량한 마음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서남쪽에서 오색 구름 한 송이가 땅으로 내려오고 산꼭대기 가득 화려한 큰비가 흩날렸다. 누군가 “오공아, 나를 알아보겠느냐?”라고 불렀다. 손오공이 급히 앞으로 달려가 보니 그 사람의 모습은 이러하였다. 큰 귀에 넓은 턱과 반듯한 얼굴이요, 어깨는 솟고 배는 불러 몸집이 뚱뚱하네. 가슴 가득 봄기운이 기쁨으로 넘치고, 두 눈의 가을 물결에는 빛이 넘실거리네. 활짝 열린 소매는 나부껴 복된 기운이 많고, 짚신은 시원스러워 굳센 정신이 드러나네. 극락 도량의 첫째 존자이시니, 나무 미륵 웃는 화상이로다. 손오공은 그를 보자 얼른 엎드려 절하며 “동래불조께서는 어디로 가시나이까? 제자가 미처 피하여 예를 갖추지 못했으니 죄가 만 번이나 되나이다!”라고 아뢰었다. 불조가 “내가 이번에 온 것은 오로지 이 소뇌음사의 요괴 때문이니라.”라고 말했다. 손오공이 아뢰었다. “어르신의 크나큰 덕과 은혜를 입게 되어 참으로 감사하나이다. 감히 여쭙건대 그 요괴는 어느 곳의 괴물이며 어디에서 온 요마이옵니까? 그 자루가 무슨 보배인지 알 수 없으니 번거로우시더라도 어르신께서 가르쳐 주소서.” 불조가 말했다. “그자는 내 앞에서 경쇠를 맡아 치던 황미동아이니라.
삼월 삼일에 내가 원시회에 참석하러 가면서 그자를 궁에 남겨 지키게 했는데, 그자가 내 보배 몇 가지를 훔쳐 와서 거짓 부처 노릇을 하며 요정이 되었느니라. 그 자루는 나의 후천대이며 세속에서는 인종대라고 부르느니라. 그 낭아봉은 경쇠를 두드리는 망치니라.” 손오공은 이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웃는 화상도 참 딱하구려! 당신이 이 동자를 놓쳐 그자가 부처를 사칭하여 이 손 어르신을 해치게 하였으니, 집안 단속을 엄하게 하지 못한 허물이 없다고 할 수 없소!” 미륵불이 말했다. “첫째로 내가 조심하지 않아 사람을 잃어버린 탓이고, 둘째로 너희 사제들의 마장이 아직 끝나지 않은 탓이니라. 그러므로 온갖 신령이 하계에 내려와 마땅히 재난을 겪게 된 것이니라. 이제 내가 너와 함께 그자를 거두어 가겠노라.” 손오공이 말했다. “이 요정은 신통이 광대한데 불조께서는 병기 하나도 지니지 않으셨으니 무엇으로 그자를 거두시겠나이까?”
미륵불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 산비탈 아래 초막 하나를 세우고 과일과 참외를 심은 밭 하나를 마련하겠느니라. 너는 가서 그자에게 싸움을 걸어라. 싸울 때에는 이기지 말고 반드시 져야 하며, 그자를 이 과전까지 꾀어 오너라. 내 밭의 다른 참외는 모두 설익었지만 너는 크고 잘 익은 참외 하나로 변하여라. 그자가 오면 반드시 참외를 먹으려 할 것이니, 내가 너를 참외와 함께 그자에게 먹이겠느니라. 그 뱃속에 들어간 뒤에는 네가 마음대로 그자를 주무르거라. 그때 내가 그자의 자루를 빼앗아 그자를 담아 돌아가겠노라.” 손오공이 말했다. “그 계책은 비록 절묘하지만 불조께서는 제가 변한 익은 참외를 어떻게 알아보시겠나이까? 또 그자가 어찌 곧장 저를 따라 이곳까지 오겠나이까?” 미륵불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세상을 다스리는 존자이며 혜안이 밝은데 어찌 너를 알아보지 못하겠느냐! 네가 무슨 물건으로 변하든 나는 모두 알아볼 수 있느니라. 다만 그 괴물이 따라오지 않을까 걱정될 뿐이로다. 내 너에게 한 가지 술법을 가르쳐 주리라.” 손오공이 말했다. “그자는 틀림없이 자루로 저를 담으려 할 텐데 어찌 저를 따라오겠나이까! 무슨 술법으로 그자를 오게 할 수 있나이까?” 미륵불이 웃으며 “손을 내밀어라.”라고 말했다. 손오공이 곧 왼손을 펴서 내밀자 미륵불은 오른손 검지를 입속의 신령한 물에 적시고 손오공의 손바닥에 금할 금 자의 뜻을 지닌 글자 하나를 써 주었다. 그러고는 그에게 주먹을 꼭 쥐었다가 요정과 마주하면 손을 펴라고 가르쳤다. 그러면 그자가 반드시 뒤따라올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손오공은 주먹을 쥐고 기쁘게 가르침을 받들었다. 한 손으로 여의봉을 휘두르며 산문 밖에 가 외쳤다. “요마야, 네 손 할아버지가 또 왔다! 어서 나와 누가 위인지 겨루자!” 졸개 요괴가 황급히 알리자 요왕이 “그자가 또 병사를 얼마나 이끌고 왔느냐?”라고 물었다. 졸개가 “다른 병사는 없고 그자 혼자이옵니다!”라고 보고하였다. 요왕은 웃으며 “그 원숭이는 계책과 힘이 다하고 사람을 청할 곳도 없어 목숨을 바치러 왔구나.”라고 말했다. 곧 차림을 갖추고 보배를 챙겨 가볍고 유연한 낭아봉을 들고 나와 외쳤다. “손오공아, 이번에는 벗어나지 못하리라!” 손오공이 욕했다. “몹쓸 괴물아! 내가 어째서 벗어나지 못하느냐?” 요왕이 말했다. “너는 계책과 힘이 다하고 구원을 청할 곳도 없이 혼자 버티러 왔구나. 이제 너를 잡으면 다시는 어떤 신병도 구해 줄 수 없으니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손오공이 말했다. “죽고 사는 것도 모르는 괴물이 큰소리치는구나! 잔말 말고 내 몽둥이를 받아라!” 요왕은 그가 한 손으로만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을 보고 웃으며 “원숭이야, 잔꾀 부리는 꼴을 보아라! 어찌 한 손으로 나를 막겠느냐?”라고 말했다. 손오공이 말했다. “이놈아! 너는 내 두 손 공격을 못 견딘다! 자루를 쓰지 않는다면 너 같은 놈을 서넛이나 다섯 더 데려와도 내 한 손조차 이기지 못한다!” 요왕이 말했다. “좋다! 이제 보배를 쓰지 않고 제대로 맞붙어 암수를 겨루겠다.” 곧 낭아봉을 들고 나와 싸웠다. 손오공은 정면으로 맞서다가 주먹을 펴고 두 손으로 여의봉을 휘둘렀다. 요정은 금하는 술법에 걸려 물러날 생각 없이 과연 자루를 쓰지 않고 몽둥이만 휘두르며 쫓았다. 손오공은 허공에 한 번 거짓으로 휘두르고 패한 체 달아났으며 요정은 서쪽 산비탈 아래까지 추격했다.
손오공은 과전이 보이자 한 바퀴 구르며 그 안으로 파고들어 크고 잘 익은 참외 하나로 변하였다. 몹시 잘 익고 달콤한 참외였다. 요정은 몸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손오공이 어느 쪽으로 사라졌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초막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
“이 참외는 누가 심었느냐?” 미륵불은 참외를 심는 늙은이로 변하여 초막에서 나와 “대왕님, 이 참외는 소인이 심었나이다.”라고 대답했다. 요왕이 “잘 익은 참외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미륵불이 “잘 익은 것이 있나이다.”라고 말했다. 요왕이 “잘 익은 것 하나를 따 오너라. 목을 축이겠다.”라고 명하였다. 미륵불은 곧 손오공이 변한 참외를 두 손으로 받쳐 요왕에게 건넸다. 요왕은 사정을 조금도 살피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받아 입을 크게 벌리고 베어 물었다. 손오공은 이 기회를 타 데굴 한 번 구르듯 그자의 목구멍 아래로 파고들었다. 좋고 나쁨을 따질 겨를도 없이 손발을 마구 놀려 창자를 움켜쥐고 배를 할퀴었으며, 공중제비를 돌고 물구나무도 서면서 뱃속에서 마음대로 휘저었다. 요정은 너무 아파 이를 드러내고 입을 일그러뜨린 채 눈물을 줄줄 흘렸다. 참외를 심어 놓은 땅을 밀 타작마당처럼 평평해지도록 이리저리 뒹굴면서 입으로 계속 외쳤다. “죽겠구나!
죽겠구나! 누가 나를 좀 살려 다오!” 미륵불은 그제야 본래 모습을 드러내고 히죽히죽 웃으며 외쳤다. “이 몹쓸 짐승아!
나를 알아보겠느냐?” 요괴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자 황급히 땅에 무릎을 꿇었다. 두 손으로 배를 문지르면서 머리가 땅에 부딪히도록 거듭 절하며 계속 외쳤다. “주인님! 제 목숨을 살려 주소서! 제 목숨을 살려 주소서! 다시는 감히 그러지 않겠나이다!” 미륵불은 앞으로 다가가 한 손으로 그자를 움켜잡고 후천대를 풀어 빼앗았으며, 경쇠를 치는 망치도 거두고 외쳤다.
“손오공아, 내 체면을 보아서라도 그자의 목숨을 살려 주어라.” 손오공은 쌓인 원한과 고통이 몹시 깊었으므로 뱃속에서 다시 왼쪽으로 주먹을 치고 오른쪽으로 발길질하며 마구 후비고 찔렀다. 괴물은 견디기 어려운 지독한 통증에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미륵불이 또 “오공아, 그자도 이미 충분히 고통을 겪었으니 이제 그만 놓아주어라.”라고 말했다. 그제야 손오공이 “입을 크게 벌려라. 이 손 어르신이 나가겠다.”라고 외쳤다. 그 괴물은 배가 꼬이는 듯 아팠으나 아직 심장이 상한 것은 아니었다. 속담에 이르기를, 사람이 심장을 상하지 않으면 죽지 않고 꽃이 시들고 잎이 떨어지는 것은 뿌리가 말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괴물은 입을 벌리라는 소리를 듣고 아픔을 참으며 곧 입을 크게 벌렸다. 손오공은 그제야 뛰쳐나와 본래 모습을 드러냈다. 급히 여의봉을 뽑아 다시 때리려 했으나, 불조가 어느새 요정을 자루에 담아 허리에 비스듬히 메고 손에는 경쇠 망치를 든 채 꾸짖었다. “이 몹쓸 짐승아! 금요는 훔쳐서 어디에 두었느냐?” 그 괴물은 목숨만 살려 달라는 뜻으로 후천대 안에서 끙끙거리며 대답했다.
“금요는 손오공이 깨뜨렸나이다.” 불조가 “금요가 깨졌다면 그 금 조각이라도 내게 돌려라.”라고 말했다. 괴물이 대답했다.
“부서진 금 조각은 전각의 연화대 위에 쌓여 있나이다.” 불조는 자루를 들고 경쇠 망치를 잡은 채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오공아, 나와 함께 가서 금 조각을 찾아 돌려다오.” 손오공은 그 법력을 보았으므로 어찌 감히 명을 어기거나 지체하겠는가. 불조를 인도하여 산으로 올라 절 안에 돌아가 금 조각들을 거두었다. 산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불조가 망치로 한 번 가리키자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졸개 요괴들은 우두머리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이미 듣고 저마다 주머니 속 물건을 챙겨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려 하였다. 손오공은 하나를 보면 하나를 때려죽이고 둘을 보면 둘을 때려죽여 오백에서 칠백에 이르는 졸개 요괴를 모조리 없앴다. 그들이 제각기 본모습을 드러내니 모두 산의 정령과 나무 괴물, 짐승의 사악한 무리와 새의 마귀들이었다. 불조는 금 조각을 한곳에 모으고 신령한 기운을 한입 불어 넣으며 주문 한 마디를 외웠다. 그러자 즉시 본바탕으로 돌아가 다시 금요 한 쌍이 되었다. 불조는 손오공과 작별하고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곧장 극락세계로 돌아갔다.
그제야 손오공은 당승과 저팔계와 사오정의 결박을 풀어 주었다. 저팔계는 며칠 동안 매달려 굶주림을 견디지 못했으므로 손오공에게 사례하기도 전에 허리를 구부리고 부엌으로 달려가 먹을 것을 찾았다. 알고 보니 요괴가 마침 점심을 차리다가 손오공이 싸움을 청하는 바람에 아직 먹지 못한 것이었다. 저팔계는 음식을 보자 곧 반 솥이나 먹어 치웠다. 그러고는 큰 바리 두 개에 음식을 담아 사부와 사제에게 가져다주어 저마다 두 그릇씩 먹게 한 뒤에야 손오공에게 감사하였다. 그들이 요괴의 내력을 묻자 손오공은 먼저 무당산의 조사를 찾아가 구사이장과 오대신룡을 청한 일, 뒤에 대성국사왕보살께 소장태자와 사대신장을 빌린 일, 끝으로 미륵불이 요정을 거두어 항복시킨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당삼장은 그 말을 듣고 끝없이 감사하며 하늘의 여러 신에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예를 올린 뒤 “제자야, 그 신성한 분들은 어느 곳에 갇혀 있느냐?”라고 물었다. 손오공이 “어제 일직공조가 이 손 어르신에게 말하기를 모두 지하 감옥 안에 있다고 했나이다.”라고 대답하고는 “팔계야, 나와 함께 가서 그분들을 풀어 드리자.”라고 말했다.
저팔계는 음식을 먹어 힘이 솟자 정신을 가다듬고 구치정을 찾아 들었다. 곧 손오공과 함께 뒤쪽으로 가서 지하 감옥을 열고 여러 신의 밧줄을 풀어 보배로운 누각 아래로 모셔 나왔다. 당삼장은 가사를 걸치고 위를 향하여 한 분 한 분에게 절하며 사례하였다. 그제야 손오공은 오대신룡과 구사이장을 무당산으로 돌려보내고, 소장태자와 사대신장을 빈성으로 돌려보냈으며, 뒤이어 이십팔수를 천부로 돌려보냈다. 게체와 가람에게도 각자의 경계로 돌아가도록 하였다.
사제들은 그곳에서 한나절 느긋하게 쉬면서 백마를 배불리 먹이고 짐을 정돈하였다. 이튿날 아침 다시 길을 떠났다. 떠나기 전에 불을 한 차례 놓아 진귀한 누각과 보좌와 높은 전각과 강당을 모조리 태워 재로 만들었다. 이로써 비로소 이러하였다.
매인 것도 이끌린 것도 없이 재난을 피해 떠나고, 재앙과 마장을 없애어 몸을 벗어나 길을 가네.
결국 언제 대뇌음사에 이르게 될지 알 수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